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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2005학년도 최소단위이수제’ 파장/ 교과편성·교사수급 전면수정 불가피

    서울대의 2005학년도 교과목 최소이수단위제의 시행 방침에 따라 고교의 교과 편성 및 운영 계획 수립이 완전 중단됐다. 고교들은 현재 고교 1학년들에게 적용되는 서울대 입시 방안에 맞출 경우,교과 과정 편성 및 교사 수급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교 1학년생들의 2학년용 선택 교과 신청도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됐지만 다시 교과목에 대한 선호도 파악에 나서고 있어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일부 고교에서는 서울대의 최소이수단위제 시행에 대비,‘서울대반’등의 특수반 편성도 검토하고 있어 ‘우열반’시비마저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교육감뿐만 아니라 지역교육청의 교육장,일선 학교장들은 “서울대의 교과목 최소이수단위제는 선택과 집중을 지향하는 제7차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교의 현실을 무시한 제도”라며 수정 및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교육시민단체와 학생들까지 서울대의 이같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 교과목 최소단위이수제 = 서울대는 지난달 2일 2005학년도 입시안 발표를 통해 기초학력 저하 방지를 위해 모든 모집단위에서 고교 교육과정 총이수단위인 192단위의 67.7%인 130단위 이상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을 준다고 밝혔다.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지원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인문과정은 과학과목을 22단위(국민공통기본교과 6단위+심화선택 16단위),자연과정은 사회과목을 22단위(〃 10단위+〃 12단위) 이상 밟도록 지정했다. 따라서 인문과정의 학생들은 과학과목의 경우,국민공통기본교과(6단위)에다 생물Ⅰ(4)·물리Ⅰ(4)·화학Ⅰ(4)·지구과학Ⅰ(4) 등 4개 과목을 공부해야 지원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과학교과목은 다른 교과에 비해 단위가 4∼6단위에 불과해 더 많은 교과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자연과정은 사회과목을 국민공통기본교과(10)와 함께 최소한 한국 근·현대사(8)와 법과 사회(6) 등의 2개 과목을 더 이수해야 한다. 서울대측은 일선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완 차원에서 사회교과목은 도덕교과목으로,과학교과목은 기술·가정교과목으로 대체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교과목 단위 = 1년을 기준으로 한학기 1주당 1시간의 수업 시수.1년에 2학기인 만큼 주당 1시간씩 배정하면 2단위가 된다.고교장은 재량으로 2단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 고교 = 일선 고교는 서울대측에 명확한 방침을 요구하는 가운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충남의 B고는 서울대에 지원할 학생을 위해 3개의 ‘서울대반’을 편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k고교의 신모 교사는 “1명이라도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이 있다면 교과 과정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소단위이수제는 서울대측의 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서울의 S여고측은 “8개의 인문과정반에서 과학교과로 생물과 화학만 가르치고 있다.”면서 “서울대의 조건에 따르려면 당장 교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최소이수제에 따른 혼란은 인문과정이 많은 여자고교가 남자고교에 비해,농어촌을 비롯한 지방 고교가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서울의 강북지역이 강남 지역에 비해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경기도의 A고교는 “서울대의 최종 의견이 나오기 전까지 교육 과정의 개편을 전면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교육청 =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최근 일선 고교장들의 건의를 수용,서울대측에 “교과별 최소단위이수제 도입은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상당 부분 저해하는 것인 만큼 이수단위를 축소·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또 서울·부산·경북·대전 등 4개 교육청 교육국장들은 지난 6일 서울대를 방문,“교육과정 운영 및 교사 수급 문제,학생들의 학습 부담 등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최소단위이수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 교육인적자원부 =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시험 성적의 반영은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5조에 따라 대학 자율에 맡겨졌다. 서울대의 방침이 법적인 하자가 없는 셈이다.때문에 교육부는 서울대에 고교 현실을 고려한 최소단위이수제의 재고를 요청할 뿐 강력하게 수정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홍기기자 hkpark@ ■제7차 교육과정이란/ 학생 창의성 개발 ‘특성화교육' 초점 제7차 교육과정은 학생의 자기 주도적 능력과 창의성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전인교육보다는 특성화 교육에 비중이 크다.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1학년∼고교 1학년까지 10년간을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으로 정해 10개 과목을 배우되,학생별로 능력에 따라 수준별 교육과정의 운영이 가능한 점을 꼽을 수 있다.또 고교 2·3학년은 ‘선택중심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이 학업수준과 적성에 맞게 배울 과목을 선택,심화학습도 할 수 있다.선택과 집중인 셈이다.때문에 교과목 학습량 30% 감축과 함께 이수과목 축소의 효과를 가져온다. 초등부터 고교 1학년까지는 말그대로 국민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소양을 공통적으로 익히고 고교 2·3학년때엔 진로에 맞춰 각자 다른 심화과정에 집중토록 했다.따라서 대학 입시도 학생들이 전과목의 총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형이 가능한 것이다.아울러 고교 2학년 때부터 이른바 ‘문과·이과’의 계열구분이 없어진다.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들어간 과목은 국어·도덕·사회(국사 포함)·수학·과학·기술 및 가정·체육·음악·미술·영어 등 10개 과목이다.고교 2·3학년때 배우는 선택중심 교육과정에는 26개 일반 선택과목과 53개 심화선택과목 등 79개 과목이 편성됐다. 적용 시기는 지난 2000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2001년 초등 3·4학년,중학교 1학년 ▲2002년 초등 5·6학년,중학교 2학년,고교 1학년 ▲2003년 중학교 3학년,고교 2학년 ▲2004년 고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박홍기기자
  • 최악 경남수해 원인과 대책/ 제방아래 배수장 물난리 자초

    지난 10일 새벽 시작된 폭우로 경남 김해시 한림면과 함안군 법수면,합천군 청덕면 등 32개 마을이 10일이상 물에 잠기는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다.사망·실종 5명 등 26명의 인명피해가 났고,재산피해도 4000억원이 넘는 대재앙이었다.피해 주민들은 무심한 하늘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정부의 수방대책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며 연일 시위를 한다.수해 원인과 대책을 점검해본다. ◆원인과 실태-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평균 514㎜.호우경보가 발령됐던 6∼10일 김해지역에 444㎜가 내렸고,함안도 428㎜를 기록했다.물난리가 시작된 10일 새벽 1∼2시 사이 함안에는 무려 50㎜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당시 경북지역에도 집중호우가 내려 낙동강 수위가 불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내수가 빠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해의 빗물이 모이는 화포천 수위가 7.8m였지만 낙동강의 수위는 그보다 1m이상 높은 9.02m에 달해 배수가 될 수 없었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길이가 521.5㎞에 달하며,유역면적이 남한 전체면적의 24.1%인 2만 3817㎢나 되는 큰 강이다.강원도와 경북지역은 물론 유역에서 엄청난 수량이 유입되지만 강바닥의 높낮이가 완만한데다 해수면의 영향이 커 물흐름이 느리다.이 때문에 한림면 일대를 덮친 물이 늦게 빠져 면내에서만 23개 마을이 10일이상 물에 잠겼던 것이다. 이같이 연안의 저지대는 항상 침수피해의 우려를 안고 있지만 낙동강의 하천을 정비한 수준인 개수율은 51%(경남지역 42%)에 불과,전국 평균 63%에 크게 못미친다.제방도 사력질 세립자(잔 모래흙)여서 물이 불어나면 연약지반에서는 밖으로 물이 솟구치고,침하현상도 생기는 등 위험을 안고 있다. ◆문제점- 이번 경남지역 수해는 열흘이상 계속된 집중호우와 낙동강 수위 상승으로 물이 빠지지 않아 생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그밖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련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함안군 법수면 백산제붕괴대책위는 공무원들의 늑장대처로 둑이 붕괴돼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30분쯤 주민이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면사무소에 신고했고,이는 30분 뒤 군 재해상황실에 보고됐다.군은 당일 오전 현장점검까지 하고도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개발에 따른 유수지 상실이 물난리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하천변 유수지는 집중호우시 하천 본류로 흐르는 물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유수지가 없어지면 유속이 빨라지고,수압이 높아져 제방 등 시설물이 붕괴되는 것이다. 한림면 명동리 가달마을에 있던 9만여㎡의 습지는 공장부지로 개발됐고,화포천 상류 진례면 고모리 산모마을 앞 유수지 7만여㎡도 매립돼 20여개의 공장이 들어섰다.또 진영읍 죽곡리 유목마을 유수지도 지난 97년 진영농공단지로 일부 편입됐다.함안군 법수면일대 30여개의 유수지도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거나 크게 축소됐다. 배수장의 위치와 용량에도 문제가 있었다.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할 배수장이나 배전시설이 낮은 곳에 설치돼 제대로 물을 퍼올리지도 못한 채 침수되고 말았다. 배수 용량도 태부족이다.유역내 총내수량이 초당 465t인데 비해 배출가능용량은 310t에 불과하다.도내 낙동강유역에 설치된 배수장은 모두 221개.이중27개가 이번에 물에 잠겼다.김해 한림배수장은 제방보다 3∼4m 낮은 곳에 위치해 있고,도로에서 불과 20㎝ 높이에 설치된 양산시 교동배수펌프장 배전시설도 침수돼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합천군 청덕면 가현배수장도 강바닥보다 불과 3∼4m정도 높게 설치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관리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는 점이다.우선 수질은 환경부가,수량은 건설교통부로 2원화돼 있다.다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뉘어 같은 수계지만 유지관리는 본류는 국가가 하고,지류는 자치단체가 맡기 때문에 일관성있는 치수 관리가 안되는 것이다. 하천의 제방은 강우량의 빈도를 근거로 국가하천은 100∼200년 빈도,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로 축조된다.이때문에 장기간 비가 오거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본류의 물이 지류로 역류되면서 엄청난 수압이 가해져 취약한 제방이 붕괴될 우려가 높은 기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책- 전문가들은 우선 물관리 시스템을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현재 국가와 지방으로 나뉘어진 물관리 시스템을 이웃 일본처럼 수계별 또는 유역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야 본류와 지류의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전산화된 홍수예·경보시스템으로 피해를 최소화한다.이 시스템은 집중호우지역의 사방 1㎞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어느정도의 빗물이 어디로 흘러 가는지 알 수 있어 사전대비가 가능하다. 일본은 태풍이 자주 오고,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태풍진로권에 위치해 있고,국지성 호우가 잦은 우리도 눈여겨 볼 만하다.제방 설계기준도 보강돼야 한다.최근 기상이변으로 강우량이 늘었기 때문에 제방의 설계빈도를 본류는 200년이상,지류는 100년이상으로 높여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제방의 성토용 흙을 양질의 토사로 못박아야 한다.지금도 낙동강 제방은 경제성을 빌미로 주변의 모래흙을 사용하고 있다. 인력보강도 급선무다.현재 경남도 방재담당 인원은 사무관을 포함,6명이고,시·군은 2∼3명에 불과하다.이들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해를사전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인재냐”“천재냐” 공방戰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경남 수해원인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당국의 공방이 한창이다. 쏟아붓다시피 한 폭우로 인해 김해시 등 수방당국은 이번 수해를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었다고 주장한다.50년만에 처음 보는 폭우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주민들은 수해를 우려해 수차례 당국에 대책을 건의했으나 묵살돼 화를 불러왔기 때문에 인재라고 반박한다.한림배수장이 제역할을 못해 합포천둑 경전선 철도밑 통행박스 주변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합포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배수장이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시각은 지난 10일 오전 6시20분쯤.철도밑 통행박스 주변은 이날 오전 7시를 전후해 붕괴되기 시작,밀려든 물이 온 마을을 삽시간에 덮쳤다. 주민들은 “당시 정전 및 배수장 작동 중단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매년 배수장 용량을 늘려 줄 것을 건의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데 책임이 있다.”고 당국을 성토했다. 시 관계자는 “하천 물이 넘쳐 배수장이 침수되면서 변전실 누전으로 정전됐다.”면서 “정전되지 않았더라도 워낙 많은 물이 들어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해명한다. 배수용량 증설에 대해서는 “배수장 용량이 부족하지만,거액의 예산을 들여 미리 확장했어야 했다는 주장에는 여건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측은 “밀려드는 물에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정전됐다.”고 했고,배수장측은 “외부의 정전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재냐,천재냐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공방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수재민들은 파괴된 보금자리와 폐허로 변한 농경지를 보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라도 시원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창원 이정규기자 ■3개 배수장 주변 둑 붕괴 이번 수해때 붕괴된 함안군 법수면 백산제와 합천군 청덕면 광암·가현제등 3개 제방은 붕괴지점이 배수장 주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백산제는 지난해 보강공사를 마쳤으나 일부호안블록이 침하돼 재보강공사중이었으며,광암제는 지난해 말 배수장 설치공사를 완공했고,가현제는 내년말 완공 목표로 배수시설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주민들은 엉터리 성토재 사용 등 부실공사가 붕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반면 시행청은 보강공사 중 발생한 사고로 붕괴지점이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라며 현재 한국수자원학회가 붕괴 원인을 진단중이어서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백산제 배수로에 차수벽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B대학 정모(41) 교수가 이 제방의 단면을 조사,이를 확인했다. 배수로를 확장하거나 설치할 경우 주변을 점도(粘度)가 높은 ‘양질의 흙’으로 성토하고 충분히 다져야 한다.그래도 생길지 모를 누수에 대비,점토나 토목섬유 등으로 만든 심벽을 박아 물 스밈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붕괴 원인을 진단중인 수자원학회도 시방서와 시공내용을 점검했으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따라서 시행청의 해명처럼 부실공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설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면하기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창원 이정규기자
  • [한·중 수교 10돌](中-1)분야별 점검/한류열품 과당경쟁에 주춤

    ■관광/ 중국인 관광객 5배 급증 한·중 수교 후 두 나라간 인적 교류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98년 한국을 자유관광지역으로 지정한 데다,곧 이어 한류열풍이 중국에 몰아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10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났으나 까다로운 절차와 방문객을 맞는 우리의 소극적인 자세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92년 8만여명에서,94년 14만여명,96년 19만여명,98년 21만여명,2000년 44만여명,지난해엔 48만여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이들이 한국에서 쓴 돈은 지난해 7억 2300만달러로,1인당 평균1500달러에 이른다. 중국 관광객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도 급증했다.96년 53만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9만여명으로 5년만에 배 이상 늘었다.이에 따라 중국은,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외형적인 면에서 이처럼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출입국절차 및 미진한 관광객 수용 태세 등 내적인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한국을 방문하려는 중국인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는 보증금 문제다.한국 방문을 위해서 중국인들은 1인당 500만∼1000만원을 현지 여행사에 내야 한다.한국에 남지 않고 돌아오겠다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서다.중국인의 한국여행 상품 가격이 4박5일 기준으로 60만∼70만원 정도인 점을감안하면 상품가격의 10배를 보증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권경상 문화관광부 관광국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납부 실적이나 재산소유 증명을 통해 보증금을 면제해주는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음식과 언어문제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한다.이들은 기름진 음식,그리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코스 요리를 선호하는데,우리나라엔 아직 대중적으로 즐길 만한 코스요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한국에선 거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현실도 한국관광을 꺼리게끔 한다.중국어 안내원이 절대 부족하고 중국어 안내체계도 매우 부실한 게 주원인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한·중 두 나라의 인적교류는 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테지만 출입국 제도 개선 및 내적 수용태세 개선을 게을리한다면 거대한 중국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문화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간의 대중문화 교류 현황은 근년들어 거세게 불어닥친‘한류열풍’으로 압축된다. 양국 대중문화계에 함께 큰 파장을 던진 한류열풍의 발원지는 국내 TV드라마였다.지난 97년 중국 CCTV가 ‘사랑이 뭐길래’를 수입한 것을 시작으로 ‘목욕탕집 남자들’‘이브의 모든 것’등이 잇따라 방영되면서 한국 드라마는 한류열풍의 싹을 틔웠다.이후 지난해와 올해 ‘가을동화’‘겨울연가’등이 현지에서 ‘국민 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았고 한류열풍은 급물살을 탔다.드라마에 출연한 송승헌·송혜교·배용준 등이 대륙에서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것도 그 결과다. 드라마에서 비롯된 한류열풍은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됐다.대중가요 쪽의 열기도 TV드라마에 뒤지지 않았다.소후(sohu.com.cn)나 시나(sina.com) 등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에는 강타·NRG·베이비복스 등 국내 톱가수들의 팬클럽이 따로 있다.중앙인민방송과 라디오 방송인 ‘베이징궈지런민광보뎬타이’(北京國際人民廣播電臺)는 각각 지난해 말부터 한국음악전문 프로그램을 주 6회 내보낼 정도. 한국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는 연예프로그램도 생겨난다.타이완방송 CTI는 9월부터 한국 연예인을 취재, 현지에서 방송하는 연예오락정보 프로그램(韓國娛樂公司)을 주2회 내보낸다. 현지 방송과 CF에 ‘원정 출연’하는 국내 스타도 급증했다.김희선이 중국최대 종합가전회사인 TCL의 핸드폰,안재욱이 샴푸 페이거(飛歌)·Boss양복·진로소주,강타가 탄산음료 아우더리(奧得利)의 광고에 각각 출연했다.드라마와 영화로 인기를 얻은 차인표와 김민은 각각 회당 800만원의 높은 출연료를 받고 영화사 중성필름과 베이징 TV가 만드는 주요 작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방송이나 대중가요에 비하면 영화 쪽의 중국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따르면 지난 9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에 공식 판매된 한국영화는 50여편으로 수출액은 약 86만달러에 그친다. 한류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국내 공연기획사의 중국 콘서트만 해도 올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며 너도나도 중국으로 몰려갔지만,중국 당국의 협조와 정보가 없어 사기를 당하거나 적자 공연으로 망한사례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당국과의 공조체제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김희선·안재욱 등 스타급 배우의 매니저를 사칭하는 사람이 100명도 넘어 이들의 중국 활동에 혼선이 빚어질 정도”라면서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현지 정보를 유통시키며 중국 당국의 협조를 받는 자율기구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해부족과 제도적 허점을 수출 및 교류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최대 골칫거리는 VCD해적판.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정부 차원에서 이를 단속하는 대책을 강구키로 했으나 여전히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한국영화의 아시아권 판매를 주도하는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쉬리 2’로 둔갑한 불법 VCD가 나돌 정도”라면서 “이를 방지하는 법제도가 보완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판로 개척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복 한국영상물수출협의회 회장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제작과 배급 전반에 걸쳐 교류에 필요한 기본체제를 정비하는 등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행이 바뀌듯 중국이 스스로 대중문화 콘텐츠 확보에 관심을 갖고 문을 열 때를 착실히 대비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수정 주현진기자 jhj@ ■유학생 한·중 수교 이후 경제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되면서 양국간 유학생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 14만 9933명 가운데 10.9%인 1만 6732명이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다.또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1만 1646명 가운데 27.7%인 3221명이 중국인유학생이다. 중국을 선택한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의 경제적인 급성장과 높은 미래가치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지리적으로 가깝고 경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이점으로 꼽는다. 베이징(北京)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28)씨는 “유학생의 전공이 어학·문학 중심에서 최근 경제·무역·법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에 한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무작정 중국어만 배우려는 일부 유학생들이 대학의 정규수업을 소홀히 여기는 사례가 많다. 톈진(天津)의 난카이(南開)대학에서 중국어 교육학을 전공하는 한 유학생은 “한국 학생이 수십명씩 늘어나자 학업 분위기를 고려해 중간·기말고사를 한국 학생끼리만 따로 치르기도 한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언어연수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고 꼬집었다. 부모 곁을 일찍 떠난 조기 유학생들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탈선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현지 유학생을 관리하는 국내 ‘JK아카데미’의 김경희원장은 “유학생중 일부 탈선하는 사례가 있어 현지 보호자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한 중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입국한다. 중국으로 돌아간 뒤 현지 한국인 무역회사에 취직하거나 대학·사설학원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유학생 가운데 조선족 동포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 전문학원 관계자는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 민주 당무회의 이모저모/ ‘신당 발표’ 싸고 친노·반노 신경전

    21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신당추진기구 통합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몽준 의원간 신당창당 ‘합의’혼선 ▲노사모의 시위 문제 등을 놓고 친노(親盧)·반노(反盧)진영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반노측 인사 대부분이 불참하거나 발언을 삼가 회의도중 간간이 고성이 오간 것을 제외하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 노사모 시위 *정균환 최고위원= 신당창당에 적극적이면 반노라 하고,소극적이면 친노라한다.이런 태도는 당의 단합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장성원 의원= (정균환 최고위원의 지구당사에서 노사모 회원들의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최고위원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정치테러의 말로가 뭔지 보여줘야 한다.용팔이 사건 조짐이 보인다. *추미애 최고위원=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모욕과 원색적 비난이 몰린다.정치인은 늘 여론에 노출돼 있는 것 아닌가. *김원기 고문= 노사모는 자연발생적 조직이고,이런 일은 노무현 후보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줄 것이므로 자제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박상천-정몽준 회동 *추미애 최고위원= 박 최고위원이 정 의원을 당의 대표로서 만났다면 당무회의에 보고하기 전에 언론에 미리 공개할 이유가 있었는가.오늘 아침 라디오프로그램에 정 의원이 나와서 “한나라당 의원이 꼽는 후보감에 자신이 2위에 올랐다.”며 “한나라당이 왜 나에게 연락하지 않느냐.”고 하던데,그런분과 교섭을 얘기하는 것이 온당한가. *김경재 의원= 정몽준씨가 남북대화에 대해,구조조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그런데 어떻게 후보로 모시겠는가.오늘 아침 라디오를 들어보니 우리당 의원 110여명이 정 의원에게 망신당한 것 아닌가. *김원기 고문= 정 의원이 아침 라디오에서 “만나야 할 정치인과 만나지 말아야 할 정치인을 가려서 만나야겠다.”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 *박상천 최고위원= 당 발전위원장 자격으로 만났다.내가 발표한 내용은 문장까지 두 사람이 합의한 것이었다.대표께도 사전에 보고했다.진위를 알아보고 정 의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신당추진기구 통합 *이치호 21세기국정자문위원장= 누구의 대리인 같은 분은 배제하고,중립적인 인물로 추진위를 구성해 달라. *이상수 의원= 당의 진로에 대해 세 갈래의 시각이 있다.그 세 그룹이 골고루 참여하는 게 좋겠다. *김민석 당무위원= 신당창당추진준비위는 정당법상의 기구와 (명칭이)혼란스럽고,당 밖에 생길 추진기구와도 구분이 애매하다.명칭을 ‘대책위’나 ‘추진위’로 바꾸면 어떠냐. *정동영 최고위원= 지난 10일 당무회의가 창당을 결의한 이후 이제까지 진전이 없다.최고위원들이 이 자리에서라도 결단해 달라.비상한 기구가 필요하다. *한화갑 대표= 기구 구성에 대해 오늘 중 후보와 협의해 발표하겠다.당을 어느 정도 수습하고,신당 추진상황을 봐가면서 자진해서 사퇴하겠다. *배기선 기조위원장= 지금 ▲이회창 후보 5대의혹 규명 ▲신당의 원활한 추진 ▲대선전략 수립 ▲정기국회 대비 등 네가지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그러면 12월 대선에 반드시 승리한다. 홍원상기자 wshong@
  • 혼선 부추기는 3가지 걸림돌/ 대권경쟁에 당권까지 ‘미로속 신당’

    민주당이 추진 중인 신당 창당작업이 혼미에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우선 신당추진의 주체가 확실치 않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도 명확하지 않다.당 안팎의 인사들이 제3신당 창당을 선언했지만 그것도 주춤거리고 있다.정몽준(鄭夢準) 의원도 독자신당 원칙을 거듭 밝혔지만 탐색수준이다.특히 당권경쟁자들이 신당의 혼선을 더욱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여기다 소위 ‘3김 이후’를 생각하는 의원들의 눈치보기도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대선후보군의 혼선= 노무현 후보는 20일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듯한 인상을 줬다.즉,신당의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국민경선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었다.아울러 조건부 선(先) 후보사퇴문제도 신당의 흥행을 위해 검토의 대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노 후보는 “신당·경선문제는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중진들에게 맡기고 나는 선수로서 장(場)이 만들어지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경선에 의한 후보’라는 기득권에매달리다가는 다양하게 진행 중인 신당논의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 노 후보는 특히 정파들간 전면전 때 바닥민심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판단,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문희상(文喜相) 대선기획단장 등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이나 헌정회관 등의 행사장을 돌며 중도파 의원들을 두루 만났다. 노 후보와 경쟁을 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이나 이한동(李漢東) 박근혜(朴槿惠) 의원,그리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4자 연대’나 ‘5자 연대’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입장도 복잡하다. 이한동 의원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김중권(金重權) 전 대표,자민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 등 제3신당 창당을 선언했던 4인은 활동반경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이한동 의원은 정몽준 의원을 비판하고,박근혜 의원은 5자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신당 주요 추진론자들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권·차기 주도권 경쟁= 신당 주체 세력들의 경합과 별도로 9,10월 중 모습을 드러낼 신당의 당권이나 대선 뒤의 당권 혹은정국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 내 중진들의 정치생명을 건 신경전도 신당논의를 혼미 속으로 몰아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신당 경쟁의 물밑 배경에는 민주당 중진들간 차기 당권경쟁,그리고 대선 뒤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들의 주도권·차기 다툼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무게가 실린 채 나돌고 있다. 신당추진을 둘러싼 민주당 내 신경전 양상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신당추진을 놓고 한화갑 대표와 박상천(朴相千)·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 등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신당추진의 양대 축이었던 당발전위원회(위원장 박상천)와 신당창당기획위원회(위원장 金元吉)를 통합하는 과정에도 박 최고위원과 한 대표의 갈등이 표출됐다. 나아가선 노 후보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김원기 김상현(金相賢) 정대철(鄭大哲) 의원 등 옛 민주당 비주류들과 옛 민주당 주류 및 호남 중진들 사이의 신경전도 신당론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하차했던 이인제 의원이 제3신당 창당세력과 호흡을 맞추는 가운데 그가 당권이냐,대권이냐에 대한 입장을 흐리는 것도 혼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3김 이후 좌표설정 고민=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둔 개별 의원들의 선택법도 신당론을 꼬이게 하는 요소다.이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김종필 자민련 총재 등 소위 ‘3김 시대’의 종식에 따라 정치의 틀이 크게 바뀔 내년부터의 정국추이를 예상,자신들의 진로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하며 신당행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중부권·강원권 출신도 마찬가지다.적어도 15년 가까이 ‘공천=당선’이란공식 속에 안주했던 호남지역 의원들도 “누가 주도하는 신당에 몸을 실을까.”를 고심하고 있다.이런 분위기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일부 ‘전염’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이춘규기자 taein@
  • [열린세상] 택지부담금 반환법 제정을

    최근 대법원은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택지상한법)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의한 택지초과소유부담금(택지부담금)을 납부하지 않는 자에 대한 재산압류를 계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택지부담금 미납자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압류했던 2237건, 1683억원 상당의 토지압류를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이달 초 서울지방법원은 택지상한법에 대한 위헌결정 전에 부과되어 압류까지 마친 부담금이더라도 위헌결정 후 국가가 강제적으로 징수한 것은 부당하므로 이를 돌려 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법원의 일련의 판결과 건교부의 조치는 결국 부담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끝까지 버티거나 마지못해 낸 사람들은 구제를 받게 된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법치행정에 대한 신뢰 특히 납세의무의 핵심인 성실납부정신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1989년 말 노태우정부는 당시 전국을 휩쓸던 부동산 투기열풍을 잠재우고택지부족과 주택의 열악한 수급상황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른바 토지공개념의 일환으로 택지상한법을 제정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1가구 구성원 전부가 소유할 수 있는 택지 면적을 200평(광역시의 경우 300평)으로 한정하고 가구별 소유상한을 초과하는 택지에 대하여는 택지가격의 4%에서 11%에 달하는 택지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택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법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소유상한을 적용하여 세금과 다름없는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이자 자유시장경제질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반한다는 주장이 법 제정시부터 줄곧 제기되어 왔다. 특히 택지는 소유자의 주거장소로서 행복추구권 및 인간의 존엄성 실현과 직결되어 있어 단순히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경우와는 헌법적으로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법에 의한 부담금 부과에 대하여 많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위헌 논란의 와중에서 1998년 9월 이 법은 폐지되었고,1999년 4월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이 법 전체에 대한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법이 페지되거나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위헌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헌 결정전에 부과,결정된 부담금이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법의 일반원칙이다.물론 이때에도 위헌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자와의 형평의 문제는 있으나 이는 국가의 소송제도 이용 유무에 대한 차등으로서 부득이한 일이다. 국가는 그동안 택지상한법이 폐지되기까지 5만 7000여건,1조 3393억원을 징수하고,부담금을 내지 않은 2237건,1683억원에 대하여는 토지압류조치를 취하였는데 이번에 위 압류조치를 해제한 것이다.더욱이 위헌결정 이후에 강제징수한 부담금은 반환하라고까지 한 것이다. 미납자에 대한 압류조치가 해제된 이상 이 문제는 일반적인 세법의 폐지 및 위헌결정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성실납세자 즉 법을 준수한 자와 그러지 않은 자와의 형평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제기된 것이다.이유와 경과야 어떻든 국가 스스로 성실납부자를 미납자에 비하여 오히려 적극적,명시적으로 불리하게 대우한 것이 되었다. 이제 해결책은 하나다.성실하게 부담금을 납부한 92% 납부자들에게 이를 돌려 주어야 한다.정부는 법적근거의 결여와 재원부족을 거론할지 모르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특별법을 제정하고 분할상환 등의 방법을 택하면 된다.정부로서는 절차가 번거롭고 내키지 않는 일일 수 있으나 국가의 진로에 있어서 이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그대로 묻어 둘 때 야기되는 조세저항 등을 통한 국민의 의무이행에 대한 비협조가 확산됨으로써 법치주의의 토대가 무너지는 상황을 가정해보라.정부뿐만 아니라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도 함께 이문제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례를 통하여 우리는 아무리 시대상황 또는 국민정서상 불가피하더라도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나 제도는 그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의 경제,사회 생활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동국대 겸임교수
  • 8.8재보선 이후/親盧·反盧 본격 세대결/“分黨땐 공멸…그래도 맞대결”

    민주당 각 정파는 8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당이 참패하자 ‘분당(分黨)=공멸’이란 인식을 공유,즉각적인 전면전은 자제했다.하지만 “이대로는 대선승리가 어렵다.”는 데는 이론이 없어 당장 9일부터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신당 논의가 불을 뿜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지지해온 쇄신연대가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 골프모임을 가진 신당추진파 의원들을 선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졌다.한마디로 민주당은 대격돌을 앞둔 폭풍전야의 모습이었다. ◇친노(親盧)측- 노 후보는 재·보선 참패로 신당 논의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경선과 신당 창당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당내 논의기구 구성의 필요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기득권 유지 고집 시 반노(反盧) 진영의 거센 공격을 피할 수 없고,여론 지지율이 급등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영입 요구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노파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졌다.노 후보 지지의 핵심역할을 해온 쇄신연대가 이날 반노파 비난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장영달(張永達) 의원이 중심이 된 쇄신연대는 이날 ‘민주당 쇄신연대’란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이 전 총리와 지난주말 용평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며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당내 의원 8명을 비난했다. 성명은 “중진으로서 책무는 저버린 채 연일 신당이나 후보 사퇴만을 배후에서 확산시켜온 당의 일부 중진들에 대해서는 이제 당헌·당규에 따라 엄중한 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라는 초강경 주장을 폈다.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무력화시켜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오히려 반노측을 자극하는 악수로 작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따라서 친노 진영은 전면전에 대비,대통령 특사로 남미를 순방 중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에게 조기귀국을 요청하는 등 전열정비를 서둘렀다.자파의원들의 대책모임도 잦아졌다. ◇반노측- 노 후보측이 ‘즉각적인 신당 논의 반대’ 입장을 고집할 경우 친노측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선거참패에 따른 지도부책임론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취할 태세다. 특히 당내 의원들은 물론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도 노 후보의 위상 문제와 별개로 신당 논의가 대세를 점했다고 분석,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당 창당문제를 공식의제로 상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반노측은 당 분란 시 책임론에 대비,선공은 자제하는 분위기다.신당 논의 착수와 함께 곧바로 노 후보에게 ‘선 후보사퇴’를 요구할 경우 분당 상황을 우려하는 중도계열 의원들의 집단 이탈도 우려되기 때문에 전술적인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다. 당초 30명 이상의 의원이 참여해 신당 창당 즉각 논의를 촉구하고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 등 당내 모든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9일 발표한다는 계획을 일시 유보하기도 했다.하지만 재·보선 참패로 상황이 급변,즉각적인 전면전 돌입 가능성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노 진영은 연일 개별·집단적 접촉을 강화하면서 세확산에 주력했다.‘명분 축적’과 ‘여론 흡수하기’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임박한 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중도파- 한화갑(韓和甲) 대표,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중도세력도 재·보선 참패라는 상황변화에 긴장감이 높아갔다.친노·반노 진영의 충돌을 지연시키며 절충점을 찾으려던 노력이 무력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 논의도 불가피하지만,분당사태 또한 막아야 한다.”는 중도파의 그동안 주장은 급격히 명분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중도파가 친노냐,반노냐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급격히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도파 최고위원 중 일부가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 강경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기득권 포기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도파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정균환 총무가 이끄는 중도개혁포럼은 9일 오후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진로를 논의할 복안이다. 김원길(金元吉) 박상규(朴尙奎) 유재건(柳在乾) 의원 등 중진의원들도 회동,위기타개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여의도여고 모녀 봉사활동 현장/ “어머니와 함께 봉사하며 삶 배워요”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만 시간을 내 봉사하면 결국 내가 행복해져요.”지난 5일,서울 여의도여고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끝난 낮 12시30분부터 한시간동안 한강둔치에서 쓰레기를 주웠다.지난 3일 오후,여의도역에서 ‘지하철 질서지키기’ 계몽활동을 한지 이틀만에 나선 봉사활동이지만 학생 70여명이 참여했다.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봉사활동 학부모지도단’ 어머니들도 15명이나 참여했다. 무거운 가방을 맨 아이들은 안쓰러워보이기도 했지만 비닐봉투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둔치를 누비는 발걸음은 가벼웠다.금세 봉투를 가득 채우고는 어머니들에게 새 봉투를 받아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오늘로 몇 시간째 봉사했어요?”방학 과제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넌지시 물어보았다.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모르겠어요.저희는 시간에 신경 안써요.한 100시간은 넘었겠지만….”3학년 권혜진양은 “난 많이 한 축에도 못든다.”고 쑥스러워했다. 같은 학년 우선혜양은 300시간을 넘긴 봉사왕이다.‘단 하루라도 봉사하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는 학생이다.“저는 디자이너가 목표예요.봉사는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 봉사활동 점수로 대학을 택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괜히 제가 찾아갔던 시립아동병원의 꼬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웃었다. “새벽 한강둔치 청소는 봉사활동이라기보다 아침운동으로 제격”이라는 1학년 박지민양,“집에서는 해본적도 없지만 봉사활동하다 ‘설겆이 박사’가됐다.”는 같은 학년 남궁민영양의 얼굴이 해맑다.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가장 감동받은 곳은 충북 음성 꽃동네봉사.“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병동이 배당됐어요.하루 일을 마치고 지난해 만나뵈었던 할아버지들을 만나러 들렀더니 그렇게 반가워하셨거든요.자주 가지 못하는 게 죄송했어요.”아나운서가 꿈이라는 2학년 이세라양은 “웬만큼 말솜씨는 있는 편인데도 봉사하는 기쁨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웃었다. 학교 봉사활동에 대해 인성교육과 공동체 의식 육성이라는 교육적 목적은 퇴색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참뜻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들이 주축이 된 학부모지도단의 역할이 컸다.2000년부터 학교에서는 60명으로 구성된 학부모지도단을 운영,학교와 학부모,지역사회의 ‘삼위일체’ 지원방식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학교에서는 지정 과제로 학년 초에 자원봉사자 기초교육과 선진시민의식 교육을 한데 이어 학생들에게 거리질서 캠페인을 하고 여의도공원이나 한강둔치 등에서 환경정화 운동을 펼치도록 했다.그리고 소감문을 쓰도록 해 봉사활동을 되새기고 반성하도록 했다.또 선택과제로 매월 서너개의 활동 영역을 정해두고 희망자에 한해 봉사를 하도록 했다. 고아원,정신지체 부자유자 시설,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하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시키니까 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전에 몰랐던 인정과 보람을 느껴 학생들은 자신들을 기다릴 고아원생이나 노인들의 ‘눈빛이 생각나’ 스스로 다시 찾아 봉사한다고 했다. 입시준비에 바쁜 3학년도 봉사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느 학교와 다른점이다.어머니봉사단장 권영자(46)씨는 “봉사활동 후 공부하면 머리가 맑아져서 더 잘 된다.”며 3학년 학생들을 봉사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이혜경(41)씨는 “‘공주처럼’ 자라서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다른 엄마들도 함께 봉사하며 행동으로 가르치니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이용자(44)씨는 “입시준비에 짜증내던 아이가 봉사활동을 한 뒤 짜증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학생 봉사활동 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이 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다르다.“보람을 느끼면하지 말라고 해도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의도여고처럼 학부모 봉사활동지도단이 결성된 곳은 서울시내에만 152개교에 이른다.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역할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여의도여고 정재량 교장은 “부모들이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아이들에게 서로 돕는 삶의 자세를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현황과 문제점/ 자원봉사 할곳 전국 1400여곳 뿐 봉사활동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대안이자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난 96년 도입됐다. 건전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공동체 의식을 키울 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교육효과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그러나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기도 어렵고,일에 서투른 아이들을 귀찮아하는 곳도 적지 않다.그러다보니 중·고생봉사활동 평가제가 겉돌고 허위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의 부작용도 커져 아이들에게 편법만을 가르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 봉사활동 얼마나 해야하나?=고입 내신성적에 8%를 반영하거나,대학입시에서도 대학별로 선발 자료로 쓰며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봉사활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담을 준다는 것이 학생들과 학부모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제7차 교육과정은 봉사활동을 정규 수업시간에 편성,1년에 10시간 이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봉사활동은 고입 내신성적에도 반영된다.중3의 경우 봉사활동 점수가 연간 15시간 이상은 8점,10∼14시간은 7점,10시간 미만은 6점이다.중학교 1·2학년은 연간 18시간은 8점,15∼17시간은 7점,15시간미만을 6점으로 하고 있다.고교생은 연간 20시간 이상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봉사활동 점수를 반영하는 대학도 많다. ◆ 자원봉사활동 어디서 하나?=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는 청소년자원봉사센터나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서울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청소년에게 봉사활동을 할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1400여곳에 불과한 것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일할 손을 구하는 곳과 봉사활동할 곳을 찾는 아이들을 쉽게 연결해줄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민간기구로 봉사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미국의 ‘촛불재단’이 한예가 될 것이다. ◆ 학부모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라=16개 시·도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다녀간 학생 숫자가 한해 53만명에 이르고,이들 중 71%가 어른이 돼서도 봉사할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설문조사로 미뤄보면 봉사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폄하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서울시교육청 이준순 장학사는 “완전한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봉사학습’으로 이해돼야한다.”고 지적,현재 152개교에나 창단되어 있는 학부모봉사활동지도단이 활성화된다면 봉사활동의 교육적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학생들이 궂은일을 꺼리고 쉬운 일만 찾고,‘시간 때우기’식 봉사활동을 해 교육효과가 흐려지는 것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남주기자
  • 이경준 KTF사장 취임 안팎/ KT·KTF 통신그룹 급발진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시기가 문제지 언젠가는 일이 이뤄집니다.”제3대 KTF 사장에 이경준(李敬俊·사진·54) KT 전무(기획조정실장)가 2일 취임했다.당초 이용경(李容暻) KT 사장 내정자가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고 KT아이컴과의 합병이후 새 사장을 선임할 것이란 관측이 빗나갔다.KT아이컴과의 합병이 주식시장의 침체 등으로 장기간 늦어질 수 있는데다 SK텔레콤과의 경쟁을 감안,한시라도 최고경영자를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이 전격적인 인사로 이어졌다는 풀이다. 이 사장체제가 출범함으로써 민영화하는 모기업 KT와 KTF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거대 KT그룹의 도약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관계자는 “이경준 사장은 본사에서 KTF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추진력이 돋보이며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KT와의 호흡을 가장 잘 이뤄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사장의 취임은 연매출액 5조원인 KT그룹의 핵심사업체 KTF의 향후 사업진로에 큰 의미를 던진다.민영화의 첫 출발부터 그룹의 새로운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일사불란한 협력체계가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사장은 입지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1979년 5급(현재 9급) 말단 군산우체국 직원으로 시작해 매출 5조원의 대기업 CEO가 된 과정이 그렇다.특히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가 즐비한 통신업계에서 방송통신대를 나온 특이한 학력소유자다.그것도 44세인 92년에 졸업했다. 독학으로 기술고시(14회)에 합격한데서도 알수 있듯 특유의 책임감과 치밀함을 갖추고 있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공부하고 시험본 것밖에 없는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목표를 정하면 끊임없이 노력해 이뤄내는 집념가이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전)한통프리텔 기술부문장으로 재직하면서 PCS업계최단 기간이자 세계에도 유례가 없는 불과 1년만에 전국 이동전화망을 성공리에 구축,업계를 놀라게 한 것이 대표적 예다.‘민영 KTF’의 선장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분야에서만 일한 주위의 우려를 불식이라도 하듯 연초부터 KT의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최고경영자로서의 경력을 쌓았다.통신분야 최고의 엔지니어가 이번에 전문경영인으로의 변신에도 성공한 셈이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84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로 입사,97년 네트워크본부 시설운용실장을 거쳐 한통프리텔(현 KTF) 기술부문장(상무),IMT-2000 기획단장을 지냈다.‘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소주 2병을 가볍게 마시는 두주불사형으로 소탈하면서 화통한 성격에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기홍기자 hong@
  • 민주 신당파문 대해부/ 同黨異夢… 권력투쟁 조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여론지지율 추락과 정권 재창출 어려움이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터져나온 민주당내 ‘신당파문’이 권력투쟁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선(先) 후보 사퇴론’을 시사하는 백지상태의 신당창당론을 피력하자,노 후보가 31일 ‘선후보 사퇴 불가’ 의지를 천명,우호적이던 두 사람의 관계가 긴장관계로 변하고 있다. ■의문점 점검 여기다 노 후보의 사퇴와 제3후보 영입을 주장하는 비주류 및 중도세력들도 신당 창당론에 합세하면서 당내 권력투쟁이 내분이나 분당사태로 이어질 공산도 커지고 있다.근본적으로는 노 후보가 기득권 포기 불가 입장이 확고해 신당창당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가변성을 가진 채 복잡미묘하게 진행중인 신당파문의 의문점들을 점검했다. ◇노무현 강화냐,제3후보냐= 현재 민주당내에서 진행중인 신당론의 큰 줄기는 ‘노 후보 강화’와 ‘제3후보 세우기’로 크게 분류되고 있다.노 후보와 친노(親盧)계열 의원들은 물론 노 후보 강화론을 고수하고 있다.제3후보 영입은 비상상황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이들의 입장도 확고하다. 반면 이인제(李仁濟) 의원,김중권(金重權) 전 대표 등 반노(反盧)계열인사들은 “노 후보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영입인사를 포함한 재경선을 실시,제3후보를 내세워야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따라서 이들은 노 후보가 먼저 후보를 사퇴,백지상태에서 신당을 창당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갑 대표는 현재로서는 노 후보 강화론과 제3후보론 양쪽 모두 상정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일단 한 대표는 “노 후보와 이견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앞으로 정국 변화에 따라서는 백지 신당론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같은 상황으로 볼 때 8·8재보선과 그 이후 노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가 민주당내 신당론의 큰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당내 세력분포는= 현재 친노·반노(反盧)계열의 세력 분포는 유동적인 상태다.외형적으로는 친노계열이 발빠른 서명작업을 통해 뭉치면서 세력화를 서두르고 있는 반면 반노계열은 아직은 구심점이 없어 세력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친노계열의 구심점은 쇄신연대와 재야출신인사들이 8월말 출범을 목표로 추진중인 ‘민주개혁연대’가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민주개혁연대측은 31일 현재 당소속 111명 의원중 42명으로부터 모임 준비위원 동의서를 받거나 구두동의를 받았다고 이재정(李在禎) 의원이 밝혔다. 민주개혁연대는 이날 오전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여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경선을 부정하는 신당 논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재보선까지는 준비위원 모임을 자제하면서 원내·외 위원장들을 상대로 추가 영입작업을 해 나가기로 했다.물론 개혁연대도 모임의 성격과 주체를 놓고 적지않은 이견을 노출,순항은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반노진영의 세력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이인제 의원 계열 의원들은 10명 안팎이란 점에는 이론이 없고,김중권 계열은 대부분 영남 중심의원외위원장들이다.이들은 이한동(李漢東),정몽준(鄭夢準),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외부인사들을 영입해 구심점을 형성할 경우 충분히 노 후보에 대적할역량이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반노진영이 현재로선 확실한 구심점을 찾지 못해 지리멸렬한 상태라고 보여진다.반면 반노진영이 이미 특정인을 노 후보의 대안으로 설정,한 대표측과도 교감을 가지면서 재보선 이후 즉각 권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력변화는 한화갑 대표와 중립적인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과 동교동계 의원들의 선택 여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내분·분당 가능성은= 재보선 이후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될 경우 내분과 분당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특히 노 후보가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 신당논의는 불가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재보선 이후에도 노 후보의 지지율 답보상태가 변하지 않을 경우엔 반노진영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 후보의 지지율 반등이 성공할 때는 반노진영의 공세명분이 사라져 개별이나 집단적인 이탈이 없는 한 분당사태를 피할 수 있어 보이지만,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경우엔 현재로선 중립적인 한 대표를 포함한 동교동계의 결단으로 내분이나 분당사태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신당창당이 자민련이나 민국당,한국미래연합과의 합당이냐,아니면 민주당 해체를 전제로 정계개편 형식의 신당창당이 될 것이냐에 따라 내분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음모론은 있는가= 신당론을 둘러싸고 음모론·역음모론 등이 어지럽게 나돌고 있다.현재의 음모론은 제3후보 옹립을 위한 음모론과 노 후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역음모론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음모론 주체세력의 실재여부에 대해선 회의론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특정세력이 이미 다양한 도상 시나리오를 거쳐 비상상황에 대비한 음모들을 가동하려 한다.”는 얘기들도 그럴싸하게 포장된 채 유포되고 있다. 이춘규 홍원상기자 taein@ ■민주 계파별 입장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신당론 파문이 확산되면서 31일 당내 각 계파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자체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평소 입장을 같이해온 동류(同類)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도 신당론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이견을 노출,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최고위원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후보와 가까운 정대철(鄭大哲)·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은 “신당논의는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다.”며 노 후보에게 유리한 의견을 밝혔다.중립파인 한광옥(韓光玉)·이협(李協) 최고위원도 동조했다.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도 회의 후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개헌론자인 박상천(朴相千)·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 역시 “개헌론에 공감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한 외연확대가 우선이며,후보 재선출 및 신당 창당은 그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친노(親盧)파로 분류돼 왔던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한 대표와 생각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개혁파= 노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쇄신연대’ 소속 의원 12명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가졌으나 신당론에 대한 이견이 커 본격적인 논의는 하지 못했다.장영달(張永達) 의원은 신당론에 비판적 입장인 반면 강성구(姜成求)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노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개혁연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지금 신당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더욱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한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그러나 재야출신 중진인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그런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봐야 하며,민주세력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민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찬성의 뜻을 밝혔다.이상수(李相洙) 의원은 “형식논리로만 볼 때 신당이 만들어지면 후보는 다시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노(反盧)·비노(非盧)파=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지난 30일 가까운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큰 집을 짓기 위해선 현재의 민주당을 해체하고 다들 모여 개헌 등을 추진하면서 현대적이고 전국적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의원은 특히 “노 후보도 배제해선 안되며,노 후보도 같이 가는 형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동교동계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노 후보가 상당기간 지지율 정체를 못벗어나고 있고,앞으로도 지지율을 높일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제3후보 영입 등 신당 창당을 통해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한 대표의 입장에 적극 동조했다. 당내 최대의원 모임인 중도개혁포럼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박병석(朴炳錫) 의원은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모임이 있을 것”이라며 “재보선까지는 (노 후보를) 돕고 선거가 끝나면 진로를 결정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도시형 대안학교 서울 한림실업고 르포/ ‘능력개발 교육’ 학교가 재미있다

    공교육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다양한 대안학교가 나오고 있지만 학교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말한다.“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자연을 가까이하는 특성화학교(대안학교)를 택할 수 없는 사람들은 도시형 대안학교에 관심이 많다.도시형 대안학교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른 환경의 학교에서 배우게 하고,이를 정규학교 교육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학교가 싫으면 떠날 수밖에 없던 위기의 아이들에게 주어진 또한번의 반가운 기회이다. 11일 오전,서울 거여동 한림실업고에 들어서니 마침 쉬는 시간이라 복도를 오가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생기에 가득차 있는 모습이 여느 고등학교에서는 좀체 읽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대학생처럼 긴 머리의 여학생,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남학생,반바지와 슬리퍼 등 자유로운 복장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 어떤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교무실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섞여서 언뜻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고,그 옆방에서는 당구를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마침 지나가는 학생에게 ‘학교가 어떠냐?’고 물으니 선뜻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한림학교가 좋지만 내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다.학교가 자랑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난 문제아가 아니다.답답한 학교가 참을 수 없었을 뿐이다.”라고 덧붙이는 대답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았지만 분명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교사 박창범(35)씨에게 방금 만난 학생의 옷차림과 머리색깔을 말하니 단번에 “영훈(가명)이네요.얼마전까지 대인기피증 때문에 고생했던 아이예요.그러나 석달만에 저렇게 밝아졌어요.”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교사들이 학생 44명을 완전히 알고,존중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단번에 느끼게 했다. 한림실업고의 학생들은 1학년이 7명,2학년 14명,3학년 23명으로 전교생이 44명인 작은 학교이다. 학생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각기 다르다.학년초에 ‘억울하게’벌을 받은 후 학교가기가 두려워졌다는 소심한 아이도 있고,그냥 학교가 싫어 집에만 있었다거나 가출해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아이도 있다.학교폭력(일명 ‘왕따’)의 피해자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학생을 괴롭혔던 아이들도 있다.물론 가정환경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함께 모인다고,작은 학교에 왔다고 달라지고 당장 적응이 될까. 정현수(45) 교감은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 아이들이 결코 불량아는 아니다.’라고 전제,이 학교의 교육관을 밝혔다. “우리학교에 오기전 며칠간 대안교실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와 ‘다르다.’라는 사실을 알고 기대를 갖고 옵니다.그래도 적응은 쉽지 않습니다.우리 교사들은 이 아이들에겐 이해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니까 관심을 표하며 기다립니다.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정 교감은 ‘빨리빨리’나 기존의 틀에 맞추지 않고 믿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기다림만으로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존중감을 되찾고 자신의 앞날을 계획한다는 것이다.구태여‘대학이 인생의 전부’라는 위기의식을 심지않았는데도 지난해 졸업생 5명이 모두 대학에 진학했단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게 해달라고 당부하시던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대학을 가게되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누구와 싸웠는지 퍼렇게 멍든 얼굴에 분노와 열등감으로 경직된 얼굴로 한림학교에 첫 등교했던 정우(가명)가 올해 사진학과 진학을 결정해 공부중이고 가출을 밥먹듯이 했던 선정(가명)이가 대안학교에서는 개근상을 받을 것 같다는 것은 교사들에겐 대단한 보람이다. 대안학교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비결은 ‘마음대조 일기쓰기’이다.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교사들은 이를 학생지도지침으로 삼는다.‘결석은 절대금기’라는 원칙을 깨는 바람에 야단을 맞은 한 학생이 쓴 일기를 살짝 들춰봤다.‘빌어먹을 학교,재수없는 학교…’불평을 넘어선 저주의 말이 이어지는 일기를 교사 앞에서 읽기가 좀 민망할 정도였다.그러나 말미에는 교사 나경주(54)씨의 멘트가 어김없이 붙어있었다.‘형수(가명)는 세가지 장점을 가졌구나.첫째, 참을성이 많아서 짜증이 나지만 끝까지 감정을 억제하고 글을 썼구나. 둘째, 남자답게 마음은 괴롭지만 내일 아침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했지. 셋째, 늘 사는 게 무엇이지 고민하고 살고있구나.고민하는 삶은 발전한다.’“글을 썼다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라 희망적입니다.”라고 말하는 나 교사는 아무 것도 쓰지않은 학생들의 속마음까지 읽어낸 듯 아낌없는 격려의 말을 남기고 있었다. 허남주기자 yukyung@ ■도시형 대안학교란 도시형 대안학교란 기존 고등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 제공해 학교를 떠나지 않고 학적을 유지하면서 대안교육을 통해 소속학교의 졸업장을 받게하는 제도이다.학생을 대안학교에 위탁한다고 해서 ‘위탁형 대안학교’라고도 불린다.현재는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평생교육시설에 위탁하고 있다. ◇대안학교에 가려면- 학교를 중도에 포기할 위기에 놓였거나 학교선도위원회에서 퇴학처분이 내려진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하면 된다.그다음 교육청에서 대안학교와 연락,위탁교육을 받을 학교를 결정해준다.대안학교로 오기 전,미리 대안교실(한국걸스카우트연맹부설 카운슬링센터)에서 5∼10일 동안 교육을 받은 후 정식으로 교육받게 된다. 위탁교육은 정규고등학교 학적이 있는 학생이라야 가능하고,정규학교를 이미 자퇴·퇴학한 학생은 대안학교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다. 대안학교에서 공부하지만 학생의 학적은 소속학교에 속하고 출석과 성적도 대안학교에서의 결과를 그대로 인정,생활기록부에 입력한다.위탁교육과정을 마치면 소속학교의 졸업장을 수여한다. ◇대안학교 교육과정- 보통교과를 35%,인성·적성·진로지도 프로그램을 65% 정도로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그래서 대안학교에서 공부해 대학진학하는 학생도 많다. 다른 여느 학교와 다른 교육은 특성화 교과이다.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마음공부와 생활예절 등을 필수과목으로 택하고 있다. 그외 선택과목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심리치료를 기대하는 공동작업 생활원예를 비롯 종이접기·바둑 등 취미생활은 물론 피아노·재즈피아노·관악기·성악 등 악기연주와 제과·제빵·요리·패션 등 직업적인 관심을 키워주는 교과목도 있다.또 컴퓨터 그래픽과 실무 등을 가르치고 수영·스키·힙합댄스·양궁·볼링 등 체력단련 등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교내에서 할 수 없는 교육은 청소년수련원 등 사회단체와 연계해 교육한다. 허남주기자 ■정규학력인정 14곳 뿐 학생수용 턱없이 부족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중 2%정도가 매년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매년 1만 7000명이 중도탈락했고,2001년에는 조금 줄어들어 1만 5000명이 학교를 떠났다.그중 유학이나 이민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4000명선으로 1만명 이상의 학생이 교육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집계하고 있다. 다행히 2002년 상반기에는 5000명정도로 2001년보다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학·이민을 제외하고 비행 혹은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다시 교육을 받고싶어도 별 뾰족한 방법없이 방치되게 마련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나 현재 정규학력이 인정되는 대안교육기관은 전국 13개 고교와 1개의 중학교뿐이다.대상학생은 1300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각종 대안학교프로그램에 정규학력을 인정하기로 발표,학부모와 학생들은 다양한 대안교육기관이 나오게 된 것을 반기고 있다. 현재 전국의 학력인정 대안학교와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은 다음과 같다.
  • 책/한국 노동계급의 형성/한국 노동계급의 뿌리찾기

    우리나라 노동계급에 대해 최초로 계급형성론적 분석을 시도한 책 ‘한국노동계급의 형성’(구해근 지음·신광영 옮김)이 출간됐다. 하와이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가 지난해 코넬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Korean Worker:The Culture and Politics of Class Formation’을 번역한 것이다. 계급론의 전범이 된 E P 톰슨의 ‘계급형성론’의 논리를 근간으로 한국의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을 분석한 의미있는 연구서로 1960∼90년대 우리 나라에서 노동계급이 형성되는 과정을 실사적으로 기술했다.여기에 향후 우리 노동계급의 진로까지도 제시해 노동문제뿐 아니라 사회변혁에 관심있는 독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저자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번도 주류 담론에 포함된 적이 없는 경공업분야 여성노동자 중심의 1970년대 노동운동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고,이를 이전의 노동운동과 단절적인 것으로 규정한 일부 논리를 뒤집어 60∼70년대 노동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재해석했다.그는 지속적인 민주화 진전과 노동계급의 경제여건 개선으로 위기에 직면한 90년대 말 이후의 한국 노동운동에 대해 ‘급진적이고 저항적이며 계급의식이 있는 노동자는 주는 대신 대다수 노동자들이 중산층에 편입되면서 점차 개인주의적이고 실리적이며 비정치적이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어 우리 노동계급이,모호한 계급의식과 사회구조 문제에 대해 명쾌한 비전도 없는 초기형태에 불과하지만 강한 저항정신과 계급 불평등 같은 사회적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강한 연대의식 및 점증하는 정치적 자신감 등 충분한 역동성을 갖고 있다며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창작과 비평사.1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대한광장] 히딩크식 ‘멀리보는 경영’을

    히딩크는 18개월 만에 한국축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선수선발과 기용에서 연고주의를 탈피하고 이를 토대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그 이면에 선수들의 잠재력이 깔려 있었음은 물론이다.사실 본선기간을 포함한 2개월을 빼면 그는 신통한 감독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본무대에서 ‘강화된 체력’을 무기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선수단에 대한 평가를 바꿔놓았다.그는 장기경영의 참맛을 아는 달인이었다. 그가 축구팀을 지도하면서 선보인 철학이 기업경영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요즘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취임 후 짧은 기간 안에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을 정비해 주가를 끌어올리고,그 후에도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분명 과거와 다른 풍토로 지금도 이같은 경영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미국식 경영의 한 면이 우리 사회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후반부터 엔론 아서앤더슨 월드컴 등미국의 장기호황을 떠받쳐 온 유력기업들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드러내면서 도산에 직면해 있다.공영방송(PBS)의 평론가인 다니엘 에르긴은 워싱턴포스트지에 투고한 칼럼(6월30일자)에서 “사태의 이면에 주가상승을 최대 목표로 삼는 미국 CEO들의 단기경영 관행이 있다.”고 지적한다.주가를 올려 투자자 이익만 확보해 주면CEO는 웬만한 투자자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임기도늘어난다.적잖은 CEO들이 무리수를 두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원칙보다 룰을 중시해 왔는데 룰이 너무 복잡해 회계부정이 개재될 수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한 기업이 감사와 컨설팅을 맡아오는 관행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자국의 각종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면서 G7,세계무역기구(WTO),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다보스포럼의 무대를 통해 각국 경제질서의 재편을 촉구해 왔다.그동안 WTO나 IMF 등의 국제모임에서 반세계화 운동이 일기도했는데,최근 일련의 회계부정사태에서 촉발된 유력 기업의 도산으로 미국식 기준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게다가 아르헨티나 등 혼미상태를 보이는 남미권 경제에 미국 금융계가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발 신용경색과 금융위기에 대한 위협감 때문에 올 하반기 세계경제도 전망이 밝지 않다.미국과 남미권의 금융혼란이 하반기 우리 경제에 환율하락과수출감소 등의 형태로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단기경영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이 시험대에 올라 있고 미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요즘 상황에서 히딩크는 한국 축구팀의 경영을 통해 ‘기업경영이든,국가경영이든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이 중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감독 재임기간의 90%를 생색나지 않는 체력 강화와 조직력 강화에 투입한 그는 승부처인 본선에서 비로소 노력의 성과물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히딩크가 던진 메시지를 토대로 우리가 추진해 온 금융기관과 기업,공적기관 등의 경영혁신 방식이 문제가 없었는지,우리 현실에 맞았는지 한번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IMF체제 이후 우리 기업들은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 등을 취했다.그런데 진로모색과 관련해 표류중인 하이닉스반도체가 최근 사외이사를 무더기로 교체함으로써 경영과 관련한 사외이사의 기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또한 주가 등락폭이 심한 우리 현실에서 주가중시 경영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얼마 전부터 주당수익(EPS)과 주주자본수익률(ROE)이 중시되고 있지만,이것들이 CEO의 참 경영능력을 측정하는 잣대일 수는 없을 것이다. CEO들은 주가 등락에 매달리기보다는 조직의 경쟁력 강화를 묵묵히 추진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기반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최근 미국식 경영이 자기모순을 드러내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방식의 모색이 요청되고 있다.이시점에서 히딩크가 우리 축구팀 경영을 통해 남긴 장기경영의 메시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배준호(한신대 국제학부 교수.경제학)
  • 붉은악마 진로 세갈래 고심,대의원회서 최종결정

    월드컵 4강 신화의 또다른 주역이자 ‘12번째 국가대표 선수’인 붉은악마응원단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까. 30일 붉은악마 집행부 등에 따르면 월드컵 이후 진로는 세 가지로 압축된 상태로 보인다.7월중 열리는 대의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우선 중앙집행부를 축소하고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발전적 해체’방안이 많이 거론된다. 다음으론 상근직원을 두세명 두고 시민단체처럼 운영하되 정치적 성격은 배제하고 운영방법만 시민단체 형식을 빌린다는 복안이다.마지막으로 일부 열성 회원을 중심으로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집행부는 향후 진로 결정에 앞서 회계사를 선임,그동안의 손익계산서를 투명하게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암표를 판매하거나 공동사업 수익을 착복,붉은악마의 명예를 훼손한 회원을 징계하는 작업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다.SK텔레콤 등 관련 업체들이 붉은악마의 허락없이 회장 이름이나 응원가를 도용하거나 티셔츠를 판매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프로축구 수원삼성팀의 응원단이자 붉은악마 회원인 허우영(20)씨는 “수원삼성 서포터스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서포터스가 되겠다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유럽의 축구강국처럼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축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면 지금과 같은 붉은악마 응원단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창수 황장석기자 surono@
  • 민주당 진로 싸고 내홍조짐 안팎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내에서 대통령후보 재신임 문제 등을 둘러싼 계파간 이견차가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번 대선후보 국민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IJ) 전 상임고문을 지지했던 의원등 비주류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사퇴와 제3후보 영입,재창당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반면,노 후보측을 비롯한 당권파는 이를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교체론= 중부권 출신 의원 등 비주류측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의 영입 및 신당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을 주장했다.지방선거에서 ‘노풍(盧風)’이 거품으로 확인된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전 고문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기재(金杞載) 의원은 “당이 철저하게 파괴됐으니 새 집을 지을 호기(好機)”라면서 “정몽준,박근혜 의원 같은 젊은 주역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노 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면서 “(노후보는) 자기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석찬(宋錫贊) 의원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는 경고”라면서 “지난 국민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은 이미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은 만큼,제3의 세력을 중심으로 국민적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송훈석(宋勳錫) 의원은“한나라당 외의 모든 세력을 한데 묶어 새로 창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류측 반발=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권파는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반박했다.대신 이번 기회에 후보 재신임을 확실히 물어,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은 “후보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겠지만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며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한 관계자는 “당헌·당규의 개정을 통해 당정분리를 도입해 놓고선,이제와서 대통령후보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망= 후보 교체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8·8재·보선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더욱이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후보를 교체한다는 것이 무리일 뿐 아니라,노 후보를 능가할 만한 대안을 찾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 교체론에 무게가 실릴 경우,민주당은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후보 교체론 및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비주류측과 자민련,한미연 등으로 구성된 ‘제3신당’의 등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홍원상기자 wshong@ ■재신임 계파 입장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재신임 시기와 방법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진로를 결정할 핵심 사안이다. 재신임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의 정도와 방향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노 후보 진영은 구체적 재신임 방법과시기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캠프측 인사들에게는 “개인적인 의견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함구령’이 내려졌다.노 후보는 17일로 예정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안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쇄신파의 한 의원은 15일 “재신임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노 후보 재신임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 주변 인사들은 ‘제3후보론’등을 흘리며 은근히 후보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당무위 등에서 재신임 문제를 해결,하루라도 빨리 노 후보 중심으로 당을 개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어떻게 바꾸느냐.”면서 “노 후보를 중심으로 빨리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설훈(薛勳) 의원은 “뻔한 얘기로 당력을 소진할 필요가 없고 당무위 등에서 해결하면 된다.”면서 “‘노무현 총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계파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노 후보 재신임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표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6.13선택/ “…” 넋잃은 자민련, JP칩거 침묵에 ‘무력감’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련의 14일 모습은 물 빠진 포구를 연상케 했다.김종필(金鍾泌·JP) 총재는 종일 자택에 머물렀다.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 등 주요당직자들 역시 마포 중앙당사를 찾지 않고 지역에 그대로 남았다.부총재단이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일괄사퇴를 결의했지만 비장함보다는 무력감이 짙었다. 김 총재의 충격은 그러나 4·13총선 패배 때보다는 덜한 듯하다.오전 자택을 찾은 부총재단에게 “조만간 지방선거 출마자 전원을 초청,위로하겠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무엇보다 정계개편이라는 ‘비상구’가 그나마 여유를 갖게 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계개편이 자민련에 득이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정계개편은 곧 불확실성과 직결되고,자민련 구성원들의 머릿속은 그만큼 제각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민심이 파악된 이상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오장섭 총장은 “총장이 무슨 얘길 하겠느냐.그때(정계개편때) 고민해야지….”라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자민련 의원들은 정계개편을 감안,당장 보따리를 싸기보다는 정국흐름을 관망한 뒤 새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경호기자 jade@
  • 6.13선택/ 3黨 반응

    13일 치러진 동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압승,민주당 참패’란 결과가 나오자 각 당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민주당은 박빙의 승부처였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참패 예상이 현실화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한나라당은 예상을 뛰어넘은 석권(席卷)에 환호하는 분위기이며,자민련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다. ●환호하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호남과 충남을 제외한 수도권 등에서 광역단체장이 모두 당선되고 기초단체장마저 휩쓸면서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한나라당은 이번 결과가 그동안 역설해 온 ‘부패정권 심판론’이 표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직원들은 선거상황실에 당선 축하꽃 800여개를 마련하는 등 분주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우리 당은 국민대혁신과 국민통합의 정치를 펼 것”이라고 말했다.이 후보는 이날 밤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 당은 두렵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가운영을 제대로 못하면 국민 마음이 떠난다는 것을 매섭게 보여준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기자단 간담회에서 “굉장히 기쁘다.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번 승리는 국민이 준 것이며 모든 게 국민의 승리”라고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압승에 따른 ‘역풍’ 우려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겸허한 마음으로 국정에 임할 것이므로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충격의 민주당= 민주당은 초반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결과가 계속되자 낙담을 넘어 당의 진로까지 걱정하는 분위기였다.투표율 하락으로 서울 등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지역에서 모두 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결과에 대해 “진건 진거지요.지난 93년 캐나다에서도 한 석만을 남기고 집권당이 참패한 적이 있었습니다.”며 우회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노 후보측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 아들 문제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 소재는 없다.”면서 “우리 당이 임진왜란 때 조총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조선군처럼 됐다.”고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당사 주변에서는 선거이후 후보와 대표 책임론,제2쇄신 파동,정계개편론 등을 입에 올리는 등 술렁거렸으며,당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당 정세분석국 관계자는 “수도권에서의 참패로 수도권 국회의원의 동요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김태랑(金太郞)·이용희(李龍熙) 최고위원 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에서 진 것은 아니다.전쟁에서 이겨야지.”라고 말하고 “왕건은 견훤에게 번번이 지다가 결국 이기지 않았느냐.”며 연말 대선에서는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대표는 개표가 상당부분 진행돼 패색이 짙어진 밤 9시2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당사 기자실에 들러 짤막한 성명서를 읽었다.한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 여러분이 보여준 뜻을 겸허히 수용해 민주당이 거듭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겠다.앞으로도 변함없는 애정과 성원을 바란다.”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낙담하는 자민련= 마포 당사는 오전에 방송사 중계차량과 기술진이 모여드는 등 활기를 띠었으나 각 방송 출구 조사에 이어 개표 과정에서도 충남을 제외한 대전·충북이 뒤지는 것으로 드러나자 크게 낙심하는 모습이었다. 유운영(柳云永) 대변인 직무대리는 개표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우리당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준엄한 심판을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유 대변인은 이어 “뼈를 깎는 자세로 자성과 각성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실망보다는 희망과 비전을 주는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기홍기자 hong@
  • 바다의 날 특집/ “中물량 선점 세계 해운거점화”

    31일은 일곱번째 맞는 ‘바다의 날’이다. 해양수산부는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건설,2010 해양엑스포 유치,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따른 신수산·신해양체제 구축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심혈을 기울여왔다.연근해 어업의 구조개편,원양어업의 위기 타개 등 힘에 부치는 어려운 과제도 적지 않다. 해양강국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해양부의 현주소를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해양대국 건설전략 ●동북아 물류 허브 구축= 최대 현안이다.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역(NAFTA)과 함께 세계 3대 교역권의 하나로떠오르고 있는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도약,급증하는 중국 물량을 선점해야 한다.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만인 부산항의 국제적 인지도와,세계적 컨테이너항만으로 주목받고 있는 광양항에 대한 중국화물의 높은 선호도 등을 활용해 동북아 물류중심항만(Mega Hub Port)으로 집중 육성한다는복안을 갖고 있다.이를 위해 부산·광양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배후단지를 국제종합물류단지로 개발하기로 했다.내자 3조 5000억원,외자 4억 3000만달러가 투입된다. 해양부는 서울(선박금융)∼부산·광양항(국제물류)∼제주도(선박등록)를 잇는 해운비즈니스 거점을 구축,세계에서해운업을 하기에 제일 좋은 나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수산·신해양산업 개척= 지난해 11월 출범한 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해양산업의 새로운진로 모색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수산분야의 쟁점인보조금 감축 및 관세·비관세장벽 완화를 위해 일본 등 이해 당사국과 공조를 통해 유예기간을 설정하기로 하는 등단계적 시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대신 바다목장 등 ‘기르는 어업’을 통해 신규 어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6월부터 전남 다도해형 바다목장 개발을 위한 기반 조성사업과 동해·제주의 관광형 바다목장,서해의 갯벌형 바다목장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1998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된 경남 통영 시범 바다목장 개발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바다목장 개발에 앞으로 1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첨단 해양산업 육성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이어도에 첨단 해양과학 전진기지를,노르웨이령 스발바르섬에 북극과학기지를 각각 설치해 한반도와 남·북극을 잇는 해양개발 전진기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부족한 금속자원을 얻기 위해 UN해양법 협약에 따라 태평양 심해저 해역의 15만㎢에 대한 망간단괴 탐사권도 따냈다.광물자원 개발사업에 성공하면 2010년 이후 구리,니켈,코발트,망간 등 주요 금속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연간 2조원 이상 수입대체 및 수출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엑스포 유치 박차= 올 연말 세계박람회기구(BIE)는 2010년 세계박람회 후보지를 확정한다.우리나라 여수와 중국 상하이,러시아 모스크바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해양부는 지난달 제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등 경쟁국보다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여수가 세계박람회 장소로결정되면 생산유발효과는 무려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기의 원양어업 =해양부로서는 가장 어려운 현안이다.지난해에는 러시아로부터 명태 민간쿼터 16만 5000t을 받았다.그러나 올해는 러시아 자국업체들이 쿼터물량을 몽땅차지하는 바람에 하나도 따낼 수 없게 됐다.국내 연간 소비량 40만t 가운데 절반가량인 20만t을 채우려면 비싼 값을 주고 러시아로부터 명태를 수입해야 할 형편이다.명태잡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원양어업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도 심각하다.어민들도 생계유지가 어려워 아우성이다.연근해 어장도 마찬가지다.연근해 어업의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생활터전을 잃게 된다는어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유삼남 해양수산부 장관 “정치초월 정책 일관성 필요” “21세기 해양대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해양부가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줘야 합니다.그런데 현실은 해양부의 위상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다의 날‘을 맞는 유삼남(柳三男) 해양수산부 장관의 감회는 남다른 것 같다.단순히 푸념을 넘어 ‘감추고 싶지 않은 뭔가’를 뱉어내고 싶은 표정이었다.최근 정치권등에서 ‘정치논리에 의해 생긴 해양부는 앞으로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터라 무척신경이 쓰인다는 눈치다.최근엔 집무실에서 해양부의 향후 위상과 역할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다의 날’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공무원들이나 수산업계가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도 하고,힘을 북돋워주는 뜻있는 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양부의 위상을 문제삼는 정치권의 움직임에뼈있는 말을 던졌다.“독도 명태 등 민감한 현안이 생길때마다 정치권의 공방에 휘말려 해양부가 ‘동네북’이 되는 그런 꼴은 더 이상 없어야죠.” 그의 말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해양부의 각종 정책과 기조가 정치권에 휘둘려져온 저간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사실 해양부의 역대 장관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없었다.지금까지 7명의 장관이 거쳐갔는데 2명을 빼고는모두 정치권 인사로 채워졌다.그만큼 정치적 풍랑을 탈 수밖에 없었다.지금은 당적을 버렸지만,얼마 전까지만 해도유 장관 역시 정치권에서 발탁된 장본인이다.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정치권이 부처를 흔들어대면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적어도 정치권에 발목잡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표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다의 날을 맞는 유 장관의소박한 꿈이다. 주병철기자 ■김찬길 한진해운 사장 “사업 다각화…‘넘버1’도약” 바다의 날을 맞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김찬길(金吉·61) 사장은 탁월한 국제경제 감각과 예측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다.외환위기 직전 보유 선박을 대량 매각해 5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고,2억달러의 매각 이익을 거두는수완을 보였다.한국이 세계 9위권의 해운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김 사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한진해운과 함께 성장했다.대한항공에 입사해1987년 한진해운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난 4월 중국의코스콘(COSCON),일본의 케이라인(K-Line),타이완의 양밍(Yangming Line),독일의 제나토르(Senator) 등 세계 유수의5개 선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전략적 해운제휴 그룹인 ‘CKYH'를 탄생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태평양 항로 12개,대서양 항로 11개,아주역내 항로 3개 등 전 주요 항로에 선사간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고,선사간 협력단계에서 그룹간 제휴로 확대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것도 바로 그였다. 한진해운은 77년 첫 항해를 시작한 이래 88년 대한선주와의 합병을 거쳐 현재 123척의 정기 및 부정기 운항선단으로 30여개국 80여 항구에 정기적으로 정박한다.부정기적으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곳까지 포함하면 6000여곳에 이른다. 전 세계 5개 지역본부,280여개의 점포 및 대리점 등 글로벌 영업망을 갖고 있다.독일의 제나토르 라인 및 거양해운을 운영하는 세계 4위권의 선사로 급성장,한국을 대표하는 국적 선사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을 중장기목표로 하고 있다.가치중심의 경영,서비스중심의 경영,신뢰도 제고 경영 등이 핵심 전략이다.지금은 해운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가는 한진해운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았다. 한진해운의 꿈은 야무지다.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2500억원을 넘어섰으나,대규모 환차손으로 78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그러나 올해는 수입목표를 지난해 대비 약 3% 증가한 37억달러로 잡고 사업다각화를 통한 구조조정에 적극나섰다.흑자로 전환시켜 ‘세계 속의 한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사장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을 토대로 국제해운업계에서 한진해운의 위상을 더 높일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 공무원 자동자격제 부활 ‘논란’

    일정 경력을 갖춘 공무원에게 세무사,변리사,관세사 등의 전문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제도가 잇따라 부활되고 있어수험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2000년 12월31일 이전 임용된 공무원들이 대상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99년이 제도가 특혜시비를 불러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해 1월 폐지했었다.그러나 제도 개정으로 자격증을 받지 못하게 된 공무원들이 위헌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지난해 9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아냈다. ◆전문자격 부활 전말=국세청 장기근무자는 세무사 자격직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으며,특허청 근무자의 변리사 자격 부여 법안도 현재 국회법사위에 계류중이다.최근에는 재정경제부가 관세청의 장기근무자를 위한 관세사 자동자격 부여 법률안을 마련,다음달 중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세무사의 경우 종전에는 국세관련 경력이 10년 이상,5급이상은 5년이상 재직하면 시험없이 자격이 주어졌다.관세사는 관세행정분야에 10년 이상,5급 이상은 5년 이상 근무한 경우 연수 뒤,관세행정분야에 20년 이상 근무자는 특별전형을 통해 관세사 자격을 부여했다. ◆관련 부처 입장=해당 분야 경력공무원에 대한 전문자격자동부여제도 폐지로 불이익을 당하는 공무원들이 없도록하기 위해 마련된 경과조치라는 주장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경력 공무원의 세무사 및 변리사자격 자동부여제를 폐지토록 한 법령의 일부 내용에 대해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서 기존에 자격을 지닌 공무원의 경우에 한해 전문자격직 자동부여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여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면서 “경쟁 촉진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관세사 자동자격부여제도가 폐지됐으나이 제도를 믿고 근무해 온 공무원들의 피해가 예상돼 경과조치를 두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에 자격요건을 갖춘 일부 공무원에게 평등한 기회를주기 위한 것이지 이 제도의 완전한 부활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각계 반응=그러나 수험생들은 “정부가 한시적 부활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관세사의 경우 자동자격 부활이 2000년 12월31일기준으로 전문관세행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만 해당된다.하지만 ‘관세행정분야에 20년 이상 근무자는 특별전형을 통해 관세사 자격을 준다.’는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 제도는 20년간 지속되는 셈이 된다.세무사도기준 시점으로부터 10년 동안 자동자격자가 배출된다.결국 이 기간 동안 수험생들은 전문자격을 따기 위해 극심한경쟁을 치러야 한다. ‘미르짱’이란 네티즌은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통해 “관세사 자동자격 부활은 결국 수많은 세월을 투자한 일반수험생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다.”면서 “대한민국이 공무원만을 위한 세상인가.”라고 비난했다.‘수험생’이란 네티즌은 “일반 관세사의 진로에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 부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참여연대도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권말 밥그릇 챙기기의 전형”이라면서 “‘기존 공무원 배려’라는 헌재 판결을 크게 벗어나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날씨 맞히기

    “난 기상학과야.”“그런 과도 있니? 그럼 내일 날씨 맞힐 수 있어?” 이정재가 기상캐스터로 출연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청춘 남녀가 나누는 대화다.이렇듯 사람들은 기상하면 날씨 예측을 떠올리고 그 예측은 ‘맞아야 한다.’는 전제를 깐다. 그러나 ‘맞히다.’의 사전적 의미와 같이 날씨를 맞힐수는 없다.날씨 변화는 인간이 다스릴 수 없는 오묘한 자연의 조화이고,벗길 수 없는 비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봉에 앞서 기상청에서 가진 ‘오버 더 레인보우’ 시사회 덕분에 모처럼 멜로 영화 한 편을 본 김에 다소 감상적으로 날씨 얘기를 하고자 한다.볼 수도,잡을 수도 없는 공기의 변화는 다양한 형태의 날씨로 나타나 때론 평온하게때로는 사납게 그 성질을 표현한다.한 길 사람 속 모르듯,거대한 자연의 일부인 천 길 대기 속을 다 알 수는 없다.열 길 물 속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날씨 예측은 과학이다.그것도 최첨단 기술과 기상,수학,물리,공학 등을 망라한 종합과학이다. 그러나 다루는 대상이 보이지도 않고 범위가너무나 넓다.수평으로 수천㎞,수직으로 수십㎞ 내에서 움직이는 공기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묻는 말이 고작 “내일 날씨 맞힐수 있어?”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주가,부동산,물가 전망도 정확히 맞히기는 어려운 것 같다.그 예측이 정확하다면 모두 부자가 돼 있을 터인데.자연계에서 벌어지는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사회현상보다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과학을 총동원하여 로봇 인간을 만들었다고 치자.이 로봇이 신이 만든 인간처럼 완벽할 수 없어 ‘로보캅’처럼 걷고 사고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마찬가지로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최첨단 수치예보도 자연현상을 완전히 복제하여 재현할 수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날씨를 맞힐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플로리다해안에 사는 수십만명이 우리나라 명절 귀성객 차량 행렬처럼 고생하며 대피했는데 태풍 진로 예측이 빗나갔다고한다.이때 시민들이 보인 반응이 참으로 놀랍다. 겪었던 고생이 문제가 아니라 그 태풍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려준 자연,즉 신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못 맞힌 인간을 탓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곧 비와 태풍의 계절이 온다.여름철 비는 분명히 일년 동안 먹을 물을 댐에 채워주는 생명수이지만,때로는 수마(水魔)로 변하기에 두려운 대상이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는 여름철을 앞두고 우리는무엇을 할 것인가? 올 여름엔 날씨를 잘 맞히나 못 맞히나 내기 할 것인가? 예상강수량 ‘200㎜’란 숫자는 1등의행운을 가져다 주는 복권번호 맞히기가 아니라 그만큼 많이 내릴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예상강수량으로 발표한 200㎜를 넘어 300㎜가 내려 피해가 났으니 틀렸다고 비난한다면 본질을 흐리는 무용한 논쟁이다. ‘내일 날씨 맞힐 수 있어?’ 대신 ‘내일 비 올 가능성있어?’로 인식될 때 기상예보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올 여름 집중호우도 비켜갈 수 없는 자연의 공포이자 없어서는 안될 혜택이다. 안명환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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