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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 2층버스 타보니

    청계천변과 물길이 내려다 보인다. 청계천을 거닐던 어린이와 연인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2층 버스의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답례한다.4일 오전 9시40분 서울광장.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2층 관광버스가 청계천을 향해 출발했다. 이명박 시장과 취재진이 시승식에 참가했다. 서울시가 1억 2000만원을 들여 임대한 독일 네오플랜사의 ‘스카이라이너’(99년식 샘플카)는 74인승.1층에는 마주보는 좌석 등 20석이 있다. 화장실이 있지만 이용 금지. 뒷문으로 오르자 2층으로 향하는 작은 계단이 보였다. 계단 폭과 길이가 좁아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5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빼곡히 놓인 2층은 일반 고속버스보다 비좁았다. 천장이 낮은 탓에 허리를 구부리고 움직였다.“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로열석은 사방이 확 트인 맨 앞좌석이다. 앉아 있으면 청계천 물길과 더불어 오른쪽으로 오가는 시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다음으로 좋은 자리는 왼쪽 창가. 차량이 우측으로 통행하다 보니 청계천은 항상 왼쪽 자리에서 보인다. 자리 배정은 선착순이다. 좌석에 앉자 대형 트럭에 올라탄 기분이다. 기존 버스의 좌석에 앉으면 눈높이가 2m 정도지만,2층 버스는 3m 이상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에 안전벨트를 찾았지만 없었다. 청계광장에 들어서자 전문 관광 가이드가 청계천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했다.“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이자 가장 짧은 다리 모전교입니다.” 관광 안내는 영어와 일어로 이어졌다. 가이드 1명은 2층에 머물며 탑승객의 질문에 답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려 도보 관광을 즐기다 탑승해도 됩니다. 승차권을 구입하면 하루종일 몇 번이라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광화문, 덕수궁, 청계광장, 삼일교, 방산시장, 황학교, 청계천문화관, 영도교, 오간수교, 모전교 등 10곳이다. 도보관람을 원하면 내렸다가 다음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는 1시간 40분∼2시간마다 운행된다. 버스는 시속 40㎞ 안팎이어서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다. 신호등이 많고, 차량이 막히는 곳이라 자주 멈춰섰다. 그럴 때면 감미로운 음악이 귀를 즐겁게 했다. 유유히 흐르는 물과 진달래가 화창한 햇빛에 반짝인다. 다정한 연인이 청계천에 걸터 앉아 사랑을 속삭인다. 아빠와 나들이 나온 꼬마가 팔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사랑해요.’라고 인사한다. 청계천만큼이나 다채로운 시민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버스는 청계광장을 거쳐 고산자교까지 왕복 14.6㎞를 달렸다.1시간40분이 걸렸다.‘청계천 차없는 거리’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까지는 인사동과 경복궁 등으로 우회한다. 월요일은 쉰다. 요금은 어른 5000원, 고교생 이하 3000원. 이날 시승한 이차갑(74)·윤경자(70) 부부는 “2층 버스라 흔들려 멀미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편안하게 청계천을 감상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찾고 싶다.”고 말했다. 시티투어 버스 업체는 오는 11월부터 2층 버스 2대를 추가 도입해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추가 도입되는 버스는 스카이라이너 C형으로 승차인원은 71명(1층 18명,2층 52명)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오산 물향기 수목원 개원

    오산 물향기 수목원 개원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에 버금가는 수목원이 오산에 탄생했다. ●경기도 임업시험장내 10만평에 조성 이에 따라 서울 강남 등 수도권 남부지역 주민들이 교통이 혼잡한 서울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도 대규모 수목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는 오산시 수청동 경기도임업시험장내에 10만평(34㏊) 규모의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을 조성,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광릉수목원(30만평)의 3분의1 규모인 물향기수목원은 2000년 착공, 사업비 70억원이 투입됐으며 1601종 42만 5129그루의 자생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수생식물원등 16개 주제원 구성, 4일 개원 수목원은 수목의 특성에 따라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미로원, 토피어리원, 만경원, 중부지역자생원, 분재원, 향토예술나무원,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 호습성 식물원, 난대·양치식물원, 기능성식물원, 무궁화원, 곤충생태원 등 모두 16개 주제원으로 조성됐다. 특히 물이 많이 나오는 입지여건을 이용해 만든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은 자연습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국내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우수하게 조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향나무를 이용해 거북이 공작 공룡 크낙새 등 각종 동물 모양을 만들어 놓은 ‘토피어리원’과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원’은 어린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넓혀준다. 김소월 이육사 홍난파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과 노래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향토예술나무원’과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방개 등 곤충들의 생활모습과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곤충생태원’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자생식물 ‘보고´… 1600여종 보유 수목원이 보유한 식물은 목본 972종과 초본 629종 등 모두 1601종,42만 5129그루에 달한다. 계절별로 보면 봄에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 생강나무 등 목본과 할미꽃, 노루귀, 양지꽃, 피나물, 현호색 등 초본이 파릇파릇한 싹과 예쁜 꽃망울을 터뜨린다. 여름에는 이팝나무, 쪽동백, 조팝나무, 때죽나무 등 목본과 참나리, 매발톱, 둥굴레, 기린초, 은방울꽃 등 초본, 그리고 연. 수련, 부처꽃 등 수생식물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에는 구절초, 국화, 벌개미취, 쑥부쟁이 등이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며, 유실수원의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등의 열매는 수확의 계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수목원에는 방문객 편의를 위한 방문자센터를 비롯해 전망대, 잔디마당, 숲속쉼터, 휴게공간 등 각종 부대시설이 설치돼 있다. ●매점·식당·휴지통 없어 특히 수목원 꼭대기에 있는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 오르면 꽃향기와 물향기 그윽한 수목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수목원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산림전시관도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500평 규모로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수목원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으며 대신 도시락이나 간식을 가져오면 식사장소로 지정된 숲속의 쉼터에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휴지통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가져온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야 한다. ●6월말까지 무료 입장… 서울서 90분 거리 수목원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 가족들을 위한 나들이 장소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으며, 승용차로는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수원·화성·용인·평택 등 경기남부지역에서는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약 4.5㎞ 길이의 수목원 전체를 천천히 돌아보는 데는 약 2시간이 소요되나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은 물론 노인들도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4일 문을 연 수목원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1월1일∼2월28일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원한다. 입장료는 개원 기념으로 5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무료이며 7월 1일부터 성인 1000원, 청소년· 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주차료는 경차 1500원, 소·중형 3000원, 대형 5000원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살 바라보는 ‘영원한 어린이’ 수필가 피천득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살 바라보는 ‘영원한 어린이’ 수필가 피천득

    온아우미(溫雅優美), 조촐하지만 향기가 아련하다. 마음과 영혼이 정갈해진다. 젊음과 봄을 찬미한다. 고매한 서정이 가득하다. 어여쁜 아이의 미소가 항상 넘쳐난다.‘영원한 어린이’이자 이 시대의 ‘참 스승’으로 여겨진다. ‘나같이 범속한 사람은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금아(琴兒) 피천득(97) 선생. 늘 이맘때면 고향의 ‘인연’처럼 생각난다. 그래서 신록이 우거진 5월의 거울 앞에서 우리 자신을 살핀다. 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채식 위주로 건강 유지 선생은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 ‘난영’이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 잠 잘 때에는 즐거운 꿈의 세계를 함께 걷는 길동무가 된다. 깨어 있을 땐 어린 아이처럼 순박한 미소로 서로를 느끼며 의지한다. 선생은 평생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았기에 칠순이 넘은 제자들이 자주 찾아와 허물없이 얘기를 나눈다. 어버이로서, 스승으로서 존경받아 선생은 5월의 상징적 인물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지난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선생의 자택을 찾았다. 미리 전화로 시간약속을 했던 터여서 선생은 응접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이 맑아보였다. 넙죽 인사를 드렸다.“어서 와요.” 하면서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다정하게 손을 잡는다. 따뜻했다. 선생은 “건강?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요, 등쪽에 뭐가 좀 있는데 아직 괜찮아요.”라고 요즘의 건강상태를 미리 귀띔해준다. “선생님, 언제나 동안(童顔)입니다. 여전히 채식을 하시죠?” “아, 그럼….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주까. 영국의 버나드 쇼(1950년 95세로 사망)가 채식주의자였어요. 나이 들어 죽었는데 이때 ‘런던 타임스’ 사설에 뭐라고 그랬는가 하면 ‘버나드 쇼의 장례 행렬에는 염소와 소, 양떼들이 울면서 뒤를 따랐다.’라고 했지. 평생동안 육식을 안 하니깐 그놈들이 얼마나 고마워했겠는가 말야. 어쨌든 사설에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해….” 선생의 얼굴엔 함박 웃음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한순간에 들춰낸 희열이었다. 삶의 조크가 봄날의 화사한 꽃처럼 향기롭게 다가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문득 응접실 벽에 걸린 족자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족자는 한문으로 깨알같이 썼으되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글씨였다. 선생은 눈치도 빨랐다.“저 (글)내용은 다 내 책에 있는 거야. 얼굴 사진은 아마 2년 전인가 그래요. 전문가가 찍었대….”라고 얼른 설명해준다. 아파트 창너머 화단쪽에는 연분홍 치마를 입은 진달래가 요염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화제를 돌렸다. “선생님, 이제야 봄이 온 것 같습니다. 꽃도 많이 피었고요.” “아, 그래. 제대로 오긴 왔나요.” “선생님,‘오월’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59년에 발표한 작품이시죠?” “아마, 그럴 거요.” “봄도 완연하고,5월에는 생각할 여러 날도 많습니다.” 선생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상념에 잠긴다. 기억을 되살릴 때마다 선생은 잠깐씩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 책을 가져와봐요.”하면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부른다. 아주머니는 치매로 고생하는 선생 부인의 수족처럼 늘 함께 지낸다. 이어 ‘피천득 수필집’(범우사 간행)과 번역시집 ‘내가 사랑하는 시’(샘터사 간행) 두 권을 가져왔다. 수필집은 ‘인연’‘그날’‘비원’ 등 그동안 발표된, 금쪽같은 것만 추려 모았다. 시집은 셰익스피어, 워즈워스, 예이츠, 도연명, 두보, 타고르 등 평소 좋아했던 세계 명시를 모아 작년에 직접 선생이 번역했다. “이봐요, 번역을 하다 보니 요새 느낀 게 있어. 영어로 Cover the Wagon을 직역했더니 포장마차가 되더라고. 그런데 지금 포장마차라고 하면 뭐가 돼요? 안주 먹고 술도 마시는 곳이지요. 원래는 인근에 산책 나갈 때 이용하는 덮개 씌워진 마차를 말하거든요. 이렇게 세대가 바뀌면 딴 게 돼버려요. 그래서 번역이 힘들어요.” ●시는 영혼의 가장 좋은 양식 선생은 또 눈을 감는다. 기억을 해내는 데 방해가 될까봐 질문을 멈추고 잠자코 기다렸다. 다시 말을 이었다. “거 참, 좋은 시들 많아.‘겨울이 짙었으니 봄이 그다지 멀겠는가.’ 영국 시인이 말했는데 괜찮다고 생각해요. 음, 이것도 있어요.‘봄비니까 맞고 가자, 젖어서 가자’ 이건 일본 사람이 한 얘기야. 요즘같은 황사니 뭐니 하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생각할수록 아주 운치가 있어. 그래, 봄비인데 옷좀 젖으면 어떠냐고 말야.” 이어 우리나라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봄과 가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나는 수필과 시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높은 차원의 시는 동서를 막론하고 엇비슷해요. 모두가 순수한 동심과 맑은 서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시를 많이 읽지 않는 것 같아요. 경쟁이 치열하고 남을 누르고 이겨야 살 수 있는 세계에서 시는 사실 잘 읽히지 않아요. 하지만 이럴수록 오히려 시를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해요.” 시는 영혼의 가장 좋은 양식이고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영혼이 정갈해지며 이것은 곧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순수한 동심만이 세상에 희망의 빛을 선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생은 열다섯 살 때부터 유럽과 일본의 시들을 읽고 심취했다. 이어 스승의 날을 생각했던지 “우리나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접이 부족해요. 아이가 선생한테 뭘 갖다줄까봐 스승의 날 휴교하는 세상이 어디 있어요.”라고 질타한다. 또한 “아이들이 선생을 존경해야 하는데 아직 너무 부족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선생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라도 사랑하고 또 나중에 커서 봉사하는 정신으로 삶을 살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 장래는 아주 낙관적” “우리나라 아이들은 두뇌가 기가 막혀요.‘나는 훌륭한 나라의 백성이다.’는 자존심을 가져야지. 원래 우리 민족은 두뇌가 좋아. 우리나라처럼 부지런하고 극성인 나라도 없어. 운동이니, 음악이니 다 두각을 나타내잖아요. 자연도 아름답고, 자존심을 상실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나라 장래는 아주 낙관적이야.” 선생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많다. 월드컵야구클래식(WBC)에서 조편성만 불리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가 우승도 할 수 있었지 않으냐는 예를 들었다. 또 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한국 여자들이 연이어 우승하는 것도 다 민족의 우수성에서 얻어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선생은 100살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분명 젊은 봄처럼, 신록의 5월처럼 살고 있었다. 고매한 서정성과 순수한 동심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생은 하루에도 몇번씩 인형과 함께 잔다. 딸 서영의 동생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난영’으로 지었다. 목욕도 시켜주고 예쁜 핀으로 머리를 묶어준다. 선물을 받은 곰인형 세마리도 함께 자는데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어 선생이 직접 안대를 씌워 재운다.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서다. 오는 29일, 선생은 아흔일곱번째 생일을 맞는다. 선생의 원래 이름은 천득(天得)이었는데 호적계의 과실로 ‘天’이 ‘千’으로 바뀌었다. 획수가 하나 적어지는 바람에 가난하게 산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시 오월을 노래한다.‘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10년 서울 출생 ▲26년 서울 제일고보 4년 재학시 중국 상하이로 유학 ▲29년 상하이 호강대학교 예과에서 수학. 도산 안창호 선생을 사사함 ▲34년 귀국후 춘원 이광수 선생댁에 유숙, 금강산 체류 ▲37년 호강대학교 영문과 졸업 ▲45년 경성대학 예과 교수 ▲51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 ▲54∼55년 하버드대학에서 연구 ▲59년 금아시선문선 출간 ▲63∼69년 서울대학원 영문과 주임교수 ▲74년 서울대 교수 퇴직(슬하에 2남1녀를 둠. 장남은 캐나다에서 치과 기공소 운영, 차남은 서울아산병원 의사, 장녀는 미국에서 물리학자로 활동 중.) # 주요 작품집 서정소곡(1930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33년), 서정시집(47년), 소네트시집(76년), 수필(76년), 금아문선·금아시선(80년), 인연(96년), 미수기념 금아 피천득 문학전집(97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2005년) 등
  • [女談餘談] 홀로되신 시어머니/김수정 정치부 기자

    4월 셋째 주. 활짝 핀 진달래가 민망하게도 뒷산 꼭대기에 쌓인 흰눈을 바라보며, 일흔여덟의 시어머니는 당신의 남편을 집 뒤 선산에 모셨다. 집이 아닌 곳에서 잠자는 걸 끔찍이나 싫어하던 시아버님의 성격 때문에 18세 때 결혼한 이후 60년을 하루도 빼지 않고 함께한 남편이었다. “꽃을 좋아하셨으니 좋은 때 잘 가신 거다.”“편안히 성모님 곁으로 가신 거다.” 철늦게 매운 바람이 몰아치는데도 ‘좋은 때’만 강조하셨다. 최면을 걸고 계신 듯했다. 산에 모시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시어머니는 아들·며느리들을 모아놓고 파격적인 요청을 하셨다.“니들 아버지가 쓰던 침대를 치웠으면 좋겠다. 십수년 안 바꾼 벽지도, 바닥 장판도 바꿨으면 한다. 시커먼 장식장도 버려라.” “맞아요. 그렇게 하세요. 어머니”. 어느 자식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심전심. 홀로 남은 시어머니가 60년을 함께한 남편을 보내는 날, 눈물을 삼키며 새 세상을 맞고자 하는 의지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자식들에 기대지 않으려는 여든 살 시어머님의 ‘처절한 몸부림’같았다. 시어머님의 손아래 시누이도 시가쪽 식구이련만,“잘 생각했어요. 오빠 때문에 못 불렀던 친구들도 집으로 부르고 그러세요.”라며 힘을 보탰다. 막내며느리로, 그동안 힘쓸 일이 없었던 나는 식구들의 핀잔까지 들어가며 요즘 유행한다는 ‘포인트 꽃 벽지’로 집을 단장했다. 곳곳의 먼지도 다 털어냈다. 장롱 속에선 60년전 사주단자(四柱單子)도 나왔다. 평소 물건 버리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시더니,“다 버려도 된다.”며 무한 권한을 주신다. 자식들을 서울로 보낸 뒤 넓은 집에 홀로 남으신 시어머니. 사회문제 이슈로 접해온 이른바 ‘전국 68만 독거(獨居)노인’ 대열에 드신 게 아닌가. 남의 일이 아니었구나. 갑자기 우울증이라도 찾아오면 어떡하나. 돌아가신 아버님도 최근 수년 우울증 때문에 억지소리, 험한 말도 많이 해 어머니가 속앓이를 하셨다는데…. 이번 주말 찾아뵙겠다는 전화에 “어서 오너라.”라고 하신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엔 “오지 마라. 피곤이 풀리게 푹 쉬어.”하시던 시어머님이다. 김수정 정치부 기자 crystal@seoul.co.kr
  • 자연·일상 보듬는 햇살같은 시선

    자연·일상 보듬는 햇살같은 시선

    “느티나무 집/부엌 아궁이에서 불 지피던 아낙이/우는 아이 달래러 방에 들어갔군요./…/예쁜 개울 토닥이다가 아낙도/함께 잠들었군요.” (‘개울가 눈 오는 풍경’중/김영남) “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그 가녀린 것들의 생이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풍경의 깊이’중/김사인) 5월 햇살처럼 깊고 따스한 시선으로 자연과 일상을 보듬는 두 중견 시인의 서정시집이 나왔다.19년 만에 두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을 펴낸 김사인(51) 시인은 이땅의 남루한 일상들에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 세번째 시집 ‘푸른 밤의 여로’(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한 김영남(49)시인은 마냥 고향으로 달음박질치는 시심을 시집 안에 가뒀다. 오랜 성찰과 정제된 시어로 담금질된 시편들은 눈보다 먼저 마음으로 읽힌다.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차리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어떤가 몸이여.”(‘노숙’중)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1987) 이후 김사인 시인은 오랫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90년대 초 ‘노동해방문학’지 사건으로 수배 중일 때 시집 한 권분량의 원고를 잃어버린 뒤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고 한다.2000년대 들어서야 그동안 메모해 뒀던 시들을 정리해 발표하기 시작했고, 앞서 인용한 시 ‘노숙’으로 지난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의 시선은 작고, 가녀린 것들에 닿아 있다.“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 보는 이 아무도 없다.//그 가녀린 것들의 생이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풍경의 깊이’ 중)는 우주적 깨달음이나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빈 호주머니여//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그간의 일들을/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코스모스’전문)라는 탄식은 지상의 고된 일상을 견디는 순박한 영혼들을 따듯하게 위로한다. 오랜 진통 끝에 세상에 나온 시집은 선후배 문인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고 있다. 신경림 시인은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고 평했고, 평론가 임우기는 무려 40여쪽에 이르는 공들인 해설을 보탰다. 시인은 “(시쓰기는)금욕과 고행이 수반되지 않으면 보람을 이룰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이 몇해의 안팎의 소강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고 시집 말미에 소회를 적었다.6000원.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량까지’ 중) 김영남 시인의 고향은 전남 장흥이다. 동향인 소설가 이청준, 화가 김선두와 함께 고향을 소재로 한 시·소설 화집 ‘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를 내는 등 수구초심이 각별하다. 그에게 올해 현대시작품상을 안겨준 작품 ‘마량항 분홍 풍선’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것이다. ‘정동진역’(1998)‘모슬포 사랑’(2001)에 이어 세번째 내놓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의 아늑한 품속으로 회귀한다. 시인의 말마따나 “‘정동진’에서 시작해 제주도 ‘모슬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고향 땅인 ‘정남진’(장흥)으로 귀향하는 시의 행로를 갖게 됐으니 우연치고는 참 묘한 우연”이다. 시집엔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인상적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이 도드라진다.“달, 저 달을/싸리울에 묶어본다. 허름한 말뚝에 매어본다.”(‘가을밤이 되면’ 중)라거나 “느티나무 집/부엌 아궁이에서 불 지피던 아낙이/우는 아이 달래러 방에 들어갔군요./…/예쁜 개울 토닥이다가 아낙도/함께 잠들었군요.”(‘개울가 눈 오는 풍경’ 중) 등은 독특한 서정의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평론가 김주연은 “자신의 주관을 주변 환경과 자연속에 개입시켜 서정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진정한 신서정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고 평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인성의 산울림] 진달래 명산 강화 고려산

    [김인성의 산울림] 진달래 명산 강화 고려산

    # 낙조대에서 서해낙조를, 고려산 정상에서 북한산하를 보다 강화읍내에서 5㎞쯤 떨어진 고려산은 주변에 유적지와 관광지가 많아 등산과 여행을 겸한 가족 산행지로 좋은 곳이다. 매년 봄이면 진달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고려산 정상에서 8부능선까지 이어지는 산자락이 진달래 군락지.20만평에 달한다.4월하순쯤 절정에 달하면 산허리는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산행 강화읍내에서 고비고개를 넘어 연촌 적석사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적석사 입구 연촌까지는 군내버스로 15분정도 소요된다. 적석사 입구에서 적석사까지는 30분정도.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경사가 심한 편이지만 택시나 승용차가 올라갈 수 있다. 적석사에 올라 서해의 조망을 감상한 다음, 마당 왼쪽 소로를 따라 3∼4분가량 오르면 낙조대에 닿는다. 고려산 서쪽에 위치한 낙조대는 해발 343m. 산세가 아름답고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낙조대란 이름만큼이나 서해낙조가 아름다워 강도팔경(江都八景) 중 한곳으로 꼽힌다. 낙조대에서 능선을 따라 10분정도 오르면 낙조봉이다. 이곳에서도 석모도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넘이를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으면 한강과 임진강은 물론, 동쪽으로 강화대교와 김포, 서쪽으로 석모도, 남쪽으로 마니산과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북쪽으로는 봄빛으로 물든 개성까지도 볼 수 있다. 길게 펼쳐진 능선엔 억새풀과 솔밭길, 그리고 진달래가 어우러지며 고려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낙조봉에서 고려산 정상까지는 4㎞.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경사가 완만하고 솔밭길이 많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쉬엄 쉬엄 걸으면 된다. 탐방객이 너무많아 흙길인 등산로에서 흙먼지가 많이 난다는 것이 흠. 고려산 정상 부근에는 성인의 키보다 웃자란 진달래가 연분홍 꽃자수를 놓은 듯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려산 위쪽으로는 남쪽의 산들이 없다. 겹겹이 펼쳐진 바다건너 북한의 산하를 보노라면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진다. ●하산 고려산 정상에서 백련사로 내려가려면 헬기장에서 아스콘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군부대 앞에서 오른쪽으로 경사진 길을 4분정도 내려가면 백련사. 오색연꽃 중 백련이 떨어진 곳으로 보물 제994호로 지정된 철불아미타불 좌상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에 한때 팔만대장경이 봉안되기도 했다. 백련사에서 부근리 버스정류장까지는 3.5㎞.40분가량 소요된다.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다리를 건너 첫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 마을길을 지나 두번째 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부근리삼거리 버스정류거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면 된다. ●등산코스 (총 산행시간 3시간30분)-연촌(적석사입구)-30분(1.9㎞)-적석사-4분-낙조대-10분-낙조봉-솔밭산림욕장-15분-고인돌군-18분→고인돌군-진달래군락- 30분-고려산-20분-군부대-4분-백련사-21분(1.9㎞)-부대앞 다리-18분(1.3㎞)-마을삼거리(오른쪽)-0.3㎞-부근리삼거리(버스타는곳). 백련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고려산에 오를 수도 있다. 백련사에서 진달래산책로를 따라 고려산에 오른 다음, 아스콘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와 군부대 앞에서 백령사로 가면 된다. 산행시간은 1시간∼ 1시간 30분소요. ●볼거리 백련사 아래 부근리의 북방식 고인돌(사적 137호)은 남한에서 제일 큰 규모. 높이 2.6m, 덮개돌 길이 7.1m, 무게 70t으로 주변 고인돌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먹거리 산행후 외포리항 등에서 강화의 특산물인 인삼과 순무, 밴댕이회, 조개구이, 바지락 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다. <가는길> ●대중교통 신촌∼강화직행:첫차 새벽 5시40분.8분 간격배차.4400원. 군내버스:강화읍내에서 적석사행 버스가 오전엔 7시25분,8시55분,10시40분, 오후엔 1시35분 등 하루 네차례 운행한다. 택시;강화읍내에서 적석사 앞까지 20분 소요.1만2000원. ●승용차 적석사 방면:강화읍내→내가면 방향→국화리 저수지→고비고개→연촌 마을회관→적석사. 백련사 방면:강화읍내→송해 삼거리→부근삼거리→해룡아파트 입구→좌회전→백련사 주차장.
  • 여주 세종대왕 진달래길 거닐어볼까

    여주 세종대왕 진달래길 거닐어볼까

    4월의 여주는 참 특별하다. 이제껏 한번도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던 세종대왕릉(영릉)의 서편 진달래 꽃길이 일반에 개방됐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진달래 꽃밭이 무려 3000평. 솔향기 가득한 꽃밭길을 걷는 맛이 각별하다. 여주 도자기 박람회도 개막됐다. 벌써 열여덟해째 이어져 오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로 박람회를 가득 채웠다니,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서볼 만하다. 글 사진 여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넓은 공간이 주는 고요함과 여유로움. 소풍나온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조차 꿈결에서 들리는 듯 나즈막하다. 여느때라면 시끄럽게 들려졌을 법도 한데 그마저도 여유롭게 느껴진다. 한껏 게으름을 피워가며 영릉(英陵)으로 향했다. 이번에 개방된 진달래 숲길은 8.5㏊, 약 3000평쯤 된다. 관람기간은 이번달 30일까지. 진달래꽃이 피는 기간에만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한다. 기존의 관람동선에서 살짝 비켜나, 서편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잉어가 노닐던 연못을 지나 진달래 숲길로 향하는 언덕을 올랐다. 곧이어 나타난 길은 두갈래.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오른쪽길로 접어들었다. 솔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산새는 한껏 봄을 노래하고 있다. 참 곱기도 하다. 크기는 참새 절반만한 것이 여간 크고 낭창하게 우짖는 것이 아니다. 새로 만든 길이라서인지 잘라낸 나무 그루터기에 발이 걸리기 일쑤다.‘길을 만들어 가며’ 걷기를 5분여. 진달래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수의 영취산이나 강화의 고려산 진달래처럼 온산을 집어 삼킬 듯 붉게 물들여 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대신 영릉의 진달래가 선택한 것은 소나무와의 조화와 교감인 듯했다. 울창한 소나무 아래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며 안개처럼 넓게 스며가는 듯한 모습. 강렬함보다는 잔잔함이 느껴졌다.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진 진달래는 전국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꽃. 잎이 채 돋기도 전에 속절없이 피었다가 지고마는 가냘픈 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정한(情恨)을 상징하기도 한다. 호사가들의 말을 빌리면, 진달래의 향기는 방금 머리를 감은 여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냄새처럼 상큼하단다. 흔히 알려져 있듯, 진달래는 비슷한 모양의 철쭉과는 달리 먹을 수가 있다.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한다. 특히 진달래로 담은 술, 두견주는 이름과는 달리 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진달래 화전 안주로 진달래 술 한잔 마시면, 기골이 장대한 청년도 쉽게 쓰러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가는 걸음마다 놓인 진달래꽃을 사뿐이 즈려밟으며’ 걷기를 한시간 남짓. 아직도 그윽한 솔향기가 코안을 맴도는 듯하다.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것은 탐방로. 영릉의 자랑거리다. 탐방로가 왕릉의 봉분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는 것은 영릉이 유일하다.‘천하명당’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각종 석물 등 왕조시대 건축물의 진수를 눈앞에서 보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또하나의 자랑거리는 가족들과 함께 돗자리깔고 쉴 만한 장소가 많다는 것. 영릉초입의 어정수(御井水)를 비롯, 인접한 효종대왕릉 산책로 주변에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며 누워 쉬기엔 그만이다. #2 알고 가면 재미있는 왕릉답사 ●천릉(遷陵)1호인 영릉 영릉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릉옆에 있던 것을 예종때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주산(主山)인 칭성산을 감싼 주변 산세가 마치 꽃봉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듯하다해서 모란반개형(牧丹半開形)의 명당이라고 한다. 원래 이곳은 세조때 우의정을 지낸 이인손 등의 묘가 있었던 곳. 천릉터로 최적의 길지라는 지관들의 보고를 접한 예종은 평안도 관찰사를 지내던 이인손의 맏아들 이익배에게 선부의 묘를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이익배가 이장을 하기 위해 산소를 파보니 “이곳에서 연을 날려 줄을 끊은 다음, 연이 떨어지는 곳에 묘를 옮겨라.”는 글이 적힌 두루마리가 나왔다. 연이 떨어진 곳에 이장을 한 후 자손은 더욱 번창하였고, 연주리라는 마을이름은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한다. ●참도는 오른쪽이 높다 참도는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진 길. 두개의 통행로로 되어 있다. 앞쪽을 보고 좌우를 구분하는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오른쪽 높은 곳이 신도(神道), 왼쪽의 낮은 곳은 어도(御道)다. 어도는 능제를 지내러 온 왕이 걷는 길, 신도는 선왕의 혼령이 다니는 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다니는 신도를 아들이 다니는 어도보다 한단 높게 조성했던 것. ●정자각에는 계단 하나가 없다 봉분앞에서 제사를 지냈던 곳이 정자각. 유심히 보면 정자각 오른쪽에는 계단이 두개인데 반해 왼쪽은 하나밖에 없다. 참도를 따라 걸어온 왕은 동입서출(東入西出)에 따라 정자각 동쪽으로 들어와 제사를 지내고 서쪽으로 나간다. 반면 홍살문에서 아들을 따라 정자각까지 온 선왕의 혼령은 제사를 마치면 다시 왕릉 봉분으로 들어가야 한다. 능제가 끝났는데도 선왕의 혼령이 따라오면 왕궁은 물론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그래서 정자각을 나서는 왼쪽에는 왕이 내려갈 계단 하나밖에 없는 것. ●왕릉에는 강(岡)과 잉(孕)이 있다 신라나 고려와는 달리 조선의 왕릉에는 강과 잉이 있다. 강은 봉분이 자리잡고 있는 언덕을, 잉은 왕릉 뒤쪽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지형을 말한다. 강은 땅의 기운 중에 가장 좋다는 생기(生氣)를 저장하는 탱크역할을 한다. 잉은 강에 생기를 주입시켜 주는 역할을 맡는다.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여주읍내→42번국도 이천방향→영릉삼거리 우회전→영릉. 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이천방향→수광리 도예촌→3번국도→이천온천삼거리→복하교에서 우회전→여주방향 산업도로→OB맥주공장→ 양평/이포방향삼거리→좌회전→영릉.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료 성인 500원, 청소년 300원. ●문의 (031)885-3123∼4. #3 볼것·놀것 천지 ‘여주 도자기 박람회´ ‘천년 도자의 맥’. 제18회 여주 도자기 박람회(ceramicexpo.org)가 지난 20일 개막됐다. 이번 도자기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많다는 것. 전시, 체험행사의 대부분이 어린이 위주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들이 세라믹과 친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족나들이 코스로는 안성맞춤.5월14일까지 계속된다. 올해 20회를 맞는 이천 도자기 축제(ceramic.or.kr)도 21일 개막돼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역시 다음달 14일까지 행사가 이어진다. 경기도 양평에서 봄나들이 온 하지원(9)양 가족과 함께 박람회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지원이네 가족이 맨처음 들른 곳은 세계생활도자관 1층의 ‘세라믹 판타지’코너. 세라믹 정원에 전시된 세라믹 꽃과 곰인형 등이 반갑게 인사하는 듯하다. 정원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토야네 집 101호’다. 토야는 박람회의 마스코트 이름.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빌라에는 청자아버지와 분청엄마 등 모두 12명의 토야네 가족이 살고 있다. 방은 모두 네 개. 맛있는 식당과 행복한 거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방마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세라믹의 세계를 정교하게 꾸며 놓았다. 토야네 집 구경을 마치면 옆집인 ‘상상갤러리 201호’로 연결된다.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라믹 작품들을 재미있는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세라믹 작품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고, 듣고, 느끼는 등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기법이 동원됐다.”는 것이 교육체험 큐레이터 전양건(35)씨의 설명이다. ‘상상극장’에서 ‘할머니와 요리사’라는 5분짜리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상상스튜디오’에 닿는다. 도자작품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원이가 만들기로 한 것은 ‘알리바바의 집’이라고 이름붙인 항아리형 도자기. 삐뚤빼뚤하지만 여간 귀여운 모습이 아니다. 한 달 뒤에 택배를 통해 잘 구워진 ‘알리바바의 집’을 다시 만나기로 하고 2층의 ‘세라믹 하우스Ⅱ’전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엄마와 아빠를 위한 곳. 침실과 주방, 욕실 등 집안 곳곳에 사용되는 세라믹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오디오룸에 전시된 도자기 스피커는 오디오 제작업체들 사이에 관심의 초점이란다. 하지만 지원이 엄마의 관심은 침실에 전시된 세라믹 구두. 누구든 발에 맞으면 무료로 준다기에 지원이 엄마도 도전해 봤다. 애는 썼지만 잘 들어가지 않아서 포기. 세계생활도자관을 나와 오른쪽 토야관으로 들어섰다.‘미니룸 꾸미기’행사장이 있는 곳이다. 자석을 덧대놓은 벽에 세라믹 장식용품들을 가져다 자기 마음대로 꾸며볼 수 있다. 토야관 오른쪽은 토야도자공방. 어린이 특별전의 하이라이트다. 흙으로 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어린이들이 흙과 노는 공간이자, 도자기를 완전정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전씨의 설명이다. 흙밟기장에서는 맨발로 흙속에서 뒹굴수 있다. 무료로 대여해준 앞치마를 입은 지원이가 처음 본 친구들과 진흙을 밟아가며 정신없이 논다. 저절로 머드팩이 될 듯하다. 이밖에 흙물로 그림을 그리는 ‘슥삭슥삭’, 과녁에 흙을 던져 맞히는 ‘휙휙팍팍’ 등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들. 이번에는 흙체험실에서 도자기 굽기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흙체험실은 도예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400명이 동시에 도자기 제작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 컵을 만드는 데 20분, 화분 등의 생활자기를 만드는데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제출하면 주최측에서 불에 구워 제작한 다음 택배로 부쳐 준다. 기간은 한달 정도 소요된다. 예약은 (031)884-8552.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여주IC→37번국도 여주방향→여주 버스터미널 사거리 우회전→여주교→331지방도 신륵사 방향→행사장. ●관람료 흙놀이방+전시관:성인 3000원, 어린이 4000원. 가족은 4인 이상 1만원,3인 이상은 8000원. ●체험료 흙체험실:만들어 가져갈 경우 5000원, 구워서 택배로 보낼 경우 일반 2만원, 학생은 1만원. 택배비 본인부담. 월요일은 휴관. ●문의 (031)645-0570∼1,(031)884­8644. <가볼만한 곳> ●해여림 식물원 21일 문을 연 해여림식물원은 형형색색의 튤립축제가 자랑.5만여평에 달하는 관람면적에 각종 꽃과 약용식물, 희귀종 보호수 등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월요일은 휴무. 문의(031)882-1700. ●황포돛배 신륵사 맞은편 나루터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신륵사에서 여주대교, 영월루 등을 돌아본다. 소요시간은 30분. 월요일은 쉰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문의 (031)887-2867. ●신륵사 여주의 대명사라 할 만큼 많이 알려진 천년고찰. 화려한 다포지붕이 압권인 극락보전은 경기 유형문화재 제128호, 조선 성종때 세워진 다층석탑은 보물 제225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031)885-2505.
  • [길섶에서] 영취산의 봄/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 연분홍 진달래와 노오란 생강나무 꽃, 연둣빛이 감도는 산버들이 어우러진 영취산(1075m·전북 장수군)을 찾았다. 무룡고개(또는 무럭고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왼편으로 깎아지른 절개지를 오른다. 초장부터 강행군이다. 가쁜 숨을 내쉬며 한참을 올라가니 영취산 정상이다. 사방은 천길 단애. 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 끝 두어평 남짓의 암반 위에 올라서니 웅장한 준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지리산의 서부능선이 병풍을 둘렀고, 그 앞으로 고남산, 봉화산, 월경산, 백운산을 넘어 이곳 영취산으로 이어진다. 북으로는 덕유산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서쪽으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이곳에서 육십령까지는 10여㎞의 완만한 능선길. 한겨울 추위를 견뎌낸 나무들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고, 산새들이 짝을 부른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 사람 키높이로 자란 산죽이 연방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파리의 감촉이 싱그럽다. 길은 비단이불을 밟는 것처럼 푹신하고 따스하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영취산의 봄을 만끽했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다시 찾은 청계천의 봄

    다시 찾은 청계천의 봄

    청계천에 성(性)이 있다면 아마도 ‘여성’일 것이다. 청계천에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포근함과 넉넉함이 살아 있다. 또 크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여성미도 느낄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처음 맞는 봄. 청계천에 화사한 봄 옷을 입혀 놓고 보니 영락없는 ‘봄 처녀’의 자태를 닮았다. 수줍은 듯 하얀 꽃향기를 뿜어내는 조팝나무와 연분홍 진달래, 노란 개나리,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노랑꽃창포 등에서도 ‘여심’(女心)이 느껴진다. 그녀는 품속에서 수많은 꽃과 나무와 풀과 곤충과 새들이 어우러져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려웠던 지난 시절 서민들과 희로애락도 함께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넉넉함을 잊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 곳에는 역사가 있고, 추억이 있고, 생명이 있고, 문화가 있고, 삶이 있다. 주변의 ‘맛과 멋과 쉼’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30년만에 찾아 온 청계천의 봄. 가족들에게는 봄나들이 명소로,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이보다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길이 5.84㎞. 나이 7개월 20일. 새롭게 태어난 청계천, 그녀의 봄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글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걸어서 한바퀴 30년 만에 찾아온 청계천의 봄 풍경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컷던 것일까. 아니면 콘크리트로 뒤덮인 청계고가를 넘어다니던 학창시절 읽었던 박태준의 ‘천변풍경’의 잔영들이 갑자기 되살아난 것일까. 청계천을 찾기도 전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청계천변에 모여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들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판자촌이 늘어섰던 개천변의 모습과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던 빨래터, 개천변에 모여살던 민 주사와 한약국집 가족, 이쁜이, 점룡이, 여급 하나코’. 이런 상상에 빠져 지난 14일 봄의 새싹이 움트고 있는 청계천을 찾았다. 봄을 만끽하기에는 이른 느낌이었지만 그 곳에는 봄이 있었다. 조팝나무에 하얀 눈송이가 달려 있고, 진달래는 제철을 만났다. 개나리 꽃은 잎사귀에 둘러싸여 내년 봄을 기약한다. 창포와 버들가지에도 봄이 가득하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과 오리가 자맥질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30년 만에 되찾은 청계천의 봄 풍경이다. #10:00-청계광장 출발 청계천 시작지점인 ‘청계광장’(청계1경)을 내려와 모전교를 출발했다. 천변은 번잡하던 도로 위와는 전혀 딴 세상이 펼쳐졌다. 개천은 지상에서 불과 2∼3m 아래지만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시끄러운 소음 대신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상쾌하게 파고드는 공기도 지상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모전교는 청계천 22개 다리 중 첫 다리로 근처에 과일을 팔던 모전(毛廛·과일가게)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먼저 만난 곳은 다리 아래 ‘팔석담’. 팔도의 화합과 정기를 담은 이 곳에서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수거된 동전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한다고 하니 소원도 빌고, 좋은 일도 할 겸 과감하게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 물속에 던졌다.‘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동전을 줍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던질 수는 있지만 줍지는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계천의 석교인 ‘광통교’(청계 2경) 아래를 지나자 완연한 봄 세상이다. 버들가지에서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나고, 천변에 줄지어 늘어선 창포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인공미가 물씬 풍기던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청계천의 돌과 나무, 꽃 모두는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로 자연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청계천의 새역사를 써 갈 꽃과 나무는 따사로운 봄볕에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광통교는 청계천 다리중 가장 큰 다리로 원래는 광교 사거리에 있었지만 1958년 복개공사로 땅속에 묻혔다가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10시20분-광교∼관수교 물의 흐름이 걷는 속도보다 빠르다. 봄을 즐기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탓도 있지만 유속이 어른의 빠른걸음 정도다. 그러나 강바닥에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오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광교 다리를 지나 ‘정조반차도’(청계 3경)에 이르렀다. 정조가 모친의 회갑을 기념해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이 있던 화성(현재 수원)에 행차하는 모습으로 김홍도 등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합작해 그린 작품이다. 규모는 폭 2.4m, 길이 192m에 이르는 거대한 도자벽화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벽화라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반차도의 내용을 설명해 준다. 장통교를 지나자 ‘삼각동 워터 스크린’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어 삼일교를 지나 수표교터에 도착했다. 수표교는 청계천을 복개할 때 장춘단 공원으로 옮겨졌고 이 곳에는 터만 남아 있다. 청계천의 수심을 측정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수표(水標)라는 이름이 붙었다. #10:40-관수교∼나래교 관수교에 이르자 개천 바닥에 녹색 그물들이 눈에 들어온다.‘뭘까?’라는 궁금증을 품기도 전에 자원봉사자들이 먼저와 다가와 “물고기들의 쉼터”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꽃이며 나무들의 이름을 물어봤다. “하얀 꽃을 예쁘게 피운 것이 장미과 조팝나무고, 붉은 것은 진달래, 개천변의 파란 풀들은 창포”라며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관수교를 지나자 시원한 ‘고사분수’의 물줄기가 개천에서 하늘로 솟구친다. 새벽다리에 이르자 물흐름이 느려진다. 곳곳에 물고기 산란장이 많다. 개천 위의 돌다리를 건너 다니며 개천 속을 들여보기로 했다. 바닥에는 푸른 이끼들이 끼어 있고, 한무리의 송사리떼가 노닌다. 개천 바닥의 흙색과 닮아 한참을 들여다봐야 송사리떼를 찾을 수 있다. 엄마와 봄 나들이를 나온 아이는 “엄마, 송사리가 어디 있어, 안 보여.”라며 칭얼댄다. 엄마의 손끝을 한참 들여다본 뒤에야 “야, 물고기가 많다.”며 즐거워했다. #11:00-나래교∼오간수교 출발한 지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청계광장에서 나래교까지는 2.5㎞ 남짓. 산책이 즐거운 탓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버들다리를 지나자 천변 담장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올라간다. 시골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개나리도 반갑게 반긴다. 오리 한 마리가 물위를 거닐며 먹이를 찾느라 여념없다. 먹이를 발견한 오리는 자맥질을 한다.“아이고 몇 마리 없는 물고기 다 잡아먹네…”라며 지나가던 한 할머니의 한숨 섞인 탄성도 들린다. 청계천 산책에 동행한 동료가 복원 전과 복원 직후의 청계천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거든다. 버들다리를 지나자 ‘패턴천변’(청계 4경)에 이르자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주제로 제작됐다는 ‘문화의 벽’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는 패턴 분수, 그리고 그 주위로 조성된 수변 무대가 발길을 사로잡았다. 엄마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가 정겹게 들려와 산책길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11:20-오간수교∼비우당교 오간수교 아래에는 오간수문터의 옛모습이 걸려 있다. 도성안의 물줄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에 있었던 다섯개의 수문이다. 다리 아래에 청계천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와 그 앞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의 흑백 사진은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산교를 지나자 흑백사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빨래터’(청계 5경)에 도착했다. 시멘트로 만든 대여섯개의 빨래판은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빨래터는 소설 천변풍경이 시작되는 곳. ‘…간간이 부는 천변 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 들어, 물 속에 잠근 빨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는 않은 모양이다’ 인근에 즐비하게 늘어선 판자촌 사이로 빨간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빨래 방망이를 겨드랑이에 끼고 아이들을 데리고 청계천을 찾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된다. 인근 다리 아래에 당시 천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몇 점의 사진이 걸려 있다. #11:50분-비우당교∼두물다리 점점 다리가 아파 온다. 쉬지 않고 걸은 탓이다. 밤이면 물줄기와 형형색색의 조명이 아름답다는 ‘리듬 벽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맞은편에는 소망의 벽(청계 6경)이 눈에 들어온다.2만여개의 예쁜 타일에 시민들의 소망이 적혀 있다. 선생님을 따라 봄 나들이를 온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길게 줄지어 가는 산책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벽에서 시원스레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하늘물터’(청계 7경)의 터널분수. 마치 커다란 물줄기 사이를 지나는 듯하다. 바람에 물이 날려 옷을 젖을 수 있어 안경을 썼거나 카메라를 지닌 사람은 돌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피해 가는 것이 좋다.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천 가운데 우뚝 솟은 3개의 거대한 기둥이 눈길을 끈다.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청계고가도로의 교각으로 후대에 청계천 복원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일부러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12:20-두물다리 도착 ‘구경 한번 잘했다∼.’무학교와 두물다리를 지나 청계천이 끝나는 청계문화관에 이르렀다.2시간 남짓을 걸어서야 5.8㎞의 산책로 끝에 이르렀다. 너무 빨리 걸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볼거리와 화려함은 덜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정겹다.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다시 청계광장까지 거슬러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고산자교를 지나면 청계천에서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버들습지’(청계 8경)을 만난다. 어류,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주변에 갯버들과 매자기, 꽃창포 등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사람은 두물다리 위로 올라와 ‘청계천문화관’에 들러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된다. 두물다리 위에 있는 성북상수도사업소(청계주차장) 앞에 가면 노란색 1번 버스를 타면 청계광장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노선은 이곳에서 청계8가∼평화시장∼세운상가∼청계 3가∼종로3가∼무교동까지다. 버스는 30∼35분 간격이며, 요금은 현금 550원, 카드 500원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숨은 맛집 완연한 봄이다. 청계천에도 이곳 저곳을 거니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청계천엔 수경시설과 금붕어, 청둥오리, 꽃, 전태일 동상까지 많은 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청계천 주변을 둘러보면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렇지만 성큼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눈여겨 보면 청계천 주변의 뒷 골목엔 숨은 맛집들이 적지 않다. 한 장소에서 고집스럽게 단일 메뉴만을 수십년 동안 만든 요리사도 많다.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청계천의 맛집을 소개한다. ●북한토속음식 청계천 광장 인근에 북한 토속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 ‘리북손만두’(776-7350)사장 박혜숙(65)씨는 평양 태생으로 한국전쟁 때 남하해 그동안 줄곧 북한 음식을 했다. 청계천 인근 지금의 장소에서 시작한 지는 17년. 이 가게의 주요 메뉴는 리북손만두와 김치마리밥, 빈대떡, 제육보쌈 등이다. 특히 리북손만두가 맛있다. 김치마리밥은 김치국물에 찬 밥을 말아먹는 북한에선 한겨울 음식. 하지만 손님들은 주로 여름에 이 음식을 찾는다. 빈대떡은 평양식 빈대떡이다. 제육보쌈은 일반적인 보쌈과 달리 삽겹살로 한다. 보통 목살로 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고기는 북한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가격은 만둣국과 접시만두는 7000원, 김치마리밥은 6000원, 빈대떡은 1만 2000원. ●70년 이상 추어탕만 파는집 1972년 남북조절위 제3차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북한의 박성철 대표는 “지금도 무교동 그 자리에 용금옥이 있는거요?”라고 물어 용금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용금옥(777-1689)은 전통을 사랑한다. 용금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찾는 사람들도 전통을 사랑한다.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사장은 함부로 객장을 넓히려 들지 않고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추어탕 한 그릇에 소주를 기울이던 손님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옛모습 그대로인 이곳을 ‘마음의 고향’인양 찾는다. 위치도 무교동 골목길을 헤매야만 찾을 수 있는 그 자리 그대로이다. 용금옥은 1932년 홍기녀(작고)씨가 열었다. 현재 3대째인 신동민(45)씨가 9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미꾸라지들은 살아있는 것으로 소금에 씻어 얼른 뚝배기 육수 속으로 집어넣기 때문에 연하고 신선하다. 미꾸라지를 넣기 전에 느타리와 목이, 표고버섯, 두부, 양파, 유부 등 갖은 양념이 먼저 육수에 들어간다. 고춧가루를 듬뿍 쳐 내놓는다. 가격은 8000원. ●피아노로 프러포즈를 미리 피아노를 배우지 못 한 걸 후회하는 남성들이 더러 있다. 피아노 프러포즈만큼 낭만적인 게 있을까. 하지만 피아노 프로포즈를 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이라면 청계천 장통교에서 종로쪽에 자리잡고 있는 티포투(735-5437)를 추천한다. 홍차와 우롱차, 커피 등을 파는 차 전문점 티포투의 2∼3층엔 피아노가 있다. 간혹 실력을 뽐내는 손님이 더러 있다고 한다. 또한 매주 두 차례 오후 9시 하프 공연도 잡혀 있다. 일정은 매주 월요일 저녁 때 나온다. 티포투는 메뉴를 선택하기 전 찻잎이 담긴 작은 샘플병에서 향을 먼저 맡아보고 원하는 차를 고를 수 있다. 4층은 공연장으로 쓰인다. 극단들이 종종 대관해 공연을 한다. 티포투는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부드러워 여성들이 선호한다. 차 가격은 6000∼8000원 ●주문진산 골뱅이 수표교에서 나와 중부경찰서 앞에 오면 골뱅이 집이 10여개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집은 풍남원조골뱅이(2265-2336).1971년 이원희(81)씨가 시작,1981년 방종숙(50)씨가 시집을 온 뒤 요리를 맡고 남편 송병희(54)씨가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쓴다. 골뱅이는 주문진산으로 육질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비결이다. 송씨는 “일반적으로 골뱅이는 북한산을 써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주문진산을 써 많은 손님들이 온다.”고 말했다. 이 집은 모든 게 푸짐하다. 대접에 골뱅이 무침이 산처럼 쌓여 나온다. 반찬으로 나오는 계란말이도 풍성하다. 또한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인심도 좋다. 골뱅이는 산지에서 잡아 냉동 전 바로 가공된다. 따라서 산 채로 운반되는 것보다 위생적이고 영양 상태도 오래 간다. 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는 맛도 별미. 가격 1만 9000원. ●굴보쌈집 골목 청계천의 관수교에서 나와 서울극장 뒷골목에 가면 굴보쌈집이 6∼7개 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굴보쌈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가게들이있다. 또한 대부분 맛이 좋기로 언론에도 소개된 만큼 믿을만하다. 손님이 많이 찾는 가게 가운데 한 곳이 전주집. 돼지고기와 김치를 말아 김치보쌈을 만들고 여기에 굴을 올리면 굴보쌈이 된다. 맛은 달콤해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함께 나오는 국도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굴보쌈 큰 게 2만 5000원. 중간 크기는 2만원. 정식은 1만원이다. ●대한민국 원조 함흥냉면 동네마다 함흥냉면 가게가 있다. 함흥냉면을 안 먹어본 사람은 드물다. 함흥냉면 가게는 많지만 원조는 오로지 하나. 바로 ‘함흥곰보냉면’(2267-6922). 한국전쟁 때 함흥에서 온 곰보부부가 여기서 냉면집을 시작했다. 당시엔 가게는 없었고 길 구석에 탁자를 놓고 장사를 했다고 한다. 부부는 둘 다 얼굴에 천연두 흉터가 많았고 사람들은 “곰보네 냉면 먹으러 가자.”면서 찾았다고 한다. 그 뒤 이들 부부는 수십년 동안 8명의 주방장에게 요리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현재 모든 함흥냉면 집은 모두 이들 주방장한테 전수받은 것. 부부는 장사가 잘 돼 1968년 가게를 열었고 1987년 배정지(63)씨가 인수,3층 건물에 260석을 갖춘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함흥냉면 특유의 새콤달콤한 양념장 맛이 난다. 육수는 누린내가 완전히 제거됐다. 회냉면은 가장 인기다. 물·회·비빔냉면 모두 6000원. ●4계절 문전성시인 닭집 동대문 종합시장 뒷골목엔 1년 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가 있다. 바로 진할매원조닭집(2275-9666). 진옥화 할머니는 25년 동안 여기서 오로지 한 메뉴 닭한마리만을 고집했다. 닭이 통째로 대야에 담겨 나온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손님들은 집게와 가위로 닭을 자른다. 대야 안엔 대파와 큰 감자도 있다. 아무리 가위질이 서툴러도 종업원들은 절대 돕지 않는다. 종업원들과 눈 한 번 마주치기 힘들다. 닭은 자란지 35일쯤 된 것으로 냉동하지 않은 걸 쓴다. 영계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이 담백하다. 김치도 고랭지 배추만을 쓰며 3일 이상 된 것은 없다. 닭을 모두 건져먹으면 국수를 넣고 국수 대신 흰떡을 넣어 먹어도 된다. 닭한마리 가격은 1만 2000원. ●원할머니 보쌈집 본가 김보배(84)씨가 1965년 청계천 8가에 허름한 판잣집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사위인 박천희(49)씨가 1991년 맡아 운영한 뒤 현재 프랜차이즈점으로 커졌는데 원래 본가는 바로 이곳이다. 많은 프랜차이즈점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이종구 홍보과장은 “본가 맛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개성식 보쌈으로 보쌈김치의 매콤한 맛을 줄이고 담백한 맛을 높였다. 해산물을 많이 넣는다. 현재 유명한 보쌈 프랜차이즈점이 이곳에서 배웠다는 설이 있다. 한 손님은 “36년 동안 왔다.”면서 “맛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손긍익씨도 “서울에서 맛을 본 뒤 잊을 수 없어 대구에서 다시 와 먹는다.”고 말했다. ●황학동 곱창골목 연탄불로 곱창을 구우면 기름이 쭉 빠지고 잘 익는다고 한다. 철판에 곱창을 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연탄불로 곱창을 굽는 음식점이 모인 골목이 있다. 청계천 황학교에서 황학동 사거리로 가면 곱창 골목이 모여 있다. 대부분 음식점은 10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곱창을 팔았다. 1991년까진 이곳은 곱창을 파는 포장마차가 많았다. 당시엔 심야단속이 있었는데 몰래 장사를 했다고 한다. 당시 정부가 포장마차 규제 정책을 펴면서 하나 둘씩 구멍가게로 전환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업소 주인들은 손님들이 요즘도 곱창을 밖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고 전했다. 날이 더워지면 손님들이 밖에서 먹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가격은 가게마다 좀 다르지만 연탄불 곱창은 9000원. 야채곱창은 8000원이다. 원조왕곱창은 유일하게 4년 전부터 메뉴에 껍데기를 추가했다고 한다. 껍데기는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글 사진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어떻게 변했나 ‘청계천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청계천 하류 끝지점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청계천문화관’에 가면 이런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준다. 청계천 물길을 상징하는 긴 유리 튜브 형태의 건물에는 한국전쟁 전후 혼돈과 가난을 담아냈던 청계천의 삶에서부터 도심을 관통했던 청계고가의 모습 등 복원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청계천문화관은 오전 9시부터 밤 10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설전시장은 무료로 개방된다. 건물 외벽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 전시장에 올라가자 상설 전시관이 나타난다. 관람은 4층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관람 동선을 따라 관람하면 자연스럽게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다. ●“엄마, 정말로 저렇게 끔찍한 집에서 살았어?” 가장 먼저 만난 곳은 6·25 한국전쟁 전후인 1950년대 청계천의 모습. 청계천 복개관에 들어서자 개천변으로 늘어선 판잣집의 모형과 영상물이 반겼다. 마치 성냥곽을 붙여 놓은 듯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과 난간에 내걸린 빨래, 천변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당시 서민들의 어려웠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모형물 뒤로 대형 스크린에서는 청계천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연신 돌아간다. 관람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살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김인숙(42·동작구 사당동)씨는 함께 온 딸아이가 “엄마, 어떻게 저런 집에 사람이 살아?”라고 묻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 저렇게 어렵게 사셨단다.”라고 얼버무린다. ●주변 찍은 대형 항공사진 바닥 ‘장식´ 코너를 돌자 어두컴컴한 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이게 뭘까.’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청계천 복원 전 복개도로 아래 지하를 체험하는 곳이란다.1967년 복개 공사로 인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청계천 아래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5∼6m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지만 마치 어두컴컴한 복개도로 아래 지하로 들어온 듯했다. 이어 10㎞에 이르는 복원공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그래픽 패널과 영상, 모형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돌아온 청계천 코너에 들어서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계천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3층에는 청계천 주변을 촬영한 대형 항공사진이 바닥에 깔려 있어 하늘에서 청계천을 내려다 보는 느낌을 준다. 2층에서는 조선시대의 청계천 모습도 가늠할 수 있다. 조선시대 청계천의 본류와 지천, 청계천에 얽힌 역대 왕들의 이야기,17·18·19세기 청계천 고지도 등 다양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청계천 복개 논의가 시작됐던 일제시대의 관련자료도 볼 수 있다. 태조과 태종, 영조, 정조로 분장한 배우들이 영상을 통해 청계천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 ‘청계천 투어’코너에서는 청계광장∼신답철교까지 복원된 청계천의 모든 구간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잠시 쉬며 합성사진 찍어 볼까 인공 연못과 인터넷 시설을 갖춘 휴식코너인 ‘에코 청계천’의 ‘포토존’은 인기 코너. 청계천 다리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합성해 찍을 수 있다. 사진은 곧바로 프린트를 해주며 1장당 1000원이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3일까지 1970년대 청계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노무라 할아버지의 청계천 이야기’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에서는 1968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청계천 하류 판자촌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75)가 기증한 사진과 스크랩북, 한국지도 등 826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사진에 등장하는 지역은 현재 성동구 마장동과 사근동, 용답동, 송정동 일대로 청계천 하류의 모습과 판자촌 거주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옛날엔 저 구정물에서 수영도 했다네” 사진전은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지는데,‘청계천의 하류 스케치’에서는 1970년대 청계천 하류에 늘어서 있는 판자촌의 모습을,‘판자촌의 하루’에서는 군복 염색과 벽에 폐휴지를 붙이는 모습 등 판자촌 거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테마인 ‘어린 회상과 증언’에서는 당시 노무라의 어린 자녀들이 판자촌에서 느낀 감회를 적은 글을 사진과 함께 정리한 스크랩북이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사진전을 꼼꼼하게 관람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50∼70대가 대부분이다. 옛날 청계천 인근에 살았다는 한 70대 관람객은 한 사진을 가리킨 뒤 “옛날에는 저기에서 수영도 하고 그랬어. 우리 집은 저기 저쪽이야.”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문의는 569-0696.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쇼핑·풍물시장 제일평화시장(2252-3633)은 ‘오전에 밀라노 컬렉션에서 소개된 옷이 저녁에 제일평화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을 본뜬 옷들이 시시각각 선보인다.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평화시장(2265-3531)은 중년 여성복, 스포츠 용품, 아동복, 운동복, 양말, 모자 등이 두루 있는 가장 큰 도매 시장 중 하나다. 신평화시장(2253-0714) 1층에는 속옷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2000∼3000원대부터 유명브랜드까지 다양하다. 동평화시장(2238-1833)은 국내 유명 브랜드 위주의 덤핑 매장이 많다. 동대문의 다른 의류 상가에서도 이곳에서 물건을 떼어 갈 정도로 소매 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 남평화시장(2237-0622) 지하 1층·1층은 가방을,2·3층은 청바지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청평화시장(2252-8036)은 가격이 싼 재고 상품들이 많다. 동대문종합시장(2262-0114)은 연면적 2만평으로 1970년 개장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으로 기록됐다. 원단류, 의류 부자재, 침구·커튼,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우리나라 대표 원자재 시장. 인테리어 소품을 직접 만드는 등 아기자기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동대문신발상가에는 1000개가 넘는 신발 도매상이 모여있다.A동은 운동화,B·C동은 숙녀화를 주로 취급한다. 물론 신사화도 있다.광희시장(2238-4352)은 가죽·모피 전문 상가로 일본인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수기에는 시중가보다 40∼50% 싸고, 비수기에는 여기서 10% 더 싸다. 광장시장(2267-0291)은 한복, 주단, 직물, 폐백용품, 나전칠기, 제수용품을 판다. 덕운상가(2252-5835) 지하1층에는 벨트·가방·지갑 등 피혁 제품 도매 상가가 모여 있다. 아동복이 품질도 괜찮다.우노꼬레(2250-7829)에는 남성복 매장이 많다. 청대문(옛 프레야타운·2048-2000)은 30대 이상 여성복들이 많다. 광장시장(275-3674)은 1905년 7월 5일 대한제국 한성부 개설허가를 받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근대적 시장.2층은 일본·홍콩 등에서 들여온 구제 의류가 많다.‘빈티지 룩’을 연출할 수 있는 구제의류가 잘 갖춰져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1만∼2만원의 저렴한 가격. 한복, 침구, 의류, 나전칠기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지만 최근에는 빈티지 패션을 이끌고있다. 밀리오레(3393-0001)는 두산타워와 함께 동대문 패션몰 전성시대를 이끈 곳. 두산타워에 비해 의류 디자인이 평범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꼭대기층 식당가에서는 동대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식당 아주머니들의 ‘호객행위’만 아니라면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다. 두산타워(3398-3333)는 상인의 30%가 공장·하청 공장을 소유한 디자이너 출신일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의류가 많다. 대신 값도 다소 비싸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교환·환불도 가능하지만 현금아니면 잘 안깎아줘 동대문에서도 원칙적으로 교환·환불까지 할 수 있다. 상인들이 환불을 거부하면 상가측 상담센터나 상인연합회 등에 문의하면 도와준다. 가능한 한 현금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원칙적으로 신용카드는 받지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가격을 깎아주지 않는다. 설사 가격을 흥정한 뒤라도 신용카드를 내밀면 원래 가격을 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평화시장 등은 소매시장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낮에 문을 닫는다. 시장별로 운영시간을 확인해보고 가야 한다. ■ 만원이면 즐기는 ‘보물찾기’ 동대문 풍물시장 ‘추억여행’ “탱크 말고는 다 있어요.” 낡은 구두, 곰방대, 화폐, 중고 바이올린골동품, 헌옷,LP판, 중고 가전, 성인용비디오까지.동대문 풍물시장(2238-4709)은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어야 할 건 없는 벼룩시장이다. 가로 2m, 세로 1.2m의 좌판 1000개가 모여 있다.2003년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되자 청계천·황학동 일대 노점상이 동대문야구장 자리에 터를 잡았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평일에도 손님들이 제법 많다. 물건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이하.‘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물건을 골라보자. 물건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시장 체험이,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시장 한쪽에 마련된 먹자골목에서는 튀김·어묵·잔치국수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상인들이 저마다 문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지만, 대개 오전 8∼9에 장사를 시작해 오후 6∼7시면 문을 닫는다. ■ 서점·극장가 반디앤루니스(종로타워점·2198-3000)는 가장 최근 지어진 서점. 교보·영풍문고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실내에 의자가 많아서 서점에 있는 책들을 몇시간이고 볼 수 있다. 특히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다. 서가 사이에서 카페트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재즈 등 조용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 적당한 크기로 흘러나온다. 서점 입구에는 계단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으며, 간이무대에서는 간간이 문화공연이 열린다. 교보문고(광화문점·1544-1900)는 명실공히 업계 1위 서점인만큼 책이 가장 많다. 저자와의 팬사인회도 수시로 열린다. 음반판매점(핫트랙)은 웬만한 음반 전문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음반들을 구비해놓고 있다. 문구점 역시 문구백화점으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규모가 크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문구·소품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유명한 만큼 붐비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영풍문고(종로점·399-5600)는 청계천을 걷다가 광교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보인다. 지하 매장에는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점, 샌드위치점이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서점인 반즈 앤 노블 한편에서 스타벅스가 성장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 북스리브로(을지점·757-8100)는 영풍문고에서 명동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다른 대형 서점에 비해 아담하지만 서점 곳곳에 4인용 테이블을 마련,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100평)의 만화책 전문매장이 있다. 대형 서점으로서는 유일하게 와인가게도 갖췄다.OK캐시백과 연계돼 있어 적립금 할인혜택이 15%나 되는 점도 장점이다. 청계천을 떠올리면 헌책방 거리를 빠뜨릴 수 없다. 청계천6가 평화시장 대로변(버들다리∼오간수교)에 있다. 한참 잘 나가던 1970년대에는 200여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40여곳 정도 남아 있다.3평 안팎 되는 가게에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 고르기는 힘들지만, 괜찮은 책을 발견할 때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신난다. 가격은 정가의 절반 정도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영화관·공연장 옹기종기 마니아들 발길 북적북적 관수교 북쪽 방향으로 ‘원조 개봉관 삼총사’인 서울극장·단성사·피카디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1907년 개장해 국내 최고(最古) 영화관으로 기록된 단성사(764-3745),1958년 개관한 피카디리(3676-7942)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했다. 시설은 깔끔하지만 예전 극장의 낭만은 사라졌다. 영화 ‘접속’에서 주인공이 서로를 기다리던 피카디리 극장 앞 커피숍도 사라졌다. 삼일교 북쪽(인사동) 방향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시네코아(2285-2090)가 있다. 여기서 더 걸어가면 예술영화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741-9782)가 연인들을 기다린다. 옛 허리우드 극장 자리의 아트선재센터에 있던 시네마 테크 전용관을 옮겨왔다. 삼일교 남쪽(명동) 방향에는 개봉작과 단편영화를 두루 볼 수 있는 중앙시네마(776-8866)가 있다. 직진하면 우리나라 소극장 공연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삼일로 창고극장(319-8020)도 보인다.1975년 개관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멘트를 펴바른 담벼락 아래로 연극인들의 추억들이 느껴진다. 작가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있다. 광교를 기준으로 명동을 바라보면 애비뉴엘 건물에 롯데시네마(1644-8855)와 아바타 건물에 명동 CGV(1544-1122)가 있다. 마전교를 건너 종로쪽으로는 연강홀(708-5001)이, 지하철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과 신당역 사이에는 충무아트홀(2230-6600)이 있다. 모두 뮤지컬·연극·클래식 등이 펼쳐지는 종합 공연장이다. 동대문 시장의 청대문(옛 프레야타운) 건물에는 MMC(2268-01111)가 있다. 씨네큐브 광화문(2002-7770)은 청계광장에서 충정로 방향 쪽의 흥국생명 지하에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 건물 외관에서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반긴다. 로비에도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하에 푸드코트가 갖춰져 있다. 로비에서 팝콘을 팔지 않아 영화 관람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 버들치·조팝나무 “날 보러 와요” ‘반갑다. 봄!’ 30년만에 찾아온 청계천의 봄을 가장 반기는 이들은 아마도 청계천의 나무와 꽃들과 물고기, 철새 등일 것이다. 콘크리트 더미에 떠밀려 도시를 등졌던 이들은 화사한 청계천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심은 100여종의 나무와 꽃 이외에 바람을 타고 천변에 날아든 156종의 식물들이 청계천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다. 맑은 물 아래에는 각종 물고기가, 수면 위에는 긴 겨울을 지낸 새들이 날아와 따스한 봄볕을 즐긴다. ●봄꽃들의 현란한 꽃잔치 요즘 청계천에 가면 조팝나무에 하얀 꽃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여기에 활짝 핀 빨간 진달래와 영산홍, 노란 개나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키 1∼2m의 조팝나무는 꽃 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팝나무라 불린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조만간 청계천 가로변 5.5㎞구간에서는 900여그루의 이팝나무와 물가에 심은 노랑 꽃창포가 만개해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지난 연말 루미나리에 축제 때 화려한 전등이 내걸렸던 이팝나무들은 파란 잎과 하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물가에 심어진 백합목 붓꽃과 식물인 노랑 꽃창포의 꽃망울이 개천을 화려하게 장식할 전망이다. 담쟁이덩굴들은 가로변 담장을 타고 오른다. 덩굴손에 흡착근이 있어 담벽이나 암벽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회색빛 담장을 푸르게 바꾸어 놓는다. 마장2교에서 용답육교에는 매화거리가 330m 조성돼 있으며, 시점부에서 새벽다리 사이에서는 산수유와 산철쭉, 자산홍, 개나리를 볼 수 있다. 고산자교에서 신답철교 사이의 사과나무와 감나무도 이달 말부터 꽃망울을 터뜨린다. 하류인 고산자교 일대에는 바람을 타고 온 이름 모를 풀들의 현란한 잔치가 벌어졌다. 마디풀과 고들빼기 등 종수는 156종에 이르지만 일반인들이 이름을 알기란 쉽지 않다. 식물 중에는 다른 식물들에 해를 끼치는 위해식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돼지풀과 서양등록나무 등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청둥오리등 동물 160여종 관찰 청계천은 정수된 한강물과 지하수가 흐르는 2급수 자연하천으로 1급수 어종인 버들치와 2급수 어종인 붕어, 참붕어, 메기 등 다양한 어종들이 살고 있다. 모전교에서 다산교까지 3.26㎞구간에 물고기 인공산란장 5개소와 물고기 쉼터인 거석 16개소, 거석수제 16개소, 목재방틀 20개소가 설치돼 있다. 이것들은 물고기들이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올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고 홍수 때에는 물고기들의 피난처로 쓰이게 된다. 버들치는 몸길이 8∼15㎝로 몸 한가운데 황갈색 세로띠가 있다.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가 길고 위턱 끝에서 앞쪽으로 튀어나온 육질돌기가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송사리는 몸길이가 5㎝정도로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몸빛깔은 담회갈색을 띤다. 이 밖에 하류에 가면 메기와 잉어, 피라미, 미꾸라지, 갈견이, 버들치, 돌고기 등도 볼 수 있다. 찾아드는 철새들도 다양하다. 지난해 청계천에서는 황조롱이와 고방오리, 중대백로, 왜가리 등 34종의 조류를 포함해 족제비등 동물 160여종이 관찰됐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청둥오리. 몸길이는 50∼60㎝로 수컷은 머리와 목이 광택 있는 짙은 녹색이고 암컷은 갈색 얼룩이 있다. 집오리의 원종이기도 하다. 청계천관리센터 윤소원과장은 “청계천에는 다양한 동·식물들 서식처로 많은 생태가 점차 복원되고 있다.”면서 “이달 말부터 복원 뒤 처음 찾아온 봄 식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지역 명물’ 多 있네! ‘지방 명물들이 다모였네’ 청계천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증받은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북 상주시와 충북 충주시 등 12개 자치단체에서는 각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와 꽃을 청계천에 기증했다. ‘곶감’으로 널리 알려진 상주시는 감나무 90그루를 기증, 신답펌프장∼마장 2교 제방에 심었고,‘사과’의 고장 충주시는 사과나무 120그루를 고산자교∼신답철교 제방에 심었다.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의 명소 충남 천안시는 능수버들 16그루를 다산교 하류 빨래터 양측 둔치에 심었으며, 창녕군은 청계천·중랑천 합류지점 호안습지에 갈대 3만포기를 기증했다. 경북 영주시는 산철쭉 5400그루를 오간수교간 둔치에, 경기 포천시는 구절초 2만포기를 살곶이공원 둔치에,‘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군은 대나무 260그루를,‘매화의 본고장’경남 하동군은 매화나무 250그루를 신답철교∼용답육교에 각각 심었다. 경북 성주군은 노랑꽃창포 39종 8430그루포기를 지난 15일 기증, 신답철교 하류 생태교육장 부근에 심었으며, 충남 부여군은 이달 말 차집관거∼세월교에 연꽃 300평을 기증할 예정이다. 이밖에 황학교 하류 소망의 벽 주변에 있는 돌하르방은 제주도에서 기증한 것이며, 두물다리 아래에 있는 경관석은 남해군에서 기증한 것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주차장·화장실 못찾아 불편하셨죠? 청계천을 찾을 땐 미리 주변 편의시설을 확인해두면 편리하다. 특히 화장실과 주차시설은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놓자.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라 청계천과 인접한 무료 주차시설은 거의 없다. 멀리 떨어진 공영 주차장이나 주변 건물의 부설 주차장, 사설 주차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도심이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 옆 노상주차장은 무료인데 자리가 9개 뿐이라 서둘러야 한다. 서울신문사 등 부설주차장은 24시간 운영하며 최초 30분은 2000원, 초과 10분당 1000원을 받는다. 오히려 성동구 마장동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주변에 주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시설관리공단, 성북수도사업소, 동대문우체국 등이 모두 무료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주차장도 10분당 350원에 불과하다. ●무인 자동화화장실을 찾아라 청계천을 거닐다 보면 화장실 찾기가 녹록지 않다. 청계천변에서 올라와 표지판을 살펴보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지정한 화장실이 눈에 띈다. 공단과 협약을 맺은 곳이라 화장실 이용을 거부하면 신고할 수 있다. 건물에 들어가기 껄끄러우면 무인 자동화화장실을 이용하자. 삼일빌딩, 한국전력변전소, 구 홍보관, 황학교, 고산자교, 성북천 등 7곳에 설치돼 있다. 이용료는 10분당 100원. 남녀공용이란 점이 불편하다. ●청계천 순환버스를 타자 청계광장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해도 동대문운동장을 지날 때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청계천 순환 2층버스를 이용하면 관광이 한결 편안하다. 다음달 4일부터 하루 5차례씩 왕복 14.6㎞를 오간다. 원하는 곳에 내려 구경하고, 다음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2층에 앉으면 청계천 물길도 보인다. 관광 안내원이 청계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차내에서 관광영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요금은 3000∼5000원선이 될 전망이다.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비치하고 있다. 청계광장 안내소와 청계천 2가 안내센터, 오간수교 등 3곳이다. 청계천 편의시설은 청계천 종합안내도(cheonggye.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달마가 서해로 간 까닭은?

    해마다 이때쯤 서해안은 파닥파닥 생기가 돈다. 곳곳에서 해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릴 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해진다. 바지락이 출하되기 시작하고, 새조개가 식도락가들을 유혹한다. 겨울부터 나온 간재미는 제맛을 한껏 자랑한다. 봄바다 맛의 진수는 충청남도 당진의 실치회. 아주 잠깐동안 담백하고 쫄깃한 제 몸맛을 알려주고는 금세 사라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는 또 어떤가.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함을 준다. 주변에 즐비한 관광명소들을 들러보는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풍성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서해안. 가족과 함께 1박2일 나들이코스로 제격이다. 글 당진·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충남 당진 장고항 # 실치는 실치의 원래 이름은 뱅어. 지역에 따라서는 복숭아꽃이 필 때쯤 나온다고 해서 도화뱅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어가 되어도 길이가 10㎝를 채 넘지 못할 만큼 작아 생선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크기. 특히 5㎝가 넘지 않는 크기의 뱅어를 실오라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살아 있을 때는 몸빛깔이 투명하지만 죽으면 흰색으로 변한다. 매년 3월쯤 되면 충남 당진의 장고항 등에 실치가 비치기 시작한다. 이때의 길이가 2∼3㎝정도.3월 중순에는 4∼5㎝정도로 커지고,5월 초순을 넘으면 10㎝ 크기의 성어로 자란다. # 실치의 주무대 장고항 충남 당진의 장고항은 예전부터 실치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 농사지어서는 못시켰던 자식교육을 실치를 잡아서 시킨다고 할만큼 이 지역 어민들의 주수입원이었다. 겨우내 한적했던 이곳에 3월하순부터 ‘당진 8미(味)’실치를 찾는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장고항의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실치요리집. 그중에서 가장 먼저 실치회 요리를 시작했다는 용왕횟집(041-353-0255)을 찾았다. 손녀딸을 등에 업은 채, 외지인을 맞은 사람은 주인 김기순(50)씨. 요리장(?)을 겸하고 있다. 손님들이 주문한 실치 회무침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이유가 궁금했다.“실치가 싱싱허니께 많이들 찾는 거지유. 아, 어장이 코앞인디 얼매나 싱싱허것슈?”실치 어장은 장고항 선착장에서 배로 2∼3분 거리. 실치가 떨어질 때쯤되면 배타고 나가 ‘뺑뺑이’라는 그물속에 잡힌 실치를 걷어온다. 횟수는 손님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하루 4∼5차례.“실치란 놈이 얼매나 성질이 급한지, 물밖에 나오면 채 30분밖에 살지를 못혀유.”그래서 장고항이 살아 있는 실치회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란 설명이다. # 다양한 실치요리 실치는 3∼5월 사이에 반짝 먹을 수 있는 계절음식. 요즘이 딱 제철이다. 대표적인 실치요리는 각종 야채와 곁들여 먹는 실치회무침이다. 보릿고개에 배고픈 어부들이 실치 한사발을 떠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비벼먹었던 데서 시작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갓 잡아온 실치를 쑥갓과 배, 당근, 미나리, 오이 등을 초고추장에 버무린 양념야채에 곁들여 먹는다. 특히 쑥갓과 배는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데 그만이다. 3월 중순쯤 처음 잡히는 실치는 너무 연해서 회로 먹기는 어렵다. 횟감으로 적당한 크기와 육질을 가진 놈들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은 4월초순부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뒷맛이 산뜻하다. 실치 자체가 씹힐 것이 없고 부드럽기 때문에 입에서 녹아드는 듯하다.3∼4명이 먹을 수 있는 한접시에 2만원. 실치를 아욱과 함께 끓여낸 된장국, 부추나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부쳐 먹는 실치전도 별미다. 5월중순쯤 성어가 되면 뼈가 억세지고 쓴맛이 강해져 회로는 먹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는 말려서 먹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뱅어포. 씹히는 맛이 부드러워 특히 안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기순씨에 따르면 뱅어포에 얽힌 사랑얘기도 많았단다. 뱅어포를 만들기 시작하는 초봄이면, 항구주변에 사는 처녀총각들 사이에 애정행각(?)이 끊이질 않았다고. 로맨스의 무대는 바닷가 보리밭. 실치를 널어 놓는 곳 바로 뒤편이다.“이 마을엔 노총각 노처녀가 없었슈. 실치를 널겠다고 나와서는 공공연히 연애질이었다니께. 보리밭에 들어갔다가 한참만에야 나오는 애들도 봤슈.” # 봄철 해변 영양식 뱅어포에 양념 발라 구워내면 밑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특히 풍부한 것이 칼슘.“하루 두 장 정도만 먹으면 칼슘 보충에 따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실치는 단백질과 지방이 적은 반면,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통째로 먹기 때문에 뼛속의 칼슘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옆에서 실치회무침을 먹고 있던 김옥자(67·충남 예산)씨는 한술 더 뜬다. 자칭 ‘실치박사’.“칼슘의 왕 멸치보다도 칼슘이 10배가 더 많은 것이 실치”란다. 과장도 심하시다. 설마 그렇게 칼슘의 양이 많을까만, 아무려면 어떤가. 제철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또다른 별미 간재미 실치와 함께 장고항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간재미다. 사철 잡히긴 하지만 살이 여물어진 겨울부터 지금까지가 제철이다. 서해안 중남부 지역에서 잡히는 가오리과의 심해어.‘갱개미’라고도 불린다. 홍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격은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쫄깃한 살점과 무른 뼈가 어우러져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꼬리뼈가 세 개인 것이 수컷, 하나인 것이 암컷이다. 특히 수컷은 ‘스태미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방법은 회나 찜, 탕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요리는 회무침. 단단한 육질을 유지하기 위해 막걸리로 씻은 다음, 배·미나리·무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것이다. 미식가들이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간재미의 간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를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대산방향으로 진행. 석문방조제를 지나 615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5㎞ 정도 직진하면 오른쪽이 장고항.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041)350-3121∼3. ■ 충남 안면도 자연 휴양림 #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 실치회로 입안 가득 봄의 미각을 채웠다면, 이젠 솔향기 맡으며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맑게 씻어줄 차례. 다소 헐렁거린다 싶을 만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안면송이 가득찬 휴양림속에서 삼림욕을 즐겨보자.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원인은 소나무를 비롯한 초목들이 풍기는 그윽한 향기.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초목들이 자신을 해치는 미생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내뿜는 독한 냄새가 인간에겐 더없이 고마운 향기가 된다.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정도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숲.77번 국도변에 넓게 펼쳐져 있는 이 소나무 숲 한가운데 안면도 자연휴양림(anmyonhuyang.go.kr)이 자리잡고 있다.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안면송이 가장 큰 자랑거리. 안면송 군락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2005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우수산림 경영사례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되기도 했다. 수령은 100년 내외. 중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부러진 소나무와는 달리 늘씬한 자태를 자랑한다. 예로부터 귀한 목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이곳의 소나무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 소나무 천연림의 면적은 430㏊에 달한다. 휴양림에 들어서자 안면송이 뿜어내는 솔향기가 이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오르다 보니 창기리 출신의 시인 채광석의 시비가 세워진 둔덕이 나왔다. 소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은 곳. 네살배기 아들과 산책을 하던 류광희(35·충남 태안)씨는 “저멀리 바다와 함께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철쭉을 함께 볼 수 있는 요맘때가 안면도 휴양림이 가장 예쁠 때.”라며 만족한 표정이다. 류씨는 또 “전망대에서 보는 탁트인 서해바다의 모습이 장관”이라며 “동남쪽으로 펼쳐진 울창한 소나무 군락지도 빼놓지 말고 감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안면송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은 다음 77번국도를 가로질러 가면 수목원이 나온다. 연못위의 정자가 인상적인 한국정원과 야생화 꽃길, 철쭉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또다른 장점은 주변에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는 것. 아름다운 낙조로 널리 알려진 꽃지 해수욕장이 자동차로 불과 10분거리에 있다. 실치로 유명한 마검포, 철새들의 천국인 천수만, 그리고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홍성의 남당항에서는 새조개 축제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바다낚시터 또한 지천이다. 낚싯대 하나에 새우미끼 한통이면 감성돔까지 노려볼 만하다. 연륙교 아래와 황도 등이 유명 포인트. #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서산A,B방조제→안면도 이용시간 : 휴양림-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숲속의 집-오후 3시∼다음날 낮 12시까지. 요금 : 숲속의 집-2만원∼7만원, 휴양림-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주차료 :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숲속의 집 이용객은 입장료와 주차료 면제. 문의 : (041)674-5019. # 석문방조제도 가봐요 충남 당진의 석문방조제는 길이만 10.6㎞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방조제다. 도대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치 길다. 교통신호 하나 없는 방조제옆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이 7.8㎞에 달하는 대호방조제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드라이브 벨트’를 이룬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서해안 드라이브의 백미다. 방조제 옆 서해 갯벌에는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굴 등의 해산물을 직접 캘 수도 있고, 어민들이 채취한 것들을 살 수도 있다. #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IC로 나온다.38번국도를 타고 대산방면으로 25㎞정도 직진하면 석문방조제.
  • [씨줄날줄] 제주 사투리/이용원 논설위원

    ‘나 바레기가 권닥사니 벗어정/가고정 홀 때민/속솜호영 오고셍이 보내주쿠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이 글은, 제주 지역어(사투리)를 사랑하는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 가운데 하나이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첫 대목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를 제주 말로 옮긴 것이다. 제주교대 속담연구회가 20여년의 자료 수집 끝에 출간한 ‘제주도속담사전’(제주도 펴냄,1999년)에는 ‘미던 씨어멍도 죽으민 보리 방에 질 땐 생각난다.(미워하던 시어머니도 죽으면 보리 방아 찧을 때는 생각난다.)’‘멩마구리 울민 마 갇나.(맹꽁이 울면 장마가 멎는다.)’같은 속담들이 등장한다. 한결같이 외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제주만의 사투리이다. 하지만 사투리의 특성은 남다르거나 신기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사투리라고 해서 표준어보다 열등한 것도 아니다. 사투리도 결국은 지역사회의 자연환경, 관습, 역사 등이 누적돼 형성된 문화의 총합인 것이다. 특히 제주 사투리는 육지와 오랜 세월 격리돼 보수성이 강하다는 의미에서 고어(古語)의 보물창고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제주도의 촌로 중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자모인 ·(아래아),ㅸ,ㅿ을 정확하게 쓰는 이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을 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과 국립민속박물관이 제주도 사투리를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을 공동 추진키로 하고 최근 업무협약을 맺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픈 소식이다. 반가운 까닭은,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제주 사투리를 되살리는 노력과 지원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투리가 열등하다는 일반의 편견이 깨져 우리의 언어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서글픈 이유는 제주 사투리가 이제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만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사투리를 보존·계승하고 연구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우전차 따러 영암 덕진차밭 가다

    우전차 따러 영암 덕진차밭 가다

    파릇파릇한 보리밭을 바라보는 마을 뒷산에는 노랑, 빨강,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저마다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어 봄볕을 쬔다. 하얗게 수놓은 벚꽃과 연분홍 진달래도 더욱 화려함을 뽐낸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4월20일)를 앞두고 이들의 자태는 더욱 곱기만 하다. 곡우는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비를 내리는 절기. 따라서 농부들은 이날에 가뭄이 들면 농사 걱정으로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곡우가 녹차인들에겐 일년 중 가장 각별한 날이다. 곡우 전에 어린 잎을 따서 만든 녹차, 즉 우전차(雨前茶)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 우전차는 구수한 맛과 그윽한 향 때문에 녹차 중 으뜸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맘때면 녹차 밭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보성, 하동 등 지리산 자락에 유명한 차밭들이 많지만 달빛이 아름다운 월출산의 정기를 가득 받은 전남 영암의 덕진차밭은 이들보다 덜 알려진 셈. 곡우를 코 앞에 두고 덕진차밭을 다녀왔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월출산 자락에는 예로부터 형성된 야생차밭이 드문드문 있지만 규모가 큰 차밭은 영암군 덕진면 덕진차밭(061-471-7560)이 유일하다. 크기는 3만 5000평 규모로 그리 넓지 않지만 순수 재래종 차만을 27년째 가꾸고 있는 역사 깊은 차밭이다. 또한 야트막한 차밭 꼭대기에 서면 암봉으로 이루어진 월출산 정상의 모습이 파노라마 화면처럼 펼쳐진다. 특히 아침 햇살을 받은 차밭과 안개에 쌓인 월출산이 만들어 내는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산 너머 해가 떠오르니 월출산은 하얀 모자를 쓴 듯 둥근 안개가 드리워진다. 서쪽부터 황금빛으로 야금야금 물들이던 햇살이 차밭을 서서히 감싸안고 연녹색의 물감을 입혀가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아침 태양으로 영롱한 이슬방울이 손톱만한 파란 녹차의 새순에서 또로록 떨어질 때 나지막하게 노래소리가 들려온다.‘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하춘화의 ‘영암 아리랑’을 부르면서 할머니들이 찻잎을 따러 올라온다. “녹차는 지금이 최고랑께. 요놈 좀 봐. 여리디 여린 새순이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지 않은가. 이런 놈을 마셔야 녹차를 쪼께 안다고 허지.”라는 이순희(67)할머니. 덕진차밭이 생긴 1979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잎을 땄다고 한다. 할머니는 “우전은 곡우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것이고, 세작(細雀)은 곡우에서 입하사이인 4월20일에서 5월5일 전후에 딴 것으로 찻잎이 가늘고 무척 부드럽지라. 중작(中雀)은 5월 5일에서 6월 중순 사이에, 대작(大雀)은 6월 하순에 이후에 딴 놈을 말헌당께.”라고 했다. 어린 잎일수록 질소가 함유된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차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잘 정돈된 녹색의 융단 위에 삐쭉삐쭉 고개를 내민 어린 녹차 잎을 한잎 한잎 정성스럽게 따서 바구니에 담는다. 이렇게 딴 잎을 무쇠솥에서 정성껏 덖어 내면 우전차가 된다. 녹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것은 기본. 녹차에는 레몬 8배 가량의 비타민C가 있어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그만이고 다량으로 포함된 비타민A는 피부세포나 점막세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노화억제에도 한몫을 한다. 또한 녹차에 있는 카테틴 성분은 담배 니콘틴을 빨리 배출 시켜주어 애연가들에게 좋다. 봄 햇살 가득한 차밭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들어간다. 이번 주는 모든 것을 비우고 녹차 밭으로 떠나보자. ■ 혜우스님이 말하는 茶道 차와 율무염주. 스님들의 바랑속에 없어서는 안될 두가지다. 특히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는 필수품이다. 최근 ‘다반사(茶飯事)’란 책을 펴낸 혜우스님에게 차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우전차란 무엇인가. “첫물차라고도 합니다. 색(色)·향(香)·미(味)가 뛰어납니다. 요즘처럼 ‘차의 보릿고개’에 묵은 차만 마시다 접하게 되는 것이니 맛과 향이 더욱 각별하지요.” -어떻게 마셔야 하나. “좋은 물을 사용하세요. 물은 차의 몸이라고 할 만큼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돗물은 항아리 등에 오래 두었다가 사용해야 합니다. 펄펄 끓는 물에 찻잎을 넣어서도 안됩니다. 한김 내보낸 따뜻한 물에 마셔야지요. 또 다구(茶具)를 따뜻하게 예열해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구는 어떤 게 좋은가. “이웃나라에서 쓰는 것처럼 작은 잔은 무리가 있습니다. 향이 고일 자리가 없는 것이지요. 큰잔에 절반정도 따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찻잔의 반은 찻물자리요, 나머지 반은 향의 자리입니다.” -일상에서 차의 의미는. “차는 대화입니다. 다구를 앞에 놓고 마주앉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상대방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것이지요. 이것은 곧 ‘난 당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입니다. 내말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지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은 대화의 단절입니다. 오직 차만이 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약입니다. 가정은 물론, 직장이나 학교 등 어디에서도 차를 많이 마셔야 합니다.” -차의 효능은. “차를 마시다 보니 몸에 좋은 것이지요. 몸에 좋으니 차를 마신다면 그건 차가 아니고 약입니다. 일본에서는 차의 성분중에 카테킨이라는 물질만 따로 추출해 팔기도 한다지요. 효능으로만 따진다면 그 알약 한알먹는 것이 여러잔의 차를 마시는 것보다 낫겠지요. 차의 물질적인 효능만 강조하다보면 자칫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차를 우상화 시키게 되죠.” -전통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가마솥에서 덖음이라는 제다(製茶)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차입니다. 가마솥에 열을 가해 찻잎이 가지고 있는 수분만으로 익히는 것을 덖는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 약재의 성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반복해서 열을 가하는 ‘수치포제’와 같은 원리입니다. 즉 덖음을 통해 찻잎이 가진 차가운 성질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다도에 대해서. “요즘의 차문화를 보면 형식만 있고 차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차문화가 다도라는 까다로운 틀에 연연하다보니 사람들과 거리가 생겨버렸지요. 차는 편안하게 마셔야 하는 것입니다. 차에 대한 지나친 신비주의는 멀리해야 합니다.” -다반사란 책을 내신 이유는. “자신있게 말하건대, 중국차는 담백한 식생활을 위주로 하는 우리와는 맞지 않습니다. 제다법이 각 나라의 식생활에 맞게 변화해왔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 전통차가 중국산 등 외제차에 밀려 고사될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제다법이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요. 다반사는 차 만드는 비법을 공개한 책입니다. 제다법은 반드시 공유되어야 합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혜우스님은 전라남도 구례 섬진강변에 ‘제다 교육원’을 열어 농민들에게 무료로 차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승적은 대한불교 조계종 통도사. 세납 54세.
  •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충남 홍성군 금마면 봉서지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웰빙 樂漁] 충남 홍성군 금마면 봉서지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신 봄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맑게 갠 하늘을 기대했지만 해는 아직 구름에 가려져 있다. 포근한 날씨속에 하얀 목련이 소리없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담장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수면위로는 어제보다 푸른색이 짙어보이는 버드나무가 솟아있고, 나지막한 앞 산 진달래도 봄의 절정을 알리고 있다. 물가를 찾는 낚시꾼의 마음도 풍성한 조과만큼이나 넉넉하다. 오늘 찾은 곳은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위치한 봉서지.2만평 정도의 Y자형 계곡지다. 뒤로는 봉수산이 둘러져 있고 제방 아래로는 작은 들판과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아늑함을 준다. 입어료는 없다. 예당저수지와 이웃하고 있어, 그 명성에 가려서인지 낚시인의 발길이 많지 않은 조용한 낚시터. 토종붕어를 비롯해, 떡붕어와 잉어 등의 자원이 많은 곳이다. 오후 3시쯤 봉서지에 도착해 우선 저수지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상류권에는 버드나무와 갈대가 멋진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중하류권은 제방 왼쪽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포인트가 없어 보인다. 전날부터 이곳에서 낚시를 했다는 조력 30여년의 이영헌(68·경기 성남)씨는 2.6칸대와 3칸대, 그리고 3.2칸대 등 3대의 낚시대를 편성해 놓고 있었다. 미끼는 지렁이와 곡물류, 그리고 떡밥을 사용하였다. 이씨는 낮낚시에 조황이 좋았다고 전하며,7∼8치급 붕어 10여수가 들어있는 살림망을 보여준다. 필자도 상류 왼쪽 버드나무와 갈대가 어우러져 있는 50∼60㎝ 수심의 포인트에 2.1칸대 한대를 펴놓았다. 미끼는 섬유질 떡밥. 갈대앞에 찌를 세워놓고 따사로운 봄햇살을 온몸에 받자니, 일상의 긴장감이 눈녹듯 사라지고 만다. 몇번의 품질을 하는데 무언가 갈대를 툭!툭!하며 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후 푸다다닥∼. 붕어가 물장구를 치듯 온몸을 뒤집어대는 모습에서 벌써 산란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입질은 쉽게 오지 않았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갈대는 요란스럽게 춤을 추고 있다. 수면위로는 작은 물살을 만들어 내며 작은 물고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는 이내 어둠이 밀려왔다. 케미컬 라이트를 꺾어 찌불을 밝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찌의 움직임만 주시하는데…. 드디어 입질이 왔다. 한마디 끌고들어가던 찌가 다시 서서히 오름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휘이~익!!낚싯대가 피아노 소리를 내며 휘어졌다. 챔질과 동시에 뭔가 큰놈이 걸렸다는 느낌이 왔다. 끌려나오지 않으려고 물속을 헤집는 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쉽게 제압을 하지 못하고 어렵게 끌어내고 보니 자그마치 여덟치급. 만삭의 토종붕어였다. 단 한번의 찌오름과 챔질, 손으로 전해오는 묵직한 느낌. 그리고 피아노 소리처럼 울리던 낚싯대의 울음소리는 기다림의 충분한 보상이었다.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IC를 나와 합덕과 예산, 예당지를 거쳐 교촌에서 홍성방향으로 4㎞정도 가면된다. 홍성IC로 나올 경우, 홍성을 거쳐 예산방향으로 가다 대흥·신양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7㎞정도 직진하면 도로 오른쪽에 있다. 글 사진 홍성 김원기 낚시사랑 취재팀 편집부장(studozoom@naver.com)
  • [CEO칼럼] 꽃으로 배불릴 수는 없다/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CEO칼럼] 꽃으로 배불릴 수는 없다/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너는 언제 나서 자라 벌써 이렇게/작고 이쁜 꽃을 피웠느냐/ 정말이지, 진짜로 눈이 부시구나/그래, 겨울은 을매나 춥고/ 땅속에 있는 것들은 다 잘 있더냐/나는 안다 봄을 가져온/ 이 작은 것들아/너희들의 아름다움, 너희들의 외로움을/ 김용택 시인의 시(詩) ‘정말로 눈이 부시구나’의 한 구절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면 문학 작품을 가까이 하기 힘들지만 김용택 시인의 시집만큼은 일에 지칠 때마다 가끔 펼쳐본다. 그의 시에서는 고향의 아취가 물씬 배어 나와 마음을 순화시킨다. 시처럼 봄은 그렇게 다가왔다. 춥디 추운 겨울은 잿빛 도심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좀처럼 움츠러들 줄 몰랐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철 지난 3월의 함박눈 속에서 매화는 섬진강 굽이도는 산자락에 봄을 흩뿌렸다. 성급한 진달래는 새싹이 나기도 전에 연분홍 연지 같은 꽃을 피웠다. 남녘에서 거슬러온 봄소식은 서울 인근의 산은 물론이고, 도심에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어린아이 속살 같은 벗꽃으로 뒤덮이고, 아파트단지 화단을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였다. 앞서 핀 목련은 벌써 화사한 얼굴에 검버섯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윽한 향기가 일품인 라일락은 뒤늦게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달 들어 주말마다 서울 인근 고속도로와 국도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한식이 들어 있는 탓이기도 했지만 교외로 꽃구경 나가는 인파도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등산로도 지체와 정체를 거듭했다. 꽃보다 등산객이 더 많아 보였다. 오랜만에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가 ‘꽃 반, 사람 반’에 치여 일찌감치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늘어선 음식점 가운데 한 곳에 눈길이 갔다. 이름하여 ‘꽃밥전문점’. 꽃잎 쌈밥을 파는 곳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웰빙식인 모양이었지만 왠지 꺼려져 다른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엔 우리네도 화전이라 하여 진달래꽃을 얹어 전을 붙이기도 했다. 필자도 어릴 적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따서 먹기도 했다. 그러나 모름지기 꽃이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가 떠올라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마신 막걸리가 더욱 텁텁하게 느껴졌었다.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한파로 기업들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많은 기업들은 고비를 못 넘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좀처럼 끝이 안 보이던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파를 딛고 일어선 기업들은 봄날 화사한 꽃처럼 만개했다. 우리 사회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둘러 꽃잎을 맛보려고 불을 지펴 화덕을 데우는 모습이다. 물론 기업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꽃을 다 떼어내고 나면 열매를 맺을 도리가 없다. 설혹 꽃을 먹는다 해도 그 양은 턱없이 부족해 입맛만 버릴 것이다. 지금은 진달래꽃을 따서 화전을 붙이기보다 매화꽃이 매실을 맺고, 그 매실이 튼실하게 자라도록 거름을 북돋울 때이다. 그 과실이 풍성하게 영근 후에 나눠 먹어도 늦지 않다. 그 과실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사회의 몫이다. 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부회장
  • 김용택 4년만의 시집 ‘꽃내음 그득’

    김용택 4년만의 시집 ‘꽃내음 그득’

    ‘매화꽃이 피면/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 마라고 했어요/그냥, 지금처럼/피우려고만 하라구요’(‘매화’전문) 이맘 때면 섬진강변은 매화로 뒤덮인다. 어디 매화뿐이라. 온 사방이 산벚꽃이며 진달래다.‘섬진강 시인’ 김용택(58)이 4년 만에 내놓은 시집 ‘그래서, 당신’(문학동네)에도 꽃내음이 가득하다. 수록시들은 ‘산벚꽃 흐드러진 봄에서 빈 삭정이에 눈발이 날리는 겨울’까지 자연의 변화에 순하게 호응하며 살아가는 시인의 내면을 맑고, 담백한 시어들로 뽑아낸다.‘산벚꽃 흐드러진/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한 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하얀 눈 되어/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방창(方暢)’전문) 팍팍한 일상과 거친 세파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시인은 ‘인생이란 그저 흐르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넌지시 상기시킨다.‘앞산/산벚꽃/다 졌네/화무십일홍, 우리네 삶 또한 저러하지요/저런 줄 알면서 우리들은 이럽니다/다 사람 일이지요/때로는 오래된 산길을 홀로 가는 것 같은 날이 있답니다/보고 잡네요/문득/고개 들어/꽃,/다 졌네’(‘화무십일홍’전문) 자연의 넉넉한 품안에서 세상 이치를 몸으로 터득한 시인의 독백은 간결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어와 시어사이, 행과 행사에 무진장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런 시는 어떤가.‘그래, 알았어/그래, 그럴게/나도…응/그래’(‘달’전문) 시인은 자서에서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파멸의 벼랑을 향해 치달리는, 견디기 힘든 이 치욕의 지구에도 꽃이 피고 새가 운다. 새삼스럽고, 놀라운 일이 아닌가”고 적었다.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김용택은 팍팍한 현실주의 안에 자신을 가두기에는 너무나도 풍성한 감성과 넘치는 예술적 취향의 소유자”라고 했고, 이문재 시인은 “시적 대상과 직통하는 생생한 시어들. 그래서 당신, 그래서 시인!”이라고 평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개발부담금 없는 재건축 관심 집중

    개발부담금 없는 재건축 관심 집중

    ‘3·30대책’의 핵심인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재건축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법 시행 예정 시기인 오는 8월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전국 재건축단지 가운데 개발이익이 조합원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개발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이 크지 않은 지방과 수도권 외곽 일부 지역을 제외한 서울지역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개발이익환수 대상들이다. 하지만 재건축 진척도가 빨라 개발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서울지역 알짜단지도 곳곳에 있다. 부동산뱅크는 서울에서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추진단지가 48개 단지에 3만 3060가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현재 사업시행인가 전후로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롯데건설 황학동 삼일 ▲길동 진흥 ▲성산동 유원 ▲천연동 금화시범 아파트 등 7개 단지는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받고 이주 및 분양단계에 있어 개발이익환수제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현재 사업계획승인을 받거나 시공사선정 등으로 사업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41개 단지 2만 9729가구는 8월까지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시행일 시점까지 관리처분계획 신청만 내도 이번 개발부담금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이 빠를 경우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청담도곡지구, 반포잠원지구 등 강남권 중층재건축단지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개나리4차, 이촌동 렉스 등은 이미 시공사 선정 단계에 있고, 삼호가든1·2차, 잠원 한신5차, 반포 우성 등도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 진달래1·3차, 가락시영1·2차, 잠원 한신7차 등은 사업계획승인신청을 내는 등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신청이 임박한 곳이나 이주 및 분양단계에 있는 단지들은 풍선효과에 따른 가격상승이 점쳐진다. 강동 길동 진흥아파트 20평형은 최근 한달 동안 1000만원 가까이 올랐고, 역삼동 개나리4차 57평형도 8000만원 상승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김인성의 산울림] 강화 석모도 해명산·낙가산

    [김인성의 산울림] 강화 석모도 해명산·낙가산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석모도)에 위치한 해명산(327m)과 낙가산(235m)은 초보자나 가족단위 등산객들에게 알맞다. 산 정상에서 서해바다에 떠다니는 듯한 자그마한 섬들을 바라보는 것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진달래와 할미꽃이 핀 능선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우러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 특히 낙가산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일품. 석모도로 향하는 길목인 강화도 외포리. 하얀 갈매기떼 사이로 바다건너 해명산과 낙가산이 눈에 들어온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로 10여분쯤 가면 석모도의 석포리 나루터에 닿는다. 등산의 기점은 석포리에서 보문사행 버스로 4분정도 거리에 있는 전득이고개다. 이곳에서 서북방면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40여분가량 오르면 해명산 정상이다. 해명산 정상에 서면 오른쪽으로 강화도 본섬이, 왼쪽으로 삼량염전과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기자기한 봉우리를 따라 산행하는 묘미가 독특하다. 능선길 좌우측의 바다를 보고 걷노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해명산을 출발해 1시간30분 정도면 낙가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부근의 천인대(天人臺)라고 불리는 바위 밑에 유명한 눈썹바위와 마애관세음보살상이 있다. 낙가산 정상에서 6분 정도 가면 절고개. 오른쪽으로 200만평에 달하는 송가평 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절고개에서 서해바다를 보며 500m쯤 내려오면 보문사 담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400여m를 더 내려가면 보문사 주차장. 석모도에서 진달래가 활짝 필 때는 4월15∼22일. 강화도의 별미인 밴댕이는 5월 초순부터 많이 잡힌다. 산행코스(9.9㎞/2시간20분):전득이고개-3㎞(40분)-해명산-2.5㎞(30분)-밤개고개-3.5㎞(45분)-낙가산 눈썹바위-7분-절고개마루-500m(7분)-보문사 먹을거리:어류정 탑재포구에 생선회와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인삼과 약재를 넣은 강화막걸리가 유명하다. 승용차 : 48번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너 인삼센터 삼거리에서 좌회전. 찬우물 언덕에서 마니산·보문사 방면으로 우회전. 인산저수지 지나 외포리방향 우회전. 외포리에서 석포리행 카페리 승선. 대중교통 : 신촌~강화직행:첫차 새벽 5시40분.8분간격.4400원. 신촌~외포리 직행:첫차 새벽 5시40분.30분간격.5600원. 강화 외포리~석모도 석포리 카페리:5∼8월은 아침 7시30분부터 운항. 왕복1600원. 일반차량(승용차, 지프차) 1만 4000원.12인승 이상 승합차 1만 4000∼1만 7000원. 왕복 기준 석모도 교통: 석포리∼보문사간 버스가 매시간 10분간격, 석포리∼전득이고개 700원.
  •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미리가본 울진·영덕 토실토실 대게축제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가 짙고 오래 간다는 뜻. 대게는 또한 칼슘과 인, 철분 등 필수아미노산이 가득찬 영양의 보고(寶庫)다. 특히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방지와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다. 요즘 제철을 만난 대게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7∼9일까지는 울진에서,13∼16일까지는 영덕에서 각각 대게축제가 열린다. 축제도 즐기고 대게의 맛과 향기에도 취해보면 어떨까. 글 사진 울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대게 요리’ 이렇게 해보세요 # 고르는 법 (1) 배를 눌러보아 단단해야 한다. 말랑말랑한 놈은 ‘물게’일 가능성이 많다. (2) 배부분이 검은 것은 피한다. (3) 다리가 몸에 비해 가늘고 길어야 한다. (4) 다리, 특히 집게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5) 다리가 불그스레 해야 한다. 허연 빛깔은 피한다. (6) 게뚜껑에 검은 게딱지가 붙어 있으면 금상첨화. 게딱지는 공생관계에 있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대게에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7) 삶은 대게의 경우 같은 크기라면 무거운 것을 고른다. # 찌는법 대게를 제대로 찐다는 것은 대게를 맛있게 먹는다는 말과도 같다. 그만큼 찌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대게아줌마’ 서현숙(48)씨가 강력추천하는 ‘제대로 찌는 법’이다. (1) 살아있는 대게를 미지근한 민물에 5분가량 담가둔다. (2) 대게가 혹시 살아 움직이지 않는가 반드시 확인한다. 산 채로 찌게 되면 몸을 비틀어 게장이 쏟아지게 된다. 또 다리를 스스로 잘라버려 맛이 떨어진다. (3) 배가 위쪽으로 향하도록 차곡차곡 쌓고, 센 불에 20분가량 찐다. (4) 불을 끄고 남아 있는 수증기로 5분정도 뜸을 들인다. (5) 찔 때 정종이나 맥주를 물속에 조금 넣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주의할 점은 첫째, 모든 과정에서 대게의 배는 항상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김, 즉 수증기로만 쪄야 한다. 대게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 셋째, 찌는 중간에 문을 열어서도 안된다. 게장이 다리쪽으로 흘러 맛도 떨어지고 보기도 흉해진다. # 먹는법 대게는 살과 게장은 물론 껍질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예전엔 껍질을 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가루로 만들어 조미료 대신 쓰기도 한다. 특히 게껍질엔 키토산이 많아 제약회사에서 일괄 수거해 가기도 한다. 이제 먹는 방법을 알아보자. 마지막으로 게장이 든 몸통. 따끈따끈한 밥에 게장을 긁어 넣고 참기름, 김, 파 등과 함께 볶아먹는다. 게껍질에 밥만 넣어 비벼 먹는 맛도 일품. # 대게를 찾아서 대게를 찾아 경상북도 울진으로 가는 36번 국도변. 개나리들이 길가를 샛노랗게 물들이며 군무를 펼치고 있다. 주변 산자락은 진달래의 연분홍빛 살결로 타들어 가는 듯하다. 마치 외지인의 방문을 먼저 알고 환영이라도 나온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인의 입술처럼 붉디붉은 홍매화는 관능적인 자태를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야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아니 노지는 못할’계절이다.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찜 잘하기로 소문난 ‘7호횟집’을 찾았다.‘대게 아줌마’로 알려진 주인 서현숙(48)씨는 대게찜 경력만 10년인 베테랑. 서글서글한 눈매와 살가운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이다.“대게는 무조건 크다고 맛있는 것이 아니지예. 작아도 살이 꽉찬 놈이 맛있는 기라예.”작년 11월부터 잡기 시작한 대게는 다리마다 살들이 가득찬 요즘이 딱 제철이란다.5월31일이 지나면 금어기. 그때부터는 북한과 러시아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게들이 판을 친다. 국내산에 비해 다리에 물이 많아 다소 맛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맛으로 치면 대게의 동생뻘되는 ‘너도대게’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횟집 안쪽은 대게를 찾아 전국에서 온 식도락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술한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할아버지부터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듯 대게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까지. 남녀노소가 따로없이 얼굴엔 하나같이 웃음 일색이다. 대게의 집게발을 특히 좋아한다는 강부옥(42·경주)씨는 “부드럽고 단맛이 정말 일품이라예.”라며 한입에 집게다리살을 털어 넣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니 입에 침이 괼 지경이다. 강씨는 또 “내일 아침엔 수협 공판장에서 당일 잡아온 싱싱한 대게를 사다가 대게탕을 끓여먹을기라예.”라며 줄곧 싱글벙글이다. 어느새 식탁 위엔 다리 껍데기만 수북하게 쌓였다. 마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몸통과 다리가 완벽하게 ‘분리’됐다. 대게가 언제 있었냐 싶은 광경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게 등껍질. 어떻게 먹나 궁금했다. 강씨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따뜻한 밥을 게장에다 넣어 몇번 썩썩 비비더니 김치 한쪽을 얹어 한입 가득 넣는다.‘밥도둑’이 따로 없다. 횟집에서 게장에 갖은 양념을 넣고 밥과 함께 볶아주기도 하지만, 아무 양념없이 그냥 비벼먹는 것이 훨씬 맛있단다. 대게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대게 아줌마’서씨가 나섰다.“게장에는 노란색의 항장과 진녹색의 먹장 두가지 종류가 있지예. 색이 다소 검다고 해서 못 먹는 게 아니라예.”게장이 검푸른 색을 띤다고 해서 상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나브로 해는 지고 사위가 어둑해질 쯤 횟집을 나섰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세상 사는 맛일까. #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다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문으로는 죽해(竹蟹). 예전에는 다리가 여섯마디라서 ‘육촌(六寸)’, 혹은 대나무를 닮아 ‘죽촌(竹寸)’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몸체가 작고 찐빵 같다고 해서 ‘빵게’라고도 불리는 암컷은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값은 한 마리에 15만∼20만원을 호가한다. 수협공판장에서도 하루에 한 마리 보기가 쉽지 않은 귀한 몸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 서식하고 있지만, 특히 울진군과 영덕군 사이 앞바다에서 잡힌 놈을 최고로 쳐준다. 다리마다 가득찬 속살들이 야물고 쫄깃해 이미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지역 특산품. 이 지역에서 생산된 대게의 맛이 유난히 좋은 이유는 뭘까. 해답은 ‘왕돌초’ 등 이 지역의 탁월한 서식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20여㎞ 떨어진 수중암초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왕돌짬’이라고도 불린다. 왕돌초의 샛짬, 중간짬, 맛짬 등 세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해저산맥을 이루고 있다. 크기는 남북으로 6∼10㎞, 동서로 6㎞에 달한다. 바다의 숲인 셈이다. 수심은 200∼400m정도. 한류와 난류가 쉼없이 교차면서 생명력 넘치는 해양생태계를 만들어 놓았다. 해저는 펄이 전혀없이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다. 연중기온도 섭씨 2∼3도정도로 안정적이어서 대게가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울진과 영덕, 원조는? 파는 곳만 다를 뿐,‘임금님께 진상되었던’ 똑같은 대게다. 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에 이 지역에서 잡힌 대게들이 모두 영덕으로 집하(集荷)되어 반출되었기 때문에 ‘영덕대게’라고 고유명사화된 것. 요즘엔 영덕지역 상인들이 울진군 죽변항에서 대게를 사오기도 한다. 영덕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워낙 많아 생산량이 수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덕에 비해 이름이 덜 팔린 울진지역은 상대적으로 대게가격이 다소 싼 편.
  • 영암 벚꽃길에서 만난 4월

    영암 벚꽃길에서 만난 4월

    봄꽃의 화려한 카드섹션이 서서히 펼쳐지고 있다. 하얀 매화, 노란 산수유가 유혹하고 분홍의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사방지천을 물들인다. 지루한 겨울기운으로 속도조절을 하던 남녘의 벚꽃들도 활짝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벚꽃이 겨우내 입었던 옷을 홀라당 벗고 상춘객을 불러들인다.“월출산 신령님께 소원 빌었네/천황봉 바라보며 사랑을 했네/꿈이뤄 돌아오마 떠난 그님을/오늘도 기다리는 낭주골 처녀∼” 이미자의 ‘낭주골처녀’와 하춘화의 ‘영암아리랑’으로 유명한 영암. 기암괴석의 월출산을 배경으로 피어 있는 영암의 벚꽃은 전국에서 으뜸이다. 이번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영암으로 떠나 보자.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각종 공연과 체험행사 등이 가득한 ‘영암 왕인문화축제´가 열려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할 것이다. 글 사진 영암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백제 왕인박사와 떠난 영암 벚꽃길 전남 영암에는 역사적 인물이 많다. 이 가운데 일본에 우리 문화를 전수시킨 백제의 왕인박사가 태어나 공부를 한 곳이 바로 영암이다. 그래서 역사속의 왕인박사와 이번 여행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저 왕인(王仁)입니다.1700년 만에 이렇게 고향 땅인 영암에서 인사를 드리니 감개가 무량하군요. 참 우리나라에서는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백제 14대왕인 근구수왕(375∼384)때 태어났으며 32살 때 왕명을 받고 일본에 건너가 일본 태자에게 글공부를 가르치고 문자, 종이, 도자기 등 다양한 문화를 일본인들에게 가르쳤어요. # 벚꽃의 향기에 취해 오래간만에 영암으로 돌아와 보니 가장 놀란 것이 ‘벚꽃’입니다. 제가 이곳을 떠날 때는 꽃이 없었는데 지금 월출산 앞마당을 화사한 꽃길로 장식했네요. 듣기로는 일제 때 읍내에 심어놓은 1㎞정도의 아름드리 벚꽃길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후 1980년초인가요.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꽃이 제법 굵어지고 꽃송이도 복스러워지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벚꽃은 온 세상을 연분홍의 화사함과 향긋한 꽃냄새로 뒤덮을 기세로 피지만 한 10일 정도면 꽃비를 흩날리며 사그라져 버린다고 하네요. 그래서 누군가는 인생의 무상함을, 권력의 덧없을, 청춘의 화려함과 불꽃같은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세발낙지로 유명한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에서 영암읍내를 거쳐 왕인문화 유적지에 이르는 꽃길은 무려 28㎞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 드라이브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또 들판 한가운데 불쑥 솟은 신비로운 바위산인 월출산을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길은 아마 천상(天上)으로 향하는 길처럼 멋집니다. 아침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면 환하다 못해 눈부실 지경이니까요. 우선 차 창문을 모두 내리고 달려보세요. 차 안으로 들어오는 꽃향기에 취하지 않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리다 보면 하얀 눈송이가 날아듭니다. 정말 환상적입니다. 혹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차를 세우고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잠시 쉬어보세요. 흩날리는 꽃비에 흠뻑 몸과 마음을 적시고 있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답니다. 이렇게 파란 하늘과 월출산을 바탕화면 삼아 펼쳐지는 꽃길을 한참 걷고 달리다 보면 어느덧 세상 시름을 잠시 놓게 됩니다. 이게 사는 맛 아니겠습니까.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때론 뒤도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도 보세요.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유입니다. 자 이젠 영암에 오셨다면 저에 대해서도 알고 가셔야지요. # 저 왕인은 이런 사람입니다 32살에 백제를 떠나 일본에 가서인지 우리나라 역사기록에 제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어 좀 섭섭합니다.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되어 군신 교육을 담당했으며 제가 직접 써 가지고 간 천자문과 논어 10권으로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쳤습니다. 또한 한자의 왜훈과 왜음도 제가 개발해 일본인들에게 보급했으며 유교 불교 천문 직조 등 다양한 우리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전파해 아스카 문화를 꽃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래서 제가 일본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저를 위해 만든 곳이 전남 영암의 왕인박사 유적지입니다. 이곳에는 저의 동상을 비롯해 초상화와 위패를 걸어놓은 사당, 유허비, 학이문, 백제문, 왕인석상, 정화기념비 등 볼 것이 많답니다. 또한 커다란 바위가 2개 자리잡고 있는 곳이 제가 살던 집터. 좀 더 올라가면 ‘성천’이란 약수터. 여기가 저희 어머님이 마시던 진귀한 약수가 나오는 곳으로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졸졸졸 흐른답니다. 한잔 마셔볼까요. 어∼시원하다. 세월은 많이 흘렀는데 물맛은 변함이 없군요. 유적지에서 제가 어린 시절 공부했던 문산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30분. 여기서 10년을 공부한 후 18살에 오경박사란 칭호를 받게 되었답니다. 문산재 뒤로 올라가면 제가 일본에 가기 전에 천자문과 논어를 썼던 책굴이란 천연 동굴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책굴 앞에는 저의 석상이 영암을 내려보고 있고요. 유적지에 문산재와 책굴까지 1시간30분이면 넉넉합니다. 한적하고 걷기에 너무 좋은 곳이니 꼭 한번 들러보세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 또 다른 영암을 만나러 영암군 덕진면에 있는 덕진차밭에서 아침은 특별했다. 차밭 아래로 펼쳐지는 영암읍내와 월출산의 모습에 가슴이 탁트인다. 또한 이제 막 새순이 오르기 시작해 초록으로 옷을 입기 시작한 차밭 사이를 걷고 있노라니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신라 문무왕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인 도갑사는 해탈문, 도선국사비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구림마을은 신라말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 고려 태조 왕건의 태사인 최지몽 선생, 조선 명필로 이름을 날린 한석봉 등이 자라고 거쳐간 곳으로 여러가지 유적들이 있다. 또한 영암 도기문화센터는 100% 황토와 소나무재 유약, 장작가마를 이용한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직접 소품을 빚고 무늬도 그리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고등학생까지 5000원, 어른 1만원. 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도자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장 등을 갖추고 있다. (061)470-2556,www.gurim.org # 여행정보 역시 남도의 여행은 먹거리를 빼놓을 순 없다. 영암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갈낙탕. 갈비탕에 산낙지를 넣고 끓인 것으로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하다. 특히 독천리 중심에 들어서면 20여 개의 식당에서 갈낙탕을 한다. 맛은 대개 비슷하지만 청하식당(061-473-6993)은 어리굴젓, 조개젓, 토하젓 등 이름도, 맛도 생소한 다양한 젓갈 18가지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또한 청하식당만의 비법으로 산낙지를 기절시켜 예쁘게 담아내는 ‘기절낙지’ 또한 별미. 부드럽고 담백하다. 갈낙탕 1만 2000원, 기절낙지 마리당 7000원(시세에 따라 가격이 매일 다르다). 독천식당(061-472-4222), 영명식당(061-472-4027)도 잘한다. 영암은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나들목으로 나와 2번 국도를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영암 읍내에 도착한다. 영암문화관광과 (061)470-2350. # 벚꽃 여기도 좋아요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초입에 이르는 6㎞ 구간의 십리 벚꽃길, 푸른 합천호를 따라 핀 벚꽃이 백리에 이른다는 경남 합천의 백리 벚꽃길, 국내에서 가장 벚꽃이 늦게 핀다는 충남 서산 개심사는 절과 꽃의 아름다움이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전북 완주 송광사, 충남 금산 서대산과 천태산에 핀 야생 산벚꽃 등도 유명하다.
  • 산행패션, 칙칙함을 벗어라

    산행패션, 칙칙함을 벗어라

    산과 들에 알록달록 봄꽃이 예쁘기도 하다. 탁한 황사를 피해, 뿌연 공기로 가득찬 도시를 떠나 산을 찾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 꽃보다도 화려하다. 한걸음 한걸음 뗄 때마다 흘러내리는 땀에도 끄떡없이 내내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기본. 화사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마음도 경쾌하게 하는 게 요즘 등산복이다. 이젠 칙칙한 산행 패션은 가라 봄 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옷은 활짝 핀 개나리 진달래보다 화사하고, 발걸음은 경쾌하다.‘화려한 색상’,‘편하면서도 잘 빠진 디자인’,‘진화된 기능’을 갖춘 등산복으로 맑은 공기를 찾아 나선다. 등산복 패션은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킨다. 방수, 방풍 등 기능이 탁월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몸을 산뜻하게 한다. 무게가 가벼워 착용감이 좋고, 색상도 화사해 굳이 산에 가지 않더라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다. 이제 등산복은 산이나 도심, 어디에서나 요긴한 패션 아이템이다. # 봄빛을 담은 세련된 색상 야외활동을 하는데 하얀색 옷은 부담스럽다. 올해 유행이라는 백색(白色) 바람이 등산복을 비켜간 이유다. 대신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보다 화려한 색상이 각광받는다. 검정, 회색, 갈색 등 기존 등산복에서 많이 사용된 색상은 한발짝 후퇴했다. 겉옷에도 과감한 색상을 많이 썼다. 코오롱, 라푸마, 헬리한센, 노스페이스 등 각 브랜드들은 밝은 파랑, 노랑, 연두, 분홍 등 봄을 느낄 수 있는 화사한 색상의 제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남성은 밝은 파랑이나 연두, 여성의 경우는 분홍이나 노랑, 오렌지 등 화사한 색상의 재킷이 주류. 회색이나 검정색을 바탕으로, 소매나 허리 라인 등에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 꾸준히 진화하는 기능 봄철 등산복은 활동성을 고려해 좀 더 가벼운 의류가 인기를 끈다. 보통 점퍼에 많이 사용하던 웰딩(밀착)기법을 재킷, 티셔츠, 바지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해 전체적인 옷차림이 보다 간편해졌다. 방수·방풍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팩라이트나, 방풍 기능과 신축성이 좋은 고어텍스 소프트셸, 방수 기능이 한층 강화된 고어텍스 하드셸 소재도 증가했다. 재킷 안에 입는 이너웨어는 쿨맥스나 쿨 앤드 드라이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해 신속하게 땀을 흡수하고 빠르게 말려준다. 또 바지는 오염이 덜 되고 신축성이 좋은 셸러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 등산용 속옷도 등산복 못지않게 기능성이 향상됐다. 쿨맥스, 폴리프로필렌 등을 이용해 땀 흡수력, 발산력, 신축성 등을 두루 갖춘 제품들이 많다. # 펑퍼짐함은 가라 언제라도 야외활동을 할 준비가 돼있는 활동적인 사람들과 등산 인구 증가와 함께 산행을 즐기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등산복의 디자인도 실루엣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활동성을 주기 위해 풍성하게 편한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만 허리선을 강조하거나 바지통을 줄여 전체적으로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이 많다. 신축성 좋은 소재를 사용해 활동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방수가 되지않는 소프트셸 제품은 경량화와 간결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 몸에 붙는 디자인에 허리 길이를 짧게 해 하체가 길어보인다. 도심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투박한 수납공간을 멋스럽게 활용해 세련미를 더하기도 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내게 맞는 스타일 찾아볼까 다양한 등산복, 내게 맞는 스타일은 어디에 있을까. 야외 활동을 할 때나 도심 생활에서 모두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등장했다. 소재, 디자인, 세부 장식 등에서도 각각의 개성을 발휘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여행과 도심생활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캐주얼 라인을 선보였다. 여행의 편리성을 위해 수납공간을 다양하고 멋스럽게 활용한 것이 특징. 또 라운드티셔츠, 폴로티셔츠 등 캐주얼 위주의 아이템을 보강해 패션성을 더욱 높였다. 올해 새롭게 내놓은 30데니어(Denier) 고어텍스 재킷은 실의 무게를 크게 줄였다. 기존의 고어텍스 재킷이 600g선인데 비해 30데니어는 이보다 100g 정도 가벼워졌다. 헬리한센의 재킷은 남성용이 120g, 여성용이 85g으로 초경량이다. 부드럽고 가벼워 착용감이 편안한 소재에 방풍·발수·투습성을 갖추고 있다. 헬리한센의 기능성 속옷인 ‘리파 스포츠 라인’은 섬유 중 가장 가볍다는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했다. 보온단열성, 흡습 속건, 정전기 억제, 영구 항균·방취 기능을 갖추어 등산용 속옷으로 알맞다. 신축성이 좋아 움직일 때도 편안하다. 라푸마의 대표 제품인 고어텍스 XCR 3레이어 재킷은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뛰어나다. 어깨 부분에 신축성이 있는 스트레치 원단을 사용해 움직임이 자유롭다. 절개선과 재봉선을 없애 방수가 잘 되고 가벼운 웰딩 기법을 사용했다. 독일 브랜드 뒤셀도르프의 재킷은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의 나이아드 소재를 사용했다. 기능성 메시를 적절히 활용해 통풍성이 뛰어나고, 기후에 따라 조끼를 붙일 수 있어 전천후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파랑 연두 등 화사한 색상으로 등산 낚시 등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좋다. 컬럼비아 스포츠웨어는 탁월한 방풍·투습성을 갖춘 윈드스토퍼 소재의 여성용 재킷과 고어텍스 XCR 3레이어 소재의 재킷을 내놓았다. 움직임이 많은 등판과 팔 부분에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을 높였다. 소매, 팔꿈치, 모자는 입체적으로 설계해 움직임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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