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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기표 다툼… “특권 추태”/박대출 사회2부기자(오늘의 눈)

    요즘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은 김포공항을 살펴보면 힘없고 선량한 시민들이 발붙일 틈도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감마저 든다. 비행기 좌석을 예약해 놓고도 정작 이용하지 않는 예약부도,즉 노쇼(noshow)율이 국내선의 경우 무려 25%에 이를 정도로 무책임한 시민이 많다.사정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됐다는 전화통보도 거의 없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볼썽사나운 것은 예약부도로 인해 다소 여유가 생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우성치는 모습이다.어디선가 얌체족들이 나타나 온갖 연줄을 동원해 치열한 「끗발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때문에 항공사 담당직원들은 곳곳에서 들어오는 『표를 구해달라』는 청탁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예약담당직원은 『전화벨 소리만 나면 또 무슨 부탁인가라는 생각부터 든다』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털어놓는다. 김포공항은 흔히 「작은 정부」로 일컬어질만큼 22개 정부부처가 산하기관을 상주시키고 있는 곳이다. 또 50여개의 각종 기관및 업체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이들기관 또는 업체들이 이같은 민원의 주요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물론 이들 기관들의 간부쯤 되거나 웬만한 위치에 있게되면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도 받을 수 있다.이들 기관의 일부 눈치빠른 간부는 외출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직접 전화를 받지않고 비서나 부하직원들에게 일단 맡겨 이같은 청탁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애쓰고 있지만 전혀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결국 힘깨나 쓰고 어느정도 배경이 있다는 사람들은 이런 경로를 통해 큰 어려움없이 비행기표를 구해 편안한 바캉스를 다녀온다. 그러나 대합실에서 말없이 줄을 서서 하루종일 기다려봐도 표를 구하지 못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아무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교통부는 이같은 폐단이 예약부도가 많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오는 9월부터 예약한뒤 일정기한앞까지 표를 구입하지 않으면 예약을 취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개선만으로는 항공권 구매에 따른 부조리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용객 누구나 특권의식을 버리고 차례를 지킬때 비로소 항공권 구매질서가 바로 잡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멀고도 험한 미얀마 민주화/미완의 선거혁명 1돌

    ◎군,보복 우려… 민정에 권력이양 거부/반정인사 거세 노골화… 임정수립도 기대난 27일로 미얀마(구버마)가 30년 만에 처음 총선을 실시,「미완의 선거혁명」을 이룩한 지 1년을 맞았다. 그러나 미얀마의 대표적인 야당인 민주민족연맹(NLD)은 지난해 5월27일의 총선에서 총의석 4백85석 가운데 3백92석을 석권하는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군사혁명평의회(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 SLORC)의 권력이양 거부로 아직도 신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NLD는 대도시뿐 아니라 농촌지역 및 군가족의 거주지역에서도 압승,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SLORC의 실세인 소 몽 장군은 『신헌법이 제정된 후에야 권력이양을 할 수 있으며 헌법제정은 복잡하고 긴 과정』이라고 밝혀 민의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SLORC는 총선 패배 후 오히려 수백 명의 NLD의 간부 당원 및 지지자들을 체포,NLD의 와해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LD를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 키 여사는 지난 89년 7월 이래 가택연금상태에 놓여 있으며NLD 집행위원 가운데 4분의3이 구금돼 현재 미얀마는 글자 그대로 철벽같은 「공안정국」하에 놓여 있다고 서방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SLORC가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지난 62년 네윈 장군의 군사쿠데타 이후 30년 동안 움켜쥐고 있는 군부의 기득권 상실에 대한 공포와 지난 88년 민주화 시위 때 일어난 수천 명의 학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야당에 권력을 이양할 생각이 없는 현 군사정부가 지난해 총선을 실시한 것은 일면 88년 민주화 시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총선을 통해 차세대 반정부 지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정략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88년 9월 수천 명이 희생된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궁정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사우 마웅 SLORC 의장(당시 참모총장)은 겉으로는 다당제와 조기총선을 약속해놓고도 뒷구멍으로는 여전히 대국민 탄압정책을 고수해오고 있다. SLORC는 지난해 9월 서방대사관에 군을 투입,반체제 미얀마인 직원 체포를 서슴지 않았으며 10월에는 반정부활동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만달레이시의 1백여 불교사원을 급습,승려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얀마국민의 85%가 신봉,영향력이 큰 불교의 승려들은 지난해 8월 만달레이시의 반정부시위 도중 승려·학생들이 사살된 것에 항의해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결혼식 및 장례식의 집전을 거부,군사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한편 미얀마의 일부 야당인사들이 지난해 12월 태국과의 접경지역에서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지만 그 효력은 의문시되고 있다. 많은 관측통들은 군부가 여전히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이라크의 대쿠르드족 탄압에 대한 세계여론의 압력행사와 같은 국제적인 제재뿐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실효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민간정부에의 권력이양 거부에 대한 우려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대미얀마 결의안 채택에 실패한 바 있다.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역사의 대세를 외면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군사정부에 대해 국제적인 압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군부 온건파가 득세하지 않는 한 미얀마의 민주화는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렸음에도 쉽게 달성될 것 같지 않다.
  • 강택민­고르비 공동성명에 담긴 뜻

    ◎중국/소련/“탈냉전시대 공동보조” 다짐/“미의 신패권주의 견제” 재확인/“개혁노선 상호존중… 내정불간섭” 일치/남북한 대화 지지 등 한반도평화 강조 중소 두 나라는 19일 강택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5일 동안에 걸친 역사적 방소를 총결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모두 18개 항으로 된 이 성명은 사회주의 국가의 발전방식에서 새로운 국제질서 개편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강택민과 고르바초프도 그들의 정상회담 내용과 정신이 공동성명에 충분하게 반영됐음을 인정했으며 강은 소련을 떠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의 방문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중소 양국은 이제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 담긴 주요내용은 ▲양국 동부국경선협정체결 ▲새 국제질서 형성과 관련된 패권주의 경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강조 ▲상호 개혁노선의 존중 등으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동부국경선 협정은 강 총서기의 이번 방소에서 이뤄진 가장 큰 가시적 성과로 지적된다. 이념논쟁과 함께 지난 6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중소관계를 악화시킨 주된 요인이 바로 이 동부국경선 문제였다. 지난 69년 3월 우수리강 가운데 진보도의 무력충돌로 중국군 8백여 명,소련군 6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소 국방관계자들은 『이번 동부국경협정체결로 세계 최장인 7천5백㎞의 양국 국경을 둘러싼 문제 가운데 90%는 해결된 셈』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상세한 협정내용은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소련 하바로프스크 남부의 흑해자도 등 과거 소측이 강점했던 흑룡강 연안의 섬들을 중국측에 돌려주고 국경지대에서 상호무력사용을 엄격히 금지시키는 것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소는 또 걸프전 이후의 신국제질서 형성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미국의 주도적 역할과 관련,어떠한 패권주의도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소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다짐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며 미측을 긴장케 하는 부분인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부시 미 대통령은 강 총서기의 방소 전에 고르바초프에게 전화를 걸어 미소관계개선을 강조했으며 중소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지난 16일엔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의 연장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이나 소련은 상호협력정책을 다양하게 미국에 대한 카드로 활용하게 될 것 같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는 3극 체제를 이뤄나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성명 13번째 항목에 「양국은 한반도정세 긴장완화가 동북아전체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최근 한반도에서 이뤄진 긍정적 변화를 환영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남북통일의 실현을 지지한다.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통일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명시했다. 이 같은 성명내용으로 보아 중소 양국은 한반도문제에 관해 매우 깊이 있는 협의를 한 게 확실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의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음을 잘 알 수 있다. 또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방침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여러 각도에서 분석검토됐을 것이란 점은 어렵잖게 생각할 수 있으며 결국 한반도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남북한 유엔가입문제가 해결되게끔 중소가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성명에서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는 내용이 별도의 한개 항목으로 다뤄진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중소와의 관계개선을 겨냥한 한국정부의 북방정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더욱이 한국과의 경제교류확대가 자국발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을 잘 인식하고 있는 중소 양국은 북한의 오판에 의한 무력행사 가능성에 쐐기를 박기 위해 「평화통일에 장애가 되는 행동의 자제」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소 양국은 또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노선에 일정한 패턴이 없음을 강조,각국이 특유의 사정과 여건에 따라 개혁을 하더라도 상호 관계발전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전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사회주의를 배반하는 것으로 비난했던 중국측이 그 시각을 완전히 폐기처분하고 사회주의의 두 거인으로 새로운 동반자 시대를 가기 위한 의도가 담긴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중소 정상은 모두들 양국이 지난 50년대의 동맹관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여러 가지 국내외 상황에 비춰 볼 때 역부족임을 느끼는 중소가 미국 등 상대적으로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는 서방세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속셈이 깔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회불안극복에 정부·국민협력할때”/노총리,인간개발연구원 초청간담

    ◎이 고비 넘기면 「선진화」 확신/제갈량이 몇이라도 모든 욕구 충족 못시켜 노재봉 국무총리는 20일 야권 및 재야측이 최근의 시국사태를 이유로 내각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는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현재의 사회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나누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총리는 이날 상오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기업경영인을 상대로 한 조찬간담회에 참석,「2천년을 향한 한국의 과제­6공화국의 역할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 및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가 망하는 길은 지도자가 타락하거나 민주주의를 무절제하게 향유함으로써 무정부상태를 빚는 등 두 가지 경우』라고 말하고 『지금 우리는 민주화 자유화가 만개하고 있으나 각 부문별로 보면 민주화의 질서는 안 잡혀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총리는 또 개각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현재 우리의 상황은 제갈량이 몇 사람 나와도 온갖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대통령제 하에서의 총리는 좌고우면 할 것 없이 우리의 나가야 할 바른 방향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확신을 갖고 전력을 다해 밀고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현재로서는 스스로 총리직을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다음은 노 총리가 50여 분간의 강연 후 2시간 동안 참석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 ­급변하는 현상황에서 총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또 사퇴할 의향은 없는가. 『대통령제 하의 총리의 역할은 일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고 운용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총리는 임명받은 몸으로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받아 실무적인 정지작업을 추진해야 하므로 좌고우면 할 것 없이 우리가 나가야 할 바른 방향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고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서·페놀·강경대군 사건 등을 볼 때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인데. 『사회와 정부의 괴리관계를 좁혀나가는 데 있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이있다. 오늘날은 4천만이 모두 정치평론가가 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과 자율적인 방법으로 질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 역사가 불과 2∼3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하한 경우에도 정부의 질서확보 노력이 권위주의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체제전복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국내외 체제변화의 흐름을 역행시키려는 전복세력이 분명히 있다. 민주주의 싹을 키우고 발전시키려는 대다수 국민의 힘이 결집됨으로써 이들을 고립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구조적인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유교적 전통이 동양 3국 중 우리나라처럼 철저히 파괴된 나라가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뿌리나 지주를 상실케 하는 원인도 되었다. 특히 최근의 적개념의 혼돈은 우리 역사에서 6공 들어 처음 맞게 된 상황으로 부정적 요인도 되지만 국제정치환경에서 전쟁의 위협을 크게 느끼지않는 좋은 환경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처해나갈 과거의 교과서는 우리에게는 없고 지금부터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오늘 토론의 결론을 내려 달라. 『중요한 것은 각자의 대가 지불 없이는 새로운 민주질서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이 고비만 넘으면 여러 요소에서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장례시위」… 시민은 괴롭고 착잡하다/노제 극한대치… 각계의 소리

    ◎「망자가 되돌아 간것」은 반인륜적 행위/“시청앞 고집은 시신볼모 정치투쟁”/“시국 조기 수습차원서 허용 했어야”/양측 모두 “국민을 무시한 처사” 양비론도 강경대군의 장례가 무기 연기되자 이 장례를 주관하고 있는 재야 쪽 「대책회의」와 정부당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국민들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망자가 한번 지나간 길을 되돌아 가게 한 것은 우리의 전통윤리에 비추어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대책회의」측을 비난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시청앞 노제를 허용하면 무슨 큰 일이 나느냐』고 정부 쪽을 겨냥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노제」 공방이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번지자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대책회의」측 뿐 아니라 폭력시위의 위험성을 들어 강경방침을 세웠던 당국도 매우 난처한 입장이 됐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면 사태의 발단은 「대책회의」측이 강군의 장례절차로 시청앞에서 노제를 가지려한 데 있는 셈이다. 당국은 그러나 「대책회의」측에 「시청앞 노제」는 허용할 수 없음을 누누이 밝혔었다. 「대책회의」측은 이에 대해 『시청앞 노제가 저지당할 경우 장례행렬을 돌려 장례를 무기한 연기할 것』이라고 다시 맞섰다. 「대책회의」측은 당국의 거듭된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청앞 노제」를 강행하려다 저지당하자 결국 장기전에 들어가고 말았다. 경찰은 「시청앞 노제」가 주최측이 내세운 「민자당 분쇄」 「현정권 퇴진」 등의 구호에서 보여주듯 우리의 전통 관혼상제에 따른 일반적인 장례행사가 아니라 폭력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큰 점을 들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 한편 「시청」이라는 곳이 수도 서울의 상징인데다 교통의 요지여서 이곳에서 반정부집회를 가질 경우 현정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불의의 사고로 숨진 강군에게 하루빨리 편안한 안식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바람임은 물론일 것이다. 따라서 강경 일변도의 방침으로 시청앞 노제를 저지한 정부 당국의 유연하지 못한 태도도 좋은 것은 아니다. 망자를 놓고 반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는 「대책회의」측의 행위도 비판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손봉호 교수(사회교육학과)는 『시청앞 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대책회의측이나 정부측 어느쪽도 자신들의 입장을 일반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설득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곧 양측 모두가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다시 말해 국민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현석 변호사는 『공공장소에서의 노제는 교통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을 고려할 때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강군의 경우는 사망의 원인이 공권력에 있는 만큼 평화적인 노제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이번의 경우 경찰책임자가 주최측으로부터 평화적인 노제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받고 허용해준 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책임문제를 따지는 방식을 택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구의동 로터리근처에서 5년 동안 「동아슈퍼」를 경영해온 양희선씨(38·성동구 구의동 254)는 『생업에 바빠 이번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장례대책회의」나 정부 가운데 어느 한 쪽만 두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권력으로 인해 사망한 강군의 장례식을 의미있게 치르려는 「장례대책회의」나 공공질서를 유지해야만 하는 정부의 입장이 서로 상반돼 노제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조금씩 양보해 원만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영제씨(42·개인택시 운전사·강동구 상일동)는 『「대책회의」측에서 시청앞 노제를 강행하려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말하고 『유동인구 1천5백만명이 넘는 시내 중심가에서 노제를 연다면 시민의 불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승객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물어봤더니 찬성과 반대가 각각 4 대 6의 비율로 나타났으므로 신촌에서 행사를 가진 뒤 광주로 떠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부 김복선씨(59·서울 양천구 목동)는 『강군의 장례식이 제대로 치러지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 당국이 당초 시청앞 「노제」를 허용했더라면 강군 사건으로 비롯된 시국불안이 오히려 장례식을 고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범군(20·연세대 경영학과 2년)은 『시청앞 노제는 피해자인 유족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뤄져야 하며 정부나 대책회의측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는 강군의 죽음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시청앞 노제를 통해 강군의 죽음을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강군이 고이 잠들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명환씨(33·H자동차 인사부 대리)는 『공권력 남용으로 희생된 강군의 죽음에 항의하고 정권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장례식을 범국민적으로 치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규탄방법으로 반드시 시청앞에서 노제를 치러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염광여고 교사 김성실씨(35)는 『강군의 사망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공권력의 폭력에 의한 희생이기 때문에 죽음의 의미를 보다 깊이 새겨보아야 한다』면서 『따라서 당국은 비록 가두시위와 교통체증이 우려되더라도 시청앞이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장소인 만큼 노제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권타도 시나리오」 간주,단호 대응/노내각 강성기조의 배경

    ◎국민들의 시위외면에 자신감 얻어/잠복했던 좌경세력 발호 발본색원 현 시국에 대한 처방을 놓고 속수무책으로 보이던 여권 핵심부가 「정면대응」으로 기조를 잡아가고 있다. 이같은 정면대응은 8일 저녁의 노태우 대통령과 민자당 4역의 청와대 만찬회동을 계기로 기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당 4역에게 야당의 내각총사퇴 거국내각구성 등의 주장은 『시국 혼란에 편승한 무한 정치공세』라고 규정하면서 정부 여당은 보다 확고한 인식으로 시국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의 현 시국에 대한 정면대응방침은 9일 상오의 정례국무회의에서 노재봉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노 총리는 『불법폭력적인 시위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와 국민생활 보호라는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추호의 흔들림 없이 맡으바 임무를 다할 것』을 다짐함으로써 자신을 포함한 내각의 사퇴의사가 없음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당4역회동,노 총리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이어지는여권의 시국수습에 대한 처방은 결국 ▲야권의 정치공세 일축 ▲불법폭력시위 엄단 ▲민주화조치의 지속적인 실천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권 핵심부가 야권이나 운동권의 노 내각사퇴 등의 공세를 일부라도 수용하기보다는 정면대응의 길을 가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현시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첫째 면지대생사건 이후 증폭되어가는 시국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민심동향을 명밀히 점검한 결과 일반 국민들의 시위에 대한 호응이 없다고 본 것이다. 명지대생 사망 직후 진압경찰의 치사에 따른 일반의 분노가 고조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잇따른 분신·투신 등 외형적인 사건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민의 호응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는 현상을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야당의 노 내각사퇴,거국내각구성 등의 요구가 6공정부의 흔들기,차기대권 경쟁을 겨냥한 정치적 술수를 바탕에 깔고 있는 무한 정치공세라고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처방은 단호한 일축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민주·민중당이나 운동권의 노 정권퇴진 주장은 일반국민들에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5년 단임제인 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불과 1년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설령 퇴진을 했다고 친다며 그땐 초헌법적 권력이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것이 양식있는 시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 대권경쟁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라고 파악하는데는 민자당 정권을 무조건 흔들어 대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단순논리 외에 대권가도에 라이벌로 부상할지도 모를 노 총리를 차제에 제거하자는 술수까지 깔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셋째 강군 사망사건 이후 발생한 일련의 분신·투신사건간에는 어떤 연계성이 있고 그 배후에 좌익세력의 조직적인 선동과 지령이 있다는 수사기관의 정황증거의 포착이 이번 정면 대응의 방침선회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6공 들어 지속적인 민주화,북방정책의 추진,그리고 세계공산주의의 몰락 등으로 그 동안 교두보를 잃고 소수화되면서 잠복해 있던 좌경세력이 강경대군 사망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전열을 재정비,확충하고 민중봉기의 마지막 기회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분신·투신의 배후세력이 정체가 밝혀지면 더 이상 시국을 혼돈으로 끌고가는 이들 세력의 발호를 봉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 4일에 이은 9일의 대규모집회,12일의 강군 장례식 등 일련의 프로그램이 5·18까지 정권타도의 분위기를 지속,고조시키려는 계획적인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연결고리를 사전에 조기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넷째 국가보안법·경찰법 등 개혁입법에 대한 민자당의 전향적인 수정안이 남북대치의 현상황에 비추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개혁안이라는 나름대로 확신 때문인 것 같다. 비록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는 못할망정 이런 정도의 민주화진척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일단 이해와 평가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의 정면대응의 이같은 기류는적어도 5·18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 동안 흐트러진 민심수습을 위한 장기처방은 11일의 노 대통령,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회동을 시발로 하여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불안조성 폭력시위 엄단/노 총리/평화집회 보장위해 집시법 개정

    노재봉 국무총리는 9일 야권의 내각총사퇴 요구에 대해 현 시점에서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하고 시위대학생의 죽음과 분신사태 등을 빌미로 한 법질서문란 및 사회불안조성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노 총리는 이날 상오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치권과 사회일각에서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진퇴문제를 거론하고 있으나 본인을 비롯한 국무위원은 이 순간에도 자리에 연연함 없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들은 통치권자로부터 임명을 받아 국정의 무거운 책임을 공유한 공인들이라는 점을 명심,이런 때일수록 추호의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노 총리는 또 『우리의 선택은 민주질서라는 「새질서」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하고 『새로운 민주질서를 정착시키는데 따르는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관계부처는 우선 합법적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호하는 방안을 확정,조속히 실행에 옮겨 나가면서 시위문화의 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당과 협의하여 가능하다면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집시법을 개정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노 총리는 『명지대생 강경대군 사망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지 2주일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채 시국의 안정을 회복하지 못하고 국민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고 『현재의 시국상황과 관련,내각은 보다 강력한 개혁의지와 과감한 민주화조치를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참다운 민주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교통지옥」 해소책 홍콩 본받으라”/홍콩=우홍제(특파원코너)

    ◎철저한 「대중」 위주… 자가용차 억제/면적 좁아도 정체현상 거의 없어/관공서·호텔도 내방객 주차장 아예 없애 홍콩 주민들은 거의 교통난을 느끼지 못하면서 하루를 지낸다. 좁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차량소통이 정체되는 일은 드물고 택시 잡기가 수월할 뿐 아니라 지하철 2층전차와 버스는 물론 도시 곳곳 좁은 길을 누비는 소형버스가 충분해서 교통지옥을 이루는 서울과는 판이한 대조를 이룬다. 대중교통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서울처럼 자가운전이 필수적인 게 아니다. 홍콩의 교통소통이 원활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마디로 차량증가를 강력히 억제하는 것인데 그 방법 또한 우격다짐식이 아니어서 호감이 갈 정도다. 홍콩 정청에는 약 2백명의 교통전문가들이 교통정책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홍콩 도로망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차량대수를 42만대로 산출했다. 이를 초과하면 교통마비현상이 자주 생기고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등 경제·사회적 손실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 차량대수가 42만대에 육박하면 각종 간접규제가강화된다. 주차료,각종 법규위반에 따르는 벌금이 하루 아침에 2∼3배로 뛰고 운전면허 갱신비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자가용 차량은 진입할 수 없음」이란 팻말이 도시 곳곳에 등장한다. 이처럼 차량증가 억제는 주로 자가용을 겨냥하는 것으로 자가운전자는 차를 가진 게 너무나 불편하게 돼 차를 팔아 치울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같은 대증요법 외에 홍콩은 근본적으로 자가용을 모는 사람이 괴롭도록 도시계획을 짜놓고 있다.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에는 주차장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호텔 전용차량 몇 대 세워두는 주차장이 고작이다. 호텔뿐 아니라 관공서·시민회관 등 공공건물 주변에도 기관장 전용차량 외에는 주차할 곳을 아예 만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병원에도 응급환자를 위한 앰뷸런스 주차장만 있을 뿐이다. 불필요하게 몇 시간씩 주차시켜 다른 사람에 불편을 줄 게 아니라 택시를 타거나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 자가용차를 가질 경우 수많은 불이익과 불편을 겪게 하는 반면 대중 교통수단은 철저하게 시민들이 쾌적함을 느끼게끔 운용하는 것이다. 홍콩 교통대책의 특징 가운데 또 다른 것은 모든 차량에겐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택시나 버스는 회사용 주차장이,자가용 차량은 자택에 전용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 즉 주차장이 없으면 아예 차를 살 자격이 없다. 돈만 있다고 자가용차를 아무나 사서 골목 등지에 마구 세워놓게 하는 한국의 교통정책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주차장이 없으면 공로에 차를 세워놓을 수밖에 없을 것인즉 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합리적 타인 권익옹호적 발상에 따른 것이다. 회사빌딩 주차장도 빈자리가 없으면 그 회사 소속 직원은 더이상 새로 차를 살 수 없게 돼 있다 그렇다고 자가용차를 못 사서 불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자가용으로 겪는 불편함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서 느끼는 편리함을 택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화 한토막­. 서울에서 높은 분들 일행이 홍콩의 한 호텔에서 묵고 있을 때 이들은 홍콩 주재 한국 직원들에게 호텔로 차를 몰고 오도록 했다. 그러나 높은 분들이 제시간에 호텔 현관에 나와 있질 않아서 차는 다시 먼거리를 돌아 호텔로 왔고 이에 기다리다 심기가 불쾌해진 높은 분들이 『왜 늦게 왔냐』고 버럭 화를 냈다는 것이다. 호텔에 주차장이 없으니까 차는 호텔주변을 빙빙 돌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도 높은 분들은 『호텔 보이에게 돈 몇 푼 주면 될걸 가지고 그런다』며 핀잔을 주더라는 것. 질서나 규칙을 무시하는 높은 분들의 한국식 생각에 밑의 직원들은 더 이상 대꾸할 말을 잊었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서비스는 후진국만도 못하게 방치된 채 자가용 차량만 급증,교통지체로 인한 손실이 연간 2조원에 이른다는 조사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지하철이 지옥철이란 비유도 있다. 대책없이 길위에 쏟아 붓는 차량 대수가 하루 5백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의 교통당국자들에게 홍콩에 와서 한번 잘 보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여느 사람들처럼 관광만 하지 말고….
  • 미,왜 이라크 반정세력과 회담하나/“반군 살상을 묵인” 비판여론

    잠재우기 ◎“백악관의 도덕성 회복 노린 전략적 대응” 분석/「내전불개입」 원칙은 고수할듯 미국이 걸프전 후 최초로 이라크 반정부세력 대표들과 정치회담을 갖는다. 미 국무부는 존 켈리 국무차관보가 3일부터 시아파,쿠르드족 등 10여 개 이라크 반정세력 대표들과 4차례의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과 이라크 반정세력간의 회담은 그러나 이라크 내전불개입이라는 미국의 기본정책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마거릿 터트와일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미 국무부에서 열리며 베이커 국무장관이 일부 반정세력 대표들과 회담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반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기존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반정세력 접촉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인들에게 반후세인 봉기를 촉구해놓고는 그 이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지식인들과 언론들은 반군이 이라크 정부군에 대량 학살당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부시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불행한 사태라고 비난해왔다. 미 정부는 이같은 비난을 의식,이라크 반군들과 공식회담을 갖기로 결정했지만 반군을 직접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이 계속된 반군들의 지원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정부군에 의해 거의 평정된 시점에 반군과 접촉하는 것도 반군을 정치·군사적으로 지원할 의도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만약 반군을 지원할 뜻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전 초기 반군을 지원했었을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내전불간섭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반군을 지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아파 반군이 남부도시 바스라와 성도 나자프까지 장악하고 쿠르드족이 북부를 반군 수중에 넣자 이라크 정부군이 반군을 공격하기 위해 헬기를 사용하는 것을 묵인하는 등 정부군의 반군 진압을 사실상 방조한 느낌마저 든다. 미국은 비록 후세인 제거를 공개적으로 희망해왔지만 정치·전략적 차원에서 이라크 내전개입은 자제해왔다. 미 전략가들은 미국이 반군을 지원할 경우 이라크가 제2의 레바논이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주변정세의 세력균형을 위해 이라크가 분할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라크가 시아파(전체인구의 55%)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싱턴은 만약 이라크가 시아파에 의해 통치될 경우 시아파 회교국가인 이란과 연대,친미국가 중심의 새 중동질서를 구상하고 있는 미 전략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이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연안 아랍국가들도 이라크가 시아파에 의해 지배되고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국적군에 참여했던 터키와 시리아는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이 득세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터키는 이미 이라크 정부군 공격을 피해 국경을 넘어오려는 수십만 명의 쿠르드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반정부세력과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라크 내전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피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반군에 대한 가혹한 살상을 막도록 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그 동안 이라크 군부나 집권층내에서 후세인을 제거해주기를 희망해왔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반군을 진압,내전을 수습한 후 군부가 과연 미국의 기대대로 후세인을 제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 윤리규범의 공백을 경계한다/홍문신 한국감정원 원장·경박 (서울시론

    ) ◎제2 「페놀오염」 막을 새가치관 확립 시급 아인슈타인 이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는 영국의 스티븐 호킹박사가 작년에 서울에 왔었다. 이 천체물리학자 덕분에 우리같은 비전문가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생성과 신비에 대해 깊은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호킹박사의 이야기중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블랙홀에 관한 내용이다. 지구에서 약 6천5백광년 떨어진 우주 저편의 은하계에 있다는 블랙홀,거대한 중력을 가진 진공상태로 무엇이든지 빨아들여 그곳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블랙홀,중력에 의해 빛조차 탈출할 수 없고 빛의 진로가 휘게되고 시간과 공간이 단절된 상태라는 블랙홀­. 우주의 신비에 잠겨있는 것은 잠시일뿐 사회과학도인 나의 상상력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위험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위험에서 벗어나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운행케 되려면?」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한나라의 경제사회가 블랙홀의 중심부로 끌려가면 갈수록 위험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결국엔 그 위험을 감지할 수 없게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대책조차 세울 수 없음은 물론 모든 일은 패닉(공황) 상태가 되고만다. 눈을 돌려 세계를 바라보면 블랙홀에 빠져버린 몇몇 나라가 있다. 1930년대 부자를 표현할때 「아르헨티나 사람처럼 부자」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그때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들의 대평원은 오늘날 중동유전에 비견할만한 부의 원천이었다. 2차대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국민소득은 선발국인 캐나다·호주에 비견할만했다. 그러던 나라가 2차 대전후 국민들의 자부심과 사기는 떨어지고 국민소득은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슷한 경우로 브라질도 블랙홀에 빠진 나라다. 쌍둥이 적자라는 구조적 숙제를 안고있는 미국경제의 「흐느적거림」도 블랙홀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걸프전쟁이후 미국 경기는 다소 호전될지 모르나 구조적 어려움으로부터의 탈출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사회는 어떠한가. 또 이 시점에서 우리가 블랙홀에 빠진 사례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욱일승천하던 우리 경제사회는 지금 대구조전환기의 국면에 이르렀다. 이 전환기에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욕」(투자의욕,근로의욕 등)의 약화이다. 그러나 보다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우리 경제사회의 기본 룰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경제사회를 얽어매고 있던 규칙과 운동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과거의 윤리도덕규범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규범은 형성되지 못하였다. 지금 우리사회는 윤리도덕규범의 공백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 윤리도덕규범의 공백상태로 말미암아 기업가도 소비자도 근로자도 방황을 하고있다. 구시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미 우리경제사회가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이윤추구가 지고의 선으로 간주되는 자본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소비자도 근로자도 염두에 두지않고 돈을 버는데만 정신이 팔린 소위 천민자본주의 방식의 기업가는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더 나아가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근로자나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속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과거방식대로 관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윤리도덕규범의 전환기에 구시대·구질서의 기업행태가 어떤 사회적 귀결을 가져오느냐 하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다. 공장폐수를 방류하여 낙동강을 독극물로 만들어 그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1천만 영남주민을 공포에 싸이게 한 이 사건은 환경오염차원 이상의 문제이다. 대통령도 이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반사회적·반윤리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교훈은 기업 뿐만 아니라 어떤 경제주체도 과거의 행동방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윤리의식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새로운 윤리도덕규범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과거 우리 윤리규범의 전형은 상하관계에관한 것이다. 멀리 조선시대부터 유래된 임금과 신하,주인과 하인,부모와 자식관계와 같은 수직적 윤리관계였다. 산업화가 되면서 이 규범은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상하관계에 규범으로 재정립되지 못하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새로운 시대의 윤리규범은 과거 상하윤리관계의 보완만으로는 불충분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중심이 되는 것은 인간과 인간간의 횡적관계,사회와 나,기업가와 근로자,기업가와 소비자,대기업과 중소기업,모기업과 계열­하청기업과의 관계 등과 같은 수많은 횡적관계가 문제이다. 한마디로 「더불어 함께 사는」관계에 대한 윤리규범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횡적관계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경제사회가 되기 이전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몇년간의 노사갈등,각계각층의 욕구의 분출이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수렴되지 못한 것은 첫째 새 윤리관,새로운 공동체의식이 학립되지 못한데 있고 둘째 경제주체들이 새로 싹트는 윤리의식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낙동강의 분노」는 남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라 우리자신 스스로에 대한 분노임을 국민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이로부터 「더불어 같이 사는」 윤리와 규범이 만들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기업가윤리·근로자윤리·소비자윤리를 정립하고 실천해야지 그렇지 못한다면 블랙홀에 빠진 남미 몇나라의 전철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경제사회가 앞서 말한 블랙홀의 위험을 벗어나는 길은 「판을 깨서는 안된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사회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운동법칙을 정립하는데 있다. 이것이 새 윤리관의 확립과 실천의 문제이다. 오늘의 역사를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고 그냥 끌려가듯 살아가는 국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 “구속 강성기류”…정치권 초긴장/정부 단호대처에 여·야,대책 부심

    ◎“체포 동의안 임시국회 운영에 영향”/당정/국면전환 묘방없어 사태추이 관망/여·야 「뇌물외유」사건과 관련,국회상공위 이재근 박진구 이돈만 세의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방침을 확정하자 정치권은 긴장감과 당호감을 감추지 못한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자당은 26일 하오 정부측과 긴급 당정회의를 갖고 세의원의 구속방침에는 일단 동의하면서도 구속영장 청구시기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2월9일 이후로 늦춰 의원체포 동의안의 국회처리를 싸고 빚어질지도 모를 심각한 부작용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천명하는 등 안감힘을 쓰고 있다. 검찰이 당측의 「회기종료후 영장청구」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체포동의안 처리」의 몸살은 일단 모면할 가능성도 있으나 어쨌든 이번 「뇌물외유」의 파장은 정치권에 깊은 상처를 줄것같다. ○…민자당의 정순덕사무총장·김윤환 원내총무는 이날 하오 이종남법무장관·손주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삼청동 안가에서 가진 긴급 대책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을 경우 임시국회 운영뿐 아니라 표결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야기된다』며 3명의 의원에 대해 구속을 집행하더라도 그 시기를 회기가 끝난뒤로 미뤄주도록 정식 요청. 회의가 끝난 뒤 정총장은 『법무장관으로부터 정부측 입장을 설명받았으며 구속방침은 확고한 것 같았다』면서 『이제 남은 문제는 체포 동의안을 조기에 제출하느냐 아니면 구속을 회기후로 미루느냐 뿐』이라고 설명. 정총장은 『정부측은 구속방침을 세운 이상 2주일 이상 구속을 미루기가 힘들다는 의견을 강력히 개진했으나 당측 입장도 충분히 전달했으므로 정부측이 이를 신중하게 고려,28일쯤 최종입장을 정리하리라 본다』고 피력. 정총장은 『김영일 청와대 사정수석이 강경입장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비리는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입장을 보도진에게 피력한 것일 뿐』이라고 부연. 김총무도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에 대해 『글쎄… 』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여 구속이 회기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시사. 정총장·김총무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국회로 돌아와 평민당의 김봉호총장·김영배 총무와 각각 만나 회의결과를 설명. ○…이에앞서 이날 상오 삼청동 안가에서 열린 청와대·검찰·안기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는 세의원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일단 결론. 청와대측에선 정해창대통령 비서실장,손주환정무수석,김영일 사정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치권의 분위기를 최대한 감안하면서도 국민여론에 비중을 두어 법에 따른 처리를 하는것이 순리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이날 회의에서 3명의 의원에 대해서만 구속이라는 극약처방을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최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입시부정 등 사회의 여타부문과의 형평문제 및 법의 「정의」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그러나 정부측의 강경대응방침 이면에는 최소한 이들 세의원을 구속시켜야만 더이상의 파문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정치권의 요구대로 불구속 기소로 얼버무렸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회혼란과 여론의 질타를 견디어내야 한다는 통치권 차원의 부담도 고려됐을 것을 관측.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강경기류는 「부패된」정치권의 질타를 통해 「새정치질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대두. ○…김동영 정무장관은 『협회나 단체에서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관례』라고 지적하고 『지금까지 별로 잘한 것도 없는 검찰이 그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며 구속반대 입장을 피력. 그런가하면 서정화 수석부총무는 『의원들과 접촉해본 결과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자신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했으며 신하철 부총무는 『나도 상공위를 역임했지만 최소한 전·현상공위원중 누가 체포 동의안에 찬성하겠느냐』고 흥분. 한편 이날 상오9시15분부터 김종필최고위원,김윤환총무,정순덕총장,김장관 등 당지도부가 국회의 김영삼 대표의 방을 드나들며 대책을 논의했는데 『그런식으로 해서 정치권에 도움이 될게 뭐있어』 『그러면 섭섭해』하는 김대표의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철야수사를 받은 민자당의 박진구 의원은 이날 하오 국회 본회의에 잠시 참석한 뒤 국회 기자실에 들러 탈당의사를 밝혔다. 박의원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오늘 이 순간 국민의 여당이나 모든 면에서 민자당을 떠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외유관련문제는 사법적 처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피력. 박의원은 특히 수사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만한게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면서 『다시는 이땅에 관례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걱정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파문이 의외로 큰 데 대해 다소 불만스런 표정. 박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기에 앞서 국회 민자당 사무총장실에서 정순덕 사무총장과 상당시간 밀담을 나누었는데 이 자리에서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탈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추측. ○…평민당은 이번 파문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재근위원장 등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요청설 등 강경방침이 흘러나오자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당의 당의공식대책에대해서는 계속 함구. 이날 상오 서울시내 서교호텔에서 김대중총재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평민당 지도부는 박상천 대변인을 통해 『우리당은 계속해서 겸허하고 자숙하는 태도로 대처할 것』이라고 발표,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여론 악화를 의식하는 모습. 박대변인은 『다음 대책은 사태의 추리를 보고 28일 총재단위에서 논의하기로 했고 당차원의 문책도 논의키로 했다』고 말해 평민당으로서는 현시점에서 사태추이를 관망하는 것 이외에는 국면전환을 위한 묘방이 없음을 시사. 김영배 총무는 체포동의안 상정자체를 「원천봉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개인차원에서는 도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차원에서 반대한다』고 말했으나 『당차원에서는 모르겠다』고 즉답을 회피. 한편 이재근의원은 당지도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방풍역」을 해주지 않는데 대해 『김총재가 나를 멋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그를 믿고 따르겠느냐』며 김대중 총재에게 노골적인 서운함을 표시했다고 한 의원이 전언.
  • 「민주」정착된 「건강 사회」를위하여/대통령 연두회견을 보고(사설)

    한 시대를 바꾸는 커다란 변화는 대개 위기를 수반하고 있음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동시에 도약과 전진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정세변화는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신미년 올 한해의 국가경영은 통치권 차원이라 하더라도 그밖의 전반적인 정치·경제·사회 발전의 전망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개발속도에 비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어떤 역경속에서도 국가가 가야할 바 목표를 지향해아 하고 정치·경제·사회가 이룩해야할 민주화 개혁과 안정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총체난국」서 「총체전진」으로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논의와 토론의 주제는 민주화와 통일이다. 특히 6공 출범이후 최대목표로 해온 「민주화」의 개념에는 사회 모든 분야의 총체적인 개혁과 전진의 의미가 담겨있다. 거기에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 정착이 필수적인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의 올해 연두기자회견 기조에서도 그것은 선명히드러나고 있다. 노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번영은 안정되고 질서있는 사회속에서만 꽃피울 수 있다』고 전제하고,『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나라를 만드는 것,남부럽지않은 선진국을 만드는 것,통일된 나라를 이루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이상이나 먼 장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완성의 토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취의 과정을 걷고 있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이 성취의 과정은 작금년에 걸친 시대적인 변화와 역사적인 변혁의 와중에 맞물려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우리에게 있어 문제는 이것이다. 즉,변화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판단없이는 효율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의사가 올바른 진단없이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계에서는 지금 21세기가 앞당겨져 이미 시작됐다는 견해들도 있다. 이렇게 볼때 새해에 우리에게 밀어닥칠 국제정세의 파고는 그 어느때 보다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우선시급한 과제가 총체적 난국을 제껴내는 일이다. 그리고 총체적 전진이 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민주·선진·통일의 구도 세계의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남북문제에 끊임없이 접근해야 하며 지방화시대에 대비해야하는 우리에게 지금 현실사회는 참으로 번거롭고 어수선하다. 아직도 정치풍토의 개선은 짜증스러울 만큼 요원하다. 사회공동체를 유지해주는 기존의 윤리규범이 흐트러져 사회자체의 건강도와 견실도가 크게 떨어져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수시로 위협받고 있고 소득 수준의 향상만큼 국민의 성취감은 높아지는 추세에 있지 못하다. 우리는 이런 부정적 사회현상을 기필코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한반도주변 정세의 빠른 변화를 놓고 볼때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노력 또한 한시도 멈출 수 없다. 통일되지 않은 독일은 독일일 수 없다고 그들 국민이 자부심을 가졌듯이 남북이 통일되지 않은 한반도는 한반도일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 그런대로 효과적으로 이끌어온 남북고위급 회담만은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그 길만이 남북간의 오랜 대결구조를 무너뜨리고 한반도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가능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봄에는 지자제실시에 따른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30년만에 다시 시행되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와 지방화시대를 여는 관건이다. 그야말로 민주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고 따라서 공명정대성에 우리 정치민주화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본다면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경제주체의 역량결집 노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경제주체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줄 것을 촉구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기업·근로자·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재도약을 위하여 국민적 역량을 결집할 것인가,그렇지 않고 기대와 욕구분출로 경제를 남미형으로 끌고 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은 바로 이 시점에서 경제주체들이 우리 경제를 더 이상 주저않게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도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 각계각층이 지난 30여년 동안 보여왔던 선진경제에로의 강한 집념과 의지를 다시 결집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른바 경제하려는 의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경제주체가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제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대로 필요한 기술개발과 산업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기업과 근로자,그리고 가계가 올해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인 물가·임금·노사관계 안정과 과소비 진정을 위한 실천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기업에게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기술개발과 시설투자를 확대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근로자의 경우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가계 또한 과소비와 인플레 기대심리를 불식하는 한편 저축을 늘리는 것이 바로 기능분담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 집권후반 경제·사회안정에 역점/노대통령 연두회견에 담긴 뜻

    ◎새정책 제시보다 내실에 주력/조기 대권경쟁 막아 「누수」 방지/공명선거 단호한 의지… 남북관계에도 자신감 노태우대통령의 8일 연두기자회견 내용은 집권후반기의 마무리에 기본역점을 두고 있다. 과거처럼 새로운 약속이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지난 3년간의 통치를 바탕으로 착실히 결실을 거둬 나가겠다는 것이다. 올해로 임기 4년째를 맞는 노대통령의 새해 국정기본 방향은 크게 보아 4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오는 3월의 지방의회 선거를 중심으로한 정치일정의 순조로운 진행을 들고 있다. 30년만에 다시 시행되는 금년의 지방의회 선거는 내년의 자치단체장 선거·14대 총선·차기대통령선거 등 향후 정치일정 수행의 시금석이 된다는 인식아래 국민에 의한 「선거혁명」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사전선거운동·타락선거 등 불법행위를 「반민주적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공명선거를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둘째,물가·임금·노사관계의 안정을 경제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금년 우리 경제의 청사진은 안정기조아래 7% 성장,1인당 GNP(국민총생산) 6천2백달러,교역량 1천5백억달러로 요약되고 있다. 이같은 청사진을 달성하기 위해 ▲근로자·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의 안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제조업의 활성화 ▲사회간접자본의 획기적 확충 등의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처방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 내겠다는 방안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호소로만 끝나 과연 물가·임금·노사의 안정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다만 고속도록·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투자에 3조5천억원을 투입한다든가 이를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사회간접 자본투자기획단」을 설치하겠다는 등의 대목은 특기할만하다. 셋째,국민생활의 향상과 법질서 확립으로 주택·교통·환경문제의 개선과 교육의 혁신,그리고 범죄와의 전쟁지속 등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입시제도의 개혁 방향이다. 오는 94년도부터 대학별 자율입시제도 채택을 골간으로 하는 이 방안은 대학의 준비태세에 따라 입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아니면 기존의 학력고사와 함께 적성검사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개혁방안은 노대통령의 임기이후에 실시되는 것이지만 과열과외,획일적인 고교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6공 정부의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마지막 네번째 국정운영방향의 역점사항은 북방외교의 성과를 토대로 남북간의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회견 서두연설과 일문일답을 통해 북한은 그들의 폐쇄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을 맞고 있으며 북한이 일단 변화하기 시작한다면 남북관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김일성주석도 지금 심사숙고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대북인식과 분석은 적어도 금년내에 북한이 현실적인 노선으로 전환할 것이며 통일과 관련한 국제적인 환경은 이미 성숙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지난해 모스크바 한소정상 회담에 이어 금년 4월로 예상되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한,금년봄부터본격화될 일본·북한의 수교협상,한중관계의 급진전 가능성 등 한반도 주변정세를 감안할때 금년하반기 쯤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북한이 응해올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가 내부적인 판단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노대통령의 이날 회견 내용중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여권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언급이다. 대권후보 결정시기는 임기종료 1년전후로,그 방법은 당헌의 민주적인 절차로,그 대상은 지금의 민자당내 인물이 될 것이라는 답변이다. 즉 치기 여권의 대통령후보는 92년2월 전후로 자유경선 방식에 의해 결정되며 후보는 현재 민자당내에 있다는 말이다. 이는 노대통령이 금년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당내 대권후보경쟁 움직임을 막아 집권후반기 통치권 누수현상을 최대로 방지하겠다는 의미이며 최근∼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세대교체론 주장에 대해 「인위적인∼세대교체 불가」라며 쐐기를 박았던 점과 일맥상통한다. 결정방식과 관련,「당헌에 따른 민주적 절차」는 「지명에 의한 만장일치」추대보다는 자유경선 방식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민자당내 「중간보스」 「뉴리더」그룹의 희망을 수용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또 『민자당 내에는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는 말로 차기대권 후보가 당내인물이 될 것임을 시사했는데 이는 적어도 「어느날 갑자기」 당외인사를 전격영입,대권후보로 옹립하지는 않을 뜻임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회견에서 나타난 「뉴스」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의료진은 파견할 방침이지만 전투병력은 파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과 북한이 끝내 유엔동시 가입을 반대한다면 한국이라도 먼저 가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내각제 개헌에 대해 『다수국민이 원하지 않는 개헌은 할 수 없다』는 말로 개헌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은 기존입장의 되풀이이긴 하지만 정가일각에서 관측하는 지방의회 선거이후의 내각제 재론가능성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회견은 전반적으로 내치의 현안해결에 비중을 두었고 그것도 집권후반기의 경제·사회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일을 벌리기 보다는 뿌린 것을 거둔다는 방향은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뭔가 짜릿한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 북 기자 사전협의 없이 외부취재/정부,강력항의 방침

    정부 당국은 북측 기자단중 일부가 우리측과의 사전 협의 및 안내없이 서울의 여러지역을 취재한 사실과 관련,책임연락관접촉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북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김형기 남북 대화사무국대변인은 12일 하오 『오늘 북측 기자들의 태도는 남북 왕래시 상대방 안내 및 질서에 따른다는 관례를 벗어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시하고 『책임연락관 접촉을 통해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앞으로 이러한 행동은 우리측의 안전보장을 일체 받을 수 없음을 재확인 한다』면서 『남북회담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재발방지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당국은 북측 대표단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다.
  • UR대책 조경식 농수산에 들어본다

    ◎“농업 보호 위해 예외품목 최대한 확보”/“쌀은 주곡”… 꼭 「비교역대상」 관철/영농혁신으로 개방압력에 대응/“농산물 수입 피해 줄이게 「산업구제제」 활용방침” 우루과이라운드가 협상시한을 10여일 남짓 남겨 두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 협상의 15개 부문 중 특히 농업분야의 시장개방이 수입국들에게는 구조개혁을 수반하고 이를 우려하는 국내정치·사회적 저항 때문에 우루과이라운드 성공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업분야의 협상에 우리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 여부에 국내 농업의 사활이 걸려 있는만큼 12월3일부터 닷새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최종 통상장관회담에 조경식 농림수산부 장관이 박필수 상공부 장관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어느 해보다 진통을 겪은 올해 추곡수매에 대한 정부안을 마련하고 곧바로 예산안 설명과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정기국회에 매달려 있는 조 장관을 만나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에 관한 대책 및 전망 등을 들었다. ○정치적으로 타결 전망 ­12월3일부터 브뤼셀에서 열리는 우루과이라운드 최종협상에서 농산물부문 협상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현재 각 부문별로 진행중인 제네바회의의 성과가 부진하기 때문에 12월초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상무장관회담에서 주요쟁점이 정치적으로 타결될 전망이 높으므로 이 회의의 중요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농산물분야 협상에 대한 중요쟁점도 이 회담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식대표는 아니지만 주요나라의 농무장관들이 참여할 것이 예상되므로 현지에서 이들 장관과 만나고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와는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체제를 다지는 한편 농산물 수출국에 대해서는 이해·설득시켜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 입장과 같은 나라와의 공동보조와 관련,이번 협상에서 일본·EC 등의 강경한 입장이 우리측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EC만 해도 수출보조금 삭감에 더 민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의공동대처방안은. ▲여러 나라들이 모여 협상을 하는 다자간협상인만큼 의제에 따라 나라간에 견해차이를 보이는 면도 있고 같은 입장을 보여 서로 동조 내지 지지할 경우도 있다. EC의 입장을 분석해보면 농업보호의 필요성과 농산물 교역의 특수성을 들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대폭적인 보조금 감축보다는 각 나라 농업의 현실을 인정해 보조금을 30% 정도 감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면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 ○미·EC 보조금에 이견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주장하는 쌀 등 주요농산물의 개방 예외주장에 반대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보고 구조 조정에 필요한 유예기간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수출보조금 감축에 대해 EC는 계속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이같은 보조금이 농산물의 자유교역을 제약하는 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과정에서 EC와 모든 의제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며 의제별로 우리의 입장과 같이하는 국가들과 공동대처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월말과 이달초에 걸쳐 미국·제네바에 출장,협상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지의 분위기와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으로 보아 이번 협상의 타결전망은. ▲지난번 출장은 미국·GATT 등 우루과이라운드협상 관련책임자들을 만나 우리 농업의 어려운 실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우리가 제안한 15개 비교역적 품목대상에 대한 수입개방제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한편,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비교역적 품목대상 15개 품목은 쌀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완전히 막겠다는 것이 아니고 콩·옥수수·쇠고기 같은 품목은 현재 상당부분 수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터이니 농가소득보호·지역균형개발차원에서 전체 국내수요 중 콩은 15% 정도,옥수수는 2% 수준에 대한 국내생산은 최소한 보호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가 제시한 수출보조금계획도 국내 농업보호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국제농산물 교역질서의 유지를 위해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나 GATT관계자들은 15개 비교역적 품목에 대한 자유화 예외주장에 난색을 표해 협상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현재 수출국과 수입국간에 개방대상 제외품목의 인정문제와 보조금 감축률 및 유예기간 인정문제 등에 대한 견해차가 크고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국과 EC간의 보조금 감축안에 관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각료회의에서 정치적인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티결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최종 상무장관회담에 임하는 농산물협상카드를 현재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본방향은. ▲지난번 GATT에 제출한 보조금감축계획은 우리 능력에 맞게 농산물의 교역자유화와 보조금 감축을 하면서 우리 농업생산과 농가소득의 기반도 보호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최종 상무장관회담에서도 다각적인 경로를 통한 통상외교를 강화,우리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나갈 방침이다. ­15개 비교역적 품목대상 중 몇 개가 받아들여질는지 예측할 수 없겠지만 우리 정부의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있지 않겠는가. ▲어디까지나 협상이기 때문에 우리 주장이 다 받아들여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농업보호를 위해서 자유화 예외품목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뿐 아니라 일본·스위스 등 수입국 외에 캐나다도 자유화 예외품목의 인정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들 국가와 긴밀히 협의,최대한 반영되도록 힘을 쏟겠다. ­협상이 여의치 못할 경우 같은 농산물 중에서도 주곡인 쌀만은 비교역적 품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쌀을 보호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농민피해 최대한 보전 지난번 미국과 GATT 방문시에도 협상관련 대표들에게 쌀은 우리 국민의 주곡이면서 우리 농민의 주소득원(농업소득의 52%,농가소득의 31%)이기 때문에 개방은 물론 수입도 허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했다. ­비교역적 품목대상 중 고추·참깨 등에 대해서는 시장접근을 어느 정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 품목을 비교역적 품목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닌가. 일부에서는 국내 농민 무마용으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비교역적 품목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쌀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전혀 안 하는 것이 아니며 국내 생산기반 보호와 수입 허용,즉 최소 시장접근에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완전 수입자유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추·참깨를 비교역적 품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들 품목이 국내 생산이나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완전 수입개방이 될 경우 많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입은 허용하되 전면개방은 않겠다는 계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결코 협상용으로 포함시킨 것은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이 협상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제출한수입개방계획안을 기초로 볼 때 농가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재배농가가 많거나 지역이 주 소득품목에 대해서는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품목으로 확보,보호해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나머지 농산물은 수입농산물가격이 국내가격과 같은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관세율을 높이고 이 관세율도 1∼6년간의 유예기간 후 관세 상당치를 10년간에 걸쳐 30%를 감축,개방 초기에는 사실상 영향이 적을 것이며 다만 중기 이후에는 관세수준이 낮아짐에 따라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지정리·기계화 등 생산기반 확충과 영농기술의 혁신으로 농업수조개선사업을 적극추진하는 한편 수출유망품목의 개발 및 육성·지원으로 농산물의 수출을 확대하는 등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산물의 수입증가로 나타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계절관세·할당관세와 산업피해구제제도 등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농민들이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대책과 관련,농정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고 예를 들면 수출유망품목을 선정,집중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일종의 구호성 대책으로 보고 있어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협상이 없더라도 농업의 개방화는 불가피한 국제적 추세이므로 정부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예산을 올해 5천1백52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1백11억원으로 증액,확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일부 지식인까지를 포함해 우루과이라운드협상으로 농촌에 위기가 닥칠 바에야 아예 협상이 깨지든지 GATT에서 탈퇴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GATT로부터의 탈퇴는 우리나라가 GATT회원국으로서 그동안 누려온 각종 혜택 즉 양허관세라든가 최혜국대우 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무역거래에서 국제적으로 고립되게 된다. ○가트 탈퇴 손해가 많아 이 경우 우리의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도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련·중국 등이 현재 GATT 가입을 2년째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0년 연속 풍년 등으로 인한 정부미 과잉재고 문제로 물가당국에서 85·86년산 정부보유 고미의 사료용 처리 및 2중곡가제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데. ▲지난달말 현재 정부미 재고량은 1천3백만섬이 넘고 이중 1천만섬 이상이 통일계 쌀이다. 여기에는 85년간(14만7천섬)과 86년산(1백31만2천섬)의 고미가 포함돼 있어 식용으로의 적합성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으나 벼상태로 잘 보관되고 있어 식용으로 문제가 없으며 다만 소비자들이 햅쌀을 찾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적어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다. 따라서 방출가격을 인하,쌀국수·쌀과자 등 가공식품용의 수요를 개발하고 현재 국회에 올려져 있는 주세법이 개정되면 증류식 소주의 원료로 정부미를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고미를 사료용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현재 농어가 및 영세민의 소득구조를 감안할 때 2중곡가제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2중곡가제로 인해 일반미보다 결손의 폭이 큰 통일쌀은 소비자뿐 아니라농민도 싫어하고 있으므로 수매량을 대폭 줄여나가 결손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 여·야 대표연설의 함축과 정국 전망

    ◎“정치복원” 한목소리… 처방은 제각각/파행정국 반성… 「의존필요성」 확인/양김 주축 정국주도 의지 드러내/대권 향한 대결구도 첨예화 가능성 22,23일 이틀 동안 국회에서 행해진 민자당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평민당 김대중 총재의 여야 대표연설은 4개월여 만에 복원된 정국의 향후 기상도를 가늠할 수 있는 양 대표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대표연설은 민자당의 내분파동과 야권통합 협상과정 등을 거치면서 양김체제로 여야관계가 재정립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시기적인 미묘함 등으로 그 의미는 더욱 증폭됐다 할 수 있다. 우선 김 대표와 김 총재는 이번 대표연설을 통해 실종된 정치의 복원과 여야의 동반자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민자·평민 양당에 의한 정국주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3당통합 이후 김 대표와 김 총재가 오랫동안 힘겨루기를 해온 데 따른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에 대한 「자구」의 방법으로 여야관계 복원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 대표가 『지난날을 얼룩지게 했던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신의의 새정치 질서를 건설하자』며 「화합과 균형의 정치」를 주창했고 김 총재는 『민자당에 화해와 협조의 손길을 내민다』고 화답,민자·평민 양당 주도에 의해,좀더 압축하면 양김 구도 속에 정국을 끌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비록 여야대표가 정국운영의 방법론과 현안의 처리방식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격한 시각차이를 드러냈지만 적어도 양김씨를 주축으로 정국을 끌어가야 한다는 「의존적 공존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양김 모두 그 동안 우여곡절 끝에 재정립한 자신들의 위상을 바탕으로 그 어느때보다 자신감 있게 정국주도 의지를 천명한 데서 확인할 수 있듯 대권고지를 향한 양자의 대결구조가 점차 첨예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대표연설을 통해 입증시켰다. 김 대표는 ▲고위급회담 등 남북대화 재개 ▲북방외교의 성과 ▲안정된 정치질서 확립 등을 3당통합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하는 한편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뒷받침을 다하겠다』고 다짐,「격상」된 자신의 입지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대권고지의 디딤돌을 밟아나갈 것임을 과시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3당합당을 「역사의 사명을 저버리고 국민을 배신한 행위」로 매도하고 내각제개헌 포기유도,지자제협상 성취 등을 자신들의 장외투쟁의 「과실」로 부각,여당의 부도덕성 홍보에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정치복원 및 새로운 정치질서의 모색과 관련,김 대표의 연설이 「순리와 상식의 정치」를 강조하는 정치행태의 변화촉구에 초점을 맞춘 반면 김 총재는 평민당을 지역정당으로 치부하는 데 대한 반발과 현정권의 군사독재적 요소 청산을 상당부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땅에 떨어진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실종된 정치를 되찾지 않으면 정치가 설 곳을 잃고 말 것』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여야 정치인들은 심기일정하여 머리를 맞대고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자』며 「새 정치시대의 개막」을 강조했다. 반면김 총재는 민주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군사독재요소의 상존,현정권의 지방색 확대정책 등을 꼽고 여야 관계에서 「무책임한 양비론」의 배격을 내세웠다. 특히 김 총재는 평민당을 호남당으로 분석하고 있는 일부 시각에 대해 『서울에서 대통령선거와 총선 등 양대선거를 이겼는데 어떻게 지역당이냐』고 반문하고 현정권이 호남 대 비호남의 대결구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고 역습했다. 김 총재는 노 정권을 오히려 「대구·경북만에 의한 TK정권」으로 규정,앞으로 TK 대 비TK의 대결양상으로 부각시켜 나갈 의지를 간접 시사했다. 여야간의 시각차이 및 이해대립 등의 양상은 각종 개혁입법에 관한 입법천명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민자당의 김 대표는 「끊임없는 개혁」을 역설하면서도 『결코 안정을 저해하는 급진적인 개혁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점진적으로 단계적인 방법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밝혀 야권이 「조급하고 강압적으로」 개혁을 요구하는 데 대한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국가보안법 개정방향과 관련,『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제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국가안보를 유지하는데 불가결한 법률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대폭 개정하겠다』고 약속,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제정하자는 기존의 평민당측 입장을 수용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평민당 김 총재는 안기부와 보안사를 인권탄압과 독재정치 유지의 총본산이라고 규정,보안사의 해체와 안기부의 수사권 대폭 축소방침 등을 거듭 요구해 앞으로도 여야간 무한논쟁의 가능성을 비쳤다. 또 통일문제 등과 관련,김 대표는 『통일이 민족의 염원이라고 해서 감상적 접근이나 환상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단계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한 반면 김 총재는 공화국연방제 통일방안을 거듭 주장하며 내년초 당대표의 북한파견 및 자신의 방북용의를 천명,정부측의 통일접근 방식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이번 연설에서 김영삼 대표는 그 동안 내분과정을 거쳐 격상된 자신의 위치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여권의 확실한 2인자로서 정국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철학과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반해 김대중 총재는 내각제개헌 논의 종식,지자제협상 도출 등을 야권의 투쟁에서 얻어진 승리로 제시하면서 거여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야당세력임을 부각시켰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4개월 만에 파행정국이 종식됐음에도 불구,현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전혀 좁혀져 있지 않고 양측이 서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그대로 노출돼 앞으로 남은 국회일정은 물론 향후 정국의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 「평화의 새유럽」건설 기본구도 마련/파리 유럽안보회의 무얼 남겼나

    ◎정례개최 합의… 지역협의 발판 구축//「대서양서 우랄까지」 통합의 길 열어/의사결정권 없어 실질문제 해결엔 한계 갈등과 대립의 동서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화합과 번영을 향한 새 유럽의 탄생을 선언한 제2차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담이 사흘간의 회의일정을 모두 마치고 21일 폐막됐다. 지난 75년 헬싱키에서 첫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뒤 15년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동서간 이념대립을 존치시킨채 긴장속에서 균형을 추구한 첫 회담과는 달리 동서의 가름을 없애버리고 화합을 통한 공동번영을 다짐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헌장은 유럽에서 분열과 대립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믿음과 협력속에 새로운 관계가 수립되었음을 천명함으로써 새 역사의 장이 열렸음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동서 양진영 대립의 첨병으로서 서로를 적으로 간주해오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유럽재래식무기(CFE) 감축협약을 맺으면서 발표한 정치선언을 통해더 이상 적의 관계가 아니라 새 시대의 동반자임을 선언,새 유럽질서 구축의 기반을 다졌다. 이번 회담은 이같은 다짐과 약속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구체적인 몇가지 장치를 마련해 냈다. 첫째가 상설 행정사무국의 설치.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세워질 행정사무국은 앞으로 계속될 CSCE의 각종 회담준비와 회원국간의 연락,의제조정 등의 임무가 주어진다. 또 분쟁방지센터(빈),자유선거 사무소(바르샤바)의 설치도 결의됐으며 회원국 의원들간의 모임인 CSCE 의회협의회의 구성도 추진키로 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상설기구들의 설치와 함께 CSCE 정상회담을 정례화,2년마다 열고(92년 헬싱키개최 확정) 장관급회담은 1년에 한차례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CSCE가 단순한 「회의」에서 지역협의체로의 발전의 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헬싱키협약이 그동안 인권개선이나 환경보호 또는 군축을 통한 긴장완화 노력에 적잖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SCE에 제한적이나마 기능과 틀을 부여한 파리헌장도 새로운 유럽건설의 기본설계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SCE의 장래가 마냥 분홍빛 일색일 수만은 없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안보협력이 이루어지려면 군사협력체제로의 변환이나 유사한 기능부여가 따라야 되나 CSCE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소련측은 범유럽군사기구 구축을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등 나토 핵심멤버들이 반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연합군 총사령관은 『나토는 현재의 군사 및 전략적 균형을 깨지 않는 상황 아래서 안정된 유럽의 구축을 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핵을 포함하여 아직도 막강한 군사대국임이 분명한 소련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고르바초프는 『유럽에 평화가 깃들었다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며 다음 단계의 군축을 위해 한달 이내에 단거리핵 감축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버티고 있는 나토가 쉽사리 자세를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수단으로든지 나토를 해체시키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유럽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것이 지금까지의 소련의 대 유럽전략이었음을 간파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나토의 약화·해체기도나 CSCE로 하여금 이를 대체케 한다는 발상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으로 「적」이 없어졌음을 선언함으로써 나토가 위상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계는 마찬가지이다. 회의에 참석한 동구지도자들은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부국과 빈국을 갈라 놓는 새로운 경제장막이 유럽에 드리울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아랑곳 없이 구공체(EC)는 90년대 중반까지는 신규회원의 가입을 막고 있다. 결국은 CSCE가 아직은 공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군사협력체제도,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경제기구도,의사결정 권한도 없는 단순한 회의체인 것이며 여기에 그 발전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CSCE의 자체적인 취약점 외에도 한치 앞을 점치기 힘든 소련의 내정문제·소수민족문제·추가감축문제 등 CSCE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새 유럽을 출범시킨 CSCE가 이런 과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때 유럽인의 숙원인 「대서양에서 우랄까지」(드골)의 유럽대통합의 길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 소 경제붕괴 가능성/미 레그볼드씨 주장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해리만 연구소장 레그볼드박사는 20일 소련이 경제 무질서에 직면,와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소련문제 전문가인 레그볼드박사는 이날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초청으로 서울 하이아트호텔에서 가진 「소련의 대한정책」이라는 제하의 강연을 통해 소련내 경제적 위기의 증폭이 금년 안이라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긴급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전망은 소련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특히 제조업 분야에서의 투자환경이 당분간 불확실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일 병력 해외파견 국지전 해결에 도움”/이광요 성항 총리

    【도쿄 로이터 연합】 이광요 싱가포르 총리는 일본이 앞으로 세계의 분쟁해결을 돕기 위해 군병력을 해외에 파견해야 할 것으로 말했다고 일본 외무부의 한 관리가 13일 전했다. 이 관리는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즉위식 참석차 도쿄를 방문중인 이총리가 이날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중 이같이 말하면서 자신은 일본이 병력의 해외파견을 포함,국제적 분쟁해결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총리는 또 향후 10년간 세계는 과거 1,2차 대전과 같은 세계대전의 방지를 위한 새로운 골격을 만들어낼 것이며 미국 혼자서는 이같은 새로운 질서의 유지를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고 말하고 이총리는 또 오래전부터 일본이 국제분쟁에 보다 더 커다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느껴온 것으로 밝혔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이 병력의 해외파견을 가능케 하기 위한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에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31년간 싱가포르를 통치해온 이총리는 이달말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 민자 내분 심화… 분당위기/“현재로선 청와대회동 계획없다”

    노태우 대통령의 「내각제 연내 불거론」 등 수습지시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민자당의 내분사태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31일 독자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내각제 개헌 반대와 합의각서의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하고 나서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극적인 회동을 통한 내각제 개헌 여부에 대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한 내년초 내각제공론화를 주장하는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의 대결구도는 돌이킬 수 없는 당의 양분사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대표는 이날 상오 상도동 자택에서 『개헌은 국민과 야당의 동의와 협력없이는 결코 추진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국민다수와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 확실한 데도 내각제 개헌을 끌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개헌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최근 나만 모르는 사이에 내각제 개헌이 추진돼 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는 연내에 내각제 개헌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당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뒤집으려는 것이며 위계와 질서를 무시하는 도저히납득할 수 없는 사태』라고 밝혀 청와대와 민정ㆍ공화계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내각제 개헌 합의문에 서명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당시 국민과 야당이 찬성한다면 내각제 개헌도 좋다고 믿었고 정치지도자들이 권력구조 변경논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그런 약속이 국민의 위에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해명,내각제 합의각서의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 했다. 김 대표는 대표위원직 사퇴 또는 분당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를 천천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청와대회동이 늦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대표 부친이 살고 있는 마산으로 떠나 당분간 당무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계 중진 및 초ㆍ재선 의원들은 이날 상오 각각 별도의 모임을 갖고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는 김 대표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는 한편 이 문제에 대한 정리가 이뤄질 때까지당무에 불참키로 결의했다. 민주계 소속의원들은 이에 따라 1일 하오 휴회기간 연장을 결의키 위해 소집할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도 불참할 움직임을 보여 계파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또 민정ㆍ공화계는 이날 김종필 박태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계파모임을 갖고 김 대표의 회견내용을 분석,내각제에 대한 반대 의사표명은 당차원에서 수용키 어려우나 이견조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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