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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가 본 여자] (하) 직장에서

    날로 여성의 진출이 늘어가는 직장에서도 여성들은 ‘여성으로 인한’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성을 이해하는 데 힘을 쏟았던 관리직 여성들은 남성 부하직원보다 오히려 여성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애로를 느낀다.부하 여성 직장인들도 역시 대부분인 남자 상사와 또다른 여성 상사가 낯설다.이는 ‘여자들이란‘ 편견을 더욱 강화할 뿐아니라 결국 여성들의 ‘리더십 부재’라는 또다른 덫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말 여성들은 오히려 동성인 여성들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직장여성이 늘어가면서 이에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이들은 ‘전통적 의미에서 질투와 시기심이 많은 탓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며,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의하면 경제와 산업구조가 여성친화적인 형태로 전환하고,2010년까지 관리전문직 112만개가 늘어나므로 여성들의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 한다.또한 25∼34세 여성인력의 대졸자 비중이 2012년에는 49.4%로 증가,43.9%의 남성을 6%포인트나 앞설 것이란 KDI 전망을 본다면 앞으로 10년내 여성들이 직장문화를 만들게 된다.직장문화가 바로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는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하다. ●“역할모델 삼을만한 선배가 없다” 경력 9개월의 대졸 여직원:“첫 직장생활인데 다행히 여차장님이 계셔서 좀 안심했어요.아무래도 이해받기가 쉬울 것이고,뭐든 가르쳐줄 것 같았고….그런데 그 여차장님은 저와 함께 배치된 제 남자 동료에게는 친절한데,제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물론 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런 섭섭함이 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력 3년차 여직원:“학연,지연 등으로 강하게 얽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남자 선배들은 후배를 그런 연에 따라 키우는 게 확실해요.남자 선배가 저를 남자 후배들보다 앞세우지는 않겠지만,여자 선배들보다 더 친절하고 관심가져주며 일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물론 일을 처리할 때는 여자 선배가 더 공정하게 하리라는 것은 저도 알지만,그래도 섭섭해요.여자들끼리 좀 잘 봐주면 안 되나요? 마치 여자들끼리 친하면 손해본다는 피해의식에 몸사리는 것 같아 보여서 저도 안 친하게 지내려고 해요.” 경력 4년8개월의 여직원:“여자 선배들은 여자 후배들과 어울리거나 잘 봐주는 것이 자신에게 감점요인이 될 것이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물론 사회생활하는 게 아직은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딱 부러지게 행동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이해하려고 해도 때로 좀 기분 나빠요.게다가 그런 여성들을 보면서 남자 직원들은 ‘여자들끼리는 잘 안 맞는다.’고 말하거든요.결국 어느 쪽으로든 여성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긴 마찬가진데….” 20대 여성들은 30∼40대 선배 여성들이 힘겹게 직장생활을 개척한 것은 인정하지만,그것을 ‘우리에게도 강요하는 것은 싫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선배들은 우리가 쉽게 직장생활 생각한다고 비난한다.더욱이 예전과 비교해 직장 내 분위기나 남성들의 의식이 많이 나아졌다며,우리가 부딪히는 불합리한 문저점에 대해 좀체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여성들도 남성 상사와 똑같이 일을 시킬 때에도 보다 비중있는 일을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때 남성에게는 불만을 조금 가진 후배 여성이 여성에게는 오히려 더 큰 불만을 느낀다는 것이다.그래서 후배 여성들 중에는 아예 “역할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가 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여성 상사는 과연 남성 부하직원을 더 편애하고,여성 후배와의 관계를 나쁘게 몰아갈까.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30대 직장인 655명(남자 242명,여자 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생활 중 상사와의 관계’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1.6%가 ‘직장상사 때문에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특히 남성(68.6%)보다 여성(73.4%)이 상사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정신과 전문의 김준기씨는 “여성들이 직장생활에 문제가 있다거나 상사와 문제가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그러나 조직문화 자체가 남성적으로 짜여 있기도 하지만,성격적으로 결과지향적인 남성보다 관계지향적인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도 직장에서 여성의 역할모델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기 때문에 무조건 남성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남성이 여성 상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여성 자신의 정체성이 더해져서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30~40대 직장여성들은 20대 후배들로부터 ‘여성’으로 대접받을 때,‘곤혹스럽다.’고 말했다.‘여성 상사’가 아니라,‘여성’이란 접두어를 떼고 그냥 ‘상사’로 받아들이라는 말도 했다. ●‘여자 상사’가 아니라 ‘상사’로 대기업 40대 부장:“여자 후배들은 남자 상사에게는 좀체 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려 한다.하지만 부장인 내 입장에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은 직원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특별하게 배려하지 않으려고 한다.설령 남성들이 그렇게 행동한다 해도 그것은 공정하지 않은 행동인데 왜 내가 답습해야 하는가? 더욱이 남성들은 내가 여성들에게 더 배려하거나,치우친다면 그것을 지켜봤다가 여성 상사에 대한 나쁜 고정관념을 갖게 될 것이기도 하다.결국 나는 더 많은 후배 여성을 위해서라도 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소수의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으로 ‘특별한 배려’를 바라는 부하직원을 문제라고 몰아세울 수 없듯 ‘엄정중립’을 지키겠다는 상사에게 문제를 돌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전 CNN 수석부사장 게일 에번스의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도 승리한다’는 책의 한 대목은 쉽게 답을 찾아준다. “남성들은 여성들을 하나의 ‘팀’으로 생각하는데,정작 여성들은 팀을 부정하거나 자신만은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이 옳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그러므로 여성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고,서로 도움을 주지 않고,서로 일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며,그 이유를 “우리 여성들은 아직도 마치 대세를 변화시킬 힘이 없는 직장 내 소수인 듯 자신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힘을 합하면 여성들이 조직문화를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음을 기억하라.”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기업의 40대 여성이사:“나도 한때는 여성 후배들을 대하기가 오히려 남성들보다 더 어렵다는 편견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다.그러나 어느 날,일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남성사회인 기업에서 내 몫을 해냈다는 당당함이 생기면서 여성 후배들에게 내가 ‘멘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안정과 여유가 생기면서 그런 포용력이 생겼다고 생각된다.여성 상사들이 갖는 일종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감 결여라고 생각된다.더욱이 소수로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일에만 매진해야 했고,일로 승부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도 승리한다 남성들이 그렇듯 여성들도 서로 의견충돌이 있을 수도 있고,친소관계에 놓이기도 한다.그러나 여성들만은 별로 친근하지 않으면 예외없이 ‘여자들끼리는 친하기 어렵다.’는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이 때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꽤 적절한 듯 보인다.그러나 이미 여성들은 이 말에 큰 거부감을 표시했다. 경력 6년차 30대 직장인:“여자 동기와 처음부터 비교당했고,지금까지도 그렇다.정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처음에는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현재는 그렇지 못하다.허다못해 봄이 돼서 옷을 한 벌 사입어도 두 사람을 경쟁관계로 보는 남성들의 시선이 우리를 경쟁관계로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이게 남성들의 잘못된 생각의 틀에 우리가 자신들을 그대로 대입시킨 결과인 것 같다.왜 우리는 남성 동료들과 경쟁하지 않고,여성들끼리만 경쟁했던 것일까.정말 후회스럽다.” 12년차 관리자급 여성:“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신입사원 시절,여성들은 능력보다는 첫인상과 옷입는 매너,술자리에서의 행동 등으로 늘 도마에 올랐다.형제들 사이에서 아예 남자애로 자란 나는 남성사회에 어렵지 않게 동화됐으나 늘 나와 비교됐던 동료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친구와 내가 ‘연합’해서 그런 남성들의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으면 우린 서로에게 윈­윈이 됐을 것 같다.” 이미 여성들은 서로가 적이 아님을 알고 있다.‘소수의 피해자’의 틀을 벗기 위해서라도 힘을 합해야 한다는 말도 오간다. 최근 회사의 여직원들 모임을 시작했다는 6년차 대기업 여성 대리는 “요즘들어 여성들이 책을 돌려 읽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거기에 게일 에번스의 ‘그녀가 승리해야 우리도 승리한다’는 책이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아직도 이를 남성들에게 드러내기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儒林(40)-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40)-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조광조는 서둘러 관복을 입기 시작하였다.의관을 정제하는 것을 도와주던 부인 이씨가 말했다. “바깥 날씨가 몹시 찹니다.속옷을 껴입도록 하시지요.” 흑단령(黑團領)을 입으려던 조광조는 부인의 말에 옷을 더 껴입었다.조광조의 아내는 한산 이씨로 첨사(僉使) 이윤형(李允泂)의 딸이었다.조광조가 열여덟 살에 혼인하였으니 벌써 부부로 함께 산 지 20년이 넘었다.두 사람 사이에 두 아들이 있고,금실은 몹시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일찍 조광조가 대사헌으로 있을 때 동료 진사 중 아내와 화합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 그 아내를 버리려고 하면서 사람을 보내어 조광조에게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의지하여 그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칠거지악’이란 유교에서 이르던 아내를 버릴 수 있는 7가지의 경우,즉 ‘시부모에게 불손한 경우’‘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음탕한 경우’‘질투하는 경우’‘나쁜 병이 있는 경우’‘말 많은 경우’‘도둑질한 경우’를 가리킴인데,뛰어난 유학자이면서도 조광조는 아내를 버리려 하는 동료에게 다음과 같이 꾸짖어 말하였던 것이다. “부부는 인륜이 비롯되는 곳이며,만복의 근원이라 관계가 지극히 중하다.부인의 본성이 어둡고 자각이 없어서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남편된 자가 마땅히 바르게 다스려나가 감화케 해서 함께 가도(家道)를 이룩하는 것이 후덕한 일이다.만일 거느리는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급히 버리려 한다면 천박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하물며 이 일은 가정 안의 일이라 외인이 감히 의논할 일이 못되는 것이니 자기가 잘 생각해서 처리함이 옳을 것이다.” 조광조가 남긴 ‘정암집’에 실려 있는 이 기록을 보더라도 조광조가 얼마나 ‘집안의 도리’,즉 가도에 충실하였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심려치는 마시오.날이 밝으면 곧 돌아올 것이니.” 조광조는 표정이 어두운 부인 이씨를 보며 다정하게 말하였다. 부인 이씨는 흰 상복을 입고 있었는데,그것은 지난 6월,아버지이자 조광조의 장인이었던 이윤형이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관복을 갈아입고 군사들을 따라가는 조광조에게 부인 이씨는 목이 메어 말하였다. “부디 몸 건강하시옵소서.” 그러나 이씨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된다.왜냐하면 곧 돌아올 테니 심려치 말라는 조광조의 말은 그대로 영원한 작별인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그길로 의금부에 갇혀 죄인이 된 조광조는 곧 능주로 유배를 떠나게 되고 마침내 그곳에서 사약을 받고 죽게 됨으로써 살아생전에는 아내 이씨는 물론 두 아들과도 영영 상봉하지 못하였다. 조광조는 선전관 금오랑이 이끄는 군사들에 압송되어 곧 의금부에 갇히게 된다.의금부에 이를 때까지만 해도 조광조는 자신이 죄인으로 착수(捉囚)될 것을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국가의 비상사태로 주상으로부터 급히 입궐하라는 어명을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광조는 입궐하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갑자기 칼을 빼어든 무사 한 사람이 조광조를 가로막고 암살하려 했기 때문이었다.조광조를 압송하던 군사들이 가로막고 나서 조광조는 간신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훗날 알려진 것이지만 조광조를 암살하려던 무사의 이름은 박배근(朴培根).그는 벌써부터 조광조 일파를 제거해야 한다는 30인의 무사 중 한 사람으로 홍경주의 밀명을 받고 사림파의 괴수인 조광조를 단칼에 척살하려 했던 것이었다. 이미 의금부에는 김식을 비롯한 8명의 동료들이 갇혀 있었다.마침내 조광조가 옥에 갇힘으로써 사림파는 한순간에 일망타진됐다.이때가 인시(寅時).조광조의 체포로 마침내 훈구파와 사림파의 정치적 대결은 훈구파의 승리로 끝나버린 것이다.
  • 儒林(40)-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조광조는 서둘러 관복을 입기 시작하였다.의관을 정제하는 것을 도와주던 부인 이씨가 말했다. “바깥 날씨가 몹시 찹니다.속옷을 껴입도록 하시지요.” 흑단령(黑團領)을 입으려던 조광조는 부인의 말에 옷을 더 껴입었다.조광조의 아내는 한산 이씨로 첨사(僉使) 이윤형(李允泂)의 딸이었다.조광조가 열여덟 살에 혼인하였으니 벌써 부부로 함께 산 지 20년이 넘었다.두 사람 사이에 두 아들이 있고,금실은 몹시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일찍 조광조가 대사헌으로 있을 때 동료 진사 중 아내와 화합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 그 아내를 버리려고 하면서 사람을 보내어 조광조에게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의지하여 그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칠거지악’이란 유교에서 이르던 아내를 버릴 수 있는 7가지의 경우,즉 ‘시부모에게 불손한 경우’‘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음탕한 경우’‘질투하는 경우’‘나쁜 병이 있는 경우’‘말 많은 경우’‘도둑질한 경우’를 가리킴인데,뛰어난 유학자이면서도 조광조는 아내를 버리려 하는 동료에게 다음과 같이 꾸짖어 말하였던 것이다. “부부는 인륜이 비롯되는 곳이며,만복의 근원이라 관계가 지극히 중하다.부인의 본성이 어둡고 자각이 없어서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남편된 자가 마땅히 바르게 다스려나가 감화케 해서 함께 가도(家道)를 이룩하는 것이 후덕한 일이다.만일 거느리는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급히 버리려 한다면 천박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하물며 이 일은 가정 안의 일이라 외인이 감히 의논할 일이 못되는 것이니 자기가 잘 생각해서 처리함이 옳을 것이다.” 조광조가 남긴 ‘정암집’에 실려 있는 이 기록을 보더라도 조광조가 얼마나 ‘집안의 도리’,즉 가도에 충실하였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심려치는 마시오.날이 밝으면 곧 돌아올 것이니.” 조광조는 표정이 어두운 부인 이씨를 보며 다정하게 말하였다. 부인 이씨는 흰 상복을 입고 있었는데,그것은 지난 6월,아버지이자 조광조의 장인이었던 이윤형이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관복을 갈아입고 군사들을 따라가는 조광조에게 부인 이씨는 목이 메어 말하였다. “부디 몸 건강하시옵소서.” 그러나 이씨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된다.왜냐하면 곧 돌아올 테니 심려치 말라는 조광조의 말은 그대로 영원한 작별인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그길로 의금부에 갇혀 죄인이 된 조광조는 곧 능주로 유배를 떠나게 되고 마침내 그곳에서 사약을 받고 죽게 됨으로써 살아생전에는 아내 이씨는 물론 두 아들과도 영영 상봉하지 못하였다. 조광조는 선전관 금오랑이 이끄는 군사들에 압송되어 곧 의금부에 갇히게 된다.의금부에 이를 때까지만 해도 조광조는 자신이 죄인으로 착수(捉囚)될 것을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국가의 비상사태로 주상으로부터 급히 입궐하라는 어명을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광조는 입궐하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갑자기 칼을 빼어든 무사 한 사람이 조광조를 가로막고 암살하려 했기 때문이었다.조광조를 압송하던 군사들이 가로막고 나서 조광조는 간신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훗날 알려진 것이지만 조광조를 암살하려던 무사의 이름은 박배근(朴培根).그는 벌써부터 조광조 일파를 제거해야 한다는 30인의 무사 중 한 사람으로 홍경주의 밀명을 받고 사림파의 괴수인 조광조를 단칼에 척살하려 했던 것이었다. 이미 의금부에는 김식을 비롯한 8명의 동료들이 갇혀 있었다.마침내 조광조가 옥에 갇힘으로써 사림파는 한순간에 일망타진됐다.이때가 인시(寅時).조광조의 체포로 마침내 훈구파와 사림파의 정치적 대결은 훈구파의 승리로 끝나버린 것이다.˝
  • [열린세상] 판도라상자 속의 희망/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과거의 경제발전이 근로자들의 땀으로 이룩되었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은 과학 기술자의 몫이며,그들의 머리와 열정으로 이룰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신이 최초로 만들어 지상에 보낸 여자가 판도라다.판도라가 신들이 준 선물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 무수한 재액(災厄)과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원한,질투,복수심 등이 퍼졌다고 한다.그 와중에서도 다행히 판도라는 ‘희망’이라는 신의 선물을 상자 속에 가둘 수 있었다.요즈음 우리에게는 바로 그 ‘희망’이 절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우리 과학자들이 이룬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업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에 던져진 신선한 충격이자 희망이었다.비록 기술의 남용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판도라 상자에서 나온 인간의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선진기술의 도입과 추격에 한계를 느낀 우리 산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생명공학 분야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 연구개발 예산(국방부문 제외)의 절반을 투자하는 미국에서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격찬이 쏟아졌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고 있다. 이 성공이 우리 과학기술은 물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그 배경을 정리해 보고 정부 정책의 방향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두 분의 연구책임자를 비롯한 연구진의 집념과 노력이 아닌가 한다.다행히 필자가 연구책임자 중의 한 분을 수년전에 종종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가졌었다.서너 시간의 수면,빠짐없는 새벽 명상,연구에 대한 신바람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아 이 분이 언젠가는 일을 내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물려받은 손재주보다는 나를 버리는 겸손함과 성실함이 가져다 준 성공으로 보고 싶다.시(時)의 고금과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위대한 과학기술의 업적은 따뜻한 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최근 과학기술자의 사기 진작과 이공계 우수인력 유인을 위한 정부 정책이 과도한 물량 위주로 흘러 자칫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학기술정책이 왜 백년대계가 되어야 하는가도 생명공학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생명공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30년 전 KAIST에 생물공학과를 설치한 것으로 시작되었고,20년 전 유전공학육성법을 제정하여 전문연구기관의 설립과 정부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본격적인 정부 지원은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립된 10년 전이었고,다음 해 생명공학육성법으로 개정하여 지원을 더욱 확고히 했다.한때 생명공학을 전공한 인력의 과잉공급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생명공학에 대한 30여년의 준비가 최근 민간기업의 신약개발과 인간배아 줄기세포의 개발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그러나 이 분야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와 영국,일본,중국 등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성과의 요인을 귀감으로 한 과학기술자와 정부의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신 성장동력 추진계획도 단순히 한 정권의 계획에 그쳐서는 안 된다.4년 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유효한 정책이 되고,지속성을 지닌 계획이 되어야 과학기술의 희망이 꽃필 수 있다.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활로의 모색으로 신 성장동력은 훌륭한 화두이고 목표라고 본다.그러나 과거의 정책과 연구 개발사업도 얼마든지 유용한 성장동력의 추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신 성장동력 사업의 추진을 위해 벌써 기존의 연구개발사업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특히 몇 년 전에 시작한 나노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나노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엄청나게 늘리고 있는데,눈앞에 보이는 성장동력 때문에 10년,20년 훗날의 희망의 싹이 죽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경제발전이 근로자들의 땀으로 이룩되었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은 과학 기술자의 몫이며,그들의 머리와 열정으로 이룰 수 있다.판도라 상자속의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우리 과학 기술자들이 분발해야 할 것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보고싶은 그대-조인성

    보고싶은 그대-조인성

    시대를 막론하고 여자들은 ‘신데렐라’ 사랑을 꿈꾼다.‘천국의 계단’ 송주가 떠난 뒤 그 팬터지를 채워주는 또 한명의 인물이 있다.바로 SBS 주말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김기호 극본·최문석 연출)의 재벌2세 정재민이다. 1년만에 재민으로 돌아와 자신의 출연작처럼 화끈하게 ‘별을 쏜’ 조인성을 만났다.오전 11시 SBS탄현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벌써 촬영이 한창이다.드라마 안에서 10초도 안 될 장면을 반복해서 찍기를 40여분.진지한 연기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스태프들과 장난을 치는 그에게서 철부지 재민의 모습이 언뜻 엿보인다. ‘발리에서’는 4명의 청춘남녀가 미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사랑 게임을 벌이는 내용.여기서 재민은 참으로 복잡다단한 인물이다.부유한 환경 덕에 자신감은 타고났고 매사에 냉소적이다.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수정(하지원)과 약혼자 영주(박예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부하직원 인욱(소지섭)에게 심한 열등감을 느낀다.수정과의 사랑이 맘대로 안 되면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질투심에 눈물도 흘리는 ‘불’같은 캐릭터.재민을 향한 모성본능은 여성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큰 요인이다. 요즘 드라마 게시판에는 재민과 수정을 맺어주라는 글들로 가득한데 먼저 결말부터 물어봤다.“글쎄요,재민이가 죽는다는 소리가 나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짐짓 모른 체한다.“제가 좀 강하게 생겼잖아요,거기다 말투도 무뚝뚝하고 그런데 한마디 던질 때 제법 웃기고 하는 게 귀엽게 비치기도 하고 그래서 ‘재민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긴 해요.”그렇지만 재민으로 살기가 마냥 쉽지는 않다고 한다.“대본 받아볼 때마다 새롭다니까요.” 웃으며 덧붙이는 말.“처음엔 부잣집 아들이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것도 고민이었죠.우리 집이 전혀 그러지 않아서….” 의외로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에 내심 놀랐는데 자신의 매력이 “의외성”이라고 쐐기를 박는다.그렇다.의외로 술을 멀리할 것처럼 보이는 그는 드라마 끝나면 제일 먼저 “술 먹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애주가다.주량은 소주 2병. 데뷔 계기를 물어보면서 혹시 길거리 캐스팅이냐고 했더니 대뜸 사는 동네 이야기부터 꺼낸다.“제가 사는 곳이 천호동이거든요.거기선 그런 거 상상도 못하죠.”20년 넘게 살고 있는 천호동은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좋고 양수리쪽으로 드라이브 가기에도 좋다며 자랑이다. 다시 데뷔 이야기로 돌아갔다.“자고 나면 스타라는 말 안 믿어요.”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또 믿기지 않는다.그야말로 ‘벼락스타’로 보였는데.“제 단면만 보면 그렇죠.연기학원 등록 한 달만에 운좋게 광고모델로 발탁됐고,99년 시트콤에 캐스팅됐죠.그런데 한 달만에 연기 못해서 잘렸어요.”반짝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도 이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들렌,클래식,남남북녀 등 신통찮은 스크린 나들이에 대해서도 “실패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아직 어리니까 거쳐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요.”라며 연기력 부족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농담삼아 결혼은 언제 하고 싶으냐고 했더니 “28살이요.”한다.마치 기다렸다는 듯이.왜 하필 28살일까.“매니저 형이 그 나이가 금값이래요.” 박상숙기자 alex@ 사진 스포츠서울 조경호기자 ●’재민이’ 패션 장난 아닌데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장소를 옮기면서 동행한 사진기자를 향해 조인성이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진다.“어! 저처럼 정장에 배낭을 메셨네요.벌써 제 패션이 그렇게 유행이란 말이에요?” 안 그래도 ‘발리에서’의 재민의 패션은 젊은층 사이에서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조각 같은 얼굴에 유달리 긴 팔과 다리를 타고난 그가 뭘 걸친들 멋지지 않을까마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조인성은 단연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재민의 패션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뉴요커스타일’.전형적인 회사원 복장이라 할 수 있는 넥타이를 꼭 조여맨 빈틈없는 수트 차림보다는 재민의 자유분방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템들을 섞은 ‘믹스 앤드 매치’를 시도했다.이를테면 정장풍 상의에 밑으로 갈수록 퍼지는 청바지를 입는다거나 검은색 스트라이프 수트에 분홍색 조끼를 받쳐 입고 스니커즈와 백팩으로 마무리한다.단추 서너개쯤 풀어헤친 레드 컬러 셔츠는 기본이고 여기에다 화이트 벨트까지.게다가 뭇 남성들로서는 엄두도 못낼 퍼코트도 멋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박상숙기자˝
  • 김응수감독 '욕망’…남편의 애인, 알고보니 남자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동성애를 유해매체물 판정 기준에서 삭제키로 해 온오프 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삭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속내를 보면 ‘청소년이어서 이르다.’고 전제를 단다.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개봉하는 ‘욕망’(제작 명필름)은 동성애·양성애·이성애 등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포착하면서 현대인의 이면에 담긴 ‘욕망의 양상’을 끄집어 낸다.“편견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김응수 감독이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 듯 얽히고 설켜 있다. 평범한 주부 로사(수아)가 남편 규민(안내상)의 외도 사실을 알고 미행을 한다.더 큰 충격은 상대가 남자인 레오(이동규)라는 것.남편에 대한 일그러진 복수심과 질투심이 섞여서일까? 레오를 뒤쫓던 로사는 그에게 복수 대신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한편 규민에게 버림받은 레오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로사 주위를 맴돌다 그녀에게 빠져든다.둘 사이를 알게 된 규민은 수치심과 분노가 혼재된 상태에서 아내에게 모욕감을 준다. 파격적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일그러진 욕망에 의해 성의 정체성이 움직이거나 규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절제된 대사 속에 이미지에 무게를 두면서 펼쳐지는 장면은 배우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눈길을 가게 하면서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그러나 감독의 언어가 너무 앞선 탓인 듯 메시지가 와닿지 않는다.이미지를 통한 심리묘사와 마지막 장면에서 로사의 눈물을 통해 ‘욕망의 결과’를 암시하지만 그 윤곽은 흐리다.뒤엉킨 ‘욕망의 삼각형’의 의미는 감독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고 관객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욕망’은 국내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시도한 작품.‘작가주의’ 영화라는 내용과 HD(High Definition)디지털영화라는 형식을 결합하여 처음엔 디지털 전용상영관에서 개봉하려고 했으나,기술적 문제가 많아 고민해오다 고화질 디지털화면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온라인의 주문형비디오(VOD)상영관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명필름의 이은 감독은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가 주도하는 한국영화 배급시스템에서 틈새 시장을 찾는 제작사에는 유통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욕망’은 예술영화전용관 연합체인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소속 극장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이종수기자˝
  • 하이라이트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혜란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 명주 때문에 불안해진 현규는 인환에게 레인보우의 투자를 거절하라고 말한다.그러나 인환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며 딱 잘라 거절한다.한편 집에 들어온 귀분은 순영이 차려다 준 밥상을 뒤엎는데, 순영은 오히려 귀분이 직접 치우라며 나가버린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밤 12시10분) ‘울고싶어라’의 가수 이남이가 주축이 된 밴드 ‘철가방프로젝트’와 소설가 이외수가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다.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뮤지컬 ‘캣츠’의 여주인공 조디 길리스의 감동적인 무대도 함께 한다.‘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는 ‘몰래 교제 중인 사내 커플’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베스트극장(오후 9시55분) 어린시절 지원은 아빠의 재혼으로 현수와 가족이 된다.지원이 어엿한 성인이 되던 어느날, 재욱이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집에서 나온 지원은 현수의 친구인 성준을 만나 사랑을 한다.하지만 현수는 지원에 대한 동생 이상의 감정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한다. ●형사(오후 9시55분) 혜영은 친구들로부터 연하 애인 지호를 누가 낚아챌지 모르니,빠른 시일 안에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 놓으라는 충고를 듣는다.하지만 지호는 꿈쩍도 하지 않고,화가 난 혜영은 다훈을 이용해 질투 유발 작전을 펼친다.그런데 다훈은 그런 혜영을 진심으로 오해하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코미디쇼 4막5장(오후 10시50분) ‘북치고 장구치고’는 영화 ‘친구’를 패러디하고,‘이경래의 폭탄쇼’는 ‘안개주’를 제조해본다.‘흑과 백’은 고지식한 백발도사와 딴지거는 흑발제자 사이의 궤변 싸움에서 ‘신체발부 수지부모’에 대한 교훈을 전한다.‘NG는 없다’는 동화 ‘신데렐라’에 도전한다. ●문화센터(오전 11시) 특별한 날 디저트로 좋은 초콜릿 만드는 방법을 알아본다.초콜릿으로 컵을 만들어 아이스크림을 담아내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예쁜 모양을 내지 않아도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디저트용 과일이나 쿠키 등을 초콜릿에 담가 먹는 초코 퐁듀도 만들어본다. ●과학과 미래(오전 8시30분)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는 있어도 함부로 만질 수는 없는 그림의 떡.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조폐공사를 찾아가 생산과 유통을 거쳐 소멸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본다.화폐의 역사에서부터 외국의 지폐까지 모든 화폐와 지폐에 관한 궁금증도 풀어본다.˝
  • 한동림 첫 소설집 '유령’

    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한동림이 첫 소설집 ‘유령’(문학동네)을 냈다.9년 만에 묶은 첫 결실에는 작가의 곰삭은 문학적 진정성이 잘 녹아 있다. 진정성이 응집된 곳은 ‘기억’이다.표제작 등 8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문득 마주친 현실의 한 장면에서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며 애써 잊으려 눌러두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의 강’을 건너 간다.그러나 그 수렁에서 헤어나올 방법은 잘 보이지 않아 여전히 힘겹다. 여자친구 인숙이 어머니에게 닥칠 죽음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다가 낯선 여자와 살을 섞은 기억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떠올리는 진형(표제작),송별식 장소로 정한 ‘환희’라는 단란주점 상호를 듣고 죽은 애인 은주와 보낸 하룻밤을 기억하며,죽음 앞의 그녀를 막지 못했음을 자책하는 주인공 영훈(‘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새벽 새’) 등은 작가의 시선이 잘 투영된 인물들이다.이런 상황은 ‘귀가’의 주인공 ‘나’도 마찬가지.퇴근 버스에서 불구의 아들과 탄 한 여인을 보고 ‘나’는 불구인 형과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어머니로 인해 느꼈던 질투심에 사로 잡힌 지난 날에 시달린다. 이처럼 작품집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에게 ‘구원의 빛’이 잘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작가는 ‘과거의 악몽’에서 좌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비록 악몽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지만 그 현실 자체를 받아들인다.기억에 묻혀 있는 끔찍함과 그로 인한 현재의 고통을 모두 운명으로 긍정하면서 온 몸으로 끌어안고 간다.그것은 탈주의 가능성에 대한 암시로 다가온다. 작가 한씨의 아버지는 중진작가 한승원씨고 여동생 한강도 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소설가로 활동 중이어서 문단에서 ‘작가 집안’으로 유명하다. 이종수기자˝
  • 주말매거진We/TV속 여자 여자 여자-‘쫑´ 따라해봐

    ‘천생연분’의 종희,황신혜처럼 되고 싶어요∼. “황신혜 언니가 입고 나온 코트는 어디 건가요?”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이런 질문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드라마 초반 어리고 귀여운 컨셉트에 맞춰 황신혜가 초미니스커트에서부터 요즘 뜨는 트레이닝 패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수많은 ‘워너비(wannabe)’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황신혜의 옷과 액세서리를 보기 위해 드라마를 볼 정도라고 하니 새삼 ‘옷발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진분홍 망사스타킹에 보라색 앵클부츠.변두리 냄새나는 촌티 패션도 황신혜가 입으면 ‘럭셔리’하게 변한다.그 감각을 한번 배워보자. 불륜이 지겹다고들 한다.도대체 TV 드라마들이 언제까지 이걸로 먹고 살 거냐고.지난해만큼 불륜,외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붐을 이룬 해가 또 있을까.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바람피우는 여자들의 당당한 ‘커밍아웃’은 그 유례가 없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세상이 망조가 들었다고 한탄했고 바람을 전유물쯤으로 착각했던 일부 남성들은 당황했다.남편이 바람피우고 부인이 기다리면 ‘가족 드라마’로,부인의 외도는 ‘불륜 드라마’로 낙인 찍히는 게 여전한 현실.그러나 젊은 여성들이 ‘천국의 계단’의 백마 탄 왕자 ‘송주(권상우)’를 꿈꾸듯 아줌마들도 여전히 로맨스를 꿈꾼다.아줌마들의 꿈이 사라지지 않는 한 TV에서 불륜을 지우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불륜 드라마를 보는 여성의 심리를 독백 형식으로 꾸며봤다. ●드라마는 ‘대리체험 공간’이지 집에서 애키우고 살림한다고 몸은 불어 처녀 때 모습 간데 없지만 마음까지 늙을소냐.임자있는 몸이지만 상상은 자유.TV는 그 상상을 채워주는 공간이지.남편 출근시키고 난 뒤 오전 9시 승혜(김정란·KBS2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를 보면 잊었던 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아.남편(강석우)도 멋있지만 조건보다는 사랑이 뭔지를 가르쳐준 사진작가 재영을 따라가지 않은 그녀를 보면 가슴이 저려.특히 아줌마인 승혜가 총각인 재영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제일 부럽지.그렇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까지 닮고 싶지 않아.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천생연분(MBC)’도 볼 만하더라.일단 연하 남편을 데리고 산다는 설정이 맘에 들고 종희 역으로 나오는 황신혜의 근사한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야.근데 연하랑 사는 게 말이 쉽지 얼마나 신경쓰이겠어.종희가 처녀처럼 나오는 게 다 이유있지.저렇게 신경 쓸 바에야 늙은 신랑이랑 사는 내가 속편하지. ●그 속엔 ‘나’가 있어 어쨌든,이 드라마도 부부가 둘 다 바람이 난다며? 남편이 딴 여자한테 한눈을 파니까 종희가 맞바람을 피운다는데 나 같아도 그러겠다.요즘 여자들 더 이상 참지 않는다고.이혼율 30%가 괜히 나왔겠어.옛날에는 알고도 속고,모르고도 속으면서 살았다지? 이런 걸 뭐 인내니 희생이니 하며 대단하게 여긴 모양인데 요즘 그러면 바보 소리 들어. 그렇게 산 인생을 누가 보상해준대?자식? 제 짝 찾으면 다 그만이야.‘난 소중하니까.’라는 광고 카피는 아줌마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야.예전처럼 남편 바람났다고 부인들 질질 짜고 나와봐.그냥 채널 돌려버린다니까. ●불륜은 에너지라고 그러니 드라마도 변할 수밖에.지난해 경애(변정수·MBC ‘앞집여자’)하는 것 좀 봐.얼마나 쿨해! 남자친구 사귀면서 내조도 잘 하고 보기에도 좋더라.지루한 결혼생활을 벗어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오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주부로 돌아가잖아.경애한테 불륜은 일종의 에너지같아.충격이었다고? 난 오히려 힘이 나던데.‘애인한테도 잘 하고 마누라한테 잘 하면 되지 않나.’라는 뻔뻔함이 한윤식(문성근·영화 ‘질투는 나의 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진짜 통쾌했어. ●현실과 환상도 구분 못할까 드라마가 현실을 앞서 가는지 따라 가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불륜을 조장한다.’는 그런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그럼 딴살림 차리는 남자들 얘기 나왔다고 우리나라 남자들 다 바람났나? 드라마 끝나면 우리의 환상도 거기서 멈춰.진짜 신데렐라가 못된다고 꿈도 못 꾼단 말야? 따라 할까봐 무섭다고들 하는데 걱정 붙들어 매시기를.진짜 선수들은 그 시간에 TV 안 봐.다 작업하러 나갔지. 박상숙기자 alex@
  • 주말매거진We/시네마 천국-믿거나 말거나

    충무로에는 징크스가 많다.기획되는 영화 편수만큼이나 다양하다.충무로를 울리고 웃기는 징크스는 어떤 게 있을까. #1●귀신을 보면 대박? 촬영장에서 귀신소동이 일어난 영화가 잘 된다는 속설은 오래됐다.귀신과 맞닥뜨려 숨이 넘어갈지언정 대박을 터뜨리고 봐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간절한 염원 때문일까. 어찌된 영문인지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는 귀신 목격담이 줄기차게 이어진다.7세트장에서 한 스태프가 귀신을 본 ‘광복절 특사’는 기대대로 흥행재미를 톡톡히 챙겼다. 지난해 흥행한 코믹사극 ‘황산벌’은 부여세트장에서,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도 실미도 세트장에서 제작진이 귀신을 봤다 해서 뒷말이 무성했다. #2●동물영화는 찍지 않으리? 온갖 소재들이 한국영화에 다 등장하는데,왜 본격 동물영화는 선보이지 않을까.따져본즉 동물이 주요소재로 쓰인 영화가 흥행몰이한 선례가 없다.‘플란다스의 개’‘고양이를 부탁해’‘송어’‘초록물고기’‘꼬리치는 남자’‘별’ 등이 하나같이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친구’에 이은 곽경택 감독의 야심작 ‘똥개’마저 ‘곽경택-정우성’카드에 걸맞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그래도 이 징크스가 깨지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때는 바야흐로 죽은 애완견 앞으로 조화까지 보내는 시대. #3●영화제 수상작은 돈 안 된다? 거장 반열에 올라선 임권택 감독도 주머니를 두둑히 채워본 적은 없다.최근 신작 ‘하류인생’의 제작발표회에서 농반진반으로 “이번엔 돈 좀 벌어야겠다.”고 말했는데,기실 그럴만도 하다.‘춘향뎐’‘취화선’ 등 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 속시원히 대박을 터뜨린 적은 없으니까. 지난해 ‘지구를 지켜라’‘질투는 나의 힘’ 등도 유수 국제영화제에서 상복을 푸지게 누렸다.그러나 정작 관객동원 성적은 형편없었다.물론 가뭄에 콩나듯 징크스를 비켜간 사례가 있긴 하다.베니스·스톡홀름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바람난 가족’은 관객몰이에 이례적으로 성공했다. #4●제목 바꾸면 ‘꽝’? 참 요상한 일이다.징크스를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중간에 제목을 바꾼 영화치고 잘된 영화는 보질 못했으니.지난해 흥행참패한 로맨틱 코미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촬영 막바지에 제목을 바꿨다.원래는 ‘밑줄긋는 남자’.역시 흥행빛을 못 본 ‘대한민국 헌법 제1조’,‘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도 각각 ‘588 치치올리나’,‘사랑’에서 제목을 바꾼 사례.차태현·손예진 주연의 흥행작 ‘첫사랑사수 궐기대회’도 딱딱한 어감 때문에 한때 제목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바꿨으면 어땠을까.개봉 후 제작자는 몇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 같다. #5●해외촬영하면 김 샌다? 해외촬영에는 모든 면에서 곱배기의 공력이 들어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건너 촬영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실패하는 징크스는 ‘징할’ 정도.사하라 사막이 배경인 ‘인샬라’,중국 올로케 촬영한 ‘비천무’‘무사’가 그런 사례다.흥행메이커 한석규도 체코 프라하에서 ‘이중간첩’을 야심만만히 찍었으나,끝내 무릎을 꿇었다. 안됐지만 그 징크스는 새해에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중국 올로케로 찍어 지난해 말 선보인 ‘천년호’가 엉거주춤 주저앉더니 역시나,캐나다 빙하지대에서 촬영해 지난 16일 개봉한 ‘빙우’도 성적이 영 신통찮다. #6●상진아,고사상을 부탁해! 개인적인 징크스도 더러 유별나다.강우석 감독은 신작의 제작발표회 때마다 절친한 후배인 김상진 감독을 꼭 대동한다.“고사상의 돼지머리에 상진이가 돈을 꽂아야 일이 잘 풀리더라.”고 강 감독은 말한다.배우 이성재는 징크스를 의식해 기술시사(완성필름 전단계의 시사)는 보지 않는다. 아예 영화출연 자체가 극복못할 징크스인 스타 리스트도 돈다.김희선,고소영,배두나,김민종,차인표,안재욱 등.이상하게도 스크린에만 나오면 맥을 못 추는 얼굴들이다.믿거나∼말거나! 기록이 그렇듯 징크스도 깨보라고 만든 거니까!! 황수정기자 sjh@
  • 주말매거진 We/미시愛 빠졌어요

    결혼과 출산이 여배우들의 무덤이라고?흥!웃기지 마시라∼.요즘 안방극장 드라마는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옛날 같으면 “한물갔다.”고 취급받았을 3040여배우들이다.양미경을 비롯해 아직도 외적 조건에서도 20대 스타들에 전혀 꿇리지 않는 황신혜,김희애,유호정 등 미시스타들에게 ‘왕년의’라는 수사는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이들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니까. ●‘3040의 힘!’ 지난해만큼 ‘애 딸린’ 여배우들이 주요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명성을 날린 해가 또 있을까.김희애(KBS ‘아내’와 SBS ‘완전한 사랑’),유호정(MBC ‘앞집여자’와 KBS ‘로즈마리’),최명길(SBS 태양의 남쪽') 등은 가히 아줌마 스타의 전성시대라 일컬을 만큼 맹활약을 펼쳤다. MBC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을 맡은 양미경도 연기생활 20년만에 스타덤에 올랐다.드라마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신문 1면을 수차례 장식한 데 이어 각종 광고와 컴필레이션 음반 모델로도 데뷔하는 등 꿀맛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새해 들어서는‘컴퓨터 미인’ 황신혜가 단연 화제.MBC 수목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연하남을 꿰차는 노처녀 종희 역으로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라이벌인 SBS의 ‘천국의 계단’을 떨게 만들고 있다. ●연기력 필수,외모는 덤 아줌마 스타들이 사랑받는 데는 무엇보다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20대 스타들 가운데는 연기력을 갖춘 쓸 만한 배우를 찾기 힘들다는 연출자들의 푸념과 일맥상통한다.20대 배우들은 웬만큼 인기를 얻으면 곧장 충무로로 직행하니 브라운관의 배우 기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세월의 무게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미시스타들이 캐스팅 1순위가 되고 있는 것.반반한 얼굴만 내세우는 반짝 스타로는 더이상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도 아줌마 스타들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이유다. 연기력뿐이랴.결혼과 출산 후에도 타고난 미모를 불철주야 다듬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한몫한다.‘천생연분’의 황신혜를 보라.20대도 울고 갈 몸매와 패션 감각을 선보이고 있지 않은가.김희애는 또 어떻고.‘아내’에서 입고 들고 나온 의상·가방은 내내 화젯거리였다.20대에서 ‘효리 따라잡기’가 유행이라면 30대 사이에서는 ‘황신혜·김희애식 패션’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불륜·가정 드라마 붐 지난해부터 부쩍 불륜과 가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강세를 띠면서 주인공의 연령폭이 넓어지고 있다.MBC ‘앞집여자’‘천생연분’,SBS ‘태양의 남쪽’‘완전한 사랑’,KBS ‘로즈마리’ 등이 모두 그렇다. 이는 10년 넘게 안방극장을 주도했던 MBC ‘질투’류의 트렌디 드라마의 퇴조와 맞물리는 현상.중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가 붐을 일으키면서 주연자리는 자연스레 30대 이상 여배우들의 차지가 됐다. 박상숙기자 alex@
  • 어린이 책꽂이

    ●라이온 보이(지주 코더 글,최수민 옮김,삼진기획 펴냄) 영국인 여성작가 루이자 영이 열살난 딸과 함께 쓴 팬터지 모험소설로,3권짜리 1부가 먼저 출간됐다.아프리카 밀림을 돌다 우연히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게 된 어린 주인공이 납치된 부모님을 찾아나선 모험담.지주 코더는 모녀의 필명.초등학생 이상.각권 8500원. ●잉글리쉬 로즈(마돈나 글,제프리 플비마리 그림,김원숙 옮김,문학사상사 펴냄) 팝스타 마돈나의 첫번째 동화.어머니 없이 자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1세 소녀들이 겪는 질투와 우정 등 다양한 감정을 묘사.‘왕따’문제를 고민해보게 하는 교훈적 메시지.초등학생용.9500원. ●하나가 길을 잃었어요(이형진 글·그림,시공주니어 펴냄) 미아가 된 어린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림동화.6세 이상.8000원.
  • “행복한 생활에 소외감” 친구·아들·딸 목졸라 여고동창이 ‘질투殺人’

    독신인 30대 여성이 화목하게 사는 여고 동창생 가족을 질투해 여고동창생과 그의 두 자녀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 모 아파트 나모(34)씨 집에서 나씨의 아내 박모(31)씨와 아들(3),딸(1)이 목이 졸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나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나씨는 “퇴근 후 벨을 눌렀으나 대답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3명 모두 작은방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30일 오후 숨진 박씨의 여고 동창인 이모(31)씨를 용의자로 추적한 끝에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이씨는 경찰에서 “친구의 집에 가면 소외감을 느꼈고,친구의 시댁에서 내가 친구 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헐뜯었다.”면서 “내가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살자 친구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사건 당일인 29일 오전 박씨의 집에 들러 150만원을 빌려준 뒤 오후 3시쯤 다시 박씨의 집을 찾아가 오후 5시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이씨는 작은방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처럼 속여 박씨를 안심시킨 뒤 아들의 입을 수건으로 막고 보자기를 머리에 씌운 채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이씨는 이어 “아이들이 깜짝쇼를 보여준다.”며 안방에 있는 박씨의 눈을 가리고 작은방으로 데려가,빨랫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한살짜리 딸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직후 현관열쇠가 든 박씨의 손가방을 들고 나가 현관문을 밖에서 잠근 뒤 창문으로 손가방을 집어 넣고 귀가했다고 밝혔다.박씨의 남편 나씨는 퇴근 직후 인기척이 없자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며,이씨가 창문을 통해 열쇠가 든 손가방을 꺼내자 함께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이씨와 박씨는 2년 전 동창 모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시 만났으며,혼자 사는 이씨가 박씨 집에 일주일에 3,4차례씩 왕래하면서 한가족처럼 지내왔다.경찰은 “이씨가 친구의 남편인 나씨에게 일방적으로 ‘좋아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종종 보냈다.”면서 “박씨의 화목한 가정생활을 시기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이번엔 관광가이드랍니다”SBS 새 드라마 ‘발리에서‘ 주연 하지원

    “이번엔 관광가이드랍니다”SBS 새 드라마 ‘발리에서‘ 주연 하지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SBS 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탤런트 하지원(사진·24)은 다소 핼쑥한 모습이었다.내년 1월3일 시작하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김기호 극본,최문석 연출)을 홍보하는 이 자리에 하지원은 다른 출연자들보다 1시간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전날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느라 늦었다고 했다.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그는 “체력하면 하지원이었는데 요즘 그게 깨져서…”라며 꽤나 멋쩍어했다. MBC 퓨전사극 ‘다모’에서 여형사 ‘채옥’역을 맡아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하지원은 올 한해 누구보다 바쁘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볐다.올해 개봉된 영화만 ‘색즉시공’과 ‘역전에 산다’등 2편.‘다모’가 끝나자마자 다시 ‘내사랑 싸가지’촬영에 들어가 내년 1월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다.그만큼 했으면 좀 쉴 법도 한데 욕심많기로 소문난 하지원은 또 새 드라마에 뛰어들었다. 그는 “채옥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어느때보다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해보지못한 진지하고 성숙한 역할이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청자를 겨냥한 정통 멜로드라마.각기 다른 이유로 발리를 찾은 4명의 남녀가 사랑의 덫에 걸려 질투하고,욕망의 화신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수정’은 발리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절박하게 살아간다.드라마는 자카르타에서 근무하는 인욱(소지섭),옛사랑을 찾아 발리로 온 영주(박예진),그리고 영주의 약혼자인 재벌 2세 재민(조인성)의 삼각관계에 수정이 끼어들면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가 중심이다. 하지원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수정이란 캐릭터가 무척 맘에 든다.”면서 “다만 억척스러운 역할이다 보니 ‘다모’촬영때 못지않게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동료배우들에 대해 묻자 “조인성은 연하인데도 오빠 같고,박예진은 털털해서 편하고,소지섭은 오빠답게 잘 챙겨주는 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원의 새해 소망이 궁금했다.“제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모두 잘되면 좋겠고요,운동할 시간이 좀 생기면 좋겠어요.그리고 최민식선배나 문소리선배 같은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아니나 다를까 하지원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순녀기자 coral@
  • 장모·사위 갈등시대/ “친정어머니·남편 갈등 때문에 괴로워”

    직장생활을 바라는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친정 가까이에 머물기를 원한다.집안 일은 물론,육아문제에 있어서도 친정 어머니의 도움없이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또 ‘사위도 자식’이라며 사위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처가에서는 ‘장인·장모도 부모’라고 당당히 요구하게도 됐다. 이를 어떤 이들은 ‘여성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거나,‘신 모계사회’라고 거부감을 표현한다.그러나 남성들은 알고 있다.이는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이자,선택이었다는 사실을.그런데 문제는 처가 가까이에 살면서 생기는 사위와 장모간의 갈등이다.‘고부 갈등’이 아니라 ‘장모-사위 갈등’이 이 시대 가족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더욱이 사소한 신혼생활의 갈등에 장모가 개입해 돌이킬 수 없는 이혼으로 치닫고 말았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딸 이제 더 이상 ‘출가외인' 아니다 김정국(가명·34·회사원)씨는 “왜 옛말에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고 했는지 알겠다.”고 말문을 열었다.“아내가 원했고,아이 돌보기도 너무 어려워서 살던 집을 전세주고 처가 근처로 이사했어요.그동안 우리 부부는 전혀 불편이 없었는데 장모님이 우리 살림에 개입하면서부터 일일이 제 생활이 지적당하는 겁니다.‘왜 김서방은 집안일은 손도 까닥 안하느냐?’‘김서방은 왜 그렇게 술자리가 잦느냐?’그러다보니 아내도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고,사사건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라고 이야기하는 아내와 하루 걸러 싸우고 있습니다.요즘 같으면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요.아무래도 이혼하지 않으려면 처가에서 멀리 이사를 해야겠어요.” 신효선(가명·32·교사)씨는 친정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긴장관계때문에 괴롭단다.“여자도 똑같이 직장도 갖고,동등한데 왜 옛날식 남편노릇을 하려느냐?”고 사위에게 불만이 많은 친정 어머니는 요즘 4살난 딸을 돌봐주면서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하고,남편은 남편대로 “우리 장모님은 내가 마음에 안 드시나봐.씨암탉은 고아 먹이지 못해도 타박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불평하기 때문이다.“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을 맡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고민 중이예요.엄마의 그늘 속에 있으니 몸은 편안해도 마음은 더 힘들어졌어요.정말 중간역할이 힘들어요.” 정현옥(67·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아파트도 사줬고,사업자금도 대줬는데 정작 ‘자식노릇’은 하지 않는 사위에게 불만을 터뜨렸다.“다 소용없는 일이야.사위도 자식이라고 생각하고,사업 시작하겠다고 할 때 자금도 줬지.그렇지만 효도는 자기 부모에게만 하는 거야,장인 장모는 여전히 남이야.필요할 때만 부모라고 하고…” ●사위 대접받던시대 지났다 왜 장모들은 ‘100년 손님’이란 사위를 ‘대접’하지 않게 됐을까.이에 대해 장모들은 서슴지 않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더이상 옛 사고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더욱이 ‘젊은 남자’인 사위가 자신의 남편세대와 똑같은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은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옥란(55·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이웃에 살고 있는 5살,3살난 외손주들을 돌봐주고,딸네 살림까지 도맡아왔다면서 사위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말했다.“여자도 떳떳하게 직장생활하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이 직장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어요.하지만 사위가 친정엄마는 당연히 돕는 존재이고,시어머니는 앉아서 받는 존재라는 이분법을 갖고 있는 것은 싫어요.세상이 달라져서 남녀가 동등한데 왜 양가 부모에 대한 대접은 다른가요?” 또 다른 장모,진성숙(62·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씨는 딸의 아이를 돌보면서 “내가 쓸데없는 일을 자청했다.안보면 속 편하게 살텐데…”라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내 딸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사위가 똑같이 일하는 애 엄마에게 ‘아내노릇’을 강요할 때에는 화가 나요.요즘 남자들은 다 변했다는데 왜 내 딸은 옛날 내가 했듯이 직장 다니랴,남편 받들랴,애 돌보랴 그렇게 종종걸음을 쳐야하는지….세상 좋아졌다고들 하지만,직장가진 여자들은 옛날 여자들보다 나은 세상도 못 사는 것같아.” 한편 “매일 보는 사위를 어떻게 손님대접할 수 있겠냐?”라고 장모들은 말하기도 한다.결혼한 딸과 한 집에 살고 있다는 문혜선(64·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사위가 대접을 바라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옛날에는 딸이 멀리 시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결혼이었으니,시어머니 눈밖에 날까 염려해야만 했고 남자들의 세상이었던 탓에 ‘딸가진 죄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더욱이 내 집에서 사위가 살고 있는데 술 마신 이튿날엔 술국 끓여줘,아이키워주고 있으면 됐지 더이상 어떻게 사위를 떠받들 수 있겠어요?” 흔히 남성들은 ‘고부갈등’을 ‘여자들이란…’이라는 말 한마디에 담아 여성들의 이기심,질투심,속좁음 등을 지적해왔다.여성들역시 ‘고부갈등’을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나이든 여자는 젊은 여자를 질투하게 마련이다.’거나,‘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말을 하며 당연한 ‘부정적인 여성성’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말들은 허구로 나타나고 있다.장모란 한 여성과 사위란 한 남성의 갈등,이를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친정어머니 영향력 갈수록 커져 우선 여성의 파워,어머니의 영향력이 가정 내에서 커져가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하나 혹은 둘 밖에 없는 자녀들에게 어머니의 정성과 관심은 때때로 지나치게 마련이라 성장해서 결혼하고,독립한 자녀일지라도 ‘보호대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더욱이 같이 살거나 가까이 살 경우,친정 어머니의 영향력은 지대해질 수밖에 없고,그 결과 새로운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한편 이혼에 대해서 50∼60대도 생각이 달라졌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같다.“우리야 이혼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던 세대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이라면 ‘아니다.’는 판단이 서면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것이 현명한 자세 아니겠는가?”서현숙(61·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딸의 이혼을 솔직하게 말했다.‘결혼 잘 못한 것같다.’고 괴로워하면서도 좀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딸에게 “한번 뿐인 네 인생,남의 눈치 볼 것없다.”고 말했다.“친정 부모가 ‘출가외인’이라고 내치는 바람에 지난 세대 여성들은 더욱 외롭고 힘들게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다.부모로서 딸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당연한 일이다.부모 체면 때문에 딸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달라지는 장모라는 이름의 여성들,그들의 변화속도는 사위라는 ‘변화를 바라지 않는 또하나 기득권층’인 젊은 남성들의 변화를 훨씬 앞질러 달리고 있다.그래서 ‘이혼을 부추기는 장모’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사위와 장모,이들의 미묘한 긴장은 딸과 아내인 여성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젊은 세대의 의존성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허남주기자 hhj@
  • 영화 단신

    워너 홈비디오 코리아가 새달 찰리 채플린 DVD 박스세트를 출시한다. ‘모던 타임즈’‘위대한 독재자’‘라임라이트’‘황금광 시대’ 등 세트에 포함된 4편은 음질과 화질을 개선했고,작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사진과 포스터,극장용 예고편,제작노트 등 풍부한 볼거리를 담았다. 영화사 백두대간이 17∼31일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아듀 2003! 한국영화 화제작 다시보기!’ 기획전을 마련한다.상영 작품은 로카르노영화제 4개 부문 수상작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감독 김기덕)을 비롯,로테르담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베니스영화제 본선 진출작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관객 270만명을 동원한 같은 이름의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오구’(감독 이윤택) 등 모두 4편.매일 오전 10시15분에 한편씩 상영한다.
  • 장엄한 설원위 사랑·질투·살인·용서 에스키모의 원초적인 삶/12일 개봉 아타나주아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잘 살아 왔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이론을 압축하면 이쯤 되지 않을까? 그가 저서 ‘야생의 사고’를 통해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적 사유방식과 가치체계를 비판하면서 문화와 인류의 보편성을 강조한 목소리는 후대 이론가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다.12일 개봉하는 영화 ‘아타나주아(Atanajuat:The fast runner)’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우리 식으로 이렇게 살아왔다.’고 외치는 듯 영화는 철저히 ‘그들의 눈’에 맞췄다.그 중심엔 북극 툰드라지대에서 태어나 자란 자카리아 쿠눅 감독이 있고 영화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에스키모 언어와 에스키모 배우들이 가세한다.자신의 고향이자 정신적 원형질을 찾으려는 감독의 열정에 힘입어 영화는 에스키모의 숨결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2시간40여분의 대서사시가 지루하지 않다. ●에스키모 고대 신화 모티브 에스키모의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한 이 영화는 두 가족의 흥망사를 얼개로 진행된다.‘툴루막’은악령의 힘을 빌려 부족의 우두머리가 된 ‘사우리’에 밀려 쫓겨난다. 세월이 훌쩍 뛰어 ‘툴루막’의 두 아들 아막주아(힘센 사나이)와 아타나주아(빠른 이)가 용감한 사냥꾼으로 성장해 부족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자 ‘사우리’의 아들 ‘오키’는 이들을 시기한다.더구나 집안끼리 약혼한 사이인 ‘아투아’가 ‘아타나주아’를 사랑하자 질투는 극에 달한다.사랑을 건 결투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의 앙금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그러다 ‘오키’의 여동생 ‘푸야’가 아타나주아의 둘째 부인이 되면서 영화는 유혈극 등으로 속도를 낸다.이런 뼈대에다 영화는 장엄한 설원을 배경으로 이글루 만드는 장면 등 이색적인 에스키모인의 의식주,회의 과정,샤머니즘 등의 살을 붙이면서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거기에 사랑과 질투,사기,살인 등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 선을 에스키모라는 특수한 프리즘으로 여과시킨다.밑바닥에는 ‘악’(자기를 죽이려 했던 친구나 남편과 정을 통한 시동생의 후처)을 감싸안는 ‘관용’의 미덕을 보여준다.●문화인류학적 메시지 풍부 달빛 아래 혼자 개썰매를 끌고 가는 장면 등 아름답고 황홀한 이미지들이 그득하다.또 아타나주아가 오키 일당에게 쫓기며 설원 속에서 벌거벗고 달리는 장면은 비슷한 상황을 다룬 액션 영화들의 장면을 압도한다. 논리의 비약과 주술 장면 등이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할리우드에 길들여진 눈에 자연스럽지 못한 장면 전환이며 거친 편집이 거슬릴 수도 있다.하지만 에스키모라는 원초적 감성을 담는 형식으로는 제격이다.‘아타나주아’는 에스키모의 상징인 개썰매 위에 단순히 사람과 짐만 싣는 게 아니라 어떤 문화인류학적 교재보다 더 생생한 영감과 풍부한 메시지를 싣고 있다.그것은 할리우드식 인공 세팅과 가공되고 세련된 연기와는 다른,천연의 무대에서 야생의 배우들이 울리는 ‘날 소리’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 / 얼굴

    대니얼 맥닐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지구상에는 60억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그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이론적으로 가능한 얼굴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소립자의 수를 능가한다고 한다.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대니얼 맥닐이 쓴 ‘얼굴’(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읽는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온다.코를 미학적으로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눈을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끼는 사람,여자의 입은 모름지기 작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저자는 시대와 지역과 분야를 가로질러 부위별로 ‘얼굴여행’을 떠난다. 가장 매력적인 코란 어떤 것일까.미국 여류작가 루이저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에이미는 낮은 코를 최대의 불운으로 간주,어떻게든 높여보기 위해 빨래집게로 집는다.르네상스시대의 미학자 아뇰로 피렌주올라는 들창코를 흉한 것으로 규정했지만 영국 작가 새커리는 소설 ‘허영의 시장’의 여주인공 베키 샤프에게 들창코를 주었다.소설가 디킨스는 들창코를 비판하는 것은질투 때문이라고 보았다.과학자들은 남성은 작은 코를 가진 여성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한다.마릴린 먼로는 웃을 때 윗입술을 아래로 당기는 연습을 했다.그러면 코가 더 작아 보일까 해서였다.코에 관한 상징은 양극단을 달린다. 육체의 어느 부분도 눈만큼 내면을 잘 드러내지는 못한다.로마의 정치가 대(大)플리니우스의 말처럼 눈은 영혼의 창이다.그것은 얼굴의 심리적 중심이며 가장 섬뜩한 상징이다.마호메트는 카바 신전 안의 우상을 공격할 때 제일 먼저 눈을 표적으로 삼았고,남아메리카의 파린틴틴 인디언은 귀신이 앞을 보지 못하도록 죽은 적의 눈을 먹었다.여자의 커다란 입이 역사상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인식된 적은 거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반면에 작은 입은 종종 미인의 필수조건으로 간주됐다.특히 빅토리아 시대에는 작은 입을 품위 있고 우아한 것으로 여겼다.이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얼굴에 있다.”는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말이 한층 설득력 있게 들린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살인의 추억’ 영평상 3개부문 석권/여우주연상엔 ‘스캔들’ 이미숙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주진숙)는 제23회 영평상 심사 결과,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대종상의 4개 부문을 석권한 ‘살인의 추억’이 작품상,감독상(봉준호),남우주연상(송강호) 등 11개 부문 가운데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다고 7일 발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미숙은 치열한 경합 끝에 배종옥(질투는 나의 힘)과 문소리(바람난 가족)를 누르고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으며,베니스영화제 본선 진출에 빛나는 ‘바람난 가족’은 각본상(임상수)을 받았다.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한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은 신인감독상에 뽑혔으며,남녀 신인배우상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과 ‘장화,홍련’의 임수정에게 돌아갔다. 촬영상에는 이모개(장화,홍련),음악상에는 이병우(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기술상 미술부문에는 장근영ㆍ김경희(지구를 지켜라)가 각각 선정됐다. 제23회 영평상 시상식은 13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1층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황수정기자 sjh@
  • [대한포럼] 판도라상자 누가 여나

    “지난 대선 때 주요 대기업을 찾아 손을 내민 국회의원이나 후보 측근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줄잡아 각각 40∼50명은 될 것이다.수천만원을 받아간 사람도 있지만 1인당 평균 2억∼3억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돈을 요구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십억원 단위의 뭉칫돈은 당 또는 후보의 핵심측근 4∼5명에게로 창구가 단일화됐던 것으로 안다.” SK 비자금 사건으로 촉발된 대선자금 공개 논란이 정국을 강타하자 재계의 한 고위 인사가 털어놓은 대선자금 수수 단면도다.그는 현대 비자금이나 SK 비자금 사건에서도 입증됐듯이 대기업의 비자금을 뒤지다 보면 정치인의 검은 돈 수수의혹은 드러날 수밖에 없고,해당 정치인을 조사하다 보면 또 다른 비자금 사건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대선자금이라는 하나의 줄기 밑에는 수많은 대기업의 비자금과 온갖 형태의 정치자금 수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는 것이다.SK 비자금 사건이 대선자금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재계도 긴장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선자금은 그동안 무수한 성역이 타파됐음에도 아직도 함부로 손대선 안 되는 판도라 상자이자 마지막 성역으로 치부되고 있다.또 대선자금은 정치권 전체의 공멸은 물론,국정에도 상상하기 힘든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SK 비자금 100억원이 한나라당의 ‘모금운동’에 따라 대선자금으로 흘러든 사실이 확인되면서 판도라 상자도 마침내 개봉돼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현재 정치권 논란의 핵심은 누가,어떤 절차로 판도라 상자를 여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검찰이 SK 비자금이라는 환부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판도라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한 뒤 문제가 있다면 전체 내용물을 공개하자는 입장이다.드러난 환부는 지금까지 집도했던 검찰에 맡기는 것이 옳다는 논리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다른 수술법을 제시한다.환부로 의심되는 부분도 많은데 검찰이 SK 비자금이라는 상처만 들쑤시려 한다면서 검찰을 ‘돌팔이’쯤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그래서 들고나온 것이 특별검사라는 명의다.그리고이왕 명의에게 맡긴다면 판도라 상자를 활짝 열어젖혀 내용물을 모두 쏟아보자며 전면 개복술(開腹術)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셈은 ‘너 죽고 나 살기’다.정략적인 고려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여론의 전면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 가장 상식적인 해법은 특검 논의에 앞서 검찰의 수사를 통해 대선자금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친 뒤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관행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일 게다.그 과정에서 외국에 빌딩을 사거나 자녀들에게 검은 돈을 물려준 파렴치한은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이와는 별도로 정치권과의 유착고리를 끊기 위해 대가성이든,보험성이든 기업도 정치자금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정치권이 할 일은 이번 사건으로 어떤 반사이익을 얻느냐,어떻게 물타기를 통해 예봉을 피하느냐가 아니라 상식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자살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위협으로 민심을 얻을 수는없다.묘수란 의외에도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신 중의 신 제우스는 하늘의 불을 선물받은 인간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질병,시기,증오,질투,분노,탐욕 등으로 가득 채운 판도라 상자를 만들었지만 상자 맨 밑바닥에는 ‘희망’을 남겨두었다.대선자금 공개 정국에서 재앙을 맞느냐,희망을 찾느냐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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