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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농민을 분노케 하는 것들

    연일 계속되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로 거리가 어지럽다.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 거리에는 화염병이 난무하고 교통은 막혀 있으며 다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잇단 노동조합 간부들의 죽음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민노총과 농업개방이 농민들의 생존권을 앗아갈 것이라는 전국농민연대는 정부와의 대결을 선언하고 나섰다.두 주먹 불끈 쥐고 길거리에 나선 노동자와 농민들의 마음 속에는 분노가 가득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 속에는 불안이 가득하다.이 분노와 불안이 바로 지금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에서는 노동조합이 기득권에 집착한다는 주장과 함께 농업개방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인데 어쩌겠느냐는 주장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경제 회복이 계속 늦어지고 그러면 결국 민중들의 삶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한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대화를 거부한 채 폭력적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옳다고 하더라도 또한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과격 시위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노동자·농민들의 분노의 표출이라는 사실이다. 90년대 말 경제위기 이후로 우리 사회는 분배구조가 급격히 악화되어 왔다.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90년대 중반 0.28에서 경제위기 이후 0.32로 갑자기 뛰어올라 최근까지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소득불평등은 재산불평등,특히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에 비할 것이 아니다. 분배의 악화로 경제적 처지가 더욱 어려워진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이러한 일들이 보다 노동자,농민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들의 입장에 가깝다고 여겨져 온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에 걸쳐 일어난 것은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노동자와 농민들의 불만과 절망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있다.최근 검찰 조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치권과 재계의 검은 커넥션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이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들의 월급과 재산을 서슴지 않고 가압류하는 대기업들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 노동자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라!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노동문제가 단지 노사간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노정간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바로 정치권과 재계의 깊은 유착관계였다면,오늘날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동자와 농민들로 하여금 한결같이 정부와 정치권을 성토하게 만드는 것 역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정경유착이다. 전세계적인 경기의 호전과 그에 따른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국내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들이 제시되지만 여전히 피부로 느껴지는 국내 경기는 차갑기만 하고 소득 2만달러를 기약하는 정부당국자의 발언은 점점 더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을 이루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정권에 속한 정치인들이 모처럼 야당과 국회에서 합의한 정치적 사안이 국회의원 의석 수를 늘리는,보다 직설적으로 자신들의 밥그릇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는 데에 국민들은 또 한번 절망한다. 거리로 뛰쳐나와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것이 노동자와 농민들이 당면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한 걸음씩 물러나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은 수용하고 보다 현실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의 상대방이 내 당면한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노동자와 농민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절망과 분노를 제대로 이해할 때에만 진정한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 당국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노동자,농민과의 힘 겨루기 차원에 머문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적 갈등 해결능력 면에서 한치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 준 연세대교수 사회학
  • 전신 화상 극복 이지선씨 모교특강

    교통사고로 얼굴과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도 재활상담가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이지선(사진·26·여)씨가 20일 모교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특별 강연했다.이씨는 이 대학 유아교육과에 재학중이던 지난 2000년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다 음주운전 차량과 추돌해 발생한 화재로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다.이씨는 전신 소독과 손가락 절단 등 7개월 남짓 장기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국내의 한 방송사가 제작한 휴먼 다큐멘터리에 출연,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이씨는 이날 강연에서 사고 이후 겪은 시련과 이를 극복한 과정을 담담하게 술회했다.이씨는 “퇴원한 뒤 심하게 변형된 외모 때문에 한동안 거울도 보지 않고 사고 이전의 내 모습만 떠올렸다.”면서 “그러나 절단된 손가락으로 세수를 하고 옷을 입을 수 있게 되면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잃어버린 부분에 집착하기보다 역경 속에서 새롭게 얻게 된 것에 희망을 걸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열린세상] ‘부자되기’ 경제교육 위험

    아파트 값의 가파른 상승,계층간의 위화감,이민 열풍,원정출산,지나친 사교육,젊은이들의 10억원 모으기 운동 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접하는 일들이다.이런 현상들은 모두 돈과 관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혹자는 우리사회가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혹자는 천박한 금전만능주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지나치게 치우치기 때문에 균형감을 잃어버려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양의 어느 문학가는 “돈은 인간의 제 6감이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돈이란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몇몇에게 돈이 집중되고 나머지는 상대적 내지는 절대적 박탈감에 빠진다면 분명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다.우리 사회가 최근 이런 부작용으로 비틀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유한 자들은 더 많이 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발버둥치고 있다.그 이면에 빈곤과 절망 속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 증가한다.당연히 사회적 긴장이 증가하고 불신과 불안이번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초등학생부터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이를 가르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물론 어린이들이 돈의 소중함을 깨닫고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조절력을 길러준다는 표면적 이유는 그럴듯하다.하지만 그 이면에 부모 마음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경제교육보다는 부자되기 교육의 측면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과연 어린 아동들에게 이런 교육을 시켰을 때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돈을 버는 것이 너무나 소중해진 사회에서 모두가 허겁지겁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잘 심어놓아야 더 쉽게 부자가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한 개인에게 일생동안 남아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따라서 어릴 때 사회나 부모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한 개인과 사회에 몹시 중요한 일이다.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돈은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할까? 아니면 돈이 있어도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여유를 길러야 할까? 몇 년전 유행했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가 떠오른다.지금 우리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린 새싹들에게 그 광고의 이미지를 깊이깊이 뇌리에 새기는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굳이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던 우리 어른들도 이렇게 돈에 열광하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우리 어른들의 돈에 대한 왜곡된 꿈을 다음세대에까지 전달하지 말자.돈을 제대로 쓰고 관리하는 법은 대학생들에게 오히려 필요한 교육이다.최근 카드 빚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어린이에게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여유를 먼저 함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의 교육이다.왜냐하면 그들이 자랐을 때 꼭 부자가 될지 아닐지는 미지수이므로 돈과 무관하게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오히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부자가 되었을 때 더 큰 행복을 누릴 것이며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왜곡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과 무관하게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일까? 가족간의 사랑,친구들과의 우정,놀이의 즐거움,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너무나 평범해서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요즘 우리 어린이들은 이러한 평범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그래서 항상 돈에 연연하는 어른들은 부자되기 교육을 자녀에게 시켜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더 이상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다음 세대에 남기지 말자.우리 자녀에게 부자가 되었을 때 더 행복하고 여유롭게,부자가 아니더라도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좋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교수
  • “공무원시절 몸에밴 ‘똥고집’ 가끔씩 부리다 혼쭐납니다”/경제관료서 변신 10개월 강승모 ‘유동골뱅이’ 사장

    국내 골뱅이통조림 시장의 절반을 석권하고 있는 ‘유동 골뱅이’ 강승모(康承模·41) 사장은 “골뱅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했다.생뚱맞다. 골뱅이의 본디 생김새를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강 사장은 “껍데기의 나선이 거칠게 휘감아 올라가면 소라,부드럽게 올라가면 골뱅이”라고 설명해준다.골뱅이의 표준말은 고둥이라는 보충설명도 이어져 나온다.‘맞나?’하는 반문에 앞서 영락없는 ‘골뱅이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이제 그에게서 경제관료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올해 설(2월1일)을 쇠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시쳇말로 ‘잘나가는’ 엘리트 관료였다.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을 그만두고 사업가로 변신한 지 10개월.실물경제에 부딪쳐본 소감을 물었다. “지난 2년동안 중국을 여섯번 방문했습니다.네 번은 공무원으로서,두 번은 사장으로서 갔는데 공무원일 때는 ‘아,대단한 나라구나’ 하며 입을 벌렸습니다.그런데 사장일 때는 살이 떨리더군요.” ●행정고시 동기중 최연소 과장 승진 유동 골뱅이는 직원이 경남 통영공장 생산직원들을 포함해 90여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그러나 시장점유율은 대그룹 ‘동원’을 제치고 부동의 1위다.공식 회사이름은 유성교역물산.‘유동’은 창업주인 강순걸 현 회장이 1965년 꽁치통조림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용한 점쟁이에게서 하사받은” 이름이다. 본사 직원이 몇 안되다 보니 강 사장은 회사에서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수입산 기계의 고장수리를 부탁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무역부 대리에서부터 CEO까지 1인 다역”이라며 웃는다. 시간을 거슬러 중학교 3학년 시절.“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왕이면 학자보다는 (먹고 사는)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제관료가 되고 싶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때 행정고시(28회)에 붙었다.프랑스 파리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1985년 경제기획원(지금의 재정경제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진념·전윤철 전 경제부총리의 비서관도 지냈다.지난해 3월에는 동기 중에 가장 어린 나이로 과장 승진을 했다. ●가업 이으려 선택… 후회는 없어그런데 왜 갑자기 인생을 틀었을까.지난해 가을,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강 회장이 쓰러졌다.두 차례의 뇌수술이 이어졌다.새 해를 앞두고 아버지는 아들 손을 잡고 “네가 사업을 좀 맡아줘야겠다.”고 했다.마침 아들도 ‘이 길(경제관료)이 확실한가.’ 하는 회의가 서서히 들고 있었다.“큰 고민없이” 가업(家業)을 선택했다.그리고 여태껏 후회는 없다. 그렇다면 한발짝 물러서서 본 공무원 조직은 어떠할까. “기업이든 정부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입니다.그런데 기업은 (의사결정의)결과를 중요하게 여깁니다.반면 정부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착하지요.”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결재판’을 들고 다니는 곳은 정부부처와 한국은행밖에 없을 것이라는 강 사장은 기업의 골프 접대비를 비용(손비)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던 국세청의 계획도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현재도 손비인정한도가 매우 낮아 골프접대비의 비용 인정 여부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전혀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발짝 물러서서 보니 탁상행정 많아 “막상 실물경제에 부딪쳐보니 이론과 다른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명색이 재경부에서 국제금융을 다뤘던 만큼,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환위험 헤지(회피)를 하려고 열심히 알아봤습니다.그런데 결론은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헤지하는 비용이나 하지 않는 위험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정부가 기업을 유형별로 나눠 접근하지 않는 이상,환위험 헤지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강 사장은 “그래도 경제관료 경험이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가끔은 공무원시절 몸에 밴 ‘똥고집’ 때문에 ‘회장님’에게 혼도 많이 난다고 한다.공무원은 한번 옳다 싶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사업은 그게 아니다 싶어도 타협이 필요하더라는 고백이다. CEO로서의 그가 요즘 가장 신경쓰는 대목은 품목의 다변화다.식품사업의 특성상 한가지 품목(골뱅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위험부담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서울 역삼동의 한 벤처빌딩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은 세계적인 일본 통조림 ‘하고모로’ 등 ‘벤치마킹할' 제품들로 빼곡하다. 값싸고 맛좋은 원료 확보도 큰 고민이다.세계 1위의 골뱅이 소비국답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에 8t트럭 2500대 분량의 골뱅이를 먹어치운다.탓에,동해 골뱅이는 일찌감치 동났다.‘유동 골뱅이’는 전량 영국에서 들여오는 수입산이다.“맛이 비슷하면서도 좀 더 싼 골뱅이를 찾아내면 통조림 등 가공제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강 사장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골뱅이를 흔들어 보였다. 안미현기자 hyun@
  • 청화스님의 수행과 삶/부처님 법대로 주지 마다하고 40년 정진

    12일 평소처럼 태연하게 미소 띤 얼굴로 열반에 든 조계종 원로회의 위원 청화(淸華)스님.언제 어디서나 죽고 삶에 연연하지 않았던 스님은 자신에게 혹독할 만큼 엄격했으나 모든 사람을 부처로 여기고 배려하는 큰 인물이었다.이제 육신은 소멸한 채 탐(貪)진(瞋)치(癡)의 삼독(三毒)으로 가득한 화택(火宅)에서 벗어났지만 영롱한 사리로 남아 무언의 설법을 전하고 있다.생전 몸은 세속에서 떨어진 채 변함없이 구도의 길에 매달렸지만 마음은 그 누구에 대한 편견 없이 자비와 관용을 향해 열어놓았던 큰 스님.열반 후에도,스님이 조실로 주석했던 전남 곡성 성륜사에는 스님의 극락왕생과 영혼불멸을 기원하는 추모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청화 스님 어디로 가셨습니까.’ 지난 16일 스님의 영결식장인 전남 곡성 성륜사에 모인 스님,신도들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한번의 주지 소임도 맡지 않은 채 40년간 토굴과 암자를 구름과 물처럼 전전하며 수행에만 매진한 스님이 어떻게 그많은 상좌(제자)를 둘 수 있었을까.스님을 은사로 출가한상좌는 자그마치 136명.그것은 ‘부처님의 법대로 따른다.’며 청정무구한 수행으로 일관한 스님을 추앙하는 납자와 수행승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성륜사 주지 도일 스님은 “스님에 대한 기록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 것은 겉치레와 형식에 매이지 않은 스님의 수행관과 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총무원 간부며 중앙종회 의원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받았으나 번번이 내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원로회의 위원에 추대될 때도 극구 사양했으나 종단의 간곡한 요청에 “위원을 맡되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겠다.”고 선언,단 한 차례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좌불와의 수행자’‘일종식 납자’‘염불선의 실천자’….많은 스님들은 “내가 보아온 수많은 수행자들 가운데 가장 치열하고 열심히 수행한 스님”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1960년대 한 암자에서 정진할 당시 한겨울 바위틈에서 나오는 찬 샘물을 머리에 부으면서 공부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토굴에서 참선할 때 아무데서나 한가지 반찬에 밥을 먹으면서 시자들에게‘시간 낭비는 생명낭비’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격식을 싫어해 녹차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맏상좌인 용타(전주 기신사 회주)스님은 “청화 스님이 주위 사람들에게 ‘출가했으면 부처님 법을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행법이 다르다고 해서 수행의 기본정신이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스님은 종파성을 지양한 통불교(通佛敎)와 함께,선·염불을 하나로 모은 염불선을 주창했다. 임종 직전 상좌들과 법담을 나누던 스님은 “금생에서의 세연이 다했으니 이제 가련다.화합하고 수행을 열심히해 중생구제하는 게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imus@ ■청화스님 유언 스님은 자신을 지키는 데는 철저했으면서 그 누구에게도 말을 낮춤 없이 존대한 것으로 유명하다.상좌인 성전 스님(전 옥천암 주지)은 “스님을 한 번이라도 친견한 이라면 모두 귀의할 마음을 가질 정도로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을 잃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성륜사 전국신도회 회장 정해숙(68)씨는 “스님이말과 행동을 달리했던 때를 본 적이 없으며,시봉 스님들에게도 자신을 따르기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그래서인지 의사 교수 예술인 기업가 정치인 등 스님과 인연을 맺어 자주 찾은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홍라희 부부,대상그룹 회장 임창욱·박현주 부부,전 대통령 전두환·이순자 부부,박선자 경상대 교수,이중표 전남대 교수,배광식 서울대 치대교수,윤산 화백,아산 조방원 화백….스님이 임종 때까지 주석하던 성륜사도 아산 조방원 화백이 10만평을 내놓아 건립됐다.미국 카멜 삼보사에 선방을 세울 때도 외국인 불자가 땅을 기증했다고 한다.스님을 찾아오는 이는 반드시 산문까지 직접 나와 배웅했으며,최근까지도 손수 법복을 빨아 다려입었다. 광주 추강사에 주석하던 시절 일화는 유명하다.스님들이 먹을 쌀이 2∼3일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찾아든 딱한 객승에게 쌀독에 남은 쌀을 모두 걸망에 담아주었다.두륜산 진불암에 머물 때는 갑자기 절을 찾아온 낯선 스님을 위해 40리 떨어진 해남까지 내려가 제물을 준비해와 제사의식 가운데 절차가 제일 복잡하다고 하는 구병의식을 베풀기도 했다.스님의 하심은 많은 이들을 감복하게 해 출가토록 했다. 대흥사 상원암 주지도 출가전 무례한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으나 “자네는 아주 점잖은 사람”이라고 다독여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상좌다. 스님은 임종 며칠 전 시자들에게 “올 때도 빈손으로 왔는데 굳이 마지막 가는 길을 호화롭게 할 필요가 있느냐.”며 “죽은 뒤 거적에 말아 일반 화장터에서 화장해 아낀 돈을 불우이웃 돕기에 써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청화스님 어록 ●비록 몽매에 사무친 그리운 귀향의 길이라 할지라도 고달픈 나그네에게는 가파른 산 너머 아득한 마을일 것이며 번뇌의 해탈과 영생의 행복을 지향하는 위(끝)없는 정도(正道)일지라도 삼독심(탐욕 분노 어리석음)에 얽매인 중생들에게는 천리만리 머나먼 꿈나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나 참다운 자아를 성취한 거룩한 성자들에게는,닿기만 하면 황금빛으로 변한다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와도 같이 영원히 행복한 금빛 찬란한 극락정토 아닌데가 없습니다.(1986년 월간 ‘금륜’창간호) ●우리는 죽지 않고 나지 않는 도리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내가 분명히 죽고,나하고 친한 분들도 다 죽는데 왜 죽지 않는 것인가? 헛 것이며 그림자인 우리 몸만 그때 그때 사라지는 것입니다.생명 자체는 절대로 죽음이 없습니다.지금 당장에 어느 분이 인연이 다해서 금생의 목숨이 끊어진다고 합시다.그런다 하더라도 그분의 목숨은,생명 자체는 조금도 흠축이 없습니다.다만 그 사람이 얼마만큼 업을 지었는가의 업장,따라서 지금 그의 몸이 죽어 있는 상태가 안락스러울 것인가,또는 고통스러울 것인가 하는 차이뿐입니다.(1991년 3월 불교방송 초청법어) ●우리가 성불할 때까지는 사뭇 놓치지 않고서 공부를 해야 되겠지만 우리 중생은 모양세계에 놓여 있습니다.모양세계란 것은 그때그때 구분이 있고 한계가 있습니다.하루에 세때 먹어야 되고 갈곳은 가야되듯이,모양에 따른 한계가 있어서 쉴 때도 필요하고 푸는 제도나 맺는 제도도 있고 처음과 끝이 있습니다.속물이란 모양에 집착하는 것이 속물입니다.(2001년 동안거 해제법어) ●아파하는 마음이 어디에 있고 미워하는 마음이 어디에 있고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 따로 있단 말입니까? 좋아하는 마음도 모양이 없고 미워하는 마음도 모양이 없고 똑똑한 척하는 마음도 모양이 없습니다.모양이 없으면서 분명이 존재하고 한도 끝도 없는 것을 구합니다.모양이 없다는 것은 마음이 얼마만큼 크다고 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마음은 어디 국한되게 크고 작은 것으로 비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한도 끝도 없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2000년 11월 성륜사 정기법회 법어)
  • [사설] 머뭇거리다 놓친 韓·멕시코 FTA

    멕시코 정부가 당분간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멕시코 정부는 자국의 경제 발전 단계로 볼 때 이미 충분히 많은 FTA를 체결했다는 것이다.우리의 경우 최초로 체결한 한·칠레 FTA조차 국회의 비준 지연으로 발효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32개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로서는 ‘배부른’ 소리를 할 만하다.하지만 북미 수출시장 방어망 구축을 위해 멕시코와의 FTA 체결이 시급한 우리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멕시코 정부가 FTA 체결 협상 중단의 예외로 인정한 일본을 비롯,FTA 체결국들은 멕시코 시장에서 무관세 또는 비관세장벽 철폐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우리는 높은 관세와 각종 규제를 감수하며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멕시코 정부가 지난 2000년 FTA 체결을 요구했을 때 퇴짜를 놓았다가 뒤늦게 재계의 요청을 받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서 멕시코와의 FTA에 매달린 사실을 기억한다.이번 사태는 따지고 보면 FTA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잘난 척하다가 당한 꼴이라 할 수 있다.그런의미에서 우리는 향후 FTA 전략을 세울 때 ‘멕시코 교훈’을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국내 이해단체의 반발 우려 등 작은 것에 집착하다가 수출시장 상실이라는 더 큰 실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자주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역간·국가간 협력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한·칠레 FTA 비준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멕시코 정부가 2∼3년 동안 FTA 협상 중단을 선언한 만큼 우리는 그 이후에 대비해 협상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앞으로 도하개발어젠다(DDA)로 관세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비관세장벽 철폐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 “모자란듯 보이는게 매력이래요”KBS2 ‘대한민국 1교시’ MC 김원희

    “가끔 엉뚱한 강사들은 MC에게도 (답변하라고) 시켜요.우리 시킬까봐 엄청 조마조마하죠.”(김원희·사진) ‘교육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하며 지난 가을개편 때부터 출범한 KBS2 ‘대한민국 1교시’(진행 김원희,이훈·연출 이용우,고원석).분야별 전문가들을 불러 면접 보는 요령,메모 비결 등을 배워보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즉 교육오락 프로다.일정한 기간 영어,북한 등 주요 테마를 잡고 유명 강사 등을 초빙해 집중적으로 비법을 전수받는다.첫 두 달간의 테마는 영어다. 이용우 프로듀서는 “매년 1조 4000여억원의 사교육비가 투자되는 영어 등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는 주제를 시청자보다 낮은 눈높이에서 풀어보고 싶다.”면서 “그런 점에서 넘치지 않고 모자라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어 김원희를 진행자로 택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사실 달리 이유가 필요한가요? 최고의 현역 MC 중 하나인데” 김원희도 “개인적으로 상당히 신기해하면서 많이 배운다.”며 웃었다.“MC하면서 이렇게 많이 참여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짜릿하고 즐겁죠.시키면 망신당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요.” 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뽑혔지만 지금은 ‘최고의 MC’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 길에만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글쎄요.그런 질문 받을 때가 제일 어색해요.꼭 연기를 해야되는 것 같은 강박관념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김원희는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천성인 것 같아요.원래 일과 사생활을 잘 분리시키지 못하거든요.제가 좀 영리하게 굴었더라면 지금처럼 MC로 나서지는 않았을 겁니다.전 편한대로,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좌우명도 “최고의 사람이 되기보다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로 정했단다. “나 아니면 안되는 영역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팬들에게 동경의 대상보다는 친근한 옆집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채수범기자 lokavid@
  • 새해예산안 진통 예고/민주·우리당 “3조 증액” 한나라 “최소 2조 삭감”

    117조여원의 정부 새해 예산안을 놓고 국회가 12일 본격 심의에 나섰다.그러나 여야의 시각차가 적지 않아 합의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당장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3조원 정도의 증액을 주장한다.반면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안이 이미 5조원 남짓 적자 편성된 것이니 더 깎아야 한다고 맞서 있다. ●한나라당,“적자재정 절대 불가”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고,청년실업 해소 등 경제살리기 예산을 증액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방침이다.적자재정 편성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5조원 안팎의 세출항목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다. 한나라당은 삭감규모를 정해 놓지는 않았다.그러나 일단 정부 예산안을 4조 8000억원 적자예산으로 보고 있다.이 때문에 균형예산을 위해선 정부가 추가 세입확보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상당수준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김성식 제2정조위원장은 “최소한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분 2조원은 전액 일반회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세출부문에서 2조원 이상 삭감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삭감·조정대상 예산으로 한나라당은 ▲지역균형개발명목 예산 ▲수도권내 정부청사 신·증설 예산 ▲민자사업 지원예산 ▲남북협력기금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연금 등으로 잡아 놓고 있다.특히 국방부의 다목적 헬기 사업(13조∼15조원),환경부 수도권대기질 개선사업(6조 9000억원) 등 대형국책사업에 대해서는 국회예산정책처에 사전 타당성 평가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정반대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세입 축소를 통한 민간 주도의 경기활성화보다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한다.이같은 기조 아래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내세워 3조∼5조원 증액편성을 주장한다.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주·우리당“재정확대로 경기부양” 민주당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체감경기가 너무 어려운 만큼 균형재정에 집착해선 안된다.”며 “3조∼5조원 정도 국채를 발행,적자예산을 편성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중소기업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확대,청년실업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부품소재·정보기술(IT)·생명공학(BT)산업 등 미래성장산업부문도 예산을 집중 배정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 역시 지난달 16일 김근태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밝힌대로 3조원 증액편성을 주장한다.SOC 투자에 2조원,산업 및 중소기업 지원에 5000억원,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에 5000억원을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생활안정 및 차세대 성장동력 배양을 위한 투자를 기조로 예산심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
  • 굴 ‘사랑의 묘약’ 더 남성답게… 더 여성스럽게…

    ‘굴을 먹으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 남해안에서 ‘영양 덩어리’ 굴이 나오기 시작했다.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수입 절차의 하나로 지난 1972년 이후 해마다 조사할 정도로 우리나라 남해안의 굴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11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나는 굴을 최고로 친다. 우윳빛에 짭조름하면서 씹히는 듯 녹는 알굴은 생선 회를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날 것으로 먹는다.프랑스의 최고급 요리 가운데 하나는 반각에 올려진 생굴에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것이다. 이런 굴의 효능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말들이 동·서양 모두에서 전해온다.‘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는 옛말처럼 흰 피부를 원하는 사람에겐 굴이 좋다.또 눈 깜짝할 사이 해치우는 것을 두고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이란 말도 있고,과묵한 남자를 ‘굴 같은 사나이’,정조가 강한 여성을 ‘굴 같은 여인’이라며 일상과 직결시키기도 했다.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한번에 12타스(144개)의 굴을 먹었고,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앉은 자리에서 175개의 굴을 먹어치워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서양에선 굴은 정력에 좋다며 미신적일 정도로 집착했다.유럽에서는 생굴만 취급하는 ‘오이스터 바’가 성업하고 있다. 영양 많은 굴은 ‘바다의 우유’,‘바다의 현미’,‘바다의 의약품’ 등으로 불린다.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성장기의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은 식품이며,불면증과 변비 치료에 효과가 좋은 칼슘과 비타민A·B1·B2·C 등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굴을 장기간 섭취하면 고혈압,뇌졸중,동맥경화,간장병,암,골다공증 등 중·장년기를 위협하는 각종 생활습관병(성인병)이 예방된다.또 19종의 필수 아미노산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기능성 성분 타우린은 단백질을 분해하며,담즙 분비를 촉진한다.또 간기능을 부활시켜 해독과 이완작용을 도우며,해열과 진통에도 효과적이며 숙취의 독소를 제거한다. 서양인들이 굴에 특히 집착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글리코겐과 아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에너지의 원천인 글리코겐은 피로하게 만드는 독소인 유산의 증가를 억제한다.아연은 남성의 정액 중에도 다량 존재하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활성화에 중요한 물질이다.성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성관계 직전 굴을 다량 먹도록 했더니 절반 이상이 좋은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굴을 상용하면 여성의 생리량이 늘며,그 색깔도 선명해진다고 한다.그리고 냉이 있는 여성에게도 치료효과가 탁월하다.굴은 남성을 더욱 남성답게,여성을 더욱 여성스럽게 해 주는 식품이다.굴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E는 강장효과를 높이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 담배 끊기만큼 어려운 것이 여자들에겐 살빼기이다.살빼기 다이어트로 한끼 식사 대신 굴 5∼6알을 먹는 것도 괜찮다. 나머지 두 끼는 정상 식사량의 80% 정도 섭취하면 된다.칼로리는 적지만 필요한 영양소는 듬뿍 함유하고 있는 굴에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외면하는 이들도 있는데,굴의 콜레스테롤은 약알칼리성에 불포화지방산이어서 피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 굴은 이렇게 좋지만 1년 내내 먹을 수는 없다.산란기인 여름철에는 영양과 맛이 떨어지고,부패로 인한 식중독 예방 차원에서 먹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그래서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마라.’(한국),‘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마라.’(일본),‘R자가 들지 않은 달에는 굴을 먹지 마라.’(5∼8월·서양)는 등의 속설도 나라마다 전해온다. 신선하고 좋은 굴은 빛깔이 밝고 선명하며 너무 희지 않고 유백색을 띤다.알굴은 가장자리 외투막에 검은테가 둘러져 있고,육질이 통통하며 우윳빛이 나는 것이 좋다.맛을 봤을 때 바다 특유의 짠맛이 남아 있고 만졌을 때 오돌오돌하며 탄력이 있는 게 싱싱한 굴이다. 생굴은 씻지 않은 상태로 섭씨 4도 정도의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굴을 씻을 때 수돗물로 씻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맛과 영양이 녹아 나온다.수돗물 대신 바닷물이나 찬 소금물로 씻는 게 좋다. ■ 도움말 박미선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실장,조영제 부경대 식품공학부 교수,김성수 63분수프라자 조리장 이기철기자 chuli@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거리에서… 카페에서… “토론해 볼까요”

    요즘 미국에선 특정 이슈에 관해 격의없이 편한 곳을 골라 아무데서나 함께 모여 토론하는 일회성 모임이 새로운 토론문화로 자리잡고 있다.1980년대 식자층의 칵테일 파티나 90년대 직장인들의 독서클럽 같이 서로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끼리끼리 모이는 모임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하지만 이 새로운 토론문화는 누구나 참석이 허용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멤버십 모임과는 크게 대조된다.이 새로운 추세는 싱크탱크나 대학 등이 주최하는 포럼과 달리 인터넷 등을 활용,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점도 색다르다.이른바 온라인 대화방이 거리로 나선 셈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어느 평일 저녁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실버 스프링지역에 있는 ‘메이올가 커피 숍’에 13명의 남녀가 모였다.대부분 서로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나이는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로 다양했으며 직업도 대학생에서 직장인,의사 등이 포함됐다. 각자 자기소개가 끝난 뒤 컨설팅 회사에 다는 대니얼 키건(34)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뱃속의 아기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하겠는가.나라면 아내에게 낙태를 권유하겠다.” 다른 여성이 말을 이었다.“심장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출산시 산모의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산모가 원하면 낙태를 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모두가 낙태금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번갈아 내놓았고 사회의 경각심이 더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토론은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그리곤 헤어져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다시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굳이 다음 모임의 장소와 날짜에 큰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사진 찍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발제자가 따로 없는 카페 포럼 워싱턴에 소재한 수십개의 싱크탱크들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각종 세미나를 연다.당면한 이라크 문제뿐 아니라 환경·낙태·건강·안보 등 모든 이슈를 망라한다. 분야별 전문가 3∼5명이 먼저 자기 의사를 밝히면 청중들이 질문하고 이에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싱크탱크들은 세미나에서의 대화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보고서를 내는 등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혀 다른 형태의 토론문화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한 마디로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모여서 얘기해 보자.”는 식이다.참석자 전원이 발제자이고 토론자이자 청중이다.모임은 각종 연구소와 대학가,서점가,전문가 그룹 등에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발달의 턱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트업 닷 컴(meetup.com)’이다.현재 전세계적으로 78만여명이 가입해 2000여 이상의 주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나누고 있다.기존의 온라인 대화방과 다른 것은 가입자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 특정 주제를 논의한다는 점이다. 날짜와 장소를 연구소가 지정하는 게 아니라 가입자들이 투표로 정한다.주로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숍이나 피자점과 같은 지역 음식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카페 포럼으로도 불린다.미트업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는 그같은 만남을 연계하는 일종의 게시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거주지역인 실버 스프링에서 낙태지지 모임에 참석한 키건은 “일반 세미나와 포럼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초점을 맞춰졌지만 카페 포럼은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특정 모임에 구속될 필요가 없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를 수시로 찾아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 ●격식 없고 현실적인 대화 모임 온라인 대화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그러나 자기 의견을 일방적으로 개진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점차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특히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대화방에선 대화의 깊이가 부족하고 자칫 상호 비난으로 흐를 수도 있다. 하버드대에서 지역발전론을 연구하는 로버트 푸트남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더욱 실질적이고 진지한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싶어한다.”며 “최근 거리에서 이뤄지는 각종 토론모임은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과거 칵테일 파티가 와인을 곁들여 예술이나 음악 등을 논의했고 독서클럽이 비현실적인 문학에 치우쳤다면 카페 포럼은 선거나 중동문제와 같은 정치·외교적 이슈에서 의료보험·건강 등 현실적 문제를 다뤄 일반 시민들의 직접적인 관심을 반영한다. 더욱이 카페 포럼에 참여하는 비용이 적다는 것도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독서클럽은 최소한 특정한 책을 사고 읽어야 한다는 ‘경제적·시간적 비용’이 요구되고 칵테일 파티나 기존의 세미나는 참여의 범위가 제한된데다 경우에 따라 최소한의 비용을 요구한다. 일년 전 직장동료 10명끼리 독서클럽을 운영했다는 한 부인은 “참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책을 읽지 않아 모임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저녁식사를 곁들여 주요 이슈를 한 달에 한 번씩 논의하는 카페 포럼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그녀는 모임의 성격이 바뀐 뒤 멤버를 제한하지 않으며 직장내 다른 동료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전에도 새 바람 일으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지사가 민주당 후보 경선전에서 약진하는 결정적 이유는 카페 포럼의 위력을 일찍이 간파하고 유세에 적극 활용해서다.그는 미트업 닷 컴을 활용,미 전역에 딘 후보의 정책과 주장을 논의하는 토론 그룹을 만들었다. 1∼2주에 걸쳐 커피 숍 등에서 이뤄지는 자발적인 토론은 당연히 지역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딘 후보의 인지도뿐 아니라 지지도까지 높였다.결국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 등 다른 후보들도 이에 뛰어드는 등 카페 포럼은 미국의 선거문화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카페 포럼의 파워는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예컨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5일 출산낙태 금지법안에 서명하자 카페 포럼을 통한 반대운동이 미 전역에서 일고 있다.18일 미 604개 시에서 ‘여성의 생명을 구하자.’는 카페 포럼이 열리는가 하면 내년 4월25일 전 세계에서 낙태를 지지하는 행진에 참여하자는 제안에 3244명이 서명했다. 토론토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보니 에릭슨은 “토론 그룹에 일단 참석하면 누군가의 의견이 자신에 유익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의견 개진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은 여론 형성의 밑바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카페 포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대부분의 토론이 같은 생각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논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들이 제각각 모임을 갖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도와 열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카페 포럼이 정치와 종교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한 종교관련 토론그룹은 미국내 203개 교회에서 동시에 열려 교세확장에 활용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그러나 대학가와 서점가뿐 아니라 기존의 연구소와 스미소니언 박물관,기업 등에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여서 길거리 토론문화는 풀뿌리 민주주의 다른 형태로 지속될 전망이다. mip@ ‘브라운백' 모임 워싱턴서 인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새로운 형태의 토론문화인 카페 포럼이나 기존의 일반 세미나와 달리 워싱턴 지역에서는 도시락 모임(brownbag)이나 원탁 토론회(roundtable)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특정 주제를 논의하는 모임으로 연구소 등이 주최하고 정례적으로 모인다는 점에서 카페 포럼과 성격을 달리한다.또한 전문가가 여러 명이 아닌 한 명이고 참석자가 동시에 토론자로 나서는 점에서는 세미나와 다르다. ●특정주제 나누는 연구소 정례모임 회원제는 아니지만 일반인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고 특정 그룹만 대상으로 열린다는 측면에선 카페 포럼과 세미나 모두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브라운백은 미국인들이 누런 종이 봉투에 샌드위치나 음식을 넣어 갖고 다닌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예컨대 한국경제연구소(KEI)는 5일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동북아의 안보환경이라는 주제로 브라운백 모임을 가졌다.일본 방위청 산하 국립안보연구소(NIDS)의 타케사다 히데시 교수의 주제 발표에 한국과 일본 언론인 및 동북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문가 1명에 참석자가 토론자로 헤리티지 재단의 동아시아 연구센터는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지낸 피터 브룩스 소장의 주재로 라운드 테이블을 갖는다.일본·중국·한국·타이완 등의 아시아 언론인을 상대로 미국이 보는 북핵 시각과 중국·타이완의 양안문제 등을 오프더 레코드로 논의한다. 허드슨 연구소의 로버트 두자릭 연구원과 CATO 연구소의 더그 밴도 연구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점심모임(luncheon)을 자주 갖는다.허드슨 연구소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적하는 반면,CATO 연구소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은행 워싱턴 사무소가 매달 개최하는 브라운백 모임도 관심을 끈다.경제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교육·환경·안보 등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주제로 삼는다.주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하면서도 한국계뿐 아니라 현지 전문가들을 연사로 모시는 게 장점이다.
  • IMF “돈 더 풀어 내수 살려야”/정부 초긴축 예산편성과 배치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돈을 더 풀어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는 우리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초긴축으로 편성한 것과 배치돼 주목된다.IMF는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축이 돼 시도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노사관계,제2금융권 구조조정,서비스업 육성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는 조슈아 펠만 아시아태평양국 한국담당 과장을 단장으로 한 IMF 연례협의단과 5일 2주간 일정의 정례협의를 시작했다. 첫 날 협의에서 IMF측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다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앞당기려면 한국 정부가 너무 균형재정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수출에만 의존한 현재의 경제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정(국가예산)을 더 풀어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아울러 서비스업 등 새로운 성장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재정경제부 최중경(崔重卿) 국제금융국장은 “(IMF연례협의단이)투신증권사 등 기업·금융 구조조정,노사관계,금리정책등 주요 현안에 대해 두루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재신임 문제 등 정치적 사안에는 관심이 없다고 먼저 밝혀 왔다.”고 전했다. IMF측은 특히 우리나라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집요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미현기자
  • [김경신의 중견기업 탐방] 재무구조 탄탄 ‘숨은 알짜’ 많아

    대한매일이 한국증권분석사회(회장 오호수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와 공동으로 기획한 ‘김경신의 중견기업 탐방’이 10개월 만에 20회를 넘었다.대한매일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지만 증권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기업들을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격주로 소개해 왔다.업체를 직접 탐방해온 증권분석사회 리서치담당 김경신(브릿지증권 상무) 이사와 본사 증권담당 김미경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중견기업의 현실과 문제점을 중간 점검해봤다. 김 이사 중견기업의 명확한 정의가 없어 탐방기업 선정 때 애를 먹었습니다.산업자원부 기준으로 종업원 300명 이상은 대기업,300명 미만은 중소기업입니다.에이스침대와 국순당처럼 해당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중견기업으로 분류하기에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그러나단일 기업으로 시장지배력이나 지명도 등에서 인정받은 업체들 위주로 선정했지요. 김 기자 중견기업 사장들의 나이는 대개 50대 후반에서 60대로,대담을 갖다보면 깊은 연륜이 느껴졌습니다.이들중 상당수가 사원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연마했습니다.월급쟁이 사장이지만 오너가 핀잔을 줘도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김 이사 그동안 소개했던 기업들을 주주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상장·등록기업인데도 우선 실적이 좋으니까 구태여 주주에게 기업내용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주주 편의주의’적인 기업도 있는 반면 주주에게 잘 보이려고 과대포장한 기업들도 있었습니다.또 상장·등록을 계기로 소액투자자나 장기투자자에게 배당을 우대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김 기자 일진전기·강원랜드·동양고속건설·빙그레·하나투어·국순당·동양크레디텍 등은 고배당 및 자사주 매입,무상증자 등을 통해 주주들을 적극 우대해 인상적이었습니다.그러나 모 기업 사장은 인터뷰 도중 “실적도 좋고 영업도 잘 하고 있는데 애널리스트 등 외부에 기업내용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말해 당황스러웠지요.탐방을 의뢰했던 상당수 업체들도 ‘영업만 잘 하면 그만이지 외부에 알릴 필요성이없다.’며 거절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김 이사 특히 A기업의 경우 월급사장이어서 오너(소유주)의 눈치가 보였던 탓인지 일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지요.오너가 사장을 맡고 있는 B기업은 대주주 관련 지분이 너무 높은데 회사가 다른 주주에 대한 배려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김 이사 한미약품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배당을 통해 수익을 더 많이 주고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습니다.또 매월 실적을 공정고시로 발표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는데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김 기자 직접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기업내용이 좋은 기업들이 많았습니다.개인적으로는 봉제완구업체 ‘소예’를 꼽고 싶습니다.코스닥에 등록됐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 이 기업을 탐방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는데,직접 방문해 보니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이런 기업들은 규모가 작아 애널리스트가 찾지 않고 홍보할 여력도 없다고 합니다.이같은 기업들이 좀더 외부에 소개되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주가가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 애널리스트 한 명이 맡은 종목은 적으면 40개,많으면 80개 정도입니다.1주일에 한 번 회사 한 곳을 방문한다고 해도 1년 동안 담당하고 있는 기업들을 한 번 이상 가기 힘듭니다.또 규모가 작은 회사는 아예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기자 투자자나 시장이 중견기업 내용을 몰라주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중견기업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부럽지 않을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신성이엔지·동양크레디텍·화천기계 등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독점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 없이는 대기업이 물건을 만들 수 없지요. 그런가 하면 ‘중견’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업체들도 있었습니다.탐방을 시도했던 팬텍의 경우,회사 관계자가 “우리 회사는 LG전자를 따돌리고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대기업”이라며 “중견기업 타이틀로는 인터뷰할 수 없다.”고 거부해 아쉬웠습니다. 김 이사 중견기업이 떠안고 있는 리스크(위험)도 분명히 있습니다.우선 작은 외부 충격에도 쓰러질 수 있지요.돈이 있는 기업은 있는 대로,없는 기업은 없는 대로 자산관리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합니다.의사 결정과정이 허술한 것도 취약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어느 기업은 외환위기 때 환율 급등을 타고 벌어들인 돈을 수백억원의 부채를 갚는 데 쓰지 않고 주식을 사들여 큰 손해를 봤습니다.그런데 왜 그 주식을 샀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고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감(感)에 의존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김 기자 중견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 이사 우선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활동을 고려해야 합니다.이들 기업에 애널리스트나 기자의 문의는 별로 없어도 ‘물량이 적어 주식을 살 수 없다.’든지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 등 투자자의 문의전화는 많이 온다고 합니다.문제는 기업들이 이런 문의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수익가치 위주로 탐방업체를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수익이 다소 낮더라도 자산가치가 높은 업체들을 발굴해 소개할까 합니다. 김 기자 최근 증시 상황은 외국인 매수세가 중견기업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으며,개인 투자자들 역시 저평가된 ‘알짜기업’의 주식을 외면하고 있습니다.‘인기주이냐 비인기주이냐.’에 집착하는 투자태도가 바뀌지 않고,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기업내용을 알리려는 노력이 없다면 중견기업은 증시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리 김유영기자 carilips@ ■‘한국신용평가정보' 탐방 1985년 국내 최초의 신용평가사로 출발한 한국신용평가정보는 기업·개인 신용정보업뿐 아니라 부실채권 추심,자산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종합 신용정보업체다. 박상태(朴相泰·사진·53) 사장은 “모든 사업분야에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면서 “보다 정교한 신용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고배당을 유지하는 등 고객과 주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올들어 3·4분기까지 매출액과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원인은. -기업정보사업의 경우,은행권의 위험관리시스템 강화에 따른 리모델링사업이 늘어났다.개인신용정보 및 채권추심 시장도 올들어 더욱 커져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특히 개인 신용도를 온라인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셀프-크레디트 체크’서비스의 가입고객이 증가,수익이 커지고 있으며 휴대전화 대금 연체에 따른 채권추심도 늘어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역할을 하고 있다. 세 가지 사업분야별 수익성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정보사업은 10%대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개인신용정보업에서 새로 시작한 크레디트뷰로(CB)사업은 현재 시스템 구축 등 투자단계이며,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3년 전 시작한 ‘셀프-크레디트 체크’서비스는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섰으며 회원도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또 올들어 휴대전화 대금 연체에 따른 채권추심 수요가 증가,KT·LG텔레콤·두루넷 등과 제휴를 맺고 관련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수익 증대가 기대된다.이밖에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사들인 부실채권 및 다중채무자 등의 개인금융채권 관련 자산관리업(AMC) 수익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개인신용정보 부문의 장래성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각종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CB사업의 전망은 밝다고 본다.현재 개인신용정보는 은행연합회에 축적된 연체 등 불량정보 위주로 되어 있다.CB는 신용불량정보에 대출 등 거래정보와 공공정보 등까지 합쳐 보다 정확한 신용정보를 제공한다.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회사는 미국 최고의 CB업체인 트랜스유니온사와 독점 제휴,방대한 신용정보를 모아 점수화해 제공하는 신용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가용자금 및 운용은. -현금으로 320억원 정도이며,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도 80억∼90억원 정도다.은행 위주로 안전하게 운용하다가 최근 우량 회사채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현재 134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은 자사주 매입·배당 등 주주이익 향상을 위해 쓸 계획이며,나머지는 신상품 개발 및 전산투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올해 예상 당기순이익83억원중 60% 이상 배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종업원중 정규직이 180명,비정규직이 450명으로 1대 3 수준인데. -신용정보업의 특성상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정규직에 필요한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다.채권추심 분야의 경우 비정규직을 활용,성과급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데이터처리 관련 인력도 연봉제가 많다. 자회사의 수익성과 지분법 영향은. -자회사 2곳(한신평·KIS정보통신)과 손자회사 1곳(KIS채권평가)이 있으며,모두 수익성이 향상됐거나 올들어 흑자로 전환됐다.지분법상 이들로부터 15억원 정도 이익을 거뒀다. 외국인 지분이 6월 말 22%였는데 최근 37.4%까지 늘어났는데. -GMO펀드·스탠더드퍼시픽캐피털(SPC) 등 미국계 장기투자펀드들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주식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현재 역량으로는 연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며,향후 CB시장의 확대에 따라 수익이 2∼3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투자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향후 중국·일본 및 동남아권 신용정보시장에도 진출,기업가치를높일 것이다. 김미경 기자 chaplin7@
  • [나의 건강보감]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

    “이제마 선생의 사상체질론은 이전의 중국식 의료지식을 거의 비판없이 수용해 온 조선사회에 던진 충격적인 반동이자 각성입니다.지금이라면 노벨상을 타고도 남았겠죠.그러나 사상체질론이 결코 완성은 아닙니다.저는 그 ‘미완’이라는 부분에 집착했고,그 결과가 바로 우리 민족의 체질을 남방계와 북방계로 구분한 것입니다.” 우리말 어원연구의 대가인 서정범(78)경희대 명예교수.그에게서 듣는 ‘남방·북방계 체질론’은 종래의 이제마식 사상체질론과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귀가 솔깃한 얘기다.그는 “내가 일평생 내 몸으로 체득해 숱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얻은 결론”이라며 주저없이 자신의 병력(病歷)까지 들췄다. ●개고기도 체질 나름…위장병 더 심해져 “지금 내 몸무게가 50㎏인데,전보다 한 3㎏쯤 빠진 거야.안 좋아서 빠진 게 아니고,이제야 몸이 제대로 된 것 같애.그 전에는 위궤양에 위하수,위무력증까지 겹쳐 약이다,뭐다 입에 달고 살았지.젊어서 꽤 유명하다는 한의사가 나보고 소음체질이라며 개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거야.그때부터 개고기를 입에 달고 살았어.하루 세 끼를 그걸로 때우기도 했으니깐….”정말 그는 개고기를 즐겼다.한번은 일본의 유명한 잡지사에서 그를 취재해 ‘보신탕 박사’라는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개고기에 인삼,꿀과 찰밥 등 소음인에게 좋다는 걸 다 챙겨 먹는데도 몸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위궤양만 더 심해졌다.“위장병 오래 앓았어요.내 아들이 의사인데 약 없어서 못고쳤겠어요.약 먹어도 그때 뿐이야.좀 나아지다 재발하고,또 생기고….나중엔 ‘이럴 바엔 차라리 거꾸로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찰밥 대신 쌀밥,사과 대신 바나나를 먹었지.그랬더니 소화도 잘되고 위궤양도 진정되더라고.그래서 뭐가 문제였나 하고 고민을 시작한거지.” ●사상체질론 대신 남방·북방계 체질론 그래서 얻은 결론은 ‘사상체질론의 한계’였고,그가 제시한 대안은 ‘남·북방계 체질론’이었다.“뭐냐면,우리 민족의 기원을 보면 남방계와 북방계로 나뉘는데,수만년을 어우러져 살아왔어도 체질은 분명하게 갈려요.난 남방계로 태양인 체질인데,소음인으로 알고 평생 잘못된 섭생을 해왔으니 몸이 잘되겠어.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사상의학의 체질 구분이라는 게 절반 정도는 틀려요.이게 문제지.” 남방계와 북방계는 기원부터 다르다.남방계는 해양문화권에 뿌리를 둔 더운 지역의 혈통이고,북방계는 시베리아나 몽골처럼 목축과 수렵에 능한 추운 지역의 혈통이다.“살펴보면 차이가 확실해요.북방계는 눈이 작고 광대뼈가 불거지고 살집이 통통해.혹한의 기후조건과 육식 위주의 섭생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가 그렇게 적응한 거지.반면 남방계는 눈이 크고 광대뼈가 밋밋하며 살도 잘 찌지 않아.더러는 피부가 거무잡잡한 특성도 나타나고.”말문이 트이자 여든을 바라보는 노학자의 어디에 그런 에너지가 있었을까 싶게 말에 힘이 실렸다.지금도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그는 우리나라 최고령 교수일 거라며 웃었다.“다른 나라 민속춤을 보면 이런 차이가 더 또렷해.남방계는 몸통은 놔두고 손가락이나 눈을 움직이는 정적인 춤인데 북방계는 발로 뛰며 역동적 춤을 추거든.” ●흰밀가루·조미료·커피등 모두에 안좋아 이런 차이는 체질로 구체화된다.“추위를 견뎌야 하는 북방계의 체질은 속이 차고 겉이 덥습니다.코가 낮고 육식을 즐기며,위가 커 많이 먹지요.반대로 더운 곳에 사는 남방계는 속이 덥고 겉은 찹니다.위가 작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아요.그러니 몸에 맞는 먹거리와 신체적 특징이 당연히 다르지요.” “우리나라 전체로는 북방계가 많습니다.평안·함경도 지방은 80%,중부지방은 75%,전라·경상도 등 남부지방은 65∼70% 정도가 북방계입니다.체질이 다르니 섭생도 당연히 다르지요.북방계는 속이 냉해 열성 식품,즉 고기류를 많이 먹어야 합니다.단,한방에서 성질이 차다고 하는 돼지고기는 남방계 식품이어서 이런 체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도 이런 연원을 갖는 것입니다.개고기와 사과,대추,밤 등이 대표적인 북방계 식품이죠.반면 남방계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육류는 어울리지 않아요.대신 채소나 과일류가 좋은데,바나나,오이,파인애플,참외,수박이 여기에 속합니다.술도재미있어요.북방계는 독한 소주나 곡주가 맞고 남방계는 포도주나 막걸리가 좋습니다.실제 북한에는 막걸리가 없거든.오랜 세월 체질이 섞여 더러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이 원칙은 맞습니다.” 물론 체질만 맞춘다고 다 좋은 섭생은 아니다.그는 흰밀가루와 정제된 흰소금,조미료와 커피,담배,맥주와 쌈밥집에 가면 자주 나오는 붉은 채소류는 어느 체질에든 안좋은 식품이라고 했다.이런 결론을 얻기까지 그만의 줄기찬 임상시험이 한 몫을 했다.“한번은 제자가 첫 애를 낳았는데 미역국을 먹어도 젖이 나오지를 않는다고 푸념을 해요.애가 달아 흑염소,개소주까지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더라는 거예요.그래서 배추쌈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일주일쯤 후에 연락이 왔어요.어찌 된 건지 젖이 풍풍 잘 나온다고….그 산모는 남방계인데 북방계 식품인 미역을 계속 먹었으니 젖이 안나올 수밖에.” ●더위 약한 북방계 마라톤 못해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남방계는 사상의학의 양성(陽性),즉 태양·소양인이고,북방계는 음성(陰性),즉 태음·소음인이다.또 사상체질과 달리 그는 다형(多型)과 소형(小型)으로 체질을 구분한다.이를테면 태양인은 남방계 소형,소양인은 남방계 다형이며,소음인은 북방계 다형이고 태음인은 북방계 소형에 해당한다.이제마가 간과 심장,비장,폐,신장의 허실(虛實)로 사상체질을 구분한 반면 그는 철저하게 문화인류학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 큰 차이다.“사상체질론은 인체 장기의 허실을 살피기 어려워 오류가 많은 반면 내 구분법은 간단해.오링테스트만 거치면 되거든.” 이런 체질법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지구력이 떨어지고 더위에 약한 북방계는 절대 마라톤을 못해요.대신 격투기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운동을 잘합니다.이런 점을 고려해 종목을 고른다면 훨씬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겠죠.”세계적인 마라톤 선수가 대부분 남방계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사람 몸은 안 움직이면 고장납니다” 그는 10년 넘게 이 주제와 씨름하고 있다.‘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탓에 다른 일로 외국엘 가도 이 주제를 놓지 않았다.그의 주장이 주장차원을 넘어 신실한 설득력의 무게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뷰때,그의 손에 난 상처를 보았다.등산하다 다쳤다고 했다.퍼렇게 멍이 든 손가락 사이에 찢긴 상처가 있었다.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예전엔 면역력이 약해 곧잘 염증이 났지만 요즘엔 이딴 거 가만 놔둬도 낫는다.”며 웃었다.168㎝의 키에 몸무게라야 고작 50㎏인 그가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술,담배를 모르고 살았고,지금도 매일 테니스,등산 같은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다.전에는 탁구를 곧잘 치곤 했다.그에게 정말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물었다. “사람 몸은 구조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어 안 움직이면 고장납니다.특히 나이가 드니 체력이 경제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운동에도 신경을 쓰는데,그렇다고 운동만으로 다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요.섭생이 중요한데,이치는 간단합니다.자기가 먹은 것이 자신에게 맞으면 건강하고,반대로 아무리 맛있어도 자신에게 안맞으면 되레 건강을 해칩니다.맞는 말인지는 스스로 곰곰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정말 흥미있게 묻고,들었던 담소를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면서 문득 한 젊은 사회학자의 말이 떠올랐다.“모든 담론이 완성을 지향하는 미완의 논의일진대,이런 점에서 선대의 이론을 뒤집는 모든 탐구와 모색은 선현에 대한 가장 값진 추앙이다.” 심재억 기자 jeshim@
  • [씨줄날줄] 기러기 아빠

    ‘기러기 아빠’가 또 죽었다.이번에는 자살이 아니라 외로움으로 인한 돌연사라고 한다.아내와 두 딸을 캐나다에 조기유학 보내고 홀로 남아 그 뒷바라지를 해오다 심장병까지 얻어 돌연사한 어느 40대 가장의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러기 아빠.’ 내 자녀만큼은 남들보다 나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병적 집착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이런 가장들이 한해에 1만 5000∼2만명씩 생겨나고 있다.그 유형은 대체로 3가지다.해외 유학·근무 후 아내와 아이들을 현지에 남겨놓고 단신 귀국하는 경우와,국내에서 살다 아내와 자녀들을 해외에 보내는 경우,그리고 이민을 갔다가 혼자 돌아와 살면서 현지를 오가는 경우다. 이들의 직업은 고위 공무원,교수,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대기업 고급 간부,중소기업 대표 등 중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요즘에는 일부 젊은 직장인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주로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과 분당·일산 등 신도시의 오피스텔이나 원룸과 직장 기숙사등에 기거하는 경우가 많다. 기러기 아빠들은 가족과의 긴 단절과 외로움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서로 멀리 떨어져 장기간 살다보면 가족간에 벽이 생겨 갈등을 겪기도 한다.특히 자녀들은 낯선 외국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고국의 전통과 문화에 밴 아빠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아내와 아이들에게서는 예전처럼 자주 전화도,이메일도 오지 않는다.월평균 400만∼500만원을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크다.자녀들은 자녀들대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이런 저런 걱정으로 초기의 자신감은 점차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바뀐다.부모들의 비정상적인 교육열과 정부 교육정책의 실패가 뒤엉켜 만들어낸 ‘현대판 이산가족’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들이다. 혼자 살다보면 갖가지 유혹에 빠져들기도 쉽다.그래서 홀아비 아닌 홀아비 생활을 견디지 못해 현지의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불행한 ‘펭귄 아빠’들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 공용어가 돼버린 영어 학습과 질 높은 교육을 찾아 가족해체의 위험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조기유학 행렬을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황폐화된 삶을 살고 있다. 염주영 논설위원
  • 하프타임 / 보스턴 그래디 리틀감독 해임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그래디 리틀(사진) 감독이 해임됐다.보스턴 구단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리틀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팀을 이끌 감독을 구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은 리틀 감독은 올 시즌 보스턴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뒤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랐으나 숙적 뉴욕 양키스와의 7차전에서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집착하다 역전패를 당해 팬들의 비난을 받아왔다.한편 리틀 감독의 후임으로는 버드 블랙,글렌 호프만,찰리 마누엘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책꽂이

    ●세계의 언론학 교육(원우현·유일상 지음,삼영서관 펴냄) 미국을 비롯,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프랑스·독일·일본·중국 등의 언론학 교육 실태를 분석.국내에는 현재 약 100여개 4년제 대학에 신문방송학과 또는 그 유사학과가 개설돼 있다.신문방송학은 양적 팽창을 거듭해 ‘공룡학문’이 되고 있다.유학을 꿈꾸는 이들 또한 많다.학부 및 대학원의 저널리즘 교육 과정과 대학별 평가 순위 등을 실어 유학준비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도록 했다.1만 8000원. ●행복의 발견(히로 사치야 지음,이미령 옮김,대숲바람 펴냄) 300자도 채 되지 않는 ‘반야심경’은 한국 불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경전이다.절에서는 예불 때마다 독송되고 수행의 하나로 이뤄지는 사경도 ‘반야심경’을 가장 많이 한다.이 책은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반야심경’을 88가지 주제로 나눠 에세이식으로 풀어쓴 것.‘반야심경’의 핵심사상인 ‘공(空)’의 철학은 선입관을 갖고 세상을 고정화된 시각으로 보지 않고 집착하기 말자는 것이다.9500원. ●빠빠라기(투이아비 지음,유혜자 옮김,동서고금 펴냄) 남태평양 사모아 제도의 작은 섬에 사는 투이아비 추장이 유럽을 방문한 뒤 자기가 목격한 문명세계를 비판한 연설문 형식의 글.한 예로 추장은 빠빠라기들이 ‘육신은 죄악’이라고 말하면서 온갖 도롱이들을 두르고 다닌다고 전한다.문명의 폐해를 원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이 글은 독일인 선교사 에리히 쇼이어만이 1920년 문명 세계의 언어로 번역한 것.‘빠빠라기’는 사모아 제도의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부르는 말이다.7500원. ●기이한 직업들(낸시 리카 쉬프 지음,김정미 옮김,문학세계사 펴냄) 미국 신시내티의 50년된 힐탑 실험실에선 겨드랑이,숨결,발,기저귀 악취 등을 감식하는 일이 매일 진행된다.방취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악취를 맡아 1부터 10까지 단위를 매기는 것이다.이 직업의 이름은 ‘악취감식가(odor judge)’.또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엔 ‘공룡 뼈 먼지청소부(dinosaur duster)’가 있다.부드러운 깃털로 공룡 뼈를 절대 건드리지 않으며 먼지를 털어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이 책에는이처럼 별난 직업들이 망라돼 있다.7200원. ●가둘 수 없는 영혼(팔덴 갸초 지음,정희재 옮김,꿈꾸는 돌 펴냄)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후 티베트 사람들의 3분의 1이 죽었고,6000여개의 사원이 파괴당했다.15만명 이상의 승려들이 강제로 환속당하거나 감옥이나 노동수용소로 끌려갔다.한 때 숨어있는 이상향이라 불리던 티베트는 그렇게 파괴됐다.이 책은 중국치하의 티베트 참상을 30여년간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혀 지낸 한 라마승의 입을 통해 낱낱이 고발한다.저자는 티베트 최장기수이자 고통받고 있는 티베트의 현실을 유엔에서 증언한 최초의 티베트인이다.9900원.
  • [시론] 그런 석고대죄 본적 없다

    하늘이 통곡하고 백성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대명천지에 부패정치가 나라를 온통 뒤흔들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부패정치 추문이라는 것이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부패공화국이라지만,군사정권도 아닌 민주화와 개혁의 시대에 노골적인 정치부패 추문이 드러나고 있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정말 경천동지할 일 아닌가. 부패를 자행한 축들이 오히려 너스레를 떠는 모양새는 더욱 기가 막힌다.SK가 조성한 100억원의 불법 비자금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그것도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고의적인 불법 정치자금인데도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우리만 불법을 저질렀느냐,다른 정당들도 마찬가지다,검찰수사를 못 믿겠으니 특검을 하자는 태도인데 목불인견의 최상급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 선거사상 최초로 정당과 시민운동단체가 선거자금 투명성 협약을 맺고 대선자금을 공개한 지난 대선에서 엄청난 불법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각정당들은 대선유권자연대에 대선자금 공개를 약속하고 실사까지 받았다.물론 중앙선관위에도 대선자금을 신고했다.그러니 시민단체와 중앙선관위가 한나라당의 부패게임에 함께 놀아난 셈인데,국가기구의 법적 구속력과 전국 시민단체의 감시가 작동되지 않는 성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더더욱 기가 찬 것은 백일하에 드러난 희대의 정치부패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저항이 제대로 조직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언론은 열심히 보도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비판하고 있지만,정치권은 전반적으로 냉담할 뿐이고 국민들도 무관심하다.정치권 모두가 부패했기 때문이고 국민들의 반대를 조직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이런 정도라면 최소한 부패 정치인들을 예외없이 구속하고,관련자들은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 아닌가? 정치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 안팎의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부패정치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정치권 자체의 문제가 일차적인 요인이다.검은 자금을 요구하는 낡은 정치구조와 정치권의 부패 불감증이 근본 원인이며 정치와 재벌의 정경유착과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방식이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정치권 바깥 측면은 통제의 문제이다.검은 정치자금의 수입을 묵인해주는 낡은 정치자금법을 폐지하고 중앙선관위의 감독기능을 강화하지 않는 한 부패정치를 막기는 어렵다. 사건 이후 한나라당과 최병렬 대표가 석고대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민들 앞에 사죄하는 모양을 보면서 부패정치의 근절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어떤 국민이 그것을 사죄로 받아들였을까? 게다가 다른 정당의 대선자금에 딴죽을 걸고 특검 요구에 집착한 나머지 석고대죄는 빛바랜 것이 되어 버렸다.수많은 사극 어디에서도 그렇게 방약무인한 석고대죄를 본 적은 없다.석고대죄라는 것이 그렇게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결국,어떤 부패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정치권은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다.국민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대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정치권에 정치개혁을 부탁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아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부패한 정치권이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부패정치권을 통제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없기 때문이다. 부패한 정치권을 국민의 힘으로 압박하는 국민운동을 벌이거나,부패정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정치권 전체를 교체하는 정치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부패정치 청산은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이 시점에서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일 만도 하지 않은가. 정 대 화 상지대교수 정치학
  • 여성리더십 어떻게 키울까/조직내 역학관계·경력관리 직장여성도 갖춰야 할 덕목

    ●왜 여성 리더십인가 한 고위직 여성 공무원은 이렇게 고민을 털어놨다.“나만 부딪히는 고민인지 모르겠지만,때때로 슬럼프에 빠진다.‘실력은 있지만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힘이 빠진다.나는 아직까지 남성들이 ‘리더십이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자리에 기용되지 않은 경우는 보지 못했다.” 기업인들도 예외는 아니다.“어차피 여성들은 밤의 술자리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한다.술자리 분위기가 싫거나 집안일 때문에 실제로 저녁에는 시계를 보느라 바쁘다.그렇다고 남성과 똑같이 술자리를 하는 여성이 좋게 평가받지도 못한다.‘가정을 포기했다.’거나,혹은 ‘사생활에 문제있다.’는 인신공격에 시달리거나 ‘너무 정치적 야심이 크다.’는 비난도 받는다.도대체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지난해 리더십 교육을 받은 여성개발원 장하진 원장은 여성개발원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다.“처음에 리더십 교육을 한다니까 대부분의 직원들이 ‘부장급 이상에게나 리더십 교육이 제격이다.’고 말하더라고요.그러나 정작 교육을 받고 난 후에는 ‘이것이 개인의 관리능력이자 대인관계 능력임을 확인했다.’며 유익했다고들 말합니다.특히 여성들에게 부족한 경력관리라든가 그 조직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권력관계에 관심을 갖는 현실적인 면은 모든 직장여성이 함께 알아야 할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여성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은 ‘리더=남성’이란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이제는 여성들이 나서서 이 등식을 깨뜨려야 한다는 절실한 바람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번역됐으며,전 세계에서 1300만부나 팔린 스태븐 코비의 저서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현실의 문제다.한국리더십센터에는 경제계를 비롯,오피니언 리더들의 교육(2박3일) 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성이 리더십에 더 가깝다 리더란 일반적으로 외향성·조화성·성실성·안정성·지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다는 것이 공통된 연구 결과지만 여기에 ‘대체로 나이가 많고,키가 더크고,몸무게가 더 나간다.’는 고정관념은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리더 그룹에서 제외시키는 악덕으로 작용해 왔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는 저서 ‘인간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서 “전쟁 등 강력한 리더십이 효과적인 때가 있다.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과거 과제지향적이었던 리더가 관계지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시대에 따라 리더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리더십센터의 김경섭 박사는 “9년 전 미국 아이비리그 8개 명문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첫 여성 총장으로 주디스 로딘을 선임했다.그 결과 여총장은 대학기금 규모를 11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늘렸으며,대학 순위를 16위에서 4위로 끌어 올리는 등 대학 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여기에 자극받아 현재 3개 아이비리그 대학이 여성 총장을 두고 있고,미국 내 2000여개 대학의 총장과 학장 중 여성의 비율이 20%를 넘고 있다.”며 “리더는 오직 남성이라는 인식은 지난 시대의오류”라고 지적했다. 리더십교육을 하고 있는 한경아카데미 김대곤 원장도 “리더란 어원은 ‘빵을 가져다주는 사람’으로,‘주는 사람’이다.베풀고 포용하는 것은 바로 여성적인 것이며 여기에 균형감각만 더하면 훌륭한 리더의 덕목이 된다.그러나 남성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집착해 여성리더들이 남성적인 가치를 배우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앞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영향을 끼치는 여성성,여성적인 가치들이 보다 우위의 가치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남성’ 상실男의 도피… 그 끝은?/ 극단 악어컴퍼니 ‘성인용 황금박쥐’ 연우소극장서 새달 30일까지 공연

    극단 악어컴퍼니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성인용 황금박쥐’(고선웅 작,남동훈 연출)는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한 소심한 남자의 실존적 고민을 독특한 상상력에 기대 풀어낸 작품이다. 지하철 기관사인 왕기는 터널속에서 황금박쥐의 환상을 보고난 후 자신을 황금박쥐라고 믿는다.사회부적응자인 그는 불임을 감추기위해 건달에게 돈을 주고 아내와 동침을 하도록 한다.사회가 강요하는 ‘남성성’의 상실을 숨기고,어떻게든 현실에 적응해보려는 고육책이지만 오히려 족쇄가 되고 만다.사회와 가정,어느곳에도 마음 붙일 곳 없게 되면서 그는 점점 더 황금박쥐에 집착한다. 결론짓기는 관객의 몫.황금박쥐 옷을 입고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왕기가 하늘로 멋지게 날아올랐을 지,아니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곤두박질쳤을 지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탁월한 무대활용과 깔끔한 연출이 돋보인다.11월30일까지 화∼금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02)764-8760. 이순녀기자 coral@
  • 세리 ‘펄펄’ 男들 ‘헉헉’/SBS최강전 1R 공동 13위… ‘톱10’ 희망

    드리이버 샷 평균 비거리 250야드 안팎.연습라운드 때만 해도 최대 320야드를 넘나들던 박세리(CJ)는 힘을 아끼는 듯했다.대신 정확성을 택했다. 남자들과의 ‘성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적중했다.첫 기회는 2번홀(파4·413야드)에서 찾아왔다.티샷은 270야드 거리의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졌다.가뿐하게 140야드 정도를 난 세컨드샷은 핀 7m 지점에 멈췄다.다소 긴 거리였지만 신중함과 정교함을 무기로 한 버디퍼트는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들었다.첫 버디. 이 홀에서 세컨드 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범한 신용진(LG패션)과 파세이브에 그친 양용은(카스코) 등 동반자들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상금랭킹 1위와 7위를 달리는 국내 정상급 남자프로들과 겨뤄 초반 리드를 잡았다는 건 상위권 포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골퍼로는 사상 처음이자 올시즌 여섯번째로 남자대회에 도전한 박세리가 23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파72·7052야드)에서 벌어진 SBS프로골프최강전 1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맞바꾸며 이븐파72타를 쳐 단독선두 정준(캘러웨이)에 4타 뒤진 공동 13위를 달렸다.경기가 지연돼 15명이 마치지 못했지만 이로써 박세리는 목표인 컷 통과를 넘어 ‘톱10’진입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박세리를 염두에 두고 1∼2언더파만 치면 컷을 통과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정교함에 바탕을 둔 박세리가 제 기량을 발휘한 데 견줘 힘을 앞세운 남자들은 부진했다.동반자 중 신용진은 이븐파를 쳐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양용은은 7오버파로 무너져 공동 86위로 추락해 컷오프를 걱정하게 됐다. 박세리는 “바람의 방향이 일정치 않고 핀 위치가 어려워 클럽 선택에 애를 먹었다.”면서 “순위에 집착하기보다 이븐파를 목표로 나섰는데 크게 실수하지 않고 예상대로 마쳐 기쁘다.컷을 통과하면 톱10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용인 곽영완기자 kw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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