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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5살 딸 前남편 회사·집 밖에 33시간 세워둔 엄마

    한겨울 5살 딸 前남편 회사·집 밖에 33시간 세워둔 엄마

    1시간→8시간→13시간 엿새간 비슷한 학대 반복경찰조사 도피했다 체포…호송 경찰관에 침 뱉어 전 남편을 압박하겠다며 5살 딸을 한겨울 추운 날씨에 전 남편 회사 앞에 장시간 세워놓은 엄마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B씨와 이혼한 뒤 딸과 함께 지내다 지난 1월부터 B씨의 행적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는 전 남편 B씨를 압박하겠다는 명목으로 5살 딸을 전 남편 회사 정문에 서 있도록 했다. 2월 1일엔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딸을 세워두더니 다음날인 지난 2월 2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 동안 딸을 또 바깥에 세워놨다. 평균 기온 영하 2.4도의 추운 날씨였다. 셋째날에도 7시간 30분 동안 똑같이 딸을 밖에 세워둔 A씨는 급기야 넷째 날인 2월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려 13시간이나 전 남편 회사 밖에 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밤새도록 B씨 주거지 인근 바깥에 머물렀다. 5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6일 0시부터 1시까지 각각 12시간, 한밤중 1시간 동안 B씨 회사와 주거지 앞에 딸을 서 있도록 시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수사기관 설명을 종합하면 2월 1∼6일 7회에 걸친 학대 행위 중 4일 오전 9시부터 5일 오후 7시 30분까지 1시간 30분을 뺀 약 33시간 동안 한겨울 추위 속에 아이를 바깥에 있게 한 것이다. A씨는 아동학대 혐의 조사를 피해 대전을 떠나 있다가 지난 5월 12일쯤 부산에서 체포됐다. 경찰서 호송 과정에선 경찰관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김성준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 남편에 대한 집착 등으로 발생한 이 사건 범행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일부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지만,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 [달콤한 사이언스] 폭식, 거식증 등 식이장애가 뇌를 바꾼다

    [달콤한 사이언스] 폭식, 거식증 등 식이장애가 뇌를 바꾼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폭식이나 다이어트에 집착해 비정상적인 음식섭취 현상을 보이는 거식증 등은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분류된다. 폭식의 경우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먹방’이 유행하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역시 대표적인 식이장애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섭식장애는 뇌가 이상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섭식 이상행위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겨 강화가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각종 정신과적 문제가 뇌에 영향을 미쳐 음식섭취 행위에 이상이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신경학자들이 섭식장애 행동으로 인해 뇌 신경망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섭식장애를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SD) 의대 정신과학과, 콜로라도대 의대 정신과학과, 콜로라도 주립식이장애치료센터 공동연구팀은 폭식,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 행동은 뇌의 보상반응시스템과 음식섭취 제어 회로를 변화시켜 문제를 만성화시키고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5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정신과학’ 7월 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97명의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과 120명의 정상 여성을 대상으로 체지방율(BMI)를 포함한 각종 신체지수를 측정하고 식사와 관련한 인식 및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음식과 관련한 자극에 뇌신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섭식장애가 없는 일반 여성들에게서는 BMI와 식사습관, 뇌의 보상시스템 이상이 관측되지 않았으며 이들 사이에서 섭식장애와 관련된 어떤 상관관계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섭식장애 여성들은 BMI가 정상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고 폭식행위가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fMRI 측정 결과 섭식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음식섭취와 관련된 복측 선조체와 시상하부의 연결방향이 정상인과는 반대로 형성돼 음식과 관련해 통제불능의 상태에 쉽게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섭식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뇌 보상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음식섭취제어 회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귀도 프랭크 UCSD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행동적 요인들은 이상행동 전후에 모두 관여해 증상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라며 “섭식 장애행동이 뇌의 보상체계와 음식섭취회로에 문제를 일으켜 만성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설] 공군총장도 부실 검증, 靑 인사 시스템 뜯어고쳐야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내정자를 놓고 부실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박 내정자의 내정 사실과 함께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무회의에 박 내정자 임명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고 공군참모총장 취임식도 취소됐다. 박 내정자가 공군사관학교장 시절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처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 등 추가로 검증할 사안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군 인사가 하루 만에 유보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경질된 데 이어 또다시 청와대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공군참모총장 인사는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이성용 전 총장이 경질된 데 따른 후속 인사였던 만큼 각별히 신중한 검증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또 불거진 것은 인사 검증 과정에 뭔가 큰 구멍이 뚫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 부실 검증과 관련해 김외숙 인사수석 책임론이 제기됐을 때 “인사수석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군참모총장 부실 검증 논란이 터진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인사 참사’가 계속된다는 생각을 국민이 갖지 않을 도리가 있나. 물론 청와대 해명대로 특정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면 검증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기존 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스템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사 검증을 위해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백악관 인사국 등이 매뉴얼에 따라 200여개 항목을 샅샅이 조사한다. 여기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에 부실 검증 논란은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각 기관이 대통령에게 검증 결과를 직보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대통령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받아 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 공식 발표 전 언론에 인사 내용을 슬쩍 흘려 언론을 통해 검증하는 방법(발롱 데세) 등도 활용한다. 반면 한국은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을 주도하는 시스템이어서 임명권자의 심기에 검증 결과를 맞추는 불상사가 나오기 쉽다. 또 ‘인사 비밀주의’에 집착해 언론을 통한 검증 기회를 스스로 배제한다. 정부는 이번 인사 참사를 단발적 사안으로 보고 수습에 급급하기보다는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장기적 시각에서 선진화된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기 바란다.
  • [단독]책으로 정치 공부한 윤석열…김종인 추천사 쓴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단독]책으로 정치 공부한 윤석열…김종인 추천사 쓴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사퇴 이후 약 4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9일 공식 대권행보를 시작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첫 유튜브 인사 영상을 공개했다. 자택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는 윤 전 총장의 자택 거실의 일부와 함께 벽면 책장에 꽂혀 있는 장서들도 모습도 담겼다. 서울신문의 확인 결과, 이 장서들 중에는 국내 최초 대통령학을 개설해 연구한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장의 책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도 포함돼 있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 전 총장이 잠행하는 동안 책을 통해 ‘대통령 리더십’을 연구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앞서 전임 대통령들을 연구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2017년 출판된 책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으로 이들의 성공·실패 원인을 담았다. 이 책은 출판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현 국정원장), 김무성 전 의원 등이 추천사를 썼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책 추천사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생각과 준비 없이 당선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썼다.책에서는 실패한 대통령의 주원인으로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대형 업적’에 집착하는 태도를 꼽았다. 5년짜리 단임대통령의 임기로 달성할 수 없는 과도한 국정과제를 추진하다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이다. 또 저자는 ‘박정희의 정치적 그늘’도 실패의 한 축으로 분석했다. 박정희 모델에 충실해 ‘경제대국’을 과제로 설정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계몽군주형 리더십이 통했던 박정희 시절에 비해 정치·사회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과거의 유산만을 따라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박정희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지 못하고 권위주의로 회귀하다 탄핵을 맞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인사 실패와 입법 한계 등을 대통령 실패 원인으로 지적했다.
  • “내 삶 되찾고파” 망가진 브리트니의 절규, 죄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정화의 WWW]

    “내 삶 되찾고파” 망가진 브리트니의 절규, 죄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정화의 WWW]

    “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불면증을 겪고 있으며 불행합니다. 나는 누군가의 노예로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내 삶을 되찾고 싶을 뿐이에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에 23분간 울려 퍼진 ‘팝의 요정’ 브리트니 스피어스(39)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2000년대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스피어스는 곧 마흔이 되지만, 13년째 법적으로 친부의 보호 아래 있다. 2008년부터 법적 후견인 제도에 의해 아버지 제이미 스피어스가 딸의 수입과 세금, 의료 문제 등을 관리해왔다. 스피어스는 지난해 아버지의 후견인 지위를 박탈해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번에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당했다고 주장하자 팬들의 분노와 충격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피어스의 삶이 한순간에 망가진 데는 대중과 언론 등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가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Framing Britney Spears)를 제작, 공개한 이후 이런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10대 시절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재기 넘치는 가수가 여성혐오와 야만으로 가득한 미디어 산업계에서 어떻게 보호받지 못하고 마녀사냥의 제물로 전락했는지를 다룬 내용이다.데뷔 이후 승승장구…전세계 팔린 앨범 1억장 이상 스피어스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켄트우드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에 재능을 보인 그는 뉴욕의 아트스쿨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음악은 물론 연기와 무용 등을 배웠다. 밝고 명랑한 소녀는 1992년 TV 프로그램 ‘미키마우스 클럽’에 캐스팅됐지만, 얼마 안 돼 프로그램이 폐지되며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학생으로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가수의 꿈을 잃지 않았던 그는 사진과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음반사에 보냈고, 재능을 알아본 자이브 레코드와 계약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1999년 1월 데뷔 싱글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 이후 그는 여성 아티스트로서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교복을 입은 소녀의 도발적인 눈빛에 세계는 즉각 열광했다. 이 앨범은 그해 전세계에서 1000만장 이상 판매됐고, 10대 가수로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곡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MTV 시상식 등에서 신인상, 여성 아티스트상 등을 휩쓸며 단숨에 ‘틴팝’의 선두주자가 된 스피어스는 이후 앨범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 내놓은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Oops!...I Did It Again) 역시 발매 첫주에 130만장이 팔리며 솔로 가수로서 첫주 최다 판매량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한명으로서 그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활용할 줄 알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호주 매체 디에이지는 “스피어스의 곡은 그의 전달력과 존재감 때문에 항상 설득력 있었다”며 “순결함과 성적 경험 사이의 긴장감, 쾌락주의와 책임감 사이의 갈등 등 청소년기의 상반되는 충동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봤다.2011년까지 앨범이 무려 1억장 이상 팔리며 스피어스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가수 중 하나가 됐다. 2000년대의 베스트셀링 여자 가수이자 2003년엔 가장 어린 나이에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가수이기도 하다. NYT는 “스피어스의 팀은 무대 위에서 완벽히 현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백스테이지에서는 쇼의 주역이자 최고의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의 업적은 다른 가수들은 물론 미국 팝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수 마돈나는 스피어스에 대해 “나는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재능에 감탄한다”며 “스피어스를 보면 내가 처음 가수 생활을 시작할 때 스스로 느꼈던 점이 떠오른다”고 밝힌 바 있다. 17세 소녀에 ‘가슴 성형’ 질문…“미디어 여성혐오의 최대 피해자”하지만 스피어스는 오랫동안 가수로서의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사생활과 개인사로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0대의 우상으로 떠올랐지만 선정적인 노래와 퍼포먼스 때문에 ‘엄마들의 적’이 됐고, 이런 여론의 분노를 등에 업은 가십 잡지와 언론은 스피어스에게 광적으로 집착했다.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공개 연애와 이별, 남편 케빈 페더라인과의 결혼과 출산, 이혼 후 양육권 분쟁에 이르기까지 스피어스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매일 파파라치가 수십명씩 따라붙는 삶이 일상이 됐다. NYT는 ‘프레이밍 브리트니’에서 특히 음악업계와 미디어 전반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어떻게 그를 질식시켰는지 다룬다. 1992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10살의 스피어스에게 백발의 진행자는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는다. 없다는 대답에 이어진 질문은 “나는 남자친구로 어떻느냐”였다. 네덜란드의 한 인터뷰 자리에서는 기자가 이렇게 묻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우리가 논의하지 않은 주제가 하나 있다. 당신의 가슴이다. 가슴 성형 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피어스가 17살 때의 일이다.1999년부터 3년간 이어진 팀버레이크와의 연애 이후 스피어스의 이미지는 더욱 추락했다. 팀버레이크는 결별 후 공개적으로 스피어스와의 성관계를 폭로하고,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이 발언에 대해 이후 수년간 침묵했던 팀버레이크는 다큐멘터리가 나온 뒤에야 뒤늦은 사과를 전한 바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가 없던, 타블로이드 가십 잡지와 파파라치가 활개치던 시대 상황은 스피어스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스피어스는 그들에게 훌륭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임신한 뒤엔 스피어스의 ‘살찐 몸’이 연예매체 1면을 도배했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나쁜 엄마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아들을 무릎에 앉힌 채 운전하는 사진이 찍히면서 스피어스는 집중 포화를 맞았고, 양육권을 가져선 안된다는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피어스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이와 함께 밖에 나왔는데 파파라치가 너무 많았다. 그들은 너무 가까이 다가왔고, 그런 환경에 나는 아이를 둘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파파라치들이 그만둘지 모르겠다. 제발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NYT는 스피어스가 그무렵 갑작스레 삭발을 감행한 것도 이 같은 심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스스로 “사람들이 나를 만지는 게 너무 지겹다. 더는 건드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처럼, ‘제발 그만 하라’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작가 제시카 투머는 잡지 틴보그에 기고한 글에서 “스피어스를 둘러싼 가십 보도는 미디어 업계의 음흉한 여성혐오를 폭로한다”며 “2000년대 문화계는 극악무도한 비난이 난무하던 시절이었고, 이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디어가 연예인 중에서도 남녀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언론에는 이중잣대가 있다. 어린 여성은 자신의 도발적인 춤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만, ‘나쁜 남자’ 이미지를 가진 남성은 오히려 그걸 이용할 수 있다”며 “매릴린 맨슨처럼 실제 성학대로 고발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친부의 속박…강제 피임까지” 폭로에 ‘브리트니를 해방하라’ 움직임결국 정신적 불안정과 우울증 등으로 재활 시설 신세까지 지게 된 스피어스는 2008년부터 친부의 속박에 얽매인 삶을 살게 됐다.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비교적 밝은 모습을 보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듯했던 스피어스가 이번에 법정에서 직접 토로한 내용은 큰 충격을 안겼다. 스피어스는 친부의 후견을 ‘학대’라고 규정하며 “후견인 제도는 나를 좋은 쪽보다 나쁜 쪽으로 다뤘다. 이걸 끝내고 내 삶을 되찾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는 딸인 나를 통제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꼈다”며 “아버지와 측근들, 소속사는 감옥으로 가야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스케줄 관리는 물론 정신질환 치료제 리튬을 강제로 복용하는 것까지 아버지의 손에 달려 있었다고 했다. 체내 피임 기구인 IUD를 없애고 아이를 가지고 싶었으나, 후견인 측에서 이를 막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이번 심리 이후 ‘브리트니를 해방하라’(Free Britney) 시위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그의 권리를 주장하는 팬들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레이밍 브리트니’의 감독인 사만다 스타크는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과거의 여성혐오적 미디어 환경을 돌아보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TV에서 누군가 인터뷰이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던지면 시청자는 그걸 그냥 소비했다. 지금처럼 즉각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하지만 만약 오늘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5분 안에 소셜미디어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세대 교체가 벌어졌다”며 “당시 스피어스처럼 10대였던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대중문화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얼마나 잔인하게 전해졌는지 알아차릴 만큼 충분히 컸다”고 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누구 · Britney Jean Spears1981 미국 출생1992 미키마우스 클럽 캐스팅1999 데뷔 앨범 ‘...Baby One More Time’ 발매,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2000 2집 앨범 ‘Oops!... I Did It Again’ 발매2001 3집 앨범 ‘Britney’ 발매2003 4집 앨범 ‘In the Zone’ 발매, 4번 연속으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로 데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입성2005 그래미상 댄스 레코딩 부문 수상2007 5집 앨범 ‘Blackout’ 발매2008 양육권 분쟁 과정에서 정신 감정 및 병원 입원,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가 법적 후견인으로 지정   6집 앨범 ‘Circus’ 발매2011 7집 앨범 ‘Femme Fatale’ 발매2013 8집 앨범 ‘Britney Jean’ 발매2016 9집 앨범 ‘Glory’ 발매2020 친부 후견인 박탈 소송 제기
  • 자연과의 아름다운 상생과 공존을 노래하는 작가, 유미숙 개인전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상생과 공존, ‘어울다展’>

    자연과의 아름다운 상생과 공존을 노래하는 작가, 유미숙 개인전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상생과 공존, ‘어울다展’>

    자연은 언제나 예술창작의 원천이다. 이러한 자연을 스승 삼아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재해석해 온 유미숙 작가가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개인전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상생과 공존, 어울다展’을 연다. 본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과 공존을 테마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쉼’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회화 10점을 선보이는 유 작가는 “항상 세속적 욕망이나 집착으로 부터 한발 물러나 마음을 비우고, 순수한 자연을 마주하며 깨달음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자연 속에 인간은 아주 작고 어리석은 미성숙한 존재일 뿐이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다 같이 숨 쉬며 조화롭게 살아가길 희망하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인간과 인간의 화해를 기대하는 뜻으로 ‘어울다’의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울다’는 ‘어우르다’의 우리 옛말로 삭막한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라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은 광목이나 아사천 등의 자연친화적인 재료에 아크릴 물감과 먹을 사용하여 작업했는데, 마치 일러스트 같은 깔끔한 화면 처리와 여백의 미는 현대적 감각의 문인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미술평론가 안영길은 그의 작품에 대해 “외로운 관조자의 자연 바라보기를 통해 선과 면으로 창조한 마음의 풍경들은 자연스럽게 고독한 자신의 아이콘과 심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마주 보며 대화하는 듯한 새의 이미지를 비롯하여 단순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자연의 풍광들은 ‘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어울리되 부화뇌동하지 않음)’의 덕목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서양화를 전공한 유미숙 작가는 2019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특선, 산둥 국제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마니프 뉴시스 온라인 아트페어’, ‘한국·헝가리 현대 미술 페스타’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다. 현재 경기미협사무차장으로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초대작가, 조형예술교육학회, 한국미협 등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음악가 꿈꾸던” 최찬욱…왜 성착취 ‘괴물’이 됐나

    “음악가 꿈꾸던” 최찬욱…왜 성착취 ‘괴물’이 됐나

    “나보다 훨씬 악독하고 심한 주인이 많고, 걔네한테 빠진 노예는 더 많다. 내 노예들이 그들을 만날까봐 걱정된다” 남자 초·중생 수백명을 성착취한 혐의로 구속된 최찬욱(26)은 경찰에서 “인터넷에 (나보다) 성적 판타지에 더 빠진 이상 성욕자들이 채팅방 등에 너무 많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한 최씨는 왜 소아, 특히 남자 아이를 대상으로 삼았을까. 26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최씨가 초·중생 성착취에 나선 2016년 5월은 공인중개사 시험 등을 준비 중이었다. 조사를 받을 때도 잘 웃고 편안한 태도로 일관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심리조사를 했으나 아직 사이코패스인지 판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최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 A씨는 이날 서울신문과 만나 “‘아이들 상처가 큰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죄의식이 거의 없었다”면서 “성 일탈검사 결과, 성기 관련 판타지를 갖고 있는 관음증적 성 도착 장애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A씨는 “성(性)에 대한 생각이 미성숙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정욕구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먼저 ‘형’이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구는 것을 매우 흡족해했다. A씨는 “일반인보다 칭찬에 두 배는 약했다”면서 “성 도착적 증상과 함께 지배적인 위치에서 대상을 찾다보니 아이들 대상 범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성착취를 당한 아이들 중 만 11세 어린이가 가장 어린데 최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인이 돼 자기 맘대로 성적인 동작을 요구하고 대변과 체액을 먹으라고 강요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다른 ‘주인’보다 자신을 ‘착한 주인’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5년 전 우연히 SNS에서 주인·노예 플레이’를 접하고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최씨도 초기에 노예 역할을 했고, 그 때 받은 긍정적 감정을 ‘주인’이 됐을 때 노예(피해 초·중생)에게 적용하며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노예’를 유사 강간한 것도 같은 심리와 생각으로 저질렀다고 A씨는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착한 주인과 나쁜 주인이 어디 있느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는 특히 남자 아이만 집착했다. 곽 교수는 “지금까지 남자 아이들만 대상으로 한 이 정도 규모의 피해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프로파일러 A씨는 “최씨는 여성을 사귄 적이 없어 정상적인 이성과의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으로 이른바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반면 남자 아이에 대한 죄의식은 적었다”고 했다. 최씨는 2013년 미국 음대에 유학할 때도 아동을 성추행했다는 설이 나돌지만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본격 나선 것은 귀국한 뒤다. A씨는 “자신의 꿈이 좌절된 상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고 진로 등으로 좌절감이 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 자신감과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이를 회피하고 성 도착증을 해소할 수단으로 성착취 ‘주인·노예 플레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씨는 종교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신뢰를 받으면서 자유롭게 컸지만 남 모르는 이상 심리와 본능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초·중생 성착취 사진·영상 6954개를 전송 받아 유포하고 어린 학생 3명을 유사 강간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최씨는 조사과정에서 ‘신기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면서 “문제는 갈수록 자극적으로 치닫는 디지털 세계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 피해자가 커서 언제든 가해자로 바뀌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리뷰] 음악과 춤으로만 집중해 전달한 세 가지 감정…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

    [리뷰] 음악과 춤으로만 집중해 전달한 세 가지 감정…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

    한 발짝, 한 발짝 푸앵트 동작으로 한껏 세운 발끝이 옮겨질 때마다 설렘이 증폭됐고, 하늘로 뻗은 손끝은 애절함을 더했다. 정을 담뿍 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갖는 기대와 떠나야만 하는 슬픔이 손과 발에 가득 담겨 하나의 표정이 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18~20일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인 ‘트리플 빌’은 오로지 음악과 춤에만 집중해 다양한 감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 냈다. 유병헌 예술감독 안무로 유니버설발레단이 7년 만에 선보인 ‘트리플 빌’은 분노(憤), 사랑(愛), 정(情)을 주제로 색다른 네오클래식 발레로 구성한 작품이다. 몇 가지 배경을 담은 영상을 제외하고 무대 장치를 최소화한 뒤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만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갔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맞춰 시작된 ‘파가니니 랩소디’는 미로 같은 삶에서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분노를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24개의 변주에 따라 격정적인 파드되부터 10명의 무용수가 짝을 지은 군무까지 생동감 넘치게 쉼 없이 이어졌다.두 번째 무대인 ‘버터플라이 러버즈’는 중국 고전설화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 이야기를 애틋하게 그렸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설화를 중국 작곡가 허잔하오와 첸강이 오케스트레이션한 바이올린 협주곡 ‘나비 연인’ 속 바이올린과 첼로 선율이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했다. 중국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로도 활동했고 발레 ‘춘향’을 안무하기도 했던 유 감독는 클래식 발레에 중국 색채를 녹여 절도 있는 군무와 서정적인 발레 동작을 적절히 어우러지게 했다. 남장을 하고 학당에 들어간 축영대(홍향기·손유희)가 운명적으로 만난 양산백(강민우·이현준)과 우정을 나누고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시간들이 발끝과 손끝으로 간절하게 그려졌다. 중국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부채를 활용해 각이 잡힌 듯 힘 있는 군무를 선보이는 장면들도 색다른 멋을 선사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 두 사람이 나비로 환생해 함께 날아다니는 장면은 영상과 조명, 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과 시선까지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무대를 보여줬다.세 번째 작품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 고유의 정서이면서도 가장 복잡한 감정인 ‘정’을 모티브로 다양한 색채를 그려갔다. 지평권의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 등 국악 크로스오버 네 곡을 발췌해 발레에 한국무용 느낌을 살려 슬픔과 그리움, 의지 등을 섬세하게 풀어갔다. 이렇게 ‘트리플 빌’은 도화지에 하나씩 색을 칠하고 덧대듯 세 가지 작품에서도 여러가지 장면이 어우러졌고, 결국엔 각각의 시퀀스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도록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무용수들이 선보인 각각의 움직임도 놓칠 것 없이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쳤고 음악과 함께 녹아든 전체 그림은 아름답고 따뜻하게 울림을 전했다. 유 감독은 오랜만에 내보인 신작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관으로 마주함으로써 그 감정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안무 의도를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백신 맞고 온 우간다 선수 확진… ‘무관중’ 의견 무시하는 스가

    백신 맞고 온 우간다 선수 확진… ‘무관중’ 의견 무시하는 스가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일본에 온 외국 선수단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데다 음성 증명서까지 제출했음에도 확진자가 된 것으로 외국 선수단이 본격적으로 입국 시 방역망이 언제든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복싱·역도 등의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한 우간다 선수단 9명 중 1명이 공항 검역의 일환으로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간다 선수단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회 접종을 마쳤고 출발 72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음성 증명서까지 제출했지만 뒤늦게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이다. 선수단 중 확진자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 격리됐고 나머지 8명은 사전 합숙 시설이 있는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로 이동해 훈련 없이 대기 중이다. 지난 1일 호주 여자 소프트볼팀에 이어 올림픽 참가를 위해 일본에 입국한 외국 선수단은 우간다 선수단이 두 번째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공항에서 확진자를 걸러내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 반대 여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21일 5자 회담을 열고 올림픽 개회식에서 전체 관중 수를 2만명으로 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 경기의 관중 상한선은 1만명으로 하되 개회식만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유관중 개최에 대한 집착과 방역에 대한 우려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지난 19일 일본 유권자 1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강조하는 ‘안전·안심’ 형태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20%뿐이었다. 일본 국민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 스가 총리에게 등을 돌리는 데는 그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코로나19 대책을 놓고 스가 총리는 전문가의 의견이나 조언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수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긴급사태선언 해제 및 연장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무관중 개최 등을 권고한 전문가들의 지적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유승민 지지포럼 참석한 진중권 “윤석열, 메시지 안 보여 불안”

    유승민 지지포럼 참석한 진중권 “윤석열, 메시지 안 보여 불안”

    대구에서 열린 ‘희망22 동행 포럼’ 참석한 진중권보수정치 변화 주제로 유승민과 대담도이준석 체제엔 “혁신의 형식있지만 콘텐츠는 불안”대권 도전 유승민은 “시대적 문제 해결할 것”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아직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혁신의 형식만 있다. 그러면 오래가지 못한다”면서 “(지금은) 보수의 기회이자 위기에 있다고 본다. 엄청난 기회를 만났는데 건너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 “시대정신은 이미 공정…윤석열은 메시지 안 보여 불안” 진 전 교수는 20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청년 지지 모임인 ‘희망 22 동행 포럼’ 창립 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진 전 교수는 ‘보수정치의 진정한 변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유 전 의원과 대담 시간을 가졌다.기조연설에서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공정의 상징이 돼 버렸다. 국민들의 염원이 ‘윤석열’이라는 인격으로 표출되고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안 된다”면서 “법적·형식적 평등을 말하는 것일 뿐 실질적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낸 바 없다. 지지율 1위지만 메시지가 안 보여 불안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체제’에 대해서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극우적 내용보다는 합리적이고 온건해야 한다는 승리 공식을 보수 지지층이 배웠고, 그것이 이준석 당선 돌풍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문제는 보수가 이데올로기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혁신의 형식은 취했으나 콘텐츠는 불안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대선은 과거의 심판이 아닌 미래의 선택이라 미래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아직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시대정신은 이미 공정이 된 것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2019년 9월 이후 지속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조국 사태를 언급하면서 “민주화 세대가 재집권했는데 이들은 이미 기득권화됐다”고 강조했다.국민의힘 대권주자 유승민 “권력 욕심 아냐…문제 해결에 열정있어” 한편, 이 포럼은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선언해 온 유 전 의원의 본격적 대권 행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권력에는 하나도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여러분의 일자리, 주택문제,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문제,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문제 등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열정과 집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5년간 허송세월하는 정권,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만이 해결할 이 시대의 문제들을 여러분과 함께 해결하는 장정을 시작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조만간 경제철학 등을 담은 저서도 출간하며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선다. 유 전 의원은 진 전 교수의 공정과 관련한 의견에 공감하며 “진정한 공정은 출발선을 같이 해주려는 노력,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주면서 경쟁하게 해줄 노력은 국가의 의무”라면서 “이준석 대표나 국민의힘이 앞으로 사회복지든 제도적 노력이든 여러 측면에서 단순한 실력주의와 경쟁, 타고난 것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면은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추억 살렸지만 새로움은…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추억 살렸지만 새로움은…

    국내 최장기 시리즈 공포영화 ‘여고괴담’이 신작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로 돌아온다. 지난 5편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17일 개봉하는 영화는 과거 기억을 잃은 채 모교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 분)가 하영(김현수 분)을 만난 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은희는 부임 이후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고, 한쪽 신발이 벗겨진 정체 모를 귀신과 마주한다. 하영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은희에게 알리지만, 일은 오히려 꼬여만 간다. 하영은 학교 3층 가려진 창고에서 귀신 소리를 듣는다. 이곳은 하영의 친구가 자살한 곳이자, 은희의 환영과도 연관 있는 장소다. 1998년 시작한 ‘여고괴담’ 시리즈는 당대 여학생들이 겪은 내용을 주요 소재로 한다. 이번 편에서도 지금 여학생들의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영화 핵심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성적에 집착하는 학생들의 경쟁, 담임 선생님을 두고 벌이는 질투 등을 비롯해 친구를 위해 희생도 마다치 않는 우정 등을 영화 전반에 깔았다. 교내 괴담을 알리겠다며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다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부분 등이 현실감 있다. 이미영 감독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고괴담은 단순히 자극적인 공포영화가 아니다. 여학생들의 상처와 눈물과 슬픔, 이런 모든 것들이 공포라는 장르적인 산물로 표현되는 영화이자 기획”이라고 소개했다.‘여고괴담’ 시리즈는 여고라는 장소는 공통으로 두고, 각기 개별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1편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에 여전히 대표작으로 기억된다. 2편과 3편까지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지만, 4편과 5편은 혹평 속에서 잊히다시피 했다. 이번 영화 역시 전편들과 독립적인 내용이지만, 과거 시리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긴 복도라든가, 나무 창틀, 버려진 화장실과 같은 공간, 그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흐느끼는 울음소리 등이 특유 분위기를 잘 살렸다. 특히, 귀신이 멀리서 순간이동 하면서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오는 이른바 ‘귀신 점프컷’은 여고괴담의 시그니처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했다. 다만, 궁금증을 끌어올리면서 공포감도 함께 이어간 전반부와 달리 은희의 과거를 풀어가는 중반 이후부터 다소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전형적인 공포 영화를 답습하는 데에 그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동안 여고괴담을 즐겨왔던 팬이라면 어느 정도 추억에 잠길 수는 있을 법하지만, 12년 만에 돌아온 결과물치고는 아주 흡족하진 않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2015년 ‘비밀은 없다’를 제작한 후 아이템을 고민하다 이 대표와 손을 잡고 이번 영화를 시작했다. 이 감독에게 장편 데뷔작이자, 이 대표에게는 유작이다. 이 감독은 “이 대표의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애정, 사랑, 책임감은 대단했다. 매 시리즈가 잘 되진 않았지만, 누가 몇 편까지 할거냐고 물을 때마다 한 번도 흔들림없이 10편까지 할거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좋은 시리즈들이 나와 ‘한국 공포영화’하면 ‘여고괴담’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영화가 흥행한다면 바람대로 후속편이 잇따라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길섶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10여년 전만 해도 계절마다 전국의 명산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분기별 모임을 산행 일정으로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때마다 늘 일행 중에 가장 힘들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만에 부실한 체력, 고소공포증 등으로 험한 산길은 피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산의 아름다움과 모임의 즐거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엔 주말이나 휴일 등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혼자서 인근의 산을 찾는다. 젊은 날의 산행이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요즘의 산행은 좀더 오랫동안 산속에 머물러 있는 것을 즐긴다. 빠른 발걸음 대신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싶어진 것이다. 산꼭대기를 향해 허겁지겁 쫓기듯 오르지 않아도 되고 위험한 곳은 찾지 않아 여유롭다. 등산로만 보고 걷던 산행이 아니라 숲의 변화를 보고, 시시각각 바뀌는 경치도 즐길 수 있다. 산의 색깔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도 매번 다르다. 물론 산행에서 얻는 즐거움이나 깨달음도 달라진다. 지난 주말에는 한켠에 숨겨 놓은 듯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읽느라 오랫동안 멈췄다. “지나간 일에 대해 근심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 현재에 얻어야 할 것만을 따라 바른 지혜로 최선을 다하라.”
  • 세계적 물리학자들 “외계인 만나면 지구 멸망할 것” 주장…왜?

    세계적 물리학자들 “외계인 만나면 지구 멸망할 것” 주장…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천문학자들이 외계인과의 접촉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물리학자이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와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의 편집장을 역임한 마크 뷰캐넌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너머의 외계인과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인류의 집착, 외계인과의 접촉 등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뷰캐넌은 미국 국방부가 미확인비행물체(UFO)로 의심된다고 밝힌 영상을 예로 들었다. 1년 전 유출된 이 영상은 외계인과의 만남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뷰캐넌과 일부 천문학자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이토록 ‘평화롭게’ 오고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아직 외계 문명과 접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외계지적생명체탐사(SETI) 소속 천문학자인 조 거츠 역시 뷰캐넌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외계인과 소통하려는 모든 시도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이용해 국가 차원에서 외계인과의 접촉 시도를 절대적으로 금지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뷰캐넌 박사를 포함한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의 수많은 다른 은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성 시기가 늦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백만 년 더 오래된 은하와 행성의 주민들(외계인)에 비해 우리는 매우 원시적인 문명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외계인과 지구 인류의 만남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비교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뒤, 구대륙의 인플루엔자나 홍역, 장티푸스, 말라리아 같은 질병이 신대륙으로 넘어갔다. 외계인과 접촉할 경우 구대륙(외계 행성)의 예상치 못한 질병 등이 신대륙(지구)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것.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일부 천문학자는 외계와의 접촉을 통해 전수받는 외계의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이 결국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계인과 UFO의 존재를 허무맹랑하게만 보는 기조가 사라지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나서 진위여부를 확인하려 하는 등 진지한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빠르면 이달 말 지난 20년간 목격한 120건 이상의 괴비행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NASA 역시 추가 규명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빨대는 필요 없어요” 작은 습관 하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첫발

    “빨대는 필요 없어요” 작은 습관 하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첫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직전 전시에서 발생한 철골과 각목 등 약 3t의 폐기물을 전시장 구석구석에 쌓아 놨다. 어지간한 전시는 톤 단위의 쓰레기가 발생하게 마련인데, 이제까지 아무런 제약이나 반성도 없이 구습을 답습한 현실을 꼬집는다. 스스로 비판 목소리를 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책은 일회용품을 스스럼없이 쓰면서도 지구 환경은 걱정인 사람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안내서다. 자신을 ‘윤리적 최소주의자’로 소개한 저자는 일본 동일본 대지진과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물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읽지 않은 책들, 써본 적 없는 그릇을 끌어안고 살았던 게 ‘꼭 필요한가’ 생각이 들었다 한다. 물론 일상생활을 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순 없다. 그러니 쓰레기를 단 하나라도 줄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물건이 쓰레기로 처분될 때까지 책임을 지려는 마음을 덧붙이는 게 좋다. 100에서 90으로 줄이고, 줄인 10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만 있으면 서서히 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갈 수 있다. 예컨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서 빨대는 빼달라고 하거나,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늘 가지고 다니면 어떨까. 저자는 손수건을 보자기처럼 사용한다. 이쯤에서 고수의 실전 팁 몇 가지만 살펴보자.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될 수 있으면 그렇게 먹자. 표백제 대신 대용량 과탄산소다를 사용하면 좋다. 예쁜 쓰레기, 즉 과대 포장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자. 저자는 치약 대신 나무 칫솔과 혀 클리너를 사용한다. 입 냄새가 걱정이라면 무엇을 먹는가를 먼저 살피라고 조언한다. ‘제로’에 집착하지 않되, 그렇다고 ‘나 하나쯤’ 하는 마음만은 금물이다. 나는 1밖에 줄일 수 없어도 전 세계 사람들이 1을 줄이면, 그 수는 실로 엄청나다. 또 하나,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되뇌어야 오히려 성공할 수 있다. 카페에 텀블러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음에 가져오면 그만이고, 여전히 북극곰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으면 된다. 낡은 옷을 수선해서 입기도 하고, 새로운 소품을 만들 수도 있다. 체크무늬 셔츠는 손수건으로 만들어도 좋다. 습관을 들이고, 그 습관을 주변으로 널리 알리자. 그럼, 이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서로에게 건투를 빌어 주자.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공개행보 나서자… 尹 겨눈 공수처

    공개행보 나서자… 尹 겨눈 공수처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게 됐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죽이기’를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반발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여권 성향의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대표 김한메)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의뢰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면서 지난 2월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어 사세행은 지난 3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도 윤 전 총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를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들과 함께 고발된 모해위증교사 연루 검사 2명 사건은 대검찰청에 이첩했지만 윤 전 총장 사건은 검찰에 넘기지 않고 남겨 두었다.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이달 초 두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하고 각각 ‘공제7호’와 ‘공제8호’로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야권에서는 ‘정치 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현 정권의 공수처 집착증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당권주자들도 “윤 전 총장이 아닌 공수처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준석), “정권이 본격적으로 ‘윤석열 죽이기’에 돌입했다”(나경원)며 일제히 공세를 펼쳤다. 반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수처가 엄정하고 또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잘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공수처 고발 건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진선민·이하영 기자 jsm@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오렌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오렌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4년 전 지인이 식물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 회사를 만들었다며 원료의 주인공 식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했다. 상업 활동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하지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지인의 제안이라 기꺼이 요청을 받아들여 세 종의 식물을 그렸다. 그때 내가 첫 번째로 그린 식물은 오렌지다.그간 사과와 딸기, 포도, 복숭아 등 수많은 과일을 그렸는데도 오렌지만큼은 그린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오렌지는 사과 다음으로 대표적인 과일이며, 감귤류(시트러스)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데. 더구나 한철 과일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우리나라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오렌지를 그리는 동안 가장 까다로웠던 작업은 열매를 채색하는 과정이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오렌지색을 재현해야 했다. 오렌지색은 주황색과 동의어지만, 내게 오렌지색과 주황색은 조금 다르다. 오렌지색은 조금 더 밝고 노란빛이 약간 섞인 색이랄까. 사실 16세기 전까지 오렌지색이라는 색이름은 없었다. 노란색 혹은 빨간색으로 불릴 뿐이었다. 색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할 땐 사프란(크로커스)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후에 아시아에서만 재배되던 오렌지가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유럽에 전해지면서 오렌지색이라는 이름이 탄생한다. 오렌지색의 주인공인 오렌지, 밤색의 밤, 그리고 올리브색의 올리브처럼 내가 그리는 식물이 곧 색이름의 주인공일 때, 나는 더 예민하게 채색할 수밖에 없다. 나는 노란색과 빨간색 사이의 오렌지색을 재현해 그림을 완성했고, 이 그림은 오렌지 향이 메인이 되는 향수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2주 정도 오렌지라는 식물에 몰입해 그림을 다 완성하고도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렌지는 사과나 포도와 같은 여느 과일을 그릴 때보다 더 강력하게 나를 이끌었다. 마트의 오렌지 매대를 마주할 때, 카페의 오렌지주스 메뉴를 보면서, 심지어 여느 온실에 가서도 오렌지가 떠올랐다. 오렌지의 역사는 곧 온실의 역사이기도 하다. 17세기 프랑스와 네덜란드 귀족들은 아시아에서 온 이국적이며 향기로운 과일 오렌지를 좋아했다. 마침 유럽에서는 유리 제조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던 시기였기에, 귀족들은 유리와 벽돌로 이루어진 건축물에서 오렌지와 그의 가족인 감귤류를 재배했다. 오렌지 온실, 오랑주리는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처럼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다.오랑주리는 온실과 흡사하면서도 온실에 비해 벽돌 구조가 많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귀족들이 오랑주리에 집착할수록 온실 기술과 대중화가 진전됐다. 내가 온실을 다니며 오렌지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며칠 전에는 집 근처 과일 도매 시장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다채로운 과일 상자 디자인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박스에 그려져 있는 과일 그림 때문이었다. 과일 상자 중에도 외국에서 수입되어 온 오렌지 상자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오렌지는 과일 상자 라벨 디자인을 발전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0년대까지 과일은 목재 상자 안에 담겨 유통됐다. 수확한 과일을 나무 상자 안에 넣고 나면 꺼내 볼 수 없기 때문에 과일을 재배한 농장명과 수확일, 품종명을 안내하는 그림을 상자에 붙였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눈에 띄어야 했고, 그렇게 과일 상자 라벨 디자인이 발전했다. 딸기와 사과, 포도 그 외 수많은 과일 중에서도 오렌지가 상자 라벨 디자인의 으뜸이다. 이것은 스페인과 미국이 오렌지를 재배한 시기와 그래픽디자인이 발전한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30년대 스페인의 오렌지 상자 라벨은 현재까지 인테리어용 그림과 상품 패키지 디자인으로 이용된다. 오렌지 주생산지 중 한 곳인 미국에는 ‘감귤 상자 라벨 협회’가 있으며, 회원들은 과거에 생산된 감귤 상자 라벨을 수집하는 데에 몰두한다. 언젠가 일하며 알게 된 한 과일 농장의 사장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도 패키지를 예쁘게 만들면 과일 판매가 좀더 잘되지 않을까요?” 그는 아직 상자 디자인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연중 내내 작물을 재배하고 유통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 고단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작물을 보관할 상자를 만들어야 한다면 과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의 대규모 과일 유통 시장이 그러하듯 언젠가 우리도 과일 상자 패키지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오렌지로부터 시작된 색과 건축물 그리고 라벨 디자인. 오렌지라는 이름을 띠지만 작은 나무 열매를 향한 인간의 커다란 열망 그 자체이기도 하다.
  • [안도현의 꽃차례] 팽나무에 대한 편애

    [안도현의 꽃차례] 팽나무에 대한 편애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는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된 팽나무가 한 그루 있다. 들판 한가운데서 오백 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이 나무의 이름은 황목근이다. 봄에 누르스름한 꽃을 피우는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 팽나무 앞에 서면 그 기품에 압도돼 왠지 큰절을 드리고 싶어진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이 황목근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나무에게도 큰 시름이 있거나 병마가 지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올봄에 찾아갔을 때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팽나무가 기운을 차린 것 같아서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팽나무 꽃을 알거나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동그랗고 단단한 열매들을 조랑조랑 매달고 있다.팽나무는 느티나무와 수형이 비슷하게 생겼다. 나는 그 생김새의 품격을 따진다면 팽나무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팽나무는 그 자태가 부러울 정도로 호쾌하다. 40년 동안 전주에서 살다가 작년에 귀향했을 때 전주의 선후배들이 팽나무 한 그루를 선물로 보내 주었다. 키가 10미터가 넘고 지름이 30센티미터쯤 되는 잘생긴 나무다. 요즈음 오후의 그늘이 제법이다. 나는 팽나무의 그늘 아래 산다. 팽나무는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특히 잘 자란다. 제주도 여행을 가서 팽나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가련하게 여긴다. 바닷가와 시골 마을 곳곳에 저마다 다른 체형과 키로 자라는 팽나무는 제주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림의 명월 개울가에 도열해 있는 우람한 팽나무들, 겨울에 북풍에 맞서느라 효수된 것처럼 윗부분이 비스듬하게 잘려 나간 바닷가 팽나무들, 가지런한 돌담 사이에서 마을을 지키는 수백 살 된 팽나무들…. 제주에서는 팽나무를 ‘폭낭’이라고 부른다. 포구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 가지의 폭이 넓어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제주 폭낭은 수백 년의 바람을 견디느라 육지의 팽나무보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이다. 수피도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팽목항은 그 주변에 팽나무가 많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강요배 화백의 그림에는 제주의 팽나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눈 쌓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까마귀와 팽나무’를 보면 나무의 자리와 사람의 자리가 멀지 않다는 걸 느낀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팽나무의 검은 육체를 감싸고 있어 화폭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그는 팽나무에게서 제주의 역사와 시련을 읽어 낸다. 그의 산문집 ‘풍경의 깊이’를 펼치면 “폭낭은 모든 걸 알고 있다. 만 리에서 날아온 바람이 여기 와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문장이 보인다. 화가의 눈은 놀랍게도 팽나무와 바람을 동일하게 여긴다. 바람이 팽나무를 만들고 팽나무가 바람의 존재를 기억한다는 거다. 몇 해 전 그의 작업실에 갔을 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종이와 목탄을 가져왔다. 팽나무에 대한 나의 편애와 집착을 이해하고 동의한다고 했다. 막걸리를 마시는 중에 마당의 팽나무 한 그루가 종이 위로 옮겨지고 있었다. 즉석에서 스케치한 그 그림은 지금도 내 방의 벽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말 살아 있는 팽나무 같다. 내가 자주 드나들던 전북 변산반도에도 눈여겨볼 팽나무들이 많다. 팽나무는 군락을 이루기보다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처럼 고독하게 성장한다. 길을 걷다가 팽나무를 만나거든 반드시 그 앞에 한번 서 보라. 팽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은 조망점이 좋아 사방이 확 트인 곳이 대부분이다. 사람보다 먼저 좋은 터가 어디인가를 아는 나무가 팽나무다. 변산반도 모항의 방파제 입구에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팽나무는 포구의 등대와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 있고, 곰소에서 영전 가는 길가에 서 있는 팽나무는 전봇대와 전선 때문에 사진을 찍기에 불편하지만 풍채가 아주 멋지고, 도청리 마을 입구의 팽나무는 그늘이 아주 넉넉해서 좋고, 고사포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격포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길가 언덕에 연인처럼 다정하게 서 있는 두 그루의 팽나무는 시샘이 날 정도로 다정하다. 이 팽나무 두 그루에 어떤 이가 눈독을 들였는지 지금은 그 앞에 꽤 큰 숙박 시설이 들어섰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 중 이 두 그루의 나무가 팽나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 [보따리]“마흔살까지 10억 벌기가 목표” 아내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보따리]“마흔살까지 10억 벌기가 목표” 아내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4회 :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 #‘보험에 따라온 이야기들’(보따리)은 보험 뒤편에 숨어 있는 사연을 하나씩 전해 드리는 시리즈입니다.2017년 4월 25일. 신혼여행 첫날 새벽, 우모(당시 22세)씨는 일본 오사카의 한 숙소에서 아내 A씨(당시 20살)의 왼쪽과 오른쪽 팔뚝 등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아내는 인체에 해가 없는 신경안정제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졌다. 우씨가 아내에 주사한 건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었다. 인면수심의 끔찍한 수법으로 세간을 분노케 했던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이다. ●보험금 타내려고 20살 알바생과 결혼…범행 직후 태연히 ‘여행’ 카페를 운영하며 ‘서울시 7급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었던 우씨는 언뜻 평범한 20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생 목표’가 하나 더 있었다. 40살이 되기 전까지 10억원 넘는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었다. 카페 매출이 월 100만원이었고, 모아둔 재산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이 쉽지 않은 꿈이었다. 우씨는 2015년 9월,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A씨와 연인관계가 됐다. 우씨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A씨를 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해 자신이 보험금을 타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일기장에 ‘A랑 싸우고 설득해서 보험에 가입시킨다. 예상금액 10억원’이라고 적었다. 우씨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끔찍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했다. A씨 사망 때 보험금을 자신이 받으려면 법적 배우자가 돼야 했다. 우씨는 2016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A씨의 집에서 반대하자 이후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신했다고 거짓말하고, 혼인신고를 하기 전 반년 간 동거하기도 했다. 우씨는 이 기간에 다른 여자를 만났고, 심지어 이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A씨와 헤어지지는 않았다. 2017년 4월, A씨가 성인이 돼 부모 동의없이 법적 부부가 될 수 있게 되자 두 사람은 양가 가족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같은 달 우씨와 A씨는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우씨는 미리 얻어둔 니코틴 원액과 주사기를 챙겨 A씨와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공항에서 자신이 사망하면 A씨가 1억 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고, A씨가 사망하면 자신이 5억원을 받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하다가 헷갈려 자신이 사망 시 A씨가 5억원, A씨가 사망 시 자신이 1억 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가입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아내를 살해한 우씨는 범행 직후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다. 그는 혼자 관광하면서 일본 여성 두 명을 만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노래방을 가기도 했다. 또 사망 사실을 A씨의 가족에게 즉각 알리지도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씨는 사건이 터진 지 약 한 달이 지난 5월 20일 보험금을 타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 “아내가 해외 여행 중 사망했으니 보험금 1억 5000만원을 내게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고 경위에 의문을 품은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수사기관에 넘겼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익자를 본인으로 지정하고, 사망 보험금을 과다하게 설정하는 등 합리적 기준을 넘어선 계약을 했다면 사기 가능성을 의심해본다”고 말했다. ●“아내가 스스로 목숨 끊은 것”…일기장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법정에 선 우씨는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삶의 의지가 없던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삿바늘도 A씨가 자신의 팔에 직접 찔렀다고 주장했다. 자살교사 또는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는 있지만, 살인죄는 아니라는 것이다.우씨는 아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이유로 엄마와의 불화를 들었다. 심각한 가정불화 탓에 우울증을 앓았고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우씨는 아내가 사망 직전 엄마에게 보낸 음성 메시지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 아내 A씨는 음성메시지에서 “나가서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엄마도 이런 딸 없는 셈치고 잘 살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는 우씨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안타까운 건 A씨는 숨지기 전 자신이 우씨와 사이에서 임신했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신혼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임신 중 매운 음식 걱정되시나요’, ‘(남편 성인) 우씨 성을 가진 아기 이름, 예쁜 게 뭐가 있을까요?’ 등을 검색했다. 우씨도 일본여행을 떠나기 직전 A씨에게 “지금 당신 뱃속에 아이가 듣고 있을지 몰라 당신의 배를 쓰다듬어 줄게요. 히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뱃속에 태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우씨가 꼼꼼히 기록해온 일기와 음성 메모는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는 2017년 1월 일기장에 ‘너무 쉽게 술술 풀리니까 함정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무조건 잘해주고 헌신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물을 어디서 찾을지가 제일 걱정이다. 어디에 (주사)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 등의 글을 남겼다. 또, 3월에는 ‘곧 오사카로 여행을 갈 생각이고, 삼단절벽에서 그녀를 찌를 예정이다. 3억 정도 돈이 나온다는데 그걸 은행에 넣으면 매월 50만원 정도 돈이 나온다’, ‘3억이면 중산층이라고 한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썼다. 집에 있는 살인 관련 책을 다 없앤다거나 여행 때 니코틴 원액을 꼭 챙겨야 한다는 등의 기록도 발견됐다. 또, 범행을 하고 일주일 뒤에는 ‘힘든 건 딱 하나, 보험금이 예상대로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란 내용의 일기도 썼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자 우씨는 자신이 과대망상과 강박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과 2심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씨는 끝까지 무고함을 주장하며 상고까지 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돼 결국 형이 확정됐다.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이언 돔’ 퍼부으며 집착한 네타냐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아이언 돔’ 퍼부으며 집착한 네타냐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15년이나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베냐민 네타냐후(71)가 호락호락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 그랬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정당들을 모아 자신에 반대하는 8개 정당의 연립정부 출범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연정이 확보한 크네세트(의회) 의석 수는 62석이다. 의회 과반(61석)을 가까스로 넘겼는데 연정의 순번제 첫 총리로 낙점된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끄는 야미나 당의 7명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연정에 참여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직 의회의 승인 투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연정이 출범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2년 동안 다섯 번째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 합의 발표 이후 첫 반응을 통해 지난 3월 총선에서 “우파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의원들은 연정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위터에다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을 “좌파”에 “위험한” 정당들이라고 규탄했다. 이전에도 그는 “세기의 사기”라며 국가와 이스라엘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를 이끄는 TV 앵커 출신 야이르 라피드와 야미나 당(7석)의 베네트, 아랍이슬라미스트 람 당(4석)의 만수르 압바스가 전날 한 호텔에서 연정 구성 합의서에 서명한 뒤 나란히 웃는 사진은 이스라엘에서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정통 유대 정당인 야미나가 아랍계 정당과 연정에 합의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세 당 외에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등 다섯 정당이 합류했다.하지만 권좌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오는 로켓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망 ‘아이언 돔’을 바닥낼 정도로 만들고 공습을 가한 네타냐후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제레미 보웬 BBC 중동 편집장은 분석했다. 그는 연정이 어렵사리 출범하더라도 와퍼 하나의 차이로 다수당이 된 연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야당 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결국은 총리 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봤다. 좌파 반대진영 때문이 아니라 동료 우파 진영이 좌절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적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보웬은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다른 정당들은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베네트가 이끄는 연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우파 리쿠드 당을 비롯한 우파 정치인들도 우려를 표한다. 리쿠드 의원 가운데 이름 난 미키 조하르는 “좌파들은 자축을 하는데 이스라엘 국가에 아주 슬픈 날”이라며 연정에 참여한 우파 정당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공박했다. 하지만 밤거리에 나와 네타냐후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춤을 추는 이들도 많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부모와 싸운 뒤 6년 간 ‘토굴집’ 만든 스페인 남성의 사연

    부모와 싸운 뒤 6년 간 ‘토굴집’ 만든 스페인 남성의 사연

    부모와 다툰 뒤 혼자 지낼 곳으로, 지난 6년 동안 토굴집을 만들어온 남성의 사연이 SNS상에 공개돼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알리칸테주 라로마나에 사는 20세 배우 안드레스 칸토는 14세였던 2015년 부모와 사소한 문제로 다툰 뒤 정원 한쪽에 토굴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 곡괭이로 땅을 내리치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작업이 진전될수록 집착으로 변해갔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깊이 3m에 달하는 토굴집을 만들어냈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침실과 거실이 있고 난방 시설과 음악을 듣기 위한 음향 장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와이파이 장비도 설치돼 있다.그는 “예전부터 오두막집 짓기를 좋아했다. 시골에 살며 종종 버려진 나무를 발견하면 멋진 집을 짓곤 했다”면서 “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토굴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친구 안드레우가 공기드릴을 가져왔고 두 사람은 일주일에 14시간까지 땅을 파는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양동이로 손수 흙을 퍼날랐지만, 그는 작업을 좀더 쉽게 하려고 도르래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다.토굴집의 붕괴를 막기 위해 철근 기둥과 아치형 출입구가 사용됐는데 그가 사용한 건축 자재는 예상보다 저렴해 총 50유로(약 6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굴착 작업 중 거대한 바위가 나올 때마다 집의 구조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토굴집인 관계로 단점도 많다. 토굴 안은 산소가 적은 편이고 습기가 많으며 가끔 곤충과 거미도 찾아온다. 또한 폭우가 내린 뒤에는 물난리가 나기도 하지만 여름철에는 서늘해서 쉬기 좋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는 얼마 전 트위터를 통해 토굴집 건축 과정을 공유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는 스페인어로 “토굴, 14세 소년이 어떻게 토굴을 짓기 시작했는지에 관한 실마리”라고 밝혔다.칸토는 “토굴집 속에 침대 하나를 만들었는데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지내기 좋은 곳이었다”면서 “지하 4㎡의 방 안에서 느끼는 평온함에는 가치가 있다”고 자랑했다. 사진=안드레스 칸토/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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