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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서 스트레스 풀자

    한강서 스트레스 풀자

    21세기 국제도시는 경제성과 효율성은 물론 도시민이 느끼는 여유, 쾌적함, 안락함 등을 동시에 요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이탈리아 밀라노 등의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한번쯤 손꼽아 봤을 것이다. 무엇이 이런 도시들을 마음속으로 동경하게 만들었을까. 살기 좋은 도시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이들 도시에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도시’라는 이미지가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도심형 비즈니스센터에서 쇼핑·오락·문화·레저 그리고 이벤트 등이 결합된 복합레저시설을 통해 외래관광객에게 ‘즐거움’(fun)과 ‘놀이’(play)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강에 관광객과 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의 섬과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가 되기 위한 필요 요건이다. ●스트레스. 한강에서 풀자 후끈거리는 도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주말만 되면 가족들 눈치보기로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이러한 시민이라면 지금 당장 한강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흐르는 한강으로 떠나보면 각종 공해에 찌든 삶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세계도시와 비교해 서울의 혼잡함, 녹지공간의 부족은 심한 편이다. 파리시는 1인당 17.88㎡에 이르는 공원면적을 확보, 생활권 공원 1인당 4.66㎡에 그친 서울시와 비교된다. 주5일 근무제 등으로 늘어나는 시민들의 문화·레저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가·휴식공간이 절대 부족한 만큼 시민이 느끼는 일상 삶의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런데 반가운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의 조경학자 울리히는 물로 가득 찬 경관을 바라보는 것이 스트레스 회복에 상당한 의미의 효과를 보이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각기 다른 자연경관요소인 ‘흐르는 물이 있는 장면’‘초목류 식생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도시경관’을 담은 슬라이더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복되는 시간을 산출해 냈다. 그는 ‘물을 본다.’는 그 자체가 자아 재충전, 스트레스 감소, 적대적 상황에서의 공격성 둔화 등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이런 효과는 불과 4∼6분만 바라보더라도 효과를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강은 지친 도시민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지 않을까. 한강과 같은 수변환경에서 물과 접촉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사실 에덴동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에게 각인된 선천성 유전자는 진화론적으로 생존의 필수요소인 과일, 성적 파트너, 안전함이 갖춰진 수변공간의 피난처를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어머니의 자궁 속 양수에서 커가던 모태회귀본능 속에서 이와 유사한 환경, 물을 접촉할 때 정신적으로 편안해 지는 것이다. ●한강, 시설중심 개발은 한계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한강이 가진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연구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에게 주는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적 참살이(well-being) 가치를 포함시킬 경우 한강이 지닌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민들이 바라보는 한강은 실망스럽다. 회색 토목구조물로 이뤄진 호안과 교각들은 말할 것도 없다. 강변을 둘러보면 단조롭게 늘어선 아파트 숲이 가득할 뿐이다. 한강 연접지역의 토지이용을 보면 전체의 약 60%를 주거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현재 아파트단지로 조성돼 있다. 부유한 소수 엘리트와 성공한 자들을 상징하는 특권으로서 한강을 조망하는 고밀도아파트 가격은 이미 하늘만큼 치솟아 있는 실정이다. 한강의 물은 모든 시민들이 향유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의당 한강과 그 주변지역이 사람들이 다가가기 쉽고, 주변의 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잘 가꾸어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강남·북을 연결하는 한강 다리의 미관을 살리기 위해 다리의 특성에 맞는 상징 조형물과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또 한강을 친환경적이고, 문화적이며, 친수활동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자연생태계 보전이 양호한 고덕·광나루·강서지구는 ‘자연생태지구’로, 생태학습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뚝섬·잠실·여의도·난지지구는 ‘광역거점지구’로 개발하는 등 지구별로 특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양화·잠원·망원지구는 가족 단위 활동을 유도하는 ‘지역거점지구’로, 이촌지구는 청소년 대상의 시설을 주로 갖추는 ‘청소년이용지구’로, 반포는 ‘전원풍경지구’로 설정해 한강공원별 특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차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난지지구에는 기존 텐트형 야영장과는 달리 취사시설 등이 구비된 가족형 트레일러캠핑장도 생겼다. 여의도에서는 길거리농구 등 X게임 대회가 열리고, 뚝섬에서는 요트, 윈드서핑 등 수상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뒤엉켜 이용하던 한강 자전거길을 인라인전용도로를 개설해 자전거 및 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 마라토너와 산책하는 시민을 분리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한강에 시민 여가시설을 확충해 주 5일 근무제 등으로 늘어나는 시민의 레저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한강이 종합레저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화작업과 레포츠공간화 작업만으로 한강이 살아날 수 있을까. 또 상징 조형물과 야간 다리조명, 공간적인 특화개발만으로 한강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까. 여러 의문들이 남아 있다. 외국사례를 보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마인강은 야간이면 ‘강변 먹을거리 메세(박람회)’가 도시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보이고 틈틈이 창작품 판매장, 전시·공연 공간 등이 조화를 이뤄 흥을 돋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음악분수쇼 역시 역동적인 분수와 화려한 조명으로 많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재미와 즐거움이 공존하는 다이내믹 문화공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개최된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주최 야외콘서트와 서울불꽃축제는 또 다른 한강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물과 야간의 즐거움이 결합된 축제의 장으로 한강의 가을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시민들과 연인, 외국 관광객들에게 축제 한마당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진단이다. 문화에 대한 국민수요가 팽창하고 서울의 문화시설이 태부족인 실정에서 큰 돈 들여 문화시설을 신축하기보다는 문화이벤트를 통한 한강의 축제·이벤트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불꽃축제가 한강을 대표하는 문화이벤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일과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 없이 만들어지는 문화축제는 단지 기획회사형 축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공급’되고 ‘배급’돼서는 한강의 생명성을 이어가기 어렵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마당이 마련될 때 한강은 싱싱하게 거듭나고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 속에서 관람만 하기보다는 휴식·학습·체험의 문화이벤트가 돼야 한다. 좋은 사례가 꽃샘추위가 사라진 따스한 어느 봄날, 꼬마들과 함께 나비의 꿈을 심어주러 선유도를 가보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시간이 허락된다면 광화문에서 출발, 청계천∼중랑천∼한강을 거쳐 서울숲으로 연결되는 환상적인 나들이 산책 코스를 따라가 보는 것이다. 이곳들은 관찰과 학습의 대상만이 아니다. 도시의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언제라도 쉼터를 얻을 수 있는 콘크리트 도시 안의 푸른 섬과 녹지공간들이다. 이젠 해외관광에서 느꼈던, 서울에는 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과 같은 공연장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부질없어질 것 같다. 한강에 ‘음악섬(島)’이 뜰 것이기 때문이다. 한강 노들섬에는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순수예술 음악단지가 조성된다. 오페라와 고전무용 관람뿐만 아니라 합창공연과 클래식 콘서트가 이어지고, 서울시향 등 관련 단체가 상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음악당과 소극장이 모두 들어선다.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어서 외국관광객이 노들섬에 가면 웬만한 문화콘텐츠는 다 보고 갈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서울의 대표적 랜드마크로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코펜하겐의 오페라하우스처럼 수변(水邊)에 21세기형 오페라하우스가 세워지면, 사각형의 빌딩군으로 대표되던 한강의 부정적 이미지는 일거에 바뀌게 될 것이다. 서울 시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언제라도 느긋하게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한강에 생긴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시민 여가와 문화를 통해 한강의 경제적 기적에서 거듭 태동하는 한강은 관광객과 시민이 함께 즐거움과 놀이를 나눌 수 있는 문화의 섬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아울러 한강을 배경으로 강변무대에서 울려퍼지는 음악과 불꽃이 조화된 이벤트는 ‘어메니티’(Amenity)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갖춰 도시민의 갈증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한강에서 외국관광객들도 술과 쇼핑 대신 고부가가치의 고급 문화행사에 돈을 쓰게 된다면 우리는 이미 문화·관광 선진 도시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박종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마케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 ‘육식곤충’ 잠자리 “모기가 맛있다”

    ‘육식곤충’ 잠자리 “모기가 맛있다”

    장마가 끝나고 불볕 더위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여름철 곤충인 잠자리와 모기가 자라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다. 이 때문에 잠자리와 모기, 모기와 인간으로 이어지는 천적관계를 감안하면 한바탕 ‘여름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살아있는 모기약, 잠자리 너울너울 네 날개로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제철을 맞아 도심을 누비고 있다. 매년 초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뒤덮는 잠자리떼가 올 여름에는 유난히 많아 보인다. 장마가 끝난 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예년보다 기온이 4∼5도가량 높아 번식력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자리가 아스팔트 도로나 자동차로 달려드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수만개의 홑눈으로 이뤄진 잠자리의 눈에서 착시현상의 일종인 ‘편광현상’이 발생, 교미를 마친 잠자리가 알을 낳으려고 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즉 잠자리들은 강렬한 태양빛에 의해 이글거리는 아지랑이로 인해 아스팔트나 차량을 산란장소인 물 주변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물구나무를 선 잠자리도 곧잘 눈에 띈다. 잠자리는 파충류처럼 체온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려고 지면과 수직으로 물구나무를 선다. 햇볕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또 잠자리는 이른바 ‘육식 곤충’이다. 주로 모기, 파리, 각다귀, 물고기 알 등을 잡아먹어 사람에게는 이로운 곤충이다. 특히 여름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는 잠자리는 ‘살아 있는 모기약’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주로 사는 좀잠자리의 경우 여름 한철 동안 1만㎡의 공간에서 무려 100㎏의 모기를 먹어 치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게다가 잠자리는 생물진화론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생명체다. 진화론에서는 물 속에서 생겨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 호흡이 폐 호흡으로 바뀌게 된다. 물에 사는 잠자리 유충은 아가미로 호흡을 하다가 탈피를 위해 뭍으로 올라오면서 어느 순간 폐 호흡을 시작한다. ●모기 번식의 엉뚱한 피해자, 인간 올 여름에는 이처럼 모기와 천적관계인 잠자리가 늘었으니 밤잠을 안심하고 잘 것으로 기대해서는 오산이다. 최근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모기의 생육조건이 좋아져 오히려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모기는 알을 낳아 유충(장구벌레)과 번데기의 단계를 거쳐 성충이 되는데 약 1∼2주가 걸린다. 기온이 높으면 이 기간이 짧아진다. 또 모기는 화장실이나 싱크대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알을 낳을 준비가 돼 있어 비가 내린 뒤에는 모든 땅이 모기의 산란장이 될 수 있다. 모기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는 평균 100∼400개이며 여름 동안 10∼15번 알을 낳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다. 모기는 원래 식물의 즙이나 과즙, 이슬을 먹고 산다. 다만 교미를 마친 암컷이 수정란을 갖게 되면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다. 암컷 모기는 한두 번 피를 먹은 뒤 4∼7일 만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따라서 모기 번식의 피해자 중 하나가 인간인 것이다. 모기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모기는 두 개의 주둥이가 있다. 아랫입술에 해당하는 털처럼 가느다란 주둥이로 사람의 살갗을 쏘고 나서 윗입술로 피를 빤다. 이때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타액을 흘려보내며, 이것이 바로 바로 가려움의 원인이 된다. 타액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모세혈관에 이물질이 들어오므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모기의 앵앵거리는 소리는 목이 아니라 날개에서 난다. 모기는 초당 600번까지 날개를 친다. 초음파 모기 퇴치기는 이런 모기의 소리와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산란기에 이른 암모기는 수모기를 피한다. 모기 퇴치기는 수모기의 날개가 만들어내는 1만 2000∼1만 7000㎐ 대역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흡혈의 주범’인 암모기를 쫓는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책꽂이]

    ●세계 제1의 권력자가 된 보통 사람들(아리마 테쓰오 지음, 홍창미 옮김, 수린재 펴냄) 아이젠하워에서 부시까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과 민주, 공화 양당이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했는가에 대한 실제적 이야기를 정밀하게 묘사한다.9500원.●깨우침의 빛(관조 스님 지음, 솔 펴냄) 30여년간 카메라를 통해 깨달음의 의미를 표현해왔던 지은이의 사진명상집. 유려하지는 않으나 마음을 잡아끄는 은은한 자연풍광과 함께 맑고 투명함을 표현한 법구(法句)들이 자연스럽게 스며있다.2만 5000원.●생각 발전소(엔스 죈트겐 지음, 도복선 옮김, 북로드 펴냄) 독일 아우구스부르크대학의 지식센터 소장인 저자가 논술·토론·교양의 심화를 위한 논증의 기초지식 스무가지를 철학사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다. 부부싸움 중 오가는 언쟁 등 일상적 사례들을 통해 재미를 더했다.1만 3000원.●섹스의 진화(제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등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세계적 과학교양서 시리즈인 ‘사이언스 마스터스’의 제1권. 성(性)의 진화론적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인류 문명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섹스에 중독된 인간의 진면모를 압축적으로 명확하게 분석한다.1만 3000원.●암베드카르 평전(게일 옴베트 지음, 이상수 옮김, 필맥 펴냄) 인도 사회의 최하층민인 불가촉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회개혁가의 삶을 담았다. 암베드카르는 힌두교를 중심으로 인도 통합을 꾀하던 간디를 비롯한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사회제도 개선책에 반대하고, 불가촉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웠다.1만 1000원.●한국 역사속의 여성들(이배용 지음, 어진이 펴냄) 우리 역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발자취를 여성주의, 나아가 인간주의 관점에서 살펴본 책. 의녀와 궁녀의 생활, 왕비 간택, 고려 여성 염경애 등 여성과 관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도와 풍습, 인물 들을 소개한다.1만원.●생명의 물, 우리 몸을 살린다(김현원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연세대 원주의대 생화학교실 교수인 지은이가 딸의 병을 계기로 물 연구에 나서 펴낸 책.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물의 다양한 모습과 기능 등 ‘신비한 물의 세계’를 들여다본다.1만 5000원.●원교와 창암 글씨에 미치다(최준호 탈초·해제, 한얼미디어 펴냄)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로 곱히는 원교 이광사와 창암 이삼만의 글씨를 담은 ‘원교창암유묵’ 해설서. 두 사람은 모두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당쟁과 가난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았으며, 이같은 시대적 절망을 붓끝으로 표현했다.1만 2000원.●스트라디바리우스(토비 페이버 지음, 강대은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명품 현악기의 대명사 스트라디바리 악기를 처음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평전. 그의 생애와 함께 그의 걸작품의 다섯 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첼로가 겪은 300년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1만 5000원.
  • [토요일 아침에] 과학자를 위한 종교인의 변명/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현대의 붉은 벽돌건물 앞 그리고 연구소를 배경으로 각각 양대종교의 고위 성직자와 세계적 과학자 사이에서 벌어진 웃음 이면의 긴장감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염화미소로 서로의 참마음을 읽어내는 21세기적 사건 두 컷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과학자도 종교인도 시대와 국토를 잘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라 안팎의 보통사람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면서 연구와 의사표시를 소신껏 할 수 있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그 무거웠던 모든 짐을 분담해버린 종교인 역시 참으로 행복한 시절입니다. 그동안의 몸살이 한 고비 지나가고 이제 모두가 냉정하게 또 한번 자기자리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종교적 영역은 사실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신념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따라서 그 종교적 가치관을 받아들이기를 몸과 마음으로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가치체계라는 한계를 지닙니다.‘창조론’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진화론자에게 창조론을 억지로 권하려고 든다면 이를 당사자는 수긍하기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창조론을 받아들이는 종교인구보다도 더 많은 인구가 연기론(緣起論)종교인 불교를 믿거나 혹은 무종교인이라는 사실도 우리사회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배아줄기세포 반대 이유인 ‘생명 존중’의 의견 뒤에는 이렇게 가려진 창조론적 세계관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이 논쟁이 가지는 이중성으로 보입니다. 그 뒤에 나온 수없는 여러 근본주의 논객들의 갖가지 담론도 모두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 지식영역은 과학자가 더 전문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하고 열린 사회에서 일류과학자라고 불릴 정도면 그만한 가치관과 세계관과 인류애의 번민을 소유한 성숙한 인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쩜 종교인보다도 과학기술의 도덕성 문제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외람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인의 번뇌라고 하는 것은 삶 자체가 현실적 일상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에 선지자적 사명감에 의거한 추상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인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관념적 원리주의’는 대중에 대한 호소력이 오히려 과학자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어쩜 종교인들이 가장 ‘꼴보수’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연 이 시대의 종교인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동안 ‘황우석 논쟁’을 지켜보면서 과학적 안목없이 단지 ‘종교적 윤리적 의무감’으로 한 마디씩 하는 이유는 그 종교 구성원들의 사상적 단속을 위한 ‘내부용’ 성격이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자기정체성의 확인방편으로 원용한 셈입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종교인의 이러한 의견표현이 종교적 진리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종교는 표를 이만큼 가지고 있으니 우리 말을 주목하라.’는 경고로도 읽힐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제도적 후원자, 심정적 동조자 모두를 향한 무차별적 메시지로 들려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종교가 종교외적인 힘으로 종교의 입장을 어필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종교인이 가진 양면성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이번 일을 ‘과학적 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혁명이란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존 사고와 가치관으로 배아줄기세포 사건의 찬반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장(場) 자체가 통째로 바꾸어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이율배반’의 딜레마를 딜레마 그 자체로 인정하고서 판단자체를 보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법론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사에서 종교가 과학적 영역에 지나치게 참견함으로 인하여, 그 이후 돌아온 역사적 과보의 전철을 다시한번 곱씹어보는 것도 ‘왜 판단정지가 필요한가?’하는 또 다른 해답이 아닌가 합니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종교의 유무를 떠나, 인지능력의 우범(愚凡)을 막론하고, 인종의 흑백을 가리지 않고서 매일 소·돼지 잡아먹고, 갖가지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서로 죽이면서도 새삼 세포하나를 두고서 생명존엄 운운하고 있는, 인간 스스로도 인간들이 이해되지 않는 자기모순 속에서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 하긴 하였습니다만 사실은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또 한마디 덧붙입니다. 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 [책꽂이]

    |유아·아동|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미하엘 엔데 글, 만프레드 쉴뤼터 그림, 유혜자 옮김, 보물창고 펴냄)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그 거북이 보다 끈기가 더 지독한(?) 느림보 거북이가 주인공. 더 큰 상상력, 짜릿한 반전까지 보태져 변주된 그림동화의 메시지.5세 이상.1만원. ●엄마, 나는 무슨 띠야?(심상우 글, 강명근 그림, 창작나무 펴냄) “음메헤헤! 따뜻한 털옷을 입은 양이에요.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늘 맛있는 풀을 찾아다녀요.” 일년씩 돌아가며 한해의 대장을 맡은 열두 동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그림책. 원색의 강렬한 그림들에 눈이 즐겁다.3∼6세.8500원. |초등·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진화 이야기(전5권)(구로다 히로유키 글·그림, 김영주 옮김, 바다어린이 펴냄) “손가락은 왜 다섯개야?”“배꼽은 왜 있지?” 신체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진화론’으로 풀어준다.‘물고기, 땅으로 올라오다!’‘포유류, 몸을 요리조리 바꾸다!’ 등 5권의 시리즈로 나왔다. 재미있는 그림과 세밀한 도판들이 있어 이해하기가 무척 쉽다. 초등생. 각권 7000원. ●마이돌핀 학습365(제2권)(서활원 지음, 양지사 펴냄) 여러 방송에 출연해 더 유명해진 저자가 효과적인 공부방법과 그 원리 및 과학적 근거 등을 상세히 제시했다.‘마이돌핀’은 두뇌활동을 결정하는 호르몬. 중학생 이상.1만원.
  • 방송인도 진화한다? 인기 진화론

    방송인도 진화한다? 인기 진화론

    ■ ‘말’로 주는 정체불명 방송인시대 무적(無籍)? 무적(無敵)!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탤런트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고 전문MC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그맨도 아니다. 그런데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진행도 하고 웃기기까지 한다. 뭐라 부를까. 적절한 호칭이 없다. 그래서 ‘방송인’이다. 최근 채널을 돌릴 때마다 각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예전에는 은퇴한 원로급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방송인 명칭을 쓰더니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요즘 한창 이름을 떨치고 있는 ‘닥터 노’ 노홍철이나 ‘엽기 걸’ 현영,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 등이다. ●누구누구 있나 노홍철은 케이블채널에서 인기를 얻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했다. 째질듯 흥분한 목소리와 짐 캐리를 연상케 하는 과장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다. 여기에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산만한 행동은 덤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길거리 캐스팅으로 m.net에서 방송을 시작한 비디오자키(VJ)출신. 공학을 전공했지만 가판 장사도 하고 여행사 사장님도 해봤다. 소위 ‘깬다.’ 싶은 이상한 비음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현영은 그래도 1997년도 슈퍼모델 출신이란다. 그래서인지 미모가 빼어나다기보다는 몸매가 좋다. 거기에다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행동은 외모와는 전혀 섞이지 않는다. 유명 휴대전화 광고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컵라면 광고로 방송에 첫발을 내디뎌 별명은 ‘뚜껑걸’이다. 각종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녀가 진행하는 MBC ESPN ‘스포츠 원’은 ‘현영 효과’로 시청률이 두배나 오르기도 했다. 타블로는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처음에는 스탠퍼드대 석사 출신이라는 간판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명문대 석사 출신답지 않은 입담 덕에 이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말발’의 시대 방송사의 필요성 때문에 등장한 측면이 크다.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안주로 삼는 프로그램이 늘면서 외모·몸매·장기보다 ‘말발’이 먹히는 추세인 것이다. 한때 어느 프로그램에서나 연예인에게 요구하던 ‘개인기’가 이제는 말발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입으로 때우는 방송은 시청률도 높고 제작비도 싸게 먹힌다. 이 때문에 각종 버라이어티 쇼가 넘쳐나면서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몸매 좋은 애 벗겨서 눈요깃감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있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얘기들을 정신사납게 늘어놓기만 한다고 채널을 돌려버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독특하니까 시선은 가지만 금방 질린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안다. 한 시청자는 “가식 없어 보여 좋다.”고 말한다. 홍보 때나 모습을 보이면서 얌전떠는 것보다는 엉뚱해도 자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점이 마음에 든다는 것. 또 다른 매체에 비해 더 까다로운 지상파 방송의 한계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쾌감을 주기도 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 방송인 인기비결 진화론 ‘방송인도 진화한다.’ 깔끔한 외모에 세련된 화술? 요즘 ‘뜨는’ 방송인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원래 방송인이라는 명칭은 가수 출신이 먼저 썼다. 대표적 MC로 꼽히는 임성훈이나 이택림 등의 데뷔는 가수였다. 편안한 인상과 좋은 목소리, 맵시있는 말솜씨와 깔끔한 옷 매무새 등이 1970∼80년대 방송인으로 나갈 수 있는 필수 조건이었다. 그 뒤 본격적인 토크쇼 바람이 불면서 ‘재치’가 추가됐다. 진행자는 물론이거니와 초대손님으로 나와서도 입담을 과시해야 했다. 홍서범은 톡톡 튀는 순발력과 재치로 사랑을 받은 경우.‘호랑나비’로 떴던 김흥국은 어수룩한 재담을 통해 “아, 응애예요.” “으아∼.”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개인기의 시대가 왔다. 한마디로 뭔가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재치 정도로는 부족하고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이다.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댄스가수들이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더 강화됐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망가져야 했다. 이혁재의 차력, 박수홍의 뻣뻣한 춤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버라이어티 시대다.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 씨름선수의 몸매에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깔끔하지 못한 외모에도 강호동은 떴다. 야구 경기장에서 잔뼈가 굵은 ‘말 속사포의 황제’ 김제동도 예전 기준으로 보면 불합격감이다. 뭐든 하나는 차별화되는 개성이 있어야 환영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더글러스 모크 지음

    ‘동물의 왕국’ 같은 TV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세계의 끔찍한 싸움은 거의 종과 종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그려진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치타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가젤을 쫓는 장면 등은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나아가 혈족간에 일어나는 유아살해나 형제살해 같은 싸움을 다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동족상잔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들의 둥지에서도 하이에나나 여우의 굴에서도 어김없이 처절한 생존투쟁이 벌어진다. ‘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더글러스 모크 지음, 정성묵 옮김, 산해 펴냄)는 동물의 세계, 그 중에서도 특히 혈족 사이에서 드러나는 공공연한 잔인성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동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십년 동안 동물 가족전쟁의 현장을 쫓아다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진화론의 가설을 현장관찰을 통해 경험적으로 검증해온 그의 업적은 독보적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때론 가장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한다. 먹이가 부족하고 천적이 들끓는 상황에서 종을 이어가기 위해 혈족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형이 동생의 몫을 빼앗고, 새끼가 무사히 자라날 가망이 없으면 아예 잡아먹어 버리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히 동물들이 비정해서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선택이다. 무척이나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꿀벌들의 자기희생도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부성애도 알고 보면 진화의 냉정한 선택일 뿐이다. 요컨대 자연을 바라볼 때는 인간적인 잣대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렌즈를 통해 보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동물의 세계로부터 일정한 교훈을 이끌어낸다.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토록 혈육간의 전쟁을 벌이는데 인간의 골육상쟁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인간이 채택하는 이른바 이성적 행동양식이라는 것이 진정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적인 진화를 뒷받침해줄 것인가. 책을 읽다 보면 그 행간에서 인간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저절로 묻어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1835년 9월 남아메리카 해안을 돌며 생태계를 연구하던 찰스 다윈은 에콰도르 서쪽 1000㎞ 지점에 있는 갈라파고스제도에 도착한다. 다윈은 이곳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며 마침내 ‘진화론’을 탄생시키게 된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던 갈라파고스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면서 희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1일 보도했다. 갈라파고스는 위협받고 있는 전세계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 10일 긴급 조사단 파견 환경단체 ‘갈라파고스 보존운동’(GCT) 등에 따르면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 앨버트로스, 부비(가마우지의 일종), 갈라파고스거북 등 이 제도에 주로 서식하는 희귀한 동물들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1978년 갈라파고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긴급상황’으로 보고 오는 10일 대표단을 보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GCT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다면 갈라파고스에 서식하고 있는 2909종의 생물 가운데 척추동물의 50%, 식물의 24%가 머잖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위협요인은 인간 갈라파고스를 파괴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다.1960년 2000명에 불과했던 주민이 현재 2만 7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생물들을 포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했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것도 생태계 파괴의 요인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특히 하나의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서 물고기를 잡는 ‘주낙’을 경계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당국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GCT의 레오노르 스트제픽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주낙을 일부 허용한 결과 물고기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놓인 다른 동물들도 걸려드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공동창설자 폴 왓슨은 “주낙이 사용된다면 갈라파고스는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생태계 60% 파괴 생태계 파괴는 갈라파고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 주도로 95개국의 과학자들이 참가,4년 동안의 연구 끝에 30일 발표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공기 등 전세계 생태계의 60%가 오염되거나 과잉개발돼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인위적 개발은 자연적인 속도보다 1000배나 빠르며 1945년 이후 개간된 농경지 규모는 18,19세기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세계 양서류의 32%, 포유류의 25%, 조류의 12%가 이미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美 ‘지적설계론’ 교육반영 논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보수세력이 과학에 근거한 진화론 대신 종교에 기반을 둔 ‘지적설계론’을 학교 교육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지적설계론이란 성서의 창조론 내용을 이론으로 가르치되 신이나 종교와 관련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각각 24일과 23일 사설을 통해 ▲지적설계론을 과학시간에 가르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공립학교들이 확립된 과학이론인 진화론의 대안으로 과학이론이 아닌 지적설계론을 가르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CBS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55%가 진화론을 전혀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67%는 진화론을 믿지 않았다. 또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3분의1이 성경이 글자 그대로 진실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미국 대법원은 루이지애나주에서 창조론을 과학 교과과정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국의 위스콘신,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시시피주 등에서는 최근 학교 위원회들이 창조론의 변형인 ‘지적설계론’을 교과과정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보수화하면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 dawn@seoul.co.kr
  •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게놈 프로젝트에서 인간배아복제까지. 전문연구가들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유전자와 생물’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도 최근 부쩍 늘어났다. 언론에서도 외국 유명 연구소의 연구결과라며, 생물의 어떤 특징이나 요소가 알고 보니 이러저러한 유전자 때문이었다는 식의 보도를 이따금씩 내놓는다. ●생물발생·진화과정 관찰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분자생물학 권위자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자크 모노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책에서 “진화란 결국 미시세계에서의 교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단선적이고 합목적적인 진화론에 대해 자크 모노는 아무리 분자를 쪼개고 원자를 나누고 유전자를 들여다봐도 왜 인간은 눈이 두 개이고 코와 입은 하나인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그런 형태가 인간의 삶에 적합한 방식이 됐지만, 그렇다 해서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변신 이야기’(존 애비스 지음, 이영완 옮김, 뜨인돌 펴냄)는 이런 자크 모노식 주장을 지구상의 다채로운 생물종을 통해 펼쳐내보이고 있는 책이다. 미국 조지아대 교수인 지은이 존 애비스 박사는 유전자를 통해 생물의 발생과 진화과정을 추적하는 계통유전학자다. 그래서 환경에서의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책에 담고 있다. ●아르마딜로 복제 통해 번식 예를 들자면 뱀은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에 따라 분비하는 독이 다르다.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는 아르마딜로는 자손의 번성이라는 목적에 걸맞지 않게 자궁이 작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복제를 통해 번식한다. 이 때문에 새끼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똑같다. 자연상태에서는 복제양 ‘돌리’ 이전에 이미 복제를 통한 번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 거대한 킹 크랩의 조상이 사실은 조그마한 소라게라거나, 한동안 너구리계통으로 오해받았던 팬더가 곰쪽 혈통이라는 등의 최신 연구결과도 담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유전자 분석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이었다는 증거가 아직까지는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제시된다. ●고원의 에버그린오크 뿌리길이 21m나 이외에 5000만년이 넘도록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잎꾼개미, 고원에서 살기 때문에 뿌리 길이가 21m에 이르는 에버그린오크,6500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인도양쪽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물고기 실러캔스 등의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꼭 유전자와 생물이라는 거창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옮긴이의 말처럼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수메르,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수메르,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지은이가 성경의 역사적 확실성을 믿는, 깐깐한 창조론과 허점많은 진화론간의 합일점을 찾는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자. 그리고 모든 과거를 설명하는 근거가 하필이면 왜 지금의 현대 문명인가라는 의문도 잠깐 잊자.‘한단고기’류의 서적에 열광했었던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수밀이국(須密爾國)’이라는 명칭도 잠깐 접어두자.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온 기분으로, 온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자. ●수메르는 우주인의 문명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근영 옮김, 이른 아침 펴냄)은 그런 방식으로, 어떻게든 기존의 사고방식을 떨쳐버린 뒤에야 읽어야 할 책이다.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알려진 수메르가 사실은 우주인에 의해 ‘던져진’ 문명이었다는 주장,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는 신이라 불렸던 우주인들이 노예로 부리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해석 등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신 우리가 평소에 궁금하게 여겼던 고대문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자세한 해설서로 생각한다면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 될 듯하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한 의문이다. 인류는 어떻게 “어느 순간부터 직립보행을 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도구를 쓰고 농사를 짓고 문자를 만들고 종교와 예술이라는 분야까지 만들게 됐을까.” 과학적 사고방식이라는 진화론은 이에 대해 ‘단계적 발전’이라는 모델을 제시한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주장이 사실과 어긋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4만∼5만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존재는 ‘호모 사피엔스’다. 그런데 유물로만 따지자면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은 수십만년 전에도 발견되고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공인된 호모 에렉투스와도 존재하는 시기가 겹친다. 진화론이 단선적인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부분들은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다. 왜 진화는 일률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할까. ●고대문명 해설 흥미진진 저자는 이런 허점들에 대한 기록이 이미 과거에서부터 있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것이 성경의 창세기다. 일종의 상징이나 비유로서 해석되어 왔던 수많은 대목들이 고고학적 발굴결과로 사실로 밝혀졌다. 성경이 ‘사실(史實)’이라면, 그래서 해석을 고민할 필요없이 문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근원이 바로 수메르 문명이다.12간지,60진법, 별자리 이름, 달력…. 기독교에 젖줄을 대고 있는 현대문명에 수메르문화가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설명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때 비틀스의 부활로 받아들여졌던 클라투(Klaatu)의 두번째 앨범 ‘Hope’에 등장했던 ‘폴리체니아(Politzania)’를 떠올릴 법도 하다.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경제를 보는 눈/홍은주 지음 ‘경제를 보는 눈’을 갖는다는 건 일상생활에서 ‘눈먼 우연’에 기대지 않고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훈련을 의미한다.경제학을 전공하고 20년 넘게 경제부 기자생활을 한 저자(MBC경제부장)가 강조하는 것은 경제학이 진정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합리적인 사고와 생각의 기술을 내면화하라는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그 합리성이란 바로 단선적 사고를 부정하는 능력이다.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생활 속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흥미롭게 설명해 일반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9500원. ●진화/칼 짐머 지음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 이래 진화론은 처음부터 종교와 대척점에 있었으며,‘위험한 이론’으로 백안시됐다.이런 상황은 DNA와 인간 게놈의 비밀이 밝혀진 오늘날까지도 여전하다.특히 미국의 기독교 창조론자들은 지금도 진화론의 전파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이 책은 종교의 언어를 그대로 과학인 양 이해하는 창조론자들에 대한 답변이요,진화론과 진화의 ‘사실’을 옹호하고 바로 알리기 위한 책이다.진화론의 핵심원리인 ‘자연선택’이 어떻게 종 차원의 생물을 발전시켜 왔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3만원. ●패권의 시대/리우웨이 등 지음 중국 역사상 학문적으로 가장 자유롭고 화려했던 시기이자 천하통일에 대한 몽상으로 패권다툼이 극에 달했던 춘추전국시대를 재조명.각종 유물과 유적,간결한 텍스트를 통해 변혁과 혼란 속에 발전해간 춘추전국 문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했다.중국사를 왕후장상과 역대 왕조라는 틀에서 이해하던 방식에서 탈피,문헌과 고고학을 결합한 색다른 접근법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약소국들이 어떻게 칠웅(七雄)에 대항했는가,오왕과 월왕의 호신무기는 왜 원수였던 초왕의 묘에서 발견됐을까,공자는 어떻게 사교육을 발전시켰을까 등 궁금증을 풀어준다.1만 4800원. ●케테 콜비츠/케테 콜비츠 지음 ‘노동계급의 위대한 예술가’‘미술사의 로자 룩셈부르크’로 불리는 프로이센 태생의 판화가이자 조각가인 케테 콜비츠의 작품·일기 선집.‘내가 나를 보는 시선’으로 씌어진 일기는 고난의 신화와 강한 이미지 뒤에 감춰진 콜비츠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콜비츠는 천성적으로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이 강했다.갓난아기 남동생의 죽음이 그리스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놀이를 한 자신 때문이라는 정신적 압박에 사로잡힌 그녀는 사물이 작아지는 악몽 등에 시달렸다.마지막 석판화 ‘씨앗을 짓이겨서는 안된다’엔 진보와 희망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3만 800원.
  • 국학진흥원 ‘전환기 한국유학의 모색과 대응’ 학술대회

    ‘나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修己而安百姓)’.흔히 유교의 성격을 가장 잘 정의하는 구절로 통한다.도덕성과 아울러,백성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경제·교육·군사·복지 등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부분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같은 유교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구절은 ‘중용’에도 들어 있다.“비록 천자의 위치를 갖고 있어도 진실로 그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유교 정신의 규범과 생활)을 제작하지 않으며 비록 그 덕이 있다고 할지라도 진실로 그 위치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제작하지 않는다.”여기에서 ‘위치’란 덕을 이루고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와 권력을 말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해석한다. 그러면 과연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유교는 우리사회에서 도덕성과 실천력을 함께 갖춘 사상과 종교로 역할을 해왔을까.보수·수구의 성격이 강한 영역으로 인식돼 온 유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이런 인식을 뒤집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과 한국사상사학회가 11∼12일 국학진흥원에서 마련하는 ‘전환기, 한국유학의 모색과 대응’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 나말여초, 여말선초,조선후기, 한말 등 주요 역사적 전환기에 유학사상이 어떻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변화를 모색하여 왔는지를 확인하고 현재 우리사회에서 유학이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이다. ●사회변혁 이끈 주체적 학문 미리 공개된 주제발표문을 보면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유교를 뒷전에 물러난 소극적인 학문이 아닌,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변혁을 이끈 주체적 학문과 사상으로 바라보고 있다.우선 국권수호와 근대적 개혁이 동시에 요구됐던 개항기.당시 개화 지식인들은 대부분 조선이 근대화에 뒤진 원인으로 성리학 내지는 유학사상을 지목하고 공격했다.이에 대해 조광 고려대 교수는 ‘개항 이후 유학계의 변화와 근대적응 노력’을 통해 “사회진화론과 같은 근대사조가 지성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던 개항기 이후 유학계에서도 근대적 교육기관과 결사운동을 전개했으며 이같은 민족운동은 모두 근대사회에 대응하려던 노력의 일부였다.”고 분명히 했다. ‘유교구신론’을 제기해 유학을 근대종교로 전환시키려 노력한 개혁파 유학자들의 대동교운동이나 공자교회,태극교운동이 그것으로 이들은 모두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조선사회에서 유교 특유의 ‘수제치평(修齊治平)’기능을 계속했다는게 조교수의 주장이다. ●실학도 조선성리학 틀서 출발 이같은 입장은 조선후기 실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흔히 실학은 근대성에만 초점을 맞춰 정통 유학과는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학이야말로 조선 성리학의 틀안에서 시작해 점차 성리학적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롭게 형성된 학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성을 아주대 교수는 ‘조선후기 성리학 해체의 제 양상’을 통해 “조선후기는 급격한 사회변동이 진행되어 우리 중세사회가 해체되는 시기였으며 이때 나타난 실학은 조선후기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적 발생·발전과 신분제 해체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고 실학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 교수는 “기호남인계와 소론계 실학자들은 계보적으로 퇴계 이황의 학문과 연결돼 있으며 이들은 퇴계학의 영향 아래 주리론적 학문경향을 받아들임으로써 강력한 실천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율곡학파의 연장선상에서 노론계의 실학이 전개됐으며 북학파에도 퇴계의 주리적 학문경향이 들어있음을 볼 때 결국 조선성리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조선후기 실학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한국·금호타이어 올 수출목표 8억弗로 잡고 기세싸움

    올해는 ‘글로벌 톱7’이다. 타이어 업계의 쌍두마차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세계 랭킹 7위’ 자리 선점을 놓고 기세싸움이 치열하다.지난해까지는 세계시장 ‘톱 10’을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했다. 두 회사는 50여년의 맞수다.최근 몇년은 한국타이어가 앞섰다.금호타이어가 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군인공제회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여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아 올 연초부터 반격에 나섰다.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초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발걸음이 가벼워져 있다. ●대조적 CEO간 경쟁도 치열 두 회사의 시장선점 경쟁뿐아니라 CEO(최고경영자)인 한국타이어 조충환(63) 사장과 금호타이어 오세철(57) 사장의 전략 구상도 주목된다.조 사장은 정통 경영인이고 오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조 사장은 지난 83년 삼성물산에서 한국타이어 상무로 영입된 뒤 14년만인 97년 사장자리에 올랐다.2002년에는 한국 100대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오 사장은 74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줄곧 현장 근무를 해왔다.2003년에는 엔지니어의 꽃이라는 연구·공장총괄 부사장에 올랐다.외부에서는 ‘뜻밖’으로 여겼지만 내부에서는 안팎의 경쟁체제에 적합한 CEO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두 CEO는 뚝심을 가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다.조 사장은 공격적이다.그의 이같은 진가는 금융위기 직후인 98년에 여실히 나타났다. 조 사장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사업 확대 차원에서 2억 5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당시 ‘생물이 어려움에 처하면 변신을 통해 성장하듯 기업도 시련속에 성장한다.’는 ‘기업진화론’을 내세워 밀어붙였다.결과는 성공이었다.현재 중국산 승용차의 28%가 한국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오 사장은 뚝심과 함께 매사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스타일이다.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해 ‘세븐 일레븐’이란 별명도 있다.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SUV용 인치업 타이어 `엑스타STX26’ 개발과정에서 그의 뚝심은 드러났다. 부사장이던 2000년 초 18인치가 주류였던 타이어시장에서 26인치 타이어 개발을 주장했다.임직원들은 세계적 기업인 미쉐린도 만들지 못하는 상품을 우리가 만들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지만 오 사장은 이를 강행해 성공을 거뒀다. ●국내는 좁다,해외로 가자 지난 41년 조선다이아공업주식회사로 출발한 한국타이어는 줄곧 국내 타이어 시장을 이끌어 왔다.반면 60년 창립된 금호타이어가 성장하면서 70년대 들어 독보적 위치가 위협을 받았다.금호타이어는 후발업체였지만 빠른 속도로 한국타이어를 뒤쫓았다. 2000년에는 금호타이어가 1조 3440억원의 매출(금호타이어 자료)로 한국타이어(1조 3127억원·한국타이어 자료)를 근소하게 앞질렀다.그러나 2002년에는 금호타이어(매출 1조 4370억원)가 주춤한 사이에 한국타이어(1조 5785억원)가 앞서갔다.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가 1조 6700억원의 매출로 금호타이어(1조 4200억원)와의 격차를 벌렸다. 두 기업은 국내 타이어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수출목표도 비슷하다.한국타이어는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7억 122만달러)보다 1억달러 이상 늘어난 8억 2000만달러로 잡았다. 금호타이어도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7억 200만달러)보다 1억달러 가량 늘어난 8억 2000만달러로 설정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오피니언 중계석/‘어떻게 살것인가’ 김추기경 강연

    서울대 인문대학이 18일 오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여는 인문대학 포럼에 김수환 추기경을 초청,‘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는다.김 추기경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 지수는 세계 최고”라고 보도했다.2003년 이 땅의 가족들이 전쟁터에 서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은 고(苦)라는 말이 있듯이,우리 삶의 현실에는 언제나 난관과 시련이 있고 비극적 결말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도 있다.그러나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가 답이라고 할 수 있는가?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유태인 수용소에 감금됐던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E 프랭클은 절망에 빠져있던 수용자들에게 “우리의 상황은 절망적이다.그러나 우리의 삶이 결코 무의미 자체는 아니다.우리는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기대하지 말고 내가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그 말의 뜻은 죽음밖에 길이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일지라도 삶의 가치와 의미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무엇이기에 어떤 처지에서도 삶에 의미가 있는가.왜 인간은 양심대로 올바르게 진리와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가? 인간에 대한 탐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행되고 있지만,인간은 단순한 물체도 아니요,단순한 생물도 아니며 동물만도 아니다.이 모든 것과 유대를 가지면서도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정신적 존재요,영적 존재다.정신과 영은 과학적 연구만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말한다.인간에게는 그가 누구이든, 어떻게 생겼든,잘났든 못났든,인간인 한, 국가권력도 이를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엄성을 지녔다는 것을 인류사회가 인정한다.인간의 존엄과 평등은 인간의 본질적 내용이다. 그런데 이 존엄성이나 평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존엄성과 평등은 사실상 형이상학적이면서 동시에 종교적 의미의 신앙,즉 믿음의 문제다.하느님을 배제하면 우리는 끝내 인간을 알 수 없게 된다.인간이 무엇인지,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그런데 우리는 생명의 기원이나 인간의 생성을 진화론적으로만 배우고 그 기원까지도 ‘우연’에 두고 있다.그러나 20세기의 가장 큰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무력하고 과학 없는 종교는 눈먼 것”이라고 했다.나는 진화론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하느님의 창조의 손길을 전제로 한 진화는 인정한다. 인간과 관련해 성경 말씀을 요약하면 (1)하느님이 인간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절대적이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에,(2)또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같이 영원히 살도록 뜻하시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시기 때문에,(3)그리하여 인간 안에는 영원하신 하느님이 내재하고 계시기 때문에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이다.즉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인식할 때,인간 존엄성과 평등을 이해할 수 있다.그리하여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도,흉악범일지라도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그 때문에 존엄하고 또한 평등하다.”고 해석해야 타당하다. 인간은 이렇게 영원으로의 부르심을 받고 있다.이것이 그의존엄성의 가장 숭고한 이유이다.이 점이 하느님 사랑과 함께 인간 존엄성의 가장 중요한 또한 숭고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이 영원으로 향한 인간의 본성을 부인하면 인간은 현세만 살다가 죽고 썩고 마는 가련한 존재에 불과하다.아울러 그렇게 현세만 살다 결국은 어느 날 죽고 썩고 말 인간에게 불가침의 존엄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현세뿐이면 반드시 양심에 따라 도덕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정리 채수범기자 lokavid@
  • [길섶에서] 떡 진화론

    떡도 진화한다.한가위에 마주한 떡들이 예전보다 한결 예뻐졌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모양과 빛깔이 고운데다 크기도 먹기 편하게 날렵해졌다.건포도가 떡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꽤 오래 전 이야기이고 요즘에는 카스테라 가루나 팥소 등 퓨전형 재료도 많이 활용된다. 단순하고 담백했던 떡들이 진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먹을거리 세계의 경쟁자가 많은데다,사람들 먹는 양이 크게 준 탓이다.요즘 젊은이들에게 예전처럼 시루떡이나 백설기를 커다란 덩어리로 주면 질리는 표정부터 짓는다.추수가 끝나야 떡을 찧을 수 있을 정도로 배고픈 시절을 보냈던 기성세대도 이젠 보기 좋은 떡이라야 손이 간다.사람이 떡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떡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시절이다. 세상 뒤숭숭하고 궂은 일만 생길 때 ‘떡 해 먹을 세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떡이 진화하듯 세상도 맑고 고와지길 달님에게 빌어보자. 강석진 논설위원
  • 이런 책 어때요 /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찰스 다윈 지음 / 이한중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영국의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의학과 신학을 공부한,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자서전.우연한 기회에 영국 군함 비글호를 타고 떠난 5년간의 탐사여행과 그 뒤 점점 찾아들기 시작한 신앙에의 회의,그리고 생태계의 변이에 대한 의구심으로 진화론을 낳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진화론의 전주곡이 된 비글호 항해는 다윈 자신이 “이 항해로 내 정신 고양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고백했을 만큼 그의 생애에 큰 영향을 끼쳤다.책엔 도자기 회사로 유명한 웨지우드 가문의 아내 엠마 웨지우드와 자식들을 향한 깊은 사랑 이야기도 실렸다.1만원.
  • 원주민 세계관·풍속 생생히/칠레 망명작가 세풀베다 장편 ‘파타고니아‘ ‘지구‘

    2년전 국내에 처음 소개돼 인기를 모은 칠레 출신 망명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54)의 장편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와 ‘지구끝의 사람들’이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번 작품들도 피노체트의 독재를 피해 라틴 아메리카를 전전한 작가의 ‘지역 사랑’의 산물들이다.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파타고니아 지역 원주민들의 초현실주의적 세계관과 풍속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진화론’을 관찰한 찰스 다윈 조차도 “파타고니아에서 아무 곳도 보지 못한 거짓말쟁이”로 묘사할 정도로 이 지역을 신비롭게 채색한다. 세풀베다의 두 장편은 크게 두 가지 무늬를 띤다.하나는 대를 이어 독재와 싸우는 인간이 빚어내는 격정적 열정과 현실적인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원주민들의 의식이다. 작가는 그 역동적 의식의 원천을 자연과의 교감에서 길어 올린다. ‘파타고니아…’는 피노체트 정권의 탄압으로 수감된 화자가 감옥에서 풀려나와 망명자 신분으로 그 지방을 떠돌아 다니며 만난 ‘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지구 끝…’은 고래와 바다를 모티프로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종수기자
  • 책꽂이

    ●휴테크 성공학(김정운 지음,명진출판 펴냄) 자기반성이란 나를 돌아보는 능력,혹은 나와 대화하는 능력을 뜻한다.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이 자기반성의 전제다.심리학에서는 자기반성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메타 코그니션(meta cognition)’이라고 한다.이것은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여가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자기반성과 재미를 조화시키는 것이 휴테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9900원. ●설탕,커피 그리고 폭력(케네스 포메란츠 등 지음,박광식 옮김,심산 펴냄) 산업혁명으로 유럽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기 전에 이미 중국,인도,동남아시아,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근대적 의미의 세계경제를 형성했음을 밝힌다.그 한 예로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궁정 연회에서 귀족들과 함께 커피를 즐겼는데 이 커피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수입한 것이며,설탕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섬 상투메와 브라질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주장.1만8500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파가니니(베르너 풀트 지음,김지선 옮김,시공사 펴냄) ‘G현의 선율’로 전 유럽을 매혹시킨 제노바 출신의 천재 니콜로 파가니니의 전기.파가니니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괴테,친밀한 교제를 나눈 로시니,꽤나 회의적인 태도를 내보였던 리스트,음악성으로 파가니니를 감동시킨 베를리오즈 등 당시 명사들과의 조우를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1만 2000원. ●여자,그 내밀한 지리학(나탈리 앤지어 지음,이한음 옮김,문예출판사 펴냄) 페미니스트는 사회학적인 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피메일리스트(femaleist)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해 예부터 여성이 남성과 함께 수렵이나 채집,전쟁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한다.이 책엔 여자가 남자 이상으로 공격적이며,오직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기관인 클리토리스를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성적으로 문란할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다는 등 피메일리스트적 여성관이 담겼다.2만 2000원. ●자전거 타는 오리(데이빗 섀논 글·그림,김서정 옮김,달리 펴냄) 농장에 사는 오리가 농장집 아이의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하자 동물친구들은 처음엔 모두비웃는다.그러나 오리가 정말 자전거를 탔을 때 젖소,양,강아지,고양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새로운 일을 꿈꾸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를 귀띔하는 그림책.8500원.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이지현 글,변정연 그림,소년한길 펴냄) 성악가 꼬꼬닭의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지만,몇날며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혹시 도둑이 아닐까? 그러나 꼬꼬닭의 의심과는 반대로 이사온 이웃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지은 시인 올빼미였는데….인물의 행동과 상황을 설명하는 간결한 글에 편안한 선과 안온한 색채의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다.초등저학년용.6500원.
  • [씨줄날줄]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진화 단계를 원인(猿人),원인(原人),구인(舊人),신인(新人)으로 분류하며 현생 인류를 가장 진화된 단계인 신인 즉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는 학명을 붙여 부르고 있다.인류 조상에 관한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나 모두 가설에 그쳤을 뿐 확정적인 이론은 없다.다만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의 화석으로 1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클라시스와 9만∼13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카프제·스쿨이 발견됐지만 아무도 인류의 진짜 조상으로 믿지는 않았다.그런 가운데 미국과 에티오피아 공동연구팀이 이번에 발표한 16만년 전의 두개골 3점은 인류의 기원을 적어도 7만∼3만년은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학명은 에티오피아 현지어로 연장자 또는 조상을 뜻하는 ‘이달투(idaltu)’를 붙여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로 됐다. 인류의 기원설은 그러나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진화론 이전에 이미 창조론이 있어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다.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에 근거한 창조론은 유일신인하느님이 완전한 자유의지로 만물을 창조했음을 주장한다.창세기는 하느님이 6일 동안 만물을 만들고 맨 마지막날 인간을 창조했다고 전한다.그러나 이 창조론은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찰스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의 등장으로 위협을 받게 된다. 바로 여기서 종교와 과학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지질학자요 인류 고생물학자이면서 신학자인 프랑스의 테이아르 드 샤르댕은 그 대표적인 학자다.그는 우주의 역사는 이미 120억 년이나 되었으며 앞으로 그 완성점인 오메가(Ω)점에 이르기까지 또 100만 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이 과정에서 인간은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염색체에 의한 생물학적 유전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지적·문화적 유산과 함께 지성 및 의지에 의한 창조력의 발휘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그러므로 과학과 종교는 자연 현상에 관한 탐구와 우주 전체에 관한 문제나 인간 실존의 근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면서 상호 관련성과 보완성을 발휘한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기원과 앞으로 다다를완성점에 관한 연구는 인류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최홍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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