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4 산업](5) 울상된 유통업계
올해 유통업계의 결산 키워드는 ‘소비자들의 지갑닫기’다. 내수 부진으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겁냈다는 뜻이다. 그 여파로 백화점 업계는 매출이 줄었고, 할인점으로 소비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할인점도 신규 매장 효과로 인한 것일 뿐 실질적인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더해 할인점과 신용카드사와의 ‘카드분쟁’이 발생,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올해 백화점 매출액은 16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17조 3000억원보다 4% 감소,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백화점은 불황 타개책으로 올해 79일간 바겐세일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콧대 높은 명품도 세일 대열에 합류했지만 매출 실적이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반면 할인점의 경우 올해 매출액이 21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의 19조 5000억원보다 1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는 신세계 이마트,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5대 할인점 업체가 17개의 점포를 여는 등 신규 점포를 연 데 따른 매출 증가세에 불과하다. 기존 점포의 경우 매출이 정체, 저성장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저가 할인매장에서의 생필품 구입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28일 “백화점의 경우 몇 년째 ‘역신장’ 추세를 보이며 내리막길을 보이기 때문에 할인점을 통한 매출증대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과 카드사 격돌
지난 8월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자 이마트는 9월1일부터 비씨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맞서면서 시작된 수수료 분쟁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KB, 삼성,LG 등 다른 카드사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할인점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 분쟁은 카드사와 할인점간의 전면전 양상까지 보였다.
현재 업계에서는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민카드,LG카드 등과의 수수료 협상이 조만간 타결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목표는 수수료 인상을 굽히지 않고 있는 비씨카드를 ‘왕따’로 만들어 비씨카드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세 경영 박차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총괄·조정기능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후계구도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외아들인 정용진 부사장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지분 확대를 하며 경영 상속을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 부회장도 부친으로부터의 주식 증여로 최대 주주가 됐고, 차남 정교선 부장은 최근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승진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영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난 6월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만두 파동과 어린이 질식사를 유발한 미니컵젤리 사건 등은 유통업계의 ‘오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초저가 화장품과 웰빙 제품들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