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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형 이기적 본능보다 공동체형 이타적 선택이 인간 지구정복을 이루다

    생존형 이기적 본능보다 공동체형 이타적 선택이 인간 지구정복을 이루다

    지구의 정복자/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사이언스북스/416쪽/2만 2000원 진화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아래·84)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가장 논쟁적인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1975년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입각해 분석한 ‘사회생물학’을 출간했을 때는 인종주의와 성차별, 우생학 등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1998년 과학과 인문학, 더 나아가 종교까지 범주에 넣어 지식의 대통합을 제안하는 ‘통섭’(원제 Consilience)을 발표했을 때는 ‘생물학 제국주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팔순이 넘은 노학자의 신간 ‘지구의 정복자’(The social conquest of Earth) 역시 이 같은 논쟁의 연장선에 있는 문제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윌슨과 함께 진화론의 양대 학자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공격의 선두에 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윌슨은 이 책에서 현대 진화생물학계의 주류 이론인 ‘혈연선택 이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혈연선택 이론에 기반한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 사회성 생물의 진화와 이타성의 진화, 협력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이 상호 작용하는 ‘다수준 선택이론’을 제안했다. 혈연선택이 아닌 다수준 선택이 인류의 유전자를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결합된 ‘유전적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합성동물)로 만들었고, 인류는 이기적 본능과 이타적 본능의 길항 속에서 살도록 운명지워졌다고 주장한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동물의 행동들조차 알고 보면 이기적인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주장하는 도킨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향’인 것이다. 윌슨의 제자이자 국내에 ‘통섭’을 번역 소개한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 책 말미에 덧붙인 해설에 따르면 윌슨은 이미 2005년부터 혈연선택 이론을 버리고 집단 선택의 품으로 귀의하겠다고 선언했고, 2010년에는 ‘네이처’지에 혈연선택 논리를 반박하는 논문을 게재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 책은 윌슨이 그동안 학계에 던진 일련의 충격과 도발을 총정리한 결과물이다. 학계 내부의 비판과 논란이야 어찌됐든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주장들은 독자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책은 화가 폴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1897년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던진 인간 조건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인류는 불과 수십만년 전에 출현해 지난 6만년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구성과 언어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문화로 지구를 정복해 왔다. 저자는 인류와 마찬가지로 사회성을 무기로 6000만년 전에 지구 정복을 완수한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들의 진화와 인류의 진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 분석하면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생물학적 기원을 탐색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혈연의 생존을 위한 이기적 본능만으로는 진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비이기적인 모습을 띠는, 서로 충돌하는 두 충동을 함께 지닌”것이 인간 본성이고 “최악의 것과 최선의 것이 공존하는” 인류 고유의 혼란이 진화를 이끌어 왔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질문,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집단 협력의 가치를 중시하는 저자는 기본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오랜 생태주의자로 생물 다양성 보호를 주장해 온 저자는 또 다른 지구의 정복자인 개미와 달리 인류가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갈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를 멈추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자신이 주창한 통섭의 개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류가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을 통해 얻은 지식을 한데 결합한 통섭적 지혜를 가지기 위한 새로운 계몽운동을 펼쳐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학설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진화론 거두의 수십년에 걸친 학문적 궤적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한 책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고양이도 주인 목소리 알아들어…단지 무시할 뿐”

    “고양이도 주인 목소리 알아들어…단지 무시할 뿐”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애완견처럼 주인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이를 못들은 척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와 개의 차이를 분석한 이 연구결과는 최근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20마리의 집고양이 행동 패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얻어졌다. 일반적으로 이름을 부르면 즉각 반응하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는다. 이에 주인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연구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인이 불렀을 때 20마리 고양이의 움직임, 소리, 눈동자 모습 등을 정밀 관찰한 결과 분명 고양이가 목소리를 잘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고양이가 이를 무시하는 이유를 연구팀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었다. 연구를 이끈 도쿄대 아츠코 사이토 박사는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자신의 선택에 의해 스스로 가축이 됐다” 면서 “오랜시간에 걸친 이같은 ‘진화’ 때문에 고양이는 굳이 사람의 지시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연구팀의 결론은 고양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구분할 줄 알지만 스스로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연구팀은 고양이도 주인에 대한 ‘사랑’이 깊다고 분석했다. 사이토 박사는 “고양이도 개 만큼이나 주인에 대한 애정도가 높다” 면서 “단지 고양이는 주인에게 다가가 애정 표현을 할 지 안할 지 결정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남자는 많은 여자와 ‘잠자리’ 못한 것 후회…여자는?”

    “남자는 많은 여자와 ‘잠자리’ 못한 것 후회…여자는?”

    남자는 많은 여자와 ‘잠자리’ 갖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여자들은 잘못된 파트너와 ‘잠자리’를 한 것을 가장 후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텍사스 대학과 UCLA 대학 연구팀은 총 2만 50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를 관련 학술지(Archives of Sexual Behavior)에 발표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 연구 결과는 ‘성관계’를 놓고 남녀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남자의 경우 소심해서 (잠자리가 가능한)여성에게 접근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젊은 시절과 총각 시절 ‘성적 모험’을 하지 못한 것을 꼽았다. 이에반해 여성은 잘못된 상대(wrong partner)에게 ‘처녀’를 준 것과 불륜남 혹은 과거 남자, 너무 빨리 상대와 ‘잠자리’ 가진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UCLA대학 사회심리학 마티 하셀튼 교수는 “남자에게 있어서 새로운 ‘잠자리’ 파트너를 놓치는 것은 생식의 기회를 잃는 것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여성의 경우 매력없는 파트너와 ‘잠자리’ 가진 것을 남자보다 더 후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남자 코’가 여자보다 큰 이유…진화 덜 돼서?

    ‘남자 코’가 여자보다 큰 이유…진화 덜 돼서?

    왜 남자 코는 여자보다 큰 것일까? 이에 대한 과학적 해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美 아이오와대 연구 결과, 남성과 여성의 코 크기의 차이는 체내 산소 필요량 차이 때문이라고 18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근육이 더 많아 산소를 더 필요로 하고 이에 (호흡의 중심역할을 수행하는) 코 크기 역시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오와대 생물인류학과 네이선 홀턴 박사는 “처음 태어났을 때 남자와 여자의 코 크기는 비슷하나 청소년기를 기점으로 남자 코가 압도적으로 더 커진다”며 “남성 육체가 여성보다 커지기에 산소 필요량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남성 코가 여성 코보다 약 10 % 더 컸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이런 코 크기 차이를 인류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코 크기를 비교하면 네안데르탈인이 훨씬 크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고대 인류의 체내 산소필요량이 현대 인류보다 훨씬 높았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코 크기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진=라이브사이언스닷컴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당신의 책]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라종일 지음, 창비 펴냄) 아웅산 테러범인 강민철은 왜 한국에 오지 못하고 미얀마에서 죽음을 맞았을까. 정치학자인 저자는 강민철이 남과 북의 갈등으로 빚어진 부조리극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1983년 10월 9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아웅산 국립묘소 테러 사건은 남북 대결이 빚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다. 강민철은 북한이 그에게 특별한 임무 수행을 위해 붙여준 가명이다. 본명은 강영철. 25년의 수감 생활 뒤 2008년 5월 숨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타살이라는 설도 떠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관의 고위직에 있었던 저자는 1998년 미얀마를 방문해 남측과 강민철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강민철은 한국 외교관에게 “큰 죄를 지었지만 다시 처벌을 받더라도 남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그를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으며 남한도 강민철이란 이름을 잊었다. 저자는 “역사의 비극적인 이면과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반성해야 진정한 남북 관계 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272쪽. 1만 3000원. 과학자의 관찰노트(에드워드 O 윌슨 외 지음, 김병순 옮김, 휴먼사이언스 펴냄) 저자는 “만약 천국이 있다면 나는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15명의 현장 과학자가 남긴 대자연의 기록이다. 동물행동학, 생태학, 고생물학, 곤충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노트를 공개했다. 진화론과 종의 기원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5년여에 걸쳐 기록된 18권의 관찰 노트 덕에 가능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관찰 노트에는 하나같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운틴 고릴라’와 ‘대왕 판다’ 등의 야생 동물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 조지 셀러는 1982년 5월 31일 중국 쓰촨성의 산림 지대에서 대왕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찾아 헤맨 모습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관찰하는 방법, 기록 노하우까지 엿볼 수 있다. 416쪽. 2만 4000원. 멩켄의 편견집(H L 멩켄 지음, 김우영 옮김, 이산 펴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론인으로 일컬어진 멩켄의 에세이집. 저자만큼 20세기 미국인과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언론인은 없었다. 비록 뉴욕이나 워싱턴의 대형 신문사가 아닌 볼티모어의 지역 신문에서 평생 기자 생활을 했지만 그가 쓴 기사와 칼럼은 미국의 수많은 신문에 게재돼 전 국민이 애독했다. 그는 대중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늘 대중의 우행(愚行)을 질타했다.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이 책이 쓰인 시기는 1920년대 전반. 전 세계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미국만은 미증유의 자본주의적 번영을 누렸다. 이면에는 광기와 무법, 억압과 차별이 만연해 있었다. 멩켄은 이런 야만적인 상황이 미국 주류 사회(앵글로색슨계 미국인)의 시대착오적인 보수성과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의 비현실적인 망상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진단하면서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480쪽. 2만 2000원. 자크 아탈리, 등대(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청림 펴냄) 유럽 최고의 석학 가운데 한 명이며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인 자크 아탈리가 인생 좌표로 꼽은 위인 2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사상가부터 과학자, 예술가, 문학 작가, 종교인, 정치인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아탈리는 “허술한 쪽배를 타고 시대의 격랑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선 인물들의 알려진 업적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러면서 인생의 우여곡절, 감추고 싶은 비밀, 실제 성격과 신체적 특징, 욕망과 실패 등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전한다. 그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서 “당신은 그들만큼 의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집념이 강한가”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768쪽. 2만 98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스스로를 속임, 생존 능력이 되다

    진정한 사기꾼은 남을 속이는 자가 아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이다.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려면 자기가 먼저 속아야 한다는 점을 간파한 자기기만(Self-deception)술의 천재라 할 수 있다. 자기기만은 비단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자기기만 행위를 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인 자기기만 행위도 역사적으로 심심찮게 벌어져 왔다. 인류는 바깥 세계를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향으로 감각과 이성이 진화해 왔다. 그런데 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편향시키며,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자기기만은 어떻게 발달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까.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의 이 책은 ‘인류의 아이러니’인 자기기만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통찰한 보고서다. 트리버스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는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투자, 성비결정 등에 관한 진화적 분석으로 학계에서 업적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의 출세작 ‘이기적 유전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남을 속이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본다. 속이는 행위가 늘어날수록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이 함께 발달했고, 이러한 기만과 간파의 경쟁이 인류의 지능 향상에 기여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남을 속이려면 그만큼 마음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안게 된다. 그래서 자신조차 속이는 자기기만 능력이 방어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기만 성향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학자들의 94%는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하고, 미국 고교생의 60%는 리더십 면에서 자신이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확신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도덕적이며, 더 뛰어나다고 여기는 이러한 자기기만은 ‘과신’과 ‘무의식’의 토대에서 자라난다. 자기기만에 대한 진화론적 이론을 나열한 전반부는 다소 지루하지만 자기기만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는 후반부는 속도감 있게 읽힌다. 저자는 자기기만이 초반에는 행복감과 약간의 편익을 주지만 결국에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층위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직적, 국가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전략이 위험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기업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주장에 밀려 일을 추진하다 위기에 처하거나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눈앞의 위험을 막연하게 회피하려다 발생하는 항공 사고 등은 자기기만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단적 자기기만의 최악의 사례는 역사 왜곡이다. 저자는 미국의 편향된 건국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왜곡된 갈등,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 부인과 더불어 일본의 위안부 부정을 ‘역사적 기억 상실증’과 ‘강요된 거짓’으로 가득한 거짓 역사 서사의 주요 사례로 설명한다. 저자는 “(기만과 자기기만의)질병은 모든 인류 집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어느 누구도 이 병에 면역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서 “과신과 무의식을 피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당신의 책]

    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홍세화 등 지음, 황금시간 펴냄) 김용택·이충걸·박찬일·서민·송호창·반이정 등 하는 일, 나이, 취향이 제각각인 명사 7명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 7편씩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냈다. 하나로 엮이는 주제는 없다. 그저 살아오면서 가슴 한쪽에 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글 쓰고, 책 읽고, 영화 보며 맘대로 사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직이 고백하고,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인 서민은 못생긴 외모로 인한 굴욕의 시절을 특유의 유쾌한 어법으로 풀어놓는다. 요리사 박찬일은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미술비평가 반이정은 미술비평의 현실과 자전거 사고 이후 변화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336쪽. 1만 3800원.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구본형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고인이 2009년부터 지난해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월간지에 연재했던 ‘구본형의 편지’를 엮은 유고집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글귀를 명함에 새겼던 고인은 ‘결혼을 앞둔 J를 위하여’‘마침내 화가가 된 A에게’ 등 14통의 편지를 통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 꿈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177쪽. 1만 3000원.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장대익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싸이의 춤이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막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아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말춤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인문학, 공학과 생물학, 인지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화학자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호모 리플리쿠스, 즉 ‘따라하는 인간’이란 특성에서 찾는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과학자와 진화학자의 시선에서 분석해온 저자는 이외에 ‘탐구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신앙하는 인간’ 등 인간의 본성을 5가지로 규정하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263쪽. 1만 3800원. 아듀 데리다(슬라보예 지젝 외 4명 지음, 최용미 옮김, 인간사랑 펴냄)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알랭 바디우, 에티엔 발리바르, 드루실라 코넬 등 대표 지성들이 자크 데리다(1930~2004)에게 바치는 추모의 글이다. 데리다가 사망한 2개월 후 런던 대학의 버벡 칼리지 내 인문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아듀 데리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고, 2005년 5월과 6월에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묶어 책을 냈다. 이들은 데리다가 남긴 유산에 대한 정당한 평가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284쪽. 1만 7000원.
  • ‘신비로운 새’에 유럽인들은 왜 열광했나

    ‘신비로운 새’에 유럽인들은 왜 열광했나

    상서롭고 고귀한 기품을 지닌 상상의 새, ‘봉황’(鳳凰).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추앙받으며, 조선시대 왕이 신하들의 조례를 받던 궁궐 정전의 천장에 그림으로 남겨졌다. 유럽에도 봉황에 버금가는 새가 있었다. ‘천상 낙원의 새’라는 뜻의 ‘극락조’(極鳥)이다.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이슬만 먹고 살고, 죽어서 땅에 떨어질 때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는 유럽인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남태평양 뉴기니의 야생 숲에서 화려한 깃털을 휘날리며 살아가는 실존의 새라는 사실이 봉황과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극락조도 근대에 이르기까지는 상상의 새에 가까웠다. 이 새를 직접 본 유럽인은 거의 없었다. 16세기 초 날개와 다리, 머리뼈가 제거된 채 교역상을 통해 들어온 말라비틀어진 극락조 박제는 일부 조류학자나 화가, 황제, 영주들 사이에서만 향유됐다. 황족들은 이 새의 표본을 구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곤 했다. 새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온갖 기발한 이야기가 쏟아지면서 극락조에 대한 신비감만 커져 갔다. 극락조를 둘러싼 ‘폐쇄성’은 역설적으로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루벤스, 렘브란트, 브뢰겔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은 앞다퉈 자신의 그림에 극락조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몸속이 텅 빈 채 깃털로 덮인 박제를 보고 그리느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했다. 극락조와 유럽 본토인의 첫 만남은 1522년 스페인의 작은 항구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전 마젤란이 5척의 탐험대를 이끌고 떠난 이 항구에 빅토리아호 홀로 돌아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탐험대의 배에는 진귀한 포획물이 넘쳐났고, 이 중 원래 새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극락조의 표본도 실려 있었다. 살아 있는 극락조를 처음 본 유럽인은 1824년 뉴기니섬 서쪽 도레이항에 닿은 프랑스 자연사학자 르네 프리메레르 르송. 이어 영국인 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가지마다 자리를 잡고 몸을 부르르 떠는 수컷 극락조들의 ‘무도회’(과시행동)를 처음 목격한다. 찰스 다윈과 공동으로 진화론을 내놓았던 월리스는 왜 수컷만이 그렇게 호화로운 깃털을 지녔는지 납득하지 못했다. 반면 다윈은 적자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설’에 이어 발표한 ‘성적 선택설’을 통해 이를 해석했다. 알에서 깨어난 수컷들이 7년간 몸치장을 하고, 이후 매년 단 한 차례의 짝짓기를 통해 우성인자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16세기 이후 그려진 유럽의 미술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애튼버러와 화가인 풀러 등 저자들은 19세기 이후 탐험가들의 목격담이 대륙에 전해지면서 화가들이 미술품에서 묘사한 극락조의 모습도 실제와 닮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그림조차 숲 깊은 곳에 사는 극락조의 모습을 완전하게 묘사하지는 못했다. 책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파악한 극락조가 40종이 넘는다며, 수백년에 걸친 포획에도 불구하고 극락조가 멸종되지 않은 것은 고립된 뉴기니의 지형과 무시무시한 원주민들이 울타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안전한 결제수단” vs “IT기술 정체”…‘공인인증서 집착’ 13년만에 버릴까

    “안전한 결제수단” vs “IT기술 정체”…‘공인인증서 집착’ 13년만에 버릴까

    “정태영 사장님, 틀렸습니다. 금융회사에서 공인인증서 사용은 반드시 강제되지 않습니다.” 이달 초 트위터에서는 정보기술(IT) 전문가와 금융회사 대표(CEO) 간 작은 설전이 있었다. 30만원 이상 전자상거래,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은행 거래, 연말정산과 세금납부 등 국세청 업무에 활용되는 공인인증서에 관한 논쟁이다. 2010년 전후 치열했던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규정 폐지 논쟁’의 재점화다. 한글과 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에게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잘 되는 ‘알라딘’에서 조용필 앨범을 샀다”며 현대카드가 공인인증서 보안을 채택한 탓에 다른 카드를 썼다는 내용의 트위트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사장이 “말씀하신 결제방법은 규제상 허용되는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오픈넷의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가 끼어들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와 오픈넷 홈페이지를 통해 “30만원 이상 결제는 공인인증서가 필수라는 ‘카더라 통신’이 보안업계에서 ‘구전’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런 오해로 인해 공인인증서 보안체계가 유지되면서 국내 웹 환경이 기형이 되고, 한국의 IT 기술이 정체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법대 교수이면서 IT 분야인 웹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확보, 공인인증서 폐지 운동 등을 하는 오픈넷을 이끄는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1990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구원과 교수를 지냈는데 2002년 귀국한 뒤 액티브X 보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한국 인터넷에서 은행 업무와 상거래 관련 업무를 전혀 처리하지 못했던 ‘생활의 불편’이 그를 오픈넷으로 이끌었다. 상거래에 공인인증서를 쓰는 한국만의 표준이 국제 보안 표준과 동떨어진 상황을, 육지와 멀리 떨어져 유일한 종이 많은 덕분에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할 수 있었던 섬에 빗대 ‘갈라파고스 한국’이라고 하는데, 이를 몸소 느꼈던 셈이다. 갈라파고스의 새들이 섬 안에서 독특함을 자각하지 못했듯 국내에서도 공인인증서가 한국의 독특한 보안체계라는 점을 2009년 11월 ‘아이폰’이란 외부충격이 가해질 때까지 자각하지 못했다. 애플이 만든 아이폰에는 인터넷브라우저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아닌 애플의 ‘사파리’가 깔렸는데, 사파리에서 MS가 만든 보안장치인 액티브X가 가동되지 않았고 공인인증서도 작동되지 않았다. 결국 2011년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개정되며 금융회사들이 공인인증서 외 보안프로그램을 채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5월 국회에서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된 것은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 2년 뒤인 현재까지 공인인증서가 여전히 금융회사의 유일한 보안법으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5일 “금감원의 인증방식평가위원회를 통과한 공인인증서와 동등한 수준의 보안 기술을 금융회사가 쓸 수 있지만, 2년 동안 한 건의 기술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5월 이종걸·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정부 주도 인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한층 강화된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 PC에 보안프로그램을 깔게 하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체계로 인해 PC마다 악성코드가 난무하고 공인인증서 유출로 인한 금융피해가 빈번하다는 주장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론자들은 지난 2007년 공인인증서 5000여장이 유출되는 등 일단 PC에 깔린 공인인증서를 복사해 유출하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공인인증서 일변도 정책으로 국내 보안기술이 답보 상태라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기술진보 속도가 빠른 IT 분야에서 정부가 특정 기술과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강요할 경우 새로운 기술 등장과 기술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셋째, 공인인증서 체계에서는 피싱 사기 등 사고 거래의 책임이 개인에게 지워진다는 점이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최근 ‘도난당한 패스워드’라는 웹툰 서적을 발간한 김인성 한양대 교수는 “해외에서 많이 쓰는 암호통신기술(SSL) 방식은 브라우저와 서버 간 통신에서 정보를 암호화해 도중에 해킹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정보 내용을 보호해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에서는 보안 사고가 터졌을 때 암호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 측에 책임을 물을 소지가 크다. 반면 PC에 까는 공인인증서 체계를 쓰는 국내에서는 보안 사고가 났을 때 인증서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넷째, 공인인증서 관리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공인인증서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관리하는 게 적절한지와 함께 최근에는 공인인증서 시장 점유율이 75%인 금융결제원과 관리·감독기관인 금융위 간 유착 의혹도 나왔다. 금융위 출신들이 금융결제원 감사로 가서 3년 동안 10억여원의 보수를 받는 관행 때문이다. 최근 전치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 대학교수 300여명이 공인인증서 폐지를 위한 법률 개정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고,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국회에서 정부 주도 공인인증제 폐지를 약속하며 공인인증서 폐지 논의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13년째 사용 중인 공인인증서 폐기 후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공인인증서 대신 다른 보안 프로그램을 받아들일지 역시 불확실하다. ‘공인인증서 없는 세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변수가 아직 많다는 얘기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남자는 낯선女에, 여자는 익숙한男에 매력 느껴”

    “남자는 낯선女에, 여자는 익숙한男에 매력 느껴”

    애인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파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남자는 익숙한 여자보다 낯선 여자에 매력을 느끼고 여자는 반대로 익숙한 남자에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스털링 대학 심리학과 안소니 리틀 박사 연구팀은 상대 성(性)에게 매력을 느끼는 남녀 차이를 담은 논문을 학술지 ‘성적 행동의 연구 기록’(the journal Archives of Sexual Behaviour)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피실험자를 상대로 남녀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선호하는 얼굴을 선택한 후 그 비율을 조사해 얻어졌다. 남자의 경우 새로운 여자 얼굴 사진이 등장할 때 마다 선호도의 비율이 올라간 반면 여자는 그 반대로 나타났기 때문 . 연구팀은 이같은 남녀 차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풀었다. 곧 남자는 유전적으로 야생의 동물처럼 최대한 많은 여성과 관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반대로 여성은 자식을 부양해 줄 믿음직한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 따라서 남성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여성은 믿음직한 남자만 바라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리틀 박사는 “피실험자 중 남자들은 한번 본 여자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 선호도가 떨어졌다” 면서 “일종의 ‘쿨리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는 수컷이 동일한 암컷과 계속 교미를 하면 결국은 지치게 되지만 다른 암컷을 만나면 곧바로 힘을 내서 교미를 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민낯의 위인’을 만나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에 대한 전기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적었다.  “명성을 얻기 전 로댕은 고독했다. 그리고 나서 찾아온 명성은 아마도 그를 더 고독하게 했을 것이다.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새로운 이름 주위로 몰려드는 모든 오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로댕에 대한 많은 오해들, 그것들을 해명하는 것은 길고도 힘든 과제이리라.”(‘릴케의 로댕’, 미술문화 펴냄)  릴케의 말처럼 이른바 ‘위인’들의 삶은 신화적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인물의 양면성은 퇴색되고 공적만 부각되는 게 다반사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위대해진다는 것은 곧 오해를 받는다는 뜻이다”라고 비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에 완간된 돌베개의 만화 인물 평전 ‘세상을 바꾼 큰 걸음’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해 보기 위한 시도다. 인물의 업적과 성취만을 찬탄하는 대신 잘못과 실패를 공평하게 설명한다. 2011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넬슨 만델라, 에이브러햄 링컨, 지난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루쉰을 소개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찰리 채플린(임창호 지음)과 찰스 다윈(전미화·권용찬 지음), 레이첼 카슨(김성훈 지음), 윈스턴 처칠(김성재 지음)을 내놓았다.  이중 처칠 편은 인물의 공과를 균형감 있게 드러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뛰어난 정치적 통찰력으로 1,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 영국을 구한 그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한편 여성 투표권 부여와 노동자 세력화에 적대적이었던 과오를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인도의 독립에 반대했던 제국주의자의 면모와 터키와의 전쟁 중 무리한 군사 작전으로 대패한 수장의 모습도 담았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곁들이는 것도 장점이다. DDT 살충제의 발명 과정을 통해 카슨이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거나 맬서스의 인구론이 어떻게 다윈의 진화론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식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해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다윈 편)와 오창길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카슨 편) 등 전문가가 감수에 참여했다. 중간 중간 ‘돋보기’ 코너를 통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사진의 발명과 뤼미에르 형제의 첫 영화, 무성영화의 전성기, 경제 대공황 등을 설명한 채플린 편이 좋은 예다. 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글자가 많다. 아동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 알맞다. 1만 2000원.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레슬링의 퇴출/임태순 논설위원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그중에서도 남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빨리 달리는 것과 강한 힘이었을 것이다. 민첩함과 완력이 없으면 사냥에서 노획물은커녕 도리어 맹수에게 잡아먹혀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기원전 776년 열린 첫 고대 올림픽에서 달리기가 유일하게 경기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스인들은 길이 215m, 너비 30m의 스타디온 경기장에서 191.27m(600피트)를 누가 더 빨리 달리느냐로 우열을 가렸다. 오늘날 육상 경기장을 뜻하는 스타디움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힘을 측정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68년이 지난 18회 대회(기원전 708년)로, 이때 비로소 레슬링과 5종경기(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등)가 추가됐다. 복싱이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훨씬 뒤인 23회 대회였으니 레슬링이 격투기 종목의 원조임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대철학자 플라톤(기원전 470~399)도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몸짱’이자 ‘얼짱’이었으니, 레슬링의 지위가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를 엿보게 한다. 이러한 전통으로 인해 레슬링은 1896년 그리스에서 열린 제1회 근대 올림픽에서 육상, 수영, 체조, 역도 등 9개 종목과 함께 근대 스포츠 종목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레슬링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자유형에서 첫 금메달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후 메달 전략종목으로 육성돼 모두 11개의 금메달을 딴 ‘효자종목’이다. 인간의 원초적 힘을 보여주는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퇴출된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엊그제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회의에서 2020년 하계 올림픽에서 레슬링을 핵심종목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퇴출 종목으로 거론됐던 태권도가 살아남아 다행이지만 올림픽 터줏대감이자 메달박스였던 레슬링을 보지 못하게 돼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 종목에서 빠지게 된 것은 실력 평준화로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제레슬링협회(FILA)는 세트제를 도입, 승패가 뒤바뀔 여지를 더 크게 하고 경기를 속도감 있게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상업주의에 물든 IOC 위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올림픽 종목 채택 여부는 해당 종목 경기인에겐 사활이 걸린 일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제외되면 선수 이탈과 시장 축소 등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종목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태권도도 이번에 살아남은 것에 만족하지 말고 부단하게 변신해야 할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다윈의 ‘비둘기 수수께끼’ 154년만에 답을 찾다

    다윈의 ‘비둘기 수수께끼’ 154년만에 답을 찾다

    1855년. 찰스 다윈(1809~1882)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자신의 농장에 커다란 비둘기장을 짓고 런던의 시장에서 비둘기를 잔뜩 사다가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하고 예쁜 부리와 볏 모양을 만들어 내기 위해 비둘기 교배에 정성을 기울였다. 다윈은 4년 뒤인 1859년 이에 대해 “교배로 얻어낼 수 있는 다양성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고 적었다. 또 “교배의 결과 이런 변화는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라고도 썼다. 비둘기 교배 얘기로 앞부분이 가득 찬 이 책이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 출판물 ‘종의 기원’이다. 비둘기는 지난 수십년간 ‘평화의 상징’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왕성한 번식력과 강인한 생활력, 천적이 없는 환경 등으로 비둘기는 도심을 빠르게 채워 나갔다. ‘닭둘기’라고 불릴 만큼 비대해져 날지도 못하는 비둘기는 혐오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비둘기는 수천년간 인류와 함께해 온 동물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비둘기는 중동 지역에서 중요한 식량이었다. 식량을 구하기 힘들었던 이 지역의 농부들은 아예 야생 바위비둘기를 잡아다 사육했다.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의 결과를 각 도시로 전하는 데 이용했고, 12세기 칭기즈칸은 거대해진 제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비둘기를 이용한 연락망을 구축했다. 이후 비둘기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관상용’으로 변신한다. 16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는 지역을 순시할 때마다 1만 마리의 비둘기를 데리고 다녔다. 축제 때면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냈고, 훈련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1835년, 26세의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도착, 거기서 서식하는 핀치새 14종이 조금씩 다른 부리 모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4종이 각기 다른 먹이를 먹는다는 점에 착안, 자연이 이들의 부리 모양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세웠다. 진화론이 다윈의 머릿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때다. 다윈은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었던 비둘기를 이용해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다. 비둘기 사육·판매상들이 “어떤 날개라도 3년이면 만들고, 원하는 모양의 머리와 부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6년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할 정도로 교배 기술이 정점에 이른 시기였다. 다윈은 농장에서 교배를 통해 원하는 모양과 특성을 만들어 내며 ‘자연선택설’을 확립했다. 사육장 속의 인위적 교배를 자연상태에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진화의 축소판으로 가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윈은 비둘기들이 하나의 조상에서 시작됐고, 대를 거치며 다양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종의 기원’에 서술한 것과 같이 다윈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진화의 핵심인 ‘유전자’의 존재를 당시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윈의 후예들은 비둘기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았다.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샤피로 역시 그중 한 명이나다. 2001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샤피로는 캐나다의 호수에 서식하는 큰가시고기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샤피로는 큰가시고기가 자연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짧은 시간인 수천년 만에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학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2006년 유타대 교수가 된 샤피로는 ‘비둘기는 하나의 조상에서 시작됐는가’라는 다윈의 수수께끼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다윈과 달랐다. 다윈의 시대에 없었던 DNA 분석이 동원됐다. 또 다윈이 핀치새의 교훈 덕분에 비둘기의 부리 모양 변화에 집착한 반면 샤피로는 비둘기의 진화와 변이를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지표가 ‘볏’과 ‘얼굴뼈’라는 점을 찾아냈다. 그는 축제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비둘기의 유전자 샘플을 모았다. 또 자신의 연구실에서 교배를 병행하며 유전자 변이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분석을 통해 닭이나 칠면조 같은 여느 조류와 달리 비둘기의 볏과 얼굴뼈에만 관여하는 유전자 ‘EphB2’를 찾아냈다. EphB2는 비둘기의 배아 상태부터 발현돼 특정한 형태로 볏과 얼굴뼈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볏이 전혀 없는 일반적인 비둘기와 달리 EphB2에 돌연변이가 생긴 비둘기는 길거나 폭이 없는 볏이 만들어지고, 갈기 모양의 볏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샤피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EphB2 유전자 변이를 비교해 서로 다른 비둘기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조상이 누군지도 알아낼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은 것은 비둘기의 가계도를 그리는 일뿐이었다. 화려한 색과 풍성한 깃털을 자랑하는 공작비둘기는 주 거주지가 인도이지만, 수수한 모습인 이란 비둘기와 유전자가 거의 일치했다. 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거치자 현존하는 모든 비둘기가 야생 바위비둘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둘기의 조상이 하나라는 다윈의 수수께끼가 현대과학의 힘을 빌려 154년 만에 풀린 셈이다. 특히 연구팀은 비둘기가 다른 조류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성을 갖게 된 배경도 찾아냈다. 각기 다른 형태로 진화한 비둘기들이 사람에 의해 사육되면서 진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전서구(傳書鳩)로 이용되거나 관상용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면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조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교배와 자연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다른 지역과 멀리 떨어진 스코틀랜드의 한 섬에서 발견된 비둘기는 조상인 야생 바위비둘기의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7년간의 추적 끝에 얻어진 수수께끼의 답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다윈의 진화론에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면서도, 15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중요한 뼈대가 입증된 것이다. 진화학계의 거두인 애덤 보이코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우리는 진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윈은 1809년 오늘(2월12일) 태어났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스토리텔링과 진화와의 상관관계

    흔히 문화와 예술은 ‘먹고사는 것’이 충족되고서야 존재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한다. 절대빈곤이 제거된 뒤에야 비로소 문화와 예술을 찾게 된다는 인식은 문화 예술의 위상을 사회적 생존과 발전의 부속물이나 부산물 쯤으로 내려놓기 일쑤다. 그 인식은 때로 ‘예술 무용론’으로까지 번진다. 인간 본성을 진화론으로 이해하려는 인문사회학계는 진화론 차원에서 인간행동을 밝혀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정신을 얼마만큼 설명해낼 수 있을까. ‘이야기의 기원’(브라이언 보이드 지음,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은 바로 그 문화진화론 차원에서 인간정신과 행동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책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학술적으로 패러디해 풀어낸 문화진화론은 지금까지 통설을 송두리째 뒤집는다. 논거의 핵심은 ‘예술은 인간의 생존기능에 부합하도록 진화에 의해 끊임없이 설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를 밤새워 읽는 이유를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지론을 따르면 인간 종은 생물학적으로 현실을 넘어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현실과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들으려는 본능, 즉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로 통칭되는 예술의 충동과 능력은 인간의 조건과 현실적인 제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유사한 환경과 조건을 지속 발전시키도록 돕는다는 주장이다. 단적인 예는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찾을 수 있다. 하루 한 번 묽은 찻물을 배급받는 수용자들의 생존율 차이다. 허겁지겁 찻물을 마셔버린 수용자와, 절반은 마시고 나머지로는 얼굴과 손발을 씻는 수용자.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전자보다 최소한의 인간적 체모를 지키려 한 후자가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뭘 말할까. 문화를 진화의 상위단계에 올라간 뒤에야 필요한 부속·부산물로 보는 인식의 철저한 전복인 셈이다. 저자는 인간이 갖고있는 놀이의 역할에 특히 주목한다. 새끼 사자들이 함께 깨물고 쫓는 놀이를 하면서 사냥을 배우는 것 처럼 인간의 놀이는 진화과정에서 ‘적응’의 이점을 갖는다. 인간에게 예술은 이런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놀이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사용한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정신, 욕구와 의도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단계의 정신활동이 될 수 있는, 상호 이해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종의 ‘적응’에 다름아니다. 결국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예술은 개인과 사회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 필수 요소이며 이는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사실이다.” 2만7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근혜 정부 조직 개편] 과학계 “‘창조과학’ 간판 비웃음 살 수도”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창조과학’이라는 용어가 세계적인 비웃음을 살 수 있다며 반대 움직임이 과학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정학 전문가들 역시 부처명칭에 역할이 아닌 비전이 담긴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영어명칭 문제도 제기된다. 과학계가 창조과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창조과학이 진화론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인수위에서 교육과학 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KAIST 교내에 창조과학관 설립을 주도한 대표적 창조과학자다. 장 위원은 과거 공식석상에서 “나는 창조론자”, “KAIST에 가기 위해서는 기도를 열심히 하라”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소식은 국제저널 ‘네이처’가 “한국 최고의 이공계대학에 생긴 창조과학관”이라는 제목으로 다루면서 국제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KAIST의 한 교수는 15일 “과학은 창조적인 학문인데, 굳이 창조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학이나 미래전략 전문가들 역시 이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 전문가인 한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영어로 쓰면 ‘Ministry of Creative Science for Future’로 해야 하는데 창조와 과학이 나란히 있는데다 부처명만으로는 정체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산하기관 미래전략 전문가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래’라는 단어를 부처내 조직이 아닌 실제 부처 명칭에 간판으로 내건 곳은 없다”면서 “비전이 아닌 역할 위주로 새로운 이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긴 목 휘두르는 ‘기린 싸움’ 포착

    긴 목 휘두르는 ‘기린 싸움’ 포착

    기린이 목이 긴 이유는 정말 높은 나무의 열매를 따 먹기 위함일까. 디스커버리채널과 BBC 방송이 기린의 싸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선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수컷 기린 두 마리가 서로 목을 휘두르며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밤 공개된 이 영상은 6m에 달하는 큰 키의 수컷 기린 두 마리가 서로 1.8m에 달하는 목에 달린 머리를 원심력을 이용해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이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는 이들 기린의 싸움은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자리에 주저앉을 때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과 같은 많은 과학자는 기린이 목이 긴 이유가 단지 나무 윗부분에 있는 열매나 잎을 따먹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행동 생태학자인 로버트 시먼스 박사와 같은 일부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그들은 수컷 기린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길고 두꺼운 목을 가진 수컷들이 이기는 모습을 보고 먹이를 먹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짝을 얻기 위한 경쟁이 목의 진화를 촉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영상이 보이지 않을 때 최하단 PC버전을 클릭하세요.(앱버전) 사진=영상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과학자들이 수행해온 진짜 과학의 역사

    우리가 과학의 역사를 말할 때, 과연 냉정한 이성으로 사실과 진리를 발견해온 역사로만 기술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그러지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 이유를 물어본다.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 사실의 추적과 이론의 발전만이 아니라 이론과 실험의 오류, 퇴행, 답보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러한 모든 것들은 다시 열정, 상상력, 감정, 감수성, 욕망, 경쟁심, 심지어 편견을 가진 과학자라는 존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과학의 전통은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한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근대 과학의 역사는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 천문학을 시발점으로 일어난 ‘과학혁명’ 이후로부터 기술돼 있다. 과학혁명 이후 유럽의 과학은 18세기 계몽사조와 관계를 맺으며 발전했다. 19세기에는 생물학의 과학혁명이라 할 만큼 다윈의 진화론이 제창됐고 과학자의 전문 직업화와 과학의 제도화 또한 급속히 진행됐다. 이런 과정 속에 1831년에 과학자(scientist)라는 말이 처음 나왔으며 20세기에는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새로운 시공 개념을 창안해 물리학 혁명을 일으켰다. 신간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홍성욱 지음, 책세상 펴냄)는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르네상스기에 활동한 이탈리아 엔지니어 아고스티노 라멜리의 ‘책바퀴’(독서기계)라는 그림이다. 그 속에 있는 독서기계가 당시 실제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월이 지나 198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그 기계가 처음 선보였다. 르네상스기에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이 현대의 과학기술로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의 손에 의해 실현된 것이다. 저자는 이 그림 한 장을 계기로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럽게 예술로 확장시켜 나가면서 예술과 기술, 과학과 미학, 그리고 모든 것에 담긴 인간적인 요소들을 융합한 11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따라서 과학과 관련됐거나 또는 과학에서 사용해온 이미지 자료들, 다시 말해 회화, 조각작품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펴낸 책의 표지 그림, 권두화, 스케치 등을 매개로 한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독해하고 있다. 몸과 감정을 가진 과학자들이 수행해온 진짜 과학이 생생한 역사,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맥락으로 읽는 인문적·융합적 과학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만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잉카 문명의 보석 ‘마추픽추&쿠스코’

    잉카 문명의 보석 ‘마추픽추&쿠스코’

    페루 여행은 고산병과의 싸움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하루 이틀 정도는 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고생을 합니다. 원래 고산지대인 탓도 있지만 여행지마다 높낮이를 달리하는 것도 한 요인이 됩니다. 예컨대 쿠스코(3400m)에서 마추픽추(2400m)를 다녀오는 동안에는 고산병이 다소 완화됩니다. 여기서 다시 티티카카 호수(3800m)를 돌아보자면 멀쩡하던 사람도 고산병에 시달리기 일쑤지요. 그렇다고 잉카 문명의 원류를 마다할 수는 없을 터, 이제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오래전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가 먼저 갔던 길이기도 하지요. 체 게바라는 동명의 영화가 된 자신의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통해 짓밟힌 페루의 역사를 그려냅니다. 안데스 고원의 적벽돌 담장에서, 그리고 장엄한 마추픽추에서 ‘한 문명이 다른 한 문명을 딛고 선 현실’과 마주한 그는 곧장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지요. 쿠스코에 막 착륙한 국내선 비행기 안. 별 모양의 로고가 박힌 ‘체 게바라 모자’를 쓴 건장한 청년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형형한 그의 시선 끝은 그러나 아쉬움과 맞닿아 있는 듯 보였다. 창문 너머로 빛나는 선조를 둔 잉카 후예들의 남루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일 게다. 잉카 문명의 원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는 쿠스코가 중심축이 된다. 거대한 잉카 제국의 중심축 ‘쿠스코’ 쿠스코는 원주민들이 쓰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중심)’이란 뜻이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1535년 리마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쿠스코는 현재의 에콰도르와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의 수도였다. 쿠스코는 전체적으로 스페인풍이다. 원색의 베란다가 인상적인 이층집과 성당, 그리고 스페인 특유의 주황색 지붕들이 경쾌하게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쿠스코에 드리운 잉카제국의 무게감을 지울 수는 없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지어 올린 대부분의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게 잉카 시대에 세워진 초석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산토도밍고 성당이다. 쿠스코를 손아귀에 넣은 스페인 정복자들은 ‘황금의 사원’ 코리칸차(태양의 신전)를 약탈한 뒤 그 위에 보란 듯 성당을 지어 올렸다. 쿠스코의 중심 사원이었던 코리칸차는 산토도밍고 성당 아래 깔린 채 그렇게 전설적인 존재로 박제돼 있었다. 쿠스코 사람들에게 신전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것은 뜻밖에도 지진이었다. 1650년과 1950년 쿠스코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산토도밍고 성당이 붕괴됐고 그 아래에서 코리칸차의 기반이 드러난 것이다. 힘없이 무너져 내린 스페인식 건물 아래 잉카의 돌들은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적지를 돌아볼수록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기술이 신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대체 얼마나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해야 그 큰 바위들이 면도날처럼 각을 맞출 수 있는 건지 가늠조차 어렵다. 삭사이우아만(3700m)의 거석들을 보면 경이롭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삭사이우아만은 쿠스코 뒤편 산자락을 지키던 요새 겸 신전으로, 1536년 잉카의 군대와 스페인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인 곳이다. 잉카인들은 이곳에 최대 120t에 달하는 돌을 옮긴 뒤 두부 자르듯 재단해 높이 7m, 길이 500m에 달하는 성벽을 세웠다. 지진에 견디게 하기 위해 성벽을 지그재그로 쌓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의 돌을 빼 쿠스코의 성당을 짓는 데 사용하면서 성벽은 처참한 몰골로 변하고 말았다. 쿠스코에서 뒤편의 산자락을 오르면 곧바로 고원 분지다. 광활하게 펼쳐진 고원을 따라 안데스의 거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선 굵은 암봉들의 정수리엔 거의 예외 없이 구름이 매달려 있다. 보면 볼수록 장엄한 풍경이다. 놀라운 건 산자락 곳곳에 실핏줄 같은 길이 나 있다는 것. 그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경작을 한다는 얘기다. 신성계곡 등 깊게 골이 팬 산자락 꼭대기엔 불탄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화전을 일궜던 자리다. 이런 산자락에서 1500종이 넘는 감자와 300종이 넘는 고추가 생산된다. 태양의 마을에 들어선 성모마리아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잉카의 후예들은 농업이나 삶의 방식 등에서 여전히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여자들의 복장은 색깔만 다를 뿐 누구나 똑같다. 길게 땋아 내린 머리 위엔 몬테라, 혹은 멕시코풍의 솜브레로를 쓰고 어깨엔 이크야를 둘렀다. 통이 넓은 치마 포예라 아래로는 둥글넓적한 신발 우수타를 신고 있다. 안데스 여성들의 유니폼이라 해도 믿겠다. 전통을 중시하는 잉카의 후예들은 그러나 선조들이 믿던 태양신을 버렸다. 대신 가톨릭을 가슴에 담았다. 300여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탓인지 페루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잉카’라는 말이 태양신의 아들인 ‘왕’을 일컫는 표현이니 잉카의 후예들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 셈이다. 가톨릭이 정착하면서 현지화되는 경우도 생겼다. 친체로 성당이 그 예다. 외형상으로는 여느 성당과 도드라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마리아상이 화려한 안데스 드레스를 둘렀고 얼굴도 구릿빛이다. 생김새 또한 원주민과 비슷하다. 또 여느 성당의 경우 원주민과 메스티소들이 함께 예배를 보지만 친체로 성당에선 원주민만을 위한 미사가 열린다. 고원지대에 잉카 유적 원형 보존 안데스 고원지대엔 잉카 시대 유적들이 ‘널려’ 있다. 쿠스코 인근 친체로와 오얀타이탐보, 피삭 등의 고산지대 마을에서는 비교적 온전한 잉카 시대 건축물들과 만날 수 있다. 원형의 계단식 농경지인 모라이 유적과 협곡에 만들어진 마라스 염전도 빼놓을 수 없다. 모라이 유적지는 잉카인들이 감자, 옥수수 등의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조성한 농업기술 연구단지로 추정된다. 1932년 미국 탐험가 로버트 시피와 조지 존슨이 항공 촬영 중 발견했다고 한다. 마라스 염전은 암염 성분이 섞인 샘물을 계단식 염전에 받아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1500년 전부터 염전으로 사용된 이래 지금까지도 옛 방식 그대로 월평균(4~10월) 300t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예서 생산된 소금이 마추픽추의 난방과 조리 등에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4~5일 여정으로 잉카 트레일을 따라 트레킹을 하거나 버스 등을 타고 비포장길을 십수 시간 터덜거리며 간다. 일반적으로는 관광열차를 이용하는데 관광객 대부분이 들머리로 삼는 곳은 오얀타이탐보다. ‘성스러운 강’ 우루밤바강 물줄기를 따라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안데스의 빼어난 산들과 줄곧 동행한다. 마추픽추 초입의 아구아스칼리엔테까지는 기차 등급에 따라 1시간 30분~5시간쯤 소요된다. 아구아스칼리엔테에선 버스로 바꿔 탄다. 마추픽추까지는 이리 휘고 저리 꺾어진 절벽길을 20분 남짓 오금이 저리게 올라야 한다. 이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범상치 않다. 주변의 산들은 하나같이 날카롭다. 면도칼로 잘라낸 듯한 산자락엔 새도 앉기 힘들어 보인다. 마추픽추는 뾰족 솟은 수많은 산 사이로 우루밤바강이 휘돌아 가는 지점에 서 있다.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무수한 화강암 석축들과 건축물, 3000개의 계단으로 이뤄졌다는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튀어나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해발 2800m의 ‘젊은 산’ 와이나픽추, 뒤쪽 봉우리가 3000m의 ‘늙은 산’ 마추픽추다. 유적은 그 사이 해발 2400m의 산비탈에 조성됐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절벽 양쪽에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 왕족 주거지 등이 정교하게 배치돼 있다. 아득히 아래로는 우루밤바강이 누런 뱀처럼 흘러간다. 태양의 신전 위엔 거대한 돌을 깎아 인티와타나를 세웠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태양을 묶는 기둥이다. 아찔한 공중도시 마추픽추 마추픽추에선 ‘~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 마추픽추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다른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한데 누가, 왜 이런 험산에 마추픽추를 조성했을까. 여러 가설이 있으나 현지 가이드 워싱턴은 “잉카제국의 초대 황제 파차쿠티가 세운 여름 별장”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개국 당시 세력이 미약했던 잉카왕국은 주변국과의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이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성적을 거둔 왕이 파차쿠티다. 우리의 ‘광개토대왕’쯤에 해당되는 인물로, 북쪽 해안의 치무와 서쪽의 창카, 정글의 강자 안티 등을 거푸 정복한 뒤 1438년 잉카 제국을 세웠다. 이때 수많은 노예를 전리품으로 거두는데 이들을 데려다 마추픽추를 짓기 시작했다. 여름 별장을 마추픽추로 정한 건 ‘땅과 하늘의 정기를 함께 받을 수 있는 곳’인 데다 쿠스코의 추운 6~7월 날씨에 견줘 한결 따뜻하고 건조했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은 1450년부터 1540년까지, 90년 정도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단식 농경지 조성에 필요한 흙은 오얀타이탐보에서부터 지고 올라왔다. 물은 마추픽추에서 약 800m 떨어진 지하수에서 끌어왔다. 건축에 필요한 화강암들은 마추픽추 상단의 채석장에서 가져다 썼다. 무엇보다 거대한 바위를 레고 블록처럼 정교하게 조탁한 솜씨가 놀랍다. 워싱턴은 “강에서 가져온 단단한 철광석으로 화강암을 다듬은 뒤 수없이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 빈틈없이 짜 맞췄다.”고 설명했다. 잉카인의 신기에 가까운 돌 다루는 솜씨와 잉카에 정복돼 노예가 된 부족들의 피와 땀이 더해진 결과다. 파차쿠티가 죽은 뒤 황제의 환생을 믿고 마추픽추 조성 노역에 시달리던 잉카인과 노예들은 스페인 군대가 파차쿠티의 미라를 불태우자 마침내 감옥 같던 마추픽추를 앞다퉈 떠났다고 한다. 글 사진 쿠스코(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고산병 완화와 관련해 코카차의 효능에 대한 주장이 엇갈린다. 하루 5잔 이상 마실수록 좋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최근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효능 여부를 떠나 페루의 전통차를 맛본다는 생각으로 마시는 게 좋을 듯하다. 코카잎을 씹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틈틈이 입에 넣은 뒤 어금니로 지그시 깨물어 즙을 짜 마신다. 현지인에게도 코카잎은 먹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산지대 주민들은 코카잎 주머니를 따로 차고 다니다가 친한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 주머니에 코카잎을 넣어주는데 이를 우리의 ‘차비’처럼 관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여긴다고 한다. 마약 코카인과는 연관성이 없다. 당연히 중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비행 경유지인 미국에서는 코카잎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마추픽추 입장권 131솔(약 5만 8000원) 등 유적지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마추픽추 입장객은 하루 25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제한된다. 특히 건기인 5~9월 와이나픽추에 오르려면 최소한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다. >>현지에서 항공을 이용한 여행 일정을 짤 경우 시간 간격을 여유 있게 둬야 한다. 꽉 짜인 일정을 세우면 비행기 연발, 연착으로 인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진관광에서 페루 단독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루 남부 일주 상품은 물론 다윈의 진화론으로 유명한 갈라파고스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각각 돌아보는 상품도 출시됐다. 모두 10일짜리다. (02)1566-1155.
  • 말랑말랑한 범퍼스티커 속 심오한 철학 이야기

    ‘아기가 타고 있어요.’ 요즘 차량 뒤 유리에 많이 붙어 있는 스티커다. 스티커를 만든 것은 미국 회사다. 1984년 “운전자의 인식을 높이고 아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적어도 이런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조심하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귀여운 스티커 문구는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나, ‘아기가 운전하고 있어요.’ 또는 ‘장모님이 트렁크에 타고 있어요.’로 변형되기도 한다. 자동차 문화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차량 스티커가 다양하게 활용됐다. 1970~1980년대 들어서는 사회적 주장을 담거나 각종 선거에서 지지 후보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신의 유머러스함을 과시하는 게시판으로 변모했다. 철학자 잭 보웬은 ‘범퍼스티커로 철학하기’(이수경 옮김, 민음인 펴냄)에서 차량스티커가 품은 의미를 사회현상과 철학으로 버무려 살핀다. 인기 캐릭터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는 “철학과 범퍼스티커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지만, 저자는 “평균 여덟 단어의 범퍼스티커는 풍부한 사유와 심오한 호소력을 지니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어렵지만은 않다. ‘I ♥’를 보면서 철학자와 시인, 과학자들이 논의한 사랑의 가치를 탐구한다. 스토아학파가 주장한 “이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라.”와 파스칼이 말한 “가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이성은 그것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비교한다. 감성에 대한 진화론적 의견을 덧대다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두뇌의 화학물질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러브(love)보다 러브(lobe·엽)가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농담도 던진다. 도덕적 판단부터 인생철학, 종교, 자아, 가치, 지식, 언어, 정치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이슈를 다룬다. 미국 범퍼스티커 얘기지만, ‘익투스’(물고기 그림) 스티커처럼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스티커 얘기도 간간이 나온다. 딱딱한 철학에 이론뿐 아니라 영화, 시사, 역사를 꺼내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본지 박건형·윤샘이나 기자 ‘올해의 과학보도상’ 수상

    본지 박건형·윤샘이나 기자 ‘올해의 과학보도상’ 수상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이 선정한 제1회 ‘2012 과학창의보도상’에 서울신문 박건형(왼쪽)·윤샘이나(오른쪽) 기자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두 기자는 ‘과학교과서 진화론 개정 논란’ 연속보도<첫 보도 서울신문 5월 7일자 10면>를 통해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 등 진화론의 근거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는 과학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함에 있어 적합성을 학술단체에 의뢰해 검토한 뒤 출판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시상식은 6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 W호텔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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