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직장 상사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안전 문제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아동보호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김지훈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종전선언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46
  • “온라인 교육시스템 수출 전세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교육제도를 수입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사이버대학 분야만큼은 우리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걸쳐 온라인 교육시장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오는 4월 세계적 IT기업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일본 최초의 사이버대학인 ‘사이버유니버시티(CU)’를 설립하는 서울디지털대학교 조백제(69) 총장은 우리 교육시스템을 외국에 처음으로 수출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서강대·중앙대·미 브리검영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한국통신(KT)과 현대상선 사장 등을 역임했던 그가 서울디지털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5년 8월.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추천으로 ‘비상사태’에 빠져 있던 학교를 맡게 됐다. “당시 서울디지털대는 부총장이 공금 횡령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국내 최대규모 사이버대학’이라는 명성은 물론, 학교 존립 자체가 불투명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혁신에 들어갔습니다. 교수임용 절차를 투명화하고 학생 평가제도를 고도화하는 등 실추된 학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미 2년 전 소프트뱅크가 서울디지털대학과의 전략적 제휴를 먼저 제안했지만 어려워진 학교 상황에 주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조 총장은 오히려 소프트뱅크 측에 적극적으로 사이버대학 설립 추진을 독려했다. “소프트뱅크의 브랜드가치에 서울디지털대학의 운영노하우를 결합하면 세계 어디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사이버대학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아무리 중요한 사람에게도 15분 이상의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손정의 회장이 저와 1시간 넘게 대화한 것도 사이버대학의 무궁한 경제적 가치를 인식했기 때문이지요.” 현재 조 총장은 미국과 중국에 사이버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전역에 우리나라의 온라인교육 시스템을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는 평생을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됩니다. 저희 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직장인께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등 변화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대학은 이러한 시대적 필요에 가장 잘 부응하는 시스템입니다. 앞으로 아시아 교육시장에서도 한류붐을 일으켜 보겠습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여성&남성] 여, 섬세함 발휘하고 남, 여성성 인정하라

    연하의 여성 선배와 연상의 남성 후배. 다소 껄끄러운 관계가 직장 내에선 이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헤드헌팅 문화가 도입되던 1990년대 초중반 이후부터 전문성을 무기로 한 연하 여성 상사들이 회사 외부에서 영입돼 오기 시작했다.‘역지위’ 상황을 맞은 나이 많은 남성 부하 직원들과 부딪히는 예가 많았지만, 여성들이 지위에 걸맞은 능력을 발휘하면서 갈등은 다소 완화됐다. 최근 들어 같은 조건이라면 섬세함과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를 가진 여성 임원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연하 여성 상사와 연상 남성 부하직원’의 구도는 더 이상 ‘특이한 그림’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어색한 관계 때문에 마찰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마찰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 따라 갈등 요소도 많이 완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에겐 자신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남성에겐 선배의 여성성을 적극 인정할 것을 조언한다. 김기태 커리어다음 대표는 “여성 선배가 남성 후배를 휘어잡기 위해 과도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땐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을 살릴 때 남성들이 더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IT업계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나이 어린 여자 선배와 일하게 됐을 때 처음엔 껄끄러웠지만, 항상 겸손한 자세로 팀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모습 덕분에 우리 팀은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반면 남성의 경우 “선배의 여성성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알맞게 유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례로 연하의 여성 선배 밑에 배치된 두 명의 연상 남성 후배 중 선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쪽은 끊임없는 갈등을 보이는 반면, 선배와 친화적인 쪽은 업무 면에서도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여성&남성] 나이 어린 선배 女상사 vs 나이 많은 男후배

    남성들이 군 복무를 하는 탓에 남성과 여성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는 시기는 보통 2∼3년 정도 차이나게 마련이다.‘장유유서’ 관념이 뼛속깊이 박힌 일부 남성들에게 자신보다 나이 어린 여성 상사를 모시는 일은 자못 곤혹스럽다. 나이 많은 남성 후배들을 거느려야 하는 여성 상사들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직장 내에서 터놓고 말하기 힘든 이들의 속마음을 살짝 들여다 봤다.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최모(30)씨는 나이 어린 여자 선배들과 부딪칠 일이 많은 편이다. “재수를 해서 그런지 어린 선배들을 대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깍쟁이처럼 ‘난 바쁘니까 부탁 좀 할 게.’라는 식으로 나올 때 좀 얄밉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입사 직후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쳤다.2005년 최씨는 경기도 A시의 의사들을 상대로 신약 임상결과를 설명하는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초대장을 제작해 돌리고, 병원 70곳을 방문해 확답을 얻는 등 매일 야근을 해가며 힘겹게 일을 마쳤다. 강연회는 전 부서에 준비 과정이 회람될 정도로 성공했지만 정작 공은 여자 선배의 몫이었다. 그 선배는 상사들에게 보고하면서 최씨에 대해 ‘후배가 옆에서 도왔다.’고 한 마디 한 것밖에 없었다. ●부딪치거나 혹은 화해하거나 신모(28·회사원)씨도 “선배 대접을 하는 편이지만 깍듯하게 대해도 자격지심 탓인지 ‘내가 어려도 빨리 들어왔으니 뭐 어떻게 할 건데.’라는 식이다. 이럴 경우 마음이 많이 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겠지만 신씨는 술 한잔 기울이며 풀어내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제가 후배니까 선배 대접을 확실히 할 테니 선배도 스트레스를 받고 갈구지(?) 말라.’고 말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직장 특성상 여성 상사들을 많이 모시고 있는 노모(28·H은행)씨는 ‘조금만 비굴해지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주의다. 괜히 선배들에게 잘못 보여서 찍히는 것보다는 꾹 참는 것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것. “나이 어린 선배들이 반말을 막 할 때는 기분이 상하죠. 그래도 괜히 덤비다가는 국물도 없어요. 여자 선배들이 똘똘 뭉치는 조직력에 당할 수가 없거든요.” 준비된 애교(?)로 평소 선배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소개팅 공세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 유형도 있다. 고모(31·회사원)씨는 “여자 선배들이 오히려 애교에 약하다. 선배들이 기분이 나쁠 때는 영화를 보러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고씨는 “전에 어떤 선배가 ‘나잇값도 못 한다.’고 해서 무척 기분이 상했지만 그때도 비슷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당시 선배가 솔로였는데 소개팅을 해 줬더니 나에게 무척 호의적이고 잘 대해 줬다.”고 말했다. ●채찍 우선, 당근은 나중에 나이 많은 남자 후배의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는 호칭 문제다.‘선배!’라고 부르지 않고 말끝을 흐리든지 ‘저기요’‘○○씨’라고 부른다면 백발백중 나이 어린 여자 선배들을 조금은 고깝게 여기는 셈. 입사 4년차인 김모(29·여·회사원)씨는 호칭 문제를 바로잡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대놓고 나이를 말하지는 않지만 ‘제가 대학생일 때 ○○씨는 고등학생이었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나이 차를 상기시키면서 은근슬쩍 말을 놓는 후배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후배들에 대해 김씨는 “오히려 존댓말도 꼬박꼬박 해주고 그 사람에게 편하게 대할 빈 틈을 안 주는 거예요.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놓는다든지 어리다고 얕보는 경우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모(33·여·A항공사 승무원)씨는 “남자 후배들이 ‘누구 누구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요. 심하다 싶을 때는 다른 연차가 있는 선배에게 이야기를 해서 혼을 내죠.”라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될 경우에는 ‘조직의 힘’을 동원한다. 동료들에게 얘기해 그 사람이 어린 선배를 얕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동맹(?) 같은 것이 형성된다. 정씨는 “비행할 때 말도 안 시키고 밥도 따로 먹어요. 그러면 보통의 경우에는 백기 들고 투항하죠.”라고 설명했다. 사회 경험이 짧은 후배일수록 나이 어린 선배에 대한 적응도 떨어진다. 이럴 경우 선배들에게 대접받기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 기대하기 어렵다. 김성희(30·여·공연기획사)씨는 “일도 못하면서 대접만 받으려는 남자 후배에겐 특효약이 있어요. 업무 실수를 한다든지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낸다.”고 말했다. 물론 채찍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씨는 “기회가 있을 때 ‘나이가 많더라도 내가 이 분야에서는 뭘 알아도 더 알고 하니까 따라 달라.’고 다독인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평소 김씨의 말을 건성으로 듣던 남자 후배가 공연 장소를 잘못 섭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확실하게 길(?)을 들였다고 한다. 자기가 잘못한 일을 뒷처리해 주고 일처리도 확실하다는 것을 인식한 뒤에는 그 후배도 “선배!선배!”하며 잘 따르는 편이란다. C공사에서 일하는 김기윤(29·여)씨는 입사 1년차인 2004년 나이 많은 남자 후배 두 명을 한꺼번에 받았다. 한 명은 세 살, 또 다른 한 명은 일곱 살이 많았다. 내심 나이가 더 많은 남자 후배를 대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겨우(?) 3살 위인 남자 후배는 인사도 먼저 안하고 업무상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선배라는 호칭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고 필요한 용무가 있으면 십중팔구 “저기요…”라고 운을 뗐다. 반면 7살이나 많은 남자 후배는 미안할 정도로 인사도 허리 굽혀 하고 아주 싹싹했다. 알고 보니 7살 많은 후배는 다른 직장을 2년 정도 다니다 입사했고,3살 연상의 후배는 고시를 준비하다 입사한 사회 초년병이었다. ‘사회 경험이 있었던 후배라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면 3살 많은 후배는 한동안 또래 여자 동기들은 물론 남자 선배들에게도 시쳇말로 씹혔다. 그 후배는 주위에서 싫은 소리를 계속 듣더니 결국 본인도 느낀 바가 있는지 몇 달 후엔 태도가 많이 나아졌다. “두 후배의 입사 초기 상반된 인상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요. 직장생활에서 나이가 자기 자리매김을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저 역시도 절실히 느낀 셈이죠.”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6년만에 유괴된 딸 찾은 모정(母情)

    6년만에 유괴된 딸 찾은 모정(母情)

    5살 때 유괴당한 외동딸을 찾기위해 전국에 「펜·팰」을 맺어 호소하기 6년만에 드디어 딸을 찾았다. 이 집념 강한 모정(母情)의 주인공은 그동안 딸을 찾으려다 지쳐 「송장 2번」의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 춘천시 소양로 2가 24 박옥자(朴玉子·45)씨 집에 세든 박미영여인(35) 집에는 6년전에 행방불명됐던 외동딸 오진숙양(11)을 맞으면서 온통 잔치기분에 들떠 있었다. 행상을 다니던 박여인이 딸 진숙양을 잃어버린 것은 65년 한겨울. 행상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청천 벽력이었다. <당신 딸 진숙이를 데려간다. 그렇게 알고 찾지 마시오!> 세든 방 문틈에 끼워놓은 쪽지 한 장뿐이었다. 박여인은 부산 모여고 2학년에 재학하던 54년 그때 육군에 복무하던 오유식(吳有植)상사와 사귀다가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결혼했었다. 오씨가 일선지구로 전속을 하자 남편따라 일선지구를 전전, 그동안 상철(相喆)군(13·춘천국교5년)과 진숙(珍淑)양의 남매를 낳고 가난하지만 그런대로 행복했었다. 그러나 군대생활로는 가족들의 장래가 어둡다고 오씨는 제대, 사업을 한다고 이리뛰고 저리뛰다가 실의에 빠져있던중 64년 고혈압으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하루 아침에 과부가 된 박여인 앞에 남은 유산이라고는 아비없는 어린 남매와 가난뿐. 이 때부터 세식구의 입에 풀칠을 하기위해 삯바느질을 하다가 행상을 시작했다. 피륙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간성 대진에서부터 속초 울진 등 강원도 일대는 안가본 곳 없이 다 다녔다. 이처럼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며칠만이고 솜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면 어린 남매가 「버스」정류장에 나와 엄마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대견해 고생도 몰랐었다. 그러다가 지난 65년1월, 강바람이 살을 에는 듯이 휘몰아치던 날 행상에서 돌아와보니 진숙양 대신 문틈에는 당신 딸을 데려간다는 쪽지한장. 그때부터 딸을 찾기 위해 신문 잡지등 「펜·팰」난을 뒤적여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맺어진 벗이 전국 곳곳에 60여명. 딸을 찾기 위한 애절한 호소는 전국 곳곳에서 메아리져 되돌아 왔다. 당신 딸과 처지가 비슷한 어린이가 있으니 한번 와서 확인해보라는 편지가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행상 보따리 대신 편지에 적힌 주소쪽지 하나를 들고 전국을 누볐다. 그러나 몇백리씩 고생해가며 찾아가봐도 번번이 허탕, 엉뚱한 사연을 안은 인연 없는 어린아이들 뿐이었다. 이렇게 딸을 찾아 한달에 2~3회 「출장」을 나가다보니 가난위에 빚더미만 쌓이게 됐다. 나중에는 「양키」물건을 암매하면 벼락부자가 된다는 「브로커」를 따라 물건을 사러갔던 68년12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단속반에 걸려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서툰 도둑질이 첫날밤에 들킨다더니 「양키」물건 한번 만져보고 징역살이를 하게 되자 홧병에 영양실조가 겹쳐 다죽게 됐다. 딸이 징역살이를 한다는소식에 부산에 살던 친정어머니 이숙화노파(68)가 달려와 고아아닌 고아가 된 외손자 상철군을 맡아 지금 세든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가 월급 3천원씩 받아 뒤를 거뒀다. 박여인이 교도소에 들어간 4개월째 되던 68년 4월초, 박여인이 죽었으니 시체를 인수해가라는 연락이 왔다. 그 1주일 뒤 또다시 두 번째로 시체를 인수해 가라고 재차 연락이 왔다. 그랬는데 죽었다던 박여인이 살아온데는 한국인 수녀와 미국인 수녀의 사랑의 「릴레이」덕택이었다. 박여인이 죽었다던 지난 4월 10일, 매주 교도소를 방문하던 성심여대 수녀원 한순희수녀(현 미국「샌디에고」대학에서 수학중)가 들것에 실려 나가는 시체에 마지막 「미사」를 드리다가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 치료를 맡겠다고 나섰다. 한수녀는 죽더라도 절차에 의해 처리하겠다고 약속, 「골롬반」병원으로 옮겨 온 의료진을 동원, 산소호흡을 시켜 겨우 20시간만에 회생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달동안 가료, 지난 5월8일 어머니 날을 기해 퇴원시켰던 것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박여인은 또다시 딸을 찾기 위해 「펜·팰」을 열심히 하는 한편 법원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춘천가내공업「센터」에 일자리까지 얻었다. 이같은 기구한 어머니에게 지난 5월초순 전남 영광에 있는 「펜」벗 김선미씨(32)로부터 자기 시댁이 있는 영광군 군남면 옥슬리에 진숙이 같은 아이가 있으니 한번 와보라는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은 박여인은 그동안 많이 속기도 했지만 직장에서 5천원을 가불해서 영광으로 갔다. 가보니 이 마을 이용석씨(43)의 고명딸로 입적, 그 집에서 심부름을 하고 있는 영희양이 바로 6년전에 잃었던 자기딸이 아닌가. 다짜고짜 붙들고 울어버렸다. 어리둥절한 진숙양은 진짜 어머니의 돌연한 출연에 『엄마 저여자가 누구야』하면서 가짜 엄마품으로 달아나버렸다. 이씨는 어떤 방법으로 진숙이를 데려왔는지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단지 그같이 어수룩한 시골 사람이 진숙이를 유괴했을 것 같지는 않고 누가 유괴해다가 팔아버렸을 것 같다는 얘기. <춘천(春川)=김선중(金瑄中)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7월 2일호 제3권 27호 통권 제 92호]
  • [CEO칼럼] 말의 향기/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

    [CEO칼럼] 말의 향기/정이만 한화63시티 사장

    말은 곧 사람의 표현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쓰는 말로 그 사람의 인품과 교양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은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삶을 이끌어 주는 견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과 생각과 이에 대응하는 삶과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다. 무례하게 새치기를 한 차가 깜빡이를 켜서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면 불쾌한 마음이 금방 누그러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영국에서 중산층이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기준은 Please,Thank You,Excuse Me의 세 마디를 얼마나 자주 쓰느냐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실례합니다.’에 해당하는 말이다.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아끼는 정중한 표현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이 고운 법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말들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화에서 이러한 말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어 그만큼 삭막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직장에서도 직원들의 사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에 가깝다. 상사는 부하들 때문에 속이 상하고 부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죽하면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부하들이 생각 외로 많다고 한다.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상사는 부하들의 어리숙한 말 때문에 갑갑해 하고 부하는 상사들의 독설에 가까운 질책에 상처를 받는다. 특히 직위가 높은 상사의 말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직장에서 듣기 좋은 말은 ‘수고했어. 역시 자네가 최고야.’,‘이번 일은 자네 덕분에 잘 끝났어.’ 등 동료나 후배 직원들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이었다. 듣기 싫은 말은 ‘이렇게 해서 월급 받겠어.’,‘시키는 대로 해.’ 등 고압적이고 윽박지르는 말들이 꼽혔다. 직장내에서도 조직원간 결속을 강화시키고 신바람나는 직장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듣기 좋은 말을 잘 연구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코를 풀어줄 때 휴지를 코에다 대고 ‘흥해라 흥’하고 말했다. 코가 안 나오면 등을 두드려가면서까지 ‘어서 흥해라, 흥해.’하고 재촉을 하였다. 얼굴이 벌개지도록 흥흥 해가며 코를 풀던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코를 풀면서도 흥(興)하라고 했으니 오늘날 우리가 흥(興)하게 되어 이정도로 살게 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요즈음은 신문보기가 겁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극도로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말들을 보면 짜증이 나고, 증오와 저주가 언뜻언뜻 묻어 나오는 말들을 보면 섬뜩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사람의 뼈를 부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은 무서운 것이다. 핏발선 눈과 날선 검(劍)이 연상되는 말 대신 따뜻한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말 한마디가 차갑고 무거운 마음을 녹일 수 있고 지친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심지어는 인생을 바꾸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말에도 향기가 있다. 우리의 가정에, 직장에, 사회에 향기 있는 말이 넘쳐날 때 더불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 하얀거탑 안방의 톱?

    MBC 주말 드라마 ‘하얀거탑’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의 흔한 공식인 멜로구조 없이 병원 조직 내의 권력다툼과 개인의 욕망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보통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 이상과 현실의 대결 ‘하얀거탑’은 지금 ‘오만한 권력’ 외과의사 장준혁과 사회적 약자의 법정대결로 극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가슴이 따뜻한 이상주의자 내과의사 최도영과 오로지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준혁. 극단적인 두 인물의 싸움이 드라마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드라마 속 최도영 또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정의와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건강한’ 욕망이다. 법정에서 이뤄지는 불꽃튀는 욕망의 충돌, 진실찾기가 자못 흥미를 자아낸다. 나는 과연 어떤 얼굴을 가진 사람일까. 벌거벗은 권력을 추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권모술수를 불사하는 장준혁인가, 인간적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최도영인가. 사람들은 어쩌면 ‘가슴’은 최도영을 원하지만 ‘머리’는 장준혁을 지지할지도 모른다. ‘하얀 거탑’은 우리를 갈등하게 만든다. 우리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공공기관 직원 21% 성희롱 경험 24%가 회식때 발생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10명 중 2명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13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희롱을 경험한 직원은 전체 응답자 2025명 중 21.1%인 427명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상대를 앞에 두고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술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언어적 성희롱(8.1%)이 가장 많았으며,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는 등의 육체적 성희롱(1.8%), 음란한 사진 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행위(1.1%)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성희롱이 주로 발생하는 자리는 회식(24.4%)이 가장 높았고, 사무실(11.1%) 등의 순이었다. 성희롱 상대는 주로 직장상사(24.8%)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명옥 의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이 단순히 성희롱이 개념과 내용, 사례 등을 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사전예방을 위한 적극적이고 상세한 행동요령 등을 인식시키는 실질적인 교육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취재 글 : 강성봉 기자 | 사진 : 한영희 ...행군 준비 끝! “지금쯤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계실 거예요. 여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은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데이트하고 있겠죠.” 같은 시간, 57사단 220연대 소속 전상훈 병장은 경기도 불암산 유격훈련장에서 전술복귀행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합, 수통, 야삽, 판초우의, 활동복, 천막… 20kg이 넘는 군장을 꾸리고 전투화를 손질했다. 발에 물집이 안 잡히게 하기 위해 전투화에 깔창을 깔고 발바닥에 반창고를 붙였다. 오후 3시가 되자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계곡 아래에 모였다. “연대본부 행군 인원 보고, 총원 이십육, 열외 무, 현재원 이십육, 행군 준비 끝!” 오전부터 간간이 흩뿌리던 비는 멈췄고 계곡을 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병사들 말마따나 행군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힘찬 걸음 내딛고 “불암산 차렷!” 우렁찬 구호와 함께 행군이 시작되었다. 흰색 탄띠를 둘러맨 첨병이 선두에 서고 각 중대의 기수들이 파란 깃발을 펄럭이며 뒤를 따랐다. 유격훈련장 입구에서는 운전병들이 이온 음료수와 껌과 사탕 등을 나눠주었다. 앞으로 열댓 개의 껌과 사탕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40km를 걸어가야 한다. 훈련 후 복귀행군이라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오랜만에 하는 바깥구경이라 병사들은 설렌다고 했다. “이게 무슨 꽃이야?” “아까 말해줬잖아!” “목련화?” “아니, 내가 아까 뭐라 그랬나… 음… 연산홍, 연산홍!” 선연하게 붉은 연산홍 꽃잎 아래를 지날 때 병사들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논두렁을 지나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둑을 걸었고, 강물은 병사들의 발걸음을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개와 닭이 짖어대느라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행군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체력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인한지 한번 테스트 해보는 거죠.” 멀리 떨어진 도로에 수학여행 버스가 줄줄이 지나갔다. 여고생들이 창밖으로 손을 흔들자 병사들은 침묵에 잠겼다. ...잠시 멈추어 서서 퇴뫼를 지나 병사들은 군장을 벗고 들길에 주저앉았다. 10분간 휴식 시간. 병사들은 담배를 꺼내 물고 군화를 벗고 땀에 젖은 양말을 말렸다. 수통을 돌려 물을 마셨고 어디선가 건빵도 나왔다. 힘들어서 퍼진 이도 있고 아직 쌩쌩한 듯 장난을 거는 이도 있다. 이번이 아홉 번째 행군이라는 강덕윤 상병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눈치였다. “시간도 잘 가고 재밌어요. 제가 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발이 워낙 튼튼하거든요.” 행군 출발 준비 신호가 들렸다. 병사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가스마개 점검!” “수통!” “하이바!” 장구류 점검을 복창하며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일어섰다. 어느새 사위는 어둑해졌다. 저 멀리 험난한 비륵고개가 나타났다. 산으로 올라가니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발소리가 뒤따랐다. 군화에 툭툭 차이는 나무뿌리와 돌덩이. 산새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총 철걱거리는 소리. 군장 삐걱거리는 소리.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산길엔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조심스러운 걸음마다 부모님 생각, 친구 생각, 헤어진 애인 생각, 갖가지 상념들이 펼쳐졌다. “후반기교육 때부터 여자 친구한테 편지가 안 오는 거예요. 전화하니까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친한 형한테 물어봤더니 다른 남자가 생겼더라고요. 한 달 정도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맡은 일을 놓을 순 없었어요.” “대학 동기 여자애들은 4학년이 되어 진로 걱정할 때인데 난 나가서 뭐해야 하나 걱정이 많아요. 일, 이등병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젠 제대가 백 일 정도밖에 안 남다 보니 슬슬 압박감이 들어요. 군대 오기 전에 시간을 헛되이 쓴 게 후회되기도 하고요.” 산마루에 오르니 발밑으로 도시의 불빛이 깔렸다. 흔들리는 불빛에 상념은 멈췄다. 병사들의 입에선 짤막한 탄성이 터졌다. ...낙오는 없다 비륵고개에서 갓바위로 내려와 한 병사가 비틀거렸다. 다른 병사가 재빨리 달려와 부축했지만 둘은 대열의 맨 뒤로 쳐졌다. 체력이 고갈된 병사는 ‘앰비카(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그를 부축하던 동료는 흘긋 뒤돌아보더니 바지를 추스르며 대열에 합류했다. 똑같은 군장을 매도 각각의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낙오하는 병사가 생긴다. 이럴 때 병사들은 전우애를 발휘하여 군장을 들어주고 서로를 부축한다. 이 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구나. 평소에 무섭기만 하던 선임이 사뭇 달라 보이는 계기가 된다. 부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길은 끝이 없었다. 병사들은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걸었다. 군장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고 어깨는 마비될 듯 저렸다. 땀으로 가득 찬 군화는 찌걱거리고 발바닥은 뜨거웠다. “지금 제가 느끼는 피곤함과 갈증, 어깨에 둘러 맨 군장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부모님은 짊어지고 걸어오신 것 같아요. 말썽만 부리던 못난 아들 남부럽지 않게 해주기 위해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온갖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제 앞에서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어요. 고작 행군하면서 힘들다고 요령 피우려는 지금 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즐거운 표정을 짓자고 말하는 전상훈 병장, 힘들 때면 노래 가사를 중얼거린다는 김일 일병, 거리의 네온사인을 보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되물었던 이윤직 이병도 마지막 힘을 다해 순화궁고개를 넘었다. 고개를 넘어가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 병사들의 힘을 북돋아주었다. 곧이어 부대에 도착한 병사들이 외치는 “파이팅! 파이팅!” 소리가 행군의 선두에서 후미로 이어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박수와 환호는 없었지만 뿌듯한 성취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 왔어요. 다 왔어. 낙오하지 않고 행군을 무사히 마쳐서 기뻐요. 우리 분대원들도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마쳐줘서 고맙고요. 안전하게 통제해주신 대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머릿속으로 무수히 집을 짓고 다시 부수곤 하지만 지금의 집은 바로 이곳. 뜨거운 젊은 시절,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 고된 행군 중에도 취재와 사진촬영에 협조해주신 57사단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월간<샘터> 2006.07
  • 2월 첫날에 만나는 3색 필름

    ‘미녀는 괴로워’ ‘마파도2’ 등 한국 영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월의 첫날 외화 세편이 동시에 도전장을 내민다. 서사 액션, 미스터리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 가족애를 설파한 휴먼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 아포칼립토-멜 깁슨표 대하서사시… 그러나 잔혹한 가혹한 운명에 맞선 고대 마야 전사의 이야기를 다룬 ‘아포칼립토’는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다. 마야문명이 번창하던 시절,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부족의 전사들이 침략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표범 발’은 고대 마야도시로 끌려간다. 제물로 바쳐질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는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적들의 집요한 추격을 받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예수의 고난을 생생히 그려 스크린을 피로 물들였던 멜 깁슨이 원시시대 부족간 생존 다툼을 진짜처럼 그려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무명의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며, 배우들은 모두 고대 마야어로 연기했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멕시코의 열대우림 지역에서 촬영된 영화는 반 이상이 추격신이라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나 펄떡이는 사람의 심장을 파내고 머리에서 피가 공중분사되는 등 적나라한 묘사가 많아 객석에서는 진저리 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18세 관람가. ● 스쿠프-우디 앨런의 달콤쌉싸래한 블랙 유머 ‘스쿠프’는 요즘 인기인 카카오가 99% 함유된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래한 맛을 안겨주는 영화다. 지난해 ‘매치포인트’로 관객을 매료시켰던 우디 앨런이 좀더 가볍게 포장해 들고 나온 작품. 로맨틱 코미디에 서스펜스까지 가미돼 보는 맛이 쏠쏠한 수작이다. 세상을 하직하고 황천길을 가던 기자 조 스트롬벨(이안 맥셰인)은 기막힌 특종거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영국의 귀족남 피터 라이먼(휴 잭맨)이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 특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는 참지 못하고 런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미국인 기자 지망생 산드라(스칼렛 요한슨) 앞에 나타나 이를 알려준다. 산드라는 마술사 시드니 워터맨(우디 앨런)을 끌어들여 피터에게 접근하고, 점차 그에게 빠져들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감독은 서른일곱번째 작품에서 맛깔스러운 대사와 넘치는 유머로 재무장해 관객을 원없이 웃겨준다.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결말을 위한 마지막 반전은 다소 약하지만 용서할 만하다.12세 관람가. ● 클릭-우리네 가장의 비애… 내 인생 돌려줘 애덤 샌들러의 ‘클릭’은 제 몫은 충분히 하는 코미디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인 일만 알던 가장의 개과천선이 주제. 내 인생 내 맘대로 살고 싶은 대리만족도 있다. ‘진주만’의 케이트 베켄세일이 아내 도나로 나오며,‘디어 헌터’의 창백한 영혼 크리스토퍼 월켄이 나이 지긋한 모습으로 마이클을 시험에 들게 하는 천사 모티로 나온다. 늘 일에 쫓기는 가장 마이클(애덤 샌들러). 승진이 걸려 있는 프로젝트 마감이 코앞인데 아내와 아이들의 불평은 끊이질 않는다. 그에겐 일상 자체가 복잡하고 귀찮다. 통합리모컨을 사러 쇼핑몰에 들른 그는 인생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된다. 아내의 잔소리는 음소거, 애완견 배변보기는 빨리감기, 얄미운 직장상사를 한방 먹일 때는 일시정지로.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으니. 빨리감기를 반복해 눌렀더니 리모컨이 제멋대로 1년,5년,10년의 세월을 건너 뛴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니 머리 허연 그의 곁엔 아무도 남아 있질 않았다. 성공 가도를 달려도 곁에 가족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이 웃음 가운데 절절히 배어 있는 영화다.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거침없는 후배들 선배들 ‘완전난감’

    거침없는 후배들 선배들 ‘완전난감’

    중견 제조업체 차장인 조모(39)씨는 며칠 전 후배에게 시장조사를 맡겼다가 머쓱해진 경험이 있다. 그 지역 담당자가 출장중이어서 담당자와 동기인 후배직원에게 조사를 부탁했더니 그 후배직원은 “그건 제 담당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조씨는 “후배들 앞에서 ‘영’(令)이 안선다.”며 애꿎은 담배만 피웠다. 선배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고민도 했다. 대놓고 야단치자니 통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후배들의 인심만 잃을 것 같았다. 조씨는 “요즘 후배들은 업무영역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공통업무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챙기는 것이 일종의 예의였고 매너였다.”며 입맛을 다셨다. 조씨는 “차츰 조직에 동화되면서 융통성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기대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요즘 조씨처럼 후배들의 ‘거침없는 소신’이나 ‘당돌함’ 앞에서 작아지는 선배들이 늘고 있다.10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1651명에게 ‘후배사원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7%(939명)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장인들은 ‘조금만 꾸중해도 무서운 선배로 생각하는 후배들 때문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무엇이든 생각없이 물어보는 질문공세’도 선배들을 지치게 했다. 이밖에 선배가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조금만 칭찬해도 잘난 줄 아는 후배도 이른바 ‘후배 시집살이’ 요인으로 꼽혔다. 응답자의 59%는 막내시절 자신들은 ‘벙어리 3년’ 시집살이를 했지만 요즘 후배들은 “하고싶은 말을 다 한다.”는 점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자신의 막내시절과 후배들의 차이점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상사에 대한 예의가 없다.’(51%),‘쉽게 이직이나 퇴사를 생각한다.’(39%)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또 야근을 싫어하고 눈치없이 칼퇴근하기 바쁘다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반면 ‘패션·유행에 민감하고 센스가 있다.’,‘영어·컴퓨터능력 등 기본자질이 뛰어나다.’,‘창의적이고 적극성이 높다.’는 점을 신세대의 장점으로 뽑았다. 후배와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 방법으로는 ‘술자리 등 인간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가 40%로 가장 많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이면 꼼짝 않고 따뜻한 아랫목만 끼고 사는 사람들이 늘게 마련이다. 자연히 몸도 마음도 둔해지기 십상. 추위와 일조량의 감소가 누적되면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바깥 출입을 활발히 하고 활동량을 늘리며, 겨울철 레포츠나 취미생활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추위를 특별히 많이 타거나, 별도로 시간을 내 야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내 레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생활의 활력도 키우는 게 어떨까. 일본이나 영국 등의 경우처럼 초대형 실내 스노 리조트(snow resort)는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실내 레포츠 시설은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 제패 이후 붐이 일고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과 빙벽등반, 그리고 사격 등 실내 레포츠를 소개한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실내빙벽 등반은 2005년 11월 서울 우이동에 복합실내등반센터인 오투월드(www.o2o2.co.kr)가 국내 최초로 실내 인공 빙벽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산소(O) 같은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이름도 오투월드로 지었다는 것. 이 실내등반센터의 인공빙벽은 높이 20m,7층건물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빙벽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빙벽을 오르고 싶어하는 등반객들에게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없애준 것이 가장 큰 장점. # 24시간관리 자연빙벽보다 안전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마니아들이 찾아 실내빙벽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업체 김규방(60) 사장은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등 국내 자연 빙벽장은 12∼2월 사이에만 열려 시간상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또 많은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 무너질 위험도 있죠. 이에 반해 실내 인공 빙벽장은 빙벽을 24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자연 빙벽보다 안전합니다. 또 길이가 20m나 되기 때문에 자연 빙벽에 견줄 만하죠. 항상 영하 5℃가 유지돼 자연 빙벽을 오르는 스릴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몸의 모든 부분을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발달에 더없이 좋은 효험을 안겨준다.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높이 올라가는 레포츠이니만큼 순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은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끈기를 길러 준다는 것이다. 방한복과 헬멧, 아이젠 등의 장비로 중무장한 채 자일을 타고 오르던 한 여성이 피켈로 빙벽을 내리찍자 이리저리 파편이 튄다. 결혼 이후 집안살림에만 매달렸던 주부 권경자(47·서울 영등포)씨. 여려 보이는 몸으로 힘차게 빙벽을 차고 올라간다. 권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곳을 찾아 땀을 흘린다.“손과 발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아이들 키우고 나서 할 일이 별로 없어져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 여성들이 얼마나 많아요.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기에 딱 좋은 레포츠인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 힘들여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이 그가 뽑는 빙벽 등반의 매력.“온 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추운 줄도 몰라요. 꼭대기에 올라 매달린 종을 울리고 나면, 색다른 세계에 온 듯한 희열을 느끼죠. 평상시에도 빙벽등반을 위해 기본적인 운동은 해야 돼요. 그러다 보면 체중은 안 줄었어도, 몸은 훨씬 가벼워지고 탄탄해졌다는 것을 느끼죠.” # 쉰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 실내 빙장은 심약한 주부 클라이머를 1년여 만에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하루 10여 차례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내린 결과, 이달 말 국내 최고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 폭포 정복에 도전하게 된 것. 강원도 강촌의 구곡폭포를 맨처음 정복한 전완근(55·서울 동작)씨는 빙벽등반 경력만 35년째인 베테랑 등반가다.‘어센트 알파인 클럽(www.ascentclub.co.kr)’을 이끌며, 국내외 유명 빙벽 대부분을 정복한 산사나이.“빙벽등반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과학적인 스포츠입니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멋을 찾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레포츠죠. 특히 내 뒤를 받쳐주는 동료를 믿고 빙벽을 오르다 보면 새로운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핵가족 시대에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죠.”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70세가 넘어서도 계속 빙벽을 오를 겁니다.” 회사원 나한석(34)씨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삼은 4년 경력의 산악인.“육체적인 효과도 있지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빙벽등반에 도전할 제 아들을 위해 세살 때부터 턱걸이를 시켰어요. 지금은 자신감과 용기가 충만한 어린이가 되었지요.” 오투월드에서 만난 세 사람 모두 왜 힘들여 얼음 위를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일 게다. # 실내빙벽을 오르려면 초보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4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20만원. 주말반과 특별반도 운영하고 있다. 일일체험등반 요금은 5만원. 강습이 없는 시간대엔 자유이용도 가능하다.1만원. 빙장 내 온도가 영하 5℃로 유지되므로 방한복은 필수다. 빙벽화, 헬멧 등 빙벽등반에 필요한 장비 대여료는 1만 3000원. 사우나 등 부대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암빙벽팀 (02)908-892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권총사격 탕~ 산산이 부서지는 스트레스 베레타 권총을 든 채 표적지를 노려보는 박세나(25·경기 군포)씨의 눈매가 차가운 겨울날씨만큼이나 매섭다. 베레타는 일명 ‘주윤발 총’이라 불리는 10발들이 자동권총. 작고 가벼워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천천히 총구를 들어 지름 46㎝의 표적지를 겨냥한다. 밀린 신용카드 고지서나 직장 상사의 얼굴 위로 맥빠진 자신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탕∼ 총성과 함께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반동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목표물이 스트레스마저 저 멀리 날려보낸다. 사격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 다른 레포츠보다 사고 비율이 훨씬 낮다.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총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베레타, 루가, 글락 등의 명품 권총을 직접 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스릴을 안겨준다. 강오석(32·서울) 사격코치는 “여성들이 사대에 서면 ‘긴장모드’가 시작되죠. 바들바들 떠는 것은 예사고, 한 발 쏘고 나서 놀라 뛰어 나오는 여성들도 있어요. 남자친구랑 왔는데도 놀라서 제 품에 안길 때는 난감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막상 사격을 끝내면 군대를 다녀온 남성보다 여성들의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섬세함과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 간혹 청바지를 표적지 삼아 쏜 다음, 구멍 뚫린 채 입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단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실내 사격장을 찾는다는 박세나씨는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집중력 등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요. 호흡조절과 고도의 정신집중도 필요하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 더없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사격예찬론을 펼쳤다. 박씨의 남자친구인 박재우(30·경기 안산)씨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훌륭한 스포츠가 됩니다.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죠.”라고 거들었다. 권총은 작동방식과 구경(총구 안지름)에 따라 22·38·45 구경과 9㎜ 피스톨 등으로 나뉜다. 구경의 크기와 이용요금은 비례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도 세져 그만큼 ‘치명적인 손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여성은 작은 구경의 총을 고르는 게 좋다. 작지만 예상외로 큰 반동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팔이 저릴 만큼 반동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45구경은 주로 마니아들이 애용한다.1라운드(10발)에 2만∼2만 5000원선. ■ 실내 레포츠 유의 사항 겨울엔 마음 먹은 대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추운 날씨 속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 자칫 뇌졸중이나 협심증, 관절염 같은 병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긴 겨울 내내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마냥 접어둘 수는 없는 일. 하늘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과 함께 ‘잘하면 보약, 잘못하면 독약’이라는 겨울철 실내운동 요령을 알아본다. # 겨울에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은가? -외부 온도가 10℃ 이하가 되면 신체의 열손실을 증가시키므로, 가능하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전거타기, 러닝머신에서 걷기, 조깅, 수영, 배드민턴 등의 운동이 좋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운동량보다 20∼30% 줄어야 한다는 것. 또, 추위는 피부를 통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거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운동시 체온관리를 위해 모자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 겨울 운동은 왜 위험한가? -추위는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운동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관절을 구성하는 건, 인대, 근육 등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손상을 입기 쉽다. 또 추위는 혈관 수축을 증가시키므로,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기 쉽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 운동의 효과와 좋은 점은?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돼, 조금만 움직여도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유지에 효과적이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족할수록 관절 주변의 기능은 감소하므로,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도 겨울운동이 필요하다. 또, 혈액순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철 운동이 필요하다. # 겨울 운동 전 주의점은? -겨울철 운동의 핵심은 체온관리.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릴 때를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모자와 장갑은 반드시 착용할 것.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수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조성연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원장 ■ 겨울 운동 상식 O,X ●겨울에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운동을 해야 한다?-X.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피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 스키 중 술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된다?-X. 이뇨, 발한 작용으로 체온 감소를 증가시킨다. ●겨울철 운동 시 두꺼운 옷이나 땀복이 좋다?-X.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감소가 증가한다. ●겨울철 야외운동은 심장병이나 고혈압에 노출되기 쉽다?-O. ●겨울철 운동은 에너지소비량이 적다?-X. ■ 달리다보니 어! 내몸매 S라인!-피겨 스케이팅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은반위를 내달리는 피겨 스케이팅. 운동효과는 물론, 예술적 감각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20대에 이르는 여성들. 피겨 스케이팅 강사 여승미(40)씨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제패 이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학생이나 시간여유가 있는 직장 여성들, 그리고 주부들의 문의전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씨는 또 “어린이의 경우, 기초체력 향상과 지구력 강화, 그리고 앞, 뒤로 움직이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내성적인 아이는 활발해지고, 산만한 아이들은 차분해지는 성격교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도 마음도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서울 거여초등학교에 다니는 임채은(10)양은 “넉달 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면서 굳어진 몸이 많이 유연해지는 걸 느꼈어요. 집중력도 많이 좋아졌고요. 김연아 언니의 경기장면을 녹화해서 틈틈이 보고 있어요. 언젠가 저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라며 또렷하게 말했다. 체력을 기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다리를 많이 쓰는 피겨 스케이팅은 하체 힘을 키우고 균형미를 갖추는 데 안성맞춤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스케이팅 전후의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또 허리를 곧게 하는 등 자세 교정을 통해 아름답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꿀 수 있다. 여성 강습생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가 예술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같은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씨는 “초보자들도 한시간 정도 뒤뚱거리면 얼마든지 탈 수 있다.”며 “1개월 정도만 연습하면 초보수준의 스핀이나 점프 등 기술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재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1개월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많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어디서 탈 수 있나 ●목동 아이스링크 피겨 스케이팅과 함께 쇼트 트랙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평일 오후 2∼6시, 휴일 정오∼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기본 2시간 3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02)2649-8454.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국제 규격을 갖춘 세계 8번째 400m 실내링크. 스케이트장에서 주변 맛집으로 이어지는 태릉의 드라이브 코스는 ‘아이스링크 데이트’를 확실하게 마무리해 준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엔 7시30분).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970-0501.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 평일 오후 2시(휴일엔 정오)∼6시까지는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3290-4243∼4,(02)927-4195.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 빙상 경기를 유치하지 않아 개장 시간이 넉넉하다.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어린이 3500원. 대여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500원.(02)909-3114,(02)940-5491. ●광주 실내 빙상장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호남 유일의 실내 아이스링크.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3500원, 어린이 2500원. 대화료 2500원.(062)600-6780. ●타워 아이스링크 대구 우방타워 2층에 위치한 전천후 실내 아이스링크. 우방 타워랜드, 두류공원 등과 가까이 있다.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어른 4500원, 어린이 3500원, 대화료 3000원.(053)652-5114.
  • ‘좁은 문’ 뚫은 공직 새내기 4인 좌담

    ‘좁은 문’ 뚫은 공직 새내기 4인 좌담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황금돼지해’? 이들이야말로 황금돼지를 잡아 탄 주인공일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일부 국책 금융기관들이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면서 인구에 회자됐다. 공무원은 그 ‘신이 내린 직장’보다 대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높다. 공무원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한 새내기 공직자 4명이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새해부터 공직의 뜻을 펼치는 이들은 4인4색의 꿈, 포부, 각오 등을 서로 주고받았다. ●사회자 모두에게 2007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여러분들의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김미화 2007년은 무척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선배들이 “스트레스를 사랑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하던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어 2007년을 ‘나의 해’로 만들고 싶어요. ●황지혜 지난해는 4년 동안 계속된 수험생활에 지친 탓에 바닥까지 내려갔던 해였어요.2007년은 ‘더 나은 나’를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고 싶습니다. ●장동철 2007년 졸업과 동시에 공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돼 의미가 깊습니다. 공학도에서 올해부터는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 태어나는 해로 삼고 싶습니다. ●이희진 공직사회에 대한 열망이 컸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사회자 어떤 부처·부서에서 어떤 일을 해서 뜻을 펼치고 싶으신가요? ●황 평생 교육, 인적자원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일반 고등학교에서 3개월 정도 교단에 섰던 경험이 있어요. 다들 공교육의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교사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때 경험이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적어도 탁상공론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게 꿈입니다. 미술학도들에게 사회에 진출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김 제가 급수는 가장 낮지만 9급 공무원 시험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 만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고 생각해요. 직접 정책입안을 하지는 않지만 그 초석이 되는 일을 하는 게 9급입니다. 어깨가 무거워요. ●장 과학기술부에서 이공계 대학생을 위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공계 출신이라 그런지 주변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들을 많이 봤거든요. ●사회자 공직의 길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아버지, 누나, 매형 등 집안에 공직자가 꽤 많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했을 때도 온 가족이 응원해 주었죠. ●황 비록 하급 경찰 공무원이었지만 밤늦게까지 일하시면서도 자부심 하나로 버티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어릴 때부터 늘 마음속에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죠. ●김 무엇보다 ‘신분보장’이라는 말에 매력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민간기업에서 구조조정을 당하는 상사들을 보면서 공무원에 더 마음이 끌렸어요. ●장 국가업무를 다루는 직업이라는 매력이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무원보다는 공직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책임감이나 사명감 같은 걸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사회자 수험 기간 동안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김 2년 동안 면접에서 떨어지고 1점 차이로 떨어지면서 “여기서 그만둬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더 잘되려나 보다.” 하는 믿음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죠. ●황 처음 시작할 때는 “패기와 열정으로 단기간에 끝내자.”고 생각하고 덤벼들었는데 수험기간도 2년을 넘기니 지치더군요. 여담입니다만 지난해 초에 꿈에서 숫자 ‘1’을 보았는데 이번에 수석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 오래 공부하신 분들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6개월 만에 합격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붙자.”고 생각한 게 아니라 “문화관광부가 아니면 안 하겠다.”라는 소신으로 죽을 만큼 공부했습니다. ●장 견습직원은 과정이 약간 달라요. 대학교 총장 추천과 공직적격성평가(PSAT), 면접만 통과하면 되죠. 하지만 그만큼 내부 경쟁부터 치열해요. 학점은 4.31점으로 0.6% 안에 들었고, 토플은 247점을 받았습니다. ●사회자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걱정되는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황 선배 사무관들에게 들으니 밤 12시까지 일하는 게 보통이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국민들이 그걸 몰라준다는 거예요. 저도 선배들처럼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교육부는 대체 뭘하고 있나.”는 식의 질책을 듣고 좌절하지는 않을지 두려워요. ●장 예전에 신문에서 국장·과장·사무관이 대화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전에는 공무원이 공직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던데 요즘엔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 자부심들이 흔들리거나 퇴색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김 흔히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하죠. 일반기업은 프로젝트를 끝내면 결과가 즉각 나타나지만 공무원이 하는 일은 공익이 목표이기 때문에 즉각 결과가 안 나타날 수도 있어요. 때문에 “공무원은 하는 일이 뭐냐.”“월금 깎아라.” 하는 식의 비난이 안타까운 게 사실이에요. ●이 “공무원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나를 나태하게 하지는 않을지 두렵네요. 한편으로는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내 아이디어가 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회자 ‘공직자로서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게 있다면? ●황 세월이 흘러 정년 퇴직할 때 “우리나라 교육이 정말 좋아졌다.”는 말을 꼭 듣고 싶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다 교육이 변하는 속도가 느릴 뿐 교육도 분명 발전합니다. 개인적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반 총장처럼 나라의 이름을 빛내고 싶어요. ●김 서울시의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꼭 해보고 싶어요.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의 상혼에 물들어 버린 게 안타까워요. 우리나라 문화를 살려 칠월칠석에 떡을 나눠 먹는 이벤트를 해보고 싶어요. ●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전문 큐레이터와의 사이에서 전시회의 질도 높이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회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김 사실 제가 수험생이었을 때도 합격수기를 아무리 읽어도 와닿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네요.“이게 내 직업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한번 푹 빠져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장 견습직원제도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1월에 추천이 시작되는데 성적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짧습니다. 걱정 말고 준비하면 됩니다. ●황 취직 어렵다고 고시를 선택하는 사람 많은 것 같아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하면 정말 힘듭니다.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붙을 겁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공부를 오래하다 보면 붙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공무원이 되려고 했던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자 2007년 새해 포부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황 ‘겸손과 열정.’ 기대 이상의 수석합격이라는 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 생각입니다. ●장 ‘새로 태어나는 나.’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태어나자는 다짐입니다. ●김 내가 속한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자. ●이 ‘낭중지추’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내 향기가 스스로 스며나올 때까지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진행·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황지혜(26세·여·5급) 올 행정고시 최고득점자. 교육행정직.4년간의 긴 수험생활 끝에 수석합격한 당찬 여걸. ■ 장동철(28세·남·6급 견습) 기술직.3년 후 6급으로 채용예정. 총장 추천으로 졸업과 동시에 공직자로 사회생활 시작하게 된 행운아. ■ 이희진(30세·남·7급) 문화관광부 근무. 미술이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다니며 6개월 만에 합격한 실력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꿈. ■ 김미화(27세·여·9급)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서울시 9급. 대민 행정의 기본이 되는 만큼 발로 뛰는 행정에 나서겠다고.
  • [600년만의 황금돼지해] 올 신생아 2만명 웃돌듯… 출산 장려금 한몫

    [600년만의 황금돼지해] 올 신생아 2만명 웃돌듯… 출산 장려금 한몫

    안녕 뚱순아, 나야 뚱님이. 네가 사는 그 별도 겨울이니? 여기는 지금 난리야. 행복한 난리. 글쎄 새해부터 집값이 확 잡혔지 뭐야. 경기가 살아나서 일자리가 넘치고 월급도 올랐어. 벌써 며칠째 범죄건수가 ‘0’이어서 유치장이 텅텅 비었어. 이혼·자살건수도 뚝 떨어지고 헌혈차 앞은 연일 장사진이야. 정치인들도 서로를 칭찬해대는 바람에 닭살이야. 그리고 왜 있잖아. 북한이 드디어 핵을 깨끗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어. 이런 기적이 어떻게 가능해졌냐고? 사랑 때문이지. 왜 갑자기 사랑하게 됐냐고? 인생이 너무 짧아 미워하거나 욕심을 부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거지. 우린 예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걸 말야. 이곳이 무섭다며 그 별로 떠났던 뚱순이 네가 이제 돌아왔으면 해. 보고 싶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아기를 낳자’ 600년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2007년 정해년(丁亥年) ‘황금돼지띠’의 해를 맞아 새해 벽두부터 임신·출산 붐이 일고 있다. 쌍춘년이었던 지난해 백년해로를 위해 서둘러 결혼했던 신혼부부는 물론 중년 부부들까지 임신과 출산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불임부부들도 그 어느 해보다 출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황금돼지 띠의 아기는 재복이 많고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역술가들에 따르면 정해년 황금돼지해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더해 따지기 때문에 600년만에 한번꼴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새해를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행에서 정(丁)은 불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600년이라는 정확한 계산법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혼인신고 밀레니엄 이후 5년만에 증가세 이런 분위기 속에 그동안 저출산으로 불황을 겪던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유아용품업계 등 출산 관련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 한해 밀레니엄 베이비 이상의 신생아 출산 붐이 일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6년 10월까지 대법원에 신고된 혼인건수는 25만 632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4만 7134건에 비해 9186건(3.7%) 증가했다. 증가폭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2001년 이후 거의 매년 감소 추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반등이다. 특히 쌍춘년이었던 지난해 11,12월 2개월동안 막바지 결혼이 전례없이 봇물을 이룬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결혼에 성공한 부부들은 신혼을 즐길 틈도 없이 아기 갖기에 바쁘다. 지난 12월 결혼한 김성호(28·회사원·경북 구미시)·이미숙(27·교사)씨 부부는 당초 결혼 후 1∼2년이 지나서 아이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곧바로 아이를 가지라는 양가 부모님의 성화 때문에 결국 아이를 갖기로 했다. 이씨는 “인생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효도와 아이의 재물복을 위해 올해 출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 자녀만을 고집하던 부부들도 둘째, 셋째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 8년차인 김성해(회사원 37·부산 남구 대연동)씨와 이영희(35·주부)씨 부부 사이에는 올 8월쯤 둘째아이가 태어난다. 첫째아들을 출산한 지 7년만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주위에서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출산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째아이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직장에 근무하는 기혼여성들이 나란히 임신해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곳도 눈에 띈다. 부산 남구 남천동 베어링 수입업체인 A상사는 전체 기혼 여직원 7명 중 5명이 나란히 아기를 가져 올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여성전문병원도 임신부들로 북적대고 있다. 대구 M여성전문병원측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기 검진과 임신을 확인하러 오는 여성이 예년에 비해 2∼3배 늘었다.”면서 “이런 현상은 병원 개원 5년 만에 처음”이라고 반겼다. 대구시 북구 D산후조리원도 “출산 4∼5개월 전부터 산후조리실을 예약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예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생아 출산 전폭 지원 심각한 출산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황금돼지 해를 맞아 출산가정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신생아 수는 지난해(45만여명)에 비해 전년도 혼인건수 증가 등으로 2만여명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0년 밀레니엄 베이비 특수(63만 7000여명)로 인해 전년(61만 6000여명)보다 2만 1000여명 증가한 것과 맞먹는 것이며, 최근 7년간 최대 증가폭이다. 경북 영덕군은 올해 출산 장려금 액수를 지난해 30만원에서 신생아 1인당 1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또 셋째아이를 낳으면 5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청송군도 지난해까지 신생아 구분없이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을 올해부터 첫째∼셋째 50만∼150만원까지 대폭 확대했다. 안동시 역시 13억원의 예산을 확보, 출산장려금을 2배로 늘렸다. 첫째 36만→72만원, 둘째 60만→120만원, 셋째 120만→240만원이다. 문경·김천시는 올해 출산장려금제를 신설해 둘째아이 100만원과 30만원, 셋째아이 150만원과 100만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의성군은 신생아 1인당 출산장려금 100만원 지급과 함께 출생신고를 한 가정을 읍·면장이 직접 방문,3만원 상당의 미역을 전달하고 식목일을 전후해 의성읍의 구봉산·둔덕산에 신생아 출생 기념식수를 하기로 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추성훈 vs 사쿠라바’ 보며 스트레스 확~

    2006년의 마지막 날, 올해 받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자.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격투기를 보며 유난을 떨었던 직장 상사, 힘들었던 사건 등을 모두 잊고 2007년을 산뜻하게 시작하자. 영화오락채널 XTM은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의 연말 올스타전 ‘프라이드 남제 2006’을 31일 오후 3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위성을 통해 생중계한다. 세계 종합격투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 대회는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의 올스타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만을 뽑아 대결을 펼치는 연말 이벤트이다. 그중에서도 ‘60억분의 1의 사나이’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도전자 마크 헌트의 경기는 이미 격투팬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또한 지난 무차별급 그랑프리 4강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조시 바넷과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다시 한번 자웅을 겨루는 등 치열한 경기가 펼쳐진다. 액션채널 수퍼액션도 31일 오후 3시부터 일본 오사카 돔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최대 이벤트 ‘K-1 다이너마이트 2006’을 오후 4시부터 독점 중계한다. 또 출전 선수들의 지난 명경기 하이라이트를 대회 중계에 앞서 소개한다. 올해는 월드그랑프리의 최홍만, 맥스(국내 대회 명칭 KHAN)의 최용수,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세계챔피언 추성훈, 한국 투포환 신기록 보유자인 김재일 등이 일본 등의 대표급 선수들과 대결을 펼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매치는 ‘추성훈 VS 사쿠라바 카즈시’의 대결로 격투기계 최대의 화제가 되고 있다.‘풍운의 유도가’에서 ‘히어로스의 챔피언’으로 등극하기까지 올해 최고의 모습을 보인 추성훈이 마침내 일본 격투기계의 전설인 사쿠라바 카즈시와 대결을 펼쳐 화끈한 한판이 예고된다. EBS 장학퀴즈도 31일 오후 5시에 특집 방송을 한다. 올해 출연했던 40개 고등학교의 1480명 가운데 실력과 끼를 가진 고교생들을 선별해 대결을 벌인다.‘2006 핫이슈 검색어 베스트3’에 선정된 손석희 교수,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으로 유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선수,‘사모님’으로 올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개그우먼 김미려가 출연해 문제도 출제하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영화채널 CGV에서 31일 오후10시 액션 블록버스터 ‘나쁜 녀석들2’를 방영한다.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전편이 나온 지 8년 만에 재결합한 속편이다. 전편보다 훨씬 화려하고 멋진 액션과 웃음을 전해 준다.
  • 추억의 ‘아톰’ 디지털 영상으로 본다

    전설적인 만화영화 ‘아톰’이 다시 돌아온다. 케이블 채널 CGV는 데쓰카 오사무의 아톰 시리즈를 디지털로 복원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을 23일부터 매주 토·일 오전 8시에 각각 2편씩 연속 방영한다. 과학자 덴마 박사가 죽은 아들을 본떠서 만든 로봇 아톰의 이야기로 데쓰카 오사무가 1951년 일본 잡지 소년에 연재한 ‘아톰 대사’가 원작이다.1963년부터 66년까지 흑백으로 총 193화,1980년부터 81년까지 컬러로 총 52화가 만들어져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2003년 2차원 셀애니메이션과 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다시 태어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은 원작의 뼈대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오차노미즈 박사의 비서 로봇 모모 등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 구조를 풍부하게 만들고,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역동적이고 선명한 영상을 빚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악당과 대적하는 기존의 이야기 구도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조연급 인물들도 대거 보완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잔인한 장면과 음주·흡연 장면 등 어린이에게 비교육적인 내용이 거의 배제되었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EBS에선 23일 오전 11시10분 ‘미스 스파이더 가족의 풍선여행’을 준비했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히 밝히는 색채와 따뜻한 이야기가 특징인 3D 애니메이션으로 햇빛 반짝이는 어느 더운 날 시작된 서니 패치 친구들의 모험을 다룬다.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유쾌하고 즐거운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버섯 골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상대의 외모에 편견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것과 어린이 모두가 세상의 왕자와 공주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MBC는 가족의 따스한 정과 사랑을 느끼게 해줄 성탄특집 드라마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23일 오후 9시40분에 방영한다. 자매, 연인, 부부 등의 인연을 맺고 있는 주인공 6명의 다른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잊고 살았던 사랑과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케이블 영화채널인 OCN에서 23일 낮12시40분 ‘브리짓 존스의 일기’란 노처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볼 수 있다.‘살’과의 전쟁을 하며 완벽한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망을 간직한 노처녀 브리짓 존스. 브리짓이 점찍은 상대는 같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 대니얼 클리버. 브리짓을 좋아하는 인권변호사 마크 다시가 펼치는 사랑 이야기다.SBS는 23일 밤 12시5분에 미스터리 영화인 ‘블랙 아웃’을 준비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족을 총으로 쏘고 자살하는 끔찍한 기억을 가진 제시카가 경찰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해변가에서 몸에 난도질 당한 시체가 발견되며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추천서는 신용사회의 척도다/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근래 어느 학장으로부터 이른바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란 거센 폭풍을 겪으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논문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마치 폐허에 핀 장미꽃 한 송이를 보는 듯한 일말의 위안을 얻었다. 외국에서는 직장을 구할 때나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자 할 때 여러가지 서류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추천서이다. 한번은 국내 대학에서 논문 표절 사건으로 해임된 교수가 미국 대학에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대학이 국내 대학 학장에게 그 교수에 관한 정보를 요구했는데, 그 요구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단순히 대학 학장으로서 그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는 추천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었다. 문항 형식으로 그 교수가 재직하는 동안 논문 표절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학장은, 조금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질문에 꼼짝달싹도 못했다. 1960년대 이른바 독일 파견 간호사들의 추천서와 관련된 일화가 떠오른다. 독일 사회에 익숙하지도 않고 낯선 이국땅에서 지내게 된 간호사들이 얼마나 외로웠겠는가. 당연히 먼저 와 있는 친척이나 선·후배 동료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서로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을 것이다. 당시 독일은 엄청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웬만하면 그들을 받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무런 사전 행정절차 없이 잘 있던 직장을 떠나 불쑥 친구를 찾아 일하러 온 간호사들 때문에 병원 당국은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들에겐 노동 허가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구비 서류가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전 직장에서의 추천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직종을 불문하고 추천서 없이 직장을 옮긴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적 불문율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 곤경에 처한 간호사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국내 사정은 어떤가. 해외연수를 떠날 때는 귀국 후 소정 기간 소속 직장에서 근무하겠다고 굳게 서약까지 하고는 막상 귀국해서는 거리낌 없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예가 허다하다. 스스럼없이 옛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나 서슴없이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직장 양쪽 모두가 문제이다. 이는 ‘나만 좋으면 되고, 내가 필요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 직장상사의 소견이나 추천서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관행은 선진 신용사회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할 수는 없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은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행복 추구권을 부정적으로 봐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지켜야 할 상식 수준의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네 추천서는 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피추천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언급하는 대신 결혼식 축사를 방불케 하는 칭송 일변도의 글로 가득 차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발(發) 추천서의 신빙성이 낮다는 건 외국 대학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천서 받을 사람이 아예 내용을 미리 작성해 들고 오기 일쑤이고, 교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 추천서의 본질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추천서는 기본적으로 평가서 성격을 갖는다. 근거 없이 허황되고 과장된 사실을 기재하는 것은 논문 표절 행위와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정이 많고, 어려움 속에서도 푸근함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이성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표절 정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추천서 관행을 올바르게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 신용사회로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규모의 리서치 회사에 입사한 차모(25·여)씨는 첫 회식 자리에서 처음으로 잔돌리기와 폭탄주를 알게 됐다. 사장이 먼저 마시고 잔을 돌리면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 됐고, 조금 있다 등장한 ‘타이타닉’ 폭탄주 게임에는 매번 걸려 눈물을 머금고 ‘폭탄’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모든 회식이 간부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술로 정해지고, 강제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차씨에겐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다. 계속되는 회식에 차씨는 6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회식이 거의 없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다. ■ “회사 관두겠소” 술술 푸다 폭탄선언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회식인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회식을 하고 나면 야근한 것 이상으로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몇몇이 즐기는 회식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 7월 청운의 꿈을 품고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24·여)씨도 첫 회식부터 회사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입사 전 친구들로부터 술자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강권하는 술잔에다 2차 노래방 도우미까지 불러대는 뻔뻔한 상사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술을 잘 마시진 못해도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맞추는 법을 배운 정씨였지만 회사 회식은 차원이 달랐다.“파도 타기를 하며 몇 순배 술이 돌아 구토를 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까지 이 회사에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렵게 들어온 회사라 그만둘 수도 없고, 결국 다음 회식에도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힘들어하죠.” ●조폭식 회식에 광란의 가라오케까지 19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경리직으로 입사한 이모(25·여)씨는 120여명이 모인 회사 전체 회식에서 ‘조폭 문화’를 발견하곤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고깃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천장이 떠나가라 시끌벅적하던 사원들은 사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자 갑자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사장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위하여!’를 외치자 사원들은 모두 충성을 맹세하듯 경쟁적으로 크게 복창한 뒤 미친 듯이 마셔댔다. 이씨는 “왜 그런 식으로 조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11월 한 홈쇼핑 회사에 입사한 김모(28)씨는 남다르게 논다는 PD들의 회식에 혀를 내둘렀다.1차에서 고기와 소주로 시작한 회식은 2차 가라오케에 가서 절정에 이르렀다. 폭탄주가 돌기 시작하더니 댄스곡을 크게 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거나 크리넥스 통을 들고 한 장씩 티슈를 뽑아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김씨가 평소 좋아하던 발라드곡을 예약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김씨도 곧 그 분위기에 동화되고 말았다.“처음엔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노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죠. 하지만 1년 남짓 되니 어느새 벨트 풀고 휴지 뽑으며 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게 됐죠.” ●패밀리 레스토랑에 야유회, 웰빙 회식도 있다 2004년 4월 한 영자신문사에 입사한 김모(26·여)씨. 신문사 회식에서 술을 엄청 마신다는 소문에 기가 죽어 있었지만 이 회사는 따로 정해진 정기 회식은 없었다. 입사한 지 넉달만에 사장 주최로 열린 회식은 점심 시간에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급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먹는 자리였다. 의아했지만 김씨는 이런 회식에 대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른바 말하는 단합대회 형태의 회식이 주는 장점보다 술 때문에 서로 실수하면서 서먹해지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술을 마시며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묻지만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인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할 일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공기업에 입사한 김모(26)씨도 변형된 웰빙 회식에 대찬성이다. 김씨는 입사 이틀 뒤 횟집에서 가진 첫 회식에서 술은 반주 정도로만 걸치며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는 술자리보단 주로 맛집이나 공연을 찾아다니며 단합하는 분위기였고, 때로는 회사를 벗어나 교외에서 체육대회 등을 하며 이야기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연 등을 찾아다니면서 교양도 쌓고 개인 시간도 보장되니까 굳이 술자리 회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벽 허물기 위해 ‘필요악’” 하지만 술자리 회식에 대해 찬성론을 펼치는 ‘2030’도 적지 않다.2004년 8월 한 의류업체에 취직한 조모(26)씨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가 마음 편하다. 첫 회식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양주와 맥주 폭탄주를 거푸 마신 뒤 구토까지 한 조씨를 선배들은 한마디 싫은 소리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줬고 집에까지 바래다줘 친근함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엔 점점 달라지는 술자리 문화 때문에 제대로 회식다운 회식을 못했다. “두 차례 후배를 받아보면서 제대로 추억을 만들 일이 없어 외려 서먹한 것 같아요. 술자리 회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실수 안해 좋소” 술술 빼고 웰빙선언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40)씨는 회식자리에서 갓 입사한 후배들을 보면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든다. 평소엔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입사 초년병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유독 회식자리에서만큼은 인상을 찌푸리는 후배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처럼 회식자리가 잦은 것도 아니고 한 달에 2∼3차례 정도인데 이 시간마저도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무슨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면서 “회식은 직장 동료들끼리 스킨십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새내기들이 업무처럼 회식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직장 내 회식에 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배들 못지않게 선배들도 회식에 대해 남모를 부담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서 직장인 1817명을 대상으로 ‘회사 회식 자리에서 남들보다 잘 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40.2%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19.4%,30대 20.5%,40대 20.1%,50대 이상 32.5%로 나타났다. 공무원인 이모(41)씨는 “사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후배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면서 “회식을 주도하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찍히는 풍토가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공무원 사회가 일반 회사보다 위계질서가 엄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회식자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더라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회식을 젊은 분위기로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회식은 예전처럼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 관람 후 맥주 한 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배들이 후배들과의 회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선배들은 회식자리에서 버릇없는 후배들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출판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배모(44)씨는 “연말을 맞아 후배들과 회식자리를 자주 갖게 된다.”면서 “회식 때마다 버릇없는 후배가 꼭 한 명씩 등장해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면서도 동시에 선후배 사이의 예의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그는 “선후배가 모여 흉금없이 고민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런 와중에도 선배에 대한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면서 “술 먹다가 선배를 친구처럼 대하는 후배를 보면 회식을 바로 끝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 교사인 박민혁(39)씨는 “회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후배들이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교사들이 특히 개인주의적인 면이 많다.”면서 “요즘 교사에 임용되는 후배들이 더욱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들에게 단체생활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스스로 조직이나 단체 모임을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이라면서 “후배 교사들이 회식에서도 스스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검찰-재경부 감정싸움

    재정경제부 과장급 간부가 언론에 메일을 보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수사 결과를 비판한 것과 관련, 검찰과 감사원이 국가기강 등을 거론하며 경위 조사에 나서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는 지극히 일반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명예훼손’과는 무관한데도 검찰 등이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검찰과 재경부의 해묵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1일 브리핑에서 “수사대상이 됐던 소속기관 공무원이, 그것도 사건의 팩트를 잘 모르는 제3자의 상황에서 이같은 글을 썼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확인 결과 글을 작성한 사람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지 않았던 분으로, 글의 내용을 보면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등 여러 의구심이 들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국가기강과도 관련된 사항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 내부의 반응은 “언론이 못한 말을 직장 동료가 시원스럽게 했다.”며 칭찬일색이다. 발설자 색출 등의 방침에는 검찰이 ‘괘씸죄’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공직기강을 수사하는 기관이냐.”면서 “근무 수칙이나 상사의 명령을 어긴 것도 아닌데 한마디로 검찰이 오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나아가 “검찰이 부당한 수사를 했다는 것은 재경부 직원 뿐 아니라 행정 공무원이면 누구나 다 느끼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백문일 김효섭기자 mip@seoul.co.kr
  • [20&30] ‘약 주고 병 주는’ 직장동료

    [20&30] ‘약 주고 병 주는’ 직장동료

    “회사 생활에서 울고 웃는 건 일보다는 사람 때문 아닌가요.” 직장인 대부분은 업무 자체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상사 외에 또 다른 ‘공공의 적’이 있으니 바로 직장 동료. 물론 동료는 힘든 회사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해야하는 직장 동료에 대한 얘기를 2030들로부터 들어봤다. ■이런 동료 딱! 좋아 - “재테크 정보통 인기끌죠” “자기 일 제대로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동료가 최고 아닌가요?” 직장 생활 4년 동안 비교적 여러 부서를 거친 회사원 이모(28·여)씨. 그는 이 기간에 ‘좋은 동료=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인간성은 좋은데 일을 잘 못해서 남에게 피해 주는 것보다 인간미는 조금 떨어져도 맡은 일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 잘하는 동료를 선호하는 것은 이씨만이 아니다. 뛰어나게 일을 잘해 경쟁 의식을 느끼게 하는 동료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도 함께 지내고 싶지 않은 동료다. 이씨는 “같이 일하든 따로 일하든 ‘저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틀림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동료가 직장 생활에서 가장 듬직한 벗”이라면서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도 세심하게 동료를 배려해 매 순간 고마움과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고 흐뭇해 했다. 일의 효율성을 동료 평가의 잣대로 삼는 것은 윤모(28)씨도 마찬가지다. 팀으로 작업할 때가 많아 한 사람이 일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 일만 따지면 비인간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도 동료들도 회사에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고 월급 받고 일하는 거니까 최소한 자기 일을 깔끔하게 하는 사람이 좋죠.” 직장 생활 3년차로 우울증과 일에 대한 회의가 찾아온다는 박모(27·여)씨에게는 인간미 넘치는 동료가 최고다.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는 동료가 있기에 회사 생활이 그렇게 팍팍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몸이 안 좋을 때면 일을 나눠서 해 주거나 술자리에서 ‘흑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상 아래 버린 술을 모아둔 그릇을 몰래 치워줄 때면 정말 고마운 생각이 들죠. 술자리에서 상사한테 잘 보이기에 급급한 사람들에 비하면 천사 아닌가요?” 전문직 김모(31)씨는 어떤 상황에서든 한결 같은 동료들이 좋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앞에서는 친절하고 뒤에서는 남의 험담이나 늘어놓는 이중인격자들에게 질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라곤 다른 사람 흉보는 것이 전부라는 게 한심할 뿐”이라면서 “굳은 표정이라도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좋다.”고 전했다. 회사 동료와 선·후배로부터 일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민종(31)씨. 하지만 일 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눈치가 빠르지 못해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씨에게는 소위 ‘정보통’으로 불리는 몇몇 동료들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그는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에 맞게 처신해야 할 때가 많은데 아무래도 불리한 측면이 많다. 사내 고급 정보를 선·후배들은 잘 알려주려 하지 않는데 동료 가운데 친한 2∼3명이 가르쳐 줄 때 가장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재테크만큼 귀가 솔깃한 것은 없다. 그래서 요즘엔 재테크 정보를 알려주는 동료가 인기가 높다. 고등학교 교사 박모(33)씨는 “대부분 교사들은 재테크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좋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몇몇 젊은 동료 교사들은 핵심 재테크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박형욱(29)씨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재테크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어도 동료들이 재테크 노하우나 핵심 정보를 알려줄 때 가장 고맙다고 한다. 박씨는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규모의 재테크를 할 수는 없지만 동료들이 주는 정보로 작게 성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친한 동료가 아니면 안 가르쳐 줄 정보도 꽤 있다.”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런 동료 딱! 싫어 - “상사에 아부땐 짜증나요” “학교 선배랍시고 직장에서도 선배 행세 하려는 동기를 보면 대뜸 욕이라도 해주고 싶죠.”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덕민(가명·25)씨는 회사에 비교적 빨리 입사했다.2000년에 대학에 입학해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한 뒤, 어학연수 등을 위한 휴학 없이 바로 올 2월에 졸업하면서 입사에 성공했다. 그래서 이씨는 같이 입사한 다른 남자 동기들보다 두 세 살 적다. 그런데 입사 동기 가운데 같은 대학 출신 박모(27·98학번)씨는 학번이 높다며 항상 선배 행세를 하려고 한다. 이씨는 “학교 다닐 때 알지도 못했고 지금은 엄연한 입사 동기인데 너무 염치 없는 것 같다.”면서 “동기지만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27·여)씨에게 저녁 회식은 그야말로 고문하는 자리다. 겉보기에는 말술이라도 거뜬히 마셔낼 것처럼 강단 있는 모습이지만 체질상 술을 잘 못마셔 입사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주량이 소주 반 병이 안 된다. 하지만 경력으로 입사한 동료 직원은 회식 때마다 ‘사회 생활하면서 무조건 술 못 마신다고 말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자꾸 술을 권한다. 은근히 잘난 척도 한다. 박씨는 “팀장 이상 상사들이 주는 술도 힘들어 죽겠는데 같은 팀원이 친한 척 한답시고 한 술 더 뜨니 정말 밉다.”면서 “술을 다른 잔에 몰래 버리는 걸 보면 ‘아깝게 그걸 왜 버려?’라며 소리 치는데 회사 사람만 아니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술과 관련된 ‘나쁜 동료’가 또 있다. 회사원 이유종(31)씨는 “전날 회식 자리에서 술 적게 먹은 여자 동기가 다음날 점심으로 스파게티 먹으러 가자고 팀장한테 조를 때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것은 단순히 음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기에 대한 배려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문직 이모(28·여)씨는 최근 같은 팀 내의 동료에게 크게 실망했다. 평소 성격 좋고 일도 무난해 회사 내 평판도 좋고 나이가 몇 살 많아서 그런지 고민도 잘 들어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찮은 일은 떠넘기고 쉬우면서 빛나는 일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심지어 내가 한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가로채기까지 하더군요. 그동안 좋았던 감정이 이런 일을 겪으면서 완전히 사라졌어요. 인간 자체에 실망해 버린 거죠.” 광고회사에 다니는 윤모(28·여)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윤씨는 업무가 많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 많아 일의 효율에 따라 동료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일을 요청했을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 ‘못하겠다.’고 하면 정말 속이 터진다. 그는 “자기 일을 은근히 남한테 떠밀면서 남의 일에 대해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구는 동료가 가장 얄밉다.”면서 “막상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그건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 되지.’라면서 훈수를 두고 팀 작업을 할 때면 가장 쉬운 일만 하려고 하는 사람이 정말 싫다.”고 말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람은 후배든 동기든 상관없이 미워 보이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27·여)씨는 부장에게 잘 보이려는 몇몇 동료들이 정말 싫다. 부장이 없을 때면 앞장 서서 흉을 보면서 앞에 있을 때에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이 군다. 이씨는 “윗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래도 도를 지나치면 그것만큼 꼴불견도 없다.”고 했다. 회사 사람이 상을 당해 부장이 가는 것을 알면 휴일도 반납하고 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 몰라라 한다. 이씨는 “부장한테 잘 보이려는 노력의 절반만 일에 쏟아부어도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손바닥 비벼대며 비굴하게 사는 걸 보면 정말 짜증난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사람잡는 ‘낮술’

    사람잡는 ‘낮술’

    #1지난해 12월20일 오후 5시쯤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미장 작업자가 오후 새참 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뒤 동료 인부들과 작업을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 가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 #2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는 지난 4월18일 철근 작업자가 점심때 소주 1병을 마신 뒤 작업에 나서 변을 당했다. 그는 작업반장의 귀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하 1층 옹벽 배근 작업을 하다 오후 1시30분쯤 중심을 잃고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3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의 공사장에서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30분쯤 전기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8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근로자는 새참시간에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사다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의 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특히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누는 3∼4잔의 반주가 그야말로 꿀 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이런 음주 습관은 사무직이나 현장 근로자 모두가 비슷하다. 문제는 출근 이후 작업장에서의 음주 습관이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때 반주로 인한 사고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구조 출동을 한 시간대를 분석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모두 10만 5382차례의 구조 출동을 했다. 시간대별로는 하루중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1만 2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시부터 6시까지로 1만 1609건이었다. 소방방재청 김종선 계장은 “점심 시간이나 새참시간을 이용한 반주가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묵인이 원인, 그래도 해고 사유는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 근로자의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국에 비해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business)와 같은 차원에서 비자발적인 음주가 많고 횟수도 잦은 편이다. 또 동료 또는 상하간 격의를 빨리 없앤다는 이유로 폭음 분위기(폭탄주 등을 원샷으로 마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직장 관리자(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음주 행위를 하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대하기만 했던 직장내 음주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음주 습관에 대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주목된다. 노동위원회는 고속버스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운행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 승차전 자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측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서 ‘해고 사유는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뒤집었다. 음주에 대한 회사의 관대함은 자칫 모든 직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전라도 지역의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7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산업재해에 관한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작업장에서 음주로 인해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33.1%에 이른다. 또 전체 응답자의 16.5%는 음주로 인해 불량품을 생산하는 등 작업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음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보다 산업 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을 뜻한다. 작업장에서 얼마나 음주를 하는지 알기 위해 작업중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4%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72.6%가 작업중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장소로는 식당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작업현장에서의 음주도 20.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를 하는 이유는 ‘피로를 잊기 위해서’가 52.4%로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20.8%,‘습관적으로’ 14.6% 순이었다.10명의 근로자 가운데 6명이 작업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작업장에서 음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서동식 소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낮술은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납, 망간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술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측정제도와 예방프로그램 갖춰야 산업현장의 음주 현상이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알코올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직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음주 테스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조선, 플랜트업 등 비교적 야외 작업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제조업과 건설업의 38.2% 정도만이 음주와 관련된 규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의 음주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곳도 제조업은 11.1%, 건설업은 1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등록된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음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작업장내 알코올의 배포나 소비가 금지돼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소주 한잔이면 음주 운전으로 주의하면서도 정작 낮술에는 훨씬 더 위험한 작업에 나선다.”면서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하루 1~2잔, 내성생겨 중독 위험” “농경문화의 산물인 반주는 잠시의 피로를 잊게 하지만 판단력과 행동을 굼뜨게 해 작업장 안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의학전문의인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새참때 반주를 곁들이는 오랜 풍습으로 근로자들은 요즘도 작업중 술을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육체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 모두가 반주로 인한 나른함으로 오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반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주는 판단력을 떨어지게 하고 반사신경을 무디게 해 외부의 위험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이나 운전작업자,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등은 소량의 음주라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된 후에도 신체 행동기능은 24∼48시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날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은 다음날 오전까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반주를 즐기는 것은 하루종일 음주 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똑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술은 뇌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낮술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리듬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개인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달라지듯 낮술은 밤술에 비해 취하는 정도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술에 대한 뇌 또는 신체 반응의 감수성이 높은 만큼 직장인들이 반주로 먹는 술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잔 먹는 반주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주의 중독성을 더욱 경계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