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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등과정 1년씩 단축 추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도 검토

    새누리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6-3-3-4’로 돼 있는 초·중·고·대학의 학제를 총 2년 단축하거나,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만혼(晩婚)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청년들이 조기에 직업전선으로 뛰어들어 연쇄적으로 결혼과 출산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해법이다. 정부는 여당의 제안을 중장기 과제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은 21일 국회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 협의회’를 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대해 논의한 뒤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소모적인 스펙 쌓기로 청년들의 입직(入職) 연령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므로 입직 연령을 낮출 수 있는 초·중등 학제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 등 종합적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 제시한 학제 개편안은 초·중등교육 학제를 1년씩 줄이는 방안이다. 초등학교 6년을 5년 만에 마치고, 중·고등학교 6년도 5년 만에 끝내는 것이다. 또 초·중교 입학 시기를 1년씩 앞당기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로 당겨지고, 만 12세였던 중학교 입학 연령은 만 11세로 당겨지게 된다. 이와 함께 조기졸업을 활성화해 현행 4년의 대학 교육을 3년으로 줄이는 방법도 논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새누리당의 학제 개편안에 대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육부와 협의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의 중장기 과제로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연예 포스토리 17]“싸운 뒤엔 꼭 야동 감상을”…‘야동 순재’의 부부싸움 대처법

    [연예 포스토리 17]“싸운 뒤엔 꼭 야동 감상을”…‘야동 순재’의 부부싸움 대처법

    ‘OO의 산 증인’이라는 수식어는 아무데나 붙일 수 있는 어구가 아닌데요. 오늘 ‘연예 포스토리’에서 살펴볼 탤런트는 가히 ‘한국 연예계의 산 증인’이라 불릴만한 것 같습니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시절 연극활동을 시작해 KBS 개국 첫 드라마인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통해 1961년 방송에 데뷔한 이순재의 지난 50여 년을 살펴봅니다. ●이순재 ‘제2의 직업’은 국회의원?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10~20대 분들은 이순재가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순재는 제14회 총선에서 서울 중랑 갑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당시 이순재와 함께 금배지를 단 연예인에는 코미디언 이주일, 배우 최불암이 있는데요. 그들의 모습을 TV에서 계속 볼 수 있을지 여부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합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구설수에 오른 이유 이순재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는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정치 공부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이후 말을 바꿔 다른 드라마에도 출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당시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정치인들 특유의 말 바꾸기를 배운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방송가에서는 “원래 연기자였던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하네요. ●국회의원과 배우 사이 그렇다면 이순재가 국회의원 당시 출연 중이던 드라마는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이순재는 최민수(대발이 역)의 아버지로 출연해 엄격하고 냉정한 아버지 상을 선보였는데요. 당시에는 ‘대발이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에 이순재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 “저는 ‘대발이 아버지’가 아니라 ‘이순재’로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네요.   ●‘국민할배’가 금배지를 달고자 했던 이유 이래저래 논란이 많았던 이순재의 국회의원 활동. 그는 왜 국회의원이 되기를 희망했을까요?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푸대접 받았던 문화예술정책을 정치인들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우리들이 직접 나서서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정책을 개발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이순재가 TV 브라운관에 데뷔한지 10년째 되던 1971년, TV 탤런트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한국 텔레비전 방송연기자협회’를 발족한 것은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습니다. ●임기 말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 왜? 이순재는 14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해인 1995년, 15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힙니다. 회갑을 맞아 천직인 연기자로 돌아가 인생 후반기를 정리하겠다는 이유였는데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내 나이 60세에다 초선의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정계에서 큰 뜻을 펼 처지가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그가 연예계로 다시 돌아온 건 시청자와 후배들에게는 큰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70대 노인 최고의 캐릭터 ‘야동 순재’ 20대가 기억하는 이순재의 최고 캐릭터 중 하나는 단연 ‘야동 순재’ 일 텐데요. 그는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해 야동을 접하며 음란의 늪에 빠져드는 70대 노인의 모습을 선보입니다. 실제 본인 나이가 70을 넘기기도 했고, 앞서 근엄한 역할을 많이 했던 터라 이런 변신을 시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그가 50년 넘게 연기 인생을 이어올 수 있는 이유는 체면을 신경 쓰지 않는 도전정신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예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례자 이순재는 연예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례자 중 한 명인데요. 배우 이도엽의 결혼식 주례사에서 이순재는 “부부가 싸울 수는 있는데, 싸우고 난 뒤에는 야동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결혼생활 연륜이 묻어나면서도, 위트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 배우 고수의 결혼식에서는 신부에게 “남편의 베드신 촬영을 이해하라”고 얘기했다고 하네요.   ●‘독보적인 위치 차지할 최고의 관상’ 이순재 후배들이 주례사를 믿고 맡길 만큼 존경받고 근엄한 선배인 이순재. 실제로 그의 얼굴은 ‘최고의 관상’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방송된 KBS ‘현장 메이킹 쇼 왕의 얼굴을 찾아라’에서 이순재는 최고의 관상을 가진 얼굴로 꼽혔는데요. 당시 관상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코 뼈대가 풍성하고 콧방울이 잘 잡혀서 정면에서 볼 때 콧구멍이 보이지 않아 사회활동을 잘할 수 있는 관상이다”라면서 “얼굴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자기 위치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가히 최고의 관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순재는 “내 관상을 보고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운이 떨어지겠다 생각한 적은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btfseoul@seoul.co.kr
  • [박문각 남부고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강좌] 헌법

    [박문각 남부고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강좌] 헌법

    서울신문은 많은 수험생이 응시하는 7급 공무원 시험에 대비해 헌법·경제학원론에 대한 실전강좌를 마련했다.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주요 문제와 해설을 싣는다. (문제)선거제도에 관한 내용 중 옳지 않은 것은? ①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공직선거법은 이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②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획정에 있어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인구편차 상하 50%, 인구비례 3대1로 하여 규정된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이 허용하는 인구편차의 기준을 벗어났다고 판시한 바 있다. ③비례대표후보자를 유권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유명부식이나 가변명부식과 달리 정당에 의하여 후보자와 그 순위가 결정되는 고정명부식을 채택하는 것이 그 자체로 직접선거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④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서는 1인1표와 투표가치 평등의 원칙을 고려한 선거구 간의 인구의 균형을 고려하여야 하지만 행정구역, 교통사정, 생활권 내지 역사적·전통적 일체감과 같은 정책적·기술적 요소까지 고려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설)①2014.1.28. 2012헌마409 ②2014.10.30. 2012헌마192 ③2001. 7. 19, 2000헌마91 ④투표가치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 헌법적 요청에 의한 한계 내의 재량권 행사로서 그 합리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한다. 또 국회가 통상 고려할 수 있는 제반 사정, 즉 여러 가지 비인구적 요소(행정구역, 지세, 역사적·전통적 일체감 등)를 모두 참작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생긴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야 한다(95. 12. 27, 95헌마224). (정답)④ (문제)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등에 관한 지문 중 옳지 않은 것은?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 제1항에서의 공무원은 최광의의 공무원을 의미한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헌법 제7조 제2항에서의 공무원은 경력직 공무원에 국한되며 특수경력직 공무원과 경력직 공무원 중 1급 공무원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③‘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공직선거법 제9조에서의 공무원에는 대통령은 포함되나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아니한다. ④선거활동에 관하여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선거중립의무가 충돌하는 경우 우선되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이다. (해설)③공직선거법 제9조에서의 공무원이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공무원 즉 좁은 의미의 직업공무원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통하여 국가에 봉사하는 정치적 공무원(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포함한다. 다만 정당의 대표자이자 선거운동의 주체로서의 지위로 말미암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될 수 없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2004. 5. 14, 2004헌나1). ④선거에 관한 사무는 행정부와는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게 되어 있지만(헌법 제114조 제1항) 선거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데 있어서 행정부 공무원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선거중립이 매우 긴요하다. 선거활동에 관하여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와 선거중립의무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후자가 강조되고 우선되어야 한다(2008. 1. 17, 2007헌마700). (정답)④ 조기현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
  • 교육수준 높으면 ‘예술 활동’ 확률↑…계층·재산과는 상관없어

    교육수준 높으면 ‘예술 활동’ 확률↑…계층·재산과는 상관없어

    예술에 관련된 취미생활은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안정된 사람들이 더 많이 즐기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과 다른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회학과 연구팀은 악기연주, 그림그리기 등 예술에 ‘몸소 참여하는’ 취미에 매진할 가능성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커지며, 지위나 재산 등의 요소는 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7만8011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전한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경향이 연극 관람이나 전시회 방문 등 예술을 ‘소비’하는 취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봉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를 받는 사람들을 그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과 상호 비교해본 결과,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예술 활동에 참여할 확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통념상 보다 ‘대우 받는’ 직업에 속하는 사람과 비교적 대우를 덜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상호 비교했을 때는 예술 활동 참여도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경향은 가정환경이라는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유사한 가정환경 하에 놓인 사람들 중에서도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회화, 사진촬영, 악기연주 등에 매진할 확률이 4배 더 높으며 춤, 공예에 빠질 확률은 5배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학 사회학자 아론 리브스는 연구결과에 대해 “정보 처리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예술 활동 등 문화 활동에 투자할 여력이 더 많기 때문일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교육적 성취가 더 높은 사람들의 경우 예술의 소비는 물론 참여까지 겸할 만큼 문화적 재량이 보다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의 교육특성상 대학입시에 수험생들의 학창시절 문화 활동 내역이 반영된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들은 “즉 대학 진학자들의 경우 문화 활동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기혼자 24%·월급 700만원 이상 52% ‘외도’… 불륜의 통계

    [2015 불륜 리포트] 기혼자 24%·월급 700만원 이상 52% ‘외도’… 불륜의 통계

    ‘636만명.’ 국내 기혼 남녀 수(2628만명·사별 뒤 재혼하지 않은 인구 포함)에 서울신문·마크로밀엠브레인의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간통 경험률(24.2%)을 적용해 추산한 국내 불륜 인구 규모다. 서울에 사는 전체 기혼 인구(499만명)보다 많고 부산시 전체 인구(351만명)와 비교하면 1.8배나 많다. 간통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흔한 문제인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왜 불륜에 빠질까. 여론조사 결과 속에 담긴 국내 불륜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31% 50대 외도, 20대 2배 달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기혼자 2000명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484명이다. 이들의 연령과 직업, 소득, 배우자와의 관계 등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특정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집합을 이룰 때 간통할 확률이 높았다. 우선 연령별로는 ‘불혹’을 넘기면서 간통을 경험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결혼 뒤 배우자가 아닌 이성(성매매 포함)과 성관계(간통)를 가진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만 19~29세인 젊은 응답자 중 15.3%만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는 18.9%가 같은 답을 해 20대와 30대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40대 중에는 2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증가 폭이 커졌고 50대는 30.9%로 직전 세대에 비해 7.5% 포인트 늘었다. 40~50대가 외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블랙홀인 셈이다. 특히 남성 불륜 경험률만 보면 ▲19~29세 25.0% ▲30대 29.2% ▲40대 36.6% ▲50대 51.6%로 40~50대 때 외도에 빠지는 경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성미애 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중년기는 삶의 정점기로 사회적 지위 등을 갖추지만 신체는 눈에 띄게 노화하는 시기”라면서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지 못하면 삶의 허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려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53% 고위 관료·기업 간부 외도 소득에 따라서도 간통 경험률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간통 경험이 증가했다.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설문 응답자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2%였지만 ▲50만원 미만 11.9% ▲월 50만~100만원 미만 13.0% ▲100만~299만원 22.9% ▲300만~499만원 31.2% ▲500만~699만원 42.3% 등 높은 소득군(群)일수록 간통을 흔히 경험했다. 특히 개인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은 51.6%가 간통 경험이 있었다. 연봉 8400만원(700만원×12개월) 이상 고소득자는 2명 중 1명꼴로 간통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바람도 돈이 있어야 피운다’는 사회적 통념이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된 셈이다. 응답자의 직업과 직급도 간통 경험률의 차이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5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부장급 이상 기업 간부, 학교장 등 경영·관리직 종사자는 5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전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경험률을 보였다. 이어 ▲자영업 35.9% ▲기능·숙련공 30.3% ▲판매·서비스직(상점 점원 등) 27.9% ▲전문직(교수·의사·변호사 등) 26.0% ▲사무·기술직(기업 사무직· 초중고 교사 등) 25.4% 순이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간통을 일종의 권력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간통은 ‘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면서 “소득수준이 높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 중 간통 경험자가 많은 건 자신이 일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혼 남녀들은 외도 상대를 주로 어디서 만날까. 간통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자신의 간통 대상으로 ▲채팅 사이트·나이트클럽 등 새로운 곳에서 만난 사람 37.2% ▲유흥업소 관계자 29.5% ▲직장 동료 25.6% ▲동창 등 친구 17.1% ▲동호회 사람 11.6% ▲업무 관련 직원 1.2% 등을 꼽았다. 특히 남성 응답자는 유흥업소 관계자(38.6%)나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7.6%)과 불륜을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한 반면 여성은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6.1%) 다음으로 직장 동료(27.9%), 동창 등 친구(19.7%), 동호회 사람(14.8%) 등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성과 ‘잘못된 만남’을 갖는 경향이 짙었다. 외도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될 확률은 10.7%였다. 외도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다른 이성을 만난 사실을 알아채거나 의심한 적이 없다(55.4%)거나 ▲배우자가 결정적 증거를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의심한 적이 있다(33.9%)고 답했다. 한편 외도하고 싶은 욕구만 있는 ‘잠재적 외도군’들은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54.7%)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걱정’(21.9%), ‘도덕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15.4%), ‘발각됐을 때의 경제적 손실’(3.1%) 등의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 특히 여성의 25.9%는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봐 외도하지 못한다’고 한 반면 남성은 16.6%만 같은 이유로 외도하지 못한다고 답해 부성애보다 모성애가 간통의 유혹을 가로막는 힘이 더 강했다. 간통죄 폐지 이후 6개월이 흘렀지만 국민 다수는 여전히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간통 피해자’로서의 사회적 이미지가 강한 여성들은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장치로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는 38.8%가 ‘간통죄는 징역형에 처하는 방식으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27.4%는 ‘폐지된 것이 옳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57.8%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한 비율은 12.0%에 그쳤다. 또 세대별로는 20·30대의 53.7%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 40·50대는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46.7%로 7.0% 포인트 낮았다. 비교적 성(性) 문제에 개방적일 것 같은 젊은 세대가 오히려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에는 엄격한 셈이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20~30대 기혼자의 경우 결혼의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로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다 보니 상대에 대해 규범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결혼 생활을 오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 온 기성세대일수록 부부 관계 면에서도 보다 융통성 있게 사고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86% 바람피운 쪽 이혼 청구 반대 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현실적으로 혼인 관계가 깨졌다면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 개념) 채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5%가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으로 도입하면 안 된다’(50.0%)거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35.5%)라는 등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우리 현행법은 유책주의(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 개념)를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공개변론을 여는 등 제도 변화 논의가 활발하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했을 때에 대한 인식(성매매 제외)을 묻는 질문에도 성별, 연령에 따른 인식 차가 확연했다. 남성 응답자 중에는 16.4%가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 같은 답을 한 비율은 10.5%로 낮았다. 만 19~29세와 30대 기혼 응답자 가운데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2%, 7.7%였지만 40대와 50대는 각각 13.6%, 18.3%가 같은 응답을 해 중년층이 배우자 외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알아챘을 때 실제 이혼을 결심하는 비율도 설문 결과로 가늠할 수 있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호감을 갖고 몇 차례 만나다가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질문에 ‘소송하지 않고 헤어진다’(42.6%), ‘소송한 뒤 헤어진다’(28.6%) 등 10명 중 7명꼴로 이혼 의사를 밝혔다. 반면 ‘망신 혹은 위협만 가하고 마음을 돌려 같이 살 것’(16.1%)이라거나 ‘모르는 척 넘어갈 것’(9.5%)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우자의 외도를 인지했을 때 남녀 간 대응 태도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소송한 뒤 헤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31.7%)이 남성(25.0%)보다 높아 ‘법적 응징’을 하려는 경향성이 더 짙었다. 88% 아내 바람 절대 용서 못해 동병상련일까. 간통 경험자들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하는 데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배우자를 기만한 경험에서 나오는 죄책감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간통 경험자 가운데 28.7%는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1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71.3%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32.4%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33.3%는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보다 간통죄 폐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간통 유경험자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악영향에 비교적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간통죄의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9.5%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60.6%였다. 전체 설문 응답자 중 71.5%가 ‘간통죄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번 설문에서는 부부간 성적 신의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묻어났다. 관계가 원만한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상황 가정형 질문’에 남성 응답자 중 76.9%는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23.1%는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아내가 업무 관계로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88.1%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11.9%만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남자의 불륜은 상황에 용납할 수 있지만 여성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자기 중심적인 남성의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남편이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와 아내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91.4%, 91.8%로 일관되게 답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기혼자 24%·월급 700만원 이상 52% ‘외도’… 불륜의 통계

    [2015 불륜 리포트] 기혼자 24%·월급 700만원 이상 52% ‘외도’… 불륜의 통계

    ‘636만명.’ 국내 기혼 남녀 수(2628만명·사별 뒤 재혼하지 않은 인구 포함)에 서울신문·마크로밀엠브레인의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간통 경험률(24.2%)을 적용해 추산한 국내 불륜 인구 규모다. 서울에 사는 전체 기혼 인구(499만명)보다 많고 부산시 전체 인구(351만명)와 비교하면 1.8배나 많다. 간통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흔한 문제인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왜 불륜에 빠질까. 여론조사 결과 속에 담긴 국내 불륜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31% 50대 외도, 20대 2배 달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기혼자 2000명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484명이다. 이들의 연령과 직업, 소득, 배우자와의 관계 등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특정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집합을 이룰 때 간통할 확률이 높았다. 우선 연령별로는 ‘불혹’을 넘기면서 간통을 경험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결혼 뒤 배우자가 아닌 이성(성매매 포함)과 성관계(간통)를 가진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만 19~29세인 젊은 응답자 중 15.3%만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는 18.9%가 같은 답을 해 20대와 30대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40대 중에는 2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증가 폭이 커졌고 50대는 30.9%로 직전 세대에 비해 7.5% 포인트 늘었다. 40~50대가 외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블랙홀인 셈이다. 특히 남성 불륜 경험률만 보면 ▲19~29세 25.0% ▲30대 29.2% ▲40대 36.6% ▲50대 51.6%로 40~50대 때 외도에 빠지는 경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성미애 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중년기는 삶의 정점기로 사회적 지위 등을 갖추지만 신체는 눈에 띄게 노화하는 시기”라면서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지 못하면 삶의 허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려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그래픽을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53% 고위 관료·기업 간부 외도 소득에 따라서도 간통 경험률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간통 경험이 증가했다.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설문 응답자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2%였지만 ▲50만원 미만 11.9% ▲월 50만~100만원 미만 13.0% ▲100만~299만원 22.9% ▲300만~499만원 31.2% ▲500만~699만원 42.3% 등 높은 소득군(群)일수록 간통을 흔히 경험했다. 특히 개인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은 51.6%가 간통 경험이 있었다. 연봉 8400만원(700만원×12개월) 이상 고소득자는 2명 중 1명꼴로 간통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바람도 돈이 있어야 피운다’는 사회적 통념이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된 셈이다. 응답자의 직업과 직급도 간통 경험률의 차이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5급 이상 공무원과 부장급 이상 기업 간부, 학교장 등 경영·관리직 종사자는 5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전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경험률을 보였다. 이어 ▲자영업 35.9% ▲기능·숙련공 30.3% ▲판매·서비스직(상점 점원 등) 27.9% ▲전문직(교수·의사·변호사 등) 26.0% ▲사무·기술직(기업 사무직· 초중고 교사 등) 25.4% 순이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간통을 일종의 권력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간통은 ‘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면서 “소득수준이 높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 중 간통 경험자가 많은 건 자신이 일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혼 남녀들은 외도 상대를 주로 어디서 만날까. 간통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자신의 간통 대상으로 ▲채팅 사이트·나이트클럽 등 새로운 곳에서 만난 사람 37.2% ▲유흥업소 관계자 29.5% ▲직장 동료 25.6% ▲동창 등 친구 17.1% ▲동호회 사람 11.6% ▲업무 관련 직원 1.2% 등을 꼽았다. 특히 남성 응답자는 유흥업소 관계자(38.6%)나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7.6%)과 불륜을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한 반면 여성은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6.1%) 다음으로 직장 동료(27.9%), 동창 등 친구(19.7%), 동호회 사람(14.8%) 등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성과 ‘잘못된 만남’을 갖는 경향이 짙었다. 외도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될 확률은 10.7%였다. 외도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다른 이성을 만난 사실을 알아채거나 의심한 적이 없다(55.4%)거나 ▲배우자가 결정적 증거를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의심한 적이 있다(33.9%)고 답했다. 한편 외도하고 싶은 욕구만 있는 ‘잠재적 외도군’들은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54.7%)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걱정’(21.9%), ‘도덕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15.4%), ‘발각됐을 때의 경제적 손실’(3.1%) 등의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 특히 여성의 25.9%는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봐 외도하지 못한다’고 한 반면 남성은 16.6%만 같은 이유로 외도하지 못한다고 답해 부성애보다 모성애가 간통의 유혹을 가로막는 힘이 더 강했다. 58% 간통죄 부활 주장하는 여성 간통죄 폐지 이후 6개월이 흘렀지만 국민 다수는 여전히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간통 피해자’로서의 사회적 이미지가 강한 여성들은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장치로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는 38.8%가 ‘간통죄는 징역형에 처하는 방식으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27.4%는 ‘폐지된 것이 옳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57.8%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한 비율은 12.0%에 그쳤다. 또 세대별로는 20·30대의 53.7%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 40·50대는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46.7%로 7.0% 포인트 낮았다. 비교적 성(性) 문제에 개방적일 것 같은 젊은 세대가 오히려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에는 엄격한 셈이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20~30대 기혼자의 경우 결혼의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로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다 보니 상대에 대해 규범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결혼 생활을 오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 온 기성세대일수록 부부 관계 면에서도 보다 융통성 있게 사고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86% 바람피운 쪽 이혼 청구 반대 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현실적으로 혼인 관계가 깨졌다면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 개념) 채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5%가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으로 도입하면 안 된다’(50.0%)거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35.5%)라는 등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우리 현행법은 유책주의(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 개념)를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공개변론을 여는 등 제도 변화 논의가 활발하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했을 때에 대한 인식(성매매 제외)을 묻는 질문에도 성별, 연령에 따른 인식 차가 확연했다. 남성 응답자 중에는 16.4%가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 같은 답을 한 비율은 10.5%로 낮았다. 만 19~29세와 30대 기혼 응답자 가운데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2%, 7.7%였지만 40대와 50대는 각각 13.6%, 18.3%가 같은 응답을 해 중년층이 배우자 외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알아챘을 때 실제 이혼을 결심하는 비율도 설문 결과로 가늠할 수 있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호감을 갖고 몇 차례 만나다가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질문에 ‘소송하지 않고 헤어진다’(42.6%), ‘소송한 뒤 헤어진다’(28.6%) 등 10명 중 7명꼴로 이혼 의사를 밝혔다. 반면 ‘망신 혹은 위협만 가하고 마음을 돌려 같이 살 것’(16.1%)이라거나 ‘모르는 척 넘어갈 것’(9.5%)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우자의 외도를 인지했을 때 남녀 간 대응 태도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소송한 뒤 헤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31.7%)이 남성(25.0%)보다 높아 ‘법적 응징’을 하려는 경향성이 더 짙었다. 88% 아내 바람 절대 용서 못해 동병상련일까. 간통 경험자들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하는 데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배우자를 기만한 경험에서 나오는 죄책감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간통 경험자 가운데 28.7%는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1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71.3%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32.4%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33.3%는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보다 간통죄 폐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간통 유경험자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악영향에 비교적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간통죄의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9.5%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60.6%였다. 전체 설문 응답자 중 71.5%가 ‘간통죄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번 설문에서는 부부간 성적 신의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묻어났다. 관계가 원만한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상황 가정형 질문’에 남성 응답자 중 76.9%는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23.1%는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아내가 업무 관계로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88.1%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11.9%만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남자의 불륜은 상황에 용납할 수 있지만 여성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자기 중심적인 남성의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남편이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와 아내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91.4%, 91.8%로 일관되게 답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유대근·윤수경 기자
  • [국내외 난민 현실] 불안정한 신분 탓 단순 노무직에만 취업… ‘빈곤의 늪’ 허덕

    [국내외 난민 현실] 불안정한 신분 탓 단순 노무직에만 취업… ‘빈곤의 늪’ 허덕

    “난민으로 인정되면 한국에 남고 싶어요. 그러나 끝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다른 나라로 가야겠죠.” 아자르 아흐마드(30·가명)는 시리아 출신의 ‘인도적 체류자’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후 2013년 3월 고향 알레포를 떠나 대한민국으로 왔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진 못했다. 1951년 제정된 유엔난민 협약에 전쟁과 내전은 난민 인정 조건으로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건 분명하지만 타국에 난민이 급격히 유입될 것을 우려해 국제적으로 전쟁과 내전은 제외됐다. 다만 각 국가는 ‘완충지대’인 인도적 체류 제도를 두고 있으며 아흐마드는 한국으로부터 인도적 체류 허가만 받았다. 시리아 내전이 5년째에 접어들면서 지난 7월까지 시리아인 713명이 난민 신청을 했으나 난민 인정은 고작 3명에 그쳤다. 문제는 그에게 허락된 것이 ‘체류할 수 있는 권리’와 ‘취업할 수 있는 권리’뿐이라는 점이다. 취업 역시 ‘단순 노무직’만 가능하다. 난민 인정자와 달리 지역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 의무교육이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받은 비자(기타·G-1)는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로 그는 시리아에서 한국 기업과 함께 중고차 사업을 벌여 자동차 정비 기술이 있지만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아흐마드는 8일 “비자를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 탓에 자동차 정비업체 사장들이 우리를 고용하기 꺼려 한다”며 “한국어를 못하는 것도 취업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흐마드에게 빈곤은 현실이다. 운 좋게 자동차 정비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나오면 일당 5만~10만원 벌이를 한다. 하지만 매일 일이 있지는 않다. 그가 한 달에 버는 돈은 백만원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 정부로부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후 인천에 살던 아흐마드는 월세 50만원도 부담하기가 어려워 올 1월 강원도 춘천으로 옮겼다. 그는 “춘천은 집값이 저렴해 매달 10만원씩만 내고 있다”며 “고향인 알레포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전쟁이 빨리 끝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죽음으로 전 세계를 비탄에 빠지게 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처럼 생존을 위해 한국에 온 인도적 체류자 876명의 현실은 아흐마드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한국에 입국했다가 내전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서지 오리에(42·코트디부아르·가명)는 자녀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오리에는 약 10년 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자리잡았다.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 가고 있지만 아들이 3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육비 부담에 걱정이 많다. 다행히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의무교육이 제공돼 아들이 학교에 다닐 수는 있지만 방과후학습은 교육비 부담으로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난민 인정자들에겐 자녀 학비 지원 제도가 있지만 오리에는 인도적 체류자이기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 아들이 성장해 고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도 그를 힘들게 하는 미래다. 오리에는 “난민 인정자에겐 직업교육 등도 시켜 주지만 나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에 온 후 시리아 내전 발발로 발목이 잡힌 아함 다니아(32·가명)는 10년 넘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지만 인도적 체류자 신분이기에 가족에 대한 비자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신혜인 공보관은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는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인도적 체류자 역시 주거와 취업, 의료, 교육, 가족 결합 등 기본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며칠 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마침 야간근무 기간인 남편이 오전에 퇴근을 하면서 함께 갈 수 있었다. 자기의 영역에 엄마와 아빠가 찾아와 함께 있으니 한껏 들떴는지 아이는 어린이집을 신나게 휘젓고 다녔다. 엄마 손을 끌고 여기저기 다니며 다른 아이들에게 마치 “우리 엄마, 아빠야”라고 소개를 해주는 것 같았다. 함께 체육활동을 하고 김밥을 만들었다. 부모가 된 지 600여 일. 아직도 이 말이 어색하기만 하다. 부모 참여수업에 참석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세 번째 받았지만 내가 가는 자리가 맞는지 괜히 쑥스럽기까지 하다.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곳에서 나를 “OO엄마, OO맘”이라고 부르고 있고,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과연 내가 ‘부모’가 맞는지, 이 아이는 나의 ‘자녀’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전히 늘 고민하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의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우린 어떤 의미였었나”라는 가삿말을 아이에 대입해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처음 부모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들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출산하고 몇 시간 뒤였다. 신생아실에 있는 수유실에 내려가 아기를 처음 안아들었다. 네가 내 뱃속에서 나온 아기니? 곤히 눈을 감고 있는 아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살면서 그렇게 작고 어린 아기를 안아본 일도 없었을 뿐더러 내 뱃속에 이런 생명체가 있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그로부터 또 며칠 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 처음 실감했다. 모유수유를 시도하는데 아기가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태어난 뒤부터 계속해서 모유를 먹지 못한 것 같은데, 나의 미숙함으로 아기를 굶게 만드는 것 아닌가 자책했다. 그 이후 육아 기간 중 가장 신경쓴 것도 아이의 먹는 것이다. 13개월 동안 완모를 하고 6개월부터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돌 전부터 밥을 먹이면서 ‘삼시 세 끼’ 먹이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할머니가 항상 밥 먹었는지를 먼저물으시며 그렇게 밥에 집착하시던 것이 조금 이해가 간다. 내가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이 아이의 건강에 곧바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반면 남편이 ‘아빠가 됐다’고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남편은 아기가 태어난 지 사흘째 조리원에 가서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봤다. 너무 작은 아기가 혹시나 부서질까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이 역력했다. 2주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신생아 기저귀를 하루에 10개씩 갈아치우는 모습을 오롯이 보게 됐다. 그 때 처음으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깨에 와닿았다고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기저귀를 갈아치우다니. 저 기저귀 값을 내가 다 감당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별로 생각지 못해본 부담감이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가 되기 시작했다. 품에 안으면 작은 발이 아빠 배에 닿을락 말락했던 아기가 어느덧 아빠의 허벅지까지 발이 내려오도록 자랐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 인지 능력이 급격히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를 보며 나는 이 아이가 어떤 것을 배우고 자랄지, 어떤 사람이 될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그대로 따라하는 아기를 보며 덜컥 겁도 난다. 자투리 시간에 검색해 보는 것은 아이의 개월수에 맞는 놀잇감, 이맘 때 아이들에게 어떤 자극이 적절한가 등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책임감의 종류도 달라진다 남편은 부쩍 돈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둘의 기념일과 생일이 연달아 기다리고 있어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집”이라고 답할 정도다. 어느 지역에 둥지를 트고 아이를 키우면 좋을지 열심히 궁리한다. 맞벌이다 보니 서로 회사생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나의 걱정이 주로 눈 앞의 상황에 머물러 있고, 당장 앞가림을 잘해야한다는 데 있다면 남편은 나중에 아이가 대학갈 때까지 회사를 다니며 등록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연애할 때는 오늘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했던 두 사람이다. 결혼준비를 할 때에는 둘이 살기에 적당하고 출퇴근하기 좋은 것이 신혼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주말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제는 왕복 4시간 이상의 출퇴근 거리인 집에 살면서도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 이사를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집을 옮기게 되어도 역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놀이공간을 다니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 남편이 야간근무 기간인 덕분에 그저께 처음으로 단 둘이 외식을 했다. 19개월 만의 일이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둘이 동시에 “이거 OO이가 좋아하는 건데”라고 말했고, 한 시간 내내 아이 이야기만 했다. 아주 자그마하던 아이의 존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항상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며 살다가 여기에 ‘어떤 부모가 될까’ 하는 고민을 얹었다. 언제까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는 당장 답을 알 수도 없다. 우리는 아이가 하고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며 세상을 넓게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 길을 이끌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내가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아이가 뭔가를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고 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그러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를 기르는 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부담감이 뒤따른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아이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고 웃어주고, 그 웃음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지만 그것과 별개로 돈과 시간 같은 물질적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꼭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주는 것부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도 반드시 몇 푼이라도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외의 시간에는 무조건 아이와 함께해야 하다 보니 ‘나’의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부모도 자녀를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사회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데도, 나이 서른을 넘긴 애엄마가 됐는데도 여전히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사회다. 고위직 인사들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취업을 부탁하는가 하면, 그것이 통한다고 여겨지는 사회다. “어디 사느냐”는 한 마디로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가늠되는 사회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나의 한 인간으로서의 수준이나 평가가 아버지의 직업과 또는 내가 자라온 동네에 따라 단숨에 평가되는 것 같아 이런 질문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자라서까지 그런 질문을 듣게 된다면, 부모의 ‘스펙’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받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대학 공부까지 잘 시켜주신 부모님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말자며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하고 살림을 시작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뿌듯했지만, 살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선에서부터 한참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아이에게 똑같은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과 경험을 갖고 접한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이 ‘보건·복지 Issue&Focus’에 개제한 ‘자녀가치 국제비교’ 연구 내용이 흥미롭다. 9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의미하는 ‘자녀가치’를 조사한 결과다. 5점 만점으로 각 항목의 점수가 ▲자녀는 기쁨(4.26점)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3.30점) ▲자녀는 재정적 부담(3.26점) ▲경제활동을 제한(3.25점) ▲자녀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상승(3.17점) ▲성인자녀는 노부모에 도움(3.54점) 등 6개 항목을 조사했다. (괄호 안은 한국의 ‘자녀가치’ 척도) 9개국의 전체 자녀가치 평균 점수는 3.29점. 우리나라는 3.17점으로 세 번째로 낮은 쪽에 속했다. 특이한 점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도 높고 부정적인 가치도 높은 양면적인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점수로 나타난 것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과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자녀는 정신적인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자녀양육은 경제적 부담이 되고 개인적 생활을 제한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비율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성인자녀가 노부모에 도움된다’는 척도가 비교적 낮게 나타난 것은 자녀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부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 본인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감은 당연하지만 외적인 부담감 줄어들기를 우리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은 퇴근 후 모여 놀다가 간지럼 한 번에 꺄르르 소리내며 웃는 아기를 볼 때다. 퇴근하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강아지처럼 쪼르르 뛰어나와 “엄마!”, “아빠!”하고 부르는 아이를 보면 하루종일 회사에서 쌓인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다. 며칠 전에는 불편한 신발을 신고 아이와 시장에 다녀왔더니 발이 다 까졌다. “엄마 발 아파”라고 몇 번 중얼거렸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연고를 가져와 내 발에 대주었다. 순간 울컥함을 느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정말 아는 걸까. 발에 생긴 물집 뿐 아니라 마음의 모든 걸 치유해주는 몸짓으로 보였다. 누워있던 아기가 기어다니게 되고 다시 걷게 되고, “엄마” 소리만 겨우 내뱉던 아기가 엄마에게 과일을 건네주며 “먹어”라고 말하게 되면서 내가 엄마로서, 그리고 남편이 아빠로서 갖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욱 와닿는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느끼는 것의 배 이상, 더 큰 무거움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의 웃음을 무기삼아 어떤 어려움과 버거움에도 이겨낼 것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세상을 통해 느끼는 부담감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1회부터 15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2500년 전 여성인권은?...이집트 2.4m 혼전계약서 화제

    2500년 전 여성인권은?...이집트 2.4m 혼전계약서 화제

    피라미드 등으로 대표되는 2,500여 년 전의 이집트 고왕국(Old Kingdom) 시절 여성들의 지위는 현대 여성과 비교해 얼마나 안정적이었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혼전계약서’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혼전계약’(prenup)이란 서양 몇몇 국가에서 결혼을 앞둔 이들이 동의 하에 체결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통해 예비부부는 결혼생활 전반에 있어 상호 지켜야할 크고 작은 규칙, 더 나아가서는 이혼 후의 재산분배 원칙 등을 사전에 규정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된 계약서는 장장 2.4m에 달하는 길이에 '데모틱 문자'(demotic script, 고대 이집트에서 공문서 등에 널리 사용된 문자)로 작성됐다. 정확히 2,48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문서는 현재 시카고 대학 오리엔트 연구소에서 소장 중이다. 당시의 결혼계약은 현대와 달리 부부간 상호 신의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순전히 재산에 관련된 내용 만을 다루며, 대부분의 경우 여성 측에 극도로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것이 시카고 대학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소개된 계약서의 경우 “결혼 중에는 물론, 이혼하더라도 남편은 아내가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물론 아내 측에서도 결혼과 함께 금괴 30개를 일종의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혼했을 경우 아내는 여생동안 매년 은괴 1.2개와 곡물 36자루를 지급는 등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오리엔트 연구소의 이집트학자 에밀리 티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가 남성 권리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이집트 고왕국의 여성들은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소할 수 있었고 배심원 혹은 증인으로서 법정에 설 수 있었다. 또한 사유 재산을 소유,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됐다. 기혼 여성의 경우 다양한 사유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었으며 이 때 혼전계약서에 명시된 위자료도 반드시 청구됐다. 이집트 북부의 시우트 마을에서 발견된 계약서를 통해서도 당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 계약서는 결혼 전 아내의 전 재산목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고, 이혼했을 경우 남편은 이 목록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상을 위자료로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아내의 경우 은괴 30개를 지불하면 모든 책임을 다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이렇듯 강력한 법적 권한을 지니는 여성들이었지만 현대에도 그렇듯 법률상의 지위가 실질적 지위와 완전히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사회·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한다. 시카고 대학교 자넷 존슨 교수에 따르면 고왕국 남성들의 지위는 직업에 따라 정해졌다. 그리고 여성들은 대부분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지위에 종속되기 마련이었다. 이런 까닭에 여성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강력한 법적 권리를 이용해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생존 수단을 강구하기도 했다. 일례로 한 이집트 여성이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기 자신을 노예로 판매한다는 내용의 계약서가 과거 발굴된 바 있다. 사진=ⓒ시카고 대학교 오리엔트 연구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고대 이집트 여성인권 보여주는 2.4m ‘혼전계약서’

    고대 이집트 여성인권 보여주는 2.4m ‘혼전계약서’

    피라미드 등으로 대표되는 2,500여 년 전의 이집트 고왕국(Old Kingdom) 시절 여성들의 지위는 현대 여성과 비교해 얼마나 안정적이었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혼전계약서’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혼전계약’(prenup)이란 서양 몇몇 국가에서 결혼을 앞둔 이들이 동의 하에 체결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통해 예비부부는 결혼생활 전반에 있어 상호 지켜야할 크고 작은 규칙, 더 나아가서는 이혼 후의 재산분배 원칙 등을 사전에 규정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된 계약서는 장장 2.4m에 달하는 길이에 '데모틱 문자'(demotic script, 고대 이집트에서 공문서 등에 널리 사용된 문자)로 작성됐다. 정확히 2,48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문서는 현재 시카고 대학 오리엔트 연구소에서 소장 중이다. 당시의 결혼계약은 현대와 달리 부부간 상호 신의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순전히 재산에 관련된 내용 만을 다루며, 대부분의 경우 여성 측에 극도로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것이 시카고 대학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소개된 계약서의 경우 “결혼 중에는 물론, 이혼하더라도 남편은 아내가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물론 아내 측에서도 결혼과 함께 금괴 30개를 일종의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혼했을 경우 아내는 여생동안 매년 은괴 1.2개와 곡물 36자루를 지급는 등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오리엔트 연구소의 이집트학자 에밀리 티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가 남성 권리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이집트 고왕국의 여성들은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소할 수 있었고 배심원 혹은 증인으로서 법정에 설 수 있었다. 또한 사유 재산을 소유,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됐다. 기혼 여성의 경우 다양한 사유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었으며 이 때 혼전계약서에 명시된 위자료도 반드시 청구됐다. 이집트 북부의 시우트 마을에서 발견된 계약서를 통해서도 당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 계약서는 결혼 전 아내의 전 재산목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고, 이혼했을 경우 남편은 이 목록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상을 위자료로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아내의 경우 은괴 30개를 지불하면 모든 책임을 다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이렇듯 강력한 법적 권한을 지니는 여성들이었지만 현대에도 그렇듯 법률상의 지위가 실질적 지위와 완전히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사회·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한다. 시카고 대학교 자넷 존슨 교수에 따르면 고왕국 남성들의 지위는 직업에 따라 정해졌다. 그리고 여성들은 대부분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지위에 종속되기 마련이었다. 이런 까닭에 여성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강력한 법적 권리를 이용해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생존 수단을 강구하기도 했다. 일례로 한 이집트 여성이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기 자신을 노예로 판매한다는 내용의 계약서가 과거 발굴된 바 있다. 사진=ⓒ시카고 대학교 오리엔트 연구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고대 이집트 여성인권 보여주는 2.4m ‘혼전계약서’

    고대 이집트 여성인권 보여주는 2.4m ‘혼전계약서’

    피라미드 등으로 대표되는 2,500여 년 전의 이집트 고왕국(Old Kingdom) 시절 여성들의 지위는 현대 여성과 비교해 얼마나 안정적이었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혼전계약서’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혼전계약’(prenup)이란 서양 몇몇 국가에서 결혼을 앞둔 이들이 동의 하에 체결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통해 예비부부는 결혼생활 전반에 있어 상호 지켜야할 크고 작은 규칙, 더 나아가서는 이혼 후의 재산분배 원칙 등을 사전에 규정하게 된다. 이번에 소개된 계약서는 장장 2.4m에 달하는 길이에 '데모틱 문자'(demotic script, 고대 이집트에서 공문서 등에 널리 사용된 문자)로 작성됐다. 정확히 2,48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문서는 현재 시카고 대학 오리엔트 연구소에서 소장 중이다. 당시의 결혼계약은 현대와 달리 부부간 상호 신의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순전히 재산에 관련된 내용 만을 다루며, 대부분의 경우 여성 측에 극도로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것이 시카고 대학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소개된 계약서의 경우 “결혼 중에는 물론, 이혼하더라도 남편은 아내가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물론 아내 측에서도 결혼과 함께 금괴 30개를 일종의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혼했을 경우 아내는 여생동안 매년 은괴 1.2개와 곡물 36자루를 지급는 등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오리엔트 연구소의 이집트학자 에밀리 티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법적 권리가 남성 권리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이집트 고왕국의 여성들은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소할 수 있었고 배심원 혹은 증인으로서 법정에 설 수 있었다. 또한 사유 재산을 소유,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됐다. 기혼 여성의 경우 다양한 사유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었으며 이 때 혼전계약서에 명시된 위자료도 반드시 청구됐다. 이집트 북부의 시우트 마을에서 발견된 계약서를 통해서도 당대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 계약서는 결혼 전 아내의 전 재산목록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고, 이혼했을 경우 남편은 이 목록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상을 위자료로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아내의 경우 은괴 30개를 지불하면 모든 책임을 다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이렇듯 강력한 법적 권한을 지니는 여성들이었지만 현대에도 그렇듯 법률상의 지위가 실질적 지위와 완전히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사회·정치 영역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한다. 시카고 대학교 자넷 존슨 교수에 따르면 고왕국 남성들의 지위는 직업에 따라 정해졌다. 그리고 여성들은 대부분 직업을 가지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지위에 종속되기 마련이었다. 이런 까닭에 여성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강력한 법적 권리를 이용해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생존 수단을 강구하기도 했다. 일례로 한 이집트 여성이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받는 대가로 자기 자신을 노예로 판매한다는 내용의 계약서가 과거 발굴된 바 있다. 사진=ⓒ시카고 대학교 오리엔트 연구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열린세상] 고위공직자, 자긍심 어디 갔나/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고위공직자, 자긍심 어디 갔나/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전직 총리와 장관들이 재벌 회장과 식사한 후 그 회장이 일어서자 다들 일어서고 그 회장이 나선 뒤에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본 어느 공무원은 공직자로서 서글픔을 느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현직 때는 재벌 회장들을 모아 놓고 일갈 훈시도, 당부도 하다가 퇴직 후에 재벌 회장보다 낮은 지위에서 처신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고위직 인사들이 재벌 회사의 고문, 사외이사로 가서 ‘식객’ 노릇을 하는 모습이 그 공무원에게 비애감을 주었으리라. 공무원들이 퇴직 후 특정 기업이나 법무법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흔한 풍경이다. 말년에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기업과 법무법인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대장부 세상에 나서 나라에서 써 주면 죽음으로 충성할 것이며 써 주지 않으면 밭을 갈며 살리라’(이순신 장군 전서)는 옛날 일일 뿐 현대판 ‘밭을 갈며‘(耕野)는 기업과 법무법인에서 고소득 활동을 하는 것임을 이순신 장군은 몰랐으리라. 사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필자는 크게 반기지 않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몇 배나 높은 연금을 받고 퇴직 공무원의 4명 중 1명은 월 300만원 이상 받는다고 해도 공무원을 대우해 주는 명분과 타당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공무원들은 박봉-요즘은 대우 향상으로 그리 박봉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에 시달리고 평범한 국민이면 거리낌 없이 즐기는 골프도 음주도, 노래방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직종이다. 한국 공무원은 원칙대로 살면 절간에서 수도하는 스님 같다. 오죽하면 공무원 사위는 좋은데 아들딸이 한다면 말리고 싶은 게 공무원이란 농담까지 나왔겠는가. 사생활에서 더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들이 재직 때 기업들에 휘둘리지 말고 나라를 위해, 공익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고 공무원연금을 두둑이 챙겨 주는 것 아닌가. 또 공무원들이 퇴직 후 공적인 기관에 가서 일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은 그들이 퇴직 후를 염려해 재직 때 민관 유착을 하지 않게 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한국 공직자들은 관피아 논란을 넘어 공익보다 사익(私益)에 충실한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줘 실망스럽다. 고위공직자(행정, 입법, 사법, 지자체 4급 이상) 자손들의 현역 군 복무 비율은 84.7%로 일반인(90.9%)보다 낮다. 사회복무요원과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보충역 비중은 고위공직자 자녀가 10.9%로 동일 연령대 성인 남성 비율 5.4%의 두 배가 넘는다. 또 경찰서장(총경)급 이상 경찰 고위 간부 아들 중 절반 정도가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고 그중 상당수가 국회경비대 등 ‘꽃보직’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한국에선 군 면제자 출신이 대통령을 지냈고 국회의원이나 장관 중 군 면제자가 적지 않았다. ‘정치가 4류이고 정부가 3류’라고 어느 기업인이 일갈했는데 3류나 4류나 거기서 거기, 정치인이나 공무원이나 공직 의식이 옅은 것은 대동소이 아닌가 하면서도 직업 공무원까지 병역 특혜를 추구한다면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인사혁신처는 요즘 고위공직자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려 하고 있다. ‘퇴직공직자취업심사제도’가 공무원들의 꼼수에 의해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사익을 위해 자녀들에게 병역상 특혜를 주려고 제도의 허점을 노린다거나 정부가 정한 재취업 제한의 틀을 변칙적으로 우회하려는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족하다. 올 초 가구 기업인 ‘한샘’의 조창걸 창업자는 “한국에서는 총리, 대법관과 장관 등을 지낸 고위공직자가 갈 곳이 특정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로펌밖에 없다. 그러면 국가 전략과 비전은 누가 세우느냐”고 한탄했다. 이 기업인은 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충전하며 다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비슷한 연구소를 수천억원의 사재를 털어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은 이런 기업인의 통찰에 응답할 차례다. 공직자들이 기업이나 법무법인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국가의 공익에 봉사할 길을 찾아야 한다. 병역 등에서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공직자들의 결의대회라도 보고 싶다. 후진국을 선진국 반석으로 올려놓았던 공직자들의 자긍심 회복이 절실하다.
  • ‘쿡방’ 웰빙·다이어트에 지쳐 ‘진짜’ 행복 찾고 싶었다

    ‘쿡방’ 웰빙·다이어트에 지쳐 ‘진짜’ 행복 찾고 싶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쿡방’(요리 방송)의 매력에 푹 빠졌다. TV 예능에서 쿡방은 대세가 됐고 드라마는 물론 영화, CF까지 점령했다. 아울러 쿡방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셰프테이너’들은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쿡방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각종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콘텐츠파워지수(CPI)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방송된 125개 프로그램 가운데 비드라마 부문에서 tvN ‘삼시세끼’ 어촌편과 정선편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고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쿡방이 나오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이 각각 9위, 14위를 차지했다. 예능 대표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15위)보다 순위가 높았다. ●tvN ‘집밥 백선생’ 4주간 매회 최고 시청률 경신 매주 화요일 밤 10시대에 방송되는 tvN ‘집밥 백선생’은 지난 4주간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주중 미니시리즈를 흔들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백종원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올리브TV의 ‘한식대첩3’는 지난 9일 방송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인 5.1%를 기록했다. SBS는 백종원이 진행하는 ‘스타킹 특별 기획 4대 천왕-명가의 비밀’의 주말 프라임타임 편성을 검토 중이다. 대중이 이토록 쿡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화적 키워드는 웰빙이었다. 다이어트와 유기농 음식, 1일 1식 바람이 불었고 몸매 관리에 실패하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지금 일고 있는 쿡방 열풍에는 그동안 웰빙과 다이어트에 지친 현대인들이 ‘진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현재 쿡방은 우리가 아는 웰빙과는 거리가 있다. 백종원은 음식에 다이어트 금기 음식인 설탕을 듬뿍 넣어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소금이나 버터도 아낌없이 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풍은 라면 수프로 맛을 내기도 한다. 지난 8일 ‘집밥 백선생’ 세트장에서 만난 백종원에게 단맛, 짠맛을 강조하는 것은 웰빙에 역행하는 일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시청자들이 ‘저러면 죽을 텐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웰빙 열풍에 대한) 통쾌함을 느끼고 재밌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에 간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아예 금을 밟아 스스로 조절하는 자신감을 쌓게 하도록 하는 것이고 순기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J E&M 방송부문 김지영 팀장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쿡방은 일종의 정신적인 해방구”라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경쟁 논리와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한국인에게 웰빙이나 힐링 등의 서구적인 명제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현재 쿡방의 인기는 허울이나 형식을 떠나 소박하고 편안함 속에 인간의 기본적인 ‘먹는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면서 진짜 행복을 추구하려는 심리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쿡방의 지속적인 인기는 경제 불황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불황일 때는 불안감으로 인해 의식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경제적으로 끼니도 해결하고 색다른 취미 활동의 하나로 요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냉장고를 부탁해’나 ‘집밥 백선생’의 경우 냉장고 속 남은 음식이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한다. ‘집밥 백선생’을 연출하고 있는 tvN 고민구 PD는 “삶이 팍팍해지고 사는 게 어려워지면서 취직해서 돈 모아 집을 사는 거시적인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작은 데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보여주기식 쿡방이 아니라 실제 조리 시간과 동일하게 속도를 맞춰 시청자들이 쉽게 따라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이탈리아요리 연구가인 박찬일 셰프는 “현대인을 위로해 줄 만한 도구가 별로 없는데 음식은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만족을 줄 수 있다”면서 “‘푸드 포르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방송에서 음식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도구로 활용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오히려 ‘먹고살 만해져서’ 쿡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반론도 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쿡방 열풍이 분 것은 음식을 하나의 분야로 인정하는 의식 수준의 향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 요리와 음식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요리하는남자’ ‘요섹남’ 등 핵심 키워드로 쿡방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서 가부장적인 남성상이 점차 힘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5년 쿡방 열풍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남성 셰프의 전면적인 등장이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요리는 여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쿡방은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놓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요리 잘하는 여자, 요리 못하는 남자는 재미없지만 그 반대가 되면 신선함과 의외성 때문에 예능이나 드라마 소재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요리 잘하는 미남 셰프의 등장에 연령에 상관없이 여성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양성평등에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젊은 남성들에게 셰프는 따라하고 싶은 롤모델로 자리잡았다. 맞벌이를 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아내가 늦게 귀가하는 날 스스로 요리를 한다. 주위의 주말부부나 혼자 사는 독신남들도 한끼 요리를 직접 하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곽 교수는 “쿡방은 ‘솥뚜껑 운전’이라고 폄하됐던 요리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고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변화시켰다. 여성들의 사회적인 지위가 올라가면서 요리하는 남성에 대한 판타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용어가 인기를 끌 정도로 요리하는 남자는 대중문화의 핵심 키워드가 됐고, 인기 드라마에서도 남자 주인공 역으로 셰프가 자주 등장한다. tvN ‘오 나의 귀신님’, MBC ‘맨도롱… ’, 웹드라마 ‘당신을 주문합니다’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조정석, 유연석, 유노윤호의 극 중 직업은 모두 셰프다. ●1인 가구 증가·디지털 발달…요리로 소통 추구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광고계에서 ‘요리하는 남자’들의 주가는 하늘을 찌른다. ‘삼시세끼’에서 요리 실력을 뽐낸 차승원과 이서진은 이 프로그램 이후 10개 안팎의 CF를 더 따냈다.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의 캐스팅 디렉터 송문규씨는 “셰프테이너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고 남성이 요리를 한다는 의외성 때문에 광고 모델로 선호된다”면서 “이들은 식음료뿐만 아니라 카메라, 화장품 광고 등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광고 모델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가구가 늘고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외로워진 현대인들이 요리하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과정을 통해 소통을 추구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 ‘심야식당’이 국내에서 관객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끈 것은 음식을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인연을 이어 가는 소시민의 삶을 소탈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하루 세끼 음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소재”라면서 “음식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 속 쿡방의 인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性 결정권’ 인정한 헌재, 이번엔 성매매 특별법 심판한다

    ‘性 결정권’ 인정한 헌재, 이번엔 성매매 특별법 심판한다

    성매매 관련자 처벌을 규정한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핵심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사상 처음으로 공개 변론을 연다. 헌재가 지난 2월 성행위의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해 62년 만에 간통죄를 폐지한 터라 또 다른 성적 자기결정권 관련 사안인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본격 심리가 주목된다. 9일 오후 2시 헌재에서 열리는 공개 변론의 대상은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으로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특별법은 2004년 3월 제정된 뒤 여섯 차례나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제기됐지만 모두 공개 변론 없이 심리가 진행됐다. 또 성매매 장소 제공과 성매매 알선 영업 행위 처벌 조항에 대한 청구들은 각하되거나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며 양벌 규정 조항만 위헌으로 결정됐다. 이번 사안은 성매매 여성이 직접 청구인으로 나서 성을 판 사람, 성을 산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2012년 7월 서울 전농동에서 13만원을 받고 자신의 성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6)씨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 판단을 요청함에 따라 논란에 불을 댕겼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매매가 아니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국가가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를 설명했다. 쟁점은 크게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 여부 ▲법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성매매 행위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성매매는 여성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성매매 종사자들과 일부 법조인 등은 “자발적 성매매까지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공개 변론에는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성매매 여성 측 참고인으로, 오경식 원주대 법학과 교수와 최현희 변호사가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와 공방을 벌인다. 김 전 서장은 2000년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 단속하며 ‘미아리 포청천’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퇴임 뒤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성을 주장해 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시론] 법보다 도장값/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법보다 도장값/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화 이래 사법개혁은 우리 사회의 주요 개혁 의제였다. 최근 대한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반려하며 불거진 전관예우 문제는 그중 가장 치열하게 제기되는 의제다. 갓 퇴임한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법원·검찰의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며 엄청난 수임료를 받아 챙긴다는 대표적인 사법 비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난다.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이라는 한솥밥 체제에다 ‘모시던 부장’과 ‘데리고 있던 배석’으로 엮이는 수직적 인간관계들, 여기에 십여 단계의 승진 사다리 속에서 벌어지는 적자생존 경쟁 등 우리 사법부만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터져 나온 결과가 바로 전관예우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파행 속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이어야 할 우리의 사법은 알게 모르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억장 무너지는 현실로 병들어 간다.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사법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대법관이라면 사법부 최고 지위에서 무엇이 법이며 무엇이 정의여야 하는지 가장 권위적이자 종국적으로 선언하는 사람이다. 그러던 이가 법복을 벗자마자 수억,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어느 누구도 사법을 신뢰하며 법치의 엄중함을 기대할 리 없다. 그것은 사법의 엄정함을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우리 법 체계를 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광대의 꼴과 다름없다. 여기에 하창우 변협 회장도 분노하며 전하듯 소위 도장값이라는 이름으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거둬 가는 관행은 조폭들의 금품 갈취를 연상시킬 지경이다. 대법원에 상고할 때 그들이 개입하면 심리불속행이 되지 않고 이기든 지든 판결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 도장값은 대법원으로 가는 일종의 통과세나 다름없다. 그들은 사건 전모나 변론 내용도 모른 채 상고장에 도장 하나 찍어 주는 대가로 가뜩이나 송사에 시달려 고통받는 소송 관계인들로부터 마지막 고혈을 짜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발은 정작 대법원 안에서는 단순한 진실게임으로 바뀌고 만다.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들은 하나같이 전관예우란 없으며 세간의 오해라는 모범답안만 제시한다. 이들에게 도장값 3000만원 증언은 무지몽매한 소송 당사자의 무리수일 뿐이며, 그 도장이 찍힌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리하게 취급되더라도 그것은 원래 그 변호사들이 뛰어난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퇴임 대법관이 개업 후 3년 안에 100억원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속설은 적어도 우리 대법원의 정보망 바깥에서만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 와중에 법치 이념은 개미굴에 둑 터지듯 무너진다. 가뜩이나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에 취약해 극우화·계급화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대법원이 이제는 퇴임 대법관들의 탐욕이 만든 개미굴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모두 의심하는 데다 대고 ‘당신들의 의심은 무식한 소치이며 우리는 언제나 우리 식으로 올바르다’는 엘리트주의적 거만함이 그 위기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지탄받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마저도 퇴임 뒤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을 해 달라는 변협의 요청을 거부했다. 사실 직업 선택의 자유 운운은 적어도 대법관이나 그 후보가 할 말이 아니다. 대법관이라는 명예는 물욕의 다른 표현인 직업 선택을 압도하는 최고의 사회윤리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관예우 의심을 떨쳐 버리고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일은 그들에게 부여된 지엄한 헌법 명령이다. 그러기에 제대로 된 대법원이라면 이 지점에서 전관예우 실태를 조사해 명명백백 밝히는 일에 나서야 한다. 도장값의 실태는 무엇인지 그것이 대법원 재판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래서 전관예우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밝히고 또 설명해야 한다. 반성과 대책 마련은 그 다음의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대법원이 주도하는 사법개혁 작업이 의미 있게 펼쳐질 수 있게 된다. 사법을 향한 신뢰는 우리 국민이 헌법 충성을 실천하는 최우선적 첩경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비너스가 되지 못한 ‘르네상스 소녀’들

    비너스가 되지 못한 ‘르네상스 소녀’들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니콜라스 터프스트라 지음/임병철 옮김/글항아리/436쪽/2만원 르네상스기의 피렌체. 문화와 예술이 꽃피고 상업이 발달했던 역동적인 세계의 이면에는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1544년 피렌체의 가장 열악한 동네에 집 없는 소녀들을 위한 자선 쉼터 ‘피에타의 집’이 설립됐다. 하지만 자선 쉼터라는 말이 무색하게 처음 문을 연 뒤 14년 동안 그곳에 수용됐던 526명의 소녀 가운데 202명만이 살아남았다. 캐나다 역사가인 저자는 이 예외적으로 높은 사망률에 주목한다.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는 무엇이 이 소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미스터리의 이면에 어떤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훗날 도미니코회와 같은 특정 교단에 흡수되어 엄격한 운영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피에타 집 자매들의 연대기’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이는 수도사들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가공된 기록에 지나지 않았다. 저자는 왜곡된 사료의 행간을 읽으며 당시 피에타의 집에 입소한 소녀들의 이름과 부모 직업 등을 기록한 두 개의 필사본 등록부, 회계장부, 처방전 등 극도로 제한된 당대의 자료들에서 찾아낸 파편화된 증거들을 그러모아 그녀들의 삶을 재구성해 나간다. 그가 추론해 낸 소녀들의 운명은 어둡고 황망하기 그지없다. 피에타의 소녀들은 어떤 단순한 이유 때문에 죽음에 노출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소녀들은 자신들의 쉼터를 유지하기 위해 가혹한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세속 종교단체인 피에타회의 후견인들이 기부한 지원금만으로는 구호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윤이 높은 모직물 제조업은 남성 노동력이 이미 특권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소녀들은 물레 앞에 앉아 하루종일 누에고치에서 견사를 뽑는 일을 해야만 했다. 피에타의 집 소녀들은 한 해에 500㎏가량의 견사를 뽑아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위해선 30만 마리의 누에를 길러야 했고, 무려 100t의 뽕나무잎을 공수해야 했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만 섭취하며 좁은 공간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했던 소녀들은 쉽게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에 걸렸고,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저자는 성병과 낙태에 의한 죽음이 피에타 소녀들에게 일상화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피에타의 집 몇몇 소녀들에게서는 수수께끼 같은 질병이 빈번했다. 두통과 무기력감, 우울증, 분노 등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식욕감소, 빈혈 등의 증세가 동반되는 이 질병은 ‘처녀들의 병’이라고 불린 위황병이었다. 당시의 의학서적에서는 이 병의 치료법으로 매질을 가하거나 어두운 방에 가두고 빵과 물만 먹이는 것, 그리고 성관계를 맺도록 하라고 이르고 있다. 순결한 처녀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성병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의 풍토에 비춰 최하층이었던 피에타의 소녀들은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물질적 대상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피에타의 집은 위험한 삶의 단계를 거쳐야 했던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쉼터의 형태로 출발했지만 결국 소녀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죽음으로 내몰았던 셈이다. 과도한 노동, 성병과 관련된 가설들이 추측에 의존해 있기 때문에 소녀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성적, 경제적, 종교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철저하게 계층화된 피렌체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하층 소녀들의 삶을 지배했던 르네상스 특유의 ‘젠더의 정치학’이 작동한 결과”라고 결론짓는다. 화려한 문화와 예술이 꽃핀 르네상스라는 거대 서사의 그늘에서 많은 소녀들이 고통스럽게 사라져 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화려한 시대의 이면에 피에타 소녀들과 같은 운명에 처한 소녀들이 없으리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탐정은 경찰과 기자 중 누구와 더 비슷할까/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의 권익도모와 문제해결에 필요한 사실관계(事實關係)를 전업(專業)으로 파악해 줄 민간차원의 정보·조사 서비스업이 머지않아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름하여 민간조사원, 즉 사립탐정이 그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간조사업 도입관련 2건의 의원입법안(일명 탐정법)을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그 유용성을 평가하고 법제화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많은 국민들은 복잡·다양한 생활과 소송구조의 변화에 부응한 결단임에 주목하고 조속한 결실을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도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의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민간조사(사립탐정)제도의 본질을 경찰·기자 등 인접 직역(職域)과의 비교를 통해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크게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의 수사활동’을 연상하는 부류와 ‘사실관계를 밝히는 기자의 취재활동‘을 떠올리는 부류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탐정도 일정한 준사법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보는 시각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탐정이란 아무런 권력없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외로운 임의적 존재로 보는 패턴이다. 이런 류(類)의 선입견 차이에서 부터 탐정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묻어난다. 일견해 볼때 수 적으로는 탐정의 본질을 경찰의 역할에 견주어 보려는 경향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 민간조사원(사설탐정)의 역할은 경찰보다 기자의 역할과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기자의 활동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공익적 측면이 강한 반면, 탐정의 역할은 사적 권리보호와 구제를 우선시 한다는 측면에서 그 궁극의 사명은 서로 다르나, 활동 기법면에서는 대부분 닮은 꼴이다. 즉 탐정과 기자는 공히 ‘사실관계의 파악’을 업무의 요체로 하고 있음과 그 업무수행 과정의 수단·방법면에서도 대동소이하다. 특히 합리적 의심과 탐문을 통해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발견해내야 하는 고충과 둘 다 권력작용이 아닌 자의적(임의적) 활동임에 어떤 국민도 이들의 조사나 취재에 응할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활동상 공통적 애로와 한계를 느낀다. 이런 특성으로 우둔스럽거나 게으런 사람 또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라는 속성을 슬기롭게 감내하고 극복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탐정이나 기자로서의 부적격자로 치부되기도 한다. 한편 경찰과 사설탐정(민간조사원)의 역할을 비교해 보면, 양자는 두루 흡사한 듯 하지만 실제 비슷한 점은 그리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은 필요에 따라 명령·강제와 같은 권력과 서비스 지향적인 비권력을 두루 구사하면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폭넓은 임무를 수행하는 공공재(公共財)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찰권 발동에는 우선순위와 한계라는 제약이 수반되며,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한적·잠정적 개입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경찰은 ‘사적 영역’에서 ‘일체의 권력 없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사실관계의 파악’을 위해 ‘선택재(選擇財)’로 활용되는 민간조사원과는 그 법적지위나 목적·수단·방법이 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사람들이 탐정을 경찰과 더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적 피해 입증과 실종자 찾기, 공익침해행위 탐지 등에 있어 탐정이 경찰의 수사력에 필적하는 효용을 발휘하고 있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탐정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그는 누구인가”에 대한 분분한 관점은 지금 법제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민간조사업에 대한 일반의 시각과 그 본질간에 적잖은 괴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들이라 하겠다. 국민들의 선입견 차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정착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인바, 그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는 대국민 이해증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헤럴드경제 민간조사학술전문화과정 주임교수, 한국산업교육원 교수, 법무부 및 경찰청 정책평가단, 전 용인·평택 정보계장, 경찰학·경호학·민간조사학 등 강의 10년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이슈&논쟁] 퇴임 대법관 변호사 개업 신고 반려 논란

    [이슈&논쟁] 퇴임 대법관 변호사 개업 신고 반려 논란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문제를 놓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 구성된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가 퇴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권고하더니, 결국 로펌의 공익재단에서 활동하겠다는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법적 근거 없이 반려했다. 또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 타파라는 변협의 행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많지만 변협의 월권이라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다수의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는 상황인 만큼 평등권에 반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에서 나오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 본다. [贊]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도장 한번 찍어 주고 수억 받기도…돈보다 재능나눔으로 봉사해야” 법조계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3년간 “100억원을 못 모으면 바보”라는 속설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개업 10개월 만에 27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대법관 출신 총리 후보자의 사례는 이 속설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시켜 줬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가. 전직이 대법관인 변호사는 도장 한 번 찍어 주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는다. 사건을 수임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사건은 대개 다른 변호사가 가져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먼저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귀하다.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고 대법관은 대법원장까지 포함해 14명이기 때문에 대법관을 마치고 퇴임하는 변호사는 산술적으로 1년에 2명밖에 안 된다. 반면 1년에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상고 사건은 3만 6100건에 이른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수가 귀하면 몸값은 치솟게 마련이다. 수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상고심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1심과 2심에서 진 소송도 뒤집을 수 있다고 믿고 거액을 쓴다. 진 쪽이 대법관 출신을 선임하면 이긴 쪽도 불안한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대법관 출신을 찾아 나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펌 입장에서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면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결국 전직 대법관 변호사와 이를 영입한 로펌은 거액을 벌게 된다. 그렇다면 국민도 그만큼 이익을 보는가. 그렇지 않다. 이기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 터라 상처뿐인 영광이다. 거액을 쓰고도 재판에 지게 되면 그야말로 패가망신이다. 또 반드시 이겨야 될 소송을 대법관 출신 변호사 때문에 지게 되면 화병에 결려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기 쉽다. 결국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 대가로 막대한 돈을 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 이쯤 되면 전직 대법관들의 도장 장사는 전관예우가 아니다. 그것은 대법관이라는 지위를 팔아 돈을 버는 비리 행위요, 범죄 행위다. 일각에서는 로펌 등에서 개업하더라도 공익 활동에만 전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로펌이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수억원씩 연봉을 줘 가면서 영입한 전직 대법관 변호사를 공익 활동만 하도록 놔두겠는가. 일각에서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고들 한다. 그러나 꼭 변호사 개업을 해야 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10년 퇴임 뒤 서강대에서, 배기원 전 대법관은 구청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법관이 개업을 해서 비리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은 직업의 자유 보호범위에 속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김능환 전 대법관이 몇 년 전 선관위원장을 끝으로 퇴임하고 편의점 사장이 됐을 때 국민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전 대법관이 편의점 사장으로 동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소시민으로 사는 모습은 ‘청백리’에 목말라 있는 국민들에게 많은 행복감을 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능환 전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은 국민들에게 더 큰 상실감을 안겼다. 국민들은 더이상 대법관이 변호사로 개업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도, 수십억원을 버는 것도, 낮 뜨거운 쇼를 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대법관으로 퇴임한 분들은 개업 행위를 막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느니,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느니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평생 법관으로 재직하며 누린 명예를 공익 활동을 통해 재능 나눔으로, 봉사로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법관 본인에게는 평생 명예로운 선비로 남는 길이 될 것이고, 법조계에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라는 선물을 안겨 주는 길이 될 것이다. [反]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관예우 근절 법치에 부합해야…변협 개업신고 반려는 월권행위”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집행부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 반려, 대법관 인사 청문회에서의 퇴임 뒤 변호사 개업포기 서약서 제출 요구, 대법관 출신 개업 변호사에 대한 제재 추진 등 충격적인 조치를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사실 대법관 전관예우 문제는 오래전부터 사법 개혁의 단골 메뉴였다. 전관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경우든 재판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설사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재판 진행상 편의를 제공받는 것도 절차의 공정과 중립을 핵심 가치로 삼는 사법부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반헌법적 전관예우나 그 관행에 편승해 부를 축적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반사회적이다. 필자 또한 전관예우를 비롯해 법조계의 반헌법적이고 반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개혁이 한국 사회가 보다 발전된 문명 사회로 나아가는 전제 조건임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변협의 조치에 대해서는 정당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방법에는 선뜻 동조할 수 없다. 전관예우를 척결해야 하는 이유가 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방법도 법치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법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권력 작용이 예견할 수 있는 규범에 근거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관의 개업 금지를 추진하는 방식이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목적의 정당성마저도 퇴색하고 말 것이다. 더구나 변협은 공공성이 강한 법률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단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러한 법치의 정신에 투철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차 전 대법관에 대한 개업 신고 반려는 관련 법인 변호사법에 근거가 없는 월권 행위다. 변호사법은 법적 결격 사유를 가진 자의 변호사 등록 여부에 대해 변협이 실질심사권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법 제7~12조). 변호사법 제15조에 따른 개업신고 제도는 자격 심사를 통한 등록 거부 절차를 둔 등록제와 달리 아무런 사후 조치도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변호사 단체의 관리 편의를 위한 장치일 뿐이고 설령 심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형식 심사에 그쳐야 한다. 변협의 회칙에서도 등록과 관련한 실질적 심사의 근거는 마련돼 있으나 개업 신고의 실질 심사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 규정은 없다. 변협은 회칙 제40조의 4 제1항에서 “등록 및 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규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심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주장하나 타당성이 없다. 이 위임 규정은 기껏해야 형식 심사를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법에 따라 등록한 변호사의 개업을 거부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인데 이를 법률의 명시적 근거에 의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회칙을 해석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교과서적인 이해도 결여된 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개업 신고자의 변호사 결격 사유가 있다면 개업 신고 반려가 아니라 등록 취소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서 개업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요구하는 것도 법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변협으로서는 취할 대안이 못 된다. 국회가 아무리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한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포기를 강요하는 절차를 법률적 근거도 없이 도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청문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권유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률적 근거도 없는 기본권 포기 서약서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법치와 양립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법 정신을 경시하고 권력을 오남용하는 한국 사회의 반법치적 풍조에 변호사 단체마저 가담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개업 금지를 법제화하되 퇴임 대법관의 예우를 강화하는 합리적 대안을 공론화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는 셋 정도 두고 싶어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학생들의 답이었다. 새 학기 서두에 던진 결혼과 가족 구성에 대한 질문에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 대부분 서른 즈음에 결혼을 하고 자녀도 꼭 둘 것이라고 했다. 삼포 세대, 88만원 세대라고들 하지만 가족 공동체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1990년대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한인들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한인들은 100여년에 가까운 국가 사회주의의 압력 속에서도 가족 공동체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 니콜라이, 박 루드밀라 같은 식이었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에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로 떠나 파종에서 수확까지 임시 텐트에 거주하면서 고본질(상업적 농업)을 주저하지 않은 것도 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국가가 해체되고 불안할 때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는 믿음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게 한 것이다. 남북 관계 냉전의 얼음을 잠시나마 녹이는 것도 이산가족의 재회의 눈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주의 전통 중에서 가부장제를 도려내고 싶어 했던 것이 한국 여성 운동의 방향이었다. 호주제 폐지, 돌봄노동·양육노동의 사회화, 가정폭력에 공권력을 도입하는 것, 여성의 취업을 위한 지원, 여성의 정치 참여 강조 등을 통해 여성을 사회의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개인으로서의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매진해 왔다. 가족끼리 계산 없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고 여성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가부장제는 나쁜 전통일 것이다. 그런데 전통은 한 덩어리로 뭉쳐 나쁜 전통과 좋은 전통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과 여성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지만 늘 요구는 높고 제도 개혁의 응답은 느리다. 가족을 대신할 사회 공동체는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에 수몰된 지 오래였다. 이 틈새를 채우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편리함 또는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청소, 식사 준비, 자녀 돌봄, 세탁 등 가사 ‘노동’이 상품화되는 것까지는 별 저항이 없었다. 그런데 ‘시장’은 성의 상품화, 결혼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것을 사설 입시학원 다니는 것만큼 당연하게 여기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다가는 간통제 폐지도 자유 선택권의 보호 대신 성 상품화 시장에 대문을 열어 주는 격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곧바로 폐쇄회로(CC)TV 설치가 해답인 양 제시되는 것을 보고 최종 수혜자는 CCTV 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주의는 재벌가의 ‘상속’으로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재산 상속뿐 아니라 근대적인 지위인 교수, 목회자, 사립학교 경영 등도 물밑에서 상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서민들의 현실에서 공동체로서의 가족은 해체 일보 직전이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 정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직업 이산가족, 교육 이산가족까지 합치면 실제로 혼자서 먹고 자는 1인 가구는 통계 숫자보다 더 늘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세 가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가족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던져진 개인들은 소비의 자유라는 환상으로 도피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점점 더 소비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상상 속 또는 드라마 속의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시장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끈끈한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시장이 아니라 시민사회공동체, 복지국가의 비전이 돼야 한다.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다중 인격을 우리도 활용해 보자. 각 개인은 시민이라는 아이덴티티도 포함하고 있고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보다는 시민과 유권자로서의 ‘인격’을 끌어낼 때다. 손익 계산의 시장 논리가 가족 공동체에 대해 남아 있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희망마저 지워 버린다면 복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출발하면서 많은 가족 사회학자들은 가족을 험한 세상의 피난처 그리고 안식처라고 불렀다. 마지막 안식처마저 무너진다면 인간다운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고 모두 패자가 된다.
  • 고연봉 줘도 싫다는 직업 ‘병아리 성 감별사’

    고연봉 줘도 싫다는 직업 ‘병아리 성 감별사’

    영국 일간지 메트로가 연봉이 약 7000만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직업을 소개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직업의 명칭은 ‘병아리 성 감별사’. 말 그대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의 생식기 부위를 확인하고 성을 감별하는 직업이다. 영국통계청에 따르면 영국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2만 5600파운드(약 4450만원)선이지만 '병아리 성 감별사'의 연봉은 4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6700만원 선이다. 영국의 가금업계(양계업계)는 최근 비교적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아리 성감별사가 되기 위해서는 3년간의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병아리를 손에 쥐고 3~5초 이내에 재빠르게 성별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손놀림과 ‘매의 눈’도 필수다. 하루에 12시간 근무하며 800~1200마리의 성별을 감별한다. 정확도는 97~98%에 달해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영국양계협회(British Poultry Council)의 대표인 앤드류 라지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확하고 빠른 성 감별을 위해 무려 3년 동안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훈련기간이 너무 긴 탓에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매우 적다”면서 “뿐만 아니라 병아리의 엉덩이 부분만 하루종일 들여다봐야 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는 병아리 성 감별사가 고소득의 높은 지위를 자랑하는 직업으로 간주되지만 영국에서는 이와 정 반대”라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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