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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힘찬 총성과 함께 게이트 문이 열리면 말과 기수의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약 2분간의 치열한 경주를 숨소리마저 죽인 채 지켜보는 과천경마공원 14조 마사의 책임자인 조교사 이신영씨. 특유의 카리스마와 멋진 성격으로 기수와 마필 관리사, 그리고 마주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녀의 거침없는 레이스를 함께한다. ●쿵푸 공룡수호대(KBS2 오후 3시 35분) 유리는 선우 박사님의 심부름으로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가면을 창고에 두다가 창고 안에 이상한 가방을 발견하고 열어보게 된다. 갑자기 도시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 수호대는 스코를 찾아가 경고를 한다. 한편, 수호대원들은 조사 결과 유리가 트리케라톱스라는 가방을 열게 되면서 공룡 인간으로 변한 사실을 알게 된다. ●100세 건강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과거 탄수화물 중독증으로 고생했던 헬스트레이너 이혜선씨. 대학시절부터 군것질에 집착해 당시는 밥보다는 빵이나 떡, 과자들을 즐겨 먹었다. 그는 밥을 먹고도 허기를 느끼면 냉장고를 뒤져 간식을 찾아 먹을 정도로 군것질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과연 밀가루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월화드라마 신의(SBS 밤 9시 55분) 기철(유오성)은 사람의 목숨으로 공민왕(류덕환)에게 협박을 가한다. 최영(이민호)은 그 방어를 하고자 동분서주하며 은수(김희선)를 구해낸다. 은수는 최영을 지키고자 둘 사이의 언약을 깨자고 통고한 뒤 혼자 떠난다. 다시는 지킬 자가 없어진 최영은 공민과 은수를 위한 마지막 결심을 한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13억 인구가 살아가는 광활한 대륙, 중국. 그 안에 ‘신이 만든 정원’이란 찬사와 더불어 ‘쓸모없는 땅’이란 비평을 함께 들어온 땅, 구이저우가 있다. 이곳은 면적의 90% 이상이 산악지대에 평지는 단 3%뿐이다. 구이저우는 그 넓은 중국에서도 유일하게 평야가 없는 지역으로 어딜 가나 깊고 험준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도심의 한 공원에서 싸늘한 주검이 발견됐다. 한눈에 봐도 오랜 노숙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자신의 아지트에서 마치 잠든 것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숨을 거뒀다. 그러나 부검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외상 하나 없는 그의 사인이 폭행에 의한 타살이라는 것이다. 이에 일산경찰서 강력 4팀 형사들이 죽음의 전말을 밝힌다.
  • [글로벌 시대] 해외건설 5000억弗 달성과 과제/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글로벌 시대] 해외건설 5000억弗 달성과 과제/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지난 6월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 누계 금액 5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현대건설이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로 해외진출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47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해외 건설시장은 제반 여건이 국내와는 판이하게 달라 위험요소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5000억 달러를 수주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해외수주에서의 이 같은 성과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제조·물류·금융·보험·인력 분야 등 연계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는 파급 효과가 아주 큰 건설분야를 우선적으로 택하곤 했다.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수주 5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룬 공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계속된 1차 중동 붐 시절에 외화벌이 창구가 되어 산업화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기여했다. 1982년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액이 70억 달러, 경상수지 적자가 21억 달러에 달했는데, 당시 우리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 133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고, 2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민경제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해외건설이 단일 품목으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했을 만큼 국민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둘째, 세계화·국제화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 건설 기술자가 외교관보다 발을 먼저 디딘 나라가 많다. 1982년 통계를 보면 해외에 취업한 한국인 건설 근로자가 17만명이 넘고, 가족 동반으로 나간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공사를 수행하는 동안에 발주처, 기술회사, 협력사 관계자 등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해외건설을 통해 우리 업체들은 첨단 건설기술과 비즈니스 관행, 외국 언어와 문화 등 세계화에 필요한 기본양식을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우리가 무역 1조 달러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1965년부터 연인원 수백만명이 지구촌을 누비고 견문을 넓히면서 세계화의 초석을 놓은 덕택이 아닐까? 어쩌면 해외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도 근면과 성실로 고품질의 결과물을 적기에 발주처에 인도해 찬사를 이끌어낸 건설인들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2, 3년 전부터 우리나라 업체들 간에 벌이는 과당경쟁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요즈음 어느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했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어림짐작으로 손익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리(財利)에 밝은 화상(華商)들이나 선진 기업들은 매출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다. 그들은 누구의 시가총액이 더 큰가? 누가 이익을 더 창출했나? 즉, 시가총액과 이익으로 회사를 평가한다. 우리 건설사들은 그동안 시장 선점과 지역 다변화, 규모의 경제 시현을 위해 앞만 보며 힘차게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생긴 다소 무리한 수주 경쟁과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관용해 주기로 하자. 그러나 이제는 자숙할 때다. 국내 시장에서 저가 수주를 할 경우 업체로서는 손실을 입지만 그 손실만큼 정부나 사업주가 득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니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해외 공사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수주하고 본다.’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더욱이 땅 속에 파이프만 꽂으면 기름이 나오는 산유 부국(富國)까지 가서 우리 업체끼리 과당경쟁을 벌이며 이익을 깎아먹는 잘못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건설사들이 과거 수십년 동안 열심히 땀 흘린 결과 규모는 충분히 커졌다. 이제는 외형 키우기에 치중하기보다는 사업구조 고도화와 기술개발에 매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해외건설 수주 1조 달러 달성과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주말 영화]

    ●서편제(EBS 일요일 밤 11시) 1960년대 초 전라도 보성 소릿재에서 동호는 소릿재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소리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대갓집 잔칫집에 불려 온 소리꾼 유봉은 그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한편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아기를 낳던 금산댁이 그만 아기와 함께 죽고 만다. 유봉은 수리품을 파는 틈틈이 송화에게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하지만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줄고 냉대와 멸시 속에 살아가던 중 동호는 어미 금산댁이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 나간다. 이에 유봉은 송화가 그 뒤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약을 먹여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그렇게 유봉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 가는 송화를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무문:100대1의 전설(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정무문의 후계자 진진은 중국 노동참전군 15만명과 함께 세계 대전 프랑스 전선에 파병돼 맨몸으로 독일군에 맞서 활약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전사자로 기록되고 만다. 그리고 7년 후 1925년 상하이에서는 기천원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외교관과 군인, 스파이와 미녀들이 모여드는 사교클럽 카사블랑카에 등장해 모두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다. 한편 상하이 유력 인사들에 대해 연이은 암살 테러가 벌어지고 살생부까지 공개되면서 일본군에 대한 증오와 공포심이 날로 커져 간다. 그 가운데 당대 최고 스타인 천산흑협이 홀로 암살자들을 처단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일본군에 맞서 상하이 밤거리를 누비며 활약하는 절대 고수 천산흑협.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해리슨의 꽃(EBS 토요일 밤 11시) 해리슨 로이드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기자다. 해리슨의 부인 사라 역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사진 편집자로 일하는 언론인이다. 해리슨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적은 일을 하기 위해 사진기자 일을 그만두려 한다. 하지만 해리슨의 동료인 카일은 해리슨이 기자답지 못하게 안전만을 추구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해리슨은 내전이 발발한 유고슬라비아에 가서 마지막 취재를 하기로 한다. 해리슨이 파견되고 나서 얼마 후 사라는 해리슨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사라는 남편이 살아있다고 믿고 직접 남편을 찾아 나선다. 사라는 카일과 마크 스티븐슨의 도움을 받아 전장을 뒤진다. 그렇게 이들은 전쟁의 중심지인 부코바로 향한다.
  • “헤어지자고 해서 범행 저질러” 자매 살해범, 언니와 3년 교제

    울산 자매 살해범 김홍일(27)은 피해자 이모(27·언니)씨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사전에 흉기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4일 김씨는 범행 1주일 전 이씨가 ‘헤어지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화가 났고, 이튿날 만나 다시 이별을 통보받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가 자존심이 상해 범행을 결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7월 20일 오전 3시쯤 자매가 사는 울산시 중구 성남동 다가구주택의 배관을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 거실에 있던 동생을 먼저 살해했다. 김씨는 방에 있던 언니의 비명을 듣고 달아났다 1분여 뒤 다시 들어와 119에 신고하던 언니까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전날 한 대형마트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구입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졸업한 부산 기장군의 모 대학교 주차장에서 차 안의 내비게이션 DMB를 통해 공개수배 사실을 알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특히 김씨는 3년가량 사귄 이씨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실제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와 SNS 내용 중 80~90%가 이씨에게 집중됐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세계 역사·문화에 콤플렉스가 숨어 있었네

    “한국인들은 우리 도미니카인들에게 ‘희망의 얼굴’입니다. (중략)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정신이 한국을 짧은 기간에 이처럼 발전시켰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을 연구한 전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엑토르 갈반의 말이다. 필연적으로 ‘졸속의 원리’를 동반해 ‘한국병’으로까지 취급받던 ‘빨리빨리 문화’가 지구 저편의 나라에서는 오히려 경제 성장의 비결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특정 문화를 하나의 잣대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좋은 예다. 특히 인터넷 등 방송 통신 기술의 발달로 동서양의 문화가 순식간에 뒤섞이는 요즘에는 지구촌 문화를 폭넓게 이해해야 서로 간 오해를 줄이고 동반성장도 꾀할 수 있다.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연구하며 세계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온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낸 ‘세계 문화의 겉과 속’(인물과 사상사 펴냄)은 한국을 중심에 놓고 세계 각 문화를 비교, 소개하고 있다. ‘세계 문화 총정리’란 출판사의 표현처럼, 강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에서 한국과 세계 문화를 이리저리 엮어 심리적 배경과 이데올로기의 뿌리를 더듬는다. 책은 900쪽에 달할 정도로 두툼하다. 개인주의-집단주의, 차이-관용-신뢰, 시간, 공간, 감정-습관-인생관, 권위-서열-차별, 수치심-죄의식-극단주의, 인종-민족-다문화주의, 정체성, 주체성, 국가-국경-세계화, 문명과 종교, 언론과 정치, 대중문화 등 큰 카테고리를 14장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담았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하고 경험하자는 뜻”이라고 출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국과 세계의 비교를 통해 한국 문화의 명암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책은 이 같은 비교 과정을 통해 ‘빨리빨리’에서부터 ‘키치의 제국’ 면모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우리 내면의 모습과 세계의 문화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전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한다. 예컨대 다른 나라의 ‘콤플렉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문화·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살피라고 충고한다. 미국엔 역사 콤플렉스, 캐나다엔 정체성 콤플렉스, 이스라엘엔 포위 콤플렉스가 있듯, 지구상에 콤플렉스 없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다른 특징들도 소개된다. 스위스에 정신분석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많은 이유, 영국 ‘신사’들이 ‘섹스 눈요기’에 집착하는 원인, 일본에만 섬나라 근성이 존재하는 까닭 등 각 나라가 다양한 문화적 색깔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해 나간다. 3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수학문제 안풀린다“ 자살시도한 11세 소녀 충격

    중국의 11세 소녀가 수학문제가 잘 풀리지 않자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적인 자살시도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청두완바오 등 현지 언론의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저녁 7시경 A양은 혼자 방에서 수학문제를 풀던 중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뜻대로 풀리지 않자 제초제를 들이켰다. 가족들은 약 1시간이 지나서야 A양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장 병원으로 옮겼지만, 위세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다. 그 사이 A양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지만, 쓰촨대학 화시제2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받은 뒤 현재는 첫 고비를 넘긴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A양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으며, 조부모는 생활고로 인해 사춘기의 A양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민감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평소 말수가 적었지만, 유독 공부에 욕심을 내던 A양은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이에 과도하게 집착해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종종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시제2병원 심리학전문가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A양에게 큰 충격을 줬으며, 이로 인한 자폐증과 과민증 등이 사소한 문제에 자살을 시도하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마음의 껍질과 상궁지조(傷弓之鳥)/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마음의 껍질과 상궁지조(傷弓之鳥)/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마음의 껍질’이란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정해놓고 일관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일종의 고착화된 마음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음의 껍질은 삶의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결정을 거치면서 자기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단 두껍게 쌓이면 좀처럼 바꾸거나 벗겨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잘못된 마음 껍질에 갇혀 버릴 경우 마음 기운을 지속적으로 왜곡시켜 두뇌에 비정상적인 정보를 저장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저장된 지식과 경험도 잘못 꺼내 쓰게 함으로써 삶을 실패와 좌절로 얼룩지게 만든다. 마음의 껍질은 마음이 옳다고 확신하는 착심(着心)단계에 접어들면서 만들어진다. 어느 나그네가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지게에 짊어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나무를 산 위에서 굴리면 집까지 내려올 것을 왜 힘들게 짊어지고 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나무꾼은 베어온 나무를 다시 지게에 담아 산에 오른 다음 산 아래로 나무를 굴렸다. 나무꾼은 새로운 방법을 알고 행복한 얼굴이었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조롱했다. 인생 역시 산에서 나무하는 여정과 같아서 마음이 행로를 정할 때마다 나무꾼처럼 어처구니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마음 껍질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나무꾼을 비웃는다. 마음의 껍질은 삶의 역할을 키워 가면서 자기 몫을 결정하는 마음 욕구가 극대화될 때 마치 신념처럼 절대 믿음의 껍질로 자리 잡게 된다. 이때부터 집착이 커진 마음의 껍질은 모든 결심과정에 간섭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합리화시키는 영역 확장에 몰입함으로써 스스로를 가두는 부정적 측면이 강해진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마음 껍질을 부단히 벗겨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독교는 가난한 마음을 요구하고 있고, 불교는 비운 마음을 설파하지만 아무튼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야 청정한 마음을 볼 수 있다. 자기 욕심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분별력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본래의 바른 마음이다. 바른 마음이 나타나면 자신의 타고난 역할과 능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됨으로써 무엇을 키우고 다듬어 나갈지를 무리 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상궁지조’(傷弓之鳥)란 화살을 맞아 상처를 입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말로 전국책 초책편에 나오는 고사다. 경리(更羸)라는 사람이 위왕(魏王) 앞에서 화살 없이 활만으로 새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면서 날아가는 기러기를 향해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놓자, 기러기가 떨어졌다. 경리가 궁금해하는 위왕에게 “떨어진 새는 날아올 때 이미 화살에 맞아 깊은 상처가 있어 심히 느리게 날았고, 무리를 잃은 지 오래되고 과거 화살에 놀란 마음이 가시지 않아 구슬피 울었기에 활시위가 퉁겨지는 소리만 듣고도 놀라서 급하게 높이 날아오르려다 오히려 떨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음을 설명한 사건에서 연유한다. 사람도 궂은 일을 당해서 마음에 깊은 껍질이 생기면, 의심과 두려움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작은 일에도 정신적 공황을 겪는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 사회가 너무나 혼란스럽다. 벌써부터 유권자의 표심을 얻겠다고 실천하지 못할 약속이 남발되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때로는 비이성적인 감성을 자극해서 국민의 정서를 이간시킨 다음 편을 만들어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키는 일이 서슴없이 일어나기도 한다. 국민들은 항상 그렇듯이 주인이라는 태생적 책임 때문에 켜켜이 쌓이는 상처받은 껍질을 하염없이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편파적 껍질을 거두고 올바르고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위대한 선택을 맞이해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지난날 경험했던 두려움의 트라우마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적어도 국민들의 고통스러운 마음 껍질을 녹여줄 수 있는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내려진 하늘의 엄숙한 뜻(天命)임을 알아야 한다.
  • 심상정 ‘적진’ 새누리 워크숍서 쓴소리

    심상정 ‘적진’ 새누리 워크숍서 쓴소리

    “초청받아 쓴소리하기는 그렇지만 ‘왼쪽의 이야기’를 원해서 부른 것 아니냐. 듣기에 불편해도 양해 바란다.”고 말문을 연 강연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려고 각오했다면 과거 역사에 대해 분명하면서도 명쾌한 화답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고언했다. 12일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 위원장 워크숍에서 ‘2012 대한민국, 시대적 과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날 워크숍은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의 장본인인 정준길 전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이 지난달 28일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철수 교수님이 오셔서 1시간 정도 강의 가능하겠니.”라고 문자로 물었던 그 행사다. 심 의원은 “답이 다르고 정치적 소신이 달라도 폭넓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정치발전의 중요한 과제”라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 문제를 먼저 꺼냈다. 그는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을 보면 과거에만 집착하는 발언으로 보여 미래를 선택하는 국민께 실망을 줬을 것이다. 박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면서 “박 후보는 과거사는 역사에 맡기자고 했는데 이는 국민한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겠냐’는 걸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통합의 리더십’의 사례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으면서 “김 전 대통령은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이를 용서로 화답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면서 “과거 역사에 대한 사죄는 우선 뚜렷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정권과의 단호한 결별과 정치개혁도 주문했다. 심 의원은 “지역할거주의·단순독식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인 새누리당이 기득권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다수자이자 집권당인 ‘현재권력’이라며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대선 뒤가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은행에 집 맡기면 연4~5% 이자 내고 계속 살 수 있어요

    은행에 집 맡기면 연4~5% 이자 내고 계속 살 수 있어요

    우리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연체한 700여 가구는 집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되, 최장 5년까지는 연 14~17%의 연체이자가 아닌 연 4~5%의 대출이자만 내고도 자신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된다. 5년 안에 빚을 갚으면 집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 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 제도를 이르면 이달 말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하우스 푸어’(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계층) 구제 대책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을 약간 변형한 개념이다. 집을 팔아 대출 원리금을 갚고 싶어도 거래 부진으로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숨통을 터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제도라 신청자격이 다소 까다롭다. ▲집이 한 채뿐이고 실제 그 집에 살아야 하며 ▲다른 은행에는 빚이 없어야 하고 ▲한달 이상 이자를 연체했어도 어느 정도 갚을 능력이 있어야 하며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 연체고객이 700여 가구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대출액은 900억원가량이다. ▲다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나 ▲투기 목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자 ▲고가 혹은 다주택 구입자 ▲회생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장기 연체자 등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이용방식은 이렇다. 우선 연체고객은 일정 기간(신탁기간) 동안 집 소유권 및 처분권을 은행에 넘긴다. 대신, 임대료를 은행에 내고 그 집에서 계속 산다. 임대료는 연 4~5%인 대출 이자 수준이다. 신탁기한이 끝날 때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고객의 동의 없이도 집을 처분할 수 있다. 집 판 돈으로 대출 원리금을 갈음하는 것이다. 대출금을 떼고도 집 판 돈이 남으면 고객에게 나머지는 돌려준다. 신탁기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임대료가 여섯 달 이상 밀리면 이 때도 은행이 집을 곧바로 처분할 수 있다. 반대로 신탁기간 만료 전에 고객이 빚(연체이자 포함)을 갚으면 자신의 집을 최우선적으로 되찾을 수 있는 권리(바이백 콜옵션)를 준다. 김홍달 우리금융 경영연구소 전무는 “이른바 ‘깡통주택’(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진 주택)이 은행 신탁자산으로 귀속돼 고객들은 가압류 등 채권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은행은 대출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주택을 처분(세일)하지 않고 맡긴다(트러스트)는 점에서 외국의 ‘세일 앤드 리스백’과 다소 다르다. 유난히 집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전무는 “신탁 방식이기 때문에 매매에 따른 세금과 제반 비용도 아낄 수 있다.”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고객에게는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용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대출원금 및 연체이자 감면은 없다.”고 김 전무는 못 박았다. 점차 다른 계열 은행인 경남과 광주은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근본적으로 은행이 손해볼 게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평균 50% 수준이라 집값이 50% 이상 떨어지지 않는 한 은행이 대출금을 떼일 위험은 없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일 앤드 리스백과 달리 신탁은 임대료를 연체하면 곧바로 집에서 쫓겨나는 구조”라면서 “고객으로서는 꼼짝없이 은행의 손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뉴스&분석] 삼성 vs 애플 등 글로벌 특허전쟁 치열한데

    [뉴스&분석] 삼성 vs 애플 등 글로벌 특허전쟁 치열한데

    삼성과 애플이 전 세계 9개국에서 벌이고 있는 ‘글로벌 특허 전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특허 출원 건수만 놓고 보면 세계 4~5위의 ‘특허 대국’이지만, 정부와 기업·학계의 전반적인 특허 관리 역량은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서울신문이 최근 발간된 ‘2011 지식재산통계연보’의 심판 종류별 청구 및 처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특허무효심판(기존 등록 특허의 무효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 청구돼 심사 결정이 진행된 특허 580건 가운데 64.5%인 374건이 무효 판정을 받았다. ‘특허 심판대’에 오른 특허 3건 가운데 2건은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해 ‘가짜 특허’로 낙인찍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의 특허 무효율은 미국(20%대), 일본(50% 안팎)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허 출원 건수가 늘면서 무효율도 이에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2001년만 해도 45.9%에 머물렀지만, 2009년 71.6%까지 치솟았다. 2010년에도 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의 67.3%가 ‘효력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특허의 수’라는 양적인 면에만 집착해 독창성이 떨어지는 부실 특허를 양산하는 사회적 풍토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어렵게 얻어낸 특허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산업계의 특허 관리 역량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실제로 무효 판정을 받은 특허의 30% 정도는 특허 자체의 독창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특허 업계의 분석이다. 평소 기업들이 전문인력을 육성해 자신들의 특허에 대해 법원과 특허청, 소송 당사자에게 정확히 설명만 해도 특허가 무효가 되는 불상사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특허로 새로운 보호무역 장벽을 쳐 나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특허 전문인력을 대폭 양성하겠다.”고 구호만 외치고 있는 정부도 문제다. 특허 소송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제기돼 온 ‘특허 소송 시 변리사 공동 대리(공동 소 제기)’와 같은 해묵은 이슈조차 변호사들의 반대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 선진국도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개발자들이 기술 연구에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도 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지영·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6)‘개화파’ 김옥균 vs ‘그를 죽인’ 홍종우

    [선택! 역사를 갈랐다] (26)‘개화파’ 김옥균 vs ‘그를 죽인’ 홍종우

    ●혁명가 인정받는 ‘김옥균’ vs 테러리스트 된 ‘홍종우’ 정부 차원에서 주요한 역사적 개념을 규정하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갑신정변을 ‘근대 부르주아 혁명운동’으로 변경했다. 한국에서 김옥균(金玉均·1851~1894)과 갑신정변에 대한 견해는 연구자들 간에 일치하지 않으나 대체로 근대국가 수립을 위한 최초의 혁명적·진보적 개혁운동으로 보고 봉건제 청산을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을 전개하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일본이라는 외세 동원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변혁 주체로서의 역할은 인정하는 편이다. 반면 이와 대비시켜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홍종우(洪鍾宇· 1850~1913)는 대다수 사람들이 갑신정변 주도 인물인 김옥균 암살범이자 독립협회와 대척점에 있던 황국협회를 주도하던 반(反)개화, ‘테러리스트’로만 이해하고 있던 인물이다. 당연히 그 평가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보수반동 성향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갑신정변’ 3일천하… 실패한 비운의 개화파 김옥균 조선을 개혁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일으킨 1884년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난 뒤 반역자로 처단된 고균(古筠) 김옥균. 권력과 세력을 잃고 망명지를 떠돌다가 목숨을 잃고 주검마저 능욕을 입은 비운의 개화파…. 갑신정변의 실패는 정변의 주체들과 일정 부분 이해를 같이했던 윤치호의 아버지이자 군부대신 등 고위관료를 역임한 윤웅렬도 예견하고 있었다. 그는 갑신정변의 실패 요인을 다음의 여섯가지로 꼽았다. 1. 군주를 위협한 점 2. 외세를 믿고 의지한 점 3. 민심이 따르지 않은 점 4. 청국의 군사력을 과소 평가한 점 5. 왕과 왕비의 의향을 어긴 점 6. 당붕(黨朋)의 도움 없이 일을 조급하게 처리한 점 갑신정변의 행동대장으로서 정권의 핵심인사 살해에 앞장섰던 서재필은 후일 회고담에서 실패 원인을 ‘민중의 무지몰각’에 돌리고 있다. 그는 광범위한 민중의 원동력과 잠재력을 믿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매도했다. 정변은 국민적 동의 없이 진행된 것이다. 후일 김옥균은 일본을 ‘이용’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용당한 것이고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봉건제도 청산을 위한 노력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상대적으로 제국주의 침략 세력에게는 관대하거나 이를 생각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와 친한 일본인들은 후쿠자와(福澤諭吉), 도야마(頭山滿), 고도(後藤像二郞) 등 ‘대아시아주의자’이자 한국 침략을 적극 옹호한 인물 일색이었다. 말년의 김옥균은 이른바 삼화주의(三和主義)에 심취해 있었다. 그는 ‘흥아지의견’(興亞之意見)에 기초해 이를 설명했는데, 그 골자는 ‘삼국제휴 서력방알’(三國提携 西力防?)을 통해 아시아를 부흥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제창하게 된 것도 정신적 스승인 후쿠자와의 영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흥아지의견’은 현재 남아 있지 않아서 과연 김옥균이 후쿠자와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삼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평화롭게 공존공생하자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904년 러일전쟁 직후 그동안 일본에 망명했던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관련자들은 모두 귀국하여 복권되고 식민지 시기 대다수는 친일의 거두로서 식민지 지배의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옥균에게는 유신(維新)을 처음 제창한 사람이고 문명의 선각자로서 충달공(忠達公)이라는 시호가 융희 4년(1910) 7월 27일에 추증되었다. 김옥균 추종 세력은 이후 1920년대에 들어와서도 그의 이전 활동을 과장·미화하였다. 식민지 시대 말기에 이르면 일제는 만주 침략을 시작으로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대동아공영권을 통한 아시아 지배와 조선 민중에 대한 무제한의 통제 명분을 김옥균이 주장한 삼화주의에서 찾았다. 김옥균의 삼화주의는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숱하게 왜곡되어 갔다. ●홍종우, 실정 맞는 근대화 추구… 佛르피가로도 ‘개화인사’ 인정 경기도 몰락한 선비의 가문에서 출생한 홍종우는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중 1886년 3월부터 프랑스행을 결심하여 1888년 나가사키와 규슈, 오사카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이어 1890년 12월 파리로 들어갔다. 그는 프랑스 유학 후 거의 2년 동안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연구보조자로 활동하면서 춘향전, 심청전, 직성행년편람(直星行年便覽) 등 한국의 고전과 점성술책, 일본과 중국의 고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에 종사했다. 홍종우는 프랑스어 번역본 ‘다시 꽃이 핀 마른 나무’(심청전)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공화국에 사는 데 습관이 된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우리 선조가 세운 정부 형태에 우리가 집착하는 것을 탓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이것은 기질의 문제이다. 기후가 국민의 관습에 끼치는 영향은 오래전에 증명되었다. 그 누구도 인디언들이 에스키모인과 같이 옷을 입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라마다 다른 정체(政體)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정부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번에는 우리가 유럽문명을 이용하고자 한다. 이 일에 있어 우리를 돕고자 하는 자들에게 우리는 존경과 애정을 바칠 것을 미리 약속한다.” 홍종우의 정체관이 그간의 시대 담론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목표는 조선의 전통과 서양 문화를 조화·절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대중을 계몽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성리학적 질서와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던 척사위정론자들과 다른 것이었으며, 민족 주체성과 민족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화 지상주의론자와도 구분되었다. 1893년 귀국을 결심한 그는 그해 12월 일본에 도착하였다. 이때 고종의 밀명으로 도쿄에 온 이일직과 만났고, 그로부터 김옥균 암살을 제의받게 된다. 홍종우는 김옥균을 만나 프랑스 정국을 소개하고 세계 대세와 동양 정세를 논하는 한편 그의 상하이행을 유도했고 상하이 동화양행에서 김옥균은 결국 홍종우가 쏜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즉사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는 아관파천 이후부터다. 그는 국왕을 황제로, 세자를 황태자로 높이는 한편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건원 연호를 ‘광무’(光武)로 정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는 대한제국 수립과 황제 즉위식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홍종우는 대한제국 성립 당시 비서원승으로 활약한 이래 각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전반적인 개혁을 주장하였다. 경제 문제에 관한 개혁론은 대외적으로 열강의 조선 이권 침탈에 대한 절대불가론으로, 내적으로는 국가재정의 확충과 국내 상인의 몰락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인 보호주의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은 한러은행 설치 반대, 외상의 도성 개잔(開棧)과 내지행상 반대, 절영도 석탄고 임대 및 광산이권 양도 반대, 조선 연해어업 및 홍삼 사매(私買) 반대, 방곡실시, 광무연호 주조, 상권보호 등이다. 정치·사회 문제에 관한 개혁론은 군주권의 절대화, 군권(軍權)의 확립과 군사권 간섭 반대, 각부 고문관과 각국 공사의 내정 간섭 반대, 불평등 조계 개정, 만국공법의 철저한 준수, 공정한 인사정책, 민선의원(民選議院) 설립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근대적 지도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자립과 과감한 개혁이 이를 보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러일전쟁을 거쳐 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식민지가 되자 그는 ‘개화당의 영수’ ‘조선독립의 혁명가’ 김옥균 암살범으로 다시 각인되었고, 근대화를 저해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그는 명실상부한 개화인사였다. 프랑스 저명 신문 르피가로지도 그렇게 보고 있다. 잘 알다시피 홍종우는 프랑스 최초의 한국 유학생이자 많은 부분 우리 실정에 맞는 근대화를 도모하였다. 그가 수구파라는 결정적인 근거도 없고 그 역시 수구적인 언급을 한 바 없다. ●편견 지우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김옥균과 홍종우는 조선을 근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같다 하더라도 양자 간에는 분명한 대립각을 갖고 있었다. 김옥균과 달리 홍종우는 조선이 근대국가로 이행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외국으로부터의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자주적 근대화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는 조선의 역사와 현실을 서구에 알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선에서 근대화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다. 현실 사회에 대한 객관적 인식의 부재 상태에서 문화적 전통과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서구 및 일본의 제도를 무차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그 나라의 발전에 커다란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김옥균처럼 문명개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 제국주의 이웃 강국을 끌어들여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방식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만약 그럴 경우에는 자칫 국가를 상실할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갑신정변 당시와 지금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의 국제 정세는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조재곤(동국대학교 연구교수)
  • [CEO 칼럼] 본(本)과 격(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본(本)과 격(格)/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요즘 ‘격’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나라의 격이 국격(國格)으로 표현되고 인격 존중과 각 분야에서의 품격을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도 날로 높아진다. ‘신사의 품격’이란 제목의 드라마도 인기를 누렸다. 우리 사회가 ‘격’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도 ‘기업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품격(品格). 사전에서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말을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의 품격은 우리 국민이 기업으로부터 느끼는 ‘성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품격 있는 기업의 물건을 사용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스스로 만족하거나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명품에 집착하고 고품격의 서비스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까닭이다. 기업의 품격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영의 필수조건이 됐으며, 경영자도 이런 변화에 따라 기업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의 품격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으로 ‘본’(本)을 말한다. 본은 말 그대로 기업의 기본(基本)을 말한다. ‘맹자’(孟子)에 ‘조장’(助長)의 고사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성질 급한 농부가 살았다. 봄에 모를 심은 그는 가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조바심이 났다. 며칠간 자신의 논둑에서 모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있던 농부는 불현듯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논으로 들어가서는 심어진 벼 포기를 하나하나 조금씩 뽑아 올렸다. 그는 부쩍 자란 듯 위로 올라온 벼 포기를 보며 무척 만족했다.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식구들에게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리를 조금씩 뽑아 주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가족들은 깜짝 놀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아침 일찍 논으로 달려갔다. 밤사이 농부가 뽑아 준 벼 포기들은 모두 시들어 있었다. ‘조장’은 한자로 풀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말이지만, 조급히 키우려고 무리하게 힘들여 오히려 망친다는 경계의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조장하다’라는 말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기다.’는 뜻을 가지게 됐다. 농사의 기본을 무시한 결과다. 2500년 전 춘추시대 공자가 살던 때의 일이다. 당시 제나라는 경공(景公)이 다스리고 있던 시기로 경공은 일대의 경세가인 안영(晏?)과 병법가 사마양저(司馬穰?)를 등용해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혀 나가고 있었다. 이때 노나라의 정공(定公)은 공자를 곁에 두며 나라의 격을 높여 가고 있었다. 노나라가 점점 강해지자 부담을 느낀 제경공은 노정공과 공자를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경공이 공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묻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면, 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국격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협지의 특징 가운데 기연(奇緣)이라는 요소가 있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기이한 인연을 얻어 절대 고수가 되면서 복수에 성공하고, 영웅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 대부분의 무협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가야 할 길을 찾는 데 고심하는 실물경제의 현장에서 기본을 갖추지 않은 기업이 하루아침에 일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본(本)과 격(格). 기업의 품격이 중요한 시대다.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품격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에서 시작해 힘들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밖에 없다.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 기본에 충실해 어려움을 이겨 내는 기업만이 미래에 품격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글로벌 시대] 수교 50주년 맞는 소중한 인연들/장수영 코트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수교 50주년 맞는 소중한 인연들/장수영 코트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무역관장

    올해는 수교 50주년을 맞았다는 뉴스를 유독 많이 접한다. 1962년 우리나라가 20여 개국과 동시 다발적으로 수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각 나라와 지난 50년을 발판으로 새로운 50년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이곳 뉴질랜드는 수교 50주년을 맞는 나라 중 하나다. 뉴질랜드는 한국전에 모두 6000명의 군인을 파병하면서 우리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전에서 중요한 전투로 평가받는 가평전투에 참가한 연합군 중 하나가 뉴질랜드였다. 모두 45명의 뉴질랜드 군인이 한국전에서 전사했다. 그 후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민 행렬과 자녀 교육을 위한 체류 증가, 그리고 관광객들의 뉴질랜드 방문은 지리적 장애를 뛰어넘어 두 나라 사이의 교류를 촉진시켰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사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 사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교 당시였던 1960년대부터 70년대 초까지 세계 최빈국의 위치에 있었던 우리와 달리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2∼3위권에 드는 부자 나라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들을 국비로 초대해 선진 문물을 교육시켜 주는 등 도움을 베푼 쪽은 당연히 뉴질랜드였다. 그 후 우리나라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뉴질랜드는 세계 경제에서의 위치가 조금씩 하향 조정되는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지금은 경제 규모로 보면 한국이 훨씬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에서는 두 나라가 거의 비슷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활발했던 인적 교류와 달리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컨테이너 베이스의 대량 수출에 집착했던 우리는 인구가 441만명에 불과해 다품종 소량구매 시장인 뉴질랜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선진국 상품을 주로 써 온 뉴질랜드 역시 그동안 우리 상품에 눈을 돌려야 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그 결과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종합상사가 전혀 없다. 몇몇 대기업이 이곳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불과 4∼5년 전으로 최근의 일이다. 뉴질랜드를 찾는 중소기업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오기는 마찬가지여서 호주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출장을 오면서 한 번 들러 보는 곳으로 뉴질랜드를 인식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적지 않은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우선 뉴질랜드 시장 분위기가 우리 상품에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수출이 지난해 처음 10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호로 군림했던 유럽, 미국, 일본 상품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반면 우리 상품이 이들 상품의 대체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상품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당분간 시장 확대의 호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 차원에서 앞으로 뉴질랜드의 활용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의 필요성에서 보면 사실 더 급한 쪽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의 5대 수출시장으로서 원목, 낙농품, 육류를 대량 수입해 온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농산물 수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 뉴질랜드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국과의 경쟁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양국이 목적은 약간씩 다르지만 새로운 협력의 장(場)을 열어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윈·윈의 협력방안 도출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세계경제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 하나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교 50주년을 맞는 나라들과의 인연 역시 더욱더 소중하게 여길 때다.
  • 수도원 72개 지하방에 묻힌 ‘욕망·죄책’

    수도원 72개 지하방에 묻힌 ‘욕망·죄책’

    서해안 인근 천산 정상에 감춰진 ‘천산수도원’. 폐암으로 투병하다 죽은 형 강영호의 유품을 챙기던 강상호는 형의 유고 속에서 이 신비의 수도원을 처음 접한다. 이곳은 흙과 돌과 나무로만 지어진 절벽 위 천혜의 요새다. 72개의 지하 방에선 아름다운 벽서들이 발견된다. 성서를 정성껏 필사한 벽서 안에 숨은 역사적 진실에 대해선 그 누구도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현실 속 구원 문제에 집착해 온 작가 이승우(53·조선대 교수). 그의 신작 장편 ‘지상의 노래’(민음사 펴냄)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서사구조를 품고 있다. 5명의 주인공이 엮어 가는 다섯 이야기는 복잡한 형이상학적 다층 구조를 이뤄 흥미를 배가시킨다. 소설은 궁극적으로 현대사의 굴절된 단면에 숨은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 가고 이 과정에서 ‘인과’(因果)라는 삶의 굴레를 확인한다. 죽은 자가 ‘유업’(遺業)을 남기고 살아있는 자가 이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소설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원리로 작용한다. 그러나 작가는 “서울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과 뉴욕을 덮친 태풍 사이의 관련만큼 비정형적이고 무의식적이다. 나비가 날갯짓하지 않아도 태풍은 일어날 것”(40쪽)이라며 인과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는다. 형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수도원을 답사하고 벽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대기업 해외 주재원 강상호의 이야기, 그 책을 읽고 천산수도원의 벽서에 관한 글을 쓴 대학 교회사 강사 차동연의 이야기, 차동연이 쓴 글을 읽고 그에게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 퇴역 군인 ‘장’의 이야기, 장의 이야기에 나오는 군사정권의 핵심 한정효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박 대위에게 겁탈당한 사촌 누나 연희를 사랑했던 ‘후’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은 물론 천산수도원. 이곳은 강영호의 군 복무지이자 퇴역 군인 ‘장’이 군사정권 수뇌인 장군의 명을 받고 한정효를 가둬 둔 장소다. 또 다른 장군은 권력을 잡은 뒤 문제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수도원을 덮쳐 좁다란 지하 방에 수도사들을 몰아넣고 산 채로 매장했다. 자신이 사라지면 모두 평화로울 것이라 믿고 이곳을 떠났던 한정효는 죽은 ‘형제들’의 시신을 매장하며 방마다 그림을 그리듯 벽서한다. 한정효를 돌보며 그의 일을 마무리하고 숨을 거둔 ‘후’까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죄의식에 사로잡힌 것도 이 때문이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천산수도원의 거대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독자들이 받는 감흥은 남다르다. 14세기 중세 유럽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쓴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을 떠올릴 만하다. 형이상학과 신학이 잘 버무려진 소재가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는 작가가 문학계에선 드물게 신학을 전공한 뒤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 온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수도원 지하의 72개 방을 초대 교회 신자들의 지하 무덤인 ‘카타콤’에, 이곳에서 발견된 엄청난 분량의 벽서는 중세 벽서인 ‘켈스의 책’에 비유한다. 이 가운데 초월자에 대한 믿음과 미적 추구 사이의 관계, 그리고 사랑과 죄가 얽히며 작용하는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10년간 이야기의 모티브를 머릿속에 꼭꼭 숨겨 놓았으면서도 제목만큼은 미리 정해 뒀다고 했다. 그런데 왜 천상의 노래가 아닌 지상의 노래일까. 작가는 “천상수도원이 공간적 배경이지만 이곳이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은 결코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천상수도원이 이상향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부족함과 불안정함, 부당함을 역설적으로 얘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구원, 욕망, 권력이 매개체였다.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교회사 강사인 차동연이 수도원 72개 방에 묻힌 ‘형제들’의 비극을 신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설명하지 못했을 때 ‘후’의 입을 빌려 소설로 풀어 나간 것처럼 작가도 무언가 얘기하려 했다. ‘5·16’과 19년 뒤에 일어난 ‘5·18’의 아픔이 그것이다. 책 속에 등장한 2개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작가는 “굳이 안 써도 다 아는 ‘장군’의 이름들과 같은 것”이라며 “역사적 사건을 구체화하지 않고도 이것이 (당시)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프로야구] 무명 길어도 “될 선수는 된다”

    [프로야구] 무명 길어도 “될 선수는 된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가고, 될 선수는 된다. 오랫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더라도 묵묵히 몸을 만들고 성실히 훈련을 소화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빛을 볼 날이 온다는 얘기다. 지난 29일 사직 SK전에서 8회까지 무실점하며 완봉승을 노릴 정도로 호투를 선보인 프로야구 롯데의 이정민(33)이 그런 경우다. 경남중-경남고-동아대를 나와 2002년 롯데에 입단한 이정민은 어깨 부상 때문에 그 흔한 전성기를 갖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팀에 복귀한 뒤 2010년 20경기, 2011년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도 6경기 출장에 불과했다. 부상 탓에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빠졌고 올시즌 시작도 퓨처스리그에서 했다. 그러나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 18일 사직 넥센전 선발 등판은 양승호 감독이 그에게 준 첫 기회였다. 4이닝까지는 무실점 호투했지만 5회 연속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4실점했다. 롯데가 5-4로 역전승을 거둬 패전을 면할 수는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은 경기 내용이었다. 두 번째 기회가 29일 사직 SK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이정민은 놓치지 않았다. 8이닝 동안 9피안타 6탈삼진 1실점(1자책)하며 팀의 10-1 대승을 견인했다. 경기 뒤 이정민의 입에서 팀 선배 이용훈(35) 얘기가 나왔다. 중학교 선배이자, 자신처럼 오래 무명의 설움을 겪은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이용훈은 이정민의 롤모델이자 자상한 형 같은 존재다. 이정민은 “용훈이형은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 형이 컨트롤을 얻기 위해서는 스피드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며 고마워했다. 29일 등판을 앞두고도 이용훈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스피드에 집착하지 말라. 투수의 임무는 빠른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타자가 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해 준 이용훈 덕에 이정민은 3254일 만에 선발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한편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SK-롯데(문학), 한화-넥센(대전), KIA-삼성(군산) 등 프로야구 3경기는 비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이배용 역사산책] 화왕계와 차마설

    [이배용 역사산책] 화왕계와 차마설

    우리 역사가 번영의 꿈을 담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는 시대마다 굽이굽이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 있었다. 또한 왜곡된 길로 빠지려는 위기를 바로잡으려는 참된 지성의 소리가 함께 있었다. 바로 ‘화왕계’와 ‘차마설’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메시지는 ‘역사는 과거뿐 아니라 그 속에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31대 신문왕(681~692) 때 설총이 지은 화왕계(花王戒)라는 글이 있다. 신문왕대에 이르면 선왕들이 닦아 놓은 통일의 꿈을 달성하여 바야흐로 태평성세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술과 향락과 가무에 취해 있던 신문왕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측근 신하인 설총에게 무엇이든 임금이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부탁하였다. 이에 설총은 꽃의 왕, 즉 화왕(花王)에 비유하여 임금이 지켜야 할 덕목을 아뢰었다. “옛날에 꽃의 왕이 있어 많은 꽃들이 알현하고자 모여들었는데 그중 장미라는 꽃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온갖 미사여구를 담아 임금을 유혹하였다. 그런 중에 흰 베옷에 가죽 띠를 두른 할미꽃이 들어와 임금께 간곡히 호소하였다. 내 주머니에는 향락에 취해 퍼진 독소를 제거할 양약이 들어 있고, 또한 임금은 풍요로울 때일수록 띠풀도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오늘밤에 들려드리기 위해 왔다.”라면서 임금의 지혜로운 선택을 촉구하였다. 이에 왕은 대답하되 “할미꽃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미인의 아름다움은 자주 만날 기회가 적다.”라고 하면서 화려한 장미에 기울어지니, 할미꽃이 화를 내면서 임금이 총명하다고 들어 진언과 간언을 구별할 줄 알았는데 참으로 어리석다고 꾸짖었다. 그 대목에서 신문왕이 “참으로 그 우화에는 나뿐만 아니라 후대의 왕들이 들어야 할 귀감이 될 내용이 들어 있다.”라면서 말로만 하지 말고 글로 써 바치라 하여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 화왕계이다. 통일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 후에 새로운 시작을 지도자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풀어가야 하는가 하는 교훈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화왕계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쓰여진 유교 윤리서로 알려졌으며, 유교적 도덕관의 중심 가치를 제공한 설총은 성균관 대성전에 문묘 18현을 배향할 때 제일 앞자리에 모셔졌다. 이렇듯 원효와 설총 부자는 아버지는 불교를 통해, 아들은 유교를 통해 시대를 정화하고 바른 길을 제시하였던 유불의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이다. 한 시대 후 고려 말 차마설을 지은 가정 이곡(1298~1351)은 목은 이색의 아버지다. 이때는 고려가 쇠퇴기로 접어들어 부패가 만연하고 원나라의 지나친 간섭 탓에 혈통의 모순과 혼란이 야기되었던 시절이다. 이에 이곡은 시대를 바르게 세우려는 지성의 소리를 차마설에 비유하여 제시하였다. 차마설은 즉, 말을 빌려 탄 이야기이다.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말을 빌릴 때도 돈이 적으면 하등급의 여윈 말을 빌려 타게 되니, 넘어질까 염려되어 냇물은 걸어서 건너고 비탈길도 조심하여 오히려 낙상의 위험이 작은데, 돈이 여유가 있어 상등급의 날쌘 말을 빌리면 기상이 상승해서 조심하지 않아 낙상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즉, 잘나갈 때 더욱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덧붙여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빌리지 않은 것이 없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라면서 모두가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것이 없는데 사람이 미혹하여 제 것인 양 착각하고 집착하면 화를 자초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다 비우고 나눌 수 있을 때 또 다른 안식과 희망의 세계가 열린다는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에 들어 물질 만능의 시대,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때 우리 선현들이 남겨놓은 맑은 영혼의 소리를 되새겨 보면 무더운 여름날의 청량제 같은 산뜻함이 느껴질 것이다. 국가브랜드 위원장·전 이대 총장
  • 우리아이 행복한 인재 만드는 심리 미술교육

    우리아이 행복한 인재 만드는 심리 미술교육

    아이들을 미래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IQ(지능지수)보다 MQ(도덕지수)와 NQ(공존지수) 등 정서지능이 높아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가운데 심리 미술교육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심리미술이란 미술을 통해 아동들의 정서지능을 높이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서지능은 국어나 수학처럼 성적표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부족한 교과성적을 올려주기에 급급한 것이 지금의 교육현실이다. 이는 자동차가 잘 달리지 않는다고 차성능에만 집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장은 잘 달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필요한 운전실력이 나아지지 않고서는 자동차가 제대로 운행될 수 없다는 얘기다. 미술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지능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인 아트앤하트는 특히 선생님들의 자질강화를 위해 매달 최소 두번이상 지역별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트앤하트 선생님이 지켜야 하는 철학은 ‘웜앤펌(Warm&Firm)’과 ‘세컨드 윈드(Second Wind)’로 요약된다. 웜앤펌은 ‘따뜻하고도 원칙을 잃지않는 태도’를 말하며, 세컨드 윈드는 운동이나 지속적인 정신활동시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전에없던 새로운 힘이 솟는 현상을 뜻한다. 웜앤펌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소띤 얼굴, 긍정적인 말과 행동, 구체적인 칭찬, 공감과 편 되어주기, 합의된 규칙 만들기 등 구체적 행동 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화이부동’(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의를 굽히지 않는다는 뜻)을 실현하게 된다. 세컨드 윈드 역시 한계상황에서 한번 더 격려하기, 한계점을 이겨내기 위한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마치 물이 100도에 다다르면 액체가 기체가 되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변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좋아서 하는 아이들은 공부에 있어서 이런 세컨드 윈드를 반복해서 경험한 아이들이다. 아트앤하트 관계자는 “단순한 아동 미술교육이 아니라 수업전부터 동기부여로 아이들의 표현욕구를 유발시키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라며 “아이들이 힘들어 할때도 격려와 실제적인 도움으로 스스로 일어서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인터넷뉴스팀
  • [지방시대] 경제민주화와 균형적 발전/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지방시대] 경제민주화와 균형적 발전/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단어가 ‘경제민주화’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재계는 헌법 119조 1항(대한민국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을 근거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질서의 유지를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의거, 부의 편중과 재계의 탐욕적 경영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명분을 주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해 재벌의 집중화 및 불공정거래 방지, 경제 양극화 해소, 소비자주권 강화 등을 앞세우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은 국가의 개입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개별 경제주체들이 상호 자율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끝없는 탐욕을 자행하면 ‘보이는 손’인 정부가 간섭한다. ‘보이지 않는 큰손’인 대기업이 없는 지역에는 경제 침체의 골이 깊다. 자생적 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발전은 전적으로 외생적 조건에 좌우된다. ‘보이지 않는 큰손’들은 철저하게 이윤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에 자본투자를 한다. 큰손들이 외면하는 지역은 영원한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지역균형발전의 균등한 기회를 통해 공정한 삶의 질을 누릴 권리가 있다. 경제민주화의 가치 실현은 동등한 삶의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라는 멋진 수식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기업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제동을 거는 정책보다는,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 대기업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발전, 중소기업과의 공생 발전을 유도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을 해야 한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무한경쟁의 생존게임을 벌이면서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위법행위나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균형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협력, 대기업이 지역발전에 기여할 성장엔진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길 기대한다. 정부는 규제에 의한 경제민주화에 집착할 게 아니라 대기업이 자발적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은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소승적 차원의 전략보다 지역과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대승적 차원의 전략을 기대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소비자 등과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정부의 개입보다는 대기업 스스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기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치권과 재계가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는 짜증스러운 소모전에서 탈피, 국가경제발전 차원에서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신뢰의 장을 갖는 게 좋을 것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 툭하면 웹서핑만 하는 김과장도… 혹시?

    툭하면 웹서핑만 하는 김과장도… 혹시?

    흔히 ‘인터넷중독’을 단순히 인터넷을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하는 현상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인터넷중독을 한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인터넷의 용도가 다르며, 이에 따른 문제행동 및 임상적 증상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중독의 다양한 임상적 양상을 5개 유형으로 체계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팀은 최근 관련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인터넷중독에 따른 다양한 임상양상을 취합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학업과 업무 성과가 떨어진다 ▲일반적 대인관계가 줄어든다 ▲현실세계보다 가상현실 속 관계를 더 신뢰한다 ▲인터넷 사용시간을 허위로 말한다 ▲착시나 환시로 게임상황을 체험한다 ▲폭언과 공격적 행동이 많아진다 등이 꼽혔다. 하 교수는 이같은 증상을 토대로 인터넷의 용도에 따른 5가지 중독 유형을 제시했다. 하 교수는 “인터넷중독의 유형별 분류는 인터넷 사용시간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적응 행동을 중심으로 중독 증상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중독 유형의 분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인터넷중독을 평가할 때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우울증·강박증·사회공포증·학습장애 등의 1차적 원인질환 존재 가능성과 함께 대인관계, 가정 및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소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이 제시한 5가지 인터넷중독 유형은 다음과 같다. [웹서핑형] 의미 없는 웹서핑을 오랜 시간 계속한다. 웹의 특성을 이용해 필요없는 정보까지 검색하며, 여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업무의 효율성 등이 문제행동으로 나타나기 쉽다. [관계집착형] 인터넷의 동호회 활동, 미니홈피 등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이 때문에 대인관계의 중심이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옮겨진 형태다. 현실세계에서 대인관계의 불안감이 높고 친밀함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며, 낮은 자존감, 신체이미지의 왜곡 등의 특성을 보인다. [게임형]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기며 이로 인해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유형이다. 특히 최근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시간제한 없이 지속적으로 접속해 게임을 하고, 과다한 비용을 지불하고 관련 아이템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문제가 커지게 된다. [정보수집형] 업무나 학업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파일을 내려받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취합하고, 정보를 얻는 행위 자체에 몰두한 나머지 실제 일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다. 정보수집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실제 업무효율은 떨어진다. 이를 깨닫고 조절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고통을 겪는다. 강박적인 경향, 완벽주의적 성격과도 연관성이 크다. [사이버 섹스형] 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가상공간에서 성적인 대화를 하거나 포르노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유형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83.97% 득표’ 박근혜 새누리 대선후보 확정

    ‘83.97% 득표’ 박근혜 새누리 대선후보 확정

    20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오는 12월 19일 실시되는 18대 대통령 선거의 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120일간의 시험대에 섰다. 헌정 사상 유력 정당의 첫 여성 후보다. 그러나 박 후보의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의 정치와 역사인식에 대한 태도에 문제점이 있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흔히 지적되는 ‘소통’에서의 문제점도 이 ‘태도’의 문제에서 시작된다.”고들 한다. 그가 썼던 글에서 이러한 점을 이해할 수 있다. 1994년부터 한국문인협회 수필분야 회원으로 활동한 여류 문인 박근혜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글을 쓴다는 평가를 받는다. 삶, 죽음,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글을 썼는데 부모의 피살, 측근들의 배신이 낳은 고통과 고독의 산물로 여겨진다. 일부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를 ‘지나친 진지함’과 연결 짓는다. 옳고 그름, 진정성과 본질에 대한 집착이 ‘정치적 감성 전달’에 미숙함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정제되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지만, 설득과 논쟁에 약하다.”, “토론식 학습은 선호하지만, 쟁점에 대한 논쟁은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한 대화는 잘하지만, 까칠한 대화에는 약하다.”고도 한다. 감성을 선호하는 20대, 논쟁을 원하는 30~40대에 약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책 논의는 잘하지만 가치와 담론을 다루는 대화에는 잘 나서지 않는다.”는 대목은, 그가 어떤 위기에 처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16 등 현대사에 대한 시각의 문제’는 현재 그를 향한 공세의 주요 초점이다. 그는 역사 인식과 이념 문제에 맞닥뜨렸으나 아직까지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가장 격렬할 수밖에 없는 논쟁의 장이지만 그는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논쟁은 먼저 당내에서 터져 나올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한 돌파 없이 대선 승리를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전체 유효투표의 83.97%인 8만 6589표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문수(8955표·8.68%) 후보, 김태호(3298표·3.20%) 후보, 임태희(2676표·2.60%) 후보, 안상수(1600표·1.55%) 후보 등의 순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로는 처음으로 대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는 당선 직후 수락 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운·김경두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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