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연합」ㆍ「정당 대동맹」 놓고 저울질(경오년 신춘정국:중)
◎안정 희구 여론ㆍ양김 대립이 “개편 촉매”/색깔론 근거,3당 연계 모색 대연합/민정ㆍ평민,차기대권의 포석 대동맹
정계개편 논의가 정치권의 발등의 불이 됐다.
5공청산이 종결되는 것을 계기로 각 정파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계개편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 말들은 상호작용하면서 정국의 흐름을 끌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이같은 정계개편 논의는 4당이 그 추진 주체이면서 스스로가 개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또 노태우대통령 이후의 대권향방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고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을 것 같다.
정계개편이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진행되고 종국에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될지를 점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러나 각 당의 움직임 등으로 미뤄 짐작해보면 정계개편의 방향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정치권을 보혁구도로 정착시킨다는 구상 아래 추진되는 보수대연합 결성 움직임이고,다른 하나는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소시키면서 정치가 경제발전과 민생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자는 대동맹 추진 움직임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색깔론을 기초로 민정ㆍ민주ㆍ공화의 3당이 연합하고 다른 한쪽에 평민당및 진보정당이 서도록 한다는 것이 보수대연합 결성 주장이다. 반면에 제1당인 민정당이 제2당인 평민당과 일종의 합작을 시도,구조적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현 4당구도를 민정ㆍ평민 두당의 제휴로 해소시킨다는 발상이 대동맹 구도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내에서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는 세력은 야권의 경우 민주ㆍ공화 양당인 것으로 판단되며 대동맹 추진은 평민당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여권 내부에는 이 두갈래 방향을 각각 추진하는 세력이 혼재되어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나타나는 큰 특징중 하나는 여권이 선택권을 가지고 즐기는 듯한 모습인 데 반해 야권의 평민 대 민주ㆍ공화 양당은 상당히 절박한 입장인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이는 정계개편 논의의 기본적 출발점이 여권의 필요성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현상이다. 즉 정계개편은 여소야대 정국을 와해시키고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민정당내 요구 때문에 추진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현상을 가능케 한 원인은 새 정치질서 편성을 바라는 국민의 여론과 평민당 김대중총재와 민주당 김영삼총재간의 야권내 대립 등인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쪽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80년의 봄과 87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국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양김의 대립이 또한번 정계개편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한 대목이다. 우선 보수대연합 결성을 둘러싼 각 정파의 이해를 살표보면 이 구상은 궁극적으로 정치안정을 이룰 수 있으나 민정당이 지금의 기득권을 상당부분 양보하고 호남에 배타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평민당을 고립시킴으로써 반발을 초래,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한다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민정당에서 박준규 전대표와 김윤환 전총무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보수대연합 구상은 기본취지에 반대하기 어려운 논리적 설득력이 있으나 그 과정에서 민정당이 감내해야 할 손실이 크고 민주당 일부의 거부감등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민주당에 대한 지지기반의 성격 등 때문에 민주당의 보수대연합 가담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으나 김영삼총재가 주장하는 범민주 연합의 알맹이를 구체적으로 집어내기가 어렵고 또 민주ㆍ공화 두 당의 우호적 관계,이 두 당의 대평민당 관계 등으로 미루어 민주당의 정계개편 추진작업은 결국 보수대연합 구상과 어느 단계에 가서는 궤를 같이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분석이다.
반면에 민정평민 대동맹 구상은 내각구성까지 양당이 반분하는 식의 대연정으로까지 발전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민정,평민 양당의 대차대조표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한 호소력을 갖고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민정당에서 박철언정무1장관,이종찬 전총장 등이 추진하고 평민당내에서는 온건협상파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움직임은 먼저 민정당 입장에서 볼 때 기득권의 훼손없이 여소야대를 극복,정국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평민당은 이같은 대동맹을 통해 민주,공화 등 야권 경쟁자의 정국 주도력을 무력화시키고 동시에 이들 두 야당의 정치기반을 잠식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정책을 국정에 십분 반영시켜 나갈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는 것같다.
그러나 이같은 대동맹 구상 역시 민정당내 강경파,평민당내 재야출신 중심세력 등의 반발이 예상되며 야합으로 비쳐질 경우 민주당의 입지강화라는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현단계에서는 양측의 정지작업의 귀추부터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계개편 논의의 한 부분을 이루면서 맞물려 돌아가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야권통합 논의를 들 수 있다.
야당통합은 민주당의 김영삼총재를 비롯,민주당내 일부 당료출신 의원그룹과 소장파의원그룹,평민당내 평민연 소속의원그룹및 무소속의원 등 적어도 야권내 7∼8개 세력이 각각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을 걸고 추진중이다. 이 야당통합 주장은 아직 그 어느 것도 대국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변수인 것이 분명하다. 각각의 야권통합 주장이 ▲야당내 중진의원들은 양김의 퇴진을 통한 세대교체 ▲소장의원들은 5공의 후계자로서의 6공정권에 대항할 야당의 역량집결 ▲그리고 주변의 통합지원세력은 차기 총선에서의 불확실성을 현역 우선원칙이 적용되는 야당통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데 주안점들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이들 통합추진 세력이 개인적 지지기반이 확실한 3김총재를 굴복시킬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인가는 불투명하나 김대중ㆍ김영삼총재 사이의 팽팽한 세력균형에는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할 때는 정계개편 추진의 물꼬를 트는 역할과 함께 방향마저도 좌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정계개편은 야권통합과 지자제 선거에서의 연합공천 등 각 정파간 제휴과정등을 거치며 그 윤곽을 드러낼 것같다. 그리고 지자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를 통해 드러난 각 정파간의 지분을 바탕으로 논의의 차원에서 거래의 차원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