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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예산안 처리시한 넘긴 국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가 2일 야당의 불참으로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이날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이어서 국회가 또다시 헌법을 어기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국회가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긴 것은 2003년 이래 6번째다. 민주당은 이날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재정적자 최소화,부자감세 등 예산부수법안의 여야 합의 처리,법적근거 미비 사업 등 문제예산의 전액 삭감,일자리 창출,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사회취약계층 생계지원 등을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계속 거부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빼고 소위 심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유선진당도 “민주당을 설득하라.”며 불참의사를 밝혀 이날 소위는 제대로 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소위 간사인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과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소위 운영과 일정을 협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의장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야 지도부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직접 대화하고 있다.”면서 “직권상정은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고 국민이 하라고 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해 예산안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이용걸 예산실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 확정이 지연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민생 안정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중앙정부는 예산 확정 후 집행준비에 30일이 필요한 만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집행준비가 부실해질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국고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최종예산 편성이 지연되면서 일부 사업은 6개월 이상 추진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이 실장은 “내년에 예상되는 ‘상저하고’(상반기에는 저점을,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제 전망)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부터 예산을 집행하려는 정부 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상도 이두걸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대학총장 초대석](1)손병두 서강대 총장

    [대학총장 초대석](1)손병두 서강대 총장

    저출산 현상으로 대학 신입생 자원이 줄면서 적지 않은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뜨거운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경쟁력은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이에 국내 각 대학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력 강화에 진력하고 있다. 대학 총장들에게서 국내 고등교육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들어본다.  기업인 출신으로 3년 전 취임하면서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던 손병두 서강대 총장.그는 전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을 거쳐 현재 대학교육협의회회장으로 있다.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하루에도 수십여장의 명함을 돌리며 서강대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4년차 총장을 만나 최근 고등교육 현안을 들어봤다.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강대 총장 집무실에서 했다. ●본고사 부활 우려는 비약된 시선 →3불제 논란이 있다.대교협에서는 2010학년도까지는 3불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의 2009학년도 수시 논술 문제들을 보면 정답이 있는 문제를 내는 등 본고사형식의 출제로 3불제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고는 다 무너졌다는 지적이 있다. -3불은 대학자율화라는 큰 틀에 비춰볼 때 상호 거리가 있는 정책이다.특별히 대학의 경쟁력과 대학교육의 질 제고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고 있는 3불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입학사정관 제도가 활성화되면 점수만이 아니라 대학의 건학이념이나 학생의 특출난 장점 등 대학특성화에 맞게 다른 요소로도 선발하게 된다.본고사 부활이라는 말들이 있는데 전형요소가 학생부,수능,대학별고사 등 다양하다.따라서 본고사 부활이라는 것은 비약이다.고교등급제도 마찬가지다.고교의 학생부성적,교과목 구성 현황 등을 공시하게 되는데 이를 대학에서 종합 판단하게 된다.외국어비중을 많이 반영하려는 대학은 고등학교의 외국어 성적 점수만 보는 등 다양하게 이뤄져 고교등급제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끝으로 기여입학제는 공감이 필요한 대목이다.정원외로 선발,그 등록금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장점이 있으나 실시하게 될 경우, 지방대로는 학생이 가지 않고 이른바 명문대로만 몰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사실상 3불은 유명무실해진다는 말같다. -입시사정관 등 선진화된 제도 도입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고대 수시 2-2문제는 2009학년도 전형 끝난 뒤 논의 →고대 수시2-2문제에 대해 대교협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신산정방식이 문제였는데 고대에서 별 문제없다고 회신해 왔다.현재 2009학년도 입시가 진행 중인 상태라 전형을 마무리한 뒤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대교협에서 입시업무를 관리하기 전 교육부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입시를 다 끝내놓고 했다.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려는 것이다.수수방관이라는 지적은 말이 안 된다. →2011학년도에는 어떻게 되나? -2011학년도에 3불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논의가 진행 중이다.이러한 논의는 광범위한 사회적 의견수렴 과정과 대학입학실무위원회,전형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6월 말쯤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수립하는 데 반영될 것이다. →국내 대학들은 열악한 재정상황,획일적 교육,폐쇄적인 교수임용체제에다 낮은 대외경쟁력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현 고등교육의 위기가 있다면 어떤 점이 위기이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말씀하신 것 외에도 대학입시 과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정원도 못채우는 대학도 있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제 때 못하는 대졸실업자 양산문제 등 적지않다.이런 원인은 그동안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가 OECD평균은 GDP의 1.1% 수준이나 우리는 0.5 %수준인 데서 드러나듯 주로 양적팽창에 집중됐고 질적 개선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는 데 있다.무엇보다 정부에서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세계 100대 대학에 서울대밖에 포함이 안 된다.미국 등 앞선 대학들을 보면 결국은 ‘투자’다.정부가 투자도 하고 규제도 풀어주고 해야 한다.이런 상태로는 경쟁이라는 링에 한팔을 묶인 채 올라가 외국 대학이라는 상대선수와 싸우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우리 선수가 비실비실해서 이길 수 있겠느냐.기업들로부터 “대학은 왜 A/S가 없나,리콜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정부가 너무 투자를 하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국립대학이 일반 사립대학과 다른 차등적 인재를 육성한다면 모르지만 현 체제에서는 국립과 사립대학 교육체제가 별 차이가 없다.특히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자녀로서 전체 고등교육 취학생중 사립이 80%를 차지하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국립대학보다 4배나 더 기여했음에도 차등대우를 받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글로벌 대학 양성이 목표 →정부의 재정지원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 같다.등록금이나 학교법인 전입금,기부금 등 대학재정을 견실하게 할 여러가지 방안들이 있지 않나. -등록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학교법인도 계속 돈이 나올 수 없는 실정이다.기부금의 경우,기부문화가 정착이 안되어 있다.기부시 세금공제 등 제도정비도 안돼 있다. →서강대 국제화 수준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취임당시 57개 해외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있었는데 현재 157개 대학으로 늘었다.외국인 유학생이 460명이다.여기에 어학연수자 등을 합치면 연간 1500명선이다.학교 식당에서도 외국인들이 수시로 눈에 보일 정도다. 9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를 지었으며 외국교수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50개를 더 지었다.영어강의 비율도 현재 12.21%수준이나 30%로 높인다. 학교 전체를 글로벌 대학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월급은 모두 학교발전기금에 기부 →취임초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나? -그렇다.월급은 모두 학교발전기금으로 들어간다.난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이렇게 해야 내가 동문이나 외부인사들에게 학교발전 기금을 내라고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 →최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문제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보수·진보를 거론하기에 앞서 국민이라면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킬 의무가 있다.대통령도 헌법 앞에 취임을 하지 않느냐.그에 맞는 교육을 시키는 게 교육자 도리다.특히 역사라면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좌·우가 아닌 대한민국 시각서 봐야 한다.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해야 한다.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 글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Best CEO 열전](13) 남영선 (주)한화 대표이사

    [Best CEO 열전](13) 남영선 (주)한화 대표이사

    보잉787, 자가용비행기, 헬리콥터에 로켓 모형까지 모르는 사람은 항공기 관련 업체로 착각할 정도다. 바로 서울 을지로 한화빌딩 24층 남영선(55) ㈜한화 대표이사 사장 집무실의 모습이다. 남 사장은 17일 “한화는 화약과 다이너마이트만이 아니라 항공기 부품에서 로켓발사체 부품까지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했다.“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 남 사장의 좌우명이다. 그는 “나의 작은 수고로 다른 동료들이 업무에 열중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조직의 업무효율이 올라간다면 내가 하고 있는 하찮은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일을 강조하는 남 사장은 1978년 그룹 공채에 합격하면서 한화맨이 됐다. 입사한 지 꼭 30년째다. 남 사장은 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과 더불어 한화그룹의 대표적 홍보맨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2003년 3월 구조조정본부(현 경영기획실) 홍보팀장(상무)을 맡으면서 김승연 회장의 눈에 들었다. 대한생명 인수 직후 어수선한 시기에 그룹의 ‘입’을 맡아, 몸을 돌보지 않는 열성으로 여론 방향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사결정구조 단축·사업부 책임경영제 도입 이듬해 11월 한화의 화약사업 총괄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어 넉달만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보수적인 그룹 풍토에서 50대 초반(52)의 젊은 사장은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임원과 최고 경영자는 전략적으로 선정되고 육성된 후보자 가운데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런 ‘뉴 한화’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이른바 ‘50대 뉴 제너레이션’중에서 대표적인 CEO가 남 사장이었다. 남 사장이 CEO로 취임한 뒤 맨먼저 한 일은 ‘회사 찬찬히 뜯어보기’였다. 사업기반은 안정적이었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고심한 끝에 무엇보다 변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그룹의 모태인 인천 화약공장을 충북 보은으로 이전했다. 경남 창원공장과 경북 구미공장 통합도 그의 작품이다. 인천 화약공장 생산종료식에서 그는 “기업은 항상 미래를 보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라며 공장 이전을 아쉬워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달랬다.“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공장 이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자신감이 붙은 남 사장은 조직문화에도 손을 댔다. 의사결정 구조를 대폭 단축하고 사업부 책임경영제를 도입했다.“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평가문화도 정착시켰다. 여기에는 일선 현장경험이 한몫했다. 그는 홍보맨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한화종합화학(현 한화L&C)에서 PVC 영업2팀장, 여천공장 경영지원부문장, 마감재 사업부장 등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과거 경험에만 매달리지는 않았다. 취임 초부터 정기적인 사업장 방문을 통해 현장여론을 직접 청취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과장 이하 신입사원과 정기적으로 사장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여 직급간의 차이로 인해 막힐 수 있는 의사 소통을 원활히 했다. 최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테크엠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한때 김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한화가 유일했다.CEO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 사장 주변에서는 홍보로 다져진 맷집과 인맥으로 “소신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 사장은 아랫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운 전형적 덕장(德長) 스타일이다. 사장 취임 이후에도 웬만한 일은 직원들에게 믿고 맡긴다.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 시절부터 부하직원들을 잘 다독이는 덕장으로 소문나 있었다. 남 사장은 노사관계와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여년 이상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노조측이 임금교섭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측에 위임했다. 그는 “앞으로도 노조를 회사 경영의 동반자로 생각하면서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계속 이어가 한화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올해 임직원의 봉사활동 참여율을 90%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인당 봉사시간도 16시간까지 확대했다. ●최근 해외시장 공략에 온힘 최근에는 그룹의 미래비전인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을 열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정성을 쏟고 있다.2011년까지 그룹매출의 40%를 해외매출에서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예멘 4광구 유전개발에 뛰어든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멕시코만 심해가스전 탐사사업, 캐나다 우라늄 탐사사업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CDM) 등 환경사업에도 적극적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기고] 한반도 변화의 상징 DMZ의 미래/김진선 강원도지사

    [기고] 한반도 변화의 상징 DMZ의 미래/김진선 강원도지사

    지금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버락 오바마 정권의 탄생으로 정치와 경제 양 측면에서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언론에선 ‘문명의 환절기’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만큼 금융위기 와중에 40대의 초선 흑인 상원의원을 최고 지도자로 선택한 미국 대선 과정과 결과는 ‘변화(CHANGE)’라는 시의적절하면서도 중차대한 어젠다를 지구촌 곳곳에 던졌다. 이제 한 지역, 나아가 한 국가의 존망이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이 미증유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달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물론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화는 인류의 근본적 생존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변화를 이끌지 못한 문명의 필연적 몰락을 기록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 대선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일극체제에서 다양한 국가들의 역할을 분담해 국제현안들에 대처하는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이라고 의미부여한다면 지나친 속단일까. 그 결론은 오롯이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겠지만 이제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이 ‘배척’과 ‘단절’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이라는 점만은 분명해진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강원도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도이다. 남북으로 갈린 지 어언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 남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이 그 세월만큼 나이를 먹어 지금은 강원도 절반의 도지사로 일하고 있다. 1993년 독일 통일의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 뜻한 바 있어 집무실에 남북 강원도가 모두 나오는 지도를 걸어두고 틈날 때마다 보고 있다. 그 지도에 남북 강원도 허리쯤에 도드라진 굵은 선이 바로 ‘DMZ’이다. 말뜻 그대로라면 ‘비무장지대’지만 막상 그곳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포진해 있다. 그렇게 60년이 넘는 시간이 정지됐다. 그것이 지난 시대 DMZ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세월의 한쪽으로 남쪽의 민관은 ‘북(北)강원도’에서 솔잎혹파리와 잣나무넓적잎벌 등 산림병해충 공동방제, 연어자원 보호·증식과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안변 연어부화장 및 연어 사료공장 건립 지원, 아이스하키 친선경기 등 문화·예술·체육교류 확대라는 분권적·미시적 접근방식을 통해 남북협력의 성과를 축적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선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요즘 남북 강원도간에는 아직 공감과 소통의 끈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것이 오늘 DMZ의 모습이다. 작금의 시대정신인 변화의 핵심이 단절에서 소통으로 일대 전환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역으로 DMZ를 꼽고자 한다.DMZ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생물 종다양성을 갖춘 생태 경관축이 있는가 하면 전적지 등의 역사·문화·관광자원도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여기서 착안해 강원도는 지난 8월 DMZ관광청을 신설해 20세기 냉전의 산물인 DMZ를 21세기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탈바꿈하는 ‘DMZ 한민족평화지대화·세계명소화 계획’의 첫발을 내디뎠다. 변화는 생각의 차이를 의미한다. 그간 금기의 자리로만 인식돼온 DMZ는 어쩌면 우리의 상상력마저 제한해 왔는지 모른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생각을 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의 선결조건이 아닐까.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가 강원도가 꿈꾸는 대로 한민족평화지대로 변해 지구촌 사람들이 찾아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평화와 생명의 고귀함을 되새기는 명소로 자리잡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것이 미래 DMZ의 모습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김진선 강원도지사
  • “학생 학업성취도 따라 교사연봉 차별화”

    “학생 학업성취도 따라 교사연봉 차별화”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우선과제로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교육 개혁 등을 제시했다. 그만큼 교육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욱이 내년 1월20일 백악관에 ‘입주 ’한 뒤 10살과 7살인 두 딸을 수도 워싱턴의 공립초등학교로 전학시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지난달 대통령 후보간 3차 TV토론에서 한국계인 미셸 리(38) 워싱턴 교육감이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공교육 개혁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교육 개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워싱턴 시내 집무실에서 미셸 리 교육감을 만나 진행 중인 교육개혁에 대해 들어봤다. 미셸 리는 지난해 부임 이후 1년간 ‘붕괴’ 위기에 놓인 워싱턴 공교육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며 화제를 몰고 다녔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학생들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확고한 소신과 자신감으로 이같은 비판을 비켜가고 있다. 공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질과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그는 학업 성과에 따른 교사들의 연봉 차별화라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노조들의 반발로 아직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지만 결코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임 후 1년간 경쟁력이 없는 23개의 학교가 폐쇄되고,34명의 교장과 98명의 교육청 직원들이 해고됐다. 워싱턴 내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부임 전과 비교해 많이 향상됐다. 지난 1년을 자체평가한다면. -워싱턴의 공교육이 처한 상황은 수십년간 누적된 결과이고,1년만에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1년 동안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들을 폐쇄하고 경쟁력이 있는 학교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과감한 개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한다. ▶학생들에게 근태와 성적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프로그램이 현재 시험적으로 진행 중이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하버드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내 학생들은 잘못된 길로 갈 유혹이 주위에 널려 있다.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긍정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학생들과 지역학교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면 현금을 보상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1년 뒤 성과를 평가해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 따라 교사들의 연봉을 2가지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안다. 잘 될 것으로 보나. -교사들과 새로운 연봉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정해진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봉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교사노조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교사들의 학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수업 참관 평가가 기준이 될 것이다. 석사 학위 등의 소지 여부는 큰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kmkim@seoul.co.kr
  • 오바마·부시경제해법 ‘이견’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처음으로 단독으로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경제 해법에서 이견을 보였다. 오바마 당선인의 백악관 방문은 당선 6일 만에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전격 이뤄진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1시간 이상 비공개로 회동을 가졌다. 이 역사적인 회동에서 오바마는 7000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 중 일부로 자동차업계를 지원할 것과 2차 경기부양책을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경우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과 2차 경기부양책 마련에 동의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백악관 방문은 늘 있었던 것이지만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한 것은 미국이 전쟁 중이라는 점과 경제위기 등 현 상황의 위급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kmkim@seoul.co.kr
  • 부시·오바마 첫 회동 “정말 좋은 집무실”

    당선 6일 만에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0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AP,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당선 후 줄곧 시카고에 머문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부인 미셸과 함께 비행기로 워싱턴에 도착, 전용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각각 검은색 양복과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두 사람을 반기듯 날씨는 화창했다. 백악관 근처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백악관 방문을 가까이서 지켜 보려는 인파로 붐볐다. 부시 대통령 내외는 백악관 건물 남쪽 현관인 ‘사우스 포티코’에서 예정보다 11분가량 일찍 도착한 당선인 부부를 따뜻하게 맞았다. 오바마는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로 향하는 길에 왼손으로 부시 대통령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친근한 행동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는 그의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2005년 상원의원 당선 후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처음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당신의 미래는 아주 밝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모두가 당신이 미끄러지길 바라며 지켜 볼 것이다.”고 충고했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은 집무실에서 1시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오바마가 대통령 집무실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는 미 권력의 심장부인 이 곳을 “정말 좋은 집무실(a really nice office)”이라고 표현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부시에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날 첫 대면 때와 달리 두 사람의 단독 회동 분위기가 심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로라 여사는 미래의 영부인인 미셸이 내년 1월부터 살게 될 ‘이그저큐티브 맨션’을 안내했다. 로라 여사는 방을 하나하나 다 보여 줬고 오바마 부부의 두 딸이 지낼 가능성이 높은 방에서 주로 얘기를 나눴다. 쌍둥이 딸을 백악관에서 키운 로라 여사는 역시 이곳에서 딸 둘을 키워야 할 미셸에게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백악관에서의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해 조언했다. 회동 후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를 캐딜락 리무진까지 직접 안내하면서 배웅했다. 오바마는 오후 항공편으로 다시 시카고로 돌아갔다. 자녀 학교 문제로 고민 중인 미셸은 이날 아침 남편 없이 워싱턴 지역 사립학교를 방문한 데 이어 로라 여사와 환담 뒤에도 오바마와 따로 백악관을 나섰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오바마의 미국] 미셸 “엄마 역할이 더 중요”

    백악관의 새 안주인이 될 미셸 오바마가 ‘이스트윙(East Wing)’ 생활의 초점을 두 딸인 말리아(10)와 샤샤(7)가 탈없이 적응하는 데 맞추고 있다. 대통령 부인보다는 엄마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둔 모습이지만 미국 언론은 벌써부터 뜬금없이 드레스 색깔을 두고도 입방아를 찧고 있다. 백악관은 비서들이 근무하는 ‘웨스트윙(West Wing)’과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Oval Office), 그리고 주거공간과 퍼스트레이디의 사무실 등이 있는 이스트윙으로 나눠져 있다. 미셸은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에 6일(현지시간) 실린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최고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현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 전 부통령 앨 고어의 아내인 티퍼 고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아내 로잘린 카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부인 마리아 쉬리버 등 전현직 정치인의 부인들에게 백악관 생활의 조언을 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뉴스위크는 지날달 24일 남편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가정해 미셸과 사전 인터뷰를 했다. 결혼한 뒤 시카고를 떠난 본 적이 없는 미셸은 “처음으로 이사가는 곳이 백악관이라 긴장이 된다.”면서 “친정엄마(매리언 로빈슨)에게 함께 살자고 조르고 있다. 엄마는 싫다고 하지만 손녀들을 위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고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딸 첼시를 훌륭하게 키워낸 힐러리가 친절하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녀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우리 부부는 딸들이 백악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숙제도 봐주고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버락 오바마의 당선 수락 연설에서 입은 미셸의 검정색과 빨간색이 조합된 드레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형편없는 패션감각이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색깔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빨간색은 정치적 좌파를, 검은색은 흑인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당시 말리아와 샤샤도 각각 검은색, 빨간색 드레스를 입어 때아닌 ‘색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덩치는 ‘줄고’ 기능은 ‘늘고’

    덩치는 ‘줄고’ 기능은 ‘늘고’

    성북구가 전국 자치단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동 통폐합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30개 동을 20개로 줄임으로써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서울시로부터 12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전액 지역주민을 위해 쓰인다. 28일 성북구에 따르면 월곡4동은 월곡1동과 합치면서 남은 청사를 ‘영유아 플라자’로 바꾸고 있다. 연면적 1398㎡의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에 젊은 부부들이 육아정보를 교환하고 친선을 다지는 육아카페, 유아의 신체발달을 꾀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 등이 들어선다. 또 보육실, 책 놀이방, 장난감 대여실, 다목적 공연장, 수유실 등 아이와 부모를 위한 ‘꿈의 공간’으로 바뀐다. ●빈 청사 복지·문화공간으로 활용 건물에는 내년 3월까지 10억원을 들여 목재 러버, 알루미늄 패널 등 고급외장재를 사용한다. 또 프로그램 개발과 리모델링 공사에는 서울시 도시디자인팀과 대학교수, 보육전문가 등 ‘드림팀’이 참가했다. 서울시는 전체 518개 동사무소 중 100개를 줄이고, 이름도 주민센터로 바꾸었다. 동 통폐합은 사회단체 활동가 등의 수요에 영향을 미쳐 반대에 부딪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시는 1개 동을 줄이는데 무려 10억원의 지원금을 내걸었다. 월곡4동을 포함해 7개 청사에서 문화·복지·웰빙으로 변신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삼선1동은 청소년자활센터, 성북2동은 인터내셔널센터, 동선2동은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바뀐다. 동소문동을 어린이도서관, 월곡1동을 주민 취미생활의 장, 석관2동을 노인복지관으로 꾸민다. 나머지 종암1동은 당분가 주민센터 임시청사로 쓰이다 청소년공부방 등으로 바뀐다. 월곡2동은 임차해지, 길음1동은 매각한다. ●통합 과정서 주민갈등 등 난관도 동이 줄면서 남은 인력은 행정수요가 늘고 있는 도시디자인, 여권발급, 교육지원 등 분야로 돌린다. 그러나 통폐합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는 반대 의견은 물론 욕설마저 올라왔다. 구청장 집무실은 이에 반대하는 내방객과 항의집회 주민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사라지는 월곡1동 88 집창촌 주변의 주민들은 “길음동에 편입시켜 달라.”“월곡1동도 전통의 마을이다.”라며 갈라섰다. 뉴타운으로 각광을 받던 길음동 주민들은 “꺼림칙하니 오지 말라.”며 대립했다. 서찬교 구청장은 주민설명회 12회를 포함해 수십회의 크고 작은 설득 모임을 가졌다. 반대하던 주민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효율적이고 낡은 틀을 버리고 변화된 도시환경에 맞도록 성북은 복지·문화·웰빙 행정시스템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면서 “주민의 바람과 뜻을 늘 마음에 담아 성공적 구정을 펼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Best CEO 열전] (10)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Best CEO 열전] (10)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뜻밖의 수확이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에게서 35년 직장생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은 것은. 상고(부산상고)를 나와 4대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샐러리맨의 좌표’로 꼽힌다. 그런 그도 두번이나 사표를 썼다. 첫번째는 별 의미 없는 사표였다.1977년 말단 대리 시절,“과장 승진이 요원해 보여” 이직(移職)하려다가 선배의 만류에 사표를 접었다. 두번째 사표는 심각했다.27일 청계천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서린동 SK사옥 25층 집무실에서 만난 신 부회장은 “이 얘기는 처음 한다.”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고향(포항) 떠난 지 한참인데도 아직 경상도 억양이 구수하다.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지방의 모 도시가스 회사가 부도나 매물로 나왔다. 당시 임원이었던 그는 인수를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임원들은 “부실회사를 덜컥 인수했다가 숨겨진 수표떼기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반대했다. 믿었던 사장마저도 끝내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땐 엄청난 충격이었던 기라. 내가 원체 촌놈이다 보니 죽으라는 거 빼고는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하니까 다들 내를 이뻐했거든. 그런데 내 의견이 거부되니까 나가라는 말로 들리는 기라.” 그 길로 사표를 썼다. 당시 상사였던 최 모 전무가 사표를 건네받고는 다짜고짜 그를 서교동의 한 호텔 사우나로 데려갔다. “샤워기를 트는데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분(최 전무)이 ‘바보 같은 놈이 바보 같은 짓 한다.’며 쥐어박는 기라. 내 인생에 처음으로 머리(이성)보다 감성이 앞섰던 순간이었다.” ●“성공은 실패의 옆집에 산다” 사표 이야기의 동기는 ‘경영철학’이었다. 흔히 말하는 ‘입지전적 삶’ 을 살아온 그이기에, 뭔가 남다른 철칙이 있을 것 같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였다. 그 상대는 회사일 수도, 상사일 수도, 고객일 수도 있다고 했다.“그렇게 해도 실패와 좌절이 끊임없이 찾아든다.”는 그는 “인생이든 직장생활이든 마라톤과 같아서 오르막길(위기)이 있으면 내리막길(기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부산 해운대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28살에 혼자 된 그의 어머니는 남편이 남기고 간 유일한 집 한 채로 하숙을 시작했다. 어린 그는 여객터미널에 나가 호객행위를 했다.“그때는 너무 어려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는 게 신 부회장의 회고다. 상고를 간 것도 집안형편 때문이었다.“성태(부산상고 동기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상대에 떡하니 수석으로 붙었는데 나는 두번이나 떨어졌다. 세번째 원서를 낼 때는 다리가 덜덜 떨려 서울대를 포기하고 부산대(경영학과)를 선택했다.” 삼수로 까먹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충해 보려고 복무기간이 2개월 짧은 해병대(179기)를 자원했지만 제대 직전인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8개월을 더 복무해야 했다. “남들은 지름길로 가는데 나는 번번이 둘러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둘러간 게 아니었다. 남들이 간 지름길이 지름길이 아니었던 거다.” 이때부터 그가 곧잘 하는 말이 바로 “성공은 실패의 옆집에 산다.”이다. 그의 성공담에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1973년의 ‘해인사 주유소 쟁취사건’(정유 4사가 맞붙어 유공 승리로 귀결)과 1981년의 ‘300일 전쟁’(호남정유에 시장점유율을 역전당했다가 300일만에 재역전)도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이었다. ●최태원 회장,“창조적 긴장감의 명수” 입사해서는 줄곧 영업쪽에 몸담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돌뱅이’다.1995년 어느날 느닷없이 이동통신사(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전무로 발령났다.‘기름이나 팔던 놈이 첨단통신을 알겠어.’라는 주위의 냉소를 물리친 것도 바로 이 장돌뱅이 근성이었다. 그렇게 그는 011 가입자수를 2년만에 700만명으로 늘려놓고 ‘00700’(SK텔링크 사장)을 거쳐 2002년 친정(SK가스)으로 돌아왔다.2004년 지금의 SK에너지를 맡고 나서는 취임 첫 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냈다. 안방 장사(주유소 영업)에 의존하던 SK에너지를 수출기업(9월 말 현재 수출비중 58%)으로 변모시킨 것도 그다. 그는 최태원 그룹 회장을 두고 “창조적 긴장감의 명수”라고 했다.“보고 중간에 끼어들거나 말을 끊는 법이 결코 없다. 나는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데 회장께서는 권한과 책임을 철저히 일임한다. 거기서 오는 창조적 긴장감이란 실로 엄청나다.” ●이학수 전 실장과 인문학 ‘열공’ 그는 어렸을 적 “동지 지나 열흘이면 팔십노인이 십리를 간다.”는 어머니의 채근이 몸에 배어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난다. 바쁜 와중에도 매주 월요일에는 성공회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에 참석하려 애쓴다. 부산상고 1년 후배인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현 고문) 등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서다. 이 실장은 부인과 함께 나란히 수강,‘열공’(열심히 공부)이란다. 글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쌀 직불금’ 파문 확산] 참여정부 책임론·의혹 공방

    쌀 소득보전 직불금 논란을 둘러싼 참여정부 책임론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당시 불법수령자 명단 은폐 및 감사 시기 등을 들어 당시 청와대 차원의 개입 의혹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개입해 이루어진 조직적 은폐의혹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사건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이 20일 열린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쌀 직불금 파문 관련, 참여정부의 조직적 개입 논란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부정 수령 17만명 은폐 논란 한나라당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쌀 직불금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17만명의 명단을 확보하고도 이를 폐기한 것을 두고 참여정부의 자료 은폐논란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뒤 한국농촌공사에 있던 전산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조직적 은폐’ 의혹을 거들었다.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감에서 정 이사장은 “2006년 12월 현재까지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자료를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건보공단은 감사원이 건네준 수령자 100여만명 가운데 부정 수급자로 추정되는 28만여명의 명단을 뽑아 지난해 5월27일 감사원에 CD 형태로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盧 대통령에 보고 언제? 지난해 감사원이 쌀 직불금 불법수령자에 대한 감사가 완료되기 한달 전인 6월20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전보고가 이루어졌다는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감사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감사원법을 어긴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수령자 명단도 보고됐을 것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측 복수의 핵심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감사원 보고를 앞두고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정책 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고,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10대 과제를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20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어촌 대책을 논의하는 농어촌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보고되자 대통령이 격노하며 박홍수 당시 농림부장관에게 대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고 전했다. 참여정부 또다른 관계자는 “실사도 하지 않았는데 명단이 나올 수 있느냐” 고 반문했다. ●비공개 결정 및 청와대 개입여부 한나라당은 감사원이 지난해 7월 자체조사 결과내용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뒤 관련자료를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추가계획서까지 수립해 놓고 불법수령금 환수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정권 차원의 암묵적 동의라는 관측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15일 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에게 감사결과를 보고했고, 20일에는 대통령집무실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실장은 “20일 회의 이후 직불금 문제로 감사원과 연락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구혜영 오상도기자 koohy@seoul.co.kr
  • [Best CEO 열전] (8)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Best CEO 열전] (8)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입니까.” “마음을 얻는 겁니다.” “누구 마음 말입니까.” “부하직원이지요.” 9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 26층 집무실에서 만난 최승철(61)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농담과 함께 툭툭 던지는 말 속에 40년 직장생활 저력이 묻어났다. 그 중 10년은 CEO였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해외유학파가 유난히 많은 두산그룹에서 어떻게 유학 한번 가보지 않은 그가 토종 1호 CEO가 되었는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그룹이 완전히 바뀌는 소용돌이 속에 어떻게 순수 두산 출신이 아니면서 최고참 CEO로 굳건히 뿌리내렸는지 궁금증이 더 커졌다. ●CEO는 부하직원 마음 얻을 줄 알아야 조급함을 누르고 다시 물었다. “부하직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주 만나고 술도 같이 마시고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지요.” 그는 말술이다. 폭탄주보다는 소주를 그냥 단숨에 들이키는 것을 좋아한다. 공장장 시절에도, 부회장이 된 지금도 임직원과의 ‘스킨십’을 중시한다. 두산메카텍(옛 두산기계)에서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직원들과 활쏘기 체험에 나섰다. 뒤풀이 자리에서 잔이 몇 차례 돌자 한 직원이 “사장님처럼 CEO 자리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 폭소가 터졌다. 그의 ‘비법’은 “상사 말 잘 듣고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성취하고 스스로 발전한다면 그런 건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상사의 경험을 존중하고 따르는 원만한 성격도 중요한 덕목이다.” ●부장 승진 탈락하고 독심 품어 그는 “입사하자마자 사장되겠다고 설 치는 놈치고 별 볼일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업무 바쁜데 CEO 꿈꿀 틈이 어디 있나. 그런 꿈은 나중에 특별한 계기가 생기거나 독한 마음을 품었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가 독심을 품은 것은 1985년이다. 그해 부장 승진 인사에서 떨어지고서였다. 하지만 4년 뒤 임원 승진인사때 한 해 앞서 부장 승진한 동기들과 나란히 ‘별’(이사대우)을 달았고, 이후부터는 승승장구였다.1998년에는 첫 BG(비즈니스그룹)장이 됐다. 두산의 BG장은 개별 회사의 CEO나 마찬가지다. 인생의 위기는 크게 네 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1991년 3월 페놀사태(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유출된 페놀이 낙동강으로 흘러든 사건)다. 그룹 존폐마저 위협받자 대구가 지역기반-그는 경북 영천에서 나고 자라 경북고를 나왔다-인 그가 특급소방수로 급파됐다.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구미공장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그는 “마누라 말안듣고 갔다가 정말 고생 했다.”며 웃었다.“그래도 여러 직장을 다닌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기계는 좋은놈 멋진놈”…기계 예찬론자 대학(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기계를 전공한 그는 “자동차가 더 멋있어 보여” 1970년 1월 신진자동차에 입사했다.2년 만에 그만두고 군대를 갔다가 이번에는 대한전선에 취직했다.“열받아서 또 중도작파하고” 잠시 알루미늄을 팔다가(선학알미늄 생산영업부장) 1977년 7월 두산(두산기계 과장서리)과 첫 인연을 맺었다.2년 4개월 두산전자 구미공장장 한 것을 빼고는 줄곧 두산기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설기계산업협회장, 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 등 직함도 온통 기계 관련이다. 그런 그를 두산맨들은 ‘국가대표 기계쟁이’라고 부른다. “기계라는 놈은 참으로 정직하고 확실하다. 주변 스펙만 정확하게 맞춰주면 백개 천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기계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녀석이다.” 그의 ‘기계 예찬론’이다. 하지만 그가 기계만 알았다면 테크니션(기술자)에 그쳤을 것이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였던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이름을 바꾸고는 첫 장수로 그를 지목했다. 계열사의 한 사장은 “만성적자였던 두산기계의 살림살이를 크게 개선한 대목을 회장께서 눈여겨보신 것 같다.”고 풀이했다. 회장의 눈은 정확했다. 그는 취임 2년 만에 회사 매출을 두 배(2조 8000억원→4조 2000억원) 늘리며 같은 업종 중 세계 7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CEO로서 가장 힘들었던 결정을 물어보았다. 내심 사상 최대 규모(49억달러)였던 미국 밥캣 인수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사람”이란 대답이 돌아왔다.“사람을 자른다는 것, 사람을 쓴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주말이면 꼭 서울 명동성당을 찾는 독실한 가톨린 신자다. 별명은 고래고기. 친구인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이 그의 세례명(그레고리오)을 익살스럽게 바꿔 부른 애칭이다. 글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멜라민에 묻힌 사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류샹(劉翔)의 발목이 왜 그렇게 약해졌는지 새롭게 밝혀졌다는데 들어봤어?” 국경절 황금연휴가 한창인 주중, 중국인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베이징올림픽에서 발목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 얘기가 다시 나왔다.“‘이리(伊利) 분유’를 마셔서 그리 됐다잖아….” 박장대소가 터졌다. 이리 유업은 싼루(三鹿), 멍뉴(蒙牛) 등과 함께 ‘멜라민 분유’를 제조한 회사이고, 류샹은 이 회사의 오랜 광고 모델이다. 그러자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내들더니 “재미있는 메시지가 있다.”며 읽기 시작한다. 모기가 젖소를 물었는데, 생각했던 맛이 아닌지라 ‘아, 중국에서 언제쯤에나 신선한 우유를 맛보게 될까.’하고 한탄하더라는 내용이다. 이날 멜라민 분유는 화제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른바 ‘고위층 특별식’도 거론됐다.“특별식 먹는 고위층들은 이런 분유·우유 안 먹어봤을 거 아냐. 결국 돈없고 불쌍한 서민들만 또 당했다.”고 한 친구가 혀를 끌끌 찬다. 누군가 “당국이 얼마전 특별식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하니,“무슨 소리냐. 담배건, 술이건 모두 ‘특별히 공급한다.’는 ‘특공(特供)’ 글자가 인쇄돼있고 아예 포장 자체가 다른데 특별식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친구가 “젖소가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풀을 뜯고 있더라는데, 별도로 기르는 모양이지?”라고 끼어들자 또 다시 웃음이 터져나온다. 중난하이는 국가지도자들의 집무실이 밀집한 베이징 내 별도 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대화는 시종 풍자로 가득했고, 때로는 ‘위험 수위’도 넘나들었다. 누군가 ‘분위기 파악’에 늦으면 “싼루 먹었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 친구들은 막상 ‘세계적으로도 큰 소동이 났다.’는 말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홍콩, 타이완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와 뉴질랜드에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까지 파문이 일고 있다는 얘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과자·초콜릿 메이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하니 “왜?”라고 묻는다.‘모두들 중국산 원료를 썼기 때문’이라는 답에 그제서야 멍한 표정에 눈을 껌벅거린다. 국영기업 중견 간부에 TV사 관계자, 광고회사 사장 등 잘나가는 30대 화이트칼라인 이들도 미처 모르고 있던 ‘묻힌 사실’이다. 그제서야 타이완 출신인 한 친구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한국도 문제가 심각하냐?”고 나지막이 묻는다. 지금까지는 대륙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타이완은 지금 큰 일이다. 양안 관계 개선을 원하는 마잉주(馬英九) 정권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검사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됐다는 인식들을 갖고 있다. 마잉주 정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멜라민 파동은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인가.“몇차례의 올림픽 개최나 우주선 발사로도 만회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적 불신에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추락까지 잃은 것이 적지 않다. 이를 되찾으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이 시도될 터인데,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일에 대한 세계인과 중국인 사이의 시각차 교정이다. 지금도 많은 중국인들은 나라 밖에도 피해자가 있었음을 모르고 있다. 이는 훗날 중국과 세계 간에 소통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식품 안전 문제로 마찰이 빚어졌을 때 중국의 일반 국민들은 서방이 또다시 상습적으로 트집을 잡는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중화주의의 결집제로도 작용할 수 있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중국 당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상상이길 바라지만, 묻힌 사실은 종종 뒷날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곤란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jj@seoul.co.kr
  • [Best CEO 열전] (6)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Best CEO 열전] (6)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

    “부드러우면서도 원칙에 반하는 일에는 털끝만치도 타협할 줄 모르는 합리적 카리스마가 넘치는 최고경영자(CEO)”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에 대한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부회장은 국내 제2민항인 아시아나항공 출범 2년 뒤인 1990년 아시아나에 ‘탑승’했다. 영업담당 임원으로 시작, 글로벌항공사 CEO에 오른 항공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화학·건설·항공부문으로 구성된 그룹 주력사업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재계에서는 언변이 뛰어난 CEO로도 잘 알려졌다. 그와 말문을 트면 서너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최근 집무실에서 시작한 인터뷰도 점심식사, 교육장까지 동행하면서 4시간동안 이어졌다. ●영업으로 다진 항공 전문 CEO 세간에서 궁금해하는 것부터 물었다. 오너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박 부회장은 “난 (전남)영광 촌놈이다. 선대 회장이나 지금 회장과는 친인척 관계나 학연이 전혀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1969년 ㈜금호에 입사해 아프리카·중동·미국·홍콩 등 해외무역 영업 현장을 주로 누볐다. 아시아나항공에서도 10년 이상 영업 최일선을 챙겼다. 직장생활의 절반은 해외영업 현장에서 보냈다. 그래서 그룹에서 ‘최고의 영업통’으로 통한다. 월급쟁이로서 성공한 장수 CEO의 비결을 묻자,“성공 CEO로 평가받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윗사람이 시키는 일, 조직이 나에게 부여한 일 하기에 바빴을 뿐”이라고 말한다.‘시키는 일만 해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반문에,“자신에게 주어진 ‘듀티(duty·의무)’를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며 “조직에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이 샐러리맨으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로는 2003년 세계 최대 항공사 동맹체인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 가입을 꼽았다. 스타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짧은 기간에 국제선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글로벌 항공사로 비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항공편을 자주 이용해봤지만 서비스나 안전성에서 실력을 견줄 만한 항공사는 두세 곳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외환위기 구조조정 없이 지나 신생 항공사여서 힘들었던 시련도 많았다. 설립 초기 경쟁 항공사의 견제, 외환위기, 미국 9·11테러, 최근의 고유가 파동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때마다 박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했다. 박 부회장은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글로벌 항공사로 진입하기 위해 순항(順航)비행 고도에 막 올라설 단계였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했더라면 글로벌 항공 비행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회고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그는 박삼구 사장(현 그룹 회장)과 함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고통을 함께 나눈 8000여명 임직원과 변치않고 사랑해준 고객이 오늘날 아시아나항공 발전 원동력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환위기 때 겪은 혹독한 시련은 이후 웬만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약(藥)이 됐다. 최근 4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항공사에 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이란 상은 휩쓸었다. 외환위기를 거울삼아 항공유와 외화에 대해 헤지(Hedge·위험회피)를 해뒀던 것이 최근 고유가·고환율 위기를 견뎌낸 버팀목이 됐다. 그의 경영 수완은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조종사 파업 때 더욱 빛났다. 여행객이 밀리는 7∼8월 두달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장기간 조종사 파업이 발생했다.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국민 일상생활과 국가 경제에도 불편과 피해를 줬다. 무엇보다 항공안전을 책임질 조종사와 항공사간 앙금이 쌓이는 것이 걱정됐다. 조기해결을 위해 타협을 시도하라는 안팎의 압력도 거세졌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복리후생·근무여건 개선 등은 사측이 부담을 지더라도 타협할 수 있지만 인사·경영참여 등 경영권 본질을 침해하는 요구는 받아줄 수 없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의 합리적인 설득 끝에 조종사들은 조종간을 다시 잡았다. 재계는 당시 박 부회장의 합리적인 카리스마가 노조를 감동시켰다고 평가했다. 노사관계에 대한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재가 재산, 사원 교육 신봉자 그는 강의하는 CEO로 통한다. 신입사원부터 임원 교육까지 빼놓지 않는다. 특히 열정을 퍼붓는 강의는 항공 부문 모든 직급 3년차 대상 특강이다. 지금까지 85차례,4000여명이 그의 강의를 들었다. 인터뷰 당일 실시한 강의는 경력직으로 들어온 승무원을 대상으로 했다. 주제는 ‘인생의 변곡점(Turnning Point)’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은 직원들에게 딱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그는 “젊은이들은 전문화되고 다양한 재능은 있지만 용기·불굴의 의지는 부족한 것 같다.”며 “변치 않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충고했다.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부실채권 감시·금융기관 연봉 제한키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의회 지도부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자정 직후 의사당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백악관 회동으로 협상이 고비를 맞은 뒤 협상을 재개한 지 이틀 만이다. 잠정 합의한 구제금융안은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7000억달러 규모 구제안의 큰 틀은 유지한 채 민주·공화 양당의 요구를 반영하는 식의 절충이 이뤄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정부는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초당적인 감시기관을 두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한 연봉제한을 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 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막판에 제시한 부실채권을 연방정부 예산이 아닌 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단서 조항으로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막판 협상은 27일 오후 7시30분 시작됐다. 의원들은 피자와 샌드위치를 외부에서 주문해 사무실에서 저녁을 대신하며 협상 타결에 매진했다. 가능한 한 아시아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는 공동 인식 아래 협상을 진척시켰다고 전했다.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밤 11시30분쯤이라고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가 밝혔다. 돌파구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제시했다고 리드 대표는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7000억달러 가운데 절반은 즉시 투입한 뒤 성과를 봐가며 나머지 자금의 추가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단서조항을 넣을 것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손에 구제금융안 협상안을 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 공화당 의원들이 모여있는 공화당 하원 원내 대표 방을 오가며 막판 조율에 나섰다. 같은 시각,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잠정 협상안을 놓고 통화를 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민주·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잠정 타결안 마련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의회와 정부 협상 대표들은 최종 문안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의회 지도부는 표결에 대비해 표 확보에 나섰다. 이번 구제금융안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심한데다, 상·하원 선거를 40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의원들의 마음을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금융 사회주의의 출현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일부 진보적인 민주당 의원들은 월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 하원의원 70∼100명의 지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표결을 진행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당직자들과 이번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아 부담이 덜한 20여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표 확보에 나섰다. 한편 잠정 합의안이 나오기까지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7일 협상에 참가했던 민주당의 맥스 바커스 상원의원은 금융회사 CEO들의 연봉 상한을 놓고 폴슨 재무장관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협상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CEO 연봉 상한 규정은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협상 내용이 언론에 누출되면서 급기야 의원 보좌관들의 휴대전화가 압수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kmkim@seoul.co.kr
  • 서울시청사 ‘사적 가지정’ 해제

    서울시청사(등록문화재 제52호)에 대한 사적 가지정이 해제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위원장 이만열)는 25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고 서울시청사에 대한 사적 가지정 해제를 사적분과(위원장 한영우)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서울시의 시청사 부속건물 태평홀에 대한 철거와 그에 대한 문화재위와 문화재청의 사적 가지정 결정으로 비롯된 ‘등록문화재’ 서울시청사의 보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실마리를 찾게 됐다. 근대문화재분과는 이날 회의에서 ▲본관 전면 파사드(외관) 원형 보존 ▲중앙홀 돔 원형 보존 ▲문화재청의 지도에 따른 태평홀 이전 복원 ▲시장 집무실의 최대한 원형 유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청사 보존안을 마련했다. 서울시가 이를 준수한다는 점을 전제로 사적 가지정을 해제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또 논란이 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평홀 철거에 대한 공개 사과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화재위 근대문화재분과의 이름으로 시장 사과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분과위원 13명 중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회의에서는 특히 오 시장의 사과 문제를 두고 위원들간 치열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를 전제로 사적 가지정을 해제하느냐, 가지정을 먼저 풀고 시장의 사과를 권고하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결국 사적 가지정을 먼저 푸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적분과는 조만간 사적 가지정 혹은 지정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문화재위 근대문화재 분과의 회의 결과에 즉각 환영 입장을 표했다.시는 “아직까지 사적 분과의 회의가 남아 있으므로 신중하게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사적 분과의 긍정적인 결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문화재청, 문화재 관련 전문가와 더욱 많은 대화를 하고 자문을 받아 시청 본관동에 대한 역사성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시는 사적분과가 사적 가지정 해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태평홀 이전·복원 공사는 근대분과 문화재위원의 자문을 받은 뒤에 진행할 계획이다.김규환 최여경기자 khkim@seoul.co.kr
  • 청와대도 동참… 李대통령 자전거 출근

    22일 서울시에서 진행된 ‘차 없는 날’에 이명박 대통령도 동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관저에서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까지 600∼700m에 이르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평소에는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는 길이다. 이 대통령은 또 대전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갈 때도 승용차 대신 수행원들과 마이크로버스(20명 정도 타는 소형버스)를 이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수석들이 하루 동안 가급적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청와대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에너지 절약 운동의 취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직원들도 대체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들도 이날 모두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했다.정동기 민정수석과 강윤구 사회정책 수석 등은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걸어서 출근했으며, 박병원 경제수석은 버스를 이용, 자택이 구기동인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걸어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차를 이용하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전날 늦게까지 업무를 본 뒤 귀가하지 않은 채 경호처에서 마련한 방에서 자고 바로 출근했다는 후문이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올림픽 최고성적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올림픽 최고성적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사실 임기응변으로 해냈지만 (체육계 토대가) 너무 허술해요. 이 토대를 견실하게 바꿀 수 있도록 임기 안에 최선을 다하고 물러날 생각입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체육계 수장으로선 뜻밖의 솔직한 토로였다. 이연택(72)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흔히 ‘구원 전문’으로 통한다. 김운용 전 위원장이 물러나자 잔여 임기를 대신하면서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을 종합 9위로 올려 놓았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금메달 13개로 한국을 7위에 올려 놓았다. 임기 9개월밖에 안 남은 회장 선거에 지난 5월 그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 주위에선 ‘올림픽 성적을 내서 제대로 된 선거에 다시 나서려는 게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내 회장 집무실에서 본사 이춘규 체육부장과 만난 이 회장은 단호히 이런 시선을 일축했다. 내년 2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난맥상이 드러난 체육계 시스템을 명실공히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집념을 거듭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런던올림픽 참가 60주년이어서 더욱 뜻깊었는데 성과와 의미를 짚는다면. -외형적 성과라면 홈그라운드 이점을 등에 업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 성적을 웃도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는 것이고 13개의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도 양과 질에서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과 함께 아시아 5룡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지만 한·중·일 세 나라가 국가발전과 맞물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3룡 체제를 확고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회를 치르면서 이건 꼭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번에 몇 종목에서 예상 밖으로 차질이 생겼고, 일부 선수의 지도 면에서 세심한 대책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투기종목은 경쟁국의 새로운 도약 때문에 힘겨웠고, 체조는 (메달권에) 근접했지만 마지막에 힘이 부쳤다. 가장 큰 과제는 기초종목인 육상 강화책과 카누 조정 등 새 메달밭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본다. ▶가장 감동스러웠던 장면을 꼽는다면. -역도의 장미란이 세계기록을 경신하면서 우승한 것을 들 수 있고 불모지였던 수영에서 메달을 딴 것은 대단한 경사다. 그러나 박태환은 계속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 점에서 많은 격려와 분발이 있어야 한다. 선수생명이 길고 큰 선수로 키우기 위해선 관리도 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최근 메달리스트들이 각종 행사나 방송국에 불려다니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 -너무 선수들을 부추겨서 들뜨게 만들고, 평정심을 잃고, 잘못하면 선수생명이 짧아지고, 아쉽게 되는 이런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체육회의 선수 관리에 대해 논란도 있었는데 선진국도 모두 관리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약에 올림픽 기간 상업활동을 못하게 돼있고, 심한 경우 메달 박탈까지 할 수 있다.(베이징) 가기 전에 서약도 했지만 다들 소홀히 여기고 잘 기억들 안 한다.(옆에서 상업적인 이유로 부추기는 이들도) 자기 자식 같으면 그렇게 하겠는가.(웃음) ▶4년 전에도 (잔여임기를 채운 회장으로서) 종합 10위 진입을 이루고 이번에도 세계 10강 목표를 달성하셨는데 구원 전문이란 평가에 대해. -돌이켜보니 그런 것 같다.1981년에 남들이 88올림픽 유치 되겠느냐 할 때 밀어붙였다. 당시에도 후안 사마란치(전 IOC 위원장)로부터 성적 신경 쓰라는 얘기를 듣고 꿈나무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런 성적을 올렸던 거다.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위원장으로 들어가서 다들 4강 기대도 안 했는데 이뤄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12위를 한 뒤 잔여임기 맡아 다시 10위 이내로 들어와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해 열심히 도와주고 그 덕분에 9위로 턱걸이했다. 이번에는 7위, 굉장한 영광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이뤄내는 비결이나 그런 게 있나. -아테네 때 경험에 비춰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나름대로 점검한 결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리고 굵직한 대회에서의 경험은 쌓이게 마련이다. ▶당시 촛불정국이라 혼돈스러운 데다 정부나 기업 지원이나 관심도 적어 ‘과연 이렇게 해서 되겠느냐.’ 이런 생각들이 많았는데. -체육계와 30년을 지낸 ‘풍월’이라면, 이래저래 큰일을 경험하면서, 항상 굵직한 대회나 행사를 할 때면 그 경험이 자꾸 축적돼서 그런 것 같다. 시드니 때 선수 포상금이 1000만원이었는데, 아테네 때 두 배로 만들었고 시드니 훈련할 때 선수 수당이 하루 5000원 하던 것을 5배로 올렸고 감독들 급여도 올려주고 이런 게 사기에 바탕이 됐다. 돈보다 정성과 열성이 통한 거다. ▶이번에는 복귀한 뒤 시간이 더 짧았는데. -사기를 올리는 게 첫 번째 문제다. 사회가 어지럽고 해서 태릉에 신경쓸 분위기가 전혀 안 됐다. 정말 외로운 절간 같았다. 사기를 어떻게 올리느냐가 책임자로서 가장 큰 부담이었다. 하다 못해 식당의 메뉴 하나도 정성과 뜻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런 것도 좋은 성과에 한 요인이 아닌가 본다. ▶매번 올림픽이 끝나면 기초종목 육성하겠다, 생활체육과 균형되게 육성하겠다, 이런 대책들이 나오는데 용두사미가 된 적이 많다. 이번에는 지속적으로 준장기적으로 끌어갈 복안이 있나. -육상과 새로운 메달밭을 연구하라고 베이징 현지에서 이미 지시했다. 대책반이 만들어져 조만간 보고 받아 놓고, 몇 가지 제 나름으로 구상도 갖고 있다. 실무적 대책뿐만 아니라 커다란 구상이 필요하다. 지난번 월드컵 때와 같은 큰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내년 2월 약속대로 물러나면 정책의 큰 틀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만들어 놓은 토대에 보완을 하고 하는 건 얼마든 되지만, 새로운 회장이 새로 시작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열정적이고 비전도 참 많이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 계속 맡아 달라고 하면 수용할 것인가. -분명히 잔여임기까지만 그동안 경험을 살려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욕을 부릴 이유도 없다. 여유있는 사생활도 즐겨야 하고. ▶최근에 선진 스포츠체계를 강조하고 계신데. -7대 스포츠강국의 위상을 보였지만 이것을 지키면서 조금이라도 진전하기 위해선 체계와 재정, 제도, 이런 것이 선진국들과 유사해야 하지 않는가. 재정 자립도 이뤄내고 난맥이 되고 분란이 일고 비효율적으로 되고 있는 체육계 시스템을 유기적, 효율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우리의 진의를 이해한다면 협력할 것으로 믿는다. ▶정부에서는 (체육회가) 체육공단을 흡수하면 너무 비대해진다고 그런다. -흡수란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선진 시스템에서는 보조란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자율화·민영화의 큰 흐름 속에서 공단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또 88서울올림픽의 수익을 제대로 찾아온다는 의미도 있다. 나로선 바탕 만드는 것뿐이다.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한국체육의 백년대계, 선진화를 위한 초석을 까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선진국에선 클럽 스포츠가 활발한데 이를 육성할 비책은. -굉장히 하고 싶다. 지난번 임기 때 도입하기 위해 네 군데(부산 전북 전남 강원) 시범사업을 시켰는데 내가 물러나고 나니까 흐지부지 이상하게 됐더라. 독일과 일본에선 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되 수혜자들이 일정한 회비를 내는 형태로 하고 있다. 우리는 선거와 맞물려 이상하게 변질됐다. 우리처럼 머리가 여러 가지로 복잡한 곳이 없다. 여러 단체로 나뉘어 있는 힘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효율적으로 정리하느냐가 어려운 과제다. ▶정치권과 국회의 협조가 절실할 텐데. -국회와 대립각 세울 것 하나 없고 협력을 구해야 된다. 그렇지만 체육계가 비정치, 비정부, 민간단체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단체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점 하나는 분명히 하고 싶다.IOC 헌장이나 규정에 정해진 대로 정치적 영향을 배격하고 조화로운 협력을 하되, 말하자면 간섭은 배제하고 이런 토대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정리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연택 회장은 ▲1936년 9월25일 전북 고창 출생 ▲1955년 전주고 졸업 ▲1961년 동국대 법학과 졸업 ▲1961년 재건국민운동본부 조직관리 담당관 ▲1974∼78년 국무총리비서실 행정조정실 서울시 담당관 ▲1988년 2월∼90년 3월 대통령비서실 행정수석비서관 ▲1990년 총무처 장관 ▲1992년 6월∼93년 2월 제9대 노동부 장관 ▲1998년 6월∼2000년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2000∼02년 한·일월드컵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 ▲2002년 5월∼05년 2월 제34대 대한체육회 회장 ▲2008년 5월∼ 제36대 대한체육회 회장
  • [‘수도권규제 갈등’ 도지사 인터뷰] “인지도 높이기와 무관…”

    [‘수도권규제 갈등’ 도지사 인터뷰] “인지도 높이기와 무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김 지사가 연일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날선 비판을 해대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과도 각을 세우는 이유를 적지 않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정부의 ‘선 지방 균형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지만 과연 그 이유뿐일까. 김 지사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27일 오후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지사측은 다음날 저녁에 예정된 일정과 약속 두 개를 취소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다음달 1일에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김 지사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완구 충남도지사를 인터뷰할 예정이다. 28일 저녁 6시10분. 수원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경기도청 2층의 지사실에 도착했다. 퇴근시간을 넘긴 시간대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사실은 직원들 말고도 10명이 넘는 내방객으로 북적거렸다. 인터뷰는 수도권의 지도와 위성사진, 세계지도가 벽을 장식한 지사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김 지사는 보좌진들이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10쪽이 넘는 답변자료를 책상 앞에 놓고 있었다. 그러나 50분 넘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 지사는 한번도 답변자료를 들춰보지 않았다. 경기도 출입기자들도 많은데, 굳이 정치부 기자가 수원까지 와서 인터뷰를 하는 의미를 김 지사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도 이미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현대사박물관은 논란많아 못할것 ▶선 지방균형 발전 정책에 대해 유독 김 지사의 반대 목소리만 크다. -다들 비판하는 것 아닌가. 경기도에서는 모두가 비판적으로 얘기한다. ▶노동운동 시절의 김문수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까지 있다. -저는 국회의원 때부터 수도권 규제완화 폐지안을 제시해 왔고, 경기도지사 선거 공약으로도 내놓았다. 지난 대선에서 저와 경기도가 이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규제완화 때문이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키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까지 한 셈이다. (김 지사는 자신과 경기도가 이 대통령에게 속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김 지사의 답변 가운데는 다소 과격하거나 거칠게 느껴지는 말도 섞여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분한 편이었다.) ▶김 지사의 발언에 찬동하는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있다. 이들과 후속적인 움직임을 계획하나.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 그들은 경기도 출신이니까 사정을 아는 것이다. 전국에 국립박물관이 24개인데 경기도는 하나도 없다. 제주도에도 있는 국립종합대학도 경기도에는 없다. 로스쿨 정원도 서울은 1000명, 우리는 50명. 법원이 서울보다 경기도에 많은 것을 아는가. ▶서울과 인천도 규제를 받지 않나. -서울과 인천이 느끼는 것은 경기도와 다르다. 특히 인천은 요즘 표정관리 중이다. 송도 등을 개발하면서 한국의 두바이가 된다고 하지 않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놓고 협의해봤나. -오 시장이야 해피한데 무슨 대응을 하겠나. 서울에서 규제받는 것은 과밀 규제뿐이다. 서울에는 이제 국립현대사박물관도 짓는다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파냐,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했느냐 등등. 현대사박물관은 결국 못할 것이다. ●법원 서울보다 많지만 로스쿨 정원 50명 ▶최근 발언 등과 관련해서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을 것 같다. -청와대에 늘 사실대로 얘기한다. 이 대통령 당선 뒤에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자료 만들어서 여러번 전달했다. 이 대통령과 독대해서도 몇번 설명했다. ▶그런 대화 채널이 있는데 왜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슈화했나. -오래 전부터 같은 말을 해왔다. 그런데 예전에는 안 쓰던 언론이 최근들어 기사를 많이 쓰는 것뿐이다. 대학 못 짓게 하는 것은 공산당도 안하는 짓이라는 말 같은 것은 늘 노래하듯이 해왔다. ▶한나라당에서도 김 지사를 비판하는 얘기가 나왔었다. -당이 그럴 이유가 없다. 제가 당을 비판한 것도 없다. 단지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라는 얘기를 한 것뿐이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비판을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은 하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면 성공한 대통령, 못 살리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하고 돈 안드는 방법이 바로 규제완화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계속할 거다. 대통령이 규제완화의 방망이만 두드리면 끝난다. ▶최근 지방 균형발전 쪽을 대변하는 이완구 충남지사와 토론회도 가졌다. 그쪽 입장을 이해하게된 측면은 없나. -충남은 상대적으로 지역 실정이 좋다.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전국 1위다. 물론 충남도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하다. 행정복합도시를 못하면 굉장히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지사를 이해한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볼 때는 과천 것(정부종합청사)을 들어다가 충남으로 가는 것, 그것을 꼭 해야 하나 싶다. 차라리 과천이 서울로 가는 것은 찬성이다. 정부 청사가 한 데 모아지니까. 모아놔야 공무원도 편하고 국민도 편하다. ▶오세훈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어떻게 할 건가. -현직에 충실하다가 선거 1년 전에나 그런 얘기를 해야 안 맞겠나. 제가 볼 때는 (오 시장의 발표가)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 본다. ▶지사 선거에 다시 나오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갖고 평가받을 생각인가. -그것은 기본이고, 밑반찬이다. ▶최근의 발언으로 경기도에서 지지도가 올랐나. -지지도 조사는 두 세달 전에 했기 때문에 최근 것은 아직 모른다. 요즘 이런 얘기들을 해서 인기가 있겠나. 대통령도 불편해하고, 당에서도 저러니. 지방에서도 친한 지사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최근 한 신문이 조사한 정치인 영향력 평가 조사에 따르면 김 지사의 영향력은 지난 5월 조사에서 3.9%였다가 지난 4일 조사에서는 5.7%로 1.8%나 뛰었다. 이 수치에 대해 이 지사는 “지지율이 올랐다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근혜는 반듯… 정몽준은 국제감각 갖춰 ▶최근의 발언들로 인기가 올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효과도 계산했나. -사실 국회의원 때보다 인지도가 더 떨어졌다. 왜냐면 여기(경기도에) 있으니까 신문이나 TV에도 잘 안 나온다. 그러나 인지도 높이려면 이런 위험한 발언을 할 필요가 없다. 별로 득 될 것도 없고 나도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고달프겠나…. 대통령에 대해 한말씀 한다는 것이. 의원들도 안하는데 하물며 단체장은 얼마나 대통령에 대해 의존도가 높나. 사실 우린 중앙부처 서기관만 봐도 납작 엎드리는데. ▶그래서 대권을 염두에 둔 차별화라는 말도 나온다. -대권을 염두에 두면 특히 충청도 유권자들에게 원만하게 서비스를, 하다 못해 립서비스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방에서 저에게 비판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도 전화가 와서 ‘경기도만 생각하냐. 경북도 생각해달라.’는 말을 할 정도다. ▶같은 당 박근혜·정몽준 의원에게 정치적 라이벌 의식을 느끼나. -박 전 대표야 워낙 탁월하신 분이고, 지지도가 높은 분이 아니냐. 정 최고위원도 거물이고. 아무튼 우리 셋이 동갑이고 같은 학번이다. ●‘김문수 사단´은 커녕 ‘분대´도 없다 ▶박·정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굉장한 인기가 있고, 반듯하신 분이다.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정 최고위원은 6선의 관록에다 축구협회회장도 하고, 국제적인 감각 있는 훌륭한 분이다. ▶여의도에 ‘김문수 사단’이란 말도 있다. 캠프를 운영하나. -(웃으며)뭐가 있나. 그게 누구인가. 사단은 고사하고 분대도 없지 뭐. ▶경기도에서 느끼는 이 대통령의 체감 지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청와대에서는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좋아하지만, 경제 민생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체념상태다.‘저 분은 해낼 것’이라는 생각 많이 약해졌다. ▶이 대통령의 ‘녹색 성장’ 비전에도 비판적인가. -그 발표 나고 청와대에 전화를 해봤다. 저는 그것이 적어도 5년은 걸리기 때문에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30년이 돼야 성과가 나온다고 하더라. 지금 굉장히 민생이 어려운데, 다 죽겠다는데 30년 뒤에 것을 가지고 얘기하나. 중장기적인 비전도 좋지만 단기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국가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가정 경제에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가.(김 지사가 신고한 재산은 2억 8965만원이다) -(쑥스러워하며)제가 가난하니까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공인의 길을 걷기로 한 다음에 사적으로 돈 버는 것은 안하기로 했다. 사실 돈 벌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제가 그 기회를 선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 없이 나이가 드니 불안한 면도 있지만 (노년에)너무 비참해지기야 하겠나. 사회보장 제도도 있는데. 우리 일가는 모두 나보다도 가난하다. 그 분들을 못도와 주는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김쌍수 한전 사장 “공기업 이미지 벗겠다”

    김쌍수 한전 사장 “공기업 이미지 벗겠다”

    ‘혁신 전도사’의 취임 일성(一聲)은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겠다.”였다. 민간기업에서는 보편화된 현장경영, 속도경영도 강조했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비즈니스 본업에만 전념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규정과 규제에 얽매이지 않았는지, 이를 없애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통해 한전을 세계 속의 ‘위대한 회사’(Great Company)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던 얘기다.‘신(神)의 직장’,‘방만 경영’ 등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한전 구성원들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라이트 피플(Right People), 즉 뜨거운 열정과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를 위해 부가가치가 따르지 않는 업무는 과감히 줄이고, 고객 감동의 차별화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제시했다. 한전 모기업과 발전 자회사간의 업무 중복 또는 혼선도 재점검하겠다고 공언해 변화를 예고했다. 나아가 “강한 승부 근성과 실행력을 갖춘 이기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혁신 전도사’,‘불도저’ 등등의 별명에 걸맞은 도전정신이 배어난다. 김 사장은 “70%는 현장에서,30%는 집무실에서 근무하겠다.”며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즉시 발견해 해결하는 속도 경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사업 강화 의지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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