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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유니버설 발레단 새봄 여는 ‘갈라’ 맞대결

    한국발레의 두 기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새봄 맞대결을 벌인다.두 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하이라이트 모음’인 갈라 형식.해마다 연말 같은 기간에 ‘호두까기인형’을 각각 무대에 세워 손님끌기 경쟁에 나서곤 했지만 개막 시즌에,갈라로 맞붙기는 좀처럼 없는 일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국립발레단은 97회 정기공연으로 ‘새봄을 여는 클래식 앤 모던 발레’를 23∼26일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 올린다.23·24일 오후7시30분,25일 오후 4시·7시,26일 오후4시.(02)2274-1162. 제목에서 보이듯 고전발레 둘,현대발레 다섯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줘 비교·감상하게끔 했다.고전발레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파키타’,쥘 페로의 ‘에스메랄다’중 그랑 파드되이고 현대발레는 ‘에테르니테’가운데 ‘질투’,그리고 지난해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토루 시마자키의 ‘너의 바닷가’등이다. 이 가운데 ‘에스메랄다’와 게이코 야가미의 ‘조화’‘얼어붙은 눈(Frozen eyes)’등 3편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안무는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최태지 국립발레단장등 5명이 맡았다.남녀의 사랑이야기,권선징악,동화적 환상 등 대중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고루 섞은 것이 장점.또 하나 관심끄는 점은 국립발레단의 ‘스타시스템’이 변한다는 사실.김지영과 짝을 이뤄 최고 인기를 누리던 김용걸이 파리오페라단에 들어간 뒤 첫 공연이어서새 커플이 여럿 등장한다.김지영은 이원국과,김주원은 최세영과 새짝을 이루었다.또 새내기로 김보연-원자승 커플이 무대에 선다. 한편 유니버설은 ‘러시아 전통발레 걸작선’으로 올해 두번째 공연을 갖는다.23·24일 오후3시 리틀엔젤스예술회관.(02)1588-7890. 13작품의 진수를 하나씩 펼쳐낸다.‘돈키호테’‘백조의 호수’‘베니스의축제’‘호두까기인형’‘잠자는 숲속의 미녀’같은 고전대작의 그랑 파드되가 이어진다.또 옛소련 때 만든‘님프스’‘알비노니 아다지오’‘고팍’도프로그램에 들어 있다.국내에서 처음 보는 작품이 적지 않다. 발레단은 오는 29일부터 50여일 미국·캐나다를 순회하면서 이 작품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심청’등 3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이용원기자
  • 스크린에 비친 일상 그리고 이탈 ‘아시아감독 3인전’

    홍상수·이시이 소고(石井聰瓦)차이밍량(蔡明亮).시네아스트로 통하는 세 명의 감독이 ‘일상과 이탈’이란 하나의 주제 아래 모였다.문화학교 서울이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여는 ‘아시아 감독 3인전’은 일상성을 테마로 영화의 본질을 살펴보는 미니 영화제다. 영화에서의 일상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그것은 꽉 짜인 내러티브를 영화의으뜸가는 요소로 여기는 고전적인 영화제작 방식에 대한 거부에서부터 출발한다. 일상성을 화두로 하는 영화들은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 못지 않게 시간과 공간, 그 사이의 여백, 인물의 시선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다룬다. 일상성을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삼는 홍상수(40)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강원도의 힘’두 작품으로 부동의 작가주의 감독의 위치를 굳힌 인물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파편화한 삶,그 지루한 일상의 풍경을 전통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극화한다.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설가 효섭,그와의 사랑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날 꿈을 꾸는 보경과 그의 남편 동우,효섭을 존경하는 극장 매표원 민재와 그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민수.감독은 이 다섯 남녀의 관계와 욕망을 재배치하며 우리 시대 서울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그린다. ‘강원도의 힘’은 곧 ‘일상성의 힘’이다.불륜관계에 놓인 한 여대생과 대학강사의 실천적 존재방식을 통해 감독은 기다림과 반복이 지속되는 지독한일상의 리얼리즘을 이야기한다. 이시이 소고(43)는 70년대 말 일본의 진보적 대학영화운동과 수퍼 8㎜정신으로 출발한 컬트 취향의 감독.그는 35㎜ 극영화도 ‘16㎜처럼’만들어 왔다. 그 무정부적 감수성은 80년대에는 개인과 체제와의 싸움을,90년대 들어서는체제를 지배하는 거대한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토양이 됐다. 이번 감독전에서는 ‘앤젤 더스트’‘꿈의 미로’‘반쪽 인간’‘셔플’등 4편의 영화가 소개된다.‘앤젤 더스트’는 옴진리교 사건의 파장 안에 있는작품으로,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매우 혼란스런 상황을 보여준다.‘꿈의 미로’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나가면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오토모가쓰히로의 만화 ‘런’을 원작으로 한 ‘셔플’은 이 시대 폭력의초상을,‘반쪽 인간’은 현대 도시인의 고독의 실체를 파헤친 영화다.일상의판타지를 영화로 풀어내는 감독에게 일상의 무심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악몽이다. 차이밍량(43)은 말레이지아 태생의 작가주의 감독이다.양귀매의 울음을 담은마지막 롱테이크가 인상적인 영화 ‘애정만세’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10대의 방황과 우울을 다룬 ‘청소년 나타’,부자간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충격적 장면을 담은 ‘하류’,현대사회의 질병을 진단한 ‘구멍’등 대표작들이 이번에 상영된다.‘청소년 나타’와 ‘하류’는 ‘애정만세’와 함께 ‘타이페이 3부작’으로 꼽히는 작품.‘구멍’은 50년대 홍콩 대중가요계를 풍미한 그레이스 창의 음악과 서구 뮤지컬의 형식을 빌린 색다른 분위기로 눈길을 끌 만하다. 현대 도시인의 소외와 단절이라는 차이밍량의 주제의식은 영화는 물론 연극‘어둠 속에 봉인된 방’,TV드라마 ‘세상의 구석’등 그의 작품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02)595-6002. 김종면기자 jmkim@.
  • [사설] 가난한 계층 구제부터

    점차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 문제의 해소를 위해 우리는 새 정부 후반기복지정책은 무엇보다 가난한 계층 구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경제의 시장기능이 촉진되면서 사회의 ‘그늘’이 생기기 마련인데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해주고 경제적 자립능력을 되찾도록 지원하는 복지정책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연구원 등이 1일 공동 개최한‘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다양한 빈부격차 해소 방안들이 제시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런데도 정작 토론회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주식양도차익 과세 논란으로 변질되고 ‘있는 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까지 비쳐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논란이 부각된 것은 청와대 김유배(金有培) 복지노동수석의 토론회 기조 연설 때문으로 알려졌다.과세 기술상 난점이 적지 않은데다 정책 조율도 제대로 되지 못한 사항을 김 수석이 돌출 발언해 금융시장에 충격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신중치 못한 일이다. 복지 정책은 원래 시장의 탈락자인 저소득층과 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하는것이 골자이며 이를 위한 재원은 구태여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기존 정부 예산편성 항목의 우선순위 조정이나 음성,탈루소득 추적 등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복지정책은 결코 ‘있는 자’를 질투하거나 고소득계층의 몫을 떼어내 빈곤계층에 지원하는 식의 단순 평등이나 재분배차원은 아니다.경제성장에 따라 국민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상향조정되면서 고소득계층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며,서민층의 소득이 더 높아지는 방안이 있다면 시행해야 할 것이다.단순히 고소득계층을 겨냥한 무거운 세금은 일부 선진국에서 보듯 일할 의욕의 감퇴와 조세 회피 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다.고소득계층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적정선의 세율을 정하면 족한 것이다. 다만 정부가 손을 써야 할 것은 환란 이후 늘어난 빈곤층의 증가현상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복지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론이 있긴 하지만우리는 사회 빈곤층의 확대는 결코 기업이나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막아야 한다고 본다.정부는 취약한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의 틀을 갖추는 데 앞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대규모 감원후 일정기간 임시직 채용제한제도와 노점상 등 비공식 부문에 대한 보험적용 등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을 적극 검토해 봄직하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안은영씨 당선소감/심사평

    * 안은영씨 당선소감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마다 짜릿함을 느낀다.정지해 있는 자가용과 버스가 나를 삼키고 박살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몇초 동안 정신없이 한다.횡단보도를다 건너면 아까 세상은 사라지고 다른 세상이 시끄럽게 울며 벌거숭이로 나온다.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들의 눈치를 보면서 허겁지겁 걷는 내 모습을,바람이 되어 지켜보는 나는 눈물이 난다.그래서 가끔은 총질을 해대며 느릿느릿 횡단보도를 걸어보기도 한다.끝이 없을 것만 같은 그 길을 건너고 나면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한참을 서서 웃으며 꽃 선물이 받고 싶어진다.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다.귀가 상추 잎 만큼 커지다가 ‘띠’하는 소리에 깜짝 작아진다. “어서 오십시오.이 상자에 타신 분은 마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창백한 목소리로 나는 붙잡는 환청이 처음에는 겁만 났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횡단보도를 건너고 소리를 만나려고 한다.소리를 쥐어박으며 짜증을 낼 정도로 친해져서 지금은 오히려 든든하다.덕분에 일기장에 소복하게 쌓인 이야기는 날마다 뚱뚱해져서보기만 해도 웃기는 모습이다.가끔 뚱뚱이가 토라지면 뼈만 남는 모습으로 되돌아 갈까봐 달래느라 진땀을 빼긴 하지만 그래도금방 내 손을 잡아준다.소리를 들려주고 횡단보도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 주신 박상률선생님,문학을 대하는 자세를 일깨워 주신 윤한로선생님,내 모든스승님과 부모님 감사합니다. ▲78년 부산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 심사평 아마도 새 세기는 드라마 혹은 드라마적 표현이 대중매체의 내용을 주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문화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최근 극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신춘문예의 희곡작품 증가 역시 예외가 아니다.6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수갑찬 종달새’와 ‘창 달린 방’이 당선을 겨뤘다.둘 다 뽑고 싶었다. ‘수갑찬 종달새’는 외아들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어머니가 며느리의 임신에 소외와 질투를 느끼는가 하면,며느리는 이러한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압력때문에 결국 유산하고 만다는 내용이다.며느리에 대한 어머니의 피해망상증과 며느리의 유산으로 이어지는 잔잔한 저항심리가 치밀하게 잘 드러났다.간결한 대사가 긴장을 지속시킨다.후반부에는 의사가 아들에게 어머니의증세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목은 전체의 격조를 깨는 군더더기로 보인다. ‘창 달린 방’은 창문도 없는 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오누이의 고달픈삶을 그린 작품이다.누나는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만집세를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이 적다.남동생에게는 일정한 일거리가 없다.그는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저항심에서 오토바이 폭주를 하다가 팔이 부러지는가 하면,일회용 부탄가스를 마시며 침침한 방에서 환상에 젖는다.애인과 밀회하는 밝은 모습이 방안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반복된다.시종 절제된 행동과 간결한 대사가 밀도와 무게를 느끼게 하고,상징적인 표현은 신선한 무대를 연상시킨다.후자를 당선작으로 정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 日 엄마 일류병이‘殺人’

    ‘과열 유치원 입시가 어린이를 죽였다’ 지난 며칠간 자식을 가진 일본 부모들의 가슴을 졸이게 한 와카야마 하루나(若山春奈·2)양 유괴살인사건의 범인이 체포되면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25일 체포된 범인은 놀랍게도 살해된 어린이의 이웃 아주머니인 야마다 미쓰코(35)씨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범행동기.야마다씨는 돈이 궁해 와카야마양을 유괴한 게아니었다.지옥 같은 입시제도와 부모의 과욕,질투심이 야마다씨를 살인자로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지난 22일 일류 유치원부터 일류 대학이 몰려 있는 도쿄 분쿄(文京)구에서 발생했다.피해자와 가해자의 집은 불과 200m 떨어져 있는 이웃으로똑같이 5살짜리 장남에 2살짜리 여자를 두고 있었다. 두 집안의 장남들은 일류 초등학교 진학이 보장되는 오토와(音羽)유치원에다니고 있으며 2살짜리 여자아이들도 모 국립대학 유치원에 가기 위해 원서를 낸 상태였다.그러나 와카야마양은 당당하게 합격한 반면 야마다씨의 딸은 고배를 마셨다. ‘패배자’가 된 야마다씨는 질투와 분노에 이성을 잃고 유치원에 가는 오빠의 배웅을 나갔던 와카야마양을 유괴,목졸라 살해한 뒤 친정집 근처에 사체를 버렸다. 일본에서는 사립 명문인 게이오(慶應)대학 등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교를 일괄 운영하면서 동일계 진학 우선권을 주는 학원이 적지않아 10 대 1의경쟁률은 예사일 만큼 유치원 입시가 치열하다. 황성기기자 marry01@
  • [새 영화] ‘삼양동 정육점’

    뼈에 사무치는 애증,그로 인해 망가지는 인생.27일 개봉하는 ‘삼양동 정육점’은 그런 치명적인 운명의 덫에 걸린 다섯 남녀가 펼치는 사랑과 질투,욕망을 그린 영화다. 무대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상징하는 정육점.강간범에 쫓겨 살인을 저지른 여자 신혜(나경미)를 정육점 주인 상현(박경환)과 형사 동천(최철호),약사광호(강태준)가 한결같이 사랑하고 여기에 섹스를 비즈니스로 여기는 보험외판원 여인 명희(이현주)가 뛰어들면서 영화는 치정극의 양상을 띤다. ‘삼양동…’은 신상옥 감독의 아들인 신정균 감독의 데뷔작이다.‘노랑머리’의 감독과 배우를 제외한 모든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들었다.그러나 ‘트리플 섹스신드롬’을 일으켰던 ‘노랑머리’에서 처럼 성묘사가 도발적이진 않다. 감독은 “‘삼양동 정육점’은 섹스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없는 슬픔,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하는 슬픔을 다룬 영화다”라고 말한다.이 영화는 ‘노랑머리’와는 달리 나름의 드라마 구조를갖추고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동기도 없이세상을 향해 무차별 냉소를 퍼붓는 주인공 동천의 인물설정은 왠지 어색하다. 감독은 촬영전에 전체 콘티를 짜 15회 만에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그래선지작품의 완결성이 떨어진다.순 제작비 3억5,000만원의 저예산 영화란 점이 모든 허점을 덮어주는 면죄부가 될 순 없다.감독은 “섹스는 과장된 장식으로부풀린 구경거리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포르노성 알몸연기는 ‘비디오용’ 영화에나 어울릴 듯하다. 김종면기자
  • 옛 기획원출신 재경부 요직국장 독식

    재정경제부는 지난 18일 신임 경제정책국장에 권오규(權五奎)국제통화기금(IMF)대리이사를,공석인 국고국장에 현오석(玄旿錫)경제정책국장을 각각 발령했다. 현 국장은 행정고시 14회,권 국장은 15회로 이들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 출신 관리들이다.기획원 출신이 특히 전통적으로 옛 재무부 성격이 강한 국고국장까지 차지해 ‘재경부의 기획원화’가 한층 더 현실화됐다. 이로써 현재 재경부 본부의 실무국장직 12명중 기획원 출신은 국고국장,경제정책국장,정책조정심의관,경제협력국장,국민생활국장과 공보관 등 6명에달해 50%의 점유율을 보였다.현재 재경부내 사무관급 이상 관리중 옛 기획원출신이 3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국장급의 기획원 출신 비율은 크게 높은 것이다. 반면 옛 재무부 출신은 전문성이 강한 세제실의 국장 3명외에 국제금융국장,국제금융심의관과 금융정책국장 등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제금융국과 금융정책국도 옛 기획원 출신이며 강 장관의 측근인이근경(李根京)차관보가 관장해 재경부 안팎에서는 세제실 외에는 사실상 옛기획원 출신이 재경부를 점령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재경부 관리들은 “지난 5월 취임이후 강봉균(康奉均)장관은 재경부에 남아있는 옛 재무부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기질을 바꾸려고 노력해왔으며 이에따라 취임이후 기획원 출신 관리들의 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보직을 받지 못해 대기중인 재무부 출신 국장이 4∼5명에 달하는 점에서 기획원출신의 잇따른 등용은 재무부 출신 관리들의 질투와 소외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켜 부내 화합 여부가 주목된다. 이상일기자 bruce@
  • [굄돌] 권력의 자기기만

    ‘내 사랑 내 귀에 속삭였네/ [사랑은 나의 권력]/ 나는 내 사랑의 귀에 속삭이네/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최근 문예지를 보다 눈에 띈 정현종시인의 시구절이다. 사랑은 나의 권력,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이 구절은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을 떠올리게 했다.권력이 얼마나 집요하게 우리의 일상과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를 간취한 아름다운 구절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둘만 모여도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고 여기에는권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동물의 왕국’에서도 약육강식의 권력 메커니즘은 마찬가지다.그렇다면 그 권력을 어떻게 유통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리라. 체납·외상·연체·접대 따위로 얼룩졌던 모지구당 위원장이나,개인 용도로 공관을 사들이고 공공기물을 사용했던 모 도지사,모피코트를 둘러싼 고관부인에 대한 기사는 정치권을 둘러싼 권력 남용의 깃털에 지나지 않음을 누가모르겠는가.최근 문단을 둘러싼 비판과 반성,그 이면에 자리한 냉소와 풍문의 말끝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려왔던 말이 권력이었다.대학사회의 임용 비리에서도 누구의 권력이 더 영향력을 행사하는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안면이 창녀를 만든다”는 어느 소설가의 일갈처럼,밥그릇과 안면에 좌우되는 편의와 요령,편법과 변칙으로 유통되는 권력의 현주소를 들먹이는 건새삼스럽다.권력의 더욱 볼썽사나운 모습은,또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스스로가 권력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자기기만과 이등품 스스로가 일등품으로 행사하는 자기기만에 있다.자신의 위반은 운용의 묘(妙)고 타인의위반은 권력 남용이라는 생각,자신의 주장은 비판이고 타인의 주장은 폭력이라는 생각,자신이 얻은 것은 실력이고 타인이 얻은 것은 탐욕이고 수혜라는생각들이 권력을 더욱 요령부득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권력에 대한 집착은 자기 결핍과 비례한다.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지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행사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소외시키는 또다른 결핍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우리가 권력이라는 힘으로 타인을 지배하기 전에 자기 시선과 목소리부터 웅숭깊게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사랑이 그렇듯,권력은 내게서도 완성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끝별 시인 문학평론가]
  • “로댕의 연인 클로델은 편집증환자”

    “로댕으로 말하자면,그는 근시인데다 호색한의 큰 퉁방울 눈을 갖고 있다. 일할 땐 코를 모델 바로 위에,또 진흙 바로 위에 갖다 댄다.내가 그의 코에대해 말했던가? 뭐랄까,수퇘지 주둥이,그 뒤에 차갑고 푸른 눈동자가 숨어있다.…내 누이의 가볍고 섬세한 손,반짝이는 내면의 빛과는 얼마나 다른가. …결별은 불가피했다.클로델은 로댕에게 모든 것을 걸었고,그를 잃음으로써모든 것을 잃었다” 카미유 클로델을 옹호하기 위해 로댕을 ‘괴물’로 묘사한 폴 클로델(카미유 클로델의 남동생이자 작가)의 글이다.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그리고 그의 제자이자 모델,조수,정부였던 카미유 클로델.제라르 드 파르디외와이자벨 아자니가 주역을 맡은 영화 ‘카미유 클로델’의 잔상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로댕에 대한 이런 비난은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 모른다.남성의 억압에 의해 파멸된 비범한 재능을 지닌 여성이 바로 이 영화가 그린 클로델상이기 때문이다. 클로델과 관련해 로댕에 쏟아지는 비난은 크게 세 가지다.▲로댕은 실제로클로델이 창작한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등 조각가로서의 클로델을 이용했고 ▲연인으로서의 클로델에게 싫증이 나 그녀를 버렸으며 ▲클로델의 정신착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로댕은 과연 페미니스트들이 흔히 주장하듯 지독한 착취자의 기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인 루스 버틀러는 최근 열린 로댕갤러리 개관기념 심포지엄에서 로댕과 클로델의 사랑과 권위,스타일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관심을 모은다.그는 로댕보다는 클로델의 문제성에 초점을 맞춘다.클로델의 작품에 로댕이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는 주장에 대해 버틀러교수는 이렇게 반박한다.“로댕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서명을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방식을 따르기를 원했다.이는 19세기 유럽의 대형 작업실의 장(長)에게는 일반적인 일이었다.그런 점은 마치 20세기 영화 스튜디오의 감독과 비슷하다” 로댕과 클로델은 1882년 처음 만났다.로댕은 42세,클로델은 17세였다.그때로댕은 젊은 여인들의 작업실을 맡아 그들의 작업을 지도해 주고 있었다.이런 일은 19세기에는 흔한 것이었다.왜냐하면 당시 에콜 데 보자르에는 여성입학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로댕은 그 자신이 이 유명한 미술학교의학생이 되려고 했지만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그들의 상황에 동정적이었다.이런 맥락에서 로댕은 클로델의 작가적 경력을 높여주는 일에 최선을다했다.하지만 1893년 이들은 결국 헤어졌다.그들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은 로댕이 아니라 클로델이라는 게 버틀러교수의 견해.그 구체적인 요소로 클로델의 심한 편집증,그로 인한 격한 성격과 피해의식,과대망상,질투심 등을 든다.아울러 클로델의 정신질환도 이러한 성격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클로델은 로댕의 삶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이들을 질투했다.특히 로댕의 첫사랑이었던 로즈 뵈레는 클로델을 가장 화나게 하는 존재였다.클로델은 ‘독방생활’‘내연관계’ 등 일련의 작품들에서 로댕과 뵈레를 역겨운 종속관계로 패러디하고 있다.클로델의 가다듬어지지 않은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로댕과 클로델.이들의 불행은 두사람이 서로의사랑을 동일한 기준에 의해 생각하지도 표현하지도 않았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당당한 육체적 사랑을 드러내는 로댕의 ‘입맞춤’ ‘영원한 우상’ 같은 작품과 클로델의 군상 ‘사쿤탈라’ 같은 작품은 그런 점에서 좋은 비교가 된다.5세기의 인도 작가 칼리다사가 쓴 이야기를 토대로 한 이 ‘사쿤탈라’는 ‘정신이 전부인’ 완전한 사랑을 보여준다. 김종면기자 jmkim@
  • 詩的 대사에 담은 ‘금단의 연정’

    3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극단 자유가 프랑스 ‘비극시인’ 장 라신의 연극‘페드라’를 그의 서거 30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다. 김정옥교수(중앙대)가 연출을,극단 대표 이병복이 무대미술을 맡았다.이들은 지난 30여년동안 호흡을 맞춰온 지기(知己).공연을 앞두고 문예회관 대극장 지하연습실에서 최종적으로 ‘팀워크’를 다듬고 있다. “아,잔인한 사람.모든 걸 다 알고도! 이만큼 말했으면 모를리가 없지.자똑바로 봐요,이 페드라를,미칠 것 같은 이 연정을” 페드라가 마침내,‘삭이던 연정’을 의붓 아들 이포리트왕자(최원석)에게봇물처럼 터뜨렸다. 박정자는 ‘금단의 사랑’의 포로가 된 채 이성도 체면도 다 내던지고 온몸으로 ‘광기’를 쏟아낸다.이포리트에게 버림받은 심경을 읊는 장면에선눈물이 흘러내린다. “페드라의 감정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맛보는 것입니다.여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이 역을 맡게돼 천우신조라고 생각합니다.연극의멋과 향기가 듬뿍 담긴,요즘 보기 힘든 작품인데 ‘몰래사랑’의 가슴앓이를 해본 관객이라면 대리만족을 맛볼 수 있죠”(박정자) 페드라의 사랑고백을 정점으로 작품은 숨가쁘게 전개된다.이포리트왕자의아리시공주(김희령)를 향한 열정,죽었다던 테제왕의 귀환,질투심과 배신감에 빠진 페드라의 자살…. 눈여겨 볼 대목은 라신의 빛나는 대사.‘내 입에서 그 이름이 새어나왔다’‘미칠듯한 사랑에 무너지는 분별력’‘사랑의 업보에 가슴이 타고 눈물에잠겨,시들고 말라 비틀어졌어’ 등 시적인 표현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테제역의 박웅은 “시적 표현이 많고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많아 여간 까다운게 아닙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그는 극단에 남자배우가 적어 연극협회 이사장이라는 바쁜 일정을 쪼개 ‘품앗이’를 하고 있다. 언어 조탁은 연출가 김정옥의 몫.번안을 겸하면서 3시간에 가까운 원작의대사를 반으로 싹둑 잘랐다. “지난 날의 고전이 아니라 오늘의 작품으로 살아나도록 대사를 우리 식으로 가다듬었죠.배경과 음악,연기도 우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쪽으로 바꾸었습니다” 그의 손을 거친 많은 고전작품은 세계무대에서 공인받고 있다.그는 이번 작품도 ‘자유의 페드라’로 불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친다. ‘무대미술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병복의 작업도 관심을 모은다.흰색·검은색의 ‘화려한 대조’가 돋보이는 페드라 의상은 무대를 화려하게 꾸밀 것으로 기대된다.‘금단의 연정(戀情)’을 담은 ‘페드라의 광풍(狂風)’은 6월1일부터 27일까지 불어닥친다.문예회관 소극장.(02)765-5475이종수기자 vielee@
  • 청바지업체 노출광고로 승부수

    여름이라서 벗나? 최근 옷을 반쯤 벗은 섹시한 광고들이 인쇄매체와 TV에 연달아 나오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청바지 광고.보성어패럴의 ‘쿨독(cool dog)’은 천연 소금에 씻은 ‘솔트진(salt jean)’을 내놓으면서 모델로 가수겸 탤런트인구본승을 썼다.광고 제작진은 주제를 ‘자신에게 도취된 나’로 정하고 구본승의 상반신을 노출시킨 인쇄매체 광고를 시도,매출이 30% 이상 오르는 성공을 거뒀다.구본승은 이 광고 뒤 “언제 그렇게 몸을 만들었냐”는 주위의 질투어린 질문 공세를 받았다고 한다. 상반신 누드 광고로 재미를 본 보성어패럴은 다른 브랜드인 ‘야(yah)’ 광고에 가수 엄정화를 기용,새로운 시도를 했다.올 여름에 나올 모든 제품 개념을 ‘할리우드’로 정한 ‘야’는 이 단어가 주는 화려한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뒷 배경을 할리우드 스타 사진으로 도배했다.그리고 청바지 지퍼를 살짝 내리고 윗도리를 끌어 올려 배꼽을 드러내며 야릇한 눈빛을 내는 엄정화의 모습을 담았다.상의를 딱 하나만 걸친다는 조건에 엄정화는 남자 스태프들이 눈을 감는다는 조건으로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청바지 업체의 이런 움직임은 목표 연령층이 청소년에서 20∼30대로 변했음을 의미한다.청바지에 ‘패션진’이라는 개념을 불어 넣으면서 가격을 올린것도 같은 맥락이다. TV광고로는 쌍방울의 ‘트라이’광고가 섹시한 광고로 첫번째 손가락에 꼽힌다. 광고는 어느 날 오후 도심 속의 고층 사무실에서 시작된다.분주하게 자기일을 처리하던 여직원들이 깜짝 놀라는 가운데 빌딩 옥상으로 탤런트 유동근의 대형브로마이드가 올라간다.유동근의 모습은 상반신을 벗은 채 살짝 내려진 바지지퍼 사이로 트라이 로고가 보이고 여직원들은 서류를 집어던지며 환호성을 지른다는 내용이다. 이 광고에 나오는 상반신은 진짜 유동근의 몸이 아니라 광고 제작진의 친구중 몸매가 좋은 사람의 몸을 빌려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뒤 부쩍 줄어든 광고예산이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눈길을 끄는 야한 광고’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기고] ‘집단 괴롭힘’ 없애기

    ‘집단괴롭힘’이란 단독,또는 복수의 특정인에게 물리적 공격을 가하거나위협적 언동,싫어하는 일 강요,무시 등 심리적인 압박을 반복함으로써 고통을 주는 행위이다. 일본에서는 1955년 11월 초등학생 O군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고 그후 K군의 마트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문부성의 조사보고와 지도지침 하달,수상관저 유관 각료회의 개최등 대책이 강구되기 시작했다.지난해 청소년문헌집에는1,400여편의 청소년관련 연구논문이 요약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집단따돌림’연구가 상당한 것으로 보아 사정의 심각성을 엿볼수 있다. 집단괴롭힘의 동기는 증오와 질투,분노 욕구불만 울분발산 등이다.이 외에도 특정 집단 가입및 친숙 강요,보복 등이 있다.그러나 괴롭힌 자는 장난 삼아서 괴롭혔다고 변명하기 때문에 현상을 놓치기 쉽다. 갑자기 청소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어 칭찬했더니 울어 버렸다.알고 보니 괴롭힘 대상자의 ‘열심 청소’였다.체육시간에 상습적으로 늦게 오고 수업이 끝나기가 바쁘게 달아나는 학생이 있어 이를 추적했더니 다른 학생이옷을 감추거나 찢거나 더럽혀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일이다. 노르웨이의 쉘데랍은 ‘닭의 서열’(Pecking-Order) 연구에서 닭의 세계에서도 오메가에서 알파까지 순위가 결정돼 있다고 했다.동물의 왕국에서는 서열과 관할권을 위한 싸움이 심하다.항복의 신호로 머리를 내밀거나 드러누워 배를 위로 향하는 늑대들의 모습에서 약육강식의 원리를 엿보게 된다.오리떼 속에 잘못 끼어 든 아기백조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안데르센 동화를 청소년들이 학습해서 연습한 것일까? 한 미국학자는 괴롭힘을 통해 늠름하고 씩씩해지며 그 과정 속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극기의 힘을 배양하게 되므로 괴롭힘은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그러나 이것은 옛날의 ‘괴롭힘’만 생각하는 미국식 생각이다. 집단괴롭힘은 등교거부,자살,가정 폭력,복수를 위한 살인 방화등의 행동과적개심,노이로제,조울증도 가져온다.또 피부병,위궤양,과민성 대장염 등의발병과 과식증,거식증 등도 생기며 대인 불신,허무감을 갖게 돼 인격 형성에도문제가 생긴다.결국 집단괴롭힘의 수적 증가와 질적 악화는 범죄는 물론자살자 속출 등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다.처방은 무엇일까. 집단 괴롭힘의 대책은 발생 요인을 제거하고 그 온상을 없애는 동시에 조기발견과 예방에 노력하는 것이다.또 중요한 조짐을 놓치지 말아한다.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그 전조가 몸이나 정신행동에서 나타난다.복통이나 열,가슴앓이,어지러움증,몸의 상처 등이 그것이다.행동상 조짐으로는 불규칙한 등교,숙제불안,성적저하,행동문란 등이 있다.그밖에도 복장,두발,언어가 이상해지며 인간관계가 문란해진다. 집단괴롭힘은 국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일본의 집단 따돌림 국제회의에서 노르웨이의 올웨즈교수는 1970년대에 심각해져 문부성 주관의 대책을 강구했다고 말했다.영국은 쉐일드대학에서의 방지실천 프로젝트개발과 지도서의 간행도 있었다.일본 문부성의 사례집과 지도지침 등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괴롭힘의 예방과 대책에 가정 학교 사회 국가가 연대해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해야 한다. 楊萬雨·前日게이오대 교수
  • 영화계 복고·인종주의로 틈새시장 공략

    세기말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일까.최근 영화계에는 복고풍이거나,역사적고통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이달초 개봉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 ‘레미제라블’ 등에 이어 이번주말 ‘엘리자베스’가 관객을 찾아간다.이들은 옛 것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또 이미 상영중인 ‘인생은 아름다워’와 주말개봉하는 ‘아메리칸 히스토리X’는 나치와 백인우월주의 등서양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 16세기 중반 파란만장한 삶을 지낸 한 독신여왕의 집권전후 이야기.그러나 엄숙한 시대극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엘리자베스는 헨리8세의 두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났으나 질투심많은 언니인메리여왕에 의해 감금된다.미처 엘리자베스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고 메리여왕이 숨지자 1558년 25세의 처녀로 왕위에 오른다.끝없는 암살의 위협과주변 강대국의 압박,반역 등의 고난을 극복해냈으나 마지막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연인의 배신이 그 것.실망한 그녀는 마침내 ‘조국 잉글랜드와의 결혼’을 선포한다.그녀 치하에서 잉글랜드는 황금기를 맞았다고 역사는 전한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여우주연상 등 7개부문 후보에 올랐다.제작진은 현대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대부’를 참고삼았다고 밝혔다.시사회를 본 팬들은 국내사극 ‘용의 눈물’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호주여배우인 여주연 케이트 블랑슈 뿐 아니라 조연인 제프리 러시와 조셉파인즈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영화는 16세기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잉글랜드의 앨른윅 성,뱀버러 성,칠링엄 성 등에서 촬영했다. 94년 칸영화제에서 ‘밴디트 퀸’으로 이름을 날린 인도감독 세카르 카푸르의 첫 해외연출작이다.그는 70년 잉글랜드로 건너간지 20여년만에 대작을 감독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메리칸 히스토리X 일그러진 가치관이 남긴 상처를 그린다.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에드워드 노튼은 혼돈과 상실감,증오와 저항을 화면 가득히 펼친다.그러나 이 영화는 인간이 만든 각종 편견을 가족들이 사랑으로극복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지역감정이 있다면 미국에는 더욱 큰 편견이 있다.인종차별주의. 주인공 데릭은 나치의 백인우월주의에 푹 빠져있다. 어느날 흑인 좀도둑들이 자신의 차를 훔치려 하자 무참하게 이들을 살해한다.감옥에 들어간 그는 그러나 나치주의자인 백인이 아닌 흑인친구에 의해보호받으면서 인간애에 눈을 뜬다.출감한 그를 과거의 친구들은 영웅으로 치켜세운다.그는 그러나 이미 그들의 허상을 간파했다.세상은 증오와 편견이아니라 사랑과 화해가 중요하다고. 에드워드 노튼은 스킨헤드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현자의 눈빛에 이르기까지,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朴宰範
  • “선사시대에 초고대문명 존재” 찰스 벌리츠 주장

    97년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후 고대문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이 책은 고도로 발달된 초고대문명이 언제어디에 존재했는지,사라졌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최근 ‘신의 지문’의 원전에 해당되는 찰스 벌리츠의 책 ‘신이 질투한 문명들’(원제 ‘Mysteries from Forgotten Worlds’·72년 출간)이 안재학 옮김으로 도서출판 새날에서 출간됐다.저자 벌리츠는 한국어를 비롯해 31개국언어를 해독하는 언어학자이자 수중탐험가.그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문명사관련문헌을 탐독하고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 자신이 직접 해저도시 현장을 답사하였다. 벌리츠는 이 책에서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선사시대에 지구상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루 리마시의 남쪽 약250마일 지점에 있는 나스카 계곡에는 선과 도형으로 구성된 신비한 ‘지상그림’이 남아있다.총60마일 이상의 지역에 걸쳐있는 이 그림은 마치 전문적인 측량에 기초한 것처럼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그동안 이 인공구조물은 선사시대의혹성 비행사를 위한 비행장이라거나 우주여행자에 대한 신호 정도로 추측해왔다.그러나 천문학자 폴 코조크 박사 일행은 이 구조물이 기원후 50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혹성·태양·달의 궤도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행되던 뇌수술법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또 고대 인도에서는 정형외과·뇌 절개·제왕절개 수술을 비롯해 기억력·치아·시력·피부탄력을 회복시키는 약초치료가 행해졌다는 기록도 있다.고대에 개발된이같은 의술은 19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그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철이나 강철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녹이 스는 것이 상식이다.그러나 인도 델리의 쿠투브 미나르 사원 뜰에 서있는 ‘아소카왕의 기둥’은 1,600년 이상비바람에 노출되었지만 전혀 녹슨 흔적이 없다.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야금술을 능가하는 셈이다.저자는 “이것 역시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잊혀졌거나 잃어버린 고대 과학기술의 존재를 생각케하는 좋은 예”라고 설명한다. 페루나 볼리비아에 있는 잉카유적지를 찾은 방문객들은 궁전·성채·신전들이 다면체의 거대한 돌덩어리로 되어있고,그 틈새는 얇은 판 하나도 끼울 수 없을만큼 정교하게 짜맞춰진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른다.장방형은 물론 32면을 가진 돌들을 그처럼 정교하게 짜맞춘다는 것은 현대기술로도 불가능하다.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남아메리카의 고대인들은 거석의 다면접합을 가능케할만큼 정밀한 석공도구나 기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러나 수수께끼의 기념물들은 지금도 여전히 산꼭대기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절벽들 위에 서있다. 중앙아메리카 평원의 초대형 지상그림,설명이 불가능한 해저유물,중남미 고대유적에서 확인되는 고도의 건축술,지구 반대쪽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단어들….저자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선사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수많은 증거들을 들이대고 있다.이 책은 초고대문명의 존재를 확신하는 ‘아틀란티스 지지자들’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가격 9,000원 鄭雲鉉 jwh59@
  • ‘아줌마’라는 말/김정란 시인·상지대 교수(굄돌)

    ‘아줌마’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선 경멸적인 의미로 쓰인다.이 단어처럼 성차별적인 단어도 드물다.성적인 매력을 상실한 나이의 여성을 깔보듯 지칭하는 말.젊은 여성들이 ‘아줌마’라는 말을 듣는 걸 질색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성적인 매력을 상실하면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여성의 존재 이유가 남성에게 잘 보이는 것만으로 구성된다고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무의식에 감염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읽은 신문 보도에 따르면,프랑스 마케팅용어 사전에 ‘아줌마’라는 한국어가 들어갔다고 한다.그러나 기사를 읽어보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의 기대와는 달리,돈도 많고 시간도 많아서 쇼핑으로 소일하는 특정한 계층의 여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아줌마들의 문화적 허영심과 많은 시간과 두둑한 주머니를 노려라!그것이 프랑스 장사꾼들이 ‘아줌마’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였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성차별적 단어를 성차별적 색채가 없는 신조어로 대체하자고 주장하고,다른사람들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를 걷어내자고 주장한다.예를 들어서 의장(chairman)을 chairpeople로 고치는 경우가 전자에 해당된다.나는 오히려 후자에 마음이 기운다.말을 몽땅 바꿀 수 없는 바에야 있는 것을 고쳐 써야 하지 않을까.그것이 재활용 정신에도 맞고.그래서 나는 기꺼이 나 자신을 ‘아줌마 시인’‘아줌마 교수’‘아줌마 평론가’라고 부른다.그렇게 열심히 쓰다 보면 언젠가 ‘아줌마’라는 경멸적인 단어는 ‘남성의 인지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독립적으로 실현하는 성숙한 여자’라는 의미로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남성들이 ‘아줌마’라는 용어를 질투해 너도나도 ‘아저씨 시인’‘아저씨 교수’‘아저씨 평론가’라고 자신을 즐겨 지칭하게 되지 않을까? 아,그러면 얼마나 멋질까?
  • 紫禁城 투란도트/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중국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에서 공연된다고 했을 때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전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투란도트’가 오페라의 배경인 중국에서,그것도 폐쇄된 극장이 아니라 중국 역대 황제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앞에서 공연된다는 것은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트인 공간에서 오페라가 시도된 데다 자금성이 명(明)대에 건설된 것을 감안하여 시대배경을 원래의 당(唐)대에서 명대로 바꾼 것도 대단한 재치다. 과연 첫날인 지난 5일 3,500여명의 관객은 공연이 끝나자 8분동안의 기립박수와 환호성으로 자리를 떠날줄 몰랐다고 한다. 이날 공연장을 메운 관객의 95%는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중국을 찾아온 관광객들로 입장료는 250달러에서 1,500달러까지 고가였으나 이미 한달전에 매진된 상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를 성공시켰는가. 어두운 밤 중국 역대 황제들의 위패가 모셔진 태묘(太廟)앞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중국식 의상의 출연자들이 변화무쌍한 춤을 보여준다는 자체가 최고의 특화이자최대의 관광상품이다. 더구나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인 주빈메타가 지휘를 맡고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모(張藝謀)가 밝고 화려한 색채로 ‘장이모식 투란도트’를 연출해냈다는 평이다. 바로 그런 장이모가 총연출을 하기 때문에 ‘투란도트’가 선전되었고 세계적인 지휘자와 성악가와 첨단 조명장비를 동원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갖가지 풍물에 전위성 퍼포먼스,외국공연까지 초청되어 비빔밥을 만들어 버리는 축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다만 남을 부러워 하기전에 우리에게도 뉴욕에서 대성공을 거둔 ‘명성황후’나 ‘춘향전’ 등을 비원(秘苑)이나 남원 광한루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또 세계적인 예술가 초청도 중요하지만 장이모같은 대스타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깊이 할 필요가 있다. 시샘이나 질투로 방해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작은 가능성이 보이면 그가 누구이든 대스타를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 줘야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스타와 함께 세계의 시선은 우리의 무대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 이런 남자 조심하세요/성폭력문제硏 성폭력 대처 방안 소개

    성폭력을 피하려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남자,‘터프가이’처럼 행동하는 사내,질투심이 강한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또 △전통적인 남녀관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싫다”고 할 때 더 공격적이 되며 △모임에서 친근하게 굴면서 다른 친구들과 떼어놓으려고 하는 남자들도 위험하다. 이상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문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성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몇가지 것들­예방과 대처’라는 소책자에 실린 ‘조심해야 할 남자 유형’의 일부이다. 연구소는 지난 91년 4월부터 지난해말까지 1만6,000여건의 상담을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 성폭력 실태를 분석해 이같은 소책자를 만들었다. 연구소가 권하는 성폭력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성에 관한 가치관과 행동범위의 한계에 스스로 기준을 가져야 하며 △불쾌한 성적 접촉·상황에서는 명백히 거부의사를 표시하고 △음담패설을 삼가며 △숙박업소에는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주량을 알아 조절할만큼만 마시며,어디서든 택시를 타고 집에 올 정도의 비상금을 갖고 다니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자에는 이밖에도 성폭력의 개념에서 사회의 잘못된 통념,피해자의 심리에 이르기까지 관련정보를 두루 수록했다. 연구소를 직접 찾거나 전화로 주문(576­5513∼4)하면 2,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 高宗과 조개탕(秘錄 南柯夢:20)

    ◎嚴妃,남편 바람기 재우려 안간힘/“女色 멀리하도록 잘 보필하라” 鄭환덕에 경고/기다리다 못한 엄비 직간했다 고종의 미움 사/부부끼리 서로 의심… “왕비 폐출”흘리기까지/크게 놀란 엄비 가슴치며 하소연하다 쓰러져… ‘왕과 왕비’라고 부부싸움을 하지말란 법은 없다. 다만 원인이 다를 뿐이다. 가난이 유죄라고 사가에서는 돈때문에 부부싸움을 하지만 왕실에선 돈 걱정할리 없다. 걱정이 있다면 여자 문제다. 고종은 참조개탕을 즐기셨는데 하루는 조개탕을 들다가 이가 뿌러졌다. 누구의 책임인가 당연히 감선청(監膳廳)이 책임을 져야 했다. 상감께서 참조개탕(蛤子湯)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감선청에서는 조석으로 수라상에 조개탕을 올렸는데,하루는 상감이 조개탕을 드시다가 앞니 하나가 뿌러져 소반위에 떨어졌다. 덩그렁하며 소반에 이가 떨어지자 상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옆에 있던 순종은 크게 웃으시면서 측근을 불러 명하시기를 “감선당번은 무엇을 했는가. 당장 원도로 유배하라”고 명하셨다. 감선당번은 서인택(徐仁宅)과 이봉천(李鳳天) 두 사람이었다. 한 개 치아로 말미암아 두 사람이나 유배당하게 됐으니 과연 국법이 무섭기도 하다. 조개탕 사건이 일어나서 그랬던가. 우연치 않게 고종과 엄비사이에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1904년 고종의 나이가 50대 초반이었으니 아직 노쇠하였다고 보기 어려웠고 조개탕을 즐겨 그랬는지 양기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엄비는 상감의 옥체에 이상이 있을까 두려워했다. 순비(엄비)께서 내게 은근히 말씀하시기를 “상감께서는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나이(非老不少之年)신데 방사(房事=남녀의 동침)가 너무 빈번하셔 옥체를 상하실까 두렵소. 그대는 상감을 항상 가까히 모시고 있으면서 어찌 한번도 간하여 아뢰지 않았는가”라고 나무라셨다. 며칠 뒤 순비께서는 병풍 뒤에 숨어서 상감마마의 동정을 살피셨다고 들었다. 왕비도 여자인지라 남편이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질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정환덕을 불러서 질책하듯 원망하듯 황상을 잘 보필하라 했다. 엄비의 질책을 받고 정환덕은 기어이 상감께 성색(聲色)을 삼가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마침 상감이 매우 기분좋은 상태에서 정환덕에게 물었다. 상감께서 자못 기쁜 기색으로 물으시기를 “역색(易色)이란 말뜻을 아는가”하셨다. 이에 아뢰기를 역색이란 얼굴빛을 바꾼다는 뜻으로 여색을 좋아한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귀천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아옵니다. 그러나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슬픔이 찾아오고(樂極哀生) 음탕함이 극에 달하면 재앙이 찾아오는 것(淫極災生)이 자연의 이치라 군자는 반드시 중도를 지킴으로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였습니다”고 아뢰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엄비는 직접 고종에게 이렇게 간했다고 하는데 후환이 두려운 말이었다. 근래 국법이 해이하여 궁인들이 대궐 밖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으니 혹시나 병에 걸려 들어오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두렵사오니 궁인을 상대하실 때는 반드시 정환덕에게 명하시어 그 사람의 몸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고종은 묵묵 부답하며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날 고종은 정환덕을 불러 독대하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짐이 경과 함께 지내기를 밖으로는 군신지간(君臣之間)이었으나 안으로는 부자지간으로 정분을 나누어왔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지 못하겠는가. 묻겠는데 엄비에게 큰 비밀이 있다고 들었다. 그대는 아는가. 숨김없이 대답하라”고 하시었다. 깜짝 놀란 정환덕은 시침을 떼고 대답하기를 “청천벽력같은 말씀으로 소신은 전혀 아는 바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정녕 그러한가?” 고종께서 다시 다그쳐 물어 보았는데,그때 정환덕의 등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면서도 “도끼로 맞아죽는다고 해도 아뢸 말이 없습니다”고 잡아뗐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하니 동네사람의 부부싸움도 말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국왕 내외에 있어서랴. 무슨 재주로 말릴 수 있겠는가 싶었다. 다음날 대궐에서 입궐하라는 명이 내려 인력거에 올라탔다. 대한문에 들어서니 안내자는 “오늘은 함녕전에서 부르신 것이 아니고 경선궁에서 부르신 것이니 그리로 갑시다”고 했다. 경선궁에는 엄비가 계셨다. 엄비가 물으시기를 “그대는 상감을 뵙고 무슨 말을 하였는가”고 하셨다. 사실대로 대답했다가는 대번에 야단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드디어 속여서 말씀 드리기를 “어제 밤 상감께서 소신에게 물으신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간사한 무리들이 혹은 일본에 붙고 혹은 러시아에 붙어 유언비어를 만들어 서로 이간질하고 마침내는 나라를 팔아 먹고 있으니 이 나라 운명의 길흉이 어떠한가를 물으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고 아뢰었다. 그러자 엄비께서는 손으로 가슴을 치며 말씀하시기를 “상감께서 내게 의심을 품으셔 장차 나를 폐출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말씀이 있었는가”하셨다. 나는 시침을 떼고 “소신은 듣느니 처음입니다. 내외간 일을 상감이 소신에게 물으실리 있겠습니까. 천부당 만부당한 일입니다”고 대답했다. 엄비가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신하에게 하소연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엄비가 졸도하여 의식을 잃고 말았다. “순비가 졸도하여 죽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어린 영왕은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고 있으며 상궁나인들은 한편으로 엄비의 입에 기름을 넣어 드리고,다른 한편으로는 물을 목구멍에 넣어 드리느라 분주하다. 약으로는 사향환(麝香丸)을 갈아 드리고 있으나 삼키지 못하고 침을 흘릴 뿐이다. 어찌 하면 좋겠는가” 하시기에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 길한 일이 모인다’(用死終生吉相聚)는 말을 인용하며 “염려 마시옵소서. 반시간만 지나면 깨어나실 것입니다”고 아뢰었다. 벽시계를 보니 7시반이었다. 고종께서는 시계를 보더니 “과연 8시에는 깨어나시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러더니 “너는 여기 있으라” 하시며 종종 걸음으로 대청으로 나가 내의(內醫)를 불러 화제(和劑)를 쓰라고 하시니 내의들은 강화자음전(降火磁陰煎)이 좋다느니 청심진정탕(淸心鎭靜湯)이 더 좋다느니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기를 30분이 지나 괘종시계가 8시를 쳤는데 그때서야 내의의 화제가 나왔다. 사후 약방문 격이었다.
  • 모차르트 ‘레퀴엠 미사’ 진혼곡(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4)

    ◎검은 가면의 만파식적(萬波息笛) 1.울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다.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진다.짙음만으로 비극성(悲劇性)에 도달하려는 것처럼.그것은 음악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니 태초(太初)부터,지금까지 깔리고 쌓여 오는 것 같다.그렇게 순식간에 음악의 공간이 마련된다. 레퀴엠 아에테르남 도나 에이스.안식,영원한,주소서,그들에게.언제부터 ‘레퀴엠’이라는 단어가 슬픔과 위안을 그 자체로 동일시했던가.언제부터 ‘키리에’라는,‘주님’을 뜻하는 단어가 그 자체 인간 존재 비극성의 명징한 음악적 응축으로 되었는가.라크리모사(눈물),호스티아스(봉헌),베네딕투스(찬양),아뉴스 데이(신의 어린 양)은 또 어떻게? 서양음악의 레퀴엠 전통은 그렇게,‘단어를 음악으로 만들’ 만큼 위대하다.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그중 가장 인간의 체취로 온습(溫濕)하다. 모차르트,쫓겨난 천사의,인간적인 체취? 왜냐하면,이 작품은,놀랍게도 자기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다.그리고 이 작품 이래 모든 걸작 진혼곡들은 미사곡이 아니라 비극 자체가 등장인물인 장엄한 오페라로 화한다. 2.어느 날 짙은 안개를 꿰뚫고 검은 가면을 쓴 사내가 모차르트에게 나타난다.진혼곡을 써다오… 그는 죽음의 사자(使者) 같았다. 이 곡은 혹시 나를 위해 쓰라는 것이 아닐까,그렇게 나는 사형선고를 받은게 아닐까…모차르트는 작곡을 하면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그는 가난과 방탕으로 병들고 지쳐 있었다.그의 작곡 속도가,원래 빨랐지만,병적으로 더 빨라졌다.미처 악보에 옮겨 적기가 힘들 정도로 악상(樂想)이 유령처럼 어른댔다. ‘돈 때문에’ 오페라 ‘마적’과 ‘티토의 자비’를 마친 후 그는 다시 레퀴엠에 몰두한다.심신이 점점 더 황폐해가고,그는 음악 속으로,진혼곡 속으로 그리고 죽음 속으로 속속 빠져 들어갔다.죽음이 더 먼저 왔다.레퀴엠은 미완으로 남았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음악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이탈리아 출신의 선배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의 공포’로 내몰아 살해했다,혹은 독살했다는 푸슈킨-림스키 코르사코프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시재(詩才)를 시기하여 정지상을 죽이는 김부식의 이야기를 우리 고려사는 품고 있다.‘삼국사기’의 명문장가이자 대학자였던 김부식이 왜 시골 뜨기 시인 동창(同窓)을 선망­질투­증오했을까. 3.그러나 실제 고려사는 훨씬 더 복잡하다.정지상은 혁명적인 예술가였지만 정치적 미망(迷妄)에 사로 잡혔다.김부식은 보수적인 대학자였고,현실주의자였다.‘모차르트 독살’설은 우선 사실과 다르다. 살리에리는 베토벤,슈베르트,그리고 리스트를 가르친 훌륭한 스승이었고 존경받는 오스트리아 황제궁 음악감독이었다.1790년 황제 죠셉 2세가 죽고 새로 부임한 레오폴트 2세가 살리에리 대신 자신을 음악감독으로 써 주기를 바랐던 모차르트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는 재능은 있었으되 말썽꾸러기였던 것.살리에리는 그런 그를 두둔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그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몰랐을 리는 없다.그러나 자신의 제자들 또한,특히 베토벤이 모차르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는 것을 몰랐을 리도 없다. 기교만 보자면 모차르트는 놀라운 음악의 신동(神童)이다.그러나 진정한 예술가로서 그는,아니 그도,평생 동안 거대한 벽과 싸워야 했다.그 벽은 바로 이탈라이 오페라 부파 음악. 이 음악장르는 이탈리아 본토 뿐 아니라 파리와 빈 등 서유럽 음악중심지에서 그야말로 창궐했다.일반인들은 그 장르가 구사하는 기발한 악상,무엇보다 음탕한 대사를 즐겼지만 모차르트는 달랐다.테너의 고음 선율이 청아한채로 뒤틀릴 때 그는 죽음의 검은 가면을,죽음이 삶 속에 제 모습을 언뜻 언뜻 내보이면서 흘리는 웃음을,어리석은 삶을 너그럽게 포괄하는,비극을 넘어서는,수 천년 나이를 먹은 웃음의 경지를 보았다.그렇다.그는 현대성의,미래예술의 한 핵심을 보았다. 4.모차르트의 부파 풍(風)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코지 판 투테’는 모두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를 차용하고 선망한다. 그러나 자연스러운,비비꼬는 이탈리아 청아성(淸雅聲)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독일적 서정의 극치를 구현한다.그렇게 ‘마적’은 부파적인 요소를 최대로 삭제한 채 독일 오페라 음악사의 최고절정에 달하고,최후작 ‘티토의 자비’는 오페라 세리아다. 물론 모차르트 음악은 가장 위대한 인류 유산 중 하나다.‘이탈리아 오페라 부파’라는 벽은 그가 스스로 키운,그렇게 실제보다 더 거대한 벽이고,그의 위대함을 담보해 주는 예술가의,예술의,시련의 벽이었다. 그렇게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한 진혼곡을 남긴다.지상으로 쫓겨왔던 천사가 지상을 떠나며 남기는 유언은,지상적으로 뭉클하다.하나님,이제는 이 창조의 속박을 벗게 하소서.그 유언이 지상에 남은 모든 인간을 위한 만파식적이 된다.살으라,고통받으라,의미를 창조하라… ‘살리에리 이야기’는 35세에 요절한 천재 모차르트를 위한 허구다.그러나 예술가는 더 깊은 진실을 이야기 속에 은유(隱喩) 혹은 상징(象徵)으로새겨 넣는다. ‘검은 가면’이야말로 진실의 핵심을 담고 있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대개 브루노 발터의 연주를 최고의 것으로 친다.그의연주는 모차르트 음악의 한 본질인 일상적 우울의 장려미(壯麗美)를 총괄적으로 보듬고 있다.다만,그것조차 풀어헤치고 절망하는 모차르트,그 절망의 진지함에 기적적으로 묻어나는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검은 가면이,카를 뵘의 연주와 달리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불쌍한 살리에리.그는 모차르트보다 6년 먼저 ‘이탈리아에서’태어나 34년을 더 살았다. 1971.녹음,1983 DG 413 553­2 GH 소프라노:에디트 마티스/알토:율리아 하마리/테너:비슬라브 오크만/베이스:카를 리더부쉬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빈 필하모니커/지휘:카를 뵘 ◎레퀴엠,부파란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미사’ 통상 미사에서 ‘글로리아’(영광송)와 크레도(신앙송)부분이 빠지고 ‘디지레’(진노의 날)부분이 첨가된다.팔레스트리나와 빅토리아,그리고 베를리오즈,베르디,포레가 걸작을 남겼다.브람스 이래 진혼곡은 통상 미사곡과 다른 가사를 사용하거나 기악만으로 구성되면서 더욱 일반화,현대화되었다. 오페라 부파. 일상의 삶에서 소재와 등장인물을 뽑아내는 희극(喜劇)오페라.오페라 세리아의 반대.페르골레시 ‘마님이 된 하녀’,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로시니 ‘세빌랴의 이발사’와 ‘신데렐라’를 거쳐베르디 ‘팔스타프’에서 최고의 경지에 달했다. 마티스(1938∼)는 모차르트,슈트라우스 해석에 능한 스위스 소프라노.하마리(1942∼ )는 헝가리 메조소프라노이다.레퍼토리가 다양하다.오크만(1937∼ )은 폴란드 테너.차이코프스키,모차르트와 베르디까지 소화한다.리더부쉬(1932∼ )는 바그너역으로 너무나 유명한 독일 베이스. 빈 필하모니커.1842년 창단.역대 주요 지휘자는 니콜라이,말러, 바인가르트너,푸르트뱅글러,카라얀,뵘 등. 뵘.모차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에 정통한 오스트리아 지휘자.그가 지휘한 두 작곡가의 오페라 전곡집이 DG 레이블로 나와 있다.
  • 사랑… 질투… 오페라 ‘돈 카를로’

    사랑,질투,운명.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감동을 이끌어내온 명작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감성 3요소.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비견될 만큼 드라마틱하고도 격정적인 내용의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를 국립오페라단이 제90회 정기공연으로 6∼12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평일 하오 7시30분,주말 하오 4시) 274­1172. 정치와 종교의 대립을 보여주는 필립왕과 재판장,숙명적인 사랑으로 애태우는 엘리자베타와 카를로,질투의 화신 에볼리,불륜의 에볼리와 카를로…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의 성격 대비가 뚜렷할 뿐아니라 영웅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남자들과 사랑 때문에 파멸해 가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웅장한 한편의 비극으로 그려진 작품.지난 88년 우리말로 공연한 작품을 10년만에 원어로 재공연한다.당시 출연자인 지금은 중견 성악가로 자리잡은 이규도 박성원 정영자씨 등이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또 30대의 류재광 장유상 진귀옥 김명지 정영자씨 등이 한팀을 이루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김신영 박경념 김동식 남완 등 20대 신인들도8일 한회 공연을 맡았다.공교롭게도 캐스팅이 20,30,40대로 나뉘어져 성악가들의 세대별 배역 소화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로 또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연출 신경욱(서울예고 교장) 지휘 최승한씨(연세대 음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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