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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한길 큰길-그가 말하다] (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국립생태원장

    지난 15일 찾아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연구실은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방울을 몇 차례 훔친 뒤에야 연구실 문을 노크할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한 연구 공간이었다. 2개 벽면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로 빼곡히 차 있었지만, 훈훈한 향내와 함께 잘 정돈된 집안 서재의 느낌이 났다. 그는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많이 바쁘다”며 약속에 10분 정도 늦은 데 양해를 구했다. 무수한 방송과 강연 경험을 가진 그는 역시 달변이었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최초의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뭐 좀 대단한 게 있나 기대했더니 아주 실망이에요. 방송에나 뻔질나게 나오고, 신문에 잡스런 글들을 쓰고 있잖아요. 교수가 연예인인 줄 아는 건지 참….” 10년 전쯤일 것 같다. 어느 날 교수회의 도중에 동료 교수가 나를 면전에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선배라서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듣다가 나왔는데, 그날 나는 한국에서 교수직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대 시절 얘기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일들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옥죄는 올무가 되기도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은 고매하신 연구자들이 “최재천은 연구는 안 하고 쓸데없이 사회문제에 나선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사회성을 탐구하는 사회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나는 내가 배운 것들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을 뿐 옆길로 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게 학문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이다. -나는 강원도 강릉에서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았다. 논병아리를 잡고, 토끼굴을 쑤시고, 쇠똥구리를 잡아 온종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다. 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요즘도 찬바람이 불면 불현듯 과거 못 이룬 신춘문예에 대한 욕심이 나곤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백일장에 나갔다가 장원을 했다. 이후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은 나를 ‘시인’이라고 불렀다.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변하지 않았다. 경복고에 진학했는데 우리 학교는 서울고와 대학 진학 성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경기고는 너무 앞에 있었고. 교장 선생님은 서울대에 350명을 진학시키겠다는 ‘350고지 탈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과를 기존 12개 반 중 8개에서 9개로 늘렸다. 그 와중에 나는 내 의사와 반대로 이과반에 배정이 됐다. ‘문청’(문학청년)을 꿈꾸던 나는 여러 번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문과반으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꾸지람만 들었다. -아들이 가난한 예술인이 될까 걱정스러웠던 아버지께서는 내가 이과에 배정된 걸 반기셨다.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1972년 나는 서울대 의예과에 보기 좋게 낙방했다. 재수를 해서 의예과에 재도전을 했지만 또 떨어졌다.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삼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리셨다. 결국 2지망이었던 동물학과에 들어갔다. 요즘은 입시철이 되면 나에게 “동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20~30명은 된다. 그렇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동물학과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원하지 않은 공부를 하려니 수업에 흥미가 없었고 일상도 무기력해졌다. 한번은 여학생을 소개받는 미팅을 나갔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이 전공이 뭐냐고 물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동물학과에 다닌다”고 하자 그 여학생은 “저도 괴테나 헤르만 헤세 너무 좋아해요”라며 손뼉을 쳤다. ‘동물학과’를 ‘독문학과’로 잘못 들은 것이다. 결국 그녀와 헤어질 때까지 독문학과 학생으로 행세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먼 산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어이, 거기 강아지풀”이라고 부르셨다. 이후로 대학 4년간 나의 별명은 ‘강아지풀’이었고, 지금도 가끔 그 별명을 꺼내 드는 친구들이 있다. -인생의 전기는 3학년 때 찾아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오신 김계중 교수님이 우리 과에 영어 강의를 개설하셨다. 전공보다는 영어에 관심이 더 많았던 나는 그 수업만큼은 유독 열심히 참여했다. 그 모습은 교수님이 나를 모범생으로 착각하시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으로 다시 떠나시면서 유학을 권유했다. 겉으로야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부를 안 하는데 미국까지 날아가서 공부할 이유가 뭐야.’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김 교수님과의 만남은 나의 내면의 벽을 처음으로 깨뜨린 중대한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얼마 후 벽안의 60대 노교수가 나를 불렀다. “미국 학회에서 김계중 교수를 만났는데 내가 한국에 하루살이 채집을 간다고 하니까 ‘부지런하고 똑똑한 친구가 있으니 조수로 쓰면 좋을 것’이라며 미스터 최를 추천하더군요.” 그는 세계적인 하루살이 연구의 대가 조지 에드먼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였다. 그는 하루살이를 관찰했지만,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생활을 관찰했다. -여기서 나온 놀라운 발견. ‘내가 어릴 적 고향 강릉의 자연에서 하고 놀던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니.’ 에드먼드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으로의 유학 과정과 추천 교수들의 이름을 적어 줬다. 목록 제일 위에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이름이 있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학점이 최소 3.0은 돼야 했다. 그렇지만 수업시간에 강아지풀 입에 물고 먼 산만 쳐다본 나의 대학교 3학년 때까지 학점은 2.0도 안 됐다. 4학년 남은 두 학기 동안 최대한 많은 과목을 수강했다. 결국 한 과목을 빼고는 전부 A+를 받았다. 학점 제한선인 3.0을 겨우 넘은 3.04. 28개 대학에 지원서를 냈지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플로리다대, 뉴욕주립대 3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원서를 낼 때 난 생태학이란 학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 소개서에 ‘동물의 왕국을 하고 싶다’라고 썼다. 그걸 교수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 입학하자 한 교수가 “여기는 동물의 왕국을 안 가르치는데 어떡하지”라고 놀려 댔다.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뭔지도 모르고 온 것 아니냐는 놀림이었다. 처음 접한 생태학은 정말 방대한 학문이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야외에 나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석사 학위를 얼른 끝내고 다른 학교로 옮겨 박사 과정에서는 꼭 ‘동물의 왕국’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결국 에드먼드 교수가 일러 주었던 윌슨 교수를 만났고, 그건 나의 운명이 됐다. 개미 박사인 윌슨 교수 밑에서 민벌레를 연구해 1990년 하반기에 7년 만에 ‘민벌레의 진화생물학’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개미 전문가인 윌슨 교수에게 지도를 받다 보니 연구 주제인 민벌레뿐만 아니라 개미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됐다. -사회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니 방송이나 강연 말고도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일이 많았다. 교수 사회에서는 ‘이상한 놈’이라는 딱지를, 언론에서는 ‘사회 참여형 과학자’라는 호칭을 붙여 주었다. 헌법재판소 법정에 나간 적도 있었다. 호주제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2004년 12월 9일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호주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참고인 증언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진화론적인 근거로 재판관들에게 강연하듯 이야기했다. 2주 뒤 호주제 위헌 판정이 났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호주제 찬성론자들의 항의 전화로 연구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유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인께서는 전화를 하셔서 “비싼 돈 주고 미국에 가서 아주 못된 것을 배워 왔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학문의 경계를 낮추고 협업을 하자는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2005년 윌슨 교수의 책 ‘통섭’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히트할 줄은 몰랐다. 책을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영어 원서 제목인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어떻게 번역할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결국 한문학을 하는 선배에게 물어봐서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 통섭이었다. 그 말을 과거에 원효대사와 최한기 선생이 사용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역사책에 있던 죽은 단어를 부활시킨 셈이 됐다. 책이 나온 뒤 ‘통섭은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이라는 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등 큰 논란이 됐다. 사실 학문의 발전은 논란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겠나. ‘통섭 이전’과 ‘통섭 이후’의 학문적 논의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된다. -나는 과학을 대중의 수준으로 낮추는 ‘과학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 이해 수준을 높이는 ‘대중의 과학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윌슨 교수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과학을 대중에게 이야기하려면 자기 본래 연구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고 있다. 대중의 과학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면서도 나 자신의 연구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를 하지 않고 대중에게 과학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그저 ‘과학 이야기꾼’일 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재천(61)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화학자이자 사회생물학자다. 강원 강릉 출신으로, 가장 저명한 진화학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도교수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 12월 개원한 국내 최대 생태연구 및 전시 기관인 국립생태원의 초대 원장으로도 재직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윌슨 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統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국내에 ‘통섭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자들이 인간의 지식이 본질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연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해 환경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어릴적 시인을 꿈꿨던 그는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으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개미제국의 발견’ 등 60여권의 책을 번역하거나 집필해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 동물학 학사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태학 석사 ▲미 하버드대 생물학 석·박사 ▲1989년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07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13년 국립생태원장
  • [열린세상] 할인된 미래/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열린세상] 할인된 미래/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지금 5만원을 받는 것과 10년 뒤 5만원을 받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지금 받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현재의 ‘5만원’ 가치가 미래의 ‘5만원’ 가치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엔 5만원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장바구니에 몇 개만 집어넣어도 훌쩍 넘어 버린다. 이처럼 미래의 가치를 현재 시점으로 환산할 때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할인’이라고 표현하고,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비율은 ‘할인율’이라고 부른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값의 현재 가치는 작아진다. 예를 들어 10년 뒤 100만원의 현재 가치는 할인율이 5%일 경우에는 61만원이지만 8%일 경우에는 46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래의 이익 또는 피해를 산정할 때 할인율 숫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우리가 할인율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현재와 비교해 미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반영된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의 현재 가치는 작아진다. 즉 미래를 덜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할인율의 개념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교수인 니컬러스 스턴 경의 ‘기후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2006년 출판된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경제적 측면을 분석하며, 현재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이 미래의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스턴이 1%대의 낮은 할인율을 적용해 미래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문제에 통상적인 할인율을 적용한다면, 미래의 편익은 오랜 기간에 걸쳐 대부분 할인돼 미미해져 버린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같이 장기 이슈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진화생물학자인 폴 에얼릭과 앤 에얼릭 부부의 ‘진화의 종말’이라는 책에서는 숲을 예로 든다. 숲이 있는 대지를 소유한 사람은 숲을 그대로 둘지, 그곳의 나무를 베어 돈을 벌지 선택해야 한다. 숲을 그대로 둘 경우에는 홍수피해 예방, 이산화탄소 저감, 야생서식지 보존과 같은 긍정적인 외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외부 효과를 무시하고, 당장 나무를 베어 버려 현금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숲으로 인해 미래세대가 누릴 수 있는 긍정적 외부 효과 대신 현재의 현금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높은 할인율’을 지적하며 기후변화와 같이 전 지구적이고 미래세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미래를 얼마나 할인하고 있는가. 과거에 환경과 경제의 우선순위를 논할 때 당연히 경제를 우선순위로 꼽았지만, 급속한 산업발전의 후유증으로 환경문제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환경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그러나 그 행간에는 아직도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줄임말이 내포된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의 경제적 손해와 먼 미래의 환경문제 중 양자택일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환경의 미래 가치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미래 환경문제를 논할 때 쓰이는 계산공식 자체에 대해서부터 의문을 가져야 한다. 공식에 사용되는 상수(常數)가 사실상 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변하는 변수(變數)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 홍수와 같은 피해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등 선도 국가들은 미래를 할인하는 대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준비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환경 보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저탄소 시장이 피할 수 없는 미래 추세라는 인식하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발간된 ‘탄소전쟁’이란 책은 저탄소 기술을 확보한 선도 국가들이 미래 후발 국가들에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 식 규제를 부과해 자신들의 선점 우위를 누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의 미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의 미래를 할인하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 [와우! 과학] 등에 ‘돛’ 단 낙타처럼 생긴 신종 공룡 발견

    [와우! 과학] 등에 ‘돛’ 단 낙타처럼 생긴 신종 공룡 발견

    지금으로부터 약 1억 2500만 년 전 지금의 스페인 땅을 누빈 신종 공룡이 발견됐다.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통신대학(UNED) 연구팀은 카스테욘 지역에서 발굴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신종 공룡으로 확인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모렐라돈(Morelladon beltrani)이라는 학명이 붙은 이 공룡은 길이 6m, 높이 2m의 중형으로 양치류나 침엽수를 뜯어먹고 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공룡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특이한 모양새다. 모렐라돈은 등에 돛처럼 생긴 척추뼈로 이어진 부위가 약 60cm 돌출돼 있다. 멀리서 보면 낙타와 비슷하게 보일 정도. 그러나 연구팀은 이 돌출 부위의 기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를 이끈 페르난도 에스카소 진화생물학 박사는 "이 돌출 부위는 몸의 열을 방출하는 온도 조절용이거나 영양분 저장소 혹은 구애의 용도로 사용됐을 것"이라면서 "돛처럼 생긴 구조는 이와 유사한 공룡의 진화 역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설명처럼 모렐라돈과 비슷하게 생긴 공룡도 있지만 덩치는 훨씬 크다. 백악기 전기 아프리카를 누빈 오우라노사우루스(Ouranosaurus)가 대표적. 용감한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오우라노사우루스 역시 초식공룡이지만 길이는 7~8m, 무게는 3~4톤에 달한다. 또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진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도 등 부위가 불끈 솟아있다. 척추 돌기가 돌출돼 생긴 이 부위는 무려 2m에 달하며 조직 내에서 실핏줄이 많이 발견돼 전문가들은 체온 조절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매일 매일의 진화생물학(롭 브룩스 지음, 최재천·한창석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사회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진화생물학으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된 유전자와 우리를 둘러싼 문화·경제적 환경을 두루 살펴야 한다. 440쪽. 1만 6500원. 자동차의 일생(스티븐 패리신 지음, 신정관 옮김, 도서출판 경혜 펴냄) 1886년 이후 126년간의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브랜드, 모델,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낸 자동차 역사서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백년을 예측할 수 있다. 447쪽. 1만 5000원. 호윤아 밥 먹자(한서연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푸드컨설팅그룹 ‘더 셰프. G’의 대표이사인 저자가 엄마로서 자녀를 위해 차릴 수 있는 반찬과 일상식, 아이의 입맛을 살리는 요리 등의 건강 레시피들을 담았다. 256쪽. 1만 5000원.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2권(주명철 지음, 여문책 펴냄) 한국서양사학회장을 역임한 주명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가 펴낸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1, 2권. 한국인이 저술한 첫 프랑스 혁명사의 대서사시로 평가된다. 1권 300쪽. 2권 328쪽. 각 권 1만 8000원. 체리도둑(박현경 지음, 강창권 그림, 북멘토 펴냄)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할 만한 갈등과 고민을 감동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 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지닌 가치를 깨닫게 해 줄 네 편의 성장 동화가 실렸다. 176쪽. 1만 1000원. 고마워, 살아줘서(장지혜 지음, 양수홍 그림, 어린이나무생각 펴냄)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따라 하늘나라로 갈 방법만 궁리하던 주인공 송이가 우연히 알게 된 버려진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168쪽. 1만 1800원. 오늘도 개저녀기는 성균관에 간다(최영희 지음, 유설화 그림, 푸른숲주니어 펴냄) 조선시대 성균관과 그 주변 마을인 반촌을 배경으로, 반촌의 개저녀기와 성균관 유생 성삼문이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고 배워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144쪽. 1만원.
  • [게시판] 국립생태원, 한양대, 중소기업중앙회

    ■국립생태원(원장 최재천)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과 그의 연구를 이어가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그랜트 부부를 기리는 길을 조성해 24일 공개했다. 이 길은 생태원 내 2.2㎞ 구간의 숲길로 조성됐다. 다윈과 그랜트 부부의 생애와 연구 업적을 20개 테마로 보여준다. 24일은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일이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와 진화론에 영향을 준 인물,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의 연구 토대가 된 갈라파고스 군도, 그랜트 부부의 연구 내용 등이 소개됐다. ■한양대(총장 이영무)는 방위사업청(청장 장명진)과 국방과학연구소(소장 정홍영)의 ‘2015년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 지원사업’에서 선정돼 2020년까지 125.1억원을 지원받아, 26일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를 개소한다. 우리나라 미래 국가방위력의 중추가 될 국가전략정보 확보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연구센터다. 오는 26일 열릴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 개소식에는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정홍영 국방과학연구소장, 이헌곤 국방기술품질원장, 이영무 한양대학교 총장 및 윤동원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장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다.■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대회의실에서 협동조합과 중소기업 대표, 지식재산권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설명회를 연다. 이번 설명회는 최근 특허권·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지식재산권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명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중국에서의 지식재산권 피해 사례와 대응방안을 소개하고 지식재산권 활용 전략을 제공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참가를 원하는 기업은 중기중앙회 홈페이지(www.kbiz.or.kr)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팩스(02-786-2038)나 이메일(seodaew@kbiz.or.kr)로 제출하면 되고 문의는 중기중앙회 제조뿌리산업부(02-2124-3144)로 하면 된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당신과 보낸 4000년… 난 언제나 진리였‘닭’

    당신과 보낸 4000년… 난 언제나 진리였‘닭’

    치킨로드/앤드루룰러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480쪽/1만 9500원 당신들은 저를 제대로 모릅니다. 그저 제 가슴을 탐하고, 다리를 보며 침을 흘릴 뿐이죠. 당신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제 자식들을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네? 누구냐고요? 맞습니다. 저는 닭입니다. ‘불금의 파트너’, ‘치맥’, ‘1인1닭’ 등의 우스꽝스러운 말을 만들어 가며 당신이 사족을 못 쓰곤 하는 닭입니다. 저희 동료들은 지구상에 남극대륙과 바티칸시티를 제외하면 모든 공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려 200억 마리입니다. 당신네 인간 개체의 세 배가 넘는 숫자죠. A4 종이 한 장도 안 되는 공간에서 햇볕도 쬐지 못한 채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다 큰 모양새를 갖추다 보니 골격이 발육을 따라가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하기 일쑤였고, 항생제 주사 맞으며 고기로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악몽 같은 현실이 문제지만요. 인간들은 매년 전 세계에서 1억t의 닭고기와 1조개 이상의 달걀을 소비합니다. 약간 뜨끔하시나요? 뭐, 좋습니다. 오로지 당신들의 영양공급 혹은 입맛 충족을 위해 품종 자체가 개량된 결과니까요. 대신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저의 원래 모습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또 당신들 인간과 저의 관계 또한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4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가 걸어왔던 위대한 오디세이아를 이제 말씀드릴게요. 저의 여정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역사도 되짚어 볼 수 있을 겁니다. 저의 조상은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800m 정도 되는 골짜기는 가뿐히 날아서 건너다녔던 붉은 멧닭인 ‘적색야계’입니다. 제 조상들은 태국을 거쳐 인도를 지나, 다시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생지인 중동을 가로지른 뒤 유럽 대륙으로 진출했습니다. 바다를 헤엄칠 수는 없었지만, 원주민들의 배를 타고 하와이 군도, 이스터섬, 중국, 한국, 일본까지 곳곳으로 퍼져 갔습니다. 물론 적색야계는 멸종위기종이긴 해도 여전히 동남아 밀림에서 은밀한 삶을 계속 이어 가고 있습니다. 조상들의 여정은 고됐지만 그 시절 저희들은 인간들의 동반자 역할이자 추앙받는 존재로서 참 보람찼습니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에서는 ‘왕들의 새’로 통했고, 신성(神性)을 띤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페르시아와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수탉을 ‘악마와 마법사에 저항하기 위해 창조됐다’며 경배했습니다. 이슬람교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또 게르만의 무덤에서 일본의 사원에 이르기까지 저는 아시아, 유럽 여러 지역에서 빛, 진리, 부활을 알리는 상징이었습니다. 좋은 시절이었죠.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인간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뒤 죽기 직전 남긴 마지막 말 또한 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친구 클리톤에게 “이보게,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졌는데 잊지 말고 갚아 주게나”였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신(醫神)입니다. 그가 의술을 행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저였기 때문이죠. 저의 고기, 뼈, 내장, 깃털, 볏, 육수, 알 등은 고대 처방전에서 편두통, 이질, 불면증, 천식, 우울증, 변비, 화상, 관절염 등을 치유하는 약이 됐습니다. 오죽하면 ‘살아 있는 약상자’라고 불렀겠습니까? 지금까지도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고요. 그뿐인가요. 닭은 가금류로서는 최초로 게놈(유전체)이 모두 해독됐습니다. 모든 유전정보가 다 해독되면서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에도 기여했습니다. 공룡의 황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단백질 서열과 닭의 단백질 서열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몇 년 전 발견하기도 했죠. 이는 조류와 공룡 간의 진화과정 및 관계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고, 공룡학계의 오랜 논란을 종식시켰습니다. 짧게 줄여도 이 정도입니다. 어쨌든 저의 냉엄한 현실은 여전히 ‘치맥’ 신세죠. 오늘 저녁 다시 저를 마음껏 즐기셔도 좋습니다. 다만 파란만장했던 4000년의 여정은 당신들과 함께한 위대한 길이었음을 기억하며 조금만 더 저와 뭇 생명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품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너른 마당, 나아가 정글과 숲으로 돌아갈 것을 꿈꾸고 있음도 함께 기억해 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음악성? 그게 뭔데!

    음악성? 그게 뭔데!

    음악 본능/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전대호 옮김/해나무/488쪽/1만 8000원 한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 잘하는 사람과 잘 못하는 사람이 출연해 인기 가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가수들은 누가 음치인지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음악을 틀어 놓고 그럴듯하게 입만 뻐끔거리는 음치에게 깜빡 속는 경우가 속출한다. 음치들의 실제 노래를 들었을 때 가수들 얼굴에서 드러나는 당혹감이란.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질문 하나. 음치들은 음악적 재능(음악성)이 없는 것일까? 독일 주간지 ‘더 차이트’의 과학 담당 편집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이 질문을 받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할 것이다. 저자에게 음악성이란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것만으로 판가름할 수 없는 문제다. 음악성은 단일한 속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작곡이나 연주를 전혀 하지 못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디제이 존 필은 웬만한 음악가보다 더 크게 팝 음악 발전에 기여했다고 한다. 젊고 유망한 밴드들을 일찌감치 알아보았고 혁신적인 사운드와 스타일에 대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는 영국 음악학자 존 슬로보다의 말을 빌려 ‘음악성은 음악을 의미 있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음악이라는 문화 현상을 물리학, 해부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의학, 교육학 관점에서 두루 살피며 음악성은 예외적인 극소수만 지닌 천부적 재능이라는, 음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또 음악 교육은 어린 시절에 시작해야 한다거나 절대다수의 인간은 음악을 듣기만 해야 할 운명이라는 편견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20세기 대중음악사도 곁들여져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션이나, 음반, 노래에 대한 에피소드도 만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충실한 비서관, 손… 꼼꼼한 기록관, 뼈

    충실한 비서관, 손… 꼼꼼한 기록관, 뼈

    손의 비밀/E F 쇼 윌기스 엮음/오공훈 옮김/정한책방/345쪽/1만 7000원 뼈가 들려준 이야기/진주현 지음/푸른숲/344쪽/1만 7000원 몸은 정직하다. 상처가 생기면 아파하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라고 늙어가고, 죽는다. 특히나 손은 유구한 인류의 역사에서 많은 일을 해냈다. 27개의 뼈, 24개의 근육, 32개의 관절로 이뤄진 손이 있어 인간은 호모파베르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을 하고 불을 피웠다. 멋지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신묘한 붓질로 가슴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냈다. 언어의 기능에 장애가 생겼을 때는 수화(手話)처럼 의사소통의 수단이 됐고,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역할도 했다.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믿음의 지속을 다짐하며 악수를 나눴다. 야구장에서는 역전 홈런을 쳤고, 농구 바스켓 안으로 버저 비터를 날렸다. 불교에서는 다양한 손짓으로 우주의 진리에 다가서고, 명상수행의 깨달음을 전하고 나눴다.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아담의 창조’는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손가락을 맞대는 것으로 갈음했다. 손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손의 비밀’의 대표 저자인 윌기스는 의학박사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메드스타 유니언 메모리얼병원의 ‘커티스 국립 손 센터’ 전·현직 전문의 15명이 함께 썼다. 윌기스는 ‘손과 뇌의 관계는 왓슨과 셜록 홈스의 관계와 같다’고 표현하며 뇌의 가장 충실한 비서관이 손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문의들답게 몸의 숱한 부분 중에서 특히 손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한다. 손의 해부학적 구조, 손의 기능적 특성, 손의 부상 및 질환에 대한 수술적·비수술적 치료 방법 등을 소개한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들이 있는 만큼 출판사가 밝힌 대로 의학교양서로 분류돼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책의 미덕은 단순히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손이 인류사적 발전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손의 상관관계 등 손에 아로새겨진 인문학적 의미를 규명한다. 그렇다면 죽거나 크게 다쳐서야 비로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뼈는 어떨까. 살갗과 살 안쪽에 숨겨져 보이지 않으니 뼈는 죽음을 지각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뼈가 들려준 이야기’의 저자인 법의(法醫)인류학자 진주현 박사에게 뼈는 인간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 인류학의 보고(寶庫) 자체다. 인류의 기원 및 삶의 형태를 확인시켜주는 것도 뼈로 인해 가능하고, 지구 위에서 인간의 시대 이전에 존재한 뒤 사라졌던 생명체의 모양과 특질을 알려주는 것 또한 뼈다. 이제껏 아무도 공룡을 직접 본 사람이 없음에도 수없이 많은 공룡의 종을 시기별로 세분하고, 생김새와 서식의 형태를 나눈 것은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에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음험한 욕망을 좌절시키는 것도 뼈다. 문자가 없어도, 누군가의 증언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 무궁무진하다. 아무리 오래전에 묻혀져 있었을지라도 어린 시절 모유 수유는 언제까지 했는지, 주로 먹었던 음식은 어떤 것인지, 고질적인 질병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저자의 이력 자체가 독특하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입학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각각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8년부터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 소속 인류학감식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흙 속에 묻혀 풍화된 뼛조각을 찾고, 그 뼛조각에 새겨져 있는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인다. 최근 4년 동안 북한에서 송환한 미군의 유해 208구를 분석하는 ‘K208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다. 낯선 분야에 대해 생생한 현장 경험과 함께 전문적 지식을 담았다. 인류학은 물론, 진화생물학, 법의학, 고생물학 등에 대한 통섭적 관심과 지식을 풍성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게 하는 루이스 리키, 도널드 조핸슨 등 초기 인류학자들의 모험 이야기,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DNA 무한복제 기술 같은 어려운 과학용어도 재미있게 풀어썼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당신도 마음이 아팠군요

    당신도 마음이 아팠군요

    상상병 환자들/브라이언 딜런 지음/이문희 옮김/작가정신/380쪽/1만 8000원 2009년 약물 과용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중가수 마이클 잭슨은 평생 과도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심한 여드름, 아버지를 닮은 ‘왕코’, 유난히 검은 피부…. 그 치부(?)를 대중에게 감추려는 회피의 몸부림에 온갖 잡담이 쏟아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무성한 소문과 잡담 이면에 숨은 그의 개인적 고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그 고통은 의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심기증’에 해당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건강염려증’이다.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몸에 질환이 있다고 의심하거나 더 심한 경우 의심이 반복되면서 행동양식으로 굳어지고 멈추라는 무수한 암시 따위에 아랑곳없이 같은 생동과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 이렇게 정의되는 심기증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근대적 사치의 과잉에서 비롯됐고, 21세기 들어서는 과도한 여가와 의학 지식, 혹은 사이비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지기 일쑤이다. ‘상상병 환자들’은 예술문화 계간지 ‘캐비닛’ 영국지부 편집장이 심기증을 앓았던 유명한 위인들을 들춰 흥미롭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몇몇 인물을 한번 들여다보자.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성통증과 불안에 시달린 신경병 환자였고,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사람들과 어울리길 꺼려 고독한 시간을 간절히 원한 소화불량증 환자였다. ‘백의의 천사’로 널리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자신을 ‘병사들의 어머니’로 여긴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작가 앨리스 제임스는 질병마저 예술작업의 일부라 믿었던 감각과민증 환자였고, 프로이트가 논문 제목으로 이용했다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저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나르시시스트로 성기와 털이 사라지는 망상에 빠졌다고 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이른바 이름난 상상병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소상하게 풀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약초 연기 자욱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집필실에 스스로를 가둔 천식 환자였으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싫어해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까지 거부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또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은 여드름투성이에 딸기코인 얼굴과 왜소한 몸을 부끄러워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미용 시술에 극도로 의존했다. 책은 주로 작가나 예술가, 혹은 많은 글을 남긴 저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심기병을 앓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상상병의 환자들은 군주며 정치인, 재계 거물 등에도 폭넓게 포진했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이들이 앓고 있을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책의 특징은 그 마음의 병이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지 않다. “심기증의 역사는 더 확실하고 친숙한 의학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몸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의 숨은 구조를 드러낸다.” 그 말처럼 마음의 병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독자들이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종전 고통과 불안, 질병을 위인들의 위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속물로 여긴 것과 달리 상상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관점의 역전’이 돋보인다. 그러면 그 심기병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유명인사의 유명한 명구로 답을 대신한다. “건강은 없다. 우리는 기껏 중립 상태를 누릴 뿐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결코 건강하지 않으며 건강할 수도 없음을 아는 것보다 더 나쁜 병이 있을까”(존 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이 세상에서 내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내 몸이다”(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잠언집’) 옮긴이의 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주입되는 진단과 검사와 처방과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내면화되고 일상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불안을 가장 기뻐할 이들은 누구일까.”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몸을 들여다보며 인문학과 만나게 되는 책 두권

    몸을 들여다보며 인문학과 만나게 되는 책 두권

     손의 비밀/E.F.쇼 윌기스 엮음/오공훈 옮김/정한책방/345쪽/1만 7000원  뼈가 들려준 이야기/진주현 지음/푸른숲/344쪽/1만 7000원    몸은 정직하다. 상처가 생기면 아파하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라고 늙어가고, 죽는다. 특히나 손은 유구한 인류의 역사에서 많은 일을 해냈다. 27개의 뼈, 24개의 근육, 32개의 관절로 이뤄진 손이 있어 인간은 호모 파베르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을 하고 불을 피웠다. 멋지게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신묘한 붓질로 가슴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냈다. 언어의 기능에 장애가 생겼을 때는 수화(手話)처럼 의사소통의 수단이 됐고,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역할도 했다.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믿음의 지속을 다짐하며 악수를 나눴다.  야구장에서는 역전 홈런을 쳤고, 농구 바스켓 안으로 버저 비터를 날렸다. 불교에서는 다양한 손짓으로 우주의 진리에 다가서고, 명상수행의 깨달음을 전하고 나눴다.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아담의 창조’는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손가락을 맞대는 것으로 갈음했다. 손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손의 비밀’의 대표 저자인 윌기스는 의학박사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메드스타 유니언 메모리얼병원의 ‘커티스 국립 손 센터’ 전·현직 전문의 15명이 함께 썼다. 윌기스는 ‘손과 뇌의 관계는 왓슨과 셜록 홈스의 관계와 같다’고 표현하며 뇌의 가장 충실한 비서관이 손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문의들답게 몸의 숱한 부분 중에서 특히 손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한다. 손의 해부학적 구조, 손의 기능적 특성, 손의 부상 및 질환에 대한 수술적·비수술적 치료 방법 등을 소개한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들이 있는 만큼 출판사가 밝힌 대로 의학교양서로 분류돼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책의 미덕은 단순히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손이 인류사적 발전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손의 상관관계 등 손에 아로새겨진 인문학적 의미를 규명한다.  그렇다면 죽거나 크게 다쳐서야 비로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뼈는 어떨까. 살갗과 살 안쪽에 숨겨져 보이지 않으니 뼈는 죽음을 지각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뼈가 들려준 이야기’의 저자인 법의(法醫)인류학자 진주현 박사에게 뼈는 인간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는 인류학의 보고(寶庫) 자체다.  인류의 기원 및 삶의 형태를 확인시켜주는 것도 뼈로 인해 가능하고, 지구 위에서 인간의 시대 이전에 존재한 뒤 사라졌던 생명체의 모양과 특질을 알려주는 것 또한 뼈다. 이제껏 아무도 공룡을 직접 본 사람이 없음에도 수없이 많은 공룡의 종을 시기별로 세분하고, 생김새와 서식의 형태를 나눈 것은 그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에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음험한 욕망을 좌절시키는 것도 뼈다. 문자가 없어도, 누군가의 증언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 무궁무진하다. 아무리 오래전에 묻혀져 있었을지라도 어린 시절 모유 수유는 언제까지 했는지, 주로 먹었던 음식은 어떤 것인지, 고질적인 질병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저자의 이력 자체가 독특하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입학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각각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8년부터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 소속 인류학감식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흙 속에 묻혀 풍화된 뼛조각을 찾고, 그 뼛조각에 새겨져 있는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인다. 최근 4년 동안 북한에서 송환한 미군의 유해 208구를 분석하는 ‘K208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다.  낯선 분야에 대해 생생한 현장 경험과 함께 전문적 지식을 담았다. 인류학은 물론, 진화생물학, 법의학, 고생물학 등에 대한 통섭적 관심과 지식을 풍성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게 하는 루이스 리키, 도널드 조핸슨 등 초기 인류학자들의 모험 이야기,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DNA 무한복제 기술 같은 어려운 과학용어도 재미있게 풀어썼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새 책] 다윈-워홀-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병은?-상상병 환자들

    [새 책] 다윈-워홀-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병은?-상상병 환자들

      상상병 환자들, 브라이언 딜런 지음/이문희 옮김/작가정신/380쪽/1만 8000원    2009년 약물과용 심장마비로 사망한 대중가수 마이클 잭슨은 평생 과도한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심한 여드름, 아버지를 닮은 ‘왕코’, 유난히 검은 피부…. 그 치부(?)를 대중에게 감추려는 회피의 몸부림에 온갖 잡담이 쏟아졌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무성한 소문과 잡담 이면에 숨은 그의 개인적 고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이클 잭슨이 앓았던 그 고통은 의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심기증’에 해당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건강염려증’이다. ‘뒷받침할 만한 의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몸에 질환이 있다고 의심하거나 더 심한 경우 의심이 반복되면서 행동양식으로 굳어지고 멈추라는 무수한 암시 따위에 아랑곳없이 같은 생동과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 이렇게 정의되는 심기증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했다고 한다. 18세기에는 근대적 사치의 과잉에서 비롯됐고, 21세기 들어서는 과도한 여가와 의학 지식, 혹은 사이비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여겨지기 일쑤이다.  ‘상상병 환자들’은 예술문화 계간지 ‘캐비닛’ 영국지부 편집장이 심기증을 앓았던 유명한 위인들을 들춰 흥미롭다. 제임스 보즈웰, 샬럿 브론테, 찰스 다윈,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앨리스 제임스, 다니엘 파울 슈레버, 마르셀 프루스트, 글렌 굴드, 앤디 워홀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몇몇 인물을 한번 들여다보자.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만성통증과 불안에 시달린 신경병 환자였고,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사람들과 어울리길 꺼려 고독한 시간을 간절히 원한 소화불량증 환자였다. ‘백의의 천사’로 널리 알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자신을 ‘병사들의 어머니’로 여긴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작가 앨리스 제임스는 질병마저 예술작업의 일부라 믿었던 감각과민증 환자였고, 프로이트가 논문 제목으로 이용했다는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 저자 다니엘 파울 슈레버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나르시시스트로 성기와 털이 사라지는 망상에 빠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책에는 이른바 이름난 상상병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소상하게 풀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약초 연기 자욱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집필실에 스스로를 가둔 천식 환자였으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극도로 싫어해 손가락을 다칠까 봐 악수까지 거부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또 팝 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은 여드름투성이에 딸기코인 얼굴과 왜소한 몸을 부끄러워한 외모 콤플렉스 탓에 미용 시술에 극도로 의존했다.  책은 주로 작가나 예술가, 혹은 많은 글을 남긴 저자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심기병을 앓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상상병의 환자들은 군주며 정치인, 재계 거물 등에도 폭넓게 포진했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이들이 앓고 있을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책의 특징은 그 마음의 병이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지 않다. “심기증의 역사는 더 확실하고 친숙한 의학사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그 사진은 몸에 대한 우리의 희망과 두려움의 숨은 구조를 드러낸다.” 그 말처럼 마음의 병이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독자들이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종전 고통과 불안, 질병을 위인들의 위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속물로 여긴 것과 달리 상상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관점의 역전’이 돋보인다.  그러면 그 심기병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유명인사의 유명한 명구로 답을 대신한다. “건강은 없다. 우리는 기껏 중립 상태를 누릴 뿐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결코 건강하지 않으며 건강할 수도 없음을 아는 것보다 더 나쁜 병이 있을까”(존 던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이 세상에서 내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내 몸이다”(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잠언집’) 옮긴이의 말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시작되고 주입되는 진단과 검사와 처방과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내면화되고 일상화된 세계에서 우리의 불안을 가장 기뻐할 이들은 누구일까.”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문화 유랑기] 인류 7만년의 여정...‘생명은 우주가 스스로에 던진 물음’

    [문화 유랑기] 인류 7만년의 여정...‘생명은 우주가 스스로에 던진 물음’

    -인류의 출발은 초신성 폭발에서 남태평양 타이티 섬에서 생을 마감한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자살을 결심한 후 자신의 유언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것이 유명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그의 대표작이다. ​100여 년 전인 1897년 연말께 한 달을 밤낮으로 그려 완성한 이 대작이 던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할 사람은 당시 지구상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과학에 힘입어 우리는 그 정답을 지금은 알고 있다. 46억 년 전 아직도 형성되지 않은 태양계 근처에서 생을 다한 늙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고, 그 충격으로 거대한 분자구름이 중력 붕괴를 일으켜 태양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신성이 우주공간으로 품어낸 물질들이 지구가 형성될 때 합류했으며, 그 물질들을 재료삼아 이윽고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나타났다. 사실 이러한 우리의 근본을 알게 된 지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한스 베테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1938년 별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는 핵융합 과정에서 별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그는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수천 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던 인류는 한스 베테의 덕으로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이유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별이 핵융합으로 빛을 내지 않았다면, 그리고 초신성이 폭발하여 우주공간으로 제 몸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온 곳은 바로 저 밤하늘의 별들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지구상에는 약 100만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 100만 종 중의 하나인 당신은 분류학적으로 본다면,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고릴라속, 침팬지속, 사람속 중 사람속의 1종으로서, 두 발로 걸어다니는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영장류이다. 이것이 당신이라는 생물체에 대한 가감 없는 정의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를 포함하는 종의 학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정의에서 말한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깊은 말이다. 뒷발만으로 이동이 가능한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자유로워진 앞발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두 손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불을 사용하면서 고기를 익혀 먹는 바람에 충분한 단백질 공급으로 뇌의 용량이 커졌고,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동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까닭이다. 그러나 직립보행 탓에 인간만이 치질을 앓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에 대한 정의를 내리더라도 사실 썩 개운치는 않다. 사람처럼 복잡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우주보다도 더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바로 사람이 아닌가. 자신을 낳아준 우주에 대해 연구하고 사색하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우주 속에서 가장 큰 기적은 사람이다’는 말까지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이 그처럼 소중하고 기적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주에서 기적처럼 희귀한 존재인 사람의 기원은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인류의 한 어머니 '아프리카 이브' 약 200만 년 전부터 시작하는 현생 인류 이전의 호모 하빌리스니, 호모 에렉투스니 하는 화석인류와 유인원 등의 이야기는 훌쩍 뛰어넘고, 현생인류의 기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인류학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을 간략히 간추린다면, 약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20만 년이라면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0.005%에 지나지 않는 기간이다. 우리 인류가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극히 최근에 무대 위에 오른 '신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짧은 기간에 인류는 70억 인구로 팽창을 거듭하여 지구 행성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군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지구 종말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어쨌든 인류 기원설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확산하여 지역에 따라 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 있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했으며, 그때부터 5만 년 전까지 그 전에 이미 정착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 등 모든 다른 원시 인류들을 몰아내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이론이다. 한동안 서로 맞서왔던 다지역 기원설과 단일 기원설은 20세기 들어 발달한 유전 공학에 힘입어 승부가 판가름났다. 미국의 유전학자들은 DNA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 인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인류 '7만년의 여정' 우리 몸의 유전자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다양한 인종의 유전자 조사를 하면, 그들이 가진 DNA의 이력서도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몸 속에 수백, 수천 년을 넘어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자기의 유전자를 조사해 면 선조들의 과거까지 알 수 있다. 면봉으로 입천장을 문지르면 상피세포가 묻어나온다. 거기서 DNA를 뽑아내 조사하면 유전자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를 통해서만 전해진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현 인류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현대인의 근원지는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며, 어느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여성에게 '아프리카 이브'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첫번째 그림 참조) 사람의 외모가 얼마나 다르든지 간에, 유전자 조사를 통해 인류 가계도를 추적한 결과, 지구상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작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대륙 곳곳에서 살았던 인류 조상이 혹독한 기후 변화 때문에 약 7만 년 전, 살 길을 찾아 지구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갔고, 저 북극 아래 동토대와 남북 아메리카에 이르는 7만년의 여정 끝에 결국은 오늘의 전 인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머릿수까지 알아냈다. '약 700명 정도의 집단'이라고 한다. 이들은 소빙하기를 맞아 좁아진 홍해를 건너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아시아 대륙 남부와 북부로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들이 아라비아 반도에 한동안 정착했던 곳 중에는 '에덴'이라는 지명도 발견되었다. 유럽으로 향했던 한 무리의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지능과 자연 적응력을 무기로, 먼저 와서 살고 있던 원시 인류 네안데르탈 인을 서서히 몰아내고 몇천 년 만에 유럽의 주인이 되었다. 아시아 남쪽으로 향했던 무리들은 인도 대륙을 지나고 말레이를 거쳐, 결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건너갔다. 뗏목으로 가더라도 며칠은 가야 하는 망망대해를 우리 조상들은 용감히 건너갔던 것이다. 한편, 아시아 북부로 향했던 무리들은 중국과 한반도로 가기도 했지만, 그 중 일부는 시베리아 동토 지대를 지나고, 빙하의 베링 육교(그때는 두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를 건넌 다음, 태평양 서해안을 따라 남아메리카의 꼬리에까지 이르렀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 그 길은 실로 몇만km에 달하는,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더욱이 그 기간은 지구의 3분의 1일 얼어붙은 소빙하기였다니, 여로에 오른 그들의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린애와 여자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다. 불굴의 의지로 그 험난한 대장정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인류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가족과 형제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당신의 조상이 걸어왔을 그 멀고도 험한 행로를. 많은 원시 인류의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지만, 7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났던 이 호모 사피엔스는 혹독한 자연과 맹수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결국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이 작은 무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다섯 대륙에 성공적으로 이주하여, 지금 21세기의 문명과 70억 인구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 70억 지구인들은 모두 이들의 후손이며 친척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자랑스런 선조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과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 70억 인류 모두는 한 어머니로부터 이어져내려온 후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옛날에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 친척이요 한 가족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이 바로 현재의 지구촌 공동체인 셈이다. 이것이 이 지구 행성 위에서 인류가 엮어낸 대서사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 작은 무리가 7만년 만에 어떻게 70억의 인류로 증가할 수 있는가,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는데,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간단히 해결된다. 한 세대가 30년이라 보고, 한 세대 만에 2배수로 인구가 증가한다고 볼 때, 2의 33제곱이면 100억이 된다. 곧 1000년 동안 한 세대 만에 2제곱씩 인구 증가가 있다고 보면 바로 100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7만년이라면 100억이 되고도 남을 오랜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하여 인류는 우주의 오랜 사랑이 키워온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역사 138억 년, 지구의 역사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없었더라면, 우리 인류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속의 수소원자 한 개, 산소원자 한 개도 우주와 인연이 닿아 있으며 오랜 시간의 저편과 엮여 있는 것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전 부인이기도 했던 진화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는 우주적인 시각에서 인간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자신에게 던져보는 한 물음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인류 7만년의 여정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인류 7만년의 여정

    -인류의 출발은 초신성 폭발에서 남태평양 타이티 섬에서 생을 마감한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자살을 결심한 후 자신의 유언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것이 유명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그의 대표작이다. ​100여 년 전인 1897년 연말께 한 달을 밤낮으로 그려 완성한 이 대작이 던진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할 사람은 당시 지구상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과학에 힘입어 우리는 그 정답을 지금은 알고 있다. 46억 년 전 아직도 형성되지 않은 태양계 근처에서 생을 다한 늙은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고, 그 충격으로 거대한 분자구름이 중력 붕괴를 일으켜 태양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신성이 우주공간으로 품어낸 물질들이 지구가 형성될 때 합류했으며, 그 물질들을 재료삼아 이윽고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나타났다. 사실 이러한 우리의 근본을 알게 된 지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한스 베테라는 미국 물리학자가 1938년 별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는 핵융합 과정에서 별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그는 이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수천 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던 인류는 한스 베테의 덕으로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이유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별이 핵융합으로 빛을 내지 않았다면, 그리고 초신성이 폭발하여 우주공간으로 제 몸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가 온 곳은 바로 저 밤하늘의 별들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지구상에는 약 100만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 100만 종 중의 하나인 당신은 분류학적으로 본다면,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는 고릴라속, 침팬지속, 사람속 중 사람속의 1종으로서, 두 발로 걸어다니는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영장류이다. 이것이 당신이라는 생물체에 대한 가감 없는 정의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를 포함하는 종의 학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정의에서 말한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깊은 말이다. 뒷발만으로 이동이 가능한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자유로워진 앞발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두 손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불을 사용하면서 고기를 익혀 먹는 바람에 충분한 단백질 공급으로 뇌의 용량이 커졌고,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동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까닭이다. 그러나 직립보행 탓에 인간만이 치질을 앓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에 대한 정의를 내리더라도 사실 썩 개운치는 않다. 사람처럼 복잡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우주보다도 더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존재가 바로 사람이 아닌가. 자신을 낳아준 우주에 대해 연구하고 사색하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우주 속에서 가장 큰 기적은 사람이다’는 말까지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이 그처럼 소중하고 기적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주에서 기적처럼 희귀한 존재인 사람의 기원은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인류의 한 어머니 '아프리카 이브' 약 200만 년 전부터 시작하는 현생 인류 이전의 호모 하빌리스니, 호모 에렉투스니 하는 화석인류와 유인원 등의 이야기는 훌쩍 뛰어넘고, 현생인류의 기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인류학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을 간략히 간추린다면, 약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20만 년이라면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0.005%에 지나지 않는 기간이다. 우리 인류가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극히 최근에 무대 위에 오른 '신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짧은 기간에 인류는 70억 인구로 팽창을 거듭하여 지구 행성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군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지구 종말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어쨌든 인류 기원설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확산하여 지역에 따라 분화했다는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이 있다. 아프리카 단일 기원설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했으며, 그때부터 5만 년 전까지 그 전에 이미 정착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 등 모든 다른 원시 인류들을 몰아내고 주도권을 잡았다는 이론이다. 한동안 서로 맞서왔던 다지역 기원설과 단일 기원설은 20세기 들어 발달한 유전 공학에 힘입어 승부가 판가름났다. 미국의 유전학자들은 DNA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 인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인류 '7만년의 여정' 우리 몸의 유전자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다양한 인종의 유전자 조사를 하면, 그들이 가진 DNA의 이력서도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몸 속에 수백, 수천 년을 넘어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자기의 유전자를 조사해 면 선조들의 과거까지 알 수 있다. 면봉으로 입천장을 문지르면 상피세포가 묻어나온다. 거기서 DNA를 뽑아내 조사하면 유전자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를 통해서만 전해진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현 인류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현대인의 근원지는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며, 어느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여성에게 '아프리카 이브'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사람의 외모가 얼마나 다르든지 간에, 유전자 조사를 통해 인류 가계도를 추적한 결과, 지구상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작은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대륙 곳곳에서 살았던 인류 조상이 혹독한 기후 변화 때문에 약 7만 년 전, 살 길을 찾아 지구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갔고, 저 북극 아래 동토대와 남북 아메리카에 이르는 7만년의 여정 끝에 결국은 오늘의 전 인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 집단의 머릿수까지 알아냈다. '약 700명 정도의 집단'이라고 한다. 이들은 소빙하기를 맞아 좁아진 홍해를 건너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아시아 대륙 남부와 북부로 뿔뿔이 흩어져갔다. 그들이 아라비아 반도에 한동안 정착했던 곳 중에는 '에덴'이라는 지명도 발견되었다. 유럽으로 향했던 한 무리의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지능과 자연 적응력을 무기로, 먼저 와서 살고 있던 원시 인류 네안데르탈 인을 서서히 몰아내고 몇천 년 만에 유럽의 주인이 되었다. 아시아 남쪽으로 향했던 무리들은 인도 대륙을 지나고 말레이를 거쳐, 결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건너갔다. 뗏목으로 가더라도 며칠은 가야 하는 망망대해를 우리 조상들은 용감히 건너갔던 것이다. 한편, 아시아 북부로 향했던 무리들은 중국과 한반도로 가기도 했지만, 그 중 일부는 시베리아 동토 지대를 지나고, 빙하의 베링 육교(그때는 두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를 건넌 다음, 태평양 서해안을 따라 남아메리카의 꼬리에까지 이르렀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 그 길은 실로 몇만km에 달하는,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더욱이 그 기간은 지구의 3분의 1일 얼어붙은 소빙하기였다니, 여로에 오른 그들의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린애와 여자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길이었기에 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죽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다. 불굴의 의지로 그 험난한 대장정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인류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가족과 형제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한번 상상해보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당신의 조상이 걸어왔을 그 멀고도 험한 행로를. 많은 원시 인류의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지만, 7만 년 전쯤 아프리카를 떠났던 이 호모 사피엔스는 혹독한 자연과 맹수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결국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이 작은 무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다섯 대륙에 성공적으로 이주하여, 지금 21세기의 문명과 70억 인구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 70억 지구인들은 모두 이들의 후손이며 친척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자랑스런 선조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과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 70억 인류 모두는 한 어머니로부터 이어져내려온 후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옛날에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 친척이요 한 가족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다. '70억 이산가족의 대상봉'이 바로 현재의 지구촌 공동체인 셈이다. 이것이 이 지구 행성 위에서 인류가 엮어낸 대서사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 작은 무리가 7만년 만에 어떻게 70억의 인류로 증가할 수 있는가,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는데,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간단히 해결된다. 한 세대가 30년이라 보고, 한 세대 만에 2배수로 인구가 증가한다고 볼 때, 2의 33제곱이면 100억이 된다. 곧 1000년 동안 한 세대 만에 2제곱씩 인구 증가가 있다고 보면 바로 100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7만년이라면 100억이 되고도 남을 오랜 시간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하여 인류는 우주의 오랜 사랑이 키워온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역사 138억 년, 지구의 역사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없었더라면, 우리 인류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속의 수소원자 한 개, 산소원자 한 개도 우주와 인연이 닿아 있으며 오랜 시간의 저편과 엮여 있는 것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전 부인이기도 했던 진화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는 우주적인 시각에서 인간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모습을 띠고, 자신에게 던져보는 한 물음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똑똑한 첫째 속설은 엉터리”

    흔히 집안에서 첫째는 머리가 좋고 책임감이 강하고 사려 깊으며, 둘째는 성격이 밝고 자유분방하며 어리광이 많다고들 한다. 이런 속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비슷하다. 미국 UC버클리대 진화생물학자 프랭크 설로웨이 교수는 1996년 저서 ‘타고난 반항아’에서 종교개혁과 프랑스 대혁명, 공산주의 혁명 등 121개 역사적 사건과 28개 과학적 혁신, 이와 관련 있는 인물 6566명을 조사한 결과 장남이나 장녀들은 권력이나 권위와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하며 체제 순응적인 반면 차남이나 차녀들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며 체제 반항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주장을 펼쳐 큰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설로웨이 교수의 주장과 달리 성격이나 지능은 태어난 순서와 상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맏이가 동생들보다 어른스럽고 똑똑하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기 때문이지 실제 성격이 그렇거나 지능지수(IQ)가 더 높아서 그런 게 아니란 의미다.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브랜트 로버츠 교수와 휴스턴대 심리학과 로디카 데미언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국 고등학생 37만 7000명을 대상으로 가족 내 태어난 순서와 IQ, 성격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고 심리학 분야 권위지인 ‘성격 연구’ 1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들의 IQ를 조사한 결과 맏이들의 지능지수가 평균 1점 정도 높게 나왔지만, 이 정도 점수는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맏이가 동생들보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나이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실제 성격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들 중 나이 많은 둘째와 나이 어린 장남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둘째가 장남보다 책임감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로버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출생 순서와 IQ, 성격 사이 관계를 확인한 역대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출생 순서가 아이의 성격이나 IQ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부모들이 자녀 양육 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출생 순서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외계인도 인간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

    “외계인도 인간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우리와 비슷할 것이다" 인류가 가진 원초적 호기심 중 하나인 외계인의 존재와 그 모습에 대한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명 진화생물학자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 교수는 새로 발간한 책(The Runes of Evolution)을 통해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우주 어딘가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같은 외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슈퍼지구'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은하에만 이같은 행성이 무려 2000억 개나 존재한다는 낙관적인 추측도 내놓고 있다. 이번 모리스 교수의 주장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항성과 적절한 거리에 있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한 행성 어딘가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들의 모습을 추측한 것.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외계인의 외모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녹색 괴물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우리 인간과 유사하다.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이 바로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다. 진화 생물학의 개념인 수렴진화는 서로 비슷한 환경에 처한 생명체가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날개 없는 조상으로부터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박쥐와 새가 외형상 비슷하게 보이는 날개를 갖게된 것이 대표적인 예. 모리스 교수는 "고등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눈, 사지, 지능,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 등은 불가피한 것" 이라면서 "지구인과 외계인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지만 수렴진화처럼 오랜 세월 진화 과정을 거치며 비슷한 기관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년 전에도 모리스 교수는 런던 왕립학회 컨퍼런스에서 "외계인 역시 인간과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쳐 우리처럼 탐욕, 폭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외계인도 우리 인간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

    “외계인도 우리 인간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을 것”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우리와 비슷할 것이다" 인류가 가진 원초적 호기심 중 하나인 외계인의 존재와 그 모습에 대한 재미있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명 진화생물학자 사이먼 콘웨이 모리스 교수는 새로 발간한 책(The Runes of Evolution)을 통해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우주 어딘가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같은 외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슈퍼지구'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은하에만 이같은 행성이 무려 2000억 개나 존재한다는 낙관적인 추측도 내놓고 있다. 이번 모리스 교수의 주장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항성과 적절한 거리에 있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위치한 행성 어딘가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들의 모습을 추측한 것.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외계인의 외모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녹색 괴물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우리 인간과 유사하다.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이 바로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다. 진화 생물학의 개념인 수렴진화는 서로 비슷한 환경에 처한 생명체가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날개 없는 조상으로부터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박쥐와 새가 외형상 비슷하게 보이는 날개를 갖게된 것이 대표적인 예. 모리스 교수는 "고등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눈, 사지, 지능,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 등은 불가피한 것" 이라면서 "지구인과 외계인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지만 수렴진화처럼 오랜 세월 진화 과정을 거치며 비슷한 기관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년 전에도 모리스 교수는 런던 왕립학회 컨퍼런스에서 "외계인 역시 인간과 비슷한 진화 과정을 거쳐 우리처럼 탐욕, 폭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2층 건물 크기…1억년 된 ‘고대 상어’ 발견

    2층 건물 크기…1억년 된 ‘고대 상어’ 발견

    1억 년 전쯤, 몸길이가 2층 건물 높이 이상인 거대 상어가 바다를 배회했다는 것이 새로운 화석의 발견으로 밝혀졌다. 미국 오클라호마대와 위스콘신대 공동 연구팀이 중생대 바다에 살았던 몸길이 최소 6.2m인 고대 상어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렙토스티렉스 마크로리자’(학명: Leptostyrax macrorhiza)로 명명된 이 상어는 당시 가장 큰 포식자들 중 하나로, 대형 육식 상어의 진화에 관한 과학자들의 이론 한계를 넓힐 것이라고 연구를 이끈 조셉 프레데릭슨은 말했다. 그는 오클라호마대에서 생태학과 진화생물학 박사학위 후보로 연구 중이다. 이 고대 바다 괴물은 우연히 발견됐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당시 조셉은 위스콘신대의 학부생으로 새로운 화석 광상(유용 광물의 집합체)을 연구하는 아마추어 고생물학 동아리의 일원이었다. 2009년 조셉이 속한 동아리는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 인근 덕크리크 지층으로 탐사 여정을 떠났다. 이 지층에는 암모나이트 등 무수한 해양 무척추동물의 화석이 있어 고생물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연구 대상이다. 조셉은 “이 지층은 1억 년 전쯤에는 서부내륙해로(Western Interior Seaway)라는 얕은 바다로, 멕시코만과 북극을 가로지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셉과 당시 여자 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이자 오클라호마대의 인류학 박사과정에 있는 자네사 듀셋-프레데릭슨은 함께 지층 위를 걷고 있었는 데 자네사가 갑자기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고 한다. 이때 그 무언가가 지층 위로 튀어나온 척추뼈의 일부였다고 조셉은 설명했다. 이들은 결국 그 지층에서 지름이 각각 11.4cm인 커다란 척추뼈 3개를 파냈다. 이 척추뼈에는 백상아리나 샌드타이거상어, 마귀상어 등 악상어목(lamniformes)에 속하는 상어의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조셉은 관련 문헌을 세세히 살핀 끝에 이 흔적이 1997년 캔자스주 카이오와 셰일에서 발견된 상어의 척추뼈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그 상어 역시 1억 년 전쯤 살았다. 캔자스 상어의 척추뼈를 이어 붙인 몸길이는 9.9m였다. 연구팀은 캔자스 상어와 텍사스에서 발견한 새로운 척추뼈를 비교해 두 상어가 같은 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대해 조셉은 텍사스 상어는 낮게 잡아 적어도 몸길이 6.2m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사상 가장 큰 상어로 알려진 메갈로돈의 몸길이는 무려 18m이다. 연구팀은 중생대의 비슷한 생태를 분석함으로써 두 상어가 모두 렙토스티렉스 마크로리자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6월 3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자현 엮음, 담앤북스 펴냄) 지난 12년간 강원도 평창오대산 월정사 주지로 주석해온 정념 스님의 법문 중 정수를 간추렸다. 지혜, 보시, 수행, 행복을 테마로 한 불교의 가르침을 친절히 설명한다.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과 보시를 특히 강조한다. 256쪽. 1만 5000원. 종교 설명하기(파스칼 보이어 지음, 이창익 옮김, 동녘사이언스 펴냄) 인지인류학으로 종교의 기원에 접근한 흥미로운 책. 진화생물학을 도구 삼아 종교를 객관적, 계량적, 분석적으로 설명한다. 마음 작동 방식을 통해 종교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마음은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560쪽. 2만 5000원. 빌딩과 호흡하라(서브원 FM사업부 엮음, KMA 펴냄) 국내 빌딩관리(FM·Facility Management) 분야 1위 기업 서브원이 빌딩 경영관리 노하우를 담아 출간한 책. 2011년 ‘빌딩을 지배하라’ 출간 이후 두 번째 이야기로 FM산업의 새 트렌드와 업그레이드된 빌딩 서비스 사례들을 담았다. 200쪽. 1만 2000원.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해방자 예수(혼 소브리노 지음, 김근수 옮김, 메디치 펴냄) 해방신학은 1960년대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시작된 기독교 신학운동이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정의롭지 못한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으로부터의 해방이란 측면에서 이해하고 실천을 강조한다. 이 책은 예수회 가톨릭 사제인 혼 소브리노가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본 예수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스도론을 대표하는 책 두 권 중 1부에 해당하며 예수 죽음까지 역사의 예수를 조직신학 관점에서 해석했다. 신앙 속 그리스도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으로 본 역사 속 예수를 소개한 게 특징. 특히 부활은 단순히 행복한 결말로 이해할 수 없으며 예수 생애의 논리적 완성으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활은 예수를 높이는 사건에 그치지 않고 예수의 삶이 옮았음을 확인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책을 번역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엘살바도르 UCA 대학에서 소브리노의 강의를 들은 제자. “가난한 사람을 잊지 말라”는 스승의 말에 충실하게 스페인어 원본을 번역했다. 580쪽. 2만 3000원.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어릴 적 한 번쯤 가졌었고 어른들에게 질문했을 법한 의문을 어른 입장에서 되새기게 만드는 책. 프리랜서 편집자인 저자가 아들과 조카들로부터 받은 질문공세에 착안했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어떻게 대답할까’라는 생각 끝에 초·중학교 학생 수천 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들에게 보냈고 돌아온 답들을 엮었다. ‘케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딸꾹질은 왜 하나’처럼 간단하지만 사실은 간단치 않은 질문들이 충실한 답변으로 풀어진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메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인 언어학자 놈 촘스키를 비롯해 철인 7종 경기 유럽챔피언 제시카 에니스, 24년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밴드 ‘펄프’의 대표 멤버였던 자비스 코커 등 12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질문과 그에 대한 어른들의 따뜻한 답변의 만남이 신선하다. 376쪽. 1만 4800원. 뒤르켐을 위하여(에드워드 티리아키언 지음, 손준모 옮김, 고려대출판부 펴냄)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을 평생 연구해 온 미국 듀크대 명예교수의 역저. 루이 알튀세르의 ‘마르크스를 위하여’(1965), 브라이언 터너의 ‘베버를 위하여’(1981)에 이어 사회학 창시자 세 명에 대한 현대적 소개를 갈무리한 삼부작의 완결로 평가된다. 산업화와 프랑스 제3공화정의 격동기를 넘으면서 고전 ‘사회분업론’‘자살론’ 등을 남긴 뒤르켐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정치·경제·문화·종교적 사안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할까? 그 관점에서 9·11 사태를 통해 뒤르켐이 제시한 사회적 연대 개념이 어떻게 지구적 연대 개념으로 확장 적용될 수 있는 지를 다룬다. 현대의 성 해방 추세를 뒤르켐의 아노미 개념을 통해 포착하며 양성 평등이 근대성의 부수현상이 아닌 핵심 사안임을 규명하기도 한다. 학문적인 뒤르켐에 머물지 않고 사회변혁과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지식인의 인간적 면모 부각이 눈에 띈다. 576쪽. 3만 6000원. 스웨덴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아너스 오르네 지음, 이수경 옮김, 그물코 펴냄)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했다는 스웨덴 협동조합 운동을 다뤘다. 스웨덴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이 복지사회를 위한 사회개혁 운동의 큰 축이었다. 모든 협동조합이 가입했던 스웨덴생협연합회는 한때 스웨덴 식료품시장의 50%까지 점유했다. 따라서 하나의 연합조직이 어떻게 협동조합 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모델로 주목받는다. 저자는 1920∼193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스웨덴생협연합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인물. 협동조합 운동 실천가이자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로 유명한 그는 큰 사회문제였던 독점기업 횡포와, 이를 뒷받침한 맨체스터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협동조합이 정부보다 업무 수행에 훨씬 더 유리한 체제라고 본다. 대의제와 교육을 통해 자주적인 조합원들이 연대의식을 갖고 협동조합을 운영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진정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208쪽.1만 4000원.
  • 갈고리 6개 가진 5억 년 전 해양 고생물체 발견

    갈고리 6개 가진 5억 년 전 해양 고생물체 발견

    6개의 길고 날카로운 갈고리(발톱)과 4개의 눈을 가진 5억 800만 년 전 ‘바다의 포식자’ 화석이 처음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마블 협곡(marble canyon)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현생 랍스타와 매우 유사한 외형이며, 랍스타뿐만 아니라 현생 거미와 일부 곤충의 조상으로 추측된다. ‘와우니크 쿠테나이’(Yawunik kootenayi)로 명명된 이 고대 생명체는 4개의 눈을 가졌으며 안테나와도 비슷한 긴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 6개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고생대 캠브리아기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와우니크 쿠테나이’는 날카로운 갈고리으로 먹이를 사냥했으며, 바다 생태계 상위에 있는 포식자였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생명체가 지구에서 서식한 최초의 포식성 절지동물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연구한 토론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세드릭 아리아 박사는 “이 화석의 발견은 최초의 포식성 절지동물에 대한 해부학적 또는 서식 습성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하다”면서 “이 고대 생물은 체절(마디)와 외골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존하는 생물 그룹 중 어느 곳에 속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생물은 현대의 곤충이나 갑각류 동물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몸의 앞쪽에 안테나처럼 달린 부위는 새우나 딱정벌레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리아 박사 연구진에 따르면 이 고대 생물은 물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다가 갈고리를 앞으로 뻗어 먹이를 잡고 몸속으로 집어삼키는 사냥 방식을 고수했다. 몸길이는 길지 않지만, 바다가 또 다른 고물인 삼엽충에 의해 지배받을 당시 유일한 포식자로서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께 연구를 이끈 진 버나드 케이런 교수는 “이 화석의 발견은 마블 협곡 지역에 새로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생명체를 다수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와우니크’의 경우 캠브리아기 해양 먹이사슬의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Palaeon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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