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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자랑 간호사로 드러난 ‘직장 갑질’… 지금도 하루 100건씩”

    “장기자랑 간호사로 드러난 ‘직장 갑질’… 지금도 하루 100건씩”

    석달 만에 SNS로 5500건 접수 “미투는 남·여보다 갑·을 문제…노동자 최소한의 권리 보호되길”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장기자랑을 해야 했던 간호사와 직원들,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임금을 받은 외주제작사 직원 등 최근 한국 사회의 직장 내 갑질 문화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은 ‘직장갑질119’라는 시민단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9일 만난 박점규(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직장갑질119 스태프는 인터뷰 중에도 제보자들 상담을 처리하느라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직장갑질119에는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기존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이들을 비롯해 변호사·노무사 등 241명이 참여하고 있다. 1998년 민주노총에서 일하면서 노동계에 처음 발을 들인 박 위원은 금속노조 등에서 있으면서도 유독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렸다. 박 위원은 “비정규직뿐 아니라 일반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너무나 먼 존재였다. 노조를 만들기 힘든 직장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직장갑질119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공정한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도 이 단체를 결성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단체가 출범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과연 사람들이 오픈채팅방에 들어오기나 할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의 우려와 달리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이 단체에는 지난 1월 말까지 카카오톡, 이메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5478건의 갑질 사례가 접수됐다. 그는 “지금은 손이 모자랄 정도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지금도 하루 평균 90~100건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제보도 늘어나고 있다. 박 위원은 “자칫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당하거나 분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2차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제보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여직원이 성희롱 사실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연인에게 말해 연인이 이를 중단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두 사람 모두 해고당한 사연을 언급하면서 “안희정, 안태근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과 달리 일반적인 회사의 상사나 사장 등 구성원들은 단순히 미투 운동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미투 운동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문제보다 ‘갑과 을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부당한 권력이 해체당하는 과정이자 불평등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 과정”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앞으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건에 대해 여성 변호사들로 전담 대리인을 구성해 사회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직장갑질119를 통해 만난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를 중심으로 병원 직원들은 노조를 조직하고, 외주제작사·보육교사 등 부당한 사례가 쏟아지는 분야에서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저희 단체가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담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예컨대 추운 날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방한용품을 지급하고, 황사가 오면 마스크 정도는 주는 등 일터에서 최소한의 권리가 보호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프랑스 파리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진다

    프랑스 파리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진다

    이용수(90) 할머니가 지난 8일 프랑스 하원과 파리대학에서 ‘위안부’ 피해자 고통을 증언한 것을 계기로 파리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 양기대 광명시장의 주선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이 할머니는 11일 오전 귀국하면서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했는데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려 보람을 느낀다”며 “프랑스 파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의견도 제시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하원 증언과 파리 고등건축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젊은 학생들과 교민, 프랑스인들에게 일본이 저지른 전시 여성 성폭력의 참상을 생생하게 고발하면서 참석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이날 이 할머니는 단상에서 휠체어를 탄 채 2시간 가까이 증언을 이어갔다. 이에 젊은 학생과 여성 교민들, 프랑스인 등 150명 청중들은 숨죽이며 눈물을 흘렸다. 이 할머니는 15세 때 강제로 끌려가 중국과 타이완 등에서 3년간 겪은 고초를 고통스럽게 떠올리며 “역사의 산 증인이 살아있는 데도 아베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시장과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장뱅상 플라세 전 장관, 일부 프랑스 교민들, 광주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등은 프랑스 교민들과 협력해 파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로 논의했다. 향후 구체적인 일정 등도 협의하기로 했다. 이 할머니의 프랑스 첫 증언과 유네스코 앞 위안부 기록물 등재촉구 집회는 KBS 등 현지 특파원들과 외국어 기사로도 타전돼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박근혜 탄핵 1년, 서울 곳곳 보수·진보단체 집회

    박근혜 탄핵 1년, 서울 곳곳 보수·진보단체 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를 받은 지 1년이 되는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진보 단체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대한애국당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역 광장에서 50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무죄’, ‘불법탄핵 규탄’ 등을 주장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종북 좌파 세력들이 거짓, 선동, 음모, 조작으로 박 전 대통령을 몰아냈다”며 “거짓 ‘촛불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진실이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숭례문, 한국은행, 종각역을 지나 안국역 4번출구까지 행진했다.같은 시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3·10항쟁 순국열사추모위원회 400명(경찰 추산)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탄핵반대 집회 중 사망한 4명을 기리는 추모 의식도 했다. 한편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대학생 단체는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생 국회’ 행사를 열고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정치권이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청산해야 할 적폐가 많이 남았다”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대학생들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못했다. 촛불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사를 마치고 혜화역, 종로5가를 지나 종묘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한편 4·16가족협의회·4·16연대는 오후 5시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1년 광화문 시민문화제 ‘죄를 묻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박근혜 탄핵 1년…서울역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포토] 박근혜 탄핵 1년…서울역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인 10일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아 촛불집회 주역들이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교체된 지 10여개월이 지났지만 촛불의 요구 과제는 9%밖에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박석운 퇴진행동 기념위 공동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즉각 반영해야 할 우선 과제로 제시한 6대 긴급현안 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중단을 빼면 세월호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 국정교과서 폐지, 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 중단, 언론장악금지법 처리 등 5개 현안이 해결됐거나 해결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2월 발표한 100대 과제 중에선 단 9개만이 해결됐고, 39개의 과제는 진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권력형 성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차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의 사회를 맡았던 박진 퇴진행동 기념위 촛불백서 팀장은 “촛불집회에서 광장의 승리를 맛본 사람들의 목소리가 미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퇴진행동 기념위는 국회시민정치포럼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핵을 넘어 새 시대를 향한 입법 및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열었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촛불시위-촛불탄핵-촛불대선을 잇는 마지막 단계는 촛불개혁”이라면서 “핵심 과제인 입법과 개헌이 이루어져야만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는 오는 5월 18~19일, 24일에 각각 촛불기념 학술토론회와 국제토론회를 개최한다. 준비 중인 촛불백서와 촛불기념조형물, 촛불 다큐 영화도 5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단독] “처음엔 무서웠는데 조폭도 사람이더라”

    [단독] “처음엔 무서웠는데 조폭도 사람이더라”

    학생운동으로 강력누범방 생활 택시강도·앵벌이·운동권 학생 같은 시대 산 다양한 군상 그려“산만 한 덩치에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사람들을 마주하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20년 전 일이지만 김홍모(47) 만화가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범죄자들이나 가는 거라 생각했던 구치소, 그것도 강력 전과 3범 이상들만 모이는 ‘강력누범방’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 만화가가 8개월간의 옥살이 경험을 담아 펴낸 만화 ‘좁은방’(보리)은 그 생생한 기록이다. 학생운동을 하던 그는 ‘공안수’가 되어 1997년 8월 영등포 구치소에 들어간 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1998년 3월 출소했다. 김 만화가는 삼수 끝에 1992년 꿈에 그리던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오기 전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다 늑대처럼 생기고, 운동권 학생은 죄다 빨갱이’인 줄 알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5·18광주항쟁의 진실을 알게 된 뒤 본격적으로 운동권의 길로 들어섰다. 홍익대 3학년에는 미대 학생회장, 4학년 때는 총학생회 부학생회장이 돼 격렬한 정부 반대 투쟁에 나섰다. 수배를 받고 도망다니다 1997년 8월 붙잡혀 구치소에 들어갔다.지난 6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김 만화가는 “당시 경험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많아 2009년부터 시나리오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로 2010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 지원작에도 선정됐다. 이후 지식·교양만화 웹툰 플랫폼인 ‘어른’에 2015년 12월부터 1년여 동안 만화를 연재했는데, 어른이 적자로 문을 닫으며 마지막 회만 남겨둔 상태에서 연재가 종료됐다. 작품을 사랑하던 이들의 성원에 김 만화가가 마지막 회를 붙여 1년여 만에 한 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왔다. 만화에서는 김씨가 수용됐던 ‘3동 상6방’을 비롯해 건달 상현과 춘삼, 택시 강도 춘길, 앵벌이 용식 등 감방 동기의 실명이 그대로 사용됐다. 다만 주인공 이름만 ‘홍모’가 아닌 ‘용민’으로 정했다. 김 만화가는 “단순히 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동료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싶었다”면서 “주인공 이름과 시나리오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일부 설정을 빼면 95% 정도는 모두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무섭고 겁났는데 적응되니까 조폭도 결국엔 모두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예컨대 상현은 틈만 나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고, 춘삼은 용민에게 연애편지를 써 달라 조르기도 한다. 용민이 구치소에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면 함께 민중가요를 부르고, 용민이 구치소 생활에 적응해 나태하게 굴면 “학생운동 하다 들어온 놈이 왈왈이(개) 짓을 하느냐”고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김 만화가는 “구치소에서 나온 뒤 조폭이었던 상현 형이 홍익대 총학생회에 찾아오기도 했다. ‘또 수배되면 숨겨줄 테니 전화 달라’며 술잔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만화는 용민이 구치소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의 주인공인 김 만화가는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돼 졸업하지 못했다. 김 만화가는 이후 집회 걸개그림과 선전물을 그리는 집단인 ‘그림공장’에서 활동하다 2006년 단행본 ‘소년탐구생활’로 만화가가 됐다. 지난해 동료들과 남파간첩 이야기를 다룬 만화 ‘빨간약’을 그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3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며 작업하다 가끔 서울에 올라온다. 그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만화가가 된 것에 후회는 전혀 없다”고 했다. 좁은방에 관해 “80년대 독재정권 타도에 맞춘 학생운동과 달리 90년대 학생운동은 ‘극렬좌익’이라는 딱지가 여전한 것 같다”며 “9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싸웠는지 만화를 통해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10년 전 그날처럼… 장미 든 여성들 “참지 않겠다”

    여성단체들 ‘미투’ 연대 물결 “사회 전반 강간문화 뿌리 뽑아야” 시민 2000여명도 광화문 모여 “성폭력 반대 시끄럽게 떠들자” 세계여성의날인 8일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더욱 거세게 물결쳤다. 전국 도심 곳곳에서 여성단체들이 잇따라 집회를 열고 ‘미투 지지’를 표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 5000송이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미투 운동 지침과 성폭력 피해 관련 상담과 사법 제도 이용법 등의 안내서도 배포했다. 여성의전화 조재연 활동가는 “오늘 행사를 통해 성폭력이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인권 침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도 한국YWCA연합 회원들이 장미를 들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도 미투 지지 물결이 이어졌다.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들은 이곳에 모여 “연극의 본질을 기만한 성폭력 가해자들을 처벌하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석고로 만든 남성 얼굴 모양의 탈을 높이 들고 대학로 인근을 행진했다. 연극 연출가 최강지(69)씨는 “저 탈은 가해자들이 더이상 가면을 쓰지 말라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연극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성 문제가 싹쓸이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도 ‘최저임금 UP! 성별임금격차 OUT! 성차별 NO!’를 주제로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세계여성의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여성들은 임금, 승진 등의 차별 속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면서 “이제는 참지 말고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은 안 된다고 시끄럽게 떠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여성노조는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전국여성노동자 대회에 합류했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0명(경찰 추산 1000명)이 함께했다. 미투 연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가면을 쓴 참가자들은 ‘#Me Too’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미투! 위드유!”를 크게 외쳤다. 봉혜영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새로운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이때 연대와 지지를 더 크게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수상한 최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은 “미투 운동이 언론을 통해 충격적이고 놀라운 것인 양 보도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놀라지 않고 있다”면서 “그만큼 보편적이고 공기처럼 당연하게 일어나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피해자를 안타까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강간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행진 중 여성노조 등은 금호아시아나 빌딩 앞에 멈춰 ‘직장 내 성폭력’이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최근 여성 승무원들의 폭로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항의로 풀이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포토] 여성 인권 해시태그 불밝힌 에펠타워

    [포토] 여성 인권 해시태그 불밝힌 에펠타워

    7일 에펠탑에 #MaintenantOnAgit(이제 우리가 행동한다)라는 해시태그 표시가 여성 폭력에 항의하는 집회의 일환으로 점등되어있다. 연합뉴스
  • 공재광 평택시장,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해결에 잰걸음

    공재광 평택시장,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해결에 잰걸음

    경기 평택시가 환경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고형연료제품(SRF) 배출시설 허가에 대해 정부 당국의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평택 지역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저 저감대책 마련에도 팔을 걷어붙였다.공재광 평택시장은 한 폐기물업체가 도일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고형연료제품(SRF) 배출시설을 허가할 경우 환경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줄 것을 환경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8일 밝혔다. 공 시장은 건의문에서 도일동에는 부락산 및 문화재(원균 장군 묘)가 자리 잡고 있고, 인근에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자칫 환경악화로 인한 건강 및 재산권 침해, 생태계 파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평택시의회가 ‘허가반대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역 주민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환경부 항의 방문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폐기물처리업체는 지난해 도일동에 승인 신청한 열병합발전소를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려하자 폐합성수지류를 주원료로 하는 일반 SRF 제조 및 전용 보일러 등을 설치하기 위해 환경부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이와함께 평택시는 충남도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와 제철소·공단 등에서 평택지역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평택·당진항(평당항)의 서쪽에 당진석탄화력발전소·당진제철소·당진고대부곡공단·대산석유화학단지 등이, 그리고 서남쪽인 서산·보령·서천 등에는 전국 56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23개가 자리 잡고 있어 대기오염 물질이 바람을 타고 평택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최근 9000만원을 들여 안중읍과 평당항에 미세먼지 측정기 2대를 설치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50억원을 들여 미세먼지 외에 중금속 성분 분석도 가능한 경기도 대표측정망을 안중읍사무소에 설치하기로 했다. 시는 평택지역 대기 오염원이 충남도 산업시설로 밝혀질 경우 환경부·경기도와 협의, 충남도와 관련 지자체에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할 방침이다. 평택·당진항 서부둣가에 방진 기능을 갖는 창고를 건립하는 등 평택·당진항서부두 미세먼지 대책도 추진한다.평택지역의 최근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196㎍/㎥까지 치솟아 환경기준치(50㎍/㎥)를 크게 웃도는 등 전국에서 가장 나쁜 수준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촛불 무력진압 모의’ 군인권센터 주장…‘계엄령 경고’ 추미애 알고 있었나

    ‘촛불 무력진압 모의’ 군인권센터 주장…‘계엄령 경고’ 추미애 알고 있었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군이 무력 진압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사전에 이를 감지하고 경고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탄핵 기각에 대비해 군이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구홍모 중장(전 육군참모차장, 육사 40기)이 직접 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소요사태 발생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통상적 회의와 달리 최소한의 인원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며 탄핵이 인용되면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군인권센터는 파악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추미애 대표가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경고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2016년 1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시켜 물리적 충돌을 준비시키고 시간을 끌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사정기관에 흔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추미애 대표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9월 추미애 대표는 인터넷 팟캐스트 국민TV ‘맘마이스’에 출연해 “실제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측의 관련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한 발언이었다”라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계엄령에 대한 정보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있죠. 있는데, 그 정보를 까 버리면 안 되니까…”라면서 “제1야당의 대표로선 시민이 위협받는다고 그러면 가감없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감지되는 몇 군데 소스를 갖고 먼저 사전에 쳐준(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친위쿠데타를 우려한 건데 정보가 있었나’라고 재차 묻자 “있는 거죠. 그 후에도 그건 밝혀졌고…”라면서 “(실제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SNS 정보의 시대이고, 그 정보를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다. 5·18을 저지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것을 미리 선수를 쳐서 일깨워 준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는 특히 “일단의 사람들을 광화문 테두리 안에 고립시켜 놓고 그런 짓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쳐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가 ‘계엄령’을 언급한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11월이고, 군인권센터가 주장한 사령부 회의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인 12월로, 서로 시기는 다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군 수뇌부 일각에서 촛불집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군 병력 동원을 검토했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는 점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편 임태훈 소장은 친위 쿠데타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 여성의 날’ 계속 이어지는 #미투…안희정·정봉주 등등

    ‘세계 여성의 날’ 계속 이어지는 #미투…안희정·정봉주 등등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가운데 ‘미투 운동’이 연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참정권 요구 시위에서 유래됐다.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해 1909년 2월 28일 첫음 ‘전국 여성의 날’이 미국에서 선포됐다. 이에 영감을 얻은 유럽 등에서도 여성의 날을 정해 여성 권리 신장을 주장했고, 1913년부터 3월 8일로 변경됐다. 특히 이때부터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여성의 날 함께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안희정 전 지사는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첫 기자회견에 나선다. 안희정 전 지사는 이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전날인 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려다가 직전에 제기된 성폭행 의혹 폭로에 출마 선언을 잠정 연기했다. 정봉주 전 의원 측에서는 성폭행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 교회 목사의 성추행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이날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기 수원S교회 신도였던 여성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회장이자 이 교회 당회장인 이모(74) 목사로부터 10여년 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유혹에 순간적으로 넘어가 딱 두번 만났으나 실수였다”면서 “목사의 양심에 괴롭고 겁이 나 그 뒤로 딱 끊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고 서울 고아화문, 신촌 등등에서 행사와 집회를 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어지는 #미투] 오늘 ‘세계 여성의 날’… 도심 곳곳 성폭력 규탄 집회

    [이어지는 #미투] 오늘 ‘세계 여성의 날’… 도심 곳곳 성폭력 규탄 집회

    ‘미투’ 운동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8일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8일 광화문광장에서 ‘제2회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를 벌인다. 이들 단체는 일터에 만연한 성희롱과 청년 여성의 채용 차별 근절을 외칠 예정이다. 서지영 민우회 활동가는 “한국 남녀 성별 임금격차는 100대64”라면서 “하루 8시간 노동으로 따졌을 때 여성들은 3시부터 무급으로 노동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광화문, 대학로, 신촌, 강남역 일대에서 성폭력 저항 운동의 연대와 지지를 상징하는 하얀 장미를 나눠 줄 계획이다. 한국YWCA연합회도 회원 100여명이 명동 거리를 행진하며 성폭력 피해 고발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와 정부의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한국여성연극협회 또한 대학로에서 연극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낭독한 뒤 행진을 한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적은 뒤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 등 3·8 대학생 공동행동은 신촌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투는 억눌려 온 여성들의 외침”이라면서 “위계·위력에 의한 권력형 성희롱에 대한 직권조사를 확대함과 동시에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진상조사 등 ‘위드유’(With You·지지한다) 운동을 통해 성평등한 사회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계 여성의 날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정봉주 ‘성추행 의혹’에 지지자들 ‘알리바이’ 제시…진실공방 속으로

    정봉주 ‘성추행 의혹’에 지지자들 ‘알리바이’ 제시…진실공방 속으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던 정봉주 전 의원에게 여대생 시절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온 가운데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이 이를 반박하는 ‘알리바이’를 제시했다.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치닫는 모양새다.7일 정 전 의원의 지지자 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인터넷 카페에는 피해자 A씨가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정 전 의원의 구체적인 일정을 모은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정 전 의원의 성추행을 폭로한 A씨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애청자로 2011년 11월 1일 정 전 의원의 연락처를 받은 뒤 친해졌으며 정 전 의원의 요청으로 같은 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미권스’ 회원은 2011년 12월 23일은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당일 정 전 의원의 행적을 요약해 제시했다.해당 글에 따르면 같은해 12월 2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당일 오후 5시까지 입감될 예정이었으나 입감 일정이 연기됐다. 이날 지지자들은 정 전 의원의 집 앞에서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다음날인 23일 새벽 정 전 의원은 ‘나꼼수’ 녹음을 마쳤다. 정 전 의원은 26일 입감될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23일 오후 3시경 정 전 의원 집 앞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설상가상 이날 오후 정 전 의원의 어머니가 쓰러졌다. 검찰은 정 전 의원에 “집회를 나가면 강제 구금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게시자는 어머니가 쓰러지시고 경찰이 집 앞에 대기하고, 강제 구금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호텔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제시한 당일 행적만으로 성추행이 없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피해자인 A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이 집요하게 연락하면서 “감옥에 들어가기 전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며 먼저 만남을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정 전 의원이 당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만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텔 카페에 전혀 모르는 이름으로 방을 예약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한시간쯤 기다린 뒤에야 정 전 의원이 “헐레벌떡 들어와 ‘보고 싶었다’고 말했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포옹을 하고 갑자기 키스를 하려 얼굴을 들이 밀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려 했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돌연 회견을 취소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폭로에 대한 입장을 물은 프레시안 측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국정농단의 실체를 되돌아보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2016년 촛불 집회가 시작된 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고 통찰하는 책들을 내놓은 출판계가 대통령 파면 결정 1년을 맞아 내부고발자와 저널리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국정농단 현상을 짚고 나섰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내부고발자였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출간한 ‘노승일의 정조준’(매직하우스)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최순실 측근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상황들을 세밀하게 복원한 ‘2년간의 일기’ 같은 책이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해 온 저자는 2014년 최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인생을 바꾼 잔인한 만남’으로 회상한다. 시종일관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최씨의 고압적인 태도와 그 순간 노씨가 느낀 자괴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노씨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2015년 8월로 꼽는다. 최씨의 집사처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과 비인간적인 대우에서 촉발된 결심은 최씨의 국정농단 증거를 수집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관계, 그가 지시한 각종 대통령 관련 행사에 대한 기억을 원형대로 복원함으로써 국정농단이라는 실체를 환기시킨다.‘이렇게 시작되었다’(개마고원)는 TV조선 ‘퍼스트 펭귄팀’을 이끈 이진동 기자의 취재기다. 저자는 최순실, 윤전추 전 행정관, 이영선 전 경호관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의상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2014년 말 입수하고도 2년이 지난 2016년 10월 보도하게 된 경위를 해명한다. 아울러 권력형 비리의 실체에 다가서는 저간의 사정을 두루 전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아직까지 풀지 못한 국정농단의 퍼즐로 정윤회의 국정 개입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든 진짜 이유, 세월호 7시간의 행적,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꼽으며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뒀다. 진보적 태도를 견지해 온 학자들이 바라본 탄핵과 촛불혁명의 의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들도 등장했다.역사학자인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가 쓴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레디앙)은 한국 정치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를 ‘비주류 잡놈’이라고 칭한 저자가 일찌감치 대통령 파면 등을 예언했던 근거들이 흥미롭다.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펴낸 ‘손호철의 사색’ 시리즈 중 12권째 책으로 ‘유신 공주와 촛불’(이매진)을 내놓았다. 박근혜가 가져온 ‘신(新)유신 시대’를 복기한다. ‘문제는 정치’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강조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참정권 투쟁 이후 가장 뜨겁다… 지구촌 덮은 여성혁명 물결

    참정권 투쟁 이후 가장 뜨겁다… 지구촌 덮은 여성혁명 물결

    “때는 지금이다.”(Time is now)8일 1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미투(#Me Too) 캠페인이 지구촌으로 퍼져 나가면서 페미니즘이 전 세계를 휩쓰는 이슈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유엔여성기구는 110주년을 앞두고 “성평등과 정의를 위한 전례 없는 세계적인 물결 속에서 올해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이번 세계여성의날을 관통하는 주제로 ‘때는 지금이다’를 언급했다.페미니즘 사상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8일 세계여성의날 행사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런던에서는 150여개의 관련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워싱턴DC, 호주 멜버른에서 각각 여성 수십만명이 가두 행진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CBS는 전했다. 애플은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 마르셰 생제르맹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기업 채용 행사를 열 계획이다. 사전 집회 및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는 등 분위기도 진작부터 달아올랐다. 지난달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맞은 영국은 지난 4일 런던 트래펄가광장에 시민 수천명이 모여 “임금 격차를 줄이자”, “서프러제트(참정권을 위해 싸운 여성 운동가들)를 이어 가자”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해시태그 타임스 업(#Time’s up·그런 시대는 끝났다), 프레스 포 프로그레스(#Press for Progress·변화를 위한 압력) 등을 붙인 게시글 수십만개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페미니스트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여성운동은 내 인생을 통틀어 한번도 보지 못한 수준의 적극성을 띄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페미니즘 열풍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스캔들로 촉발된 미투 캠페인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에서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대선 후보가 강력한 여성 정책을 예고하며 젠더 이슈가 주목을 받은 터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그의 반(反)페미니즘 기조에 깊은 반감이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와인스타인이 30여년간 여배우들을 성추행·폭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 미투(#Me Too) 캠페인이 시작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정재계 등 사회 각 분야 유력 인사들의 성추문 스캔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연쇄 추락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앨라배마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로이 무어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텃밭을 민주당에 내주기도 했다. 미투 캠페인은 유럽 사회도 뒤흔들었다. 마이클 팰런 전 영국 국방장관은 15년 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났으며 성희롱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웨일스 자치정부의 칼 사전트 지역사회·아동부 장관과 노동당 당직자는 자살했다. 미투 캠페인은 평소 여성인권이 높은 북유럽 스웨덴에서도 벌어져 ‘안전 지대’가 없음을 실감케 했다. 스웨덴의 유명 예술가, 언론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위원 등이 성폭행 가해자로 밝혀지자 스웨덴 유력지 다겐스 뉘헤테르(DN)는 “미투 운동은 이제 ‘혁명’이며 ‘1919년 여성 참정권 운동 이후 가장 큰 여성 운동’”이라고 보도했다. 미투 캠페인이 페미니즘 확산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성추문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있는 일상적인 소재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하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기존의 여성주의는 학문으로서만 다뤄져 보통 여성들에게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미투 캠페인 이후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문제로 인식하면서 일상 속의 페미니즘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환경 또한 미투 캠페인의 파급력을 더했다”면서 “과거 가정에만 머물렀던 여성들이 겪어 보지 못한 성추문은 오늘날 전 세계 일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굉장한 공감을 샀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미투 캠페인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페미니즘 트렌드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뿐 뿌리 깊은 구조적 성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2016년 기준 14.1%로 최근 10년 사이 약 1.3%밖에 줄지 않았다. 여성 의원 비율도 10년 전 25.1%에서 2017년 기준 27.9%로 큰 변화가 없다. 신 위원은 “미투 폭로 이후 가해자의 탓,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미투 캠페인이 폭발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페미니즘 열풍이 실질적인 여권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만 접근하지 말고 캐나다의 남녀 반수 내각처럼 정부가 공격적인 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성폭력 피해, 우리 실수 아냐… 미투 목적은 자기 치유”

    “성폭력 피해, 우리 실수 아냐… 미투 목적은 자기 치유”

    “미투의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스스로를 구원하는 것입니다.” 중국 최초의 성폭력 고발자로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뤄시시(羅茜茜)는 4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및 전화인터뷰에서 “성폭력 피해는 우리의 실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뤄는 지난해 10월 중국 웹사이트 ‘즈후’(知乎)에 12년 전 자신의 지도 교수였던 천샤오우(陳小武)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베이징항공항천대(베이항대)에 다니던 뤄는 천이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아직 처녀라고 울며 호소하자 집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줬다고 폭로했다. 이후 베이항대는 조사에 착수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천의 교수직을 박탈했고, 중국 교육부는 연구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수여하는 장강학자(長江學者) 지위를 취소하고 상금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7명의 학생이 중국어로 ‘미투’란 뜻의 해시태그 ‘워예스’(我也是)를 통해 녹음 등의 증거를 베이항대에 제출한 결과였다. 뤄는 천에 대한 익명의 인터넷 고발을 보고 다른 피해 여학생들도 찾아냈다. 성폭력 경험 이후 우울증과 환청 등에 시달렸던 뤄는 유학을 단행했고 현재 미국 새너제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뤄는 고발 당시에는 “교육부와 관영 언론, 중국 대중의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지만 중국 교육 당국의 미투 검열 조치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베이항대에 이어 익명의 여학생이 베이징대외경제무역대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인터넷으로 폭로했지만 더이상의 미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50명의 대학 교수가 성희롱을 막기 위한 엄격한 규율 제정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벌이고 집회를 계획했지만 대학 당국에 의해 취소됐다. 한국의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뤄는 일단 성폭력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안 된다고 외쳐라. 그래도 어쩔 수 없을 때는 녹음기와 카메라를 사용하라. 그리고 피해 사실을 친구나 믿을 수 있는 주변인들에게 말하라. 그들의 증언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항대 여학생들이 성폭력 교수를 처단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침착하게 팀을 이뤄 강력한 증거를 수집한 결과라고 뤄는 분석했다. 뤄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를 통해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피해 사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내 탓이란 생각을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3·1절 보수집회 후 훼손된 세월호 조형물

    3·1절 보수집회 후 훼손된 세월호 조형물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와 4·16연대 등 8개 단체가 ‘3·1절 극우단체 테러 폭력행위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회견 장소 뒤쪽에 지난 1일 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 과정에서 훼손된 세월호 참사 추모 관련 조형물과 현수막, 노란 리본 등이 쌓여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몇 년 걸리던 기업회생… ‘P플랜’으로 두 달 만에 끝낸다

    채무·채권자 사전계획안 제출 기업의 가치 감소 최소화 법원이 신속한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가치 감소를 최소화하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을 통해 레이크힐스순천의 회생절차 개시를 5일 결정했다. 법원이 빚을 단기간에 줄여 주면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추진하는 P플랜 제도를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이 도입한 뒤 첫 적용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수석부장 정준영)는 이날 레이크힐스순천에 회생 절차를 개시하고 P플랜을 적용하기로 했다. P플랜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 채무자와 채권자가 협의해 사전계획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회생절차 진행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레이크힐스순천은 지난달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골프존카운티와 매각대금 700억원에 조건부 인수(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채권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전에 인수합병(M&A)을 하겠다는 내용의 사전계획안을 제출했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 인수자(골프존카운티)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찾아놓은 뒤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해당 경매가 무산되면 예비 인수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레이크힐스순천은 또 회원제로 운영되던 골프장을 대중제로 바꿔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사전계획안에 담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6일부터 공개입찰로 M&A 절차를 진행하고 다음달 20일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채권자 집회를 연다. 이 과정에서 회생 채권과 담보권의 조사 이후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데까지 사흘이 소요될 예정이다. 보통 회생절차에선 채권 조사에서 계획안 제출까지 6~8주가 걸린다. 통상 회생절차는 개시 후 채권 신고와 조사, 회사 실사조사 등을 거쳐 회생계획안이 제출되고 그 뒤에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법원의 심리·결의를 통해 인가를 방식으로 이뤄져 길게는 몇 년씩 진행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심태규 부장판사는 “채권자들의 70% 이상이 사전계획안에 동의한 상태여서 채권자 집회에서 회생 계획안이 인가될 가능성이 크고 빠르면 두 달 반 만에 회생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포토] 폭력집회로 훼손된 세월호 조형물들과 현수막

    [서울포토] 폭력집회로 훼손된 세월호 조형물들과 현수막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퇴진행동기록기념위 등 단체들이 지난 삼일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 극우단체 회원들의 세월호 광장에서의 폭력, 방화 행위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회견장소 뒤 광장에 훼손된 조형물, 노란리본과 현수막 등이 널브러져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3·1절 극우단체 폭력 방화 행위 고소고발 기자회견’

    [서울포토] ‘3·1절 극우단체 폭력 방화 행위 고소고발 기자회견’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퇴진행동기록기념위 등 단체들이 지난 삼일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집회를 연 극우단체 회원들의 세월호 광장에서의 폭력, 방화 행위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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