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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몰래’ 산타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몰래’ 산타

    올해로 경력 10년차의 ‘베테랑 산타’인 김예창(37)씨는 2006년 자신의 ‘산타 데뷔일’에 만난 아이에게 소원을 빚졌다고 했다. ‘제1회 몰래 산타 대작전’ 대상 아동 중 한명으로, 살짝 통통한 체격에 말수가 적은 열 살 소년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초보 산타’ 10명은 “아버지와 단둘이 사니 어머니 얘기를 자제해 달라”는 사전 주의를 받은 터라 각별히 조심스럽게 아이의 집을 찾았다. 축구공을 선물로 전달하고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불며 소원을 비는 시간이 이어졌다. “무슨 소원 빌었어? 우리가 같이 기도해 줄게.” 아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엄마 얼굴을 한번만 보고 싶어요.” 왁자지껄하던 산타들은 순간 말을 잃었다. 김씨도 목구멍이 턱 막혀 오는 걸 느꼈다. 산타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가장 간절한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동시에 더 큰 책임감도 생겼다. 세월이 흘러 이름도, 살던 곳도 가물가물하지만 조심스레 엄마 이야기를 꺼내던 아이의 얼굴만은 가슴에 남아 김씨가 10년 동안 봉사를 이어 오는 원동력이 됐다. 그때 이뤄 주지 못한 소원을 갚는 마음으로 김씨는 매년 산타복을 입었다. 지금쯤 성인의 문턱에 들어섰을 그 소년이 현실의 어둠을 극복하고 밝은 어른으로 자랐길 바란다고 김씨는 말했다. 이어 “언젠가 같은 산타로 마주치면 더 좋겠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주관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는 매년 12월 24일 서울 전역에 거주하는 어린이 1004명을 선정해 산타 자원봉사자들이 깜짝 방문하고 선물을 전달하는 운동이다. 1004명의 산타는 이틀간 ‘산타 교육’도 받고 선물을 마련하는 등 정성껏 행사를 준비한다. 회사 선배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한 김씨에게 이는 이제 여자 친구의 항의도, 친구들의 유혹도 막지 못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김씨와 같은 산타들에겐 아이들의 웃음이 최고의 보상이다. 몇 해 전에는 예전에 산타로 방문했던 남매를 2년 만에 다시 찾아 반갑게 해후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이던 남매는 어느덧 부쩍 자라 있었다. 김씨는 함께 봉사하는 산타들에게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선입견도,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 부여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 산타는 자비를 베푸는 존재가 아니라 기쁨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건조한 사무실, 난방기 바람에 눈·코가 괴로워요

    건조한 사무실, 난방기 바람에 눈·코가 괴로워요

    직장인 김모(36)씨는 사무실 난방기 바람 때문에 요즘 회사 가기가 괴롭다. 눈이 시리고 건조해 쉽게 피로하고, 며칠 전 코가 간질거리더니 부쩍 재채기가 늘었다. 없던 피부 트러블도 생겼다. 추위에 떨다 감기에 걸리는 것보다는 따뜻한 게 낫다고 하지만 요즘같이 건조한 겨울철에 더 건조한 사무실에서 창문을 닫고 생활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은 주로 밖에서 일하는 이들보다 각종 질병을 더 많이 앓는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눈물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 쉬운데 온종일 컴퓨터 작업에 매달려 모니터를 장시간 응시하면 눈 깜빡임이 줄어 눈이 쉽게 마른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증상이 더 심해져 쓰라리고 가렵고 모래알이 구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공눈물을 점안해 부족한 눈물을 보충하면 증상이 덜하지만 딱 그때뿐이다. 자주 환기해 습도를 적절히 맞추고 난방기 온도를 낮추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안구건조증 환자는 3월, 8월, 12월에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2013년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은 전월 대비 환자 증가율이 5년 평균 11.1%로 가장 높고 12월(전월 대비 5.6%)이 뒤를 이었다. 8월은 전월보다 환자가 평균 3.1% 증가했다. 봄에는 실내·외가 모두 건조하고 여름과 겨울에는 냉난방기를 과하게 사용하는 탓에 실내가 건조하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고 안구·전신 피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곱이 자주 끼고 충혈된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렌즈가 산소 공급을 방해하고 눈물을 흡수해 더 건조해진다. 심하면 각결막염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건조한 사무실에서는 되도록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는 게 좋다. 난방기를 틀더라도 환기는 자주 해야 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면 바이러스나 세균, 먼지 등에 대한 호흡기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사실 추위 자체는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난방을 과하게 해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체온의 균형이 깨지면서 감기에 쉽게 걸린다.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게 좋다. 습도가 떨어지면 각질층도 영향을 받는다. 피부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인데 가을과 겨울철에는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간다. 난방기까지 틀면 더 건조해져 피부 각질층이 일어나 하얗게 들뜨거나 거칠거칠해진다. 심한 가려움증이 생겨 만성 피부 질환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노주영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런 상태를 건성 습진이라고 하는데, 피부 표면의 장벽이 손상돼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무실 환기를 자주 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하루 8~10컵 정도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모니터를 눈 위치보다 약간 아래쪽에 둬 눈꺼풀이 눈을 충분히 덮도록 한다. 난방기 온도는 조금 낮추고 가습기를 활용해 습도를 60% 정도로 맞춘다. 될 수 있으면 1시간 일하고선 10분 정도 쉬고 가볍게 눈 운동을 한다. 온찜질을 하면 눈 주위 혈액순환이 잘돼 덜 피로하다. 목이나 코가 따끔거리는 증상이 심해졌다면 오메가3, 비타민C, 비타민E를 충분히 섭취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등어, 갈치 등에 든 오메가3 섭취량을 늘리면 기도의 염증이 완화되고 비타민E는 기관지와 폐 세포 구성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비타민E는 호두나 참깨, 참기름 등에 많이 들었다. 비타민C는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화마당] 개천에서 용 나던 나라/김재원 KBS아나운서

    [문화마당] 개천에서 용 나던 나라/김재원 KBS아나운서

    학습지 푸는 어른들이 늘어났단다. 학원 다닐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학습지를 배달받아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풀며 외국어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정말 평생 공부하는 나라다. 1970년대 초등학생들은 일일공부, 장학교실 같은 학습지를 풀었다. 매일 배달되는 8절지 양면 학습지는 훌륭한 학습 길라잡이였다. 아빠는 신문을, 아이들은 학습지를 받아보던 시절, 그나마 보편적으로 누리던 사교육이 아니었을까? 올해도 63만여명이 대학을 가려고 한다. 얼마 전 수시 전형에 원서를 냈다. 경쟁률 100대1이 넘는 학과가 꽤 많다는 것은 무언가 기형적인 제도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7만명이 넘는 지원자를 받은 대학들은 도대체 얼마를 버는 걸까? 요즘은 아빠들 술자리에서도 교육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이 좋은 대학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돈지도 꽤 됐다. 부모의 영향력이 대학입시에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아빠의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자기소개서 써 주고 원서접수까지 챙기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종합이 뭔지, 교과가 뭔지, 수시전형 절차도 모르는 아빠도 있다. 늦은 밤마다 차로 데리러 가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현실에 쫓겨 학원조차 못 보내는 아빠도 있다. 아이들에게 최상의 아빠는 꼼꼼하게 챙기며 운전하는 아빠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돈 많아 사교육도 잘 시키고, 자기소개서부터 원서 접수까지 다해 주는 아빠를 둔 아이들이 대학에 잘 갈 수밖에 없다. 1970년대 겨울 관심 뉴스는 예비고사 전국수석 학생의 인터뷰였다. 검정 교복, 검은 테 안경을 쓴 전국 수석 학생은 흑백텔레비전에 나와 수업과 예습, 복습에 충실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도 같이 나와 눈물을 보였다. 그들은 전국 중·고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만점도 수십 명씩 나오는 요즘은 학교 수업에만 충실했던 사람은 찾기 힘들고,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지나칠 정도로 몰려 있다. 요즘 입시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하나만 잘해도 들어갈 수 있단다. 하지만 영어 특기자는 해외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토플을 위한 고액 학원을 다녀야 한다. 논술로 들어가려면 오랫동안 논술지도를 받아야 하고, 내신으로 들어가려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외는 필수다. 과학 인재나 인문학 인재도 과고나 외고 출신을 위한 전형이다. 여섯 번의 수시와 세 번의 정시에 필요한 전형료는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아이들은 자기 실력을 넘어선 대학에 지원하는 것만으로 실체 없는 만족감을 느끼거나 요행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아홉 번의 탈락을 경험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재수를 한다. 몇 문제 더 맞히기 위해 대학등록금 버금가는 학원비 내고 1년을 애쓰는 재수생들, 다니던 학교 휴학하고 다시 공부하는 반수생까지 생각하면 5월쯤 수능 봐서 2학기 신입생이라도 모집해 줬으면 좋겠다. 자기소개서 한 장에 수십만 원을 받는 컨설팅, 추천서까지 부모가 대신 써서 학교에 보내야 하는 현실, 수만명의 지원자들의 전형료로 배 불리는 대학까지, 입시는 돈 있는 사람에게 철저하게 유리해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입시 제도를 비판하는 데 쓰이는 구담이다. 대학에 안 가도 행복한 나라는 차치하고 어떤 집에서 태어났든 의지와 노력과 열심만 있으면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는 옛이야기일까? 자본주의 논리가 대학입시마저 지배하는 이 땅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까?
  • 같은 얼굴 다른 눈빛… 내공 있는 女優들의 이중생활

    같은 얼굴 다른 눈빛… 내공 있는 女優들의 이중생활

    ‘두 얼굴’의 여배우들이 안방극장을 휩쓸고 있다. 쌍둥이, 도플갱어, 빙의 등의 소재가 각광받으면서 여배우들의 1인 2역 도전이 늘고 있는 것. 1인 2역은 통속적인 소재지만 쉽고도 직설적인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SBS 일일연속극 ‘아내의 유혹’이나 MBC ‘금나와라 뚝딱’ 등 일명 막장 드라마의 인기 소재였으나 요즘은 젊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중 미니시리즈나 케이블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요즘 SBS 주말 안방극장에선 김현주가 1인 2역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가 출연 중인 주말 연속극 ‘애인있어요’는 상위 1%만을 위해 일하는 냉철한 변호사 도해강이 남편의 불륜에 상처를 받고 이혼하지만, 사고로 기억을 잃고 쌍둥이인 독고용기의 삶을 살다가 다시 전남편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줄거리만 놓고 보면 막장 냄새가 솔솔 풍기지만 그래도 극이 굴러가는 이유는 쌍둥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김현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로 나왔다가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한 입사 10년차 경리부 대리이자 미혼모인 독고용기로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tvN에서 ‘응답하라 1994’, ‘미생’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한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은 1인 2역으로 ‘로코퀸’의 입지를 다진 경우. 그는 이 드라마에서 짝사랑하는 셰프에게 고백조차 못하는 소심한 주방 보조였다가 처녀 귀신이 빙의만 되면 적극적이고 ‘음탕한’ 여자로 변하는 나봉선을 연기했다. 이성 문제에 수동적인 여성 시청자들은 나봉선에 빙의했고, 박보영은 든든한 ‘여성팬’을 얻었다. 또한 드라마는 일본, 대만, 홍콩 등 8개국에 방영권이 팔렸다. OCN 드라마 ‘처용2’에서도 냉철한 엘리트 분석관인 정하윤(하연주)은 경찰서 주변의 혼령이 들어오면 발랄한 캐릭터로 변한다. 지난 7월 말 종영한 SBS 수목 드라마 ‘가면’은 도플갱어를 소재로 형편이 어려운 변지숙이 국회의원 딸인 서은하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면서 겪는 에피소드와 그로 인한 갈등이 주된 스토리였다. 여배우 수애는 상반된 캐릭터를 밀도 있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에서도 독립군 안옥윤과 친일파 강일국의 딸 미치코가 쌍둥이라는 설정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전지현의 1인 2역 연기도 빛났다. 앞서 학원물인 KBS 드라마 ‘후아유’에서도 10대 쌍둥이가 등장했다. 1인 2역이라는 소재는 고전적이지만 창작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복잡화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아 분열 양상과 함께 ‘또 다른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은 “극중 전지현을 1인 3역으로 할까 고민할 정도로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또 다른 나’를 다룬 소재를 좋아한다”면서 “1인 2역은 신파로 흐를 위험이 있지만 억지로 사람을 울리려고 하거나 하나의 감정으로 유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지 운명극이라는 설정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배우들 입장에서는 남자 배우 편향이 심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김현주는 KBS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이래’ 종영 이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한 작품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고 극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귀신 역을 맡은 김슬기의 말투·표정을 따라하는 게 힘들었지만, 서로 다른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1인 2역 여배우들에 대한 호응도 좋은 편이다. 30대 직장인 김은서(32·가명)씨는 “평범한 여주인공에게는 감정이입을 하고 그에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캐릭터에게는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어서 1인 2역 설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이나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강박과 더불어 최근 현대인들의 자아 정체성과 분열 양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1인 2역, 다중 인격 드라마가 늘고 있다”면서 “손쉬운 소재인 만큼 참신하게 풀어내지 못하거나 배우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 식상함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어느 날 계단 밑 안 보여 발 헛디디면 녹내장 주의!

    어느 날 계단 밑 안 보여 발 헛디디면 녹내장 주의!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얼마 전 라식 수술을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뜻밖의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특별한 자각 증상도 없었고 그저 나이 들면 생기는 질환이라고 여겼던 이씨는 적잖게 놀랐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에까지 이르는 질환으로 ‘소리 없는 그림자’라고 불린다. 나이가 들면서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지만, 녹내장은 환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 71만 6767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67.7%(48만 5081명)를 차지했지만 40대가 10만 6075명, 30대가 6만 3451명, 20대 4만 3824명으로 40대 이하 환자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10대 환자도 1만 5649명이나 됐다.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침침하고 어두워지므로 노안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나이가 젊고 시력이 좋아도 발병할 수 있다. 안과 검진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나빠진 시력을 라식 수술 등으로 교정하고자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빨리 발견하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 차원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뒤늦게 발견하면 시신경이 손상돼 회복이 어렵다. 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 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시신경이 상당히 손상되는 말기까지도 중심 시력은 거의 정상이고 주변 시야만 서서히 소실되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해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는 녹내장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은 사람에게서 잘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성경림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7%가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로 밝혀졌다”며 “안압이 낮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녹내장 초기에는 사물을 볼 때 명암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대비감도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대비감도가 저하되면 계단을 내려갈 때 잘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디디는 일이 잦아진다. 빛이 번져 보이거나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므로 빨리 진료해야 한다. 40세 이상,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 고도근시 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환자 등이 고위험군이다. 서서히 시력을 앗아가는 또 하나의 질환은 백내장이다. 빛이 잘 통과하려면 수정체가 투명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면 초점이 깨끗하게 맺히지 않아 사물이 흐리게 보이고 시력이 감퇴한다. 수정체의 혼탁이 심해지면 눈동자가 하얗게 변해 백내장(白內障)이라고 부른다. 시력 감소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밝은 햇빛 아래서 더 잘 안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시력 감소를 더 느낄 수도 있다. 눈물이 나거나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는 것은 백내장 증상이 아니다. 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현상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약한 수준의 백내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수정체 중심부에 혼탁이 없다면 시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김재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할 필요는 없으며, 독서나 운전 시 문제가 있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백내장을 너무 오래 내버려두면 백내장 제거가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은 되도록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기창원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시력, 안압 등을 측정해야 하며 일단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독박(讀博) 육아일기](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비교적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뒤부터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나이 서른이 넘어,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나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이렇게 넘치도록 주어진 적은 없었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할까를 생각하다 보니 이제서야 내가 누구인지를 지금까지 중 가장 열심히 돌아보게 됐다. 사춘기 시절이 언제였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게 넘어갔는데 뒤늦게 나는 사춘기 소녀가 할 법한 고민들을 한 아름 떠안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육아휴직을 하며 하루종일 아기와 단 둘이 있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란 걸 할 시간이 많았다. 몸이 편해서, 팔자가 늘어져서 ‘나는 누구인가’ 따위의 철학적 고민을 한 것이 아니다. 늘 정신은 없었다. 아기는 수시로 울었고 수시로 배가 고팠다. 겨우 잠이 들면 덩달아 그 옆에서 쓰러졌다. 도저히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지친 날들이 많았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내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과 열심히 젖을 물고 있는 귀여운 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옆에서 최대한 좋은 영향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아이가 밝고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품다 보니 과연 나는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엄마인가 궁금해졌다. 내 성격과 생활방식 등을 분명히 아이가 보고 배우며 자랄 텐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성찰할 시간이 쏟아졌지만 그 시간들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나의 극심한 육아우울증에도 크게 한 몫 했던 것도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문 성찰의 결과, 내가 썩 좋은 사람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7개월까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생활을 한 탓에 이 세상에 아기와 나 단 둘만 버려져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너무 외로웠고, 모든 사람이 그리웠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스팸 문자를 알리는 진동에도 설렜다. 그렇지만 어린 아기를 데리고 편하게 만나자고 할 사람이 딱히 없었다. 이불 속에서 악을 쓰기도 했고, 길에서 갑자기 펑펑 운 적도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비참했다. 앞으로 아이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보여줘야 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보고 자랐는지를 곱씹게 됐다. 부모님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이상하게도 딱 몇 가지 상처받았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토록 힘이 들 때 부모님이 옆에서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상처가 됐다. 세 살짜리 아이 같은 유치한 마음이었다. 부모님 뿐만이 아니었다. 벌써 10년이 지난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사회 초년병 시절의 기억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육아로 완벽히 고립된 삶…모든 게 내 잘못 같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고립된 것이 모두 나의 잘못된 인간관계와 부족한 사회생활의 결과인 것만 같았다. 어린시절에 남아있던 불행한 기억 한 두 조각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누군가에게 실수를 했던 일들까지 모조리 떠올랐다. 고마운 사람에게 제대로 마음 표현을 하지 못했던 일,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갑자기 밀물처럼 쏟아졌다. 상대방은 기억하지도 못할 수년 전 일 때문에 괴로워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다른 엄마들은 항상 도와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아이도 수월하게 키우는 것 같고 별로 우울해 보이지도 않는데 나만 힘든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잘못’ 살아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대한보건연구’ 최근호에 실린 ‘보육형태와 가사노동분담이 기혼여성의 우울수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가정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우울수준이 외부의 육아 지원을 받는 엄마들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담당한 호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위촉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취학 아동을 혼자 키우는 엄마는 일상적인 행동이 어렵고 자아실현이 힘들어진다”면서 “이런 상황이 엄마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아실현’을 생각하면 앞길이 더 캄캄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8년차 직장인이 되었는데 이뤄놓은 것 없이 연차만 잔뜩 쌓인 것 같아 겁이 났다. 그나마 육아휴직을 했다고 해서 회사에서 잘릴 위험이 있는 게 아니었던 점은 천만다행이었다. 마땅히 법에 규정된 제도를 사용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1년을 꽉 채워쓴 것도 엄청난 특혜라는 것을,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권고사직 당하는 수 많은 직장맘들의 상황을 보니 금방 알 수 있었다. 지금도 회사에 무한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 문제는 나였다. 누군가의 엄마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 보니 모든 게 서툴고 자신감이 없었다. 처음이라 못 하는 게 당연했고 엄청난 욕심과 기대를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기의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자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너무 초라했다. 1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잠을 재우고 놀아준 것 뿐이었는데, 어느 하나 잘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과연 일은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나를 괴롭혔다. ●일을 하겠다는 것이 이기적인 선택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누구에게도 마음 편히 아기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이 걱정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막막함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5년 전 가족들이 모두 해외로 이민을 떠난다고 했을 때에도 꿋꿋이 혼자 남았던 나다. 그토록 원하던 직종에 일할 수 있게 되어서였다. 그런데 아기를 생각하니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가뜩이나 그동안 기자로서의 능력은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은 것 같다고 자책했다. 나와 맞지도 않는 일을 붙잡느라 아기를 내팽개치는 게 아닐까 고심했다. 결국은 좀 더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다시 사회에 뛰어들었다. 좀 더 솔직히 털어놓자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면 다시는 아무 것도 잡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몇 달째, 아니 어쩌면 평생을 일을 계속 하기로 한 것에 죄책감을 느껴야할 지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꿈꾸던 일인 데도 말이다. 반면 남편은 회사를 다니는 게 너무 당연했고, 아이가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게 없어 보였다. 마침 아기가 태어난 해 승진을 해 더 바쁘게 회사 일에 몰두했고 열심히 하는 만큼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갖고 있던 근본적인 걱정들은 아예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나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어 회사와 육아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언제 줄에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다행히 복직을 하고 보니 걱정했던 만큼 암담한 상황은 되지 않았다. 아기는 빨리 잘 적응했고 여전히 밝게 잘 자라고 있다. 남편은 내가 야근과 회식이 있는 날에는 일찍 퇴근을 하는 등 최대한 협조를 해주었다. 그런데 일에 대한 내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진정한 질풍노도의 시기는 사회에 다시 뛰어들면서 찾아왔다. 우울한 감정들이 덮쳤을 때 정말로 후회되는 것은, 왜 그동안 더 열심히 살지 않았느냐였다. 좀 더 일찍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시간이 넘쳤을 때 그야말로 ‘미친 듯이’ 열정을 퍼부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항상 어중간한 삶을 살았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은 그냥 평균 이상으로 고만고만 했고, 성적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결정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냥 친구들 만나고 노는 데 허비했다. 그렇다고 ‘나 좀 놀았다’고 할 만큼 제대로 놀아본 것도 아니고 그냥 공강 시간에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게 다였다. 배낭여행을 훌쩍 떠날 용기도 없었고 고시 공부에 매달릴 만한 열정도 없었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꿈꿀 형편도 못 되었다.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거의 없다. 그냥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 학원을 기웃거렸고 그저 학점을 잘 주는 교양과목을 선택해 들었다. 시험 때가 되면 벼락치기로 바짝 공부해서 학점을 따내는 데만 급급했지 진지하게 학문적 탐구를 하지도 않았다. 어영부영 4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동안 왜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을까… 그렇게 허비한 학창시절과 사회 초년병 시절의 시간들이 이제서야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도 있고 돈도 있는데 나만의 시간이 없다. 요즘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출퇴근길 두 시간 남짓과 점심시간 뿐이다. 아이를 남에게 맡겨가면서까지 일을 하기로 했으니 더 열심히 하고 부족한 나를 채워나가고 싶다. 그러나 시간을 내기 어렵다. 친구들은 한참 일에 몰두해 입지를 다져가고 있고 대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취미생활을 갖는 등 계획대로 착착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저녁 약속 하나라도 잡으려면 남편이 일찍 퇴근할 수 있는지 미리 물어보고, 그 날 저녁까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다. 뭔가를 시작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이제 나 혼자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남편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퇴근 후 있는 힘껏 웃으며 반겨주는 아기를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씩, 친구들의 계획이 나에게는 몇 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느 날은 남편에게 왜 나한테 결혼을 하자고 했냐고 그래서 왜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을 하게 만들었냐고 따지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잠들기 전, 이따가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꿈이었고 나는 다시 꿈 많고 순수한 여고생으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했다. ‘중2병’이 따로 없다. ●결혼 10년 미만 여성들, 자녀에 대한 부담감 높아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 여성의 사회집단별 위험과 대응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들의 자녀에 대한 부담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이 가장 높은 시기는 결혼 10년 미만과 10년~19년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있으면 부모의 자유는 너무 많이 제약된다’는 문항에 10년 미만의 기혼여성과 10~19년 여성들이 높은 점수를 매겼다. 특히 ‘자녀가 있으면 부모 양쪽 혹은 어느 한쪽의 취업 및 경력기회가 제약된다’는 문항에는 10년 미만의 여성들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아이가 미취학 아동일 때에는 ‘젊은’ 엄마의 사회활동이나 자아실현에 걸림돌이 많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단절된 경력을 다시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아기는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이 아이를 내 품 안에 오롯이 끼고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충분치 않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아이가 나만 바라봐줄 시간이 길어야 한 10년이 될까. 그래서 안아줄 수 있을 때 더 많이 안아주고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이 아이의 엄마로만 평생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겨우 30대의 문턱을 넘었다.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사실 ‘나’로써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한 두가지씩 놓치고 1, 2년씩 미루다가 과연 10년 뒤 내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두렵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요인 중에는 엄마로서 당당하게 일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꿈이니 열정이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말들을 입에 달고 산다. 나와 아이 사이에서 어떤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느냐 매일 고민에 빠진다. 결국은 허공에 날려지는 생각들인데 떠올렸다는 자체가 미안하기도 하다. 엄마에게 ‘자아’라는 말조차 때로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뒤늦게 다시 찾아온 사춘기는 혹독했다. 엄마가 되어 이제야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했는데 의욕만 잔뜩 앞선다. 사춘기 소녀일 때보다 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을 한 발짝씩 걸어나가고 있는 기분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거치고 나면 나는 엄마로서, 또 나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져 있을까.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14)수능 성적표보다 떨렸던 아이 검진표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 [월드피플+] 아들 심장 기증한女, 생면부지 이식 수혜자 만나다

    [월드피플+] 아들 심장 기증한女, 생면부지 이식 수혜자 만나다

    노년의 한 여성이 처음보는 아들 뻘 남성 가슴에 귀를 대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그를 꼭 껴안았다. "당신 가슴 속에서 내 아들의 심장소리가 들리는군요." 최근 영국언론은 I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될 예정인 길리안 노리스와 다니엘 티틀리의 눈물나는 사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인연은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요크셔 리즈에 살던 14세 소년 스테판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300km 떨어진 곳의 11세 소년 다니엘도 언제 죽을지 모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심장의 문제를 안고 태어난 그는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생명을 이어갔으나 결국 의사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두 손을 든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스테판은 엄마 길리안의 간절한 기도를 뒤로한 채 안타깝게도 사고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 엄마 길리안은 아들의 장기를 여러 사람에게 기증하겠다는 힘든 결단을 내렸고 바로 이 심장이 다니엘에게 전해져 다시 힘차게 뛰게 된 것이다. 장기기증 가족인 길리안과 장기이식 수혜자 다니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간 2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스테판의 심장을 이식받은 다니엘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아 지금은 35세의 어엿한 중년 직장인이 됐다. 다니엘은 "기증자의 심장 덕분에 나는 인생을 두 번 살게됐다" 면서 "내 심장을 뛰게 해준 사람을 뒤늦게나마 찾고싶어 당시 신문기사와 인터넷을 검색했으며 방송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고 밝혔다. 이후 그는 수소문 끝에 길리안의 집을 찾아냈으며 결국 23년 만의 첫 만남을 가졌다. 다니엘은 "기증자의 엄마가 나를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줬다" 면서 "아들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도움과 기쁨을 줬는지 직접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들 심장 기증한 엄마, 이식 수혜자 만나 감동 눈물

    아들 심장 기증한 엄마, 이식 수혜자 만나 감동 눈물

    노년의 한 여성이 처음보는 아들 뻘 남성 가슴에 귀를 대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그를 꼭 껴안았다. "당신 가슴 속에서 내 아들의 심장소리가 들리는군요." 최근 영국언론은 I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될 예정인 길리안 노리스와 다니엘 티틀리의 눈물나는 사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인연은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요크셔 리즈에 살던 14세 소년 스테판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300km 떨어진 곳의 11세 소년 다니엘도 언제 죽을지 모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심장의 문제를 안고 태어난 그는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생명을 이어갔으나 결국 의사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두 손을 든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스테판은 엄마 길리안의 간절한 기도를 뒤로한 채 안타깝게도 사고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 엄마 길리안은 아들의 장기를 여러 사람에게 기증하겠다는 힘든 결단을 내렸고 바로 이 심장이 다니엘에게 전해져 다시 힘차게 뛰게 된 것이다. 장기기증 가족인 길리안과 장기이식 수혜자 다니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간 2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스테판의 심장을 이식받은 다니엘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아 지금은 35세의 어엿한 중년 직장인이 됐다. 다니엘은 "기증자의 심장 덕분에 나는 인생을 두 번 살게됐다" 면서 "내 심장을 뛰게 해준 사람을 뒤늦게나마 찾고싶어 당시 신문기사와 인터넷을 검색했으며 방송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고 밝혔다. 이후 그는 수소문 끝에 길리안의 집을 찾아냈으며 결국 23년 만의 첫 만남을 가졌다. 다니엘은 "기증자의 엄마가 나를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줬다" 면서 "아들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도움과 기쁨을 줬는지 직접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백문이불여일행] 하품 스무번 대신 낮잠 20분을 택하다

    [백문이불여일행] 하품 스무번 대신 낮잠 20분을 택하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간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 ‘하품’이 쏟아진다… 멈출 수가 없다 이른 아침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지하철을 탄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기운이 빠진다. 하품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회사에 도착한다.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식사 후 다시 자리에 앉으니 하품이 쏟아진다. 하품은 한번 시작되면 멈출 줄을 모른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다. 의학적으로도 하품은 잠이 오려고 할 때나 무료할 때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호흡동작이니까.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하품을 스무번이나 했다. 안구건조증이 심한 내 눈에서 하품 할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입을 한껏 벌려 하품을 하면 멈출 것 같은 기분에 입을 가리지 않고 하품을 했더니 “입 찢어지겠다”란 소리를 들었다. 졸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20분만 푹 자면 누구보다 말똥말똥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 10명 중 7명 “졸음이 업무에 지장을 준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97.3%가 ‘근무 시간에 졸음을 느낀 적이 있는가’란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으로는 ‘오후 2~3시’가 4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후 1~2시’가 27.0%로 그 뒤를 이었으며 다음이 오후 3~4시(12.8%)였다. 응답자 90.1%가 직장에서 공식적으로 낮잠을 허용하는 제도인 시에스타(siesta)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업무 집중도가 높아질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39.0%로 가장 많았고, ‘업무 능률이 오를 것 같아서(34.1%)’, ‘피로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서(15.4%)’, ‘졸음과의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8.3%)’, ‘업무 시간에 쉴 수 있어서(2.8%)’ 순이었다. 근무 도중 잠이 쏟아지면 ‘커피 등 각성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음료를 마신다’는 답이 60.3%로 가장 많았다.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가 30.9%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정신력으로 버틴다(19.0%)’거나 ‘몰래 쪽잠을 잔다(15.2%)’, ‘담배를 피운다(14.7%)’, ‘산책,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푼다(13.4%)’, ‘세수를 한다(5.5%)’는 의견이 있었다. ‘졸음이 업무에 지장을 준 적이 있는지’란 질문에는 직장인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6.4%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졸음이 업무에 끼친 영향으로는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답변이 46.8%로 가장 높았다. ● 낮잠은 ‘꿀맛’… 그런데, 잘 수가 없다 낮잠을 자기로 했다. 1층 로비로 내려갔더니 동그란 공 모양의 의자 몇 개가 보인다. 사람들은 의자에 걸터앉아 통화를 하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앉았는데 등받이가 없어서 그런지 허리가 더 아픈 기분이다.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봤지만, 옆 사람의 통화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으로 남은 시간을 쳐다봤다. 자야 하는데…잠을 잘 수가 없다. 정해 놓은 15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음날엔 사무실에서 자기로 했다. 차마 엎드려 자지는 못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척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전날 야근을 해서인지 찰나의 순간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10분이 지났다. 몸이 개운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업무 중에 졸았다는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주변 직장인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신입사원 A씨(26)는 “상사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어 고민하다가 매장을 돌아본다고 하고 창고에서 몰래 쪽잠을 잤다”면서 “20분을 잤는데 몸이 개운해져서 퇴근시간까지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종사하는 2년차 사원 B씨(28) 역시 “휴게실이 따로 없어 점심시간에 카페에 가서 잠을 청한다. 그렇게라도 쉬지 않으면 오후 내내 업무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면실이 갖춰진 회사도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의류회사에 다니는 5년차 사원 C씨(29)는 “업무특성상 야근이 잦지만, 산더미 같은 업무량에 잠깐 자고 오겠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눈꺼풀이 반쯤 감겨 어쩔 땐 사람이 아닌 기계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 낮잠 권하는 사회… “짧지만 굵게 일하자” 수면전문가 사라 메드닉 교수는 “잠이 부족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낮잠을 자지 않고 하루종일 생산성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에서는 수면 부족 때문에 매년 180억달러 규모의 생산성 손실을 가져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별 수면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22분이다. 조사 대상인 멕시코(7시간6분) 캐나다(7시간3분) 독일(7시간1분) 영국(6시간49분) 미국(6시간31분) 등 6개국 중 가장 짧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정부차원에서 ‘건강 증진을 위한 수면 지침’을 발표하고 “오후 시간에 30분 정도 짧은 잠을 자는 것은 작업 능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잠을 권했다. 근면 성실함을 중요시 하는 일본 기업 분위기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본 IT업체 휴고는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전 직원이 30분 동안 낮잠을 잘 수 있게 했다. 전화 음성 안내도 ‘4시 이후에 연락을 주거나 메일을 보내 달라’고 해 놓았다. 나카타 다이스케 휴고 사장은 “지금까지 낮잠이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오히려 직원들의 실수가 줄어들고 시간 활용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실적 또한 크게 올랐다”고 평가했다. 학교와 카페도 낮잠 열풍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후쿠오카의 메이젠고교는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15분 동안 낮잠을 잔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낮잠을 자게 한 뒤 졸업생의 대입센터시험(우리나라의 수능시험) 평균점수가 상승하고 진학률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도쿄 도심에 위치한 여성전용 낮잠카페 ‘코로네’는 낮잠과 점심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낮잠+점심 세트메뉴’가 850엔(8500원)이다. 하루 이용자는 40~50명으로 20~30대 직장인이 많다. 이용객들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낮잠카페에서 30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점심을 먹는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낮잠’ 역시 음료 1잔 포함 시간당 5000원으로 해먹 위에서 낮잠을 잘 수 있다. 지정한 시간에 깨워주는 알람서비스도 제공된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와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한다. 하버드대 수면연구원인 로버트 스틱골드는 “낮잠은 아주 효과적인 문제 해결자다. 요즘 같은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느냐보다 짧은 시간 ‘능률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회사에서 ‘전략적인 낮잠’을 장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낮잠 잘 자는 법… 커피·20~30분·스트레칭 ‘낮잠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많다. 20~30분 짧은 낮잠은 오후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게끔 도와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야 낮잠을 효과적으로 잘 수 있을까. 첫째, 낮잠을 자기 직전에 카페인을 섭취한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밤잠을 설치게 할 수는 있지만, 낮잠엔 도움이 된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커피를 마신 뒤 30분 뒤에 가장 높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즉 커피를 마시고 나서 30여분간 낮잠을 자고 깨어나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낮잠은 알람을 맞춰 놓고 20~30분만 짧게 자야 한다. 수면전문가인 마이클 브루스 박사는 “낮잠은 30분을 넘겨선 안 된다. 30분 이상 자게 되면 깊은 잠에 빠져 쉽게 깨어나기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낮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낮잠의 효과는 없다”고 덧붙였다. 셋째,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기대서 잔다.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목과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가급적 머리 받침이 있는 의자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댄 자세가 가장 적합하다. 이 때 팔은 팔걸이에 올리고 다리는 가볍게 벌린다. 발 받침대나 책을 이용해 다리를 올리는 것도 좋다. 낮잠을 잔 후에는 목을 양 옆으로 눌러주거나 기지개를 켜듯 팔을 뻗어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 낮잠의 기술… 이색 낮잠도구들 1) ‘티알티엘 낮잠 스카프(Trtl Nap Scarf)’는 부드러운 소재로 목 주위에 두르면, 스카프 안에 있는 골재가 머리를 감싸준다. 온라인 가격은 30달러(약 3만3천원)이며 전 세계로 배송도 해준다. 2) ‘타조베개(Ostrich Pillow)’는 생김새가 조금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완벽하게 빛을 차단해준다. 모래 속에 머리를 넣은 타조의 습성을 반영하여 ‘타조베개(Ostrich Pillow)’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3) ‘넵 애니웨어(NapAnywhere)’는 휴대가 간편하다. 꺼내서 펼친 뒤 대기만 하면 목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며 숙면을 돕는다. 4) 구글의 ‘넵 팟(Nap pod)’은 캡슐 모양의 낮잠 기계다. 빛과 소음이 차단되며, 이 안에 들어가 원하는 시간을 설정하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낮잠을 잘 수 있다. 구글 관계자는 “넵 팟이 없는 직장은 완전한 직장이 아니다. 우리가 일요일에 아주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보기 직전에도 5~15분 정도 낮잠을 자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낮잠을 자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느냐”고 이 같은 시설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슬픈영화 보면 살 찔 확률 높아진다” (美 연구)

    “슬픈영화 보면 살 찔 확률 높아진다” (美 연구)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면 슬픈 영화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슬픈 영화를 보면 살이 찔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즐겁고 행복한 내용의 영화보다 슬픈 내용의 영화를 볼 때 최대 55% 더 많은 간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직장인 그룹을 대상으로 라이언 오니로가 알리 맥그로우의 영화 ‘러브스토리’(1970)와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스위트 알라바마’(2002)를 보여주고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슬픈 장면이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를 본 사람들이 즐거운 영화인 ‘스위트 알라바마’를 본 사람들에 비해 팝콘을 36% 더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절망적이고 슬픈 장면들이 등장하는 조지 클루니의 영화 ‘솔라리스’와 코미디 영화인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보여준 뒤 이들이 먹다 남긴 팝콘의 양을 조사한 결과,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이 팝콘을 55% 더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슬픈 영화가 눈물을 흘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살을 찌게하기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슬퍼진 감정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팝콘이나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을 더 먹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액션 영화를 볼 때 살이 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빠른 흐름의 액션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이 주로 영화의 흐름에 맞춰 간식을 먹기 때문에 먹는 양이 많아지고 살이 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완싱크 교수는 “슬픈 영화 혹은 액션영화를 볼 때에는 간식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좌석 팔걸이 근처에 간식을 놓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팝콘 대신 과일이나 야채 등을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눈물 쏙 빼는 ‘슬픈영화’, 당신을 살찌게 한다

    눈물 쏙 빼는 ‘슬픈영화’, 당신을 살찌게 한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면 슬픈 영화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슬픈 영화를 보면 살이 찔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즐겁고 행복한 내용의 영화보다 슬픈 내용의 영화를 볼 때 최대 55% 더 많은 간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직장인 그룹을 대상으로 라이언 오니로가 알리 맥그로우의 영화 ‘러브스토리’(1970)와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스위트 알라바마’(2002)를 보여주고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슬픈 장면이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를 본 사람들이 즐거운 영화인 ‘스위트 알라바마’를 본 사람들에 비해 팝콘을 36% 더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절망적이고 슬픈 장면들이 등장하는 조지 클루니의 영화 ‘솔라리스’와 코미디 영화인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보여준 뒤 이들이 먹다 남긴 팝콘의 양을 조사한 결과,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이 팝콘을 55% 더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슬픈 영화가 눈물을 흘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살을 찌게하기도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슬퍼진 감정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팝콘이나 아이스크림 등의 간식을 더 먹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액션 영화를 볼 때 살이 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빠른 흐름의 액션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이 주로 영화의 흐름에 맞춰 간식을 먹기 때문에 먹는 양이 많아지고 살이 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완싱크 교수는 “슬픈 영화 혹은 액션영화를 볼 때에는 간식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좌석 팔걸이 근처에 간식을 놓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팝콘 대신 과일이나 야채 등을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생’, 드라마 ‘판’ 흔들었다

    ‘미생’, 드라마 ‘판’ 흔들었다

    바둑에서 승부수를 던져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판을 흔든다’고 한다. 지난 20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은 지상파를 압도할 정도로 성장한 케이블채널 tvN이 던진 ‘한 방’의 승부수였다. 국내 드라마가 판타지에 매몰돼 있는 동안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의 삶은 한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다. 이 고된 현실을 과감하게 꺼내든 ‘미생’은 한류 스타와 달콤한 로맨스로 치장하기에 바쁜 지상파 드라마의 판을 흔들며 ‘완생’이 됐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은 냉혹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개미’들의 땀과 눈물을 철학적인 필치로 그렸다. 시청자들이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매체인 드라마가 이 웹툰을 다룬다는 건 방송가에서 모험으로 받아들여졌다. tvN 내부에서도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박지영 CJ E&M 드라마사업본부 제작국장은 “원작은 답답하고 울컥한 정서가 주를 이뤄 흔히 말하는 드라마의 성공 공식과 거리가 멀었다”면서 “판권을 구입한 후에도 성공을 100% 확신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미생’은 과감하게 현실을 드라마 안에 소환했다. “직장 내부를 CCTV를 들여다보듯 하는 드라마”라는 이재문 PD의 말처럼 무역상사 내부를 재현한 세트부터 등장인물들의 말투와 행동, 습관까지 실제 직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왔다. 선배들의 등쌀에 치이는 엘리트 신입사원, 상사 눈치를 보며 절절매는 대리, 승진에 번번이 물먹는 과장 등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에 시청자들은 ‘내 이야기’라며 빠져들었다.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이나 사내 연애마저 판타지라며 배제한 ‘미생’은 “커다란 성취나 판타지, 헛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은 드라마”(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생’은 드라마를 넘어 담론으로 이어졌다. 웹툰 ‘미생’은 자칫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로 간주될 여지가 있었지만, 개인이 노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공고한 사회 구조 또한 담고 있다는 점을 드라마는 놓치지 않았다. 제작진은 실제 직장인들을 만나 취재하는 한편 ‘피로사회’, ‘현시창’ 등 현대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조명한 책과 논문들을 섭렵했다. 비정규직과 워킹맘의 고충, 성과주의의 부작용, 직장 내 성차별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대중문화를 넘어 사회, 경제, 정치권에서까지 ‘미생’이 회자됐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여건에서 제2, 제3의 ‘미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드라마 시장은 갈수록 톱스타와 간접광고, 해외 수출 등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타 배우와 자극적인 이야기, 간접광고를 위한 화려한 세트와 의상은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가 됐다. 생방송 촬영과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급박한 제작 환경도 여전하다. 이재문 PD는 “시청률을 올리는 공식과 스킬, 단기간 내에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시스템 등 기존 드라마가 고수하고 있던 틀을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미생 시청률 6% 돌파, 탄탄한 시나리오+현실감 ‘직장인들 200% 공감’

    미생 시청률 6% 돌파, 탄탄한 시나리오+현실감 ‘직장인들 200% 공감’

    ‘미생 시청률 6% 돌파’ tvN 드라마 ‘미생’이 시청률 6%를 돌파했다. 21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 11화는 평균 시청률 6.1%,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시청률 6%대를 돌파, 매주 시청률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시청률 6% 돌파를 달성한 ‘미생’ 11화에서는 천과장(박해준)의 합류로 4인 체제가 된 영업3팀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천과장은 박과장(김희원)을 내부 비리로 고발한 영업 3팀의 일원이 된 것을 못마땅해 했고, ‘박과장 사건’으로 인해 오상식 과장(이성민)은 차장으로 승진했지만 김부련 부장(김종수)는 해당 사건의 책임자로 씁쓸하게 퇴장했다. 또 비리로 중단된 요르단 사업을 이어가자는 장그래(임시완)의 제안을 오차장이 수용하면서 영업 3팀의 팀워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장면도 그려졌다. 시청률 6% 돌파를 한 ‘미생’의 인기몰이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좋은 연출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대중문화 관계자들의 평이다. ‘미생 시청률 6% 돌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미생 시청률 6% 돌파, 대박이다”, “미생 시청률 6% 돌파, 웰메이드 드라마다”, “미생 시청률 6% 돌파, 미생 보면서 매일 눈물이 또르르”, “미생 시청률 6% 돌파, 오늘도 본방사수 한다”, “미생 시청률 6% 돌파..우리 회사 cctv 확인한 거 아니야?”, “미생 시청률 6% 돌파..100% 공감”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tvN ‘미생’ 캡처(미생 시청률 6% 돌파)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렌트푸어의 눈물

    렌트푸어의 눈물

    경기 판교에 사는 직장인 홍완기(47·가명)씨는 최근 집주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2억원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자신의 귀를 의심한 홍씨는 집주인에게 액수를 반문했다. “판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지난 6년간 전셋값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자녀를 키우는 외벌이 가장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일이었다. 이사를 가자니 아이들 학교와 출퇴근 문제가 걸렸다. 결국 홍씨는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로 했다. 매달 70만원가량 ‘생돈’을 이자로 내야 하지만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홍씨는 “언감생심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따윈 꾸지 않는다”며 “한달 한달 이자 갚기도 버겁다”고 탄식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렌트푸어’(소득의 대부분을 전·월세 비용으로 지출하는 사람) 양산이라는 부메랑을 낳고 있다. 초저금리로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 마련을 위해 빚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32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말 18조 2000억원이었던 것이 3년도 채 안돼 14조 6000억원(80.2%)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말(28조원)과 비교해도 25%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에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3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초저금리 기조에서는 전세 대출이 구조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은이 지난 8월과 10월 잇따라 인하 결정을 내리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로 인해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선이 무너졌다. 아직은 2% 초반(연 2.1∼2.3%) 상품이 많지만 1%대로 내려간 상품도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겨 봐야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얼마 안 되는 것이다. 예컨대 전세보증금 2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으면 한 달에 얻는 이자수입이 30만원선에 불과하다. 은퇴한 집주인의 경우 전세만 ‘굴려서는’ 생활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집주인들은 전세를 아예 월세로 돌리거나 전세보증금 인상 요구에 나서고 있다. 올해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3.65%이다. 통상 전세 계약은 2년 단위로 갱신한다. 따라서 전세 세입자들은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률(7.15%)을 더해 평균 10.8% 수준의 보증금 상승분을 감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초 임대차계약 시 월세 신규 계약 비중은 41.6%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그만큼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싼 이자로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연 3.3%)이 있기는 하지만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수혜 대상이 제한적이다. 올 들어 국민주택기금 전세 대출은 9월 말까지 1조 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로의 전환이 길게 봐서는 바람직하지만 주택 임대시장이 오랜 기간 전세를 기반으로 이뤄졌던 만큼 갑작스러운 전환과 전셋값 상승으로 서민이 죽어 나가는 일을 막으려면 공공이 일정 기간 전세 공급을 대신 하는 등의 연착륙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빚에 치이게 되면 전세보증금을 내 집 마련의 디딤돌로 삼아 중산층으로 올라가려는 의지 자체가 꺾이게 된다”며 “주택금융공사가 원금의 90~100%를 보증하는 전세 대출 금리가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추가 돈풀기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전세난을 결코 잡을 수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판교 환풍구 참사] “내년 2월이면 가족과 합친다고 들떴던 기러기 아빠인데…”

    [판교 환풍구 참사] “내년 2월이면 가족과 합친다고 들떴던 기러기 아빠인데…”

    “곧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19일 경기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의 한 빈소에는 미소를 띤 40대 남성의 사진이 국화꽃 옆에 놓여 있었다. 지난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로 숨진 이영삼(45)씨의 빈소다. 분당의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중국에서 유학 중인 두 아들 및 아내와 떨어져 살던 ‘기러기 아빠’였다. 내년 2월 가족들과 한국에 다시 모여 살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그는 사고 당시 아이돌 걸그룹인 ‘포미닛’의 공연 영상을 찍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씨의 한 지인은 “1년에 한두 번 중국에 찾아가 가족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던 평범한 아버지였다”면서 “평소 가족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씨의 매제인 유모(48)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할 만큼 가족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서 “아들에게 동영상을 보내 주려고 환풍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날 아이들과 급히 귀국한 아내는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고 김민정(27·여)씨도 그중 한 명이다. 4남매 중 첫째인 김씨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까닭에 빈소에는 이날 지인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여리면서도 속 깊던 김씨는 맏이답게 자립심도 강했다. 친동생 영은(26·여)씨는 “언니는 대학 다닐 때도 등록금을 스스로 벌었다”면서 “직장에 들어가서도 저축을 열심히 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집을 장만할 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 장윤철(56)씨는 “민정이는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닐 만큼 알뜰했다”며 생전의 김씨를 회상하며 슬퍼했다. 김씨는 1년 6개월 전 한 어학 전문학원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강희선(24·여)씨 등 직장 동료들과 함께 퇴근 전 회사 앞 공연장을 찾았다가 강씨와 함께 변을 당했다. 김씨의 직장 동료 10여명은 이날 빈소를 찾아 황망하게 떠난 김씨를 잇따라 조문했다. 동료 김모(27·여)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민정이는 회사 내에서도 성실하고 인사성이 밝은 직원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고 손진호(30)씨도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새내기 직장인이다. 인턴을 마친 뒤 회사 정직원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급히 준비한 영정 사진에서 손씨는 활짝 웃고 있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고 홍석범(29)씨의 발인식이 희생자 중 처음 진행됐다. 주변 정보기술(IT) 업체에서 근무하던 홍씨는 동료들과 공연을 보다가 사고를 당했다. 유해는 경기 광주 분당추모공원에 안치됐다. 희생자 16명 중 장례를 치른 홍씨를 제외한 15명의 빈소는 성남중앙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각 5곳), 분당제생병원·용인 강남병원·평촌 한림대성심병원·서울 을지병원(각 1곳)에 마련돼 있다. 부부 희생자인 고 정연태(47)·권복녀(46·여)씨의 합동 빈소는 분당제생병원에 차려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판교 공연장 참사] 퇴근길 함께 공연 보던 40대 부부 ‘참변’ “설마했는데…” 직장동료 3명 중 2명 숨져

    [판교 공연장 참사] 퇴근길 함께 공연 보던 40대 부부 ‘참변’ “설마했는데…” 직장동료 3명 중 2명 숨져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로 40대 부부와 직장 동료 등이 함께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날 오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제생병원 응급실. 환풍구 추락 사고로 숨진 정연태(47)씨 여동생은 의료진을 붙잡고 “오빠 어떡해…. 의사 선생님, 우리 오빠 어떻게 좀 해 주세요”라며 오열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정씨 아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이 나갔는데 현재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과 소방서에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하지만 잠시 뒤 정씨의 아내 권복녀(46)씨 또한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족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당초 소방 당국에서 20대 신원미상 사망자로 파악했던 여성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지문 대조를 통해 권씨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빈소를 찾은 정씨의 초등학교 동창들은 “연태가 사고 현장 근처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어 우리들에게도 그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었다”며 “우리들 중 제일 착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연태는 이삿짐센터에서 짐 나르는 일을 하다 신경이 눌려 다리를 절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라며 울먹였다. 초등학교 동창 김기현(47)씨는 “지난 9월 성남 단대초등학교 1회 동창생들끼리 30년 만에 처음으로 남이섬에 갔는데 그때도 연태는 다리가 불편해 같이 놀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사상자들이 후송된 성남 지역의 병원 응급실에는 가족과 직장 동료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들이 혹시 자식일까 싶어 응급실을 찾는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한 중년 여성은 병원에 도착해 손을 떨며 “공연을 보러 갔던 딸이 연락이 안 된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어깨까지 내려뜨렸다”며 딸의 인상착의를 경찰관에게 설명했다. 병원에 실려 온 중상자와 사망자 가운데 딸의 모습과 비슷한 환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 여성은 사색이 된 얼굴로 다른 병원을 향해 다급하게 발길을 옮겼다. 조대희(35)씨의 어머니는 시신을 붙잡고 “대희야, 엄마 왔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죽여 놨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조씨의 다른 가족들은 경찰 등 관계자들을 붙잡고 사고 원인을 따져 물었다. 성남중앙병원에서도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가족들이 잇따라 오열했다. 김민정(26)씨의 이모는 안치실로 들어가 고인의 얼굴을 확인한 뒤 어쩔 줄 몰라하며 “어떡해”만을 연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씨의 직장 동료 3명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직장 동료 양모(39)씨는 “금요일 퇴근 시간인 데다 유명 가수가 왔다고 하니 잠깐 내려갔던 것 같다”며 “입사 2년도 안 된 밝고 젊은 친구들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양씨는 업무를 보던 중 사무실 안에서 ‘밖에 사람들이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현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직원들 자리를 보니 컴퓨터가 켜진 채 가방도 놓여져 있어 ‘설마 아니겠지’ 하며 병원들을 돌아다녔는데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김씨와 강희선(24·사망)씨, 김한울(29·경상)씨는 한 외국어 교육업체의 같은 부서 동료로 확인됐다. 일부 사망자와 부상자들 발견 당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등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세월호참사 6개월] “우리 꼬맹이 입던 옷은 그대로인데…”

    [세월호참사 6개월] “우리 꼬맹이 입던 옷은 그대로인데…”

    “집에 있으면 눈물만 나서 분향소로, 국회로, 청와대로 나가게 됐죠. 생계가 막막하지만 아직 직장에 돌아가 예전처럼 살 자신이 없습니다.” 딸부잣집 가장 최성용(오른쪽·52)씨는 직장 생활이 힘들어도 귀가만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났었다. 퇴근 후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면 집 안엔 항상 세 딸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아직도 그대로 있는 ‘꼬맹이’ 사진과 옷을 보면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에 다니던 딸(최윤민)을 잃은 최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막내딸을 잃은 뒤 아무 일도 못 하고 이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면서 “잠시 직장에 나가 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적응하기 힘들어서 쉬겠다고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경제적으로도 가장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 주지 못하는 점이 가장 미안하다”며 “윤민이의 두 언니도 점점 사람 만나기를 꺼리고 상처가 커져 가지만, 내가 먼저 ‘괜찮아’라며 보듬어 줄 용기가 아직 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언젠가부터 가족들은 윤민이 얘기를 애써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큰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맏이로서 그만 슬퍼하고 부모님을 위로해 드리고 싶은데 아직 너무 힘들다’고 써 있는 걸 보고 숨죽여 울었다”고 전했다. 윤민이 어머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총회에서 장례지원분과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직장도 안 나가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외치며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다녔더니 다른 가족들이 추천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정부 합동분향소 관리 업무를 맡은 최씨는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난 만큼 분향소도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헌화한 꽃은 시들고 친구들이 놓고 간 음식들은 썩었다. 최씨는 분향소 내부를 정비하고 추위에 대비해 천막으로 된 가족 대기소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들어하는 가족들이 날씨가 추워져도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할 수 있도록 안산시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세월호 참사 한달-우린 뭘 잃고 얻었나] 가족여행 늘고 카네이션 매출도 급증

    경기 분당신도시에 사는 직장인 강영준(43)씨는 요즘 저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초등학생 딸과 출퇴근 때마다 두 팔을 벌려 껴안는 인사법도 새로 생긴 습관이다. 강씨는 “카카오톡에 가족방을 따로 만들어 나이 드신 부모님과 종종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내에 ‘가족애 증후군’이 드세게 불고 있다. 2001년 9·11사태로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친 이 증후군은 평소 잊고 살던 가족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족애 증후군이 집단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는 과정에서 나온 병리적 현상”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바꿔 놓은 일상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구의 자영업자 신모(51)씨는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족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면서 “지난 연휴에는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고교생 아들을 둔 강남구의 주부 진모(48)씨는 “가끔씩 울컥 눈물이 치솟을 때가 있다”며 “참사 직후 한동안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가정의 달을 맞아 롯데마트에서는 지난 1∼7일 카네이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1% 늘었다. 편지지 매출도 어버이날 직전인 6∼7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관광지에서도 단체 여행객은 급감한 반면 이 자리를 가족 단위 여행객이 메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애 증후군은 불안이 낳은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불안을 호소하는 외래 환자가 급증했다”면서 “아이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좌절감과 자괴감을 겪었고 이것이 가족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런 집단적인 심리 표출은 정상적인 것으로, 오히려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큰 문제”라며 “이를 잘 극복해 협의, 용인의 단계로 접어들면 예전보다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172명, 273명, 31명.’ 세월호 침몰 사고 24일째인 9일 오전 현재 정부가 발표한 구조자와 사망자, 실종자 수다. 실종자 수가 전날 밤 11시보다 한 명 줄었다. 진도체육관에 남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빈자리가 늘어갈수록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찬 바닷속을 헤매고 있는데 실종자 수가 줄어들수록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지고 이러다 한두 달 지나면 까맣게 잊힐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해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묵묵히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다. 침몰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열일 제쳐놓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사람들이다. 상당수는 생업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진도체육관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이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며 화장실을 청소한다. 이들은 실종자 수가 ‘0’이 될 때까지, 가족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전남도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394명의 자원봉사자를 시작으로 지난 7일까지 모두 2만 1200여명이 팽목항을 다녀갔다. 실종된 학생들이 자기 자식 같아서 달려온 주부,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과 공무원, 의사, 약사,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달려온 대학생, 택시기사….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정말 ‘보통 사람’들이다. 팽목항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돌아가는 또 다른 곳이 있다. 바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다.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명이 다녀가는 안산합동분향소에는 매일 250명의 자원봉사자가 조문객을 안내하고 식당과 분향소 주변, 유가족 대기실 등에서 일을 돕고 있다. 7일 현재 안산 합동분향소에만 50만명이 다녀갔고 전국 131개 분향소를 모두 합치면 140만명에 육박한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9일 오전 7시 검정색 양복을 입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을 시민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안산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시민들이 너무 많아 이들에게 도울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정부가 미덥지 못해 직접 나선 걸까, 아니면 우리 국민성에 슬픔에 처한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려울 때 더 강해지는 DNA가 있기 때문일까. 둘 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은 너나없이 나랏빚을 갚으라며 장롱 속 깊숙이 보관해 오던 아이들 돌반지와 결혼반지, 행운의 열쇠 등 금붙이란 금붙이는 모두 꺼내와 내놓았다.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는 350만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국가부도상태까지 내몰렸던 대한민국을 지킨 것은 정부나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딸 돌반지를 주저 없이 기부한 보통 사람들이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주말도 반납하고 찾아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태안 앞바다와 해안가를 시커멓게 뒤덮었던 기름때를 걷어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쪼그리고 앉아 기름때가 묻은 해안가 바위는 물론 돌멩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으며 절망한 태안 주민들을 일으켜 세운 건 정부가 아닌 고통을 나누려고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 불감증에 빠져 침몰한 대한민국호(號)를 지키는 사람들은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들이다. 어른들의 잘못을 이번에야말로 바로잡겠다고 눈물로 다짐하며 분향소 재단에 하얀 국화를 올려놓고 노란 리본을 묶는 사람들이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나라 지키는 일을 이들에게 맡기고 뒷자리에 앉아 지켜만 볼 것인가. 침묵해온 다수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지 묻고 싶다. kmkim@seoul.co.kr
  • 세월호 서울 분향소 등 전국 분향소 조문 줄이어

    세월호 서울 분향소 등 전국 분향소 조문 줄이어

    ‘세월호 전국 분향소’ ‘서울 분향소’ 28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앞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전날에 이어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6257명이 분향소를 찾은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추가로 1100여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주말은 주로 가족·연인 단위의 조문객이 많았던 반면 이날 오전 분향소 앞에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로 긴 줄을 이뤘다. 추모객들은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한 뒤 ‘소망과 추모의 벽’으로 이동해 노란 리본에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썼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많은 시민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소망과 추모의 벽’에는 ‘어른이라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형, 누나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 가슴에 묻습니다’ 등 메시지, 시구 등이 적힌 노란 리본이 줄을 이어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오전에는 영화배우 김혜수 씨, 최창식 중구청장도 분향소를 찾아 시민과 함께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서울시는 전날 총 1만 6000 송이의 조화를 주문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조화 1만 송이를 추가로 주문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경기도 안산지역 피해자 합동 영결식이 열리는 당일까지 운영된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 역시 끊이지 않았다. 평일 오전인데다 비가 그치지 않아 전날까지 이어졌던 조문행렬은 줄어들었지만 무채색 옷차림을 한 조문객들의 발걸음은 하나둘 임시분향소로 향했다. 조문객들은 희생자들에게 보낸 각종 편지와 소원지로 가득 차 더 이상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는 분향소 입구 우측 벽을 지나 체육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새로운 편지와 소원지를 붙이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일부 조문객이 영정 앞에 다가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 울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는 듯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힌 채 조용히 분향소를 빠져나왔다. 노란 우비를 맞춰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1㎞가량 늘어섰던 조문행렬이 사라지면서 질서유지 대신 실내체육관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소 등 분향소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한 임시분향소는 자정에 문을 닫고 29일 오전 6시 유족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영정과 위패를 인근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한 합동분향소로 옮긴다. 새로 문을 여는 합동분향소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시작된다. 임시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 152명과 교사 4명, 일반 탑승객 3명 등 159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오전 11시 30분 현재까지 16만 5940명이 임시분향소를 다녀갔고 추모 문자메시지는 8만 3843건이 들어왔다. 그밖에도 인천, 충북, 경남, 부산 등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도 수많은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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