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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건강보험공단 담배소송하는 이유가 뭔가/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건강보험공단 담배소송하는 이유가 뭔가/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에 대해 담배회사가 책임을 지라고 하는 소송이 벌써 15년째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건이 제기됐으나 하급심에서는 모두 담배회사가 승소했다. 법원은 흡연과 질병 사이에 일부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을 뿐, 다른 책임요건인 담배의 결함이라든가 담배회사의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건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수년째 기다리고 있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여기에 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소송의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의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비용을 담배회사로부터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공단에서는 한 해에 흡연으로 인한 추가 진료비가 1조 7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왜 굳이 건강보험공단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먼저 공단이 담배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자. 이 소송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근거하여 흡연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담배회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개별 흡연자가 담배회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그런데 이것은 지난 15년간 전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소송의 주체가 되면 이를 입증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공단의 자체 연구 결과를 법원이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담배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우선 흡연자들의 질병 이력, 보험급여 지급 내역, 인과관계 등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단지 몇 명의 흡연자들에 대한 소송도 벌써 15년을 끌고 있는 마당에 수만명에 대한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약 없는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재정은 소송비용으로 낭비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렇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담배의 결함이라든가 담배회사의 위법성까지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현재 드러난 것만 보면 공단의 승소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주정부나 보험회사가 제기한 담배 소송에서 최종 판결까지 가서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 중간에 화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5년간의 담배 소송이 이를 보여준다.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재정을 낭비할 뿐인 이러한 소송을 기획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시도가 혹시 호화청사를 짓거나 타당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다른 사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담배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기다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고, 승소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의뢰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급한 판단이나 방만한 재정운용이 공익의 이름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다.
  • 임신확인서 우체국·건보공단지사 제출땐 50만원 지원

    임신확인서 우체국·건보공단지사 제출땐 50만원 지원

    “미리 출산 비용을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돈 없으면 아기 낳기도 힘들어요.” 얼마 전 첫째를 출산한 정서윤(34)씨는 아이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가도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대출이자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출산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인들의 말에 임신 계획을 세우면서 적금을 들어놨지만 예상보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 임신 중·후기에는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노산이라 다른 임신부보다 받아야 할 검사도 많았다. 거의 2주에 한 번씩 내원하며 기초 검사를 받았더니 검진 비용으로만 5만~7만원씩 들었다. 특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초음파 검사(3만~5만원)를 일반 임신부보다 자주 하다 보니 부담이 됐다. 양수검사에도 80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의사의 권유에 제왕절개를 했다. 150만~20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보름에 200만원 정도였지만 산후 조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임신부터 출산까지 정씨가 지불한 돈은 1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양가 부모님들은 벌써부터 둘째 아이를 기대하지만 정씨 부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씨처럼 늦게 결혼하고 출산하는 고령 임신부가 많아지면서 출산비용도 덩달아 늘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산부인과 진료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검사가 더해져 대부분이 임신과 함께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2002년 8%에서 2012년 18.7%로 10년 만에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35세 이상 산모 수는 35세 미만 산모의 4분의1 수준인데도 이들이 지불한 총 진료비는 35세 미만 산모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2년에 발생한 산모 진료비는 35세 미만이 7029억 3000만원으로 35세 이상(5671억 5600만원)보다 1.2배 정도만 높았다. 비용이 많이 드는 양수검사의 경우 산전진찰 목적으로 시행하는 유전학적 양수검사는 비급여대상이 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태아 및 산모의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실시하는 양수 scanning 검사나, 양수 L/S비 등의 검사는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산 비용을 줄이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출산 지원 항목을 꼼꼼히 체크해 보는 게 좋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가까운 보건소에 등록하면 임신일로부터 3개월간 엽산제를, 임신 5개월부터 분만 전까지 철분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병원 날인이 찍힌 임신확인서를 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나 우체국 등을 찾아가 신청하면 지원금 50만원(쌍둥이 등 다태아는 70만원)이 든 ‘고운맘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산부인과 진료 외에도 한의원과 조산원에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 검사 중에는 값비싼 비급여 항목이 많아 산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준까지는 되지 않는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해 보장성 혜택을 늘리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특화된 산모 건강관리 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갖게 되면 우선 보건소를 찾는 게 좋다. 무료로 모성검사, 풍진검사, 질 초음파 검사 등 산전 검진 등을 해주는 곳이 많다. 전국 가구 월 평균소득 150% 이하(2인가구 기준 553만원) 난임부부의 경우 산부인과나 비뇨기과에서 난임진단서를 받아 신청하면 1회 최대 180만원 범위 내에서 평생 네 번 체외수정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선배아와 동결배아 이식을 병행하면 신선배아 이식 3회(각 180만원 범위 내), 동결배아 이식 3회(각 60만원 범위 내) 등 총 여섯 번 지원을 받는 게 가능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시민 진료비 74% 건강보험 급여로 공제

    서울 시민은 전체 진료비의 74%를 건강보험 급여로 공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2년 서울 시민이 받은 건강보험 급여액은 6조 6000여억원으로 전체 진료비 9조원의 74%에 달했다. 입원환자는 1인당 하루 평균 16만 8800원의 진료비가 나왔으며 이 가운데 83%인 14만원을 건강보험 급여로 공제받고 2만 8700원(17%)을 부담했다. 외래환자의 경우 1인당 하루 2만 4800원의 진료비가 발생했고 1만 7200원(69.1%)이 공제됐으며 자부담은 7700원(30.9%)이었다. 의약품 구매자는 1인당 하루 평균 2만 5500원의 진료비 가운데 1만 8300원(71.7%)을 공제받고 7700원(28.3%)을 부담했다. 서울 환자 1명당 지급되는 건강보험 급여는 전국 기준보다 조금 많았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국 진료비는 47조 8000억원으로 이 중 건강보험 급여는 35조 7000억원으로 전체의 74.7%를 차지했다. 전국 입원 환자는 1인당 진료비의 82%(11만 5778원), 외래환자는 진료비의 70%(1만 6708원)를 건강보험 급여로 수령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건보공단 담배소송 급물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피해 책임을 묻겠다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추진하고 있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늦어도 3월에는 소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16일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담배 소송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이사회를 통과하면 당장 다음 날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흡연자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고 공단도 흡연 피해로 연간 1조 7000억원의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도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한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으로, 승소할 경우 담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1차로 2010년 소세포 폐암 환자 진료비 가운데 공단이 부담한 432억원과 후두암 진료비 등 600억원에 대한 배상을 담배회사에 요구할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이 흡연 때문이라는 것은 고등법원에서도 인정해 현재로선 승소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후 국민 여론과 재판 진행 과정 등을 고려해 소송 규모를 수조원대로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는 “건보공단의 소송 제기는 공단의 심각한 재정 위기 우려에 대한 책임을 담배회사로 돌리거나 담배 관련 부담금을 우회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건보공단의 승소 가능성은 매우 낮고 결국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국민 혈세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박근혜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 정책이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번지면서 연초 정국을 강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과 원격진료, 법인약국 등에 반대하며 3월3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반박하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내 여론은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 등이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찬성론과 오히려 병원을 영리화해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에게 한국 의료의 갈 길을 들어봤다. [贊]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그대로 유지… 투자 유치해 의료산업 활성화해야 최근 병원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약국 역시 주식회사 형태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의료 민영화를 부를 것이라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고 맹장수술비가 1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각종 괴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단편적 사실과 정보의 왜곡이 난무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일관되게 검토돼 온 규제개혁 관련 정책이 의료민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소통의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정권을 초월해 줄기차게 이러한 정책이 검토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다. 정부 발표에 대한 반대논리를 세심하게 따져보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즉, 의료기관의 85% 이상은 사실상 설립주체가 민간이다. 이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이미 현실적으로 의료는 민영화된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구조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설립과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도 사회보험체계 속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보험체계가 제시하는 공공성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설립주체가 민간일지라도 국민건강권을 지탱하기 위해 헌법상 흔들리지 않는 가치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벗어나고자 제기한 헌법소원이 4차례나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민영화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흔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산업은 주변의 다른 국가에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보다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이 점차 요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의 비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을 유지한 상태로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자회사를 세워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병원들의 오랜 요구사항을 일부분 제한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주식회사를 통해 투자에 대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법인들의 입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보다 보수적인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미래산업 분야에서 기회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에서 양질의 고용창출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음이 분명하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외부 자본이 의료법인 병원의 자회사 지분 중 49%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1대 주주는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민간 자본들이 유입되면 수익을 지향하는 특성상 진료보다 부대사업을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더욱이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의료비가 늘어나고, 의료법인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자회사만을 주식회사 형태로 허용하고,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체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상당히 왜곡된 것이다. 미국처럼 특정 건강보험상품 가입자만 진료하거나 자본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세우는 것은 여전히 허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론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反]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휴대전화 원격진료는 오진 가능성… 영리 자회사 설립 땐 편법 부대사업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보건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으로 ‘의사-환자’ 간 휴대 전화 진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법을 추진해야 하고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는 한편,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의료부대사업을 통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라는 이름의 휴대 전화 진료는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민의 건강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아무리 발달해도 수치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고 실시하는 검사로 얻은) 생체정보는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심전도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모르는 산업계와 경제부처 사람들은 이러한 생체정보만 전송하면 건강상태가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생체정보들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죽음의 문턱에 갈 때가 되어야만 변동이 온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의 책임은 의사에게, 건강상의 위해는 환자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10년의 기간과 1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다. 하물며 전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는 휴대 전화 진료를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하지 않은 채 굳이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신형 자동차를 잘 만드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리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대충 만들고 리콜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과 같다. 국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이러한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이 아닌 투자확대와 효용을 위해 추진되는 원격의료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왜 문제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인 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동안 제기된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치료원가의 75%만 지급함으로써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정상적인 이윤창출이 어려우니 부족한 치료비를 의사가 환자로부터 추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러한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방치하고 수익창출을 위한 편법을 확대하란 뜻이다. 즉 학교 선생님이 급여가 부족해 학습지, 교복을 팔아야 한다면 학생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듯, 의사도 정상적인 진료로 수익을 보전하지 못하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항목으로 수익 창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것은 투자활성화가 아니라 편법활성화이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두고 정부와 기업인들은 ‘밥그릇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산업이기에 앞서 의료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의료를 하는 의사들에 의해 충분한 기간 동안 의학적 타당성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것을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다. 전문가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들이 만드는 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박근혜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 정책이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번지면서 연초 정국을 강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과 원격진료, 법인약국 등에 반대하며 3월3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반박하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내 여론은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 등이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찬성론과 오히려 병원을 영리화해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에게 한국 의료의 갈 길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贊>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그대로 유지… 투자 유치해 의료산업 활성화해야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최근 병원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약국 역시 주식회사 형태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의료 민영화를 부를 것이라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고 맹장수술비가 1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각종 괴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단편적 사실과 정보의 왜곡이 난무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일관되게 검토돼 온 규제개혁 관련 정책이 의료민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소통의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정권을 초월해 줄기차게 이러한 정책이 검토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다. 정부 발표에 대한 반대논리를 세심하게 따져보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즉, 의료기관의 85% 이상은 사실상 설립주체가 민간이다. 이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이미 현실적으로 의료는 민영화된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구조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설립과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도 사회보험체계 속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보험체계가 제시하는 공공성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설립주체가 민간일지라도 국민건강권을 지탱하기 위해 헌법상 흔들리지 않는 가치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벗어나고자 제기한 헌법소원이 4차례나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민영화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흔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산업은 주변의 다른 국가에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보다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이 점차 요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의 비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을 유지한 상태로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자회사를 세워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병원들의 오랜 요구사항을 일부분 제한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주식회사를 통해 투자에 대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법인들의 입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보다 보수적인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미래산업 분야에서 기회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에서 양질의 고용창출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음이 분명하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외부 자본이 의료법인 병원의 자회사 지분 중 49%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1대 주주는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민간 자본들이 유입되면 수익을 지향하는 특성상 진료보다 부대사업을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더욱이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의료비가 늘어나고, 의료법인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자회사만을 주식회사 형태로 허용한다는 주장 등이 나돌고 있다. 미국처럼 특정 건강보험상품 가입자만 진료하거나 자본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세우는 것은 여전히 허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론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 <反> 휴대전화 원격진료는 오진 가능성… 영리 자회사 설립 땐 편법 부대사업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보건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으로 ‘의사-환자’ 간 휴대 전화 진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법을 추진해야 하고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는 한편,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의료부대사업을 통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라는 이름의 휴대 전화 진료는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민의 건강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아무리 발달해도 수치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고 실시하는 검사로 얻은) 생체정보는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심전도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모르는 산업계와 경제부처 사람들은 이러한 생체정보만 전송하면 건강상태가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생체정보들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죽음의 문턱에 갈 때가 되어야만 변동이 온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의 책임은 의사에게, 건강상의 위해는 환자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10년의 기간과 1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다. 하물며 전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는 휴대 전화 진료를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하지 않은 채 굳이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신형 자동차를 잘 만드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리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대충 만들고 리콜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과 같다. 국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이러한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이 아닌 투자확대와 효용을 위해 추진되는 원격의료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왜 문제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인 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동안 제기된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치료원가의 75%만 지급함으로써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정상적인 이윤창출이 어려우니 부족한 치료비를 의사가 환자로부터 추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러한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방치하고 수익창출을 위한 편법을 확대하란 뜻이다. 즉 학교 선생님이 급여가 부족해 학습지, 교복을 팔아야 한다면 학생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듯, 의사도 정상적인 진료로 수익을 보전하지 못하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항목으로 수익 창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것은 투자활성화가 아니라 편법활성화이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두고 정부와 기업인들은 ‘밥그릇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산업이기에 앞서 의료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의료를 하는 의사들에 의해 충분한 기간 동안 의학적 타당성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것을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다. 전문가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들이 만드는 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 불임 남성 증가율 11%… 여성보다 5배 많아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하는데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불임 환자가 늘고 있다. 대체로 늦은 결혼이 원인인데 최근에는 업무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남성 불임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16만 2000여명이었던 불임 환자는 2012년 19만 1000여명으로 매년 4.2%씩 늘었다. 특히 남성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1.8%로 여성(2.5%)에 비해 5배가량 높았다. 가임 여성의 나이를 고려해 최근 5년 동안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35~44세에서 불임 환자(연평균 증가율 16.2%)가 크게 늘었고 45~49세에서 연평균 12.8%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35~39세 불임 환자(연평균 증가율 10.8%)가 가장 많이 늘었고 40~44세 불임 환자도 연평균 10.5% 증가해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불임으로 인한 진료비도 2008년 182억원에서 2012년 230억원으로 1.3배 증가했다. 정재은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업무 스트레스,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성 불임의 원인으로는 이 밖에도 유전적 문제와 호르몬 이상, 무고환증, 정계정맥류 등의 각종 고환 질환이 꼽힌다. 여성의 경우 배란 장애, 난관 손상, 난소기능 저하 등이 문제가 돼 발생한다. 최근에는 심리적 요인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임이 되는 경우도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암을 말하다-방광암(하)] 머리염색 15년 이상 매달 하면 방광암 위험 2~3배 높아져

    [암을 말하다-방광암(하)] 머리염색 15년 이상 매달 하면 방광암 위험 2~3배 높아져

    방광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중증환자로 분류돼 진료비를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진료비 지원 기간이 5년에 불과해 재발 때문에 주기적으로 추적검사를 해야 하는 방광암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실제로 표재성 방광암은 내시경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재발이 잦아 수차례나 수술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이동현 교수는 “방광암의 경우 중증환자 혜택의 5년 제한 때문에 치료 4년째에 재발로 인한 수술을 받으면 마지막 수술일로부터 5년 동안 다시 암의 재발을 추적해야 하지만 중증환자 혜택은 그로부터 1년 후에 소멸돼 남은 4년 동안 진료비를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하면서 치료 및 재발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따라서 중증환자 혜택기간을 최초 암 진단 후 5년으로 못 박을 게 아니라 암종과 재발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광암은 어떻게 진단하며, 확진은 어떻게 이뤄지나. -혈뇨나 방광 자극증상이 지속되면 방광암을 염두에 두고 요세포검사와 방광경검사를 시행해 방광 내 종양 유무와 위치·모양·개수·크기 등을 확인한다. 이어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로 방광 조직을 검사해 방광암을 확진한다. 이때 방광경검사에서 근침윤성으로 의심되거나 조직검사에서 근침윤성으로 진단되면, 주변 조직으로의 침범 정도 및 림프절 등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알기 위해 흉부 X선 촬영과 CT·MRI·골스캔 등을 거치며 이를 통해 정확한 병기를 파악해 치료 방침을 정한다. →치료 방법과 함께 각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준과 상황도 짚어 달라.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만 국한된 비근침윤성(표재성)은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로 종양의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 절제술 후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조직학적 징후나 종양의 개수·크기·재발 기간 등을 고려, 방광 내에 BCG나 항암제 등을 주입하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경요도 절제술로 완전한 절제가 어렵거나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방광적출술 등을 고려한다. 근침윤성의 경우에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이 표준치료법이다. 근치적 방광적출술은 방광과 골반 림프절은 물론 남성은 전립선과 정낭까지 함께 적출하며, 전립선 인근 요도에 종양이 있거나 전립선을 침범한 경우에는 요도도 함께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자는 방광과 함께 요도·자궁·난소를 제거한다. 이 때문에 남성의 경우 수술 후 발기부전이 올 가능성이 높지만, 병의 진행 상태와 수술 방법에 따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만, 전립선과 정낭을 제거하기 때문에 사정을 할 수는 없다. 이 밖에 림프절 또는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있는 전이성 방광암에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며, 골 전이에 따른 동통이 있을 때는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방광을 적출하면 소변 주머니가 없어져 요로의 변경이 불가피한데 이를 요로변경술이라 한다. 요로변경술에는 회장도관조성술, 비실금형요로조성술, 자연배뇨형 인공방광조성술 등이 있다. 물론 요로변경술은 어려운 수술이지만 인공 오줌주머니가 필요없는 자연배뇨형 인공방광조성술 등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예후, 그리고 한계는 무엇인가. -표재성은 잦은 재발이 문제다. 이 때문에 방광에 약물을 주입하기도 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문제는 표재성이 침윤성으로 발전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방광을 모두 적출한 뒤 복부 쪽에 따로 소변 통로를 만들어 평생 소변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는 소장을 이용한 인공방광조성술이 적용돼 소변주머니 대신 자신의 요도로 소변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 기술이 남성에서는 발기기능까지 보존할 수 있도록 발전되었으며, 요도가 짧아 수술이 어려웠던 여성에게도 적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수술이 어려워 내시경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병행해 환자의 방광을 보존하려 하지만 예후에 있어서는 아직 수술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치료 패턴의 변화 등 방광암 치료의 최근 흐름도 함께 짚어 달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이 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먼저, 장 조직으로 방광을 만들어 요도와 연결하는 자연배뇨형 인공 방광이 남성 환자는 물론 여성 환자들에게도 시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근치적 방광적출술을 시도할 때 신경과 혈관을 보존해 남성의 발기력을 유지시키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근침윤성이라도 방광을 보존하면서 효과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경요도적 방광종양절제술에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방광을 보전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존치료가 그것이다. →방광암은 여전히 수술적 접근이 주된 치료법이며, 항암제의 효용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항암제는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증식을 억제하지만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전신적인 합병증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방광암의 경우, 항암제가 비교적 효과가 좋아 치료반응률이 40∼70%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항암치료제인 ‘M-VAC’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부작용을 줄인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병합요법도 사용하는데, 치료반응률이 70% 정도여서 여전히 10명 중 3명에게서는 반응이 없다. 이 때문에 수술이 주된 치료법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공 방광 수술이 빠르게 발전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 데다 노령층도 수술이 가능해 항암제의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방광암이 생활습관 등 일상적인 문화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는가. -방광암의 가장 주된 원인은 평균수명 증가와 흡연이다. 이 가운데 흡연의 경우 흡연 기간 및 흡연량이 방광암 발생 빈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특히 유소년기에는 직접 흡연은 물론 간접 흡연만으로도 방광암 발생 빈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머리염색약도 방광암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머리염색약 성분 중 착색작용을 하는 아닐린계 염료는 방광암의 유력한 발암물질이어서 15년 이상 매달 염색약을 사용한 여성이 그러지 않은 여성보다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2∼3배나 높으며, 10년 이상 매일 염색약을 취급한 미용사도 그러지 않은 일반 여성에 비해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머리 염색 유행이 상당 기간 방광암의 발생 빈도를 높일 것이라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의료계 총파업 전운] “의료 공공성 유지… 민영화 추진 안한다”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료계가 민영화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의료산업 투자활성화 대책, 원격진료 허용 등은 민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고 앞으로도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의료법인의 영리화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보험 민영화 논란도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고 의료보험의 공공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열린 국무회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 정책은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과 의료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의료비가 오르거나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료민영화 논란은 지난달 기재부가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시작됐다. 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의료법인이 숙박업, 여행업, 온천업, 화장품·건강식품·의료기기 판매업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사협회와 시민단체는 이를 의료민영화로 가는 첫 단추라고 반대했다. 환자들이 병원의 강요로 진료비 외에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구입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강종석 기재부 서비스경제과장은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숙박업, 여행업 등을 허용한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을 막기 위해 순자산의 일정 비율까지만 출자를 허용하는 규제 장치도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도입도 민영화 논란의 중심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대형 종합병원에만 환자가 몰려 동네 병·의원들은 문을 닫게 된다는 우려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미 의료법 개정안을 수정해 대형병원들이 원격의료만 전문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했고, 원격진료를 하더라도 주기적인 대면 진료 의무를 뒀기 때문에 동네 병원 중심의 원격진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고소득층이 의료 더 많이 이용” 의료 이용 양극화

    고소득층이 의료를 더 많이 이용하는 등 의료 이용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임승지·김승희·백종환·김나영 연구원은 8일 ‘저소득층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개선방안’이란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2008년과 2011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등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이용 형평성을 행위 측면(외래이용량, 입원이용량, 약국이용량)과 비용 측면(총진료비, 건강보험부담금, 본인부담금 지출)으로 나눠 측정했다.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 의료이용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불균형 상태를 보였다. 특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 의료필요에 상관없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외래이용량과 약국이용량, 총진료비 지출, 건강보험 부담금 지출, 본인부담금 지출이 많았다. 의료필요가 같은 상태에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외래이용량과 약국이용량에서 소득수준별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입원이용량은 고소득층에 매우 치우진 ‘불형평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또 한 해 동안 본인부담의료비로 지출한 금액이 연간소득의 10%를 초과한 저소득층 가구를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한 가구로 정의하고 이들 가구에 재난적 의료비를 유발한 질병의 순위를 파악했다. 그 결과, 총진료비와 본인부담금 기준으로 살펴보니 1위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특별한 원인 없이 혈압이 높은 상태), 2위는 기타배병증, 3위는 당뇨병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이른바 4대 중증질환(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 난치질환)중 하나인 암은 20위 안에도 들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인 10명중 1명은 치매… 수발 가족 78% 직장 그만둬

    노인 10명중 1명은 치매… 수발 가족 78% 직장 그만둬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고통으로 몰아넣는 치매의 위험성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치매 환자와 그로 인한 가족의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08년 8.4%, 2010년 8.8%, 2012년 9.1%로 해마다 치솟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남성 15만 6000명, 여성 38만 5000명 등 총 54만 1000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치매 인구는 2030년 127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으로 20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장 치매에 걸린 상태는 아니지만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 유병률은 27.82%에 달했다.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 고위험군’인 셈이다. 치매 환자의 증가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2년 한 해 치매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29만 5370명으로 2003년에 비해 6.5배 이상 급증했다. 치매 진료비도 해마다 급증해 2006년 총 2051억원에서 2011년 9994억원으로 5년 새 5배가 늘었다. 치매의 1인당 진료비는 연간(2010년 기준) 310만원으로 뇌혈관(204만원), 심혈관(132만원), 당뇨(59만원)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치매 환자는 급증하지만 사회적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부담은 가족들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를 비롯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 1215명 가운데 72.1%가 가족의 수발을 받고 있었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환자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치매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특의 아버지도 치매에 걸린 부모를 부양하다 최근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중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치명적일수도 ‘여성 위험’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치명적일수도 ‘여성 위험’

    하지정맥류 20대 급증이 화제다. 최근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는 환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키니진과 레깅스와 같은 꽉 끼는 옷이 지목됐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년간 하지정맥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으로 여성(9만4,768명)이 남성(4만5,056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전해졌다. 여성의 연평균 증가율도 약 3.6%로 남성(2.4%)보다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하지정맥류’란 다리와 발의 정맥이 혹처럼 확장되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이며 다리에 통증, 욱신거리는 느낌, 경련, 하지 무게감, 부종 등을 동반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준다. 이번에 발표된 조사에 의하면 40대와 50대 여성 사이에 하지정맥류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것은 20대 여성의 하지정맥류 증가다. 인구 100만 명 당 환자를 비교한 결과 20대 여성은 2007년 2100명에서 2012년 2700명으로 5.4%씩 증가해 전체 여성의 평균 증가율(2.7%)을 크게 웃돌았다. 한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홍기표 교수는 “20대 여성의 연평균 증가율이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최근 유행하는 스키니진 또는 레깅스 착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 등의 꽉 끼는 옷은 정맥의 순환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맥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무섭다. 나도 조심해야지”,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스키니 조심해서 입자”,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불편하긴 하지”,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정말 조심해야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뉴스 캡처 (하지정맥류 20대 급증) 온라인뉴스부 seoulen@seoul.co.kr
  • 건보공단이 잘못 준 유공자 진료비… 법원 “국가가 돌려줄 책임 없다”

    건강보험에서 탈퇴한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진료비를 대신 내줬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뒤늦게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돈을 되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심우용)는 건보공단이 정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옛 국가유공자 등의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유공자와 유족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한 의료시설의 진료 비용만 국가가 부담하고 민간 의료기관의 비용은 부담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일부 유공자와 유족은 건강보험에서 탈퇴한 뒤에도 민간 의료기관에서 보험 혜택을 받았다. 의료기관과 건보공단 모두가 환자의 가입 여부를 엄격히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민간 의료기관들이 공단 부담금을 청구하자 법률이 잘못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손실은 유공자와 유족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보험금을 지급해 발생한 것”이라며 “유공자와 유족이 건강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을 게을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혜택을 받은 유공자나 보험금을 실제 수령한 민간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을지언정 정부에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열린세상] 의료의 공공성과 선택권/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의료의 공공성과 선택권/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갑오년 새해 처음으로 공표될 정부의 보건복지 관련 정책은 이른바 3대 비급여문제, 간병비,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에 대한 개혁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발표된 바에 따르면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회취약계층에 가장 절실한 자택 거주 환자의 간병 지원 문제를 방치한 채, 수도권의 대형 병원을 적극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서 대체 정부가 생각하는 의료의 ‘공공성’은 무엇인가 궁금해진다. 의료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선택할 수 없다. 암과 같은 중병으로 진단되면 1차로 진료한 의사가 적합한 의사를 추천하게 되고, 환자는 건강보험이 지정한 병원에서의 진료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의료서비스가 공공재로 인식되기 때문에 의료비 역시 사회복지비용의 일환으로 세금에 포함해서 납부하고, 의료문제가 발생하면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으나, 이 또한 배급의 개념으로 분배된다. 유럽과 달리 의료제도가 시장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같은 수술일지라도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수가가 다르다. 따라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병원에서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가능하다. 민간보험 중심 의료체계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개혁 방안조차도 대부분의 환자는 의료기관이나 의사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보험회사가 배정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선택권이 생기지만 미국의 유명 대학병원은 사보험만 받는 병원이 많아 이들 환자가 가기는 어렵다. 유럽국가들은 의료의 공공성, 보장성을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둔 제도를 운영하면서 개인의 의료기관 선택권은 제한하고 있는 반면, 개인이 낸 의료보험료에 비례하여 환자의 선택권이 부여되는 미국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의료기능이 부족하여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 소득이 우리나라의 몇 배인 선진국에서도 의료의 공공성과 의료서비스의 선택권은 양립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들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본인이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구성돼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수가도 약간의 차등 적용하고 있으나, 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본인 부담이 5%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어느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비용 부담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의료기관 선택에 실질적인 장애요인이 있다면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와 같은 비급여진료비 문제인데, 대형병원을 선택할수록 본인부담 의료비가 증가한다. 자신이 내는 건강보험료의 액수에 상관없이 의료기관 선택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제도하에서, 대형병원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급여 의료비 부담은 불필요한 대형병원 이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암인 위암을 예로 들면, 해마다 3만여명이 새로 진단되는데 이 중 전이가 있는 4기 환자 12.6%를 제외한 약 2만 6000명 정도가 수술이 필요하다. 이들 환자 대부분은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험 많은 소수의 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대형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일부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수의 환자가 표준화된 양질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의 질을 균형있게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다인실 병상 부족도 의료기관 선택의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이다. 의료서비스 선택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선택 진료비와 상급 병실료만 경감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의료의 진정한 공공성 확립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 “새해에는 집단이기주의 자제되고 상대 존중 문화 뿌리내려 상생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새해에는 공동체의 가치와 이익을 훼손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자제되고 상대를 존중, 배려하는 문화가 뿌리내려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경제를 볼모로 개인의 이득을 앞세우는 것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으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파업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원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철도 경영 혁신을 철도 민영화라고 왜곡하며 KTX 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의료 민영화다, 진료비 폭탄이 될 것이다, 이런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는데 이런 것을 정부가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난히 추운 올겨울 저소득층 난방비 보조, 독거노인 돌봄사업 등 소외된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업도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크고 작은 변화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해엔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와 관련, “지난주에 최초로 여성 검사장과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며 “신임 법관의 88%도 여성이라고 하니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라고 반색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여성들 앞에 놓인 유리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들은 조희진(51·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검 차장검사와 권선주(57) 기업은행장이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검사장급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하며 검찰 창설 이래 65년 만에 첫 여성 검사장에 올랐고, 지난 23일 내정돼 이날 취임한 권 행장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첫 여성 행장으로 기록됐다. 박 대통령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자아실현은 물론이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복지사업비 부정수급 뿌리뽑는다

    돌아가신 친인척의 사회보험료를 타 먹는 ‘유령 수급족’, 1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사회보험료를 지원받는 뻔뻔한 ‘양심 불량족’, 진료비를 부풀려 부당 청구한 병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큰 부상으로 가장해 병원 입원자로 등록한 가짜 병자, 돌보는 아이 인원을 부풀려 신고해 더 많은 보조금을 타 내는 유아원과 유치원.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복지사업의 부정수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복지 예산이 올해 1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의 3분의1이 되는 복지 예산이 곳곳에서 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공모형·조직적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부정수급액의 최대 5배까지 높여 추가 징수하도록 했다. 모든 공적 자료를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인 ‘행복e음’과 연계하고 부정수급 총괄·점검 전담 부서도 설치한다. 이를 위해 수급자 선정 기준과 대상을 재확인하기로 했다. 4대 특수직역연금 기여금 등 소득정보, 부동산종합공부 및 전·월세 정보 등 재산정보, 주민등록정보 등 인적정보 등 8개 기관 19종의 공적자료를 행복e음에 추가 연계한다. 행복e음에는 21개 기관 48종의 인적·소득·재산정보가 연계돼 있다. 또 고액재산 보유자가 각종 복지사업의 수급자가 되고 있는 상황을 고쳐 나가기 위해 국가장학금 지원대상자 선정 기준을 현행 건보료 부과 기준에서 소득인정액(소득+재산)으로 바꾸고, 행복e음과 연계해 정확한 소득수준을 산정하도록 했다. 농업 종사자에 대한 지방세 감면의 경우도 ‘농업 외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3700만원 초과 가구)인 경우에는 농업을 주업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 등의 경우 법령 개정을 통해 2000만원 이하 이자소득도 소득 산정에 반영한다. 아울러 실업급여의 신고포상금도 최고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신고 체계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화장장·병원·공공묘지 등에서 매일 사망자 명단을 수집해 각종 복지급여가 제때 중지될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요양기관을 이용할 때에는 진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정 총리는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고르게 전달되기 위해서도 부정수급을 뿌리뽑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새해 저소득층 최소 15만명 의료비 부담 줄어든다

    새해 저소득층 최소 15만명 의료비 부담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액은 낮추고 고소득자의 상한액은 높이도록 본인부담상한제 기준을 조정한다고 25일 밝혔다. 본인부담상한제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료비 가운데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를 제외한 본인 부담 의료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전액 상환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까지는 소득수준에 따라 200만원, 300만원, 400만원 등 3단계 기준으로 본인부담상한제를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7단계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의료비 부담이 완화되는 환자 규모를 2014년 기준 최소 15만명으로 추정했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1분위는 본인부담상한액이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낮아지고 소득 2분위, 3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도 상한액이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소득 상위 10%는 본인부담상한액이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아진다. 복지부는 또 고정 금액으로 정해져 있던 본인부담상한액을 2015년부터는 매년 전국소비자물가지수변동률(최대 5%)을 적용해 경제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연동할 계획이다. 본인의 소득구간 확인, 신청절차, 환급금액 관련 문의는 건강보험 홈페이지(www.nhis.or.kr)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 지사로 하면 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Q)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란 무엇인가. A)고액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 총액이 본인부담 상한액인 120만~5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비급여 제외)을 환불해 주는 제도이다.
  • 일부 보험설계사 의료민영화 부풀려 ‘낚시 영업’

    지난 13일 발표된 정부의 의료부문 규제 완화 대책이 엉뚱하게도 일부 보험 설계사들의 ‘낚시질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방침을 “정부가 의료 민영화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 포장하며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가 진료비까지 보장하는 실손보험 판매에서 ‘의료 민영화 마케팅’이 등장했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TV 뉴스 등을 인용해 “정부 방침대로 되면 의료 민영화가 곧 이뤄지고, 그렇게 되면 미국처럼 보험료가 비싸져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 뒤 “그러기 전에 재빨리 실손보험에 들어두라”고 권유하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를 민영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설사 민영화되더라도 당국이 요율 등을 관리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얘기가 안 된다”면서 “잘못된 정보로 고객을 유인하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의료 민영화’로 인식될 수 있는 최소한의 결정에도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은 “보험 설계사들의 의료 민영화를 이용해 실손보험 판매를 늘려보려는 것은 잘못된 상술”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병원의 영리를 추구하는 부대사업을 허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불안감이 생겨난 것도 사실인 만큼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알뜰하게 준비했는데 10개월간 800만원

    알뜰하게 준비했는데 10개월간 800만원

    아내의 임신 사실을 처음 들은 순간 ‘나도 이제 아빠가 된다’는 설렘보다는 드디어 2세를 준비하며 맘속에 담아뒀던 ‘머스트헤브 아이템’(유모차)을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이 솔직히 더 컸다. 산악자전거(MTB), 디지털카메라(DSLR), 등산, 자동차까지. 쇼핑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4대 악(惡)취미’로 불리는 네 가지를 두루 섭렵한 기자였기에 아내의 임신은 곧 무한쇼핑권을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스무 평 남짓한 전셋집을 얻기 위해 대출로 시작한 결혼 생활 덕분에 제대로 된 쇼핑을 하지 못해 육아용품 쇼핑은 밥을 굶으면서 해도 절대로 지치지 않을 기획 기사를 쓰는 기분 같았다. 하지만 묵혀 뒀던 쇼핑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잠시. 육아박람회에서 접한 육아 필수용품들은 기자 수첩 한 페이지를 빼곡히 적고 남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았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하나같이 가격도 비쌌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서는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엔진도 없이 바퀴만 셋 달린 유모차 한 대가 수백만원씩 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배냇저고리부터 속싸개, 겉싸개, 우주복, 손발 싸개, 턱받이까지 신생아에게 필요한 옷은 종류도 다양했다. 세탁기, 침대, 이불, 욕조, 세제, 비누, 손톱깎이, 면봉, 보습크림, 물티슈 등등 ‘아기 전용’이라고 이름 붙은 수많은 용품을 고르면서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아이에게 좋다는 오가닉(유기농) 딱지라도 붙으면 어느새 제품값은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결국 8개월의 짧지 않은 준비기간 끝에 40여개에 달하는 출산·육아용품을 모두 사들였고, 이 물건들은 곧 태어날 아이의 방 한구석을 가득 채웠다. 첫 출산이다 보니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도 일부 있었지만, 출산 관련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부모들이 추천하는 필수용품 위주로 나름대로 알뜰 소비를 했다고 자평했다. 가격 대비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자에게 사치라고는 73만원짜리 디럭스형 유모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머지 용품들은 세 차례 박람회에서 발품을 팔고 대형마트 할인행사와 인터넷 최저가 등을 골고루 이용해 300만원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용품만으로 출산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37주간의 임신 기간에 매달 들어간 진료비와 11시간 진통 끝에 이뤄낸 자연분만 비용, 2박 3일의 1인실 입원료 등 병원비가 135만원. 이름만 ‘태아’일 뿐 각종 성인병에 노인성 질환까지 평생 보장하는 태아보험료로 40만원. “열 달도 못 입을 산모복 따위는 절대 사지 않을 테야”라던 집사람이 불어나는 배를 감당하지 못해 구입한 산모 의류 비용 43만원. 친구 하나 없이 타지로 시집온 아내가 최후의 보루로 선택한 산후조리원 비용 230만원. 지난 10개월간 카드 명세서에 적힌 비용을 모두 추산한 결과 8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물론 앞으로 매달 들어갈 기저귀와 상상을 초월한다는 분유값은 포함도 되지 않았다. 결국 아이 한 명이 태어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이 정도 수준이지만 국가 지원은 고작 50만원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부부에게 아무리 애를 낳으라고 강요해도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이를 피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게 아이를 가져본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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