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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2015년 가을의 끝자락이다. 서울은 이번 주말에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아~ 벌써 가을이 지나갔나. 아직 단풍 구경도 못했는데…’라고 자조 섞인 혼잣말을 내뱉는 청춘이나 ‘회사 일에 치여 눈 떠보니 가을이 끝났구나’라는 중년에게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권한다. 차량으로 지나가다 본 석촌호수와 오색 물결의 나무 사이로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걸어 본 석촌호수는 같지만 전혀 다른 곳이었다. 주변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방이먹자골목의 맛집에서 느끼는 식도락의 즐거움에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저렴하면서 멋스러운 스카프 하나 걸치고 간다면 올가을의 호사를 다 누린 것이다. 이번 주말 피곤하다고 ‘방콕’(방에 콕)하지 말고 도심에서 마지막 가을 나들이를 떠나 보자. [어디까지 가봤니] 가을이 아름다운 서울의 인공호수인 석촌호수. 지금 가을의 향기가 샤넬 NO5 향수보다 그윽하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평일임에도 가을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북적인다. 제2롯데월드가 일부 개장하면서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중국 관광객 뤄샤오이(24·베이징)는 “석촌호수의 가을 풍경은 정말 예쁘다”면서 “쇼핑과 먹거리,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 잠실 주변이 명동이나 압구정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강 정비때 생긴 둘레 2.5㎞ 인공호수 최근 사회적 이슈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면서 ‘이름’은 친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석촌호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석촌호수의 면적은 21만 7850㎡이며 둘레 길이는 2.5㎞이다. 지금은 아파트로 가득 채워졌지만 석촌호수 북쪽 잠실벌에는 원래 나루터가 있었다. 당시 서울과 경상도, 전라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광진교 밑에서부터 잠실야구장까지 지금 석촌호수를 지나는 송파강과 신천강을 이루는 샛강도 있었다. 1969년 한강 본류 정비에 착수하면서 샛강을 메운 이후 일부 남겨 놓았다. 바로 그곳이 석촌호수로 변신한 것이다. 당시 메워서 만든 땅이 현재의 잠실동과 신천동이다. 1981년 호수 주변에 녹지와 산책로, 쉼터 등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질 악화와 악취로 외면받기도 했으나 2001년부터 송파구가 석촌호수를 명소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 수질 개선과 편의시설 확충 등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송파대로 기점으로 동호와 서호로 갈려 석촌호수는 송파대로가 만들어지면서 동호와 서호로 나눴다. 현재 동호는 송파관광정보센터 등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호는 ‘끼~악~’ 하는 비명이 나오는 자이로드롭으로 대표되는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어디까지 맛 봤니] ●야외서 즐기는 브런치의 멋 ‘카페 거리’ 석촌호수의 가을은 멋진 풍경뿐 아니라 맛난 음식도 많다. 가을에 어울리는 브런치와 진한 커피 향이 좋은 카페들이 즐비한 카페 거리로 가 보자.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제2롯데월드와 반대쪽에는 유럽처럼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20여곳의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일명 카페 거리다. 2009년 디자인서울거리로 지정되면서 옥외 영업이 허용됐다. 그래서 유럽 도시처럼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 코마’, ‘코니퀸즈’, ‘엘루체’, ‘릴리움커피’, ‘엘루체’ 등 저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 등으로 낭만 고객을 유혹한다.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호수베이커리 카페’는 바로 석촌호수 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천연 발효 빵과 풍성한 샐러드가 나오는 호수샐러드(1만 4000원)가 유명하다. 또 ‘드라페’는 1만 2000원에서 2만 5000원 사이에서 브런치나 스파게티,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외테라스도 좋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동호 쪽 송파관광정보센터 1층에 있는 ‘J카페앤 레스토랑’도 석촌호수의 가을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페 쪽에선 커피와 간단한 음료 등을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피자와 스파게티 등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은 1만 90000원에서 2만 50000원 선이다. 점심보다는 석촌호수의 가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저녁을 추천한다. 피규어 카페로 유명한 ‘고고스’도 가볼 만하다. 아이언맨과 배트맨, 헐크 등 대형 피규어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피규어 등이 가득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커피와 간단한 핫도그(7000원대)를 즐길 수 있다. ●200여개 음식점 밀집한 ‘방이먹자골목’ 방이먹자골목도 들러볼 만하다. 450m 거리 양편과 사이 골목 등에 음식점 2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일식부터 ‘신선설농탕’ 등 유명 식당 체인과 크고 작은 술집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쌀쌀해진 가을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기 ‘딱’이다. 크고 작은 식당이 많지만 같은 자리에서 19년째 순댓국을 파는 ‘한양 순대국집’은 테이블 6개의 작은 식당이지만 국물 맛이 끝내 준다. 큼지막하게 자른 머리 고기 등도 푸짐하다. 순댓국 7000원. 먹자골목 뒤편에 있는 ‘송파 생태전문’의 시원한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한소끔 끓이면 주인장이 기술 좋게 뼈를 발라내 준다. 생태, 대구탕 각각 1만 2000원. 동태탕 7000원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불안한 어린이집 예산… 유치원 갈아타기

    불안한 어린이집 예산… 유치원 갈아타기

    서울 마포구의 한 어린이집에 6세, 3세 자녀를 보내는 최모(38·여)씨는 요즘 틈만 나면 인근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대기 인원을 확인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보육료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부터다. 그는 “아이를 보내는 현재 어린이집이 맘에 들지만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내년부터 매월 45만원에 이르는 돈을 내야 해 이참에 유치원으로 옮기려 한다”면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최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자녀를 옮기는 이른바 ‘갈아타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피해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10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17개 교육청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해 진보성향 교육감이 이끄는 13개 교육청과 중도로 분류되는 대전시교육청 등 모두 14개 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비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누리과정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5459억원 전액을 편성하지 않았다. 14개 교육청은 “유치원은 시·도교육청 소관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할이고 국가시책 사업이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부는 지난 5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시·도교육감의 의무라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난해에도 중앙정부와 지역 교육청의 갈등이 이어지다 교육청들에 지방채를 발행해 예산을 충당하게 하고, 이를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하면서 가까스로 봉합했다. 하지만 올해 또 갈등이 빚어지면서 교육청들이 아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자체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간 갈등 속에 유치원을 찾는 문의전화도 많아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교육감들이 내년도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기를 신청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은 변칙적인 방법을 쓰기도 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다음달 초부터 대기자를 받지 않는 대신 유치원 홈페이지에 공지글을 올리고 여기에 댓글을 먼저 다는 순서로 원아들의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내년도 유치원 신입생 원아모집 경쟁률도 사상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립보다 인기가 높은 공립 유치원은 지금도 경쟁률이 수십대1에 이른다. 가뜩이나 재정에 곤란을 겪는 어린이집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공방이 지난해처럼 국회로 넘어간 가운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육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저장성-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저장성浙江省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저장성-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저장성浙江省

    중국 최고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저장성절강성, 浙江省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항저우항주, 抗州의 서호西湖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용정차龍井茶밭 그리고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쑤이창수창, 遂昌의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는 귀족문화로 대표되는 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중국 7대 고도 중 하나이자 중국국가여유국과 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중국 최우수 관광 도시’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미인을 닮은 서호 항저우가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서호와 용정차밭이 있기 때문이다. 항저우 지도를 살펴보면 번화가 서쪽에 서호가 자리하고 있다. 용정차밭은 서호의 서쪽에 펼쳐져 있어 서호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도심과 전원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서호는 항저우 서쪽을 말하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처럼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호수다. 서호의 북쪽 보석산에는 보숙탑이, 남동쪽 오산에는 성황각이, 남쪽에는 뇌봉탑이 랜드마크처럼 펼쳐져 있다. 서호 동편은 중심가와 맞닿아 있으며 음악분수와 저장성박물관, 서호천지, 나루터가 이곳에 몰려 있다. 소동파蘇東坡와 백거이白居易같이 문장력이 뛰어났던 문인들이 아니더라도 서호를 거닐면 저절로 시인이 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제방과 단교를 찬찬히 거닐면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낭만적인 기분이 샘솟는 곳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런 서호의 인상을 종합공연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 <인상서호印象西湖>다. 이 작품은 장예모張藝謨, 왕조가王潮歌, 번약樊躍 3인의 공동 연출 작품. 장예모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연인>, <영웅>, <붉은수수밭> 등의 영화와 오페라 <투란도트> 등 야외공연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다. 음악에는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거장 기타로가 참여해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인상서호> 공연은 극장에서 상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호의 수면 위가 무대고 서호의 풍경이 그대로 극의 배경이 된다. 무대는 밤에만 나타난다. 환경보호를 위해 수축계단형 관중석을 설치해 낮에는 공연장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공연은 중국 전통 설화인 ‘백사전’을 뼈대로 서호 문화를 응축하고 있다. ‘백사전’은 인간이 되고픈 백사 ‘백소정’과 서생 허선이 서호 단교잔설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세속적인 벽에 부딪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백사전’은 왕조현과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 <청사>로도 제작돼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황제의 차, 서호용정西湖龍井 중국차의 대명사이기도 한 용정차는 항저우 용정마을에서 생산된다. 용정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차의 품질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황제에게 진상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내려와 용정차를 즐겼던 청나라 건륭황제는 차를 구별해내고 물을 구별해내는 전문적 식견을 자랑했으며 용정차가 유명해지는 데 일조했다. 도시 사람들은 휴일이면 용정마을을 찾아 가정식 요리를 즐긴다. 전원을 벗 삼아 차를 마시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한다. 농가에서는 일반 방문객을 대상으로 차와 식사를 판매한다. 따로 주방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 먹던 요리나 별미를 만들어서 내놓는다. 서구화된 도시 음식과 다른 담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용정마을에는 찻잎박물관이 있어 중국 전 지역의 찻잎을 관찰할 수 있다. 모두 ‘차’라고 부르지만 토질에 따라, 기후에 따라 찻잎 모양이 다르다. 차의 역사나 문화를 알게 되는 것도 즐겁지만,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모양의 차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용정차를 맛있게 해주는 호포천 용정마을 옆에 위치한 매가오梅家塢 마을은 외지인들의 방문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매가오 마을은 검정 지붕과 하얀 벽의 집들이 이어져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고급 승용차와 대형 관광버스 등을 볼 수 있는데, 외지인들이 찾아와 농가 요리를 즐기거나 차를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차 맛을 이야기할 때 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항저우에서는 서호용정차를 가장 맛있게 해주는 물로 ‘호포천虎砲泉’을 꼽는다. 한 승려가 절을 세우려고 했으나 물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꿈 속에 두 마리 호랑이가 나타나 땅을 파니 샘이 솟았다는 전설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호포천으로 향하다 보면 ‘천하제삼천天下第三泉’이라고 쓰여진 벽을 보게 되는데, 호포천에 천하제삼천의 등급을 부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청나라 건륭황제이다. 그는 일찍이 중국의 많고 많은 물들을 평가했는데 천하제일천으로 베이징 옥천玉泉, 지난의 박돌천?突泉, 천하제이천으로 전장 중랭천中冷泉, 천하제삼천으로 항저우 호포천, 우시의 혜산천惠山泉을 꼽았다. 물의 밀도가 높아서 동전도 뜰 정도다. 건륭 황제가 차를 마시는 모습을 그린 그림 앞에는 호포천 물에 직접 동전을 띄워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태극다관에서 주전자 묘기도 중국에서 차 음용은 일찍이 전설 속 신농씨가 등장하는 고대 삼황오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과 같이 차 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게 된 것은 청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상업이 발달하고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다관이 발달한 것.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강남의 부가 집중되는 항저우는 다관 문화가 매우 번창했다. 오산광장 앞 하방가河坊街는 청나라 때 상점들이 번성했던 곳으로 오늘날도 청나라 시절의 전통 가옥이나 근대시기에 세워진 유럽풍 건물들이 이색적이고 멋스럽다. 골동품이나 치파오 등을 취급하는 상점뿐 아니라, 수백 년 이상 된 전통 상점에서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7대째 운영되고 있는 하방가 ‘태극다관’은 현재 정씨 집안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의 물건들을 잘 보존해 소규모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차를 마시는 방문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 하나 태극다관의 재미는 사람 팔 길이보다 긴 주둥이가 달린 찻물 주전자 묘기. 청나라 복장을 한 점원이 기술을 선보이는데 멀리서 따르는데도 물 한 방울 안 흘릴 뿐 아니라 다양한 포즈까지 취해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여유 있는 물의 도시, 시탕서당, 西塘 저장성에는 항저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남 6대 물의 도시 중 하나인 시탕이 있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로 대도시의 현란함과 번잡함 대신 여유와 푸근함이 천년 수로를 따라 흐른다. 시탕의 물길은 춘추전국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접경지역이었던 탓에 양국이 시탕을 두고 서로 견제하면서 교역한 역사가 있다. 이후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이 늘고 수로를 중심으로 거리 곳곳에 건물들이 들어섰다. 당시의 수로마을 구획이나 건축양식이 양호하게 보존돼 있어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탕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속도감과 박진감 때문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마지막 장면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타고부터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시탕은 일약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탕은 느린 매력이 있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뱃사공은 빠른 손놀림으로 종착지까지 서둘러 가려 하기보다는 기꺼이 젓던 노를 여행객에게 내어주는 여유를 지녔다. 외지인들의 호들갑에는 무신경한 듯 수로 양옆 보도에는 옷가지가 햇볕을 쬔다. 후덕하고 수수하니 이맛살 찌푸릴 일 없고 경계할 필요도 없다. 시탕의 3대 명물은 농당弄堂과 랑붕廊棚 그리고 다리다. 농당은 마을 깊숙이 들어간 좁다랗고 아늑한 민가의 골목길로 시탕 곳곳에서 길고 짧은 여러 종류의 골목을 만날 수 있다. 랑붕은 지붕이 있는 복도를 말하는 것으로 수로 양옆으로 길게 조성되어 있다. 비가 많은 강남 지역 특성상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수로의 굴곡을 따라 굽이굽이, 혹은 일직선으로 조성돼 있어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 크루즈가 쏜살같이 내달렸던 길이 바로 랑붕이다. 마지막으로 다리. 시탕에는 가로, 세로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100여 개의 다리가 있다. 역사가 오래된 석교의 경우 송·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탕 수로변에서 랑붕을 걷고 다리를 건너고 골목길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시탕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꾸밈없이 고운 얼굴, 쑤이창 저장성의 아름다운 곳으로 쑤이창을 빼놓을 수 없다. 항저우가 화려한 여인이라면 쑤이창은 수줍은 여인이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쑤이창현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703개나 솟아 있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꼿꼿한 대나무 무성한 산자락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아찔한 폭포 줄기, 그 아래로 계단식 논밭이 그림처럼 포개진다. 쑤이창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남첨암풍경구南尖岩風景區. 저장성 최초의 생태여행시범구이자 문명풍경여행구역,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공동으로 지정한 국제민속촬영창작기지, 저장성 5A급 삼림여행지이자 국가 4A급 풍경구 등, 남첨암풍경구는 수많은 훈장을 달고 있다. 남쪽에 있는 산봉우리가 뾰족해서 ‘남첨암’이라 했다. 수직절리가 갈라져 형성된 거대한 천주봉과 그 맞은편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천장암은 올려다보기에도 고개가 아플 정도로 가파르고 아찔하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많은 비가 내리고 마르지 않는 폭포가 있으니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다. 기이한 형태의 운해와 계단식 논밭 위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안개는 남첨암풍경구 특유의 경관이다. 산 좋고 물 좋은 저장성. 낭만의 도시 항저우를 출발해 물의 도시 시탕, 아련한 동양화 한 폭이 펼쳐진 쑤이창까지 여행길을 돌아보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글의 제목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 이외의 모든 한자는 번체자를 사용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Airline인천-항저우, 부산-항저우 등 직항이 운항되고 있다. 인천-항저우 노선은 중국국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1회씩 왕복한다. 항저우는 상하이에서 버스나 일반 기차로 2시간 거리로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 20여 분이면 도착한다. TIP음식 | 항저우는 동파육의 본고장이다. 이곳의 관리로 근무했던 소동파가 즐겨 먹던 음식으로 간장을 이용한 달콤한 소스가 발달한 강남 지역 요리의 특색을 잘 살렸다. 항저우의 용정차와 새우를 함께 볶은 용정하인龍井蝦仁과 서호의 이름을 붙인 서호초어西湖醋魚도 추천한다. 날씨 | 여름에는 매우 무더운 반면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다. 비 내리는 날도, 강우량도 많은 편이니 저장성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날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상서호 www.hzyxxh.com, 항저우여유국 www.gotohz.gov.cn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채지형 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트래비CB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고척돔 ‘퍼펙트’ 집들이

    고척돔 ‘퍼펙트’ 집들이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이 국내 최초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역사적인 첫 공식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4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와의 1차전에서 6-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에서 치러진 첫 공식 경기라 기쁨이 더욱 컸다. 또 오는 8일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를 앞두고 투타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높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이후 7년 만에 만난 쿠바에 다시 한번 매운맛을 보여줬다. 선발 김광현(SK)은 1회 선두 타자 마르티네즈와 다음 유니에스키 구리엘을 각각 2루와 3루 땅볼로 잘 처리했다. 그러나 3번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고척돔 첫 안타의 영광을 내줬다. 4번 데스파이그네를 3루 땅볼로 잘 잡고 이닝을 마친 김광현은 3회까지 삼진 2개를 잡고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임무를 완수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대은(지바롯데)은 한층 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7회까지 4이닝 동안 12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최고 153㎞의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 3개를 뽑아내는 등 아마추어 최강이라는 쿠바 타선을 힘으로 억눌렀다. 승리투수가 된 이대은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 영예도 안았다. 이대은은 “경기 전에는 떨렸으나 마운드에 올라가니 긴장이 풀렸다. 포수 강민호 선배의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8회에는 정우람(SK)이 나와 삼자범퇴로 틀어막았고 9회에는 조무근(kt)과 임창민(NC)이 등판해 영봉승을 완성했다. 이날 출전한 5명의 투수가 허용한 안타는 4개에 불과하며 볼넷은 하나도 없다. 타선도 장단 12안타를 터뜨리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1회 2사에서 김현수(두산)가 좌측 선상을 흐르는 2루타로 고척돔에서의 한국인 첫 안타 주인공이 됐다. 박병호(넥센)가 고의사구를 얻어 1·2루 찬스가 이어졌고 손아섭(롯데)이 중전안타로 김현수를 불러들였다. 고척돔에서 나온 첫 타점과 득점이었다. 대표팀은 이후에도 나성범(NC)의 적시타와 강민호(롯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회에만 석 점을 얻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2~4회 침묵한 타선은 5회 추가점을 냈다. 선두타자 김현수가 2루타를 쳐 다시 포문을 열었고, 박병호의 뜬공 때 3루까지 간 뒤 폭투를 틈타 홈을 밟았다. 6회에는 이용규(한화)의 볼넷과 정근우(한화), 민병헌(두산)의 연속 안타, 상대 실책을 묶어 두 점을 더 뽑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반세기 넘게 밤바다 길잡이 역할을 해오는 강원 동해시 ‘묵호 등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푸른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벽화마을과 펜션, 카페촌까지 어우러져 연인과 가족동반 맞춤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묵호 등대가 관광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당시는 전망 좋은 곳에 있는 등대들이 앞다투어 해양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였다. 묵호 등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변신했다. 묵호 등대는 지금도 밤이면 불빛을 밝히며 등대 본연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 낮에는 관광객들에게 고스란히 속살을 공개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묵호항에서 울릉도를 최단거리로 정기 운항하는 배편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더 몰리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등대 입구에는 쉼터 광장을 만들어 관광객과 시민들 누구나 찾아가 바다를 보고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등대 외벽과 광장 곳곳에는 각종 조각상을 전시하고 시를 새겨놔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첫 신체시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전문이 초입에 새겨져 관광객들에게 역동적인 동해의 의미도 알려 주고 있다. 등대 내부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 벽면에는 우리나라 유명 유인 등대를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고 동서남북 구분 없이 둥글게 터 놓은 유리 전망대에 오르면 묵호항과 동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석처럼 눈부시고, 흐린 날에는 감청색으로 변한 바다가 깊은 맛을 낸다. 등대 내부는 저녁 시간에는 고유의 등대 역할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등대 앞 쉼터광장에서는 밤바다와 불켜진 어항, 가로등 켜진 마을의 밤거리 모습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10여년 전부터 등대마을 주변에 조성한 벽화가 또 다른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묵호항에서 등대로 오르는 골목길 4갈래 길옆 담에 그려 놓은 벽화들이 추억의 걷기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옛 묵호항의 모습부터 오줌 누는 강아지 모습, 주요 생활도구였던 리어카, 봇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 할머니, 구멍가게 모습 등 40~50년 전 어항주변 달동네 마을의 옛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주고 있다. 마을의 옛이야기와 모습을 벽화로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이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연인과 가족동반 관광객들은 이런 그림을 보기 위해 골목마다 10여분씩, 40~50분에 걸쳐 걸어서 오르내린다. 벽화만 감상하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곳곳에 기념사진 찍는 곳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은 입간판도 세워 놓았다. 마을이름도 등대마을에서 아예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불려지고 있다. 골목을 오르다 등대와 인접한 언덕 마을 정상쯤에 있는 집들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정집을 커피숍과 펜션으로 꾸며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골목 정상에 옹기종기 작은 간판을 내걸고 개업한 서너 평씩의 아담한 커피숍들은 바닷가로 통유리를 내고 손님을 맞는다. 아예 작은 옥상에도 테이블을 놓고 야외 커피숍을 차린 곳도 있다. 이웃집 지붕과 지붕이 손만 뻗으면 잡히고 골목길 모퉁이 모퉁이마다 앙증맞은 입간판이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매달려 분위기를 더한다. 작은 꽃 화분과 소품들까지 작은 카페에 어울리는 물건 하나하나가 정겹다. 마을 정상에 개업한 커피숍만 6곳, 펜션은 10곳이 넘는다. 김태욱 동해시 관광과 주무관은 “항구 주변이 아늑한 만(灣)으로 둘러싸여 잔잔한 바다 모습이 좋고 부서지는 파도와 먼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곳”이라면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등대와 마을의 풍광이 뛰어나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1968년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고, 최근에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찍은 장소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며 인접한 골짜기에는 길이 30m 남짓 되는 출렁다리도 설치했다. 구불구불 난 벽화 골목길을 오르고, 등대에서 바다를 조망한 뒤 작은 밭둑 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닷가 옛 시골마을을 산책 나 온 듯하다. 이렇게 등대가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지난해에만 21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았다. 2~3년 전부터 해마다 20% 이상씩 관광객들이 늘고 있어 주변 마을 사람들도 반기고 있다. 벽화마을 아래 항구 쪽에는 어항을 끼고 있어 횟집들이 많다.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횟집들이 어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회로 떠 손님상에 내고 있다. 사계절 달리 잡히는 고기들이 동해안의 다양한 바닷고기를 맛볼 수 있게 한다. 횟집 등은 바다를 끼고 난 해안선 도로를 따라 동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등대, 벽화마을을 찾아 걷기에 나섰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또 다른 먹거리 명소가 되고 있다. 추억의 장소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더 올 수 있도록 지난 8월에는 등대 앞에 ‘행복 플러스 우체통’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우편엽서를 써 넣으면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다. 설치 한 달 만인 지난달에만 400여통이 쌓여 벌써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동해시는 아예 올해 말까지 묵호등대마을 정비를 더 진척시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낙후된 등대마을에 벽화를 더 늘려 그려 넣고 마을 곳곳의 공터에는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더불어 쉴 수 있는 ‘쌈지 쉼터’를 만들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갤러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오징어가 한창 많이 잡힐 때 어부들이 머물던 임시 판잣집들을 살려 볼거리로 만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주민 소득으로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마을 공터 곳곳에는 작은 카페와 지역특산품,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지역소득지원시설도 짓기로 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1962년 주민들이 지게와 대야로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직접 나르며 고생해 세운 묵호 등대가 5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이제는 지역을 살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묵호항이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여객 관광항으로 자리잡고 등대와 주변 마을도 스토리텔링, 지역상품 브랜드, 향토 음식과 지역축제, 마을기업 설립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해 묵호지역의 소프트 파워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독박(讀博) 육아일기](31) 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아이를 세 명은 낳겠다고 말하곤 했다. 세 자매 중 첫째로 자랐다 보니 형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막둥이를 키우며 부모님이 즐거워하셨던 모습도 강하게 남았다. 나를 닮은 자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것 같고, 가족 사진도 다섯 명이 있으면 알차 보이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일을 하면서 셋을 낳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상황을 봐서 두 명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은 모르고 막연한 환상만 가득했던 계획이었다. 어쩌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너무 버겁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생각하면 둘이고 셋이고 많을 수록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한 명 제대로 키워내는 것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이를 셋 낳겠다고 장담했던 것은 2006년 무렵부터였다. 그 때 나는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자 공부하는 내용의 핵심 과제였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이었다.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며 내가 엄마가 될 즈음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나 역시 세 명을 낳아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그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숫자는 1.21로 소수점 뒷자리의 순서만 바꼈다. 약 100조원의 돈을 투자했는데도 좋아진 게 없다는 비판이 여당에서도 나온다. 오히려 달라진 것은 나였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책으로 배웠던 저출산 대책들이 이제 생활이 되었다. 한 줄 한 줄 피부에 와닿는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 영향을 받아 출산을 결정하거나 자녀 계획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은 10년 전 학생으로 지켜보던 것보다 더 가혹해졌다. 나는 이제 아이 셋은커녕 하나를 겨우 키우면서도 과연 이 상태로 언제까지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외줄을 타는 처지가 됐다. 정부가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담당 분야를 깊이 취재한 기자도 아니고, 그냥 두 살배기 아이의 엄마로서 접했다. 열심히 만드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일단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억울했고 안타까웠고, 또 막막해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작은 기대들이 무너지는 듯해 슬프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이런 감정들을 느꼈는지, 부모님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직장맘으로서 간절하게 몇 가지만 알리고 싶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보육’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정부에서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양육수당을 주거나 어린이집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단 몇 푼이라도 돈을 주는데 도움이 안 될 리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 비용을 매달 40만 6000원(만 0세 기준)이나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40만 6000원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6시간 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어린이집들이 “아이가 머물기에 적당한 시간”이라며 권장한 시간이다. 조금 더 보내는 엄마들도 오전 9시~오후 5시 전후일 뿐이다. 조금 더 보내자니 눈치가 보인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박봉을 받으며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아는 데다 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분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실시한다면서 “종일반 위주의 어린이집 운영이 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현실과 다른 이야기다. 정부에서 말하는 종일반이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그런데 이렇게 12시간을 꽉 채워 보내는 부모를 아예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문을 여는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12시간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우리 동네에 딱 한 군데, 사회복지법인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뿐이다. 문을 열더라도 어린 아이가 한 곳에 12시간이나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때문에 엄마들이 잘 보내지도 않는다. 아무튼 어린이집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은 ‘반일반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나는 친정이나 시부모님의 양육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비시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출퇴근형 160~180만원, 입주형 200만원 이상. 이 비용을 댈 수 없어서 어린이집에 6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출퇴근 시간을 합쳐 6~7시간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로 등하원 도우미 겸 시터를 구했다. 아이를 ‘잘’ 봐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워낙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에 시급은 1만원 안팎으로 월 100만원대 급여를 드린다. 때마다 선물도 하고 과일이나 명절 떡값 정도도 챙긴다. 그걸 따지지 않더라도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벌써 15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매달 내면서도 혹시 한 달에 두어 번 회식이 생기면 남편과 서로 시간을 조절하고 혹시 일정이 안 맞으면 이모님에게 아주 간곡히 사정을 해가며 한 두시간을 더 봐달라고 부탁한다. 공휴일이나 ‘샌드위치’ 휴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주중에 있는 달력의 빨간 숫자가 아주 달갑지 않다.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을 때,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에도 아이가 아픈 것보다도 어린이집을 못 보내게 되는 것을 걱정하게 되는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없이 짜증이 났다. 그나마 재택야근이 가능한 부서에 있어서 지금은 매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게 살면서 월급의 절반 이하를 이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의 먹을 것을 비롯해 생활비로 쓴다. 책이나 장난감은 주로 중고를 산다. 남편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아파트 전세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쓴다. 지난해 이사한 서울 변두리의 아파트는 1년 사이 전세가가 1억 원이 올랐다. 결혼할 때는 당연히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맞벌이니 둘이 열심히 벌고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출발선부터 뒤쳐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그걸 따라잡을 엄두조차 안 난다. 이런 상황에서 40만 6000원은 매우 감사한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좀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시설을 만들면 되고, 교사를 더욱 늘리면 되고, 교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드니까 이런 문제는 잘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차라리 40만 6000원을 안 받아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시간 만큼, 정말로 믿고 의지하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생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대신 사설 놀이학교 등을 보내는 엄마들도 많다. 돈을 내는 만큼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다. 예전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최선일 거라고 생각도 했고, 지금도 서울 광화문 인근 기업의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수요 조사를 실시해 보면 “이용하겠다”는 의사가 적다고 한다. 결국 “가뜩이나 돈도 많이 들고 성가실 게 뻔한데, 정작 직원들도 원하지 않더라”는 말로 어린이집 설치가 무산되는 듯 하다. 이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도 함께 준비를 시키고 시내까지 데리고 나오는 자체도 간단치 않은 일이라서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그게 아닌 엄마들은 매일 아이를 데리고 출근길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차라리 아쉬운 대로 부모님에게 아이를 밀어넣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규모가 매우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직장 내 어린이집 시설을 갖추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시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인력과 프로그램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 회사의 힘으로 어렵다면 여러 회사들이 힘을 모아서, 아니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별, 권역별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면 좋겠다. 이렇게 회사들이 많이 모인 광화문에 직장 연합 어린이집, 신문사 연합 어린이집 같은 게 생기면 얼마나 좋을지 꿈을 꿔본다. 내가 일하는 근처에서 아이가 지낼 수 있고, 일과 중 가끔씩이라도 아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는 출근길 고통 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랄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린이집이야 지원금도 나오고 시간을 정해 ‘봐주는’ 곳이니 일단 맡길 수는 있으니 말이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돈이다. 게다가 정규 시간이 오후 2시 안팎으로 끝난다. 이후에는 보충수업이나 특별활동 등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아이를 머물게 해야한다.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은 아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바늘구멍일 거다. 나는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말귀야 다 알아듣고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혼자 두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세상이다. 학교 수업이 12시, 1시에 끝나버리면 그 때부터는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다가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챙겨줄 ‘이모님’이라도 존재는 10년 가까이 옆에 둬야 하고, 그러면 계속 월급의 일부를 남에게 떼어주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기의 얼굴을 보며 나는 10년 안에 벌어질 이런 상황들이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면서 내놓은 여당의 아이디어다. “생각의 틀을 바꿔버리자”는 멋있는 제안을 하더니 대뜸 학제를 개편하자니. 아이의 입학 연령을 낮춰서 입직 연령을 앞당기자는 거였다. “아이가 일찍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의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억울함마저 들었다. 모두가 나처럼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게 아니었구나, 아이를 단 한 시간도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구나. 다들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아이를 잘 키웠나보다, 허무했다. 직장맘의 가장 큰 고비가 두 차례라고 들었다. 내 생각도 다름 없다. 첫 번째는 아이를 낳아 육아휴직을 한 뒤 복직을 하기 직전, 12개월 전후다. 핏덩이 같은 젖먹이를 떼어놓고 회사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어미의 심정을 과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정부에서 전업주부들더러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라면서 “가정 양육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직장맘들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중요하다던 36개월까지 휴직 기간을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직장맘들은 돌쟁이들을 매몰차게 놔두고 자기 일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만들고, 전업주부들은 “할 일 없이 놀면서 애도 안 보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한심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겨우 1년 3개월 동안 출산+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면 그렇게도 온갖 눈치를 주면서 겨우 복직을 하면 “애 보기 싫어서 일하러 나왔다”, “잘 쉬다 왔냐”고 수근거리기도 한다. 두 번째 고비가 초등학교 입학 전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보육’의 울타리가 사라진다. 학교마다 방과후 교실이나 돌봄교실이 만들어진 것은 안다. 그래봐야 오후 5시까지다. 지역 아동돌봄센터든 학원이든 아무튼 계속 아이를 어디론가 보내야 한다. 현재 만 6세 아이들도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아기나 다름 없다.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참다가 긴장하면 바지에 오줌을 싸기도 하는 나이다. 돈 개념도 아직 없어서 아이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조심스러운 나이다. 그런데 만 5세를 초등학교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를 보내 놓은 시간 동안 일을 한다 해도 겨우 몇 시간, 파트타임일 뿐이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에 치어가며 힘들게 공부를 하며 자라야 하는 아이다. 여자 아이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늘 불안해 하며 노심초사할 것이고, 혹시나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요즘에는 SNS를 통해서 눈에 띄지 않는 폭력도 허다하다는데 과연 내 아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정말 말 그대로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는 이 곳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이 험난한 세상에 1, 2년 더 빨리 뛰어들고, 더 빨리 경쟁해서 어떻게든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니. 화가 난다. 보육 문제를 통틀어 가장 바꿔야할 것은 사실 너무 근본적인 문제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한 달에서 3개월로 늘리고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내용은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 왜 꼭 아빠가 일을 쉬어야지만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이건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보육 문제가 이토록 해결할 수 없는 고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바로 ‘일’에 대한 전반적 분위기 때문이다. 오후 6~7시에 집에 도착할 수 있는 퇴근시간을 가진 직장이라면 더 이상 하원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의 어린이집 일과 시간에 맞춰 일을 하도록 해주면 월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안 써도 된다. 꼭 근무시간이 길어야만 일을 열심히, 잘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는 사회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키우는데 긴 근무시간 만큼 ,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다. 이 자체로도 모순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와 남편, 두 사람이 사랑하는 아이를 한 명 낳았는데 도저히 둘의 힘만으로는 키울 수가 없다. 친정이든 시댁이든 부모님이나 남의 도움을 꼭 더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철이 없는 게 아닌가. 몇 달 전, 내가 쓰는 글을 읽고 한 40대 독자가 보내주신 메일에서 나는 눈물이 쏟아졌다. “저보다 한참 어린 기자님의 삶이 저의 지난 삶과 너무 비슷해서,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일하는 엄마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예전의 상황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딸 가진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네요” 나는 10년 뒤 또 다른 직장맘 후배에게 이런 연민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30년 남짓 뒤, 내 딸이 엄마가 되는 시간까지. 나의 눈물과 불안함은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 (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 (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 ▶1회부터 2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길섶에서] 연탄불/이동구 논설위원

    가을비가 그치면 찬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따뜻한 구들목이 떠오른다. 장작불만은 못 해도 연탄불에 한나절 데워진 온돌방의 아랫목은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평안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월동 준비로 김장과 함께 연탄을 집집마다 가득가득 채워 놓느라 분주했다. 하루 2장씩 잡아 200장 이상은 장만해야 온 겨울을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이 연탄이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어 반갑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웬만한 도시마다 이웃들에게 연탄을 배달해 주는 봉사활동이 한창이다. 어느 시구처럼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같은 삶들이 있어 그나마 남아 있는 사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요즘은 도심에서도 연탄불을 자주 본다. 돼지갈비구이부터 생선, 조개구이에 이르기까지 연탄불을 이용한 맛집들이 많이 생겼다. 그리움에 대한 몸짓인지, 서서히 굽히는 불 맛에 대한 추억을 되찾으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용도야 어떻든 연탄불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데워 주고 있어 정겹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어린이집 찾아가는 10월 문화가 있는 날

    빨갛게 깊어 가는 문화의 달 10월, 문화의 색이 전국 곳곳에서 화려하게 덧입혀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올해 열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인 28일 총 156개 어린이집·유치원을 비롯해 고택·향교, 남이섬, 순천만 등 전국 곳곳에서 1972건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고 밝혔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동(洞)동(童)동(動) 문화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전국 156개 어린이집·유치원을 직접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지난달보다 확대됐다. 세종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어린이 구강 교육 뮤지컬 ‘팡이의 충치 소탕 작전’을, 인천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극단 민들레의 ‘돈도깨비’를 공연하는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가 찾아간다. 또한 고택과 향교 등 전통의 향기를 간직한 공간에 현대예술 감각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행사도 준비됐다. 강원 강릉시 선교장에서는 ‘힐링이 있는 팝스콘서트’, 영월군 주천고택 조견당에서는 ‘클래식에서 팝스까지 크로스오버 콘서트’가 열리며 충남 논산시 명재고택에서는 댄스팩토리의 ‘국악기의 재발견’, 전남 나주시 남파고택에서는 천우의 ‘연희융합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문화가 있는 날의 히트 상품인 ‘집들이 콘서트’는 소설가 김주영과 한복디자이너 이효재를 찾아간다. 김주영의 고향인 경북 청송군 집필실에서 북콘서트를 하고 이효재의 작업실인 서울 성북동 ‘효재’에서 국악인 ‘이자람밴드’가 공연을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어른들 보육료 싸움에 매년 애들만 볼모”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집단 휴가로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육아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보육예산 삭감과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편성을 둘러싼 충돌에 뿔난 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을 선언한 탓이다. 어린이집 말고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28∼30일 보육교사들이 연차 휴가를 동시에 사용해 사실상 휴원을 하는 방식의 비상 운영체제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집단휴원에는 전국 1만 4000여곳의 연합회 소속 민간 어린이집 중 1만여곳이 참가할 예정이다. 연합회 측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영아반(만 0∼2세) 보육료 지원단가를 3% 인상할 것처럼 발표했지만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보육료 지원단가가 동결됐다”며 “내년도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 예산 역시 편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쟁점 중 영아반의 보육료 인상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만, 누리과정 보육료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예산 편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집단 휴원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히며 민간 어린이집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어린이집들이 지난주 ‘교사 연차휴가 동시사용에 따른 희망보육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보내 희망자에 한해 대체 교사를 활용한 ‘통합보육’(연령대와 상관없이 아이들을 한 데 모아 보육하는 것) 계획을 공지했다. 워킹맘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원수 200만명이 넘는 네이버 육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나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 동안 아이 어떻게 하시나요?” 등 문의 글이 쇄도했다. 3세 아들을 둔 회사원 최모(34·여)씨는 “어린이집에서 휴원을 알리는 가정통신문과 함께 ‘희망보육동의서’를 보내왔지만 애를 보낸다고 해도 텅 빈 어린이집에 아이만 덩그러니 앉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아쉬운 대로 나보다 덜 바쁜 남편이 연차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여)씨는 “어린이집에 못가는 사흘 동안 애를 시부모님께 맡길 생각”이라면서도 “하루도 아니고 사흘을 맡기려니 시부모님들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보육 시설과 교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회사원 박모(37·여)씨는 “매년 비슷한 내용의 통신문을 받는데,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는 많이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아이를 돌보는 보육 시설에 대한 지원에 박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장인 박모(35·여)씨는 “솔직히 어린이집 파업은 나 같은 직장맘들한테 피해 입혀서 나라에 항의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어른들 싸움에 애들만 볼모로 잡혀 힘든 게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10월28일 문화의날... 어디갈래?

    10월28일 문화의날... 어디갈래?

     빨갛게 깊어 가는 문화의 달 10월, 문화의 색이 전국 곳곳에서 화려하게 덧입혀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올해 열 번째 문화가 있는 날인 28일 총 156개 어린이집·유치원을 비롯해 고택·향교, 남이섬, 순천만 등 전국 곳곳에서 1972건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고 밝혔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동(洞)동(童)동(動) 문화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전국 156개 어린이집·유치원을 직접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지난달보다 확대됐다. 세종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어린이 구강 교육 뮤지컬 ‘팡이의 충치 소탕 작전’을, 인천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극단 민들레의 ‘돈도깨비’를 공연하는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가 찾아간다.  또한 고택과 향교 등 전통의 향기를 간직한 공간에 현대예술 감각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행사도 준비됐다. 강원 강릉시 선교장에서는 ‘힐링이 있는 팝스콘서트’, 영월군 주천고택 조견당에서는 ‘클래식에서 팝스까지 크로스오버 콘서트’가 열리며 충남 논산시 명재고택에서는 댄스팩토리의 ‘국악기의 재발견’, 전남 나주시 남파고택에서는 천우의 ‘연희융합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문화가 있는 날의 히트 상품인 ‘집들이 콘서트’는 소설가 김주영과 한복디자이너 이효재를 찾아간다. 김주영의 고향인 경북 청송군 집필실에서 북콘서트를 하고 이효재의 작업실인 서울 성북동 ‘효재’에서 국악인 ‘이자람밴드’가 공연을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21개월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언제 다시 날지 모르는 빈자리를 얼른 채우느라 10개월짜리를 기관에 들여보냈다. 잊을 만하면 콧물을 달고 오고 놀다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어 오기도 한다. 그저께도 얼굴에 반창고가 붙여졌다. 아이들이야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상처를 내 오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 그러나 이번에도 풀 수 없는 속상함을 삼켰다. 남는 건 결국 자책감이다. ●어린이집 보내기 어려워… 태아 때 400번대 대기어린이집 이야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굳이 갑을 관계를 따지자면 나는 철저한 을(乙), 아니 ‘병’(丙)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엄마라서 그렇다. 작은 불만 정도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린이집이 아니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당장 어린이집을 옮길 수도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대하는 시선은 늘 복잡하다. 그저 무한한 신뢰감으로, 내 아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짝 경계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 나 대신 아이를 잘 돌봐 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공휴일이 다가오거나 아이가 아프게 되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복잡한 시선은 어린이집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임신을 해서 태명으로 어린이집 대기를 걸면서 ‘저출산 국가라면서 왜 이렇게 어린이집 보내기가 어려운 것인가’ 불만이 처음 생겼다. 입소 1순위인 맞벌이인데도 뱃속 아기의 대기 번호가 400번대였던 탓이다. 그마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다시 대기를 올려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아기가 5개월 때 걸어 둔 어린이집은 200번대로 시작했다. 이번 주에 58번까지 당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어린이집 국공립 비중 5.7%뿐… 훨씬 많아져야 정말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아니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100번대 대기번호를 기다려야 하는 곳은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민간어린이집(1만 4822곳·33.89%)이었다. 내가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처럼 지금도 가정어린이집 중에는 상담을 받으면 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 데나 보내면 되지 왜 굳이 국공립어린이집을 고집하느냐. 일하는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눈치를 덜 보고 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지금은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오전 10시에 등원시켜서 오후 4시에 데려온다. 나의 출퇴근 시간과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는 시간이라 등하원을 도와주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고용한다. 나는 직장맘이니 내 아이만 더 늦게까지 봐 달라고 말이야 해 볼 순 있다. 그래 봐야 오후 6~7시까지인데 그걸로도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어떻게든 그 시간까지 계속 근무를 해 달라고 하기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무겁다는 것도 내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이미 절감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고 인증받은 기관에서 위탁해서 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이라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오후 8시가 될 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집 앞 국공립어린이집은 특히 이 환상을 키워 준다. ●보육료 지원 축소 정부정책 엄마들 바람과 딴판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 정원은 평균 58.8명인데 교사 수는 7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공립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교사가 7~9명이었고 민간, 가정어린이집은 4~6명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 교사의 90%가 담임교사를 맡았다. 담임교사들은 평균 오전 9시 16분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6시 50분까지 일했다. 평균 근무시간이 9시간 34분이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평균 기본급은 147만 8000원이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180만 1000원이었지만 민간은 127만원, 가정은 113만 8000원을 받았다. 일의 강도는 숫자로 표기할 수도 없다. 나는 내 자식 한 명 밥 먹이고 하루 종일 놀아 주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은데, 저마다 특성이 다른 아이들 여럿을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일을 10시간 가까이 하는 보육교사들이 120만원도 못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보육교사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직장인인데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수월하게 일하는 편이 내 아이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보육정책이 움직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영유아보육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조 1377억 200만원이던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 예산은 내년도 2조 9617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업주부는 12시간 종일반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6~8시간만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하겠단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이 20% 줄어 예산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정작 현실에서는 맞벌이인 나조차 12시간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을 꿈도 못 꿔 봤다. 12시간 동안 문을 안 열기 때문에 어린이집들이 권장한 ‘오전 10시~오후 4시’ 등원 시간을 최대치로 여기고 보내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꽉 채워 보낼 수 있는 시설은 국공립이나 일부 규모가 큰 어린이집뿐이다. 당연히 전업주부들도 12시간은 아예 보내지도 않는다. 지금도 6~7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또다시 전업주부와 직장맘들의 편 가르기에 나섰다. 오히려 오후 4시 이전에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우르르 하원하게 되면 내 아이를 비롯한 겨우 2~3명의 아이들만 눈칫밥을 먹게 된다. 그럼 나는 여전히 등하원 도우미에게 의지해 내 아이를 일찍 하원시킬 것이다. 엄마로서 느끼는 진짜 문제는 ‘전업주부’가 아니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어린이집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민간·가정어린이집도 전업주부나 직장맘의 비율과 관계없이 모두가 운영 시간을 지키도록 바뀐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보육교사들을 더 많이 충원해야 한다.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한 사람이 12시간씩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그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만 날 것이다. 대체교사, 야간교사 등 교대 근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월급도 훨씬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점심 식사도 쪼그리고 앉아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환경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야간·대체 교사 도입 필요 보육교사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육아 전문가다. 아이 보는 일이라고 하찮고 쉬운 일로 여겨져선 안 된다.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들을 이기적이라고 낙인찍고 죄인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한다면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워 가는 것이 진짜 맞춤형 보육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래야 정부에서 그토록 외치는 ‘일과 가정의 양립’도 가능하다. 하지만 갈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baikyoon@seoul.co.kr
  • ‘임’ 마중 나선 길… 얼굴이 붉어지다

    ‘임’ 마중 나선 길… 얼굴이 붉어지다

    길은 대개 과정일 뿐 여행 자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길 스스로 목적지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특히 단풍철에 그렇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단풍 절승지로 꼽히는 곳들은 거개가 산자락 깊숙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곳은 자가용으로 돌아보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요즘 같은 단풍철엔 당연히 차들이 밀릴 겁니다. 그렇다고 자연이 벌이는 색채의 축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가을로 들어선 길들을 짚어 봤습니다. 44번, 46번, 56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설악산, 한계령 등 강원의 단풍 명소들을 휘휘 돌아봤습니다. 그 길의 끝은 모두 바다입니다. 단풍 못지않게 고운 동해 바다의 별빛도 가슴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답니다. ① 옛 미시령 휴게소에서 굽어본 풍경. 설악의 산군들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56번 지방도에서 벗어나 ‘미시령 옛길’로 접어들어야 이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② 흰 수피의 자작나무들이 순백의 세상을 펼쳐 놓은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11월부터는 입산이 통제된다. ③ 밤에 찾은 양양 낙산해변. 총총 뜬 별이 단풍만큼이나 곱다. ④ 단풍으로 이름난 화암사. 절집 앞은 수바위다. 길가 풍경은 철따라 달라진다. 세상에 둘도 없는 경승지를 지나는 길이라도 느낌이 각별해지는 때는 분명 있다. 그래서 저마다 가슴에 길 하나 둘 정도는 새겨 두게 마련이다. 언젠가 꼭 찾을 거라 기약하며 말이다. 44번 국도가 그렇다. 경기 양평에서 시작해 강원 홍천·인제 등을 거친 뒤, 한계령을 넘어 양양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특히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으로 가슴 저린 풍경을 선사한다. 총길이는 얼추 137㎞. 마음먹고 달리면 4시간 안팎에 주파할 수 있지만, 풍경 보며 가자면 1박 2일로도 부족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주말이면 차들로 몸살을 앓는 양평 구간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도 밀리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다. 동홍천 나들목을 나와 속초·인제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곧 44번 국도다. 여기서 한계 삼거리까지 왕복 4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인제를 지나는 동안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꼭 들러야 한다. 새하얀 수피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38선휴게소 지난 뒤 인제38대교 못미처 오른쪽으로 원대리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작은 길이라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니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갈림길에서 원대리 자작나무숲까지는 8㎞쯤 떨어져 있다. 숲의 공식 명칭은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규모로 25㏊(약 7만 6000평) 산자락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 초입의 산림 감시초소가 들머리다. 예서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까지는 3.2㎞ 거리. 꼬박 1시간 30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임도를 따라가는 길이 넓고 평탄해 그리 힘들 건 없다. 숲에 들면 동공이 확장되고 입은 떡 벌어진다. 수많은 자작나무들이 순백의 세상을 펼쳐 내고 있다. 나라 안 어디서든 쉬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한 줄기 바람이 숲 사이를 훑고 지날 때면 나뭇잎 부비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린다. 그래서 숲의 이름도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다. 다시 44번 국도로 복귀해 한계교차로까지 내처 달리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속초·고성으로 나가는 46번 국도, 오른쪽은 한계령 지나 양양으로 가는 44번 국도다. 예서 한계령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나라 안에서 가장 유명한 단풍길이 시작된다. 내설악의 기암괴석과 현란한 빛깔의 단풍이 수채화처럼 어우러져 있다. ‘일반 국도’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특별한’ 풍경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이 길 중간쯤의 한계령 휴게소는 풍경 전망대다. 설악의 산군들과 그 너머 양양 일대가 한눈에 들어 온다. 가수 양희은이 노래 ‘한계령’을 통해 ‘잊어버리라, 내려가라’ 주문했지만 도저히 잊기 힘들고, 아무래도 내려가기 싫은 풍경들에 넋을 놓고 만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양양 방면으로 가다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필례약수 방향이다. 이쪽 단풍도 빼어나다. 외려 이 일대 풍경을 첫손 꼽는 현지인들도 많다. 단풍은 24일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계 교차로에서 미시령 옛길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멋들어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44번 국도가 기암괴석과 단풍의 앙상블이라면, 미시령 옛길은 설악의 우람한 암릉들과 마주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한계 교차로에서 좌회전, 46번 국도로 갈아탄 뒤, 다시 용대교차로에서 56번 지방도로를 바꿔 타고 가다 도적소 교차로에서 ‘미시령 옛길’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가면 된다. 오래전 미시령 옛길은 단풍철이면 밀려드는 차들로 몸살을 앓던 도로였다. 하지만 2006년 미시령 터널이 뚫리고 ‘7번 군도’란 이름으로 물러앉은 뒤엔 단풍철에도 썰렁한 곳으로 바뀌고 말았다. 쓸모를 잃고 버려졌다 해서 풍경마저 바뀌랴. 미시령의 굽이굽이 고갯길이 보여 주는 장쾌한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길 끝자락에 예쁜 절집 화암사가 있다. 설악산 코앞에 있으면서도 열에 아홉은 모르고 지나친다는 숨은 단풍 명소다. 고성군 토성면의 강원도세계잼버리수련장 인근에 있다. 절집은 금강산 1만 2000봉의 남쪽 첫 봉우리라는 신선봉 아래 터를 잡았다. 개창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올라가지만 가람 내 대부분의 전각들이 중창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고색창연한 맛은 덜하다. 가을이면 절 뒤편 화암폭포에서 단풍이 빠른 속도로 퍼져 10월 하순이면 절을 완전히 끌어안는다. 미시령 옛길을 내려서면 델피노 골프장 왼쪽으로 화암사 이정표가 있다. 성인대, 수바위를 돌아오는 4㎞짜리 원점회귀 산행 코스가 인기다. 금강산 첫 봉우리에서 설악의 산군들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코스가 어렵지 않아 2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다. 글 사진 속초·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속초·인제·신남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44번 국도를 따라가다 한계 교차로, 용대 교차로에서 각각 46번 국도와 56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고 가면 미시령, 곧장 가면 한계령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44번 국도에서 빠져나간다. 38 휴게소와 인제 38대교 사이 남전계곡 가는 길로 들어서면 된다. 11월부터는 겨울철 산불조심 기간이어서 입산이 통제된다. 정확한 통제 기간은 인제국유림관리소(460-8036)에서 확인할 수 있다. 56번 국도는 원래 동홍천 나들목에서 좌회전해 구성포 교차로에서 올라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풍철엔 양양 쪽에서 수도권 쪽으로 되짚어 나오며 들르길 권한다. 그래야 이 일대를 원형으로 돌아보는 여정을 꾸릴 수 있다. 구룡령 옛길 산행은 대개 업 힐과 다운 힐 두 가지로 나뉜다. 갈천리 마을회관 쪽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거나, 그 반대로 내려간다. 산행 시간은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홍천 쪽 명개리에서 올라 양양 쪽으로 내려설 수도 있지만 전 구간을 종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잘 곳:속초 쪽엔 델피노 골프 & 리조트(1588-4888), 한화리조트 설악(1588-2299) 등 유명 리조트들이 많다. 양양에선 낙산 해변 쪽에 깔끔한 숙소들이 많다. 바닷가 쪽의 이른바 ‘오션뷰’ 객실은 1만원 이상 비싸다. →맛집:속초 시내 여러 포구마다 횟집촌이 형성돼 있다. 장사항 횟집촌이 그중 호젓하다.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 학사평 일대에 김영애할머니순두부(635-9520) 등 순두부집들이 몰려 있다. 양양에선 ‘섭’(홍합을 이르는 현지 표현)을 넣고 조리한 전골, 칼국수 등이 별미다. 수라상(671-5857)이 널리 알려졌다. 양양군청 인근에 있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명인·명물을 찾아서] 벽화·커피향 어우러진 골목길…이목구비 즐거운 달동네

    18일 충북 청주 우암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암골.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허름한 주택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이로 그림 같은 커피숍들이 있다. 비행접시를 닮은 레스토랑도 눈에 들어온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달동네와 카페촌의 ‘어색한 동거’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수암골로 올라가니 그윽한 커피 향이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은 충동에 저절로 발걸음이 커피숍으로 향한다.  사람들을 따라 주택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회색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래터 풍경과 아이스케이크(얼음과자) 가게, 숨바꼭질, 연탄 리어카 등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묘사한 벽화들이 방문객들에게 ‘추억’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과 함께 전국 3대 벽화마을로 불릴 만하다. 친구들과 수암골을 찾은 김은지(15)양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암골에 오면 꼭 들러야 한다는 우동집 앞은 소문대로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우동집은 프로야구 2군 선수 김영광과 여주인공 윤재인의 성공이야기를 다룬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다. 우동집 내부로 들어가니 드라마 극본과 포스터, 출연배우들의 사인 등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영광의 재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면 강력 추천이다. 이 우동집은 60년 전통의 청주 서문우동이 운영한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수암골이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옛 모습 그대로인 1970년대의 풍경, 골목길 벽화, 드라마 촬영지, 카페촌이 어우러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만들어졌다. 한 해 방문객이 10만여명에 달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수암골은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들며 조성된 마을이다.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상당구 수동 23육군병원(현재 청주노인복지종합관 일원) 주변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다 지금의 수암골에 판잣집을 짓고 본격적인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들은 자연스레 한 울타리에서 가족처럼 서로 보듬었다. 당시 3000여명이 넘게 살았다. 수암골에 변화가 처음 찾아온 것은 1970년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주택개량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담을 새로 올리고 도로가 생겼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시멘트 담을 두르고 슬레이트 지붕을 한 집들이 좁은 골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는 시가 수동 일대의 땅을 사들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아 마을을 떠났다. 주민 수가 100여명으로 줄었다. 수암골이 삭막한 달동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민족 미술인협회 회원과 청주대학교, 서원대학교 학생 10여명이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하나로 회색 담벼락에 익살스러운 아이들의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문화·경제적으로 소외되면서 침체된 수암골을 벽화를 통해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입소문이 나자 카메라를 둘러맨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풍경과 추억 속에 빠져들게 하는 벽화를 동시에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수암골이 벽화로 뜨기 시작할 무렵 드라마 촬영이 잇따르자 방문객들이 급증했다. 가장 먼저 촬영된 드라마는 2009년 2월 소지섭과 한지민이 출연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이다. 제작팀은 2개월간 수암골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소지섭이 한류 스타로 인기를 얻고 있던 때라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도 수암골을 찾았다. 2010년에는 최고 시청률 49%라는 대히트를 기록한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수암골에서 찍었다.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리자 수암골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2011년에는 천정명, 박민영 등이 출연한 ‘영광의 재인’ 배경이 됐다. 조용했던 동네가 갑자기 전국적으로 뜨자 부작용이 없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 주말에는 수천명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발생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새벽과 밤늦게 찾아오는 이들도 있어 주민들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저녁 9시 이후에는 관람을 자제해달라’는 벽화까지 등장했다. 부녀회는 수암골의 인기로 얻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득이 없자 ‘제빵왕 김탁구’가 촬영됐던 포장마차를 활용해 장사를 시작했다. 이 포장마차가 계기가 돼 수암골을 테마로 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해 2011년 생활공동체 ‘마실’이 탄생했다. 마실의 첫 상품은 수암골 밥상이다. 우암산 도토리로 만든 묵과 칼국수, 비탈밭에서 가꾼 채소로 꾸며진 소박한 밥상이다. 하지만 반응이 좋지 않아 지금은 식당을 카페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를 찾으면 작가들과 함께 나무열쇠 고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만든 짚 공예품, 동전 지갑, 수첩 등도 구매할 수 있다. 마실은 관광안내원 사업도 한다. 노인 4명이 교대로 방문객들을 안내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벽화를 보수하고 청년작가들과 새로운 벽화 그리기도 한다. 이광진(57) 마실 사무국장은 “수익금 일부는 마을발전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마켓 시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 수암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마다 벽화 관리비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다양한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박윤식 시 도시관광 담당은 “현재 포토존을 설치하고 있고 내년에 수암골에서 드라마·벽화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페스티벌 기간에 수암골을 방문하면 직접 벽화를 그려보고 드라마 주인공 동상과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암골이 유명해지자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동네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40년째 수암골에서 거주하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박만영(81) 할아버지는 “이웃들이 이사를 많이 가면서 장사가 안됐는데 요즘 주말이면 장사가 제법 되고 있다”며 “노인들만 사는 동네라 그런지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큰 것 깉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동네의 서러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할아버지는 “수암골이 이렇게 변했어도 연탄을 배달시키면 아랫동네보다 장당 100원을 더 줘야 하는 등 달동네 주민의 고통이 아직도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며 “차가 집 앞에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시가 땅을 사들여 골목길을 넓혀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글 사진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0] 겸재가 묘사한 국영 도자기 제작소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30] 겸재가 묘사한 국영 도자기 제작소

     겸재 정선(1676∼1759년)은 65세 되던 영조 15년(1740년) 양천현령에 임명됐다. 양천현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다. 아파트가 가득 들어찬 지금의 가양지구 한 복판에 현아(縣衙)가 있었다. 양천은 도성이 강 건너로 멀지 않은 데다, 물산이 풍부하고 경치도 좋아 현령 자리를 노리는 인사가 많았다고 한다.  영조가 진경산수화풍이 경지에 오른 겸재를 양천현령에 임명한 것을 두고 한강변 경치를 마음껏 그려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겸재는 영조의 기대대로 한강변의 경치를 33폭에 담았는데,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이 그것이다.  ‘경교명승첩’은 겸재와 당대 진경시의 거장인 사천 이병연(1671∼1751)의 우정이 낳은 시화첩(詩畵帖)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겸재의 양천현령 발령으로 헤어지게 되자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양의 사천이 시를 써 보내면 양천의 겸재가 시제(詩題)에 맞추어 그림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화폭마다 천금을 준다고 해도 남에게 넘기지 말라는 뜻으로 ‘千金勿傳’(천금물전)이라고 낙관하기로 했다.  ‘우천’(牛川)에도 화면의 왼쪽 아래 ‘천금물전’ 도장이 보인다.‘우천’은 ‘경교명승첩’에 담겨있는 한강변 풍경 가운데 가장 상류지역에 해당한다. 우천은 용인에서 발원해 광주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경안천의 하류지역이다. 경안천 하류 일대는 팔당댐이 지어진 뒤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거대 호수로 탈바꿈했다.  ‘우천’이 눈길을 끄는 것은 풍경도 풍경이지만 분원(分院)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분원은 조선시대에 왕실에 음식을 공급하는 총괄기관인 사옹원의 그릇을 만드는 하부조직으로 일종의 국영 도자기 제작소였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분원이 있던 곳이 바로 그림 속에 집들이 보이는 지금의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이다. 기관 이름이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된 것이다.  ‘우천’에 나타난 분원의 모습은 왜 이곳이 왕실 도자기 제작소로 이름을 떨쳤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맑고 풍부한 물과 충분한 땔감, 원료의 조달과 완성품의 수송이 손쉬워야 한다는 도자기 가마의 입지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원은 세조 13년(1467년)에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사옹방을 사옹원으로 이름을 바꾼 다음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보통 10년을 주기로 옮겨다녔다. 땔감을 찾아다닌 것인데, 경종 즉위년(1720)에 이르면 더 이상 가마에 불을 지필 수 없는 형편에 이른다.  분원을 우천이 가까운 금사리로 옮긴 것은 배가 지나다니는 하천에서는 땔감 수급이 원활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땔감 뿐만 아니라 그릇을 만드는 흙 역시 수로를 이용해 편리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만들어 놓은 그릇을 실은 배는 노를 저을 필요도 없이 흐름을 타고 순식간에 마포에 로 다다를 수 있는 것도 장졈이었다.  그림에 보이는 산중턱의 큰 기와집이 분원 시설인지는 얼마간 의문도 없지 않다. 금사리에 있던 분원이 공식적으로 이전한 것은 영조 28년(1752)으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교명승첩’이 제작된 시기와는 10년이 조금 넘는 시차가 있다. 겸재가 찾았을 당시 사옹원과 관련한 어떤 시설이 이미 분원리에 세워져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배를 타고 바라보는 시점의 ‘우천’은 일대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압축하여 밀도있게 재구성한 그림이다. 산허리에 기와집이 보이지 않고, 강가에는 그릇을 실어나를 돛단배가 없었다면 ‘우천’은 조금 심심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리즈 전체보기
  • [프로배구] 장충체육관 ‘우리’도 집들이… 웃은 건 손님 한전

    [프로배구] 장충체육관 ‘우리’도 집들이… 웃은 건 손님 한전

    1310일 만의 장충 복귀전에서 우리카드가 쓴잔을 들었다. 우리카드는 15일 새 홈 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겨뤘다. 장충에서 남자부 경기가 열린 것은 2012년 3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우리카드의 전신인 드림식스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 맞붙었다. 3050명의 배구팬이 경기장을 찾아 우리카드의 귀환을 축하했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준비한 축포를 터뜨리지 못했다. 힘 한번 못 써보고 세트스코어 0-3으로 한전에 완패했다. 양 팀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서 승부가 갈렸다. 우리카드 군다스는 10점을 내는 데 그쳤다. 군다스는 초반부터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2세트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1세트 33.33%였던 공격 성공률은 2세트 12.5%로 곤두박질쳤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3세트 군다스를 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반면 한전의 얀 스토크는 양 팀 최다인 25점을 폭격했다. 공격 성공률도 50%로 준수했다. 한전 안우재가 12득점하며 깜짝 활약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한전 토종 에이스 전광인은 이날 경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집중력, 블로킹 싸움에서도 밀렸다. 우리카드는 한전(14범실)보다 6개 많은 2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블로킹은 8개로 한전(12개)보다 4개 적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현대건설이 홈 GS칼텍스에 3-2로 역전승했다. 현대는 두 세트를 내리 내줬지만, 남은 세 세트를 내리 따냈다. 현대의 에밀리가 23점, 양효진이 17점, 황연주가 15점을 쓸어담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숨이 멎을 듯, 시리도록 눈부신 ‘설산’

    숨이 멎을 듯, 시리도록 눈부신 ‘설산’

    영화 ‘버킷리스트’의 첫 장면, 기억나시는지. 한 사내가 힘겹게 설산을 오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지요. 사내의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머물던 산은 바로 에베레스트(8848m)였습니다. 그 산 모르는 이 없을 겁니다. 안나푸르나(8091m) 등 히말라야에 속한 고봉들을 오르려면 소중한 목숨 걸어야 한다는 거 모르는 이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산을 좋아하는 평범한 한국인은 마음속 버킷리스트에서만, 혹은 컴퓨터 바탕화면으로만 히말라야와 만나야 할까요. 그 산의 꼭대기는 전문 산악인의 몫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꼭 알피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지구의 지붕에 안겨볼 수는 있습니다. 설산 주변으로 난 길을 따라 돌다보면 평범한 직장인도 마음껏 히말라야의 숨결을 가슴에 담을 수 있지요. ●적요한 아름다움과 척박한 자연 ‘안나푸르나’ 구름바다 위로 섬처럼 솟은 연봉들, 저기가 히말라야다. 산악인들이 신앙처럼 떠받드는 곳, 지구별에서는 더이상 높이 오를 수 없는 곳이다. 구름을 찢고 선 산군들의 기세가 장엄하다. 산악인들이 왜 목숨 걸고 저 산을 오르려 하는지 멀리서 봐도 단박에 알겠다. 그건 열병이고 사랑앓이다. 이처럼 기골이 장대한 설산은 분명 사람을 달뜨게 만드는 마력 같은 힘이 있는 게다. 일반적으로 네팔 히말라야를 간다고 하면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라야나 랑탕 지역, 안나푸르나 지역 등 세 곳 중 하나가 목적지다. 한데 랑탕은 지난 4월 대지진 때 입은 피해가 여태 회복되지 않았고, 에베레스트 쪽보다는 안나푸르나 일대의 피해가 경미해 각종 등반 프로그램도 안나푸르나 지역에서부터 천천히 시작되는 모양새다. 먼저 알아둘 것 하나. 산 이름이 현지의 전래 명칭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북미의 매킨리가 디날리로 바뀐 게 좋은 예다. 에베레스트 또한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점차 현지어 사가르마타(Sagarmatha)로 불려지고 있다. 사가르마타는 ‘바다의 머리’라는 뜻이다. 티베트 쪽에선 익히 알려진 대로 초모랑마라 부르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는 대개 8000m급 봉우리를 볼 수 있는 베이스캠프까지 가거나, 설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라운드 형태다. 그 가운데 안나푸르나 지역은 ‘트레커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2011년 박영석 대장의 생명을 앗아간 산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트레킹 코스(안나푸르나ABC)가 있는 역설의 산이기도 하다. ‘풍요의 여신’이란 이름만큼이나 적요한 아름다움과 히말라야의 척박한 자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트레커의 일정과 경험 등에 따라 다양하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선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를 거쳐 담푸스(Dampus) 마을로 하산하는 편도 10㎞짜리 트레킹 코스를 택했다. 턱없이 짧지만 줄곧 안나푸르나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어 제법 실속 있는 코스로 꼽힌다. 지금이야 포카라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이면 들머리에 닿지만 예전엔 달랐다. ●관문 포카라… 칸데서 안나푸르나와 마주하다 동행한 남선우(60)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장은 “1980년대 초반만 해도 포카라에서 담푸스까지 걸어가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고 했다. 안나푸르나의 관문은 포카라다. 지구의 지붕을 이루는 고봉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특이하게 아열대 기후의 특징을 보이는 해발 800m의 고산도시다. 산 아래는 늘 덥고 겨울에 잠깐 쌀쌀한 정도다. 아무리 추워도 영상 3~4도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려는 산악인들은 포카라에서 갖가지 물자와 포터와 셰르파 등을 조달한다. 포터와 셰르파의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포터는 말 그대로 짐꾼이다. 반면 셰르파는 산악인과 함께 정상정복에 도전하는 가이드다. 원래 셰르파는 현지 고산족의 성(姓)인데 지금은 거의 일반명사처럼 됐다. 네팔 정부의 발표를 기준 삼으면 네팔에는 6000~7000m급 봉우리들이 1165개, 7000~8000m 봉우리는 127개, 8000m가 넘는 고봉은 8개가 있다. 3000m 이하는 산이 아니라 이름 없는 언덕 취급을 받는다. 우리 백두산(2750m)조차 여기선 산이 아니고 언덕이다. 언덕을 뜻하는 단어는 고트(kot)다. 가장 널리 알려진 언덕은 포카라 서쪽의 사랑고트(Sarangkot,1592m)로, 히말라야 산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여행자들도 거의 빼놓지 않고 찾는 곳. 한데 차를 타고 편히 오를 수 있어 중국인 관광객 등이 폭발적으로 느는 바람에 신비감을 잃어버린 전망대가 되고 말았다. 이번 여정을 안나푸르나 쪽으로 돌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적 드문 길을 따라 산과 나의 거리를 좁혀보자는 뜻이다. 들머리는 칸데(1750m)다. 포카라 시내에서 약 25㎞ 떨어진 산간마을이다. 마을 주변 풍경이 인상적이다. 이 산 저 산 죄다 다랑논이다. 이처럼 거대한 제전(梯田)을 만들기까지 주민들의 고생이 얼마나 자심했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은 풍경이다. 1차 목적지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2049m)다. 호주 등정 팀이 처음 개설했다는 곳. 코앞에서 안나푸르나와 마주할 수 있다는 마을이다. ●산자락… 담푸스에서 안나푸르나를 부르다 여기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가파른 산자락 곳곳에 토담집들이 있고, 소박한 표정의 원주민들이 ‘나마스테’란 인사말을 건네며 객들을 반긴다. 이쯤 올라왔으면 안나푸르나가 보여야 할 터. 하지만 짙은 구름이 산과 여행자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저 구름 너머로 안나푸르나가 바짝 다가와 있을텐데, 산은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2차 목적지는 담푸스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처럼 안나푸르나와 연봉들이 줄지어 선 모습과 마주할 수 있는 마을이다. 담푸스까지는 줄곧 내리막이어서 어려울 건 없다. 게다가 여기저기 핀 히말라야의 가을 야생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푸스(1800m)는 제법 큰 마을이다. 과장 좀 보태 카페를 겸한 롯지들이 마을 토담집 숫자와 비슷할 정도다. 작은 카페에 여장을 풀고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길 두 시간여, 하지만 하늘은 끝내 일행의 바람을 외면했다. 아무리 우기 끝자락이라지만, 어떻게 단 한 번도 맑은 하늘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 ‘풍요의 여신’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이럴까. 이튿날 새벽, 차를 세내 또 한 번 담푸스 마을로 올랐다. 기어이 안나푸르나를 보고야 말겠다는 집착 탓이다. 하지만 산은 비를 뿌려 이방인의 접근을 막았다. 자연은 인간의 오기와 집착만으로 좌우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뜻이지 싶다. 결국 전날 다랑논 사이를 오르다 창졸간에 마주했던 안나푸르나가 이번 여정의 전부였던 셈이다. 그러니 그마저 감사할 밖에. 포카라에서 둘러볼 명소 몇 곳 더 소개하자. 페와 호수는 포카라 중심부에 있는 4㎞ 길이의 호수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데 맑은 날이면 포카라를 둘러싼 히말라야 산군과 어우러져 절경을 펼쳐낸다. 페와 호수 옆에 여행자의 거리가 있다. 한식을 맛보거나 카페에 들러 목을 축이고 싶을 때 딱이다. 데비 폭포(Devi’s Fall)는 특이하게 평지에서 지하로 떨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글 사진 포카라(네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해외여행 | 먹고 또 먹는 타이베이①동취東區- 타이베이 미식 트렌드가 모였다

    해외여행 | 먹고 또 먹는 타이베이①동취東區- 타이베이 미식 트렌드가 모였다

    타이완 요리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샤오롱빠오小籠包와 우육면牛肉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타이베이에서는 먹고 또 먹어도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도 끊임없이 먹었다. ●동취東區 타이베이 미식 트렌드가 모였다 동취는 MRT 중샤오푸싱忠孝復興과 중샤오둔화忠孝敦化역 일대로 중샤오푸싱은 대규모 쇼핑센터가 밀집된 거리다. 딘타이펑, 까오지 등 유명 레스토랑의 지점들이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 중샤오푸싱과 MRT 한 정거장 차이인 중샤오둔화는 10~20대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로 의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유행에 민감한 음식점, 술집들이 모여 있다. 인근 중샤오동루는 예부터 번화했던 다운타운 중 하나로 전통 샤오츠小吃, 간단한 먹거리 가게들이 많다. 쓰촨 요리 키키 레스토랑 餐厅 KIKI Restaurant 베이징, 상하이, 광둥, 쓰촨 요리는 중국은 물론 타이완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4대 요리다. 그중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요리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쓰촨 요리. 중국 사람들도 혀를 내두르는 매운맛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안성맞춤이다. 키키 레스토랑은 1991년에 문을 연 쓰촨 요리 전문점이다. 경쾌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쓰촨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요리에는 고추, 후추, 생강 등이 듬뿍 들어간다. 메뉴에 고추 그림으로 매운 정도를 그려 놓았는데 한국인은 고추 2개도 거뜬하다. 중샤오푸싱에 자리한 키키는 키키 레스토랑의 플래그십 스토어. 식사시간이면 중국 요리 전문점의 활기를 그대로 담아 시장통처럼 시끄럽다. 몇 가지 요리를 시켜야 하는 특성상 이곳은 여러 명이 함께 찾는 게 좋다. 요리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더 시키면 배부르게 즐길 수 있다. 1~2명이 찾는다면 1인당 예산을 조금 높게 잡아야 한다. 대표 메뉴는 마늘종을 잘게 썰어 볶은 창잉터우蒼蠅頭와 연두부 튀김인 라오피넨러우老皮嫩肉. 두반장을 넣어 두부와 함께 조리한 생선 요리 떠우반홍이豆瓣紅魚도 키키를 대표하는 메뉴다. 매운 음식에 자신이 없다면 콩 줄기 볶음인 깐비엔스지떠우干扁四季豆도 괜찮다. MRT 중샤오푸싱역 1번 출구에서 도보 8분 台北市復興南路一段28號 월~토요일 11:30~15:00, 17:15~22:30, 일요일 11:30~15:00, 17:15~22:00, 라스트 오더 마감 1시간 전까지 창잉터우 TWD250, 라오피넨러우 TWD220,떠우반홍이 TWD480, 깐비엔스지떠우 TWD220 +886 2 2752 2781 www.kiki1991.com 펀위엔 동취펀위엔 東區粉圓 타이베이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빙수 가게가 참 많다. 빙수 혹은 탕 위에 타피오카, 팥, 녹두, 과일 등 토핑을 올려 먹는 펀위엔은 고르는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선사하는 타이베이의 대표 간식이다. 그중 중샤오동루에 자리한 동취펀위엔은 타이베이의 펀위엔 가게 중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다. 주문의 첫 번째 과정은 빙수인 삥冰 혹은 따뜻한 국물인 러熱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 빙수와 탕 중에 하나를 골랐다면 펀위엔粉圓, 타피오카, 떠우화豆花, 순두부, 곡물, 과일 등의 다양한 토핑을 선택하면 된다. 중국어 주문이 어렵다면 손가락으로 토핑을 가리키자. 어설픈 주문도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모든 메뉴의 가격은 TWD60. 토핑은 당일에 만든 것을 당일에 소화해 늘 신선함을 유지하고, 방부제나 조미료는 넣지 않는다. 매장 옆에 40석 가량의 바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주문한 음식을 들고 가서 먹으면 된다. MRT 중샤오둔화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台北市忠孝東路四段216巷38號 11:00~23:30 TWD60 +886 2 2777 2057 www.efy.com.tw 깐판미엔乾拌麵 이핀 宜品 남김없이 퍼주는 주인이 바보 같다고 해 ‘바보면’ 가게로 불리는 집. 예전보다 양은 조금 줄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저렴하다. 대표 메뉴는 국물 없는 면에 기름을 살짝 둘러 섞어 먹는 깐판미엔. 입맛에 따라 식초, 간장, 고추씨 등을 넣어 먹어도 좋다. 배추에 훈툰과 완자, 계란을 넣어 끓인 쫑허탕綜合湯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샤오차이小菜, 밑반찬는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 먹으면 된다. 여행자들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집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다. MRT 중샤오둔화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台北市忠孝東路四段216巷32弄5號 10:00~22:00 깐판미엔 小 TWD35, 大 TWD55, 쫑허탕 TWD60, 샤오차이 TWD35 +886 2 2771 5311 www.ypin.tw ▶동취의 볼거리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술 공장 화산1914 華山1914 일제 당시인 1914년에 세워진 술 공장 부지로 1987년 공장이 이전하면서 방치된 건물에 1997년 한 극단이 몰래 들어와 무단으로 공연을 한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예술은 정치가 아니다’, ‘빈 공간을 내어 달라’는 문화예술단체의 요구에 정부에서는 법까지 개정하며 응답한다. 2002년, 5개의 빈 건물은 그렇게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화산1914가 문을 연 건 2007년이다. 카페, 레스토랑, 의류 매장, 디자인 매장, 음반 매장, 영화관 등이 자리했는데, 2~3개월간만 영업하는 팝업 매장이 대다수다. MRT 중샤오신셩역 1번 출구에서 도보 4분 八德路一段1號 매장마다 상이 +886 2 2392 6180 www.huashan1914.com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Travie photographer 노중훈 취재협조 타이완 관광청 www.taiwan.net.tw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불황 속 떠오르는 소자본 프랜차이즈, ‘모노치즈’

    불황 속 떠오르는 소자본 프랜차이즈, ‘모노치즈’

    디저트 맛집들이 즐비한 거리에도 유독 눈에 띄게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있다. 최근,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제공하는 ‘모노치즈’가 그 주인공이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 치즈로 퀄리티 높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모노치즈’는 ‘그릴드 치즈’, ‘크림치즈베이글’, ‘파니니’, ‘샐러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그릴에 살짝 구워낸 베이글 빵에 다양한 크림치즈를 얹는 ‘크림치즈베이글’이 맛있다는 입 소문이 돌면서 저렴한 가격대로 한끼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싶은 20대~30대 직장인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커피, 쉐이크 등 음료에 대한 입 소문도 자자하다. ‘모노치즈’는 브라질, 에티오피아, 콜롬비아산 100% 아라비카 원두를 로스팅 해 커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최고급 원두를 고집하는 ‘모노치즈’의 커피는 깊은 풍미를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제격이다. 쉐이크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쉐이크 위에 치즈케이크를 통째로 넣어 함께 마시는 이색적인 음료로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같은 인기몰이와 함께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드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 후문. 모노치즈를 개발한 ㈜엘투씨에프앤비 측은 “모노치즈 프랜차이즈는 5,000만원대의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경기가 안 좋은 불황 속에서 많은 분들께 도전을 줄 수 있는 유망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치즈전문 디저트 맛집 으로 입소문이 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모노치즈는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의 PPL 협찬사로 지정된 바 있으며, 현재 직영점 4곳 및 가맹점 68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번호 1577-5798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신도시 아파트 첫분양 프리미엄 기대 ... 영천완산미소지움 ‘주목’

    신도시 아파트 첫분양 프리미엄 기대 ... 영천완산미소지움 ‘주목’

    - 영천시, 영천 하이테크파크, 동대구~영천간 복선전철화사업 등 개발호재 풍부- 신도시 초창기 편의시설 부족은 단점, 낮은 분양가 장점- 조성 후 인프라 갖추면 물량희소성 및 분양가 상승에 따른 프리미엄도 기대 신도시 아파트 개발초기에 분양 받아야 할까? 조성 후에 분양 받아야 할까? 신도시나 택지지구 중 조성이 완료된 곳과 새로 조성될 곳 모두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미 조성이 완료된 곳의 마지막 분양 물량은 입주 때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게 갖춰져 있어 선호도가 높다. 신도시나 택지지구 개발 초기에 분양 받은 입주민은 처음에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기 때문에 집들이를 미루거나 전세를 놓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매매가나 전셋값이 대부분 낮게 형성된다. 그러나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편의시설이 들어오면 주거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완성형 택지’에 분양하는 물량은 희소성이 높다. 입주 후 인프라가 구축되고 택지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분양가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의 주거선호도가 높은 만큼 가격상승폭도 크게 나타났다. 경기도 수원의 광교신도시아파트가격은 2011년 이후 올해 6월까지 무려 22%가 올랐다. 또, 광주 수완신도시도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가격이 1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경북 영천시에 조성되는 45만여㎡ 완산신도시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호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부동산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영천시에는 영천 하이테크파크 경제자유구역, 동대구~영천간 복선전철화사업, 영천경마공원 등 개발호재가 풍부하다. 또, 명문자사고로 유명한 한민고, 기숙형 공립학교 별빛중, 마이스터고, 폴리텍대학 등 분야별 명문학교가 연이어 개교할 예정으로 교육여건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영천시 부동산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분양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월, SG신성건설이 경북 영천시 완산신도시에 첫 분양한 ‘영천 완산 미소지움’을 주목할 만하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분양실적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영천에서 신규 공급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천 완산 미소지움’의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588가구 모집에 1299명이 몰려 평균 2.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천시 완산동의 ‘M’부동산은 “영천시는 노후주택이 많고 기반시설이 열악해 마땅한 주거지가 거의 없다” 면서 “완산신도시는 풍부한 생활인프라가 조성되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천시 최고의 신흥주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영천 완산 미소지움’은 완산신도시에서도 우수한 입지를 자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지 앞으로 금호강이 흘러 조망이 가능하며 여가활동도 쉽게 즐길 수 있고, 바로 앞에 영천생태공원과 강 건너 영천시민가족공원이 있어 가까운 곳에서 힐링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또 완산신도시 내에 각종 근린공원도 조성될 예정에 있다. ‘영천 완산 미소지움’은 지하 2층~지상 25층, 6개 동 규모로 건립된다. 총 596가구가 공급되며 전용면적은 선호도가 가장 높은 59㎡와 84㎡ 중소형으로만 구성된다. . 남향 및 판상형 위주로 구성해 채광성을 높였다. 또,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설계해 개방감을 살렸으며 저층의 프라이버시 침해문제까지 해결했다. . ‘ㄷ’자 주방, 작은방 전창, 맞통풍구조, 4-Bay, 초대형 드레스룸, 알파룸 등 각 타입별로 맞춤 적용하여 공간 활용도를 키우고, 고급 마감자재를 사용하여 품격을 높였다 견본주택은 영천 신망정네거리 주변(망정동 199-15)에 위치해 있다. 현재 계약금 미납세대 등 일부세대를 선착순으로 동•호수지정 계약 중이다. 추석을 앞두고 상담고객에게는 소정의 사은품을 제공하고, 계약자 선물도 준비되어 있다. 이 아파트의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좋은 층과 향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 분양문의 054)334-0800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막돼먹은 영애씨 14(tvN 밤 11시) 이영애 디자인이 역대급 경영 위기를 맞이한다. 영애는 회사를 살리려 영업에 나서지만 녹록지 않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마련해 보고자 알바까지 뛰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산호는 어떻게든 영애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 한편 지순의 집들이에서도 영애 생각만 가득한 승준은 마침내 고백을 다짐한다. 그리고 키스와 동침으로 인해 두식과 현영은 썸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한다. ■보이스터(애니맥스 오후 5시) 절대 평범할 수 없는, 반은 인간이자 반은 굴인 무적의 돌연변이 굴 소년 이야기. 셸비는 자신이 속한 온라인 과학자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불참하겠다는 글을 보낸다. 이를 본 보이스터와 라픽은 셸비를 기쁘게 해 주려고 과학자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한다. 한편 핼러윈데이를 맞아 학교에는 한창 유행하는 게임 속 꽃게 캐릭터로 분장한 학생들이 넘쳐난다. ■프랭크(캐치온 밤 7시 10분) 뮤지션을 꿈꾸지만 특출한 경력도, 재능도 없는 존은 우연히 인디밴드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는 샤워할 때조차 커다란 탈을 벗지 않는 독특한 남자다. 이후 존은 앨범 작업 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에 음악 축제에 오를 기회까지 얻지만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랭크의 불안 증세는 나날이 심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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