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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생물학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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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로봇헌장/진경호 논설위원

    ‘그녀’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눈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 육감적인 몸매, 백치를 연상케 하는 표정….(중략)사라의 육감적인 뒷모습도 더이상 자극을 주지 못했다. 언제나 같은 온도, 같은 촉감의 인조피부,…똑같은 톤으로 흘려대는 녹음된 비음 따위…. 로봇인간을 소재로 한 단편집 ‘창작기계’에 실린 작가 이상운씨의 ‘권태증후군’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은 가까운 미래, 한 독신남자가 섹스로봇을 구입한 뒤 겪는 성 체험과 심리적 변화를 그렸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로봇자동화학회에서 ‘로봇 매춘이 인간 매춘부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머지않아 성인용품처럼 섹스로봇(섹스봇)이 대중화할 것’이라는 게 영국 인텔리전트 토이 대표 데이빗 레비의 주장이다. 그는 5년 안에 이 섹스봇이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을 닮은 로봇, 즉 휴머노이드 개발은 일본을 비롯해 각국이 심혈을 쏟아붓는 분야다. 지난해 일본 아이치로봇박람회에 선보인 실리콘 피부의 ‘리플리Q1’은 섹스봇 출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윤리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섹스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은 불행하게도 이미 승부가 끝난 듯하다. 지난해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가 내놓은 로봇윤리 로드맵에서도 이 섹스봇을 규제하는 항목은 배제됐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로봇윤리헌장’도 궤를 같이할 모양이다. 친인간적 로봇문화와 로봇산업 발전의 조화를 추구하는 만큼 이를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전 세계가 앞을 다투는 상황에서 윤리를 내세우는 규제장치는 설 땅이 없는 상황이다. 섹스봇 옹호론자들은 성폭력과 매춘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줄이는 데 섹스봇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은 접어두고라도 성욕 해소를 로봇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의 인권은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 남는다. 진화생물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섹스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섹스봇이 정녕 21세기 인류의 바수밀다(婆須蜜多)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다윈의 대답/피터 싱어 등 지음

    오늘날 다윈주의자들은 우리의 현대사회를 어떻게 설명할까. 답은 ‘다윈의 대답 1∼4권(피터 싱어 등 지음·최정규 등 옮김·이음 펴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는 2009년이면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유명한 ‘종의 기원’ 저서가 발간 150주년이 된다. 1권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는 저명한 생물학자 피터 싱어가 썼다. 역자인 최정규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싱어가 사회생물학적으로 이해된 다윈주의를 토대로 좌파적 사고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싱어는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이며, 이 이기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책적 제안을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한 유치원에서 이뤄진 실험에 따르면, 싱어의 제안은 한계가 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하자 오히려 늦게 데리러 오는 확률이 커졌다. 벌금이 죄책감을 상쇄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본성에 대한 해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과 제도에 따라 내생적으로 변화하는 셈이다. 3권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와 4권 ‘낳은 정과 기른 정은 다른가?’는 인문·사회학자와 과학자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될 만한 이야기이다. 3권은 ‘유리 천장’이 고의적인 남녀 차별장치가 아니라, 인간에게 누적된 성적 차이의 본질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들은 당장 발끈할 만한 진화생물학적 해석이다. 4권은 신데렐라나 콩쥐처럼 의붓부모와 사는 아이들은 친부모보다 훨씬 많은 학대를 받는다는 통계학적 진실을 밝힌다. 캐나다, 미국, 영국은 물론 한국의 사례도 포함된 신데렐라의 진실 앞에서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다르다는 사회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저자들은 제안한다. 각권 94∼145쪽. 전권 2만 8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겁니다”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겁니다”

    “진화는 끝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수명도 끝없이 진화할 것입니다.”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초청으로 31일 한국에 온 조지 마틴(79)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는 진화생물학으로 노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노화연구의 대가다. 마틴 교수는 노화의 원인을 공적인(public) 요인과 개인적(private) 요인으로 분류하고 최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유전인자 등 개인적 요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고, 질병, 살육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짧았을 때는 몰랐던 유전인자들이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새롭게 발현되면서 진화론 측면의 노화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중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좋은 일만 하는 유전자, 젊을 때는 좋은 일을 하다가 중년 이후 나쁜 일을 하는 유전자, 살아가면서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유전자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인간은 유익한 유전자를 선택하거나, 해가 되는 유전자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신체상태를 최적화시켜 가는데 노화현상은 이러한 ‘자연선택’의 힘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유전자들의 성격과 조절인자 등을 알아내면 유전자 경로를 변경함으로써 노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초파리실험 결과를 보면, 노산을 통해 태어난 초파리들로만 번식을 계속했을 때 수명이 한층 연장되었다. 이는 생식성이 강한 유전자만이 선택돼 더 건강한 개체를 낳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아직 포유류 실험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인간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노화연구는 특정한 약이나 식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진화론적 측면에서 노화의 원인을 밝혀내는 기초연구에 치중하는 것이 인류복지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마틴 박사는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조로증의 일종인 워너스 증후군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한 그는 미국노화연구연합, 오라클 사가 출연한 엘리스 재단의 과학담당 책임자 등으로 기초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한국은 100세 노인의 비율에 있어 여성이 이례적으로 높고, 단일인종에 가깝다는 면에서 생태학적 상황이 아주 특이합니다. 노화측면에서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죠.”마틴 박사는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 등의 100세노인 연구결과를 주목하며 공동연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조상 이야기-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도슨 지음

    생물의 진화는 곧 분화의 역사로 인식된다.40억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긴 뒤 끊임없는 분화의 반복 결과 오늘날 하늘의 별보다도 많은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진화과정을 분화가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서술하면 어떨까? 진화생물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슨의 ‘조상 이야기-생명의 기원을 찾아서’(이한음 옮김, 까치)는 이처럼 현재 인류에서부터 시작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파격적 형식으로 쓴 생명 진화사다. 저자는 이같은 책 구성을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에서 빌려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초서의 이야기에선 모든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출발하지만,‘조상 이야기’에선 인류가 길을 떠나면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들과 차례대로 합류한다는 것이다. 이 합류지점을 저자는 ‘랑데부’라고 하며, 인류와 합류하는 순례자 무리의 가장 최근 공통 조상을 ‘공조상’이라고 부른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생물들의 공조상을 찾으려면 몇 번이나 랑데부를 해야할까? 놀라운 것은 고작 40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며, 역시 진화의 길을 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 종들의 하나일 뿐임을 책은 냉정하게 깨우쳐준다.3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러시 도지어 주니어 지음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러시 도지어 주니어 지음

    무리한 지시만 해대는 권위주의적 직장상사, 나를 ‘왕따’시키는 같은 반 아이들, 반성할 줄 모르고 허튼 소리만 지껄여대는 일본인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미워하고 화나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오의 감정이 곪아 몸 밖으로 배출됐을 때, 마치 핵 폭탄이 터지듯 사회질서를 산산 조각내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엄청난 전쟁·테러·대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한다. ●증오는 자신과 타인의 폭력 연결고리 ‘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증오의 과학’(러시 도지어 주니어 지음, 김지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증오심이라는 인간 특유의 감정 속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증오심이 발생하는 인간 감정의 메커니즘을 생물학적·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증오심을 다스리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미국 연방 경제발전기관 운영위원회 의장과 국제연합 금융기술위원회 의장을 지낸 저자 러시 W 도지어 주니어는 “증오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핵무기”라고 말한다. 증오가 폭발하면 예절과 인내는 모두 사라지고, 사람들은 야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집단간에는 끔찍한 전투가 벌어진다고 강조한다. 증오란 감정을 갖기 시작하면서 동정과 연민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포용력은 차단되며, 희생양으로 삼은 상대방의 인간성까지도 말살시켜 버리는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 지난 1950년의 한국전쟁과 2001년 9·11테러 등에서 보듯 21세기 지구 곳곳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한 종교·인종·민족·계급·정치적 대립은 ‘증오의 분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 의식이다. 이에 저자는 ‘증오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경제·사회적 해결책보다는 인간 본성 차원에서 과학적인 해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증오는 인간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 해마 등 인간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에서 만들어지는 원초적인 감정이기에 조절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뇌과학을 중심으로 진화생물학·인류학·고고학 등이 말하는 해답을 찾아나선다. 저자는 무엇보다 증오가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초 신경계의 어두운 힘을 고등 신경계의 통제력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오심 예방·제거 10가지 전략 저자는 증오심을 예방하고 제거할 수 있는 10가지 전략을 제시한다.▲증오의 감정을 구체화하라 ▲타인과 공감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을 발전시켜라 ▲화와 두려움의 원인을 서로 이야기하라 ▲갈등과 화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협상을 시도하라 ▲자신과 타인을 계도하라 ▲효율적인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라 ▲과민반응하지 말고 사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라 ▲억압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 ▲증오의 원천에 대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몰두하는 기회를 모색하라 ▲복수가 아닌 정의를 구하라.1만 8000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최재천 지음

    진화생물학자로 연구와 더불어 대중적 글쓰기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최재천 서울대교수가 ‘초고령화 사회’에 대해 경보발령을 울렸다. 비록 논문이 아닌 ‘잡문’일망정 과학적 논리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가 이번엔 작심한 듯 ‘정색하고’ 공포심을 조장한다.‘일찍이 동양에서는 한(漢)나라 이래, 서양에선 로마제국 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서운 신세계가 바야흐로 펼쳐질 즈음이다.’ 이른바 ‘초고령사회’를 이름이다. 이렇게 심각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책 이름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부제는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다. 생물학자가 왜 고령화 책인가. 그러나 최 교수의 말대로 진화생물학은 역사학이다. 좀더 긴 역사를 다룰 뿐이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직시할 수 있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듯이, 책을 통해 생물학적 발상의 대전환을 도모해 보자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생물학자인 저자의 눈에 인간은 별난 동물이다.35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번식’은 곧 생물의 ‘존재의 이유’였는데,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산아제한을 하며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고 있다. 또 다른 생물에겐 생식능력의 마감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번식기가 지나서도 오랜 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참으로 ‘별난’ 동물인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번식후기(대체로 여성의 완경 이후)가 급속히 길어지는 데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일찍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2005년 현재 어린이 인구가 아직 노인 인구의 두 배가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불과 15년 후인 2020년쯤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보다 많아질 것이다. 노인국이 된다는 얘기다. 또 그때가 되면 노인 부양 부담률이 20%를 넘게 되고,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번식기’와 ‘번식후기’가 각각 50년씩 비슷해지는 인생 100세 시대도 예견할 수 있다. 미국 노인학협회 존 헨드릭스 회장은 한국의 고령화 현상에 대해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혁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 역시 혁명적인 발상을 내놓는다. 먼저 생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지극히 생물다운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고령화를 멈추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번식기에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눈에 인간은 번식후기를 위해 번식기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임금피크제’ 연구의 가치를 발견한다. 보수와 보직을 철저히 분리해 젊은 세대에겐 감투 대신 더 높은 보수와 권한을 주고, 번식후기의 노인들에겐 그에 맞는 일을 맡기되 보수도 낮게 주라고 한다. 또 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라고 제안한다. 출생률 저하뿐만 아니라 결혼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령화 속도를 크게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물론 완벽한 양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발상의 전환은 책의 제목대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것이다. 번식후 50년 시대에 은퇴, 정년의 개념은 추방되어야 한다. 농경시대에 밭을 갈기 어려우면 텃밭을 돌보고, 그마저 힘들면 방에서 새끼를 꼬았듯이 제1, 제2인생 즉 ‘두 인생체제’를 재현하자는 것이다.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트래버스·앵거스· 메이지·오클리 지음

    사자들이 떼지어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들판에서 뛰어놀고, 발 밑에서 부스러지는 흙과 뺨에 부딪치는 바람만을 느끼며 아프리카 대지 위를 달리는 파란눈의 아이들. 문명에 길들여진 시선으로 보기엔 짜릿한 모험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속엔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뚫고 나아가야만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기에, 아프리카에서 살고있는 아이들이 직접 쓴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에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 담겨있다.‘낭만’으로 포장될 수 없는 생생한 자연과, 이 속에서 훌쩍 성장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시선 속에 빛나는 것.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의 법칙 1999년 책을 쓰기 시작할 당시 6∼16세였던 메이지·트래버스·오클리·앵거스(사진 왼쪽부터)는 5년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체험한 일들을 번갈아가며 기록했다.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다 내친김에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이사하기로 결심한 엄마 케이트를 따라나선 아이들은, 오카방고 삼각주에 있는 마운의 새 집에서 아프리카의 생활을 시작한다. 말라리아가 위협하고 오물이 섞인 물이 나오는 ‘이상적’이지 않은 생활 앞에서 처음엔 멈칫대지만 이내 적응해간다. 야생동물이 우글대는 숲으로 소풍길을 나섰다가 코끼리나 사자떼에 놀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자를 연구하는 피터아저씨를 따라 숲속 산타와니 캠프로 이주해, 울타리 없이 바로 야생과 호흡하는 천막 생활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곧바로 피터아저씨의 사자 연구 프로젝트를 돕는다. 책의 장점은 흥미진진한 야생의 생활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점. 아이들은 사자 연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이해가 자연을 보존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숲속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하면 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야생동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서 “관광객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총을 쏴서 맹수를 제압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마치 잘 쓰여진 모험 성장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험담 속에 깊이있는 시선이 번뜩이는 것. 아이들이 썼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인 관찰력과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문장도 한 몫했다. ●가족의 의미 함께 일깨워 새아빠가 된 피터아저씨와 함께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이들의 모습도,‘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에 젖어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족과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듯싶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젊은이,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책이다. 책 뒷부분에는 백과사전이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이들만의 ‘사자 관찰 파일’을 실었다.1만 5000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꼬리꼬리 선 유혹

    암컷 제비를 유혹하는 데 쓰이는 수컷 제비의 꼬리 깃털이 지난 20년간 1㎝ 이상 길어져 “수컷 제비들이 더 섹시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의 피에르 앤드 마리 퀴리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안데르스 파프 묄러 박사팀은 ‘진화생물학’ 학회지에 실은 논문에서 “짧은 기간에 놀랄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학자들은 수컷 제비의 꼬리 깃털이 자라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며 이는 건강상태가 좋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수컷의 꼬리 깃털은 좋은 유전자를 과시하는 도구이며 특히 암컷은 날렵한 모양의 바깥쪽 꼬리 깃털 두 개에 끌린다고 추정해왔다. 묄러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20여년 간 제비 꼬리 바깥쪽 깃털 두 개가 1.14㎝, 즉 10% 나 길어진 것으로 밝혀져 지금까지 보고된 야생동물 진화 사례 중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반면 암컷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뭉툭한 모양의 가운데 꼬리 깃털은 길이 변화가 없었다고 박사팀은 덧붙였다. 연합
  • 말말말˙˙˙

    인간은 아프리카의 작은 개체군에서 불안한 출발을 한 이후 운좋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다. 하등에서 고등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발전해간 것이 아니다.-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우연성은 진화의 주된 동력이며, 생명이 복잡하게 발전하는 것은 우연이 빚은 부산물이라며-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0)한여름밤 공룡의 꿈

    열대야다.뒤척이다가 밤을 새우기 일쑤다.이런 때는 그야말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한여름 밤의 꿈’이 제격이다.갑자기 나타난 육식공룡,무지막지한 놈이 이빨을 턱,치켜세우고 잠자리를 굽어보며 혀를 날름거린다.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은가.그런 공룡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일 경남 고성에 공룡박물관 탄생 공룡이 ‘뜬 지’ 오래다.공룡영화의 고전인 영화 ‘쥐라기공원’은 공상소설은 물론 만화 패션 박물관 기념품과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가 됐다.이런 공룡 문화산업은 한반도 남단까지 밀려와 전남 해남 우항리의 공룡박물관을 낳았는가 하면,경남 고성 한려수도에도 세계 수준의 공룡박물관이 오는 8일 임시개장을 앞두고 있다.고성 땅으로 접어들면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이 공룡세계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아예 ‘공룡나라(The Land of Dinosaur Goseong)’라고 ‘공룡공화국’을 선포했다.중생대 백악기의 공룡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 일대는 명실공히 ‘백악기 공원’에 걸맞은 곳이다.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승지 상족암,일명 상다리바위라 부르는 퇴적암지대는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퇴적암이 층을 이루고 있다.그림 같은 사량도가 눈앞에 떠있고,율포만을 돌아가면 한려수도의 전형을 보여주듯 자란만(紫蘭灣)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공룡 신화와 더불어 나그네를 맞는다. 경북대의 양승영(지질학),임성규(고생물학) 등이 연구의 문을 연 이래 제법 세월이 흘렀다.연구자층과 애호가층이 넓어져 2006년에는 중국의 자공,일본의 후쿠이현,캐나다 로열티렐 공룡박물관이 모두 참여하는 공룡엑스포까지 열린다.가히 공룡 문화산업이 공룡화하는 느낌이다.중생대 지층은 육성층(陸成層)이라 화석이 드물다는 통설을 깨면서 해성층(海成層) 공룡화석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세계 학계에 보고된 해남 우항리,전남 보성의 대규모 공룡알과 알둥지,전남 화순의 육식공룡 발자국,여수시 사도 추도 낭도 등 도서지역에서 발견된 3500여점의 발자국,시화호와 통영시의 공룡알 등은 우리나라가 공룡의 보고임을 말해 주는 물증들이다. ●수많은 발자국으로 뒤덮인 고성화석지 하일면을 포함한 개천·영현·삼산·동해·마암·회화면 등지의 고성화석지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으로 어지럽다.심지어 옥천사가 자리잡은 연화산 도립공원 같은 내륙에도 공룡의 흔적이 있으니 상전벽해란 이를 두고 말함이렷다. 중생대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경상호수’쯤 되리라.이 물길은 일본까지 연결되어 하나의 호수를 형성했다.수많은 공룡이 잔잔한 물가를 거닐었을 것이다.당시의 파흔(波痕)이 굳어진 퇴적암을 보면 물결은 잔잔했다.호수 주변은 이질 평원퇴적층으로,공룡발자국 대부분이 이 암상에 찍혀 있다.기후는 건조한 가운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계절성이었을 것이다.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고 경사가 완만한 호수였던 듯 물가를 또박또박 걸은 흔적뿐 아니라 수많은 공룡들에 의해 헝클어진 공란작용(dinoturbation)의 흔적까지 보인다.큰 놈은 발자국이 40∼50㎝에 이르니 그 크기가 짐작된다.날카로운 발톱을 보건대 더러 육식공룡도 있었지만,대부분 유순한 초식공룡이었음이 분명하다.익룡의 날카로운 발톱이 새겨진 게 우항리 것과 흡사한 발자국도 남아 있다.학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룡이 발자국을 남긴 과정은 다음의 세 단계로 정리된다. 가뭄 시기 가뭄에 물을 먹기 위해 호수 주변에 공룡이 출몰함. 오랜 시간 노출 석회질 토양화가 일어나면서 발자국이 찍힌 퇴적물이 굳어지는 고화현상이 진행됨. 홍수에 의한 범람 발자국이 찍힌 퇴적층이 매몰되면서 지층에 보존됨. 그 후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 발자국은 바위로 굳었다.호수는 바다로 바뀌었고 지각변동으로 퇴적암이 땅 위로 솟구쳤다.그러다 파도에 퇴적암이 한꺼풀씩 벗겨나가면서 드디어 발자국이 드러났다. ●공룡,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 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오리진’을 쓴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의 ‘제6의 멸종’은 호모사피엔스가 결코 특권을 부여받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지구를 온통 늪으로 몰아넣은 5대 멸종.수많은 생물체가 사라졌고,무수한 생물군이 새로 생겨났다.살아남은 우리는 억세게 운좋은 종 가운데 하나일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뜻있는 많은 이들은 지금 인간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이 다시 한번 대멸절,즉 ‘제6의 멸종’을 부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1억 4000만년에 걸친 공룡의 육상지배를 종결지은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공룡 멸절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공룡의 멸절이론도 운석충돌설 같은 외부충격설에서 벗어나고 있다.거대한 외부 충격으로 일시에 공룡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완만하게 소멸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신생대에서는 공룡의 뒤를 이어 포유류가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 되었다.포유류가 공룡보다 특별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쥐새끼만한 포유류는 공룡 눈치나 보다가 잡아먹히는 비운을 감수하면서 1억년을 버텼다.공룡이 멸절하지 않았더라면 호모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인 시대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약 500만년 전 최초의 사람종이 나타났을 때,그것은 단지 ‘아름답고 무한한 형태들’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구석기,아니면 현생지질학 제4기부터 따진다고 해도 인류가 세상을 지배한 시기가 얼마나 될까.공룡은 적어도 1억 4000만년 이상을 지구에 존재했다.인류는 극히 짧은 시간에 지구의 주인공이 되었고,특히나 현대인들은 불과 100여년 사이에 엄청난 개벽을 가져왔다.이런 인류에게 영구히 보장된 미래가 있는 것인가.의문이 꼬리를 문다.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 중요 공룡은 호모사피엔스의 기억에서 영영 사라졌을까.그렇지 않다.창공을 가르는 새들은 바로 공룡의 직계 후손이다.공룡은 또 인문학적 상상력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영화 ‘쥐라기공원’의 탄생 같은 공룡문화의 번성도 공룡이 영영 사라질 수 없는 것임을 웅변한다. 인류가 창조해 낸 최고의 상상동물인 용(龍)도 기실 공룡류의 조합이나 다름없다.인류의 유년기적 추억 속에 기록된 거대하고 두려운 어떤 동물의 형상이 각인되어 DNA로 전승되었던 것은 아닐까.신비로운 동물 용의 출발도 결코 인류사의 유년기적 추억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덧붙여 공룡의 발견 역시 서구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일찍부터 동양인들의 삶에서도 공룡화석은 중요했으며,용골(龍骨) 같은 한약재는 틀림없이 공룡의 화석을 의미했다.10여년 전,시베리아 사하공화국에 갔을 때다.그곳 주민들이 만드는 섬세한 뿔조각품이 코끼리상아가 아니라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진 맘모스 상아,즉 화석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상족암 역시 숱한 시인묵객들이 찾아 ‘용굴’ 같은 해식동굴 지명을 남기고 있거니와,이래저래 문화사적 장기 지속의 우연성을 말해줌이 아닐까. ●선입견 깨고 ‘적지적시’의 공룡 되찾아야 중국의 기서(奇書) 산해경에 등장하는 ‘기이(奇異)’들은 저마다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그렇기에 사마천 같은 이도 산해경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다(不敢言之也).’고 평하지 않았겠는가.동진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은 장자를 인용하면서,‘사람이 아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생각건대,우주는 광활하고 뭇 생명체는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음양의 기운이 왕성히 일어나면 온갖 종류로 나뉘어 생겨난다는 점을 지적한 말이리라.그는 ‘소 발자국에 괸 물에서나 노는 수준으로는 붉은 용이 하늘까지 치솟는 경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곽박의 말은 여러모로 정당하다.우리는 자동차 바퀴자국에 고인 물에서나 노는 수준이 아닐까.공룡과 인류시대의 시간이 던져주는 간극을 상상해 본다면,우리가 장구하다고 하는 인류사도 지질사의 미미한 일부,바로 ‘새발의 피’ 아닌가. 분류학 생물층서학 고생태학 고생물지리학 고환경학 등에서 공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그런 영향일까.오늘날 세계의 공룡학은 앙상한 골격이나 발자국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고생물학자들은 공룡화석에 생기를 불어넣어 가히 ‘공룡연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다.진화생물학 생물역학 식물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학자들이 그들.그들은 컴퓨터,CT스캔,X선,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론을 동원,‘겁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고성의 공룡이 살아있는 실체로 바닷가를 노닐게 해야 한다.지금까지 공상영화가 창조해 낸,엉뚱할 수도 있는 선입견을 깨고 적지적시(適地適時)의 공룡을 탄생시킬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공룡학’이 그야말로 공룡화되어 거대 골격에 묶인 채 끝내 관료화되는 비극을 피하길 기대해 본다.공룡연구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이의 입증이 필수 아니겠는가. 한려수도 덕명리에서 심안(心眼)으로 공룡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거운 수수께끼를 안고 오는 길,그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공룡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작은 성찰에서 싹튼 것은 아니었을까.
  • [책꽂이]

    ●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김명주 옮김,소소 펴냄) “아무리 생존능력이 뛰어난 호미니드(인간의 조상으로 간주되는 원시인류)라 할지라도 섹스 파트너를 유혹해 자식을 낳지 못한다면 결코 우리의 조상이 될 수 없었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진화를 이같은 ‘성선택’ 이론으로 설명한다.성선택이란 수컷은 과시하고 암컷은 고른다는 주장을 발전시킨 진화이론이다.‘고삐 풀린 질주 이론’‘핸디캡 원리’‘감각편향 이론’ 등 구체적인 성선택 이론을 다뤘다.3만2000원. ●실무 영문국제계약(나카무라 히데오 지음,박명섭 등 옮김,우용출판사 펴냄) 국제비즈니스 현장에서 쓰이는 영문계약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실용서.오랜 계약법 전통을 지닌 영국법을 기초로 했다.실무적인 영문국제계약 이론과 문서작성상 기술을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독해와 영작에 중점을 뒀다.1만9000원. ●터놓고 이야기하는 약의 진실(임호섭 지음,파르마 펴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의약지침서.제약전문기자인 저자는 이명래 고약·활명수 등 추억의 스타의약품에서 획기적인 항암제 아바스틴 등 최근에 나온 신약까지 의약품의 역사를 살핀다.약은 왜 보통 식후 30분에 복용하는가 등 약에 얽힌 궁금증도 풀어준다.1만원. ●히틀러와 홀로코스트(로버트 위스트리치 지음,송충기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홀로코스트,즉 나치스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기독교도들의 냉담한 반응을 다뤘다.기독교도들은 유대인의 이미지를 고리대금업자,불경스러운 배신자,제례살해범,기독교에 반항하는 음모론자 등으로 못박는다.옐로저널리즘이란 말도 유대인의 색깔인 노란색에서 비롯됐듯이 그들의 유대인 혐오의식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근대 유대인·반유대주의 역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인종주의, 종교주의와 왜곡된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홀로코스트의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밝힌다.9000원. ●13세의 헬로워크(무라가미류 지음,강라현 옮김,이레 펴냄) 어린이를 위한 진로 선택과 직업 세계를 살폈다.과학과 자연,창작과 표현,스포츠와 놀이,생활과 사회 등 분야별로 500여 직업의 세계를 소개.신종 직업들이 가장 많이,가장 먼저 생겨난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던 책답게 신종 유망직업 등도 많이 눈에 띈다.애니멀 세라피스트,장기이식 코디네이터,보디 디자이너,테마파크 디자이너,맥주 마이스터 등이 그것이다.2만원. ●제주역사기행(이영권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 제주는 신화와 설화의 보고다.한라산 아흔아홉 골,일출봉의 아흔아홉 봉우리,날개 달린 아기장수,설문대 할망 이야기 등 가슴 찡한 사연들을 안고 있다.이 책은 제주의 인문 지리에 관한 보고서이자 기행 안내서다.저자는 ‘변방의 시선’으로 제주를 말한다.한 예로 고려시대 삼별초는 영웅적 항쟁이지만 제주 사람들의 처지에선 재앙이었다고 지적한다.제주 사람들에겐 고려도 몽골도 똑같은 외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1만5000원.˝
  • [이런 책 어때요]

    달빛 속에 은은히 떠오르는 요정 혹은 사랑의 말 한마디에 눈물 흘리는 창백한 청년.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 시인 하이네의 초상은 이렇다.하지만 이는 하이네를 그저 낭만적인 시를 남긴 시인쯤으로 여길 때나 가능한 얘기다.산문가 또는 철학자로서의 하이네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그런 연상은 이내 오해의 산물임을 알게 된다.그만큼 하이네의 산문은 그 자신의 시를 정면으로 배반한다.이 산문집에서 하이네는 낭만주의의 단점으로 당대와 동떨어진 중세적인 분위기,인위적인 소박성의 추구,병적인 과잉환상,죽음에의 탐닉,모호한 알레고리 등을 꼽는다.2만원. 역사는 죽은 화석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후대인의 사료발굴과 재해석,새로운 의미부여 속에 역사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저자(성균관대 겸임교수)는 단군시대에 관한 논란을 낳는 ‘환단고기’,유교가 들어오기 이전 고대 3국의 사회상을 전해주는 ‘화랑세기’,시대를 예비한 ‘도참비기’등 여러 위서를 통해 한국사를 뒤집어 본다.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비판 대상이다.토인비의 ‘세계사:인류와 지구’를 예로 들며 그가 한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일본은 독자 문명권으로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문명권에 예속시켰다는 것이다.9500원. ‘생물학의 달착륙’에 비유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물학이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일들에 대한 환상을 안겨줬다.그러나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의 게놈을 완벽하게 해독한다고 해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오케스트라의 악기구성 정도일 뿐 생명교향곡의 악보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그만큼 생명현상은 신비하다.이 책은 생물종의 생성과 진화,소멸을 다룬 진화생물학 안내서다.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둘러싼 논박,네안데르탈인이 3만년 전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 등 진화에 얽힌 사례들을 소개한다.1만 2000원. 보르도·생테밀리옹·그라브·소테른·부르고뉴·루아르·쥐라·론·코르시카·아르마냐크로 이어지는 프랑스 와인 명가 순례기.와인은 포도밭의 토양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후,인간이 빚어내는 조화의 결정체다.와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프랑스의 유명 와인성들을 일일이 찾아 와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장인정신을 소개한다.저자에 따르면 명품은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지 않는다.나름의 역사를 일구며 꾸준히 발전해 오다가 어느 순간 다른 것과 확연히 구분되는 견고하고 예술적인 창조물이다.어둠과 침묵 속에서 기다림의 미학으로 완성되는 게 와인이다.2만 5000원.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혁명기의 지배적인 이상은 자유주의이며 자유주의자 존 로크가 18세기 미국의 정치사상을 지배한 유일한 정치이론가라는 것이 ‘정설’이었다.역사학자 칼 베커는 토머스 제퍼슨이 1776년 작성한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정치사상을 연구한 뒤 “제퍼슨이 로크를 베꼈다.”고 결론짓기까지 했다.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공화주의적 수정론자’로 불리는 학자들이 자유주의 대신에 공화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저자(탐라대교수)는 미국 건국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이 두 사상의 형성 배경을 관련 인물들을 통해 설명한다.3300원.˝
  • 마야·마법의 도서관/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탐정소설의 기본 형식을 빌린 철학적 탐험”“평이한 문체로 서양철학을 투명하게 전달…”. 숱한 찬사 속에 45개국에서 널리 읽힌,소설로 읽는 철학책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지식 대중화’를 향한 그의 발길이 ‘진화 생물학’과 ‘책의 역사’에 닿았다.현암사에서 나온 ‘마야’와 ‘마법의 도서관’은 꽉 닫힌 성채같은 두 분야의 이미지를 소설로 부드럽게 허물려는 시도의 결실이다. ●마야:소설로 읽는 진화생물학 저자는 이번에도 퍼즐게임하듯 궁금증을 잇따라 자아내며 호기심을 유발한다.주인공은 가아더의 분신인듯한 영국의 소설가인 존 스푸크.소설은 그가 원시의 풍광이 보존된 피지제도의 타베우니 섬에 머물면서 알게된 다양한 인물들의 토론과 사랑이야기를 축으로 우주의 역사,영장류라 뽐내는 인간의 유한성 등 광활한 주제를 탐색한다. 그렇다고 미리 혀를 내두를 필요는 없다.“진화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교재”라는 감수자 최재천 서울대교수의 말처럼 소설은 처음엔 너무 복잡해 이곳저곳 걸리지만 잇단 지적 모험으로 흥미진진하면서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스푸크와 프랑크 일행이 벌이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에 대한 토론을 중심으로 안나라는 여인이 200년전 고야의 그림의 주인공 마야임을 알고 그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도 곁들인다.그를 통해 가아더는 단순한 생물학 지식을 나열하는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세계 저 너머의 의미를 찾으면서 우리 삶의 유한성을 들려준다.그 길목에서 저자의 해박함은 생태운동·문화인류학·물리학으로의 짧은 산책도 곁들인다.‘소피의 세계’에서 “너는 누구니?”“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가아더는 이번에 “인류는 어디서 왔을까?”“사랑이야 말로 인류를 보존하는 미덕이 아닐까?”라고 자문자답하고 있다. ●마법의 도서관:소설로 읽는 책의 역사 ‘마야’가 어른들이 곱씹으며 읽을 소설이라면 ‘마법‘은 철저히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아이들에게 책을 읽게하자.”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딱딱한 책의 이미지를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비결은 역시 호기심.이를 위해 저자는 노르웨이 영화감독인 카우스 하게루프와 함께 소설을 썼다.두 사람이 이종사촌 오누이인 베리트와 닐스의 눈높이에 맞춰 편지를 주고 받으며 추리기법 형식으로 소설을 이어간다. 소설은 오누이가 우연히 마주친 이상한 여인 비비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책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풀씩 벗겨간다. 비비가 받은 편지에 ‘내년에 세상에 나올 책’이라는 내용을 보고 그녀가 책도둑이자 지명수배된 살인범으로 생각한 남매가 진상을 밝혀가는 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물고 물리면서 이어진다. 번역을 맡은 이용숙씨는 “가벼운 탐정소설 한 권 뒤적이는 기분으로 슬슬 읽다 보면,읽고 쓰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있는지를 자기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고 추천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김형경 장편소설 ‘성에’

    작가 김형경(44)이 2년 반 만에 장편 ‘성에’(푸른숲 펴냄)를 내놓았다.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니다.보이지만 잡으려면 녹아버린다.그 성에처럼 작품은 다양한 환상에 대해 말한다. “누구나 환상을 품고 살잖아요.복권·가슴 설레게 그리는 첫사랑 등 사적 영역에서부터 유토피아 등 공적 영역까지….삶의 곳곳에 잠복한 환상은 힘든 일상을 버티게 하면서도 너무 빠지면 위험한,두 얼굴을 지녔죠.” 내면의 상처를 드러낸 자전 성장소설 ‘세월’(93)과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2001)으로 세상과의 화해를 찾았던 작가의 열린 몸짓이 이제 인간의 욕망과 삶의 기원을 비추며 ‘환상’ 속으로 푹 들어갔다. 소설은 주인공 연희의 “인간은 환상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아니다.”로 맺는다.그 말에 이르기 위해 3겹의 이야기를 포개놓았다.12년 만에 재회한 연희와 세중의 회상,강원도 산속에 일처다부제처럼 살다 간 남자·사내·여자의 사연,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참나무·청설모·바람 등을 넘나들며 환멸이 아닌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들려준다.“환상을 다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일상은 치밀하고 안정되게 운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허황하고 실현 불가능한 일을 꿈으로 설정해두고 그 앞에서 죽을 때까지 청맹과니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391쪽)라는 대목은 작가의 말이기도 하다. 약혼녀와 사귀는 남자가 있는 세중과 연희는 운명적 끌림으로 동해안으로 돌발여행을 간다.폭설에 갇힌 둘은 우연히 발견한 산속 집에서 시체 세 구를 발견하고 한 남자가 남긴 공책에서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된다.고립무원의 불안과 공포감에 사로잡힌 7일 동안 둘은 성애에 탐닉하고 그 강도는 강해진다.그를 통해 작가는 에로스와 죽음에의 충동인 타나토스의 상관성을 조명한다.또 세 남녀의 일처다부제식 생활과 비참한 종말을 통해서는 일확천금·휴머니즘의 환상을 보여준다.또 참나무 등 ‘생물 화자’의 시선에서는 삶의 생물학적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약간 거북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작가도 약간 계면쩍은 듯 “가학·피학적 사랑을 독자에게 저항감없이 표현하고 인간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 저도 쓰는 동안 내심 많이 주저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낯섦이 선정적 호기심으로 빠지지 않은 것은 해박함에서 비롯한다.“과학 특히 생물학에 관심이 많아요.‘이기적 유전자’ 등 진화생물학과 ‘에로티즘’‘에로스와 문명’ 등 에로스에 대한 책이 소설을 쓰는 데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모성애·일부일처제 등의 개념이 근대 이후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임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해박함은 이미 ‘사랑을‘에서도 드러났다.주인공 세진이 정신분석의와 상담하는 내용을 통해 무의식,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소설에 끌어들이면서 가벼운 읽을거리만 찾는 세태에 ‘문학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작가는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83년 ‘문예중앙’에 시로,85년 ‘문학사상’에 중편 ‘죽음잔치’로 등단한 뒤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장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등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

    리 듀거킨 지음 / 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 동물의 진화는 유전자 뿐만 아니라 모방을 통한 문화적 전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담겼다.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우리 모두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로봇”이라는 ‘이기적인 유전자’ 개념을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동물의 짝짓기처럼 유전자만이 강력하게 작용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유전자와 문화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게 저자의 견해.실제로 노련한 암컷의 짝 선택을 흉내 내는 멧닭이나 작은 애완용 물고기 거피의 행동 등은 유전자의 전이만으론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1만 3000원.
  • 책/ 앞으로 50년- 과학자 25인의 미래예측서

    과학의 성과는 다음 반세기 동안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각 분야에서는 어떠한 발전이 이루어지고,그것들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경계를 가로지를 것인가.최근 출간된 ‘앞으로 50년:과학의 미래·인간의 미래’(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는 25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향후 50년을 향한 과학과 기술의 도전과제를 제시한 일종의 미래예측서다.그들의 지적 모험은 적잖이 도전적이지만 매우 사려깊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1부에는 ‘이론적으로’ 미래를 탐구한다.우주론의 발전,수학에서의 ‘가상 비현실 시스템’의 이용,복잡성 이론의 새로운 방향 등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2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미래를 진단한다.DNA 서열분석의 미래,화성 탐사와 외계 생명체 탐사,질병 정복의 문제 등이 이슈로 등장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주제의 출발점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 분야에서 본 ‘앞으로 50년’이다. “화성에 어떤 존재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그 존재가 무엇인지 불확실한 것만큼 확실하다.”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이같은 자극적인 말로 자신이 붉은 행성에 있다고 생각한 운하망 이야기를 전했다.로웰은 화성이 죽어가는 메마른 행성이긴 하지만 그곳의 거주자들은 극관(polar cap)에서 녹인물을 건조한 적도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운하를 건설했다고 추정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런던 제국대 교수)는 2050년 안에 인간이 화성에 상주할 가능성을 살핀다.그는 화성은 지구보다 생명이 출현하기에 더 알맞은 행성이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지구보다 작기 때문에 더 빨리 식었을 것이고 따라서 44억년전부터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반면에 지구는 39억년 전까지는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컴퓨터학자 데이비드 겔런터(예일대 교수)는 정보의 새로운 유형으로 ‘정보의 빛살(information beam)’을 강조한다.정보 빛살은 시계처럼 ‘시간의 속도로’ 움직인다.가장 중요한 정보는 실시간 정보다. 즉 바로 지금 어딘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알려주는 정보다.‘어딘가에서’라는 말은 지금은 사무실이나 학교 같은 곳을 의미하지만 머지않아 그것은 사이버 영역의 어느 곳을 뜻하게 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재의 학교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대 교수)는 2050년이면 동물의 유전체를 컴퓨터에 입력해 그 동물의 형태뿐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조상들이 살던 세계 즉 포식자나 먹이,기생체나 숙주,둥지터,심지어 희망과 두려움까지도 재구성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인류와 원숭이의 중간 고리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복원할 수 있다.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은 허혈성 심질환 다음으로 전 세계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프로작 같은 약을 정신과 의사와 소비자들에게 끈질기게 광고함으로써 가짜 우울증 환자까지 늘게 될 것이다.정신의학자인 낸시 엣코프는 이 책에서 우리의 기분을 측정해 언제 항우울제를 먹어야 할지 알려주는 감정측정 보석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MIT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인 로드니 브룩스는 눈에 칩을 장착해시각을 강화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과학의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과학이 비단 과학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과학은 예술,정치 등 인간활동의 각 분야에 전면적으로 스며들어 있다.미래의 놀라운 신세계에서 이루어질 과학·기술발전의 사회적·정치적 함의까지 살피고 있다는 점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1만 7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 성과학탐사 “性과 아름다움은 하나다”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육체적 사랑이 배제된 정신적 사랑이란 위선이라고 강변한 D H 로렌스는 “성(性)과 미(美)는 생명과 의식처럼 한개의 것이다.성을 미워하는 것은 미를 미워하는 것이다.살아 있는 미를 사랑하는 자는 성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성을 터부시하면서도 남몰래 춘화도를 즐기던 유교적 관습이 잔존하는 사회에서 성을 공론화한 한국 과학자의 책 ‘성과학탐사’(생각의 나무)가 나왔다.저자 이인식씨는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지난 15년간 과학관련 글을 써온 터라,성을 의학적·생물학적으로 접근할 뿐아니라 문화인류학·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했다.책에 펼쳐진 방대한 지식과 필력이 그렇다는 것이다.출판사는 1940년대 보고된 성관찰서인 ‘킨지 보고서’에 버금가는 충격과 파문을 던진다고 주장하지만,각종 담론에 흩어져 있는 성관련 지식을 체계적이고 총체적으로 점검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어 보인다.또 국내 과학자가 정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이 책의 백미 몇가지를 요점 정리해 보자.인간이 가진 가장 큰 성기는? 의외지만 바로 뇌다.남녀가 느끼는 사랑은 ‘마음’이 아니라 뇌 시상하부에서 분출되는 화학물질에 의존한다.특히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사랑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불륜이나 위험한 사랑에 빠질 때 더욱절실한 감정을 느끼는 원인은 이 페닐에틸아민이 뇌에서 더 많이 분비되기때문이다.남녀가 애착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가면 엔도르핀이 흘러나온다. 미인대회는 스트립쇼처럼 남자들의 관음증을 해소해주는 사회적 장치일까.아니다.여성의 아름다움은 생존경쟁에서 이기고자 여성 스스로 진화한 ‘미인 생존’의 결과라는 주장이다.여성의 ‘배란 은폐’ 역시 성적 수용능력을 강화해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다. 나폴레옹은 전쟁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갈 때 연인 조세핀에게 “내일 저녁파리에 도착할 테니 목욕을 하지 마오.”라고 전갈을 보냈다.영국 엘리자베스여왕 시대에는 연인들이 이른바 ‘사랑의 사과’를 교환했는데,여자들은 껍질을 벗긴 사과를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다가 땀에 흠뻑 젖으면 꺼내서 애인에게 주어 냄새를 맡게했다.암내가 연인들을 황홀하게 한 것이다. 남자들은 왜 자주 수음을 할까.다른 수컷과 정자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항상 젊은 정자를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노쇠한 정자를 버리고 싱싱한 정자를 늘 갖추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었다.진화를 통해 ‘길이 성장’을 해온남성의 성기 역시 정자 경쟁이 원인이라는 학설로 소개한다.이 책은 모두 6부로 정리됐다.1·2부는 진화생물학과 동물행동학 이론을 적용했고,3·4부는정자전쟁·오르가슴·키스·수음·나체 등 성행동에 관련된 기본적인 현상을 탐사했다.5부는 간통·동성애 등 성의 사회적 측면을,6부는 피임·인간복제 등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점검했다.2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갈라파고스군도 핀치새 관찰기 ‘핀치의 부리’

    ♠ 핀치의 부리(조너던 와이너 지음,이끌리오 펴냄). 다윈의 진화론을 가장 탁월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미국의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에서도 교과서로 선정된 책 ‘핀치의부리’가 번역·출판됐다. 피터 그랜트와 그의 아내 로즈메리 그랜트가 남태평양의갈라파고스 군도에서 20년 넘게 관찰한 사실들과 연구결과들을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조너던 와이너가 정리했다. 옮긴이 이한음은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됐으며 SF단편소설 등을 쓰고 있는 특이한경력의 소유자이다.진화생물학 분야의 전설적 학자인 피터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였던 로즈메리는 갈라파고스군도의 중심에 있는 대프니 메이저 섬에서 다윈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두가지 중대한 사실을 찾아냈다. 다시말해 ‘진화는 느리다.’와 ‘진화과정은 볼 수없다.’는 다윈의 생각이 오해였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들 과학자 부부는 참새만한 크기의 새 ‘핀치’의 부리를 관찰한 결과 진화는 매일 매시간 일어나고 있으며,그것도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두 사람은 대프니 메이저 섬에서의 가뭄 동안과 그 뒤 찾아온 대홍수 동안에 ‘작용하고 있는 자연선택’을 보았다. 저자가 풍부한 자료를 체화(體化)한 뒤 마치 한편의 소설을 쓰듯 엮어 읽는 이로 하여금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이한음 옮김, 1만3000원. 유상덕기자 youni@
  • 현재 인류 멸종될 뻔 했다…美 진화생물학자 주장

    ‘인류는 멸종될 뻔 했었다’ 인류를 구성했던 다양한 갈래의 인종(人種)들이 대부분 멸종됐으나 극히 일부가 운좋게 살아남아 지금과 같이 황인종,백인종,흑인종 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파스칼 갸뇌 박사(캘리포니아대학)는 인류와 침팬지등 영장류의 유전자 비교연구를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미 ABC방송이28일 보도했다. 갸뇌 박사는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55개 침팬지 그룹 가운데 한 그룹이 가진 다양성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유전적 다양성을 지닌 인종들이 과거에 질병,기후변화 등 생존조건의 악화로 사멸해 버렸다”고 주장했다.인류는 500만∼600만년 전에 침팬지에서 분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도(家系圖)로 비유하자면 대부분의 가지들이 다 끊어지고 단지 몇개만남아있는 상태란 것이다.그렇지 않았더라면 현재 인류는 흑인과 백인 차이를 훨씬 뛰어 넘는 무수한 변종의 ‘상상밖’ 인종들로 구성됐을 것이란 가설이다. 조지워싱턴대의 버나드 우드 교수도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적어도 500만년에 이르는 생물학적인 진화 연륜에 비할 때 ‘특별히’ 단순한 형태”라면서 “이는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서가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의 무성한 가지들이 살아남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침팬지처럼 이런 가지들이 살아 남았다면 “‘다종다기한’ 인류의 형태가 존재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현재의 인류는 유전형질 면에서 단순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질병 등 단일한원인으로 쉽게 전멸될 가능성이 높다. 이석우기자 swlee@
  • 도도의 노래/데이비드 쾀멘 지음(화제의 책)

    ◎생명의 진화·멸종 주무대 섬 연구 도도는 인도양의 모리셔스섬에 살다 17세기에 멸종된 새.날지 못하는 이 새는 16세기 유럽인이 상륙하면서 급격히 개체가 줄어 100여년만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자연생태 저술가인 저자는 도도를 모티브로 해 항해시대가 열린 후 얼마나 많은 생명이 수난을 당했는가를 직접 발로 뛰며 확인했다.생명의 진화와 멸종은 주로 섬에서 일어난다.다윈이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곳이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였고,진화생물학자로 꼽는 윌리스도 외딴 섬을 대상으로 현장연구를 했다.이렇듯 섬 생물지리학은 진화와 멸종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푸른숲 전 2권 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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