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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발…“자주권 침해 정치도발”

    北,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발…“자주권 침해 정치도발”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정치도발”이라며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일 공개한 담화에서 “얼마전 유엔인권리사회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실상을 악랄하게 걸고드는 불법무법의 ‘결의’가 또다시 강압 채택되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인권결의안에 대해 “우리의 참다운 인권보장정책과 실상을 완전히 외곡날조한 허위모략자료들로 일관된 정치협잡문서”라며 “외무성은 반공화국 ‘인권결의’ 채택놀음을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도발로 락인하며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배격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이 보장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이란 공습이 오히려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중동 전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감행된 반인륜범죄행위들도 무색게 할 대량살륙만행들이 련발하고있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특별보호대상으로 되어야 할 어린이들이 정밀유도무기의 표적이 되어 백수십명이나 숨지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상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권세력의 침략야욕에 의해 국제법규범과 질서가 무참히 유린말살되고 국가주권의 침해가 인권유린에로 이어지고 있는 랭혹한 현실은 세상사람들에게 국권수호는 곧 인권수호라는 철리를 깊이 새겨주고있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이 언급한 ‘대략살륙만행’은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등 최소 175명이 사망한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61차 이사회에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했다. 북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고심 끝에 참여를 결정했다.
  • 李대통령 “프랑스혁명의 국민주권 이상, ‘빛의 혁명’에서 재확인”

    李대통령 “프랑스혁명의 국민주권 이상, ‘빛의 혁명’에서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맞아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고, 인공지능(AI), 원자력, 수소 기술, 우주 산업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기고문을 통해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지난 세월 외교, 산업, 기술, 문화 교류를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설명하며 프랑스 TGV 기술 기반의 한국 KTX 고속철도망, 프랑스 프라마톰 및 알스톰 기업과의 원자력 협력 등을 언급했다. 이어 “이는 한국의 지속적인 산업 성장을 가능하게 한 기반의 일부였다”며 “오늘날 교통, 에너지, 첨단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 자산이 아니라 21세기 경제 주권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양국 사회를 이어 준 연결 고리는 ‘민주주의’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에서 비롯된 국민주권의 이상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 속에 강력한 울림을 만들어냈다”며 “최근 평화적 ‘빛의 혁명’에서도 국민의 주권이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프랑스와 한국 간 협력은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보다 심화된 전략적 조율로 나아가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인공지능, 원자력, 수소 기술, 우주 산업 등 핵심 분야 협력은 혁신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회복력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며 “공급망이 취약하고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협력은 경제 안보와 장기적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국 협력은 지정학적 중요성도 갖는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프랑스의 관여와 한반도에서의 한국의 중심적 역할은 양국 관계를 경쟁이 치열한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더 큰 역할의 핵심에 놓이게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우정과 신뢰를 두텁게 만드는 진정한 힘은 두 나라 국민 사이 연결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영화, 음악, 음식, 디자인은 프랑스 전역에서 점점 더 큰 인정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은 파리 패션위크와 같은 행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프랑스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수임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G7을 계기로, 문화강국 프랑스가 국제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이 한국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 발리서 관광객 초크 제압 논란…격투기 코치 “지인 여성 건드려 개입” [핫이슈]

    발리서 관광객 초크 제압 논란…격투기 코치 “지인 여성 건드려 개입” [핫이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 격투기 코치에게 이른바 ‘초크’ 방식으로 제압당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치는 해당 관광객이 술에 취한 채 소란을 벌이고 자신의 여성 지인에게까지 부적절하게 접촉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선을 넘은 관광객을 막은 것”이라는 반응과 “과도한 물리력”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최근 발리 울루와투의 밤거리에서 상의를 벗은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제압당하는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바닥에 눌린 채 목이 졸리는 듯한 모습과 주변 사람들의 격앙된 반응이 담겼다. 현지 격투기 선수이자 체육관 운영자인 벨다 브리그 산도는 자신이 직접 이 관광객을 제압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 올린 글에서 “이 남성이 술에 취해 사람들을 만지고 길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며 행인들을 멈춰 세웠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다가 내 여성 지인에게 손을 대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에서도 산도는 제압당한 남성을 향해 “현지인을 존중하라”, “여성들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주변에서는 남성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고 산도는 한동안 제압을 이어간 뒤 손을 풀었다. 이후 관광객은 잠시 바닥에 누워 있다가 다시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 “먼저 선 넘은 건 상대” 주장…현지선 “너무 과했다” 지적도 산도는 사후 설명에서 자신의 대응이 완전히 옳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감정이 앞섰고 그 점은 사과한다”면서도 “몸싸움을 먼저 만든 쪽은 상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리는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존중은 서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이 퍼진 뒤 온라인 반응은 갈렸다. 일부는 무례한 행동을 제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봤지만, 다른 쪽에서는 상대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제압한 장면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내놨다. 뉴스닷컴도 이번 사건을 두고 정당방위와 과잉 대응 논란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 속 관광객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되묻는 반응을 보였고, 러시아에서 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매체들은 그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또 현장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관계로 확인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잇따른 관광객 소란에 발리도 경고…“지역 규범 존중해야” 이번 사건은 발리에서 반복되는 외국인 관광객 무질서 논란과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발리에서는 일부 관광객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싸움을 벌이는 일이 잇따르면서 지역 사회 불만도 함께 커졌다. 뉴스닷컴에 따르면 올해 초 쿠타 지역의 한 상점 밖에서도 관광객들이 집단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퍼졌고, 당시에도 현지인들이 직접 상황을 말려야 했다. 여성들의 비명이 들릴 정도로 혼란이 컸다는 증언도 나왔다. 발리 주정부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행동 수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와얀 코스테르 주지사는 지난해 관광객들에게 종교시설 방문 때 복장을 갖추고, 지역 문화를 존중하며, 환경을 훼손하지 말라는 지침을 재차 알렸다. 당국은 이 조치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관광객 폭력과 무질서를 줄이고, 관광 산업을 지역 법과 가치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리 주정부는 관광이 지역 공동체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 “노 킹스 시위 폭발, 트럼프의 비민주성에서 촉발”[김상연의 Deep Into]

    “노 킹스 시위 폭발, 트럼프의 비민주성에서 촉발”[김상연의 Deep Into]

    이란전쟁에 대한 반대도트럼프의 의사결정 구조 탓11월 중간선거 무시할 수도소수인종 ‘투표 탄압’ 우려지상군 파병 땐 여론 악화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 한 달을 넘어가며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의 일반 국민들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미국 사회의 생생한 밑바닥 여론을 지난달 31일 김창환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미국에 25년 넘게 살면서 미국인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의 문제에 천착해 온 김 교수는 이란 전쟁에 대한 일반 미국 국민의 시각이 한국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는 사실을 전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은가. “이 시위는 이란 전쟁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라 이민 정책 등 전반적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 태도 때문에 시작됐다. 이란 전쟁에 대한 반대도 전쟁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때문에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시위의 규모와 범위가 매우 넓고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시위를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밀어붙이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여론조사상으로는 미국인 다수가 이란 전쟁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사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이번 전쟁에 큰 관심이 없다. 미국인들은 원래 국제 문제에 관심이 없다. 상당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엘리트가 아니고는 국제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올라 생활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닥치거나 미군이 많이 희생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대학생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 미국인들 사이에 가장 큰 뉴스는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에 따른 공항 보안 검색 지연 사태로 시민들이 공항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까지 관심이 적다니, 과거 베트남 전쟁 때 미국 대학생들이 격렬한 반전 시위를 벌인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미국의 과거 68세대는 한국의 86세대와 비슷하게 가장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성향이었다. 미국의 1960년대는 한국의 1980년대와 비슷하게 정치적·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시대다. 반면 현재의 미국 청년 세대는 상당수가 대학교육을 받은 진보적 성향이지만, 68세대보다는 개인주의적이다. 다만 지상군이 투입돼 미군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면 관심이 커질 수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도 나오는데. “이란 전쟁 때문에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건 아니다. 그 전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실수로 지지율은 떨어져 있었다. 사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재선 대통령 임기치고는 아주 낮은 것도 아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계층이 지지층에서 이탈했나. “원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 인종주의자 위주의 마가(MAGA) 그룹과 기독교 복음주의자, 노동계급이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2기에는 중도층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인종 내부의 문화적 보수층도 지지자로 새로 편입됐다. 그런데 특히 이민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거칠고 폭력적으로 나오면서 나중에 붙은 문화적 보수층이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불법 이민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이런 식의 폭력적 단속을 원했던 건 아니었다. 일종의 양가적 감정이라 할 수 있다.” -문화적 보수층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가. “예컨대 소수인종이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원칙 없이 무조건 가산점을 주는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백인뿐 아니라 소수인종 중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이 문화적 보수층 성향을 보인다. 동성혼 합법화는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지지하지만, 트랜스젠더(성전환자)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문화적 보수층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가 여성 종목에 참여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문화적 보수층도 트럼프가 대학까지 공격하고 다양성마저 공격하는 등 지나치게 거친 정책을 펴자 반감을 갖게 됐다.” -마가 그룹도 이란 전쟁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있긴 있는데 크다고 보긴 어렵다.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이란 전쟁 반대 여론이 높지만, 공화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60~70%는 찬성하고 있다. 공화당 핵심 지지층이 흔들린다거나 마가 그룹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잡음이 있지만 지지는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전쟁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미국도 비슷한 상황인가. “유가가 오르긴 올랐는데 한국처럼 많이 오르진 않았다. 지금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취업시장이 나빠지는 신호 가 있지만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불만이 매우 심한 건 아니다.  트럼프 1기 때 빈곤층이 꽤 많이 줄었고,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소득이 많이 높아졌다. 그런데 2기 들어와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조직개편과 해고를 밀어붙이는 등 폭력적 정책을 펴면서 점수를 까먹은 것이다.” -이번 전쟁을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키가 2m가 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배런을 향해 참전하라고 비난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런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은가. “그건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큰 반향은 없다. 전쟁에 대해 미국인들이 갖는 불만이 있다면 전쟁 자체보다는 미국이 그간 쌓아 놓은 제도적 민주주의 질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안 지킨다는 것이다.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잡아온다든가 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인들의 걱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중간선거 절차를 혹시 안 지킬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조이긴 하지만 ‘중간선거가 필요한가’라고 말한다거나 투표할 때 신분 증명서 지참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소수인종에 대한 ‘투표 탄압’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전광석화처럼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한 데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어떤가. “놀랍다는 반응도 있지만 큰 반향이 있는 건 아니다. 안 그래도 평범한 미국인들은 마약 문제에 대해 걱정하면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권력이 합법적으로 행사됐는지에 대한 염려가 있다.” -미국에 사는 이란 출신들은 이번 전쟁에 대해 어떤 심정인지 궁금하다. “두려워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이민 단속으로 걱정이 많은 상태였다. 평상시 어떤 증명서나 문서를 갖고 다녀야 하는지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이 불안감이 이민 1세대뿐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 이후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지금 이란 전쟁 사상자 수는 미군에 비해 이란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어떤가. “미국인의 희생에 대해 관심이 있을 뿐 이란의 피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자기네 나라가 끝없는 전쟁에 끌려들어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지상군을 파병한다면 미국 내 여론은 더 비판적으로 흐를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에 지상군이 들어간다면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인들은 미군이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데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별 이득이 없는데 왜 굳이 남의 일에 끼어드느냐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미국 내 유대계가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서 벌어진 것이란 보도도 나왔는데, 미국인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피곤해한다. 엘리트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겠지만 일반 미국인들은 이스라엘을 피곤한 이슈로 여긴다. 이란은 적성 국가이니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최근 공화당 강세 지역인 플로리다 주의회 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등 각종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이어지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실망이 반영된 걸까.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어정쩡하게 끝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이 깎이면서 지지율도 타격을 입을까. “전쟁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전후 지지율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도 두 번째 임기에는 대부분 인기가 없었고 중간선거도 패배했다. 다만 지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가 문제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경향도 최근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미국 사회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현주소는 어떤가. “현재 미국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청년층에서 커지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이 과거보다 쉽지 않다. 대학을 졸업해도 걸맞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과거에 비해 대졸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사회에서는 대학 입학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불평등의 원인이 교육을 못 받아서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층이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변화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대학 졸업자가 늘어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니 취업이 어려워진 것이다. ”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 기업들에 대해 미국 이민 당국이 기습 단속을 벌여 큰 파문이 일었는데 그 사태를 미국인들은 어떻게 봤나. “한국에서는 큰 이슈가 됐지만 사실 미국 안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여러 이민 단속 중 하나였고, 누가 죽은 게 아니고 한국인 일부가 갇혀서 고생했다는 정도의 생각을 갖는 것 같았다. 당국의 조치가 방법적으로 매끄럽지 못했지만 크게 문제 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미국인들은 불법 이민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다. 한국인이 와서 일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불법은 곤란하다는 시각이다.” ●김창환 교수는 사회학 전공으로 서강대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책 결정자들이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을 이해하고 교정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교육 프리미엄: 한국에서 대학교육의 노동시장 가치는 하락했는가’와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 한국사회 계층화의 성별 차이는 줄어들었는가’ 등이 있고 ‘한국의 소득, 자산 불평등 변화’를 비롯해 60여건의 논문을 내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12번 말바꾼 ‘양치기’ ‘피노키오’ 트럼프…이번엔 진짜 전쟁 끝낼까 [권윤희의 월드뷰]

    12번 말바꾼 ‘양치기’ ‘피노키오’ 트럼프…이번엔 진짜 전쟁 끝낼까 [권윤희의 월드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 종식을 또다시 예고했다. 이번에는 “아주 곧”, 구체적으로는 2~3주 이내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동시에 그는 이란과의 합의가 없어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아도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로 예고된 대국민 연설에서는 일방적 종전 선언이나 구체적 종료 구상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비슷한 말을 너무 자주 해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쟁 과정에서 무려 12번이나 말을 바꿨다. “이미 승리” “곧 끝난다” “시점의 문제” 반복30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이후 최소 12차례에 걸쳐 전쟁 종식이 임박했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29일에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 개방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에너지 및 수자원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전쟁이 끝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26일 각료회의에서는 “그들은 패배했고 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24일에는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23일에는 미·이란 간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평화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13일에는 “전쟁이 끝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12일에는 “그들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렇다고 우리가 전쟁을 즉시 끝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언제 끝낼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공격할 목표가 거의 남지 않았다”며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끝낼 수 있다”라고도 했다. 다만 직후 연설에서는 “너무 일찍 승리를 선언하고 싶지는 않다”며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발언을 두고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과 신중론이 동시에 나온다. 낙관론은 ▲구체적 시간표 제시 ▲대국민 연설 예고 ▲미국·이스라엘·이란 모두의 종전 언어 등장에 주목한다. 반면 신중론은 ▲트럼프의 반복된 말 바꾸기 ▲합의 없는 종료 가능성 ▲호르무즈 정상화와 종전의 분리 ▲전장의 고강도 지속을 근거로 든다. “2~3주 이내” 구체적 종전 시간표 처음 제시우선 이번에는 ‘2~3주 이내’라는 종전 시간표가 처음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곧 떠날 것”이라며 전쟁 종료를 유가 안정과 직접 연결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가 커지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더는 무기한 전쟁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국민 연설까지 예고한 점도 단순 즉흥 발언을 넘어 하나의 정치적 결단을 준비하는 신호로 읽힌다. 전쟁 당사국들에서 동시에 종전 언어가 나온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핵 프로그램 타격, 탄도미사일 시설 파괴, 정권 기반 무력화, 내부 보안군 압박, 수뇌부 제거 등 이른바 ‘5대 재앙’을 입혔다고 주장하며 전쟁 성과를 부각했다. 이란도 공개적으로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침략 재발 방지 등을 조건으로 분쟁 종식 의지를 밝혔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휴전 수용보다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막판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두고 명분을 쌓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호르무즈 분쟁 여전…‘무늬만 종전’ 가능성”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종전은 ‘합의에 의한 종료’라기보다, 미국이 스스로 승리를 선언한 뒤 빠져나오는 방식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이란)은 나와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장기간 석기시대로 접어들고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떠날 것”이라고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며, 석유가 필요한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알아서 직접 가서 확보하라고 말했다. 즉 미국이 설정한 군사 목표만 달성됐다고 판단하면, 해협 정상화나 전후 질서 복원은 남겨둔 채 먼저 작전을 접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종전” 발언이 곧바로 실질적 안정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전과 종전을 선언하더라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통행료 징수 절차를 유지한 채 시간을 끌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 책임을 사실상 외부화한 상황에서는 국제 유가와 해운 비용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종전이 되면 유가가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전쟁 종료’와 ‘병목 해소’가 분리되는 불완전 종전에 가까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장의 포성이 여전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향후 며칠이 결정적”이라며 합의가 없으면 더 강도 높은 타격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고, 이미 82공수사단 병력이 도착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란 군부의 화학무기 개발 장소로 의심되는 연구시설 타격을 주장했고, 이란은 카타르 해안 유조선 공격, 쿠웨이트 공항 연료탱크 화재 등 중동 인프라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 언어와 무관하게 오히려 막판 군사 압박도 강해지는 전형적인 협상 직전 양상이다. “종전 보증수표? ‘출구 종류’ 선택하는 정치적 시한”여기에 미국 내 낮은 전쟁 지지율과 30%대로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그가 실제 종전보다 ‘성과를 강조하는 정치적 연설’에 더 집중할 가능성을 키운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3주 시한은 ‘종전 보증수표’라기보다, 그가 ▲합의에 의한 종전 ▲일방적 승전 선언 ▲막판 대공세 뒤의 강제 종료 중 어떤 출구를 택할지 가늠하는 정치적 시한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처음으로 시간표와 연설을 함께 내놓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번 발언은 이전보다 더 실질적인 출구 구상에 가까워졌다고 볼 여지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정말로 전쟁을 끝낼지, 아니면 또 한 번 “곧 끝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반복할지 대국민 연설과 그 직후 전장 흐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월드뷰 3줄 요약]●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내 종전”을 처음으로 구체적 시간표와 대국민 연설로 공식화했으나, 개전 이후 12차례 말을 바꿔온 전력상 낙관론과 신중론이 동시에 나온다. ● 합의 없이도, 호르무즈 정상화 없이도 작전을 끝낼 수 있다는 발언은 ‘불완전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해운 리스크가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 막판 군사 압박과 종전 언어가 동시에 고조되는 협상 직전 국면에서, 트럼프가 어떤 출구를 택할지 대국민 연설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李대통령 “인니, 에너지원 역할 든든… 자원 안보 협력 확대해야”

    李대통령 “인니, 에너지원 역할 든든… 자원 안보 협력 확대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1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위기가 양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자원 안보 관련 양국 간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인도네시아가 LNG와 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의 안정적 역할을 해 주는 데 대해서 무척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여파로 양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민주주의, 자유 무역, 규범 기반 질서 등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 양국 간의 협력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한국에서 유일한 ‘특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의 첫 해외 투자처였고 오늘날의 K방산을 있게 한 소중한 파트너”라며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첫 번째 전기차 생산을 한국 기업이 함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성공적인 협력 성과에 기초해 저와 프라보워 대통령님이 함께 양국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미래 프로젝트 더 많이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최근 레바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인도네시아 국적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희생된 데 대해서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대통령님과 인도네시아 국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대해 “매우 훌륭했고 대단히 영광”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모든 관계에서는 여러 가지 오해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저희는 모두 태평양 국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이고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대외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국가들”이라고 했다. 또한 “서로에게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라며 “한국에는 뛰어난 산업 능력, 과학 기술이 있고, 인도네시아에는 풍부한 자원, 큰 시장이 있다”고 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제가 이번에 국빈 방문하는 이 시기는 전 세계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 관계가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양해각서(MOU) 교환식을 진행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계기에 핵심광물, 디지털 개발,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한 MOU 16건을 체결했으며, 이 중 10건은 두 정상이 참석한 교환식에서 서명됐다. 이번에 체결된 MOU로는 핵심광물 유망 프로젝트 발굴 등을 위한 ‘핵심광물 협력에 관한 MOU’, 차세대 통신 인프라 및 기술 협력 등을 위한 ‘디지털 개발 협력에 관한 MOU’가 있다. 재생에너지, 원전,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에너지 전환 협력 체계의 구축을 위한 ‘청정에너지 협력에 관한 MOU’와 ‘탄소 포집 및 저장 분야 협력에 관한 MOU’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양국은 외교장관 간 특별 포괄적 전략대화 협의체를 구축하기 위한 MOU와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협력, 지식재산 보호 및 집행 협력을 위한 MOU도 맺었다.
  • 서상열 서울시의원, 전세계인의 핫플 남산 위해 입법 보완 추진

    서상열 서울시의원, 전세계인의 핫플 남산 위해 입법 보완 추진

    서울시의회 서상열 의원(국민의힘·구로1)은 지난달 31일 남산공원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도입 준비 중인 곤돌라 시설의 교통약자 이용료 감면 근거를 신설하는 ‘서울시 남산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남산은 서울의 상징적 공간이자 시민 이용도가 높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케데헌’ 열풍을 시작으로 최근 BTS 광화문 공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서울에 오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거듭나고 있어 남산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남산이 서울의 핵심 관광·여가 거점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남산공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전·관리가 필수다. 현행 조례가 5년마다 남산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 의원은 이 과정에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의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도입 준비 중인 남산공원 곤돌라 시설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운영을 위해 이용 제한 기준도 설정했다. 기존에 곤돌라 이용 및 이용 요금 관련해서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던 사항은 장애인·노인·미취학 아동 등에 대한 이용료를 일부 감면할 수 있도록 해 공공성을 한층 더 확보하고자 했다. 서 의원은 “이번에 준비한 개정안은 남산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재도약하기 위한 입법 보완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곤돌라 공사 중단으로 일부 애로가 있지만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 노력 등 서울시의 사업 추진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의회 차원의 입법적 뒷받침에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산이 서울 시민과 전 세계인들의 핫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서울시 관계 부서와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 가겠다”고 밝혔다.
  • “이러다 한국도 핵개발” 충격 전망…이란전이 흔든 ‘핵 금기’

    “이러다 한국도 핵개발” 충격 전망…이란전이 흔든 ‘핵 금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안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는 3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이 국제 비확산 체제에 새로운 균열을 낼 수 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자체 핵무장 논의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둘러싼 의문이 동맹국 사이에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가 이미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군축 조약인 뉴 스타트(New START)가 종료된 데 이어 중국은 핵전력을 확대하고 있고, 프랑스 역시 핵 프로그램 확장과 유럽 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튀르키예, 폴란드, 한국 등 일부 비핵국가에서는 자체 핵능력 확보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텀하우스는 이란 전쟁의 ‘위험한 교훈’에 주목했다. 핵을 가진 국가는 공격받지 않고, 핵을 갖지 않았거나 포기한 국가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접은 이라크와 리비아, 반대로 핵무장을 이룬 뒤 외부의 군사행동을 피하고 있는 북한의 사례가 겹치며 이런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이란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협상에 나선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핵을 갖지 않은 상태가 생존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가 국제사회에 각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불안은 동아시아에서 특히 민감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국의 핵전력 증강, 미국의 다중 전선 부담 확대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재배치됐다는 보도는 단순한 군사자산 이동 이상의 의미를 띤다. 채텀하우스는 이를 미국이 여러 전선을 동시에 감당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신호로 해석했다. 동맹국의 시각에선 유사시 미국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공백을 결국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실제로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부터 파트너들을 완전히 보호하지 못한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동아시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고 유럽의 안보 분담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미국이 더는 과거처럼 자동 개입하는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경우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의 제한된 핵전력에 더 의존하거나, 각국 차원에서 독자적 억지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개별 지역의 안보 불안이 아니라, 중동에서 시작된 충격이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연쇄 확산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란이 실제 핵무장으로 기울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응 압박이 커질 수 있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역시 ‘미국 없는 억지’를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핵확산은 특정 지역의 일탈이 아니라, 국제 비확산 체제 자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연쇄 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다만 채텀하우스는 핵무장이 결코 손쉬운 해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핵개발은 강도 높은 국제 제재와 금융망 차단, 외교적 고립, 개발 과정에서의 선제 타격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비용 선택이라는 것이다. 핵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을 보유하는 과정 자체가 국가를 더 위험한 국면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동맹국들이 실제로 보호받고 있다는 신호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군사 배치와 연합훈련, 공식적 방위 공약 재확인 등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오는 4~5월 예정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비확산 원칙을 분명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 표적을 공격할 당시 이스라엘군은 테헤란에 있는 우주연구센터와 방공 시스템 제조 시설을 대대적으로 타격했다. 군사용 위성 개발과 정찰 등에 활용되는 곳이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전황을 바꾸는 군사 인프라였다. 진짜 전쟁은 국토가 아닌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도 지각 변동 중이다. 전차나 전투기 같은 개별 플랫폼만 파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를 우주의 센서 및 통신망에 연결해 적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수주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 글로벌 방산 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우주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략 폭격기 B-2를 만드는 미국 노스롭그루먼은 2018년에 우주 발사체 및 위성 역량을 가진 오비탈 ATK를 인수해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에 집중 투자했다. 미국 정부가 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골든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최근 노스롭그루먼의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록히드마틴도 2024년 소형 위성 제조업체 테란 오비탈을 인수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인수해 기업 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886조원)의 공룡이 됐다. 유럽의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탈레스도 각자의 우주 사업을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겠다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럽도 분산된 우주산업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보고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주 산업에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통신·감시·요격이 결합된 현대전 체계는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체계종합 역량, 후속 군수 지원 능력까지 요구한다. 방산 기업의 전략적 합병이 중요해진 이유다. 시장 독과점은 경계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선 승산이 적다. 수출만이 살길인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한국 방산기업은 여전히 각자도생 중이다. 디펜스뉴스의 지난해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는 세계 22위였다. 현재 ‘K방산’은 각국에서 수주를 이어 가고 있지만 우주산업에 투자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입하며 협력을 강화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한화가 갖춘 우주산업 핵심 부품과 밸류체인 전반의 강점과 KAI가 비교우위를 누리는 항공 플랫폼과 체계종합 역량이 시너지를 보인다면, 한국 방산·우주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과 매킨지는 세계 우주 경제 규모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에는 1조8000억 달러로 3배가량 뛴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우주항공청 예산은 9649억원으로 38조원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비교하기도 힘들다. 국력의 차이가 있다면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민간 주도의 새 우주산업 질서에 대응하면서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묶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국가대표’ 기업을 키워야 한다. 한화와 KAI가 발사체, 위성, 항공 플랫폼, 체계종합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시 대응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첨단전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제도 개선, 민간 수요 확대, 스타트업 육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과 맞물려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양사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경남·전남·제주를 결합하는 ‘우주산업 벨트’가 구축돼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경주 산업부장
  •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진보 표방 국내 660개 시민단체“美의 이란 침공은 국가 테러” 규정이란의 까다로운 현실 평가 있었나전제 군주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자국민 수만명 학살과 타국 침략다른 한편의 문제에 눈감은 비판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영원한 평화, 그 너머 실현 위해보다 정직한 양눈의 현실을 봐야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의 정밀타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한 주권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 겁니다.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미국의 침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명백한 국가 테러리즘입니다.” 지난 3월 1일 조국혁신당에서 발표한 논평의 한 문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격하자 그것을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은 선전 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전쟁 행위다. 그것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의 여지는 충분하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초정밀 스마트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고한 인명 피해도 이미 발생한 상태. 이란이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의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쟁의 여파가 국민의 생활에 와닿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도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요청한 상태다. 비닐봉지의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때아닌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24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진보 세력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전쟁은 나쁘다.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벌어졌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이 원론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헌장을 근거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목은 더욱 의아하다. 이란 역시 유엔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보다 깊고 진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전쟁은 모든 이의 고민거리다. 철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누엘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의 유럽은 격동의 시대였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왕의 목을 자른 나라’ 프랑스에 맞서 주변의 왕국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이른바 ‘프랑스 혁명 전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시기, 수많은 철학자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울리엄 펜, 아베 드 생피에르, 장 자크 루소 등이 평화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칸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바젤 평화 조약 직후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집필·발표했다. 1795년의 일이었다. 칸트의 목표는 원대했다. 다른 철학자들은 그저 지역적인 평화, 일시적인 평화를 얻는 방법을 고민했을 뿐이라고 봤다. 반면 칸트는 단지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지나지 않는 평화라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평화 조약만이 진정한 평화 조약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평화에 대한 칸트의 짧은 논문이 ‘영구’ 평화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유다. ‘영구평화론’은 6개의 예비 조항과 3개의 확정 조항 그리고 두 개의 추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보증하는 방법, 두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이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실제 평화 조약을 연상케 한다. 현실의 불완전한 평화 조약을 패러디한 것이다. 흔히 딱딱하고 근엄한 철학자로만 여겨지는 칸트의 재기발랄한 글쓰기 전략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예비 조항 6개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쟁의 여지를 남기는 조약은 평화 조약으로 여기지 말 것. (2) 어떤 국가도 타국의 소유로 전락시키지 말 것. (3) 상비군을 조만간 완전히 폐기할 것. (4) 대외 분쟁을 위한 국채 발행을 금지할 것. (5) 타국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하지 말 것. (6)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암살, 독살, 항복 조약 파기, 적국의 반역 선동 등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 것. 일단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이 예비 조항에 가입하고 실천한다면, 이제 그 위에 세 가지의 확정 조항이 도입되고 영원한 평화가 현실화된다. 첫째,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정이어야 한다. 둘째,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실로 완전한 평화 기획이다. 일단 문명 국가들이 모두 시민적 공화정으로 탈바꿈한 후 국제 연방 체제를 형성해 상호 간의 전쟁을 막고, 18세기 현재 미개척 상태이거나 식민지인 나라들도 우호적인 세계 시민법으로 포용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칸트의 시야는 단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전쟁 종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대를 종식하고 주권 국가를 수립해 전 세계가 시민 공화정의 연맹을 이루는 꿈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주의적인 기획인가? 물론 그렇다. 비현실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다. 칸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영원한 평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의 갈등을 겪는 인류는 언젠가 국가 간에도 공법적이고 합법적인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보다 나은 체제를 스스로 건설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해 왔다. 예비 조항 중 특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6번 항목의 경우마저 그렇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독가스를 뿌렸다. 2차 세계대전은 적국의 도시를 융단폭격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심지어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참상까지 이어졌다. 인류는 스스로의 모습에 넌더리를 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1949년 제네바 협약을 통해 설령 전쟁을 치르는 중이어도 부상자와 병자를 보호하며 전쟁 포로마저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하는 협약을 마련하고 총 197개국이 가입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비록 느리지만 천천히 칸트의 이상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칸트의 꿈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꼭 실현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제 군주나 그 외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군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지만 실제로는 율법학자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 정규군도 아닌 혁명수비대가 무력을 독점하며 걸프 국가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1월 중순 자국민 수만 명을 학살한 것 역시 혁명수비대의 소행이다. 칸트가 비판하고 있는, 시민 공화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18세기적 ‘상비군’인 셈이다. 외국이 어떤 나라의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아닌 채로 남아서 시민의 주권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비군을 유지하며 주변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 역시 영원한 평화로 향한 여정의 걸림돌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한쪽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의 문제에 애써 눈을 감는 모습을 보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원한 평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더 정직한 현실주의적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전쟁, 인간의 자연 상태인가 극복의 대상인가

    인간은 늘 전쟁을 해 왔다. 그것을 ‘자연 상태’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제도적으로 극복하고 폐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봐야 할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는 바로 그 논점을 둘러싼 지적 대결의 산물이다. 모든 정치적 논의의 시작에는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전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제거해야 할 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정치 공동체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전쟁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보며,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적 덕성이 함양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한 시각은 ‘리바이어던’의 저자 토머스 홉스로 이어진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규정한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권리를 포기하고 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바이어던, 국가를 초월한 상위의 법은 없다. 세계는 영원히 전쟁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모든 철학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법’을 쓴 네덜란드의 법학자·철학자인 휘호 흐로티위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쟁의 발발 조건과 수행 방식에 규범적 제한을 도입했다. 전쟁, 더 나아가 싸움이라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현상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일단 전쟁을 법적 질서 내에 포섭하고자 한 것이다. 칸트의 영구평화론 역시 조약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 흐름의 산물이다.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는 칸트적 평화 구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우드로 윌슨이 제창한 국제연맹,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합은 칸트의 ‘국가 연합’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물론 인류는 아직 완전한 평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꿈을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재미는 ‘버디’ 건강은 ‘이글’… 고양 파크골프 ‘화합의 굿샷’

    재미는 ‘버디’ 건강은 ‘이글’… 고양 파크골프 ‘화합의 굿샷’

    市 동호인 530명 출전… 4명 홀인원남자부 박상규·여자부 유한심 우승클럽·공·쌀·막걸리 등 경품도 풍성김성수 사장 “여가문화 확산 계기” 시니어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2026 고양시 액티브 시니어 파크골프 대회’가 26일 덕양구 관산동 공릉천 파크골프장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서울신문사와 고양시체육회가 공동 주최하고 고양시파크골프협회가 공동 주관했다. 고양시 파크골프 동호인 530명이 출전해 남녀 개인전 18홀 스트로크 방식(대한파크골프협회 규칙 적용)으로 기량을 겨뤘다. 첫날 1~3그룹, 둘째 날 4~6그룹 경기가 진행됐으며 모든 경기가 마무리된 뒤 순위 집계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 종료 후 참가자들을 위한 행운권 추첨이 진행돼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파크골프 클럽과 공, 고양쌀, 고양막걸리 등 지역 기업과 단체가 협찬한 경품이 다수 제공되면서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드는 생활체육 행사’라는 의미를 더했다. 시상식에서는 남녀 개인전 1~8위 16명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총 1000만원 이상의 상금과 트로피(1~3위)가 수여됐다. 남자부에서는 박상규씨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앞세워 A코스 28타, B코스 30타 합계 58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 상금 200만원을 거머쥐었다. 오수문·정영훈씨는 나란히 59타를 쳤지만 코스별 성적에 따라 오씨가 2위가 됐다. 여자부에서는 유한심씨가 59타로 정상에 올랐고 정지민씨와 홍석호씨가 나란히 60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간 모두 4명이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김성수 서울신문 사장은 “이틀 동안 안전하고 질서 있게 경기를 마무리해 주신 모든 참가자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대회가 고양시 시니어 생활체육 활성화와 건강한 여가문화 확산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범 고양시파크골프협회 회장은 “많은 동호인들의 참여 속에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첫 대회를 마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공정하고 체계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고양시 파크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등 향후 전국 규모 대회 유치를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협회 임원과 심판, 운영요원 등을 포함해 600여명이 참여하는 등 고양시 생활체육 행사 중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체계적인 경기 운영과 다양한 편의 제공, 개막 공연, 행운권 추첨 등 부대 행사가 어우러지며 시민 화합과 재미, 건강 증진을 함께 이루는 생활체육 축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 것… 시인의 전부인 걸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지는 것… 시인의 전부인 걸

    인류 지탱하는 인류 밖의 ‘그것’우리가 세상을 복속시켰단 오만정치는 ‘인간의 나라’ 탈출하는 것새와 산과 강은 그저 거기 있을 뿐세상 향한 사랑, 영원하단 믿음은지쳐도 포기 말자는 시인의 외침 시인(詩人)이 별건가. 세상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그러다 세상과 사랑에 빠지는 게 전부다. 그러다 보면 시가 시인에게 온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78)의 새 시집 ‘그날의 초록빛’은 우리에게 단순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새와 산과 강은 그저 ‘거기에’ 있다. 그들에게는 아무 이유가 없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날아와 앉은/ 뽕나무 실가지 끝에/ 이슬 몇개가 달려 있다/ 그것은, 그렇다! 바로 저것이다!/ 저 가지는 올해 여기서 저기까지 길어져갔다/ 놀랍다!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그것이 위대하다/ ‘그것’이 인류를 지탱한다”(‘이슬과 새의 무게와 그 시적인 순간에 대한 필연적 관계 설명’ 부분) 시인은 ‘그것’이 인류를 지탱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나’와 ‘너’가 아닌 어떤 것이다. 우리, 즉 인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다. 실로 그렇다. 세상에 관한 지식을 쌓은 인류는 제멋대로 거기에 체계를 부여했다. 그리고 최상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위치시켰다.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세상의 모든 ‘그것’을 자기의 발밑에 복속시켰다. 시인의 말대로 ‘그것’이 인류를 지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오만’이 영원히 이어질 수 없음을, 우리는 일상에서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온전하기 싫어/ 온존은 질색이야/ 나는 나를 죽이는 관료적인 인격을 쌓기 싫어/ 해탈하지 않을 거야/ 나의 정치는/ 인간의 나라에서/ 나가고 싶어/ 이러다가 나도 불필요한 인간으로/ 지구에서, 죽이면서 죽을 것 같아/ 정말로/ 나의/ 시는/ 날마다 이렇게 시를 이기지 못한/ 난투극이야”(‘시적인 순간에서 사적인 순간으로’ 부분) 돌려서 말하기에는 사태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걸까. 문명을 비판하는 시인의 문장은 꽤 직설적이다. 김용택의 ‘정치’는 ‘인간의 나라’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인간이 집요하게 쌓아 올려왔던 걸 거부하는 일이다. “지구에서, 죽이면서 죽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시인의 진단은 평이하지만 적실하다.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정치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의로움에 시달려라 희망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질서의 균열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시작되어/ 간격을 넓혀간다/ 그 틈에서 찾은 내장은 예전과 다른 물질일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의 뜻대로 된 것은 없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진입했다/ 피 흘리는 전쟁은 끝났다 전쟁을 시켜놓고/ 오른발 왼발 까딱거리며 유튜브나 검색할 것인가”(‘시를 읽는 시간’ 부분) “그때나 지금이나 시의 뜻대로 된 것은 없다”고 토로한 것처럼 시는 무력하다. 싸우지 말자고, 평화를 사랑하자고 그리도 오래 노래해 왔건만 세상은 시의 뜻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포착이 그 앞에 나온다. ‘질서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유일한 가치의 척도였던 세계에 금이 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한다. 내가 사는 곳이 나는 좋다. 그 세상 속에 네가 있다. 허구를 두려워하라. 인류가 사랑해왔던 세상보다 더 많은 세상을 너는 사랑하라. 세상을 향한 사랑만이 흥망성쇠를 모른다. 여한이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여한이 없는 사랑은 있다. 그 사랑은 끝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되살아나 자신을 지배한다.”(‘조용하게, 강으로, 그러다 흐르라’ 부분) 세상을 향한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믿음. 돌이켜 보면 적대와 전쟁만큼 사랑과 평화도 있었다. 사랑 역시 세상을 움직여 온 힘이다. 조금 지칠 순 있어도 포기하지 말자고 노(老)시인은 제안한다. 이 외침은 얼마나 많은 이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시인의 말엔 이렇게 적었다. “시? 시는 착오들의 율동, 저 별이/ 여기 이 별로 오는 그 무수한 수, 그러니까/ 어디에서 쉬고 있는 나비와 바람과 사랑의/ 서사(敍事),/ 그것은 신비로운 약속!”
  • “한미 관계, 동맹 원칙 중요… AI 시대 대미 투자·인재 양성 나서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한미 관계, 동맹 원칙 중요… AI 시대 대미 투자·인재 양성 나서야” [김미경의 다른 시선]

    미국 중간선거는 결국 경제가 좌우트럼프 ‘유가 못 잡으면 패배’ 알아이란과 어느 선에서 타협 가능성도한미 관계, 힘들어도 동맹 역할 해야자주국방, 북한 핵 대응 전략이 핵심전략적 다변화·전략적 자율성 필요김정은, 쉽게 협상 테이블 안 나올 것관세 따른 대미 투자 긍정적 측면도 AI 협력·수출 통해 기업 실적 좋아져인적자원부 만들어 AI 인재 키워야“트럼프 정부가 예측 불가하고 요구 사항이 많아지고 있지만 한미 관계는 기본적으로 동맹이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은 ‘안미경중’을 보다 세분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미 투자 및 인력 양성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신기욱(66)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태연구센터 넥스트아시아폴리시랩 소장은 지난 17일 서울신문 광화문 사옥에서 한 단독인터뷰에서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2기와 한미 관계, 북미 관계, 미중 관계 등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내놨다. 아태연구센터 한국포럼 참석차 방한한 신 소장은 지난 20년간 아태연구센터 소장을 지내는 등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힘써 온 국제관계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이어 이란 전쟁이 발발했다. 복잡한 글로벌 정세 속 갈등이 커지는데.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왔다. 언론 등에서 ‘신냉전’ 얘기를 하는데 냉전 시대에는 적군과 아군의 구도가 명백했는데 지금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냉전은 나름의 질서가 있어 한국도 고민이 적었다. 트럼프의 정책 특히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신고립주의 얘기를 하는데 지금 트럼프의 행동을 보면 모순이 있다. 분명한 국제질서가 없고 글로벌 리더십도 없는 상태에서 신냉전이 아니라 각자도생이다. 오히려 시진핑이나 푸틴, 모디 등이 권위주의적이지만 리더십을 더 보인다. 이런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아 한국 같은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는 돈로주의(신고립주의)라더니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축출했고 이란을 공격했는데. “마가의 원칙은 소위 신고립주의인데 현 상황은 상당히 상충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때 후세인을 죽였고 지상군까지 들어갔으니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차이는, 이라크 전쟁 때는 9·11테러라는 명분이 있었다. 부시가 혼자 들어간 게 아니라 유엔을 통했고 한국 등 국제사회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거 없이 협상하다 갑자기 그냥 때려 버렸다. 또 동맹이나 국제사회 지원을 받고 시작한 게 아니라 일단 해 놓고 ‘너네 안 도와주면 나중에 두고 볼 거다’라는 식이다. 이라크전 때 레짐 체인지에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이란의 위험 제거, 권위주의적 지도자 축출 정도로 선을 그은 거 같다. 문제는 이게 미국 마음대로 되느냐 하는 것인데 대안 세력 없이 아들로 승계돼 트럼프도 고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에게 넘어간 면도 있어 보인다. 이란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생기는 건 안타깝다.” -이란 전쟁에 관세 전쟁까지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1월 미 중간선거 전망은. “미 중간선거는 원래 여당이 불리하다. 지금 추세로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부시는 9·11테러로 미국민이 분노할 때 이라크전을 일으켜 인기가 올라갔다. 보통 전쟁을 하면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지금은 원래도 지지율이 낮고 명분도 약하다. 중간선거는 전쟁도 전쟁이지만 경제가 좌우한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등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트럼프가 러시아 제재 해제 등 여러 방법을 쓰는 것이다. 결국 유가를 못 잡으면 선거에서 진다는 것을 아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유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전쟁이 아주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할 것이다. 물론 전면전 상태는 멈춰도 전쟁 후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 전쟁으로 주한미군 자산 차출에 호르무즈 함정 파병 요청도 있다. 트럼프 2기 한미동맹은. “일이 꼬이거나 힘들면 결국 원칙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는데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잘못하면 임기응변이 될 수가 있다. 동맹 문제는 고민하더라도 원칙적인 선에서 하는 게 맞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시 지지층을 잃으면서도 원칙대로 하지 않았나.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문제를 많이 얘기한다. 이럴 경우 한국은 더 곤혹스러울 수 있다. 동북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파장이 훨씬 크다. 중국을 상대해야 하고 북한이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여기저기 눈치 보면 굉장히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칙대로 가는 게 맞고 동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대미 의존도가 높으니 유럽 등과 상황이 다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속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등 자주국방을 강조하는데. “트럼프와 마가들은 한국, 일본 등이 잘살게 됐으니 국방을 더 감당해야 하고 미군은 좀더 유연성 있게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이 ‘우리 힘으로 다 하겠다’라는 거라면 위험하다. 자주국방이 정말 제대로 되려면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핵심이다. 미군도 다 내보내고 ‘그냥 우리끼리 알아서 하겠다’가 아니라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살아갈 건지가 자주국방의 핵심이 돼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전략적 다변화’나 ‘전략적 자율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전작권을 가져오고 그런 거보다 한국이 어떻게 전략을 갖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란 전쟁은 북한에도 메시지를 줬을 텐데 북미 관계, 남북 관계 향방은. “부시가 말한 ‘악의 축’이 이라크, 이란, 북한인데 이제 북한만 남은 셈이니 김정은이 신경 쓰일 것이다. 북한이 경제적으론 중국과, 군사적으론 러시아와 밀착해 레버리지를 강화했고 핵·미사일 증강에 러우 전쟁 참전으로 테스트도 많이 했다. 자신감이 커져 쉽게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 같지 않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는 레토릭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보는 거 같다. 트럼프 1기 때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은 미국보다 문재인 정부를 더 비난했다. 신뢰를 잃은 만큼 이재명 정부에 쉽게 응대하지 않을 것 같다. 북미 관계는 트럼프가 재선됐을 때 다시 만나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트럼프가 지금 현안이 너무 많아 바쁘다. 관세도, 전쟁도 본인이 다 하니 1기 때처럼 북한에 신경 쓸 만한 여력이 없어 보인다. 북한도 빨리 안 하려고 할 것이나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게 트럼프가 제일 값이 크다고 하면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반반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은 폭파하면서 북한과는 핵을 용인하는 듯한 협상에 나선다면 모순적이고 명분이 없다.” -이란 전쟁 여파로 미중 정상회담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미중 관계 전망은. “트럼프가 중국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희토류 문제도 있고 쉽지 않다. 게다가 전쟁 등으로 너무 바쁘다. 일각에서 트럼피즘을 ‘적과는 잘 지내고 친구들은 때려서 뭔가 얻어내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트럼프가 시진핑, 푸틴과는 잘 지내면서 만만한 한국, 일본, 유럽에는 관세도, 방위비도 더 내라고 한다. 미중 간에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어떻게 하지 않는 한 한동안 큰일은 없을 것 같다. 호르무즈 함정 파병에 중국도 언급한 건 원칙보다 ‘너네도 지나가는데 협조하라’는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적 접근이다.” -이 대통령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취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그렇게 언급해 다소 놀랐는데 이 대통령에 대한 미측의 ‘친중파 의심’을 의식한 발언 아니었나 싶다. 안미경중은 끝난 거라지만 경제가 안보화하니 이를 더 세분화해야 하지 않나 싶다. 안보는 어차피 미국과 가는 거고 경제에서도 안보와 관계된 건 미국과 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모두 안보 관련은 아니니 관광, 소비재, 제조업 등은 중국과 같이 갈 수 있으니 더 세분화하면 된다. 하이테크 쪽은 미중 간 디커플링이 되지만 제조업은 공급망이 얽혀 있어 분리가 어려울 거다.”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트럼프의 관세 때리기는 이어지는데. “트럼프 2기에 관세를 완전히 돌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만약 중간선거에서 지면 힘이 빠질 것이다. 한국은 인내심을 갖고 원칙을 천명하며 시간을 버는 게 낫다.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중국이 반도체 등에서 많이 따라왔는데 미국의 대중 견제로 한국이 시간을 버는 측면이 있다. 특히 AI 관련 한미 협력과 수출 덕에 삼성, 하이닉스 등의 실적이 좋다.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는 자연스럽고 필요하다. 손해 보는 게 아니다. 트럼프 정책으로 한국이 반도체, 방산 등에서 이득을 본다. 삼성, SK, 현대차 등이 잘나가니 한국이 버티는 거다. 실용외교 차원에서 냉철하게 봐야 한다.” -AI 시대를 맞아 인재 육성 및 쟁탈전이 거세다. 한국에 제언한다면. “한국 학생들이 공대에 안 가고 의대로 몰려간다니 안타깝다. 서울대 교수 수십 명이 해외로 떠났다는 뉴스에도 놀랐다. 2023년 아시아의 떠오르는 도전을 연구하는 랩을 만들어 처음 펴낸 책이 일본, 호주, 중국, 인도가 어떤 인재 전략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느냐에 관한 것이다. AI도 결국 인재 문제다. 한국은 인구학적 위기가 심각해 인력풀이 줄어든다. 학생들이 의대가 아니라 공대에 가야 삼성, SK, 현대차 등이 유지될 텐데 그게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이민 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미국과 유럽이 겪은 이민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인적자원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신기욱 소장은 누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을 지낸 정치사회학자. 2001년 한국학 프로그램을, 2024년 대만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장을 맡고 있다. 민주주의, 민족주의, 이민, 국제관계 등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왔다. ‘하나의 동맹, 두 개의 시각’, ‘북한의 수수께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등 20여권의 책을 썼다. 2023년 넥스트아시아폴리시랩을 설립해 인재 개발, 민족주의·인종차별, 미·아시아 관계, 민주주의 위기와 개혁 등 아시아의 떠오르는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 도전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때 물밑 조력도 했다. 트럼프 1기 때에 이어 지난해 7월 한국이 대북 정책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김미경 논설위원
  • 종묘, 7월 유네스코 ‘부산 세계유산위’ 얼굴 됐다

    종묘, 7월 유네스코 ‘부산 세계유산위’ 얼굴 됐다

    1995년 한국 문화유산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가 오는 7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얼굴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부산에서 진행될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상징(엠블)을 25일 공개했다. 세계유산위원회 엠블럼은 종묘 정전의 기와지붕 형태와 색채를 소재 삼아 제작됐다. 좌우로 장엄하게 펼쳐진 종묘 고유의 지붕 곡선을 통해 서울 도심 속에서 600여년간 이어온 조선 왕실의 의례적 질서, 전통 건축 등 국가유산 보존의 의의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엠블럼을 통해 연결과 평화, 협력이라는 세 개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종묘 정전의 신실이 대를 이어 무한히 확장된 것에서 착안해 세계유산의 보호를 통한 세대 간 연결을 표현했다. 또한 조상과 자손의 평안을 기원하던 공간으로서 종묘의 의미를 담아 갈등을 극복하고 국제적 평화를 실현하는 협약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위원회를 계기로 한 지붕 아래 세계인을 모아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 “전쟁? 모르겠고 비키니 입을래”… 美 봄방학 해변 인터뷰 발칵 [핫이슈]

    “전쟁? 모르겠고 비키니 입을래”… 美 봄방학 해변 인터뷰 발칵 [핫이슈]

    미국 플로리다의 봄방학 해변이 이번엔 황당한 거리 인터뷰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겉으로는 웃긴 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총격과 패닉, 음주 소동으로 몸살을 앓아온 미국식 파티 문화가 어디까지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화면에 더 가깝다. 현지에서는 한때 청춘의 해방구로 불리던 파티 해변이 이제는 통제와 단속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프로그램 ‘제시 와터스 프라임타임’이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해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하며 일부 젊은 관광객들의 답변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에 등장한 젊은이들은 미국의 최근 대외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한 여성은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이라크와 전쟁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다른 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를 가리키는 표현조차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묻는 질문에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베네수엘라를 두고는 스페인에 있는지 되묻는 장면도 나왔다. 더 눈길을 끈 건 이들이 털어놓은 휴가 계획이었다. 한 여성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음에 어떤 비키니를 입을지”를 꼽았다. 다른 참가자는 “해변에서 태닝하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번 봄방학 목표를 술 마시기, 가능한 많은 이성과 어울리기, 매일 새로운 사람과 스킨십하기 같은 말로 설명했다. 일부 발언은 더 노골적이었다. 한 남성은 이란에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비키니 차림 여성들을 전장으로 보내 적들을 혼란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변에서 본 장면이라며 과도한 음주와 노출, 일탈 행위, 마약성 물질 복용 이야기를 꺼낸 이들도 있었다. 카메라가 포착한 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시사 질문엔 말문이 막히고, 관심은 해변 패션과 태닝, 밤마다 이어질 술자리에 쏠린 분위기 자체였다. ◆ 웃고 넘기기 어려운 봄방학 해변의 민낯 이번 인터뷰가 더 묵직하게 읽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폭력과 소란, 과음이 반복되면서 해변 도시들이 이미 강경 단속에 들어간 상황에서 카메라가 그 단속의 배경이 된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파나마시티비치는 봄방학 기간 해변 내 주류 소지와 음주를 금지하고 일부 해변 구간을 야간에 폐쇄했다. 데이토나비치도 총격과 패닉 사태 이후 청소년 통행 제한과 대규모 단속에 들어갔다. 이번 포트로더데일 인터뷰는 그래서 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왜 현지 당국이 해변을 사실상 통제구역처럼 다루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반응도 차가웠다. 이들은 국제 뉴스엔 무관심했다. 대신 술과 파티, 가벼운 만남만 휴가의 목표처럼 밝혔다. “웃기기보다 씁쓸하다”는 반응이 이어진 이유다. 일부 응답자들이 학교 이름까지 밝힌 상태에서 이런 답변을 내놓으면서 조롱도 더 커졌다. 문제는 무지 자체보다 현실 감각까지 흐려진 듯 보였다는 점이었다. 전쟁 중 해변 장면이 뉴스가 된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도 전쟁 와중에 바다를 찾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장면은 전쟁 속에서도 일상을 붙들려는 사람들의 역설을 보여줬다. 이번 플로리다 해변은 결이 달랐다. 전쟁을 견디는 풍경이 아니라, 치안 불안이 커지는 와중에도 파티 소비만 남은 풍경에 더 가까웠다. ◆ ‘파티 천국’에서 ‘통제 해변’으로 한때 미국 대학생들에게 봄방학 해변은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올해 플로리다 곳곳에서 드러난 장면은 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카메라 앞에서 나온 무지와 과음, 일탈 발언은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준을 넘어섰다. 봄방학 문화가 어디까지 과열됐는지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결국 이번 인터뷰 파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시사를 모른다”는 비아냥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때 낭만과 해방으로 소비되던 미국의 봄방학 해변이 이제는 경찰력과 통제 없이는 버티기 힘든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광 특수의 상징이던 파티 해변은 이제 치안 불안과 질서 붕괴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 됐다.
  • “협상하자더니 암살 함정?”…이란이 못 믿는 트럼프의 손짓 [핫이슈]

    “협상하자더니 암살 함정?”…이란이 못 믿는 트럼프의 손짓 [핫이슈]

    미국이 이란에 종전 구상을 전달하며 협상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진짜 대화가 아닌 ‘함정’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강한 협상”과 “큰 선물”을 거론하며 진전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란은 공개적으로 협상설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15개 항의 종전 구상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관련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미국은 이 구상안에 핵 프로그램 해체, 대리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요구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미사일, 호르무즈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 전후 질서를 다시 짜려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비핵 분야, 특히 에너지와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매우 큰 선물”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협상 진전론과 달리 전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습, 미사일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당국자들과 아랍권 인사들을 인용해 이란이 휴전과 대면 협상 시도를 전략적 함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이 접촉 과정에서 암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현 체제 안에서 드물게 협상 창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추가 타격을 미루겠다고 한 조치 역시 국제유가를 낮춘 뒤 군사행동을 재개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는 의심도 뒤따랐다. 이런 경계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BBC는 같은 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열린 외교의 문이 아직 “아주 작은 틈” 수준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본격 협상보다 제한적인 예비 접촉 단계에 가깝다는 의미다. 로이터도 이란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같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접촉만 인정할 뿐 직접 협상은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종전 보장과 재공격 금지, 전쟁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 관련 요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은 거부하고 있다. ◆ “협상 중”이라는데…정작 전쟁 목표는 아직 미완 미국이 협상론을 키우는 배경에는 전쟁을 더 끌고 가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전쟁 목표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미완 상태라고 짚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력에 큰 타격을 입힌 건 사실이지만,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핵심 농축 우라늄 비축분도 손에 쥔 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지만, 행정부는 이를 공식 전쟁 목표로 못 박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 카드를 흔들면서도 군사 압박은 늦추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이미 중동에 배치한 병력 외에 추가 병력 전개도 준비 중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원하더라도 이란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협상을 말하면서도 언제든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일 수 있는 판을 함께 깔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이 동의할 경우 자국이 회담 개최국이 되겠다고 공개 제안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이 제안이 곧바로 돌파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행동 이후 협상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고 보고 있고, 미국은 핵·미사일·호르무즈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 압박하려 해 양측 간극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 휴전 신호는 커졌지만, 진짜 종전은 아직 멀다 지금의 외교는 종전 직전 국면이라기보다 서로 요구를 높인 채 기 싸움을 벌이는 탐색전에 가깝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강조하며 시장과 유가를 달래려 하지만, 이란은 이를 시간 벌기용 전술로 의심한다. 로이터는 종전 구상 보도 뒤 국제유가 상승 폭이 일부 줄었다고 짚었고,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닷새 유예 시한 이후를 새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협상 카드를 내미느냐보다, 그 카드를 이란이 믿느냐에 있다. 지금으로선 “강한 협상”이라는 백악관의 자신감보다 “또 다른 함정일 수 있다”는 이란의 경계심이 더 크게 읽힌다. 이번 종전론이 기대감보다 불신을 먼저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열린세상] 성역화된 그린벨트 재설계해야

    [열린세상] 성역화된 그린벨트 재설계해야

    봄철이면 전국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 일기예보에서 ‘전국적인 황사 영향과 봄비 소식’을 알리는 것은 우리의 좁은 국토 현실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이 좁은 땅에 5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 최상위권의 인구밀도이다. 게다가 전체 국토의 70%가 산림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가용지는 더욱 제한적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서울 전체 면적의 26%가 북한산을 비롯한 산림이며 12%는 하천이 차지한다. 도로, 철도, 공원, 학교 등 필수 기반 시설을 제외하면 실제 거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줄어든다. 비슷한 1000만 인구인 도쿄와 비교해도 서울의 가용지 면적은 절반 수준에 머문다. 한정된 땅에 수요가 지속되니 부동산과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여기에 있다. 1971년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 확장을 억제하고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과 수도권, 광역도시의 외곽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은 어느 정도 억제되었고, 수도권의 녹지 보전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과 여러 정부를 거치며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춘 그린벨트 해제는 중심 도시와의 연결성 부족을 가져왔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에 발맞춰 한정된 국토 자원의 활용을 고민해야 함에도 환경 보전 정책이라는 담론에 둘러싸여 그린벨트는 성역화되고 금기시돼 왔다. 반세기 전의 그린벨트 정책을 재고찰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국토 계획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다. 그린벨트 정책의 본래 목적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국토 및 도시 구조와 2026년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었으며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도시 환경과 주거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1~3기 신도시 건설로 도시 경계의 의미는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기술 발전으로 저탄소 건축과 친환경 도시 조성이 가능해지면서 ‘개발=환경 파괴’라는 등식도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따라서 효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한 부분적이고 합리적인 그린벨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해제’ 혹은 ‘보전’의 이분법을 넘어 세밀한 지역별 가치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은 엄격히 보호하되, 이미 훼손된 구역이나 경작 포기로 방치되고 가설 건축물로 덮여 녹지 기능을 잃은 그린벨트를 재정비해 도시 미관을 향상시키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선제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수도권 그린벨트에 한해서만이라도 토지비축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나무와 숲이 우거져 보전 가치가 높은 녹지는 철저히 보전해야겠지만, 훼손되거나 방치된 토지는 적절한 보상을 거쳐 공공 토지로 환원해야 한다. 보상 후 새롭게 정비할 구역에는 아파트 위주의 고밀도 개발을 지양하고 저층·저밀도의 자연친화적인 주택을 공급해 주거의 다양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공의 목적과 미래 수요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 주거와 요양 시설을 확충하고, 시민들의 여가 공간 및 스타트업 단지 등 미래 산업용지를 조성해 후손들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 국토 계획의 상징이었고 환경 정책의 핵심 축이기도 했다. 하지만 좁은 국토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이루려면 삶의 질과 환경의 조화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방치되고 있는 국토 자원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최광숙 칼럼] ‘승자 독식’ 민주당식 민주주의와 헌재의 운명

    [최광숙 칼럼] ‘승자 독식’ 민주당식 민주주의와 헌재의 운명

    지난 주말 BTS가 서울 광화문에서 4년 만의 ‘완전체 컴백’ 공연을 펼쳤다. 국악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한국적인 무대도 좋았지만 리허설 도중 발목을 다쳐 의자에 앉은 리더 RM 주위에서 펼쳐진 군무는 더 감동적이었다. BTS가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기억될 만한 무대를 선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정치권은 요즘 우리 사회를 퇴행시키는 법 제정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여당은 ‘사법 3법’으로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길로 가고 있다. 야당은 견제 역할은커녕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여야 모두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한 지독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국가 권력이 어느 한 곳에도 집중되지 않는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에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집권당을 고리로 입법과 행정이 융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 일방 주도의 입법과 행정의 결합은 없었다. 여기에 사법 3법으로 사법부까지 장악해 국가 권력을 하나로 모으는 ‘과업(?)’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바야흐로 ‘승자독식 시대’의 문이 열렸다. 승자독식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법 3법 등으로 생긴 사법체계 균열에 권력이 스며들 여지가 커지면서 집권세력 및 특권층만 좋을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죄를 저질렀어도 수사·기소·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판검사, 경찰을 법왜곡죄로 걸 수 있다. 대법관 증원에 따라 여권 인사에게는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헌재에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으로 죄지은 권력자들은 한 번 더 재판받으려 할 것이다. 사법 3법을 동원할 경우 무협지에 나오는 ‘만독불침’(萬毒不侵·어떠한 독에도 당하지 않는다) 경지에 이르러 마침내 어떠한 벌도 피해 갈 수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결국 철회했지만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은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소원 검토는 예고편일 뿐이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제11조 2항)”고 했지만, ‘유권무죄’(有權無罪)의 사회적 특수계급이 나오면 이 헌법 조항마저 형해화될 것이다. 재판소원제는 권력자에게는 무죄 판결이라는 막판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이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소송 비용과 확정 판결 지연으로 ‘소송지옥’에 빠지게 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라는 문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법 적용의 이중잣대 문제는 두고두고 걸림돌로 남게 될 것이다. 누구나 사법 3법을 통해 자신의 구제를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돈 많은 파렴치한 범죄자 또는 권력자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민적인 사법적 정의는 무너질 공산이 크다. 이것이 민주당식 민주주의이고 법치주의인가. 사법 3법의 위헌 논란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는 기관은 헌법재판소다. 사실상 4심제 도입으로 우리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된 만큼 승자독식 시대 헌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헌재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재판관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다 보니 여권의 뜻이 반영될 여지가 많다. 대법관과 달리 국회 동의도 필요 없어 ‘코드 인사’도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누가 임명했는가에 따라 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이 헌재 결정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다시피 한다. 헌법상 대법원과 헌재는 대등한 관계지만 재판소원제 시행으로 헌재가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됐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덥석 재판소원을 받아 위상이 강화됐는지 몰라도 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국민 불신만 키울 것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권력에 취해 무작정 밀고 나가는 민주당과 헌재에 하고 싶은 말이다.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이 결국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것을 우리는 동서고금 역사를 통해 무수히 목격했다. 최광숙 대기자
  • 굳게 닫힌 금고 앞, 욕망의 문 열리다

    굳게 닫힌 금고 앞, 욕망의 문 열리다

    신구에게 영감받아 10년 만에 신작밀폐된 공간서 펼쳐진 탐욕의 민낯세대를 넘나들며 대사 치는 앙상블피식 웃음 끝엔 묵직한 여운도 매력 “북벽장춘이라고 했다. …가파른 돌 절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북벽이었고 그 위에 오른 자가 모든 걸 가져갔다. 북벽에 오르면 아래 세상이 훤히 보였고 구름도 발아래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지. …헌데 이상하지. 봄바람이 그곳에서 불어온다네. …북벽에 오른 자가 봄을 베푸니 …북벽에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네.” 맹인이 고결한 청담을 늘어놓은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은행 금고가 놓인 어느 건물의 지하 공간이다. 자정이 되면 전원이 모두 꺼지며 금고를 보호하는 창살의 센서도 작동을 멈춘다. 그러면 금고에 다가가 문을 열 수 있다. 그는 이 금고를 열기 위해 이곳에 있다. 밀수, 건달, 교수, 은행원은 다들 이날 처음 만났다. 각자의 ‘목적’을 가진 이들이 모인 지하 공간은 거대한 ‘심리적 북벽’이다. 장진 감독이 ‘꽃의 비밀’(2015)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연극 ‘불란서 금고’는 그가 가장 잘 다루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소동극’ 형식으로 인간의 탐욕을 해부한다. 특유의 빠른 리듬에 재치 있는 대사가 이어진다. 그 흐름 속에는 서로 믿지 못하는 균열, 그런데도 협력해야 하는 모순, 그 사이사이 배치된 코믹한 상황과 대사가 어우러지면서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맹인이 읊조린 ‘북벽 장춘’이 단순히 우화가 아니라 이들의 욕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는 걸 깨닫는 순간을 만난다. 배역 이름으로 에둘러 드러낸 욕망은 금고 앞에서 표출되고 충돌한다. 장진 감독은 원로배우 신구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희곡을 썼다고 했다. 큰 움직임 없이 세상을 관조하며, 어쩌면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맹인은 올해 아흔이 된 배우의 무게감으로 더없이 잘 표현된다. 개막 전 제작발표회에서 신구는 “몸이 마음만큼 움직여주지 않아 힘들다”면서 “대사를 외우는 일도 쉽지 않다. 외웠다고 생각한 것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린다”고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도 살아 있고 숨을 쉬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한다”고 했던 그는 완벽하게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신구와 함께 맹인 역을 맡은 성지루와 장영남·정영주(밀수 역), 장현성·김한결(교수), 최영준·주종혁(건달), 김슬기·금새록(은행원), 조달환·안두호(그리고…)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빈틈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앙상블은 밀폐된 공간을 역동적인 심리전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연극 무대에 처음 선다는 금새록은 맹하면서 엉뚱한 행동을 보여주다 적절한 순간에 찰지게 받아치며 흐름을 쫀쫀하게 만들어낸다. 희한한 조합, 엉뚱한 상황, 피식 삐져나오는 웃음 끝에 남기는 묵직한 여운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장 연출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마지막 맹인의 대사, “그러니 북벽에서 봄이 오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 일인가. 북벽이 봄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순리에 맞는 일인가”라는 말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가장 좋아하는 대사라고 했다. 장 연출은 “욕망은 좋은 것도 있지만 헛된 욕망, 욕심일 수도 있다. 그 욕심은 질서와 규칙을 파괴하면서 순리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이걸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 계속 수정 중이다. 어쩌면 이 대사가 내겐 약간의 반성이기도 하다”고 고백하듯 말했다. 연극 ‘불란서 금고’는 오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놀(NOL) 서경스퀘어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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