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집착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전쟁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차 키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선택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 과열
    2026-08-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32
  • 옐친정부의 과제(러시아는 어디로:1)

    ◎보수파 유혈진압 이후의 정국전개/개혁과정 불만층 무마가 급선무/양대 선거 시기 등 향후 정치일정 난제/민주원칙 어긴 조치들 대내외적 부담 4일 상오 7시부터 하오 5시까지 정확히 10시간 동안 계속된 전투에서 옐친대통령은 마침내 「승리」했다. 모스크바강을 사이에 두고 사격연습하듯 쏜 T­72탱크의 로켓포는 일명 「백악관」으로 불리는 순백의 러시아의사당 건물을 화염에 휩싸인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러시아는 이제 권력의 한 축인 의회가 존재하지 않는 절름발이 국가가 됐다.검붉은 화염을 내뿜는 의사당건물은 지금 러시아가 처한,그리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를 웅변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규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사상자수는 사망 1백명을 포함,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집중포화를 맞은 의사당 안에 남아있을 피해자들까지 합치면 사상자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유혈사태 진압이 끝난 뒤 옐친정부가 떠안은 첫번째 과제는 사상자들에 대한 처리문제다.전투기간중 이들은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 술주정꾼 절도범들로 구성된「폭도」로 불렸다.그러나 이들중 다수가 개혁추진과정에서 소외된 불만계층임을 부인할 수 없다.이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문제는 물론 저임금,연금생활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책이 우선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어려운 것은 조기총선 등 향후 정치일정 문제.비상권한을 확보한 만큼 향후일정은 옐친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우선은 12월 총선을 예정대로 치를지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지난달말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물리적으로 12월총선이 가능할지를 검토중인데 「불가」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상황도 판이하게 바뀌었다.내년 3월경 동시선거,아니면 시차를 2∼3개월 정도 두고 양대선거를 치르는 방안등 몇가지 대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대선거를 순조롭게 치르기 위해서는 89개 지방정부의 협조가 불가결의 요소다.당초 옐친대통령은 의회의 반대를 비켜가기 위해 지방지도자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상대했고 반면 이들은 옐친을 지원하는 대가로 경제·정치면에서의 자치권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크렘린 일각에서는 의회가 해산된 마당에 지방정부의 눈치를 더 이상 살필 필요가 없다는 소리도 있다.옐친대통령이 국정을 완전히 주도해야 한다는 말이다.그러나 만약 현재 작업중인 신헌법안에서 지방정부대표로 구성될 상원(연방의회)의 역할을 축소시킨다든가 이미 소집돼있는 연방평의회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등의 기도가 있을 경우 지방정부와의 마찰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옐친대통령이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지방정부와의 권한분담을 어느 선에서 균형을 잡느냐가 향후 정국안정의 키포인트로 등장했다. 대서방 관계도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이번 사태기간중 서방국들이 일관되게 옐친을 지지한데는 공산정권으로의 복귀가능성이 있는 의회보수파들에게 정권이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혈진압을 비롯,인권·민주화등 국내문제를 걸고나올 가능성이 크다.경제재건을 위해 서방의 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옐친으로선 이를 끝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옐친대통령은 프라우다,소비예츠카야 로시아등 의회지지 주요 일간지들을 정간시키고 반대파들의 정당·사회단체활동을 모두 중지시키는등 앞으로 민주주의원칙에 집착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이런 분위기하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지도 사실은 의문이다. 반옐친세력의 최대보루였던 의회는 어쨌건 문을 닫았다.하지만 권위주의 통치가 장기화되고 경제가 빨리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반대파들은 분명 다시 세를 규합할 것이다.옐친은 이번에 군을 불러들였다.같은 사태가 되풀이된다면 군의 속성상 그때는 「부르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거리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싸움은 옐친의 승리가 아니라 그의 마지막 「도박」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이 도박에서 지면 그의 시대도 끝이다.
  • 서구인의 우월감/김정란 시인·상지대교수(굄돌)

    미테랑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관심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이 기회에 도난당한 고문서들을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오갔었다.그리고 반갑게도 과거의 정부들과는 달리 「문민정부」는 발빠르게 이 문제를 표면으로 띄워올렸다.그런데 문화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듯이 문화인들을 대동하고 방문한 미테랑대통령의 방한의 정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나같은 문외한은 알바 없으나,고문서라고 달랑 한권 들고 와서 보여준 그들의 행동거지는 참으로 황당하게 느껴졌다.말 그대로 훔쳐간 물건을 돌려주면서 그게 무슨 자기네 집안 가보라고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고는 사표까지 써던졌다던 박물관 여직원의 얘기를 듣고 나는 아연해졌다.솔직하게 말하면 매우 불쾌한 기분이었다.그것은 루브르박물관을 돌아보면서 그 규모와 설비에 놀라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치밀어오르던 불쾌감과 흡사한 것이었다.박물관 한구석에 전시되어 있던 이집트의 미이라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하다못해 남의 민족 왕들의 시신마저도 뺏어다 구경거리로 만드는 건가」라고 무참한 느낌이 들었었다.아마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스스로 약소국민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나의 아픔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고문서 반환을 둘러싸고,프랑스의 언론에서 무슨 논리를 앞세워 반대 의사를 밝히든,문제는 한가지 주제로 수렴된다.서구인들은 아직도 뿌리깊은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그들은 자기들만이 문화를 보존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이 문제는 단순히 유물의 반환이 아니라,무력과 힘에 의해서 부를 축적해 왔고,그리고 그 덕택에 세계를 전쟁과 갈등으로 몰아넣었고 자연을 유린하며 인간의 타락을 부추겼던 20세기 서구적 질서의 반성이라는 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21세기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요구하고 있다.세계의 재편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서구인들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말기 바란다.루브르 박물관이 텅 비어 버리더라도,유물의 취득 과정이 명백한 「약탈」이라고 규정될 수 있을 경우 그 유물은 분명히 그 유물의 문화를 이루어냈고 그리고 그 문화에 근거를 두고 아직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되돌려져야 한다.
  • 두 얼굴의 외교(통독 3년 장벽은 아직도:2)

    ◎미·불 반대 일축,신유고 체제 승인/유엔평화군 참여 등엔 소극 자세 통일독일의 외교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하나는 분단시절 서독의 외교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얼굴이다.이 얼굴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지 못하고 미국과 서구의 정책을 쫓아가는 외교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통일로 새로 태어난 독일 고유의 얼굴이다.이 새 얼굴에서는 독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독일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때때로 미국·서구와의 충돌도 피하지 않는 외교정책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외교의 새 얼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는 클라우스 킨켈 외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제48차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지난해 콜총리가 요구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또 다시 요구하고 나선데서 분명히 드러난다.킨켈장관은 최근 독일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얻고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유엔안보리는 바로 음악이 연주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킨켈장관은 더 이상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디 벨트지의 뤼디거 모니악기자는이같은 킨켈장관의 말에는 독일의 새로운 자신감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즉,『어떤 음악이 연주되는가에 관계없이 음악이 연주되는 곳에 독일의 바이올린이 끼어있지 않다면 그 연주는 완전하다고 할수 없다』는 생각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중요한 외교·안보정책 문제들은 최종적으로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된다.따라서 킨켈의 말은 독일이 앞으로 국제정치무대에서 보다 많은 발언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해 준다.이에 대해 게네랄 안차이거지는 『모범학생이 이제 학급을 이끄는 대표가 되려고 한다』고 묘사하고 있다.킨켈장관의 말은 또 독일의 참여 없이는 국제정치의 의사결정이 올바로 이뤄지기 힘들 것임을 선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독일외교의 새 얼굴은 91년 유고내전에서 독일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승인토록 한 것을 들수 있다.독일이 앞장서서 이 두 나라를 승인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들도 독일의 뒤를 따르기는 했지만 미국과 프랑스는 아직도 독일의 압력이 오늘날 유고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독일은 또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구국가들에 유럽공동체(EC)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문호를 개방하는데 있어서도 다른 어떤 유럽국가들보다 더 적극적이다.자유무역을 내세우는 독일로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문호개방 확대가 독일의 이해와 일치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고금리정책에 대한 유럽 각국의 빗발치는 원성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를 전혀 고려치 않고있는 분데스방크의 꼿꼿한 자세에서도 이같은 독일외교의 새 얼굴의 한 부분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 3년이 지난 오늘까지 통일독일의 외교가 여전히 구서독 외교의 틀을 벗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유고슬라비아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펴는 공중조기경보기에 독일공군이 탑승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유엔평화유지활동을 위한 독일군의 소말리아 파병과 관련된 우여곡절 등이 바로 그것이다.이같은 논쟁들은 통일독일의 외교가 여전히 기본법의 틀안에 매어있음을 보여준다.독일군의 나토역외 파병을 금지하고 있는 기본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한 독일외교는 군사부문에서 새 얼굴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독일은 이제 조금씩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과거처럼 무조건 미국이나 서구의 의견을 좇는게 아니라 당당히 『아니다』라고 말할수 있게 된 것이다.이같은 독일외교의 변화는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얼마간 마찰과 긴장을 형성시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해오던 독일·프랑스 관계가 최근 급격히 냉각됐으며 독일의 미온적인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참여에 대한 미국·영국 등의 불만도 계속 커지고 있다.그러나 독일의 인접국들중에 과거의 소련과 같은 적대국들이 없어져 긴장의 정도는 훨씬 덜한 편이다.
  • 국감 오늘 돌입/3백55개 기관대상 23일까지

    국회는 4일 상오 외무통일 내무 재무 국방등 13개 상임위가 소관 22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16개 전 상임위별로 20일간의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실시되는 올 국정감사는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등 총 3백55개 기관을 대상으로 23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감사에서는 그동안 계속되어 온 개혁및 사정작업에 대한 총체적 평가와 문제점 추출,향후 대책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실명제 보완책,한·약분쟁,경부고속철도사업,대러시아 경협차관,농산물 냉해및 추곡수매,전교조 복직,그린벨트 건축규제 완화,노동법 개정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자당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감사에 주력하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개혁과 사정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율곡사업등 지난번 국정조사에서 매듭짓지 못한 3대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두 전직대통령의 국회출석증언이 필수적이라는 정치공세를 계속할 듯한 자세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기택대표가 지난달 28일 과거청산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한편 경제활력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과거청산문제는 국정감사 이후로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
  • 미래지향 야당과 국정감사(사설)

    문민정부를 상대로하는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오늘부터 시작된다.13개 상임위별로 22개 기관에 대해 20일간 벌이게 되는 이번 국감은 새로운 의정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왜곡된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우리의 국회도 이제는 뭔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전통을 확립해 주기를 당부한다. 김영삼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통해 달라지는 국회와 새로워지는 정치를 역설하고 큰 정치를 강도높게 주문함으로써 정치일신에 대한 국민적요구는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때마침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과거문제에 대한 집착보다는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겠다는 새로운 노선을 천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국감이 그 실천적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정감사는 우리 헌법에 고유한 의회의 대정부견제기능을 행사하는 과정이다.국정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새로운 입법과 예산심의의 자료로 삼고 행정부의 시정을 감시비판하며 세정을 시정하는 기능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감은 한건주의,폭로전술,정치공세 등으로 본래의 기능은 고사하고 정치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비이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왔다.큰소리로 호통이나 치고 파행을 일삼거나 언론보도에만 만족하는 구태를 더이상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정치개혁은 이러한 정치권의 한국병을 스스로 고치는데서 시작되지 않으면 안되며 그러한 노력은 이번 국감과정에서 가시화되어야 한다. 이번 국감은 6공과 새정부를 동시에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또한 현재의 국회구성이 지난시대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함축하는 정치권의 근본문제를 직시해야 한다.할일은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을 통한 자기혁신이다.여당이 문민정부의 역사성위에서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과거단절에 당당해야 한다면 야당은 과거집착을 벗어난 미래지향에 진취적이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야당이 과거로부터의 탈출을 보다 능동적으로 시도할 것을 기대한다.과거집착은 더이상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당리를 가져다 주는 카드가 아니다.오히려 스스로의 앞길을 묶는 족쇄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야당의 선명성은 투쟁일변도의 방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담한 개혁성과 합리적이고 정교한 정책대안의 차별성에서 확보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나마 국회운영의 노선이 현실적으로 전환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소리지르는 야당에서 생각하고 고뇌하는 야당으로의 과감한 변신이 수권정당의 신뢰라는 보다 큰 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진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이번에야말로 국감다운 국감이 되도록 야당이 선도할 것인지 주시한다.
  • 무용평론가 정병호씨(이세기의 인물탐구:37)

    ◎민속춤 발굴을 평생의 업으로/30년동안 전국 돌며 잊혀져 가는 농악·굿 채록/진도 씻김굿 등 재현… 24개춤 문화재 선정 기여/양반춤 어깻짓도 일품… 요즘 「최승희무용」 재평가작업 몰두 상모달린 전립과 전복을 입고 세마치장단인 왼삼채와 덩더궁이로 농악패가 동네를 휘돌기 시작하면 온몸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면서 두둥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무용평론가 정병호씨는 어릴 때부터 농악대 리더인 열두발 채상돌리기 상쇠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천하지대본의 기를 앞세우고 쇠꾼이 추는 부들상모놀이며 장고잡이들의 설장고춤,북을 멘 북잡이들의 설북놀이와 상모쓴 버꾸잡이들의 채상놀이,징과 꽹과리소리에 맞춰 정신없이 빠지다보면 자신도 농악의 한 패거리가 되어 지치도록 신명을 낸 기분이다.실제로 그는 부모 몰래 옷자락 펄럭이며 추는 무동의 꽃사비춤을 출만큼 농악과 굿에 홀려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전국의 굿판이나 농악판에는 그가 나타나지 않는 자리가 없다. 전남 영광의 풍년굿인 칠월꽃대림굿·농사굿·메굿과 여수에서 한참 들어가는 여천 백초리 가장농악,진도 소포리 마을농악,부여에서만 볼 수 있는 은산별신제며 충북 옥천 마티(마치)마을 부락제,경기도 도당굿,통영 오구새남굿,진도 도깨비굿,강릉·양주·횡성·예천·남원등등 굽이굽이 누비고 다닌다. 민속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현장조사를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지난 30년동안 최남단 도서지방에서 각도 산간벽지에 이르기까지 춤이 있는 곳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예인 기질 타고나 현장에 가서 하나의 굿을 보고 유래를 더듬거나 채록하려면 춤꾼들에게 술을 대접하거나 사례비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춤으로 흥을 돋우기도 한다.너름새가 크고 어깻짓이 일품인 그의 양반춤·한량춤은 그곳 토박이 춤꾼들을 한눈에 매혹하여 춤과 춤이 어우러져 흥청거리는 한밤을 지샌다. 평소에 점잖고 근엄하기만한 대학교수로서 그의 일면에 그런 한량기질·예인기질은 어쩌면 타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서민층에서만 추어지던 병신춤이며 곱사춤 발탈과 휘겡이춤도 냉대받고 천대받던 것을 그가 발굴해서 정립해놓은 춤이다. 농악이나 굿은 마을전체가 축제분위기로 어울리는 협동춤이라면 병신춤이나 곱사춤은 신분이 다른 계층에 대한 익살과 풍자,서민의 애환과 해학을 담아 지난날의 시대상과 지역의 풍습을 꾸밈없이 반영하고 있다. 병신춤만해도 처음은 허튼춤으로 시작하여 턱붙인 곱사춤,엉덩이 빠진 곱사춤,안팎 곱사춤,문둥이 곱사춤,절룸발이 곱사춤으로 이어지고 곰배팔이와 오리발 흉내등 명연기가 곁들여져 인간의 진한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병신춤으로 유명한 공옥진도 바로 그가 발굴해낸 인기 연희자다. 78년4월 전라도 정읍에서 남의 집 잔치에 불려다니던 공옥진을 서울에 데려다가 처음엔 그녀가 묵고 있던 종로 청진여관 옥상에서 몇사람에게 병신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자그마한 공옥진은 손과 발을 오그려뜨린 괴상한 춤사위를 다양하게 선보였고 이 연희는 그가 회장으로 있던 전통무용연구회 주최로 공간사랑에서 한달간 공연되어 민속예술분야로서는 최장기록을 세울만큼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그다음은 울진·강릉·주문진·삼척등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오귀굿·용굿으로 대를 잇고 있는 김석출을 소개,이는 70여명의 무인을 배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습무가로 지금도 30여명의 무인을 이끌고 풍어제를 위한 미포별신굿을 보존케 하고 있다. 그외에도 목포출신으로 전국각지로 돌아다니며 정착치 못하고 있던 호남승무·살풀이춤의 이매방의 YMCA강당 공연을 주선,무형문화재 지정에 앞장섰고 밀양 백중놀이와 덧배기춤의 하보경옹,진도 씻김굿의 박병천,필봉농악 양승룡,이동안옹의 태평무와 발탈도 그가 발굴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케이스다. 조금도 늦추지 않고 민속춤에 대한 연구와 발굴에 정열을 쏟는 한편 마을춤의 복원과 대중화를 실천해나가면서 최근에는 몽골등 동북아 무용의 비교로 한국춤 원류찾기,친일파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40여년간 어둠속에 묻혀버린 최승희의 삶과 예술에 손대고 있다. ○나주 부농의 종손 전남 나주 산정동 대지 3천평이 넘는 「산정밑에」로 유명한 대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는 집에서 피아노와 첼로·아코디언을 배울만큼 부족함이 없는 밝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피아노보다는 집안 머슴들과 이뤄진 농악팀에 합류하기를 즐겨 엄격한 부친에게 걸핏하면 매맞고 갇히기 일쑤,집안에서 쫓겨나기가 다반사였다. 부친 정홍봉씨는 호남지방에서 알아주는 토호의 종손에다 시대에 앞장서는 인텔리로 일찍이 서울에 유학하여 휘문고와 서울대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시인 이상과는 서울공대 동기동창생이다. 전남 제일의 방직회사인 종방 대표이사로 있다가 6·25후 광주공업고와 여수고 교장을 지낸 교육자. 그러고보니 4남2녀중 집안을 이어갈 장남이 춤과 꽹과리장단에 미친 모습은 가관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어쩌다 저런 것이 우리 집안에 태어났나』 『엉뚱하게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는 노발대발이 그치지 않았고 어머니 김수순여사는 이런 아들을 부군에게 감추고 빌기 위해 한숨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부친에게 반발하는 기분으로 농악이며 굿판에 끈질기게 따라다녔고 43년 광주극장에서 공연된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를 본 것이 춤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는 계기가 돼버렸다. 그때도 집에서 돈을 주지 않아 아끼던 아코디언을 전당포에 잡혀 무용발표회 입장권을 샀다. 『이세상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예인이 있었던가』 온통 넋을 빼앗긴 채 천하의 개인을 한번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고교를 졸업하자 서울에 뛰쳐올라왔고 지금 명동 YWCA자리에 있던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당시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이던 한귀봉씨에게 현재 극작가로 활약하는 차범석,「춤」지 발행인 조동화와 함께 춤을 배우면서 최승희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서울음대에 입학 한편으로는 서울대음대에 적을 두고 전봉초씨에게 첼로를 배우다가 6·25후 고향에 내려가 다시 조선대를 졸업.춤추기보다 무용평론과 이론으로 돌게 된다. 그는 반짝이는 다재다능으로 악보 없이 쇼팽의 마주르카 원무곡을 칠 수 있는 피아노 솜씨를 지녔으나 고향의 머슴방에 드나들며 두들기던 꽹과리소리를 잊지 못했고 가슴을 후비듯 스치는 마을의 신들린 축제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문예진흥원이 사라져가는 민속무용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는 그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그때부터 전국을 누비며 징과 꽹과리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움츠렸던 영혼이 잠을 깬듯 온몸에 활기와 생기가 솟구쳤다.어디선가 굿판이 벌어진다는 정보에 따라 좇아가기도 하지만 현장에 가서 소문을 듣고 즉흥적으로 탐사를 떠나기도 한다. 민속학자 임동권씨는 『아마 그가 하지 않았다면 농촌의 현대화 물결에 밀려 우리만의 독특한 민속·무속춤이 그대로 소멸될 뻔했다』고 할 정도다. ○청정한 성품 지녀 특히나 「멀고 아득한 땅」이란 인식 때문에 조선조 유배지로 유명한 진도 씻김굿과 동네번영을 위한 도깨비굿,사람의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승화시키는 다시래기는 이 지방 특유의 것으로 50∼60년전부터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그가 채록하여 보충해서 재현시킨 「작품」이다. 지난해 30년동안 몸담았던 중앙대를 정년퇴직하면서 그는 그가 10대때 흠모해 마지않던 세계적 무희 최승희무용의 재평가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착하여 일제시대 최승희의 라이벌이었던 영화배우 이향란(지금은 야마구치 도시코로 개명),최승희평전을 쓴 가바시오 사부로(고도웅삼낭)등 인터뷰된 사람만도 90여명.최근에 집필에 들어갔다.가족은 부인 서정구여사(61)와 아들형제.근면성실하고 예술에 대한 청정한 일념이 성품이다. 그처럼이나 춤을 만류하던 부친의 뜻대로 그는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부친처럼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춤의 아름다움은 은은하고 고요한 가운데 맺고 어르면서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동작의 여백일뿐,무수한 선들과 숨막히는 정지가 바로 그의 몸부림에 끊임없이 명멸하고 있음을 그만은 알고 있다. □연보 ▲1927년 전남 나주출생 ▲1946년 광주농업고졸업 ▲1946년 서울대음대입학(첼로전공) ▲1947년 조선교육무용연구소(현대무용가 한귀봉사사) ▲1955년 조선대 문이대 체육과(무용전공)졸업 ▲1961년 서라벌예대 무용과강사,고대출강 ▲1962년 서울대 대학원입학,서울대 사대강사,단국대체육과조교수 ▲1963년 중앙대무용과교수 ▲1964년부터 민속무,무속무 발굴 위한 현장답사 ▲1974년 중앙대 대학원졸업 ▲1976년 문화예술진흥원 무용교원 심사위원 ▲1977∼85년 전통무용연구회회장 ▲1978∼현재 민속학회 상임이사 ▲ 〃 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 상임위원 ▲1981년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1989년 홍콩화교대학서 명예문학박사 ▲1992년 중앙대 정년퇴임 중앙대 명예교수 이대 숙대 세종대 한양대학원출강 문체부 문화재위원 시문화재위원 국립극장운영위원·무용분과 레퍼토리위원 진도씻김굿 밀양백중놀이 필봉농락 호남승무 이동안 태평무와발탈 진도다시래기 평택,강릉,이리농락 통영검무 영산재 통영사도놀음 송파답교놀이 김숙자살풀이춤 이매방살풀이춤등 24개 문화재지정을 위한 발굴조사 보고서 외 논문 250편,평론 1백여편 발표 「창작무용」(교육무용협회 69년)「세계의 민속무용」(교육도서 71년)「민속춤」(청림사 74년)「춤사위」(문예진흥원 81년)「한국춤」(열화당 85년)「농락」(열화당 86년)「한국민속춤」(삼성출판사 91년)「민속기행」(눈빛사 92년)일본어판 「한국□민속무용」(동경백제사 93년)등 16권 전라남도 문화상,한국무용협회 학술분야 문화대상,한국출판협회「올해의 책」(「한국춤」「농악」)선정
  • 「이」·팔,문화유적 소유권 다툼

    ◎자치협정 서명 계기 고고학자들 논쟁 가열/팔 “마땅히 돌려줘야”「이」“반환은 시기상조” 이스라엘의 점령지 가자지구와 예리코시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가 가시화되면서 이들 지역의 고대 문화유적에 관한 권리문제가 양측간의 새로운 분쟁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치안 합의와 때맞춰 팔레스타인쪽에서는 자치지역 두곳과 그외 나머지 점령지의 유적·유물들에 대한 권리주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측에서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점령지내 비르 자이트대학의 팔인 고고학교수 마무드 하와리는 지난주 『우리땅밑에서 발견된 보물들은 우리민족의 유산이므로 이스라엘은 마땅히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역시 같은 대학의 나즈미 알 주비교수도 하와리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이 문제를 중동평화회담에서 거론해줄 것을 팔레스타인측 협상단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점령지내 이스라엘 군사행정기구의 고고학담당 이츠하크 마겐은 『팔레스타인인중에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고고학자가 별로 없다.따라서 유물의 반환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유물반환의사가 없음을 비쳤다. 삶의 근거인 영토를 둘러싸고 피의 보복을 거듭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과거사에 비추어 땅속 어디에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유적·유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그러나 이들 두 민족에게는 유물이 그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의 징표노릇을 하기 때문에 영토 못지않게 중요하다.특히 이스라엘은 영토에 대한 권리주장의 근거를 성서의 「과거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물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하와리교수는 『이스라엘인들은 최근까지 우리 지역인 점령지내에서 불도저를 동원,땅을 팠다.그들의 목적은 그 속에서 유태인들의 생활의 흔적,즉 영토에 대한 연고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비교수는 팔레스타인 고고학자들이 그동안 점령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관해 토의를 하자고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에게 여러차례 제의했으나 그들은 그에 대한 정보의 제공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유물·유적에 대한 권리문제는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조인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간의 자치협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협정에는 교육·문화·보건·사회문제·세금·관광 등 5개분야의 권한 이양만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주비교수는 이 5개분야 어디에든 유물문제가 반드시 의제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고고학의 관념적 이해관계가 권한의 이양을 매우 까다로운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문제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인하고 있다. 영토싸움에 밀려 그동안 잠복해있던 고대유물 소유권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다툼이 언제쯤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 “큰 정치 지향” 여·야 정책 조타수의 국회대책

    문민정부 출범후 첫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앞두고 여야는 금융실명제보완대책및 정치관계법처리,과거청산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첨예한 정책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민자당의 김종호,민주당의 김병오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양당의 정책적 입장을 들어본다. ◎김종호 민자정책위의장/“이제부턴 경제회생 전념”/개혁 입법으로 정치혁신 『기명 장기채권 발행으로 금융실명제의 보완대책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봅니다』 기명 장기채권 발행조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정부를 설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끝내 이를 관철시킨 민자당의 김종호정책위의장은 26일 『이제는 경제를 살리는데 전념할 때』라고 강조했다.김의장은 이번 조치가 『금융실명제의 실시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당과의 대화를 통해 개혁입법 추진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차원에서 야당과의 협조계획은. ▲양당이 추석연휴가지난뒤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법률안을 교환키로 했다.창구를 정치·사회와 경제 분야로 나눴으니 자주 만나 자기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충분히 나눌 것이다. ­과표 양성화로 세부담이 늘어난 중소 영세업체들에 대한 대책은. ▲과거 무자료 거래 관행이 없어지면서 늘어난 영세업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세제원칙은 이미 서있다.다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금융실명제 정착과정을 철저히 분석,감면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 ­각종 정치관계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기존의 선거나 정치풍토를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정치관계법은 종전의 관념과는 다른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다.김대통령의 일대 정치혁신 의지에 따라 여당에 다소 불리하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 대해 당내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개혁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모든게 소속 의원 개개인의 관심사항이기 때문이다.일단 초안이 되면 당무회의라는 형식적 절차를 벗어나 의총을 열어 의원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수렴한뒤 처리할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지상화 계획을 수정할 의사는. ▲현재로서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그렇다고 해서 대구지역 주민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정부 출범 7개월동안 민자당이 YS의 개혁정책을 어느 정도 뒷받침했다고 평가하나. ▲완벽하게 보필하지는 못했지만 충직한 자세로 최선을 다한 나날이었다고 자신한다. ­최근분위기를 보아 김영삼대통령의 정책이 미래쪽으로 전환했다고 보나. ▲전환이란 표현을 구태여 쓸 필요는 없다.개혁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양면이 있다. 전통내무 관료출신에다가 성균관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정책9단」「김소평」이라는 별명과 아울러 평소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인은 일어서고 앉을 때를 현명하게 판단하는게 중요하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병오 민주정책위의장/“실명제 보완에 당력 집중”/3대 의혹 규명 지속 추진 민주당의 김병오정책위의장은 26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관계법 개정,금융실명제 대체입법,군부독재시대에 제정된 악법 철폐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김의장은 『공평과세와 분배정의 실현을 통한 민생안정에도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민주당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 여야정책위의장단회의에서 합의된 수시연락체제는 잘 가동되고 있나. ▲서상목의원과 김원길의원이 경제분야,강삼재의원과 김원웅의원이 정치·사회분야를 맡아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부각될 사안을 지적한다면. ▲우리당은 정치관계법 통과와 현재 당론을 수렴중인 금융실명제 보완책 마련및 대체입법,군부독재시대의 상징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안기부법·도청및 우편 검열에 관한 법률폐지를 적극 요구할 방침이다. ­민생문제에 대한 대책은. ▲김영삼정권의 존망은 경제의 성패 여부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한 중소기업 도산,기업인들의 의욕상실을 치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특히 그동안 사채에 의존하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정부가 24일 내놓은 보완책은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공평과세와 분배정의 실현이라는 실명제 본래의 취지에 위배된다.정부와 민자당은 땜질이 아닌 근본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실론과 원칙론이 맞서 보완책의 방향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공평과세와 분배정의 실현이라는 실명제의 대전제가 무너져서는 안된다. 이와함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도 병행해 강구돼야 한다. ­12·12,율곡사업,평화의 댐등 3대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요구할 계획인가. ▲계속해서 밀고나갈 예정이다.하지만 이를 고리로 정기국회 본연의 업무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주장은 하되 민자당이 끝내 반대할 때에는 국정감사후로 미룰 방침이다. ­민주당이 너무 과거에 집착한다는 비난이 또 쏟아질텐데. ▲과거에 얽매여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과거청산없이는 미래지향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우리당은 오래전에 10대 청산과제와 개혁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미래지향과 개혁은 민주당의확고한 당론이다. ­예·결산 대책은. ▲민생관련 예산의 충분한 확보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또 대형국책사업의 투자순위 재조정,지역간 개발격차 해소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사실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결산에도 당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시간이 별로 많지않아 의도한 만큼의 내실있는 결산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 정치권이 이제부터 할일은(사설)

    정치권의 정체속에 최근 일고 있는 조그만 변화의 기류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가.새 정부 출범이후 정치권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대통령의 국정연설,민자당의원들의 청와대만찬,당정에 의한 실명제보완책 발표등은 여권의 정국운영기조의 변화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이다. 그것은 비단 여권쪽만의 현상이 아니다.「과거청산」이외의 어떠한 타협도 거부해오던 민주당의 노선도 민생선결을 기대하는 여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과거캐기가 유보,새로운 정국변환에로의 시도가 구체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그동안 여야 정당과 국회는 민의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기는 커녕 정부주도의 개혁열풍에 휩싸여 자신들만의 특수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변질되어 온게 사실이다.구각속으로 자세를 낮추며 시대적 변혁의 요구를 외면했다.두차례의 재산공개와 실명제 파고를 거치면서는 보신과 안주를 택하며 기득권 수호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들을 국외자로 몰아 갔다.여권은 계파의 이해를 저울질하며 침묵으로 일관했고 야당은 현실을 외면한 시대착오적인 세잡이 정치공세에 열중하면서 방향감각을 잃어 갔다. 지금 모두는 정치권이 본연의 활기를 되찾아 개혁의 선봉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어느 정당에 이익이 되고 안되고의 여야대립의 문제가 아니다.정치권은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국가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데 골똘해야 한다.정당과 국회가 정체해 있는 동안 우리주변에서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이제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권으로부터의 해법을 바라고 있다. 한·약이 뒤엉킨 분쟁이 6개월이상 계속되면서 끝내 3천명이상의 대학생이 집단유급을 당하고 약국들이 휴업하는등 일이 벌어져도 정치권은 하릴없이 이를 외면했다.13년만의 냉해다 해서 시련을 겪는데도 그 대책과 파장을 이겨낼 지혜를 모으려는 일에도 등한했다.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포기하지않고 오히려 노동1호니 하는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했다는 외신으로 일본이 요격미사일을 개발한다고 법석이어도 그냥 남의 일이었다. 휴전선을 사이로 남북의 긴장이 계속되어도 평화무드에 젖어 태평세월을 구가하는듯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국회는 열기만하면 파행공전이고 회기 1백일의 정기국회가 보름이 지났는데도 본격적인 활동은 커녕 국정감사의 증인채택문제로 아직도 티격태격이다. 정치권은 더이상 과거의 모습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앞서지 못한다면 열려있는 도도한 개혁의 물결에 흔쾌히 동참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정치권은 이제부터 확실한 목표설정과 행동의지로써 개혁정치의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
  • 「우리별2호」 발사에 부쳐/이상희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위성개발은 정보화시대의 핵심/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에 꿈을 펼치자 지난해 8월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우리별1호」가 발사된지 1년 남짓만에 「우리별2호」가 오늘 발사된다. 우리별 1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2호의 성공도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센터의 젊은 과학도들의 땀어린 창조정신의 열매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1호 제작을 위하여 영국의 서리대학에 1년여동안 파견되어 그야말로 젊은이의 정열과 의지로 혼을 바쳐 일한 결과 힘을 합치면 큰 과학기술의 성과를 이룰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낯선 동양의 젊은이들에게 큰 신경을 쓸리가 없는 어려운 환경아래서 이들은 영국인들이 자세히 일러주지 않는다는 것을 탓하기 전에 버린 연습장에서도 핵심기술의 개념을 적극 터득하면서 그들의 창의성을 한껏 발휘하여 우리별을 우주에 올려놓았던 것이다.남이 이미 한것인데 그것이 뭐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빈정대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이다.매사에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 1호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2호에는부품 8백여개의 국산화가 가능했던 것이다.핵심 부품인 CCD카메라·차세대 컴퓨터등 우리 기술로 제작된 부품들이 장착되어 우리별 2호는 이제 명실공히 우리별이 되었다.비록 50㎏의 작은 별이지만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에 우리의 창조의 꿈을 심어놓으면서…. 눈앞에 닥친 경제현안문제 해결에도 우리의 한정된 재원의 한계가 느껴지는데 왜 우리는 위성을 계속 띄워야 하는가. 필자는 이에 다음 몇가지의 당위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우리는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정보화시대에서 낙오되어서는 안된다.이념과 정치적대결의 시대를 지나 경제와 기술의 경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의 세계는 빠른 속도로 정보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이에 대비하여 정보화에 있어서 가장 핵심매체인 위성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그런 이유로 선진각국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같은 가난한 나라들도 다투어 위성발사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정보화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국제화되는 세계경제축에서 탈락되어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종합과학기술의 결집인 인공위성의 기술개발을 통한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기계·통신·제어·컴퓨터·광학·소재·테이터처리·부품등등 대부분의 소위 최첨단기술이 총망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별 1,2호의 발사성공으로 학제간의 협력,산·학·연간의 협력의 문화를 우리과학기술계에 심어준 효과가 있었다.이러한 노력의 기반없이 우리는 미래의 우주항공산업경쟁에 뛰어들수가 없다.위성개발의 파급효과는 기술면이나 산업면에 그치지 않는다.첨단기술은 선진국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되는 정신적 파급효과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셋째,위성발사는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교육적 효과가 지대하다.물질문명의 노예화되어가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청소년들을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교육환경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 보다 좋은 재료가 없을 것이다. 무한한 우주안으로,무한한 능력을 싣고가는 우리별을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 청소년들이 창조의 힘을 기르며 자라날수 있을 것이다. 넷째,위성개발은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의 전환에 크게 기여할수 있다. 우리가 과거의 시시비비와 현실문제에 계속 집착한다면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는 국제낙오자가 될뿐 아니라 현실문제 자체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앞을 보며 과감한 첨단기술에 도전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이제 우리가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한 인공위성사업은 당장 선진국과의 경쟁력이 없다고 하여 소홀히 하거나 중단한다면 누가 이 치열한 국제경쟁,아니 우주경쟁의 장 위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의 추진을 우리별 정신으로 자신감을 차근차근히 쌓아 나갈때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우리별 1호 발사후 1년만에 띄워진 2호는 짧은 시간내에 놀랄만한 기술발전을 보였다.2년후에는 무궁화 위성이,4년후에는 다목적 위성의 발사가 계획되고 있다.이렇게 우리가 후발국으로서의 이점을 최대화하며 우리 특유의 창의성을 계발해 나간다면 21세기 선진 우주국으로서 발전할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질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국토는 좁지만 우리의 창의력과 우주의 광활함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 생기띠는 민자…당내해빙 오는가/김 대통령 국정연설이후 변화 움직임

    ◎핵심인사,“사정등 개혁정책 전환” 시사/청와대 만찬에선 민정계도 소신 피력 민자당이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재산공개 파문의 와중에 속수무책이던 상황에서 회생의 탈출구를 찾은 듯한 모습이다.핵심인사들은 개혁의 방향전환을 시사하고 있고 이에 맞춰 스스로가 사정의 대상이라는 자괴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김영삼대통령의 21일 국회 국정연설이었다.김대통령은 취임이후 일관되게 강조해 온 「변화와 개혁」에다 「전진」이란 표현을 첨가했다.그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지금까지 정치권을 움츠리게 했던 개혁과 사정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이에 덧붙여 민자당은 재산공개파문과 관련,당차원의 조치는 종결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김종필대표는 22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김동권의원에 대한 6개월 당원권정지 조치를 추인한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민감한 사안에 대한 김대표의 이같은 확언은 김대통령과의 사전교감에 따른 것으로 밖에 볼 수없다. 이 자리에서 김덕용정무장관은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미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규정해 사정강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김장관은 김대통령의 연설이 과거보다는 금융실명제,실리외교등 미래지향적인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계 실세인 강삼재정조실장은 『개혁의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그 바탕위에 부분적으로 보완작업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해 개혁정책의 일부 방향전환을 예상했다. 한 민정계 중진의원은 이에 대해 『과거청산과 미래지향이라는 공조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김대통령 재임 5년동안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한 민주계 의원은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비추어 언제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현시점에서 사정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정완화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대통령은 당내의 민정·공화계등 개혁정국의 소외세력에 대해 「달래기」를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김대통령은 국정연설뒤 당소속 당무위원 전원과 국회 상임위원장및 간사단 65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23일에는 이들외의 나머지 소속의원 모두와 청와대에서 만난다. 이같은 모임이 처음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날 만찬에서는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민정계 인사들 상당수가 기탄없다고 할 정도로 말문을 열었다.금융실명제,경기활성화,전향적인 외교등에 무게를 실어 앞으로의 과제를 역설했다.『지난 일에 그만 집착하고 앞으로 나가자』는 간접적인 요구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를 놓고 개혁을 주도해 온 민주계가 수적 열세 극복을 위해 재산공개등의 검증과정을 통과한 소외세력에 대해 등용의 폭을 확대하는 수순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국정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는 자율을 전제로 한 정치권의 동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외 다수세력을 껴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정황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정국의 안정을 겨냥한 일시적인 무마책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만찬에서 개진된많은 의견은 스스로가 원해서라기 보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김종필대표의 지명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즉 상당수의 민정·공화계 인사들은 여전히 불만내지 침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정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보수대 혁신」 구도의 정계개편설도 이같은 계파간의 갈등 맥락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민자당내에서 해빙의 기운이 엿보이고는 있지만 속단은 금물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그러나 기대는 해볼만 하다는 적극적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으며 그만큼 정국상황과 연관된 자기주장과 움직임도 다소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멋진정치」와 소아적 발상/김경홍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김영삼대통령은 21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해온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과 더불어 국정을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또 『여와 야를 떠나 우리 공동체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뇌하는 정치,신한국 창조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정치다운 정치,멋진 정치를 펴 나가자』고 제안했다. 국회 파행의 와중에서 취소까지 검토됐던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뒤늦게 나마 이루어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임을 지적한 것이다.여야가 비록 우여곡절이 있긴했지만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관철시킨 것도,대통령이 서슴없이 응한 것도 「내일을 향한 멋진정치」라는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바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공동인식인 것이다.그래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난뒤 강재섭민자당대변인은 『당리당략을 떠나 역사를 생각하는 긴 안목에서 국가를 위해 여야가 노력할 때』라고 당의 소감을 피력했다.민주당도 연설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을 표시했지만 박지원대변인은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협조를 바탕으로 국회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여기까지는 막중한 국정의 책임을 진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갖는 의미와 국회의 역할을 함축하는 대목이다.그런데 대통령의 연설 이후 민주당에서는 이상한 화제가 떠올랐다.대통령의 연설 도중 민자당의원들의 박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원들은 박수가 없었던 이유를 민자당의원들이 김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했다.「박수가 없었던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비아냥대는 의원도 있었다. 이같은 말초적인 관심은 국회의 권위를 내세우며 정치의 중심을 국회에 두려는 의원들의 태도로서는 좀 볼썽사납다.본질에서 벗어난 작은 것에 집착해 큰 것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를 범할 소지도 있다. 또 본회의장에 대통령이 입장할 때 민주당의 박계동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이유야 어떻든 유아독존식,소영웅주의적 행태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국회가 진정 정치의 중심이되고 멋진 정치를 하려면 사물을 크게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땅값과 부동산 실명제와(사설)

    건설부의 지가변동률조사를 보면 최근 공직자재산공개에서 보듯이 땅소유집착력이 강한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난다.지난 87년부터 금년 6월까지 6년반동안 전국의 땅값은 평균 1백50%가 올랐다.이기간은 투기붐이 전국을 휩쓸었고 땅값을 잠재우기 위한 초법적인 강공책이 등장됐던 때이다.기업부동산처분에 관한 5·8조치와 함께 토지초과이득세등 토지공개념 3개법이 도입되기도 했다. 이기간중 소비자물가가 55%,은행정기예금이자가 75%정도로 올랐다고 볼때 땅값은 물가의 3배수준 올랐고 땅투기자는 은행저축자보다 2배를 덕본 셈이다.땅값상승률이 은행공금리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부동산투기는 언제나 재연될것이다. 땅값은 지난해부터 미미하나마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긴 하다.그러나 이런 현상이 전적으로 투기억제관련법 때문이라고는 보지않는다.전반적인 경기부진의 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경기만 살아나고 투기이익이 커질 틈만 있으면 투기붐은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더구나 금융실명제로 인해 풀려나간 돈이 잠적한채 시기만을 노리고 있다.땅투기의 역기능은 부편재의 확대나 불로소득의 차원에서만 강조될 일은 아닌 것이다. 기술투자문제를 빼놓고는 물가와 임금상승이 경쟁력약화요인의 전부라고 할수있다.이 두 부문의 상승을 주도한 것은 땅값이다.땅값이 집값을 올리고 이것이 물가심리를 자극하게 되고,근로자는 물가보상심리는 물론이고 주택구입기간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더많은 임금을 요구한다.기업은 공장용지구입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않으면 안된다.국가도 예외가 될수 없다. 사회간접자본투자비 중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지난 17년동안 철도건설을 위한 용지매수비는 1백13배로 늘어났다.도시도로건설비의 90%가 땅값으로 들어가고 있다.이렇게해서 사회간접자본투자비 가운데 보상비의 비중은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일본의 2배에 이른다.이처럼 경쟁력확보차원에서도 땅값안정은 긴요하다. 땅값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의 요체는 땅투기차익이 실세금리수준을 크게 앞지르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양도소득세,재산세는 물론이고 토지공개념3개법이 기능하고 있지만 다각적인 보강이 필요하다고 본다.실거래가격기준의 양도세의 부과와 함께 다주택이나 투기성토지에 대한 과표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선행요건이다. 또 최근 거론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의 도입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이와함께 물가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금융상품의 개발등 국민들이 건전하게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수단들이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 연극연출가 유덕형(이세기의 인물탐구:36)

    ◎실험·전위적 무대로 연극계에 선풍/갈등­대립 이원성 강조… 살아있는 예술 추구/70년대 「알라망」「초분」으로 국제적 명성얻어/“작품마다 충격과 감동” 호평… 81년 「산씻김」이후 긴 침묵 서울예전 학장실에는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은빛쇳조각으로 만든 해와 달과 별과 지구모형이 문을 열고 닫을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인다.아마도 외부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면 햇빛따라,구름따라 좀더 현란한 변화를 보였을지도 모른다.또는 모빌의 움직임에서 금속성의 차가운 음향이 들렸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모빌은 실내공간에 고요히 고정되어 절제된 미동만으로 색다른 소우주를 형성해내고 있다.이것이 바로 유덕형연극의 내면세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 모빌은 물론 오리지널은 아니다.미국에서 본 칼더의 작품을 그가 본떠서 만들어 걸어놓은 것이다. 그는 남산을 배경으로 한 창을 등지고 앉아 태양을 둘러싼 행성의 움직임을 때때로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뭔가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모색하려는 기미다.그러나 그의 의중을 꿰뚫어 알 사람은 그곳에는 한사람도 없다. 60년대말 한국 연극계에 회오리를 몰고온 그는 70년대와 80년대를 잇는 10여년 참으로 많은 감동과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그리고 그의 행적을 논할 때마다 「새로움」이라든가 「최초」 또는 「충격」은 그를 둘러싼 당연한 수식어가 돼버렸다. ○젊은 연출가에 찬사 첫번째 충격은 해럴드 핀터의 「생일파티」다.이 연극에서 그는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다른 연극과는 달리 무대전체가 싱싱하게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을 살렸다.사이키델릭 조명과 숨가쁘게 전개되는 율동,그가 연극에서 추구해마지않던 이원성의 문제가 여기서도 제기되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연극의 재미를 고조시켜 나갔다.이른바 물질문명과 기계문명,황금만능주의 속에서 한 인간이 무기력하게 세뇌당하는 과정을 입체추상으로 그리고 있다.관객 또한 연극의 화려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매스컴도 한국연극계의 거목인 동랑의 2세로서가 아니라 한 재능있는 젊은 연출가의 지적탐험과 실험정신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그러나 보수주의와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하려는 일부 계층의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빛과 소리와 움직임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초분」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한번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뿌렸다. 「초분」의 첫번째 공연은 극도로 제한된 극한상황에서도 무대의 확대가능성,무대조작의 자유분방함이 시도되었고 질서와 혼란이라는 대립개념을 앞세워 주술적인 대사와 침묵,행동 또는 움직임과 정지에 대한 실험이 변증법적으로 이어졌다.해탈과 열반,샤머니즘과 토테미즘,다양한 색깔의 조명은 시각연극,움직이는 연극,살아있는 회화의 무대를 한층 강조해주었다. 이번에도 평자와 각 매스컴이 「초분」호평 일변도였으나 그의 부친인 동랑은 전혀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너는 관객을 친구로 생각지 않는다.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것은 관객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철저한 실험정신을 내심 사랑한 그는 『겪어야 할 아픔이라면 철저하게 겪으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다음해인74년 이 연극을 가지고 뉴욕공연길에 올랐다. 여전히 갈등대립의 이원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한국공연에서의 모던댄스를 고도로 절제된 동양무술로 바꾸고 음과 양 제의적 동작과 시적 무대만으로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의 가슴을 일시에 움직였다. ○연극의 새방향 제시 세계적 연극이론가인 그로토프스키와 로열셰익스피어 극단 연출가 피터 부룩은 『새로운 연극이 찾고 있는 방향을 성공적으로 제시』했음을 명쾌하게 호평했다.이 뉴욕공연중 그가 그처럼 존경하던 부친의 타계소식에 접했고 그는 끝내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단지 『연극인이면 언제나 무대에 남으라』던 부친의 평소 소신대로 그는 그시간에 무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다음해 세번째 「초분」을 공연했다.이번에는 관객의 지적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초분」이 지닌 무수한 대립의 감정을 미련없이 깨뜨려버렸다. 예를 들어 조명도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로,의상도 흑백,선·리듬·시간과 공간·무게의 모든 다이내믹스까지도 철저히 파괴해버렸다.앞의 두 공연을 미련없이 무효로 돌려버리게 됐을때 그는 비로소 성숙을 느꼈다.아마도 연륜과 체험의 대가없이는 다다를 수 없는 깨달음일 것이다.이제 일반관객도 그의 실험극들에 대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시종 「충격」과 「실험정신」 「전위정신」이 깃든,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완벽주의와 예술지상주의를 꾀하려는 자세로 작품에 임한다.아마도 신들린 상태가 아니라면 감히 누구도 꿈꾸지 못했을 다양한 시도를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붙인 것같다. 충격도 그렇지만 그는 수많은 「최초」를 기록하고 있다.69년 미국에서 돌아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연출작품발표회」를 가진 것과 2년후 필리핀 마닐라 카링거 앙상블극단 초청으로 「알라망」연출,국제극예술협회(ITI) 명예회장 로자몬드 길더여사로부터 『이 연극은 피터 부룩도 질투할만하다』는 세계무대에서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73년 ITI 모스크바총회때 한국대표로는 처음 공식참가하게 되자 그는 한때 세계적인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소련 입국소식은 국내 주요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고귀국후엔 각신문에다 소련방문기와 소련에서 찍어온 사진을 연재했다. ○동낭선생의 큰 아들 그는 우리 연극사에서 비중있는 위치인 동낭 유치진선생과 희곡작가인 심재순여사의 3남매중 장남.누나부부도(유인형·안민수씨)도 연극연출가다. 한때는 과학문명시대에 대비한다는 자세로 연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으나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 영문과로 다시 전과,음악·발레·그림·사진찍기에 집착했고 미국 유학시절에는 무대장치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로 학교에 다녔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외에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영상연극의 기수인 로버트 윌슨.브루클린음대 아카데미서 막올린 「요시프 스탈린 생애와 시대」는 저녁 7시에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이어진 12시간짜리 공연으로 시각적·청각적 공간,어느 순간에도 보이는 것,들리는 것으로 일관된 특이한 무대로 감명받았다. 연극에서는 그가 아무리 한국전통을 강조할 때라도 언제나 실험적·전위적이란 말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며 그것은 아마도 「창조하는 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라는 최대의 찬사일 것이다.그럼에도 그는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작품에 임하고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 듯한 절망감에 빠진다. 그의 연출에서의 이원성처럼 그는 성격·처세·취미에서 이중구조 내지 복합삼각주와도 같은 형태를 띤다. 헌칠하고 깨끗한 외모에 만년청년같은 모습,지금도 블루진과 하얀 터틀넥에 골덴자켓이 어울리고 마음에 드는 토론이나 의견을 말할 때는 점점더 목소리가 고조되어 온힘으로 말하고 한번 입을 다물면 말을 잃은 소년처럼 우울한 구석을 비치기도 한다.이따금 「크레믈린」이란 별명을 듣지만 일상생활이나 예술에서 미혹이나 현혹은 없다.예의가 바르고 지적이며 낯가림이 심한 편. 미국유학시절 트리니티대에서 만난 부인 제니스 유도 본래는 아동극 연출가.그와는 문화·풍속·민족 모든 것이 다른 이질이란 점에 호감을 느꼈고 그는 신비한 것,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좋아한다. 연대신방과를 나온 아들 태균(23)은 뉴욕대서 연극연출,딸 미아(20)는 브라운대서 오페라연출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은 두가지일을 똑같이 잘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에 그는 「산씻김」이후 긴 침묵을 지키면서 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대전엑스포등 행사와 여러 연극의 조명에만 손댈뿐 아직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은 칼더의 모빌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러나 지금 그는 학교라는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그곳에 있는 학생과 교수들이 그에겐 등장인물이고 스태프다.학교의 프로그램 모두가 극중사건이다.정말 학교마당에선 옆에 있는 사람은 아랑곳없이 대사연습에 열중한 학생들과 밤낮없이 왁자지껄하다.더구나 예술전문대 학장이란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자리다.미국에서 종족음악 강의를 하겠다고 국악을 소재로 한 작곡을 부탁해오면 사람을 부르고 중매를 서기도 한다. ○무대 조명에만 손대 그런중에도 작품에 대한 집착은 핵심에 도사려 있다. 인간이 변하면 얼마나 변하나,극단적인 이상주의 추구는 어디까지인가,예술에서의 완성은 있는가.결국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회화의 세계,그러나 내용·색깔·동작·대사 모든 것을 절제하고 생략한 맨 마지막 정점.그의 예술의 끝은 태양을 응시하던 카뮈의 요나처럼 어쩌면 무대위에 「점」하나를 찍는 일일지도 모른다. ▷연보◁ ▲1938년 1월 서울출생 ▲1962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1966년 미 트리니티대 대학원 연극학과 졸업 ▲1968년 미 예일대 연극대학원 박사과정 ▲1963년 미 댈라스 연극센터연구단원(체호프 「세자매」,셰익스피어 「코미디 오브 에러스」연출) ▲1966년 캐나다·미국연극계 시찰 ▲1967년 미국교육연극연합회(AETA)회원,뉴욕 레인즈 무대미술제작요원,엘비 「작은앨리스」,포드 「빨간인디언」,오스본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연출,마이클 케인 「라생문」연출·장치·의상·조명(댈라스시어터 센터서 4개월장기공연) ▲1969년 극단드라마센터 상임연출가 ▲1970년 서울연극학교교장 ▲1971년 국제극예술협회(ITI)런던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필리핀 연극제참가 ▲1973년 ITI 모스크바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제3분과 이란연극제참가 ▲1974년 서울예술전문학교 교장 ▲1976년 ITI 베네수엘라 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유엔주최 「환경의 해」세미나 및 페스티벌,캐나다밴쿠버회의 참석 ▲1977년 유엔주최 「세계어린이의 해」 기념행사 준비위원국 뉴욕회의 한국대표 ▲1979·81년 제3세계 연극연구소(TWITAS)뉴욕회의 운영위원회 참석 ▲1969년 유덕형 연출작품발표회,김종달작 「갈색 머리카락」,브르크작 「낯선 사나이」,유치진작 「자아비판」등 연출(드라마센터),윤대성작 「미친 동물의 역사」(70년),해럴드 핀터작 「생일파티」(70년),필리핀 마닐라 카링거 앙상블극단 「알라망(Alhamang)」연출(71년),동랑레퍼토리 오태석작 「초분」(73·74년 뉴욕·75년 서울),오태석작 「태」(74년),유치진작 「마의 태자」(75년),동랑레퍼토리 미국 및 유럽 순회공연(77년),최인훈작 「봄이 오면 산에 들에」(80년),이현화작 「산씻김」(81년)등 연출,연세대 개교 100주년 기념공연 「한여름밤의 꿈」(85년),동랑청소년극단 윤대성작 「방황하는 별들」(85년)「꿈꾸는 별들」(86년),오닐작 「밤으로의 긴 여로」(88년),88예술단창단공연 오태석작 「새불」등 조명. 서울세종문화회관 운영위원,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부위원장,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ESTE)한국본부이사,예술의 전당 건립추진위원회 위원,한국방송공사 자문위원,서울올림픽조직위 문화식전국장,서울올림픽 폐회식 제작단장,대전엑스포 전문위원 현재 서울예술전문대학장 동아연극상,서울신문 문화대상,마닐라시장 문화표창상,한국연극 영화예술상,중앙문화대상
  • 소유의 의미/이성은 원불교 기획실장(굄돌)

    통속의 철학자로 알려진 고대 아테네의 「디오게네스」는 가난하지만 부끄러움이 없는 자족의 생활을 실천하였다.거기에서 그는 행복을 느꼈다. 그가 통 속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어느날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알렉산더」대왕은 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그는 아무 것도 필요없으니 햇볕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 「디오게네스」에게도 소중하게 아끼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그것은 물을 떠먹기 위하여 항상 허리에 매달고 다니는 표주박이었다. 한번은 우물가에서 표주박으로 물을 떠먹고 있었다.그런데 한무리의 어린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더니 맨손으로 우물물을 떠먹는 것이었다.그리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디오게네스」는 표주박이 없어도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그래서 그는 그 아끼던 표주박을 멀리 던져버렸다.표주박을 버린 그의 마음은 한결 후련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의 이러한 삶에서 두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다.하나는 소유가 행복의 충분조건이 될수는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거기에 집착하면 마음이 구속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람은 맨주먹으로 태어나 살면서 재화도 모으고 인연도 맺는다.하지만 떠날 때는 역시 빈손이다.이 세상에 진실로 「나의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사는동안 나에게 잠깐 위임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인생은 마치 어린 시절의 병정놀이나 땅빼앗기 놀이와 흡사하다고 생각된다.대장도 되고 졸병도 되면서 놀이를 즐긴다.그러나 영원히 대장이라거나 졸병이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땅빼앗기를 해서 승리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나 내 땅이라고 고집부리지 않는다.다만 놀이하는 동안 규칙을 지키면서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고 또 관리할 따름이다.그러면서 대장도 졸병도,승자도 패자도 함께 즐기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공개에 관한 보도에 접하면서 착잡한 마음을 갖는 것은 교묘히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과 경기를 했다는 점 때문이다.반칙을 즐기는 사람은 놀이에서도 끼워주지 않던 어린시절을 생각해 본다.
  • 유지영 서울시공무원(「2단계 개혁」을 말한다:6)

    ◎“대부분 공무원 아예 부정 생각못해/처우개선해야 부조리 원천봉쇄 돼” 『거의 대부분의 말단공무원들은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새정부의 개혁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생활 14년째인 서울시 중구청 시민봉사실 직원 유지영씨(38세·7급)는 『특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등을 통한 윗물맑기 운동에 많은 공무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새정부의 개혁으로 일선 공무원 사회가 근무 분위기에서부터 사생활,의식구조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바뀌고 있다』면서 공무원사회가 지난 6개월동안 「변해도 참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제 부정이나 부조리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과거 부조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왔던 부서의 직원들도 이제는 일을 열심히 하여 능력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들은 요즘 근무가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고 있습니다.따라서 새정부의 개혁을 공무원들보다 더 좋아하고 지지를 보내는 사람은 아마 가족들일 것입니다』 공무원들의 상도 점차 시민들을 위한 봉사자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공무원사회가 점차 깨끗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는 유씨는 『이제 금융실명제실시에 이어 고위공직자는 모두 법에의해 모든 재산을 공개하여 청렴도를 심판받게 돼 공무원사회가 더욱 맑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민원인들에게 보다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하기위해 민원창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광화일 시스템을 통한 호적 자동발급제도를 개발하여 시장의 표창을 받기도한 유씨는 『「소신없는 공무원은 공직에서 떠나라」는 김영삼대통령의 말이 열심히 일하는 많은 공무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새정부 출범이후 공무원들의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는데 일선에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과거 정부가 바뀔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었습니다만은 얼마 지나지않아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렸습니다.그결과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이 오히려 부정부패는 더 심해졌다고 봅니다.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개혁의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지난 6개월동안 단행한 여러가지 개혁조치로 개혁의 기초가 탄탄하게 마련됐습니다.특히 금융실명제와 고위공직자재산공개는 공무원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를 맑게 할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동안의 개혁으로 공무원 사회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대신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않고 몸만 사리는 무사안일의 풍조가 일선 공무원사이에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위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수립해도 말단에서 왜곡되면 실효가 없을 것입니다.과거 이른바 물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는 자리에 있던 일부 공무원들이 개혁바람을 피하기 위해 무사안일을 좇는 경향이 없지않은 것같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며 그것도 대세에 밀려 곧 없어질 것으로 봅니다』 ­개혁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들이 스스로 개혁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사명의식을 갖고 동참해야 할텐데요. 『비단 개혁뿐아니라 평소 일선에서 근무하다 보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봉사를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릅니다.그러나 일상 업무에 쫓겨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때도 많습니다.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간 또는 구청 직원들간에 잦은 대화를 갖고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부단히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그리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앞으로의 개혁 과제는. 『과거의 잘못된 일은 일단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개혁이 너무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민들로부터 많이 듣고 있습니다.개혁을 내실화하고 한단계 성숙시키려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금융실명제의 실시와같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과거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가 생겼던 이유의 하나가 열악한 근무조건에 있었다고 봅니다.따라서 공무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부조리를 원천봉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익명·음해성투서 받지 않을것”/이영덕 정부윤리위장이 밝히는 실사

    ◎금융자산도 법테두리내서 추적/부동산은 공개대상자 전원 조사 7일 공직자 1천2백여명의 재산이 일제히 공개됨에 따라 정부와 국회등 5개 국가기관에 구성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부터 3개월동안 공개재산에 대한 심사작업에 들어갔다. 『과연 누가 다칠 것인가』하는 우려로 해당 공직자들이 재산심사의 수위에 온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이영덕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의 부정축재를 응징하는 것은 재산공개의 참뜻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깨끗한 공직사회를 구현해 선량한 공직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재산공개의 의미인 만큼 윤리위의 재산심사도 허위등록이나 재산은닉사실등을 가리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이위원장이 밝힌 재산심사의 원칙이자 방향이다. 이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산공개가 전체 공직사회를 매도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이런 맥락에서 윤리위도 익명의 제보나 음해성 투서는 심사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위원장은 특히 『공개재산가운데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공개자 전원을 대상으로 중점 조사할 방침이며 금융자산도 다른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심사를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심사기준과 대상에 대해서는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만 말했다. ­재산이 많은 공직자에 대한 입장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성실히 일해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해 많은 재산을 갖게됐다면 미덕으로 봐야하며 따라서 윤리위도 전체 재산규모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 하더라도 공직자라면 불우이웃을 돕는 등의 활동으로 새로운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세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하지 않는가. ▲윤리위가 축재과정까지 파헤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재산을 성실히 신고했는지를 중점적으로 가릴 것이다.탈세나 부정한 축재등은 사정기관이 가려내야 할 사항이다. ­재산심사의 기준과 대상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일부에서는 10억원이상의 재산보유자들을우선 조사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몇억원이상을 조사한다는 방침은 정한 바 없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대상자를 다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부동산의 경우 관계부처의 전산망을 통해 모든 대상자를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계좌추적은 금융실명제 실시로 다소 제약이 있다.금융실명제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실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부동산의 경우 등록의무자의 것까지 조사한다는 것인가. ▲공개의무자의 부동산이 우선 대상이지만 등록의무자의 부동산도 조사해야 한다고 본다. ­축재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부정축재행위는 윤리위가 아니라 사정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심사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정축재사실을 사정기관에 통보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이번에 공개된 재산내역을 바탕으로 사정기관도 자체 수사가 가능할 것이다.
  • 뜨거운 「한­약」분쟁을 보며/김진순(특별기고)

    ◎「국민건강 보장」이 최우선이다/역할분담으로 의료서비스 개선 노력을 지난 3월 「약사법시행규칙개정안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둘러싼 약사와 한의사측의 첨예한 대립이 6개월간이나 계속되어왔다.오랜 진통끝에 3일 발표된 약사법개정안은 약사및 한의사 양측의 양보를 전제로 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보건의료의 특성상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직은 다른 분야의 전문직에 비해 자기영역의 보호에 매우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이 때문에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일 또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새로 발표한 개정안에 대해 한의사·약사측이 동시에 반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근 세계 각국의 보건정책은 「건강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발생한 건강문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고,현재의 건강수준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하여 잘못된 건강습관등을 올바른 건강습관으로 바꾸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국민 스스로 건강한 생활 실천운동이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따라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하여 의약분업문제등 장기적인 전문인력의 역할분담을 설정하였다는 데에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우선 찾을 수 있다. 금번 보사부가 마련한 약사법개정시안이 문제해결접근을 위해 단기처방으로서는 이미 한약을 조제,판매한 약사들에게 표준화된 지침하에 조제,판매하도록 하고 장기처방으로는 의약분업을 목표로 하였으며 양방의료및 한방의료의 특성을 감안하여 목표시한을 달리 하였다는 것은 매우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약사와 한의사측이 자신들의 몫 지키기에만 급급해 약사가 한약 임의조제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부분의 형평성 결여 주장과 약사에게는 한약조제를 허용하여서는 안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국민의식의 변화와 의료환경이 상당히 변화된 오늘날에는 전혀 맞지 않는 잘못된 행태로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현재 국민 대다수는 약사와 한의사측이 시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을 뿐아니라 각 학문의 한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도록 국민의 여론을 이용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사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약사법개정시안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시작에 불과하므로 의약분업에 따른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는 작업이 곧 착수되어야 한다. 동시에 한의계·약학계·의학계및 국민 모두에게 올바로 알리는 홍보활동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세분야가 공동노력을 통하여 「모든 국민에게 건강을 보장하는 목표」에 도달되도록 이해증진및 학문적 교류와 구체적인 활동지침 등의 작업이 보사부에 남겨진 과제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후속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게 마련된 약사법개정시안은 더 큰 혼란을 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의료계는 목전의 자기이익챙기기다툼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자세를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한다.
  • “발상의 전환” 독에 개혁바람/콜총리,회견서 이례적 강조

    ◎“경제회복 위해 고통분담” 목소리 높여/일부기업 “일요일에도 일하자”로 화답/복지예산 삭감·교육제도 정비등 고육책 콜 독일총리는 3일 기자회견에서 『미래의 도전에 응하기 위해선 정치인과 국민,노와 사 모두의 근본적 발상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다.그리고 이는 바로 지금 시작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이같은 콜의 발언은 독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집권 11년의 콜 정부가 이처럼 변화의 기치를 내건게 새삼스러울 수도 있으나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집권 기민당(35%)이 야당인 사민당(38%)에 밀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변화에의 선택은 콜 정부에 주어진 최선의 방안으로 보여진다. 이날 회견은 독일 경제부가 마련,2일 독일각의에서 의결된 보고서 「독일 앞날의 경제기반 확보방안」을 발표하고 이에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그러나 이 보고서의 내용으로 볼때 국민들의 지지획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미래의 경제기반 확보방안이라는게 요약컨대 「일은 더 열심히 하되 그에 대한 대가가 줄더라도 이를 감수하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양약이 입에 쓰다고는 하지만 독일국민 모두가 이같은 금언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할 수는 물론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지난 미대통령선거에서 『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기존의 것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클린턴의 말까지 인용해 가면서 변화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콜총리가 말하는 변화란 최근 감퇴일로에 있는 독일의 국제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국한하는 등 각종 사회복지 지출을 삭감하고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교육제도도 바꾸는등 사회분야에서의 변화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콜총리는 이날『지금 독일은 전후 패전의 잿더미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구세대의 가치관과 노동윤리의 회복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의 보고서는 이어 독일은 국경없는 경쟁의 격화라는 세계정세의 현실로부터 고립되고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노동자의 고통분담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있다. 야당은 이 보고서에 대해 본 정부가 이제까지의 경제정책이 파탄에 빠졌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기업들에서부터 먼저 시작됐다.최근 전자제품제조업체인 보시사에서 일요일근무제가 도입된 것이라든가 자동차회사 오펠이 노조와 카이저스라우덴의 공장을 24시간 가동키로 합의한 것등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일고 있다. 아무튼 독일도 변화와 개혁이란 세계적인 대조류에 편승할 것이 3일 콜의 기자회견으로 분명해졌다.통일이후 찾아온 경기침체로 독일이 처한 경제곤경,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경쟁력의 제고,이를 위한 변화와 개혁….일부 정치관측통들은 이같은 변화의 기치가 94년의 총선을 겨냥한 콜총리의 선거운동이 비공식적으로나마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 송자 연세대총장(「2단계개혁」을 말한다:5)

    ◎“교육의 자율화·다양화·국제화 급선무”/“2보 전진위해 1보 후퇴” 용기 필요/과거청산보다 앞내다보는 자세로 새정부의 개혁에 대해 그동안 자주 관심을 표명해온 송재연세대총장은 앞으로 2단계 개혁의 양대 우선과제로 교육과 금융개혁을 꼽았다.우리나라가 각 분야에서 선진국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지만 아직도 중진국수준에 머물정도로 낙후되어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두분야라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에서는 실명제 단행등을 통해 어느정도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개혁의 목소리만 높았지 아직까지 뚜렷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당장의 개혁방안이 아닌 미래지향적 교육개혁 청사진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송총장은 그러나 『교육은 서두르면 그르치는 법이므로 서두를 필요는 절대 없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교육개혁은 이제까지 이루어진 다른 분야의 개혁과는 다소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과거청산에 연연하다보면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겨를이 없지요.과거에 대한 대사면을 전제로 전향적인 과업추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위한 「투자」이므로 과거의 처벌보다는 앞으로 반드시 지켜야할 「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또 고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고치되 우리의 현실상 고칠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송총장은 나름대로 자율화·다양화·국제화를 교육개혁의 3대지표로 내세웠다. 『중앙정부의 집중통제방식으로는 더이상 교육개혁을 추진할 힘이 나오지 않습니다.시시콜콜 간섭하고 지시한다면 교육현장의 책임자들은 종전처럼 앉아서 시키는 일만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개혁주체세력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부추겨주고 재량권도 주어야 합니다』 송총장은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교육에서도 일선에 팽배해있는 무사안일·보신주의가 개혁추진과정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높은데도 경쟁상대국에 비해 대학교육이 낙후되어 있고 초등·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이 처지는 까닭은 바로 대학교육의 자율성문제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송총장은 대학자율성확보의 4대현안으로 ▲신입생선발 ▲교수채용 ▲교과과정선정 ▲교수방법의 자율화를 꼽았다.적어도 이 4분야에서만은 중앙정부가 「최소한의 울타리안에서 최대한의 영역」을 보장해 주어야 선진교육을 지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내가 난 자식도 다 다르게 가르치는데 왜 그많은 학생들에게 획일화·평준화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교육에는 평준화가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입시지옥」의 결과로 말미암은 과열과외·교육비리의 그늘을 없애기위해 「평준화」라는 「실속없는 껍데기」가 생겼지만 이같은 현상도 교육자율화가 정착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송총장은 최근 미국 일각에서 국가의무교육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사실을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송총장은 우리 교육의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의 국제개방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대학생은 물론 국민학생까지 결격사유가 없는한 국제개방을 두려워할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나아가 우리 교육체제가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는 국제교육자본의 진출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21세기 국제정보화시대의 적자생존전략은 보호막없이 국제사회에 뛰어드는 것입니다.어려서부터 국제경쟁에서 진 사람은 커서도 지고 안에서 진 사람은 밖에서도 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교육국제화의 논리적 바탕이지요』 송총장은 개혁과정에서는 지도자에게나 국민에게나 초반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라는 각오로 참다운 용기를 갖고 이를 이겨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