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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전원회의 분석 1] “北은 치열하게 생존전략 고민하는데 우리는”

    [北 전원회의 분석 1] “北은 치열하게 생존전략 고민하는데 우리는”

    “북한이 저렇게 치열하게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는…” 조성렬(62)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정성장(55)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연말 나흘 동안의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새해 첫날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하노이 결렬 전후에 미국과 북한의 협상 라인이 교체됐는데 우리 대북 라인에는 일정한 쇄신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아주 치열하게 앞날을 고민하는 데 견줘 우리는 너무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대응해왔다는 날선 지적을 내놓았다. 또 올해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국 총선, 도쿄올림픽 등 전략무기로 도발할 수 있는 모멘텀이 널려 있어 현 상태에서 ‘그대로 멈추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당사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북미 협상의 틀을 확대하고 다시 6자회담으로 넓혀 향후 평화체제 구축의 디딤돌로 삼자는 얘기도 나왔다. 사회는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이 봤다.사회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 총평부터 해달라. 조성렬 많이 우려했지만 생각만큼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특히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2018년 신년사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톱다운 방식이 하노이 노딜로 타격을 입고, 이제는 중견 간부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비핵화 조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조건부로 여지를 남겼다. 전반적으로 김 위원장이 파국으로 끌고가기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상황을 관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김 위원장이 나흘 동안 평양에 간부들을 모아 안보전략과 생존전략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공언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이지만 명확하게 드러냈다. ‘정면돌파 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국제사회의 어떤 제재가 닥쳐도 북한은 선택한 길을 간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미사일 능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정확히 밝힌 마당에, 우리 정부는 북한이 치열하게 고민한 것에 대한 대응을 역시 치밀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사회 나흘의 전원회의, 신년사 생략이 처음부터 계획됐다고 보는가. 정성장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한 것으로만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늘 북한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느끼면 나흘이고 닷새고 전원회의를 이어갔다. 1990년 1월 5~9일 전원회의를 했는데 동구권과 베를린 장벽 붕괴로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닷새 동안 토론했다. 1974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후계로 지명했을 때도 길게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7시간이나 보고했다는 것은 작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과 정부 간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침을 전달했다는 점 등에서 아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새로운 길’이 생각보다 약해 보인다. 우리가 놓친 것은 없는지. 정성장 북한의 표현이 과거에 비해 덜 거친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017년 12월 이후 상황을 나름대로 잘 관리할 수 있었던 배경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노골적으로 과거의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간다고 강경하게 표현하면 북중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해서 이번 보고서 내용을 보면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많아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조성렬 지난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 가능성을 처음 얘기했고 그 뒤 그것을 제대로 정의한 적이 없다. 지금 결정서에도 새로운 길의 실체가 없다. 추정하자면,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얘기한 세 가지, 자립자력의 열풍을 통한 자력갱생, 국가방위력 향상을 통한 군사력 강화, 세계평화애호세력과의 국제연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정서를 보면 자력갱생을 자력부강, 자력번영으로 표현하였고,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적 성격을 띤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천명하였다. 다른 산업 분야도 일정한 성과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북한이 지난해 병진노선 종료 선언하면서 경제총력노선으로 넘어갔는데, 결정서에는 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다시 병진노선으로 돌아간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6·12 싱가포르 합의한 레드라인을 넘느냐가 관심사인데 결정적인 파기 선언은 하지 않았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대미 강경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판을 깬다는 비난은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읽힌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재 일부 완화 초안을 제출했고 회람 중이라 두 나라의 체면도 살려주자는 뜻도 있겠고, 자신들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김 위원장이 ‘시간은 북한 편’이라고 본다고 했는데. 정성장 2013년 병진노선을 채택할 때만 해도 국제사회 제재가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기술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아 재래식보다 핵미사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해 단거리 시험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 북한은 핵무기 집착에서 벗어나 재래식 무기도 강화하는, 포괄적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7년 전만 해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도 못하고 관계 개선도 안됐는데 지금은 북중관계가 정상화됐다. 또 북한 제조업의 국산화도 진척됐고, 북한 스스로 발전 모색이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사회 많은 이들이 북미 대화의 전기가 4~5월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는데. 조성렬 매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키리졸브 훈련을 실시했는데, 작년에는 동맹2019-1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했다. 올해도 이걸 강행하겠다고 하면 북한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작년엔 평창올림픽 이후로 한미 군사연습을 미루고, 실제 훈련도 아주 간략하게 형식적으로만 치뤘는데, 이를 통해 남북과 북미 관계 돌파구를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해서 4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더욱 신경쓰는 건 핵비확산조약(NPT) 창립 50주년을 맞아 5월초 뉴욕에서 NPT평가회의 열리는 것과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자랑스럽게 과시할 수 있지 않느냐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 대선 예비경선이 치열해질 시점이고 우리도 4·15 총선이 있어서 우리 정부는 그 전에 북미협상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겠지만 그 때까지 북미의 입장 차는 결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시간 끌면서 상황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선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북한도 트럼프가 재선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라도 무리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사회 지난해 신년사와 비교해 남북관계가 딱 한 줄 스치고 지나가듯 언급됐는데. 정성장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 중요하게 고려된 적도 있었다. 1990년 1월 전원회의 직후 남북 정부정당 연합회의를 제안해서 이것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남북관계를 언급 안한 것은 한국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북미협상 관련해 특별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건설적 역할을 못했다고 보기 때문에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북한은 의도적으로 남한을 배제해왔다. 조성렬 지난해 하노이 결렬 이전만 해도 남북이 긴밀하게 협의했던 것 같다. 하노이 노딜 이후 강한 불만이 표출됐고 북한은 제재 완화에서 안보 문제로 중심점이 이동했는데도 남쪽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경제문제만 얘기하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예를 들어 G20 회의 직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론을 주창하고, 8·15 경축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되풀이하고,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DMZ국제평화지대를 위한 남북철도연결을 공언하자 안보리 제재 같은 것 하나 풀어주지 못하면서 허황된 약속만 늘어놓는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첨단 무기 도입하고 한미 군사연습 계속하는 데 대한 불만들이 쌓여 북한 내부에서도 대남 불신이 커진 것 같다. 최근 북한 내부적으로는 남북 당국간 대화의 동결은 북미 관계와 연동돼 있어 상당 기간 교착이 불가피하지만 민간 교류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문제를 논의했으면서도 결정서에는 담지 않은 것 같다.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측을 무시했다기보다 4월 총선도 있고 해서 과연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게 도움이 될지 정치적 고려를 한 것 같다. 봄이 되면 민간 교류에 관한 제안이 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 [사설] 야권 정개개편 앞두고 안철수 복귀, 총선용 단견 아니길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은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같은 해 9월 해외로 떠났다. 그는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며 정치재개 선언과 함께 귀국 계획을 알렸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전 의원은 당 내분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귀국을 요청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선 3등에 이어 ‘소선’까지 고배를 마셔 완전히 정치를 떠나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정치판 복귀를 결정했다. 안 전 의원은 소용돌이치는 야권의 개편구도에서 가장 큰 변수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명색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더블 스코어’ 가깝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극우 보수세력에 기대면서 국익보다는 당리를 챙기고, 쇄신하기는커녕 기득권에 집착하는 한국당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은 지 오래다. 황교안 대표에게서 보수정치를 책임지는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보수층에서조차 “한국당으로는 안 된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안 전 의원의 복귀 결정도 이런 ‘판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이날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이라며 사실상 한국당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했다. 낡은 정치와 기득권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정치’를 내세웠던 8년 전 정치 입문 당시를 연상시킨다. 19대 총선 때 단 몇 달 만에 국민의당을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정계개편과는 상관없이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나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참신성이 떨어지는 데다 비호감층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양단된 국론 등 지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재개는 주목조차 끌지 못할 수도 있다. 정치를 재개한다면 청년과 미래의 한국에 큰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 [글로벌 In&Out] 한일이 국제 공공재가 되는 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일이 국제 공공재가 되는 날/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지난 연말 15개월 만에 회담한 한일 정상은 예상대로 서로의 인식 차를 드러내면서도 대립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강제동원 판결과 관련해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 준수를, 한국은 수출 규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미칠 파국적 영향에 대해서도 한일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는가 추측해 본다. 이런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새해 한일 관계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르는 한일 관계에 다시 한 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일이 수교하기 전인 1960년만 해도 통일은 북한이 주도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거치면서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고 이제 통일은 남한 주도가 상식이 됐다. 한국의 현명한 선택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지만, 한국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일본의 힘을 발전에 효율적으로 이용했다는 점도 감안됐으면 한다. 이런 한일협력의 성과를 토대로 과거 청산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협력의 역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반론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북핵 하나만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한일이 협력하지 않고 단독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일 간에는 북핵을 다루는 방법에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일은 이해를 공유하는 만큼 상호협력이 양국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한일 협력은 눈앞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세계 속에서 한일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동양적 가치관과 서양적 가치관 모두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점이다. 글로벌화 속에서 동서양이라는 구분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가치관의 차이는 존재한다. 밀려드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동서양을 종합한 새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서양 가치를 겸비한 한일이야말로 현대의 과제를 풀 적임자라고 본다. 한일 사회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매우 대조적이다. 정치면에서 한국 사회는 국가에 저항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일본 사회는 국가에 저항하지도 않고 국가에 대한 의존도도 높지 않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한일 간 대립이 커질 위험도 있지만 협력만 하면 동서양이라는 가치관을 넘어선 제3의 가치관을 창조할 잠재력이 있다. 한일이 갈등에만 집착하다가 협력의 기회, 협력이 가져다줄 공공적 이익을 지나쳐 버리는 것은 한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대한 손실이다. 한일 관계가 국제 공공재가 될 수 있음을 양국 정부와 사회는 함께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세계가 직면하는 곤란한 여러 과제에 협력·경쟁하면서 대처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선다면 한일 간에 존재하는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할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한일 간에 가시처럼 걸린 위안부 문제는 최근 상대방의 주장을 서로 부정하는 뜻에서 한일 간 ‘역사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소녀상은 일본을 도덕적으로 공격하는 수단이 됐고, 일본도 민감하게 반격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일이 경험한 전시 여성 인권 문제로서 과거의 잘못을 끌어안고 세계의 전쟁터에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면서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작업을 해나갈 수는 없을까 상상해 본다. ‘미투운동’ 등으로 최근 급격히 신장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 의식, 그에 비하면 약간 뒤처져 보이지만 오랜 세월 축적된 일본의 인권 의식, 그 두 개를 결합해 전시 여성 인권 문제를 현대의 과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생각할 수 없을까. 그것이 국제 공공재로서 한일 협력을 살린다는 발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게 새해 바람이다.
  • [법인의 활발발] 재미의 ‘판’

    [법인의 활발발] 재미의 ‘판’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과 차담을 하면서 속사정을 많이 듣는다. 그중 최근에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 지난봄에 산사를 찾은 한 분은 뭔지 모르지만 사는 게 답답하고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사는 재미를 어떻게 찾느냐고 물으니 이것저것 뭘 사면 가슴이 잠시나마 풀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은 또 사는 게 재미없고 불안하단다. 보관할 곳이 좁을 정도로 사들인 물건들, 그리 필요 없고 많이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보면 짜증과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산사에 와서 쉬면 마음이 한 달 정도는 편안하다고 한다. 불만은 쇼핑에 대한 집착으로, 집착은 다시 불안으로, 불안은 휴식이라는 도피로 이어진다. 불안과 불만이 돌고 도는 일상의 윤회가 아닐 수 없다. 듣는 내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또 얼마 전 만난 한 분의 사연은 앞의 분과는 결이 같고도 달랐다. 어머니가 딸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얘야, 막내아들이 모처럼 큰맘 먹고 효도를 했는데 내가 거절해서 마음이 쓰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막냇동생이 어머니에게 수백만원이나 하는 이른바 명품 가방을 보냈는데 이를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딸은 왜 그랬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거절하고 나서 막내에게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당황하고 서운했을 동생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막내에게 말했다. “너의 마음만 받겠다. 나는 비닐 가방을 들고 다녀도 마음이 편한 게 좋다.” 그리고 이어 말하기를 “가방으로 내가 돋보이기보다 ‘명품 인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려 깊은 고결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자. 마음씀이 아름다운 사람이 명품 인간이다. 그런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명품이 된다. 마치 부처님이 걸친 누더기 옷이 사람들에게 빛나 보이듯이 말이다. 고가의 가방을 가진 사람과 고결한 사람이 가진 평범한 가방의 차이는 어떻게 다를까. 불교의 나라 신라에서 고승을 초청해 음식을 공양하는 행사를 했다. 초대받은 고승 한 분이 허름한 옷을 입고 초대에 응했다. 초라한 행색에 왕궁의 경비병이 그의 출입을 막았다. 그 고승은 다음 공양 초청 때는 단정한 옷을 입고 초대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분은 음식을 옷소매에 담았다. 괴이하게 여긴 왕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나를 초청한 것이 아니라 옷을 초청한 것이라 생각돼 옷에게 음식을 공양드리고 있습니다.” 소유와 소비로 사람을 평가하고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과시하려는 오늘날의 풍토에서 음미해 봐야 하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저잣거리에 나가 보면 눈이 어지럽고 귀가 어지럽다. 산중 수행자가 보기에도 어찌 그리 물건을 잘 만드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번은 전자상가에 들렀는데 각종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놀랐다. 값이 일반 제품보다 몇 배가 비싼 고화질의 TV를 보니 옆의 제품에 영 눈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TV 없이 살던 내가 그만 사고 싶은 순간의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그때 실감했다. 우리 시대는 필요해서 물건을 사기보다 좋아서 사는구나. 이제 상품은 교환가치를 넘어 기호가치가 됐다는 진단이 이런 것이로구나. 자본주의는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기호 심리에 파고들어 노후화 기술과 진부화 기술이라는 마법을 부리는구나. 이래저래 상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충동구매에 삶이 묶인 사람을 떠올린다. 그리고 왜 기호가치에 매몰돼 있는가를 생각한다. 그분은 사는 게 재미없고 답답해서 물건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원인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실감하는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한 삶의 지점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재미의 ‘판’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그 판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넸다. 소유와 소비에 투자해 보니 재미는 순간이더라. 그런데 시간과 경험에 몰입해 보니 재미의 여운이 길게 가더라고. 독서, 걷기, 여행, 다정한 사람들과 음식 만들어 먹기, 봉사하기, 문화적 취미 생활.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시간과 경험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런 것들은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 [세종로의 아침] ‘조커’ 따라하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커’ 따라하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밑, 지나온 시간들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때다. 저마다 선연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요즘 말로 ‘원 픽’쯤 되려나. 개인적으로는 영화 ‘조커’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포스터에도 쓰였던 그 장면. 긴 계단을 내려오던 조커(호아킨 피닉스 분)가 부러져라 허리를 젖히며 웃어대던 그 장면 말이다. 세상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하고 통쾌했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타악기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리듬은 고조되는 흥분의 불쏘시개로 모자람이 없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인물처럼, 아웃 포커싱된 채 우주인처럼 서 있던 두 형사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각별했다. 이른바 ‘N차 관람’을 통해 다시 확인한 그 장면은 들인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한 컷 한 컷 완벽한 프레임을 선사했다.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영화팬들 사이에서 그 장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이어졌다.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건 계단을 오르기는 죽을 만큼 힘들지만 타락하는 건, 혹은 추락하는 건 너무 쉽다는 걸 말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삼이사들의 팍팍한 삶이 그 장면에 그대로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다리 아래에서 꾹꾹 눌려지내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폭동이라도 일으키지 않을까 미국 사회 전체가 전전긍긍했겠지. 한데 타락했기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내려오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타락에 이르는 과정이 그리 쉽지도 않았지만, 설사 타락했다고 해서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 같지는 않다. 자신감이 듬뿍 얹힌 그 발걸음을 설명해 주는 단어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변화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릴 때 찾아온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과도 맥이 통한다. 조커는 다 버렸다. 본인이 원했건 그렇지 않건. 버려야 할 것들에 집착했다면 조커는 변하지도 못했고,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지도 못했다. 카드나 화투를 쳐 본 사람은 안다. 조커의 역할을. 뭔가 큰 게 떴을 때, 한결 더 폭을 키워 주지만, 조커 자체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조커는 그런 카드다. 그래서 조커에는 어딘가 결여와 결핍의 이미지가 늘 따라다닌다. 영화 속 조커 역시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그가 그 자체로 중요한 인물로 변한 건 가진 걸 버렸을 때부터였다.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들은 스스로를 비우기 시작한다. 여름 내내 치열하게 키워 낸 잎들도 아낌없이 버린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찢을 만큼 혈기방장했던 억새도 한여름이 지나면 속을 비우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쯤 되면 나무나 억새의 처세술이 사람보다 낫지 싶다. 비우는 시기를 놓쳐 애써 쌓아 올린 명망을 잃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니 말이다. 세밑이라고 달라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긴 레이스와 다름없는 인생에서 그저 작은 매듭 하나가 묶여졌을 뿐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이나마 특별해진 건 조커를 닮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악당 노릇까지 따라하겠다는 건 물론 아니다. 그가 그 자체로 완성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버려야 할 건 과감히 버렸던 그 결단만은 따라잡고 싶다. angler@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정수가 담긴 ‘골수 요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정수가 담긴 ‘골수 요리’

    음식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종종 ‘굳이 이런 것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의구심은 문화에 따라 상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운 김이나 간장 게장은 이역만리에 사는 이방인에겐 못 먹을 기괴한 음식으로 비치기도 한다. 한국의 여러 음식을 소개하는 외국인 유투버의 영상만 봐도 음식이라는 건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문화의 산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음식에 열망은 크지만 무지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메뉴판에 있는 ‘본 매로우’라는 단어가 매력적으로 보여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아는 척 주문을 했다. 스테이크 전문 식당이었고, 본은 뼈니까 뼈에 붙은 살이겠거니 짐작했다. 눈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접시 위에는 검게 그을린 뼈, 그리고 그 사이에 마치 고름처럼 생긴 무언가 있었다. 소 다리뼈의 골수라고 설명해 준 서버는, 동공의 흔들림을 눈치챘을 터. 그때 정확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굳이 이런 것까지 먹을 생각을 대체 누가 했을까.’동물의 골수, 그러니까 뼈 안에서 혈액을 만드는 부드러운 조직은 구석기 시대 인류 말고도 육식을 하는 동물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던 식재료였다. 대부분 지방으로 이뤄져 칼로리가 높고 철분, 인, 비타민 등의 함유량이 살코기에 비해 많아 효율적인 에너지원이었다. 혹자는 인류가 아직 치명적인 사냥 기술을 습득하기 이전에 동물들이 먹다 남긴 뼈를 주워다 골수를 섭취했고 그로 인해 두뇌가 발달할 수 있었다고도 주장한다. 단지 쪼개진 동물뼈를 통해 추론한 것이라 그대로 믿기에는 다소 의심이 가지만, 어쨌거나 동물 뼈에서 골수를 따로 빼내거나 그것을 요리해 먹는다는 건 비인간적이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어떤 주기를 따라 패션의 유행이 반복되듯 골수 요리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부유층은 구운 골수 요리를 꽤 선호했다. 당시 상류층의 연회나 만찬에 빠지지 않았고, 뼈의 좁은 홈을 따라 골수를 쉽게 파내도록 특수한 은제 도구도 등장했다. 주방도구의 역사를 서술한 영국 음식작가 비 윌슨은 “자잘한 부엌 용품은 그 사회가 무엇에 집착했는지를 보여 준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전용 도구의 존재는 당대에 인기가 높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20세기에 접어들자 지방이 건강의 주적으로 꼽히면서 골수 요리는 더이상 현대 미식가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구식 요리로 전락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골수를 요리해 냈다. 이내 지방에 씌워진 누명이 벗겨지고, 고기와 과일을 먹던 구석기인처럼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구석기식 다이어트’가 영미권에 유행하면서 골수 요리는 단숨에 ‘힙한’ 요리로 재조명됐다. 2011년 캐나다 음식작가 제니퍼 맥 라간이 자투리 부위의 활용법과 의미를 다룬 책을 출간하면서 북미 지역에서 골수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동안 미국에서 개 사료로 쓰던 값싼 소뼈가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을 빚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골수 요리는 어떤 맛이길래 사랑을 받게 된 것일까. 조그만 단서라도 얻기 위해 영국 런던의 세인트 존 레스토랑을 찾았다. 1994년 문을 연 세인트 존의 셰프 퍼거스 핸더슨은 영국 전통요리의 부활을 시도해 영국인들 사이에선 ‘셰프들의 셰프’로 통한다. 핸더슨의 골수 요리는 유명세에 비하면 무척이나 소박하다. 오븐에 두 번 구운 골수와 파슬리 샐러드, 구운 토스트, 그리고 영국산 바다 소금이 전부다. 뼈 안에 든 골수를 살살 긁어 먼저 맛을 봤다. 소고기를 굽고 난 후 남은 기름을 긁어먹는 듯한데 조금 더 풍미가 강하다. 소의 향이 깊게 배인 기름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될까. 남은 골수를 토스트 위에 펴 바르고 약간의 소금을 더한 후 케이퍼, 양파가 어우러진 파슬리 샐러드를 얹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기름진 골수의 맛이 파슬리 샐러드의 신맛, 토스트의 탄내와 어우려서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맥라간은 골수 요리를 두고 ‘가난한 자의 푸아그라’라고 극찬했다. 잘 구워 간을 한 골수는 푸아그라 못지않게 풍미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지방이 풍부해 전통적으로 버터나 라드의 대체제로도 사용됐다. 지방이 적은 소고기 스테이크에 버터소스를 끼얹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훨씬 풍미가 강력한 지방인 골수를 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 배가된다는 것이다. 뼈를 갈라 안에 든 골수를 먹는 것이 기이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남김없이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골수 요리를 자주 즐기고 있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도 결국 넓은 범위에서 보면 골수 요리의 하나이니까.
  • 美 억대 연봉자들이 ‘현대판 자린고비’ 자처하는 이유

    美 억대 연봉자들이 ‘현대판 자린고비’ 자처하는 이유

    미국에서 조기에 은퇴하기 위해 뭐든지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현지매체는 최근 자기 수입의 70%를 극단적으로 저축해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연간 27만달러(약 3억1400만원)를 버는 기업법무 변호사 대니얼(36)은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허드슨강 건너편 뉴저지주에서 살며, 값싼 전기냄비로 콩밥을 지어 먹고 옷도 값싼 수트 다섯 벌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는 독서가 하고 싶으면 지역 교회에서 판매하는 50센트(약 580원)짜리 책 한 권을 사서 읽고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의 방법으로 수입의 70%를 저축한다. 그가 이처럼 아끼며 사는 이유는 바로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작전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이런 삶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미 40만달러(약 4억6500만원)가 넘는 돈을 모았다는 것.이에 대해 그가 “이대로 변호사 수입의 70%를 계속해서 저축할 수 있다면 앞으로 3년 안에 은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처럼 연수입이나 연봉이 여섯 자릿수 즉 10만달러(약 1억1600만원)가 넘는 다른 고소득자들 역시 시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조기 은퇴라는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들 고액 연봉자는 음료수를 사 먹지 않는 것부터 구두가 떨어져 나가도 고쳐서 계속해서 신는 것까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20년 전 나온 ‘유어 머니 오어 유어 라이프’(Your Money or Your Life)라는 책, 국내에는 나중에 ‘돈 사용 설명서’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이 베스트셀러가 유행했던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에 동참한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파이어(FIRE)족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이런 생활 방식이 새로운 문화는 아니지만,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Y세대)는 점점 더 많이 조기 은퇴에 관심을 갖고 ‘현대판 자린고비’를 자처한다. 이는 적은 생활비에 만족하고 살며 인색할 정도로 절약하는 것이 은퇴 이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더 머니 하빗’(The Money Habit)이라는 이름의 개인 금융 블로그를 운영하는 J.P. 리빙스턴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자신은 28세의 나이에 은퇴하기 전에 200만달러가 넘는 자산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맨해튼 금융가에서 일한 리빙스턴은 대학 졸업 이후 첫 번째 직장에서 연봉 10만달러를 받았었지만, 조기 은퇴를 결정하고 나서 급여의 70%를 저축했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온라인 광고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서 중고 가구를 구매하는 등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소박한 삶을 택했다.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3층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월세 1050달러(약 122만원)를 절반으로 나눠서 살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통적으로 높은 급여를 기대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조기 은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공립학교 교사였던 조와 앨리 올슨은 은행에 100만 달러(약 11억원)을 저축하고 30대 초반에 조기 은퇴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소득의 75%를 저축하고 37.16㎡(약 11.24평)밖에 안 되는 주택에서 살며 연간 지출을 약 2만달러(약 2300만원) 수준으로 줄였다. 또 이 매체는 절약은 조기 은퇴 목표와 무관하게 부를 쌓는 비결이라고 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현재 가치로 27만6700달러(약 3억2200만원)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평범한 주택에서 여전히 거주하고 있으며,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역시 명품으로 흔히 불리는 사치품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유층 분석업체 어플루언트 마켓 인스티튜트(Affluent Market Institute)의 연구 책임자이자 미국 백만장자 600여명을 조사해서 쓴 책인 ‘백만장자가 되는 법'(The Next Millionaire Next Door)의 저자이기도 한 새라 스탠리 폴로에 따르면, 검소한 생활 습관은 백만장자들이 처음에 부자가 되는 데 기여했다. 그녀는 백만장자들에 관한 특징을 연구해 여섯 가지 행동이 나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순자산에 잠재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부자 요인’이라고 불렀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검소함이다. 절약하고 적게 쓰고 예산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지출하거나 은퇴를 위해 저축하는 대신 지출하고 또는 부자가 될 것을 예상해 지출하는 행동은 비록 소득 수준이 엄청나게 많아도 임금의 노예가 되게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사진=기업법무 변호사 대니얼(36)이 50센트를 주고 산 책을 들고 있는 모습. 그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얼굴과 성(姓·라스트네임)을 공개하길 거부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한 해를 보내며, 지난 2016년 84세로 타계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걸출한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의 전언을 되새겨 보고 싶다. 이 작품을 관류하는 주제는 종교적 독선과 경직된 이념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문장을 이곳에 적어 본다. “가짜 그리스도는 유대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먼 이방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잘 들어 두어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다. (…) 아드소,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그들은 대체로 많은 사람을 죽게 하는 법이다.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주인공 윌리엄 수사가 조수 아드소에게 전한 메시지다. 지금 다시 읽어도 서늘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 대목은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고 갈파했던 중세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읽었기에, 더 과격하고 단순할 수 있다. 그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오로지 그 한 권의 책일 테니까. 물론 진리와 정의를 향한 대담한 실천과 용기가 소중한 미덕이 될 때가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 시대 한국 사회에 자신의 행동은 대의를 위한 용기이나, 타자의 행동은 맹목과 독선이라고 생각하는 진영론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양분된 이념과 세력으로 인한 전쟁을 겪은 분단된 사회이기에, 어느 해인들 분열, 갈등, 대립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가 없겠지만, 유독 올해는 사회 전반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극심했다. 세대, 계층, 성(性), 지역, 정치적 입장을 둘러싼 대립과정에서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 조롱, 경멸, 원한, 공격이 넘쳐났다. 몇몇 인기 스타와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마저 그런 압박과 대립의 과정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견딜 수 없어, 세상을 뜨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마음의 그늘과 폭력을 상징하는 죽음이 아닐까. 경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사람들 마음의 품격과 소양도 그런지 이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한국 사회에는 한마디로 자신과 생각 및 감성, 취향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내 관점에 오류와 미숙함, 편향, 모순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회다. 누구나 사유라는 면에서는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한계를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없겠지만, 한번쯤은 왜 저 사람은 저런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감각과 태도가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정경심 교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검사에게 했다는 발언, 즉 “검사님, 재판부는 토론하고 합의해서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결정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검사들은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라는 발언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매우 귀한 태도이지 싶다. 이즈음 사람들은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타자와의 대화나 토론을 통해 진실을 찾지 않는다. 대개 손안의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세계가 오로지 진실에 부합된다고 여기는 안이한 생각, 소셜미디어에 넘치는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세태를 생각할수록, 재판부의 태도는 돋보인다. “저희의 결정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행되는 재판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한층 더 섬세하고 구체적인 진실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그런 태도야말로 맹목과 구별되는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2019년이 저물고 있다. 다가오는 2020년은 조금이라도 분열과 대립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한 해, 새로운 만남과 통합을 일구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 美 유명 MC 제이 레노, 반려견 사진보고 “한식당 메뉴” 막말 파문

    美 유명 MC 제이 레노, 반려견 사진보고 “한식당 메뉴” 막말 파문

    지난 9월 시각장애와 자폐를 가진 한인 3세 코디 리(22)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은 미국 NBC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이하 AGT) 시즌 14 녹화 현장에서 NBC 진행자 제이 레노가 한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미국 대중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4월 AGT 녹화에 참여한 레노가 해당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인 사이먼 코웰의 사진을 두고 도를 넘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NBC 유명 프로그램 ’투나잇쇼‘를 이끌었던 간판 MC 레노는 이날 녹화에서 복도에 전시된 코웰의 사진 속 반려견들을 놓고 “한식당 메뉴 같다”라는 막말을 내뱉었다.현장에는 사이먼 코웰을 비롯해 코미디언 하위 맨델, 전 미식축구 선수이자 영화배우인 테리 크루즈, 영화배우 가브리엘 유니온과 줄리안 허프 등 다른 심사위원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극소수지만 아시아계 스태프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레노는 말을 가려 하지 않았다. 아시아계 스태프들은 레노가 아시아인을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인종으로 보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배우 가브리엘 유니온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유니온은 제작진에게 레노의 농담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NBC 인사부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연히 레노의 발언은 인사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다. 다만 8월 6일 방송분에서 레노의 해당 발언은 편집됐다. 제이 레노에 반기 든 여배우 가브리엘 유니온 돌연 하차 하지만 5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모든 방송분이 나간 이후 NBC 측은 갑작스레 프로그램에서 가브리엘 유니온을 하차시켰다. ’버라이어티‘ 측은 NBC가 유니온의 잇단 문제 제기를 불편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니온은 레노의 개고기 발언 외에 오디션 참가자들의 인종차별적 무대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참가자 중 한 백인 남성이 손을 흑인처럼 칠하고 나와 특유의 흑인 말투를 따라 하며 가수 비욘세를 흉내 냈을 때도 제작진에게 무대를 중단시키고 참가자 명단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니온의 인종차별 지적에도 AGT 측은 무대를 강행시켰다.유니온과 또 다른 여성 심사위원이었던 줄리안 허프에 대한 청중들의 외모 지적도 문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청중들은 여배우들에게 머리카락 색깔과 화장법, 의상 등 신체 및 외모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유니온은 “머리카락 색깔이 너무 검다”라는 매우 구체적인 비판을 최소 6번 이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온이 레노의 개고기 발언을 비판하고, 인종차별 및 성차별적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하차당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NBC 측은 “호스트는 순환 출연이 일반적이며,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상시적 교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버라이어티의 보도 이튿날 가브리엘의 남편이자 농구선수인 드웨인 웨이드는 “아내가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는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내 아내가 우리 공동체와 문화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의혹을 증폭시켰다.아시아계 단체, NBC 측에 제이 레노 퇴출 촉구 논란이 일자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미디어 행동 네트워크(The Media Action Network for Asian American, MANAA)는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제이 레노를 NBC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NBC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해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남발한 제이 레노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라고 촉구했다. MANAA 가이 아오키 회장은 “10년이 넘는 기간 MANAA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 미국 언론 연합’(APAMC) 회원들이 NBC 경영진과 만나 레노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레노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상습범이었다. 아시아인의 개고기 식용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레노는 2002년에도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을 모욕했다. 당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올림픽 주관 방송사였던 NBC에서 ‘투나잇쇼’를 진행한 그는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 및 편파 판정 논란을 두고 노골적으로 오노 편을 들었다. “고속도로에서 한국인 차가 나를 못 가게 하겠다는 듯 안으로 끼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오늘 올림픽에서도 일어났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한국 선수의 반칙에도 불구하고 오노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고속도로에서도 똑같이 ‘꺼져’라는 말로 한국인 차를 쫓아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또 “그 한국인(김동성)은 화가 났을 텐데,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찬 다음 아예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조롱했다. 한편 논란이 된 AGT(아메리카 갓 탤런트)측은 지난해 시즌 13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을 초대해 오프닝 축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민주·정의당 ‘선거법 공조’ 깨졌다

    민주·정의당 ‘선거법 공조’ 깨졌다

    정의당 “中企 단가 후려치듯 밀어붙여” 내일 상정 불투명… 물밑 투트랙 협상더불어민주당이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협상에서 선거법 조정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공조 처리를 위한 협의체의 협상 판을 엎은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5일 오후 열린 긴급최고위원회 이후 브리핑에서 “4+1 협의에서 연동형 캡, 석패율 등과 관련한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선거법과 관련한 조정안 등은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원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골자여서 정의당 외 다른 정당들이 모두 반대해 본회의에 상정되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4+1 협의체에서는 그동안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수를 250대50으로 조정하고 비례 의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기본틀에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막판에 제안한 연동률 캡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50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상한선(캡)을 두자는 입장이고 정의당은 35석 이하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를 후려치듯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홍 수석대변인은 “그 정당(정의당)이 몇몇 중진의원을 살리기 위한 집착과 함께 일종의 ‘개혁 알박기’ 비슷하게 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맞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예고한 17일 본회의 개의 및 법안 상정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이 정의당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4+1 협의체를 완전히 해체한 것은 아닌 데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원내교섭단체 3당 간 협상도 재개해 투트랙 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북유럽 껍데기만 좇는… 북유럽식 한국

    북유럽 껍데기만 좇는… 북유럽식 한국

    북유럽의 공공가치/최희경 지음/한길사/832쪽/4만 5000원 한국은 최근 북유럽식 사회보장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누리교육, 방과후프로그램, 치매국가책임제, 지방자치단체별 기본소득제도 등이 이런 사례다. 좋은 제도라며 도입했지만, 마찰이 이어지고 부작용도 만만찮다.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도대체 왜?신간 ‘북유럽의 공공가치’는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이다. 최희경 경북대 교수가 10년 동안 한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을 오가며 연구한 결과와 이를 통해 바라본 한국의 모순을 담았다. 저자는 단순히 북유럽 모형을 정책적·법제적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한 ‘공공가치’를 핵심으로 뽑아 낸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공정하다’, ‘합리적이다’, ‘관용적이다’, ‘복지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들에 관해 “단순히 법과 정책을 잘 만들거나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특정 집단의 도덕성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그곳 사람들 일반이 역사에서 만들고 생활에서 따르는 공공가치로 지탱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공공가치를 개인가치와 사회가치로 나눠 살피고, 이를 통해 의료정책과 교육정책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 연구했다. 의료와 교육은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고,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이를 통해 한국의 모순도 통렬하게 짚어 낸다. 저자는 한국의 특징으로 사회가치보다 개인가치가 강한 점을 든다. 표현과 신념의 자유,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에 관한 의식보다 생존에 관한 의식이 최우선이다. 이런 한국 특유의 특징에 관해 저자는 비교연구 정치학자 헬게센의 말을 들어 설명한다. “북유럽 사람들도 자기 나라의 제도와 정책에 불만이 많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극단적으로 힘들 때 제도와 국가가 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쟁, 성공과 실패의 논리에 지배당했다. 과다한 경쟁과 생존에 관한 집착은 이기적 성공주의를 용인하게 한다. 각종 비교 조사에서 한국의 사회가치는 북유럽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저자는 “가정과 국가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사회라는 개념과 시민가치가 미진했다”고 설명한다. 배타적 가족주의 탓에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가족의 경계를 넘기 어려웠고, 사회 전체의 공동가치로 진전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의료와 교육에서 우리의 맹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북유럽 국가의 의료제도는 오랜 시간을 거쳐 보편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공공 부담에서 의료재정 비중이 85%로 압도적으로 높고, 의료제도와 의사들에 대한 신뢰 역시 상당히 높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제도는 민간의료시설의 경쟁체제와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보편주의가 합쳐져 단기간에 진전했다. 이런 구조에 공동체 의식과 제도에 관한 신뢰가 낮아 보험료를 인상하는 노력은 저항을 부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에서의 서민 교육은 17세기 교회가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문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덴마크의 농민교육자 그룬트비 주도로 공동체 중심 토론과 학습이 퍼져 나가며 바탕을 이룬다. 반면 한국의 교육은 해방 후 본격적으로 실행됐고, 1960년대 인적자원을 경제개발에 활용한다는 목표로 확대됐다. 여기에 생존에 관한 가치가 결합하면서 결국 교육은 성공의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서비스 공급자의 부족한 사회 책임, 수요자의 높은 기대와 과도한 권리의식, 시설난과 재정부족 등이 겹쳐 갈등을 부른다. 진보 정책을 도입할 때 형식적인 제도 운용의 매뉴얼만 익힐 게 아니라 가치에 관한 고민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책은 저자가 ‘현장조사 기록’이라 할 만큼 구체적인 사례로 가득하다. 160여개 인터뷰와 각종 사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가치조사(WVS) 등의 객관적 지표는 물론 각종 문헌 분석 등을 30여개 표와 그림으로 정리했다. 북유럽 일부 사례를 겉핥기 수준으로 바라보거나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의 책들을 넘어 만족할 만한 답이 될 수 있을 법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는 과학기술의 선도자가 아니라 후원자가 되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정부는 과학기술의 선도자가 아니라 후원자가 되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세상을 바꾸어 놓는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모바일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일상적인 행동과 소통 방식에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국가로 살아남으려면 국가과학기술정책은 어떻게 수립?추진돼야 할까. 내년에는 정부가 연구개발(R&D)에 올해보다 17% 이상 파격적으로 늘린 24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성실히 집행하기만 하면 될 것인가.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국가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한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정부는 더는 과학기술계를 끌고 가려는 선도적 역할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과학기술계를 뒷받침하는 든든하고 포용적인 후원자가 돼야 한다. 민간이 국가보다 3배나 많은 연구개발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 부문이 수용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며, 지금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일을 선도적으로 벌여 나는 것이며, R&D 실패에 대해 관용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정권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표하며 단기적인 성과 내기에 집착하면서 가장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할 과학기술행정이 5년마다 단절되는 아픔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둘째, 정부는 깊은 이해와 분석을 통해 과학기술행정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과학기술행정의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1967년 과학기술처의 신설, KIST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설립 및 분화, ‘G7’이나 ‘프런티어’와 같은 대형정부연구개발사업의 출범, 1999년 연구회 체제 출범 등 국가과학기술행정 체제에 획기적인 일들이 있었다. 이제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행정 시스템에 비효율은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국가 간의 과학기술행정효율을 비교 분석해 보고 우리나라 시스템의 좋은 점은 강화하고 나쁜 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 연구비 1000억원을 투입할 경우 어느 나라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지 비교분석해 봄 직하다. 국가별 비교 시에는 나라별 주요 과학기술정책 결정과정, 연구개발예산의 결정과정, 연구과제의 선정과 평가 등 연구개발을 관리하는 방식과 절차, 과학기술인력의 선발과 활용 및 유동성 등을 포괄적으로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규제개혁과 과학문화 확산을 통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에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합리적인 규제가 이루어지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올 초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보다 지난 11월 LA 모터쇼에서 배가 넘는 61개 신차가 공개됐다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원인은 캘리포니아가 친환경차의 최대 시장이고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으며 자율주행 규제는 대폭 풀고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넷째, 정부는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과학기술도 창업도 결국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모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창의적 인재 양성에 쏟아야 한다. 상아탑이 아니라 연구나 산업 현장 중심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존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시대정신에 맞는 인재는 교육 당국보다는 과학기술 당국이 연구과제에 기반한 인재양성 제도(PBLㆍProject Based Learning)를 통해 과감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지난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과 함께, 최근의 주가 급등으로 미국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우리 코스피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는 소식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일궈 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데 여기서 말 수는 없지 않은가. 정책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 ‘99억의 여자’ 정웅인, 냉동창고 분노 폭발 “날 실망시키지 마..”

    ‘99억의 여자’ 정웅인, 냉동창고 분노 폭발 “날 실망시키지 마..”

    배우 정웅인의 존재감이 ‘99억의 여자’를 더욱 빛내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 5, 6회 방송에서는 열등감과 분노로 가득 찬 홍인표(정웅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먼저, 식자재 납품 계약건으로 이재훈(이지훈)에게 전화를 했다가 모욕적인 말을 들은 홍인표는 수치심을 참아내기 위해 모형 범선 조립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홍인표는 “대항해 시대에는 누구나 기회가 있었어요” “가난하고 비천했던 뱃사람이 화려하게 신분 상승할 수 있던 시절”이라며 정서연(조여정)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에 정서연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아뇨. 아무 일도 없었어요. 없는 놈은 굽신거리고, 가진 놈은 거들먹거리고 평소랑 똑같아요”라고 말해 홍인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항해 시대와 비참한 현실이 대조적으로 표현되며 그가 모형 범선에 집착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이후 이재훈이 연락이 닿지 않자 홍인표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납품하지 못해 재고가 쌓여 있는 냉동창고 안에서 옷을 벗은 홍인표가 분노를 넘어 실성한 듯 웃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일순간 얼어붙게 만들며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어 홍인표는 정서연에게 윤희주(오나라)를 만나 납품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납품건은 이재훈의 일이라며 정서연이 거부하려 하자 “당신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니까 날 실망시키지 말아요”라고 차분한 말투로 정서연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희주를 만난 정서연이 홍인표의 계획과는 반대로 일을 처리해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등장하는 장면마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열연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정웅인은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KBS 2TV ‘99억의 여자’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도둑 맞은 클림트의 794억원 작품 23년 만에 찾았는데 ‘등잔밑’에

    도둑 맞은 클림트의 794억원 작품 23년 만에 찾았는데 ‘등잔밑’에

     이탈리아 북부 피아센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도둑 맞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2년)의 ‘여인의 초상’이 거의 23년 만에 돌아왔다. 진품인지 여부는 더 확인해야 하는데 진품이면 6000만 유로(약 794억 5900만원)의 값어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어떻게 명작을 되찾았을까? 조금은 어이 없다. 문제의 작품이 전시돼 있던 갤러리 담장의 덩굴을 치우던 정원사가 철제 천장널 속에 검정색 가방이 있는 것을 꺼내서 열어보니 그림이 들어 있었다고 영국 BBC가 11일 전했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수사나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나중에 찾아가려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숨겨놓았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인부는 처음에 이 검정색 가방이 그저 쓰레기를 담은 것인 줄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1997년 2월 22일 절도범들은 지붕의 채광창을 통해 갤러리에 진입하고 나중에 지붕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채광창은 너무 작아 작품을 갖고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붕 위에는 이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빈 액자만 놓여 있어서 지금까지 범인들이 그림만 들고 간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 뒤 23년이 다 되도록 도난범이나 그림에 관한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시모 페라리 갤러리 관장은 진품이 확실하다고 믿는데 그림 뒷면의 스탬프와 접착 왁스가 진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현지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 돌아온 것은 최고의 성탄 선물”이라고 기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클림트가 이 작품을 그린 것은 죽음을 얼마 앞둔 1916~17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리파를 창설해 급진적인 화단 개혁을 주도하던 그는 원래 성적으로 도발적인 여인에 집착하는 그림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도난당하기 열달 전 이 작품과 갤러리 도록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18세 미술 학도 클라우디아 마가는 같은 제목의 다른 그림이 1912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마지막으로 눈에 띈 뒤 사라졌는데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과 구도가 완전히 판박이란 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 그림 밑에 사라진 그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고, 다음날 달려가 당시 갤러리 관장을 설득해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했더니 과연 그대로였다.  클림트는 빈의 소녀가 갑작스럽게 죽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자 그 위에 숙녀의 얼굴을 그린 것이었다.  마가의 발견이 화제가 되면서 이 그림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마가는 이듬해 한 지역신문 기자가 찾아와 그림을 훔쳐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내 클림트 그림이 도둑맞았다고요?”라고 물었다고 돌아봤다. 그녀의 발견이 도둑들의 시선을 끌어 절도로 이어졌다고 추론해볼 수 있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강형욱 분노, 회초리 드는 보호자에 “세팅이 잘못됐다”

    강형욱 분노, 회초리 드는 보호자에 “세팅이 잘못됐다”

    강형욱이 반려견을 향해 회초리를 드는 보호자에 분노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강형욱과 이경규, 이유비가 강형욱이 1인 가구의 반려견을 지켜보고 조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강아지 율무의 일상을 지켜봤다. 보호자는 “율무가 착하고, 사회성도 좋다”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율무의 문제는 바로 음식에 대한 식탐이 너무 많은 것이었다. 영상에서 보호자는 율무 앞에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율무는 곧장 음식 앞으로 달려들었다. 결국 보호자는 종이회초리를 들고 율무를 저지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강형욱은 “세팅이 잘못됐다”라며 “저 순간은 나의 보호자라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자는 “율무가 태어날 때부터 췌장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 사료나 유산균 말고 다른 건 먹이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음식에 대한 집착이 너무 많아졌다. 음식을 거의 씹지 않고 마시듯 사료를 먹는다”고 걱정했다. 이후 강형욱은 종이회초리를 버린 후 보호자와 율무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강형욱은 밥 먹는 장소가 잘못됐다며 “화장실, 현관과 멀어야 한다. 이 집에선 냉장고 앞이 제일 좋다. 사료는 그릇에 담아서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사진=MBC ‘개는 훌륭하다’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베 ‘2020년 개헌의 꿈’ 물 건너갔다

    아베 ‘2020년 개헌의 꿈’ 물 건너갔다

    오늘 국회 종료… “임기 중 개헌 집착 버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7년 5월 3일 자국 헌법기념일에 ‘2020년 개정된 헌법 시행’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개헌의 이슈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 꿈은 이제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지지율이 높았을 때에도 국민의 개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터에 최근 들어 각종 추문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회 논의 자체가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개헌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내년에 새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임시국회가 특별히 연장되지 않는 한 9일 종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임기 중 개정헌법 시행에 집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야권의 협력을 얻으려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역대 최장수 재임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는 “총리를 오랫동안 했어도 정작 역사에 남길만한 정치적 유산은 만들어 놓은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에 초조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개헌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 개헌을 쟁점으로 내세웠고, 10월 임시국회 개막 때에도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경제산업상과 법무상이 연이은 비위 논란에 경질되고 아베 총리가 연루된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이 이어지면서 공격의 호기를 잡은 야당은 여당의 개헌 논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99억의 여자’ 정웅인, 조여정 집착 남편으로 소름 연기 “갓웅인”

    ‘99억의 여자’ 정웅인, 조여정 집착 남편으로 소름 연기 “갓웅인”

    역시는 역시였다. 배우 정웅인이 ‘99억의 여자’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4일 첫 방송된 KBS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 1, 2회에서 정웅인은 정서연(조여정)에게 집착하며 그녀의 비밀을 캐는 남편 홍인표 역으로 분했다. 이날 방송에서 홍인표는 회사 납품건이 걸린 윤희주(오나라) 부부와 동반 여행에 대해 정서연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번 기회 놓치면 회사 문 닫아야 돼요. 제발 긴장합시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라고 말하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한 서연의 말은 듣지 않고 애지중지 모형만 만지다가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모습은 평범하지 않은 부부관계를 보여주며 스토리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홍인표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돌아온 정서연이 윤희주와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고 거짓말을 하자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것. 정서연을 욕실로 끌고 간 후, 욕조에 내동댕이친 홍인표는 차가운 물줄기를 쏘아댄 것도 모자라 다 젖은 정서연을 베란다에 가둬 버리며 충격을 안겼다. 특히 화가 누그러진 홍인표가 정서연에게 사과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기도. 결국 동반 여행을 가게 된 홍인표는 납품건 확답을 받기 위해 윤희주와 이재훈(이지훈)의 비위를 맞추며 잘 보이려 노력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윤희주의 술주정을 참지 못한 정서연이 싸움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납품건 협상이 물거품이 된 홍인표는 다시 한번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정웅인은 정중한 존댓말 속에서 나오는 억압과 폭력적인 행동으로 정서연을 얼어붙게 만드는 남편의 모습뿐만 아니라 이재훈과 윤희주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홍인표의 이중적인 모습을 심도있게 그려내며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이에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역시 갓웅인”, “처음부터 이렇게 무서워도 되는 건가요?”, “정웅인 연기 때문에 시간 순삭”, “진짜 소롬 돋았다”, “명품 배우, 명품 연기 믿고 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시청자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 정웅인의 열연이 시선을 집중시킨 가운데, 각 인물들과의 관계속에서 홍인표가 이끌어갈 서사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한편 우연히 현찰 99억을 움켜쥔 여자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KBS ‘99억의 여자’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잔소리 그만할 때” 구글 공동창업자 21년 만에 경영 손뗀다

    “잔소리 그만할 때” 구글 공동창업자 21년 만에 경영 손뗀다

    “옆에서 충고하고 보듬는 부모가 될 때” 이사직은 유지… 실제 의결권 절반 넘어 후임 피차이, 혁신기술 사업 매진할 듯“2019년 오늘, 구글이 사람이라면 벌써 스물한 살의 청년입니다. 둥지를 떠나 힘차게 날아오를 때가 됐죠. 우리는 오랫동안 구글의 매사에 깊이 관여하는 과분한 특권을 누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매일 잔소리하는 부모가 아닌, 옆에서 조용히 충고해 주고 보듬어 주는 부모가 될 때가 된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업체 구글의 동갑내기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6)와 세르게이 브린이 한날에 동반 퇴진했다. 1998년 구글을 창업해 21년간 이끌어 온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일할 40대 중반에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와 사장을 각각 맡아 온 페이지와 브린은 3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알파벳 CEO 자리를 전문경영인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즉각 넘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사를 경영할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할 때 경영자 역할에 집착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라며 “이제 알파벳과 구글은 2명의 CEO와 사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알파벳 사장직은 누가 맡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페이지와 브린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1998년, 캘리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친구집 차고에서 검색엔진 업체 구글을 창업했다. 당시는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인터넷 검색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시절이었다.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자신들이 개발한 검색 기술을 사 주지 않자 직접 회사를 차린 것이다.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소리소문 없이 IT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동안 이들 두 사람은 구글을 지구상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고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더군다나 자유분방하면서도 떠들썩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 실리콘밸리 IT 업계의 ‘얼굴’로 떠올랐다. 이 덕분에 2010년대 초반 2000억 달러에 못 미쳤던 구글(알파벳) 시가총액은 이날 현재 8933억 달러(약 1066조원)로 불어나며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퇴진 이후에도 알파벳 이사회에는 계속 남아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페이지는 알파벳의 지분 5.8%, 브린은 5.6%를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식은 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이 적용돼 실제 이들의 의결권은 절반이 넘는다. 이들의 경영권 이양은 ‘뜻밖의 일’이라고 미 언론이 지적할 정도로 구글이 안팎에서 내우외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졌다. 아마존은 구글이 지배해 온 온라인 광고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미 연방정부·주정부는 구글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사내에는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임원의 신병 처리, 국방부와의 공동 사업, 중국의 검열 체계에 맞춰 설계된 검색엔진 개발 등에 대한 직원들과의 갈등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페이지와 브린은 편지에서 “순다르 CEO와 정기적으로 계속 대화를 하고 특히 우리가 열정을 느끼는 주제들에 대해 계속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구글 핵심 사업인 온라인 광고 사업이 순조롭도록 관리하는 한편 알파벳이 주도했던 머신러닝이나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혁신 기술 관련 사업들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힙지로처럼… 미처 몰랐던 서울의 얼굴 재조명할 것”

    “힙지로처럼… 미처 몰랐던 서울의 얼굴 재조명할 것”

    소목·옻칠 배워 한국적 아름다움에 관심 서울 길거리 의자 재해석 작품 등 선보여 지천에 널린 간판이 외국인 인증샷 명소 우리가 지나쳤던 한국 매력 발견하게 돼“‘진짜 서울’의 얼굴을 보려면 저의 을지로 작업실 같은 곳에 와 봐야죠.” 요즘 서울 을지로는 ‘힙지로’, ‘서울의 방콕 카오산로드’ 등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의 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을지로에서 5년째 작업실을 두고 일하는 디자이너 소동호(36)씨는 “낮에는 인쇄, 공구 등 생업에 종사하는 공간이지만 오후 6시쯤이면 카페, 맥줏집, 갤러리, 옷가게 등으로 젊은이들이 몰리는 공간이 바로 이곳 을지로”라고 설명했다. 소씨는 오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을지로를 비롯한 서울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는 작업에 나섰다. 국민대에서 건축학, 계원예술대에서 가구디자인을 각각 전공한 그는 인간문화재로부터 소목과 옻칠까지 배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짜맞춤으로 전통 목가구를 만드는 소목을 1년, 옻칠을 2년 배운 독특한 경험 덕분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한지를 접어 만든 조명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의 집에 설치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길거리에 놓인 의자들을 재해석한 작품 ‘서울의 거리 의자들’을 이번 페스티벌에 선보였다. “주차 관리인의 폐식용유 깡통에 청테이프를 붙인 의자와 남대문 시장 상인의 보일러 의자는 웃기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자평하며 웃었다. 게다가 깡통의자는 퇴근할 때면 길거리 벤치 밑으로 쏙 집어넣어 도난방지 및 공간활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안성맞춤 디자인이란다. 작업실 옆을 기웃거리던 길고양이를 거둬 키우는 그의 따뜻한 심성이 작품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게 느껴졌다. “한때는 서울에 지천으로 널린 간판이 너저분하다고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많은 돈을 들였지요. 하지만 그런 간판도 홍콩의 이국적인 네온사인처럼 지금은 외국인들 눈에는 신선한 서울만의 디자인 코드가 됐어요.” 미처 감지하지 못한 우리만의 문화 정체성을 외국인들을 통해 새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소씨는 “외국인이 에어풍선 간판을 신기해하며 껴안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아, 저런 게 우리한테만 있었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희동에서 시작해 익선동을 거쳐 을지로까지. 비싼 임대료 등에 떠밀려 그의 작업실은 지금까지 서울의 ‘뜨는 거리’를 따라 쫓기듯 옮겨 다녔다. “공무원들이 문화공간 지원 사업을 할 때 몇 년간 몇 명의 디자이너가 머물렀는지 숫자에만 집착하는 게 안타깝다”는 그는 “을지로의 매력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이 자리에서 원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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