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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관계가 관건이다(사설)

    미북 핵합의가 예상보다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는 것같다.북의핵개발동결이 확인되고 한미일의 대북경수로제공을 위한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설립도 무난할 전망이다.대체에너지 1차분은 이미 제공됐으며 헬기사건 해결에 이은 미국요인들의 방북 등 미북관계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우선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치못한 우려의 뒷맛이 남는것은 왜인가.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북관계 동결의 지속 때문일 것이다.북한은 미국과의 다른 모든 합의는 이행하면서도 사실상 가장 중요한 핵심인 한국과의 대화와 관계개선만은 거부하고 있다.김일성사망 조문거부가 표면적 이유다.사죄않으면 즉 조문하지 않으면 한국과는 대화를 않겠다며 원색적인 비방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미북 핵합의의 완전한 실천은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을수 없다.대북경수로지원과 대체에너지제공등의 주된 부담은 우리가 맡게 되어있다.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은 김일성조문을 절대 용납할수 없는 정서를 갖고 있다.그런데도 조문을 내세워 우리와의 대화는 커녕 비난만 일삼고 있는 북한이다.아무리 북의 핵개발을 막자는 일이지만 국민의 피땀으로 낸 세금을 어떻게 그런 북한을위해 수십억달러씩이나 함부로 쓸수 있단 말인가. 그것을 잘 알면서도 조문사죄를 고집하며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북한의 저의가 다른데 있음을 드러내는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핵합의이행에 뜻이 없으며 남북관계를 긴장시켜 「한판 붙자」는 식의 대남적대감과 내부적 긴장분위기 조성등으로 권력승계와 사회주의붕괴의 과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 위한 시간벌기 전술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그리고 핵합의이행 실패책임의 대부분을 한국에 돌리고 동시에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는등 다목적의 전술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올수 있게 만든데는 우리와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정치적 동기의 정상회담 집착이라든가 저자세의 대화요청 그리고 기업들의 대북접근 경쟁등이 북한의 버릇을 망쳐놓았다고 할수 있다.그러나 보다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해야할 것이다.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없이는 경수로와 에너지지원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시켰어야한다.북의 억지에는 끌려다니면서 한국은 압력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보는 미국을 북한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남북대화와 미북연락사무소 개설연계 시사가 미국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북의 권력승계및 남북대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경수로공급계약 체결을 반대할 것이라는 우리정부의 입장정리등도 바람직한 조치라 본다.남북대화가 급한 쪽은 미국과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
  • “윤화피해자 구호조치 않고/차두고 현장떠나도 뺑소니”/대법원 판결

    대법원 형사3부(주심 신성택 재판관)는 14일 교통사고를 낸뒤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호조치없이 차를 남겨 놓은채 사고장소를 떠난 이희태피고인(36·전화국직원·충북 청원군)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건(도주) 상고심에서 이피고인의 상고를 기각,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자신의 부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며 『이 사건 피고인은 사고가 나자 당황한 나머지 차안에서 잠시 쉬다 밖으로 나와보니 피해자들이 이미 병원으로 가고 없어 차를 그대로 두고 사고현장을 떠났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구호조치없이 뺑소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피고인은 93년4월 청주시 사장동 편도 3차선도로에서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아 택시운전자 최모씨(29)와 승객 소모씨(52·여)에게 각각 전치20일과 15일의 상해를 입힌뒤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 인도 타지마할(세계의 명소/걸작건축 감상:9)

    ◎대리석과 사암으로 빚은 「꿈의 궁전」/원추형 돔 중심 완전한 「통일체」구도/350여년전 무굴황국 황제,타계한 왕비기려 지은 영묘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인도의 건축을 뽑는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타지마할이 될 것이다.건물 앞면의 모습이 마치 수면위에 가볍게 놓여 있는 신기루 같은 환영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건물에 접근할수록 그 표면의 세공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이는 건축물이라기보다 거대한 공예품의 섬세한 인상을 받게 된다. 타지마할에 대한 느낌은 사람에 따라 사뭇 다르다.타지마할은 「건축」이 아니라 「기념조형물」이라고 평하는 건축가가 있는가 하면,기적과 같이 완전한 대리석의 걸작이라는 이도 있다.인도인들은 타지마할이 무굴제국의 최고의 걸작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자평한다. 타지마할은 일상건축과 달리 제한된 용도를 갖는 이슬람의 영묘이므로 종교와 습속을 달리하는 우리가 건축적 분위기를 교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또한 우리에게는 그 분위기를 잠시 맛보기 위한 충분한 정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선 인도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보다 오랜 교류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그러나 조심스러운 전제나 의도를 뒤로 하고,그냥 멍하니 타지마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연 「꿈의 대리석」이라는 세평처럼 그 강력한 몽상적인 매력에 빠져들어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안정과 율동감 조화 수백년전 한 제왕의 사랑과 그리움이 장인의 손을 통해서 가시화된 이 거대한 명품에는 굳이 이슬람교도나 인도인이 아니라도 그 그윽한 소리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선택받은 궁전 서울에서 봄베이까지 11시간,그리고 봄베이에서 델리까지 4시간의 비행후 또다시 4시간여를 육로로 달리면 북부인도의 「아그라」에 도착하게 된다.타지마할은 아그라교외에 있는 야무나강의 남쪽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는 선택받은 궁전이라는 뜻의 「뭄타즈마할」이었으나 후에 발음이 와전되어 「타지마할」이 되었다고 한다.「타지」는 왕관을 뜻하는 이슬람 용어이며 보통 꼭대기가 원추형으로 뾰족한 모자를 말하기도 한다. 무굴제국의 황제인 샤 자한은 22년의 세월과 4천만 루피의 비용을 들여 이 복합건물을 완공하였다.축조이유는 19년간 함께 지내다가 출산중 타계한 아내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기리고 그리움을 달래기 위함이었다.황후가 죽은 1년뒤인 1632년 인도·페르시아·중앙아시아 각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공동설계로 축조가 시작되었다.매일 2만명이 넘는 인원이 작업에 투입되어 1643년에 영묘를 완성시켰다.1649년에는 모스크·성벽·통로 등 부속건물이 완공되었다. 이 복합건물은 너비 5백80m,길이 3백50m인 직4각형으로 남북으로 늘어서 있다.그 중앙에는 한변이 3백5m인 정4각형의 정원이 있다.건물 외면은 대리석과 붉은 사암으로 꾸며져서 표면감촉과 색깔에서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고 있다.전체 높이는 65m에 달하지만 똑같은 디자인의 모서리와 정교한 아치,이중돔의 형태가 어우러져 안정감과 율동감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질서와 혼돈” 상존 당시 무굴제국에서는 한번 지은 건축물은 증축이나 개축을 하지 않는 관행이 지켜지고 있었기에 이 건물의 모든 부분은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체로 구상하고 설계되었고 그 원칙은 오늘날까지도 완벽히 지켜지고 있다. 「세계화」의 이슈가 되풀이되고 강조되는 요즈음에는 누구나가 다른 나라나 민족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조차 느끼게 된다.일상의 주장에도 「해외사례」나 지구촌의 모습을 담아내야 설득력을 갖게 되는 분위기다.모두가 서둘러 지식을 구하려 들다보니 지식의 질보다는 습득의 효율성에 집착케 되어 결국 「이 나라는 이렇다」「저 민족은 저렇다」는 식의 무리한 단답형 제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필자는 제아무리 단답형 정의에 능한 책장수라 해도 「인도」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으리라고 믿는다.「질서와 혼돈」「다양성속의 통일성」이라는 말로 인도를 표현하는 사례는 많이 목격하지만 이것은 인도의 복잡함 자체를 현상적으로 묘사한 것일 뿐 그 복잡함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말은 아니다.그만큼 인도는 정말 추상적이면서 구상적인 수많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인도에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준인연간 강우량 80㎜이하의 최건조지역이 있는가 하면 연간 1만2천㎜의 세계최대 강우량을 기록하는 지역이 있다.만년설과 섭씨47도의 혹서가 병존한다.이렇듯 극단과 극한을 달리는 물리적 환경에서 생활하는 인도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다. ○인도스러운 멋 풍겨 인도에는 최소한 6개의 인종과 15개의 주요언어가 있다.그 주요언어를 세분하면 6백종이상의 언어로 또다시 구분된다.인도인은 출생과 동시에 카스트제도의 틀에 놓여진다.카스트는 통상 브라만(승려)·크샤트리아(군인·전사)·바이샤(서민)·수드라(노예)등의 4단계 계급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실상은 종교·종족별로 다시 세분되어 특성집단별로 2천수백개의 카스트가 기능을 하고 있다. 인도인의 절대다수인 힌두교도는 복잡한 카스트의 영향으로 결속력이 취약한 반면 이슬람교도들은 카스트에 의한 분열이 없어서 고도의 결속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인도에는 이슬람·힌두교를 비롯하여 불교·배화교·기독교는 물론 무수한 종교가 존재한다.이 인류 최고의 문명국은 1947년 독립이후에도 내부분열과 갈등으로 인한 내외적인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그 과정에서 인도의 모습에는 고대와 현대가 뒤섞이고 있다. 핵을 보유하고 초음속전투기를 자체개발,보유한 나라의 거리에는 수많은 인력거가 넘쳐난다.한편 농촌의 풍경에서는 언제나 고대를 만날 수도 있다.인도는 전체가 자연·민족·종교·역사의 거대한 박물관이라 하겠다. 이렇듯 인도의 모습이 갖는 다양성 때문에 오히려 통일성이 쉽게 발견되기도 한다.수천개의 카스트가 말해 주듯,하나하나의 요소에는 매우 엄격한 관습의 룰이 지배하지만 사회전체차원에서 다양성이 잘 수용된다는 사실이 통일성의 모태가 된다. 다시 말해서 인도에는 무질서와 부정합에서 오는 자유의 맛이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결국 그런 자유로움은 사람들을 보다 정신세계에 집착케 하고 현실질서에 대한 저항정신을 갖게 하는 모티브가 사회전체에 흐른다는 것이 인도스러움이라는 통일된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의 하나일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인도인의 의식은 인도의 곳곳에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성지와 사원·영묘를 남기는 동인이 된 것이 아닐까. 타지마할에서는 현실적인 삶의 흔적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심지어 동화의 나라 궁전 같은 느낌마저 준다.그러나 보면 볼수록 그 독특한 신비로움의 깊이가 더해가는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인도인에 대한 필자의 지나친 선입견 때문인지,아니면 감히 알고자 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 실력차 나게 문제별 난이도 설정/서울대 출제위장 석경징교수

    ◎논리적 서술능력 측정에 주력 서울대 대학별고사 출제위원장인 석경징(59·영문학)교수는 13일 『수험생들의 실력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각 문제의 난이도를 설정,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중점을 두어 출제했다』고 말했다. ­출제의 기본방침은.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논리적으로 구성·서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주력했으며 지나치게 의외성이 높거나 지엽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는 피했다.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힘썼다. ­논술문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수험생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직접적으로 물었던 만큼 오히려 구체적인 주제였다고 생각한다.자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오늘 날 젊은이들로 하여금 각 세대의 삶은 전·후세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의도였으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논술을 기대했다. ­선택과목간 난이도 조정에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출제과정에서 여러차례의 상호검토를 통해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과목 자체의 성격에 따른 난이도 차이는 피할 수 없었다고 본다.이는 채점과정에서 보완,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제2외국어가 지난해에 비해 어렵게 출제된 이유는. ▲지문수준을 수험생들의 어학실력보다는 사고능력에 맞춘 결과이다.대학교육과의 연계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침이라고 생각한다.
  • “인적 교류 숨통트기” 우회접근/「대북송금 양성화」 배경과 절차

    ◎가족에 편지… 조선은행에 계좌 개설한후/조총련계 은행·중국통해 소액송금 가능 이산가족들의 제3국을 통한 대북 송금등을 양성화하기로 한 정부의 조치는 대북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북한 연고자에 대한 이산가족들의 소액 송금과 생필품 보내기 등은 이미 89년부터 음으로 양으로 이뤄져 왔고,정부측도 묵인해 온 관행이었다. 정부가 12일 「새삼스럽게」「남북 교류협력절차 안내」라는 홍보물을 배포하면서 이 관행이 적법함을 공식고지한 것은 올 국정과제인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과 그 전제조건인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작지만 실천적인 조치와 무관치 않다.예컨대 이번 조치는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부정적 자세로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인적 교류의 숨통을 트기 위한 하나의 우회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명분론에 집착한 통일논쟁보다는 분단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에서 과거 서독정부가 폈던 「작은 발걸음정책」을 감안했다는게 당국자들의 배경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일부 이산가족들에 의해 이같은 관행이 축적되어 왔음에도 아직 이에 관한 세부적인 절차나 규정이 없어 통일원등 관련부처는 현재 내부적으로 대북송금액 규모등 지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동안은 남북 주민들간의 인적 왕래절차를 담은 남북교류협력법상의 「회합·통신 기타 방법의 접촉」규정 등에 따른 통일원장관의 포괄적 승인과 외환관리법을 준용해 왔었다. 대북 송금액 규모는 현행 외환관리법에 미화 5천달러까지 자유로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고 돼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이보다는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구체적으로 「1회 수백달러 정도의 소액」으로 제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송금방법은 몇가지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일본을 통한 송금의 경우 북한 조선은행 합영계좌가 있는 조총련계 아시카가(족리)은행을 통하면 가능하다.또 중국을 통할 경우는 대체로 일반적인 국제 송금제도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이들 은행송금방법의 경우는 먼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재북가족의 생사 및 거주지를 확인한뒤 편지를 교환,재북가족으로 하여금조선은행에 계좌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북 송금은 이처럼 절차가 복잡한 은행송금방식보다는 재미·재일교포등 인편을 통하거나 중국 연변 등 제3국으로 재북가족을 직접 불러내 이뤄지는 사례가 다소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마이신 등 기초의약품이나 라디오 등 생필품을 전달할 때도 인편이나 제3국 전달방식이 주로 쓰였다.앞으로 이런 방법도 공식화되는 만큼 중국 연길시 등에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진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중계센터들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 한반도 통일을 전망한다/MBC TV 특별대담

    ◎“북한붕괴 가능성 없어 「독일식 통일」 난망”/21C초에 통일기관 조성… 경협확대 긴요/북은 개방앞서 법정비·대남긴장 해소를/북 경제난 타개하려 대미접근 집착 한반도및 동북아시아문제에 관한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1일밤 방영된 MBC­TV 신년특별기획 대담프로에서 한반도의 통일에는 남북간의 교역확대 등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확고한 경제협력체제의 구축및 문화의 교류·이념대립의 감소 등 통일의 전제조건들을 다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정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교수와 대담한 스칼라피노교수의 한반도 통일진단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이정식=정치지도자로서 김정일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스칼라피노=현재 여러가지 불확실한 요소들 때문에 섣부른 예측을 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김정일이 김일성과 같은 방식으로는 북한을 통치할 수는 없으리란 것입니다. 김정일은 오히려 가시적인 정치적 역량,예를 들면 북한주민들의 생활 향상이라든가 폐쇄정책 대신 북한을 국제사회의 실질적 구성원으로 동참시킨다든가 하는 식의 정치적 능력을 발휘함으로써만 자신의 정치기반을 확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김정일의 건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그와 함께 북한을 이끌고 나갈 정치 세력은 구세대가 아니라 많은 교육을 받은 2세대 혹은 3세대 정치지도자들입니다.또 과거 동구나 러시아·중국 등에 유학한 4천∼5천명에 달하는 기술관료나 과학자들,과거 외국에 체류하며 서방세계를 경험한 군사·외교관계 전문가들이 북한의 변화를 초래할 촉매 역할을 할 사회 계층입니다.북한은 에너지 자원과 식량의 수급,낙후된 산업시설과 군사장비의 현대화 등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이같은 북한의 여건을 고려할 때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로 나아가리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정식=동감입니다.그런데 북한의 핵사찰과 관련한 지난해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협상결과를 볼 때 김정일이 스스로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북한은 50만t의 중유를 얻어갈 수 있게되었고 40억달러나 되는 경수로를 무상으로 지원받을 예정인데다 미국과의 외교관계마저 확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북한은 금년 한해에도 지난 몇년간에 해왔던 것처럼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외국의 자본과 기술 등이 절실히 필요한 북한은 선봉·나진같은 경제특구의 설정으로 개방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작용을 우려한 나머지 개방의 속도와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칼라피노=북한이 조심성 있게 다루고 있는 개방 문제의 성패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공산주의 계획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할 때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보이게 될 변화를 주시하고 있습니다.북한은 과거 소련의 원조 등 외부로부터의 지원도 이제는 끊겨 폐쇄경제가 갖는 필연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낙후 등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없습니다.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왜 그토록 집착하였는지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서 찾을 수있습니다.그들은 핵문제를 활용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어갔습니다. 이정식=북한이 개방노선을 취할 때 세계 여러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진단하십니까. 스칼라피노=많은 외국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중국에 투자했습니다만 기업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중국의 법제도와 인플레,공무원들의 부패로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따라서 세계의 기업들은 북한의 태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북한이 실질적으로 외자를 유치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요인이 세가지 있습니다.먼저 외자유치 촉진을 위한 법규의 정비와 엄격한 법률의 시행,관계공무원의 협조및 인플레의 통제입니다.둘째 정치적 안정,셋째로 인접한 국가들과의 정치적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입니다.특히 한국과의 대립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정식=한국의 기업들이 대북한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가장 실질적인 협력방안은 인력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따라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가르칠 학교가 세워져야 하겠지요. 스칼라피노=그렇습니다.북한의관리자들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품질이라든가 가격 등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이런 사회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할 때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경영학적 사고방식입니다.이 분야의 실질적 교육을 위해 외국과 민간차원에서 인력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한다든가 우수한 인재들을 유학시킨다든가 또 북한내에서 강연이나 학술토론을 활성화하는 협력체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식=이제 북한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스칼라피노=과거 수년간 중국은 미국과 보조를 같이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할 것을 종용하고 설득해 왔습니다.또 남북대화에도 북한이 성실히 임해 주기를 바랐습니다.제 생각으로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와 또 이로 인해 앞으로 수립될 미·북간의 외교관계에 중국이 별로 유감을 갖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정식=남북한 교류에 중국의 중요한 역할이 기대됩니다. 스칼라피노=동감입니다.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북방정책처럼 이번에는 북한이 동방정책이라고 불릴 수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룩했고 멀지않아 일본과의 수교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정식=북한은 작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의 대화만을 고집했습니다.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생겨납니다. 스칼라피노=그렇습니다.남북한간의 대화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상호신뢰 부족입니다.우선 신뢰가 회복되고 경제분야부터 협력을 모색하여,나아가서는 비무장지대의 무장 해제,병력과 군비의 감축에까지 이르러야 합니다.남북한 모두에게 현재의 국방예산은 커다란 부담입니다. 이정식=남북이 어디서부터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또 그간 쌓였던 불신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스칼라피노=남북한간에도 작은 출발이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하겠지요.예컨대 두만강 개발계획처럼 여러종류의 대화가 개최될 수 있어야 합니다.이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전망해보고 싶습니다.남북한 양측 모두에 등장한 새세대 정치인들이 과거의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주기를 바랍니다.동·서독이 통일되기까지는 오랜 세월 경제와 문화의 교류가 있었습니다.한반도의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닥쳐오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과정을 밟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북한이 붕괴되지 않는 한 독일식의 통일은 불가능하며,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정식=올해는 한국이 일제치하에서 벗어난지 50년 되는 의미있는 해입니다.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실질적인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칼라피노=지난 50년은 한국의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 기간입니다.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과거의 전통에 집착하면서 근대화에 실패한 나머지 이제 많은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이정식=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95년을 변화를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주었으면 합니다. 스칼라피노=옳습니다.21세기초가 되면 통일을 위한 기반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 기반이란 양국간에 확고하게 마련되고 운용되는 경제협력체제,문화의 교류,그리고 이념의 대립이 줄어듦으로써 마련될 수 있는 것입니다.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통일의 전제조건입니다. 이정식=한국사람들은 언제쯤 통일이 될까 하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남북한 어느쪽이 침략을 통해 승리하거나 스스로 붕괴될 가능성은 없습니다.따라서 교류를 통한 여건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스칼라피노=정치적 형태의 통일도 가능합니다.자치권을 갖는 양측정부가 공존하는 상태에서 연방을 이루고 단계적으로 통일상태로 나아갑니다. 이정식=언젠가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연방제 통일이 불가능하다면 통일을 논의하기 위한 상설기구를 마련해 협의하자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스칼라피노=중요한 것은 올해가 어떤 형태로든 통일로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출발의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특히 양국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민간차원의 교류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이 민간차원 교류에는 주변국들의 참여도 가능케해야 합니다. 이정식=남북한 이외에 주변국들이 동참하는 형태의 협력체제중에는 북한의 인력훈련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스칼라피노=남북한의 협력체제속에서 양쪽이 모두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문제들로는 다음 세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양쪽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경제 활력을 확보하는 것이고,둘째로는 환경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셋째로는 양쪽 다 높은 구성비를 보이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이정식=남북한 사이에 협력이 이뤄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스칼라피노=남북관계의 장래가 밝으리라고 저는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싶습니다.그 이유는 동북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희박하고,동북아의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이 지역에서 군비감축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정식=남북양측 모두가 군비감축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스칼라피노=군비감축을 위해 이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을 비핵화한다든가,각국의 국방예산을 사실대로 공개하게 한다든가,각국의 무기보유 현황과 무기류 수출입의 실상을 파악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해야 됩니다.미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겠습니다.남북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한가지 부연하고 싶은 것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입니다.북한을 위시해서 현재 APEC에 가입해 있지 않은 나라들이 동참해야 합니다.이를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양국간의 협력체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며,몇년내에 실현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 새해에는…/성기호 성결교 신학대학 총장(굄돌)

    설날 아침을 한자로는 원단이라 한다.단자는 지평선(일)위로 해(일)가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로 「아침」또는 「새벽」을 의미하고,아침이 일년 365일 날마다 찾아오나 많은 아침들 중에서 가장 으뜸(원)되는 아침이 설날 아침이기 때문에 정월 초하루가 되는 신정아침을 원단이라고 부른다.다른 말로는 정단,세단 이라고도 하고,아침이라는 「조」자를 써서 원조 또는 정조라고 부른다. 무궁에서 무궁으로 흐르는 세월을 옛 사람들은 연과 계 그리고 달(월)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일을 추진해 나갔다.열두달과 사계절이 들어있는 일년은 세월의 구분중 가장 큰 구획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달을 맞거나 새로운 계절을 맞을 때 보다 더 경건해 지고 더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지나간 한해를 돌이켜 보며 후회를 하고 새로이 주어진 새해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갖게도 된다. 희랍신화에 보면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라는 신이 두 얼굴로 앞과 뒤를 각각 바라보며 한 얼굴로는 웃고 한 얼굴로는 우는 모습을 하고 있다.정월 한달은 지난 해를회상하며 한 얼굴로는 울고,또 한 얼굴로는 다가오는 앞날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웃기 때문에 야누스를 닮은 달이라 하여 서양 사람들은 정월을 January라 부른다. 그러나 어거스틴이 말한 것처럼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기에 없어진 것이고,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과거에 집착할 시간이 없으며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는 내일에 속아가며 살 여유가 없다.다만 오늘이라고 부르는 하루 하루,순간 순간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감으로 허락받은 한 해와 주어진 일생을 값있고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원단을 맞으며 세우는 계획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성취되는 복된 한 해가 펼쳐지기 기원한다.물질적인 풍요 못지 않게 도덕성과 인간의 영성이 회복되는 소망스런 새해가 되기 바란다.
  • 광복 50년/양국 유학생들이 본 「갈등의 골」 극복 방안

    ◎“세계화시대… 한일 「협력의 폭」 넓히자” 올해는 광복 5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이다. 그동안 한·일간에는 과거사문제등 많은 현안을 두러싼 갈등과 대립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우호관계를 정립하자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오늘의 한국과 일본및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과 한국에 와있는 일본 유학생들에게 들어본다. ◎서울의 일본 학생들/「과거사」에 얽매여 대일비난 하는데 당혹감/일은 진정으로 과거청산… 양국우호 힘쓸때 ▲요리타 다케시(33·서울대 보건대학원·교토대 교육심리학과졸)=한국은 일본의 이웃에 있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그저 지구상에 있는 하나의 국가라고 처음에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나병실태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사람들은 정이 깊고 활력과 힘이 있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의 솔직한 표현에서는 인간미를 느낄수 있다. 한국사람들은 또 일본을 감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 경제·기업관계자들중에는 일본을 배워야 한다며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지난 여름 독립기념관에 갔을때 어린이의 손을 잡고 온 어른들이 일본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을 보고 한일간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절망감까지 느꼈다. ▲고무라 가오리(31·한양대 국악과대학원·한양대 국악과졸)=한국의 판소리,사물놀이,창극등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국악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은 알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국악속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적인 힘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은 활기찬 나라이며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않는 대륙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특히 일본에 대한 라이벌의식이 강하며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노골적으로 일본을 지나치게 비난 할 때는 속이 상할 때도 있다. 일본은 물론 과거청산을 하여야하지만 한국도 지나치게 과거문제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경우스스로를 약하게 하고 결국은 지게될지도 모른다. 한국이 보다 강한 나라가 되기위해서는 대범해져야하며 넓은 세계적 시각으로 양국관계를 보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우치 아키라(27·서울대 체육교육과 대학원·와세다대 인간과학대졸)=중학교때 재일한국인에 대해 알고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신문·방송등을 통해 한국을 알았고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강한 전통적인 유고국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 와보고 조금은 실망했다.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약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음을 느낀다. 같은 사실이라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나 히로시마 아세안게임 보도를 볼때 마치 일본과 「전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일본을 꺾었다는 등 일본과의 대전을 중심으로 쓰고 있었다. 일본에 대한 감정적인식이 강한 것 같다. ▲고가 사토시(31·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주오대 사회학과졸)=국민학교 6학년때 옆반에 있던 재일한국인을 친구로 사귄후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됐다. 한국에 온후 많은 친구도 사귀고 한국문화도 접할수 있어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한국사람들은 개성적이며 친구가 되면 매우 친절하다. 한국은 21세기에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하는 것들을 보며 거칠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인들은 또 일상생활에서 많은 일들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비판이 조금은 약한것 같다. 물론 일본도 과거문제를 말끔히 청산하지 않은 점이 있으며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필요하며 그것이 양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세타니 도모오(32·고려대 사회학과 대학원·고베대 경영학과졸)=백제의 관계가 깊었던 나라현에서 자라며 한국및 중국등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은 처음에 완고한 유교국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와보니 한락가가 있는등 어느면에서는 성에 대해 노골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사람을 사귈때 일본사람들과는 달리 거리를 두지않고 지낸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을 어떤 나라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보고 유감스러웠다. 일본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그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썼다면 하나의 좋은 충고가 될수 있으나 한국인이 일본을 이해하는데는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물론 일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과거청산을 하여야하며 개인보상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본에는 과거침략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등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도쿄의 한국 학생들/감정적 일본혐오 벗어나 객관 인식 바람직/문화·경제장점 서로 배워 공동이익 창출을 ▲채원호(33·도쿄대 대학원 행정학과졸)=올해는 한국으로서는 해방 50년,일본으로서는 패전 50년이 되는 해다.일본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도 이웃한 나라라는 숙명적 관계에 있는 나라다.앞으로 국제화·개방화·지역경제의 블록화등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은 양국의 교류 및 협력관계를 더욱 요구할 것이다.과거의 식민통치 경험이 일본의 한국에 관한 지식의 축적을 가져 왔다면 해방후 일본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빨리 잊고 싶은 망각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객관적 인식에서 비롯돼야 하는 일본연구는 지체될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새로운 인식의 틀에서 활발한 일본연구가 필요하며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가 맞물리는 분야에서는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창조적인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 ▲박종문(31·와세다대 경제학과 대학원·연세대 경영학과졸)=대학시절 민주화를 둘러싼 학생들과 정권의 주장이 맞서고 있을 때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 유학을 선택했다. 어려서부터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한국보다 열등한 나라다』라고 배워왔기에 그 말이 사실인 것같은 착각을 느꼈다.7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선진국이고 한국은 개발도상국일 뿐』이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일본이 정신적인 면에서 한국에 못미친다는 말은 거짓이다.정신적인 선진성없이 경제의 선진화는 이룩될 수 없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이유없는 반일감정,이유없는 일본 멸시언행은 우리를 영원히 일본과 같은 선진대열에 끼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김기석(34·와세다대 경영학과 대학원·동아대 화공과졸)=일본식 경영법을 만들어 낸 일본의 사회·문화·윤리를 직접 보고 배우고 싶었다.일본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보다 질서가 잘 잡혀 있고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한일관계를 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역사문제·종군위안부 문제등은 물론 일본이 원인제공을 했지만 처리과정에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한 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확실히 일본에도 부정적인 면이 많지만 부정적인 면보다는 아직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이성보다 한국인의 감정에 호소한 이런 책은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가져와 일본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바람직한 한일우호관계를 위해서는 지도층의 교류보다 최근 활발해진 시민단체등의 상호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경순(27·여·조지대 신문학과 대학원·추계예술대문예창작과졸)=한국은 오랜 역사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현대 일본에 대한 연구나 인식이 빈약하다고 느껴진다. 일본에 대한 인상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외국인에 대한 차별등이 엄존한다.지나친 풍요로움에 때론 불편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저력은 막강하다.일본은 외국문화의 흡수력이 대단하며 외래어를 단순하게 일본어화하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일본은 또 공공교통수단이 잘 발달돼 있어 시간계산을 잘하면 효율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더욱이 정보화·산업화 과정은 과연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깨우쳐 준다.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같은 문화권안에 있지만 너무도 다른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하는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양국간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육성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인 조직·구성의 마련이다. ▲김정준(35·도쿄대 공학부 대학원·서울대 공업화학과졸)=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우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국민의 감정을 부추기는 기사보다는 이성적 보도가 필요하다.반복되는 일본 지도층의 망언에 대해서도 매번 흥분할 것이 아니라 배경과 진원지를 분석해 주면 좋겠다. 양국간에는 직접적인 경험과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와 함께 문화교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김치를 먹고 치마저고리를 입는 분단된 나라」,「스시(생선초밥)와 기모노의 나라」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도 생활양식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음악·연극등 문화교류가 필요하다.우리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일본문화에 빠져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 우리나라의 너무 많은 책들이 일본 책을 그대로 베낀 것을 보고 기성세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한국은 일본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하며 국제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감각을 가져 상대방에게 매력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새해를 근면성 복원의 해로(최택만 경제평론)

    외국언론이 한국인의 근면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부터로 기억된다.이해 9월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국 국민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같다』고 보도한 바 있다.그 이후에도 한국인의 근면성 실종에 관한 외국언론 보도가 계속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영연구센터가 한국의 노동력평가순위가 지난 85년 세계 3위에서 94년 24위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이 순위는 우리국민의 근면성이 최근 10년간 얼마나 급격히 저하되어 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지난 77년만 해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은 일본인인데 이들을 오히려 게으르게 보이게끔 할 수 있는 국민은 한국인이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일하기 싫어하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이른바 3D현상이 우리의 일터에 전염이 되면서 그 부지런했던 한국인은 지금 온데 간데가 없다.공장이나 사무실 어느 곳을 보아도 과거와 같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다.외국언론의 지적대로 우리가 좀 먹고 살게 되니까 일하기를 싫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섬유업체의 기업주는 수출은 잘 안되고 노임은 올려주어야 하며 한편으로 금리부담이 늘고 있어 정상적으로 결산을 하면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그런데도 상당수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있는 것처럼 연말결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회사의 결산 내용이 좋지 않으면 은행이 돈을 빌려 주지 않거나 금리를 올리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른바 분식결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기업의 경우 경영진들이 주주들로부터 경영을 잘못했다고 질책을 받거나 자신들의 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 하여 분식결산을 했고 이것이 쌓여 회사가 도산한 사례가 있었다.분식결산의 이유는 다르지만 우리기업들이 일부러 이익을 높여 결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외형상으로는 회사가 번지르르하지만 속으로는 멍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런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그들을 보면 외국언론이 지적한 대로 일하기를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근면성을 잃어 버리고있다.자원이 부족하고 선진국에 비해 기술이 뒤져 있는 우리로서 성장의 유일한 원동력은 노동력이다.우리가 중진국 경제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근로자들의 근면성과 숙련된 노동력 덕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에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일본이 가진 진짜 자본은 은행금고에 쌓아둔 달러가 아니라 일본인들의 머리에 쌓아둔 지식과 근면,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소니사의 모리타 전회장은 그의 저서 「메이드 인 재팬」에서 강조하고 있다.그는 경제대국 일본발전의 원동력을 일에 대한 근로자들의 열정에서 찾고 있다.. 우리경제도 마찬가지다.우리경제가 뒷걸음을 치느냐,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느냐는 국민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특히 제조업 근로자의 근면성 여부는 국가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자이다.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국가경제뿐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의 자서전에서 『사람은 고용되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그는 일을행복의 근원으로 보았다.일을 성취욕구의 충족과 자아실현 수단으로 생각했다.일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다.따라서 일을 싫어한다는 것은 일이 갖고 있는 그러한 궁극적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새해를 맞아 우리 스스로를 성찰해 보자.우리국민의 품성이 게으른가 반문해 보자.하버드 대학의 퍼킨스교수는 자기훈련에 대한 높은 가치부여,기강있는 근로자세,변화에 대한 높은 적응력,가정과 직장 및 조직체에 대한 충실성 등을 한국인의 특성으로 평가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우리는 그런 자세와 의지를 갖고 있었다.과거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근면성이었고 세계화 또한 근면성이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한국은 동아시아의 문화권에 속하며 유교문화가 뿌리내려져 있다.유교문화에서 오는 사회적 경직성이나 전통적 방식에로의 집착 등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교문화에 따른 자기훈련이나 교육에 대한 높은 평가,특히 가정을 비롯한 직장이나 조직체 및 사회에 대한 충실성과 근면성은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충실성과 근면성은 바로 「한국인의 정신」이라 하겠다.올들어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충실성과 근면성이다.우리가 마음과 자세를 다시 가다듬으면 충실성과 근면성을 복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새해를 맞아 국민 모두가 한껏 힘을 모아 세계화의 초석인 근면성을 복원하는 운동을 벌였으면 한다.
  • 잊어버리지 맙시다/김창화 연극평론가(굄돌)

    1994년의 마지막 날이다.이제 하루가 지나면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뀐다.근대화를 위한 여명이 밝았던 동학 1백주년,조선왕조가 서울을 수도로 정해 새로 탄생한지 6백주년인 1994년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때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리라.그러나 잊기 위한 망년회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무너진 성수대교를 잊지 말아야 하고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로 주고받은 협정과 약속을 잊지 말아야 하며 세금을 도둑질한 공무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만 집착해 밝은 내일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면 차라리 잊고 사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그래서 잊어야 할 것은 잊고,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죽어도 잊어선 아니된다.그러면 무엇을 잊어야 할 것인가? 신한국 건설을 위한 약속의 말은 이제 잊어 버립시다.국민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를 제공해 주겠다던 맹세의 말도 잊어 버립시다.텅빈 주머니와 가슴을 채워줄 것같던 아첨꾼의 거짓말도 잊어 버립시다.내일부터는 쓰레기 종량제가 새로 시작된다고 하니 오늘 날이 다 저물기 전에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했던 말은 이제 내 버립시다.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는 같은 민족이요,민족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어느 누구 한 사람의 수고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거들어야 하나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 만을 위해 민족의 내일을 망쳐버리는 사람들이 있다.이런 사람들의 모임은 망년회가 되어야 할 것이며,분명한 책임윤리가 필요한 21세기 미래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다가오는 한해를 뜨겁게 바라보는 망년회가 되어 이땅의 아름답지 못한 기억들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역사가 기록되지 않은 민족은 결국 사라져 버리고 말지만 패망과 굴욕의 역사 조차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민족은 새 땅에 씨를 뿌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지 맙시다.
  • 성탄과 교회(외언내언)

    오늘은 성탄절.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한 성스러운 날이다.그리스도가 이 땅에 태어나신 참뜻은 인간의 구원에 있다.구원의 뜻은 하나님과 인간,인간과 인간사이의 단절을 메워 이를 다시 하나로 묶는 화해와 사랑에 있다.아기예수는 머리둘곳도 없는 객지의 외양간에서 태어났고 문둥병자와 과부와 어린이들을 더 사랑했다.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몸소 실천해 보인것이다. 예수그리스도가 이땅에 오신 참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우한 이웃을 돕고 아픔이 있는 곳에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어두운 구석에는 등불을 비춰주어야 한다.그러나 우리는 불우하고 가난한 이웃을 등지고 있고 미소 대신에 차가운 눈초리를 번득이고 있으며 살벌한 세태속에서 허둥대고 있다.성탄절은 성스럽고 경건한 날이 아니라 과소비를 부추기고 허영을 부채질하는 퇴폐의 상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할 산타클로스가 백화점에서는 선물을 파는 점원으로,술집에서는 술을 파는 종업원으로,극장에서는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간판으로전락되어버린게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회의 책임도 크다.한국의 기독교는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3만개가 넘는 교회와 1천만명의 신도를 자랑하고 있다.화려한 대형교회당이 줄을 잇고 성직자의 살림도 풍요로워졌다.교회와 신도수를 따진다면 우리사회는 사랑과 화해로 충만해있어야 한다.그런데도 사회가 날로 혼탁해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교회가 외적 성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계의 한 연구소가 조사한것을 보면 교회예산중 이웃구제와 사회봉사에 쓰는 금액의 비율이 평균 7%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교회가 사랑의 나눔에 얼마나 인색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성탄절 아침 성직자들은 물론 모든 신도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 국회 생산성 제고도 급하다(사설)

    지금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를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몇 군데 있다.생산성이란 개념이 정치에서 완전히 외면되고 있는 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고,국회가 국민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그렇다. 국회의장의 말처럼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연이어 임시국회가 열린 것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그럴만큼 국회가 논의해야 할 안건이 중요하고 밀도있는 심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그러나 정작 회기 5일 예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임시국회를 보면 별도의 임시국회를 왜 열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본회의는 첫날 하루 활동하고 또다시 3일동안 휴회키로 했다.그동안 상임위활동만 하고 23일,즉 회기가 끝나는 날 정부조직법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갖고 시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경제위원회의 정부조직법에 관한 공청회는 꼭 임시국회 회기중에 열어야 하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민주당이 제출한 12·12군사반란자 기소유예에 따른 검찰총장탄핵 소추안도 정작 민주당 소속의 의원이 상당수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무책임성을 드러냈다.관철한다는 의지보다 문제를 삼았다는 사실 자체만 기록에 남기겠다는 형식에 집착했음을 나타낸 것이다.정부조직법 처리는 그나마 회기 끝날로 미뤄짐으로써 인사쇄신과 정부조직개편의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고 이에따른 행정공백과 국민불편만 강요당하는 결과를 빚었다.이정도의 임시국회라면 정기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말을 낼수 있었다.특별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파의 정략에 의해 생긴 결과들이다. 바로 지난주에 끝난 회기 1백일의 정기국회는 국회가 얼마나 불성실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무려 35일이라는 긴 날들이 공전이란 이름으로 허송세월됐고 나머지 날들이라야 정쟁으로 티격태격함으로써 국회의 생산성·능률성을 외면했다. 기업이 생산성을 상실할 경우 도산이라는 운명에 직면한다는 것은 기초적 상식이다.국가가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경우에는 윤택한 국민생활은 기대할 수 없다.아무리 국회법을 고쳐 제도적으로 활동을 뒷받침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제의 구태만 되풀이한다면 정치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지금 경쟁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아무데도 없다. 한때는 국민의 이목이 무서워 국회의원들이 호텔출입을 삼가고 국회 구내식당은 만원을 이뤘다는데 어느새 값비싼 호텔이 정치인들의 주무대로 되돌아가 버렸다.국민의 세금과 후원금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접어버린 것이다.툭하면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정작은 국민을 무시하고 깔보는 이런 정치풍조는 즉각 사라져야 한다.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재무위원들의 「소신」/김병헌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국회 재무위에서 통과한 주세법 개정안이 여론에 밀려 법사위에서 보류되자 재무위 소속 의원들이 모욕을 당했다며 법석이다.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에 시비를 걸고 백지화하려는 것이 몹시 비위에 거스린다는 얘기이다. 개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일하게 바로 그 개정안의 혜택을 보는 지방의 중소 소주업자들뿐이다. 정부나 당은 물론 일반 여론까지도 「자유로운 경쟁을 억제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한다.의원들이 즐겨 찾는 「국민의 뜻」을 외면한 법안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 의원은 『의원직을 걸고라도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다른 의원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을 하루만에 백지화시키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중소 업체를 위한다는 명분만으로 무슨 짓이나 해도 좋다는 생각인 듯 하다. 소크라테스는 2천년 전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민주국가의 국회는 무슨 엉터리 법이라도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인이 악법으로 여기는 입법을 강행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개정안에 대응하는재무위 의원들의 자세는 불가사의하다.첫째로 개정안은 자본주의의 원칙인 자유경쟁을 저해하는,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법이다. 그런데도 정작 재무위 의원들만 이 점을 모른다는 점이다.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무조건 정의라는 식의 단순하고도 유치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둘째는 국민의 여론을 전혀 도외시한다는 점이다.의원의 권위와 명예에만 집착할 뿐 감정적인 반응만 보인다.그렇게 국회가 만능이라면 큰 소주회사는 국가가 파산시키도록 하는 법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자신의 고집만 우기는 자리로 착각하고,의원을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벼슬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건전한 상식인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입법을 시도하면서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큰 소리만 치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 선량들의 평균 수준인가,또는 재무위만의 수준인가.
  • 쓰레기와 시민의식(사설)

    요즘 서울의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걸 볼 수 있다.일반 생활쓰레기뿐 아니라 의류·그릇에서 가구·가전제품등 대형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마치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하고 있다.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쓰레기 종량제에 앞서 미리 버리자는 심리작용 때문이다.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되면 모든 가정에서는 유료봉투를 사용하도록 돼 있어 묵은 쓰레기를 찾아내 버림으로써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자는 행위다. 그러다보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최근 쓰레기 배출량이 폭증하는 사태까지 빚어져 쓰레기수거에 대혼란을 겪고 있다.서울시의 경우 하루평균 1만5천t인 쓰레기배출량이 이달들어 30∼40%나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수도권지역 도시에서도 지난달에 비해 이미 70%이상 폭증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전국 대도시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쓰레기 미리버리기」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극성을 부려 주택가를 쓰레기더미에 파묻히게 할 우려마저 낳게하고 있다. 올해 종량제가 실시된 대부분의 시범지역에서 시행 1주일을 앞두고 쓰레기배출량이 평소의 2∼3배나 늘었던 사실은 우리의 우려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서울시도 이달 25일께에는 쓰레기 대량 투기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주부들이 쓰레기를 미리 버려 한푼이라도 절약하겠다는 알뜰심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너도나도 일제히 묵은 쓰레기버리기에 앞장선다면 평소의 2∼3배나 되는 엄청난 쓰레기를 당국인들 어떻게 적시에 수거할수 있겠는가. 청소인력과 장비는 한정되어 있는 터에 아무리 특별대책을 세운다해도 정상적인 수거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쓰레기 소동이 우리의 연말을 얼룩지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도 생각하는 도덕심과 목전의 작은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쓰레기종량제는 획기적인 제도의 개혁이다.시범실시결과 쓰레기배출량은 40%나 줄고 재활용품은 98%나 늘어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이러한 효율적인 제도로 이행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수거작업을 일시 마비시킬지도 모를 엉뚱한 부작용을 유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요즘의 세태는 남의 이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맹목적 이기주의에 가득차 있다.묵은 쓰레기를 한꺼번에 미리 버리는 행위도 바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추악한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김장백서/윤대녕 소설가(굄돌)

    지난 토요일에 시골에 계신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김장 걱정 때문이었다.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똑같은 전화를 하신다.자식 걱정이야 모든 부모들이 갖고 있는 업의 하나일 것이다.특히 우리네 조선족 부모들은 더욱 그러하다. 아무려나 다음날 아내와 함께 김장을 했다.남정네가 뭐 할까보냐 싶지만 배추를 나르고 동치미 국물로 쓸 약수를 뜨러 산에 다녀오고 점심 끼니로 국수도 말아주고 했다.그러고 나서 아이와 함께 뒷전에 앉아 아내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런 풍속도 우리만의 독특한 삶의 문화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이렇듯 추운 삶을 뜨거운 양념으로 버무리고 간을 맞춰 겨울을 나곤 하는 우리네 아낙들의 손은 모두 불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느날 문득,산다는 것이 이렇듯 마음을 씻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독에 담아두는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우리네 아낙의 몸매를 닮은 저 투박한 조선의 항아리에 봄 여름 가을을 버무려 담아 돌로 꾹꾹 눌러놓고 겨우내 하나씩 꺼내 양식을 삼는 일 말이다.산다는 일은 우리가 떠드는 만큼 그렇게 소란스럽거나 복잡하지가 않은지도 모른다.물론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일에 시달리게 되고 안팎으로 대소사가 발생하게 되고 그중의 반은 좋지 않은 일인게 분명하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욕망에 집착하게 되고,상대를 생각하지 않게 되고,가까운 사람을 소홀히 하게 되고,어느 날엔가는 삶의 저 모난 구석으로 밀려나게 된다. 때론 삶에 관하여 근시안이 되어 봄이 어떠할까.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우리는 너무 큰 것만 원하고,너무 멀리있는 것만 보고,또한 너무 빨리 걸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그러니 이 겨울 초입엔 잠시 마음을 항아리처럼 비워두고 김장철 마당에 앉아 어머니의 등을 떠올려 보고,간도 봐주고,양념 묻은 우리네 아낙의 불수를 바라보며 한번쯤 살아온 날을 돌아봄이 어떠할까.
  • 한반도/「차세대 통일」이 바람직/러 학자초청「북의 정책」세미나요지

    ◎북 대화·화해준비 안돼있어/「자리분배」 진통… 김등극 지연 외교안보연구원(원장 박수길)은 7일 외교안보연구원 국제회의실에서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을 초청,「북한 대내외 정책에 대한 특별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러시아학자들은 『북한은 현재 남한과 대화를 진척시키거나 화해로 급전환 할 준비가 안돼있으며 통일은 현단계에서 어려워 다음세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후계자임명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지배엘리트 사이,내부의 파워그룹등의 사이에 주요 지위를 분배하는 문제 때문』이라며 『김정일 측근들이 요직을 차지할 것이나 실질적 의사결정은 최고행정고문위원들에 의해 조직된 특별기구가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학자들의 주제발표를 요약해 본다. ▲추프린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부소장(북­미 핵협상타결 이후)=북­미간의 핵타결은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치를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재개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남북대화는 한반도 비핵화문제에서 시작,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른 중요한 문제로 옮겨지게 되고 한반도 안정을 조성하고 다져나가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이번 타결로 핵무장을 꾀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다소나마 가라앉힐 수 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협력의 방향으로 한반도 주변과 국제관계에 대한 전반적 변화의 기초가 마련됐다.그러나 잠재적 위험성은 우선 미국과 북한 양측 강경보수주의 세력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북한의 경우 당관료나 군부,여타 부문이 이번 핵타결을 반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 ▲트카첸코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한국과장(한국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견해)=러시아의 한반도정책은 남북한 양자와 정상관계를 유지하려는 「양다리 작전」으로 바뀌고 있다.평양당국은 중국과 「제3세계」로 불리는 일부 나라와 우호관계를 확립할 것이며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온건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평양은 일본과 남한에 대해서는 강경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북한은 남한과 대화를 진척시키거나 화해로 급전환할 준비가 안돼 있다.그들의전술적목표는 경제적 안정화와 생활수준 향상,대미·대일관계 정상화,중국과의 동맹,나아가 러시아와의 부분적 동맹관계 강화등이다.통일의 성패는 상당정도 남북한 두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다원화된 의견개진이 얼마나 이뤄지는 가에 달려있다.우리 시대에 한국이 통일되리라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두개 한국의 공존만이 유일하게 현재로선 가능한 함께 사는 방식이다. ▲사벨리예프 극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김일성 사후의 북한)=김일성 사후 북한의 정치적 동요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북한 경제상황은 불균형과 경기후퇴에도 불구,아직 산업잠재력이 파괴되지는 않았다. 후계자 임명이 연기되는 것은 지배엘리트 사이,내부의 파워그룹,정치적인물들의 세대사이에 주요 지위를 분배하는 문제 때문이다.당중앙위및 행정위,핵심부처,군,정보기관이 이 작업을 하고 있다.김정일을 지지하는 주요 인물들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당이나 정부 요직을 차지할 것이다.하지만 실질적 의사결정과 통제권은 최고행정고문위원들에 의해 조직된 특별기구가 갖게 될것이다.최고인민회의의 권위는 제한되고 당중앙위 총회는 정치권력 그룹들의 투쟁장소화될 것으로 보인다.최근 국제무대에서 평양은 이념적 도그마를 고집하지 않는다.과거 동맹국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 CATV출범되면/TV과외·홈쇼핑 일반화/우리생활 어떻게 변할까

    ◎채널 30여개… 취향대로 여가 활동/다양성 확대…「획일사회」탈피 가속/소수 대상 심층프로 늘어/시청자의견 반영폭 확대/정보 편식·저급 오락문화 확산 우려도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으로 이어지는 매체의 발전과 변화는 우리의 생활패턴을 엄청나게 바꾸어놓았다.95년3월 우리 안방을 찾는 CATV는 생활에 또 한번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다채널과 고화질,쌍방향커뮤니케이션까지 실현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꿈의 미디어」 「뉴미디어의 총아」 「정보화사회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만큼 CATV는 기존의 TV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최소한 6대도시에서는 KBS1,2,MBC,SBS 등 기존 공중파채널외에 25∼26개의 전문화된 유선방송채널까지 합해 모두 30여개의 TV채널을 갖게 된다.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간단히 말해 볼 것이 많아진다는 얘기다.결과적으로 양적 변화는 우리 생활 곳곳에 질적 변화를 동반한다. 우선 생활패턴을 바꾸어놓는다.우리보다 훨씬 앞서 CATV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시행초기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평균 1시간 늘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말해주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개인당 1시간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개인의 식사시간·취침시간 등이 바뀌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문화·다양화된 프로그램을 제공,세대별·직업별·취향별로 언제든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해 볼 수 있는 가까운 장래에 우리의 안방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기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바둑이나 골프프로그램을 보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드라마나 요리·건강프로그램을 본다.10∼20대자녀는 각자 취향대로 스포츠나 레저·뮤직비디오·영화 등을 본다. TV를 통한 과외와 외국어학습도 일반화되고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는 번거로움 없이 안방에 앉아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CATV는 이같은 생활패턴이나 시청행태의 변화뿐 아니라 문화·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혁을 몰고올 것으로 방송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방송개발원 뉴미디어실 윤석민 박사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종합편성하고 있는종래 공중파방송과는 달리 CATV는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기호에 맞는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의 탈획일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박사는 또 『시청률에 민감한 공중파방송이 손대지 못한 여성·장애인·노인 등 소수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사회의 다원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중파방송이 텔레비전방송국에서 제공하는 범위내에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과는 달리 시청자가 방송편성의 주체가 되고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텔레비전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미디어의 혁명」으로 예고되는 CATV가 우리 생활에 몰고올 역기능 또한 적지 않다. 과거의 텔레비전은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역할을 했고 일정한 시간에 방송되는 뉴스를 통해 특정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등 사회통합기능이 강조돼왔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골라 보게 되는 CATV의 시청패턴은 가족해체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가족간 공동의 화제가 점점 줄어들어 대화단절이 가속화되며 세대차는 점점 벌어지게 된다.개인주의적 가치관도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홍수속에서 시청자의 「채널편식」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갑자기 늘어난 채널로 혼란에 빠진 시청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선택의 폭을 10여개로 줄여버리고 프로그램도 관심이 있는 분야에만 집착하게 된다. 「채널편식」은 프로그램의 저급화라는 연쇄현상을 가져오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시청자는 고급프로그램보다는 선정적이고 저급한 오락물에 치우치기 쉽고 채널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급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외국프로그램 대량도입에 따르는 문화종속,가입자와 비가입자간의 위화감 심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선택해 볼줄 아는 시청자 자신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시되는 시기가 우리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 외환자유화 시대의 과제/조윤제 한국조세연구원 연구1부장(기고)

    ◎“규제위주의 거시경제 틀 바꿔야”/통화 안정관리 새정책 개발 필요 내년부터 외환거래가 대폭 자유화될 예정이다.이는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OECD 가입,그리고 급속히 통합되어 가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 환경등을 고려해 볼때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외환거래를 그동안 쉽게 자유화하지 못한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고,그렇다면 이제 자유화에 즈음하여 과연 자유화조치가 우리에게 어떤 정책과제를 던져 주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첫째,외환자유화는 우리에게 거시경제 정책의 틀을 바꾸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외환거래가 자유화된다는 것은 나라 안팎으로 돈이 보다 자유롭게 드나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통화및 물가 관리등이 전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정부는 보다 많은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하고 정책효과에 대한 예측능력도 키워나가야 한다.다시 말해서 우리의 거시경제 정책도 종전의 금리규제,환율규제,통화량의 직접규제 등에서 벗어나서 외환이 이미 자유화되어 있는 많은 선진국에서 해 오듯,보다 시장기능에 바탕을 두고 거시경제 변수들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외환자유화는 국내경제와 세계경제의 물꼬를 트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수압을 조절·규제하면 금방 그 효과가 물의 이동으로 상쇄되어 버려 종래의 규제방식은 유효하지도 않으면서 불필요한 거래비용만 수반하게 된다. 또한 국내 거시경제 환경이 조금만 불안정해지면 금방 자본의 유출이 확대되어 그만큼 국내투자가 위축되고 경기하강이 가속화될 것이다.반면 국내경제변수가 호전되면 급격한 자본유입을 초래하여 안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그만큼 거시경제 운용이 어려워진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정부는 종래의 통화관리 방식등을 서둘러 전환하지 않으면 안될뿐 아니라,통화정책이 지니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통화와 재정정책을 적절히 혼합 구사할 수 있도록 개방화시대의 거시경제 정책 틀을 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지난 주말 발표된 경제기획원·재무부의 통합은 재정·금융정책,그리고 세입과 세출기능의 긴밀한 연계를 가능케 하여 효율적인 거식경제 정책을 구사하기 위한 중요한 걸림돌을 제거하였다고 볼수 있다. 둘째,정책운용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현재와 같이 금리가 조금 오르면 여기저기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력때문에 통화·금융당국이 금리를 자유화한다고 해 놓고서도 금융기관에 압력을 넣어 금리를 낮추도록 한다든가,또는 단기적 통화량 목표치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은행의 자산운용에 대한 직접규제로 통화량을 맞추는 방식등으로는 개방화시대의 효율적인 경제운용이 불가능하다.필자의 생각에 우리 경제관료들에게 꼭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때때로 중요한 이슈에 대하여 직접 정책논문을 작성하고,정부 내에서 이에 대한 토론을 거쳐 정책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확고히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하겠다.담당 과장이나 국장,혹은 장관이 바뀌면 그 과에서 해오던 정책이 금방 바뀐다든가,아니면 똑같은 과장·국장이 있더라도 청와대나 정당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금방 어제까지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한다든가 해서는 개방화시대의 높은 파고를 안정적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다.정책토론 등을 통해서 이해 관계가 다른 각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일관성있는 정책추진이 가능하게 되리라 본다.필자는 경제부처의 통합·조정이 이러한 면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셋째,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정책은 하나의 선택이며 어떤 정책에도 정의 효과와 부의 효과가 있게 마련이다.또한 새로운 변화나 개편은 항상 비용을 수반한다.인내와 고통의 분담없이 새로운 시대로의 적응은 불가능하다.기업들이 그동안 금융을 자유화하면 자기들이 훨씬 더 생산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면서도 금리가 조금 오르기만 하면 정부에 금리를 내려달라고 한다든가,외환을 자유화 하라고 해 놓고는 환율만은 절상시키지 말아야 된다고 우겨서는 올바른 정책전환이 되기 힘들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통화량이 잠시 목표치를 넘었다고 당장 물가및 경제안정이 크게 흔들릴 것 같이 보도한다든가,통화관리 때문에 금리가 단기적으로 다소 오른다고 하여 기업부도와 국제경쟁력 약화를 대서특필해서는 정책의 전환이 어렵다.정부와 관료주의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선 자리에서 이러한 이해와 인내를 가질 때 개방화·자유화시대의 진정한 경제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 내전 32개월… 희생자 20만명/킬링필드 우려… 보스니아 사태

    ◎난민 3백만명… 나토개입 한계 노출/미·러·불 작전에 이견… 분쟁 계속 악화 발칸반도에 위치한 옛유고연방의 보스니아 내전은 끝없는 「킬링필드」만을 연출할 것인가. 보스니아 내전은 현재도 세르비아계가 회교정부군이 장악하고있는 비하치에 대대적 공세를 펴는등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내전은 지난92년4월 옛유고연방의 일원이던 보스니아가 분리독립을 선언하자 보스니아내에 거주하는 세르비아인들이 인접한 세르비아공화국의 연방군을 등에 업고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침공하면서 방아쇠가 당겨졌다.세르비아계는 내전을 일으킨지 일년만에 보스니아 영토의 70%를 점령했고나머지 30%를 회교계와 크로아티아계가 나누고 있는 가운데 전투양상은 「소강상태­세르비아계의 공세강화와 희생자 대량발생­서방측의 공습­협상개시」의 악순환이었다.20만명이 넘는 희생자와 2백만명이상의 난민을 발생시킨 내전은 전혀 멎을 기미가 없다. 왜 내전이 해결되지 않는가. 보스니아는 회교계·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인종구성비 40대32대18,종교는회교·그리스정교·로마 카톨릭)등 3개 정파로 불안정하게 구성된 「모자이크공화국」인데 각 정파가 자파중심의 평화안 도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보스니아의 회교도정부가 추구하는 이상은 국제여론과 전투등의 방법을 통해 크로아티아 지배세력은 물론 세르비아지배세력을 포함한 「통일 보스니아」의 달성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영토분할협상에서 가능한 한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지난해 8월 3개 정파가 참석한 가운데 제네바에서 열린 보스니아 내전 평화협상에서 중재단이 「회교·세르비아·크로아티아계는 영토를 31대52대17로 나누어 갖는다」는 평화안을 제시했으나 회교계는 『내전 발발이전 회교도인구가 44%였으므로 적어도 영토의 40%이상을 차지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 이에 반해 세르비아계는 이미 영토의 70%를 장악하는등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으므로 「현상고착화」를 추구,내심 영토의 7할을 세르비아공화국의 일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견과 적극적인 개입의 회피등도 해결을 어렵게 한다.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서방국가간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데다가 독자적인 작전권마저 없어 이미 한계를 노출했다.미국은 세르비아를 침략자로 간주,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보스니아 정부군에 대한 무기 금수 해제를 주장하는 반면 영국·프랑스등은 무기금수해제를 통한 보스니아 정부군의 강화는 오히려 내전을 격화시킨다고 주장,반대하고 있다. 유엔안전지대인 비하치가 세르비아계의 공격으로 함락위기에 있는 가운데 미국은 26일 2천명의 해병대를 아드리아해로 파견,유엔평화유지군과 나토 조종사 구출 작업에 나서는 한편 세르비아계에 위협을 가하고있다.그러나 러시아는 나토가 더 이상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옛유고연방에서의 평화유지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제1차세계대전의 도화선이었던 「세계의 화약고」발칸반도의 평화는 요원하다.
  • 진학선택의 계절(사설)

    수능 시험이 끝났다.남은 것은 지망할 학교를 정하는 것이다.벌써부터 수능에 대한 예고지표들이 나오고 있다.대개의 수험생들은 오래 훈련되어서 본인들이 추출해내는 점수가 실제 결과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것이 보통이다.그래서 수험생과 부모들은 떠도는 지표에 따라 어느 곳에 맞출까를 분주하게 따져보는 중이기도 할 것이다. 확실한 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한채 막연히 기다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이 그래도 냉정한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시기다.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는 이 시기가 적당하다.구체적인 결과가 나온 뒤에는 거기에 집착하여 의외로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가장 나쁜 상태는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는 일이다.그래서 이성을 잃고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깊은 생각없이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후회가 따르게 마련이다.그런데도 점수에 맞추어서 「대충」 결정하는 학생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모든 과정의 교육이 대학입시제도에 볼모잡혀 국가적인 낭비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더욱 심각한 것은 적성이나 취미,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점수에 맞추어서 아무 전공이나 선택했다가 적응못하고 방황하며 인생을 손실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그런 풍조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냉정한 판단을 할수 있는 지금같은 시기를 충분히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주위의 관심있는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가능한 직종과 예상되는 변화를 고루 예측해보고 판단해두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현대사회의 특징은 날로 새로운 직능이 개발된다는 점이다.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짐작도 못했던 직종이 졸업할 때면 많이 생겨나서 손짓을 하기도 한다.그러므로 고착된 인식에서 발상부터 전환해두는 일이 긴요하다. 특히 우리는 지금 치열한 국제경쟁사회를 맞고 있으며 세계로 열린 시대에 적응할 인재를 길러야 할 시기에 놓여있다.겉으로 그럴듯한 명문대학의 간판만으로는 적응할 능력을 키울 수 없고 자신에게 맞지않아 싫증을 느끼거나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전공을 선택하면 유휴상태의 대졸 고급인력이 되어 낙오되기 십상인 것이다.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조급하게 결정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점수에만 맞춰서 잘 파악도 못한 전공을 눈치로 결정하는 일도 금물이다.앞으로는 새로운 직종이 얼마든지 태어날 수 있는 세월이 열릴 것이라는 일에 착안하여 적성과 맞는 전공을 광범위하게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정보를 창의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유리하고 외국어는 하나 이상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그런 일들을 당사자와 함께 신중하게 검토하는 시기도 바로 지금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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