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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 분열되는 진보정당 민노당] 노회찬까지…민노당 대규모 탈당 가시화

    심상정 비대위 대표의 사퇴로 민주노동당의 분화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 의원이 5일 탈당을 예고했다. 서울지역 총선후보 등 20명도 민노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들은 설 연휴 기간 세를 모아 집단 탈당을 결행하기로 해 설 연휴가 끝나면 대규모 탈당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은 당대회에서 스스로 존립근거를 부정, 더이상 창당 때 약속한 민노당이 아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한다.”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어 박용진 전 대변인 등 서울 지역 총선 후보, 전·현직 지역위원장, 지방의원 20명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출마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탈당계는 뜻을 같이 하는 당원들과 함께 설 연휴 후에 제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설 이전 탈당을 선언, 신당 창당 의지를 확실히 해 당내 신당파 결집을 유도하고 동시에 개별 탈당보다는 집단 행동으로 새 진보정당 창당에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에는 조승수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과 함께 움직일 예정이다. 심상정 의원은 설 연휴 기간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진보정치의 새 길을 열어 가겠다.”고 밝힌 만큼 탈당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노 의원은 심 의원과 관련,“행동을 같이 하기로 쭉 얘기해 왔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심 의원은 당 비대위 대표를 지낸 만큼 당장 탈당을 결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월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세력 구심점 확보 차원에서 결단을 앞당길 수도 있다. 분당이 기정사실화되자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 천영세 의원단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천 대표는 “분열에 앞서 단결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 초심으로 돌아가 단결 또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민노당, 시대정신 외면하면 설 땅 없다

    민주노동당이 분당 위기에 처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자주파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으로의 출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주파는 그제 열린 당대회에서 비상대책위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심 의원은 비대위 대표직을 사퇴했고, 민노당에서 탈당 행렬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민노당 활동 전체를 종북주의(從北主義)로 매도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강경 평등파가 자주파에 반발, 선도 탈당을 감행한 행동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민노당, 특히 자주파가 통일운동에 매몰되어 일부 구성원들이 과도하게 친북 노선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심 전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들을 제명함으로써 종북, 친북 이미지를 털려 했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해묵은 대립을 해소하고, 민노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을 되살릴 수 있는 대안이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주파는 숫자의 힘을 앞세워 심 전 대표의 충정어린 제안을 묵살했다. 민노당이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출범한 지 8년이 지났다.2004년 총선에서는 13%의 지지율을 얻어 원내에 안착하는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3%로 떨어졌다. 민노당이 지금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면 그 득표율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자주파가 이제라도 종북주의 그늘을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인다. 온건 평등파까지 당을 떠나면 그들에겐 철저한 고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종북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따로 진보정당을 차리라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심 전 대표의 제안처럼 비정규직·환경·여성을 살피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보고 싶은 것이다.4월 총선에서 어느 쪽이 진정한 진보정당인지 국민 심판을 받는 것도 장기적으로 진보세력의 앞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민노 조승수 탈당… 분당 가시화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이 1일 민주노동당을 탈당했다. 당내 신당파로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노당이 쇄신해서 대중 속에서 서는 당이 되길 바랐지만 도저히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일 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의 당내 갈등이 극대화하고 있다. 신당파 핵심 인물들의 탈당, 분당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은 일상적인 대의원대회가 아니고 비대위에 준 권한을 바로 행사하느냐 하는 신임을 묻는 대의원대회”라고 밝혔다.또 그는 “민노당의 존립을 좌우하는 탈당 행렬은 2월3일 대의원대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심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를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제명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당내 자주파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핵실험 실시에 따른 당내 제반 동향보고’ 등을 포함한 17쪽 짜리 문건을 공개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민노 ‘격랑’

    민주노동당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비상대책위 쇄신안에 대한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반발, 여기에 강경 평등파의 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더해져 당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진통을 겪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 제명 등 종북(從北)주의 청산을 담은 당 혁신안을 내놓으며 자주파를 압박한 데 이어 28일에는 신당파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대선 참패에 대한 책임은 다수파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신당 추진위 동지들에게 스스로 자기 몫의 반성과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당이 혁신안을 제시한 만큼 비대위에 대한 예단과 억측을 기반으로 한 분열적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면서 “무조건적인 탈당과 분당에 대해서는 자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6일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출범식을 개최하며 창당 작업에 들어간 당내 신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종북주의 청산을 담은 당 혁신안에 대한 자주파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수파가 쇄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 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통과되더라도 자주파의 결과 뒤집기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당파는 창당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김형탁 대변인은 “혁신안만 보면 강한 안으로 전대에서 통과되길 바라지만 그 이후에도 당내 자주파와 평등파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현재 민노당의 틀로는 어렵다는 판단은 변함없다.”고 밝혔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민노, 분당 기로에

    민주노동당이 분당의 기로에 섰다. 민노당 신당파는 사실상 창당 절차에 돌입했고, 심상정 비상대책위 대표는 ‘종북주의 색깔빼기’로 분당 저지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민노당 신당파는 지난 26일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 출범식을 열고 자체 지도체제 구성을 마쳤다. 이들은 “일단 다음달 3일 민노당 임시 당대회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심상정 비대위와 민노당이 이들의 요구사항인 ‘총선 전 당 해산’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당파는 민노당 임시 당대회 직후 창당 선언 및 중앙당 발기인대회,2월 중순 시·도당 발기인대회,2월 말 시·도당 창당대회,3월 초 중앙당 창당대회 등 창당 일정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는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일심회’ 관련자를 제명시키는 등 당내 종북주의 청산으로 불끄기에 나섰다. 미군철수 완료시점에 북핵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지난 대선공약도 즉각 폐기키로 했다. 그러나 신당파와 비대위로부터 종북주의 당사자로 지목된 자주파는 즉각 반발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심상정 비대위, 당 추스르기 나섰다

    민주노동당의 당 추스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6일 비상대책위원 인선작업을 마쳤다. 비상대책위원에는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길기수 강원도당 위원장, 김용한 경기도당 위원장,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염경석 전 전북도당 위원장 등이 임명됐다. 손낙구 비대위 대변인은 “전·현직 시·도당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되 장애인 등 소수자 배려 원칙을 살리고 여성 30% 할당 원칙도 실현했다.”면서 “이들은 총선 비례후보 불출마를 전제로 활동한다.”고 밝혔다.심 대표는 17일 오전 1차 비대위회의를 시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실무집행기구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19일에는 비대위 워크숍을 열고 비대위 사업과 구성, 운영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심 대표가 이처럼 비대위를 속도감 있게 꾸려나가는 것에는 그가 전권을 쥐고 있다는 점과 당내 신당파의 창당 움직임이 주는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신당파’로 분류되는 평등파(PD) 가운데 강경그룹은 심 의원이 비대위 대표에 선출된 직후 ‘(가칭)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라는 창당준비위 성격의 모임을 결성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속전속결 행보 속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인 비례후보추천위 구성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장과 위원은 당원과 국민 제안을 받은 이후인 다음주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신당, 유시민 전격 탈당에 기대반 우려반

    신당, 유시민 전격 탈당에 기대반 우려반

    대통합민주신당내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인 유시민 의원이 16일 전격 탈당했다. 유 의원의 탈당으로 의석이 137석으로 줄어든 신당 기류는 두 가지로 엇갈린다. 탈당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연한 진보정치를 하고 싶었으나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이고 노선경쟁을 할 정상적 의사결정 구조도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탈당했을 것”이라고 말해 손학규 대표 선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탈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어 “정체성이 모호한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며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오는 4·9 총선까지 창당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워낙 많아 무소속 출마가 유력하다. 유 의원은 총선에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 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일단 당내에서는 유 의원의 탈당으로 탈당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친노 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와 유 의원의 연쇄 탈당으로 자연스레 친노 세력 ‘꼬리 자르기’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 참패의 한 원인으로 꼽혔던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다. 손학규 대표측은 물론 정동영계와 ‘김한길 그룹 주위에서는 어차피 공천혁명을 이루려면 ‘친노 밀어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이 먼저 행동을 결행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락 박창규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심상정 민노당’ 시대변화 읽어라

    민주노동당이 우여곡절 끝에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번 비대위는 민노당 창당 이후 최대 위기라는 상징속에 탄생했다. 대선 참패 이후 자주파와 평등파의 반목으로 분당론까지 제기됐던 터다.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다. 분파주의와 이념·노선 논쟁에 함몰돼 지지자와 국민들과 멀어졌던 결과가 아닌가. 비대위는 비록 한시적이고 불안한 체제지만 새롭게 당을 추스르고, 당원과 소외된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다가가는 중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미래와 희망이 있다. 민노당은 지난 대선에서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그들의 정체성에 기대를 걸었던 지지자들을 보듬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노당 지지자들의 바람은 장밋빛 일색도 아니었고, 거창하지도 않았다. 제도권에서 소홀히 했던 소수자, 사회적 약자, 불평등 문제 등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내 줄 것을 기대했고, 그 같은 여망을 바탕으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주요 고비 때마다 정파간의 다툼과 갈등은 국민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을 뿐이다. 시대에 뒤진 북한추종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논란은 국민들을 식상케 했다. 제도권내 진입 이후 행보는 오히려 진보 정당의 한계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을 뿐이다. 민노당은 이제 대안정당의 모습을 국민들에 뚜렷이 보여야 한다. 심상정 위원장은 ‘제2의 창당’ ‘야성 회복’을 강조했다. 국민과 호흡하지 못하는 정당은 존재 의미가 없다.‘심상정 비대위’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
  • [오늘 선택의 날] 반부패 명분속 李vs反李 구도

    [오늘 선택의 날] 반부패 명분속 李vs反李 구도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정치권엔 ‘반부패’가 화두로 나돌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 연대’를 말하더니,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역시 ‘반부패 5자 회동’을 제안했다.‘반부패’란 공통분모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만 ‘왕따’시키고 힘을 합치자는 전략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인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전선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특히 두 후보가 반부패라는 이름 아래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포함시킨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는 이 두 후보쪽 사람들, 즉 현재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쪽과 치열하게 대립했다. 정치적으론 ‘원수’에 가깝다. 그런 이들이 서로 연대할 가능성이라도 열어둔 것은 그만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적대 프레임이 견고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이번 선거는 기존과 달리 정책·TV토론·관심이 전혀 없는 3무(無)로 치러졌다.2002년엔 수도 이전이라는 큰 이슈를 놓고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치열하게 토론했지만 이번엔 ‘경부 대운하’가 잠깐 주목을 끌다 이내 묻혀 버렸다.TV토론도 유력 주자들이 거부해 선거법에 따라 3번만 겨우 치렀다.1년 가까이 지속된 ‘이명박 대세론’에 유권자들은 무관심으로 응수했다. 반면 3탈(脫)의 선거학은 앞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우선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과 상극이었던 젊은 층과 노동계가 한나라당을 지지한 일이 눈에 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 투표를 거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대학 총학생회장들도 철회 해프닝을 겪긴 했지만 어쨌든 이명박 후보에게 무더기 지지선언을 했다.‘노동계→진보정당’,‘20대 젊은 층과 대학생→진보정당’으로 향했던 기존 지지 공식에 변화가 온 것이다. 즉 탈이념화·탈연령화 현상이다. 여기에다 1987년 이후 영·호남으로 갈린 ‘지역정서’가 적어도 이번 선거 과정에선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이색적이다.2002년만 해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광주, 전·남북, 즉 호남권에서 5%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엔 여론조사 수치상으로 이명박 후보가 10% 이상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지역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체적인 흐름, 큰 예상을 줄줄이 깨버린 선거라는 점도 특이하다. 일단 ‘거물’이 잇따라 중도하차했다. 올 초만 해도 고건 전 국무총리가 굳건한 위치를 지켰고, 정운찬 서울대 교수의 출마설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두 사람 다 실제 출마했다면 파괴력 있는 변수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둘은 모두 선거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불출마 선언을 했고, 끝까지 중립을 지켰다. 선거 막바지가 되면 범여권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여지 없이 빗나갔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 3명이 모두 완주해 표를 나눠 먹는 형상이다. 보혁 1대1 구도가 물 건너 갔다. 보수는 이명박 대 이회창, 진보는 정동영 대 문국현 대 이인제의 3파전으로 구도가 복잡해졌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열린세상] 찍을 사람 많은데요?/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열린세상] 찍을 사람 많은데요?/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제 17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대충 둘 중의 하나입니다. 한 부류는 정말 대통령 감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누굴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입니다. 다른 한 부류는 누군가는 찍기는 찍을 터인데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분들입니다. 전자는 이른바 ‘부동층’입니다. 그 중에서는 ‘기권층’으로 빠질 분들도 나타날 것입니다. 먼저 이 분들에게 권고하고 싶습니다. 한번 후자와 같이 생각해 보시라고요. 왜냐하면 세상은 어차피 ‘생각하기 나름’인데, 지금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대통령감이 못 되어 보이더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후보들을 ‘기호순’으로 한번 살펴볼까요.1번 정동영 후보, 어떤가요. 현 정권이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서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지 않는가요? 또 지금이 어떤 때인데 경제 안 살리고 배겨낼 장사가 있을까요? 2번 이명박 후보, 볼까요.‘BBK’ 논란도 있고,‘위장취업’ 등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이것저것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런 일을 또 저지를까요. 그래도 경제 하나만은 확실하게 살리는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 않는가요. 3번 권영길 후보, 우리나라 정통진보정당 후보로서 서민이 행복한 나라경제 만들겠다고 하고,4번 이인제 후보, 부지런하게 부자되는 국민 만들겠다고 하고,6번 문국현 후보, 사람중심 진짜경제, 믿을 수 있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 않나요. 또 7번 정근모 후보,8번 허경영 후보,9번 전관 후보,10번 금민 후보가 되면 나라를 망해 먹을까요. 12번 이회창 후보, 일각에선 새치기라고 하지만 그것은 적법한 출마 아니었나요.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반듯하게 서는 진짜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가요. (후보홍보 부분은 ‘선거공보’에 실린 표현을 인용한 것임) 세상에는 플러스(+)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고 마이너스(-)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 나라 인구가 5000만명인데 그 중에 대통령, 그까짓 것 하나 맡아줄 사람이 없을까요. 그렇다면 이 나라는 망해야지요. 플러스적으로 생각하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나라, 잘된다고 생각하십시다. 그래야 힘도 생기고 성과도 좋을 것입니다. 또 대통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요즘 세상은 대통령이 혼자서 일을 다 해낼 수 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나요. 대통령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우리 국민들이 좀 보태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후자에 속하시는 분들을 포함해 우리 국민들에게 권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번에 후보들의 무엇을 보고 선택하기로 마음 먹으셨나요. 혹시 자신과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다든가, 학연이나 혈연 때문에 선택하지는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이 점만은 이참에 꼭 한번 바꿔 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이라도 후보자들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아직까지는 ‘한 줄짜리’ 구호성 공약들이 많지만 그래도 지난번 선거보다는 진일보했답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정책선거를 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이제 공은 유권자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우리 유권자의 손으로 매니페스토 정책투표를 제대로 한번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정치인들이 말을 잘 안 들으니 우리 국민들이 본때를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선거혁명, 그렇게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3)] 녹색이 빠진 대선/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3)] 녹색이 빠진 대선/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선거 날이 가까워오면서 각 후보들은 공약집 속에 환경의제란 항목을 나름대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후보도 환경의제를 핵심공약의 반열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표를 잃을 것을 우려해 환경의제를 의도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거나 형식적으로 짜 맞춘 뒤 공약집의 한 귀퉁이에 장식용으로만 달아 놓고 있다. 일전에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환경·에너지공약에 관한 토론회’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첫째,‘녹색정치 청사진’을 제시한 진보정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당들은 환경공약을 완성하지 않은 채, 환경정책담당자들이 개인적으로 급조한 것을 발표했다. 그러다보니 정당간 환경공약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고, 또한 구색용으로만 제시하다 보니 후보의 녹색철학과 이념을 읽을 수 없었다. 둘째, 대부분의 정당들은 환경관련 의제들을 개발의제에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제시한 의미 있는 환경공약조차도 개발공약과 마찰을 일으켜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야당의 유력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간판공약으로 내걸면서 환경분야에서는 ‘환경용량을 바탕으로 하는 계획허가제’의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환경의제가 다른 (개발)공약과 조율 없이 그냥 들러리로 제시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대부분의 정당들은 ‘기후변화 관련 대응’,‘환경과 경제의 상생’,‘국토환경의 보전’을 공약의 주요내용으로 제시하지만, 그 중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환경을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바꾸고 환경을 통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며 농촌을 바이오 연료 생산기지화하는 등의 공약들은 모두 환경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삼는 것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환경의제는 이렇듯 후보들의 주요공약에 끼지 못할 뿐 아니라 제시한 주요 환경공약들조차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환경의제가 뜨지 않고 경제공약의 일부로 간주되는 이 현상은,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제제일주의나 개발만능주의가 대선공약에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생태환경의 위기는 인류의 생존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바, 한국도 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일본의 아사이 글라스 재단이 발표한 2007년 세계환경위기 시계는 2006년보다 14분 빨라져 9시31분을 나타내고 있다.12시가 환경의 대파국으로 인류의 멸망시점을 뜻한다면,9시를 지나는 시점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매우 불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환경위기 심화로 번영을 위한 정치가 생명을 위한 정치로 옮아가고 있다.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환경문제가 가장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떠올랐거나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를 증빙해주고 있다. 생명을 위한 정치, 즉 ‘녹색정치´가 정치의 새로운 유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2007년 환경위기시계는 9시28분을 지나고 있다. 위기시간 속으로 이렇게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국가미래를 결정하는 2007년 대선에 출마한 후보 중 어느 누구도 환경위기시대 국가생존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환경을 이용한 개발공약들만 쏟아내는 데 모두가 열중이다. 녹색을 잃은 2007 대선은 한국의 정치유형이 얼마나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權·李·文 본격 표몰이

    대선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7일 군소 후보들도 표몰이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북유럽 3개국의 주한 대사들과 간담회를 통해 정책 정당의 이미지를 다졌고, 최근 범여권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마이 웨이’를 지속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국의 주한 대사들과 정책선거의 필요성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권 후보는 “11명의 대선후보 중 제가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로서 정책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사회보장제도를 이야기하면 다른 정당들은 구시대적인 복지체제를 사고하고 있다는 식으로 공격하지만 우리는 정책 정당으로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 후보는 이날 제주 유세를 강행했다. 이 후보는 다음주 초 발표되는 TV토론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제주도 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주가 진정한 특별자치도이자 국제적 자유무역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제자유도시 성장 지원, 제주대학 내 영어마을 설치, 제주도민 총생산 20조원 시대 개막 등의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의 단일화 논의를 사실상 접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대전과 청주, 수원을 돌며 충청권 및 수도권 유세에 진력했다. 후보 단일화 문제 때문에 유세 일정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심기일전해 나서는 지역 유세다. 문 후보는 이날 대전 으능정이 거리와 청주 육거리 시장을 돌며 ‘믿을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적극 홍보하면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중소기업부를 만들어 대기업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 고속도로를 뚫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2배로 높이고 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공략할 표심-노동자·농민 든든한 지원군

    노동자·농민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여기에 삼성 비자금 특검법 추진으로 수도권 30∼40대가 원군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권 후보의 1차 타깃층이다. 권 후보측 박용진 대변인은 “비정규직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쟁에 힘입어 영남지역 노동자와 호남지역 농민 등 전통적 지지층이 복원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비정규직 대표를 비례대표 1번에 할당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새로운 지지층으로 형성됐다. 동성 커플과 이성 동거커플 등을 위한 ‘동반자 등록법’ 제정 운동 등 우리 사회의 금기를 깨기 위한 정책간담회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때문에 권 후보와 캠프에서는 민노당이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한 대상으로 지목받는 시선에 쐐기를 박는다. 전통적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을 탄탄히 묶어 세우려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확신한다. 권 후보측 문명학 정무특보는 “그동안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의 3분의2 수준에 그쳤지만, 후보 난립상이 정리되고 구도가 분명해지면 지지율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계급투표/이목희 논설위원

    정당민주주의를 먼저 시작한 유럽 선진국에서 투표 행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계급의식이다. 경제성장과 복지사회 건설로 계급성이 약화되긴 했다. 그렇더라도 소득이 낮은 유권자층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은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 유럽보다 계급투표 정도가 낮은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소득이 내려갈수록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우리는 특이하다. 역(逆)계급투표의 전통을 갖고 있다.1980년대까지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소득과 학력이 낮고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이 정치적 동원대상이었다. 못살고, 소외받는 계층이 선거에서 오히려 보수주의 집권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정당 가운데 가장 왼쪽에 민주노동당이 위치하고 있다. 민노당 지지계층을 분석하면 고학력자와 30∼40대 고소득자가 많다고 한다. 왜 저소득·저학력자 다수가 자신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일까. 올 대선에서 권영길 민노당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근본 이유라고 본다.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양극화, 비정규직 양산으로 민노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넓어졌다. 정당들의 마구잡이 이합집산 가운데 민노당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또 범여권 진영의 지지부진은 민노당의 영역 확대에 기회가 된다. 권 후보가 세번째 대선 출마로 다소 식상하긴 하나 노련미를 갖췄다. 그런데 지지율 2∼3%라니…. 민노당이 뒤늦게 계급투표를 독려하는 총력 캠페인에 나섰다. 민주노총 조합원 80만명을 근간으로 주변 10표씩을 모으는 ‘행복 8010’ 전략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다가가는 캐치프레이즈가 없다.2002년 대선의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를 능가하는 구호를 만들어야 한다. 자주파와 평등파가 코리아연방공화국, 범여 후보단일화 같이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주제로 싸움질만 해서는 지지폭을 넓히기 힘들다. 이번 대선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올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도 기대할 게 없다. 민노당이 살아야 우리 정당정치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듯싶어서 하는 말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민주주의가 흔들린다] (하) ‘생활정치’ 꿈꾸는 20대 당원들

    정당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견해와 요구를 정치로 이어주는 민주주의의 생명줄이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치학)는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사회의 요구로부터 괴리된 정당체제를 개혁해 정치와 대중사회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들은 권력자와 지역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정당의 주인이어야 할 당원들은 표를 모으기 위한 동원용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정당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 당원 요구를 묵살하는 기성 정당을 뛰어넘어 새 정당을 만들려는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생활정치’를 꿈꾸는 20대 젊은 당원들을 만나본 결과 한결같이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도 개혁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은 요즘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대학생들의 보수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정작 한나라당 대학생 당원들은 “건강한 보수정당의 기틀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백길현(28·경기대 4학년)씨는 “청년당원으로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입당했다.”면서 “한나라당을 아래로부터 의견이 수렴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생명력이 영원한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하대 재학 당시 한총련 활동을 했던 이재양(26)씨는 “한국 사회에서 이념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좌파나 우파를 떠나 구체적인 정책입안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자체를 잘 몰랐다는 이인규(23·한국기술교육대 4학년)씨는 지난해 당의 대학생 캠프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입당했다. 이씨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소통과 공감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중앙당의 대학생 조직인 ‘2030위원회’ 위원장인 권용태(27)씨는 “보수는 변화와 개혁을 무조건 거부한다는 통념을 깨고 싶다.”면서 “나이 지긋한 당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정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당에서 활동하다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활약했던 김선진(29·서울시립대 4학년)씨는 기간당원제의 실패를 무척 안타까워한다. ●“당원혁명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국회의원들이 개혁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기간당원제를 찬성하다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뀌고,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면 동원당원이 아닌 기간당원들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이 원활한 정당을 찾다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서명숙(29)씨는 “기간당원제가 실패했지만 우리는 당내 민주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당원들의 가슴속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집권을 꿈꾼다” 2000년 창당과 동시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명재석(28)씨는 당원이 주인인 민노당을 자랑스러워한다. 아직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수당이 되고 집권까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명씨는 “여전히 계파별 과두체제 형태인 중앙당의 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지역 모임도 주거지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직장이나 관심 분야가 비슷한 소모임 형태로 개편해야 더 많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23·서울대 4학년)씨는 민노당과 비슷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당에서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과거 대학생들의 정치적 요구는 한총련과 같은 운동권 조직으로만 수렴됐지만 이젠 정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당원의 이름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여성 등 사회적인 이슈는 물론 학내의 세세한 문제까지 친구들과 토론하고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20일 초록당 창당을 준비중인 초록정치연대의 김경미(25)씨는 자동차를 갖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 농업을 파산시키지 않아도 잘사는 나라를 꿈꾼다. 김씨는 “정치는 항상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했다.”면서 “내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녹색정치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인물 아닌 정책 중심 재편 바람직” 전문가들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이 여야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바람에 1인 1표의 등가성이 생명인 평등선거 원칙이 무너졌고, 보통·직접·비밀 선거의 원칙도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새로운 정당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유럽식 계급(대중)정당이나 미국식 포괄정당 중 하나를 선택할 게 아니라 우리 정치 현실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인물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환경이나 평화와 같은 정책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당원의 뜻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고, 당원들이 지지층을 확대시켜 나가며, 당원과 지지자의 힘으로 당선된 다음에는 전체 국민의 이익과 당원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대의민주주의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갈 곳을 잃은 중도개혁세력을 대변할 수 있는 서민적 진보정당이 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우파 헤게모니를 한나라당이 완벽하게 장악했기 때문에 이와 경쟁할 수 있는 튼튼한 중도개혁 정당이 나와야 하고, 민주노동당도 지금보다 더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 역시 이념과 정책에 따른 정당 분화가 필요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지역구도가 약화됨에 따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산업·외교·교육·조세·부동산·복지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세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넷 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김두수 전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은 “사회 자체가 인터넷을 통해 재편되고, 인터넷이 기존 정당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출의 수단이 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후보 선출과 주요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직접민주주의가 대폭 강화된 인터넷 정당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한국정당 오욕의 역사 해방 이후 60년간 수많은 정당이 만들어지고 해체돼 왔지만 제대로 운영된 정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모든 국민’의 이익을 내세우는 포괄정당, 대중적 기반이 허약한 간부정당,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선거전문 정당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미군정 법령 제55호 ‘정당에 관한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은 이 전 대통령이 하야하자 바로 스러졌다. 애초에 우리나라 법으로 정당을 만들지 못한 ‘정통성의 부재’도 문제지만, 정당이 정책이나 비전이 아니라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며 ‘무원칙한 인맥집단’으로 전락하는 전범(典範)이 된 게 더 큰 문제였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거치며 우리나라 정당은 ‘권력자 정당’의 면모를 띤다. 가장 수명이 길었던 민주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뒤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 이를 해체한 전 전 대통령 역시 12·12와 5·17을 거치고 나서 1980년 민주정의당을 창당해 정권의 정통성을 도모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하고 나서도 구태를 벗지 못한다. 이 시기의 정당은 ‘1인 사당(私黨)’,‘지역주의 정당’으로 규정된다.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창당한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이 그렇다. 2000년 탄생한 민주노동당,3년 뒤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우리나라에 정당법이 도입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근대적 정당의 형식과 내용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당원이 당비를 내고, 상향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지구당을 법적으로 폐지해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두 정당의 목표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당 개혁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은 “우리나라 정당은 대중정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부정당”이라며 “아직은 당원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해 유권자나 당원이 시대 요구에 맞는 의식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심상정 “노회찬과 연대해 ‘젊은 진보’로 승부”

    심상정 “노회찬과 연대해 ‘젊은 진보’로 승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흔히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서노련 중앙위원장에, 전노협 쟁의국장, 민주노총에서도 가장 전투적인 금속연맹에서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이력 탓일 게다. 민노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해 ‘까다로운’ 재정경제위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보였다. 이제는 ‘민노당 대선 결선후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9일의 당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정치 선배 권영길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심 후보는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당답지 않은 정체된 모습을 바꾸라는 당원들의 바람이 모아진 것”이라며 자신의 결선 진출 배경을 짚었다. 생각해 보니 당권도 아닌 대권 레이스의 공약으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당 혁신’이 심 후보의 첫 공약이다. 당이 ‘서민’‘서민’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서민의 삶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심풍(沈風)’으로 모아졌다고 받아들였다. ●“범여와 연대가능성 없어” 권 후보의 승기가 꺾인 이유도 분명하게 말한다. 심 후보는 “권 후보가 정파투표에다, 모든 선거자원을 동원했지만 절반을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이를 진보정당이 이제 젊고 역동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당심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더 보태자면 당이 반대 운동을 넘어서 집권 능력을 보여주는 게 과제인데, 그러려면 정책과 지지자 중심의 확고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권 후보의 역할은 이번 대선에서 끝나고 진취적인 추진력으로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심 후보는 확신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심 후보의 강세지역인 제주와 경북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조직선거라고 비판하기엔 머쓱한 결과가 아니냐는 반문이다. 심 후보는 “권 후보에 대한 지지를 온전히 정파투표라고 결론짓는 것은 지나친 평가”라면서도 “문제는 개인의 소신을 폄하할 정도의 정파투표가 이루어졌던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는 15일까지 치러지는 결선투표는 본선 경쟁력을 따지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심상정의 출마로 더 이상 NL-PD식 낡은 구도는 안 된다는 게 확인됐다. 당의 역동적인 변화를 위해서도 심상정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1차 투표가 ‘권영길이냐 아니냐.’였다면 결선투표는 ‘심상정이냐 아니냐.’로 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함께 당 혁신을 주장했던 노회찬 후보와의 연대가 중요할 것 같다. 이어 “대선 승리와 당의 변화를 위해서도 노 후보 지지자들이 심상정으로 결집할 것”이라면서 “노 후보가 ‘심 후보 당선이 가장 큰 위로’라고 축하해줬다.”며 심·노 연대를 확신했다. ●유시민이 범여 다크호스 인터뷰 중간, 노 후보 지지자가 전화를 걸어 심 후보를 격려하기도 했다. 심 후보는 노 후보의 석패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당원들은 노 후보의 역량이 개인보다는 당에 대한 책임으로 발휘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경선 결과가 전체 대선정국에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지 질문을 던졌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범한나라당과 범민노당 전선으로 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범여권을 향해 ‘실패하고 배신한 민주개혁세력의 잔해’라고 못박았다. 때문에 범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범여권 후보군 중에서는 “유시민 후보가 다크호스인 것 같다.”며 “이명박·심상정·유시민 구도가 되면 정말 재밌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대선이 경제가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제대통령을 내건 후보만 해도 여러 명이다. ●“문국현은 선한 CEO 경제론 불과” 특히 문국현 후보에 대해 “사람 중심의 경제를 내걸었지만 ‘선한 CEO경제론’에 불과하다.”면서 “제2의 노풍을 기대하지만 문 후보는 노 후보와 달리 전략적 지지기반도 없다. 범여권 경선이 패잔병 리그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각될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심 후보는 필승카드로 ‘여성’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보수정당이 여성 후보 만드는 데 반세기가 걸렸지만 진보정당은 7년 만에 해냈다. 본선에서 보수진영의 남성후보와 진보진영의 여성후보가 맞붙는 것만 해도 빅리그가 되지 않겠나.”고 기대했다. 심상정 하면 ‘절제와 소신’만 떠올리니 엄마, 아줌마로서의 생활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김수희의 ‘고독한 연인’을 멋드러지게 부르던 그를 기억하고 있는 기자는 “앞으로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위로밖에 건네지 못했다. 구혜영 구동회기자 koohy@seoul.co.kr
  • 권영길 본선 직행 좌절…沈風 매서웠다

    권영길 본선 직행 좌절…沈風 매서웠다

    ‘심풍(沈風)에 발목 잡힌 권영길 대세론’ 9일 서울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대회는 이변의 현장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지역순회 경선에서 충북지역을 제외하고 10승을 올린 권영길 후보가 과반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차 관문으로 향했다. ●7% 지지율로 출발… 26% 획득 ‘대이변´ 당초 7%대의 지지율로 출발한 심상정 후보는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권 후보는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파’의 공개 지지 선언으로 무리 없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가 했지만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심 후보의 거센 도전에 2차 예선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권 후보는 불과 316표가 모자라 본선행에 발목이 잡혔다. 권 후보의 과반 득표 실패는 심·노 후보의 강고한 견제심리에 기인한 듯하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당 대선주자였던 권 후보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심 후보는 경선 내내 권 후보의 ‘정체된 통합의 리더십’으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선명한 전선을 만들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결선 진출 기자간담회에서도 “민노당은 이제 집권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오늘 결과는)당의 혁신을 완수해 대권을 잡으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선 과정에서 당내 최대 정파의 권 후보 공개 지지선언이 오히려 권 후보에게는 부메랑이 됐다. 정파 담합선거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당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명분 없는 조직선거로는 진보진영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 혁명열사릉 방문과 조선노동당사 공유 등의 공약도 권 후보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기류는 선거인단의 절반에 가까운 서울·수도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마지막 경선지역인 서울에서 권 후보는 지지율 37.51%로 만족해야 했다. ●권후보 316표 모자라 본선행 ‘발목´ 심 후보의 기세는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했다. 심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이변을 예고하는가 싶더니 충북지역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강원지역과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2위를 차지하며 대파란을 일으켰다. 당초 7%대의 지지율로 시작했던 심 후보가 진보정당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민노당의 변화를 바라는 바닥세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질주했다. 초반부터 경제·서민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대치점을 분명히 한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측은 본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진보정당의 대변혁을 함께 외친 노 후보와 함께 대역전 드라마를 확신하고 있다. 고배를 마신 노 후보와의 연대가 관건이다. 심 후보는 “결선투표는 1차 투표의 연장선이 아니라 민노당 승리의 전략적 선택을 위한 새로운 선거”라고 전제,“여기에는 그동안 당의 혁신을 함께 주장해온 노 후보를 향한 당심도 포함돼 있다.”며 ‘심·노 연대’를 확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민주노동당 경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대선후보 교체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정당의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비전을 점검해 본다. 1. 3인3색 정책 공약 ‘크고 강력한 정부, 사회 소수자에 대한 관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 전통적 좌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강화하고,‘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투기 근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 3불(不)정책 유지 등의 공약에서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인권·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보수 진영과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한목소리를 낸다. ●권영길 후보는 권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이다.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의 통일공약인 ‘코리아 연방공화국’ 정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출범하고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10대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명문화하는 ‘통일헌법’ 제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군축과 동북아 협력안보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 후보는 ‘복지 카드’에 방점을 찍는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문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 기본권 국가완전책임제’가 핵심이다. 노 후보 측은 “복지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4대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적 소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가계부 혁명’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출산, 보육, 노인수발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공공복지서비스’ 공약이나, 파트타이머와 장기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복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사회복지세 등의 세금을 부유층으로부터 걷는 방안도 제시한다. ●심상정 후보는 심 후보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에 집중한다는 ‘세 박자 경제론’이 기본 틀이다. 그중에서 ‘세 박자 주택정책’,‘서민금융 세 박자 방안’ 등 생활에 밀접한 주택·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임대소득 비과세 특혜를 폐지하고 무주택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자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을 지원하는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도 눈에 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서민은행 설립, 서민금융기금 모금, 서민의무대출법(금융기관이 총자산의 일정액을 저소득 서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 제정을 주장한다. ●“공감대 확보 미흡” 전문가들은 후보 3인의 공약에 대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공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전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세를 할 때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제시되지 않으면 조세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결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상황에서 부자들을 향해 무조건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사회보험체계나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 눈길끄는 생활밀착 공약 바야흐로 ‘쩨쩨한 공약’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더 환영받는 탓이다.‘생활 속의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의 공약, 어떤 게 있을까. ●친환경 ‘산소 적립카드’ 권영길 후보는 바이오디젤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소카드 발급제’를 약속했다. 산소카드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위한 것으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따라 캐시백이 쌓인다. 이렇게 적립된 캐시백은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을 독립적인 수송에너지로 법제화하고,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성간 결혼도 가능? 노회찬 후보는 ‘성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노 후보 측은 “성 소수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고 다른 가족처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인 홍석천씨 등 성 소수자와 자주 만나며 자연스레 체득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날씬한 여성만 미인이냐” 심상정 후보는 여성의류 생산업체가 모든 신체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의무화하는 ‘빅사이즈 옷 제작 의무화’공약을 내세웠다.‘날씬해야 미인’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공약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도 뒤따르게 된다. 심 후보 측은 “진보가 딱딱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3. 민노당의 과제는 ‘좋은 공약은 민노당에 다 있다.’는 평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동시에 ‘그 공약, 실현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노당이 공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대중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집권도 가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권영길 후보 0.8%, 노회찬 후보 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노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득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증세도 우리나라 세금부담률이 높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거창한 구호 벗어나야” 민노당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주파(NL)·평등파(PD) 등 정파 논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에 따른 정파간 이해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당내 최대 정파인 NL이 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일제히 반발한 것은 전형적인 사례다. 민노당 당원인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 등에서 구태의연한 정파적 입장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이 삶과 직결된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민노당이 학교급식운동,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것처럼 민생활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당이 언제나 거창한 구호만 내세운 건 아니다.”라며 “서민과 노동자가 당으로부터 혜택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녹색공간] 한·EU FTA와 생태적 현대화/한면희 녹색대학 교수

    얼마전 숱한 사회적 논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EU 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나라간 무역 장벽이 철폐되면 될수록 상품과 돈이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기회를 잘 타면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경제성장은 그 이면에 짙은 환경문제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내 나라 바깥에서 건너오는 상품을 많이 향유하면 할수록 그 나라 주민에게 환경적 고통을 주고 또 그곳 생태계가 파괴되더라도, 시·공간적으로 이를 인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에 무책임하게 된다. 물론 유엔과 각 나라가 환경정책을 통해 고삐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지금의 환경정책은 대체로 배출구 해법(end-of-pipe solutions) 위주였다.(신)자유주의 기조 하의 경제는 거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국가 역할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다만 환경재난이 발생하기 때문에 굴뚝과 하수구 바깥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행위를 기준을 정해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역시 오염을 정화하는 기능으로 머무르게 된다. 이런 소극적 접근은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에 경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자는 요구가 등장하는 것이다. 국가정책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문제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자고 성장을 멈추거나 퇴보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부가 왜소해짐으로써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낫다는 신념을 갖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경제와 환경의 윈·윈전략이 떠오를 법하다. 이렇게 해서 서유럽 선진국에서, 무엇보다 독일을 필두로 생태적 현대화(ecological modernization) 정책이 입안되기 시작했다. 근대화(현대화)는 신분제로 점철된 봉건제의 폐해를 철폐하기 위해 출현했다. 그래서 자유경쟁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가 이룩되었다. 이제 미완성의 생태문제까지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 목표는 정부가 환경단체의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되, 환경보호가 기업에도 적극적 이익이 되는 여건을 조성하여 기업을 능동적으로 전환시키자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오염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고, 자연보호에 기여할 경우 세제 지원을 하는 제도를 갖춘다. 그리고 환경경영의 효율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업이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자원을 훨씬 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그만큼 오염을 줄이면서 남는 것은 과학의 정화 기술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배출구 해법이 소극적이라면, 생태적 현대화 정책은 자원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한 예방의 성격이 강하다. 전자가 환경부 문제라면, 후자는 환경부와 경제 관련 모든 부서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문제다. 신자유주의 발생과 동참이 이루어진 영어권 국가(영국·미국 등)가 대체로 배출구 해법에 머물러 있는 반면, 녹색당과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강한 서유럽 환경선진국(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은 생태적 현대화를 도모하면서 이를 EU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EU가 금년 6월에 화학물질관리제도(REAC H)를 발효시켜 모든 수입 상품의 발암성·돌연변이성 등을 평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EU와의 FTA 협상에서는 엄격한 환경조항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아니 한국인의 일반적 상식을 넘어선 것도 있다. 예컨대 낮은 수준의 동물복지를 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것을 단순히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건드리자는 전략으로 치부하는 것은 단견일 뿐이다. 생태적 현대화 자체도 기본적 한계를 갖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정책이 한발 나가는 시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차제에 외부 도전을 기회 삼아 정책 녹색화가 분명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한면희 녹색대학 교수
  • [데스크시각] ‘같기도’ 세상/심재억 문화부 차장

    혹시 ‘같기도’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모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들어있는 짧은 개그코너입니다. 보신 분들은 ‘아하!’하실 이 같기도의 정체성은 ‘애매’와 ‘모호’에 있습니다. 같기도라는 명칭에서 보듯 경계를 오가는 인식이나 판단의 혼란 상태를 코미디 언어로 상징화한 것이지요. 세상의 흠결들, 이를테면 온갖 악폐와 부조리, 양극화로 치닫는 우열의식과 빈부, 허위 등에 가해지는 이 신랄한 조소(嘲笑) 앞에서 우리는 앙리 베르뇌유 감독의 영화 ‘25시’에서 본 앤서니 퀸의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같기도를 생각합니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자면 같기도가 함축하는 상징성은 짝퉁과 표절, 복제 등으로 구체화되는 우리 사회의 온갖 사이비 행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일 것입니다. 그 TV속 같기도가 희화(戱化)한 소재들이 우리 현실의 투영이라면 지금의 한국, 그리고 한국인의 핏속에 녹아있는 정치, 경제와 사회, 문화, 나아가 그런 모든 분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국민의식까지도 같기도의 농단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모든 부조리의 본질을 꿰는 그 촌철살인의 기지에 ‘그래, 맞아’하고 무릎을 친 사람이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그 같기도가 우롱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진짜와 가짜의 혼동입니다. 공자는 사이비를 말하며 ‘붉은 빛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자주색을 미워한다.’고 했습니다. 연암 박지원은 ‘무릇 진짜에 가깝다거나 닮았다고 할 때는 (거기에)이미 다르거나 가짜라는 의미가 들어있다.’며 ‘어찌해서 진짜는 못 되고 닮기만을 구하는가. 그것은 참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파했습니다. 진짜가 아니라 진짜를 닮았을 뿐인 혹초(酷肖)이든 정말 진짜 같은 핍진(逼眞)이든 모두 사이비, 즉 같기도의 주전부리거리밖에 안 되는 것들이겠지요. 이 같기도의 안경에 비친 세상은 한 편의 요지경(瑤池鏡)입니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요절을 낼 것처럼 날뛰던 미국이 북한에 추파를 보내고, 북한도 ‘철천지원수’라던 미국의 깨춤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입니다. 그래도 가재는 게 편이어서 동포 좋다는데 배 아플 일이야 없지만 어지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와 어떻게 얽혔든 바깥 일이야 반쯤은 남의 일이라 여기며 살지만 안으로 눈길을 돌리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사람 사는 곳에 왜 분란이 없으며, 소동은 또 왜 없겠습니까만 그 격(格)이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아섭니다. 남장한 여자, 여장한 남자가 판친다는 강남 유흥가 얘기야 뒷전으로 쳐도 아들에게 매 맞는 아버지, 아버지의 봉양을 받는 아들, 이런 가족윤리의 전도는 ‘죽도 밥도 아닌 세상’의 보편적인 흐름이 되었습니다. 정치판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숱한 개혁입법을 주물러 개악입법으로 둔갑시킨 열린우리당은 ‘꼴통 수구정당’ 같고, 우리도 북한 정권과 관능의 춤판 한번 벌이고 싶다며 슬쩍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꾼 한나라당은 ‘맹탕 진보정당’ 같습니다. 그 위층에는 대통령도 같고 매품 파는 흥부도 같은 ‘노통’이 있고, 몇 걸음 뒤에는 구국의 애국자도 같고 파탄난 독재자도 같은 ‘박통’이 어른거립니다. 그 아랫줄에는 대통령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삼팔따라지’가 될 것도 같은 이명박이 있고, 그 옆에는 요강단지 같기도 하고 골동품 같기도 한 박근혜가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유효하고도 정리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이 땅에서 사는 게 문제라면, 저도 같기도의 힐난을 피할 수 없겠지요. 산다고 살았지만 살아온 날들이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이어서 영 말이 아니니까요. 저야 그렇다 치고, 그걸 재밌어하는 당신은 지금 무엇 같고, 또 무엇 같은 삶을 사시는지요? 심재억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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