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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년 다툰 흑산공항…고성오간 마지막 토론회

    16년 다툰 흑산공항…고성오간 마지막 토론회

    7일 국립공원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흑산공항 건설 종합토론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신안군 주민은 “신안 주민들이 개돼지로 보이나. 어렵게 올라온 신안 주민이 얘기하는 데 왜 말을 막나”고 소리를 높였고,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장정구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은 “흑산공항을 건설해봤자 섬지역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환경파괴만 발생할 뿐”이라고 맞섰다.흑산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토론회 밖에서도 벌어졌다. 신안군 주민 50여명은 토론회가 열리는 오후 2시쯤 외교부서울청사 앞 인도에 모여 현수막을 들고 흑산공항 건설 찬성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생활편익을 위해 반드시 흑산공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태묵(51) 흑산상태도 이장은 “환경단체들은 입으로만 반대한다. 하루라도 섬에 와서 주민으로 생활을 해 봤으면 말을 안 한다. 울릉도는 제대로 되고 있는데 우리한테만 이러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에는 흔한 일VS사업성 없고 환경만 파괴 본격적인 토론에 나선 공항건설 찬성 측 토론자들은 흑산공항 건설이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보영 서울지방항공청 공항시설국장은 “흑산도의 여객선 항로는 안개가 자주 발생해 수시로 노선이 통제된다”면서 “흑산군 응급수송체계를 구축하는 등 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항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박우량 신안군수는 “일본에는 이런 종류의 작은 공항이 아주 흔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적지 않은 사례가 있는데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왜곡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항건설 반대 측 토론자들은 흑산공항은 교통해소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는 “보완요구사항이었던 철새 대체서식지 조성관련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흑산도 토지이용계획 상 철새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은 “국토교통부가 섬주민들의 교통권 해결을 위한 본질적인 방법을 찾는 대신 흑산공항만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항 건설 대신 선박공영제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결정 미루는 사이…지역주민·환경단체 갈등만 증폭흑산공항 건설사업 논란은 지난 2002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경비행장 개발방안 조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후 주춤하던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비행장 목적으로 추진되던 흑산도 공항을 ‘소형공항’형태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는 소형공항 건설이 가능하도록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서는 국책연구기관들이 ‘입지 부적절성’ 등을 지적했지만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 7월 20일 제123차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전문가 검토, 지역주민 의견 추가 청취, 종합토론회 개최 등을 다시 거치기로 결정했다. 관련부처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생존권을 외치는 지역주민과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만 증폭됐다. ●16년 끈 흑산공항 건설…이달 19일 흑산공항 최종결정 3시간 40분 동안 치열하게 이어간 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5시 40분에 사회를 맡은 전재경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의 폐회선언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토론 이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이 타당성, 여론 등을 따져보고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흑산공항 건설 최종결정은 9월 19일 있을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때 정해질 예정이다. 이번 흑산공항 건설 결정 여부는 울릉도 공항 등 소형공항의 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사의…‘오너 갑질’ 책임론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사의…‘오너 갑질’ 책임론

    기내식 대란으로 촉발된 오너 갑질 논란 책임후임은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박 회장 아들도 이동 2014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온 김수천 사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에는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이 선임됐다.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배경을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내식 대란’으로 촉발된 박 회장의 갑질 논란에 대한 책임론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와 노동조합 등이 박 회장의 퇴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기대식 대란이 발생한 지 두달 만에 용퇴를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일부터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으면서 기내식 대란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데다 노조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오너 퇴진을 요구한 데 따른 책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의 오너가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팎의 시선과 책임감 탓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진작 제 거취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당면한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잠시 거취 표명을 미뤘다”며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남겨진 짐도 적지 않지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후임인 한 신임 사장은 1986년 그룹에 입사한 후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 2005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관리본부, 전략기획본부 및 경영지원본부 임원을 거쳤고, 2015년 3월부터는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옮겨 아시아나항공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차세대 IT 운영 시스템 도입에 주력해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한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기획 전문가로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통한 도약의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사장의 이임으로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에는 박세창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실 사장이 임명됐다. 박 사장은 박 회장의 장남이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 입사해 그룹 전략경영본부, 금호타이어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최강욱의 법과 사람 사이] 그땐 그랬지

    [최강욱의 법과 사람 사이] 그땐 그랬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창의력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편집하는 것을 의미할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마차의 양쪽 바퀴를 이어 주던 축간거리가 오늘 우리가 타는 철도의 궤도 폭으로 이어지고, 이집트 채석장부터 피라미드까지의 이동로가 복선철도의 폭과 비슷한 15미터를 유지한다는 것, 로마가 만든 최초의 고속도로 아피아가도의 폭이 4미터 내외의 폭을 갖는 왕복 마차도와 인도를 구분한 것 모두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명의 유전자를 보여 준다. 어쩌면 익숙한 것을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이 인류의 본능인 것이다. 그렇다 해서 세상이 늘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보듯 과거에 갇혀서는 진보도 없다. 마차 폭은 유지될망정 말이 끄는 마차보다 내연기관을 갖춘 자동차가 인류의 발전과 편익을 증진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개인도, 조직도, 그리고 국가도 주변 환경에 대응해 매일매일 변신하고 적응해야 생존하고 발전한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하는 만고의 진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발전하고 어떻게 변했을까. 한때 세상을 뒤흔들던 격렬한 논쟁은 지금 우리 주위에 어떻게 정착됐는지 살피는 것이 앞날의 교훈이 될 것이다. 때로는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때로는 법원의 판결로,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리됐던 일들은 그때마다 격렬한 반대론을 넘어서야 했다. 남자를 통해서만 승계되던 호주제는 200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됐다. 당시 유림은 “호주제 폐지는 사회 혼란과 가정 파괴를 초래하는 중대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1997년 동성동본 간의 결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과 2005년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는 부성(父姓)주의 또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되기 전에도 반대론을 펼치며 “민족의 근본인 정통 가족제도를 말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제기된, 야간집회를 금지했던 집시법에 대한 위헌심판 과정에서 법무부와 경찰청은 “야간의 익명성, 군중심리를 고려할 때 과격 폭력집회로 변질되기 쉽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시민들의 법치의식이 떨어져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국가의 편을 든 참고인도 있었다. 그러나 평화적 촛불시위는 세계의 찬사를 받는 시위문화로 완전히 정착됐다. 병 복무기한 단축 문제는 어떤가. 1948년 국군 창설 당시 법적 복무 기간은 육군 2년, 해군 3년이었다. 휴전 후에는 의무복무 기간이 3군 모두 36개월로 정해졌다. 이후로도 육군의 복무는 점차 33개월, 30개월까지 줄어가다 1·21 사태 후 다시 36개월로 연장됐다. 하지만 그 후 다시 30개월, 26개월, 24개월, 21개월로 차차 줄더니 이제는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18개월이 됐다. 그때마다 안보를 중시한다는 이들은 병력이 줄고 숙련도가 떨어지며 직업군인으로 대체할 경우 예산 부담이 늘어나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투경찰의 경우를 보자. 후방의 신속한 대간첩작전의 필요성을 이유로 1971년 창설됐지만, 1980년대 초부터는 국가 중요시설 경비, 집회·시위 관리 등 치안 업무에도 투입돼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와 치안질서 유지, 예산 절감을 앞세워 위헌 주장이 무시되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 점은 병에 대한 영창 처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비판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비롯된 성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두고 등장한 동성애 및 에이즈 조장 논란,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을 향해 발생한 각종 괴담에서 보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할랄푸드를 둘러싼 이슬람교 확대에 대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아직 우리 사회가 논의하고 정리해야 할 주제는 많다. 하지만 분명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세우는 반대론은 언젠가 분명히 시대착오적인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입증된다는 점이다. 희망을 놓지 말자.
  • 헌재 “경찰, 집회 참가자 촬영 합헌”… 재판관 4대5 의견 ‘팽팽’

    집회·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경찰의 채증 활동에 대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재판관 9명 중 다수인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했다. 헌재는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2014년 8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촉구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한 행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신고지점에서 100m 벗어난 장소까지 행진했고, 경찰은 불법 행진임을 경고하면서 참가자들을 촬영하다가 참가자들이 자진 해산하자 촬영을 중단했다.먼저 헌재는 채증의 근거가 되는 경찰청 예규 제 495호 ‘채증활동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헌재는 “채증 규칙은 법률에 위임 없이 제정된 경찰청 내부의 행정규칙에 불과해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채증 활동은 법적 근거가 없어 계속해서 논란이 돼 왔다. 채증 활동 자체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은 갈렸다. 이진성 헌재 소장과 김이수·강일원·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세월호 집회에서 채증 활동이 공익적 필요성에만 치중한 탓에 사익과의 조화를 도외시했고, 결국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인격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평화적 집회가 미신고 집회로 변해 불법 행위가 성립된 것을 제외하고는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창호·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법을 어긴 사람을 채증하기 위해 미신고 옥외집회나 신고범위를 넘는 집회 단순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촬영할 필요가 있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치권, 소상공인 생존권 문제에 진정성 갖고 나서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생존권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으면 제2, 제3의 집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소상공인과 제대로 소통하면 투쟁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정치권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데에는 소상공인 관련 법안이 패키지로 묶여 지난 8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도 담겼다. 소상공인 관련 민생법안이었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인터넷전문은행규제완화법, 규제프리존법 등 다른 쟁점 법안들과 함께 패키지로 묶인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최 회장은 “정치권은 소상공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법안에 주력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강남 입시 명문 여고의 배신…‘내신 불신’ 촛불로 번지다

    강남 입시 명문 여고의 배신…‘내신 불신’ 촛불로 번지다

    전국 여고 중 서울대 최다 합격 ‘내신 지옥’ “전교 100등→1등? 이곳선 사실상 불가능”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여고 앞 집회 참석 “입시 치열한데 출발선부터 부정 의혹 화나 아이들 최대 피해… 내신 믿으라 말하겠나”‘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한복판의 숙명여고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성적이 급상승해 문·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서울 교육청이 감사를 벌인 데 이어 5일에는 경찰이 학교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매일 정문 앞에 모여 촛불을 들고 있다. 학부모들은 숙명여고에서 불거진 의혹에 왜 이토록 민감해하고, 분노할까. 숙명여고 의혹이 더욱 회자된 건 학교의 상징성 때문이다. 숙명여고는 일반고다. 하지만 ‘영재고-자율형사립고·외고-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지형에서 다른 일반고와는 위상이 다르다. 2018학년도 대입 때 서울대에 17명(재학생 기준)을 합격시켰다. 전국 여고 중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냈다. 학부모들은 ‘숙명외고’라고 부른다. 또 공부를 혹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하다. 내신 등급을 따기 어려운데도 선호하는 이유다. 대치동 입시 컨설팅 업체 대표인 김은실씨는 “숙명여고 내신시험은 출제범위가 넓고 어려워 선행학습 없이는 못 따라간다”면서 “이런 학교에서 성적이 급상승했으니 전국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곡동, 대치동, 역삼동 등 부자 동네의 아이들이 모이는 만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예전의 경기여고 같은 위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3일 숙명여고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분노는 매우 컸다. 이 학교 1학년생의 어머니는 “내신지옥으로 알려진 학교라 아이를 보낼지 많이 고민했었다”면서 “아이들이 모두 피 토하게 공부하기 때문에 100등 이하에서 1등으로 오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 아이가 재학 중인 학부모도 집회에 합류하고 있다. 특정학교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교과·비교과 등 내신 성적으로 대학 가는 수시 전형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가운데 내신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주는 단면이다. 이모(43)씨는 “아이들의 모든 활동이 대학 입시, 성적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부정한 행위 때문에) 출발선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화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딸이 숙명여중에 다니는 또 다른 이모(53)씨는 “주변에서는 ‘애가 찍힐 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집회에 3번째 나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시위에 나온다. 이번 사태가 알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강남 학부모 정보 커뮤니티인 A사이트에는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30여개의 관련 글이 올라왔다. 글에 많이 쓰인 단어를 분석한 결과 ‘내신,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비리, 입시, 공정, 수시, 대학, 분노, 억울하다’ 등이 많았다. 키워드를 연결해 보면 “학종 등 수시가 중요해진 시대에 내신 비리 가능성 탓에 입시가 불공정해져 억울하고 분노한다”는 생각이 읽힌다. 이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숙명여고 교장실과 교무실, 쌍둥이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A씨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시험지·정답지 결재 서류 등을 확보해 시험지 유출 여부에 대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문제 유출 개연성은 발견했으나 물증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궁중족발 사건’ 가해자에 중형 구형…“임차인권리 보호 자리 아냐”

    ‘궁중족발 사건’ 가해자에 중형 구형…“임차인권리 보호 자리 아냐”

    상가 임대료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다가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본가궁중족발’ 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5일 이틀째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건물주 이모(60)씨가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에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와 법정에서 마주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가림막이 세워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이틀째 열린 김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상가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분쟁이 있다고 해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적인 복수가 가능하지 않아 법이 있는 것인데 그걸 피고인은 무시했다”며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배심원들에게 요청했다. 앞서 이날 재판에서는 건물주 이씨와 김씨의 아내 윤모씨 등이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서로 깊은 감정싸움을 하던 김씨와 가림막을 둔 채 “무서웠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김씨가 자신의 자녀를 언급하며 “대를 끊어놓겠다”는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망치를 들고 쫓아왔을 때, 폭행했을 때 등 김씨와 얽힌 상황에 대한 심정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잇달아 “무서웠다”고만 했다. 특히 김씨가 망치를 휘둘렀을 땐 “살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가림막 뒤에 있던 김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이씨의 증언을 듣기만 했다. 반면 김씨의 아내인 윤씨는 “이씨가 애아빠(김씨)에게 끊임없이 문자와 연락을 해왔다”면서 “나중에 합의를 할 일도 있기 때문에 건물주와 임대인 사이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해서 차단할 수 없었다”며 또 다른 공포심을 언급했다. 윤씨는 특히 이씨와의 명도소송에서 패한 뒤에도 가게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를 검사가 묻자 “건물주가 정당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형평성을 잃어버린 법 때문”이라면서 “판결문이 건물주에게 너무 과도한 권한을 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평생 모은 재산이 가게 하나인데 그냥 나갈 수가 없었다. 법에서도 외면받고 보호받지 못해 저희는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었다”며 북받쳤다. 2009년부터 서울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던 김씨 부부는 2016년 1월 이씨가 족발집이 입점한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뒤 기존보다 4배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이씨와 갈등을 빚게 됐다. 이씨는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렸다. 김씨는 이씨에게 건물명도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패소했고, 12차례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김씨는 건물에서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경비 용역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6월 6일 12번째로 이뤄진 강제집행이 모두 완료된 날이었고, 이씨와 김씨의 갈등은 더욱 극에 달했다.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시민단체가 연대해 궁중족발 앞에서 집회도 가지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했다.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이씨를 망치로 폭행해 어깨와 손목 등을 다치게 하고, 이에 앞서 골목길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으로 이씨를 들이받으려다가 지나가던 행인 염모씨를 차로 쳐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도록 한 혐의(살인미수), 이씨가 사용하던 차를 들이받아 손해를 입힌 혐의(재물손괴)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들은 처음부터 배심원단을 향해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이 법정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임차인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지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 과연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를 밝히는 자리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씨가 이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다 폭행한 6월 7일 그날의 현장만 증거에 의해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반면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입장에선 99를 가진 사람이 1을 빼앗는 듯한 억하심정이 있었다는 것을 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라면서 “피고인이 전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지은 죄 만큼만 처벌해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살인미수 등의 혐의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과연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냐는 것이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길이 40㎝ 쇠망치를 들고가 이씨에게 여러 차례 휘둘렀고 이씨가 필사적으로 피하는데도 끝까지 추격해 머리 부위를 겨냥해 망치로 때렸다”며 김씨에게 고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자신을 괴롭힌 임대인을 혼 내주려고 한 것일 뿐 살인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살인할 생각이 있었다면 피고인이 더 자주 사용하는 칼을 갖고 밤에 은밀히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이틀간 재판을 지켜본 국민배심원단 7명의 평의 결과를 바탕으로 6일 김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포토] ‘조현오를 처벌하라!’

    [서울포토] ‘조현오를 처벌하라!’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총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경찰 ‘세월호 집회 피해 배상’ 안 받는다

    집회·시위 피해 금전배상 없는 최초 사례 경찰이 “세월호 추모 집회 때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다며 주최 측에 냈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법원의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경찰도 최근 위헌 결정을 받은 ‘혼합살수’(물에 최루액을 섞어 뿌리는 방식)의 책임이 있는 만큼 금전 배상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가가 집회·시위 때 경찰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민을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 금전 배상을 받지 않는 쪽으로 끝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3일 경찰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황혜민 판사가 낸 조정 결정에 이날까지 이의신청을 내지 않았다. 법원의 조정 결정에 재판 당사자가 2주간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조정은 ‘재판상 화해’로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고 재판이 종결된다. 황 판사가 낸 조정안은 원고인 국가와 피고인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원회·4월16일의 약속국민연대 등이 민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고, 서로 입은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는 피고들이 이 집회를 열게 된 근본적 원인에, 피고는 집회 때 경찰관들이 입은 피해에 각각 유감을 표하라는 것이다. 금전 배상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2015년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추모 집회 진압 과정에서 물적·인적 피해를 입었다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포함된 시민단체를 상대로 778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시위대 해산 때 물대포에 최루액을 섞어 참가자에 뿌리도록 한 경찰 지침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위헌 결정의 영향 등으로) 서로 책임을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이 현재 진행 중인 국가의 다른 집회·시위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집회 참가자에 인적·물적 피해의 책임을 묻지 않을지) 각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숙명여고의 반격, “교무실에 40여명…혼자 시험문제 결제 안했다”

    숙명여고의 반격, “교무실에 40여명…혼자 시험문제 결제 안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에 재심의 요청키로 / 새 부임 교장, “비전공자가 50분간 시험지 못 외워” / 교육청, “교무부장도 시인한 사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성적이 급상승해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며 불거진 ‘숙명여고 내신 문제 유출 의혹’을 두고 학교 측이 서울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부인하며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와 달리 교무부장 혼자 교무실에서 시험지나 정답지를 결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재임 숙명여고 교감은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무부장이었던) A씨가 일하는 교무실은 교사 40여명이 함께 이용한다”면서 “A씨가 단독으로 시험지를 결재·검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교감은 이날 새로 부임했다. 학교 측은 원래 A씨를 새 교감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교육청의 특별감사가 진행되자 A씨가 자진 사퇴해 정 교감이 부임하게 됐다. 정 교감은 “정기고사 담당교사가 수업으로 자리를 비워야 해 결재판에 시험지를 놓고 가면 A씨가 바로 결재해 교감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감과 함께 이날 부임한 이혜숙 교장은 “시험 출제 기간은 아주 분주하고 교사들이 (교무실에) 자주 오간다”면서 “비전공자가 50분간 한 과목 시험지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 교육청은 숙명여고 학업성적 특별감사 결과 “정기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A씨가 단독으로 고사서류를 검토·결재했다”고 밝혔다. A씨가 시험지를 혼자 볼 수 있던 시간은 수업 한 교시가 진행되는 최장 50분으로 추정했다.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감사 결과 일부를 반박한데 대해 “A씨도 시인한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감사에서 고사 서류를 단독 검토·결제했다는 건 교무실에 홀로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칸막이 안 책상에서 혼자 시험지를 검토, 결제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A씨의 쌍둥이 딸들 성적이 급상승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쌍둥이는 흔히 말하는 ‘내신스타일’로 상당히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음악·미술·체육 등 다른 학생들이 등한시하는 과목에서 점수가 높았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앞에서 문제 유출 의혹에 항의하며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학교에 학생들이 있는 만큼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교육청은 지난달 16~22일 숙명여고 학업성적 특별감사를 진행한 뒤 “문제유출 개연성이 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문제유출 여부를 가려내지는 못해 A씨와 당시 교장·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경찰은 지난 2일 수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문제유출 여부와 별도로 A씨가 자녀의 학년 시험지 결재라인에서 빠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A씨와 당시 교장·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4명의 징계를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독일서 난민 찬반시위 벌어져 경찰 등 18명 부상

    독일서 난민 찬반시위 벌어져 경찰 등 18명 부상

    독일 작센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 1일(현지시간) 극우단체의 집회와 이들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맞불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지난달 26일 켐니츠에서 열린 축제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35세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체포된 용의자는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남성 2명이다. 이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극우단체에서 약 6000명이 거리로 나와 폭력적인 집회를 열었다. 이날 열린 집회 역시 그 연장 선상이다. 극우단체 약 8000명이 겜니츠 거리로 나와 난민 범죄를 규탄하고, 난민 수용 반대를 주장했다. 제3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정치인들과 극우단체 ‘페기다’ 인사들도 참석해 집회를 주도했다. 이들은 ‘우리가 국민이다’, ‘메르켈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집회 도중 폭력사태가 벌어져 경찰 3명을 포함해 18명이 부상했다. 죄렌 바르톨 사회민주당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은 맞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극우 세력에게 공격을 받았다. 또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이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폭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지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폭력과 재산 피해, 공권력에 대한 저항 등 총 37건의 불법행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2015년 이후 독일로 유입된 난민은 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영화감독 안나는 왜 평양에 갔을까?

    영화감독 안나는 왜 평양에 갔을까?

    호주 시드니에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탄층 가스 채굴이 시작된다. 이곳에 사는 안나는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선전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북한으로 향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원제: Aim High in Creation!)의 콘셉트다. 그렇다면 안나는 왜 선전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북한으로 향했을까.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안나는 자신의 딸이 뛰어노는 시드니 파크에서 탄층 가스 시추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안나는 몇 해 전 평양에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한 권의 책을 떠올린다. 김정일이 1987년에 쓴 ‘영화와 연출’이란 책이었다. 완벽한 선전영화를 만들기 위해 직관적이고 세세한 김정일의 지침서였다. 안나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김정일의 생각과 할리우드 영화를 향한 그의 애정에 곧 매료됐다. 안나에게 탄층 가스는 그야말로 자본주의 최악의 사례이자 돈에 눈이 먼 다국적 기업들은 김정일의 선전영화에 등장하는 완벽한 적이었던 것이다. 안나는 ‘감독은 인민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받은 독립적인 예술가이며 창조적 사령관’이라고 명시한 부분을 읽는 순간에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영화감독으로서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들어 시드니 파크의 가스 채굴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많은 환경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했음에도 직설적이고 투쟁적인 다큐멘터리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그녀의 도전에 영향을 끼쳤다. 이제 안나는 호주 배우들과 함께 김정일의 규칙에 따라 북한식 단편 선전영화를 만들어 탄층 가스 개발을 막는다는 내용의 영화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그렇게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가 시작됐다. 안나는 완벽한 선전영화를 만드는 김정일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서구 영화인 최초로 북한 영화산업 전반에 관한 촬영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드는 평양 최고의 영화인들을 만나 그들만의 영화제작기법을 전수받는다. 그 사이 안나는 시드니의 환경 문제와 자신의 사연을 이해하고 공감해준 김정일의 대표 영화인들과 교감을 하고,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인 ‘어디에 살든, 어떤 체제 아래에 있든, 영화인은 모두 한 가족’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사회문제에 관한 새롭고 기발한 접근과 시도를 한 여성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의 좌충우돌 평양 영화계 모험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오는 9월 13일 개봉한다. 96분. 전체 관람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건보공단 “故백남기 병원비 경찰이 내라”… 법무부 “소송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와 경찰에 청구한 ‘고(故) 백남기 농민 의료비’ 관련 구상권 문제가 법무부의 제동으로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공단은 백씨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뒤 2016년 9월 사망하기까지 건강보험으로 지급된 의료비 2억 6300만원을 국가와 당시 경찰관들이 납부하라며 지난달 31일을 시한으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구상권 청구 대상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당시 살수차 운용요원도 포함됐다. 지난 6월 법원이 당시 살수차 요원들과 현장 지휘관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공단은 의료비 지출에 국가와 경찰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초 공단의 청구에 따라 의료비를 납부하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법무부가 ‘소송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납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경찰도 소송 없이 진행하려던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의료비 납부 시한이 지난 현재로선 공단이 국가와 전·현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료비 지급 판결이 나오더라도 당시 현장 지휘관과 살수차 요원 등 개인들이 배상액을 부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정직원 돼도 근로 환경은 악화…SK브로드밴드 쇼했나”

    “정직원 돼도 근로 환경은 악화…SK브로드밴드 쇼했나”

    인터넷 설치·수리기사 건당 수당 지급 “불합리한 포인트제로 최저임금 받아” 사측 “업무 특성상 포인트제 필요해”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가 야심 차게 추진한 ‘민간부문 정규직화 1호’ 프로젝트가 노동자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비정규직이었던 초고속인터넷 설치·수리 기사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해당 노동자들은 “기업 이미지 홍보에만 활용됐을 뿐 노동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1일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인 홈앤서비스 노동자 1400여명은 서울 중구 SK남산빌딩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가짜 정규직화를 멈추라”고 외쳤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고정급을 인상하고 ‘포인트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서·양천센터에서 근무하는 성기일(37)씨는 “주말도 반납하고 밤낮없이 근무해 110포인트를 넘기지 못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52시간 제도까지 시행돼 센터에 있는 90명 중에 20~30명 정도만 110포인트를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에 따르면 인터넷 등 설치·수리 노동자들 대부분은 기본급 158만원에 포인트제가 연동된 임금을 받는다. 보통 인터넷을 설치하면 1포인트, 텔레비전은 0.7포인트, 전화는 0.3포인트를 얻는다. 110포인트를 넘겨야 포인트당 1만 2500원 정도의 실적급을 받는다. 건당 수수료 제도로 알려진 포인트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임금체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로 양분되기 때문에 포인트제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가 설치·수리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은 “노동자들이 1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다가 안전을 돌보지 못하고 추락사하거나 과로사로 숨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삼성전자서비스 설치·수리 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사는 센터별로 운영되는 포인트제를 통일시켜 이 임금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사측 관계자는 “서비스업이라는 직무 특성상 포인트제는 필요하다”면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포인트제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다”고 밝혔다.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30명 중 448명(84.5%)이 “(자신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금 및 복지가 향상됐다”는 조합원은 23명(4.3%)뿐이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자회사를 통한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이 지속 가능하고 처우 개선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면 민간기업에서 고민을 더 해야 한다”면서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조정해 타협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영동고속도로 일부 휴게소 외산담배 판매에 잎담배 농민 반발

    잎담배 재배 농민 200여명은 31일 경기 이천시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에서 외국산 담배 판매 금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영등고속도로 덕평휴게소가 지난 29일. 평창휴게소가 30일부터 외국산 담배를 판매하자 농민들이 외국산 담배 판매 확대를 우려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내 휴게소 195곳 중 외국산 담배를 판매하는 곳은 경부고속도로 옥천만남의광장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연엽초조합 관계자는 “30여년 전 담배시장 개방 이후 외국 담배회사들은 국내에서 담배를 제조하면서도 국내산 잎담배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잎담배 생산 농민 10명 중 9명이 전직을 했다”고 주장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시장에서 수입담배 점유율은 33.6%로 전년대비 16.7%가 올랐다. 글로벌 담배회사들은 한국 진출 초반 국산 담뱃잎 수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뱃잎은 전량 KT&G에서 수매하고 있다. 휴게소 운영업체 측은 “소비자 요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외국산 담배를 판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덕평휴게소 관계자는 “왜 외국산 담배를 팔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소비자가 많아 판매하기로 한 것”이라며 “요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가 늘면서 이런 요구는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담배로 판매되는 상품도 원료의 상당 부분은 수입된 것”이라며 “판매를 막아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방법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외산 담배 판매 결사반대’, ‘국산 잎 쓰지 않는 외국산 담배 판매가 웬 말이냐’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2시간여 동안 집회를 열고서 자진 해산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민주화운동 보상법 등 위헌 판단엔 환영…재판 취소 각하는 피해자들 간절함 외면”

    헌재법 합헌 입장 유지에 실망감 역력 “법 왜곡 잡는데 너무 긴 시간 필요” 토로 헌법재판소가 30일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자 과거 군사정권 피해자들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다만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 내용 등 일부 내용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놓은 것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피해자들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과에 일부 환영하지만, 실상을 외면한 부분도 있어 아쉬운 결과”라면서 “재판 취소 각하로 피해자들의 간절함을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영표 사단법인 긴급조치 사람들 대표는 “여전히 사법부와 헌재까지 개혁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아쉬워했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국가가 위헌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최고 사법기관들이 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78년 전남대 민주교육 집회 사건 당사자인 박몽구(62)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긴급조치 피해자만도 1200~1300명쯤 되는데 수형 생활 후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제대로 못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몇백만원, 몇천만원 정도에 이르는 생활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국가가 모든 책임을 졌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가 잘못 인정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소멸 시효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재단법인 ‘진실의힘’ 측은 “(소멸시효 관련 선고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피해자들이 청구한 지 벌써 4년 반이 지났는데, 대법원의 어처구니없는 법 왜곡을 바로잡는 데 이토록 긴 세월이 필요했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文정부 2기 개각] ‘잦은 구설수’ 송영무 결국 짐쌌다…계엄문건 안이한 판단이 결정적

    [文정부 2기 개각] ‘잦은 구설수’ 송영무 결국 짐쌌다…계엄문건 안이한 판단이 결정적

    “연말까지 유임해야” 주장에도 쇄신 선택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부실보고 의혹을 받아 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취임 13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단행한 개각에서 송 장관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잦은 설화와 함께 지난 3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고도 넉 달 가까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받았지만 청와대 보고나 수사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초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부에 요청해 해당 문건을 받아 공개했고 ‘송영무 책임론’이 불거졌다. 송 장관은 남북 관계 진전 국면과 6월 지방선거 개입 자제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해 계엄령을 검토할 만큼 엄중한 사안을 가볍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안이한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민병삼 육군 대령(전 100기무부대장)이 “송 장관이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히자 공식석상에서 부하직원과 진실 공방을 벌인 것도 경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설화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자주 구설에 오른 것도 국방장관의 리더십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 장병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9일 군내 성폭력 관련 간담회에서는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여성단체가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그는 ‘국방개혁을 통해 새로운 국군 건설’을 제시하며 국방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육군 중심의 기득권을 물리치고 국방개혁을 이끌어 왔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모토로 한 ‘국방개혁 2.0’을 완성해 유임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남북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방개혁의 완성을 위해 연말까지라도 유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청와대는 쇄신을 선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박근혜 청와대 계엄문건, 작성·보고라인 규명해야

    촛불집회 초기인 2016년 10월 당시 청와대에서 계엄을 검토한 ‘희망 계획’이라는 문건이 있는 것으로 서울신문 단독보도로 확인됐다. 계엄사령관은 육·해·공군에 대한 군령권을 지닌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는 등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작성한 계엄문건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촛불집회 초기부터 계엄을 검토하고, 기무사에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관측이 맞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10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첫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헌법에 따른 민주주의 복원을 희망했다.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평화롭게 집회하는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적극적 수사 협조라는 상식적인 대응책이 아닌 계엄 검토는 여론과 정반대되는 일이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따라서 군검 합동수사단은 영장을 발부받아 문건 확보부터 하기 바란다. 해당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으로 이전되어 있다. 문건을 확보해야 정확한 작성 내용, 작성 경위, 작성 의도, 보고라인 등을 규명할 수 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던 김관진 전 국방장관 소환조사도 해야 한다. 청와대 계엄문건과 지난 3월 공개된 기무사 계엄문건의 연관성도 찾아야 한다. 앞서 기무사 계엄문건 관련자들은 문서의 성격을 단순 참고자료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시 생길 사회혼란과 국가기능 마비 사태에 대응할 비상계획 수립에 참고할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적 계엄절차와 발동기준이 담긴 계엄실무 편람과 달리 “반정부 정치활동을 한 의원들을 집중 검거 후 사법처리한다”거나 언론통제의 구체적 내용 등을 감안하면 실행계획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희망 계획’이었는지 그 의도도 밝혀야 한다. 민주주의 복원을 희망한 국민에게 ‘청와대발 계엄계획’과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 박해일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

    박해일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

    “낯선 환경에 저를 떨어뜨려 놓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어떤 감정과 호흡을 내는지 궁금했거든요.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나아가려 하는 게 인간의 역할 아닌가요.”영화 ‘상류사회’로 데뷔 이후 처음 욕망의 질주를 벌이게 된 배우 박해일(41)이 되물었다.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는 그의 말은 곧 자신의 18년 배우 생활을 이르는 말로 들렸다. 2000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이후 ‘남한산성’(2017), ‘덕혜옹주’(2016), ‘제보자’(2014), ‘은교’(2012) 등 그는 그 안에서 내내 살아왔던 인물처럼 작품을 견고하게 지탱해 왔다. 돌출되기보다 스며듦으로써 작품을 빛냈던 그가 욕망을 드러내고 가속력을 내는 인물이 됐다. ‘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 등을 통해 욕망하는 인간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냈던 변혁 감독의 신작 ‘상류사회’에서 시민은행을 제안하며 존경받는 경제학 교수 장태준 역을 맡았다.태준은 영세 상인 집회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을 구하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 출마 제안까지 받는다. 미술관 관장 자리를 노리며 상류층에 진입하려는 아내 수연(수애)의 욕망에 힘을 실어주게 된 것. 수단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수연의 행보에 태준은 세속적인 욕망을 품으면서도 적당한 윤리와 사회적 책무를 느끼며 ‘브레이크’를 거는 균형을 보인다. “바람은 펴도 걸리진 말라”는 수연의 말에 “너, 힐러리 같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밖에서는 완벽한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집에서는 마스크팩을 올리고 노래방 기계로 여흥을 즐기는 등 다채로운 면모로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배우의 바람이 깃든 장면들이다. “수연이 처음부터 자기 목표에 충실하다면 태준은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가 정계에 뛰어들면서 휘둘리고 변질되고 유혹을 당하며 A부터 Z까지 처음과 다른 다양한 양상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배우로선 감정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져볼 수 있어 좋았죠. 하지만 ‘선은 넘지 말자’는 태준의 대사가 곧 캐릭터를 규정짓는 말뚝이에요. 그게 영화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상류층’은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 콘텐츠들이 무수히 반복해온 소재다. 때문에 제목에 이를 정직하게 반영한 이 영화가 펼쳐낼 다른 지점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을 터다. 이를 의식한 듯 변 감독은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을 전시하는 것도 아니고, 착한 캐릭터가 재벌을 응징하는 영화도 아니다. 2, 3등 하는 사람들이 1등의 세계로 들어가려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 역시 “어느 정도 자신의 자리를 이뤘지만 더 높은 곳으로 진입하고 싶어하는 모습들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짚으며 “태준과 수연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색대로 다른 욕망을 품고 움직이는데 그게 관객들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일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영화는 재벌가와 정계 권력층들의 추레한 내면을 때론 신랄하게, 때론 위트 있게 풍자한다. 하지만 일본 성인비디오(AV) 여배우를 내보낸 강도 높은 정사 장면이나 수연이 관장 자리를 위해 선택한 마지막 수단 등이 여성을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이 영화의 이야기나 결이 (정사 장면에) 무모하게 힘을 준 것이라기보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을 하듯,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치이자 작품의 흐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파격적인 장면을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닌데 그것만으로 평가될까 봐 조심스럽다”며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부·경북 탈원전 정책 ‘엇박자’

    경북도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원자력 산업 육성 사업을 전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 인사가 지자체가 마련한 원자력 산업 육성 관련 행사에 참석해 유공자들에게 장관상을 줘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도에 따르면 29~30일 이틀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경북도,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는 ‘대한민국원자력산업대전 및 원자력기업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올해 4회째와 2회째를 맞는 산업대전과 취업박람회에는 국내 원전 업체 및 연구기관, 해외 원전 바이어 등 74개 기업과 6개 교육기관 관계자 등 모두 1300여명이 참가한다. 첫날 행사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사 등이 원자력 산업 홍보관을 운영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해외 사업 실적 등을 홍보했으며, 24개 원전 기업들이 원자력 전공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가졌다. 마지막 날엔 스페인,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국 바이어들과 국내 원전 기업 간 수출 상담회가 열린다. 논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거리가 먼 이번 행사를 후원해서 생겼다. 또 개막식에는 유성우 산자부 원전산업관리과장이 참석해 원자력 발전 유공자 5명에게 산자부장관상을 전달했다. 한 행사 참석자는 이날 “이번 행사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라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북 울진군의회와 지역 사회단체로 구성된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앞에서 즉각적인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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