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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주말마다 짐꾼에 운전사… 외벌이 부러워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주말마다 짐꾼에 운전사… 외벌이 부러워

    토요일 오후다. 달게 자고 있는데 아내가 자꾸 부른다. 주말이면 하는 집안 청소도 끝냈는데 말이다. 주말이면 꼭 뭔가를 시켜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불금’에 맞춰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한잔하다가 과음한 터라 온몸이 나른하다. 일요일인 내일은 근교에 바람 쐬러 나가기로 했으니 오늘만 온전히 쉴 수 있다. 좀 있으면 시장 보러 가야 하는데 그 전에 좀 더 자고 싶다. 마트 가서 짐 나르고 운전하는 건 내 몫이다. 짐꾼 겸 운전사라고나 할까. 그러니 집안일을 나도 하는 셈이다. 빨래야 세탁기가 하는 거고. 물론 내가 집에 있을 때 빨래 너는 것은 내 몫이다. 가끔 아내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면 집안은 사방이 어지러져 있다. 애들을 다그쳐 좀 치우고 가끔은 먹을 것도 챙겨 준다. 아내가 회식이라며 늦게 들어올 때는 가능한 한 약속 안 잡고 들어가 애들을 돌봐주기도 한다. 간단한 음식도 만들어서 먹인다. 갑작스레 상사의 호출을 당하거나 일이 생겨 늦게 가면 아내한테 잔소리를 엄청 듣는다. 직장생활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을. 집안일을 혼자 다 하는 것처럼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면 왜 저리 시간이 많이 걸릴까 싶다. 가사 도우미를 쓰면 편할 텐데…. 가사 도우미에 대한 불만이 많은지 이렇게 저렇게 자꾸 바꿔 보더니 지금은 아예 안 쓴다. 그러고는 힘들다고 한다.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도 집안일을 시켜 종종 싸웠다. 돈 주고 사람 쓰는데 나까지 집안일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맞벌이라 출근은 전쟁이다. 아내가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나도 애들을 챙겨야 한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출근이 빠듯할 때가 많다. 외벌이인 친구를 보면 솔직히 부럽다. 집도 정돈돼 있고 집에서 쉬는 시간이 나보다 많을 것 아닌가. 맞벌이를 해서 그 친구들보다 돈 여유가 좀 있긴 하다.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여유가 딱히 많은 것도 아니다. 애들 학원 한두 군데 더 보내고, 외식 좀 더 자주하면 그리 많이 남는 건 아니다. ‘맞벌이의 함정’이랄까. 둘이 번다고, 모임 때면 은근히 돈을 내라고 눈치를 주는 주변의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금융사와 일반 기업체에 다니는 40대 초반 맞벌이 부부 두 쌍을 인터뷰해 내러티브 형식으로 구성했다.
  • [문화마당] 들여다보는 재미/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들여다보는 재미/김재원 KBS 아나운서

    드라마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우리가 사는 일상은 내 주변으로 국한된다. 나는 가난했던 1960년대에 태어나서 격동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방송사에서 월급 받는 아나운서로, 6학년 때 짝이랑 결혼해 아들 하나 키우는 가장의 삶을 살아 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 경계를 크게 못 벗어나고, 듣는 이야기도 아무리 건너 들은들 울타리 안을 맴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드라마가 있어서 다른 삶을 들여다본다. 다른 시대, 다른 공간, 다른 계층의 삶을 간접 체험한다. 드라마를 보는 일은 대한민국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얼마 전 드라마 ‘펀치’를 통해서 검찰 조직을 엿보았다. 오직 그들만의 성공을 위한 권모와 술수가 판치고, 편법과 거짓도 끼어들 여지는 충분했다. 검사의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은 그 드라마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드라마는 전부 사실일 수 없고, 전부 거짓일 수도 없지만 그 드라마를 본 다음부터는 검찰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뒷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누가 날린 펀치일까. 드라마의 부작용이다. ‘전설의 마녀’는 교도소 출신 여성들의 삶과 재벌가의 실상을 보여 줬다. 현실을 외면한 미화일 수도, 과장일 수도 있지만 열심히 살려는 재소자 출신 여성들과 후안무치 재벌 가문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횡령과 배임은 기본이고 덮어씌우기와 깔봄과 무시는 덤이다. 대기업에서 영세 제과점의 인기 제품을 복사해 더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황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 현실에서 재현되는 바람에 드라마가 현실을 바라보는 창임을 증명해 주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상류층 집안 곳곳을 관찰자 시선에서 구경하게 해 준다. 정말 저럴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갑의 심리와 삶을 보여 준다. 특히 상류층 식구들이 밥 먹는 장면을 식탁이 있는 방 바깥에서 집안일을 돕는 이른바 ‘을’들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드라마를 연극화해 ‘을’들을 관객의 자리에 앉힘으로써 ‘갑’을 비웃게 만드는 역전의 묘미도 맛보게 한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즉 허구다. 현실이라는 도화지에 허구라는 크레파스로 색칠하고 재미라는 물감을 덧입힌다. 아마 드라마에서 다루는 직업군 당사자들은 묘한 불쾌감을 드러낼 것이다. 아나운서를 부정적 이미지의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에서 느껴 봤던 기분이다. 드라마 속 연기자들은 악역이라도 그 역할에 빠져들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드라마 속 역할은 선이냐 악이냐에 따라 존중을 받기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허구임에도 말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서로 환히 들여다보는 세상이 됐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증거가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 정치조차 시시한 드라마로 만들었다. 업무의 우선순위도 모르고, 부도덕의 유치한 합리화와 여전히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줄 알고 있는 그들의 우매는 더이상 구경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아마 그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반복되는 거짓말로 이미 리플리 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일까. 연기력 없는 배우의 발연기가 역겨운 것처럼 함량 미달 정치인의 인터뷰도 견디기 힘들다. 이제 기댈 곳은 녹봉마저도 백성을 위해 쓰며, 불철주야 사람 살피기에 전념하는 숨은 정치인들이 어딘가에는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적어도 드라마는, 끝내는 악인이 망한다. 정치가 드라마보다 못한 이유다.
  •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경기 부천시에 사는 홍나연(43)씨는 중학생(14)과 쌍둥이(8) 등 아들 셋을 아날로그식으로 키우기 위해 남편과 함께 ‘디지털 금욕’ 생활을 하고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인 홍씨 부부는 아이들 앞에서는 컴퓨터는 물론 TV도 켜지 않는다. 때문에 홍씨는 홈쇼핑 업체에서 근무하면서도 집에서는 정작 자신이 나온 방송을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홍씨는 “집에서 TV를 보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모니터링을 끝낸다”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통화 외에는 잘 안 한다. 그러면 애들이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홍씨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일절 못하게 하고, 스마트폰도 아이들 혼자서는 만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홍씨는 아이들이 취학 전에는 아예 컴퓨터 자체를 만지지 못하도록 했다. 유치원에서 쌍둥이에게 온라인으로 하는 숙제를 내준 경우가 있었는데,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 숙제를 하지 않게 했을 정도로 철저했다. 홍씨는 “굳이 어렸을 때 디지털을 접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타고난 게 있어서 금방 기기를 다룰 수 있다”면서 “신기하게도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가서 처음 인터넷을 배운 뒤 정보 검색 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고 했다. 홍씨의 아이들은 주로 그림을 그리고 블록을 갖고 놀거나 책을 즐겨 본다고 한다. 홍씨는 아날로그 육아를 고수한 덕분에 자신의 아이들이 배려심이 많고 집중력이 좋다고 믿는다. 쌍둥이의 담임 선생님도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산만하지 않고 참을성이 많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회사에 아이들을 데려 왔을 때도 아이들이 엄마가 일을 마치기까지 진득하게 잘 기다려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홍씨는 “요즘 엄마들이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금방 달랠 수 있으니 편해졌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멀리한 덕분에 처음에는 불편했을지라도 지금은 아이들 키우기가 수월해졌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홍세리(33)씨도 “스마트폰 영상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철저하게 아날로그 육아를 고집하고 있다. 아들 하율(7세)이와 딸 다율(5세)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을뿐더러 TV도 평일에는 켜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인기 만화 프로그램 정도만 주말에 1~2시간 정도 시청하도록 하고 있다. 평일에는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주말에는 캠핑을 주로 간다. 홍씨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주는 것은 부모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반대한다. 그는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데, 습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여 주지 않았더니 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스마트폰과 TV를 아이들이 잠든 8시 30분 이후에 본다고 했다. 뒤늦게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깨닫고 아날로그 육아로 바꾼 사례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이은진(31)씨는 큰아들 동휘(4)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해 휴대전화기를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 바꿨다.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 동휘에게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광고를 보여 줬는데 그 이후로 날이 갈수록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나중에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볼 정도로 사용량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게 하면 1시간 넘게 떼를 쓰는 바람에 아예 스마트폰을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1년정도 지나니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게 적응이 됐는지 더이상 달라고 보채지 않는다”면서 “대신 책 읽고 교구 놀이 등을 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영어 등 어떤 부분에서는 교육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자제가 안 되니까 안 보여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6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한나(31·고양시)씨도 앞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최근에 했다. 스마트폰으로 만화 동영상을 틀어줬더니 아이가 넋을 놓고 집착하는 것을 보고는 덜컥 겁이 난 것이다. 김씨는 “아이를 안고서 카카오톡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아이도 엄마가 하는 스마트폰을 멍하니 쳐다볼 때가 있다”면서 “엄마가 자기한테 관심을 갖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지 아는 것 같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김씨는 아이가 잠잘 때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아이에게 잠이 잘 오게 하는 청소기 소리나 클래식 음악 등을 들려주는 예외는 두고 있다. 유아기 디지털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일기 시작하면서 최근 아날로그적 교육 방식을 도입한 유치원이 생기는 등 일부 보육기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싹트고 있다. 지난달 9일 취재차 방문한 서울 중랑구의 B유치원은 봉화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분위기가 일반 유치원과 사뭇 달랐다. 산에서 한참 뛰어놀던 이민성(4)군은 기자를 보자 나뭇가지에 낙엽 하나를 끼워 놓고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가며 “이렇게 하면 통닭이고 이렇게 하면 샤워기예요”라며 웃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냥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일 뿐인데 민성이의 눈에는 멋진 장난감이라도 된 듯했다. 이 유치원의 3~7세 아이들 40여명에게는 산에 있는 나무, 꽃, 돌멩이, 흙이 장난감이다. 쓰러진 나무를 타고 앉아 ‘뛰뛰빵빵’ 자동차 놀이를 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산비탈길을 엉금엉금 올라가기도 한다. 하루종일 이렇게 뛰어놀다 보면 아이들의 옷과 신발은 금세 흙투성이가 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지켜만 볼 뿐 놀이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찾아서 노는 법을 길러 주기 위해서다. 물론 디지털을 이용한 교육은 일절 없다. 요즘 같은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이고 겨울에는 산에서 숯불을 피워 가래떡을 구워 먹는다. 이 유치원에서 만난 6살 민수 엄마 한은정씨는 “나뭇잎만 있어도 1시간은 거뜬히 놀 수 있다”면서 “아이가 매일 풀, 곤충, 나무, 꽃의 변화 과정을 지켜봐서 그런지 무엇을 봐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다룬다”고 했다. 이 유치원의 김정실 원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하다고 하지만 금방 산에서 노는 것에 적응한다”고 했다. 그는 “흙을 만지고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해야 오감이 발달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유치원 아이들은 엄마하고 떨어지는 것을 싫어해서 유치원 보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집에 보내는 게 전쟁”이라고 했다. 또 “산에서 노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나는 엄마들한테 ‘왜 얼굴에 난 상처만 보고 아이 가슴에 난 상처는 보지 않느냐’고 말한다”고 했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아기는 또래나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공감하고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스마트 기기보다는 아날로그 환경이 아이의 발달과정에 적합하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 ■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유치원에서도 스마트폰 생각이 나나요?” “예.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총싸움하고 그랬어요.” 지난달 17일 서울에 사는 5살 재성(가명)이는 두뇌건강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찾은 상담센터에서 탁자 위에 놓인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상담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머니 백지은(가명)씨는 기자에게 “올해부터 아이가 스마트폰에 손을 못 대게 하고 있지만 재성이는 요즘도 스마트폰만 보면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재성이는 지난해 6월 엄마의 스마트폰에 처음 맛을 들인 이후 갈수록 사용시간이 늘었다. 재성이는 누나들이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준 총싸움 게임을 즐겨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백씨는 직장에 나가지 않지만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며 자녀 6명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통에 막내 재성이에게 관심을 제대로 쏟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 이르자 재성이는 잠잘 때 빼고는 거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졌다. 백씨는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뺏어보기도 했지만 심하게 떼를 쓰고 우는 바람에 다시 스마트폰을 건네주기 일쑤였다. 결국 백씨는 올 초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재성이는 현재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재성이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사는 “모래놀이 치료 중 아이가 게임에 나오는 총 쏘는 장면을 자주 반복한다”고 했다. 백씨는 “집에서 아이를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둔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부모들이 아이 달래기용으로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신미옥(55)씨는 “서울에서 속초를 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옆에 앉은 한 엄마가 품에 안은 아기에게 2시간 반 내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면서 “아기가 5~6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똑똑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한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직관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은 침팬지 수준의 단순한 뇌만 써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아이가 스마트폰을 볼 때 뇌는 ‘집중’이 아니라 ‘정지’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경우는 감정조절이나 상상력 등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발달하지 못하고 ‘파충류뇌’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르게 뇌발달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일방적으로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영상만 받아들이다보면 나머지 뇌회로가 퇴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산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인 ‘강서아이윌’ 센터장 조현섭 총신대 교수는 “성인 남자보다는 여자가, 여자보다는 청소년이 술에 취약한 것처럼 영·유아기에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금세 스마트폰에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이홍석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마약에 중독됐을 때의 행동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심각한 경우 스마트폰을 뺏으면 맹수처럼 돌변해 물건을 던지거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4살 세운(가명)이는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지만 자신이 보려는 동영상 전에 나오는 15초짜리 광고를 참지 못하고 건너뛰기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인내심 부족 현상을 보였다. 14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이지연(38)씨는 “(디지털 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잣말을 많이 한다”면서 “부모와 얘기를 해 보면 집에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동영상을 많이 틀어 줬다고 한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가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했다는 등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영상에서 본 것을 자신이 겪은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놓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둘째 아이를 출산한 서울 은평구의 강윤희(가명)씨는 갓난아이가 우는데 4살 된 첫째 아이까지 떼를 쓰면 ‘직효약’인 스마트폰을 쥐여 준다고 한다. 강씨는 “아이 두 명 키우면서 한 애는 밥 먹여야 하는데 한 애는 울고 하면 스마트폰을 쥐여 줄 수밖에 없다.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남편과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동영상을 꼭 챙긴다”며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보챌 때 보게 하려는 용도”라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말을 하거나 글을 배우는 단계 이전에 스마트폰을 접한다”면서 “아이가 보는 동영상들이 성인들이 하는 게임에 너무 쉽게 연결돼 걱정”이라고 했다. 젊은 부모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조부모의 경우는 스마트폰이나 TV에 더 의존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경화(가명)씨 부부는 토요일에도 함께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유치원이 쉬는 토요일에 5살 영훈(가명)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다. 몇달 전 김씨는 시어머니로부터 “휴대전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해 보니 한달 6기가 사용 한도인 무선인터넷 데이터가 2~3일 만에 다 소진돼 있었다. 알고 보니 영훈이가 할머니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었다. 영훈이는 서너 시간 동안 내리 스마트폰으로 만화 동영상을 본 적도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유료 동영상을 클릭해서 자동 결제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스마트폰은 우는 아이를 달래는 ‘공갈젖’인 것 같다”고 했다. 부모의 습관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달 20일 취재차 방문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Y어린이집’에서 4~5세 반 아이 20여명에게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물었더니 “아빠는 잘 때 전화기로 게임을 하면서 나는 못 하게 해서 화가 나요.”, “카톡(카카오톡)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요.”, “엄마랑 놀고 싶은데 엄마가 인터넷만 해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려서 모르는 것 같아도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이 앞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유치원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언어 발달이 늦어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반면 사용 규칙을 세워 놓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울 용산구의 원지현(가명)씨는 “20분 동안 타이머를 설정해 놓고 스마트폰을 사용토록 제한하거나 영상 3개만 보고 스스로 그만 보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4살 아이의 엄마 김은희(가명)씨는 “영어로 된 만화 영상을 보여 줬더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부모가 잘 관리한다면 스마트폰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Y어린이집 교사인 김지은씨는 “모든 유치원에서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공부가 싫은 베트남 며느리 콤플렉스 극복할 수 있을까

    공부가 싫은 베트남 며느리 콤플렉스 극복할 수 있을까

    경기도 시흥에는 한 집에 두 명의 베트남 며느리를 데리고 사는 심순옥(오른쪽·64)씨와 자매끼리 한국으로 시집 와 시어머니에게 기대고 사는 며느리들이 살고 있다. 큰며느리 팜티짱(왼쪽·29)은 “시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좋다”고 하지만 사실 시어머니 없이 생활하는 게 겁이 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탓에 나와서 살면 생활 전반이 지금보다 힘들어질 것 같다. 시어머니는 집이 넓지도 않은데 열 식구가 함께 살려니 복잡해도 너무 복잡하다고 한다. 분가해서 살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다. 집안일과 뛰어다니는 네 명의 손주 육아까지 하느라 힘이 부친다. 팜티짱은 시집 온 동생과 베트남어로 대화하다 보니 한국어가 늘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한국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 낮잠을 챙겨 자는 며느리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팜티짱은 베트남에서조차 가난 탓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베트남어를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지만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무시에 상처까지 받고, 한국어에 대한 높은 벽이 생겨버렸다. 자신의 그런 아픔도 모르고 계속 공부만 하라는 시어머니가 부담스럽다. 팜티짱의 고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시간이 걸리는 하이퐁이다. 그동안 며느리에게 무엇이든 공부하기를 바랐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고향을 직접 찾아가 보고 나서야 며느리가 왜 공부에 뒷전이었는지 알게 된다. 며느리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찾은 베트남에서 고부는 웃을 수 있을까. 23일 밤 10시 45분 EBS 1TV ‘다문화 고부 열전’에서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5) 내 아기가 타고났길 바라는 한 가지

    [독박(讀博) 육아일기](5) 내 아기가 타고났길 바라는 한 가지

    현대판 ‘오복(五福)’이란다. 좋은 ‘이모님’ 만나기. 아기를 정성껏 봐주시는 좋은 분을 만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엄마들 사이에선 베이비시터에게 주로 ’이모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핏덩이가 부디 인복(人福)을 타고났기를 간절히 바랐다.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산후도우미…아기를 돌봐주는 정성스런 손길이 항상 필요했다. 다행히 모두 원만하게 지나왔는데 가장 중요한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아이돌보미)가 남아 있었다.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선 반드시 아기를 어딘가에 맡겨야 하고, 누가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엄마의 사회생활까지 좌우된다. 그러나 선택지는 얼마 없었다. 해외에 계시는 친정 부모님, 일을 하시는 시부모님을 제외하니 선택이랄 것도 없었다. ●취업여성 영아 양육…어린이집 68.7%, 친인척 돌봄 53.0%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 영아(0~2세)를 키우는 취업여성의 어린이집 이용 비율은 68.7%, 친·인척 돌봄이 53.0%로 나타났다. 취업여성의 59.1%가 두 가지 양육방식을 병행했고, 세 가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29.9%로 조사됐다. 주변에서는 대부분 조부모(친·인척)가 아이를 봐주고 중간에 어린이집을 보냈다.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든 혈연관계에 의존하고 싶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래도 핏줄이어야 좀 더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모, 외숙모, 심지어 결혼도 안 한 20대 사촌동생과 구순을 바라보시는 외할머니까지 떠올랐다. 아기를 잘 키워주는 것은 둘째치고 적어도 때리지는 않을 테니까. 어차피 다들 아기를 봐주시기엔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지 않아 혼자서만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말았다. 그 다음 선택지는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였다. 다행히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아기와 나 모두 거부감이 적었다. 엄마랑 단 둘이만 있던 게 지겨웠는지 아기는 사람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에 낯가림도 거의 없다. 지금도 어린이집에 발을 들이자마자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 아기에게 하루종일 엄마가 아닌 낯선 사람과 둘이만 있으라는 것은 고역일 거라 생각했다. 또 엄마인 나도 하루종일 아기만 보고 있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에 남에게 그걸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아기를 보는 사람이 피곤하고 지칠수록 혹시나 아기에게 안 좋은 영향이 미칠까 걱정이 돼서이기도 했다. 어린이집은 정부에서 보육수당 40만 6000원(0세 기준)이 지원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적다. 그런데 맡길 시간이 부족하다. 알아본 어린이집 모두 0세반 영아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를 최장 시간으로 설명했다. 어린이집이 문을 여는 시간도 오전 9시 이후, 선생님들의 퇴근은 오후 6시 전후인 것 같았다. 나의 출퇴근 시간으론 택도 없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연구자료를 통해 취업여성들이 대체로 오후 6시 이후에나 퇴근을 하고, 특히 오후 6시 반 이후 퇴근자가 50.6%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육아지원기관들은 오후 3시 반부터 아이들을 하원시키기 시작해 오후 5시가 되면 아이의 13%만 기관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어린이집들도 “법적으론 7시 반까진데요. 아이들이 그 시간까지 남아있지 않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가뜩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라 워킹맘이 많지도 않은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에게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기를 요구할 수 없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임신할 때부터 입소신청을 했는데도 아직 대기순번이 200번대다. ’이모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달 월급의 반을 뚝 떼내야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나마 12시간 이상 내리 아이를 봐달라거나 입주 도우미를 쓰지 않으니 반만 떼어내는 거다. 출퇴근형이 보통 160~180만원, 입주형은 월 200만원이 넘는 게 시세였다. 내가 하고 있는 등하원도우미형 베이비시터는 시급 8000원~1만원선으로 통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이모님들의 구직시장에선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출퇴근형 이모님들의 근무시간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인 것 같았다. 나는 회사에 오전 9시에 도착해야 하고 빨라야 오후 7시에 회사를 떠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시간 이상씩은 더 맡겨야 한다. 더구나 기자의 업무 특성상 이런 규칙적인 출퇴근은 불가능하다. 특히 예전에 정치부 기자 생활을 대입해 보니 정해진 퇴근 시간이라는 게 없었다. 게다가 아기 아빠는 편도 2시간 거리의 회사를 다닌다. 두 사람의 최소한의 퇴근 시간을 잡아도 오후 8시 반이 됐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시급 6000원의 아이돌보미 지원사업도 좋아 보였지만, 워낙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하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갑자기 철저한 ‘을(乙)’의 자세가 되었다. 구하기도 전부터 초조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잘 키워달라는, 잘 먹이고 아이 관련 집안일을 해주고 또는 책을 많이 읽어주라는 등의 깐깐한 조건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늦게까지, 기자생활에서 생기는 각종 변수에도 아기를 잘 맡아주실 분, 잘 데리고만 있어주실 분이면 감사했다. 이모님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도 좋았다. 가끔 아프거나 어린이집을 못가는 날은 하루종일 봐주시는 조건은 덤이었다. 그러려면 우리 집에서 최대한 가까이 사는 분이어야 편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모님 모시기’ 작전…을(乙)이 된 고용주 이모님을 구하는 방법은 관련 업체에 의뢰하거나 구인구직 사이트에 등록해서 연결하는 방법 등 다양했다. 가장 좋은 것은 잘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특히 다른 엄마가 고용하던 이모님을 이어서 받는 것이 최상인데 그런 자리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무료로 구인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사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에 등록되자마자 전화가 꽤 왔다. 대부분 어린이집 등하원을 시키기에는 좀 애매한 거리의 분들이어서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인사이트를 통해서인지 이모님들은 주로 근무시간, 급여 등 물리적인 조건만 꼬치꼬치 캐물었다. 당연한 일인데도 왠지 서운했다. 내 아이를 봐주실 분이라기보다는 그냥 편한 일자리를 찾는 분들 같았다. 생판 남에게 맡길 거면서도, 그 분들에게는 일자리인 게 당연하면서도 그래도 우리 아기에게 애정을 가질 분이면 좋겠다는 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뒤에 올렸던 정보를 지웠다. 가장 가까이 사는 분이라는 조건을 채우기 위해 아파트 안에 전단지를 붙이기로 했다. 새로 입주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아파트에서 과연 하시려는 분이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전단지 문구를 적는 데에도 꼬박 이틀이 걸렸다.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서 고심했고, 제목도 ‘아기 봐주실 분 모십니다’라고 나름 정중하게 적었다. 근무시간을 적어야 하는데 스스로 너무 열악한 조건이라는 자격지심 탓에 시간을 30분 줄였다 늘였다를 반복했다. 관리사무소에 전단지 붙이는 값을 7만 7000원이나 내고 60여장을 인쇄해 그걸 직접 다 갖다 붙였다. 아파트 11개 동, 라인별로 현관도 다 다른데 1층 현관 게시판과 지하 주차장 게시판까지 모두 다녔다. 한 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며 3시간에 걸쳐서 전단지를 붙였다. 무척 힘들고 돈도 아까웠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나. 나의 이런 노력이 아기에게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혹시나 비뚤게 붙였을까 확인을 거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력은 통했다. 의외의 반전이 뒤따랐다. 과연 전화가 올까 했는데 (관리실에서 전단지를 수거하지 않아) 2주 동안 스무 통 넘게 전화가 왔다. 신기하게도 초등학생 아이 엄마라는 1명을 빼고 전화를 주신 모든 분들이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전부 50대 전후반의 전업주부였다. 심지어 멘트까지 한결 같았다. “자녀들은 다 컸고 남편은 늦게 오고 혼자 (집에만) 있기 무료해서 아이 보면서 용돈벌이나 하려고요” 가사와 육아에 전념해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어느정도 다 마치고 나니 옆에 아무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중년 여성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지난해 40~50대 여성 고용률이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를 접하고 의아했다. 그만큼 살기 팍팍해져 중년여성들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이란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많은 이모님들도 그런 거였을까. 몇명은 너무 절실한 목소리여서 여러 명의 이모님들에게 돌아가면서 맡기고 싶기까지 했다. 일하려는 사람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정작 사람은 많았다. 나와 잘 맞고 내 아이를 잘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였다. 실제로 만난 건 4명이었다. 모두 경력은 없었다. 인터넷에 ‘베이비시터 면접 방법’ 등의 글이 수두룩했고 몇 개 읽기도 했다. 이모님들의 화장 진하기와 손톱을 짧게 정돈했는지까지 보라는데 현실에선 그렇게 냉철한 면접관이 되지 못했다. 내가 월급을 주는 고용주나 다름 없지만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그저 ‘을’일 뿐이었다. 면접이 아니라 남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는 쪽이었다. 전화통화부터도 잔뜩 주눅이 들었다. 남편과 정한 이모님 급여 수준이 있는데, 나는 꼭 이모님들에게 상한가를 말했다. 너무 바보 같았지만 우리 아기를 안 봐주신다고 할까봐, 사람을 못 구할까봐 겁이 났다. 복직한 지 이제 한 달 반, 막상 부딪히니 아직까지는 다행히 모든 게 순조롭다.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르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이모님은 대 만족이다. 만나본 네 분 가운데 가장 젊고, 가장 밝은 표정과 활달한 성격을 보여주시고 여러모로 여유가 느껴지는 이모님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종선택’을 놓고 밤을 지새울 만큼 고민했다. 가장 중요하다는 엄마의 느낌을 믿었다. ●“아기가 인복 하나는 타고났길, 매일 기도합니다” 매일 아침 집에 들어오시면서 아기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시고 예뻐서 그야말로 ‘물고 빨고’ 하시는 모습이 내가 상상만 해오던 이상적인 이모님의 모습이었다. 저녁에도 한참 동안 퇴근을 안 하시고 계속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고 같이 걱정해 주셨다. 갈수록 너무 피곤해 내가 준비해 놔야 할 아기 식사, 입을 옷 등을 점점 빠뜨리고 나오는데 “걱정말고 OO엄마 몸 잘 챙겨요.”라고 문자를 보내주셨고, 아기가 요즘 먹는 식단은 그동안 내가 해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아졌다. 심지어 며칠 설사를 하던 아기가 다 나았다면서 응가 사진까지 찍어보내시며 “이렇게 이쁘게 누었다”고 알려주시는 문자는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갑작스런 회식에도 괜찮다고 흔쾌히 얘기해 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더 많은 고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을 계속 하기로 한 이상 ‘이모님’이라는 존재는 적어도 아기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계속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아기가 지금까지는 최소한의 인복은 갖고 태어났다는 것에 한없이 고마워 하고 있다. 우리의 이런 행운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또 오늘의 이 글이 너무 섣불렀다고 후회하는 날이 없기를. 독박육아 워킹맘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감에 감사함을 느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 ‘워킹맘워킹대디지원센터’ 당진에 첫 개소

    여성가족부는 ‘워킹맘워킹대디지원센터’ 첫 개소식을 24일 오후 4시 충남 당진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갖고 맞벌이 가정을 위한 생활 밀착형 일·가정 양립지원서비스를 본격 추진한다. 경북 구미, 경기 시흥(이상 5월), 부산 연제(6월), 울산, 경기 성남(이상 7월) 등 5개 시·도에 6개소가 연내 설치된다. 이 센터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해결하고, 육아품앗이와 네트워크 활동 지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나누도록 돕기 위해 주중 오후 9시, 주말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직장으로 찾아가는 노무 상담도 제공한다. 아빠들이 자녀와 친밀하게 지내며 집안일 등에 참여하도록 아빠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찾아가는 고충상담과 가족 간 소통법, 맞벌이 부모의 역할 등 교육을 지원한다. 공동육아나눔터와 장난감도서관, 상담실, 교육장 등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희정 여가부 장관과 국회의원, 당진시장, 맞벌이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다. 2부 행사로 ‘찾아가는 장관실(찾짱), 일·가정양립 공감 토크콘서트’가 열려 김 장관이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의 고민을 들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당진시민들과 함께 모색한다. 아나운서 이지연씨가 진행을 맡고, 방송인 김생민씨, 워킹맘 조보연(34)씨, 워킹대디 조병휘(40세)씨가 참여,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부정책을 소개한다. 김 장관은 “저도 자녀 2명을 키우는 워킹맘이라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면서 “워킹맘워킹대디지원센터가 맞벌이 부모의 양육 고충을 덜어주고, 일과 가정 양립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철강회사 등 산업시설과 남성 근로자들이 많은 우리 시의 특성을 잘 살려 가정적인 남성이 가장 많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전국 최초로 당진시에 워킹맘워킹대디지원센터를 개소한 것이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가끔’ 땀 날 정도로 운동하면 조기사망 ↓

    ‘가끔’ 땀 날 정도로 운동하면 조기사망 ↓

    매일 적당히 운동하는 것보다 가끔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연구팀은 45~75세 성인 20만 4542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조사해 위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어떤 종류의 운동도 건강에 좋지만, 가끔 숨이 가쁘고 땀이 날 때까지 활발하게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게 운동하는 것보다 조기 사망할 가능성을 13% 더 줄여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가벼운 수영이나 사회 활동으로 하는 테니스, 허드레 집안일과 같은 적당한 활동만 하는 사람들과 조깅이나 에어로빅과 같이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한 주간 활동 중 30%가 못 되지만 활발하게 운동했다고 말한 사람들은 가벼운 활동만 했다고 보고한 이들보다 사망률이 9% 낮았다. 또 같은 기간 30% 이상 활발한 활동을 한 이들은 사망률이 13% 더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제임스쿡대학의 클라우스 게벨 박사는 “활발한 운동의 장점은 조사에 참여한 모든 나이의 남녀에 적용되지만 활발한 활동에 쓴 시간의 총량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에 동참한 시드니대학의 멜로디 딩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NHS), 미국, 호주의 보건 당국은 권고 사항에 대한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의 각 보건 기관은 현재 성인 기준으로 매주 75분간의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150분간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권장하고 있다. 즉 현재 지침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적용하고 있지만, 이번 연구로 적당한 운동보다 땀이 날 정도로 격렬하게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게벨 박사는 “우리 연구는 비록 적은 시간이더라도 활발하게 운동하는 것이 매일 적당한 운동만 하는 것보다 조기사망 위험을 더 줄이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심지어 연구팀은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적당한 운동보다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환자는 먼저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신호(4월 6일자)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것부터 조짐이었을까. 나의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사랑스러운 아기는 엄청난 축복과 행복이었다. 매 순간 느끼는 신비로움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가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외로움이 덮칠 거라고도 전혀 상상 못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이 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듯,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지독한 고독과 우울과 싸우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엄마들이 외롭다는 것을 곧 알게 됐다. 육아의 고통이란 게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엄마들 만의 몫인 게 당연한 상황이 우리를 외롭게 한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남편은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출퇴근을 하면서도 집에 와서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못 붙일 정도로 집안일을 하고 아기를 봐줬다. 그렇지만 아기를 두고 느끼는 부담의 크기는 전혀 달라 보였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다.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 심지어 어떤 옷을 입힐지, 지금 당장 물을 먹일지 말지도 엄마가 결정을 해줘야 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 면인지까지 매번 물으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 아빠의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따져도 비교가 안 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2년이나 지났으니 몇 분씩 더 늘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턱 없이 부족하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에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종일 아이와 단 둘이 있다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 자체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 내 몸과 의지도 아기에 의해 좌우됐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쯤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키는 수준이었다. 아기가 70일쯤 ‘바운서(의자 형태로 아기를 눕힐 수 있는 것)’를 샀는데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을 차려 밥을 먹게 해준 기적의 아이템이었다. 남편이 없는 평일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6~7개월쯤 갑자기 낯가림이 생겨 초강력 껌딱지가 되었을 때에는 ‘볼 일’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앉아있는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 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한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수유를 했던 탓에 지금까지 연속으로 5시간 이상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에 지쳐 있는데 가끔 주변에서 어른들이 “아기 키우기 힘들 텐데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라”거나 육아 휴직 중이라 하니 “일 안 하고 쉬니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하면 속이 뒤집혔다. 혼자 갖은 고생을 해서 키우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잠깐씩, 인형놀이 하듯 아기를 보고(눈으로 보기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얄미울 때도 있을 만큼 마음이 꼬여갔다. 몸이 힘든 것과 별개로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 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 낳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그렇다”는 말도 섭섭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있는 것 같았다. 나홀로 육아였기에 더 그랬다.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 같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택배기사 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50일쯤 유아 도서 영업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책을 팔려는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은 엄마들 사이의 웃지 못할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 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들에 갇혀 지냈다. 회원수가 230만명에 달하는 한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손에 있는 때면 무조건 로그인을 했다는 말이다. ●엄마들, 애 안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요?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주차, 편의시설, 특히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 마트 등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친정 같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나에게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잠도 잘 자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 위로를 받아서였던 것 같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 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도 가졌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 누구나 친구가 됐다. 아직 친구들 대부분이 미혼이지만 육아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부담스러워서 점점 피하게 됐다. 엄마들 1000명은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녀 또래 부모나 친구들과의 모임(5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위가 ‘스트레스 해소 방법 없음(22.7%)’이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엄마들이 왜 애를 안고서 차 마시러, 밥 먹으러 나오느냐는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단 아이를 두고 나갈 수가 없고, 나가서 수다를 갖는 것 외엔 달리 스트레스를 풀 일이 없다. 개인 여가 시간(11.0%)을 갖거나 산책·운동 등 신체활동(8.0%) 등을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친정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의 꿈 같은 생활로, 멀게만 느껴졌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옛날 어머니들은 혼자 5~6명씩 길렀지 않느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엄마가 자기 자식 키우는 게 당연하지 뭘 그러냐는 말도 맞다. 키우기 싫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조금만 도와주면 더 좋겠다는 거다.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육아가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시 섬에 갇히지만, 그럼에도 엄마들과의 만남 몇 시간이 하루를 내내 달콤하게 해주듯이.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 글에서 인용한 설문조사 내용은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출산수준 제고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 내실화 방안-가정 내 영아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에서 인용했습니다.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가정 양육의 실정을 자세히 다루었기에 조사 내용을 녹였습니다.
  • 알뜰한 아내 vs 과소비 남편… 17년차 부부의 갈등

    알뜰한 아내 vs 과소비 남편… 17년차 부부의 갈등

    23일 밤 10시 45분 방영되는 EBS ‘달라졌어요-소비로 사는 남편’에서는 생활방식부터 양육방식까지 모든 게 극과 극인 결혼 17년차 맞벌이 부부의 생활상을 담았다. 부부는 궁합도 보지 않는다는 네 살 차이지만 모든 면에서 티격태격 부딪친다. 가장 빈번하게 다투는 건 집안일 때문이다. 아내는 퇴근 후 아이들 저녁 준비와 밀린 집안일을 한다. 남편은 TV를 보거나 노트북 앞에 죽치고 앉아 게임을 한다. 아내는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고 게임과 TV에 몰두해 있는 남편을 볼라치면 억장이 무너진다. 아내가 참다못해 일하고 집에 와 집안일을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 남편은 힘들면 하지 말라고 맞받아친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생활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아내는 헌 옷을 주워 와 다시 기워 입을 정도로 알뜰하다. 반면 남편은 승용차, 카메라, 롤러블레이드 등 갖고 싶은 건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린다. 남편은 최근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출까지 받아 캠핑카를 샀다가 원인 모를 화재로 수천만원의 손해를 봤다. 그래도 남편의 소비는 줄지 않는다. 더 펑펑 쓴다. 빚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양육방식도 다르다. 부부는 두 살 터울의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남편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놔두는 스타일이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들 앞에 최대 위기가 찾아온다. 아내 몰래 대출받은 대출금 고지서를 아내가 보게 된 것. 아내는 숨겨진 빚을 밝히기 위해 남편을 추궁하는데….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요리·청소·빨래 ‘뚝딱’…함께 살며 홀로 서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연립주택. 민간복지시설인 ‘다운복지관’이 운영하는 그룹홈(장애인 공동생활가정) 4곳에서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13명이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그룹홈 식구들이 다음달 여행 갈 곳을 선정하는 것. 자치회장을 맡은 김성민(29·여·지적장애 3급)씨가 안건을 말하자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제주요” “춘천!” “나주는 안 되려나? 하하하.” “의견을 내주세요”라는 성민씨의 말에 김지환(36·지적장애 3급)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의견!”이라고 외쳤다. 지환씨는 성민씨에게 귓속말을 했다. “(강동구) 상일동 가자고 하네요. 자기 집.”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한 시간 가까운 논의 끝에 강릉으로 결론났다. 회의가 끝나자 성민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느릿느릿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배원경(39·여·지적장애 3급)씨와 정홍인(33·지적장애 1급)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재활교사와 함께 공릉동에 있는 보금자리 ‘다운인의 집’으로 옮겼다. 32평(105.6㎡) 규모의 아파트에 마련된 다운인의 집은 2004년 설립됐다. 가족 품을 떠나 자립심을 키우고 사회구성원으로 적응하자는 취지다. 성민씨 어머니 이순성(58)씨는 20일 “집에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다 해주니 공주가 된다”며 “떨어져 살아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 조미혜(60)씨는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면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드니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운인의 집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스스로 한다. 지환씨는 “쓰레기 분리배출도 하고 쓸고 닦는 일도 직접 한다. 빨래까지 한다”며 활짝 웃었다. 집안일이 끝나면 각자 여가를 즐긴다. 성민씨는 “스트레칭도 하고 실내 자전거로 운동도 한다”고 전했다. 배씨는 “서태지 음악을 자주 듣고 TV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상에서도 자립을 꿈꾼다. 배씨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매실액 담는 유리병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성민씨는 다운복지관의 평생교육대학에 들어가 댄스, 미술, 도예를 배운다. 지환씨는 다운복지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 동고동락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서로 ‘가족’처럼 여긴다. 지환씨가 더 몸이 불편한 정씨의 면도, 세수, 목욕을 돕는 식이다. 동네 주민과도 여느 이웃처럼 지낸다. 김옥휘 재활교사는 “가끔 음식을 만들어서 아파트 이웃에게 돌리고 근처 음식점·노래방을 이용하며 안면을 튼 덕에 주민들의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지환씨 어머니 고옥정(66)씨는 “지나가다가 아들을 빤히 쳐다본 뒤 ‘왜 이렇게 생겼냐’고 묻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비장애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상 행동을 하면서 장애인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보이는 행동은 싸늘하게 본다”며 “아이들을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용어 클릭] ■다운증후군 21번 염색체 수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특징적인 얼굴 때문에 눈에 잘 띈다. 신생아 600~800명 가운데 1명꼴로, 국내에서 연간 600명 이상이 태어난다.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지적 장애인은 2013년 현재 1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 [주말 하이라이트]

    ■나눔 0700(EBS 1TV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충북 단양 시골마을에 아빠 용창씨와 예쁘고 기특한 두 딸 현미, 현정이가 살고 있다. 1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홀로 생계를 책임지게 된 용창씨는 뇌병변장애가 있어 몸이 불편하다. 하지만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는 든든한 가장이다. 용창씨가 자활 근로로 버는 돈은 한 달에 80만원. 생활비로 생긴 빚 1000만원을 갚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지만, 용창씨는 두 딸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한다.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두 딸은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속 깊은 자매다.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용창씨 가족의 일상을 슬쩍 들여다본다. ■아빠를 부탁해(SBS 토요일 밤 8시 45분) 방송인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가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느덧 훌쩍 커버려 서먹해진 딸과 친해지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편 가수 아이유가 프로그램 주제곡을 부른다. 그녀는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과 맑은 목소리로 부녀들의 소통 회복 과정에 활기와 공감을 불어넣는다. ■체인지업 도시탈출(KBS2 일요일 오전 8시 10분) 충남 홍성군 천수만 한가운데서 국내 최초로 바다 송어 대량생산에 성공한 귀어인 윤경철씨를 찾아간다. 1999년부터 귀어한 뒤 2008년부터 국내에는 민물양식으로만 알려진 송어의 바다 양식법을 연구해 3년 6개월 만에 성공했다. 귀농인이 아닌, 귀어인 윤경철씨의 인생역전 이야기를 들어본다.
  • 케냐 소녀가 짊어지기엔 버거운 가난의 무게

    케냐 소녀가 짊어지기엔 버거운 가난의 무게

    극심한 빈곤과 질병에 허덕이는 전 세계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EBS 1TV‘글로벌 프로젝트 나눔’(20일 밤 8시 20분)은 풍부한 관광 자원과 공업, 서비스업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46%가 하루 약 500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케냐를 찾는다. 아프리카의 대표국 중 하나지만 가뭄과 국내 분쟁 등으로 인한 가난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동쪽으로 6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에메젠 마을에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신발을 고치는 나코리복(68) 할아버지가 있다. 마을이 작은 탓에 손님을 찾기가 쉽지 않아 허탕 치는 날이 대부분이다.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음식을 기다리는 막내 손녀 카리미(2)를 보고 미안해한다. 두 손녀 에밀리(15)와 조세핀(5)은 집에서 굶고 있을 할아버지와 동생이 걱정돼 학교에서 받은 급식을 꼭 집으로 가져온다. 제작진이 찾은 날도 이 급식이 하루 식사의 전부였다. 에밀리는 매일 10㎏이 넘는 물동이로 물을 떠 집까지 실어 나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고 동생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집안일은 온전히 에밀리의 몫이다. 에밀리가 집에 돌아왔지만 할아버지는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다.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던 에밀리는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구하러 집을 나선다. 할아버지가 일을 구하지 못하는 날에는 늘 이렇게 에밀리가 이웃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먹을 걸 구해 오곤 한다. 그런 에밀리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엔 미안함이 가득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집안일 도운 아이 성공할 확률 높다

    어릴 때부터 청소나 심부름 같은 허드렛일을 많이 한 어린이가 여러 방면에서 성공한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마티 로스만 미네소타대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어렸을 때부터 심부름을 많이 한 사람들의 자기 만족도가 십대 이후 집안일을 시작한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어릴 적 허드렛일이 성공을 이끄는 이유는 자아 존중감과 공감 능력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어린이 84명의 성장 과정을 분석한 로스만 교수는 “3~4살 때부터 집안일을 도운 어린이들은 숙달·통찰력, 책임감, 자신감을 갖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감성 능력을 지녔다”면서 “이들은 가족, 친구와 관계가 좋을 뿐 아니라 학문적, 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를 집안일에 효과적으로 참여시키려면 ‘보상 체계’에 따르기보다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로 일을 시키거나 일을 했다고 용돈을 주기보다 집안일은 가족을 위해 대가 없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란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가 집안일을 끝냈을 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보다 “이제 돕는 사람이 됐을 정도로 컸구나”라는 식으로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건선, 전염 안돼… 따가운 시선이 더 아픕니다”

    “건선, 전염 안돼… 따가운 시선이 더 아픕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과 목욕탕을 갈 수 없습니다. 또 자녀에게 이 저주에 가까운 질환이 행여나 유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건선 때문에 관절염이 생겨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가 아프고 소리가 납니다. 지문도 지워져 관공서, 직장에서 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합니다. 갈라지고 터지는 피부 때문에 사무실, 가정, 심지어 군대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야 합니다. 피부의 상처, 끊임없이 떨어지는 두피 인설로 지저분한 인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병원을 자주 가다 보니 직장 내 신인도가 하락합니다. 피부를 긁어 속옷이 항상 피로 물듭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성친구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취직도 힘들고 결혼도 어렵습니다. 평생을 두고 치료를 해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시댁에 가서 물 쓰는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싶어도 주저하게 됩니다. 다른 엄마들 항의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건선 환자 삶의 극히 일부입니다.” 건선 환자이자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의 회장직을 맡은 김성기씨는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에 움츠리고 살아가는 건선 환자의 일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건선은 피부 표피가 과도하게 증식하고 진피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색 발진이 나타나 점차 커지거나 뭉쳐서 동전 모양이 되고, 하얗고 두꺼운 피부껍질이 발진 위에 나타나 갈수록 두터워진다. 발진이 얼굴이나 손·발 부위에 나타나면 외모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대인관계가 위축되기 쉽다. 전염되는 질병이 아닌데도 전염병으로 오해하고, 환자의 피부와 맞닿는 것조차 꺼림칙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증상의 정도가 심한 중증 건선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자아가 형성되고 외모에 민감한 10~20대와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30대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아 성장기 환자에게는 자살 충동까지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40년 가까이 건선을 앓는 김 회장은 “손이나 얼굴에 건선이 심하면 악수는 물론 볼펜을 쥐고 상담한다든지, 같이 밥을 먹는 것조차 안 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낙인이 찍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건선 환자는 취업이 가장 큰 문제다. 서류를 통과해도 면접에서 대부분 낙방한다. 눈에 띄는 신체 부위에 건선이 없어도 군 면제 사유 등을 묻는 과정에서 건선 환자임이 드러나 퇴짜를 맞는 경우가 많다. 취직이 안 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증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혼도 쉽지 않아 건선 환자 가운데는 홀로 사는 이들이 많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피폐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다. 최근 대한건선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이나 불안증, 자살 충동을 겪는 건선 환자의 비율은 일반인보다 약 4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선협회가 국내 건선 환자 45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선 때문에 사회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60%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88%가 업무 혹은 학업을 수행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자들은 실제로 이유 없는 악의적 비방이나 따돌림(14%)을 당하고, 승진이나 주요 업무에서 제외되고(10%), 고용 불이익을 경험(10%)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나 자퇴 등을 요구당한 환자도 4%나 됐다. 하지만 난치성 질환인 건선에도 증상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치료제는 있다. 문제는 약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중증 건선 환자들이 가장 쓰고 싶어하는 생물학적 제제는 약효가 뛰어나지만 1년에 500만~600만원이나 든다. 증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 약을 계속 써야 하는데, 워낙 고가라 돈이 없는 환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대한건선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증 환자 10명 중 8명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증상이 악화된 환자 가운데는 발병 기전이 비슷한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을 함께 앓는 사람도 있다. 한 중증 건선 환자는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 치료제를 쓰자니 고가의 비용 때문에 선택하기가 어렵고, 효과가 낮은 치료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선 환자들은 중증 환자만이라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 산정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한다. 현재 건선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외래 기준으로 최대 60%(상급종합병원)에 이른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이 10%로 대폭 낮아진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중증 건선 환자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건선 환자는 전 국민의 0.7%인 약 35만명으로 추산된다. 2009~2013년 사이 4.7%나 증가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희귀난치질환으로 지정받으려면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여야 하는데, 건선 환자는 너무 많아 산정특례를 받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증 환자를 구분하는 명료한 기준이 세워지면 하반기에 산정특례 적용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건선 환자가 많은 유럽에서는 증상이 악화된 건선 환자를 전문 요양원에 보냈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직장으로 복귀시키는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유럽만큼은 아니더라도 좋은 약으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게 건선 환자들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결혼이주여성 조기정착 돕는 관악

    결혼이주여성 조기정착 돕는 관악

    찬 소포안(34)씨는 스물네 살 어린 나이에 조국 캄보디아를 떠나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1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지만 소포안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한국말은 남못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느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소포안씨는 “지난해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때 관악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아시안허브의 다문화 강사 양성 과정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년간 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소포안씨는 이제 어엿한 선생님이 됐다. 그는 이달부터 매주 월·수·금 3일에 걸쳐 캄보디아어 읽기와 쓰기, 기초회화와 문법을 가르치고 있다. 관악구가 사회적기업과 손잡고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는 이달부터 중국어와 캄보디아어 등 결혼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의 운영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언어교육과 다문화체험, 인터넷신문 등을 운영하는 아시안허브가 맡는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은 7300여명으로 이 중 결혼이민자가 3300여명이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강료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다른 어학원에 비해 저렴하다. 구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의 정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도 저렴하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단순노동을 넘어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얻는 자신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EBS 1TV 밤 11시 35분) 인도 사람들은 결혼식을 위해 전 재산의 20%를 쓴다고 한다. 신부의 몸에 장식할 수 있는 곳은 손톱만큼도 남기지 않는다. 귀걸이, 목걸이, 머리띠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발을 닦을 때 쓰는 맞춤 은접시까지 있다. 일생을 함께할 약속으로서 결혼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최고로 화려하고도 성대한 인도에 3박 4일간의 결혼식을 함께해 본다. ■오 마이 갓(tvN 밤 8시 40분)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수면시간은 최하위며, 연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인의 87.7%가 휴식의 부족함을 느끼는 휴식 절대 빈곤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밤엔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 낮엔 회사에서 업무에 지쳐 가는 ‘워킹맘’의 다급한 도움 요청에 종교계 휴식 전도사 6인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한다. ■스트리트 지니어스(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밤 10시) 엔지니어 겸 방송인 팀쇼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찾아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들에 대해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본다. 팀쇼는 거리에서 기상천외한 실험을 계획한다. 움직이는 자동차 실험부터 일반 타이어에 터질 때까지 공기를 주입하기, 같은 버스에 매단 풍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실험에 나선다.
  • [세종로의 아침] 여성 혐오와 양성평등기본법/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여성 혐오와 양성평등기본법/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지난달 초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이 회교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자진 가담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김군은 실종 전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가 좋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겨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학교를 자퇴한 은둔형 외톨이의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원인과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온라인상 여성 혐오 표현 모니터링 보고서’를 지난해 말 펴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씨는 지난해 펴낸 ‘솔로 계급의 경제학’에서 솔로 증가의 원인으로 신빈곤 현상과 함께 ‘젠더 비대칭성’ 등을 꼽았다. 한국 남성의 낮은 가사분담률 및 청년 솔로들에게서 연령층이 낮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는 여성 혐오 등이 여성의 욕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여성 차별이 과거 인종 차별 이상으로 심각했고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으며, 페미니즘이 여성 참정권 확보 등 많은 긍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위직 승진이나 결혼생활의 차별 등과 당장은 무관한 청년들에게는 역차별이 체감될 수도 있겠다. 연령이 적을수록 성 차별은 감소하는데도 여성만 지원받는 것 같은 데 대한 거부감, 성적과 취업 등에서 여성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맞는 취업난 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여성들이 불리한 것만 말하고 유리한 것은 방치하는 것 같은 데 대한 불만 등이 여성 혐오의 배경이 아닌가 여겨진다. 청소년의 경우 온라인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셧다운제를 주관하는 여성가족부에 대한 반발이 엉뚱하게 청소년정책과 무관한 여성 혐오로 투사된 것으로도 보인다. ‘자녀가 성공하려면 어머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식의 남성비하 유머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당한 불만은 표출돼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외국인 혐오나 여성 혐오, 남성 비하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오는 7월부터 여가부의 모법인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 시행된다. 여성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일하는 명실상부한 ‘양성 모두의 부처’로 거듭나겠다”고 김희정 여가부 장관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가부는 궁극적으로 부처 명칭을 영어 명칭(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처럼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기에 앞서 7월 법 시행에 맞춰 우선 여성정책국을 양성평등정책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이제는 이성(異性)에 대한 마녀사냥식 혐오와 비하는 내려놓자. 집안일과 양육 공평 분담, 데이트 및 결혼 비용 공평 분담 등 남녀 불문하고 이성의 합리적인 목소리에는 귀와 마음을 열자. 이성이 없는 세상은 종족 단절은 차치하더라도 상상만으로도 삭막하고 끔찍하지 않은가. 어차피 서로 필요한 존재라면 미워하고 헐뜯기보다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happyhome@seoul.co.kr
  • 아기 키우는 집이 항상 너저분한 이유

    아기 키우는 집이 항상 너저분한 이유

    아기를 키우는 집은 왜 항상 너저분할까?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왜 엄마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을까(Why moms get NOTHING DONE)’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8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는 집안일을 하는 엄마 ‘에스더 앤더슨(Esther Anderson)’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를 방해하는 15개월 된 딸 ‘엘리아(Ellia)’의 모습이 담겼다. 엄마 에스더 앤더슨이 옷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에 넣어두는 사이 한쪽에서 엘리아는 이를 다시 꺼내 던져 놓는다. 또 엘리아는 엄마가 한 곳에 모아둔 바닥의 먼지를 온몸으로 다시 흩어 놓는다. 엘리아의 심술은 계속 된다. 빨래를 하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세탁기로 부리나케 달려온 엘리아는 세탁기 문을 닫는 데 이어 빨랫감을 다시 밖으로 꺼낸다. 또 장난감을 치우는 엄마 앞에서 보란 듯이 장난감 꾸러미를 엎기도 한다. 집안일만 해도 정신이 없는 엄마는 엘리아가 온몸에 흙과 음식물을 묻힐 때마다 목욕시키기에 바쁘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후 유리창을 닦는 엄마의 모습에 냉큼 달려온 엘리아는 입으로 유리창에 얼룩을 만들어낸다.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설명해주는 해당 영상은 엄마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현재 152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영상=Esther anderson/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돈 잘버는 남편, 집안일 안 돕는다”

    “돈 잘버는 남편, 집안일 안 돕는다”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으로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 나눠 하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유부남이 가사에 적극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소득이 높은 남성은 일반적인 이들보다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는 것이 해외 연구팀의 연구로 밝혀졌다. 영국 워딕대 클레어 리넷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14세 이하 어린이가 1명 이상 있는 수십 가정을 대상으로 경제 상황과 가사 분담 등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이 낮은 남성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소득이 높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넷 박사는 “이는 남성 사이에 점차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침투한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이 높은 남성은 가사분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가사를 꺼려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사를 맡기보다는 가정부를 고용하는 등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 자신의 소득이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리넷 박사는 “남녀 모두가 남성은 집안일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사회학회(BSA)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일, 고용, 그리고 사회’(Work, Employment and Socie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소득 높은 남편일수록 집안일 안 도와” (英 연구)

    “소득 높은 남편일수록 집안일 안 도와” (英 연구)

    양성평등 의식의 확산으로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 나눠 하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유부남이 가사에 적극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소득이 높은 남성은 일반적인 이들보다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는 것이 해외 연구팀의 연구로 밝혀졌다. 영국 워딕대 클레어 리넷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14세 이하 어린이가 1명 이상 있는 수십 가정을 대상으로 경제 상황과 가사 분담 등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이 낮은 남성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소득이 높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넷 박사는 “이는 남성 사이에 점차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침투한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이 높은 남성은 가사분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가사를 꺼려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사를 맡기보다는 가정부를 고용하는 등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 자신의 소득이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리넷 박사는 “남녀 모두가 남성은 집안일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사회학회(BSA)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일, 고용, 그리고 사회’(Work, Employment and Socie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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