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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두고두고 이 봄길

    [길섶에서] 두고두고 이 봄길

    세수도 하지 않고 양말도 신지 않고 시골집 대문을 나섰다. 아버지가 모른 척 따라 오셨다. 작정 없이 아침내 들길을 걸었다. 아버지와 언제 이렇게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었던가. 둑방에 깔린 애기똥풀 노란꽃을 그냥 따 보고, 밑거름 뿌려진 배나무 밭을 발이 빠지면서 건너고, 묵은 빈집이 밭이 된 자리를 돌아 걷고, 노래 잘 불렀던 순덕 아주머니 산소를 지나고, 밤이면 흰꽃이 빛을 낸다는 야광나무 아래 처음 서 보고. 흰꽃을 한아름 꺾어 달라고 나는 아이 때처럼 떼를 쓸 뻔했다. 걷다 보니 아버지 등뒤를 내가 따라 걸었다. 종이처럼 얇아진 아버지 발자국들을 나는 몰래 주워 담았다. 무슨 맛도 없고 무슨 색깔도 없고 아무 이야기도 아닌 봄길. 세상 어떤 일은 아무 까닭 없이도 하고 싶어진다. 까닭이 없이 아버지와 걷고 싶었다. 도꼬마리, 도깨비바늘이 내 바짓자락을 붙들고 따라 왔다. 몰래 주워 온 아버지 발자국들과 함께 서랍에 넣어 두었다. 하나씩 꺼내 가만히 들여다 봐야지. 봄이 더디 올 때, 봄의 생애가 짧아 서러울 때, 떠난 사람들 안부가 하도 궁금해질 먼 봄날에. 황수정 논설실장
  • 뭉쳐! 강서 어린이

    서울 강서구는 3일 방화근린공원에서 ‘제13회 강서어린이 동화축제’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반짝반짝 동화 속 캐릭터 친구들과 상상의 나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며 동화 코스프레 퍼레이드, 동화 캐릭터 체험, 공연과 놀이 등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들로 꾸며졌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동화 퍼레이드에서는 8개 구립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어린이집 등 주민 3000여명이 ‘모아나’, ‘알라딘과 요술램프’, ‘빨간모자’ 등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퍼레이드는 오전 10시 서울디지털콘텐츠고(구 강서공고)를 출발해 방화역을 지나 방화근린공원까지 1시간가량 이어지며 깜짝 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오전 11시 방화근린공원 메인 무대에서는 개그맨 김주철의 재치 있는 사회로 개막식이 진행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체험마당(즐기GO) ▲놀이마당(놀GO) ▲공연마당(보GO) ▲먹거리마당(먹GO)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진행된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올해는 더 흥미로운 내용으로 찾아온 만큼 가족과 함께 오셔서 동화 같은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람이 먼저다… 농구보다 더”[스포츠 라운지]

    “사람이 먼저다… 농구보다 더”[스포츠 라운지]

    1997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WKBL)는 오랫동안 여성 사령탑 불모지였다. 2024~25시즌 여성 감독 1호 우승의 역사를 쓴 박정은 부산 BNK 감독까지 역대 3명에 불과했다. 시즌은 모두 엇갈렸다. ‘레알 신한’ 시대의 주역 중 한 명인 최윤아(40)는 그래도, 8년 전 선수 유니폼을 벗으며 “6개 구단 중 다수가 여성 감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천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고 WKBL 역대 4번째 여성 감독이 된 최윤아는 이제 박정은 감독과 함께 여성 사령탑 지략 대결 시대를 열어젖힌다. ●“다른 분야 통해 성숙해야 운동 잘해” 아무도 없는 새벽 훈련장에서 혼자 슈팅을 연습했던 열정부터 동료들을 휘어잡던 긍정의 에너지까지. 최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최윤아는 코트 위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처음 선수단과 만났을 때 새 도전을 향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제가 힘을 받았다”며 “선수들에게 ‘나보다 우리를 위한 마음으로 함께 싸워보자’는 첫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최윤아는 ‘선수’를 넘어 ‘성숙한 사람’으로 제자들을 성장시키는 지도자를 꿈꾼다. 그는 “코치 때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야 농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면서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농구 외 다른 분야를 간접적으로 접하며 얻는 동기 부여 또한 중요하다.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때론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봐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3월 20일 신한은행에 정식 부임하면서 WKBL 사상 처음 선수 시절 몸담았던 팀의 사령탑이 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최윤아는 2004년부터 신한은행에서만 14년 동안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신한은행이 2011~12시즌까지 6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레알 신한’으로 불렸을 때 주축 가드가 바로 그였다. 그가 은퇴했던 2017년 이전엔 여성 사령탑이 드물었다. 정식 감독은 1번, 감독 대행이 두 번 있었을 뿐이다. 신한은행, 부산 BNK, 국가대표팀 등에서 8년간 코치 경험을 쌓은 최윤아는 “잘한다는 걸 보여주면 여성 감독의 숫자가 많아질 거라는 생각에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며 “박정은 감독님이 우승하면서 희망이 더 커졌다. 공을 이어가면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 성장 시급” 처음부터 신한은행 사령탑에 내정됐던 건 아니다. 최종 후보 면접에서 자신만의 농구 철학으로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윤아가 선수단에 제시한 방향성은 ‘모범’과 ‘끈기’다. 그는 “친정팀 감독을 노린다고 오해받을 수 있어 현장을 찾는 행동도 자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올해 초 면접 제안이 왔다. 그 자리에서 ‘근성’을 강조한 게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프로는 아마추어뿐 아니라 팬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선수들이 존경받을 수 있도록 악착같은 팀을 만들겠다”면서 “신한은행이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같은 팀이 되길 바란다”고 눈을 반짝였다. 당면 과제는 선수단 재건이다. 신인왕 홍유순(20)을 비롯해 이두나(21), 허유정(20) 등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올해 초 잠시 강원대 감독을 맡아 20대 초반 선수들과 교감했던 경험이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시크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은 최윤아는 “강원대에선 10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자세로 선수들에게 계속 다가갔다. 제가 상사니까 그들이 불편한 일(농구) 얘기보단 사적인 대화로 긴장을 풀었다”고 돌아봤다. 새 시즌엔 ‘레알 신한’을 함께 이끈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 정선민 부천 하나은행 코치와 적으로 맞붙는다. 최윤아는 “(하)은주 언니까지 해설위원을 맡아 재밌는 구도가 생겼다.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 개인 대 개인으론 뛰어넘을 순 없다”면서도 “팀으로 만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수단에 한껏 불어넣을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새 역사 꿈꾼다” 새 역사에 대한 꿈은 늘 동기 부여가 된다. 그가 신한은행을 이끌고 리그 정상에 오르면 한 팀에서 선수, 사령탑으로 모두 우승한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해외 진출했던 ‘여자농구의 기둥’ 박지수(청주 KB)가 1년 만에 국내 복귀하면서 지난 시즌 5위에 그친 신한은행의 앞길은 더 험난해졌다. “모든 팀의 전력이 강하다”며 한숨을 쉰 최윤아는 “그렇다고 우리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신지현, 최이샘을 중심축으로 기초를 다지며 작은 목표부터 차례로 이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눈부신 오월 햇살처럼… 동심에 추억을 새기다

    눈부신 오월 햇살처럼… 동심에 추억을 새기다

    어린이날 연휴와 가정의 달을 맞아 테마파크, 리조트 등 여행업계가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알고 가면 더욱 실속 있는 연휴를 보낼 수 있다. # 에버랜드, 직관 못지않은 프로야구 중계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오는 5월 3~6일 야외 정원 포시즌스가든에서 ‘베이스볼 위크’ 이벤트를 진행한다. 프로야구 경기를 초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하는 행사다. 길이 24m, 높이 11m의 대형 스크린과 최신 서라운드 음향 장비를 통해 현장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다. 3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전, 4일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전, 5일 삼성과 한화 전, 6일 LG 트윈스와 두산 전이 생중계될 예정이다. 포시즌스가든 옆 홀랜드빌리지에선 ‘유러피언 비어 마켓’이 열린다. 시원한 유럽 맥주와 함께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다. 3일 대구 경기에선 ‘판다 할부지’ 강철원 주키퍼가 특별 시구자로 나선다. 1일 재개장하는 캐리비안베이도 파도풀, 메가스톰 등 야외 물놀이 시설을 차례로 개방할 예정이다. 특히 어린이날 연휴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제공한다. # 롯데월드, 포켓몬과 함께 탐험의 세계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도 어린이날을 포함한 가정의 달 이벤트를 진행한다. 특히 5월 25일까지 진행하는 ‘포켓몬 월드 어드벤처’가 눈에 띈다. 세계적 캐릭터인 ‘포켓몬’과 협업한 콘텐츠로 고객들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돼 스프링캠프를 탐험하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주말과 공휴일엔 어드벤처 1층에서 하루 3회 ‘레츠 고! 포켓몬 스프링캠프’가 열린다. 8마리의 피카츄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아쿠아리움은 ‘보노보노’와 협업한 이색 콘텐츠를 마련했고, 서울스카이는 신규 플라워 체험형 공간 ‘블루밍 유니버스: 빅플라워’를 선보인다. # 서울랜드, 불꽃놀이· 어린이 파티 ‘텐션 업’ 경기 과천 서울랜드는 5월 3~6일 ‘올데이! 올나잇! 어린이날 파티’를 진행한다. 관객과 서울랜드 캐릭터, 뮤지션이 함께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 싱! 캐릭터 뮤직 파티’, 어린이에게 꽃반지를 나눠 주는 ‘플라워즈 업! 로드쇼’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저녁에는 어린이날 특집 불꽃놀이와 키즈 나이트 미러볼 파티가 펼쳐진다. # 가평선 어린왕자·피노키오 동화 속으로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 & 이탈리아마을은 오는 6월 29일까지 ‘제13회 유럽동화나라축제: 피노키오와 어린왕자의 세계로의 여행’을 연다. 행사 기간 파크 전역이 동화 속 공간으로 꾸며진다. 프랑스 테마의 쁘띠프랑스에서는 ‘어린왕자 이야기관’ 전시, 어린왕자 의상 체험 등으로 동화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 테마의 피노키오와 다빈치 마을에서는 베네치아의 가면 전시, 피노키오 의상 체험, 다빈치 다리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5월 18일엔 이탈리아 문화원과 함께 유럽 거리예술단 ‘코메타 서커스’를 초청해 단 하루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 저글링과 아크로바틱 등이 어우러져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과 유머를 전한다. # 리솜리조트 ‘쇼의 향연’ … 다양한 체험 존도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사업장별로 다양한 가족 중심 이벤트를 진행한다. 5월 3~6일 리솜리조트 전 사업장에선 각 지역의 플리마켓과 연계한 체험존, 마켓존, 푸드트럭 등을 운영한다. 어린이날에도 버블쇼, 코믹마술 풍선쇼, 홀로그램쇼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충북 제천의 포레스트 리솜과 레스트리는 매주 토요일마다 ‘숲속 가족 운동회’를 연다. 어버이날(8일)과 스승의날(15일)엔 카네이션 수제 캔들과 쿠키 만들기 클래스를, 해브나인 스파 곳곳에선 보물찾기와 OX퀴즈를 연다. 커플 요가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충남 덕산의 스플라스 리솜은 체크인 시간에 대기 고객을 대상으로 룰렛 돌리기, 미니 게임 등을 진행해 워터파크 이용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미니카 게임존, 피자 만들기, 키즈 요가 프로그램 등도 진행한다. 충남 태안의 아일랜드 리솜은 4일 ‘오징어게임 가족운동회’를 열고 우승팀에게 선물을 준다. 꽃지해변 모래조각 대회, 어린이 보물찾기 등도 마련됐다. # 켄싱턴·하이원 등 서도 가족 놀거리 풍성 켄싱턴호텔앤리조트도 지역별 특색을 담은 ‘패밀리 여행’ 기획전을 5월 31일까지 선보인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지점별 인기 콘텐츠 또는 인근 관광지 혜택 등을 담았다. 강원 평창과 설악 등 켄싱턴호텔 4곳, 전북 지리산 남원 등 켄싱턴리조트 8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패키지 구성과 투숙 기간은 영업장별로 다르다. 누리집 참조.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는 5월 5일까지 마술과 풍선 퍼포먼스를 결합한 ‘키즈 원더랜드’ 공연, 하이원 아티스트 버스킹 공연을 매일 연다. 같은 기간 그랜드호텔에서도 ‘하이원 시그니처 미디어’ 공연이 매일 2차례 진행된다. 아울러 ‘야생화 카트투어’와 ‘알파인코스터’, ‘구름아래 동물농장’ 등 하이원의 대표 놀거리들도 5월에 대거 오픈한다.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는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곤지암 루지 360’을 새로 선보인다. 길이 1.9㎞의 광폭 루지 트랙을 무동력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어트랙션이다. 화담숲 입장권, 놀이키트 등을 주는 ‘패밀리 플레이데이’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 5월 가정의달, 춘천 레고랜드로 오세요

    강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5월 가정의달을 맞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레고랜드는 오는 3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6주간 레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페스티벌 기간 게이밍 존, 뮤직 존, 댄스 존, 크리에이티브 존, 칠 아웃 존 등 총 5개의 테마존이 운영된다. 게이밍 존에서는 2만 1000여개의 브릭을 75시간 작업해 만든 포트나이트 캐릭터 ‘커들 팀 리더’를 만날 수 있다. 뮤직 존에서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나만의 레고 뮤직 플레이트를 제작할 수 있다. 댄스 존에서는 춤 실력을 뽐낼 수 있고, DJ 굿 바이브의 댄스파티도 열린다. 크리에이티브 존에서는 레고 조립 체험을 할 수 있고, 칠 아웃 존은 레고 꽃으로 꾸며진 휴식 공간이다. 레고랜드는 개장 3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행사도 연다. 5일부터 31일까지 주민등록증 기준 생년월일에 숫자 ‘3’이 포함된 방문객은 입장료를 30% 할인받는다. 4~5일에는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 운영한다. 야간 시간에는 서치라이트와 레이저 조명이 빛을 밝히고, 화려한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 투명인간 대리운전 기사…일상의 길 위 거친 언어들, 우리는 어디에 있나…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투명인간 대리운전 기사…일상의 길 위 거친 언어들, 우리는 어디에 있나…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세상에 ‘투명 인간’은 있다. 밤마다 취한 이를 태우고 적막한 도로를 누비는 ‘대리기사’는 투명 인간이 실존한다는 증거다. 영혼, 자의식 같은 건 대리기사에게 필요치 않다. 핸들을 쥘 손과 액셀을 밟을 발만 있으면 된다. 작가 이동욱(48)의 첫 장편소설 ‘핸들’은 어느 대리운전기사의 기록이다. 술에 취해 뒷좌석에 앉은 이들이 도로 위에서 내뱉은 거친 언어의 총합이다. “타인의 차를 대신 운전하면서 나는 자신을 지우는 법을 가장 먼저 배웠다.”(16쪽) 주인공은 대리운전기사다. 그가 누구인지 유추할 소설 속 단서는 그리 많지 않다. 아내가 병원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일까. 주인공은 자신 안에 있는 모든 ‘나’를 지운 채 운전에만 몰두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별로 없다. 안전운전을 위한 수칙 그리고 어떤 ‘콜’을 잡아야 같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을지와 같은 ‘팁’ 정도다. 팁이란 무엇일까. 주인공은 운전하면서 손님에게 팁을 받기도 한다. 정해진 요금이 아닌 돈이다. 받아도 되는 걸까. 주인공은 팁을 받은 대리운전기사와 팁을 준 손님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다.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그 사이는 얼마나 먼가. “기다린다.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행위를 마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나는 두 사람이 된다.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림을 끝마칠 사람. 기다리며 나는 그 사람이 되어 본다. 그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99쪽) 때때로 대리기사는 기다리는 직업이다. 좋은 콜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콜을 잡은 뒤에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 손님에게는 손님의 사정이 있겠지만 대리기사가 그걸 알 도리는 없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대리기사에게 시간은 더더욱 돈이다. 대기가 길어질수록 애써 비워 냈던 대리기사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다른 것이 떠오른다. 그에게는 ‘대기비’ 명목으로 알선 업체로부터 얼마간의 돈이 지급된다. 소설에서는 10분당 3000원이라고 한다.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주인공은 그저 50분을 기다리고 1만 5000원을 받았다고만 밝힌다. 더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운전은 다시 시작되고, 대리기사는 몸의 껍데기만 남았다. “우리는 각자가 어두운 우주. 진공상태를 떠도는 행성. 오직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받는다.”(81쪽) 간결하다 못해 거의 파편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문장이 짧다. 그러나 문장들은 마치 시(詩)처럼 솟구친다. 작가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문체를 유지한다. 중언부언이 없어서 좋다. 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와 낙차도 상당하다. 지금 소설을 읽는 것인지 시를 읽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이어도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무사히 다음 문장으로, 다음 페이지로 안착할 수만 있다면 멋진 도약은 언제나 문학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이동욱은 소설도 쓰고 시도 쓴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지난 2월엔 시집 ‘우리의 파안’(문학동네)을 펴내기도 했다. 끊임없이 남의 차를 타는 게 대리기사의 운명이다. 하지만 어느 날엔 ‘나의 차’였던 것을 만나기도 한다. 소설 끝에서 주인공은 2009년형 쉐보레 라세티를 만난다. 아내와 함께 ‘미스틱’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주인공의 첫 차다. 중고로 팔았던 자신의 차를 대리기사가 돼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일까. 다분히 소설적인 상황이다. 익숙한 감각으로 액셀을 밟는다. 미스틱은 마치 주인을 오래 그리워한 강아지처럼 기다렸다는 듯 화답한다. 짧은 재회 이후 주인공은 곧바로 콜을 잡는다. 잡자마자 손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기사님 지금 어디 계세요?”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 ‘법의 이름’으로 불의와 타협한 사법부의 실체

    ‘법의 이름’으로 불의와 타협한 사법부의 실체

    나치·아파르트헤이트까지 정당화정부 권위에 복종했던 ‘법치 파괴’합법 속 자유·권리 침해 판결 조명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 결정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 이목이 쏠렸다. 과거 법원이 군사정권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거나 고문으로 얻어 낸 허위자백을 증거로 인정하는 등 정권의 의중을 뒷받침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한스 페터 그라베르 노르웨이 오슬로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부가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고 많은 권한을 부여하지만 현실 속 사법부와 판사는 대개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나치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 정권은 물론 자유주의 사회인 미국과 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정권의 억압을 정당화하고 타협하는 사법부의 행태를 비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의 구금 명령을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영국 상원의 결정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 대법원의 강제 불임수술 정당화 판결 등을 거론한다. 이 판결들은 모두 형식상 합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판결이었다. 판사들이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정부에 동조하는 이유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위해 권위주의 정부를 지지하거나 직업 경력과 승진을 위해 정권에 협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판사는 본질적으로 법의 권위에 복종하는 존재이기에 권위주의 정권이 만든 실정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판사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억압에 동조한 판사들을 처벌한 사례는 별로 없다. 저자는 “판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난 정권의 악행과 억압에 가담한 책임을 묻는 법정에 서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도 나치 독일에 동조한 책임을 물어 형사 처벌을 받은 판사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대부분 법무부에서 정책 수립과 법 집행에 직접 관여한 공무원들이었다. 다행히 양심에 따라 억압에 저항하고 정의를 추구한 판사들도 있었다. 나치 독일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안락사 프로그램에 항의한 로타 크라이지히 판사, 나치 점령군에게 저항하며 집단 사임한 노르웨이 대법관들, 인종차별적인 법 적용을 거부한 벨기에 법원 등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판사 개개인이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자신의 판단이 미칠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다. 법률가들은 흔히 사람을 추상적 법적 범주에 맞춰 인식하도록 훈련받는데 이는 인간적인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자신의 판결이 낳을 반인권적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들은 판사들이 자신의 판결이 당사자에게 줄 인간적 고통과 사회에 일으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재량권을 행사한다면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 [책꽂이]

    [책꽂이]

    외과의사의 루페(장항석 지음, 기술과가치) 국내 갑상선암 치료 분야 명의이자 ‘판데믹 히스토리’, ‘외과의사 비긴즈’ 등 다수의 책을 쓴 저자가 자신의 삶의 철학을 에세이로 전한다. 힘들고 버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저자는 실제로 겪어 보고 마주친 여러 상황을 날카롭게 때로는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희망과 용기를 준다. 챕터마다 외과의사의 섬세함은 물론 지식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돋보인다. 262쪽, 1만 8000원.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시릴 시아마·마리 델바르 지음, 김소연 옮김, 더퀘스트) 인상파의 고향, 프랑스 지베르니인상파미술관에서 직접 엄선한 어린이와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150점의 명화를 선보인다.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등 인상파 거장들이 부드러운 붓 터치와 따뜻한 색감으로 담아낸 아이들과 풍경을 통해 삶의 온기와 일상의 기쁨을 전한다. 초고화질 도판과 전문 큐레이터들의 깊이 있는 해설도 함께 볼 수 있다. 304쪽, 3만 3000원. 전투의 심리학(데이브 그로스먼·로렌 크리스텐슨 지음, 박수민 옮김, 열린책들) 전투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해 맹렬하게 공격성을 나타내는 사건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20년간 미 육군에서 복무한 예비역 중령과 30년간 경찰 및 군에 헌신한 두 베테랑이 전투에 대해 깊게 파고든다.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군인, 경찰이 경험한 수백건의 실제 전투 사례와 문헌 연구를 통해 체계화시킨 전투에 관한 대백과사전이자 전사 과학의 정수로 꼽힌다. 624쪽, 2만 6000원. RNA의 역사(토머스 R 체크 지음, 김아림 옮김, 세종서적) 1989년 RNA의 촉매 작용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RNA의 과학적 발견부터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mRNA 백신, 생명의 샘이라 알려진 텔로미어를 활용한 노화 연구 등 혁신적인 생명공학 기술까지 아우른다. 21세기의 생명과학이 RNA를 중심으로 어떻게 새롭게 쓰이는지 탐구하며 RNA의 복잡한 작용 원리를 전축, 스파게티 등 친숙한 사물에 비유해 이해를 돕는다. 388쪽, 2만 3000원.
  • ‘한센인 주거 개선’ 9개 부처·66개 지자체 설득한 ‘인권 열정맨’[공직人스타]

    ‘한센인 주거 개선’ 9개 부처·66개 지자체 설득한 ‘인권 열정맨’[공직人스타]

    “한센인들은 과거 정부의 격리 정책 탓에 어쩔 수 없이 산속으로 쫓겨나 무허가 집을 짓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배경은 외면한 채 규정만 들이대면,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조정은 인공지능(AI)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한센 열정맨’으로 불리는 이재성(53·4급)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서기관은 1일 서울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명 ‘문둥병’으로 알려진 한센병은 악성 피부병으로 지금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전염병으로 취급되면서 환자들이 온갖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1961년 정부의 강제 격리 정책이 폐지된 뒤에도 일부 한센인들은 외딴 정착촌에서 열악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서기관이 이들의 현실과 처음 마주한 때는 2020년 3월이었다. 경주 희망농원에 거주하던 한센인들이 권익위를 찾아와 “정착촌 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폐축사와 주택이 뒤섞여 있었고, 인근 강에는 오수가 흘렀다”며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모두 외면한 그 민원을 저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쁜 관련 부처들과 지자체를 쫓아다니며 설득해야 했다. 야근과 출장, 때로는 사비까지 들여 가며 현장을 다닌 결과 그해 10월 첫 조정이 성사됐다. 그는 “희망농원 이사장이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20년 공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오랜 시간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만큼 해결할 과제도 많았다. 이 서기관은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실태조사에 참여해 ‘한센인 권익 보호 및 정착촌 환경·복지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9개 중앙부처와 66개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조율한 결과 한센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개선과 정착촌 지원사업 확대, 지방세 감면 등이 이뤄졌다. 한국한센총연합회는 2022년 이 서기관에게 대한민국 한센대상(인권 부문)을 수여했다. 그에게 왜 이토록 집요하게 뛰었는지 물었다. “소외된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쳐요. 국가가 이런 일 하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닌가요.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을 맺었다.
  • 정기선 “美 조선 재건 협력” 김동관 “美해군 전략적 수요에 대응”

    정기선 “美 조선 재건 협력” 김동관 “美해군 전략적 수요에 대응”

    펠란 장관 방명록에 “브라보 줄루”“K조선 협력땐 美함정 최고 성능”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에 승선수리중인 7함대 유콘함도 둘러봐 국내 조선업계 라이벌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에게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미국 투자 등을 강조하며 세일즈를 펼쳤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기조와 한미 협력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펠란 장관은 지난달 30일 울산 조선소에서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에 승선했고 연말 진수를 앞둔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다산정약용함’도 둘러봤다. 통합 디지털 관제센터에서는 스마트 조선소와 디지털 전환(DT) 성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HD현대 측이 전했다. 펠란 장관은 “이처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미 해군 함정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한국과 미국은 혈맹으로 맺어진 친구이자 최고의 동맹국”이라며 “최고의 기술력과 선박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펠란 장관은 이날 방명록에 미 해군에서 ‘잘했어, 수고했어’를 뜻하는 ‘브라보 줄루’(Bravo Zulu)라고 썼다. 펠란 장관은 이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김 부회장과 조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펠란 장관은 한화오션이 MRO 작업 중인 미 해군 7함대 급유함인 ‘유콘함’을 살펴보고 잠수함 건조 구역 등 주요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펠란 장관은 선박 블록 조립 자동화 공정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한화오션 방명록에도 ‘브라보 줄루’라는 표현과 함께 ‘굉장한 조선소’라고 적었다. 그는 “미 해군과 한국 해양 산업과의 관계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굳건히 받쳐주는 초석”이라며 “동맹 관계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미 해군의 전략적 수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조 체계를 완비했다”며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미 해군 MRO 사업도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미국 내 여러 조선소를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 檢, ‘검색 순위 임의 조정 혐의’ 쿠팡 기소

    檢, ‘검색 순위 임의 조정 혐의’ 쿠팡 기소

    쿠팡이 자회사를 통해 생산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의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으로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상혁)는 쿠팡과 PB 상품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김범석 이사회 의장 등 쿠팡 경영진은 재판에 넘기진 않았다. 쿠팡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 5만 1300개의 검색 순위를 약 16만 차례에 걸쳐 임의로 지정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조작을 통해 ‘쿠팡랭킹’ 검색 결과에는 직매입 상품이나 PB 상품이 상위에 고정 배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 “지금은 성장 강조할 수밖에 없어…기업이 세제 혜택 선택하게 할 것”

    “지금은 성장 강조할 수밖에 없어…기업이 세제 혜택 선택하게 할 것”

    투자세액과 생산촉진 세제 중 기업 상황 맞춤 길 열어 둘 것아동수당+자립펀드로 1억 검토모두를 위한 복지도 병행 추진 “기존의 투자 세액공제 제도와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중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성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서 기업 지원 정책도 두 갈래로 나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길을 좀 열어 두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 속에 우리의 성장 기반이 다 무너지고 미래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차기 정부는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적극 재정 정책뿐 아니라 산업 정책도 수립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진 본부장은 초기에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를 해 주는 제도를 선호할 수 있지만, 당장은 고전하더라도 나중에 큰 비전이 보일 경우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자동차·반도체 공장을 찾을 때마다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주장했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를 연임하는 기간 정책위의장을 맡아 이 후보와 함께 ‘정책 호흡’을 맞춰 온 진 본부장은 “이 후보가 경제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이전에 지향해 온 가치 노선을 다 포기하고 성장 일변도로 가려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과실과 주어진 기회를 모두 누리는 복지 정책을 동시에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아동 수당 확대와 자립 펀드 도입을 통해 각각 5000만원씩 합쳐 1억원을 지원하는 공약을 내놓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진 본부장은 설명했다. 민주당은 같은 정책을 지난 총선 때 공약한 바 있다. 그간 언급돼 온 각종 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선 “새 정부는 우리나라 조세 체계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왔던 감세 조치들로 인해 ‘무너진 재정 기반을 어떻게 복원할 것이냐’와 ‘앞으로 제기될 재정 지출 소요를 감당하기 위한 세입 기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 분리를 비롯한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 대해선 “당내에서 기재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하는 공감대가 굉장히 높다”면서도 “다만 정부 조직 개편은 결국은 후보의 판단과 결심의 문제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나중에 후보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두 달 정도 공약을 리뷰하고 기존 정부 정책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이번엔 없다 보니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불행 중 다행으로 문재인 정부 때의 경험이 한차례 있기 때문에 취임 초반에 우선 해결할 과제를 잘 추려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 “2심 판례 안 맞아 파기환송 예상” vs “정치적 표현의 자유 고려 안 해”

    “2심 판례 안 맞아 파기환송 예상” vs “정치적 표현의 자유 고려 안 해”

    “대법 선거 국면 개입 결과 낳아”“빨리 대선 전 결론 확정 지어야”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법조계에선 “2심 무죄가 판례에 맞지 않는 것이므로 파기환송이 예상됐다”는 평가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심과 2심 간에 사실관계 변동이 없는데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 부분이 기존 대법원 판례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2심은 피고인 입장을 기준으로 내려진 판단이라 파기환송은 예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2심에서 국토교통부 관련 발언이 주관적 평가라고 판단한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이었다”며 “대법원이 법리적으로 원칙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헌법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2심 판단이 맞다고 본다”며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끼리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고의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한 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의 선택을 위해 후보자들끼리 토론 과정에서 서로 공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실이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고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속도전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신속히 전원합의체 심리를 한 것이 ‘정치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시기를 대선 전으로 잡은 건 선거 국면에 개입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선거법 사건은 빨리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고 쟁점이 간단해 원심을 9일 만에 파기하는 게 이례적이진 않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문유진 법무법인 판심 변호사는 “1심에서 양형에 대한 조사와 심리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대법원이 파기환송이 아닌 파기자판을 했어야 한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 대선 전에는 빠르게 결론을 확정 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민주, 대선 통합 전략 수정 불가피…범보수는 ‘반명 빅텐트’ 불 댕길 듯

    민주, 대선 통합 전략 수정 불가피…범보수는 ‘반명 빅텐트’ 불 댕길 듯

    6·3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일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정국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 후보가 대선 전에 재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같은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사퇴로 ‘반명(반이재명) 빅텐트’의 불이 댕겨지며 대선은 혼전 양상을 띠게 됐다. 지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이 후보는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하는 행보에 집중했다. 사법리스크를 털었다고 판단했던 만큼 ‘1강’를 굳히기 위해 광폭 행보를 해 왔고 보수 진영을 자극하는 발언도 피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이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이 후보를 향한 중도층의 의구심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를 겨냥한 강도 높은 여론전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선 전 이 같은 판단을 서둘러 내린 대법원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 메시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법 84조에 따라 파기환송심 및 재상고심 등은 중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도층을 대상으로 반이재명 민심을 자극하는 공세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반명 빅텐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보수 진영 등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기치 아래 더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로서는 다른 사건들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관련해 오는 13일과 27일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선고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 일정 때문에 유세를 중지해야 하고 때마다 사법리스크 이미지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번 판결이 양당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킬 가능성도 크다. 전날 통합형 선대위가 출범하면서 이미 이 후보에 대한 내부 불만은 잠재워진 상태다.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은 오는 10~11일로 열흘도 안 남은 상황이라 민주당이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등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후보는 중도·보수까지 포괄하는 안정성을 높여서 중도층 유권자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지율 손실은 있겠으나 한 달 동안 그걸 어떻게 잘 유지, 확장하느냐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한덕수 “더 큰 책임 지는 길 가겠다”… 대권 도전 공식화

    한덕수 “더 큰 책임 지는 길 가겠다”… 대권 도전 공식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가겠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사퇴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비롯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선거 관리를 맡은 대통령 대행이 직접 출마에 나선 초유의 상황이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어떠한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 하차한 고위 관료들과는 달리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국민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이날 짙은 보라색 넥타이를 맸는데, 파란색과 빨간색을 합한 보라색은 정치권에서 자주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한 대행은 앞서 이날 오전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철저한 대비 태세를 주문하고 “정부는 대미 협상을 비롯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국가안보 앞에 타협은 없다’는 원칙 아래 차분하고 진지하게 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대행은 퇴임식 대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총리실 간부들과 티타임을 갖고 “여러분의 역량과 진심을 믿고 있는다”는 격려와 함께 국정 운영에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6시쯤 총리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정부서울청사를 나선 한 대행은 거듭 “고맙다, 또 뵙겠다”고 인사하며 관용차를 타고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향했다. 이후 서울 종로구 사저로 옮겼다. 한 대행이 ‘셀프’ 결재한 사직서는 2일 0시부로 수리됐다. 2022년 5월 21일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한 대행은 1077일간 재임하며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다. 총리실 김수혜 공보실장과 신정인 시민사회비서관 등 최측근 인사들도 이날 사표를 내고 한 대행 캠프에 동행한다. 한 대행 캠프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합류했고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도 속속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향해 “노욕”, “먹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국민이 제공한 총리 자리와 차량, 월급, 활동비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과 출마 장사를 하고 심지어 국익과 민생이 걸린 관세 협상까지 말아먹으려 해 온 한 대행이 드디어 노욕의 속셈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 대행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법적 검토를 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 최상목, ‘탄핵 추진’에 사의…한덕수, 즉시 수리

    최상목, ‘탄핵 추진’에 사의…한덕수, 즉시 수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밤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 부총리 탄핵안을 상정하기 약 4분 전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약 20분 뒤 최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 공지를 통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부총리 탄핵안은 지난 3월 21일 민주당 주도로 발의돼 지난달 2일 본회의에 보고됐다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 탄핵소추 사유다. 법사위는 지난달 16일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를 열었지만, 조사결과 보고서는 채택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종료했다.
  • 최상목, 국회 탄핵 직면해 전격 사임…“직무 계속 수행 못해 죄송”

    최상목, 국회 탄핵 직면해 전격 사임…“직무 계속 수행 못해 죄송”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전격 사임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언론사들에 보낸 공지를 통해 “최 부총리가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사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즉각 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부총리 탄핵안 상정을 공식 선언하기 불과 약 4분 전에 단행됐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최 부총리 탄핵안이 상정된 후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던 중 “방금 전 정부로부터 최상목의 면직 통지가 접수됐으므로,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어 투표를 중단하겠다”며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사퇴 당시 최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 중이었으며,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후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빠르게 떠났다. 그는 별도의 메시지를 통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은 지난 3월 21일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뒤 지난달 2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법사위로 넘겨진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이 국회 권한 침해라고 결정했음에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던 최 부총리가 이러한 결정을 무시하고 해당 후보자 임명을 이행하지 않은 점이 탄핵소추의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한편 한 대행이 최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2일 0시부터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한다. 대선 출마로 이날 자정까지만 직무를 수행하는 한 대행의 뒤를 이어, 이 부총리는 오는 6·3 대선까지 약 5주간 국정 운영을 이끌 예정이다.
  • “조정은 AI 아닌 사람이 하는 일”…한센인 삶 바꾼 공무원[공직人스타]

    “조정은 AI 아닌 사람이 하는 일”…한센인 삶 바꾼 공무원[공직人스타]

    “한센인들은 과거 정부의 격리 정책 탓에 어쩔 수 없이 산속으로 쫓겨나 무허가 집을 짓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배경은 외면한 채 규정만 들이대면,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조정은 인공지능(AI)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한센 열정맨’으로 불리는 이재성(사진·53·4급)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서기관은 1일 서울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일명 ‘문둥병’으로 알려진 한센병은 악성 피부병으로 지금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전염병으로 취급되면서 환자들이 온갖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1961년 정부의 강제 격리 정책이 폐지된 뒤에도 일부 한센인들은 외딴 정착촌에서 열악한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서기관이 이들의 현실과 처음 마주한 때는 2020년 3월이었다. 경주 희망농원에 거주하던 한센인들이 권익위를 찾아와 “정착촌 환경을 개선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폐축사와 주택이 뒤섞여 있었고, 인근 강에는 오수가 흘렀다”며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모두 외면한 그 민원을 저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쁜 관련 부처들과 지자체를 쫓아다니며 설득해야 했다. 야근과 출장, 때로는 사비까지 들여 가며 현장을 다닌 결과 그해 10월 첫 조정이 성사됐다. 그는 “희망농원 이사장이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20년 공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오랜 시간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만큼 해결할 과제도 많았다. 이 서기관은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실태조사에 참여해 ‘한센인 권익 보호 및 정착촌 환경·복지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9개 중앙부처와 66개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조율한 결과 한센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개선과 정착촌 지원사업 확대, 지방세 감면 등이 이뤄졌다. 한국한센총연합회는 2022년 이 서기관에게 대한민국 한센대상(인권 부문)을 수여했다. 그에게 왜 이토록 집요하게 뛰었는지 물었다. “소외된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인 것 같아요. 국가가 이런 일 하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닌가요.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을 맺었다.
  • 새만금 신항 운영방식 2일 결정…김관영 지사 “대승적으로 결과 수용해달라”

    새만금 신항 운영방식 2일 결정…김관영 지사 “대승적으로 결과 수용해달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2026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 신항 운영 방식과 관련해 “해양수산부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1일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내일(2일) 해수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중앙심의회)가 새만금 운영 방식을 최종 결정한다”면서 양 지자체장,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에게 해수부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해양수산부 중앙심의회는 오는 2일 회의를 열고 새만금 신항 운영 방식을 결정한다. 군산시는 국가무역항인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통합 관리하는 원포트(One-Port)를, 김제시는 새만금 신항을 신규 항만으로 지정해 군산항과 분리하는 투포트(Two-Port)를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은 새만금의 아픈 역사를 설명하며 “더 이상 새만금을 갈등의 땅으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도민의 간절한 염원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땅, 새로운 도로, 새로운 항만을 지혜롭게 공유하고 현명하게 사용해야 우리 지역의 미래가 열린다”며 “새만금 신항이 무역항으로 지정되면 국제 교역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전북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만금특별자치단체의 조속한 출범을 통해 부안·김제·군산이 함께 발굴한 47건의 공동 사업들도 하루빨리 추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인터뷰]진성준 “지금은 성장 강조할 수밖에 없어…기업이 세제 혜택 선택하게 할 것”

    [인터뷰]진성준 “지금은 성장 강조할 수밖에 없어…기업이 세제 혜택 선택하게 할 것”

    “기업이 기존의 투자세액 공제 제도와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진성준(사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성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서 기업 지원 정책도 두 갈래로 나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길을 좀 열어두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 속에서 우리의 성장 기반이 다 무너지고 미래 준비가 부족했던 만큼 차기 정부는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적극 재정 정책뿐 아니라 산업 정책도 수립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진 본부장은 초기에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시 세액 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선호할 수 있지만, 당장은 고전하더라도 나중에 큰 비전이 보일 경우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자동차, 반도체 공장을 찾을 때마다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주장했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가 당 대표를 연임하는 기간 정책위의장을 맡아 이 후보와 ‘정책 호흡’을 맞춰온 진 본부장은 “이 후보가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이전에 지향해 온 가치 노선을 다 포기하고 성장 일변도로 갈 건 아니다. 성장의 과실과 주어진 기회를 모두 누리는 정책을 동시에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아동수당 확대와 자립펀드 도입을 통해 각각 5000만원씩 합쳐 1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지난 총선 때 공약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진 본부장은 설명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총선 공약으로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현행 만 8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출생 시부터 성인 전(18세)까지 매월 10만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하고 부모도 동일 금액을 입금할 수 있는 우리아이 자립펀드도 도입해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그간 언급돼 온 각종 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선 “새 정부는 우리나라 조세 체계 전반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왔던 감세 조치들로 인해 ‘무너진 재정 기반을 어떻게 복원할 거냐’와 ‘앞으로 제기될 재정 지출 소요를 감당하기 위한 세입 기반을 어떻게 확보할 거냐’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 분리를 비롯한 정부 조직 개편 논의에 대해선 “당에서 기재부를 개편해야 한다고 하는 공감대가 굉장히 높다”면서도 “다만 정부 조직 개편은 결국은 후보의 판단과 결심의 문제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나중에 후보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국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과 관련해선 “두 달 정도 공약을 리뷰하고 기존 정부 정책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이번엔 없다 보니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불행 중 다행으로 문재인 정부 때 경험이 한 차례 있기 때문에 취임 초반에 우선 해야 할 과제를 잘 추려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진 본부장은 주4.5일제 도입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재추진, 정년 연장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줄여가야 한다고 하는 건 다들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 “주 4.5일제 시범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이걸 가속하기 위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서 사회적 동의의 기반을 넓혀가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특히 이 법이 하청 기업 노동자들의 교섭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주는 만큼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지배하고 있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본부장은 정년 연장에 대해선 “당장 공약에 담길 수 있을 거라는 건 무리한 관측이고 법정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것은 당의 방침으로 표명될 것”이라며 “그것을 위한 실행 방안 로드맵은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우리 민주주의를 중대하게 진전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다만 사법 조직을 개편하는 문제를 최우선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우선 과제들을 하고 단계적으로 할지는 전적으로 후보가 판단해야 된다”고 했다. 국방 개혁과 관련해선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군의 모습을 과학기술 정예군으로 만들어 가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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