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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새앨범]

    ■ Max 14 3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편집음반. 벌써 14집째다.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0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비욘세의 ‘Irreplaceable’,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 웨스트라이프의 ‘The Rose’ 등 무려 20곡의 히트 넘버들이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SonyBMG. ■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The Essential 프로그레시브 록과 팝을 현명하게 조화시킨 듀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역사가 망라된 2CD 베스트 앨범. 이들이 발표한 모든 앨범에서 적절하게 발췌한 곡들을 발표 연대에 맞춰 수록해 놓았다.80년대 최대의 히트곡 ‘Eye In The Sky’등 총 30곡 수록.SonyBMG. ■ We All Love Ennio Morricone 45년간 400곡 이상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며 20세기 영화음악을 이끌어온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카데미상 최초 수상(공로상)을 기념하는 공식 헌정앨범. 셀린 디온, 브루스 스프링스틴, 허비 핸콕, 메탈리카 등 초특급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그의 대표곡들을 노래한다.SonyBMG. ■ 카펜터스 ‘The Ultimate Collection’ 70년대 소프트 팝의 대명사 카펜터스의 베스트 앨범. 비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Ticket To Ride’를 시작으로 소닉 유스가 다시 불러 신세대 팝팬들에게도 익숙한 ‘Superstar’,7080세대의 영원한 애창곡 ‘Top Of The World’,‘Yesterday Once More’ 등 35곡의 대표곡들이 연대별로 두장의 CD에 담겨져 있다. 유니버설뮤직. ■ 클로드 볼링 내한공연 크로스오버의 살아있는 거장 클로드 볼링과 그의 19인조 빅밴드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CF나 라디오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아름다운 클로드 볼링의 선율을 풍성한 빅밴드의 연주와 함께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24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예술회관 대극장.(02)6080-5643. 미술 ■ 명화의 재구성 3월2일∼5월20일 사비나미술관. 밀레의 ‘만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명화를 한국의 작가 20명이 새롭게 해석했다. 서양 명화가 평면회화, 조각, 설치작품 40여점으로 재탄생한 전시회. 명화 속에서 찾아낸 창작의 샘.‘명화 속 주인공 되기’란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1000∼2000원.(02)736-4371. ■ 마리노 마리니-기적을 기다리며 4월22일까지 덕수궁미술관. 헨리 무어와 함께 구상 조각계를 이끈 쌍두마차. 기마상과 풍만한 여성 누드 조각은 2차대전 이후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려 했던 작가의 의도다. 조각과 회화 등의 작품 105점을 만날 수 있다.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도 마리니의 회화, 판화 등을 3월14일까지 전시한다.(02)2022-0612. 연극 ■ 앵콜 아트 폐막 기한 없음 화∼목 7시30분, 금·토 4시·7시30분, 일 4시 허밍스 아트홀.2004년 시작돼 전용관까지 마련된 대학로의 롱런 히트극으로 이번이 9번째 공연이다. 우정의 본질에 관한 세련된 블랙코미디. 정보석 권해효 오달수 박광정 정원중 심혜진 송승환 등 연기력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당대의 명배우들이 모두 출연한 바 있다. 김효중 연출, 박윤호 허성민 조성호 출연.1만 5000∼2만원.(02)764-8760. ■ 열하일기만보 3월10∼25일 화∼금 8시, 토 3시·7시30분, 일 3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조선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모티브로 삼아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극작가 배삼식씨가 특유의 상상력과 재기를 한껏 발휘했다. 정체조차 모호한 짐승 연암이 성인을 위한 동화를 들려준다. 인간의 본능인 호기심과 새로운 것의 탐닉에 대한 이야기. 손진책 연출, 서이숙 정태화 박영숙 황연희 등 출연.1만 5000∼3만원.(02)747-5161. 뮤지컬 ■ 위대한 캣츠비 3월9일부터 화∼금 8시, 토 4시·7시30분, 일 3시·6시30분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인터넷 만화의 선두주자 강도하씨의 ‘위대한 캣츠비’를 원작으로 최근 화제작 연출을 도맡고 있는 박근형씨가 연출했다. 뮤지컬 ‘불의 검’, 드라마 ‘연개소문’에 참여했던 아트모스피어(이충한, 정재환씨)가 작곡한 음악은 감미롭기 그지없다.20대 청춘의 현실적 고뇌, 사랑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뮤지컬 언어로 담았다. 김태훈 서범석 정인지 등 출연.3만 5000∼4만 5000원.(02)1588-7890. ■ 쓰릴 미 3월17일∼5월13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2시·5시 충무아트홀 소극장.1924년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흉악한 범죄를 바탕으로 만든 섬세한 심리극. 당시 재판정에서 최종변론문이었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지금도 전해지는 명문장. 무대 위의 피아노 연주만으로 2명의 남자 배우가 노래 대결을 벌인다. 류정한 김무열 최재웅 이율 출연.3만∼4만원.(02)744-4337. 클래식 ■ 드레스덴 필하모닉 & 성 십자가 합창단 내한공연 3일 8시,4일 2시30분.3일 모차르트 ‘레퀴엠’과 바흐 칸타타 ‘내 마음에는 근심이 많도다’,4일 바흐 ‘마태수난곡’. 지휘 성십자가 합창단의 28대 칸토르인 로데리히 크라일레.3만∼20만원.(02)599-5743. ■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 6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트 리히터. 소프라노 신숙경, 알토 장현주, 테너 최상호, 베이스 박흥우. 고양시립합창단,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1만∼3만원.(02)587-8111.
  • [사설] 검찰수사 환골탈태하는 계기 돼야

    검찰이 서울동부지검 제이유 수사팀의 ‘거짓진술 강요 의혹사건’ 특별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와 참고인의 정신적 인격까지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사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중요사건 수사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피의자에게 반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40항의 정책목표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제기될 때마다 단편적으로 검토했던 모든 대책을 한데 모아놓은 듯하다. 검찰로서는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겠으나 ‘실적’ 위주의 수사 관행이 낳은 각종 폐단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대검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창간호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비리’‘권력 유착’ 등 불신의 골이 깊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 형벌권을 남용하거나 출세의 도구로 활용하는 등 인권의 최후보루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거짓진술 강요 의혹사건’만 하더라도 검찰은 검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정도로 결론을 내렸지만 국민의 법 감정이나 검찰에 기대하는 자정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백화점식 대책을 쏟아부어 사건의 초점을 흐렸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검찰은 과거 법조비리 등 각종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달라진 모습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검찰이 여전히 자신들만의 아성에 둘러싸여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국민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에 검찰의 의식 변화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김형준 정치비평] 또 꿈틀거리는 한나라당의 ‘실패 인자’ /명지대 정치학 교수

    최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는 기호 1번을 달고 출마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기호1번=패배’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기호1번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실패 인자’가 작동했던 것 같다. 첫째, 수구·보수 인자이다. 후보와 당 지지도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으면 한나라당은 예외 없이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는 수구보수로 회귀했다. 이러한 수구보수로의 회귀는 결국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해 대선 패배로 연결됐다. 둘째, 부패 인자이다. 당이 대세론에 도취되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채 오직 현상만을 유지하려는 기제가 작동했고 그 과정 속에서 부패인자가 꿈틀거렸다.‘이회창 대세론속’에서 차떼기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패인자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셋째, 분열 인자이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는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가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당했다. 이러한 분열은 결국 DJP 연대와 같은 통합을 주도했던 세력에게 승리를 안겨 주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근 당과 후보 지지도에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한나라당에 이러한 실패 인자가 또다시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후보 검증 공방과 경선 시기 및 방식을 둘러싸고 후보 진영간에 대립이 격화되면서 분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고 한국의 정당정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유력 예비후보들의 경선 참여 선언이 필요하다. 최근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는 ‘한나라당 3월 위기설’을 막기 위한 응급 처방으로 ‘경선후보 조기 등록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만으로 당의 분열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선 시기와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기 등록 합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학규 전 지사는 당 지도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경선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현재 한나라당 빅3 중 공식적으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경선에 불참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경선 방식과 시기를 논의하기 전에 한나라당 빅3는 솔직할 필요가 있다.“어떤 경우에도 한나라당 경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나라당의 분열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비록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당원과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선 방식과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경선준비위원회가 이들을 대상으로 경선 방식과 시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예비후보들이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여하튼 한나라당 유력 예비후보들이 이러한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당의 분열 가능성은 커지게 되고, 한나라당의 운명은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세 번의 눈물을 흘릴지, 아니면 10년의 한을 풀지는 자신의 내재적인 ‘수구, 부패, 분열’의 3대 실패 인자들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듯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건 힘들어도 추락하는 건 순간이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감이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그렇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더불어 자신이 처한 미래의 운명을 슬기롭게 개척하기 위해서는 ‘과연 한나라당이 무엇으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명지대 정치학 교수
  • [盧대통령 탈당 선언] ‘우리당 길 터주기’ 명분 先手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마침내 ‘탈당 카드’를 던졌다.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당과 함께 가겠다(2006년 8월), 퇴임하더라도 당에 끝까지 남고 싶다(〃 11월).”며 당을 지키기 위해 강한 집착을 보였던 노 대통령도 급변하는 정치환경 아래 당적을 정리했다.노 대통령의 말처럼 현직 대통령의 두 가지뿐인 정치적 자산 중 대통령직만 남게 됐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흔쾌할 수는 없다.”면서 “포기한 것”이라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대변했다. 그 역시 “착잡하다.”고 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올 들어 개헌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논의와 맞물려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야당이 개헌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한다면(1월11일, 긴급기자간담회)’ ‘당이 나가라고 하면(1월25일, 신년기자회견)’이라는 두 가지 전제를 달았다. 현 상황을 돌아보면 탈당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탈당을 선택했다. 노 대통령은 겉으로는 새로 판을 짠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터주는 차원 즉,“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가시화된 시점에서도 탈당에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충족되지 않은 전제조건 때문이었다. 실제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인 만큼 좀더 나은 시점, 계기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탈당 반대 목소리는 곧 수그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을 탈당으로 몰고가는 힘이 내부가 아닌 외부, 즉 당쪽에서 작용한 까닭이다.노 대통령이 국정의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탈당 카드’를 뽑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떠밀려 탈당하는 ‘수모’를 피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이날 만찬에서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 없이 공격하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당에 대한 서운함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임기 말에 당에서 밀려나는 대통령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실제 당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세균 의장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9일 비밀회동을 갖고 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하기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때문에 당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지도부가 워크숍에서 결론을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선수를 쳤다.”고 해석할 정도다.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럽순방에 이은 설 연휴 직후 탈당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만큼 급박했다.노 대통령은 만찬에서 밝혔듯 “어쩔 수 없는 현실”,“구조적 정치문화의 한계” 속에서 당의 애정과는 상관없이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없지 않다.박홍기 황장석기자 hkpark@seoul.co.kr
  • ‘中 두뇌’ 고국 등진다

    ‘中 두뇌’ 고국 등진다

    최근 중국의 사회과학원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두뇌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80년대 이후 해외로 나간 인력의 3분의 2가 귀국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2002년 이후 매년 10만명이 유학을 떠나지만 귀국자는 2만∼3만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해외 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타향의 삶’을 택한 유학파들이 쏟아놓는 고국에 대한 ‘소회’는, 현재 중국의 상황에서 인력 유출 흐름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해외체류를 택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초강대국 부상을 앞둔 중국에 던지는 화두를 짚었다. ●“마오이즘 대체한 황금 만능주의…견딜 수 없었다.” 80년대 초반 유학 1세대로 싱가포르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딴 뒤 여러차례 고국행을 꿈꿨던 밍왕.2001년 자신의 ‘사업 보따리’를 들고 귀국했다. 엄청난 경제발전에 감동했지만, 좌절만 안은 채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그는 “마오이즘은 황금만능주의로 대체됐고, 나도 함께 부패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중국인의 도덕성은 파괴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사회의 부정에 대해 무감했다고 했다.13살 때인 2000년 산시성에서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온 대학생 멩지는 2004년 중국을 잠시 방문한 경험이 해외 체류의 삶을 택하게 된 계기였다고 전한다. 부모들이 조국을 떠나기 전 진저리친 관료주의와 부패상을 그대로 다시 목도했다는 것. 중국의 교수 월급이 2000위안(약 258달러)에 불과한 지식인 사회의 경제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친구들(중국인 대학생) 중 귀국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고급 두뇌들의 귀국을 원한다면 “‘국민들을 억압에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로 취급하는 대신, 비판적인 사고와 기업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결국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영국에 유학온 펭리는 해외체류파에 대해 비판적이다. 상하이 인근 지역 출신으로 2004년 영국에 온 그는 석사학위를 수료한 뒤 지방의회의 정책 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펭리는 “80·90년대 해외체류를 선택한 이들은 중국의 가난 때문이었다.”면서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체류파들은 귀국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취물에 대한 집착 등 인간본성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17년의 해외생활 끝에 2년 전 귀국한 왕리는 현실론을 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이 해외유학파들에게 환상적인 기회를 줄 수 없는 개발도상국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해외체류 인재들은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위한 해외의 창(窓), 투자 유입세력,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공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굴전의 별미와 생굴 이야기

    굴전의 별미와 생굴 이야기

    한국 요리의 특징의 하나가 ‘전’이다. 파전, 생선전, 호박전, 감자전, 녹두전, 고추전, 굴전, 김치전 등 아주 다양하다. 여러 가지 재료에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 옷을 입혀서 부쳐낸다. 간단한 요리 방법으로서 가정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여러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모듬전’이란 메뉴도 있다. 외국 사람으로서 전을 먹고 싶을 때는 항상 ‘모듬전’을 시킨다. ’전’을 한자로 쓰면 ‘煎’인데 불로 굽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주전자(酒煎子)에도 ‘전(煎)’이 들어 있다. 술이나 물 따위를 불로 데우는 용기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전’이 있는데 ‘센베이’가 그것이다. 한자로는 ‘煎餠’이다. 구운 떡이라는 뜻이지만 떡을 동그랗고 아주 얇게 구운 전통과자다. ’전’요리 중에서 겨울의 별미가 굴전이다. 굴 요리를 다양하게 먹는 일본 사람들도 굴전에 대해서는 칭찬한다. 일본에는 굴전이 없다. 일본 사람들은 빵가루를 묻혀서 튀기는 ‘굴프라이’를 좋아하는데 굴전은 ‘프라이’보다 생굴의 맛이 남아 있어 아주 맛있다. juicy라고 할까. 나도 한국에 와서 처음 먹었는데 그 맛에 빠졌다. 나한테 굴전은 겨울의 입맛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는 여름에도 가끔 굴을 본다. 포장마차 같은데서 껍질이 있는 큰 굴을 생굴로 먹여 주는데 나는 겁이 나서 못 먹는다. 굴은 흔히 영어로 R자가 없는 달은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5월(MAY)부터 8월(AUGUST)까지는 안 되고 9월(SEPTEMBER)부터 4월(APRIL)까지가 괜찮다는 것이다. 날씨가 더운 계절에는 굴에 어떤 독소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근래에 와서 굴 요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전에는 그렇게 본적이 없었지만 ‘굴밥’을 파는 식당도 많이 생긴 것 같다. 생굴도 껍질이 있는 것 없는 것 자주 나온다. 아까 말한 것처럼 굴전은 대단한 별미지만 그래도 굴의 맛은 생굴이다. 굴의 향기는 생으로 먹어야 그 맛이다. 다만 나는 일본에서 굴의 최대 산지인 히로시마에서 몇 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굴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생굴에 대해서는 그렇다. 생굴을 먹는 데에는 한국과 일본에 차이가 있다. 한국사람들은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데 일본사람들은 초간장으로 먹는다. 양국 모두 식초를 쓰는 것은 생굴의 비린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소독 살균 효과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굴을 먹을 때 비린내를 많이 느낀다. 그래서 나는 생굴이 나오면 식초를 더 달라고 한다. 초고추장에 식초를 더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일본식으로 식초를 많이 쓴 초간장으로 먹을 때도 있다. 나한테는 한국에서 먹는 생굴의 비린내가 마음에 안 든다. 왜 그럴까. 아마 생굴을 내올 때는 차가운 물로 잘 씻어야 되는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부족한 것 같다. 생굴의 비린내는 굴에 붙어 있는 내장 같은 미묘한 부분에서 나온다. 그래서 냉수로 잘 씻어야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한국 친구와 생굴을 먹었을 때 나온 이야기인데 한국 사람들은 약간의 비린내가 있어야 생굴의 맛이라는 것이었다. 응~그렇구나! 입맛이라는 것도 하나의 문화다. 나라, 민족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식초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일본 문화이고 생굴의 비린내를 즐기는 것은 한국 문화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입맛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오늘 저녁에도 한식당에 가서 식초를 더 많이 달라고 해서 생굴을 먹을 것이다. 괜찮지요? 글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서울지국장
  • [길섶에서] ‘찰찰불찰’/송한수 출판부 차장

    너무 생각해서 한 문제를 놓쳤단다. 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아이는 억울해했다. “얘, 사람의 두뇌란 수수께끼와 같이 오묘한 것이라, 희미하지만 처음 떠오른 게 맞는 경우가 많대.” 요새 외부의 요청으로 책을 냈는데 아쉬움이 컸다. 걸러지지 않은 의견이 군데군데 끼어들어 동티가 났다.“이런 글은 요렇게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요 그림은 다른 장면으로 바꾸는 편이 나을 것 같고요.” 발행인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욕심이 생긴다는 점을 안다. 부각하고 싶은 게 오죽 많겠는가. 그러나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만다. 제작하는 쪽에선 몇 차례씩 토론을 거친 작업이다.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이래저래 집착하는 것은 신중함과는 자못 다르다. 결국 새 간행물의 일부를 놓고 여기저기서 말이 오갔다. 사람들 눈이라는 게 사실은 비슷하기 마련이다. 아, 그렇다.‘찰찰(察察)이 불찰(不察)’이라 하지 않던가. 살핌이 지나치면 오히려 살피지 않음만 못하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최태환 칼럼] 청와대 지붕 위의 ‘노란 깃발’

    [최태환 칼럼] 청와대 지붕 위의 ‘노란 깃발’

    ‘정치인 노무현’이 사면초가다. 그럼에도 앞만 본다. 순순히 정치를 접을 기미는 없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인이므로 정치중립의 의무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만났을 때다. 개헌, 정계개편에서 손 떼고 민생에 전념해 달라는 주문을 배척했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모욕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유의 역공이다. 임기말 지금처럼 전선이 넓은 대통령은 없었다.YS,DJ는 전선을 모호하게 하는 데 진력했다. 레임덕에 순응했다. 친인척 비리 수습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물러섬이 없다. 설을 지내며 진보진영과도 각을 세웠다. 오히려 한나라당과의 전선은 소강이다. 동지였던 열린우리당 탈당파와의 대립각이 더 위태롭다.‘정치인 노무현’의 존재가 한 원인이다. 열린당 신구세력이 ‘넓은 바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노 대통령은 지금 ‘모 아니면 도’ 심정인지 모른다. 후퇴는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정계개편만 해도 그렇다. 지역주의의 틀은 반드시 깨겠다는 초심 그대로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앞으로 그의 승부사 기질은 어떻게, 어디로 전개될까. 우려스럽다. 집착, 편집증이 불러올 갈등, 부작용 때문이다. 우선 정부나 청와대 비서실의 ‘정치화’ 우려다. 노무현 세력이 약세를 보일수록 더 정치화되고, 정치 전면에 나설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총리실은 개헌발의를 위한 준비기구를 발족했다. 총리실의 역할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총리실은 노대통령과 정치권의 대회전의 전면에 배치되는 모양새다. 총리실의 정치화 논란이 심화될 게 뻔하다. 정부 부처라고 다를까. 장관이 정치인, 선거출마 경력자인 부서가 여럿이다. 대통령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함께 배수진을 쳐야 할지 모른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의 “한나라 집권 가능성 99%”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정치와 행정의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말할 것도 없다. 비서실장은 얼마 전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언급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자들의 경제성장 공약을 두고도 비난했다.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비서’는 노 정권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의 마이웨이를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위 아래 없이 ‘노무현의 노란 깃발’을 흔드는 전사들이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두 마디 부연한다. 청와대 홈피가 노란 깃발 전도의 게시판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비서실과 잦은 접촉을 갖는 사람들은 말한다. 현안에 대해선 누굴 만나더라도 똑같은 이야기라고. 신기하기도 하고, 때론 섬뜩하다고 했다. 또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 대립이 낳을 후유증이다. 상대에 대한 부정, 불신이 낳을 혼란이다. 경제정책 등의 왜곡, 널뛰기다. 쏟아지는 중장기 정책들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비전 2030’,‘2차 균형발전계획’ 등 굵직한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대통령이 개헌발의를 앞두고 열린당 당적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와 정치인 각료의 당복귀설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행보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노란 깃발은 어쩌면 대통령 선거 때까지 계속 나부낄지 모르겠다. 어지럽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진보진영 학자들의 ‘참여정부 진단’

    현재의 백가쟁명식 진보 담론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전제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정책 추진으로 사회·경제적 측면의 실질적 민주주의가 오히려 과거 정부보다 퇴보했다는 주장들이다. 다분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심화된 양극화와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등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보인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미국식 기업국가’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21일 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토론회 주제도 ‘위기의 진보진영, 대반전 가능한가’였다.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가 진보진영의 위기를 몰고 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 스펙트럼은 사뭇 다양하다. ●실정에는 공감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진영의 실정 진단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진보진영 학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진보 담론을 촉발한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참여정부 정책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양극화의 심화, 대중생활의 파괴 등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가져 왔다.”면서 “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입증하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의 진단을 반박하며 어느 정도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조차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포함한 최 교수의 현상 지적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고 언급할 정도다.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현 정부는 재벌체제, 부동산문제 등 사실상 천민자본주의의 개혁에 불철저한 태도를 취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특히 “현 정부는 ‘놀랍게도’ 현 단계 민심의 방향을 시종일관 철저하게 무시하며 공허한 주장을 남발해 왔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에만 집착하는 ‘토플러주의 리더십’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조희연 교수는 “무능력 등 참여정부 주체세력의 문제점, 보수세력의 저항과 비판, 참여정부 개혁의 파괴적 결과로서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불평등화 등 세가지 측면에서 참여정부 주체세력들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1일 토론회에서도 “집권세력이 국가권력의 담지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사회경제적 정책을 취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현 집권세력이 군사독재 시절보다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더 악화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책의 실패”라고 단언하고 있다. ●원인 분석과 대안은 백가쟁명 최장집 교수는 참여정부 실패의 원인을 ‘운동정치의 과잉’으로 돌렸다. 사회적 갈등이 제도정치로 수렴되지 못하고, 여전히 ‘거리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제도정치 안착을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정권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집권세력이 ▲정체성에 집착하느라 헤게모니의 정치를 고민하지 못했고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보다 급진적으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그 책임은 진보진영 전체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제도정치로 갈등을 수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비(非)제도정치적 힘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도 “민주주의의 위기, 참여정부의 실패는 오히려 운동정치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대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회적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교수는 “집권 여당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과거 운동진영의 일부 세력은 강박관념처럼 집착해온 정치개혁 어젠다나 판짜기에만 정통했다.”면서 “민의의 정확한 해석없이 어젠다를 추구하는 것은 위로부터의 주관적인 기획에 불과하기 때문에 애당초부터 성공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대안으로 ‘좌우이동론’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이슈에서는 심각한 양극화를 고려해 좀더 ‘왼쪽’으로 이동하고, 사회적 가치 이슈에서는 유권자의 중도성향을 고려해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홍윤기 교수도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좌파의 급진적 진정성이나 우파의 경직된 정체성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 통합적 해결력을 보이는 강한 중도”라고 주장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중)] 아동 성범죄자 그들은 누구

    “얼마 전 이사 온 옆집 아저씨가 혹시?”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성범죄자 가운데 동종전과자가 11%에 이르지만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재범률은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재범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성범죄자인지를 주민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아동성범죄자들의 신상은 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youth.go.kr)에 공개된다. 범죄자의 이름·생년월일·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직업, 가해자가 살고 있는 자치구 정도의 정보만 나타난다.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이후 추가조치가 없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도 그가 성범죄자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미국에선 아동성범죄자가 포함된 성범죄자등록부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알려준다. 일본은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재범방지조치대상자등록부를 만들고 재범방지담당관을 지정해 특별관리한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우리나라도 아동성범죄자등록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3세 미만의 어린 아이나 7세도 되지 않은 유아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성인들은 의학적으로 정신 질환인 소아성기호증(페도파일) 환자로 분류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과장은 “소아성기호증 환자는 성인 여성한테는 성욕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전문연구원은 “아동 성범죄자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깨끗하고 청순하다고 인식해 호감을 갖는 반응이 일반 남성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성적 욕구뿐 아니라 자신의 열등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아동·유아에 집착한다는 분석도 있다. 강은영 연구원은 “아동성범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 적응 실패 또는 배우자로부터 박대를 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경험으로 열등감에 빠진 사람이 많다.”면서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아동을 선택한 뒤 성적으로 학대해 열등의식을 푸는 욕구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인터넷 대중화와 청소년의 빨라진 성장 발육도 아동성범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유숙 과장은 “겉보기에 중학생과 다를 바 없는 초등학생이 많아진 것도 초등학생 대상 성폭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교수는 “어린 성을 원하는 남성들에게 인터넷 채팅이라는, 아동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도 아동성매매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아동 성폭행범 ‘소아기호증’ 대법 “감형사유 안돼”

    어린이들에게 성적인 집착을 보이는 ‘소아 기호증’이 성폭행범에 대한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아동 성추행범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이모(39)씨는 2005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9∼13살의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12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이씨는 13번째 범행을 저지르려다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혀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소아기호증을 앓고 있다는 점이 인정돼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소아 기호증은 심리학적 용어인 로리타콤플렉스와 비슷한 의미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일 이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소아 기호증과 같은 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형의 감면 사유인 심신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씨가 범행 내용을 비교적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소아 기호증 진단 이후 치료를 거부한 데다 범행 장소를 미리 답사하는 등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소아 기호증이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심신미약 상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 낙제점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 낙제점

    참여정부 출범 4주년을 맞아 열린 보건의료정책 평가에서 낙제점이 나왔다. 한나라당 안명옥(보건복지위) 의원과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료 6개 단체가 공동 주최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계 상생과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 자리에서다. 최광 전 복지부 장관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진현 경실련 정책위원(서울대 교수)은 “보건의료부문 핵심공약 16개 중 D가 4개,C가 7개,B가 5개였으며 A는 단 한건도 없다.”고 혹평했다.4등급으로 이뤄진 평가에서 ▲건보재정 국고지원 및 보험료율 단계적 현실화 ▲국가지정 필수 예방접종 무상실시 ▲성분명 처방도입 및 대체조제 허용범위 확대 ▲의료분쟁 조정법 제정 등이 최하점 D를 받았다. 김 위원은 “D는 거의 실현불가능한 공약으로 본다.”고 못박았지만 복지부는 이 가운데 3개 항목을 ‘정상 진행 중’이라고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경실련측은 또 대선 당시 제시했다가 누락된 ‘안정성 검증약제 편의점 판매’ 등 3개 항목에 대해서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추가로 D를 부여했다. 토론에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정책 추진에 따른 진료비 누수는 그대로 둔 채 늘어나는 의료비 관리·감독 강화에만 치중한다.”면서 “실패한 정책 폐지와 개선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정채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후퇴와 좌절로 범벅된 ‘개혁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하고 ▲이익집단 이해에 의한 정책결정 오류 ▲부처간 협력관계 형성실패로 인한 신뢰 추락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건강보험 정책 등을 주요 실패 이유로 꼽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토론회에는 보건의료 6개 단체를 대표해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박인춘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신동천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전민용 대한치과의사협회 치무이사, 정채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등 6명이 직역을 대표해 입장을 발표했다. 복지부측에선 최희주 보건정책관이, 시민단체를 대표해선 김진현 서울대 교수가 참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길섶에서] 영천사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여년 전이다. 서울 중랑천 주변 스케이트장이 호황이었다. 겨울만 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몰려 들었다. 군고구마,‘오뎅’장수도 장사진이었다. 어떤 이가 이곳을 빌렸다. 몇 년간 구청, 동사무소 등을 오가며 ‘공작’한 결과였다. 근사하게 단장했다. 올인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필 그해 유난히 따뜻했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다.1주,2주, 한 달, 두 달.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신통찮았다. 그는 끝내 몸져 누웠다.2월말 화병으로 세상을 떴다.“얘야 밖에 나가봐라. 얼음 얼었나.”자식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어느 작가가 전해준 삽화다. 슬프다 하긴 유머러스하고, 유머러스하다기엔 좀 슬펐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화두다. 의류업을 하는 친구가 겨울장사를 망쳤다. 영천은 사과밭이 줄어든단다. 더운 날씨에 사과가 잘 안되어서다. 지구기온이 1도 오르면 생물종의 10%가 멸종위기란다. 생태계 이변. 문명·발전에 집착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일까, 재앙의 조짐일까. 문명의 희생물이 된 자연의 묘석 같아 씁쓸하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北 核폐기→경수로 재개가 윈윈전략”

    “대북 경수로사업 지원을 다시 시작한다면 현재 중단상태인 신포경수로를 재활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신포를 활용할 수 있는 시한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핵폐기를 실천으로 보여야 간절히 원하는 경수로를 가질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사업의 산증인인 장선섭 전 정부 경수로사업지원단장은 15일 남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윈·윈하는 매개물로 경수로사업을 들었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 초기조치 합의가 이뤄졌지만 궁극적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역시 경수로사업이 지렛대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외교관 출신의 장 전 단장은 지난해 중반까지 10여년 동안 KEDO를 이끌어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고충은 물론 북한·미국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장 전 단장에게 국제전화를 통해 6자회담 합의 이후 북핵 해결 방향을 들어봤다.▶신포경수로 시설은 유지·보수가 잘 되고 있습니까.-앞으로 1∼2년 이내에 사업이 재개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경수로 부지와 관련 시설을 충실히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것은 주로 토목공사 설비입니다. 핵심 원자로부품과 주요 장비는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고, 한전이 중심이 되어 우리측이 문제가 없도록 손질·보수하고 있습니다.▶루마니아, 남아공, 캐나다에서는 10년이 더 지난 뒤에 공사가 재개된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물론 오랜 기간이 지난 다음에 공사를 재개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의 유지·보수비가 만만치 않습니다.5년 이상이 지나면 손대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기고, 더 길어지면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북핵 협상에 시간이 지체되어 새로운 경수로를 지어주는 일이 가능할까요. 북한의 경수로 집착이 대단한 것 같은데요.-신포에 15억달러를 이미 투자해 놓았는데, 다른 경수로를 처음부터 지어준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용납하겠습니까. 김일성은 생전에 “원자력만이 살 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유훈을 지키려 김정일 정권은 어떡하든 경수로를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신포 경수로사업 재개가 가능한 시점안에 미국 등이 북핵 폐기에 확신을 갖도록 북한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미국도 경수로 사업에 긍정적인 쪽으로 바뀐다는 관측이 있습니다.-제가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미국은 경수로를 포함해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수로 지원 용인은 북한이 미국에 신뢰를 주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입니다.▶조심스럽게 시점을 점쳐 주시죠.-김정일 정권의 결단에 달렸습니다.5∼10년이 걸릴 수도 있고,1년내에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북한이 감춰놓은 핵물질을 공개하고, 국제 핵사찰을 수용하는 등 핵폐기 의지를 실천으로 보이면 한국이 미국을 적극 설득해 경수로사업 재개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200만㎾ 전력지원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전력 지원과 경수로 지원을 한꺼번에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어렵다고 봅니다. 둘 다 지원하려면 경수로 비용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우리 부담 몫이 줄어들 것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남북한 모두 원자력 발전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우라늄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고, 경수로 입지조건이 좋습니다.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경수로 지원쪽으로 협상력을 모으는 게 바람직합니다.▶경수로 지원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면 한국이 70%를 냈던 분담률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요.-제네바 합의때와 비슷한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분담률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200만 ㎾지원 등과 엮인다면 분담률 조정을 적극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에게 단계적으로 중유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는데요.-제네바 합의 때는 매년 50만t을 주기로 했는데 이번에 북한의 조치에 따라 대응해서 주는 식으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중유 제공과 화력 지원 등을 선호하고 있어 경수로지원은 쉽게 결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단순히 그렇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초기단계이긴 하나 핵폐기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히도록 유도한 것을 평가해야 합니다. 핵실험까지 한 북한이 하루아침에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습니까.6자회담에서 좋은 징조가 나타났을 때 인내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6자회담 타결 이후] 核타결→장관급회담→정상회담?

    ■ 연내 개최설 ‘솔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6자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인 14일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일정이 확정될 만큼 남북간 접촉은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남북 장관급 만남 자체는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가시화하는 데 적잖은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걸림돌로 ‘북핵문제’를 언급해 왔던 터다. 노 대통령은 당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원칙론 아래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핵문제가 정리돼야 남북간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강조했었다. 따져보면 남북정상회담의 1차 걸림돌이 제거 단계에 들어간 만큼 추진할 만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14일 KBS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대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분리해 남북정상회담을 올해 가동해야 한다.”면서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설’ 자체부터 조심스러워한다. 정치·사회적 민감성과 폭발성 때문이다. 또 예측불가한 북한이라는 상대에 대한 고려도 포함된 듯하다.“6자회담과 북한 비핵화 진전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충분조건을 만든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윤병세 청와대 안보수석도 14일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것인 데다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한다, 안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신중론을 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개인 의견’을 전제로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정부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필요하다.”면서 “다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의 추진 시점은 녹록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는 대선판도를 뿌리째 흔들 만큼 파괴력을 지닌 탓에 국회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6자회담 합의문의 이행 수위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수밖에 없는 만큼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은 좀체로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부시 “핵불능화 이행해야 지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북핵 6자회담 타결과 관련, 기다렸다는 듯 성명을 내고 “북핵 프로그램 대처에 외교를 사용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를 의미한다.”면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합의한 행동 조치를 설명하고 “다른 회담 참여국들은 북한에 경제적, 인도적, 에너지 지원을 하는 데 협력키로 했으며 이 지원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약속을 이행할 때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시설 가동 폐쇄·봉인, 국제사찰관 입북 허용 등 ‘즉각적인’ 행동과 모든 핵프로그램 공개 및 기존의 핵시설 불능화 약속은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과 시설을 국제감독 아래 포기하는 것을 향한 ‘초기 조치’”라고 규정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특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합의가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4번째 쿼터’가 아닌 ‘첫 쿼터(first quarter)’”라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했다. 이어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모든 프로그램’이란 말 그대로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모든 북한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의 타결 후 제기되고 있는 ‘핵폐기 대상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언급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또 이번 합의가 “참여국들의 공동약속”임을 강조,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 대사가 “핵 확산국에 나쁜 신호를 주는 잘못된 협상”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그가 틀렸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미 강경파의 반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 내에서 이를 분명히 협의했으며, 부시 대통령도 모든 합의내용을 자세히 안다.”고 부연했다. dawn@seoul.co.kr ■ “BDA 합법자금 곧 해제 北위폐 조사는 계속”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문제를 30일 안에 해결해 주기로 약속함에 따라 북한의 막혔던 ‘돈줄’이 풀리고 국제금융 체제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의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우리는 BDA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으며, 이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논의를 충분히 가졌으므로,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이날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합법적 자금’의 해제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는 “불법활동과 관계없는 계좌도 무한정 동결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해 합법자금 해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BDA 문제를 “30일내에 해결하겠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합법적 자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으나 동결된 50개 계좌 2400만달러 가운데 1100만달러 정도가 합법적인 자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그러나 BDA 문제와 북한의 달러화 위조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위폐 문제는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30만건 이상의 문건을 조사한 결과 미 재무부가 2005년 9월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취할 당시 우려했던 북한의 불법활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몰리 밀러와이저 재무부 대변인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BDA 문제와 관련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30일이라고 시한을 못박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밀러와이저 대변인은 또 “북한과의 실무그룹 협의를 통해 BDA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금융과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해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awn@seoul.co.kr ■ 북·미 核해빙… 日 “속타네” |도쿄 이춘규특파원|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을 보이자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에 집착해온 일본이 궁지에 몰렸다. 일본 정부는 “일본도 합의문에 서명한 이상 응분의 (중유지원)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대북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을 둘러싼 주변 정세는 북한과 미국의 급속한 접근 가능성 등으로 급변하고 있어 일본은 명분 있는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는 기류다. 일본은 왜 이처럼 납치문제에 매달리는가. 일본 정부는 2002년 북·일 정상회담 이후 납치 일본인을 두 차례에 걸쳐 귀국시켰지만, 아직도 일본인 납치자가 북한에 생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모두 끝났다.”며 강경하다. 특히 납치문제는 아베 신조 총리 집권에 일등공신이었다. 현재도 납치 문제는 일본내 최우선 관심사다. 당분간 ‘북한 때리기’ 분위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이 여론동향에 신경쓰는 배경이다. 반대로 납치문제는 정권 지지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돼 7월 참의원선거까지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납치 문제’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뒤 국제 외교무대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고 싶어 하는 아베 정부로서는 적어도 당분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일본이 주도했던 대북 포위망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크게 유연해졌다. 그러면서 북한을 고립시키려던 일본이 자칫 국제외교무대에서 역포위되는 형국으로 급격히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입장 변화 가능성을 비쳤다. 아베 총리는 14일 국회에서 납치문제 해결 없이 대북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6자협의의 틀 안에 납치문제가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상황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거듭 보였다. 대북 제재 문제도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내의 에너지 상황 조사 등 간접협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의 북한 방문을 예외적인 조치로 허용할 방침을 정했다.6자회담 합의 분위기에 편승, 강한 대북제재 원칙을 일부나마 수정할 뜻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taein@seoul.co.kr
  • 민선4기 8개월 구청장 스타일 보니…

    ‘재기 발랄형, 뚝심형, 초반스퍼트형, 정중동형’민선 4기 출범 8개월여가 되면서 25개 자치구청장들이 제 색깔을 내고 있다. 공무원에서 정치인, 기업인, 법조계 출신까지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이들의 구정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선수(選數)나 출신에 따라 공통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기초질서형 구청장 가운데 초선은 11명. 두드러진 특징은 기초질서 확립운동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맹정주 강남구청장이 연초부터 펼치고 있는 ‘꽁초와의 전쟁’이다. 꽁초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초기에 “하다 말겠지.”하는 주변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은 서울시와 다른 구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노점상이나 보기 흉한 간판 정비를 줄기차게 추진해 왔다. 그는 왕십리 한양대 앞과 금남시장 노점상과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차량 노점상을 깔끔히 정리했다. 초선 구청장들이 기초질서 운동에 나서는 것은 구청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노점이나 간판, 쓰레기 버리기 등 기초질서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재기발랄형 민선 4기 구청장 가운데 공무원 출신은 모두 10명으로 9명이 서울시 출신이다. 이들의 특징은 초·재·삼선을 불문하고 임기 초부터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시청과 자치구에 있으면서 쌓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노근 노원구청장. 시 본청 근무는 물론 종로·중랑구 등의 부구청장을 거친 데다가 아이디어가 많아 여권문제 등을 여론화해 해결했고,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도 이끌어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도 민원실의 확대와 파격적 인사시스템의 도입으로 주목을 받았다. 재기 발랄형이다. 양대웅 구로구청장도 국제전자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구청장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대부분 재직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한다. 초반스퍼트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반면 이호조 성동구청장은 많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드러내지 않는 정중동형이다. 김영순 송파구청장은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재기 발랄형으로 꼽힌다. 도시 디자인 개념 도입 등을 내걸어 관심을 끌었다. ■ 뚝심추진형 구청장 가운데 재계나 기업인 출신은 정동일 중구청장과 정송학 광진구청장이 대표적이다. 박장규 용산구청장이나 김우중 동작구청장은 기업인 출신이지만 3선이어서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기업인 출신의 특징은 뚝심이다.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제로 정동일 구청장은 세운상가 근처에 220층짜리 고층빌딩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고구려 프로젝트에 집착하고 있다. 광진구를 고구려 상징도시로 만들고, 진취적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기업인 구청장은 소상공인의 육성이나 기업 유치 등 경쟁력 강화는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기업인 출신은 아니지만 김도현 강서구청장도 뚝심형으로 분류된다. ■ 암중모색형 재선 또는 삼선 구청장의 특징은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은평뉴타운의 성공적인 수행이나 지역 녹화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3선으로 기업인 출신인 김우중 구청장은 평소 지론이던 상도동길 등의 테마거리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장규 구청장은 ‘칭찬문화’ 확산이라는 이색 캠페인을 펼쳐 화제다. 이와 함께 정치인 전문직 출신 구청장들은 업무 추진 스타일이 부드럽다. 약사 출신인 김충용 종로구청장, 김형수 영등포구청장, 언론인 출신인 신영섭 마포구청장, 변호사 출신인 현동훈 서대문구청장, 정치인 출신인 김효겸 관악구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가운데 초선 구청장들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 구청장에 비해 업무 파악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원칙과 정치철학에 따라 지난해 6개월간 각종 구상들을 다듬어왔다. 올해는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반 스퍼트형으로 분류된다.
  • [6자 타결 이후 북·미관계] 美, 北 경제제재 해제·인적교류 ‘물꼬’

    [6자 타결 이후 북·미관계] 美, 北 경제제재 해제·인적교류 ‘물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의 이행조치가 합의됨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우선 미국은 이번 베이징 합의문에 따라 60일 이내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및 적성국교역법 등에 따른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미 국무부는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 북한을 이란, 쿠바 등과 함께 테러 지원국에 포함시켜왔다. 북한은 지금까지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이후 북한이 테러에 가담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2005년과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명기, 납치를 테러의 일부로 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실무그룹이 구성됨에 따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시킬 요건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유엔 대북 제재 재검토 문제도 제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적성국교역법을 비롯한 수십개의 각종 법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해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에 따라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94년에 해제됐던 제재 조치들도 대부분 복원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대북 경제 제재의 해제를 다시 추진하게 되면 유엔 제재의 재검토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같은 법적인 조치와 함께 북한과의 인적 교류의 확대도 추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이미 지난해 초청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6자회담 합의의 이행 상황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미 정부의 고위 인사가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의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 방북을 타진하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은 이미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수교를 비롯한 미·북간의 관계 정상화 문제는 이번 합의에 따라 구성될 실무그룹에서 다루게 된다. 미·북은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수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된다. 그러나 그같은 과정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전제되는 것이며, 아직은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미국내 강경파 반발 무마 과제로 또 미국내에는 북한과의 협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강경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 정부 안팎에는 힐 차관보를 코너를 밀어내려는 세력이 아직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내의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13일 CNN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가 이란 등 핵 개발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6자회담의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볼턴 전 대사는 정부를 떠난 개인의 입장에서 발언한 것”이라면서 “미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대북 협상 정책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경수로 문제는 논의 안돼…중유도 참가국 ‘균등 분담’ |베이징 김미경특파원|13일 타결된 제5차 3단계 6자회담의 시작은 1994년 북·미간 맺은 제네바 합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듯했으나 뚜껑을 연 결과, 제네바 합의에서 훨씬 진일보한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가 북·미간 신뢰가 깨지면서 결국 파기된 사례를 남긴 만큼, 이번 6자회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는 모든 회담국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네바 합의와 이번 6자회담의 가장 큰 공통점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조치로 중유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한 뒤 8∼9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핵폐기 단계까지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했으며, 핵폐기가 이뤄지면 200만㎾의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 동결 대가로 중유를 받은 뒤 시간을 끌며 구체적 핵폐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북·미간 신뢰가 깨져 경수로 제공도 불발로 돌아갔다. 이번 6자회담은 이같은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교훈삼아 단순 동결·폐쇄 이후 조속한 시일 내 핵시설 불능화(disabling) 조치로 돌입할 수 있도록 ‘당근’을 던졌다는 것에서 차별화가 된다. 동결 이후 매년 일정한 양의 중유 등 에너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북측이 폐쇄 후 비핵화 조치를 더 많이 취할 경우, 이에 따라 추가적 지원을 함으로써 마지막 폐기 조치까지 가는 동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 때 가장 큰 조건이었던 경수로는 논의하지 않음으로써 핵시설의 불능화를 넘어 해체 등 완전한 폐기 과정으로 갈 경우 다시 논의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 이후 경수로 등 장기적인 에너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제네바 합의는 미국이 전적으로 중유를 제공했으나, 이번에는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이 중유 등 각자 맞는 에너지를 균등하게 부담함으로써 참가국들간 이익의 균형점을 최대 반영하도록 했다. chaplin7@seoul.co.kr ■ 실무회담 재개등 대화 복원 가능성 베이징에서 날아든 엿새만의 ‘낭보’에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한껏 고무됐다. 이들은 회담의 성과가 지난해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냉각된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실무회담 재개 등 대화채널의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부분 식량·비료 지원 재개를 시작으로 남측이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회담국면에서 ‘칼자루’를 쥐기 위해서는 북측이 나서 대화를 요청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6자간 합의로 남북간 대화의 장은 일단 마련됐다.”면서 “우선 인도적 지원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이 대화에 임할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무자급’ 이상의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측 입장에서도 남북관계에서 챙길 수 있는 실리가 적지 않기 때문에 남측이 제안하면 대화채널은 어렵잖게 복원될 것”이라면서 “우선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장관급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실무회담이란 한계 때문에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이나 평화체제 이행을 위한 심도깊은 논의는 오가기 어렵다.”며 특사교환 등 한 단계 격상된 대화 채널을 주문했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적십자 회담이나 장성·장관급 등 실무회담부터 차근차근 복구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섣불리 특사교환 등에 나섰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적 지원 재개와 관련해서는 “주변국들까지 나서 에너지 지원을 약속한 마당에 우리가 식량과 비료지원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뉴라이트’ 진영에 속하는 이지수 명지대 교수는 “남쪽이 나서 대화를 서두르면 북한은 또다시 잇속만 챙기고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쉬운 쪽에서 손을 벌리길 기다리는 게 대화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盧대통령 “합의사항 이행 결실위해 최선” 스페인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마드리드 현지에서 6자회담의 타결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이번에 합의된 사항들에 대해 신속하고 원만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토록 하자.”고 지시했다고 수행중인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밝혔다. 또 “정부는 앞으로 북핵 폐기 과정이 가속화되고 한반도에 평화정착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계속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 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역점을 두고 미국 및 중국 등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조해 왔다.”고 평가한 뒤,“이러한 협력을 위한 노력을 더욱더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베이징 현지에서 우리가 중심적 위치에서 좋은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한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격려했다. 송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6자회담 타결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요건의 성숙 여부에 대해 “6자회담과 북한 비핵화 진전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충분조건을 만든다고 보기에는 빠르다고 본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특히 6자회담 타결에 따른 대북 쌀·비료 지원에 대해 “합의문에 경제·에너지, 인도적 측면에서 지원을 시행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한 맥락에서 별도로 남북관계 차원에서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한나라 ‘빅3’ 반응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는 6자회담 타결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묘한’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先) 북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신중했다. 반면 최근 햇볕정책 계승론을 표방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적극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혔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 전 대표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초청 강연에서 6자회담과 관련,“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북핵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폐기돼야 하며,6자회담 당사국들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환영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합의는 우리의 목표를 향한 초보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시장은 “최종 목표는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나아가 북한을 자발적으로 국제사회에 개방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손 전 지사는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포용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6자회담 결과에서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꽉막힌 北·日관계’ 돌파구 찾을까 |도쿄 이춘규특파원|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로 인해 관계가 꽉 막혀 있는 형국이다. 일본은 북한에 납치돼 살아있는 일본인을 추가로 인도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납치문제는 끝났다고 맞서 있다. 북한과 일본의 이런 입장 때문에 지난해 4월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학술회의에서 일본측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난 뒤 10개월간 서로를 완벽하게 외면했었다. 그러나 12일 오후 김계관 부상과 사사에 국장이 베이징(北京)에서 1시간가량 양국 수석대표 회담을 가지면서 긴 외면에 종지부를 찍었다. 별 진전은 없었다지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이 적지 않다. 특히 앞으로 북·일 양국은 이번 6자회담 합의로 설치되는 5개의 작업부회(워킹그룹) 가운데 하나인 ‘북·일관계 정상화 작업부회’라는 공식무대를 통해 이견을 좁혀갈 장(場)을 마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6자 회담이 일부 진전됐다고 평가한 점도 주목된다. 다만 당장은 돌파구가 마련될 징후는 없다. 아베 총리가 납치문제를 지렛대로 집권했지만 지지율이 약세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론을 의식, 납치 문제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도 완강하다. 납치문제는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사이에 합의된 ‘평양선언’으로 이미 완전히 해결된 문제라고 반박한다. 납치문제 후속 제기는 일본의 억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도, 일본도 서로 외면만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은 국내 정치적으로는 납치문제가 유용하지만 외교 측면에서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북한도 일본과 돌파구를 마련, 국교정상화 등을 통해 경제적 숨통을 트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전 부총재가 “이라크에서 실패한 미국이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북·미 관계의 타개를 시도할 것이다. 일본도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과의 국교수립에 나서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인생도처…/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소중현대(小中顯大). 작은 데서 큰 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중국 당(唐)말 최고의 문인·서예가 동기창이 집착했던 글이다. 짧지만 멋과 기품이 도저하다. 문화계의 ‘낭인’이었던 어떤 이가 이 글을 가슴에 담았다. 서예대가 김충현선생을 찾아가 글을 써달라고 졸랐다.2점을 받아 표구했다. 민중미술과 닿아있던 그의 형편은 뻔했다. 이런저런 문화강좌 출강이 전부였다. 호구지책도 어려웠다. 종종 불러준 ‘형님’이 유력한 후견인이었다. 문화담론을 즐기는 기업인이었다. 어느날 표구 2점을 갖고 그를 찾았다.“일중 선생 글씨입니다. 한 점 고르십시오. 이 게 나은 것 같은데.”“그렇구먼, 그럼 자네가 나은 걸 갖게. 난 저 걸로 하겠네.”낭인은 깜짝 놀랐다. 서슴없이 양보한 그의 대범함. 역시 ‘형님’은 고수였다. 그는 지금도 그 글을 보면 형님생각이다. 반대였다면 어땠을까.‘좋은 건 그분이 갖고 있는데’늘상 아쉬웠을 것이다. 어찌 ‘형님’뿐이랴. 인생도처, 고수들이다. 얄팍한 잔머리에게 안 드러날 뿐이다. 낭인은 지금 문화계 고위인사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인천 계양산 개발·경인운하사업 싸고 주민-시민단체 ‘갈등’

    지역개발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주장을 달리하며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사례가 많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견해와 행동을 함께했던 과거와는 자못 다른 양상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가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시민운동이 진화하며 본연의 자리를 찾고 있다는 상반된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 현안인 계양산 개발과 경인운하사업 등에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산 자락인 목상·다남동 일대 75만평을 골프장·테마파크 등으로 개발하려 하자 인천녹색연합 등 인천지역 45개 시민단체는 ‘계양산 골프장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진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계양산에 특정인들을 위한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환경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세농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근 주민 대부분은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들어 개발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누구를 위한 시민단체냐.”고 비난한다. 지난 7일 인천 계양구 주최로 열린 설명회에서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경인운하도 시민단체와 주민들간에 뚜렷한 대립 구도가 형성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지역이 남북으로 단절되고 한강과 쓰레기매립지의 오염물질 유입에 의한 부영양화로 생태환경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천, 부천, 김포 등 굴포천유역 주민들은 경인운하가 굴포천유역의 상습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 신항만 화물수요를 흡수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와 주민 대표는 경인운하에 대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굴포천유역지속발전가능협의회’에서도 각각 찬반을 대표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2003년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된 인천 논현지구에서는 주민과 시민단체가 입장 차이로 갈등을 겪다 결국에는 갈라서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처럼 주민과 시민단체가 대립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은 주민들이 실익을 추구하는 데 비해, 시민단체는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 이재욱 교수는 “주민들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비전과 경제적 효과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시민단체는 이상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민단체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전체적인 관점에서 폭넓게 사태를 파악하고, 외국의 사례연구 등을 통해 글로벌적인 시각을 갖춰 시민운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시민단체의 ‘정체성 위기’라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측은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들은 보상이나 지가상승 등 개별적·우선적 이익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시민단체는 환경훼손 등으로 야기될 전체시민 피해 등 전체적·장기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기 때문에 견해와 행동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이 시민단체의 입장과 역할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문단의 어른으로서 뜻하지 않게 후배들의 반발에 밀려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오직 한길로 35년을 봉직하던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한다.’이런 상황이라면 시인이 아니라도 섭섭하거나 아쉽거나, 혹은 착잡해지거나 감회에 젖어 많은 말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정희성(62)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이사장은 그러지 않았다. 작가회의 명칭 변경이 무산된 데나, 평생을 지켜온 일터를 떠나게 된 데 대해서 시인은 의외로 평화롭고 담담했다. 맑은 얼굴에 자분자분한 말투. 서울 아현동,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과작(寡作) 시인답게 말수도 적었다. ▶정관 개정이 무산됐는데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무산이 아니라 찬반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걸려 결정을 못한 것이지요.2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명칭개정 소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겠습니다. ▶작년 1월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민족문학’이란 용어를 떼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셨는데 그 사이 생각이 변한 겁니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분단 상황에 있기 때문에 민족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 측면에서 보자면 오랫동안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해 온 결과, 작년 10월 금강산에서 남북한과 해외문학인들을 포괄하는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됐습니다. 민족문학에 분명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지요. 그래서 민족문학은 이 틀에서 다루게 두고, 우리는 명실공히 한국문단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인 만큼 포용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침 젊은 작가들도 그런 생각을 해왔던 모양입니다. ▶‘민족문학’이란 이름으로는 전체를 포용할 수 없을까요. -작가회의는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로 출발했고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된 지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해 온 이미지 때문에 국내에서는 ‘강성’‘좌파’로 몰리는 반면,‘세계작가와의 대화’ 등 국제교류를 할 때는 ‘내셔널’이란 명칭 때문에 극우 민족주의단체로 오해받아요. 또한 요즘 젊은 작가들은 ‘민족문학’개념으론 포섭될 수 없는, 너무도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을 수용해야 합니다. 총회 석상에서는 ‘문학은 포기해도 민족은 포기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지만, 문학이 민족문제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또 문학을 버리고 어떻게 민족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까요. ‘민족문학론’을 주창했던 백낙청 상임고문이 명칭개정에 찬동하고 있는 이때, 일부 후세대 작가들이 이에 집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백 교수는 군사독재 시절 민족적 위기의식의 소산으로서 ‘민족문학론’을 전개했다. 민주주의 쟁취와 민족통일을 양대과제로 내세운 한시적 개념이었다. 백 교수는 이제 진영개념으로서 민족문학론은 내실을 잃었다고 보고 새롭게 ‘한국문학론’을 제시한다. 민주화는 완수됐고,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으로 분단체제도 극복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진정한 국민문학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잠시 귀국했던 작가 황석영은 작가회의에 대해 “조직이든 집이든 사람이 만든 것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친목회 정도의 기능만 남았다면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역사적 과업”이라고 일갈하고,“분단체제는 남북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라는 확장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작가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던 만큼 심도있는 논의와 우편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했다. ▶정든 교직을 떠나시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교직 35년, 문단 37년이니 두 경력이 비슷합니다. 그동안 제자 1만명, 시집 4권에 결혼하여 아이 둘을 길렀으니 행복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엄혹한 시기에 용의주도하게 살았다고도 생각됩니다.70∼80년대 주목받던 저항시인으로 1979년 세계시인대회 시위,1980년 지식인선언 등에 참여하거나 잡혀갔는데도 자신은 훈방되거나 해직되지 않았다. 아마 대학교수가 아니라 고교교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자신이 쓴 시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무돼 시위에 나서고, 한 여고교사는 시 ‘아버님 말씀’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가 선동죄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괴로움이었다. 용의주도하게 살았다는 말은 이런 책임의식 때문인 듯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도 고교교사로 남겠다며 학위논문을 내지 않았다면서요. -대학교수가 희망이기는 했어요. 그러나 1972년 논문만을 남기고 상아탑에서 나왔을 때는 가파른 유신시절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직장에서 쫓겨났고,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문학적 관심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졌고, 이런 관심에 대한 해답이 아닌 다른 논문은 쓰고 싶지 않아 포기한 거지, 그렇게 깊은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문예창작과가 많이 생기면서 기회가 또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후회되지 않느냐니까 “대학교수가 되면 시가 안 좋아지더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사장의 시에는 그 시대의 현실과 급소가 생생하게 표출됩니다. 그런데 요즘의 시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무뎌지신 건가요, 생각이 달라지신 건가요. -가파른 시대에는 쓰지 못했던 사랑에 관한 시들이 많아졌습니다.2000년대 9·11테러 이후에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많이 담고 있지요. 무뎌진 점도 있겠지만 관심의 확장으로 봐 주기 바랍니다. 독자들도 옛날 독재정치에 항거할 때처럼 주먹 쥐고 하는 얘기들은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또한 현실 문제는 그 시대의 가장 젊은 문인들에 의해 잘 포착될 것입니다. 퇴임식 때 다섯번째 시집을 내 동료교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결국 편수를 못메워 싱거운 기념식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백령도를 다녀와 40행이나 되는 시 ‘몽유백령도’를 썼다. 짧아지던 시가 예전의 호흡을 다시 회복해가는 듯한 느낌이라 기쁘다. 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살자는 데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 이사장이 저항의 시를 썼던 것도, 이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것도, 작가회의가 명칭 변경을 논하게 된 것도 결코 우연히 진행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희성 그는… 1945년 경남 창원 출생(만 62세). 공무원인 부친을 따라 충남, 대전, 이리, 여수를 다니며 살았다. 용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 국문과를 나왔다.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탁목조’가 당선돼 등단했다.1972년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로 부임해 35년간 재직하고 그제 정년퇴임했다. 글을 쓸 생각이면서 국문과에 입학한 것은 고전문학을 공부해 전통의 바탕에서 창작을 하리라는 계획에서였다. 첫 시집 ‘답청’(1974)’은 그의 생각대로 ‘고전적인 전아함’을 갖춘 시들로 꾸몄다. 그러나 1972년 유신체제에 접어들고 친구들의 해직과 투옥을 접하면서 완전히 다른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나온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에는 칼칼한 저항의 목소리가 담겼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로 시작되는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는 어두운 현실을 처절한 서정에 담아 형상화한 대표작이다.“증오에 대해서/나도 알 만큼은 안다/이곳에 살기 위해/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싸우다 죽은 내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란 시구처럼 ‘공격적이고 거친’ 글을 쓰기도 했지만, 자신은 시대가 현실주의자를 만들었지 본질적으로는 천진한 낭만주의자라는 생각이다. 네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2001년)는 이런 면모를 엿보게 한다. 김수영문학상, 시와시학상 수상.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시절부터 반독재 문학단체에 몸담아 2006년 1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되었다. y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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