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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산부인과 박사 1호 배병주 전 적십자병원장

    국내 의료사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산부인과 박사 1호 배병주 전 적십자병원장(배병주산부인과 원장)이 18일 새벽 별세했다. 91세. 고인은 우리나라 산부인과 영역을 개척하고 각종 임신 질환에 대한 임상과 연구를 활성화해 ‘산부인과의 대부’로 불렸다. 1922년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1961년부터 적십자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했다. 1975년부터 7년간 적십자병원장을 지낸 고인은 임신조절 장치를 개발,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분야 의료기기 특허를 획득했다. 1958년 서울 회현동에 문을 연 배병주산부인과를 최근까지도 운영했다. 개원 당시 40평 정도였던 병원을 55년 동안 단 한 평도 확장하지 않고 오직 진료와 연구에만 몰두했다. 차남인 배광범 보라매병원 교수는 “돈을 추구했다면 대형 병원 몇 개를 세우고도 남았겠지만 이면지 한 장도 아껴 쓸 정도로 근검절약을 생활화하신 분”이라면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진료비는 받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의사 글쓰기 동호회에 참여해 50여년 동안 활동하며 써 온 글을 한 데 묶어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100여편의 논문과 30여편의 저서를 출간한 그는 1960~70년대 가족계획협회, 불임관리협회 회장을 맡는 등 산부인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국민훈장 모란장과 박애금장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지화(전 이화여대 교수)씨와 아들 용범(변호사)·광범(보라매병원 교수)·상욱(연세의대 교수)씨, 딸 상경(수원대 교수)씨, 며느리 이혜숙·이명희(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정병화(KIST 센터장)씨, 사위 박세원(다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02)2227-755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담낭 질환

    [Weekly Health Issue] 담낭 질환

    결석과 암으로 대표되는 담낭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변에 쓸개병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담낭의 문제를 가볍게 알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큰 문제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비만에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많지 않았던 콜레스테롤 담석을 가진 사람과 담낭염 등에서 비롯되는 담낭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지금이야말로 담낭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담낭 질환에 대해 순천향대병원 외과 최동호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담낭 질환이란 무엇인가. -흔히 쓸개로 불리는 담낭은 간 밑에 붙어 있는 장기로, 간에서 생산되는 1일 약 1000㎖의 담즙을 받았다가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한다. 이때 담낭으로 들어온 담즙은 보통 6∼8배로 농축되는데 특히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면 호르몬의 작용으로 담낭 근육이 수축되고 담낭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농축된 담즙이 일시에 장으로 배출돼 음식의 분해를 돕는다. 담낭 질환은 이런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담낭에 용종 등 혹이 생겨 암성 변화를 보이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질환은 무엇인가. -담낭의 결석과 염증·용종·암 등이다. 담낭에 돌이 생긴 담낭결석(담석)은 국내 인구의 4%가 가졌으며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 담석과 한국인에게 많은 색소성 담석으로 구분하는데, 근래에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에서도 콜레스테롤 담석이 점차 느는 추세다. →발병 추이는 어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담석증 환자는 2009년 10만 3000명으로 2005년의 7만 9000명보다 2만 4000명이나 늘었다. 연평균 6.8%에 해당하는 증가세다. 전체 진료비도 2009년 1384억원으로 2005년보다 13.7% 늘었으며 증가 폭도 갈수록 가파르다. 검진이 일상화돼 잘 찾아내는 것도 원인이지만 역시 주요인은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늘어난 데 있다. →담낭 질환에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나. -남성보다 여성이 취약하다. 여성 호르몬이 담즙 성분 중 콜레스테롤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여성 중에서도 다산부와 40대, 비만자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발생 위험이 높다. 비경구 영양요법 환자, 저지방 식이를 하는 사람이나 임산부도 취약한 편이다. 또 색소성 담석은 흑색 색소성과 갈색 색소성으로 구분하는데 흑색 색소성은 적혈구가 과다하게 파괴되는 용혈성 질환자와 비장기능항진증 환자에게서 잘 생기며 갈색 색소성은 담도협착·간흡충·총담관낭 환자에게 많다. →구체적인 원인과 발병 경로를 짚어 달라. -콜레스테롤 담석은 비만 등으로 늘어난 콜레스테롤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생기고, 색소성 담석은 담즙의 정체나 감염과 관련된 염증반응 때문에 빌리루빈과 탄산칼슘·인산칼슘 등이 잘 녹지 않는 게 원인이다. 이렇게 생긴 결석이 담즙 배설을 막으면 염증이 생기게 된다. 담낭암도 주로 담석이 원인인데 국내에서는 담낭암 환자의 30%에서 담석이 발견되고 있다. 이 밖에 선천적인 췌담관 합류이상증도 담낭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담석을 가졌어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며 이 중 절반은 전형적인 담도산통을, 나머지는 상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등의 비특이적 증상을 보인다. 또 담석이 총담관을 막아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 과식이나 고지방식 후에 잘 생기는 담도산통은 담관이 담석에 막혀 발생하는데 우상복부의 심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며 어깨와 등으로 통증이 퍼지거나 메스꺼움·구토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구토증은 담석의 흔한 증상이다. 위경련이 주요 원인인 만성 담낭염은 담관이 담석에 막혀 생기며 평소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명치나 우상복부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우상복부 통증은 오른쪽 어깨죽지까지 퍼지기도 하며 환자가 뒹굴 정도로 심한 통증이 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씩 지속된다. 급성 담낭염도 통증 발생 부위와 양상은 만성과 비슷하지만 고열과 오심·구토·황달을 동반하며 우상복부에 달걀 같은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담낭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주로 담석 치료 과정에서 발견되는데 암이 담관 등으로 전이되면 오른쪽 상복부 통증이나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담석 진단에는 초음파검사가 주로 활용되는데 진단율이 95%에 이른다. 경구 담낭조영술도 있지만 만성 담낭염으로 담낭이 손상됐거나 담낭관이 막혔거나 간 질환이 있으면 담낭을 관찰하기 어렵다. 이 밖에 방사성 핵종주사법이나 내시경적 췌담관조영술로 총담관이나 담낭관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담낭암은 초음파검사나 CT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작은 콜레스테롤 결석에는 담석용해제를 투여하는데 이 경우 6개월 이상 약을 투여해도 완전용해율이 50%를 넘지 않으며 담낭에 용해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 역시 콜레스테롤 결석에만 효과가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담도산통이 잘 생기는 데다 간혹 급성 췌장염이 생겨 사용을 꺼리는 편이다. 이런 치료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담석이나 담낭염은 담낭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증상 없는 담석이 있다면 관찰을 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젊은 환자라면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5년마다 10%씩 높아지는 데다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낭과 총담관 담석을 함께 가진 경우도 복강경을 이용한 괄약근절개술로 총담관 결석을 제거한 뒤 1∼2일 후에 다시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담낭을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담낭용종은 1㎝ 이상이면 담낭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며 1㎝ 미만이면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되 담석이 있거나 담낭염 등의 증상이 있으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담낭암은 예후가 나빠 일단 진단이 되면 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이 수술을 못 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돼 극히 일부만 수술이 가능하며 재발도 잘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진영 “양육수당 현금 대신 바우처 지급 검토”

    진영 “양육수당 현금 대신 바우처 지급 검토”

    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부담 공약의 후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정과제에서는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의 실태를 조사해 환자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는데 효과가 미미해 보인다”면서 “공약에 비해 엄청나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대선 기간 동안 거리마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현수막을 걸어놨는데, 국민들이 공약을 그렇게 이해했다면 그대로 지키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 후보자는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에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항목은 포함된 것이 아니며 선거 기간에도 여러 번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면서 “기초연금 역시 모든 노인에게 2배를 지급한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공약은 간결한 문장으로 짧게 설명하는 캠페인으로, 실제 정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 후보자는 기초연금에 대해 “국민연금에서 돈을 갖다 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인수위안을 보면 기초연금 도입으로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가입자에게 손해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만 0~5세아를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 현금으로 지급되는 양육수당과 관련해서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양육 수당이 사교육이나 양육 외의 비용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우처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급성 콩팥손상

    [Weekly Health Issue] 급성 콩팥손상

    ‘웰빙’을 금언처럼 되새기며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작 콩팥 건강에는 둔감하다. 한국인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염장식품을 즐기는 등 섭생의 특성 때문에 콩팥병 발생률이 높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약물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약부터 찾는다. 건강에 대해 비상식적으로 조급한 탓이다. 이런 습관이 알게 모르게 콩팥에 부담을 줘 콩팥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데, 이 중에서도 최근에 주목받는 질환이 바로 급성 콩팥손상이다. 병명에서 보듯 콩팥이 손상을 입어 급성 병증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바로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빠르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봐넘길 병은 아니다. 이런 급성 콩팥손상에 대해 대한 신장학회 이사인 강덕희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와 대화를 나눴다. →먼저, 급성 콩팥손상이란 어떤 상태인가. -급성 콩팥손상이란 콩팥의 기능이 수시간에서 수일 이내에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을 말하는데, 최근의 임상지침은 혈액검사상 크레아티닌 수치가 급증하거나 소변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빨리 원인을 찾아 잘 치료하면 원래의 콩팥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급격한 콩팥 기능 저하로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폐부종에 의한 호흡곤란, 고칼륨혈증, 대사성산증 등이 동반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며, 일시적으로 투석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새삼 급성 콩팥손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10년간 급성 콩팥병의 발생률, 특히 투석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콩팥 손상을 동반한 급성 콩팥병의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각종 만성질환자가 복용하는 약과 CT(컴퓨터 단층촬영)·MRI·혈관촬영 등에 사용되는 조영제, 심한 근육운동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급성 콩팥손상 환자의 약 10%는 말기신부전으로 발전해 투석이나 신장이식 등 지속적인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며, 특히 투석이 필요할 만큼 심한 경우에는 콩팥 기능이 회복되더라도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국제학회에서는 올해의 주제를 급성 콩팥병으로 정하기도 했다. →최근의 발병 추이는 어떤가.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급성 콩팥손상 환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 2001년 6000명이던 것이 2008년에는 2배인 1만 2000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진료비는 59억원에서 192억원으로 무려 3.3배로 늘었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급성 콩팥손상이 얼마나 빨리 증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이며, 이를 통해 진료비 부담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을 추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급성 콩팥병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왜 이런 문제가 초래된다고 보는가. -급성 콩팥손상은 심한 설사나 구토 등으로 인한 체액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와 콩팥에 손상을 초래하는 독성 약제의 오·남용, 심한 근육 손상, 패혈증 등 심한 감염증, 콩팥 자체의 질병이나 요관 또는 방광이 막히는 등의 질환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또 CT나 혈관조영술 등 첨단 영상검사에 사용되는 조영제가 일부 환자에서 콩팥 기능의 급격한 악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런 검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콩팥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런 검사를 하기 전에 신장내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며,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 -증상은 원인이나 동반 질환, 콩팥 손상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혈뇨나 갈색 소변이 보이는가 하면 소변량이 줄면서 다리와 발 등에 부종이 생기기도 하고, 쉽게 피로하고 지치면서 구토·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콩팥 이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가 하면 급성 콩팥손상은 많은 경우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최근의 임상지침에 따르면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갑자기 증가하거나 소변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우를 급성 콩팥손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환자의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및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진단을 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면 콩팥 초음파검사나 콩팥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병증의 단계에 따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급성의 경우 원인을 빨리 제거할수록 콩팥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원인에 따라 치료 방식은 다르다. 체액량이 부족한 경우 수액요법이 주요 치료법이며, 요관 폐쇄가 원인이라면 막힌 요로를 원래대로 복원하는 처치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다 치료 도중 2차적인 콩팥 손상을 방지해야 하고, 합병증에도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원인을 파악해 적절하게 치료하면 대부분은 콩팥 기능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 물론 합병증이 심각한 환자라면 투석이나 지속적 신대체요법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약물에 의한 콩팥손상이나 면역학적 이상에 의한 혈관염, 급성 사구체신염 등이 원인인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 예후와 합병증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급성 콩팥손상은 원인에 따라 치료 예후도 매우 다양하다. 체액량 부족이 원인인 경우 콩팥 자체의 질환이나 약제 또는 패혈증 등으로 인한 급성 콩팥손상에 비해 비교적 치료 예후가 좋다. 물론 일시적으로 투석이 필요할 만큼 심한 급성 콩팥손상이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콩팥 기능을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이처럼 급성 콩팥손상의 정도가 심한 환자는 회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만성콩팥병으로 진행해 결국 이식이나 투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상태에 이르는 비율이 10%에 이르며, 퇴원 후에도 조기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급성 콩팥손상을 치료해 퇴원한 환자라도 지속적으로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콩팥 기능이 유지·보존되도록 적극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200억 남아돈 저소득층 ‘긴급복지’

    호흡기 장애가 있는 A(40)씨는 몇 달 전 호흡이 가빠지고 열이 올라 응급실에 실려 갔다. 선택진료비와 각종 검사 등 비급여 탓에 진료비가 170만원이나 나왔지만 감당할 길이 없었다. A씨의 아내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청에 찾아갔지만 “이번에 신청하면 같은 질병으로는 다시 신청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섰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언제 또 쓰러질지 몰라 다음에 신청하기로 하고, 이웃들에게 손을 벌렸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소득층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생겼을 때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지원 기준이 전면 개정된 뒤 생계와 주거지원 실적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의료지원은 기준이 엄격해져 지원 실적이 대폭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전면 개정에 이어 올해도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을 완화했으나 의료지원 기준은 그대로 둬 의료지원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복지지원은 저소득 가정의 가장이 사망하거나 갑자기 수술 등의 사유로 생계에 위기가 왔을 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생계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의료지원에 예산의 90% 정도가 편중됐다는 지적에 따라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은 완화하고 의료지원 기준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지침이 전면 개정됐다. 생계와 주거지원은 가장이 실직하거나 휴·폐업한 경우, 노숙인 등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주거지원의 금융재산 기준도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완화됐다. 반면 의료지원은 같은 질병이나 부상으로는 1년에 한 번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평생 한 번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번 지원받은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심사를 거쳐 한 번 더 지원받는 것은 가능하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지원됐던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생계지원은 2011년 5672건(27억 700만원)에서 지난해 9913건(47억 40만원), 주거지원은 489건(95억원)에서 1115건(231억원)으로 2배 정도 늘었다. 그러나 의료지원은 3만 3908건(426억원)에서 2만 4884건(292억원)으로 줄었다. 의료지원이 큰 폭으로 줄면서 연초 배정된 예산 589억원 중 200억원이 남아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지원사업에 전용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지원을 줄인 대신 생계와 주거지원 기준을 완화해 지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층사업팀장은 “저소득층이 대체로 건강도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신청 횟수가 너무 제한적이고, 비급여 부담도 저소득층에 떠넘겼다”면서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괸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걸그룹 지망생 울리고, 환자 울리고, 악덕 기획사·병원

    ■또 꺾인 연습생의 꿈 가수를 꿈꾸던 A(당시 16)양은 2011년 말 인터넷에서 ‘아이돌 걸그룹&보이그룹 오디션’이라는 광고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A양은 곧바로 신청서를 내고 오디션에 참여했다. 합격했다는 기적 같은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 기획사 사장 김모(29)씨는 “데뷔 때까지 숙식 제공은 당연하고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 등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겠다”면서 “앨범제작비도 전액 지원하고 국내외 프로모션까지 책임진다”고 큰소리쳤다. 단 조건이 있었다. 소속사를 변경하거나 중간에 그만둘지도 모르니 보증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내라고 했다. 하지만 A양은 ‘6개월 내에 데뷔할 수 있다’는 말에 별로 개의치 않고 돈을 냈다. 그러나 트레이닝은 말뿐이었다. 변변한 음향시설조차 없는 연습실에서 각자 휴대전화로 음악을 들으며 춤·노래 연습을 해야 했다. 심지어 김씨는 “살이 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가슴, 허리, 허벅지 등을 만지고 뒤에서 껴안는 등 상습적으로 A양의 몸을 더듬었다. “복식호흡을 하려면 살이 없어야 한다”, “다리가 예쁘다”면서 여자 지망생 5명의 특정 신체부위를 여러 차례 만지기도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데뷔를 하는 친구는 없었다. 지난해 1월에는 맏언니 격인 B(19)양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다가 목검 등으로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가수 지망생 30명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1인당 300만~1000만원을 챙겨 총 2억 2000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김씨는 기획사 직원과 바지사장 등으로 1년씩 일한 경험이 있지만 피해자들을 가수로 데뷔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면서 “그저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학생을 오디션에 100%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김씨는 범행이 들통날까 봐 가명을 썼고, 서울 강남·영등포·마포 등으로 기획사 사무실을 자주 옮기며 치밀하게 사기행각을 벌여 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사기 및 성폭력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더 뜯긴 병원비 45억… 심평원 “과다 징수액 환불” 지난해 의료기관들이 환자에게 과다하게 징수한 진료비가 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해 진료비 확인신청을 거쳐 총 45억 4600만원이 과다하게 징수된 것으로 판단하고 환불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진료비 확인신청제도는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적정하게 책정했는지 심사해줄 것을 심평원에 신청하면, 심평원이 확인을 거쳐 과다하게 징수된 진료비를 환자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2만 4976건을 처리했으며 이 중 1만 1568건이 과다하게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 징수된 진료비 중 40.7%(18억 5000만원)는 의료기관이 진료수가에 포함된 비용을 환자에게 또 다시 징수한 경우였다. 35.5%(16억 1000만원)은 보험급여 대상인 검사나 의약품 등을 임의비급여로 처리해 환자에게 징수한 경우, 11.9%(5억 4000만원)는 선택진료비를 과다 징수한 경우였다. 한편 의료기관들의 진료비 과다징수 행태는 최근 5년간 점차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환불 결정된 금액(45억 4600만원)은 2011년(35억 9700억원)에 비해 다소 증가했으나 2008년 89억 8300만원, 2009년 72억 3200만원, 2010년 48억 1900만원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확인 결과 진료비를 적정하게 책정한 것으로 확인된 비율은 2008년 9.9%에서 지난해 27.7%로 늘었다. 진료비 확인신청을 한 환자가 신청을 취소하는 비율도 26.0%에서 15.9%로 줄었다. 의료기관들이 환자에게 강압적으로 취하를 종용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행태가 개선된 것으로 심평원은 분석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우리가 전국 최초! ” 아니면 말고…

    충북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남발하고 있다. 일단 전국 최초라는 의미를 붙이면 주목받을 수 있고, 사실이 아니더라도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 식인 셈이다. 제천시는 지난 27일 전국 최초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시와 협약을 맺은 한방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3개월간 1인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진료비를 지원받는 사업이다. 시는 자연치유도시에 걸맞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 화성시 등 몇몇 지자체들이 이미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3월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북도 내에서 최초’라고만 홍보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10월 여성친화적으로 설계한 배티공원을 준공하면서 전국 최초의 여성친화공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 역시 전국 최초로 보기 어렵다.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익산시가 기존 공원에 유모차 대여소, 여성전용 주차장과 화장실, 수유실 등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배티공원은 공원시설에서 빵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만 추가한 정도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천시는 조례까지 제정해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란 논리를 편다. 청주시는 설계단계부터 여성단체가 참여해 공원을 만든 것은 최초라고 주장한다. 공무원들의 이런 행태는 무리한 단체장의 치적 홍보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송재봉 충북 비정부기구(NGO) 센터장은 “‘전국 최초’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닌데 단체장의 치적홍보를 위해 객관적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쓴다”면서 “일방적인 홍보보다 사업의 사후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충북도의 한 사무관은 “홍보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한 가지 방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100년 역사’ 진주의료원 경영부실로 폐쇄

    설립 100년이 넘은 경남도립 진주의료원이 경영부실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 경남도는 26일 해마다 40억~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는 진주의료원이 지난해 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적자가 늘어나 현재 누적 부채가 3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은 자본은 331억원으로 도민 혈세를 계속 투입해도 3~5년 안에 자본금 잠식으로 파산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도는 입원 환자 203명에게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건물은 매각할 계획이나 팔리지 않으면 임대할 예정이다.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은 “진주는 의료서비스 공급 과잉지역이기 때문에 폐쇄하더라도 의료서비스에는 차질이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에 따르면 민간병원의 경우 의료수입 가운데 인건비 지출이 45%인 데 비해 진주의료원은 77.6%로 전국 지방의료원 평균 69.8%보다도 훨씬 높다. 진료비도 다른 곳과 비슷해 갈수록 병상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내과 전문의 3명이 병원을 떠난 데 이어 남은 1명도 도에서 임금 지불 보증을 해 주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하는 등 진료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진주의료원에는 현재 의사 13명과 약사 2명, 간호사 105명 등 모두 233명이 있다. 폐업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노조 측은 도가 의료원 폐쇄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27일 도를 항의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2) 보건의료 정책] “건보 보장성 강화 첫 단추인 ‘3대 비급여’부터 해결하라”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2) 보건의료 정책] “건보 보장성 강화 첫 단추인 ‘3대 비급여’부터 해결하라”

    지난 대선 기간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보건의료정책은 복지정책에 비해 두드러지는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복지정책과는 달리 보건의료정책에서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 그나마 눈에 띄는 공약이었다. 다른 고부담 질환과의 형평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새 정부가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4대 중증질환 정부 부담의 범위에서 3대 비급여는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약 수정 논란이 일었고, 지난 21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이 같은 방침이 최종 확정됐다. 선거 기간동안 강조했던 ‘100% 보장’의 구호가 표적항암치료제와 일부 검사 등에 국한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은 변죽만 요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의 수정 논란을 거치며 새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비 부담 해소가 보건의료정책의 최대 과제임을 확인한 셈이 됐다. 새 정부는 의료비 부담 완화 대책으로 4대 중증질환의 표적항암치료제와 검사 등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 적용하고, 나머지 고부담 중증질환은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기로 했다. 3대 비급여는 실태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환자 부담완화 대책을 추진하기로 한 발 물러섰으며, 현행 200만~400만원으로 3단계인 본인부담 상한제를 7단계로 세분화해 저소득층의 상한액을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줄 변화가 실제로 나타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비관적이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새 정부는 전반적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얼마나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3대 비급여를 손보지 않는 이상 아무리 보장성을 강화한다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도 전체 비급여 진료비 중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5.9%였으며, 정부의 현금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9년 64.0%에서 2010년 62.7%, 2011년 62.0%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비급여 의료비의 환자부담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와 실천이 요구된다. 비급여의 경우,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4대 중증질환에서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애초의 공약을 이행할 것과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와 초음파 및 MRI 등 의료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급병실료와 같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할 경우 의료인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 및 의료서비스 남용에 따른 건보재정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의료비의 전면 급여화보다 항목별로 의료이용 남용을 막을 수 있는 각기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윤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장은 “상급병실료는 6인실을 이용하지 못해 상급병실을 이용할 경우에 한해 급여화하고, 선택진료비는 급여화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폐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법정비급여보다 진료비 증가 속도가 빠르고 필수적인 성격이 강한 임의비급여에 대해 우선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역시 주요 과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7년 8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중을 58.2%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5년간 추가재원 36조 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위원회는 분석했다. 이를 위해 목적세를 도입하고 담뱃세를 인상하는 등의 재정조달 방안이 거론된다. 또 사전예방적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해 의료비 지출을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009년부터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연 1만 1000원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고, 정부와 기업이 추가로 건보료를 내면 1년에 12조원의 건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김종명 의료팀장은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듯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이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민간의료보험에 흘러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건강보험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박근헤 정부 국정목표 확정] 복지·여성-4대 중증질환 2016년까지 100% 건보 적용

    복지 분야 국정 목표의 세부 전략은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서민생활·고용안정 지원, 저출산 극복과 여성 경제활동 확대 등이다. 우선 인수위는 내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을 4개 그룹으로 나눠 매월 4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월 9만여원)을 받는 소득하위 70% 계층 중 국민연금 미수령자는 월 20만원을, 국민연금 수령자는 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4만~20만원을 받게 된다. 소득상위 30%에 속하는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는 4만~10만원을, 미가입자는 약 4만원을 지급받는다. 연금 비가입 하위 계층에 지급되는 월 20만원은 당장 노인 빈곤 해소에는 기여하겠지만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들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기초연금 재원은 기존 우려와 달리 국민연금을 활용하지 않고 종전처럼 국고와 지방비에서 충당키로 했다.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무상 진료는 상급 병실료·선택 진료비 등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환자 본인 부담도 전액 면제하지는 않기로 했다. 중증질환 건강보험 적용 폭은 올해 88%를 시작으로 오는 2016년 100%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지원 폭이 줄고 시행시기가 늦춰지면서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선공약인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대책은 세부 로드맵 없이 대선공약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만 나왔다. 서민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 방안은 당초 공약과 달리 구체적 액수, 재원 마련안, 지원 대상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임시조직 인수위, 길게 봐야 한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임시조직 인수위, 길게 봐야 한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100대 국정목표와 과제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도 함께 나올 것 같다. 그간 인수위가 작업한 결과물이 나오는 셈인데, 당초 공약에서 많은 수정과 조정, 후퇴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핵심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이 대폭 후퇴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기초연금 공약과 관련해 “어르신에 대한 국가의 도리와 책임”이라며 강한 실행 의지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지적하며 “최소한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 필요성도 설명했다. 기초연금제도는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개념으로 박 당선인의 대표적 복지 공약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기초노령연금의 2배인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인수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문제인데, 이분들에게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당초의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이 ‘국민연금 미가입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분’으로 바뀌었다는 견해가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기초연금의 취지에 맞지만 재정 형편 때문에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 여부를 따져 4개 그룹으로 나눠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책의 형평성 훼손과 약속의 후퇴로 인식한 노인 및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도 있다고 한다. 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건강보험이 100% 책임’이라고 명시한 내용이 투표 하루 전 선택진료, 상급 병실료, 간병비는 진료비에서 제외되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향후) 재원 마련 과정을 보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이게 후퇴인지 아닌지 애매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기초노령연금의 확대 인상은 박 당선인이 처음으로 내건 공약은 아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도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꿔 국민연금과 통합, 2009년부터 소득 하위 9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 인수위는 이 공약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보건복지부에 국민연금개혁위원회, 국회에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임기 말인 지금,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액의 5%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냐 수정이냐의 논란은 이미 2년 전부터 촉발된 복지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말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재원 마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인수위는 공약의 이행 방안만을 확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공약과 국가 재정, 국민의 마음을 잘 버무려 지속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국민 일각에서는 복지든 뭐든 인수위가 확실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지, 그러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 생각엔 오히려 확실하다는 안을 그 짧은 시간에 마련해서 내놓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최근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더 많은 복지’보다 ‘지속 가능한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운사이징(소형화)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은 증세 없이 이행될 수 없으므로 ‘할 것’과 ‘안 할 것’을 나눠야 한다. 포퓰리즘적 정책은 나도, 민주통합당도, 박 당선인도 공약했다고 본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 못 할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복지의 우선순위나 규모에 대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인수위가 내놓을 새 정부의 밑그림은 그것이 복지든 아니든 공약에 매몰된 성급한 안이 아니길 바란다. 지속가능성과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한 농익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열린세상] 생명의 시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생명의 시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2주 남짓이면 박근혜 정부의 개막과 함께 초대형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아픔을 딛고 지난 60년간 농경, 산업, 정보, 지식사회를 거쳐 미래 생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생명의 시대가 될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과학’ 부처의 출범은 실로 반갑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가 과연 생명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떤 얼굴인가? 고용 없는 성장 단계에 진입한 지 수년째, 청년실업의 문제와 조기퇴직에 따른 경력 실업자들의 재취업은 바늘구멍이다. 경제 양극화는 건강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늙어 가는데 노령화 시대에 대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2011년 건강보험에서 지급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33%인 15조 3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7년 새 3배나 증가한 수치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건강수명 100세 시대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 미래는 생명의 시대이다. 생명의 시대에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이 최대한 구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 민주화의 실현이 필수적이다. 건강 민주화의 전제 조건은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의 접목을 통한 ‘생명의학’이 국가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정보통신(IT)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의료연구를 발전시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총체인 의료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해외로 우리의 높은 의료기술을 수출한다면 경제적 이익은 물론 글로벌 한류의학(K-메디신)의 실현을 통한 국격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학 분야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공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경험은 되새기고 지속가능한 장점들은 살려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수행했던 연구개발 예산의 배정 및 조정 권한까지 갖게 되는 것은 타 부처 사업 예산을 검토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정작 필요한 국가 단위의 중요 연구개발 사업이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처별 예산 나누어 먹기 식의 분배는 없어져야 하며,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보다 과감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비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서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방향도 재설정해야 한다. 가시적, 단기적 성과 도출이 가능한 분야에만 예산이 집중 배치됨으로써 장기간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소외와 차별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전문 인력의 양성과 더불어 이들을 국가 핵심인재로 대접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우수 인재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과학도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가 없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고,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다. 최근 미래형 융합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인 맞춤형 예방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특성에 따라 개별 맞춤형 질병 예방정책을 수립한다는 개념이다. 국가의 운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다양해지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구조를 가진 부처를 구성해야 한다. 부처별 전문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도 구현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과 같은 거대 부처가 아니라 민첩하고 유연한 맞춤형 정부 부처로 거듭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성장 엔진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2050년 세계를 이끌어 갈 창조적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인수위 ‘공약후퇴’ 이어 말바꾸기 논란 확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는 애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혀 공약 후퇴 논란이 말바꾸기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수위는 6일 4대 중증질환의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을 본인부담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수정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 공약 수정이 아니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선인 측이 후보 시절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들며 “박 당선인 역시 3대 비급여 항목은 공약의 급여 확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공약집과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공약에는 사실상 3대 비급여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한 총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한다”면서 “현재 75%인 보장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2016년까지 100%로 확대한다”고 돼 있다. 비급여를 ‘모두’ 포함한 ‘전액’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3대 비급여 항목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당선인도 지난해 12월 16일 TV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간병비·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전환하는데도 (공약대로) 1조 5000억원으로 충당이 되는가”라고 질문하자 “네”라고 대답했다. 4대 중증질환 환자는 2011년 기준으로 87만명 정도이며 전체 중증질환 환자의 약 55%다. 인수위의 계속되는 공약 후퇴와 말바꾸기 논란은 근본적으로 모호한 공약에서 시작됐다. 공약집에는 급여화 대상인 비급여 항목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 인수위가 근거로 든 박 당선인의 후보 시절 보도자료 역시 “3대 비급여는 재원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돼 있어, 관점에 따라 3대 비급여의 급여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등 시민단체들은 공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4대 중증’ 공약 수정 논란, 공약 현실화 계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4대 중증질환 무료진료 공약의 원안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일부 언론이 4대 중증질환 공약이 대폭 수정된다고 보도하자 이를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공약 이행은 국민들로선 반길 일이지만 과연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어설픈 공약들은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암·뇌·심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해 85%에서 2016년까지 10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국가 재정 부담이 큰 데다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4대 질환이 모두 건보 부담으로 될 경우 22조원의 막대한 재원이 더 들어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수위는 특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과 본인부담금 등은 애초부터 지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약 후퇴나 수정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좀 궁색해 보인다. 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고 기술돼 많은 사람들이 100% 무상진료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135조원에 이르는 대선 공약 이행비용(새누리당 추산)까지 얹어지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인수위와 정부가 비과세 혜택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 확대에 부심하고 있는 이유다.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선거 공약은 기본적으로 지키는 게 옳다. 물론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도 여러 차례 공약 이행을 다짐했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짚지 않은 공약까지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공약이 정책으로 집행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정될 수밖에 없다. 공약 이행으로 국가와 국민들의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고 재정의 왜곡을 가져오는 등 문제가 생긴다면 그 공약은 실정에 맞게 정비하는 게 순리다. 일례로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준다는 공약만 해도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연금을 해약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로 인해 새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국민과 야당의 공격을 받는 등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박 당선인은 공약 수정에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252개의 공약을 점검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은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과감하게 궤도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외려 국민들에게 더 신뢰를 받는 길이다. 차제에 여야 등 정치권도 복지공약은 신중하게 내놓기를 바란다.
  • 4대 중증질환 비급여 본인부담 유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암·뇌혈관·심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되 선택진료비 등에 대한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기초연금에 이어 4대 중증질환 100% 공약도 전면 수정되는 셈이다.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 새 정부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은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향후 5년간의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로드맵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인부담금의 경우 상한액이 소득수준에 따라 200만원, 300만원, 4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최소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총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는 암·뇌질환·심혈관 질환은 5%를, 희귀난치성질환은 10%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비급여 항목까지 포함한 모든 진료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으나 공약을 이행하는 데에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우려와 함께 상급병실과 선택진료의 과도한 이용과 같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수위가 이들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고가 표적항암치료제와 각종 검사 등 필수 진료 영역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머니테크]

    신용보증기금 청년 인턴 50명 공채 신용보증기금이 상반기 정규직 전환 대상 청년 인턴 50명을 공개 채용한다. 채용자는 5개월간 영업점에서 근무한 뒤 결격 사유가 없고 근무 성적이 평가 기준에 적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29세 이하 사회 초년생 위주로 뽑으며 장애인, 여성 등을 우대 채용할 방침이다. 오는 12일까지 신보 홈페이지(recruit.kodit.co.kr)로 지원서를 내면 된다. 농협은행 플랜팜 펀드 농협은행은 판매기금 일부를 귀농·귀촌 기관과 단체에 지원하는 ‘플랜팜 펀드’를 판다. 이 펀드는 운용·판매 보수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지원하고 가입자에겐 귀농·귀촌 관련 정보와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NH-CA플랜팜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과 ‘NH-CA플랜팜2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등 2종으로 구성됐다. 하나은행 희망엔지니어 적금 하나은행은 중소·중견기업 기술 인력 2000명에게 ‘희망엔지니어 적금’ 금리를 연 5.26%로 제공한다. 기업과 기술 인력이 5년 이상 장기 근로를 조건으로 같은 금액을 매칭·적립하는 상품이다. 가입 금액은 월 20만원, 30만원, 40만원, 50만원이다. 근로자가 매달 50만원을 납입하면 기업이 같은 액수를 넣어 5년 후 약 6800만원(세전 기준)을 받을 수 있다. 연간 매출 1조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의 근속 연수 5년 이하 기술 인력이 해당 기업의 추천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신한카드 ‘S-Choice 체크카드’ 신한카드는 교통, 커피, 쇼핑 등의 주력 서비스 중 1개를 고르면 할인 혜택을 집중해 주는 ‘S-Choice 체크카드’를 내놨다. 월 이용액이 30만원 이상이면 신한은행 수수료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쿠폰 제공, 국내외 여행상품 할인, 인터넷 쇼핑 포인트 적립도 제공한다. 신한생명 신한 Big플러스실버보험 신한생명은 치매 관련 보장을 늘린 ‘신한Big플러스실버보험’을 출시했다. 경증치매 진단 시 300만원, 중증치매로 진단될 경우 간병비·진료비로 30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원한다. 피보험자 사망 시는 2000만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특약 가입 시 노년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고혈압 등 노인성 8대 질병으로 수술했을 경우 수술급여금을 보장한다. 한국투자증권 모바일 직불결제 이벤트 한국투자증권은 CMA계좌 고객을 위한 ‘모바일 직불결제 할인쿠폰’ 이벤트를 오는 26일까지 실시한다. KG모빌리언스의 엠틱 애플리케이션에서 주거래 금융기관을 한국투자증권 CMA계좌로 등록한 후 처음 결제하는 2500명에게는 10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2만원 상당의 할인쿠폰 패키지를 제공한다.
  • 만 6세미만 야간진료비 새달부터 50% 오른다

    오는 3월부터 만 6세 미만 아동의 야간진료비 부담이 50% 정도 오른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진찰료도 인상된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응급의료 관련 진료비(수가) 인상을 포함한 필수의료서비스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건정심은 만 6세 미만 아동 진료비의 야간 가산율을 현행 30%에서 100%로 인상 조정했다. 100% 가산율이 적용되는 시간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다. 이에 따라 현재 3000원 남짓인 6세 미만 영유아의 야간 진찰료 본인부담금이 5100원으로 오르고 다른 처치료와 약값 등도 50% 정도 올라가게 된다. 중환자실에 전담의를 배치할 때 진료비에 얹어 주는 가산금도 현재의 2배로 올렸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1일 1800원가량 인상된다. 또 응급실 기능별로 응급의료관리료가 30~50% 올라 환자 부담 진료비는 6000~9000원 늘어난다. 건정심은 산부인과 폐업에 따른 ‘분만시설 공백’을 막기 위해 연간 분만건수가 200건 이하인 산부인과의 자연분만에 대해 수가를 50∼200% 인상해 수입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 기본입원료는 최대 100%, 35세 이상 산모의 분만수가는 30% 오른다. 신생아와 산모는 건강보험 진료에 한해 본인 부담이 없기 때문에 수가를 인상해도 진료비에 변화가 없다. 복지부는 이날 확정된 필수의료 개선 방안에 건보 재정 1477억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생아와 산모를 제외한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필수의료 개선 비용의 일부는 환자에게 전가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야간에 진료받을 곳이 없어 응급실로 몰리는 6세 미만 소아를 외래 진료로 분산만 해도 응급의료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야간진료비가 오르긴 해도 응급실보다는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경제 프리즘] “고혈압·당뇨 방치땐 중산층 붕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암 등 인지도 높은 질환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탓에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고령화 대비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1일 ‘고령화를 준비하는 건강보험 정책 방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윤 연구위원은 “전체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인데 특례 대상인 암(78.9%)과 심장질환(79.5%), 뇌혈관질환(79.1%) 등은 이미 80%에 육박할 정도로 치료비용 보조가 이들 질병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비 지출이 소득의 10% 이상인 ‘재난적 의료비’가 생긴 가구에서 위암 환자 가구 비중은 1.2%이나 골격계 질환(7.1%), 만성폐쇄성 폐질환(1.1%), 신부전증(1.0%) 등 비특례 대상 질환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공적 지원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상반되는 국책연구기관의 견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연구위원은 “고혈압과 당뇨는 방치하면 중산층 붕괴 등 사회적 위험 관리의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 발견과 적정 관리를 전 사회적 목표로 설정해 중장기적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건강보험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4대 중증질환 보험 적용 단계적 확대 계획 세워라”

    “4대 중증질환 보험 적용 단계적 확대 계획 세워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방안으로, 2014년 이후 비급여의 급여전환과 급여기준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설정한 만큼 비급여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작성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환자들과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항목부터 우선하여 반영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급여기준의 확대방안도 환자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잘 연구해야 한다”면서 “4대 중증질환부터 시작해 다른 중증질환의 환자까지 점차 확대해 나가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장기간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거시적인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암·뇌혈관·심혈관·희귀 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보장을 공약한 바 있다. 중증질환 보장률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올려 2016년에는 100%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업무보고에서 “2014년 이후 비급여의 급여 전환”이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 공약 이행이 1년 늦춰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 이용료는 보장범위에서 제외된다. 박 당선인은 ‘깔때기 현상’을 거론하면서 복지전달체계의 개선을 주문했다. 깔때기 현상은 중앙정부 복지정책의 전달과정에서 병목이 생겨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박 당선인은 “복지 확대와 재정 확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복지 체감도를 높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과 민간과의 연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또 부처 간 칸막이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복지 통계와 복지 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구축하고 활용하려면 부처를 초월한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복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복지가 성장을 가로막는 게 아니라 복지도 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복지가 일자리를 통해 구현될 때 진정한 복지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복지가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금을 주는 소득 보전 중심에서 사회 서비스 중심으로 복지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지출의 효율화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복지의 기본 전제는 누수부분을 철저하게 막는 게 중요하다. 복지 지출의 효율화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1950년 세브란스 의대(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자그마한 안과 개원의로 시작해 예순셋에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일흔셋에 800병상 규모의 건양대 병원을 일군 사람. 3년 대학 총장 임기를 두 번이나 채우고도 모자라 임기를 4년으로 늘려 12년째 총장직을 지키는 사람.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에 견줘 결코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부도옹’(不倒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부도옹은 무슨…. 난 그처럼 대단하지 않아. 그는 천하의 경륜을 논했지만 난 고작 대학 하나잖아. 그렇지만 듣고보니 그럴 법도 하네” 김희수. 올해 여든다섯이지만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그에게서 물리적인 나이를 읽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너무 오래 거머쥐고 있는 게 아니냐”거나 “이제는 자리 내려놓을 때도 됐다”고들 말하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 이유가 있어. 나는 지금도 더 일하고 싶어. 열정도, 건강도 문제가 없거든. 나도 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세월 거꾸로 사는 사람 없잖우.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 ‘그러니 내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김 총장에게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색하고 말문을 열었다. “뭐 내세울 게 있어야지. 그렇지만 내가 헤쳐온 삶이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용기를 부추기는 자극은 될거야. 결코 쉬운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도 내가 이뤄야 할 것들을 잊어본 적이 없거든. 뭔가 성취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걸 말하고 싶어. 목표를 갖고 살라는 거지” 그가 삶의 지표로 삼아온 원칙 같은 게 궁금했다. “좌우명이라는 게 너무 평범해서 실망할거야.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함축적으로 내 삶을 표현한 말이 없어. ‘정직’은 사람의 기본이고, ‘노력’은 성공의 기본이며, ‘치료’는 병원, ‘교육’은 학교의 기본이잖우. 이런 기본만 지키면 뭐든 다 돼. 공자도 그랬잖아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의 본연은 근본을 닦는 것이며,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생긴다)이라고.”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의 성장기는 그 시절의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과의 동거였다. “가난했지.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는데, 30∼40마지기 정도였으니 중농쯤 되나 그랬어. 농사뿐이 아니야. 소, 돼지는 물론 양봉에 누에까지 쳤어. 한 방의 반은 누에 잠틀이었는데, 까만 누에 똥 속에서 먹고 자고 했지, 뭐. 내 형제가 3남 4녀였는데, 형들 꼼짝 못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도 막내라 사랑 좀 받고 자랐어요.” 그렇지만 성장기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그는 주저없이 형을 꼽았다. “아, 나완 나이가 열여덟살이나 차이가 나니 형이 아니라 아버지 같았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땐 다 그랬지. 가난하지, 애들은 생기는 족족 많이 났지, 그래서 젖먹이 동생을 손 위 형이나 누나가 맡아서들 키우던 그런 시절이었잖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지만, 그때는 다들 그러니 그게 궁핍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살았지. 그러려니 하고.” 평생 애써 일군 부를 악다귀처럼 그러쥐지 않고 대학 설립에 쏟아부은 데서 보듯 그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195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도미, 뉴욕 프랜시스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그는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과 시카고 안과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1959년에 귀국했다. 전쟁으로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은 충격이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살던 때,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이라는 나라는 온갖 물산이 넘치고, 큰 집에 차량이 즐비한 도로,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표정이 어우러진 유토피아였다. 그런 미국을 보면서 도미 후 처음 형님한테 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하느님이 계신데,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 그런 미국을 보면서 그가 가슴에 새긴 것은 ‘잘사는 나라, 건강한 국민’이었다. 이미 결혼해 고국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이국으로 떠나온 그에게 ‘남다른 노력’은 숙명이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학원을 학비 부담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육영 의지를 키우는 자극제가 됐다. “생각해 봐. 전쟁통에 피죽 먹기도 어려운 때잖어. 우리 마누라가 조그만 미장원을 해서 번 돈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내가 한눈을 팔 수가 없지. 그땐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 이로부터 3년 뒤인 1962년 서울에서 그의 꿈의 모태인 김안과를 개원했다. 당시 미국의 선진 의료를 체험한 그는 국내에서 안과 분야의 독보적 의사로 인정받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돈 엄청 벌었지. 진료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던 시절인데, 병원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하루 3000명까지 환자를 봤어.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루에 가득한 돈을 셀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은행원에게 정산을 맡기기도 했는데, 매일 500만원씩 그러모았지. 요샛돈으로 치면 그게 얼마야.” 그러나 그는 결코 돈의 미혹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벌었지만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의 기억을 묻자 뜻밖에 그는 ‘치료의 기쁨’을 말했다. “난 돈보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가 제일 기뻤고, 그걸 성공이라고 믿었어. 어떤 이는 두고 두고 내게 인사를 오기도 해. 의사로서 그 이상의 성공이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는 돈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일제 때 의학을 공부해 공의로 일한 큰형님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된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은 ‘질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였다. “요새 어떤 병원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안질환자가 오면 치료 못 한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낸대. 그게 뭐야. 그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지. 내 큰형님이 공의로 일할 땐 치료비가 없어 돈 대신 달걀이나 참깨를 가져온 사람도 많았는데, 한번도 형님이 그걸 타박하지 않아. 그걸 보며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일한 그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주시했다. ‘저 많은 돈을 어떻게 쓸까’하는 호사가적 관심이었다. 이 무렵, 그는 사람들이 놀랄만 한 결정을 한다.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부의 용처는 육영사업이었다. 1983년 그의 육영의지가 얻은 첫 결실은 고향인 충남 논산에 양촌고등학교를 설립한 것이었다. 작다면 작은 그 실천이 30여년 뒤 거대한 교육사업으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육영이라는 게 이를테면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일인데,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딨겠어. 고향 유지들이 찾아와 면리에 하나뿐인 중학교가 운영난이 심각하니 인수해달라는 거야. 고민 끝에 부채를 떠안고 1억 2000만원에 인수했지. 어쩌겠어. 애들 공부는 시켜야잖어. 그게 지금의 건양중·고등학교야.” 그렇다고 그의 시선이 우뚝하고 걸출한 인재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딱히 분별하자면 그는 열정이 있는 청년을 좋아한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펴낸 자서전 제목도 ‘여든의 청년이 스무살 청년에게’다. 여기에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고언이 담겨있다. “나도 하는데, 나보다 훨씬 젊고, 힘세고, 시간 많은 너희가 왜 못하겠는가. 해보지 않으면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너는 분명 할 수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이어령 교수도 “그 분이 평소 얼마나 젊은이들을 사랑하는지를 알면 그 분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육영사업이라는 게 돈욕심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잠깐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 육영사업에 그가 생애를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젊은이들에게 꼭 주고 싶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가 1986년이었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던 신극범 박사가 하루는 고향에 전문대학 하나 세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처음엔 망설였지. 지금도 벅찬데 대학이라니….” 고민이 깊었다. 주변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다. 나이도 있고, 병원 경영에다 중고등학교도 만만찮은 일인데, 한 술 더 떠 당시 대학가는 온통 민주화 바람으로 학교마다 재단들이 곤욕을 치를 때였다. 당연히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발 들여놓으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거였다. 그러나 찬성 쪽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육영사업이라는 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하고, 지역사회를 보더라도 중고등학교를 대학으로 확장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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