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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티아라 화영, 퇴출발표 직후 트위터에…

    [속보] 티아라 화영, 퇴출발표 직후 트위터에…

    ‘왕따설’ 논란의 중심에 있던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화영이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티아라의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영과 전속 계약을 해지한다고 30일 밝혔다. 소속사는 “티아라의 멤버들, 스태프와 논의 끝에 화영과 조건 없이 계약 해지를 한다. 티아라의 팀워크와 스태프의 의견을 존중해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뒤늦게 팀에 합류한 화영과 멤버들,스태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멤버들은 트위터를 통해 다리 부상으로 지난 25~26일 일본 부도칸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화영을 겨냥한 듯한 글을 잇따라 올려 네티즌 사이에 ‘화영 왕따설’이 불거졌다. 일본 공연 당시 화영은 다리 부상으로 인해 깁스를 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멤버들은 각자 트위터를 통해 화영의 행동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소속사는 “티아라는 데뷔 초에도 은정, 소연, 보람 왕따설 등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단지 어린 친구들의 질투에서 빚어진 일로 미묘한 다툼이었을 뿐 서로 화합해 나갔다.”면서 “현재 불거진 그룹 내 왕따설, 불화설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는 “티아라가 7인에서 9인 시스템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멤버에 대해서는 티아라의 앞날을 위해 멤버 교체 및 증원을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의 공식발표 직후 화영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실없는 사실들”이라고 써 양측의 주장을 놓고 향후 진실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고전 속 효성·절개 불편한 진실을 들추다

    그림 형제 동화라고 부르지만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때 동화의 원제는 ‘메르헨’이다. 메르헨의 원뜻을 따지자면 일종의 민속보고서쯤 된다. 공자가 ‘시경’이란 이름으로 주나라 민속보고서를 남겼다면, 그래서 후대의 근엄한 성리학자들이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놔야 했을 정도로 남녀상열지사를 내다버리지 않고 굳이 채록해 뒀다면, 그림 형제의 동화도 매한가지다. 성욕과 잔혹함 같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나름대로 숨기고 내쳤으나 다 지울 수는 없었다. 공자의 시경이 후대 들어 중국 언어를 통일시켰다는 평을 받듯, 그림 형제가 원래는 독일어의 문법 통일과 사전 제작에 관여한 언어학자였다는 점도 이채롭다. ‘가족기담’(유광수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이런 맥락 위에 서 있다. 민속보고서 작성이 그냥 단순히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얘기들을 모아 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경이나 그림 형제 동화에 대한 이런 분석들은 심심찮게 눈에 띄는데, 우리 전통에 대한 이런 식의 접근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양반 사대부들에 대한 얘기는 고독한 사상가나 철인정치의 이상향만 넘쳐나고, 민중들에 대한 얘기에서는 오늘날 노곤해진 도시인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푸근하고 정감 넘치고 소박한 농촌 공동체의 이상향을 그려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무래도 ‘우리’ 얘기이다 보니 예쁘고 곱게 채색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최대 매력은 ‘교훈적 얘기들 아니었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본다는 데 있다. 저자는 국문학자로서 우리 전통 소설이나 민담을 다룬다. 그런데 ‘가족기담’, 그러니까 가족을 둘러싼 오싹하고 희한한 얘기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기괴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인가 보다 짐작했다면 틀렸다.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구운몽, 흥부전, 심청전, 옹고집전 등 매우 잘 알려졌거나 한번쯤이라도 이름은 들어본 얘기들을 다뤘다. 이런 얘기들이 왜 ‘가족기담’일까. 가령 ‘장화홍련전’을 보자. 생모는 죽고 계모가 들어왔다. 장화 홍련 자매는 구박을 받는다. 그런데 구박하는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다. 생모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계모는 아들까지 낳았다. 전처 소생 딸년 둘이니, 가장 간단한 처리 방법은 시집보내기다. 어쨌든 출가외인이니까. 그런데 아버지 배 좌수는 끝내 딸들을 놓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던 배 좌수는 장화가 음란한 여자라는 계모의 속임수에 장화를 죽인다. 홍련은 언니 뒤를 따라 자살한다. 배 좌수는 왜 장화에게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을까. 계모는 왜 그다음 차례인 홍련을 죽일 음모를 꾸미지 않았을까. 귀신이 되어 억울함을 호소할 때도 가장 큰 피해자인 장화는 묵묵히 뒤에만 서 있을 뿐 홍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혹시? 머릿속에는 ‘근친상간’이라는 단어가 떠돌아다닌다. 배 좌수가 놓아 주지 않고, 단 한 번도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계모가 그토록 질투했던 이유가 혹시 그것이었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렇다라고 딱 부러지게 확답하지 않는다. 임수정·문근영 두 배우가 출연한 영화 ‘장화, 홍련’에서 선보인 김지운 감독의 해석과 비교해 봐도 좋다. 생모의 죽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대신하려는 맏딸의 심리에 집중한 영화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이고 역시 가족기담이다.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생산력이 낮던 가혹한 생존조건 아래 가부장제가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를 한 꺼풀씩 벗겨나간다. 어머니가 먹을 게 없으니 멀쩡한 아들을 생매장하려 들었던 얘기를 아들의 효도로 상찬한 삼국유사의 ‘손순매아’ 얘기를 ‘헨젤과 그레텔’에 비교하고, 손가락쯤은 예사로 끊고 허벅다리쯤은 너끈히 베어다 바쳐야 하고, 툭하면 목매달고 은장도로 찔러 자살하고야 말았다는 얘기들을 잔뜩 묶어 효자니 열녀니 하는 식으로 숭상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해나간다. 홍길동전도 마찬가지다. 홍길동이라면 의협심과 용맹함을 흔히 떠올린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엔 이상하다. 알려졌다시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홍길동은 율도국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런데 홍길동도 율도국을 세우고서는 첩을 거느린다. 자기 같은 서자를 만들어 내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아버지는 차별하니까 안 되고 홍길동은 차별 안 할 테니까 된다? 아버지는 강간해서 여자를 취했으니 안 되고, 홍길동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써놨다. “남자들은 자신들만의 향락과 쾌락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동이 이놈도 역시 남자였던 것이다.” 김만중이 쓴 사씨남정기와 판소리 소설 춘향전의 비교도 흥미롭다. 사씨남정기는 첩인 교씨가 간악한 술수를 부리다 결국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춘향전은 기생 주제에 임금에게서 정렬부인으로 표창까지 받는다. 저자는 교씨와 춘향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무시한다.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몰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가 극과 극인 것은 “교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반의 시선이고, 춘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민중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반은 첩을 품기는 하되 존중하지 않는다.” 반면 “민중에게 첩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다.” 저자는 결국 뒤틀리지 않은 정상적인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놓는다. 그래서 만약 심리학자와 함께 책을 썼다면 어땠을까, 혹은 심리학자가 이런 접근을 해 봤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아, 이 책을 다 읽고 난다면 “쥐뿔도 모르면서~”라고 내뱉긴 어려울 것 같다.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김동인의 ‘배따라기’에 이르기까지 쥐와 성적인 이야기의 상관관계를 쭉 설명해 놨는데 잔혹하다가도 웃기고, 웃기다가 의미심장하다. ‘19금’ 내용이니 직접 읽어 보는 수밖에 없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말하는 바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바로 옆 사람이 잘되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 속담 속에 우리나라 사람의 심성을 엿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혹자는 이 속담은 원래 좋은 의미로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원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프다.’라고 했다고 한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주겠다는 좋은 의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일본은 이 속담을 정반대의 의미로 바꾸어 놓았다. 이웃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심보가 있다는 뜻이 됐다. 우리에게는 이런 놀부 심보가 없는데 일본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고, 그 이후 변질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때문에 바뀐 속담이 아직 쓰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이런 심리가 없다면 아무리 일본인들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어도 저절로 없어지거나 원래 뜻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이런 시기와 질투심이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특징적일까. 최근 EBS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국 주부와 미국 주부에게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카드 게임을 하게 했다. 카드 게임에서 미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에만 기쁨을 느끼는 뇌에 보상 시스템(보상중추)이 활성화되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반면 한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더 좋은 점수를 냈을 때에만 보상 뇌가 활성화됐다. 우리나라 엄마는 절대적 이익보다 상대적 이익에 기뻐했다. 자기가 잘돼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됐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한국 엄마들이다. 미국 엄마들은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절대적인 이득에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왜 우리는 미국인과 다르게 남과 비교하면서 일희일비하는가. 자원은 제한돼 있고, 그 자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에 빈약한 자원을 갖고, 밀집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더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 사람도 제한된 것을 갖고 경쟁을 한다. 하지만 미국은 더 넓은 땅을 갖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직장을 못 구하면 플로리다주에 있는 회사에 지원서를 낼 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영국이나 호주로 이민 갈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라도 할 수가 있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덜 경쟁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는 급격히 변해 왔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돼 버린 우리는 미국의 원조가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생 때 필자도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로 만든 빵을 무료로 얻어먹었다. 대부분 아이는 가난했고,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을 싸오면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이후 현재까지 정말로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이나 눈부시게 변했다. 그렇게 변하는 동안에 강남에 살고 있던 가난한 농사꾼이 벤츠를 타고 다니는 졸부가 됐다. 처지가 비슷한 동창생이 아파트를 몇 번 사고팔더니 수십억원대 부자가 돼 있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심한 변화를 겪었고, 그러는 동안 수준이 비슷했던 주변 사람이 인생 역전되는 것을 보고 배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속담의 뜻이 바뀌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변화 속에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지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영영 낙오자로 남을 것 같아 불안해진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생긴 조급증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 윤하 “1년 6개월 공백기 다른 가수들 보니 질투났어요”

    윤하 “1년 6개월 공백기 다른 가수들 보니 질투났어요”

     가수 윤하(24·본명 고윤하)가 1년 6개월만에 4집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전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긴 공백을 가진 그가 오랜 기다림 끝에 내놓은 앨범의 제목은 초음속이라는 뜻의 ‘수퍼소닉’(Supersonic). 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윤하의 바람이 담겨있다. 18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윤하를 만났다.    →오랫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라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비주얼적인 컨셉트 보다는 내 자전적인 스토리가 많이 담긴 앨범이다. 멜로디나 장르는 다르지만, 사운드에 통일성을 갖추고 12곡의 이야기가 한가지 맥락으로 이어지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버렸다.  →2곡을 작곡하고, 4곡을 작사하는 등 앨범 참여도가 높은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타이틀곡인 ‘런’은 락을 기본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됐다. 팬들과의 재회를 감사하는 뜻이 담겨있다. 브릿팝의 요소가 담겨있는 ‘피플’은 피곤한 얼굴로 여의도에 출근하는 직장인 팬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으로 ‘여의도 블루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셋 미 프리’는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계속 얻어맞는 느낌이 드는 절망적인 시기에 절망을 노래로 표현한 곡이다.  →2006년 피아노록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혜성같이 등장해 ‘비밀번호 486’, ‘텔레파시’ 등의 히트곡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긴 공백기를 가졌는데.  -지난 1년 반의 공백기에 한번도 무대에 서지 않았다. 떳떳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백기가 길어지다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과연 다시 가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열여섯살부터 2박 3일 정도를 제외하고 한번도 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니까 당황스러웠다. 또 엄마랑 24시간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던지.(웃음)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를 하면서 매주 가수들이 새 앨범을 가지고 나올 때마다 속으로 많이 부러워하곤 했다,  →그 시간이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그동안은 마치 KTX를 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쉬는 기간 동안 내가 누리던 것들을 돌아보고 감사하게 됐다. 무엇보다 팬의 소중함을 가장 크게 느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앨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작업자인 프로듀서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대변자에 머물렀다면, 이제 내 생각과 기분을 음악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밴드 음악 안에서 내 가슴이 뛰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여성 솔로 가수 시장에 아이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데, 위기감을 느끼지 않나.  -아이유가 여성 솔로의 기반을 구축해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쉬는 동안 아이유 활동을 보면서 수적으로 열세인 여성 솔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같아 좋았다. 솔직히 쉬는 기간 동안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인지 모든 가수에게 질투가 났다.(웃음) 그런데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에 공감한다. 예전에 걸그룹에 대적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금발로 바꾸고 경락 마사지도 받고 외모에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이돌의 거센 열풍 속에 6년째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덧 대기실에서 인사하는 후배가 많아지고 책임감도 점점 늘어난다. 처음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활동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부럽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혼자라서 위축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무대에서 나혼자 온전히 보내는 희열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로가 누리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는 어떻게 맡게 됐나.  -마지막 활동을 마치고 한동안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몸도 안좋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별밤’에서 의외의 섭외가 왔다. DJ 자리가 내게 걸맞는 옷일까 걱정을 많이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물론 노래가 끊긴다거나 광고가 잘못 나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진심을 담은 가수가 되고 싶다. 이제는 열심히 노래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밖에 보여드릴 게 없다. 어릴 적에는 내가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일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 제가 살아가는 모습에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존재 자체로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저는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연차에 비해 공연 경력이 짧은 편인데, 콘서트장에서 기타나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등 강박 가진 주변 인물들 스스로 괴담속에 끌려 들어가

    “그 얘기 들었어?”로 시작하는 학교 괴담. 언덕이 됐든, 연못이 됐든, 학교 건물 옥상이나 떨어지면 죽을 만한 높이에 있는 창문이 됐든 장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쟤만 없으면 내가 1등이 될 것만 같은 2등 아이가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1등을 죽여 버리고, 살해된 1등은 귀신이 돼 2등을 괴롭힌다는 플롯만 있으면 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만, 늘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중고등학생의 불안한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소설가 방미진의 청소년 소설 ‘괴담-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문학동네 펴냄)는 살짝 진화한 학교 괴담으로 다른 유형의 서늘함을 던진다. 1인자가 되려다가 함정에 빠진 2인자의 공포가 아니라, 스스로 2인자라고 느끼는 콤플렉스가 야기하는 두려움이다. 한 고등학교에 “연못 위에서 1등과 2등이 사진을 찍으면 2등이 사라진다.”는 괴담이 돈다. 1·2등 버전이 있고, 첫째·둘째나 형제 버전이 있는데, 달라지지 않는 것은 통학로 옆 샛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연못’과 ‘두 번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도 으스스한 연못이라 옆 대학 무슨 과 학생이 자살했다거나 밤늦게 시체가 떠오른다는 식의 소문이 많다. 학생들은 유독 ‘1·2등 괴담’에 솔깃해져 입소문이 퍼질 무렵 합창부 여학생 서인주가 숨진 채 발견된다. 인주의 죽음은 자살로 알려졌지만, 인주와 연관된 기억을 가진 인물들에게는 ‘누군가의 의도’이거나 ‘실현된 괴담’이다. 인주의 죽음 이후 저마다 괴담을 재해석한다. 인주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낫지만 밀리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지연, 노래에서만큼은 인주에게 질투를 느끼는 연두, 연년생 언니 연두와 늘 비교당하는 연지, 헤어질 때를 대비해 미리 두 번째 여자친구를 만들어 놓은 치한과 이상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는 보영·미래. 예쁘지도 않고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인주를 비롯해 각자 다른 상대를 두고 자신을 ‘두 번째’로 규정하면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싸인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최상의 조건에서 키웠는데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딸 지연이 못마땅한 성혜, 한때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평범한 학교 음악교사가 된 경민. 어른들도 ‘두 번째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망하고 복수하는 귀신 따위가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물들은 괴담 속으로 스스로 끌려 들어간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다. 작가는 “괴담이 무서운 것은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제일 무서운 것은 누군가를 향한 끝없는 질투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돼 있지만, 성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하다. 작가는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미스터리 호러 동화 ‘금이 간 거울’, 청소년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 등을 발표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전직 언론인인 사비오는 규칙적이고 편안한 삶을 유지했다. 수십 년 동안 허드렛일을 챙겨 온 하녀 다미아나가 일주일에 몇 번 찾아올 뿐 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 안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것으로 세상과 소통해 왔던 그는 어느덧 아흔 살에 이르렀다. 아흔이 되기 전날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늙은 포주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어이없는 주문에 포주 로사 카바르카스는 준비하겠노라고 선뜻 답했고 아흔의 노인은 십대 소녀와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그것을 자신에게 주는 하룻밤 선물로 여긴 사비오는 이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면한다. 불현듯 그는 불안과 고통을 느꼈으며 이따금 솟아나는 질투심과 의혹이 평정했던 삶을 뒤흔들어 놓는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개봉은 조금 뜬금없다. 이미 절판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 그리 인기 있는 작품이던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개봉은 아마도 ‘은교’와 대중의 만남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노작가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 두 작품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은교’의 이적요와 반대로 사비오(원작에는 따로 이름이 없다)는 한량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창가를 들락거렸으며 창녀들과 즐긴 쾌락의 시간은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사는 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소녀의 관점을 일부 더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다.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가꾸는 노인의 복잡한 심리가 극을 이끄는 주 동인이다. 사연이 어찌 됐든 이 영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십대 창녀라는 소재에 편협하게 반응한 외국에서 이 영화가 제대로 개봉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여든 중반의 나이에 발표한 원작은, 마찬가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 따온 문구를 글에 앞서 소개한다. 삽입과 관련한 어떤 성적 관계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잠자는 미녀’의 문구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이후 방향을 암시한다. 이것은 노인이 새로운 삶의 시작점에서 발견한 ‘위대한 첫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에 미친 노인은 칼럼을 연애편지로 바꾸어 버리고 넋을 잃은 채 방황한다. 좀 건방지게 굴자면 내 눈에는 아흔 노인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껏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란체스코 로지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같은 거장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야기를 이미지의 리듬 위에 얹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동갑인 헤닝 카를센의 선택은 탁월하다. 전작들보다 판이할 정도로 단순한 원작은 영화와 근사하게 어울리며 인물과 비슷한 연배에 도달한 카를센은 대사 대신 선명한 이미지를 앞세워 표현할 줄 안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에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집어넣어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원작에서 노인이 억누르던 외침을 스크린 위로 불러낸 마지막 장면은 그중 압권이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황우석, 女 119명의 난자 2200개 채취해놓고…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권태기 중년부부의 ‘이상한 불륜’

    연극 ‘러버’(The lover), 19세도 아닌 20세 관람가다. 거리에 붙은 홍보 포스터에는 나체의 섹시한 여성을 한 남성이 백허그하고 있다. 에로 여배우를 활용한 포스터로 대단히 유혹적이다. 그래서 포스터만 봤을 땐,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인가 싶기도 하다. ‘러버’는 권태기에 빠진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출근하며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 애인 오늘 집에 몇 시에 들리지?”라고. 이에 아내는 “3시, 3시에 오기로 했어요.”라고 웃으며 답한다. 비정상적인 이런 대화는 관계 회복을 위한 눈물겨운 사투 그 자체다. 권태기에서 벗어나고자 서로 불륜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질투하며 둘 사이의 관계에 ‘밀당’(밀고 당기기)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사이코 심리극인가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극을 5분가량 남기고 비로소 이러한 비정상적인 대화들이 왜 계속 오갔는지,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이들 부부의 불륜은 우리가 아는 불륜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남녀 배우가 나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70분 러닝타임 중 1분가량 되지만, 포스터와 달리 야하지 않다. 남녀가 아닌 인간관계의 허무함에 대한 무게감을 더한다.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이야기란 점에서 관객의 결혼 여부는 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부부, 권태기, 남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혼자보다 기혼자들, 특히 40~50대에서 공감의 폭이 더 넓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해럴드 핀터의 대표작인 ‘러버’는 국내에서는 1974년 ‘티타임의 정사’라는 이름으로 극단 실험극장과 극단 민중극장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여러 차례 공연됐다.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로 접근한 아류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계기도 됐다. 70분이 러닝타임 중 눈에 띄는 건 잘 만들어진 무대이다. 무대도 배우 같다. 360도 회전식 무대는 전혀 다른 두 개의 공간을 잘 표현했다. 이 작품을 위해 독일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승비(36)의 농염한 몸짓도 극의 긴장도를 높인다. 남편 리차드 역의 송영창(54) 역시 연륜 있는 배우인 만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력이 상당하다. 8월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3만~4만원. (02)766-600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FBI 미녀 요원 소송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FBI 미녀 요원 소송

    ”내가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 FBI 요원으로 활동한 한 여성이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자신이 너무 섹시해 동료들에게 차별을 당해 결국 전출까지 당했다는 것. 현지 미디어의 화제로 떠오른 여성은 뉴멕시코에서 근무한 바 있는 FBI 요원 에릭카 보닐라(38). 가수로도 활동 중인 특이한 경력의 그녀는 2002년 12월 앨버커키에서 FBI 업무를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의 승승장구는 여기까지 였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이후 동료들의 모함과 질투로 캘리포니아의 한직으로 전출까지 당했다는 것 보닐라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제출한 소장에서 “나의 라틴 음악 능력과 히스패닉계의 매력적 외모 때문에 동료들의 괴롭힘과 모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심한 차별과 ‘왕따’를 당했으며 심지어 ‘잠자리’를 통해 승진했다는 루머까지 사무실에 돌았다.” 면서 “FBI 측에서는 이런 차별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FBI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인 모니카 가르시아는 “보닐라의 이번 소송은 손해배상 뿐 아니라 향후 FBI 내에서의 차별을 방지하는 두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소송에 대해 FBI측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인터넷뉴스팀 
  • 예술과 관객을 질투한 평론의 그럴듯한 이론

    ‘평론, 예술을 엿먹이다’(로저 킴볼 지음, 이일환 옮김, 베가북스 펴냄)는 제목 그대로다. 알아듣기 힘든 현란한 이론을 동원한 평론가들이 관객과 미술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기는커녕 오히려 격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원제를 보니 한술 더 떴다. ‘The Rape of Masters’(더 레이프 오브 마스터스). 그러니까 미술사가들이 평론을 들이대면서 미술 대가들을 능욕, 더 직설적으로 강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머리 좋고 책 좀 읽었다는 이들이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보지 않고 흔히 ‘PC’라 표기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다 예술을 종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손가락질은 포스트이론, 정신분석이론, 페미니즘이론 같은 것들에 날아가 꽂힌다. 덕분에 후련한 구석도 많다. 파격과 일탈을 강조하다 보니 현대 예술이 “실상은 핏기 잃은 성적 용어들로 채워”지고 있고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에로스의 승리가 아니라 과묵과 겸손의 패배”라 지적한다. 외설이냐 예술이냐라는 아주 지겨운 테제를 확 비꼬아 둔 것이다. 예술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평론가들은 멋져 보이는 이론을 억지로 가져다 붙여 작품을 관객들로부터 “약탈”해 가지 말고 “예술 작품의 직접적 파악을 가로막는 덤불 숲을 쳐 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비판이 공격적이고 신랄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거부감도 든다. 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장르에서 평론이라는 것은 결국 작품을 통해 이 세상을 두껍게 읽고 쓰는 행위라는 점, 그래서 그로 인한 풍부한 해석의 살결 역시 문화적이라는 점에서 너무 가혹하게 일방적으로 깎아내린 것처럼 보인다. 몇몇 대목에서는 우리나라 색깔론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보수적이다. 구스타브 쿠르베, 마크 로스코, 존 싱어 사전트, 페테르 루벤스, 윈슬로우 호머,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등 대가 7명에 대한 해석 문제를 다뤘다. 관심 가는 작가가 있다면 들여다볼 만하다. 물론 저자의 의도와 독자의 균형감각은 별개다.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있지도 않은 시스템敎 빠져 ‘문자지령’에 두딸 죽인 엄마

    ‘시스템’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두 딸을 살해했던 비정한 엄마가 실형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현석)는 19일 자신의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범행이 계획적이었고 피해자들이 범행에 취약한 어린이들이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죄질이 중하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범행에 이르게 한 참작 동기 등을 감안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전북 부안군의 한 모텔에서 첫째 딸(10)을 욕조에서 익사시킨 데 이어 둘째 딸(7)을 베개로 질식사시키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재판에서 A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B씨와 B씨의 내연남을 절대적으로 신뢰해 이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A씨는 2010년 학부모 모임에서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A씨의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더 똑똑한 것을 질투, A씨를 골탕 먹이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A씨는 시스템에 등록하면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제안을 받고 이에 빠져들었다. 시스템은 B씨가 꾸며낸 가상의 사이비 종교 시스템으로 ‘지령하는 대로 따르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그릇된 교리를 강요했다. 종교의 지령은 언제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전달됐고 처음에는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는 등 사소한 것이었지만 점차 ‘아이의 잠을 재우지 마라.’, ‘소풍을 보내지 말라.’, ‘역에서 노숙하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지령을 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요구했고 수십 차례에 걸쳐 1억 4000만원을 뜯어냈다. 특히 B씨는 A씨가 딸을 살해하도록 잔혹 살인을 다룬 영화를 보여 주고 살해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올랑드 ‘연승’

    올랑드 ‘연승’

    17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이 대승을 거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은 개표 결과 전체 하원 577석 가운데 280석을 획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AP·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투표율은 55.6%로 역대 최저치다. 같은 중도좌파 계열인 DVG당이 22석, 급진좌파당(PRG)이 12석을 각각 얻는 등 ‘사회당 블록’은 314석을 획득해 절대 과반을 확보했다. 사회당을 포함한 좌파 계열은 지난해 9월 치러진 선거에서 상원의 과반의석(348석 중 177석)을 확보한 상태다. ‘사회당 블록’은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이나 극좌정당인 좌파전선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도 의회 다수를 차지했다. 녹색당이 17석, 좌파전선이 10석을 확보해 좌파 계열의 정당들은 모두 343석을 얻었다. 이 덕분에 지난달 6일 당선된 올랑드 대통령은 의회의 지원 아래 부자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서민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과 관련해 올랑드 정부가 주장해 온 ‘성장정책’에도 무게가 실리게 됐다. 직전 집권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194석을 얻는 데 그쳤으며, 중도파와 중도우파 정당들을 합쳐 모두 229석을 확보했다. 지난 대선에서 ‘르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후보 2명이 당선돼 1988년 비례대표 의원 이후 24년 만에 하원 진출에 성공했다. 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118표 차이로 분패했지만, 그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 후보는 22세로 당선돼 하원 최연소 의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편 올랑드 대통령의 옛 동거녀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현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의 트위터 공격을 받고 끝내 낙선했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지난 10일 1차 투표 뒤 루아얄의 경쟁자인 DVG당 올리비에 팔로르니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녀가 올랑드의 루아얄 지지에 질투해 이 같은 글을 올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랑드 대통령과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둔 루아얄은 1차 투표에서 3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2차 투표에서 올리비에 팔로르니에게 져 분루를 삼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연극리뷰] ‘봄의 노래는… ’

    [연극리뷰] ‘봄의 노래는… ’

    1막은 잔잔했고 2막에선 감정이 휘몰아쳤다. 휴머니즘에 강한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그의 2012년 신작,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가 그렇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 남도의 외딴섬에 있는 홍길이네 이발소의 가족과 그곳에 주둔 중인 일본군, 조선인이지만 일본 헌병에 자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 희생된 자들의 아픔을 말한다. 1막은 평탄한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액자구조 형식을 취한 연극은 백발의 노인이 된 영순과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승을 떠나지 못한 영혼으로 부인 영순 곁을 맴도는 홍길의 대화로 시작된다. 68년 전 이들은 바다 내음이 봄의 남풍을 타고 코를 찌르던 지금의 봄과 같은 절기에 이뤄진 둘째 딸 미희의 결혼식을 떠올리고 극은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홍길이네 가족의 과거는 따뜻하면서도 아프다. 홍길과 영순에게는 왼쪽 발이 부러져 발목이 90도 정도 돌아간 절름발이 진희, 가수를 꿈꾸며 일본 부대의 클럽에서 노래하는 둘째 딸 선희와 그녀의 전 남편 춘근, 남편 만석이 자신보다 큰언니 진희를 더 사랑한다는 사실에 늘 질투하는 셋째 딸 미희, 당차고 사회 의식이 강한 넷째 딸 정희가 늘 곁에 있다. 홍길이네 이발소에 오가는 사람 중엔 홍길이네 가족 외에도 전쟁터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일본군 중좌 시노다, 조선인이지만 어려운 집안 살림을 일으키고자 일본 헌병에 지원해 일본인과 조선인 모두에게 미움받는 대운이 있다. 2막 대부분의 장면에선 정의신 작가 특유의 눈물샘 자극 효과가 발동된다. 공연 시간 내내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일화가 주변 경계인, 가족, 한·일 양국의 역사, 그 역사 속에 희생된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일본군 기지를 폭파하려다 정희가 일본군에 체포되면서 평화롭던 홍길이네 가족에게 위기가 닥치고 정희로 인한 슬픔을 토해 내는 영순 역의 배우 고순희가 선보이는 눈물 명연기는 관객의 눈물까지 훔치게 한다. 작품은 관객을 적절히 웃겼다 적절히 울린다. 연출은 관객에게 아예 맘껏 울라는 듯 슬픈 장면이 끝나면 비교적 긴 암전 시간에 애절한 음악을 흘려보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한쪽 다리가 절단된 연기를 펼치는 시노다 역의 배우 서상원은 2시간 가까이 한쪽 다리를 접어 고정한 채 목발에 의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끔 등장하는 가족들의 몸싸움 장면에선 모든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음주 연기도 실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때론 격한 감정을, 때론 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배우들의 감정선도 풍부하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7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전석 2만 5000원. (02)758-215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사모펀드내 ‘검은머리 외국인’ 거른다

    다음 달 1일부터 론스타처럼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자 정보를 원천징수 의무자에게 알리지 않을 경우 국내 최고 세율(지방세 포함 22%)이 적용된다. 그동안 외국계 펀드는 제3국 거주자의 조세조약 남용이나 외국인을 가장한 ‘검은 머리 외국인(국내 거주자)’의 역외 탈세자금의 우회투자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컸다는 의미에서 국세청의 감시망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7일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적용을 위한 원천징수 절차 특례제도’가 내달 시행됨에 따라 국내 원천소득의 투자자, 국외투자기구, 원천징수의무자 등은 관련 절차에 따라 제한세율을 신청·적용할 것을 당부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자신이 외국인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종전처럼 제한세율 적용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은 나라별로 다른데 이자·배당 소득은 통상 5~15% 수준이며 국내법에 따른 원천징수세율(지방세 포함 시 22%)보다 낮다. 국세청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계 펀드의 실질 귀속자를 확인할 수 있게 돼 투자자의 거주지국 조세조약에 따라 세율을 적용할 수 있고 조약남용 행위와 역외 탈세 가능성을 차단, 세수 증가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국내에서 이자·배당·사용료 등 소득을 올린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은 제한세율 적용신청서를 원천징수 의무자에게 제출해야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특례를 받는다. 새 제도는 특히 외국계펀드 등 국외투자기구를 통해 간접 투자한 경우 투자자가 제한세율 적용신청서를 국외투자기구에 내고 국외투자기구는 국외투자기구 신고서에 투자자명단을 첨부해 원천징수 의무자에게 제출토록 했다. 국외공모집합 투자기구는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실질투자자 명단 대신 국가별 투자자 수와 투자금액비율 등을 작성한 국외투자기구 신고서만 제출하도록 해 사모펀드와 분명한 차이를 뒀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제한세율 적용신청서, 국외투자기구 신고서를 제출받지 못하거나 제출된 서류를 통해 실질귀속자를 파악할 수 없다면 국내세법상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해야 한다. 국세청은 하반기 이후 조약남용혐의가 큰 외국계 펀드에 대한 표본 점검과 거주지국과의 정보교환 등을 통해 조세조약 적용 적정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35분) 작가 김홍신은 재수 시절, 우연히 전혜린의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활보하는 독일 사람들에 대한 갈망을 그녀의 소설을 통해 채우고 질투했다고 한다. 그렇게 40년의 시간이 흐른 뒤 펼쳐 본 전혜린 작가의 소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과연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외특별기획 드라마 삼국지(KBS2 밤 12시 35분) 유표의 배려로 신야에 주둔하게 된 유비는 유표의 장자인 유기로부터 형주가 유표의 후계자 문제로 혼란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건안 11년, 조조는 원소의 패잔병들을 제거해 기주와 청주, 병주, 유주를 함락시킨다. 이에 원소가 분에 못 이겨 피를 토하며 죽자 조조는 한나라의 최강 군벌로 자리 잡게 된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준금과 정우가 여행을 가는 바람에 가게를 맡게 된 진행. 입사 10년차 아나운서로서 자질과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던 진행은 가게 일에 흥미를 느끼며 아나운서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한편 기우가 식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들은 석진은 이번에도 기우가 뺀질거리며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생후 9개월이 된 소미는 따뜻한 엄마 품보다 소독약 냄새가 밴 병원 침대가 더 익숙하다. ‘선천성거대결장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변을 볼 수 없는 소미. 생후 5일 만에 소장을 배 밖으로 꺼내는 수술을 한 후 9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작은 배에 배변봉투를 달고 살고 있는데…. ●아름다운 소원(EBS 오전 6시 30분) 정음전 할머니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바로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셋째 금숙, 둘째 은순을 찾아 여섯 자매가 50년 만에 재회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자매들에게 가슴 먹먹하고도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여섯 자매의 생애 첫 가족여행을 함께한다. ●가족(OBS 밤 11시 5분) 63년 동안 함께 살아 온 조금은 특별한 고부지간이 있다. 99세 이삼순 할머니와 80세 며느리 이광순 할머니다. 시어머니 이삼순 할머니는 늘 대문 밖에 앉아 일하러 간 며느리를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이광순 할머니는 밖에 나가서도 늘 시어머니가 걱정돼 일찍 집으로 돌아온다. 인생길의 동반자가 된 두 할머니의 일상 속으로 빠져본다.
  • [리뷰] ‘스노우 화이트… ’ 백설공주와 다른 점은?

    [리뷰] ‘스노우 화이트… ’ 백설공주와 다른 점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은 동화 ‘백설공주’ 속 백설공주는 ‘공주’라는 단어의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는 아름다운 외모를 질투한 계모 왕비를 피해 들어간 산 속에서 일곱 난쟁이를 만나고 그들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며칠 하는가 싶더니, 이내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거의 죽은 상태로 있다가 왕자의 키스로 살아난다. 사실 동화 속 주인공은 백설공주가 아니라 그녀에게 쉴 새 없이 저주를 내리는 왕비 또는 그녀에게 눈이 먼 일곱 난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햄스워스 주연의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난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다르다. 백설공주(스노우화이트)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수 년 간 옥탑방에 가두고 백성들을 피폐하게 만든 왕비를 향해 복수의 칼을 든다. 백설공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일곱 난쟁이는 그대로지만, 그녀를 왕비의 저주에서 깨어나게 하는 왕자 역시 백설공주만큼이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그는 멋진 말(馬)도, 부유한 왕국도 없고 그저 험악한 왕비로 인해 아내를 잃은 허름한 행색의 술주정뱅이 일 뿐이다. 영화에서 왕자가 아닌 ‘헌츠맨’으로 등장하는 백설공주의 상대는 애초 왕비의 명령으로 백설공주를 죽이려다 그녀의 순수함에 매료돼 결국 공주를 구하고 더 나아가 나라를 구하는데 일조한다. 이렇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인들이 이미 ‘지나치게’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판타지액션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측면에서 반전을 꾀했다. 영화가 ‘기존의 동화를 잊어라’ 라는 멘트로 관객들을 유혹하는 것 역시 케케묵은 스토리와 샤방한 드레스를 입고 왕자와 일곱 난쟁이의 도움이나 받는 연약한 공주 따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태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판타지 장르의 유행에 발 맞춰, 화려한 비주얼과 스타급 캐스팅을 자랑한다는 점까지 더하면, 영화의 대대적인 흥행은 이미 확정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이틀 부터 ‘백설공주’(스노우 화이트)를 언급한 이 영화가 원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한계는 극명하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결말을 이미 불 보듯 뻔히 알고 있다. 3부작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1편 스토리 전개의 지지부진함 역시 감점요인이다. CG 비주얼이 잠시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이미 전 세계 관객들은 동화 속 세상을 그린 숱한 판타지를 접한 터라 눈이 높아졌다. 웬만한 비주얼로는 관객들이 입을 떡 벌리고 내뱉는 감탄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화 속 세상은 다소 식상하다. 전 세계에 마니아 층을 확보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스노우 화이트 역)와 최근 ‘어벤져스’로 몸값이 한층 오른 크리스 햄스워스(헌츠맨 역)의 캐릭터도 1편에서는 다소 모호하다. 스튜어트는 여전히 남자들의 보호를 받는 ‘트와일라잇’ 속 벨라를 연상케 해 아직은 ‘갑옷 입은 벨라’ 정도로 비춰질 뿐이다. 그나마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동시에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왕비 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명성답게 명연기를 선보인다. 표독스러움과 내면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그녀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1편을 빛낸 1등 공신이다. 국내 누적 관객수 630만 명을 돌파한 ‘어벤저스’와 SF 블록버스터의 선두주자 ‘맨 인 블랙3’ 등 외화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외화 흥행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월 31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지난 3월 6일 한 여성이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모텔로 들어왔다. 딸들의 표정이 약간 어두운 듯 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틀 뒤 객실 청소를 하러 들어간 모텔 직원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작은 딸(6)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큰 딸(10)은 이불에 둘둘 말려 침대와 창문 사이 공간에 방치돼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유서로 보이는 편지도 발견됐다. 엄마 권모(38)씨가 두 딸을 살해하고 자취를 감춘 것이 유력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볼 때 권씨가 자살할 장소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 수색에 나섰다. 자살을 하기 위해 부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권씨는 결국 10일 새벽 모텔 인근 공중화장실서 경찰에 붙잡혔다. 권씨는 자신의 손을 묶은 채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옥상에도 올라가봤지만 끝내 목숨을 끊지 못했다고 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욕조에서 큰 딸을 익사시킨 것도, 잠 자던 둘째 딸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킨 것도 자신이라고 말했다. 또 빚이 많아서 죽을 결심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사건은 가난이 원인이 된 참극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비정한 엄마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명령을 받았어요. 아기를 죽일 수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문자로 지령 내리는 희한한 신 ‘시스템’의 정체는  권씨가 양모(32)씨를 만난 것은 2010년 9월 학부모 모임에서였다. 나이 차는 꽤 있었지만 권씨는 자신을 잘 따르던 양씨를 동생처럼 여겼다. 같은 나이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도 금방 형성됐다.  당시 남편과의 불화로 마음앓이를 하고 있던 권씨는 ‘절친’인 양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털어놨다. 스스로를 모 국립대학교 교직원으로 소개한 양씨라면 평범한 주부인 자신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권씨만의 생각이었다. 양씨가 자신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포장한 것은 단지 질투 때문이었다. 권씨의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똑똑한 것을 시기한 양씨가 자신이 뒤쳐져보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언니, 사실은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내가 잘 사는데는 다 이유가 있어.”  어느 날 양씨는 권씨에게 희한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멋진 삶을 누리는 것은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동한 권씨는 양씨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일단 시스템에 가입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령이 오는데 이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이 이야기는 양씨가 권씨를 골리기 위해 반장난식으로 꾸며낸 것이었다. 하지만 순진한 권씨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처음에는 양씨는 권씨에게 “양씨의 집 문 앞에 피자를 가져다 놓아라.”는 등 사소한 지령들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잘 따라 하는 권씨를 보면서 양씨는 점점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양씨가 단순한 욕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평소 질투하던 권씨의 딸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렸다는 점이다.   ●뜨거운 음식 19분안에 먹기…잔혹한 아동학대 뒤 살해 명령까지  시스템의 지령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했다. 지령은 크게 금전적인 것과 교육적인 것으로 나뉘었다. 처음에는 기계 등록비 명목으로 뜯어내던 돈은 점차 액수가 커졌다. 권씨는 불법 사금융에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2년간 1억 4000만원을 시스템에 바쳤다. ‘시스템’인 양씨는 이 돈을 가지고 명품 가방을 사는 등 모두 탕진했다. 돈 갈취보다 심한 것은 교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였다. 어린 딸들을 전주역 공중화장실에 매일 12시간씩 서있게 한다든지 노숙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예삿일이었다. 심지어 하루에 라면 한끼만 먹게 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19분안에 강제로 먹도록 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이 명령을 지키지 못하면 대나무 몽둥이로 50대씩 때리라고까지 했다. 때로는 양씨 스스로 매가 부러질때까지 아이들을 폭행했다. 때리다 힘이 부치자 내연남 조모(38)씨까지 끌어들였다.  권씨는 이 모든 지령을 순순히 따랐다. 입단속을 위해 아이들에게 거짓말까지 시켰다. 2년동안 권씨가 ‘시스템’의 지령을 어긴 것은 단 두번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행이 길어지고 편취한 돈이 늘어나면서 양씨는 점점 범행이 들통 날까 두려워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권씨 가족과 함께 보내고는 있지만 언제 꼬리가 잡힐 지 모르는 일. 양씨는 다시 한번 지령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편은 물론 친정 어머니, 언니 등 주변 모든 가족들과 연락을 끊어라.”, “너와 남편은 잘못된 인연이다.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이혼을 결심한 권씨에게 ‘시스템’은 더 잔혹한 지령을 내렸다. 아이들이 죽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살해 방법까지 알려준 것이다. 양씨는 한 TV 드라마에서 사고사를 가장해 사람을 질식시켜 죽이는 장면을 보고 권씨에게 따라할 것을 지시했다. 한술 더 떠 권씨에게 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하라고까지 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세 모녀의 목숨까지 요구한 것이었다.   ●비정한 엄마, 검사에게 보낸 편지에 뒤늦은 후회만  권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황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권씨가 받은 시스템의 문자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사건에 양씨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숨진 두 딸이 다니던 학교와 어린이집 선생님, 권씨의 남편과 친정 식구들 등을 조사한 결과 양씨의 엽기적인 범행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4월 권씨를 살인 혐의로, 양씨는 살인방조,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아이들을 폭행하는데 가담했던 양씨의 내연남 조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장난으로 시작한 ‘가짜 종교 놀음’은 세 모녀를 지옥같은 삶으로 빠져들게 했다. 익사한 큰 딸이 욕조에 들어간 것도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양씨가 있는 전주에 가야한다.”는 엄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고통을 받는 것 보다 차라리 물에 빠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들도 양씨와 권씨, 조씨가 자행한 아동학대 혐의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 잔혹함에 몸서리를 쳤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과정에서 ‘시스템’이 양씨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권씨는 뒤늦게 오열했다고 한다.  재판을 기다리며 구속 수감 중인 권씨는 담당 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삶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거짓 종교에 휘둘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함께 앞으로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신 참판의 딸 화연(조여정)은 어린 시절 한집에서 자란 권유(김민준)와 사랑하는 사이다. 이복형이 집권하는 궁을 떠나 바깥으로 돌던 성원대군(김동욱)은 우연히 화연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성원대군의 생모인 대비(박지영)는 공석인 중전에 화연을 천거한다. 며느리로 삼기엔 집안이 탐탁지 않았던 탓. 화연은 권유와 야반도주를 하지만 하루 만에 붙잡힌다. 결국 화연은 궁으로 들어가고 권유는 거세를 당한다. 5년 뒤 병약한 임금이 세상을 등지고 성원대군이 보위를 이어받는다. 다섯 살짜리 어린 왕자를 지켜내기 위한 화연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김대승 감독의 4번째 장편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구중궁궐에서 펼쳐지는 여인의 욕망에 관한 영화다. 등장인물 사이에 권력과 사랑, 복수, 섹스, 질투, 음모가 얽히고설켜 있지만 이는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다. 원치 않게 궁에 들어온 화연은 본래 ‘사랑밖엔 난 몰라’형의 인물. 하지만 궁중 안에 피바람이 불고 아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지자 생존을 위해 ‘정치적 근육’을 키워간다. 육감적인 육체를 슬픈 눈빛으로 봉인해 놓은 화연이 흘리는 거짓 눈물, 그리고 슬쩍 흘리는 웃음에 사내들은 모든 것을 내던진다. 어느 순간, 화연의 행보가 아들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호해진다. 화연의 정적(政敵)인 대비는 엇나간 욕망의 화신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 또한 화연과 다를 것 없다. 어린 시절 정적의 음모로 아들과 함께 불에 타 죽을 뻔했지만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고 권력을 쟁취했다. 닮은 꼴이기에 더욱 화연을 짓밟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화연의 몸종으로 입궐해 우연히 승은을 입은 금옥(조은지)마저도 감춰진 본능에 눈을 뜨면서 음모를 꾸민다. ‘후궁’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충실하다.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혈의 누’(2005)에서 김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 출신답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능숙하게 엮어내는 능력을 뽐냈다. 뻔하지 않은 멜로(‘번지점프를 하다’), 진부하지 않은 사극 스릴러(‘혈의 누’)를 통해 관객의 호응은 물론 평단의 지지도 얻었다. 2~3명의 관계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김 감독은 ‘후궁’에 사연 있는 조연을 곳곳에 배치했다. 발현된 혹은 거세당한 욕망의 집합인 궁궐의 공간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무게감이 덜한 주연배우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조연의 대거 등장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왕의 사랑 혹은 권력을 쟁취하려고 여인들이 암투를 벌이는 천편일률적인 TV 사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방자전’(2010)의 파격 노출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조여정은 ‘후궁’에서도 전작 못지않은 노출을 감행한다. 가혹한 운명에 휩쓸린 화연의 심리 묘사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결말에서 조여정의 눈빛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일식’ 신은 재앙이라 말했다 과학은 축제라 말한다

    ‘일식’ 신은 재앙이라 말했다 과학은 축제라 말한다

    일식은 어느 나라에서건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기록들을 갖고 있는 자연현상이다. 자연현상을 ‘신의 뜻’으로 여겼던 시절에 일식은 ‘변고’일 뿐이었다. 특히 해가 하늘 위에서 인간들을 바라보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신격화하던 사람들에게 일순간 해가 사라지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현상은 어떤 경우에도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었다. 일식을 하늘이 지상에 벌을 내릴 재앙의 징조로 여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식은 결코 ‘미스터리’의 영역이 아니다. 우주의 자연스러운 법칙에 의해 달이 지구와 해 사이를 지나가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일식은 자연현상을 가르치는 살아있는 교재이자 꼭 봐야할 ‘이벤트’로 여겨진다. 21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일대와 태평양, 북미 서쪽 일대에서 일식이 관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일본 등지에서는 달이 태양의 테두리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가 고리 모양의 빛나는 반지가 만들어지는 ‘금환식’을 볼 수 있었다. 과학전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이제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여겨지는 일식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해와 일식의 전설’ 다섯 가지를 모아 소개했다.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태양계의 왕이자 가장 가까운 별인 해를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공교롭게도 세계 각국의 해나 일식과 관련된 신화는 너무도 닮아있다. 해가 지구를 돈다고 여겼던 ‘천동설’의 시대에 인류는 과학 대신 풍부한 상상력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中 전설엔 용에게 잡아먹힌 해로 고대 중국의 태양신인 여신 시호는 천제와의 사이에서 열 개의 해를 낳았다. 시호는 매일 열 아들 중 하나를 뽑아 자신의 마차를 타고 거대한 뽕나무를 출발해 하늘을 돌아 거대한 연못과 계곡을 거쳐 돌아오도록 했다. 동쪽 바다의 해가 떠오르는 뽕나무를 중국인들은 ‘부상’이라고 불렀고, 그 높이는 3㎞가 넘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호의 아들들은 어쩌다 한번씩 돌아오는 외출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규칙을 어기기로 마음먹었다. 어느날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모두 떠오르자 지상의 강이 마르고 초목과 곡식은 타죽고 불바다가 됐다. 책임감을 느낀 천제는 영웅 ‘예(?)’에게 붉은 활과 하얀 화살 10개를 주면서 아들들이 장난을 치지 못하게 혼내주도록 명했다. 하지만 지상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예는 화살로 해를 하나씩 아예 떨어뜨려 버리기 시작했다. 요임금은 모든 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보내 화살을 하나 훔쳤고, 결국 마지막 남은 해가 오늘날 하늘 위에 떠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식의 경우에는 다른 전설이 있다. 용이나 악마가 배가 고파 해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는 너무 뜨거워 베어문 후 다시 뱉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늘은 다시 밝아지게 마련이다. 일식에 대한 중국의 기록은 기원전 7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중 한명인 ‘토르’와 그의 아버지 절대신 ‘오딘’, 동생 ‘로키’의 얽힌 관계는 이미 수천년전 고대 노르웨이에서부터 전해 내려왔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거인족이나 늑대와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 서로 죽고 죽인다. 해마차를 탄 여신 솔과 달마차를 탄 남동생 마니 역시 늑대 스콜과 하티에게 각각 쫓겼다. 태양과 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는 것은 바로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필사의 도주라는 것이다. 간혹 솔과 마니가 위기에 빠져 늑대들에게 거의 잡아먹히기 직전이 되면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난다. 고대 노르웨이인들은 솔과 마니가 언젠가는 늑대에게 잡히고, 이것이 결국 신과 지구를 멸망으로 이끄는 ‘라그나로크’로 이어질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다른 나라에서 해가 절대신의 가족이나 심부름꾼으로 묘사되는데 비해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는 매의 얼굴을 가진 태양신 ‘라’가 주인공이자 절대신이다. 라는 낮의 이름으로, 아침에는 케프리, 저녁에는 아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라는 매일 ‘만제트’라고 불리는 초생달 모양의 배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른다. 밤이 되면 라는 지하세계를 거쳐 동쪽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라는 저승을 위협하는 악마인 거대한 독사 ‘아펩’과 싸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펩이 일시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면 일식이 일어난다. 아펩은 매일 밤 라에게 칼이나 창으로 찔려 죽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나 공격하는 불사의 존재다. ●인디언은 딸 잃은 해의 슬픔으로 체로키 인디언들의 상상 속에서 해는 항상 자신의 동생 달을 질투하는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이 남동생을 환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자신을 볼 때마다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해는 하늘 가운데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던 일과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자신의 화를 지구상에 표현하기 시작했고, 뜨거운 열 때문에 사람들은 열병에 걸려 죽어갔다. 사람들은 어린 현자를 찾아가 구원을 요청했다. 어린 현자는 용맹한 체로키 인디언 한 사람을 방울뱀으로 변신시켜 해의 딸 집으로 보냈다. 해를 기다리던 방울뱀은 실수로 해의 딸을 물어 죽이고 만다. 딸의 집에 도착한 해는 딸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의 눈물은 지구상에 홍수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해의 눈물을 멈추기 위해 저승에서 딸을 구해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눈물을 멈춘 해는 더욱 강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결국 사람들은 해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는 인디언 축제의 기원이 된다. 일식은 사람들의 춤과 노래로 해가 딸을 잃은 슬픔을 떠올릴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래 전, 마오리족이 살고 있던 뉴질랜드에는 해가 지금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다. 해는 뜨기 무섭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밖에 나가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부족의 영웅 마우이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동쪽에 해를 잡아둘 동굴을 마련했다. 동굴 속에 그물을 친 마우이는 도끼(혹은 동물 턱뼈)로 해와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힘이 빠진 해는 오늘날과 같은 속도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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