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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형 박주호 vs 공격형 윤석영… ‘필승 풀백’ 고민

    수비형 박주호 vs 공격형 윤석영… ‘필승 풀백’ 고민

    우즈베크전 왼쪽 풀백 고심 수비 안정엔 박주호 제격 초반 승부땐 윤석영 중용 현대 축구에서 좌우 풀백은 독특하다. 수비수지만 수비만 하지 않는다. 공격수는 아니지만 공격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차두리가 2015 아시안컵에서 측면을 질주하며 크로스를 올려 주고, 곧바로 수비 진영에서 상대 측면 돌파를 저지하던 장면이야말로 좌우 풀백에게 필요한 핵심 조건이다.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르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왼쪽 풀백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2승1무1패(승점 7)로 A조 3위인 한국은 2위 우즈베키스탄(3승1패, 승점 9)을 반드시 꺾어야 2위까지 가능한 본선 직행을 기대할 수 있다. 최종예선 전까지만 해도 박주호(29·도르트문트)와 김진수(24·호펜하임), 거기다 윤석영(26·브뢴비)까지 경쟁하는 왼쪽 풀백은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행복한 고민을 주는 자리였다. 하지만 셋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경기력까지 떨어졌다. 결국 이번 5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활약’이라는 원칙까지 보류하며 박주호와 윤석영을 소집 명단에 넣었다. 지난 11일 2-0승을 거둔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 수비에 각각 전·후반 45분씩 박주호와 윤석영을 출전시켰다. 둘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풀백의 최우선 역할은 일단 수비의 안정이다. 이 점에서 박주호가 더 나았다”며 일단 박주호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공을 갖고 나갈 때 풀백들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중원 싸움에서 숫자의 우위를 점했다. 덕분에 공격력이 좋아졌다”며 윤석영을 염두에 둔 호평도 내놨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최종예선에서 수비 불안 때문에 어려움을 자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주호가 유력하다. 반면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윤석영 중용에 더 무게가 실린다. 누가 선발로 나오는지를 보면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는 5차전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정상 체력 아닌데 정상 오른 심석희

    정상 체력 아닌데 정상 오른 심석희

    봅슬레이는 북아메리카컵 銀 한국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한체대)가 컨디션 난조를 딛고 월드컵 2차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14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2차 대회 여자 1500m 2차 결승에서 2분22초38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전날 출전한 여자 1000m 준결승을 1위로 통과했지만 실격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그는 이날 우승으로 2차 대회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심석희는 왼쪽 발꿈치 부상 이후 회복 훈련에 전념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1500m 2차 경기 결승에서 중반부에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선두로 치고 올라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로 경기를 마쳤다. 2위는 김지유(잠일고), 3위는 노도희(한체대)가 차지해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휩쓸었다. 심석희는 이후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맹활약해 2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은 이날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인 단거리 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보탰다. 초반 4위로 처져있었지만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바깥쪽 코스를 질주해 중국 판커신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역전 은메달을 땄다. 남자부 이정수가 1500m에서 2분8초646으로 은메달을 추가한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5개, 은 4개, 동 1개를 수확했다. 한편 원윤종·김진수·전정린·오제한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대회에서 1분49초23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이한신도 스켈레톤 남자 1차 대회에서 은메달(1분54초78)을 따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정현 “거국내각 출범 땐 사퇴” 비박 “당 해체할 판에 민심 우롱”

    이정현 “거국내각 출범 땐 사퇴” 비박 “당 해체할 판에 민심 우롱”

    당헌 ‘대표·대선주자 겸직’ 변경 ‘潘총장 고려한 전대시기’ 분석도 비주류 “친박 시간끌기용 꼼수” 양측 합의 못할 땐 분당 가능성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지도부가 13일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3개월 만의 자진 하차 결정이다. 그러나 비주류의 ‘이정현 체제’ 즉각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당장 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해 계파 내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중립내각이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1월 21일에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고, 특히 당헌을 개정해 대선 후보들도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 지도부가 비주류 측이 구상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재창당 수순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도 “비대위 구성은 여러 가지 당 수습 방안 중 하나일 뿐 결코 정답일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어떤 분을 모셔 와 비대위를 구성할 만한 한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책임감을 갖고 혁신을 추진할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주자의 당 대표 겸직을 허용하는 배경에 대해 이 대표는 “당이 비상시국인 만큼 당 개혁과 쇄신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현행 당헌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대선 출마 시 대선일 1년 6개월 전에 모든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대일이 ‘1월 21일’로 정해진 것이 같은 달 중순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이 대표는 “본인 선택의 문제”라며 “누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예산 정국이 12월 중순쯤 끝난다고 가정하면 전대 준비에 최소 30일이 걸리는데 1월 마지막 주말이 설 연휴인 것을 감안해 21일로 못박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즉각 반발했다. 강석호 의원은 “당을 해체하고 없애야 할 판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고 전대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다. 김성태 의원은 “성난 촛불 민심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도 “친박이 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불과하며,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결국 양측의 세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후 의원총회의 추인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이 분당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비주류 의원 42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49명 등 91명은 국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당 해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당 해체 추진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기 ▲당 비상시국위원회 구성 등을 결의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2선 후퇴’에서 더 나아간 것으로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김무성 전 대표가 “모든 판단과 원칙의 기준은 헌법이 돼야 한다”며 탄핵을 언급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이 질서 있게 퇴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도록 기회를 주느냐 아니면 새누리당이 탄핵을 주도하느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야당을 향해 “탄핵 요건이 되면 차라리 의견을 모아서 탄핵 절차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도 가세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몸통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꼬리를 자를 수 없다”고 비판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취에 대한 결단을 하라”며 탈당 등 퇴진을 압박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당이 모든 것을 던져 버려야 할 때다. 대통령도 이제 개인이 아닌 국가를 생각하셔야 한다”며 거듭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탄핵과 탈당 요구에는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준석, 김상민, 김진수, 이기재, 최홍재 등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5명은 오후부터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런 비주류의 대통령 탄핵과 지도부 퇴진 요구에 대해 이 대표는 “그런 건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가을아, 천천히 가줄래…내 마음 시리지 않도록

    가을아, 천천히 가줄래…내 마음 시리지 않도록

    충북 보은의 속리산 국립공원에 ‘세조길’이 새로 생겼다. 조선의 4대 임금 세조가 재임 중 속리산 복천암을 찾았는데 이때 일을 바탕 삼아 이야기 길을 만들었다. 길은 속리산 아랫자락을 휘휘 돌아간다. 급한 오르막이 없으니 무르팍 아플 일도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단풍길 10선’에 꼽을 만큼 단풍도 곱다. 이 계절에 딱 맞는 길이다. 세조길의 시작은 법주사, 끝은 세심정이다. 불법이 머무는 절집을 나서 마음을 씻어내는 곳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홍진과 거리를 둘 준비가 끝난다는 뜻이 이 구간에 담겼지 싶다. 속리산 국립공원 초입.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이 객을 맞는다. 1464년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지를 번쩍 들어 임금이 탄 가마를 안전하게 통과시켰다는 나무다. 이런 이유로 세조가 소나무에게 정이품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한때 완벽한 삼각형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한쪽 면이 병들어 온전하지 않다. 속리산 터미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이른바 ‘오리숲길’이다. 상가 지역에서 법주사까지 거리가 5리(2㎞)라 지어진 이름이다. 법주사가 생기며 이 숲길의 역사도 시작됐을 터. 그만큼 숲은 깊다. 늙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어우러졌다. 한때 아스팔트였던 길은 황토로 바뀌었고, 눈을 즐겁게 하는 조각작품들도 나무 사이사이에 숨겨 뒀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드는 길이 호젓하다. 전나무, 참나무 어울린 숲길이 발걸음을 늦춘다. 숲이 주는 피톤치드로 속세의 때를 씻을 무렵, 길 끝에서 법주사가 자태를 드러낸다. 법주사는 ‘보물사찰’로 불린다. 그만큼 문화재가 많다는 뜻이다. 목탑 형태의 팔상전(국보 55호)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건물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덧대 짜맞췄다. 그 기술이 워낙 뛰어나 한 부분이 소실돼도 나머지는 끄떡없다고 한다. 팔상전 뒤엔 쌍사자석등(국보 5호)이 있다. 사자 두 마리가 석등을 받치고 선 모양새다. 암수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두 사자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데, 범부의 눈으로는 당최 구분이 가질 않는다. 연꽃모양의 석연지(국보 64호), 옛날 3000여명의 승려들이 먹을 밥을 지었다는 철확, 독특한 모양의 희견보살상, 바위에 새긴 마애여래의상, 수정봉에 굴러떨어졌다는 추래암 등 경내에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 마당에는 높이 33m의 거대한 미륵대불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개금불사(불상에 금칠을 다시 할 때 행하는 의식)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관람객을 굽어보는 시선은 여전히 고요하다. 세속의 일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달관의 뜻일 터다. 세조길 탐방에 나선다. 법주사 옆에 들머리가 있다. 법주사 삼거리에서 상수원지~탈골암 입구~목욕소~세심정으로 이어진다. 세조는 1464년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속리산 복천암을 찾았다. 이때 일을 각색한 것이 세조길의 바탕이 됐다. 세조길은 문장대 등으로 가던 옛 등산로와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하며 세심정까지 간다. 거리는 2.5㎞ 정도다. 왕복 5㎞에 달하는 산길이지만 급한 오르막이 없어 산책하듯 설렁설렁 다녀올 수 있다. 들머리를 나서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은 폐목을 재활용한 목재블록을 써 조성됐다. 나무 재질이라 대기열은 흡수하고 빛의 반사를 줄여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눈부심이 덜하다. 걸을 때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콘크리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무가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무장애 탐방로도 일정 구간 조성해 뒀다. 이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역사는 옛 법주사 터다. 옛 법주사의 흔적 일부가 남아 있는 곳이다. 법주사는 한때 약 3000명의 승려가 머물렀던 대가람이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고 현재는 건물 터만 남았다. 안내판에 따르면 신미대사를 찾아 복천암으로 향하던 세조가 이곳에서 승려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신의 죄를 깨달았다고 한다. 바로 옆은 눈썹바위다. 생김새가 사람의 눈썹을 닮았다는 바위다. 너럭바위 형태의 바위는 길 쪽을 향해 꽤 너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오래전 이 길을 오가던 많은 이들이 비와 햇볕을 피했을 터. 세조도 이 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했다고 전해진다. 눈썹바위 바로 위는 상수원지다. 세조길 여러 구간 가운데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맑은 계곡수와 단풍 숲이 멋들어지게 어울렸고 이를 저수지가 또 한 번 그대로 비춰내고 있다. 저수지 주변에 의자가 여럿 놓여 있다.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세조길 주변엔 여러 이야기들을 담은 안내판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가 세희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세조에겐 알려지지 않은 큰딸이 있었다. 그가 바로 세희공주다. 세조의 단종 왕위찬탈을 반대한 세희공주는 궁궐을 도망치듯 나왔고, 도피 도중 한 나무꾼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 나무꾼은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김종서 장군의 손자였다. 둘은 속리산에 숨어 산다. 그러다 요양 차 속리산을 찾은 세조의 눈에 띄게 됐다. 둘은 함께 궁궐로 돌아가자는 세조의 청을 뿌리치고 다시 도망을 쳤고, 낙담한 세조가 사위에게 주려던 벼슬을 자신을 위해 나뭇가지를 쳐들었던 정이품송에게 대신 하사했다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 조선 후기 서유경이 지은 ‘금계필담’에 나오는 허구적 야담으로, TV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각색돼 방송되기도 했다. 이어서 목욕소. 세조가 몸을 씻었다는 작은 못이다. 법주사에서 국운 번창을 위한 대법회를 연 세조가 목욕을 했는데 뜻밖에 몸의 종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목욕소 바로 위는 세심정이다. 세심정 휴게소에서 오른쪽 상고암 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면 두 개의 돌 절구와 만난다. 13~14세기까지 실제 사용됐던 돌 절구다. 계곡수를 이용해 물레방아 형태로 곡식을 빻았다고 한다. 돌 절구 너머로 너럭바위가 있고 기암 사이사이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흘러내린다. 여기가 세심정이다. 마음 씻기 어려운 장삼이사라도 최소한 눈은 씻을 만한 풍경이 여기에 있다. 속리산 주변에 둘러볼 곳이 많다. 선병국 가옥은 속리산 가는 길목에 있는 고택이다. 보성선씨 종갓집으로, 호남에서 첫손 꼽히는 만석꾼이었던 보성선씨 가문이 당대 최고의 풍수사를 대동하고 전국을 돌다 찾아낸 명당자리에 지었다. 1903년부터 1925년까지, 건립 기간만 무려 22년을 헤아린다. 삼년산성은 신라 자비왕 13년(470년)부터 3000여명의 인부를 동원해 3년 동안 쌓은 성이다. 높이 13~20m의 성벽이 1.7㎞ 정도 산자락을 둘러치고 있다. 삼년산성은 신라 축성술의 정수다. 당대 최고의 기술이 총동원돼 세워졌다. 성벽은 대단히 견고하다. 어지간한 투석기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정도다. 이 덕에 크고 작은 15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도 단 한 차례도 함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선병국 가옥에서 8㎞쯤 떨어져 있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산채비빔밥에 대추왕순대찜‘산해진미’에 살오른 가을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가자면 당진영덕 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알기 쉽다. 고속버스는 센트럴, 남부, 동서울에서 각각 출발한다. 10여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다니는 청주까지 간 뒤 직행버스로 속리산까지 갈 수도 있다. 삼년산성을 먼저 보겠다면 당진영덕 고속도로 보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빠르다. 삼년산성은 보은군청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다. →맛집 : 속리산 입구에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집들이 즐비하다. 용궁식당(542-9288)은 오징어볶음과 매운 닭발볶음이 맛있다. 김천식당(543-1413)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순대전골 맛집이다. 국보식당(543-6369)도 순대를 잘한다. 대추왕순대찜으로 이름났다. →잘 곳 : 숲에서 잠들고 싶다면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543-1472), 말티재자연휴양림(543-6282)이 좋다. 속리산 입구에 레이크힐스 호텔 속리산(542-5281), 힐파크(543-3650) 등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 연우진 박혜수, ‘내성적인 보스’ 남녀주인공 ‘어떤 역할?’ [공식]

    연우진 박혜수, ‘내성적인 보스’ 남녀주인공 ‘어떤 역할?’ [공식]

    연우진 박혜수가 tvN이 2017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의 남녀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tvN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차지한 세상,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 은환기가 수상한 신입사원 채로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 에피소드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내성적인 보스’는 tvN ‘연애 말고 결혼’을 탄생시킨 송현욱 감독과 주화미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드는 작품으로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또 송현욱 감독은 지난 6월 종영한 ‘또 오해영’을 연출하며 ‘로코’ 드라마의 진수를 선보이기도 해 그의 차기작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먼저 남자주인공 은환기 역에는 배우 연우진이 낙점됐다. 은환기는 업계 1위 홍보 회사 ‘유명 홍보’의 CEO다. 하지만 천성이 극도로 내성적인 탓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조차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유령 같은 존재. 그런 그의 앞에 복수의 칼을 품고 나타난 신입사원 채로운으로 인해 그는 세상 밖 ‘시선’의 한복판에 던져지게 된다. 외향적인 리더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성격의 보스 은환기는 고요하고 섬세한, 사려 깊고 겸손한 고군분투를 선보일 예정. 남자주인공 은환기를 연기하는 배우 연우진은 ‘연애 말고 결혼’을 비롯한 로맨스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여심을 사로잡은 바 있어 그의 활약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성적인 보스’에서는 지금까지의 다른 작품에서 선보인 매력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여주인공 채로운 역으로는 배우 박혜수가 활약한다. 채로운은 하루 종일 넘치는 에너지로 활력을 발산하는 외향적인 여자. AE가 될 천부적 성격 덕에 ‘유명 홍보’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가능성을 인정받지만 오로지 관심은 ‘복수’의 대상, CEO 은환기에게 있다. 채로운은 경계가 삼엄한 CEO실을 뚫고 잠입해 그의 실체를 온 천하에 폭로할 계획을 세우며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그려갈 예정. SBS ‘용팔이’, JTBC ‘청춘시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기대주로 눈도장을 찍은 박혜수는 ‘내성적인 보스’를 통해 여주인공의 씩씩하면서도 러블리한 매력을 극대화해 선보일 예정이다. ‘내성적인 보스’ 담당 소재현 PD는 “무엇보다 독특한 성격과 사연을 가진 남녀 주인공 캐릭터와 가장 적합한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주의를 기울였다”며 “캐릭터를 매력 있고 사랑스럽게 완성시켜줄 멋진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쁘다”고 밝혔다. 또 “‘내성적인 보스’는 천성이 내성적인 남자와 외향적인 성향을 주체할 수 없는 여자, 두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낼 통통 튀면서도 공감 가는 스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2017년 tvN의 첫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는 현재 방영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 15’ 후속으로 내년 1월 중 첫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개콘’ 이수지, 최순실 패러디 싱크로율 100% “저 그 사람 아니에요” 폭소

    ‘개콘’ 이수지, 최순실 패러디 싱크로율 100% “저 그 사람 아니에요” 폭소

    개그우먼 이수지가 ‘최순실 패러디’에 동참해 화제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 속 ‘세.젤.예’ 코너에서는 해고당한 자동차 영업사원 임우일, 소개팅남에게 바람 맞은 김승혜, 싸우다 맞은 것으로 오해 받은 송왕호, 일본 사람처럼 생긴 검도장 관장 송준근 등이 출연해 레스토랑 사장 유민상과 신경전을 펼쳤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수지였다. 이수지는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 ‘최순실’을 연상케 해 방청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유민상이 “요즘 떠들썩한 그 분?”이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자 이수지는 “저 그 사람 아니에요. 그 사람 닮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듣는거야”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손에 태블릿PC로 연상케 되는 가방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거 태블릿 PC 가지고 온 거 아니에요. 그냥 클러치에요”라며 화를 냈다. 이어 유민상이 “이 맥주 어때요? 이거 독일에서 넘어왔어요”라는 추천에 이수지는 “저 독일에서 안 넘어왔어요. 그 사람 아니라니까 왜 그래요?”라고 맞받아쳐 보는 이들을 폭소하게 했다. 이후에도 “실세? 저 그런 능력도 없어요”, “이대? 왜 제 앞에서 이대 얘기를 해요? 저 이대랑 아무 관련 없어요”라며 현재 최순실을 둘러싼 키워드 ‘실세’, ‘이대’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수지는 퇴장과 함께 신발 한 짝을 절묘하게 남겨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시사풍자가 더해야 개콘이 빛이 난다”, “이수지 천재인 듯 오늘 정말 재밌었네요”, “근데 진짜 닮으셨어요ㅋㅋ” 등 댓글들을 달았다. 사진제공=KBS2 ‘개그콘서트’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점·선·색·면의 자연… 그 속에서 찾은 자유

    점·선·색·면의 자연… 그 속에서 찾은 자유

    한국의 자연을 특징짓는 것은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이다. 유영국(1916~2002)은 이런 한국의 자연이 지닌 정수를 아름다운 색채와 단순하고 대담한 언어로 그려 낸 화가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기록되는 유영국의 화업 60년을 보여주는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근대미술 거장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로 마련한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이다. 이번 전시는 1937년 유학시기 작품부터 1999년 절필작에 이르기까지 60여년 화력을 보여주는 작품 100여점과 유영국문화재단 소장의 아카이브 50여점이 총망라됐다. 작가 생존 시 열린 15차례의 개인전이나 사후의 전시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1978년 이후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 작품들 중 특히 작가의 최고 절정기로 장엄한 자연을 표현하기 시작한 1960년대의 대형 유화작품 30여점은 유영국 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유영국이 가장 좋아했던 서양화가는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이었다. 몬드리안의 작품이 “말이 없어 좋다”던 그의 작품 역시 말이 없다. 대신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름다운 색상으로 채워진 이 조형요소들은 서로 긴장하는 듯하면서도 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장엄한 산맥, 깊은 숲과 계곡, 지치지 않는 붉은 태양, 푸른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연의 정수에 다가가게 한다. 평생 400여점의 아름다운 유화작품을 남긴 그의 작품에는 특히 ‘산’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그는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다”고 했다.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부유한 지주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유영국은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에서 공부하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자퇴한 뒤 일본으로 건좇가 1935년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했다. 자유로운 학풍을 자랑했던 문화학원에서 수학하며 재야 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면서 무라이 마사나리(1905~1999), 하세가와 사부로(1897~1957) 등 당대 일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추상미술 리더들과 교유했다. 사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 문화학원 졸업 후에 오리엔탈사진학교에서도 수학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포화 속에서 귀국한 그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부로, 양조장 주인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양조장 사업이 꽤 번창했지만 “금산도, 금밭도 싫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며 1955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미술활동을 재개했다. 그의 나이 쉰 살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려는듯 밤낮없이 그림을 그리며 신사실파, 모던아트협회, 현대작가초대전, 신상회 등 한국의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다 1964년 그룹 활동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스스로 선언하며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단체 활동을 접고 오로지 개인 작업에 전념했다.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해 8시부터 11시까지 작업하고 점심 식사 후 다시 2시부터 6시까지 작업하는 규칙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작품에 매달렸다. 스스로 “60세까지는 기초 공부를 좀 하고 그 후엔 부드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곤 했던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조형실험 과정을 거친 뒤 작가로서 정점에 도달했을 1977년 공교롭게도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고 이후 심장박동기를 달고 살아야 했다. 37번이나 입원하며 투병하면서도 그는 절필작 ‘작품’을 그린 1999년까지 부드럽고 평화로운 회화세계를 펼쳤다. 전시는 시기별로 크게 1937년 일본 유학기부터 1964년 개인전까지, 그가 그룹활동의 종언을 선언한 뒤 2002년 타계할 때까지로 나눠 작품들을 보여준다. 지난 4일 개막식 때 전시장을 찾은 부인 김기순(97) 여사는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오면 작업실로 직행해 캔버스를 어루만지던 남편을 보면서 이런 것이 예술가의 삶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남편이 병석에 있으면서 그린 작품들이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수제버거 ‘쉐이크쉑’ 흥행 주역 SPC 차남 허희수 부사장 승진

    수제버거 ‘쉐이크쉑’ 흥행 주역 SPC 차남 허희수 부사장 승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38) 마케팅전략실장(전무) 겸 클라우드 총괄, 삼립마케팅본부장이 1일자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 7월 뉴욕의 유명 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와 안착시켰다. 개점 첫날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 침체됐던 수제버거 시장의 확대를 이끌었다. 허 신임 부사장은 2007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룹의 브랜드 마케팅 분야와 해피포인트 등의 e비즈니스 분야를 이끌었으며, 신사업과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기여했다. 1일자 인사로 2년 전 승진한 장남 허진수 부사장과 함께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됨에 따라 SPC그룹 3세들의 ‘형제 경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석원 SPC삼립 대표이사는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로,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는 SPC GFS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화장실까지 파고든 감시… 가장 무서운 형벌은 고독

    화장실까지 파고든 감시… 가장 무서운 형벌은 고독

    지난 25일 오후 2시. 수형번호 7004번이 왼쪽 가슴에 달린 남청색 수의를 입고 전북 정읍교도소 내 독방에 들어섰다. 독방의 크기는 3.71㎡. 구석에 있는 화장실 공간을 제외하면 채 한 평도 되지 않는 크기다. 정읍교도소에서도 다른 수형자들과 ‘혼거’(混居)가 불가능하거나 분류심사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S4급(중경비처우급)을 받은 수형자만이 들어가는 곳이다. 한마디로 ‘중범죄자’가 된 것이다. 비좁은 방이라도 한번 살펴보려 차가운 바닥에 걸음을 떼는 순간 ‘덜컹’하는 쇳소리와 함께 출입문이 잠겼다. 사방이 흰색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교도관마저 떠나자 ‘절대 고독’ 상태가 됐다. 1.5ℓ들이 물병과 플라스틱 식판 하나가 겨우 드나들 수 있도록 뚫린 사각형 모양의 배식구로 연신 싸늘한 가을 공기가 들이닥쳤다. 그제야 법무부가 마련한 수형 생활 체험 프로그램에 손을 들고 참여한 내 자신의 호기(豪氣)가 원망스러워졌다. 독방 출입문은 유리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밖에서도 교도관이 계속 수형자를 감시할 수 있다. 심지어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의 벽면도 투명 유리로 돼 있다. 자리에 앉아 천장으로 눈을 돌리니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숨 쉬는 매 순간마다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홀로 갇힌 독방이지만 절대 혼자는 아닌 셈이었다. 피곤한 마음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라도 잠시 누워 보려 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에 몸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었다. 수형자들은 취침 시간이 되기 전까지 방 안에 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든 행동을 감시받고 노출되는 경험은 처음 겪는 ‘폭력’이었다. 내가 감옥 안에 있다는 게 그제야 추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멍하니 있자니 시선이 오래 머물 곳이 없었다. 내 분신이었던 스마트폰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시간이 흐르고나 있는지, 혹은 내가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온갖 망상들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던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심지어 퇴소 시간을 정해 놓고 들어온 상황인데도 ‘나는 언제쯤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까지 실감나게 솟아났다. ‘독방은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자책이 반복되는 곳’이라는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가 떠올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요하던 바깥이 마치 손님이라도 찾아온 듯 소란스러워졌다. 드디어 오후 5시 30분, 저녁 식사가 건네지기 시작했다. 수형자에게는 오전 7시와 정오를 포함해 하루 3끼가 제공된다. 1식 3찬이 원칙이다. 쌀밥과 계란국에 갈치조림, 오이무침, 그리고 김치가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생각에 식판을 들었지만 자해 방지를 위해 가늘고 짧게 만들어진 젓가락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오이무침 하나 집는 것도 일이었다. 처음 먹는 교도소 밥은 입안에서 모래처럼 버석거렸다. 하지만 수형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진수성찬’이었다. 한 교도관은 “예정된 반찬이 바뀔 경우 하루 이틀 전에 꼭 공지를 해야 할 만큼 수형자들이 반찬에 민감하다”고 귀띔했다. 오후 9시부터 취침 시간이 시작됐지만 교도소 독방과 복도에는 불빛이 어려 있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공간에 등을 대자 그 높던 천장이 바짝 눈앞으로 다가와 방이 더 좁게만 느껴졌다. 뒤척이다 몸이 벽에 닿으면 어김없이 한기가 몰려왔다. 이따금 들려오는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는 숙면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까무룩 잠이 든 게 언제일까. 스피커로 울리는 요란한 라디오 소리에 눈을 떴다. 오전 6시 30분. 밤이 지났다. “오늘 아침엔 전북 지역에 안개가 짙게 끼겠습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지 만 하루 만에 듣는 ‘바깥소식’이었다.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자발적 구속’이었고 ‘예정된 자유’였건만, 그래도 자유는 미칠 듯 소중했다. 정읍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전설의 그룹 ‘아바’ 해체 30년만에 재결합

    전설의 그룹 ‘아바’ 해체 30년만에 재결합

     1970년대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 보컬 그룹인 아바가 해체한 지 30여년 만에 ‘디지털 연예’ 활동을 위해 재결합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아바의 고유 멤버 4명은 음악 매니저인 사이먼 풀러와 함께 내년 중 다시 모여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이 포함된 ‘새로운 디지털 연예 활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에 다시 발표될 예정이다.  풀러는 영국 걸그룹인 스파이스 걸스의 음악 매니저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아바가 “최신의 디지털 가상현실 기술을 극도로 활용한 획기적 벤처”에 기반을 두고 함께 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바의 여성 멤버인 안니 후리드 린지스타드는 전 세계의 팬들이 재결합을 줄곧 요청했다면서 “이번에 새로운 작업이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만큼이나 팬들도 열광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성 멤버인 베니 안데르손은 “우리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에 영감을 얻었고 뭔가 새롭고 극적인 것을 창조하는 일원이길 즐겼다”면서 “이번 작업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의 진수를 보여줄 ‘타임머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는 1973년 스웨덴에서 결성해 이듬해 유럽 국가별 가요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워털루’로 대상을 차지하며 스타로 부상한 뒤 ‘S.O.S’와 ‘마마 미아’ ‘댄싱 퀸’ ‘허니 허니’ ‘김미 김미 김미’ 등을 발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트곡 중 ‘맘마미아’는 뮤지컬에 이어 2008년 영화로도 제작돼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활동 도중 각각 부부가 된 이들 4명은 모두 이혼한 뒤 1983년 해체했고 이후 린지스타드만 솔로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6월 멤버 가운데 작곡을 했던 비요른 울바에우스와 안데르손이 만난 지 50주년을 기념한 모임에서 그룹 해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모여 공연을 한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기행]르네상스 조각예술의 진수 품은 피렌체 바르젤로 국립미술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기행]르네상스 조각예술의 진수 품은 피렌체 바르젤로 국립미술관

     문예부흥의 발흥지 피렌체에서 꽃피었던 르네상스 예술은 회화와 조각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회화의 걸작들을 우피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면 르네상스 거장들의 조각 작품은 바르젤로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브루투스’와 ‘다비드-아폴로’, 도나텔로의 ‘성 게오르기우스’와 ‘다비드’, 베로키오의 ‘다비드’ 등 르네상스 대가들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상아 세공품, 성구, 도자기, 갑옷, 무기 등도 있지만 조각들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조각과 공예 작품을 모아 놓은 국립 바르젤로 미술관은 1865년 단테 탄생 600돌을 기념해 문을 열였다. 미술관 건물은 1255년 시 참사회 대표의 궁으로 지어졌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통치했을 당시엔 행정장관의 관서(바르젤로, Bargello)로 쓰이다가 16세기부터 경찰청사 겸 교도소로 쓰이던 곳이다. 안 마당은 13세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고 마당을 둘러싼 건물의 3면이 아치형 회랑(로지아)으로 되어 있어 우아하고 아름답다. 육중한 돌계단이 있는 벽면에는 피렌체 유명 가문의 문장들이 걸려있다.  미술관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오른 쪽에 16세기 조각실이 있다. 19세기 말 미술관 개관 당시 우피치에서 넘어온 것들이다. 미켈란젤로의 ‘브루투스’가 눈에 들어온다. 메디치 집안의 권력 다툼 와중에 1536년 알렉산드로 데 메디치 공을 살해한 로렌치노를 모델로 했다. 메디치가를 반대하는 입장에 섰던 추기경 리돌피가 이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주문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유일한 흉상인 이 작품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것을 두고 후대에선 설왕설래하고 있다. 메디치가의 과두정치를 몰아내기 위해 반란에 참여하기도 했던 미켈란젤로가 스스로 작업을 중단했다는 설이 있고, ‘미완의 미학’에 빠져있던 때라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설이 있다. 대의(공화국의 원칙)를 위해 개인적 고통을 극복하고 카이사르를 살해한 브루투스를 메디치가에서는 공화정의 상징으로 여기고 미켈란젤로가 타계한 뒤 이 흉상을 입수해 그 아래에 라틴어 문구를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날카롭게 바라보는 모습으로 망토를 어깨 위에서 브로치로 고정시킨 형태다. 두꺼운 목, 찌푸린 표정과 직시하는 눈, 꽉 다문 입 때문에 전체적으로 근엄해 보인다. 미켈란젤로는 부위별로 다른 조각기법을 사용했다. 망토는 조각칼을 옆으로 뉘어 대리석을 깎아 냄으로서 천의 질감을 나타냈고 얼굴은 소묘하듯 섬세하게 다듬었다. 반면 잘게 곱슬 거리는 머리카락은 대리석의 거친 면을 그대로 두었다. 미켈란젤로 전시실에는 그가 스물한살 무렵 제작한 ‘바쿠스’를 만날 수 있다. 술에 취한 채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단단한 대리석으로 만들어낸 솜씨가 빛나는 작품이다. 역시 미켈란젤로의 초기작에 속하는 대리석 부조 ‘톤도 피티’도 있다.  르네상스 초기의 거장 도나텔로의 방은 미술관 2층에 있다. 도나텔로는 브루넬레스키의 건축, 마사초의 회화와 더불어 조각에서 르네상스 양식을 창시한 인물이다. 피렌체 예배당의 청동문을 제작 중이던 기베르티의 조수로 일하며 조각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피렌체에서 예술혁명을 가져온 예술가 중의 한명으로 미켈란젤로가 활동하기 이전 피렌체에서 가장 주도적인 조각가였다.  그의 초기 작품 ‘ 성 게오르기우스’는 무구 제작자 길드를 위한 수호성인 상으로 주문받아 1415~1417년 제작된 조각이다. 오르산 미켈레 성당 외벽에 보착돼 있다가 보존을 위해 미술관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백마탄 왕자의 원조격인 성 게오르기우스는 창이나 칼도 없이 방패만을 들고서도 당당하게 서 있다. 대리석으로 된 이 조각 작품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기베르티의 양식화된 조각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도나텔로는 값비싼 청동은 아니지만 대리석으로 군소 길드에 걸맞는 참신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덜 장식적이지만 단순하고 겸손해 보이며 인간적인 조각양식은 이후 기베르티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조각을 대체하게 된다.  도나텔로는 1432년 로마를 방문해 고대유적 연구에 열중했다. 바르젤로 미술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도나텔로의 ‘다비드’(1450년 경)는 고대 로마의 조각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뒤 만든 것으로 젊음이 넘치는 육체의 표현에서 고전미가 강하게 풍긴다. 등신대(높이 158cm)의 청동 나체 조각상으로 초기 르네상스의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은 이 작품은 고대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남성 누드 조각상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메디치 궁의 안뜰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아름답고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된 것과 달리 도나텔로의 다비드는 강단있는 소년의 모습으로 형상화돼 있다. 그러면서도 사색에 잠긴 얼굴과 부드러운 머리카락, 청동의 감각적인 표면에 드러난 신체의 곡선 등이 어우러져 매우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  골리앗에 대한 다비드의 승리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했다. 피렌체 공화정에서 인기 있는 이미지였던 다비드를 거장들이 많이 남긴 이유다. 바르젤로에는 또 다른 다비드 상이 있다. 도나텔로에게서 수학한 베로키오가 메디치가의 주문으로 제작한 ‘다비드’(1470년경)다. 베로키오의 ‘다비드’는 수줍은 소년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여리고 섬세한 감정을 지닌 소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발 아래에는 고통스런 최후를 맞은 골리앗의 잘린 머리가 있다. 화가로도 활동했지만 베로키오는 그림보다 조각에 더 소질이 있었고 특히 청동을 다루는데 탁월했다. 베로키오는 제대로 된 공방을 차리고 도제를 키우며 많은 작업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베로키오의 작업장에서 13년 동안 배우고 조수로 활동했다.  바르젤로 미술관에는 1401년 제작된 청동부조 작품 ‘이삭의 희생’이 두 점이 전시돼 있다. 피렌체 두오모 앞에 있는 세례당의 청동문을 장식할 예술가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전에서 결선에 올랐던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의 작품이다. 이 역사적인 공모전에서는 기베르티가 당선됐다. 기베르티는 그후 23년을 걸려서 세례당의 청동문 한쌍을 완성했다. 낙담한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답사여행을 떠났다. 로마에서 판테온 등 고대 건축을 면밀히 연구하고 돌아와서는 40년째 미완성으로 방치돼 있던 두오모의 돔을 완성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해군 신형 상륙함 ‘일출봉함’ 진수식

    해군 신형 상륙함 ‘일출봉함’ 진수식

    25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의 신형 상륙함 3번함인 일출봉함 진수식에서 문승욱(왼쪽 다섯 번째) 방위사업청 차장, 천정수(네 번째) 해군본부기획관리참모부장, 강환구(일곱 번째) 현대중공업 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출봉함은 4900t급으로 길이 127m, 최대속력은 23노트이며 승조원은 120명이다. 울산 연합뉴스
  • 대우조선 두 번째 수출 잠수함 진수식

    대우조선 두 번째 수출 잠수함 진수식

    대우조선해양이 24일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국내 첫 해외수주 잠수함 3척 가운데 두 번째 함의 진수식을 개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거제 연합뉴스
  • 외인 듀오 업은 KCC 신입 가드 채운 오리온

    KCC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패배의 아픔을 설욕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제패하고도 챔프전에서 2승4패로 고양 오리온에 왕좌를 내줬던 전주 KCC가 22일 2016~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오리온과 다시 맞선다. KCC는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란 평가를 받은 안드레 에밋과 2014년 외국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리오 라이온스 등 외국인 듀오와 발목 부상으로 고전하던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이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에서 뛴 이현민도 ‘친정’에 비수를 겨누고, ‘고졸 루키’로 화제를 모은 송교창에다 오프 시즌 이적한 정휘량과 주태수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오리온은 조 잭슨이 팀을 떠났으나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이승현을 비롯해 문태종, 허일영, 김동욱, 최진수, 장재석 등이 건재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정상이 아니었던 애런 헤인즈가 한국에서의 아홉 번째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리온의 관건은 가드 라인. 새로 영입한 오데리언 바셋이 잭슨과 이현민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정재홍, 조효현 등 백업 요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받은 빅 3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울산 모비스가 인천 전자랜드를 불러들이고, 안양 KGC인삼공사는 서울 SK를 불러들인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이종현(모비스)은 몸이 좋지 않아 결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2순위 최준용(SK)과 3순위 강상재(전자랜드)는 팬들에게 첫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희원을 인삼공사에 내주고 박찬희를, 주태수를 KCC로 보내고 가드 한성원을 품은 전자랜드가 얼마나 달라진 면모를 보일지도 관심을 끈다. 아울러 네이트 밀러(모비스·187㎝)와 키퍼 사익스(인삼공사·178㎝), 테리코 화이트(SK·192㎝) 등 연습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외국인들의 기량을 확인하며 시즌 판도를 점쳐 볼 수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올해 최대 해수면 상승…전국 해안 곳곳 바닷물에 잠겨 피해

    올해 최대 해수면 상승…전국 해안 곳곳 바닷물에 잠겨 피해

    올해 최대 해수면 상승으로 지난 17~18일 전국 해안 곳곳이 바닷물에 잠겼다. 특히 태풍 ‘차바’로 침수피해를 입은 남해안 지역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17∼18일 해수면 높이와 조차가 백중사리 기간 수준을 넘어 올해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기간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진 근지점에 근접하고, 달-지구-태양이 일직선 상에 놓여 기조력이 크게 나타나 올해 최대 조차를 만들 것으로 예보했다. 서해와 남해 저지대에서 바닷물이 차오르는 피해가 났다. 저지대에 있는 횟집들은 바닥에 찬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거나 걸레로 닦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이날 정오 만조때 바닷물의 높이가 최고를 기록했다.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밀려들면서 용머리 해안 탐방로 대부분이 물에 잠겨 관광객들은 탐방로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외도 선착장에는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주차장까지 밀려들기도 했다. 제주시 해안가인 연대마을 포구와 한림항 물양장 정비공사 현장 등에서도 바닷물이 조금 차오른 현상이 빚어졌다. 충남 보령지역에서는 침수에 대비해 주차장의 차량 수십대를 고지대로 옮겼다. 이날 오후 4시 47분 만조시간에 맞춰 일부 상가에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해안 지역에도 바닷물이 차오르는 피해가 났다. 17일 오후 6시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바닷물에 침수됐다. 어시장 좌판 밑으로 바닷물이 10cm가량 차오르면서 상인들이 야외 좌판을 걷는 등 불편을 겪었다. 앞선 오후 5시 30분쯤에는 “소래포구 소래대교 밑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고립된 것 같다”는 시민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낚시객 4명이 갑작스럽게 차오른 바닷물에 잠시 고립됐다가 자체적으로 대피했으며 다른 침수피해 신고는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대가 낮은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 옹진수협공판장과 인천수협 등지에도 바닷물이 평소보다 높은 수위로 넘쳐 올랐다. 태풍 ‘차바’로 온 동네가 물에 잠겼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주민들이 올해 들어 최대 해수면 상승에 또다시 화들짝 놀랐다. 국립해양조사원 예측대로 17일 오전 9시를 전후해 용원동 의창수협 공판장 바다는 해수면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수협 공판장 바로 옆 생선 노점상과 횟집이 몰려 있는 용원 수산물 재래시장엔 또 바닷물이 들어왔다. 조금씩 차기 시작한 바닷물은 어른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깊이 20㎝가량 시장 바닥에 들어찬 뒤 차차 빠졌다. 몇몇 횟집은 바닥에 찬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거나 걸레로 닦기도 했다. 용원동에서도 바닷가 저지대에 속한 이 시장은 해수면 높이가 평소보다 190㎝ 정도 상승하면 바닥이 잠기기 시작한다. 진해지역도 오전 9시 30분을 전후로 해수면 높이가 평소 때보다 217㎝나 올라갔다. 지난 6일 태풍 ‘차바’때는 오전 만조시간과 겹쳐 이곳을 포함해 용원동 일대가 어른 허리 높이만큼 잠겼다. 상인들은 “10여일전 태풍 피해를 겨우 수습했는데 또 피해가 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노벨상은 기초과학 육성의 부산물일 뿐이다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노벨상은 기초과학 육성의 부산물일 뿐이다

    지난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된 것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두 발표되었다. 국내 언론이 특히 주목하는 기초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배출되었고 한국 과학자들은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에서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데 왜 한국 과학자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지 분석하고 비판하는 언론 보도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 잇따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 수상자가 나오고 있고, 지난해엔 중국인 과학자도 생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상을 받으면서 이러한 비판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과연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한국의 과학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노벨 과학상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기초과학 분야의 창의적 성과에 주어진다. 일례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술을 워낙 좋아해 효모를 연구 대상으로 정하고, 경쟁을 싫어해 남들이 연구하지 않는 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연구한 결과 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오스미 교수는 자신의 연구성과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연구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남들이 연구하지 않는 효모의 ‘제 살 깎아먹기’를 연구했다는 것이다. 올해 화학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 응용을 전제로 연구한 것이 아니고 분자기계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화합물을 합성하거나 위상 수학을 물질의 상전이에 적용한 결과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미래에 인류 사회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될 수도 있으나 지식의 확장이라는 학술적 성과에만 그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비해 정부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대부분 국민보건 증진, 환경 개선, 국방, 경제 발전 등 구체적 목표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실제 연간 19조원에 이르는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비 중에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 분야를 선정할 수 있는 상향식 기초과학 분야의 지원 금액은 6%를 넘지 않는다.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의 투자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어떤 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의 복지와 사회적 기여를 목표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과학자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과 지식 확장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운 좋게 노벨상을 타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기초과학을 통해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벨 과학상이 수여된 미생물의 제한효소 발견은 생명공학 산업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톰슨 로이터에 의해 지난해와 올해 연속 노벨 화학상이 유력한 분야로 꼽혔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응용을 목표로 하지 않고 호기심에서 세균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 이유를 밝히려고 시작한 연구가 21세기 의학 및 생명공학의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제한효소, 또 다른 유전자가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하향식 기획과제와 응용 및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일부 축소하고 대신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와 대상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상향식 기초과학 과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 ‘소사이어티 게임’ 첫방, 신체+두뇌+심리 싸움 “tvN 예능 또 일냈다”

    ‘소사이어티 게임’ 첫방, 신체+두뇌+심리 싸움 “tvN 예능 또 일냈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모의 사회 게임쇼 ‘소사이어티 게임’이 신선한 소재, 팽팽한 긴장감과 재미로 120분을 꽉 채웠다. 16일 첫 회를 맞아 120분으로 특별 편성된 ‘소사이어티 게임’ 1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 가구 평균 시청률 1.4%, 최고 시청률 2.1%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1분은 엠제이킴이 여자는 신체 대결에서 남자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정인직에게 승리하는 장면이 차지했다. 특히 차별화된 소재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로 tvN의 주요 타깃인 남녀 2049 시청층에서 평균 1.0%, 최고 1.5%를 기록,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또 남자 10대,남자 30대, 여자 20대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해 젊은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입증했다. (케이블+종편 기준) 어제 방송된 1회에서는 22명의 참가자가 14일 동안 합숙하게 될 초대형 원형 마을에 입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제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을 가진 22명의 참가자들 중에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개그맨 양상국, ‘프로듀스 101’ 출신 황인선, 아나운서 윤태진, ‘로드 FC’ 챔피언 권아솔 등도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모래 주머니 옮기기’, 두뇌 능력을 평가하는 ‘색깔 순서 외우기’, 감각 능력을 평가하는 ‘링 던지기’ 게임을 통해 순위별로 자신이 속할 사회를 선택하게 됐다. 매일 주민 전체가 실시하는 투표로 리더를 선출하는 ‘높동’, 한 번 리더가 선출되면 반란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리더가 바뀌지 않는 ‘마동’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각자의 마을에 입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세우기에 돌입했다. 특히 양상국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양상국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권아솔, 최설화, 박서현과 연합을 꾸려 필승 방안을 모색해갔다. 마동의 첫 리더 자리는 리더의 통과의례를 거친 이해성에게 돌아갔고, 이해성은 양상국에게 반란의 열쇠를 건네며 양상국을 지켜주는 대신에 탈락자 발생시 그의 연합에서 한 명을 탈락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상국은 자신의 연합을 지키기 위해 즉각적인 반란을 선언했다. 폭풍 같은 실행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두 사회의 첫 대결로는 ‘인간 장기’ 게임이 펼쳐졌다. 인간장기는 1에서 11까지의 말을 전략적으로 이동해 상대의 왕을 잡으면 승리 하는 게임. 말에 전략적으로 10명의 주인 이름과 왕 스티커를 붙여 상대의 말과 자신의 말이 같은 층 전후좌우로 맞닿을 경우 대결을 진행하는 게임이다. 양상국은 작전 회의 중 최상층에 왕을 포함한 네 말을 올리면 왕을 절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장기말을 움직이는 플레이어로 나서 이를 직접 실행, 빛나는 판단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해성, 이병관이 개인 대결에서 강세를 보이며 마동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양상국은 획득한 1000만원의 상금을 자신을 제외한 주민 모두에게 100만원씩 분배해 또 한 번 환호를 받았다. 반란으로 인해 어수선했던 첫 날의 분위기를 만회하고 자신이 희생해 팀워크를 다지고자 내린 결정. 높동도 팽팽하게 맞섰다. 채지원이 인간장기에 착수를 맡아 당돌하고 똑 부러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종합격투기 선수 엠제이킴은 여자는 신체 대결에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정인직과의 신체 대결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승리, 걸크러시의 진수를 보여주며 환호를 자아냈다. 하지만 인간 장기에서 최종 패배한 높동은 룰에 따라 탈락자를 선정했고, 리더 파로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윤태진을 지목했다. 윤태진은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그래서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좀 더 다가가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소감을 밝히며 아쉬움 속에 촬영장을 떠났다. 한편 ‘소사이어티 게임’은 tvN이 ‘빅브라더’, ‘마스터셰프’, ‘1대100’ 등의 포맷을 개발한 세계적인 제작사 엔데몰샤인그룹과 손잡고 탄생시킨 소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심리를 엿볼 수 있는 tvN ‘소사이어티 게임’은 매주 일요일 밤 9시 15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 떨게 할 공포의 창과 방패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 떨게 할 공포의 창과 방패

    북한 최대의 국경일 중 하나인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던 지난 10일, 북한 전역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각 지역 당 조직 별로 별도의 경축 행사를 가졌지만, 평양은 문자 그대로 침묵을 유지했다. 예년 같았으면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이 당과 군, 내각의 주요 인사들을 대동하고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거나 불과 이틀 전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것처럼 장거리 미사일을 ‘당 창건 기념일의 축포’로 발사했겠지만 당 창건 기념일 당일은 물론 닷새가 넘게 지난 오늘까지도 북한은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하다. 지난 달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의 한반도 상공 무력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협 수위를 높여가던 북한이 갑자기 침묵한 배경을 놓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 일주일 간 북한의 거친 입을 침묵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었다. 평양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화력 10월 10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우리 해군과 함께 한반도 인근에서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실시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은 동북아시아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제7함대 소속이다. 이 함대에는 11만톤에 육박하는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호를 중심으로 2척의 타이콘데로가급(Ticonderoga class) 이지스 순양함과 7척의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 class) 이지스 구축함, 1척의 지휘함 등 10여 척의 강력한 군함들이 포진해 있다. 핵심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 니미츠급(Nimitz class) 10척 가운데 9번째로 건조되어 지난 2003년에 취역한 신형 항공모함이다. 지난해 조지 워싱턴(USS George Washington)호를 대신해 제7함대에 배치되었으며,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서태평양 전역을 작전 구역으로 삼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잘 알려진 대로 슈퍼 캐리어(Super Carrier), 즉 초대형 항공모함이다. 길이가 332미터, 폭이 76m를 넘고 만재배수량은 11만 4천톤에 육박하는데, 비행갑판의 면적만 축구장의 3배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덩치가 덩치이니만큼 그 수용 능력도 엄청나다. 이 항공모함에는 최대 90대의 각종 항공기는 물론 이 배와 항공기들을 움직이기 위해 최대 6000명에 달하는 승조원들이 탑승하는데, 이들이 수 개월간 바다 위에 떠서 작전하고 생활하기 위한 모든 편의시설과 병원 등 의료시설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이 항공모함의 작전 능력은 함재기에서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에는 일본 아츠키 기지에 주둔 중인 제5항공모함비행단이 배속되어 있다. 이 비행단은 80여 대의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E-2C 호크아이 20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A-18G 전자전 공격기와 MH-60R/S 해상작전헬기 등 100여 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비행단 소속 항공기들이 로널드 레이건호에 탑재되어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호와 같은 초대형 항공모함 1척에는 통상 2~3개 비행대대 40~60대 정도의 전투기가 탑재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전투기 전력의 공격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하다.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F/A-18E/F 슈퍼 호넷은 최대 8톤 이상의 각종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데, GPS로 유도되는 정밀 유도폭탄은 물론 사거리 370km 이상의 JASSM과 같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나 B61과 같은 핵폭탄도 운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E-2C 호크아이 2000 조기경보통제기는 반경 560km 내의 모든 북한 항공기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감시할 수 있고, EA-18G 전자전 공격기는 강력한 재밍 능력으로 북한의 주요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을 먹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특히 EA-18G 전자전 공격기는 F-15나 F-16과 같은 4세대 전투기를 대상으로 144대 0의 교전비를 가지고 있다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A 랩터(Raptor)를 상대로 전자전을 걸어 무력화시킨 뒤 가상으로 격추시켰던 기록도 가지고 있는 가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타격전단의 공격 능력은 전투기가 전부가 아니다.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 순양함과 이지스 구축함, 그리고 수중의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에도 다량의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7~8척으로 구성되는 이지스함에는 각 함정당 20~30여 발의 토마호크가 탑재되어 있고, 항모 전단 하나에 1~2척이 따라 붙는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에도 12발 정도의 토마호크가 탑재된다. 여기에 인근에 오하이오급(Ohio class) 잠수함을 개조한 순항 미사일 원잠(SSGN)이 1척이라도 있다면 154발의 토마호크가 추가된다. 즉, 항공모함 타격 전단 하나가 완전히 편성되면 이 전단 하나에서 동시에 날릴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400발이 넘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을 이용해 북한을 공습하고자 결심한다면 가장 먼저 EA-18G 전자전 공격기가 나서 북한의 방공망과 지대공 미사일의 레이더와 통신기기를 먹통으로 만든 뒤 호위전단과 잠수함에서 발사된 400발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동시에 평양 상공을 뒤덮을 것이다. 뒤이어 나타난 40~60대 이상의 슈퍼 호넷 전투기가 김정은의 집무실과 관저, 노동당 청사, 북한군 지휘통신시설에 수백 톤의 정밀유도폭탄을 퍼부으며 평양 중심지를 초토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가공할 공격 능력을 갖는 초대형 항공모함을 10척이나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보다 더 성능이 개선된 신형 항공모함 1척을 더 진수시켰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이들 항공모함은 중동이나 지중해에 2~3척이 항상 묶여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16년 10월 초 현재 한반도 인근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과 아라비아해에서 작전 중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USS Dwight D. Eisenhower), 본토에서 수리 공사 중인 시어도어 루즈벨트(USS Theodore Roosevelt)를 제외한 7척이 본토에서 대기 중이며, 이 가운데 니미츠(USS Nimitz)와 존 C. 스테니스(USS John C. Stennis)는 미국 서부 해안에 머물고 있어 10일 내에 한반도 인근에 긴급 전개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이는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했다면 앞서 소개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타격전단과 같은 능력을 갖는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이 추가로 한반도 인근에 출동해 평양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北 미사일 다 막아낼 신의 방패도 함께 출동 이번에 한반도로 출동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타격 전단이 정말 무서운 것은 고성능 전투기와 대량의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이용한 가공할 공격 능력과 더불어 북한이 그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무적에 가까운 방패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함께 제5항공모함 타격전단을 구성하는 수상전투함들은 1척이 순양함이고 6척이 구축함인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에 레이건 항모와 함께 전단을 구성해 들어온 전투함 대부분이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즉 탄도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형인 챈슬러스빌함(USS Chancellorsvill)은 지난해 제7함대에 합류한 이지스 순양함으로 미 해군 순양함 가운데 최초로 최신형 전투체계인 이지스 베이스라인 9.0(Aegis Baseline 9.0) 업그레이드를 받은 전투함이다. 이 순양함은 동시에 20여 개의 공중 표적과 동시에 교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 4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다. 또한 SM-3 미사일을 이용해 거리 700km, 고도 500km 범위 내에서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과 같은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나머지 6척의 이지스 구축함 역시 비슷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한반도를 찾은 6척의 이지스 구축함 배리(USS Barry), 커티스윌버(USS Curtis Wilbur), 존 S. 맥케인(USS John S. McCAIN), 스테뎀(USS Stethem), 맥캠벨(USS McCampbell), 피츠제럴드(USS Fitzgerald) 가운데 맥캠벨을 제외한 5척이 이지스 BMD 시스템을 탑재해 탄도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150km 범위 내의 20여 개 공중 표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전단이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목적으로 서해에 진입하면 북한은 서해 상공이나 자국 영공에 그 어떤 항공기나 미사일도 띄울 수 없다. 북한 공군기는 기지에서 이륙하는 족족 100km 이상 먼 거리에서 날아온 미사일에 격추될 것이며,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SM-3 미사일이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북한 영공에서 파괴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연합훈련에는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항공모함과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자랑하는 호위전단이 동원되었음은 물론 이와 더불어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 씰(Navy SEAL)도 투입됐다. 이번 훈련 기간 중 네이비 씰은 우리 해군특수전전단(UDT/SEAL)과 함께 모종의 훈련을 함께 실시했는데, 일각에서는 최근 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참수작전과 관련된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실전이 아닌 상황에서 6~7척의 구축함을 하나의 항공모함 전단에 편성하고 여기에 특수부대까지 투입해 특정 국가에 파견하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또한 하나의 전단에 소속된 대부분의 전투함이 탄도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 역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미국이 5차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강력한 군사적 카드를 꺼내들었고 기세등등하던 북한은 미국의 무력시위가 시작되자 급속도로 움츠러들었다. 이처럼 이번 사례는 적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있어 강력한 군사력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 했다. 적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적이 나를 도발할 경우 언제든지 전쟁을 불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만 군사적 도발이라는 적의 정치적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의미다. 평화는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져야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이 던져준 그 교훈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조금 더 진지하게 곱씹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허창수 “동남아·이슬람시장 적극 공략”

    허창수 “동남아·이슬람시장 적극 공략”

    “시장개척 박차… 글로벌화 속도” 다양한 서비스 모델 도입 강조 “기회가 포착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장 개척에 도전, 명실상부한 글로벌 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 허창수GS 회장이 13일까지 이틀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동남아와 이슬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 더 큰 성장 기회를 찾자”고 독려했다. 허 회장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6억 3000만명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의 중심에 있으면서 16억명 이슬람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포르투갈이 나침반과 항해술 등 당대 첨단기술을 활용해 바닷길을 통한 아시아 무역 기회를 창출했던 역사를 교훈 삼아 혁신 기술이 활용되는 미래시장에 대비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갖춰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GS홈쇼핑이 중소기업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종합무역상사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을 도모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제시했다. GS홈쇼핑은 현지 미디어그룹인 아스트로와 합작해 말레이시아 최대 홈쇼핑 채널 ‘고숍’(GO SHOP)을 지난해 개국하고, GS건설이 싱가포르에서 1조 7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지하철 차량 기지를 시공하는 등 GS는 이미 이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사장단은 고숍 스튜디오를 방문, 히잡을 쓴 쇼호스트가 진행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쿠션파운데이션 판매 방송 녹화 과정을 참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하철 차량기지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는데, 현장 직원 중에는 지난해 입사해 곧바로 싱가포르 현장에 배치된 신입 엔지니어들이 안내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사장단 회의에는 GS칼텍스의 허진수 부회장과 김병열 사장, GS건설의 허명수 부회장과 임병용 사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하영봉 GS에너지 사장, 이완경 GS글로벌 사장, 정택근 ㈜GS 사장, 손영기 GS EPS 및 GS E&R 사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등이 참석했다. GS그룹은 2011년부터 매년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영조는 삼국지 애독자 정조는 잡서로 등한시

    영조는 삼국지 애독자 정조는 잡서로 등한시

    조선의 임금들은 당대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서진의 진수가 지은 정사인 ‘삼국지’가 조조의 위를 정통으로 세워 기술한 것에 비해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는 한(漢) 왕실의 후예인 유비가 세운 촉한을 정통으로 세워 그의 의형제 관우와 장비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조선 전기에 수입돼 임진왜란 이후 큰 인기를 누려 임금부터 일반 부녀자까지 애독자였다. 11일 한국고전번역원이 펴낸 계간 ‘고전사계’에 따르면 조선 문헌에서 삼국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기록은 선조실록 2년(1569) 6월 20일 기사다. 당시 18세였던 선조가 신하들을 인견할 때 삼국지연의에 있는 ‘장비의 고함에 만군이 달아났다’는 말을 우연찮게 했다. 그러자 대유학자인 기대승이 선조에게 “삼국지는 전등신화나 태평광기처럼 사람의 마음을 잘못 인도하는 책이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조는 기대승의 간언에 묵묵부답이었다. 조선 왕 중에서 삼국지 애독자는 영조였다. 영조는 삼국지와 서유기, 수호지 등 중국의 3대 기서를 즐겨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삼국지를 가장 많이 읽었다. 승정원일기의 영조 12년 6월 23일 기사를 보면 영조는 조조를 강하게 비난한다. 경희궁 홍정당에서 있었던 영조와 신하들의 대화. 영조가 “조조의 형언할 수 없는 악행은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한 것에 있었다”고 말한다.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세상의 삼척동자도 모두 조조를 쏘아 죽이고 싶어 하는데, 이것은 삼국지가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고 아뢴다. 조선에서 조조는 시대의 영웅이 아니라 한나라를 찬탈한 간신이자 역적이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영조는 사도세자를 훈계할 때도 삼국지를 언급하며 백성들이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안다고 말한다. 영조와 달리 정조는 삼국지를 잡서로 여겨 좋아하지 않았다. 정조 스스로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정통 고문(古文)체를 중시하고 패관소품(稗官小品)체를 싫어한 그는 “한가할 때에 내가 읽는 책은 성인과 현인들의 경전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승정원일기 정조 23년 5월 5일). 정조는 삼국지를 사람의 마음을 흐리는 잡서의 하나로 봤다. 조선 후기에는 신하가 왕에게 삼국지를 읽어 보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었다. 승정원일기 고종 13년 3월 25일 기사를 보면 경연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고종에게 김홍집의 부친이었던 김영작은 삼국지를 읽으라고 권한다. 이처럼 조선 백성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삼국지는 임금마다 시대마다 큰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책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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