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각론」 싸고 진통
◎업무경계 모호… 부처간 「내몫 다툼」/통상교섭권 외무통산부 줄다리기/정보통신분야는 4개부 티격태격/주택업무 건교부지자체 마찰 소지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의 확정에 따른 부처별 직제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몇몇 분야에서 기능배분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두갈래로 설명된다.첫째는 조직개편안에서 기능을 이관하라고 명시했음에도 조금이라도 관련 권한을 남겨두려는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둘째는 조직개편안을 급히 만들다 보니 기능이양을 완벽하게 교통정리하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총무처의 실무작업반이 중재하기에는 이해대립이 너무 첨예하다는 느낌도 준다.결국 청와대가 개입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은 통상업무의 조정이다.정부는 상공자원부의 통상기능을 중시,통상산업부로 명칭을 바꾸고 통상무역실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얼핏 보면 그동안 경제기획원,외무부,상공자원부에 산재되어 있던 대외통상업무를 통상산업부로 일원화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상공자원부측은 이번 기회에 통상기능조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자신들이 통상업무를 완전히 장악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외무부는 발끈한다.전체 통상교섭권은 외무부가 가진다는 전제 아래 부분적인 권한을 다른 부처에 위임할 수는 있어도 외무부의 통상외교 대표기능을 박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특히 해외공관의 업무 가운데 통상 기능이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도 상공자원부의 희망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총무처측은 상공자원부에서 관할하는 제조업 등의 통상외교는 통상산업부가 주도하고 외무부는 농수산물 등 기타 물품의 통상업무를 앞장서 조정하라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총무처는 또 외무부에 있는 통상국이 통상산업부와 명칭이 유사하다는 이유를 들어 통상교섭국 등 다른 명칭을 쓰도록 외무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통상기능 다음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분야이다.
정부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개편하면서 상공자원부의 전자정보국,과학기술처의 기술개발국,공보처의 방송매체국 관련 기능을 모두 정보통신부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정보통신 관련 기능을 일원화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덧붙였다.
하지만 실무에 들어가 보면 상공자원부,과학기술처,공보처도 모두 할 말이 있다.정보통신산업을 기업적 측면에서 육성한다면 그 기능 일부는 상공자원부가 행사할 여지가 있다.마찬가지로 국가적 연구개발사업을 과학기술처가 나몰라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공보처 부분은 더욱 심각하다.총무처는 위성방송,유선방송 등 뉴미디어의 기술적 측면은 공보처에서 정보통신부로 넘어 가지만 방송정책은 그대로 공보처에 남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문제는 방송기술과 방송정책의 한계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그동안 체신부와 공보처가 뉴미어사업의 추진을 둘러싸고 몇차례나 의견대립을 보인 것도 결국 정책과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긋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이번 개편을 통해서도 모호함은 계속 남은 셈이다.
○…내무부의 기능 축소와 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쳐져 만들어질 건설교통부의 주택도시업무도 조정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정부는 내무부의 기구를 축소하면서 지방에 대한 통제 기능을 줄이고 지원기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기능의 명시가 없어 인원만 줄인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건설교통부의 주택도시관련 인·허가 업무도 상당 부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할 예정이지만 정책업무와의 구분이 모호해 자치단체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기획원의 심사분석업무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면서 정부투자기관의 평가업무는 재정경제원의 예산실에 주기로 한 것도 총리실과 재정경제원 사이에 분란의 소지를 만들 여지가 있다.
환경처를 환경부로 명칭만 개편하고 밑의 조직은 그대로 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환경처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독립적인 위치에서 정책을 수립,집행하도록 한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나 환경업무에 대해 각 부처 이해를 넘어서는 결정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마찰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