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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창조경제 길을 잃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창조경제 길을 잃다/오일만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의 화두였다. 집권 초부터 모호한 개념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이를 전담하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도 최순홍-윤창번-조신으로 이어지면서 세 명째를 맞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창조 관련 조직과 직위를 70여개나 신설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과시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착상은 훌륭했지만 현실에 접목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은 탓이다. 지난 2년간 우여곡절 끝에 창조경제는 15개 대기업이 전국 17개 시·도의 중소·벤처기업을 1대1로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가 중심이 되는 청사진을 내놨다. 창조센터는 상반기 내에 모두 문을 열고 금융·법률·사업컨설팅 등 원스톱 지원 체제를 갖추게 된다. 대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면서 지역별 특성에 맞춰 창조적 사업을 발굴해 경제 체질을 바꾼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포장은 그럴듯한데 어딘지 번지수가 잘못된 느낌이다. 정부가 선두에서 밀어붙이고 대기업이 따라가는, 개발 연대에나 가능한 모양새로 보인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체질과 작동원리가 분명히 다름에도 억지로 끼워 맞춘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대기업들은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창조센터를 맡았지만 능동적인 의지는 별로 없는 듯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다음 정권에서 창조경제가 어찌 될지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나 녹색성장 정책이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대기업이다. 모 대기업 간부의 말을 들어 보자. “지난해 말 갑자기 새로운 사업(창조센터)을 하게 돼 일단 해당 계열사의 사회공헌 예산을 사용하게 됐다. 발대식에 대통령이 오시기 때문에 전력투구했지만 행사가 끝나면 어떻게 진행시킬지 막연할 뿐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유망 벤처를 발굴하거냐 육성하는 데도 익숙지 않다. 대기업들은 하청·중소기업들의 유망 기술을 가로채거나 도용하는 데 탁월한 기술이 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속성상 선의의 지원 체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봐서 쓸 만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으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벤처기업을 종속 하청의 구조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대기업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첨단 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형사 고소로 가는 논란이 곳곳에서 재연될 여지는 많다. 일자리 창출에 모든 정책의 방점이 찍히면서 창조경제 역시 시간이 걸리는 생태계 조성이나 체질 개선보다는 성과 위주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조경제 전도사를 자처하며 생태계 구축에 애를 썼던 ‘윤종록 차관-윤창번 수석’의 동반 퇴임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창조경제가 길을 잃고 있다는 신호는 본질을 외면하고 정치성 짙은 이벤트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창조의 본질은 혁신에 있고 혁신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의식에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혁신의 생태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면서 실패를 거듭하며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벤처의 길이다. 벤처 창업 국가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스라엘이나 노르웨이 등 이른바 창조경제 선진국들의 혁신형 창업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도 이런 문화 때문에 가능하다. 한두 차례 실패의 아픔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 정부의 할 일이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낙오자가 돼야 하는 우리의 기업 문화 속에서 한국판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탄생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이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에 몰리고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커피점 등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사회에 창조가 깃들 공간은 없다. 대선용 공약으로 잉태했다가 관료들과 대기업에 의해 육성되는 창조경제는 애초부터 내재적 한계성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남은 3년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순간부터 녹색과 동반성장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백년대계를 위해 창조의 씨앗을 뿌리는 그런 자세와 의지야말로 국민들의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양심이 오염되면 미래가 없다/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양심이 오염되면 미래가 없다/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국회 청문회를 두고 말이 많다. 모든 사람이 사물과 일을 같은 관점에서 보고 이해하기란 어렵다. 하물며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과거 관행을 따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남과의 거래도 개인의 좋고 싫음에 따르면 되니 간단한 일에 속한다. 그러나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가고 함께 실천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같은 사물과 현상을 놓고도 생각이 엇갈리는데,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가치관을 함께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란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이끌어 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란 스스로 정의한 목표에 동조하는 지지기반(세력)을 확대하는 과정이지 주어진 틀에 안주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정치가 과열되면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식의 정책이 만연하게 된다.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정치가에겐 집단 공동이 바라는 미래를 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실천 수단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가를 사회 지도자로 분류하고, 그들에게 보통 사람 이상의 포용력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정치가는 종종 사회를 상대로 자기 방식의 실험을 통해 권력을 확대 재생산하려 하는데, 실패한 실험의 대가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전가된다. 성공하면 정치의 공이고, 실패하면 사회 탓이다. 밑져야 본전인 것이 정치다. 사람은 자라면서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향상된다. 그 과정에서 잘한 일과 잘못해 후회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야 잘잘못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남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란 거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모두 사회라는 한정된 테두리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집에서 벗어나 사회 통념에 합류한다. 사회 통념이 개인의 판단보다 우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에서 미래란 사회 통념의 범위에서 도출되지 일탈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수 없다. 따라서 지도자는 사회 통념을 존중해야 한다. 인식 수준이 낮고 판단력이 정확하지 않은 시기에 저지른 잘못이나 현재 반성하고 있는 과오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 즉 용서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가능하다. 절대 다수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 통념을 벗어나 특수한 가공의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지난 잘못을 왜곡해 남의 비판을 벗어나려 한다면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집단 공동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가짐, 즉 양심(良心)은 그래서 정치가 등 사회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양심은 좋은 일을 가려내고, 나쁜 일을 경계하기 위해 필요한 판단의 준거다. 따라서 양심이 오염되면 자신의 지난 과오를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잃게 되고, 공동사회의 공통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양심이 오염되면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그래서 양심의 오염은 환경오염보다 미래 사회에 더 위협적이다. 누구나 지난날 한두 번쯤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잘못한 일이 없다면 더욱 좋겠지만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을 양심과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변화관리 능력이다. 양심이 오염된 사람에게 미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미래의 변화를 관리할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지도자 역할을 맡길 수도 없다. 따라서 과거의 잘못 자체에만 집착하는 국회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잘못을 은폐하거나 사회 통념을 벗어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자신의 과오를 왜곡하는 태도 역시 용서받을 수 없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오염되지 않은 바른 양심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돼야 한다. 또한 국회 청문회는 사회 통념을 확인하고 전파하는 과정으로 운영돼야지 비굴한 일탈행위를 옹호하는 패싸움으로 전락해서도 아니 된다.
  • 설 끝나고 아이 입학시키면… 3월의 불청객 ‘엄마병’

    설에 이어 입학, 졸업 등 가정 대소사가 많은 3월이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형 장애’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스트레스가 가시기도 전에 온갖 대소사가 쏠리면서 주부들을 골병들게 하는 것이다. 신체형 장애는 보통 ‘심신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스트레스가 근골격계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소화불량이나 두통, 흉통, 복통, 근골격계 통증 등이 생기는데, 정작 검사를 하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검사를 중복하게 되고, 약물 남용이나 ‘꾀병’이라는 주변의 오해를 사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0~2014년) 신체형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 13만 7000명 가운데 여성이 약 9만명으로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환자는 1년 중 3월에 많이 몰렸다. 지난 4년간 3월에 진료를 받은 신체형 장애 환자는 평균 3만 7000명에 이른다. 다른 달에 비해 많게는 환자가 3000명 정도 불어난다. 신체형 장애는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때그때 풀어야 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옮겨다니며 과도한 검사를 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것보다 정신과 진단을 먼저 받는 게 좋다. 신체적 증상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재검사를 요구하고, 의사가 신체 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말해 줘도 끊임없이 염려하는 건강염려증성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럴 때 ‘괜찮다’거나 ‘금방 나을 것’이라는 성의 없는 한마디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박두병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정신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명절을 보낸 주부, 자녀의 졸업·입학을 앞둔 부모, 취업준비생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스로도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세계의 창] 지팡이 대신 잡은 핸들…마지막 사랑 향한 집착

    일본 사회에 고령화가 드리우는 어두운 그늘은 비단 ‘싱글 개호족’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가장 큰 골칫덩이 중 하나는 ‘고령자 운전’이다. 지난해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약 4000명으로 14년 연속 줄어들었지만 65세 이상 사망자의 비율은 점점 증가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3%에 이르렀다. 특히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운전 능력이 떨어지기 쉽고, 자신도 모르게 치매가 진행 중인 경우가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야마가타현 사카타시에서는 치매가 의심되는 한 70대 남성이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 남성은 사고를 낸 뒤에도 그대로 차를 달려 현장에서 60㎞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사고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 224건 중 약 68%(152건)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한 사망 사고 22건의 절반인 11건은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것이었다. 이렇게 고령자 운전으로 인한 문제가 잇따르자 경찰청은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지기능 검사를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그런가 하면 ‘고령자 스토커’라는 다소 생경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배우자를 여의거나 이혼한 고령자들의 연애가 “인생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집착으로 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73세의 한 남성은 지난해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30대 여성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벌금 10만엔(약 92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남성은 2013년 여름부터 자신을 30대로 속이고 이 여성과 모바일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알몸 사진을 보내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고 여성이 이를 무시하자 “나는 언제 죽어도 좋다. 서로 찔러 죽여도 좋다”며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일본 도쿄도를 관할하는 경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현재 스토커 사건으로 적발된 40대 이상은 총 97명(남성 84명·여성 13명)으로, 전년 동기(27명)에 비해 3.6배나 늘어났다. 이 중 60대는 9명, 70대는 5명이었다. 전국 경찰 통계에서도 40대 이상의 가해자는 2013년 8466명으로, 2009년에 비해 1.6배나 늘어났다. 경시청 관계자는 신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스토커 사건에 대처하는 것도 (가해자가 늘어난) 요인이지만, 고령화 사회임을 감안하면 향후 고령자 스토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다스 베이더 장례식? ‘실제 상황’ 충격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다스 베이더 장례식? ‘실제 상황’ 충격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다스 베이더 장례식? 알고 보니..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가 화제다. 최근 외신은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스타워즈의 팬인 고든 디콘(58)의 장례식에 스타워즈 스톰 투루퍼가 등장했다.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 의장대는 마차를 호위하며 영국 웨일즈 카디프 지역의 한 교회까지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또 이들은 디콘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교회 앞을 지키기도 했다. 이는 마치 스톰 트루퍼 군대가 악당 다스 베이더의 마지막 길을 호위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는 스타워즈를 너무 사랑한 디콘을 위해 마련한 아내와 지인의 선물이었다. 디콘의 부인 마릴린(54)은 “그는 스타워즈에 미쳐있었다. 우리는 1977년에 그 영화를 처음 보러갔고 그 이후부터 그는 스타워즈에 집착했다”며 “내 남편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의 소원은 색다른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었다”고 장례식에 등장한 스톰 트루퍼에 대해 설명했다. 디콘은 췌장 및 간암으로 인한 긴 투병 끝에 지난달 사망했다. 한편 스톰 트루퍼는 스타워즈에서 은하 제국의 통치자이자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의 부하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사설]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논의 물꼬 함께 터야

    여야와 정부가 뒤엉켜 정국에 3각 파도를 몰고 온 복지·증세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긴급 회동을 가지면서다. 박 대통령이 ‘선(先) 경제활성화 후(後) 증세 논의’ 방침을 밝히면서 당정 간 난기류는 일단 잦아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증세 통한 복지’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청와대든 여야든 비현실적 도그마는 버리고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두 갈래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합리적 타협점을 찾을 때다. 박 대통령은 그제 정치권의 증세론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는 “경제 활성화가 안 되면 증세를 해도 모래성(城)”이란 논거에서 보듯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화하겠다는 의지일 게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은 여당 지도부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비현실적이라고 규정한 뒤끝이라 공허하게 들린다. 더욱이 복지 수요는 급증하는데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10조 9000억원이나 부족해 결손 규모가 사상 최대치였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비록 대선 공약이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이에 집착하는 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개울물이 불고 있는데도 위험한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우직하게 지킨 미생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 호주머니를 털기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게 정공법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도 그런 관점에서 ‘선 경제활성화 후 증세 논의’에 공감했을 법하다. 그러나 경제가 당장 살아나지 않는데 증세 논의를 원천봉쇄하는 건 가당치 않다. 언제까지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늘리면서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다수 국민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정부가 ‘꼼수 증세’를 하려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 구조조정과 신중한 증세 논의 등 두 트랙으로 접근해 ‘복지 대란’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까닭에 지금이야말로 이를 위한 국민적 대타협을 이끌어 낼 시점이다. 박 대통령도 65세 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70%로 줄이는 과정에서 우리의 부실한 ‘복지 체력’을 실감했을 게다. 차제에 전면 무상보육 공약이 재원 부족으로 벽에 부딪힌 한계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야당이 먼저 불을 지핀 무상급식도 속도 조절할 명분이 서지 않겠는가. 선별적 무상복지를 위해서도 재원이 넉넉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증세의 항목과 폭을 놓고 전문적 토론을 해야 할 이유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와 전면전 불사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거위의 털을 아프지 않게 뽑는’ 방법은 없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허덕이는 기업에 고율의 법인세를 매길 경우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기업의 서민 근로자들이 유탄을 맞으면 누가 책임질 건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세수 확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 [이영탁 미래와 세상] ‘내가 조현아 변호인이라면’

    [이영탁 미래와 세상] ‘내가 조현아 변호인이라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공판이 열리고 있다. 나는 법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항로 변경’ 여부에 대한 법리 논쟁을 지켜보다가 이게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일 조현아 피고인의 변호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바른 세상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법조인으로서 이번 사건에 임하는 변호인의 자세는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우선 문제가 된 비행기 회항이 항로 변경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항로인가에 대해서는 관계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모양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단 비행기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항로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인 측에서는 공중 경로가 항공로이기 때문에 램프 리턴이 곧 항로 변경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리적으로도 약하게 들리지만 지금 피고인이 받는 비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항공기 운항도, 자동차 운전도 안전이 급선무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여부를 판단할 때 차의 시동을 걸고 기어를 주행(D)에 놓으면 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비행기의 경우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모든 길이 항로이며, 따라서 활주로는 물론이고 활주로로 가는 과정도 항로에 해당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는 실제로 한 행동에 비해 그 후에 받는 고통이 너무 커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런 상황까지 됐느냐고 호소할 수도 있다. 또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갑을관계에 대한 비난을 혼자 받고 있다고 하소연할 수도 있다.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 생각은 마음속에 가두어 두어야지 밖으로 표출해서는 백해무익하다. 왜 이번 사건과 상관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흥분하고 비난할까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약한 사람의 가슴을 멍들게 한 갑질이 얼마나 컸으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반성이 앞서야 한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을 똑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비난과 고통을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까다로운 법리 논쟁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거기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가 이처럼 커진 것은 피고인이 저지른 행동의 법적인 잘못보다도 국민 정서를 심하게 자극한 데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않고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만일 법원이 항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치자. 그래도 피고인에게 돌아갈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피고인은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질러 온 갑질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 겸손하고 낮아지면서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식으로 종전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일 때 성난 민심은 누그러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의 내용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지 않겠는가. 변호인의 기본 임무는 법적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피고인은 약자가 아니다. 변호인으로서 항로의 법적 해석에 매달리는 걸 두고 나무랄 수야 없지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동안 갑중에서도 갑으로 살아온 피고인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변호의 중심이 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피고인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시점이다. 그것은 재판의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최상의 길이기도 하다. 만약 변호인의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그럴 때 두말없이 물러서는 법률가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한다. 수임료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변호인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은 비단 나뿐일까?
  • [문화마당] 양들의 침묵/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양들의 침묵/김재원 KBS 아나운서

    나는 양띠다. 올해 마흔아홉이 된 양띠다. 이제 곧 설이 되면 진짜 양의 해, 을미년이 밝는다. 보통 신생아들의 띠 구분은 입춘을 기점으로 한다고 하니 어제부터 태어나는 아기들은 양띠가 된 셈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양띠인 것이 참 좋았다. 결국 양띠 아내를 맞이하고, 소띠 아들과 함께 목장 같은 가정에서 잘 살고 있다. 양은 앞만 보고 가는 동물이고, 고집이 센 동물이란다. 잘 속고, 잘 넘어지며, 자기 방어를 못 해서 누군가 지켜 줘야 하는 동물이다.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정직하고, 고지식하고, 착한 동물이다. 예부터 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남해에 있는 양몰이 학교 마태용 교장은 양몰이 개를 훈련시키는 전문가다. 양은 돌봐줄 좋은 목자와 양몰이 개가 꼭 필요한 연약한 존재란다. 작년 여름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에서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 유목민들과 생활한 적이 있다. 천막 치고 3대가 함께 사는 그 가족은 400마리의 양을 키운다. 스물일곱 살 아들은 매일 아침 400마리의 양떼를 이끌고 6㎞ 떨어진 쉴 만한 물가, 푸른 풀밭을 찾아가 양들을 먹이고 해질 녘에 돌아온다. 400마리의 이름을 지어 주고, 젖 짤 때를 알며, 아픈 양을 찾아내 돌보고, 비뚤어진 뿔을 잘라 주고, 잃어버린 양을 찾아 산길을 헤매기도 한단다. 양들 곁에는 항상 양몰이 개가 있었다. 양들과 함께 사나흘을 보냈는데도 양 울음소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소는 ‘움메’ 하고, 염소는 ‘메’ 하고 운다지만 양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양들도 소리를 내긴 했다. 하지만 주로 그들은 조용히 밤을 보냈다. 양들의 필요를 헤아리는 것은 침묵하는 양들을 늘 지켜보는 목자였다. 목자들은 양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고 있었다. 최근 사회적 분노를 일으킬 만한 큰일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작아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벌가 딸의 만행으로 승무원들이 한없이 불편해졌고, 한 어린이집 교사의 잘못된 행동으로 선생님들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검사가 수치스러운 행동을 해도, 국회의원이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여도 그들의 자존감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잘못으로 낮아진 미생들의 자존감은 좀처럼 회복될 줄을 모른다. 그들의 침묵은 누가 헤아려 줄까? 어린이집 교사들이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집단이 매도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감시 카메라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그들과 가족들을 얼마나 슬프게 할까? 결국은 그들도 사회에서 돌봐 줄 목자가 필요한 양에 불과하다. 그들을 돌보아야 할 대통령과 정부는 계속 엉뚱한 대안만 내놓고 있다. 아마 어떤 사건도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졌던 과거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타락한 현대인의 특색으로 호기심, 쓸데없는 말, 일상에 대한 집착을 들었다. 우리는 일상의 무익한 호기심으로 사사건건 말 홍수를 만들어 낸다. 사소한 일상에 집착해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침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 땅 어린이들의 인권만큼이나 매일 그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의 인권도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존감 높은 선생님들에게 진정한 자존감을 배울 수 있다. 침묵하는 양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선한 목자가 참 그리운 요즘이다. 이제 양들을 우리에서 쫓아내는 모험은 제발 그만두자.
  • [구본영 칼럼] 평양 넘어 세계를 봐야 통일이 보인다

    [구본영 칼럼] 평양 넘어 세계를 봐야 통일이 보인다

    분단 70년인 올해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주저 말고 대화에 응하라”고 제안했다. 적극적으로 도와줄 테니 북한이 회담장에서 신뢰를 보여 달란 주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제도 통일을 추구하지 말라”고 했다. 남한이 흡수 통일을 추구한다는 의심이다. 뒤집어 보면 대화가 무르익어 주민들이 개방에 노출되면 세습 체제가 흔들릴 것이란 불안감이다. 남이 다가서면 북이 더 움츠리는 ‘밀당’을 보며 답답하던 차에 영국의 한반도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카터의 글을 읽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지상주의에 빠져 글로벌 외교를 방기하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통일이란 목표에 ‘올인’해 북한만 쳐다보지 말고 미국과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협력을 구하란 충고다. 맞는 얘기다. 분단이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국제 역학의 산물이었다면.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내치에선 성공한 미 대통령이었다. 뉴딜 정책과 2차 대전 특수에 힘입어 대공황을 극복했다. 다만 외교적 통찰력은 부족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집권하자마자 소련을 승인하는 등 다가올 동서 냉전을 예측하지 못했다. 동서 분리의 불씨가 된 테헤란회담에서 소련의 의중을 읽지 못했다. 스탈린의 제의대로 미군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앞장섰지만 독일로의 진군을 늦추자 무임 승차한 소련이 동유럽을 삼켰다. 그의 외교적 ‘순진함’이 부른 대가는 엄청났다. 죽기 직전에야 자신의 실책을 알아차렸지만 후임자인 해리 S 트루먼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미국은 서유럽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과 군사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제 원조를 위한 마셜플랜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창설이 그 부산물이다. 더 큰 실수는 태평양전쟁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소련이 한반도의 절반을 신탁통치하려는 걸 묵인했다는 사실이다. 부동(不凍)항 확보는 제정 러시아 이래 소련의 비원이었다. 이를 눈치 못 챈 루스벨트가 삼팔선 이북을 소련의 영향권으로 헌납한 꼴이다. 부동항에 대한 집착은 이제 ‘현대판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로 이어진 것인가. 한국으로의 석탄·가스 수출에 관심 많은 러시아가 부동항인 나진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러시아와 북한이 일단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놓고 이해가 일치했다. 북한은 시베리아횡단철도의 한반도 통과보다 나진항을 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쪽을 선택한 듯하다. 문을 너무 열면 체제가 동요할 것이란 우려 탓일 게다. 박근혜 정부가 말로만 ‘스마트 외교’를 읊조리릴 게 아니라 창조적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진부한 주장에 현혹될 까닭은 없다. 북한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은행 설립을 위해 100억 달러와 쌀 수십만t 등을 요구했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실린 비화가 사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임기 초반 “남북 관계 하나만 잘 되면 다른 건 다 깽판 쳐도 된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했던가.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이에 더 절망적으로 매달렸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오는 5월 러시아 전승 기념일 행사 참석이나 김정은과의 조우를 꺼릴 이유도 없다. 모스크바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북이 체제 개혁과 평화통일의 대도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시베리아 가스전이나 유라시아 철도의 한반도 통과에 대한 푸틴의 강렬한 의지를 선용할 호기임은 분명하다. 동서독 통일 때처럼 미국은 물론 러시아와 같은 주변 강국의 도움을 이끌어 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독일 통일을 앞둔 1987년 6월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역사적 통찰이 담긴 연설을 했다. 그는 “고르바초프 대통령, 이 장벽을 허무시오”라고 동서독 분단에 대한 소련의 결자해지를 요구했고, 3년 후 통독은 이뤄졌다. 누가 알랴. 어쩌면 푸틴에게 휴전선을 허무는 데 일역을 하라고 요구할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지….
  • 미친 학생 vs 폭군 선생, 영화 ‘위플래쉬’ 예고편

    미친 학생 vs 폭군 선생, 영화 ‘위플래쉬’ 예고편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2015년) 감독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화제작 ‘위플래쉬’가 오는 3월 국내 개봉을 확정하고 예고편을 공개했다.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과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선생과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인 ‘위플래쉬(Whiplash)’는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의 제목이다. 이 곡은 중간 부분 드럼 연주 부분이 일품으로 꼽힌다. 단어의 원 뜻은 ‘채찍질’로 학생에게 가하는 선생의 독한 교육을 비유적으로 뜻한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 그는 우연한 기회에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 선생 플렛처(J.K. 시몬스)에게 발탁된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다. 공개된 예고편은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대학 신입생 앤드류가 꿈의 무대 카네기홀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후 앤드류와 플렛처 교수와의 첫 만남에 이어, 폭력적 행동과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는 플랫처의 모습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예고편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빠른 비트의 드럼 연주는 음악영화만의 매력적인 특색을 예상케 한다.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 미디어플렉스는 “드럼에 대한 집착과 열정을 다룬 소재는 음악판 ‘블랙 스완’이라 불릴 정도”라며 “광기의 에너지로 꽉 찬 파괴력을 발산해 이제껏 보지 못한 음악영화의 새로움을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플래쉬’는 ‘그랜드 피아노’와 ‘라스트 엑소시즘’에 각본으로 참여했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작품으로 1985년생인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젊은 나이답게 깔끔하고 신선한 연출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3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영상=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세계의 창] 美 뿌리 깊은 명문가 세습정치… ‘신귀족주의’ 고착화 논란

    [세계의 창] 美 뿌리 깊은 명문가 세습정치… ‘신귀족주의’ 고착화 논란

    ‘왕조’라는 단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과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은 신분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으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메리칸 드림’은 허망한 꿈이 됐다. 왕국을 거부하고 공화국의 반석을 다진 미국에서도 개인의 ‘스펙’보다 ‘탯줄’이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 정치판은 이런 봉건적 특성을 두드러지게 보여 준다. 2016년 대선은 일찌감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맞대결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대선이 열릴 때마다 두 집안 사람들은 고정 출연 중이다. 알다시피 힐러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고, 젭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숙명적 라이벌이 된 두 가문의 싸움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008년 어머니 대선 캠프에서 활동을 시작한 딸 첼시 클린턴에 대해 아버지 빌은 “대권에 도전한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젭 부시의 아들 조지 P 부시는 최근 텍사스주 국토부 장관 격인 ‘랜드 커미셔너’로 본격 정치 활동을 시작해 두 가문의 대결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족벌 정치 필리핀·인도와 뭐가 다르나” 경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세습, 대물림은 후진적이란 비판을 받는다. 3대에 걸쳐 권력세습을 이룬 북한을 향해 미국을 필두로 국제사회의 규탄과 조롱은 끊이지 않는다. 소수 가문이 권력을 주무르는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족벌 정치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내년 대선 판도를 뒤집을 다크호스가 출현하지 않는 이상 미국도 이런 멍에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정치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락한 데에 미국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유력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미국을 ‘신귀족주의’ 사회라 칭하고 엘리티즘의 고착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의 가디언은 3선 대통령을 금지하는 헌법까지 제정한 미국에서 ‘정치 왕조’(Political Dynasty)의 권좌 돌려 앉기에 대해서는 유독 무감각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 정치 왕조는 사실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8명의 대통령이 애덤스, 해리슨, 루스벨트, 부시 등 4개 가문에서 나왔다. 정치 왕조의 시초는 애덤스 집안이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그의 장남 존 퀸시 애덤스가 6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사상 첫 부자(父子)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웠지만, 둘 다 형편없는 리더십으로 최악의 대통령이란 불명예도 함께 얻었다. 루스벨트 가문도 직계는 아니지만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1901년 윌리엄 매킨지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1932년에 12촌뻘인 친척 동생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올랐다. 진정한 ‘정치 왕조’를 이룬 곳은 케네디가(家)다. 케네디 가문은 막대한 부를 활용해 정치를 ‘가업’으로 만든 최초의 집안이라 할 수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초대 위원장과 영국 대사를 지낸 조지프 케네디 아래 4대를 거치며 정치판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조지프는 네 명의 아들 가운데 장남을 대통령으로 키우려고 했으나 그가 29살에 2차대전에 나가 전사하는 바람에 계획을 바꿨다. 그는 차남인 존 F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셋째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막내 에드워드를 상원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에드워드가 세상을 뜨면서 케네디 가문 1세대의 정치 활동은 종말을 고했지만, 후손들의 활약은 여전하다. 에드워드의 아들 에드워드 케네디 주니어는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둘째 아들 패트릭 케네디 2세는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는 현재 일본 주재 미국 대사로 활동 중이다. 아들인 존이 1999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의 못다 한 꿈을 이뤘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큰딸인 캐슬린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메릴랜드주 부주지사를, 아들 조지프는 6선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손자인 조지프 케네디 3세는 2012년 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4대가 공직을 맡았다. 평론가들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기점으로 후보자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 형제·자매까지도 관심을 두는 경향이 시작됐다고 얘기한다. 케네디가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명문가는 부시 집안이다. 1988년 백악관에 입성한 조지 H W 부시는 코네티컷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의 영향력을 물려받았다. 19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게 패하면서 단임에 그쳤던 한은 2000~2008년 아들 조지 W 부시가 연이어 백악관을 차지하면서 풀렸다. 이제 차남 젭 부시가 세 번째 대통령 도전자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고, 손자 조지도 벌써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등 부시가는 3대에 걸쳐 워싱턴 정가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달 타계한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도 ‘부자 지사’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탈리아 출신 식료품 가게 아들인 그는 주지사에 연거푸 세 번 선출됐다. 장남인 앤드루 쿠오모도 2010년 뉴욕 주지사에 처음 당선된 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해 아버지의 연임 전통을 이었다. 그는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 케리 케네디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이 밖에 최근 ‘대권 3수’ 포기를 선언한 공화당 밋 롬니의 아버지는 미시간 주지사를 지내고 196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나섰던 조지 롬니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인 랜드 폴 연방 상원의원(켄터키)의 부친은 1988년, 2008년, 2012년 세 차례나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던 론 폴 전 하원의원이다. 미국인들이 정치 왕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하버드대학의 바버라 켈러맨 교수는 “미국에서 정치 세습이 이뤄지는 데에는 셀러브리티(명사)에 대한 숭배와 선거제도 그리고 과거에 대한 향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왕족이나 귀족에 대한 은근한 열등감이 있는 미국인들은 명문가의 출현을 한편으론 반기기도 한다. 소수의 유권자에 의해 1차 선택을 받는 오픈프라이머리도 유명인에게 유리한 발판으로 작용한다. 정치 무관심도 정치 왕조 부흥에 한몫한다. 후보자의 정보가 없거나 알고 싶지 않을 때 익숙한 ‘라스트네임’(성)은 정치인에게 생명과 같은 즉각적인 인지도 제고 효과를 가져다준다. ●“권력 세습은 국가보다 집안 앞세워” 지적도 무엇보다 정치 왕조를 지탱하는 것은 돈이다. 기업들은 특히 미래 보장을 위해 아는 이름에 기꺼이 큰돈을 쾌척한다. 아직 판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힐러리 캠프는 벌써 400만 달러나 끌어모았다. CNN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가족 또는 친척이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3분의1가량 된다. 첫 정계 진출자가 쌓은 관계, 인맥 등은 한집안에서 제2, 제3의 정치인을 만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말해 준다. 소수 가문의 권력 분점은 미국 사회 특유의 다양성과 혁신을 저해하고 엘리트주의를 극대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LA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아들 부시가 이라크전을 일으킨 이유가 아버지 부시의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고 꼬집으며 대를 잇는 권력 세습은 국가보다 집안을 앞세우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행한 연설에서 “이 자(사담 후세인)는 내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고 대놓고 말해 미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후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 증대와 이슬람국가(IS)의 급격한 부상은 이슬람권을 상대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벌인 부시 전 대통령의 업보라는 비난이 설득력 있게 퍼지기도 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수학 잘하면 이과 체질?… 문·이과 결정전 적성검사부터

    수학 잘하면 이과 체질?… 문·이과 결정전 적성검사부터

    중학교를 그만두고 꿈도 없었던 김모군. 우연히 적성검사를 받았는데 ‘예술 방면에 소질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았다. 상담 교사가 김군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 주며 물었다. “네 성격과 적성을 보면 예술 방면으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예고에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앉아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할 수 있겠니?”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긴 김군은 미술 입시학원에 등록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그는 다음해에 예고에 입학했다. 다음달 새 학년이 시작되지만 여전히 목표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학생들은 우선 적성검사부터 제대로 받아 보자.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서 각종 적성·진로검사를 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부모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수학을 잘하면 ‘우리 아이는 이과 체질이야’ 하는 식으로 단정하는 이도 상당수다. ●‘동기부여 강연’ 등 듣게 하라 전문가들은 학생이 적성검사를 받기 전 ‘동기부여’ 강연 등을 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꿈을 가지고 진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학생들이 정성껏 검사에 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정확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세종시교육청이 함께 펴낸 ‘학부모와 함께하는 진로진학지도’에 따라 올바른 진로·진학 지도 방법을 2일 알아봤다. 적성검사는 크게 흥미를 측정하는 검사와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로 나뉜다. 학교에서 하는 보편적 검사들 가운데 흥미를 측정하는 검사는 ‘직업 흥미 검사’와 흥미와 직접 적성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홀랜드 진로 탐색’, ‘U&I 진로 탐색’, ‘STRONG 진로 탐색’ 검사 등이 있다.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로는 워크넷과 커리어넷이 하는 ‘청소년 적성’과 ‘직업 적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전공 대학원생들의 데이터를 기초로 중고생의 반응을 비교해 적합한 학과와 계열을 안내하는 ‘와이즈 멘토’가 고교에서 주로 실시된다. ●초등 4학년부터는 年 1회씩 검사를 초등학교 4학년 이상부터는 연 1회씩 정기적으로 적성검사를 하는 게 좋다. 부모는 해마다 자녀의 관심과 선호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매년 쌓인 적성검사 자료가 한곳으로 꾸준히 일치한다면 자녀의 꿈을 정하는 게 쉬워진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과학 과목을 좋아했던 자녀라도 올해에는 과학보다 국어 과목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자녀가 매년 다른 성향을 보인다면 다양한 체험 활동의 결과를 토대로 전문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좋다. 초·중학교 시기는 적성이 유동적일 수 있다. 좋은 습관을 길러 주고 어떤 꿈이든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중3이나 고1 정도가 되면 적성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 이후부터는 적성이 잘 변하지 않는다. 자녀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어떻게 굳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적성 파악 후에는 단점보다 장점이 어떤 분야에서 발휘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 분야에서 최고에 도달할 수 있는 설계를 해 주면 좋다. 진로 설계는 적성검사 자료를 토대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어디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직업을 알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장래희망은 주로 교사, 의사, 간호사, 경찰관, 요리사, 대통령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10개 안팎의 직업이다. 아이들은 장래희망을 말하라고 하면 멋있다고 생각되거나 주변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직업들을 적게 마련이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로 목표를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충분한 탐색이 이뤄지도록 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중학교 시기에는 큰 계열을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5세 즈음에는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부모는 이때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중1 때 수학을 잘하면 과학고를 목표로 정하고 영재반, 수학올림피아드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학 잘하는 문과 체질’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유의하자. 중학교 때 계열을 정하려면 우선 초등학교 고학년 때 좋아하던 것을 심도 있게 해 살펴봐야 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진짜 좋아해서 집착까지 형성된 것인지 유심히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을 좋아했다면 중학교에서는 과학 심화, 방과 후 과학 활동을 해 보도록 권한다. 어려운 숙제 등의 힘든 트레이닝을 시켜 보고 그래도 좋아하면 집착까지 형성된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만약 힘든 것을 해 본 후에 멈춘다면 단순하게 선호하는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집착까지 형성된 데다가 중3 때 성적이 좋다면 과학고를 노려볼 만하다. 과학을 좋아하지만 성적이 부족하다면 인문계 고등학교 가운데 과학 중점 고교를 선택하면 좋다. 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수학으로 이과와 문과를 나누는 경향이 강한데, 전문가들은 사회, 과학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상대적으로 과학보다 사회 과목을 좋아한다면 문과가 더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과학에서 물리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사회에서 지리나 일반사회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여부로 문과, 이과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교 때 사회·과학 기준으로 나눠라 고등학생에게는 의사, 변호사처럼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보다 자녀의 특성을 반영해 현실감 있는 목표를 주는 것이 좋다. 막연히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고등학교 성적이 좋지 않다면 자녀의 적성을 반영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 주자.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돌보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의대에 갈 성적이 안 되면 심리 상담사라는 직업을 추천해 주는 것도 좋다. 고교의 경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진로 목표에 맞춰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이 잘 이뤄졌는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핵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면 물리학과에 진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큰 도움이 된다. 중점 교과로 수학과 물리를 선택하고 물리 연구 동아리, 과학축제 진행, 토요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 비교과 활동을 강화하면 대입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의사 못 믿고 건강 염려 지나치면 우울증 유발

    의사 못 믿고 건강 염려 지나치면 우울증 유발

    회사원 유현정(34)씨는 요즘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도 쓰리자 집 근처 내과의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의사는 아무 이상 없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유씨는 혹시 다른 진단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대학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같았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 혹시나 싶어 한의원도 가봤다. 하지만 역시 같은 답변을 듣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생각해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다.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기(杞)나라에 살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침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그래서 할 필요가 없는, 현실성 없고 과도한 걱정을 ‘기우’라고 한다. 신경정신과를 찾는 이들 중에 바로 이런 ‘기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바로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이다. 병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질환 중에 병 이름 자체에 ‘염려증’이 들어가는 것은, 다시 말해 걱정 자체가 병인 경우는 이것 하나밖에 없다. 건강염려증이란 용어는 14세기 말 유럽에서 그리스어로 ‘아래’를 가리키는 ‘hypo’와 ‘연골’을 가리키는 ‘khondros’를 합성한 단어로 등장했다. 갈비뼈 아래 장기인 간과 비장의 장애에서 생겨난 병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 시대 사람들이 건강염려증이나 우울증이 흑담즙(black bile)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1965년에 이르러 자신의 신체 또는 건강상태에 대한 병적인 집착의 의미라는 현대적 개념이 정립됐다. 건강염려증은 몸에서 나타나는 특정 증상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서, 이로부터 자신이 특정 질환 또는 중병에 걸렸다는 비현실적인 공포와 믿음에 사로잡히게 되는 신경증적인 상태를 말한다. 위에서 예로 든 유씨처럼 실제로 신체적인 질병이나 질환이 없음에도 비정상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심이 집중돼 반드시 질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건강염려증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대체로 보통 사람이라면 조금 거북할 정도로 느끼는 감각을 마치 확성기를 달아 놓은 듯이 심한 감각이상이나 통증으로 느끼게 되는 ‘감각 민감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환자가 느끼는 감각이상이나 통증은 실제일 뿐 아니라 그 정도도 상당히 심하지만, 진찰이나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혹시 꾀병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이 너무 강할 때 이것이 강력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이 적절한 치료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걸렸다고 믿는 질병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의사만큼이나 다양한 의학적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기도 한다. 의사의 진단에 오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다며 이런저런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을 사용하다 오히려 없던 질병을 만들기도 한다. 심해지면 망상증 수준까지 발전하고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문제는 건강염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환자 자신은 증상이 있는데, 가족이나 주위 사람은 자칫 꾀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할 때는 가족이 동반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족들이 환자의 걱정을 현실로 인정하고 공감해 주는 한편 건강 상태에 대해 꾸준히 안심시키면서, 과다한 의료행위를 피하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대해 건강 문제가 없다고 상세한 설명을 해줬는데도 분명히 질환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이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그리고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건강염려증을 진단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학계에선 현재 일반인구의 1~5%가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병원을 찾는 전체 환자의 15%가 건강염려증으로 진단된 경우도 있다. 발병에 연령과 성별의 차이는 크지 않아, 모든 연령의 남녀에게 나타날 수 있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상담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건강염려증 환자는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현재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한다. 이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수긍하고 그 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건강염려증을 키운다. 인터넷 세상이 되다 보니 건강정보를 누구나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다. 진찰결과를 설명하는 의사가 인터넷에 실린 설명을 환자에게 읽어주기도 할 정도로 인터넷만 찾아보면 건강 관련 정보가 쓰나미처럼 몰려든다. 더구나 현대는 사회적으로 질병을 학습하는 시대라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입냄새 ‘질환’이나 탈모 ‘질환’ 등은 모두 현대에 생겨난 질환이다. 우울증이나 갑상선암은 과도한 진단이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병이다. 2001년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는 인터넷 건강 관련 사이트를 과도하게 사용해 건강염려에 불을 지피게 되는 현상을 가리켜 ‘사이버 건강염려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 교수는 “정확하고 적절한 건강정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면 역기능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거를 알 수 없는 부정확한 건강정보가 온라인상에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것들이 사이버 건강염려증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천이슬, ‘출발드림팀’서 뻣뻣 웨이브+물미역 머리 ‘굴욕’ 그래도 빛나는 미모

    천이슬, ‘출발드림팀’서 뻣뻣 웨이브+물미역 머리 ‘굴욕’ 그래도 빛나는 미모

    배우 천이슬이 ‘출발드림팀’에서 굴욕을 당했다. 1일 방송된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는 ‘한국미녀 VS 다국적미녀’ 특집으로 한국미녀 홍민정, 천이슬, 송지은, 신수지, 니콜, AOA 유나와 다국적미녀 애나벨, 에바, 브로닌, 아비가일, 레이, 푸니타가 출연했다. MC 이창명은 신수지의 유연함이 부럽다는 천이슬에게 웨이브를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천이슬은 이창명의 몸을 잡고 뻣뻣한 웨이브를 선보였다. 천이슬의 웨이브를 본 이창명은 “허리 부러지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천이슬은 몸을 사리지 않는 맹활약을 보여줬다. 게임에 임하며 괴성을 질러 웃음을 자아낸 천이슬은 게임 후에는 물에 젖어 ‘물미역’ 머리를 선보여 또한번 웃음을 유발했다. 천이슬의 물미역 머리를 본 이병진은 “천이슬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현실을 부정했고 MC 이창명은 “머리 어떻게 하냐”며 망가진 천이슬의 모습을 걱정했다. 천이슬은 이런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해맑게 웃으며 계속해서 경기에만 집착하는 승부욕을 보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천이슬, ‘출발드림팀’서 2단 굴욕에도 해맑은 미소

    천이슬, ‘출발드림팀’서 2단 굴욕에도 해맑은 미소

    배우 천이슬이 1일 방송된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에서 굴욕을 당했다. 이날 MC 이창명은 천이슬에게 웨이브를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천이슬은 이창명의 몸을 잡고 뻣뻣한 웨이브를 선보였다. 천이슬의 웨이브를 본 이창명은 “허리 부러지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이슬은 게임 후에는 물에 젖어 ‘물미역’ 머리로 웃음을 자아냈다. 천이슬은 물미역 머리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경기에만 집착하는 승부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뿔난 교육감들에 난타당한 황우여

    뿔난 교육감들에 난타당한 황우여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교육감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황 부총리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는 데 집착해 교육감들의 분노가 더 커졌다. 황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가진 올해 첫 간담회에서 교육감들의 2시간 남짓 교육교부금 공격을 방어하기에 바빴다. 신년을 맞아 교육부의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교육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시작부터 대통령의 발언을 끄집어내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그는 인사말에서 “지방교육재정에 관한 대통령의 말씀은 학교 현장이나 교육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교육교부금을 현행 내국세의 20.27%에서 25.27%로 올려 달라”고 건의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황 부총리가 난타당했다. 황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 재정의 방향을 선진화하자는 취지”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교부금이 축소되는 것이냐’는 교육감들의 질문에는 확답하지 않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획재정부의 교육교부금 축소론에 대해 황 부총리는 ‘교육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전하면서도 “황 부총리가 명쾌하게 답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교육교부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미편성된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에 차질이 올 수도 있음을 거듭 시사했다. 장 회장은 이와 관련, “이미 편성된 어린이집 보육료와 정부의 국고 지원금에 따른 예산은 모두 집행하겠지만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았다”면서 “황 부총리가 이런 상황에서 확답을 피해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증세 없는 복지’ 당정 엇박자부터 해소해야

    정부가 고소득 직장인 등의 보험료를 올리는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개편안을 철회했다.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리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려던 연말정산 방식 변경 파동에 이은 혼선이다. 복지재원 조달과 관련된 정책들이 여당과 정부 간 손발이 맞지 않아 백지화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제 국회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야당의 발목 잡기를 탓하기에 앞서 복지·조세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려면 당정 간 엇박자부터 정리할 때다. 나 의원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박근혜식 증세’는 한계에 온 것 같다며 증세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를 제안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무상복지가 아니라 중산·서민층 중심으로 ‘중 복지’를 위해 법인세 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의 인식의 반은 맞지만 나머지 반은 틀릴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 탈세를 줄이고 비과세·감면을 해 보자는 게 ‘박근혜식 증세’의 요체라면 벽에 부딪힌 건 사실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도 신통치 않은 데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이 국민들 중 세금을 더 내고 싶어 하는 계층이 어디 있겠나. 이처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 이른바 ‘눔프(NOOMP·Not Out Of My Pocket) 현상’을 우회해 꼼수 증세를 계속하려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주민세 인상 등 꼼수 증세 카드를 접고 부유층 증세 기준에 대한 대타협 등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얼마 전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이대로 가면 2033년에는 국가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 재정으로 복지 재원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세수 확대에만 골몰하는 것도 곤란하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다. 우리만 섣불리 인하했다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 자본 엑소더스로 그나마의 세원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계란을 여러 번 나눠서 먹지 않고 통째로 먹겠다고 닭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혹여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당정 간 전문가적 토론으로 가부간 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국정이 산으로 가는 식의 중구난방은 경제 활성화에 외려 찬물을 끼얹게 된다. 차제에 복지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공짜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보편적 무상복지를 무조건 고수하라고 등 떠미는 것은 경제 현실에 무지하거나, 그저 여권을 퇴로 없는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복지 공약인 무상보육 정책은 10조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지만, 인천어린이집 사태에서처럼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야권이 선도한 무상급식 정책도 지자체들의 재정을 거덜내고 있다고 한다. ‘묻지마 증세’나 비현실적인 포퓰리즘 복지에 집착하기보다는 저소득 계층 위주의 선별적 무상복지로 담대하게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 “정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문제 있다”

    “정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문제 있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부의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쓴소리를 했다. 홍 회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소유 기업을 매각할 땐) 해당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려 신규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창출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가격에 집착하면 무리한 매각,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의 발언은 대우증권 매각 방향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홍 회장은 “대우증권이 워낙 대형사다 보니 패키지 매각이든 개별 매각이든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해 나가겠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홍 회장은 “(박삼구 회장 등 인수자에게) 인수금융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산은은 매각의 심판 역할만 할 것이고 그게 공정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본인(김 회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서도 “채권은행으로서 ‘구조조정 원칙’이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동부건설의 채권에는 은행 등 협약채권도 있지만 회사채나 상거래 채권, 일반 투자자 등 비협약 채권 비율이 높았다”며 “동부건설의 장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협약채권을 채권단이 대신 갚아 주면서까지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단독] “등본 10부씩” 1인당 할당량 정해… 내부 게시글에 참여 독촉

    [단독] “등본 10부씩” 1인당 할당량 정해… 내부 게시글에 참여 독촉

    예산 배분과 함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 각 부서를 평가하는 인사과와 감사과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구나 지자체 합동평가 결과는 지자체 예산 배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별교부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로선 무리수를 써서라도 합동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합동평가가 수량화된 실적 위주로 흐르면서 ‘모로 가도 점수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부도덕한 일탈행위가 버젓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국민 혈세가 임의로 부풀린 실적에 따라 엉뚱한 곳에 투입되고 낭비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하는 지자체 합동평가뿐 아니라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도정평가에는 민원24를 이용한 온라인 민원처리 실적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민원24가 합동평가 실적 부풀리기에 곧잘 이용되는 것은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 모두 온라인 처리실적을 그대로 받아 전체적인 숫자만 확인할 뿐 세부내역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간 민원처리 건수가 1억건이 훌쩍 넘는 마당에 세부내역을 모두 확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자체에서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하는 민원24는 정부민원포털로,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사무실 등에서 24시간 365일 인터넷으로 필요한 민원을 신청하고, 필요한 서류를 발급·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대국민 서비스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본인 확인을 한 뒤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장애인증명서, 지방세 납부확인서,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지적도 등 1163종의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때문에 내부 게시글을 통해 등·초본 등을 한 번에 10부씩, 많게는 99건까지 발급받는 식으로 1인당 할당량을 정하고 시간을 내 민원24에 접속도록 참여를 독촉하는 행태가 버젓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부금 지급과 재정 인센티브가 걸려 있는 지자체 평가의 구조적 문제가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평가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영순 전국공무원노조 민중행정실장은 25일 “지방재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부금이 걸려 있다 보니 일선에서는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평가지표를 다시 선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이 상생할 수 있도록 평가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합동평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방대하고, 인센티브 규모도 크다. 평가결과를 조직과 예산, 인사 등에 연계하고 포상과 성과급지급 등 보상도 많다. 하지만 합동평가 대상인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로서는 의견을 반영할 여지도 적고, 평가대상이나 시책, 지표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고보조사업이 급증하면서 평가받아야 할 가짓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업평가를 준비하느라 사업을 못 한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평가지표 역시 획일적이어서 여건이 제각각인 지자체 업무성과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두 번의 불발 인터넷전문은행 이번엔 성공할까

    두 번의 불발 인터넷전문은행 이번엔 성공할까

    “핀테크나 인터넷 전문은행 등 ‘좀 더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핀테크 등 시대적 조류를 활용해 한국금융의 성장 동력이 창출되도록 ‘금융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신제윤 금융위원장) 4대 구조개혁 대상 가운데 하나인 금융권에 정부가 던진 화두다. 핵심은 핀테크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융합산업을 뜻한다. 그 핀테크의 핵심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 인터넷은행을 도입해 침체된 금융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다양한 플랫폼을 갖춘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도 이끌어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금융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복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쉽게 말해 점포(은행 지점)가 아닌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예금, 대출, 송금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은행을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모임을 갖는 등 의욕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이미 두 차례나 ‘회항’ 전력이 있다. 쉽지 않은 숙제라는 얘기다. 핀테크 산업이 과포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TF에 참석한 한 민간 전문가는 “왜 (인터넷은행을) 해야 하는지, 왜 지금인지, 무슨 실익이 있는지 등 원점에서 짚어나갈 작정”이라고 전했다. ●두 차례의 실패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5년 전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은행 설립 논의가 나왔다. 2001년과 2008년에도 공론화가 됐지만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금융 전업주의, 금융실명제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2008년 10월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의와 함께 최저 자본금 요건 등을 시행령으로 포괄 규정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은행 산업이 부실해질 수 있고 수익 모델도 취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고 신성장 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는 점을 과거와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따라서 흐름은 인터넷전문은행 쪽이라는 데 동의한다. 강서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에도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며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항상 인터넷에 접속하는 환경이 보편화됐고 인증 수단도 많이 개발돼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지가 훨씬 강해진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천송이 코트’를 언급한 이후 금융 당국은 새 성장동력으로 인터넷은행에 ‘집착’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정체된 금융산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득과 실 고객의 입장에서 인터넷은행이 매력적인 것은 일반 은행보다 좀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수수료도 싸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점포 운영비와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1% 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 혜택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이나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고객은 365일 언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존의 IT 인프라를 금융 분야와 잘 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게 되면 침체된 경기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서 “인터넷은행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우리나라는 인터넷뱅킹 자체가 워낙 발달돼 있고 은행 지점도 많아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면서 “일대일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국민성도 절실함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은행들조차 인터넷은행 출현 가능성에 별반 긴장하지 않는 기색이다. ●거대 난관… 금산분리와 실명제 여기에는 당국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되겠어?”라는 회의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인터넷은행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되려면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라는 거대 난관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도 녹록지 않다. 특히 금산분리는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금융 당국도 이 부분에 이르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말꼬리를 흐린다. 반드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한 금융실명제도 인터넷은행을 위해 완화시킬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고객 얼굴을 보지 않고 계좌 개설을 허용해 주는 것인 만큼 금융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을 내포한다. 예컨대 휴대전화 인증 방식은 대포폰 사기에 노출돼 있다. 느슨한 보안으로 인해 금융사기 희생양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재직증명서나 담보 등을 요구하게 되면 기존 은행과 차별화가 안 된다. 결과적으로 새 성장 동력이 되는 게 아니라 기존 먹거리를 빼앗는 ‘또 하나의 시장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계좌 개설 때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큰 흐름인데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비대면 인증을 허용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인터넷은행이) 자금 세탁 등 검은돈 창구로 악용될 소지도 크다”고 우려했다. 고객 얼굴을 마주해도 불완전판매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을 보지 않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 애먼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직장인은 “시중은행도 뚫리는 마당에 (은행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방어벽을 철저히 쌓아 고객 재산과 정보를 해킹 등에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강서진 연구원은 “벤처기업의 보안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인증 방식도 다양해졌다”면서 “규제를 적절히 풀면 오히려 보안 기술이 (새 먹거리를 좇아) 더 경쟁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금융사들이 20년 가까이 공인인증서에만 의존해 온 결과 보안 기술이 더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면서 “인터넷은행 도입을 계기로 보안시스템 강화 방안을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 당국이 인터넷은행을 할 의지가 정말 있다면 금산분리와 실명제 완화 논의를 좀 더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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