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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임용 불이행 대학에 배상 판결

    민사상 손해액뿐만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의 금액을 추가로 포함시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선례가 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부장 정진경)는 12일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교수 재임용을 거부한 학교법인을 상대로 김모(42·여)씨가 낸 해임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3억 8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5년가량 수업할 기회를 박탈하고 끝없는 법적 분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서 “피고의 집요하고 악의적 행위에 따른 원고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3억원과 받지 못한 임금 8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재판부는 “소송 결과를 따르는 것은 법치국가 시민의 기본 의무인데도 대학은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피해자의 재임용을 거부했다.”면서 “이는 사법부의 존재를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학교로서 존립가치도 회의케 하는 행위”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양도세 허위 신고땐 40% 가산세 물어야”

    “양도세 허위 신고땐 40% 가산세 물어야”

    올해부터 양도소득세를 불성실하게 신고하면 세액의 40%를 징벌적 세금(가산세)으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이 1억원가량인데 불성실신고했다면 양도소득세 2500만원가량 외에 1000만원가량의 가산세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종전에는 250만원(10%)가량만 내면 됐다. 이는 허위 서류 등으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데 따른 징벌적 조치다. ●불성실신고자, 조기에 가려낸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확정신고 기한까지 양도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으면 종전의 10%보다 상향된 20%의 무신고 가산세를 냄과 동시에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를 내야 한다. 허위 계약서 작성 등으로 양도세를 불성실하게 신고하면 신고불성실가산세 40%와 함께 납부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된다. 다만 세액계산 착오 등 단순 과소신고의 경우에는 10%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국세청은 2007년 귀속 양도소득세 확정신고 기간(5월1일∼6월2일)을 맞아 지난해에 양도세 과세대상자산을 양도한 확정 신고대상자 23만명에게 신고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확정 신고대상자는 지난해에 부동산, 아파트 분양권, 주식, 골프 회원권 등을 양도하고 양도세 예정신고를 하지 않은 납세자들이다. 예정신고를 한 경우에도 연도 중에 부동산 등을 2회 이상 양도하고 합산해 신고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하게 신고했다면 이번 확정신고 기간에 수정 신고를 해야 한다. 국세청은 양도세 신고내용을 조기에 분석해 불성실신고 혐의자를 조사하는 조기검증제도 운영 등으로 불성실 신고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발코니개조 비용 등은 공제 양도세 불성실신고 유형으로는 신고한 양도·취득가액이 시세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고액프리미엄이 형성된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아파트 분양권 등을 전매한 후 양도차익을 줄여 신고한 경우, 취득가액을 이전 소유자의 양도가액보다 높게 신고한 경우, 실지거래가액이 있음에도 취득가액을 환산해 신고한 경우 등이 있다. 발코니 개조·난방시설 교체비용 등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지출,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필요경비는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공제되기 때문에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을 잘 챙겨둬야 한다. 납부할 양도세가 1000만원을 넘으면 45일(올해 확정신고분은 7월17일까지) 이내에 나눠 낼 수 있다. 한편 납부자는 국세청 홈페이지(nts.go.kr)에 접속해 신고서와 납부서 작성 요령, 작성 사례 등을 제공 받을 수 있고 국세청의 홈택스서비스(hometax.go.kr)의 양도소득세 자동계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금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태안피해 보상 제대로 받자] “기업 무한책임”…佛 토탈社 6100억원 보상

    [태안피해 보상 제대로 받자] “기업 무한책임”…佛 토탈社 6100억원 보상

    ■ 에리카호 기름유출 사고 때는 1999년 11월11일 오후 6시34분 석유회사 토탈(Total)에 한 통의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 사흘 전 토탈의 연료유 3만 1000t을 싣고 프랑스 서북단 케르크항을 출발, 이탈리아 리보르노항으로 가던 몰타 유조선 에리카호의 선장이었다. “기상 악화로 운항 경로를 바꾸었다. 날씨가 좋아지면 돌아가겠다.” 선장은 메시지에서 이날 오후 2시8분 유조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해안구조감독센터에 구조를 요청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상태가 호전돼 구조 요청을 한 시간 만에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오전 5시54분, 선장은 긴급구조를 재차 요청했다. 에리카호는 두 동강 났고 3시간 만에 수심 120m 해저로 침몰했다. 연료유 1만 4000t이 바다로 흘렀다. 이후 조사에서 에리카호가 심각한 부식 상태였음이 확인됐다. 토탈은 사고 발생일부터 적극 나섰다. 방제전문가로 구성된 대책반을 구성, 유출된 기름의 움직임을 감시했다.11일 만에 기름띠가 해안에 상륙했고 프랑스 남부해안 400㎞를 뒤덮었다. 토탈을 향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낡은 유조선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유조선 선주회사가 어마어마한 피해를 보상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토탈은 ‘책임지는 기업’의 길을 선택했다. 피에르 구요넷 전략기획 고문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민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고라 법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토탈은 세계 4대 석유회사로 130개국에서 직원 9만 5000명이 총 매출액 1538억유로(약 240조 5463억원·2006년 기준)를 달성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프랑스 국민 57만여명이 토탈 주식을 갖고 있다. 그해부터 토탈은 방제활동에 2억유로(약 3100억원))를 쏟아부었다. 선주상호보험(P&I)과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지급하는 피해보상 한도액(1억 8000만유로)보다도 많은 액수였다. 99년 12월30일 해양전문가 800명으로 대서양 TF팀이 꾸려졌다. 이 팀은 2006년 2월까지 7년간 활동했다. 첫 임무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에리카호에 남은 연료유를 빼내는 일이었다. 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토탈은 2000년 6월1일부터 9월6일까지 해양선 7대와 전문가 300명을 동원해 1만t 이상을 수거했다. 또 헬리콥터와 크레인, 고압세척기 등 방제설비를 제공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어 루아르-아틀랑티크, 모르비앙 등 기름제거가 어려운 지역을 찾아다니며 지원했다. 방제가 마무리된 뒤에는 환경복원에 힘을 보탰다. 기름유출로 피해를 입은 새를 돌보는 낭트수의학교를 후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탈은 방제비로 쓴 2억유로를 IOPC에서 돌려받지 않았다.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한 터라 주민들이 먼저 보상받도록 권리를 포기했다. 토탈의 ‘사회적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등이 토탈과 유조선, 선급 회사 등을 상대로 프랑스 파리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16일 법원이 토탈을 유죄로 판단하며 벌금 37만 5000유로(약 5억 8600만원)와 손해배상금 1억 9200만유로(약 30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토탈은 형사판결에만 항소했을 뿐 민사판결은 수용해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토탈의 행보는 ‘알래스카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과 비교된다.89년 엑손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사운드에서 좌초돼 기름 3만 8800t이 유출됐다. 해변 2000㎞가 오염됐고, 새 25만마리와 해달 2800마리, 대머리독수리 250마리, 범고래 22마리, 수십억마리의 연어와 청어알이 죽어갔다. 당시 회장이던 로렌스 렐은 일주일이 지나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소비자는 분노했고 엑손은 뒤늦게 방제비로 21억달러(당시 2조 1851억원)를 퍼부었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엑손 모빌에 67억 500만달러(당시 7조 2000억원)를 배상하도록 했다. ■ 태안 기름유출 삼성重은 피해지역에 1000억원 특별 기금조성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삼성중공업은 1000억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고 방제작업과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등 사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적극적인 책임 인정과 수습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7일 삼성중공업은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삼성1호’ 부선이 홍콩 유조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차원의 대책반을 구성했다. 부사장을 단장으로 현장에 대책본부를 만들고 방제작업을 시작했다. 주말 3000명, 평일 1000명의 직원들이 동원됐다. 또 해양경찰청과 태안군청에 기본 방제물품을 지원했다. 방제 작업에 필요한 고압세척기와 양수기, 포클레인 등의 특수장비도 내놓았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무료 급식제공, 의료봉사활동, 지역 특산물 구매, 태안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활동도 이뤄졌다. 이같은 지원현황을 금액으로 추산하면 43억원 상당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삼성중공업이 본질적인 책임을 회피하며 소극적인 지원에 그친다는 비난을 낳았다. 사고 두달 후 삼성중공업은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서해연안 생태계 복원활동 지원 ▲피해지역에 발전기금 1000억원 출연 ▲그룹차원의 어촌마을 자매결연과 지역소외계층 후원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대책은 발전기금 출연을 빼면 일반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삼성 쪽이 1000억원을 ‘발전기금’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것은 법적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고 초기 법률문제를 연구한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발전기금’에 대해 “책임은 회피하면서 도의적 차원에서 내놓은 선심성 기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대책엔 방제 전문가와 환경전문가를 통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수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고가인 9억 4200만달러(약 9525억원)짜리 원유시추 선박을 비롯해 올들어 지금까지 수주액 60억달러(6조6700억원)를 기록했다. 특별취재반 ■ 삼성重 과실비율 새달 말께 결론날 듯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서 홍콩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부선(艀船·바지선) ‘삼성1호’ 가운데 사고원인을 어느 쪽이 제공했는지 이르면 새달 말에 드러난다. 국토해양부 소속 해양안전심판원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경위와 과실비율을 가리는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인천·부산·목포 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 3명과 외부 전문가 2명으로 특별심판부를 구성, 지금까지 5차례 심판을 진행했다. 4차까지 인천해양안전심판원에서 사고조사·모두진술 등을 거쳤고, 지난달 16일 5차 심판 때는 예인선 선장 등을 심문하기 위해 홍성교도소 서산지소를 방문했다.6차 심판은 이달 중 열리며 사고 당시 항만관제실 담당 요원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해양안전심판원은 태안 사고처럼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충돌이 발생하면 사고원인뿐만 아니라 사고당사자가 과실비율도 공표한다.1995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해양안전심판원의 결정이 법원의 배상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인용됐다. 따라서 태안 사고에서도 해양심판원이 충돌사고의 과실비율을 내놓으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물론 법원도 보상액 산정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양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준사법기관이라 심리기간이 상당히 필요하지만, 태안 사고의 중요성에 감안 올 상반기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지방심판원이 1심을, 중앙해양심판원이 2심을 맡는다. 최종심은 대법원이 확정한다. ■ 특별취재반 도쿄·런던·파리·마드리드 정은주·오이석특파원 ejung@seoul.co.kr
  • [클릭 월드 Law] 영국 새 ‘기업책임법’

    [클릭 월드 Law] 영국 새 ‘기업책임법’

    최근 영국은 근로 중 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에 대하여 회사로 하여금 무거운 벌금형을 부과하는 ‘과실치사에 관한 기업책임법’을 마련했다. 이전에는 영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회사의 간부급 직원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에만 회사가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개인 회사처럼 간부 개인과 회사를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법에서는 간부 개인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해 처벌못하는 경우에도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경우, 회사에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벌금액수는 제한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가 처벌받은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도록 의무를 지울 수도 있다. ●회사 주의의무 위반만 인정돼도 처벌 영국에서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선박침몰, 화재 등 대형사고뿐만 아니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계를 보면 2006년 7월 한달만 하더라도 약 241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1992년 이후 34건만이 기소되었고 그 중 6건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형사고뿐 아니라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에 대해서도 기업에 직접 형사책임을 지우는 일이 쉽지 않은 현실을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결국 10여년에 걸친 입법 과정 끝에 지난해 7월26일 새로운 기업책임법이 의회를 통과하여 올해 4월6일부터 발효됐다. 이 법이 발효되면서 영국 기업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업이 책임지는 요건은 완화된 반면, 책임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기업으로서는 사고 예방 활동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대형 안전사고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기업경영에서 보건위생과 안전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고 신기술을 도입하여 이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 경영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여론은 이 법을 계기로 기업의 공중보건이나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리게 됐다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법 제도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엄청난 규모의 벌금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결국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리적 책임 강조, 대형사고 예방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태안 앞바다 유조선 침몰 등 우리도 아픈 경험들이 적지 않다. 사망 사고는 아니지만 최근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과자, 세척제를 넣은 컵을 전달한 레스토랑 사고 등을 접하면서 기업의 이윤 추구에 공중위생이나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경우, 소송 남발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나 기업의 과중한 부담으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그리고 당해 기업활동과 무관한 주주의 피해 등과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주장도 있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날로 늘어가는 기업 광고의 홍수 속에서 어떤 상품을 믿고 구입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점차 시장의 주인이 아닌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업이 국가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커진다는 점에서 기업 윤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입법·시행된 영국의 이 법률에 의한 기업 책임 추궁의 제도적 뒷받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민경 법무법인 (유한) 태평양 실무수습 연수생 (제38기)
  • 재벌 ‘고삐’ 풀렸다

    재벌 ‘고삐’ 풀렸다

    지난 20여년간 유지돼 온 재벌 규제가 앞으로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나머지 규제도 존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재계가 요구해 온 ‘규제의 전면 철폐’에는 미치지 못해도 공정위가 사실상 재계에 ‘백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재벌들의 소유지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폭적인 규제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정위의 역할이 기업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지만 공정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100% 동의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출총제와 상호출자금지에 대한 당위성과 긍정적 효과를 나열했다. ●재벌 규제의 ‘전봇대’ 확 뽑는다? 공정위가 1987년 도입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6월까지 철폐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현대차·롯데·GS·금호아시아나·한진·현대중공업 등 7개 그룹 25개 계열사는 앞으로 출자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지금은 자산의 40% 이내에서 출자를 허용하고 있다. 1986년과 1992년에 각각 도입한 상호출자 금지와 채무보증제한 제도도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그룹은 지난해 62개(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지정된 뒤 연말에 제외)에서 올해 41개로 줄게 된다.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2년 42개 그룹과 같아져 사실상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을 빼고는 과거 30대 그룹만 규제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자산규모가 2조∼5조원이던 하이트맥주 등 20개 그룹은 7월부터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이외에도 ▲대규모 내부거래시 이사회 의결과 공시 ▲비상장 계열사의 소유지배구조와 재무상황 공시 ▲출자거래 자료 제출 등의 의무화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재계 ‘거침없는 하이킥’ 괜찮나 공정위는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도 소비자 피해가 큰 경우로 한정, 조사에 따른 기업들의 불만 해소에 부응했다. 금융과 통신 등 다른 부처와의 중복규제도 피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를 제한하는 기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사전적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출자현황에 대한 공시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환형 출자에 대한 규제는 속수무책이다. 대신 가스나 이동통신, 자동차 등 독과점 업종의 폐해와 유류, 은행수수료, 학원비, 통신요금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등에는 규제와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고 상호출자 규제완화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쉬워진 상황에서 공시만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능한 경영진이 퇴출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포괄적 집단소송제 등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문일 이두걸기자 mip@seoul.co.kr
  • [Seoul Law] 불량 먹거리 처벌은 쥐꼬리 구제는 별따기

    [Seoul Law] 불량 먹거리 처벌은 쥐꼬리 구제는 별따기

    ‘생쥐깡’ 파동에서 드러나듯 불량 먹거리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형사처벌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25일 불량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을 밝혀 소비자 피해구제가 실효성있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현실적으로 제조사 책임 묻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생쥐깡과 같은 사안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고 전자동 공정 중 발생한 문제의 경우 형사처벌은커녕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고의성과 과실책임 등을 고려하더라도 제조사에 도덕적 책임 외에 재산적 책임을 지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사안은 식품위생법 위반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법정형은 사안에 따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에서 3년·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수위가 높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해 실형을 선고받으려면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친 점이 명백해야 하는데 불량 먹거리를 유통시킨 점만으로는 형량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사사건의 경우, 손해를 배상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재판과정에서 힘든 것보다 소송제기 자체의 어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지렁이라면’ 사건에서 소비자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올해 1월 확정됐다. 소송비용이 손해배상액보다 더 들어가는 현실에서 나온 의미있는 판결이다. 그러나 소송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사소송은 소송비용이 배상액보다 큰 ‘배보다 배꼽이 큰 소송’이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부담과 비용적인 부담면에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분쟁을 피하려고 한다.”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하고 규제 엄격 적용해야 불량 먹거리 파동이 이어지면서 정부에서 도입방침을 밝힌 집단소송 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 원금과 이자만이 아니라 형벌적인 요소로서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포함시켜 배상받게 하는 제도다. 징벌적 손배제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불량 먹거리 사건에도 넓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성의 최영동 변호사는 “일반 손해배상은 실제 증명된 손해만 배상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증명되지 않은 손해까지 고려해서 손해배상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이나 특정집단이 소비자에게 가해행위를 했다면 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거나 이익보다 큰 액수를 손해배상하도록 해야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될 것”이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으면 불완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훈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의 경우, 소비자 권익 침해행위의 금지, 중지를 요구할 뿐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선 엄격한 적용으로 기업들이 언제든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손해를 무릅쓰고 문제가 확대되기 전 제품에 대한 자발적 리콜 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쉬쉬하다, 문제가 확산돼 비난이 거세지면 어쩔 수 없이 리콜조치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법무법인 서해의 장원철 변호사는 “제조사의 고의성을 찾을 수 없지만 안일한 제조공정상 실수가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면 기업도 제조공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먹거리 사건 판결을 보니…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한 해에 1000건이 넘는다. 불량 먹거리 사범에 대한 법원의 처벌 유형을 분석해봤다. ●실형선고 사례 드물어 최근 5년간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처리 형태를 분석한 결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많았다. 대부분 관할 관청의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로 운영하다 적발된 경우였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자체로 인한 사건은 드물었다.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봤을 인삼의 경우, 중국삼을 국내삼인 것처럼 속여 판 업자들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춧가루의 산지를 속여 판 업자도 역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해물탕이나 찜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미더덕의 경우에도 변질된 것을 대량 유통시킨 업자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가짜 한우의 경우 실형부터 벌금형까지 다양했다. 유통기한을 넘긴 삼겹살도 가짜 한우와 비슷한 형량을 선고받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명 ‘쫀디기’의 경우에도 불량 먹거리라면 형량은 높았다. 빵에 넣으면 안 되는 화학물을 넣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이밖에 중국산 오징어를 국내산처럼 허위표시해 유통시킨 경우 벌금형이 선고됐으며, 노점상 신고를 하지 않고 위생과 내용물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원료로 강정을 만들어 팔던 사람에게는 5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복어는 실형선고 하지만 일부 식품의 경우, 실형선고도 있었다.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이었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 형사항소부는 수입이 금지된 복어를 밀수입한 뒤, 음식점 등 시중에 유통시킨 정모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3월에 추징금 2억 5340여만원을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1년3월의 실형선고는 충격적인 일로 평가됐다. 당시 재판부는 “일반 대중을 수요층으로 하는 식음료의 안전성과 관련한 각종 법령상의 규정은 국민건강 확보 차원에서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면서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치명적 독성으로 인한 건강상 우려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복어살·복어껍질 등 복어 부산물을 수입이 가능한 원형 복어인 검은 밀복으로 품명을 허위 신고하는 방법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수입한 후 시중 음식점 등에 판매하고, 약 10개월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밀수입된 위 복어 부산물이 시중에 판매됨으로써 국민건강에 미쳤을 수 있는 해악 등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복어의 독이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관련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하게 처벌한다는 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판결이었다. 2004년 미국산과 호주산 수입고기를 국내산 한우인 것처럼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된 유명 한우갈비 전문점 대표 윤모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최종두 판사는 “소비자들에 대한 사기죄 성격을 겸하고 있으며 식당 매출규모가 8개월에 12억원을 넘는 등 매출액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었다. 또 니코틴이 함유된 물을 금연보조제로 속여 판매한 고모씨도 1심에서 징역10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만들어진 물이 유독성 물질에 가까울 정도로 니코틴이 함유되고, 위생관리를 하지 않아 세균이 검출된 음료를 일반인에게 방문판매 형식으로 다량 판매한 점과 음료의 안전성이나 효험 등에 대하여 터무니없는 허위 광고를 한 점 등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국민보건의 안전성에 매우 중대한 침해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효과적인 소비자 권리 보호방안은? 정부가 25일 불량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방침을 밝힌 것은 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새우깡이나 칼날이 들어 있는 통조림 사건에서 보듯 끊이지 않는 소비자 우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한 화답이다. 하지만 국회는 그동안 기업활동 위축을 이유로 입법화에 부정적이었던 터라 18대 국회에서의 입장변화가 주목된다. 현행 소비자권리구제방안으로는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제도와 소비자단체소송, 증권분야 집단소송이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제도는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 이상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상결정이나 계약이행 등 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3월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20건이 접수돼 11건이 처리됐다.11건 가운데 7건은 집단분쟁조정사건으로 인정됐으나 사업자와 소비자간에 조정이 성립된 건은 3건에 불과하다.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단체소송제도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무법인 서린의 장진영 변호사는 “소송 남발 등의 폐해를 우려한 재계 등의 반발로 집단소송이 아닌 단체소송이 도입됐으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효력이 없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가 원고자격을 갖는 단체소송과 달리 집단소송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도입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통해 증권 분야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집단소송 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 법조인들은 그 원인으로 비용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이성훈 변호사는 “인지대만 5000만원이고 기타 광고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1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집단소송을 낼 수 있다.”면서 “남용을 방지하는 명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집단소송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청의 불량식품에 대한 과학적 검증 시스템 등 실효성 있는 집단소송제가 마련되면 엄격하게 대상을 한정하더라도 문제가 된 새우깡이나 통조림과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먹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집단소송을 통해 판매수익만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람들뿐 아니라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해배상액을 나눠 갖고 남는 돈은 국고로 환수해서 식품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공정거래 독버섯 카르텔] (5) 전문가 좌담

    서울신문은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 추진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서 간과되기 쉬운 기업의 윤리성 제고를 위해 카르텔 실상과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했다. 지난달 27일 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선임연구위원, 군산대 경제학과 이의영 교수(경실련 상임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현갑 기획탐사부장이 맡았다.2시간 정도 이어진 좌담 내용을 정리한다. ▶담합은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 ●이의영 교수 카르텔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카르텔이 문제다. 그 중 일부가 적발되는 것이고 적발되지 않는 카르텔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최근 들어 카르텔 적발 건수가 늘어나고 과징금 액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카르텔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느 나라에서나 시장의 경쟁질서를 해치는 중범죄로 취급하는 카르텔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인권 연구위원 담합은 고대 노예시장에서도 발견된다. 문제는 담합 규모와 정도인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거나 낮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신문기사에서도 보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에서 물증을 가지고 담합으로 드러난 사실은 보도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확실한 물증 없이 공개적으로 기업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또 담합이라는 것이 쉽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담합이 유지되려면 모든 카르텔 참가자들이 만족할 정도의 가격설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담합이 어떤 시장구조에서 용이하고, 어떤 구조에서 어려운가 하는 분석을 하면서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 교수 난 생각이 다르다.1999년에 카르텔일괄정비법이 통과됐다. 그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담합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연합회와 협회가 무수히 많다. 그들의 주 목적은 담합이다. 담합은 수십가지 종류가 있다. 거래의 극히 일부 조건만을 담합해도 담합이다. 협동조합은 예외로 명시돼 있지만, 협동조합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서로 가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업무로 명시돼 있다. 이것도 중요한 카르텔인데,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카르텔이 죄의식 없이 당연한 업무나 역할로 인식되면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재찬 카르텔조사단장 카르텔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법 위반인지 아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경우도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 담합이 고질적으로 일어나나. 분석해 보자면 우선 사업자단체들이 카르텔을 유발하는 환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협회에서는 보통 모임을 한다. 여기서 법 위반을 의식하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한다. 유교적인 온정주의도 한몫한다. 함께 모여 공통사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카르텔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이 경쟁하면 얼마나 피곤하겠나. 기술경쟁이나 가격경쟁 등 모든 면에서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담합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적발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그 유혹은 계속된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한도는 매출액의 10% 정도다. 업체들로서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과징금으로 인한 손해보다 많다 보니 계속해서 담합한다.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단장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는 선진경쟁강국과 비슷한 수준이다.2005년 법을 개정해 과징금 부과한도를 매출액의 10%까지 올렸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같다. 다만 실질적으로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적발되는 카르텔이 대부분 2005년 이전에 일어난 행위이다 보니 그때 적용 수준인 5%를 적용, 부과율이 낮기 때문이다. 자진신고자에게 감면혜택을 주는 것도 이유다. 업계에서 왕따가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인센티브로 감면혜택을 준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과징금 규모 자체만 갖고 처벌 수위를 논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은 행정처벌인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형사처벌만 하고, 유럽연합은 과징금만 부과하는 등 한 가지 수단만 갖고 처벌한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사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은 카르텔을 중범죄(felony)로 본다. 형사처벌 대상인데 우리나라는 행정처분인 과징금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다. 물론 과징금 자체가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창달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받는 경제주체에게 보상이 돼야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과징금을 바라봐야 한다. ●이 위원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은 담합했을 때 기대이익보다 규제비용이 많아졌다. 담합은 점차 억제될 것이다. 과징금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는데, 행정제재와 부당이익 환수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차후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공정위 과징금은 행정제재에 머무르고 부당이익 환수는 피해자가 사적구제소송을 통해서 배상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선진국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손해배상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공정위 과징금도 받고 손해배상소송도 당해 실질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처럼 시행되고 있다. 이런 것을 감안해 앞으로 과징금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부과돼야 할지 공정위나 학계에서 고민해야 한다. ●이 교수 이 박사 말처럼 사적소송이 활성화돼야 하나 현재는 상당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3∼4년 전만 해도 공정거래법에 공정위 심결이 끝나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었다. 행정법 체계와 민사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개정이 됐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손해배상은 손해액만 배상되고 과징금은 정부 수입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다만 과거보다 많은 징벌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 위원 과징금도 부과하고 손해배상도 한 사례가 있다. 군납유 담합과 관련, 법원은 국방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업체에 810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과징금은 행정제재적인 성격에 국한해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적 피해는 소송을 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 교수 불법행위 재발방지 구조를 갖추려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공정위에 의한 기업의 감시체계에 불과하다. 미 대법원 판례는 윙크 한번만 해도 카르텔이다. 밥 한번 먹어도, 잘해 보자 한마디 했어도 카르텔이다. 명시적 협약서를 어느 바보가 만들겠나.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카르텔은 개선될 가능성이 약하다. ●이 위원 공정위가 중소 규모의 시장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공정거래법 집행의 사각지대가 있다. 예컨대 학교에 공급되는 급식이나 기자재 등 세밀한 부분도 공정위에서 균형있게 감시했으면 좋겠다. ●정 단장 카르텔을 근절하려면 행정처벌, 형사처벌, 나아가 소비자에 의한 손해배상제도가 같이 맞물려 가야만 한다. 그중 한두 개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담합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징금으로 처벌하고 형사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환원명령은 못 한다. 모든 품목의 원가를 계산하고 정부가 개입해서 얼마까지 내리라고 할 수 없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높게 해서 자연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소송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나. ●정 단장 과거에는 소송 당사자가 피해액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법을 바꿔서 판사가 정황을 판단해 간주하도록 했다. 또 공정위 심결 확정 전에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자료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드는 등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주권의식을 갖고 기업의 담합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상당수는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 시민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아 그렇다. 세제를 사서 3000원 손해 봤는데 누가 몇년 동안 수천만원 들여 소송하겠나. 우리나라도 단체소송제를 도입했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소비자들을 모아서 단체소송하는 게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할 일이 아니라 로펌이 할 일이다. 소송천국이 된다지만, 그게 법치주의 아닌가.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 제도들도 정비될 것이다. 사전적 예방 기능이 강화되는 거다. 불법행위를 하면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 위원 그러나 집단소송제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미국도 집단소송의 폐해가 상당히 많다. 변호사들이 나서서 주도하지만 비용만 챙기고 소비자들은 몇푼 못 건지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서 최종 판결된 것도 거의 없다. 법원 밖에서 기업들이 이미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주는 거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이 위원 경제검찰로서 공정위가 사안을 다루는 것과 달리 검찰이 직접 다룰 경우, 기업이 느끼는 부담감·위축감의 정도가 다르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시기상조다. 지금도 공정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형사고발하고 있다. 굳이 검찰이 독자적으로 형사소추할 필요까지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와 입장이 같다. ●이 교수 본질적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문제다. 당사자가 왜 법에 호소하지 못하고 행정부에 호소해야 하나. 전속고발권은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실체 규정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집행할 때 전속고발권에 의해 발목이 잡힌다. 카르텔로 피해를 입었어도 검찰에 형사고발도 못하는 것은 안 된다. ●정 단장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공정거래사건을 똑같이 보면 안 된다. 일반형사사건은 행위양태만 보고 법위반 여부가 결정되지만, 공정거래사건은 종합적인 판단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특성 때문에 전속고발권을 가져야 한다. 또 전속고발권을 폐지했을 경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기업활동을 검찰이나 경찰이 조사하며 인신구속 등을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또 공정위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개입해 같이 조사해서 다른 판단이 나오게 되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나아가 조세범처벌법에도 전속고발권 제도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전속고발제의 타당성을 이미 인정했다.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지금도 검찰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이 교수 먼저 공정위보다 검찰 경찰의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공정위 출범 초기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문성이 강화되게 마련이다. 또 사법부와 공정위간 의견차가 날 우려가 있다 하시는데, 그야말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활동 위축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지난해 법학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약 80%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데 필요한 요소다. 조세범처벌법상의 전속고발권도 얘기했는데 세무당국이 당사자인 만큼 전속고발권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경우, 담합에 따른 피해 당사자는 국민들 아니냐. ●이 위원 다른 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카르텔을 다루지만,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사안을 다룬다. 법무부 안에 반독점국이 있는데, 유능한 경제학자도 많고 분석능력도 있다. 검찰이 수사한다 해서 기업이 위축받지도 않는 등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찰의 상징성도 있다. 또 전문성이 하루이틀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고도의 기법을 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공정거래사안을 다루는 것은 무리하다고 본다. 사회 박현갑 기획탐사부장 정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한국경제 재도약의 길] (2)밑바닥 경제 살리기

    [한국경제 재도약의 길] (2)밑바닥 경제 살리기

    “성장의 내실이 실제 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혜택을 주느냐, 그런 관점에서 정책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전인 지난 17일 열린 새 정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한 말이다. 경제성장률의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 혜택이 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더욱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특히 성장 우선의 성장복지 경제정책이 핵심인 ‘이명박식 경제주의’(MB노믹스)의 특성상 이 대통령이 표방한 친기업 정책이 친재벌 또는 친대기업 정책으로 변질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MB노믹스의 핵심은 선(先)경제성장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능력 있는 기업과 인재를 많이 키워내 ‘선진 사회’로 가면 경제도 성장하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 자연스럽게 복지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아랫목이 따뜻하면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논리다.‘능동적 복지’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의 걱정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의 서민경제 정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데 근거한다. 있더라도 규제를 푼다는 식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해 실행 가능성 자체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나온 내용 가운데 서민경제를 위한 의미있는 대책은 산업은행을 민영화한 기금으로 한국투자펀드를 조성,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한다는 것이 전부다. 김남근 변호사는 “시장자율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공공성 원리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도 중요하다.”면서 “서민 신용대출을 위한 국책은행의 설립이나 개인파산·회생제 활성화, 장기전세 임대주택 공급계획, 대학 등록금 해결 방안, 비정규직 축소, 징벌적 손해배상 등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대기업 위주의 낡은 성장전략만 고수하기보다는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을 목표로 한 직접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대책만 해도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조했다. 김상조 소장은 “2002년 현재 보증과 융자, 투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규모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6.6%로 미국(0.2%)이나 프랑스(0.5%)보다 훨씬 높지만 이를 체감하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면서 “중소기업을 잘 아는 은행 등에 지원 대상의 선별·관리·회수 업무를 맡기는 등 지원의 전달장치부터 개선, 지원 자금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규제는 풀더라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하청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승일 박사는 “핀란드의 노키아가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 규제 완화에 있다고 하지만 노키아가 하청업체를 쥐어 짠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규제도 강화할 것은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도 “미국의 경우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독장치나 소송제도가 잘 발달해 있고, 유럽은 노조의 경영참여나 노사정 협의체, 적극적인 사회보장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친기업 정책을 펴더라도 양극화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둘 중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선진사회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빈부 양극화 이유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이 갈수록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고도성장과 세계화를 꼽는다.1980년대 이전까지 고도성장을 이루던 산업화 시기, 성장의 ‘과실’은 모두에게 돌아갔다.‘파이’가 계속 커지면서 생활 수준은 상향 이동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성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제화 추세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국제화가 이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우리 경제는 무방비 상태로 국제화에 휩쓸렸고, 기업들의 국제화 진전 노력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잇따랐다. 국제화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을 키워 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제화에 따른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주주를 경영의 중심에 두는 주주 자본주의가 나타난 것이었다.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영의 목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적을 강조했다. 이 결과 고액 연봉과 대량 실업이 일상화됐다. 비정규직도 늘어 지난해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570만 3000명, 임금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도 35.9%에 이르고 있다. 현재 주주 자본주의는 세계 기업경영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기업들은 빠른 실적을 위해 단기 투자에만 열을 올렸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에는 소홀했다. 이 와중에 직원 채용은 줄고, 명예퇴직자는 늘어나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은 물론 대기업과 상생 관계에 있던 중소기업에도 직격탄이었다.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과거 형평성 차원에서 이뤄진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 대신 무한경쟁의 원칙이 적용됐다. 고유가 등 악재가 터질 때에도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를 내리는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중소기업은 마땅한 해결 수단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 기술의 부가가치를 올려 제조 원가를 낮춘 일부 중소기업은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해외의 싼 인력을 고용하는 손쉬운 방법을 썼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벌어지고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득계층별 실질소득도 상위 10%와 중간 계층, 하위 10%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도성장 이후 불거진 부동산 붐의 여파는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2000년 54조 2000억원 수준이었던 주택담보 대출은 지난해 221조 6000억원으로 7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대출 이자를 갚느라 돈을 쓸 여력이 없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더욱 쪼들리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스웨덴·덴마크의 성장복지 비결 성장복지의 성공적 모델로는 스웨덴, 덴마크 등이 거론된다. 이들 모두 복지의 기본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복지의 재원이다. 나아가 복지가 빈곤구제가 아니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넓은 복지로 지지 확보 참여정부의 ‘비전 2030’ 선포로 관심이 집중된 스웨덴은 친(親)대기업 정책과 광범위한 복지정책이 공존한다. 좌·우도 아닌 제3의 길이다. 성장의 파이를 키워 그 과실을 사회복지에 쓴다는 개념으로 기업 우대세제, 기업 집중유도 등을 펴왔다. 대기업들은 직원교육,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쓰는 재생기금(옛 투자기금)에 세전 이익의 20%(1982년 이전에는 40%)를 적립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답한다.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브, 에릭슨, 일렉트로룩스 등의 최대주주인 발렌베리가(家)는 스웨덴 시가총액의 40%, 국민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삼성과 달리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복지는 특정 계층이 아닌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공감대를 넓혔다. 주 스웨덴 대사관에 따르면 2002년 스웨덴 복지제도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찬성률이 80%였다. 소득이 높을수록 부가연금, 질병수당, 실업보험 등의 급부가 결정되는 소득비례형 복지 프로그램으로 중산층의 지지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대다수 국민이 내는 세금은 33% 수준이다. 세금의 상당부분이 복지 형태로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적다. ●덴마크, 실업자 보호에 강점 덴마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기업이 3개월 전에 해고를 통보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직업 안정성이 높다고 여긴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는 최장 4년간 직전 급여 90%까지를 실업급여로 준다. 실업자 교육과 재취업 등에 GDP의 1.5%를 쓴다. 다른 유럽 국가의 두 배 가량 되는 수치다. 이같은 노력으로 해고자의 95%가 1년 안에 재취업한다. 재취업에서 탈락해 빈곤층인 된 사람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잘 돼 있다. 빈곤층에게는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최저 생활을 보장해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무료이며 17세까지 매월 일정액의 양육비가 나온다. 개인소득세가 평균 50%에 이를 정도로 세율이 높지만 불평의 목소리는 매우 적다.2006년 영국의 신경제재단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대학이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덴마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하다.‘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단독]옵셔널캐피탈 김경준씨·李당선인 상대 손배소송…LA연방법원, 22일 재판 개시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옵셔널벤처스의 후신인 옵셔널캐피탈이 김경준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배심재판이 22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미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에서 진행된다. 최종 판결은 배심원 평의를 거쳐 다음주 초에 나올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 소송의 ‘제3의 피고’로 지정돼 있어 소송 결과에 따라 ‘이명박 특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옵셔널캐피탈 소액주주들은 2004년 6월 김씨와 부인 이보라씨, 누나 에리카 김씨 등을 상대로 3000만달러(약 2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냈다. 김씨 등이 2002년 7∼10월 회사자금 380억원을 횡령하고,2000년 12월∼2001년 12월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2005년 “회사를 함께 운영했던 이명박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이 당선인을 제3의 피고로 신청했고 미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제3의 피고’란 소송 중에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인물을 새로운 피고로 끌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씨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의도적으로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띄웠는지 ▲회사자금을 몰래 빼돌렸는지 ▲부당한 이익을 챙겼는지 ▲불법을 공모했는지 등이다. 검찰이 지난해 말 김씨를 구속기소하며 제기한 범죄 사실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번 재판에서 김씨가 패소하더라도 미 법원이 제3의 피고인 이 당선인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명박 특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법원이 이 당선인을 ‘공동 가해자’로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면 이명박 특검팀은 원점에서부터 이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재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 직전에 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이 당선인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반면 김씨가 승소한다면 한국의 형사재판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변호인측은 기대한다. 홍선식 변호사는 “옵셔널캐피탈과의 민사소송에서 이기면 회사자금을 횡령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면서 “이달 말에 판결문이 나오면 면밀히 분석해 우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원이 참여한 첫 재판은 소송이 시작된 지 3년7개월 만인 이날 오전 8시30분쯤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법원은 원고측인 옵셔널캐피탈과 피고측인 김씨 등에게 모두진술·증인심문·최후진술 등을 포함해 각각 14시간씩 재판시간을 허락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배심원이 평의를 거쳐 원고 승·패소 판결은 물론 손해배상액까지 결정한다. 피고측의 행위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판단하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할 수도 있다. 이 배심재판에 김씨는 증인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미 법원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가 화상전화나 음성전화로 증언하는 방법을 강구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미국 정부와 진행한 재산 압류 민사소송에서 김씨가 진술한 증인 심문을 법정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앞서 김경준씨는 미국 법원에서 ㈜다스, 미국 연방정부와 민사 소송을 벌여 모두 승소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단독]졸속행정 ‘징벌적 손배’ 첫 판결

    지방자치단체의 불법 졸속행정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미래가치까지 계산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법원은 자치단체가 불법적인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피해 비용의 일부만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 이광범)는 부동산 신축판매업체 B사가 “건축을 허가했다가 6개월 만에 공원을 조성한다며 건축 허가를 취소해 손해를 입었다.”며 수원시를 상대로 낸 75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수원시는 원고에게 6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원시가 상가 건축을 허가해 원고가 많은 비용을 들여 건축 및 분양사업을 40% 이상 진행했고 수원시가 상가의 건축허가를 취소하기 위해 단기간에 졸속으로 공원조성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행위에 대해 수원시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원시가 원고에게 지불한 토지 보상비 97억여원 외에,B사가 상가분양을 무사히 마쳤다면 얻었을 예상수익인 64억여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민법이 정한 연 5% 이자율을 적용하면 실제 배상액은 78억원을 웃돌게 된다. 재판부는 “지자체가 개인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때 신중을 기하도록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수원시 광교저수지 부근에 지하 2층, 지상 8층짜리 상가를 건축하기 위해 2003년 2월 수원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상가 분양을 40% 진행했을 무렵 수원시는 건물부지를 포함한 일대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도시관리계획을 통보했다. 이어 8월18일 수원시는 상가의 건축허가를 취소했고, B사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는 공익을 위한 결정이고 적절한 토지보상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정은주 오이석기자 ejung@seoul.co.kr ■ 용어 클릭 ●징벌적 손해배상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일 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나,‘인혁당 사건’처럼 국가의 불법행위가 고의적일 때 법원이 손해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 李당선자 ‘뇌물 50배 벌금 공약’에 촉각

    공무원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뇌물 공무원’ 처벌 관련 공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 전 공공부문 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게 징역, 구류 등 자유형과 별도로 뇌물 수수액의 50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리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현재 형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등은 뇌물죄, 알선수뢰죄 등에 대해 징역 등 자유형만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 조항은 없다. 당선자측은 이 공약을 마련하면서 현행 ‘공직선거법’을 참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유권자가 후보측으로부터 불법적인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그 금액의 50배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조항을 뒀다. 이 조항은 실제 불법선거자금 운용 및 불법 기부행위 차단에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만일 뇌물죄에 대해 ‘50배 벌금 병과’ 공약이 실행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반응이다.100만원짜리 봉투 1개만 받아도 5000만원을 토해내야 하고, 수백만원을 받으면 아예 집을 날리는 사태도 올 수 있어서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모든 처벌은 지은 죄만큼 받는 게 원칙”이라면서 “50배 벌금은 과잉규제”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어 “지금도 뇌물액수가 많거나 특수한 경우엔 특가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고, 뇌물액수만큼 추징당하거나 재산을 몰수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내 투명성 조사 관련 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50배 과태료 조항도 관점에 따라선 가혹해보일 수 있지만 사회정책적, 징벌적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뇌물죄에 대한 50배 벌금 도입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단독] 김씨,李연루의혹 집착 왜?

    [단독] 김씨,李연루의혹 집착 왜?

    구속된 김경준씨 측은 자신과 누나 에리카 김, 부인 이보라씨와 어머니까지 모두 나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소유 의혹을 부추겨 왔다. 하지만 김씨 측이 제출한 계약서는 가짜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왜 김씨가 이 후보의 연루의혹 제기에 집착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감옥행이 뻔한 한국행을 자진해서 선택한 이유 또한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서울신문은 3일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변호사들의 자문을 받아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자료와 김씨의 범죄인 인도 청구서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의 ‘BBK 드라마’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주가조작 이득금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옵셔널 벤처스의 후신인 옵셔널 캐피털은 지난 2004년 6월 조직범죄 피해자 보상법(RICO)에 따라 김씨, 에리카 김, 이보라씨와 주가조작에 동원한 페이퍼 컴퍼니들을 상대로 3000만 달러(약 2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김씨는 2005년 5월20일 이 후보를 ‘제3의 피고’로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제3의 피고란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인물을 소송 중간에 새로운 피고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만약 법원이 이 사건에서 이 후보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후보도 피고에 편입돼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지게 된다는 것. 미국 변호사 A씨는 “피고측 전체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김씨는 이 후보를 대상으로 별도의 재판 없이 ‘재산 회복’을 청구, 배상액 중 일부를 이 후보로 하여금 물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제3의 피고 신청과 함께 배심제도 요청했다. 미국변호사 B씨는 “에리카 김 등이 사건의 주요 고비마다 중요한 자료를 하나 둘씩 공개하며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배심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김씨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주가조작으로 챙긴 이득금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씨는 BBK계좌를 이용한 가장매매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뒤 외국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이득금을 빼돌린다. 옵셔널 벤처스의 최대주주였던 블랙스톤 인베스트먼트와 AM파파스는 단기차익을 챙긴 뒤 불과 두 달 차이로 각각 298만주(주당 1400∼1700원)와 95만주(주당 1618원)를 처분했다. 이렇게 주가조작으로 챙긴 돈은 모두 페이퍼 컴퍼니들의 해외계좌로 빠져나갔다. 해외계좌 추적은 우리 검찰의 권한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김씨가 한국에 돌아오면 행위지법에 따라 형사처벌은 한국에서 받지만, 한국의 사법력이 미치지 않는 미국 계좌의 범죄수익은 그대로 챙기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 변호사 C씨는 이에 대해 “미국 검찰 및 금융기관과의 공조가 아주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해외 계좌로 빠져나간 자금에 대해서는 밝혀내기 힘들다.”면서 “이 돈을 환수하려면 직접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 마무리를 하면서도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차별금지법안 인권구제 미흡하다

    법무부가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할 차별금지법안을 공개했다. 법안을 보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한 비합리적인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예방하며,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의 골격을 두루 갖췄다. 늦은 감은 있지만 헌법이 보장한 평등 이념에 따른 인권 법안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유형·무형의 차별이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차별로 인해 적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차별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태어난 이상은 차별없이 살아야 한다는 이념을 실현할 기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법안에는 몇가지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 차별의 구제 항목에서 인권위의 권고안과 크게 차이가 난다. 먼저 소송 지원 부분이 빠졌다. 피진정인이 인권위의 차별 결정에 불응하고 중대한 사안일 때 인권위가 소송을 지원하도록 한 항목이다. 국가가 소송을 지원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누락되었겠지만 피해자가 약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 지원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됐어야 옳다. 악의적 차별로 발생한 손해의 2∼5배를 배상토록 한 부분도 법안에는 없다. 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염두에 둔 인권위의 가중적 손해배상은 차별을 억제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사용자의 정의도 법안에선 근로기준법을 따르고 있으나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용자가 많은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물리는 강제이행금 조항도 없다.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된다. 이 땅에서 차별을 줄이고 차별 받은 약자가 제대로 구제 받기 위해서는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의 내실있는 법안 심사를 기대한다.
  • 처벌 빠진 차별금지법

    헌법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이르면 내년 말 시행된다. 법무부는 28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다음달 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안 도입을 권고한 뒤 1년 3개월여 만이다. 법안은 이르면 올 11월 법제처 심사와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부칙에 따라 1년 이후인 내년 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안은 우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인종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재화·용역의 공급 및 이용, 교육과 직업훈련, 법령·정책의 집행 등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하거나 제한·배제하는 것을 금지했다. 괴롭힘이나 차별을 위한 표시, 이를 조장하는 광고 행위까지도 차별로 간주해 엄격한 법 적용을 지향했다.차별 피해 신고는 피해자 본인은 물론 차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도 가능하게 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차별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지만, 차별을 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직무 등 정당한 사유에 따른 행위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하지만 법안은 공청회 등에서 “피해 당사자가 차별을 입증하기보다 차별한 사람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강제이행금 부과, 시정명령권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 조치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실효성을 확보할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인권국 홍관표 서기관은 “차별금지법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처음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적용하는 포괄적 기본법”이라면서 “일반 법령에 개별법과 같은 형사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고 입증 책임도 분담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50여개의 개별 법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첫 일반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그러나 인권위가 권고했고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듯이 시정명령, 강제이행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적극적 형태의 구제조치가 빠져 실효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구속 만능주의 망령 떨칠 때 됐다

    학력위조 파문으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신정아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기각된 데 이어 권력형 비리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검찰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형사소송법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영장 기각의 이유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에 법원이 지나칠 정도로 무감각하다면서 구속영장항고제 도입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자며 역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혹 규명이 피의자 인권보호를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검찰은 신병 확보 후 추가 범죄를 밝혀내겠다는 수사편의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검찰의 영장 집착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꽁꽁 묶어둔 채 공권력을 앞세워 피의자를 윽박지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들도 바뀌어야 한다.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의 경우 항상 유죄로 예단한 뒤 구속이라는 징벌적 처벌부터 요구한다. 이 땅의 사법의식이 3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는 신씨나 정씨의 비리의혹을 추호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검찰이 추가조사에서 증거가 확실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새로운 혐의를 찾아낸다면 영장을 다시 청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구속이 사법정의의 실현은 아니다. 구속은 사법절차의 한 단계일 뿐이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어디까지나 불구속 수사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저명 인사라는 이유로 구속영장 발부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법 폭거다. 이젠 의혹 부풀리기-구속 요구로 이어지는 후진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 [종교·신념따른 대체복무 허용] 국민 절반 찬성여론 반영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18일 국방부의 발표는 그동안 ‘시기상조론’을 고수해온 국방부 입장에 비춰 다소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월 사회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던 당시국방부는 징병제 원칙 훼손 가능성과 국민 다수의 반대여론 등을 이유로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 허용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후 찬성 여론 높아져 이날 국방부가 밝힌 입장 선회의 배경은 사회적 찬성여론이 확산되고, 현장조사를 통해 병역기피 수단으로의 악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지난 2005년 국방연구원 조사에서 23.3%에 그쳤던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찬성여론은 지난해 민·관 합동 대체복무연구위원회 조사에서는 39.3%,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 뒤 한 방송사 조사에서는 50.2%까지 증가했다. 권두환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최근 소록도 한센 복지시설 등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형사처벌을 감수할 만큼 강한 신념 없이는 근무가 쉽지 않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기구의 반복되는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 전향적 접근 강조 청와대 등 핵심부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2년 12월 “병역의무에 예외가 있을 수 없지만 양심의 자유도 헌법정신에 입각해 존중해야 한다.”며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가 국가인권정책의 3대 쟁점으로 제시한 ▲사형제 ▲국가보안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 가운데 앞의 두 가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신장을 국정과제의 중심축으로 삼아온 참여정부 내부에선 세 가지 사안 가운데 하나라도 임기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압박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전히 ‘징벌적’ 차원 접근” 비판도 학계와 사회단체 일각에선 국방부의 이번 방침이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소수자 인권 보호’가 아닌 ‘징벌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대체복무제를 연구해온 이재승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보다 2배나 길게 책정한 것은 이들을 여전히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 독일과 타이완은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도 현역과 같거나 비슷한 복무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시론] 세정 혁신과 국가경쟁력/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한국회계학회 회장

    [시론] 세정 혁신과 국가경쟁력/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한국회계학회 회장

    올해 상반기 세수실적이 지난해 동기보다 15조원 이상 늘어나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연말까지는 전년대비 20조원, 금년 세입예산 대비 1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자재정으로 국가부채가 확산되는 위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세수추계가 잘못됐고 가혹한 세금을 부과한 결과라며 폄하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과세포착률 제고와 성실납부 유도를 근간으로 하는 세정혁신의 결실임을 알 수 있다. 작년 12월31일이 공교롭게도 일요일이어서 납기인 세금에 대해 올해 1월2일까지 납부가 가능해 이월된 금액이 3조원 이상이다. 또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도 4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가격변동의 정확한 사전예측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세수증가분 중 6조원은 납세자의 성실신고에 따른 세정혁신의 열매인 것이다. 우리 세제의 고질적 병폐는 거래증빙 주고받기가 정착되지 않아 과세포착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증빙교부 없는 현금거래를 통해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로 연결되는 세금을 쉽게 포탈할 수 있어 소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지갑 근로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법체계도 너무 복잡해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유리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기가 힘들었다. 국세청은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이라는 구호아래 성실납세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납세자에 대한 세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를 열면 각종 절세기법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배우자 사이에 명의를 분산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고단위 절세기법을 보고 있으면 국세청 홈페이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과세대상을 빠짐없이 포착하려는 당국의 제도개선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에 대한 인센티브로 과세정보가 전산망을 통해 착실히 확보되고 있다. 또 고의적인 탈세에 대해서는 40%의 징벌적 가산세를 부과함으로써 탈세유혹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세무조사도 건수는 줄이되 대상 선정의 효율을 높이고 조사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다른 사업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조사방침도 정착되고 있다. 근로소득자의 가장 큰 불만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비해 세금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이다. 이런 불만은 철저한 과세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세청이 해결할 과제인데 근래에 와서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 사이의 불균형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금년 종합소득세 신고분에 있어서 자영업자는 전년대비 26.6%의 증가율을 보여 근로소득자의 8.7%보다 훨씬 높다. 정부는 세수초과분을 당초 예상됐던 적자국채 발행을 취소하고 공적자금과 국가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성실납세가 정착돼 세수가 안정적으로 증가될 경우 세율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개방이 가속화돼 경제활동의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경쟁국보다 높게 유지하는 것은 투자를 몰아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국세청이 성실납세 환경을 조성하는 혁신을 지속해야 세율인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과세포착률 제고로 세율을 낮춰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투자와 고용확대를 통한 안정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 혁신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한국회계학회 회장
  • [씨줄날줄] 바지소송/ 이목희 논설위원

    18세기 영국 신문의 삽화. 피고·원고를 젖소로 묘사하고, 양 옆에서 변호사가 젖을 마구 짜는 내용을 그렸다. 소송만능주의를 부추겨 변호사만 배를 불리는 세태를 꼬집는 것이었다. 이런 풍조는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의 소송 관련 사회 지출은 한해 200조원이 훌쩍 넘는다. 2002년 성폭력 용의자 하비 테일러는 플로리다 경찰을 고소했다. 이유는 “왜 나를 빨리 못 잡았나.”였다. 경찰을 피해 다니다 눈밭에서 동상이 걸려 발가락을 두개나 잘라야 했다고 항변했다. 영미식 소송만능주의의 하이라이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1760년대 영국 법원의 판결에서 비롯되어 미국에서 애용되고 있다.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때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아내는 게 대다수 미국 변호사의 꿈이라고 한다. 한인 세탁업자와 ‘바지소송’을 벌인 로이 피어슨 워싱턴 행정심판소 판사 역시 소송만능주의에 찌든 인물이다. 그가 한인 세탁업주로부터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바지의 가격은 75만원 남짓. 그런데 500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다니, 정신이상이 의심될 정도였다. 다행히 미국 법원은 세탁업주 정진남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무리 소송대국이지만 상식의 힘이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도 소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대선판에 난무하는 고소·고발이 하나의 방증이다. 조만간 법률시장이 개방되어 영미식 풍토가 자리잡으면 소송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피어슨 판사는 정진남씨가 ‘고객만족 보장’이란 문구를 내건 점을 문제삼았다. 정씨가 소규모 세탁소를 운영했기에 이겼지, 대기업이었다면 결과가 어찌 됐을까. 과대광고뿐 아니다. 개를 짖게 해 남의 기분을 망치는 소소한 일도 소송감이 될 수 있다. 정씨는 “피어슨 판사를 용서하며, 재임용 탈락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인정이 남아있는, 한국적인 발상이다. 그가 500억원 송사로 2년 동안 당한 고통이야말로 바지 한벌 유고에 비할 바 아니다. 엄청난 역(逆)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미덕에 피어슨 판사는 감사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하) 어딜 수술해야 하나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하) 어딜 수술해야 하나

    조세 제도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상황 속에 경제는 21세기를 달리는데, 일부 세제는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려 온 비과세·감면 세제, 급조한 부동산 세제, 시대에 뒤처진 특별소비세 등을 고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비과세·감면, 축소·폐지 필요” 비과세·감면은 2∼3년 주기로 일몰시한이 도래하고 그때마다 선거 등 정치 일정 때문에 정치권에 휘둘려 왔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비과세·감면은 과세기반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혜택을 보는 계층도 일부에 국한돼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이에 목적을 달성한 제도를 축소·폐지하고, 그 세수 증가분만큼 소득세·법인세 세율을 낮춰 국민과 기업에 혜택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 수입의 10%에 이르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종류가 많은 데다 정부가 폐지·축소 의지를 보여도 이해당사자들의 입김 속에 국회 통과가 좌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팀장은 “국내총생산(GDP)과 예산을 고려해 매년 전체 비과세·감면 세액의 총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총량한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세연구원은 비과세·감면제도 축소의 우선 대상으로 감면 규모가 연간 1조 1000억원에 이르는 농어촌목돈마련저축 등 비과세·감면 금융상품들을 꼽았다. 고소득층의 세금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제외하고 가입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공동전산망을 이용한 화물운송위탁시 운송비에 대한 세액공제와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에 대한 과세특례 등은 감면 실적이 1000만원 미만으로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경부와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과세·감면 제도는 220여개에 이르며, 감면규모는 21조 2082억원이나 된다.1년 사이 6%나 늘었다. 비과세·감면액은 2002년 14조 7000억원,2003년 17조 5000억원,2004년 18조 3000억원,2005년 20조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일몰을 맞는 제도는 16개,3조 3000여억원 규모다. ●“양도세, 종부세 정비해야” 현행 부동산 세제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과는 반대로 부동산 관련 세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종부세 부담은 시가 기준 평균실효세율이 1%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현재 상위 5% 사람들의 평균실효세율은 2%를 넘고 있어 조세 부담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50%는 기본세율 최고한도인 36%로 완화해야 한다.”면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예외조항을 둬 투기목적이 아님에도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불합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집값 하락을 위해 마련된 양도소득세 등이 오히려 집값의 ‘하방경직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면서 “종합부동산세 구조도 세 부담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석·향수 등 특별소비세 시대에 맞게” 특별소비세는 호화사치성 상품 등의 소비를 억제할 목적으로 세금을 특정 품목에 부과하는 제도로 77년부터 시행됐다. 현재 녹용·향수·보석·귀금속·고급사진기·고급시계·승용차 등 12개 품목과 휘발유 등 유류, 경마장·골프장·카지노·유흥업소 등에 부과된다. 그러나 ‘호화사치’의 기준이 국민소득과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다. 박 교수는 “소득에 관계 없이 일정 세금을 일괄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는 ‘세부담 역진성’에 따른 소득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어 전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최근 기름값 인상과 관련해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와 같은 서민용 연료에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것은 현 상황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주세·담배세 둘러싼 논란 술값이 비싸지면 술을 적게 마실까? 담배가 비싸지면 담배를 적게 피울까? 주세와 담배세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술과 담배에 부가되는 세금이나 준조세는 이들을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즉 외부불경제에 드는 비용을 흡수한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외국과 비교해 술·담배에 붙는 조세 등은 우리나라가 낮은 편이라 정부는 세율이 더 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2년 전 재정경제부는 소주에 붙은 72%의 주세를 90%로 올리려다 여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당시 인상 근거를 제시했던 한국조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주의 수요탄력성은 0.1로 매우 비탄력적이다. 탄력성이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1보다 크면 탄력적이다. 이에 대해 조세연구원측은 생수값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소주값으로 인해 가격탄력성이 낮게 나왔다고 본다. 연구원측이 보다 큰 문제로 삼은 것은 소주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 가능성이다. 보고서는 “기성 세대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이유로 지금과 같은 왜곡된 음주문화를 후세대에 물려주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를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은 음주습관이 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다는 입장이다. 담배는 좀 더 복잡하다.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외에 보건복지부 사업의 주요 재원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이 포함돼 있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재정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에 쓰인다는 점에서 조세 저항이 적은 편이다. 배의 탄력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수요가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2003년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가 합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담배의 가격 탄력성은 -0.34로 나왔다. 이에 대해 이같은 수요탄력성은 6개월에 걸쳐 한시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원상복귀되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는 반박도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일부 고소득자영업자 소득 탈루율 51% 국세청이 탈루 혐의가 있어 세무조사를 실시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경우 소득의 절반(50.7%)가량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히 일부이지만 소득탈루율이 85%나 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공평과세정책에 대한 불만은 높아가고, 신뢰는 떨어진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정상화를 공평과세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최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을 최대한 파악하고 탈루 혐의가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및 개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현금영수증제 정착과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과세자료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셋째, 납세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한 세원포착 및 관리다. 국세청은 자영사업자 소득파악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14년까지 소득자료 보유율을 9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2005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4차례 고소득 자영업자 1415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6709억원을 추징했다. 현재 315명에 대해 5차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의적·지능적 탈세 혐의자는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 세금 추징과 함께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 고소득 자영업자 4만명을 개별관리대상자로 선정해 소득과 세금신고실적을 상시 분석, 관리하고 있다. 탈세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세무대리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세원관리와 조사업무의 연계를 강화하고 올해부터는 고의적 탈세자에 대해 40% 징벌적 가산세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7월부터 자영업자에 현금영수증 가맹이 의무화되며,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할 경우 고발하면 포상금이 지급된다. 신용카드 가맹도 권고하고 있다. 또 납세자들의 참여를 통해 우회적으로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연말정산 때 병·의원들에 소득공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 관리한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올 종소세 자진납부 3兆 육박

    올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자진납부세액이 전년보다 30% 증가하며 3조원에 육박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31일 2006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마감 결과 전년보다 30.4%(6936억원) 늘어난 2조 97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발표했다.2004년 이후 종소세 자진납부세액 증가율은 3∼7%에 그쳤다. 국세청은 자진납부세액이 급증한 이유로 신용카드·현금영수증제도 정착으로 과세 인프라가 구축돼 세원 관리가 투명해졌고,‘40% 징벌적 가산세’ 제도를 도입한 점 등을 들었다. 또 세무조사 건수는 줄이되 탈세혐의자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성실신고·납부를 유도한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자평했다. 올해 임대소득(월세) 신고 대상자가 지난해 3주택 이상에서 2주택 이상으로 확대된 것도 종소세 자진납부액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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