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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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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국정쇄신 이렇게… 한나라 초선 3인 3색주문

    이명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 이후 어떤 ‘쇄신 보따리’를 풀어놓을까. 한나라당 내 각 계파는 그 폭과 수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 내부의 쇄신파와 온건파 사이에서도 기류가 엇갈린다. 5일 각 진영의 초선의원 3명에게서 얘기를 들어봤다. ●친이 쇄신파 김성식 의원 “연고 탈피, 중도인물 기용을”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인사와 정책 분야의 쇄신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직후 여권의 전면 쇄신을 주장했던,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 21’의 공동간사 김성식 의원은 1차적으로 인사 쇄신을 주문했다. “연고를 넘어 만천하의 인재를 두루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 ‘중도 강화론’에 걸맞은 인물이 청와대와 정부에 많이 포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치인 입각’에 대해서는 “그게 쇄신의 포인트는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대국민 담화든 뭐든, 집권 2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당·청 소통의 난맥상에는 “근본적으로 현재의 관리형 대표체제가 종식돼야 한다.”면서 “당·청이 분리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당이 협력할 것은 하고, 민심을 걸러줄 것은 걸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이·친박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친박이 원하는) 국정쇄신과 당·청 분리 정신에 따라 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국정운영 동반자 선언을 재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당 쇄신특위의 쇄신안과 관련, “나름대로 국정쇄신의 요구를 잘 담았다.”면서 “(쇄신특위가) 전당대회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조기 실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공천 자율성과 당 화합 등이 이뤄지면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더 적극적인 민생정책 필요” ●친이 직계 조해진 의원 “쇄신은 이미 시작됐다.”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에서 그런 고민의 한 자락을 1차적으로 보여줬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당내 쇄신파에게 “쇄신이란 이름으로 이 대통령을 흔들지 말라.”고 성명을 냈던 ‘48인 모임’에 속해 있다. 조 의원은 “이 대통령은 기업인과 서울시장 때부터 정치·행정 개혁을 생각했다. 두 기관장에 대한 인사에서 보듯이 공공부문 및 행정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민과 민생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줄 것을 바랐다. 조 의원은 “이 대통령 자신이 비정규직 출신이고, 서민 출신”이라면서 “집권 초반 감세정책과 장관 인사로 인해 ‘강부자’라는 오해까지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인재 등용과 관련해 “역량에 따른 능력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이 시기에, 그 분야에 꼭 필요한 사람을 골라 적재적소에 앉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치인이라고 반드시 입각해야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내 화합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만의 문제로 규정해 두 분이 풀라고 했지만, 이제는 밑에서부터 양 진영 간의 이해와 관용, 화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밑에서의 온기가 위로 전해져 당에서부터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자.”고 친박 등 당내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친박 대변인격 이정현 의원 “당직·공천·정책 黨 자율로” “대통령이 내놓을 쇄신안은 ‘국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의회민주주의와 당의 주권을 인정하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렇게 주문했다. 당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당직개편, 공천, 주요 정책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고 당헌에 명시된 당·청 분리의 원칙에 따라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야 관계에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제안했다. “국회 운영에서 힘과 수로 밀어붙이는 구태 정치를 빨리 청산하는 게 다수당의 도리”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우리가 야당 시절의 심정으로 돌아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대화와 타협, 조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나 처리 시기에 집착하다 보면 독선에 이르게 되고 야당과 대립과 갈등이 깊어져 기회 비용과 사회 비용을 과다하게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역이나 계파, 정파를 초월한 전문가 위주의 탕평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권 초기에는 국정 안정을 위해 측근 인사를 중용했지만, 이제는 중기 국정프로그램을 실천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제시된 정책들을 안착시킬 수 있도록 국정 운영 스케줄을 내놓아야 하며 이를 이끌어갈 수 있고, 누가 봐도 승복할 만한 인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 쇄신특위의 쇄신안에 대해서는 “문제는 실천인 만큼 진심으로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려는 마음 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평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씨줄날줄] 맞뺨/김성호 논설위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스승, 선생의 높임말 중 이만한 게 있을까. 나라님,어버이의 동일선상에 자리한 위상. 유교이념에 매몰된 시절의 높임이지만 적어도 스승, 선생을 향해선 최상의 표현이다.두려움 없이 임금 앞에 직언상소한 유생·학생들이며, 그 상소를 들어주던 왕의 열린 귀는 바로 스승의 존재를 인정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의 염. 스승이 얼마나 높고 귀했기에 그림자조차 못 밟을까. 교단에 선 교사라면 흔히 손에 들곤 했던 가느다란 막대기, 교편(敎鞭). 이젠 직업 수준의 상징적 보통명사가 됐지만 스승의 얼굴이자 이름격으로 통했었다. 존경과 높임의 대상으로 스승의 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었으리라. 이런 높임말이며 은유적 표현은 이제 우리네 많은 피교육자들에겐 언어도단이다. ‘좋은 대학 입문’을 최상의 목표로 꼽는 각축장인 교실, 학교에서 가당치도 않은 말들. 교사의 지나치다 싶은 체벌에 손전화로 경찰을 불러 응징하는 제자의 대응,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교사의 말을 앞세우는 학생, 감 놔라 배 놔라 오지랖 넓은 학부모들…. 붕괴된 공교육에 만연한 일탈의 큰 요인은 분명 사제의 괴리와 불신이다. 야단치는 교사에게 반말로 대들다 출석부로 머리를 맞고는 교사의 뺨을 후려친 한 과학고 여학생의 맞폭행이 화제다. 분에 못 이겨 학생을 팬 교사는 폭행혐의로 입건됐고 선생님의 뺨을 후려갈긴 제자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금은 유명 대학에 진학한 그 학생은 졸업전 ‘징계가 부당하다.’며 학교·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다. 그 학생은 전에도 교사를 폭행, 징계를 받았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흉측한 단면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손발로 거칠게 제재한 교사, 그리고 교사의 폭행에 똑같은 폭력으로 응수한 뒤 ‘정당방위’라며 칼을 빼든 제자. 험한 싸움판의 모습과 뭐가 다를까. 법원은 징계를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학교측의 손을 들어줬다. 출석부로 머리를 때린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교사의 뺨을 때린 것을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는 판시도 있었다. ‘정당방위’, 정말 무섭지 않은가, 사제지간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3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하이엔의 고향 오빠인 호앙이 대흥리를 찾아온다. 호앙이 오고 난 후부터 하이엔은 순호에게 그동안의 불만을 표출하고, 마을 청년들은 하이엔과 호앙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며 순호를 자극한다. 그러던 중 하이엔이 군에서 개최하는 외국인 며느리 요리대회에 참가해 우승 상금을 받게 되는데…. ●30분 다큐(KBS2 오후 8시30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위에 빛나는 한국 야구. 그 뒤에는 야구 선수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는, 열정적인 야구팬들이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방법도 각각 제각각인데….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야구 팬들의 야구사랑 현장을 만나본다. ●신데렐라 맨(MBC 오후 9시55분)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산에게 화내고 나온 세은은 결국 눈물을 흘린다. 재민은 병원에 온 대산에게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말한다. 집사는 유진에게 처음에 대산이 준희의 대역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해 준다. 한편 유진은 상가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는 대산을 보고 대산의 잘못이 아니라고 사람들을 말린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15분) 얼마 전 서울 청계광장 청혼의 벽에 이색적인 영상 하나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 아들 이정훈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영상엔 36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전길자씨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었다. 전길자씨의 애타는 모정을 추적하고, 실종 아동 찾기의 실태와 어려움, 문제점을 살펴본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40분) 새벽 2시 포항에 위치한 양포항. 제철을 맞은 대왕문어를 잡기 위해 청경호가 어둠을 뚫고 출항했다. 대왕문어 잡이 배인 청경호는 23t 급으로 선원은 모두 7명. 대왕문어를 잡으러 먼 바다까지 나간다. 거센 파도, 굵은 빗줄기 속에서 우리의 풍요로운 식탁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조업 현장을 찾아가 본다. ●YTN 초대석(YTN 낮 12시35분) 현직 대통령을 향해서 비판의 각을 세우기도 하고, 당 지도부에도 직언을 서슴지 않아 인터넷상에서 ‘정계의 강안남자’라 불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친기업 정책에 대한 이야기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인지, 재선에 성공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들어본다.
  • [열린세상] 지난 1년 한국 민주주의는 퇴보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난 1년 한국 민주주의는 퇴보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의 2007년 대통령선거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공고화의 대표 사례이다. 지금은 하늘 위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관찰하고 있을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민주화 이후 두번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하면 더 이상 민주주의 아닌 정치체제로 회귀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한 민주주의에 도달한 징표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1997년 첫번째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했고, 2007년 또다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지난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경쟁적 권위주의’ 또는 ‘민주주의 없는 선거체제’의 등장이라고 한다. ‘경쟁적 권위주의’란 민주화 이전과 비교할 때 정치참여에 경쟁성이 좀 더 보장될 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백주대낮에 반대자를 마구 잡아들이지는 않을지라도 합법적 절차를 밟아 공공연하게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권리를 규제한다. ‘민주주의 없는 선거체제’란 민주화 이후 상당히 자유롭고 공정한 수준의 선거를 치르지만 시민의 정치적 자유나 시민적 권리는 상대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는 제왕적 대통령 하나만 있다.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하는 직언이나 비판이 사라진다. 제2 롯데월드 건립을 계속 반대해온 군 지도자가 국방부장관이 되어서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활주로를 바꾸면 문제없다고 주장하게 된다.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국민이 사망해도 정부에서 사과하는 사람은 없고 확인된 가해자도 없다. 오로지 힘없는 시민들만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이도 모자라 감옥까지 끌려간다. 이대통령 재임 1년 동안 삼권분립의 헌정 원칙 또한 크게 훼손되었다. 대통령 형제의 입맛에 따라 국회가 출렁인다. 형은 “내가 대통령 똘마니냐.”라는 듣기 거북한 말로 항변하지만 두 형제가 나서서 국회 일정을 독려한 사실을 감출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 파행에 이어 2월 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기보다는 그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연초 개각발표 당일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이 대통령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듯이 앞으로도 국회는 철저히 냉대를 받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인 일반을 모두 불신하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의지와 이해에 따라 사법부 역시 춤을 춘다. 법질서를 바로잡겠다지만, 사법부는 관례대로 추첨을 통해 재판부를 배당하지 않고 특정 판사에게 촛불시위 사건을 몰아준다. 검찰이 미네르바를 잡아들여 국민의 헌법적 권한인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데 사법부도 검찰의 손을 들어준다. 촛불시위 동안 광고불매 운동을 벌인 시민들에게 검찰 논리대로 유죄를 내린다. 감사원 역시 지난 정권에서는 조용하다가 혁신도시 효과가 3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공표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KBS를 특별감사하기도 한다. 언론 자유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YTN의 ‘돌발영상’, KBS의 ‘시사 투나잇’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로 인기를 모으던 프로그램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시민이 댓글을 잘못 달면 2년 이하 징역이 가능해졌는데, 일부 언론은 대통령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논리를 개발해주고 사례를 찾아주며 자락도 깔아준다. 그 사이에 아시아·태평양 국제기자연맹에서는 YTN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특별서한을 보낸다. 한국 언론이 탄압받는다는 소식이 벌써 이웃 나라로 퍼진 모양이다. 그러나 1973년부터 매년 초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점수를 발표한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아직 한국 민주주의 점수에는 변화가 없다. 2004년부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함께 최고 수준이다. 내년 초에도 한국이 같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만나고 싶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극작가 신봉승

    [만나고 싶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극작가 신봉승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있다고 믿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나의 감시자였고, 나는 그 역사의 섭리 안에서 살아왔지요. 역사와 벗하며 살아온 지난 40년은 나의 존재이유인 사극을 쓰기 위한 지적 몸부림의 세월이었습니다.” 1980년대 만 8년 동안 MBC TV를 통해 방영된 대하사극 ‘조선왕조 500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신봉승이란 이름은 결코 낯설지 않다. 1972년 ‘사모곡’을 시작으로 정통 사극에 천착해온 그는 ‘연화’ ‘인목대비’ ‘임금님의 첫사랑’ ‘왕조의 세월’ ‘한명회’ 등 숱한 히트작을 내며 역사드라마의 현장을 지켜온 한국의 대표 극작가.올해로 77세, 붓을 드는 데 지쳤을 법한 나이지만 1975년에 발표한 ‘임금님의 첫사랑’을 새롭게 고쳐 쓰며 10여년 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년 초 SBS에서 방영될 이 작품은 벌써부터 사극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인사동 한국역사문학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사극 얘기뿐 아니라 최근 공개된 정조 어찰의 의미, 문단 데뷔시절 일화, 정치권과의 인연 등 다양한 화제를 예의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로 풀어놨다. 연구소에 들어서니 책꽂이 한 편에 가득 꽂힌 ‘조선왕조실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늘의 작가 신봉승을 만든 건 8할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은 모두 413권입니다. 하루 100페이지씩 읽어도 꼬박 4년이 걸려요. 웬만해선 진력이 나 그거 다 못 읽습니다. 나는 40년 세월을 그걸 붙들고 살았어요. 그러지 않고는 사극을 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총 48권의 대하소설 ‘조선왕조실록 5백년’도 펴낸 역사마니아인 그는 요즘 사극작가들에게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극을 잘쓰는 비결은 실록을 통독하는 것입니다. 자기 작품에서 다루는 시대만 골라 읽으면 안 돼요. 적어도 앞뒤 30년의 역사는 드라마와 직접 관련이 없어도 반드시 찾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인물에 대한 온전한 해석이 가능하죠. 예컨대 양반집 첩의 소생으로만 알았던 조선 성종 때 권신 유자광이 경복궁 문지기인 갑사(甲士) 벼슬을 했다는 사실은 그가 죽고 30년 뒤에 나온 얘기입니다.” ●역사의식 심어주는 게 사극 임무 사극이든 역사소설이든 그는 철저한 독서와 고증을 통한 ‘정통’ 역사물을 고집한다. 그러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임금님의 첫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화도령 철종의 사랑을 다룬다. 하지만 철종은 더이상 땔나무나 하는 ‘바보’ 도령이 아니라 사뭇 똑똑한, 갈등하는 임금으로 등장한다. 철종 때 좌의정을 지낸 심암(心庵) 조두순이 쓴 철종 행장기에 나오는 ‘성군의 자질이 보였다.’라는 대목을 참고했다. “더벅머리 총각이 14년 동안이나 임금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이 작품의 극적 재미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사극이든 역사소설이든 그가 작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대중에게 역사의식을 불어넣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작가, 특히 역사작가의 몫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주목하는 작가가 일본의 시바 료타로다. “일본이 시바 료타로 같은 역사소설가를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는 전후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확고한 역사의식과 민족적 긍지를 심어줬어요. ‘료마가 간다’라는 그의 소설 한 권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그가 소설을 통해 부각시킨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는 지금도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히지요. 우리에게도 그런 의식 있는 역사작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이 한국과 일본에서 종종 ‘한국의 시바 료타로’로 불리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조선왕조사에 정통한 그에게 정조 어찰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기존의 ‘정조 독살설’은 이제 폐기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조가 반대세력인 노론 벽파 영수 심환지에게 수백통의 어찰을 내렸다고 해서 둘 사이가 가까웠고, 따라서 정조 독살설의 배후가 심환지일 수 없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라며 “임금의 독살 문제는 속성상 언제나 설(說)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조 어찰을 통해 개혁군주 정조의 인간적 면모를 알고 시대사 자료를 얻게 된 데서 의미를 찾아야지 독살설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얘기다. 작가 신봉승은 스스로 “문자로 하는 장르는 모두 섭렵했다.”고 말한다. 시인, 문학평론가, 소설가, 극작가 등 가히 르네상스맨이라 할 만하다. 그는 1957년 청마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이슬’이란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로 출발해 역사드라마로 입신하기까지 그의 삶은 곧 우리 문학사의 축도다. “데뷔 당시 우리 문단엔 100명 정도의 문인밖에 없었어요. 청마 선생은 추천이 박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추천받을 만하지만 당신의 분발을 위해 추천하지 않는다.’는 식이었죠. 미당 서정주 선생의 추천을 받은 사람은 100명이 넘었지만 청마의 추천을 받은 이는 10여명에 불과했어요.” 그 뒤 그가 평생 문학스승으로 삼은 사람은 편운(片雲) 조병화 시인이다. 조 시인이 중앙대에서 경희대 교수로 자리를 옮기자 학생 신봉승 또한 잘 다니던 중앙대를 떠나 경희대 국문과로 편입, 사승(師承)관계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카고’ 영화화되길…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그이지만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다. 1970년 ‘해변의 정사’라는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일이다. “윤정희·남성우 주연의 멜로영화였지요. 시나리오 창작 경험만 믿고 불쑥 남의 세계에 뛰어들었던 것입니다. 참패했지요. 그러곤 미련 없이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꼭 영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 물론 감독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서다. “마지막으로 쓴 ‘크리스마스 카고(cargo)’라는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는데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영화가 되지 못했어요. 1·4후퇴가 한창인 크리스마스 전날, 10만명의 민간인을 배에 태우고 흥남 부두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을 다룬 작품입니다.” 재주 많은 사람에게 뛰어난 재주 없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하지만 작가 신봉승에게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는 드라마와 소설, 시나리오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휘해 모두 일가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에게 의미있는 것은 역사드라마다. 젊은 시절 연비의식을 치르고 법련거사(法蓮居士)라는 법명까지 받은 불교신자이지만 그는 “나의 종교는 역사다.”라고 강조한다. ●“남의 밭에서 노는 건 위험” 선 굵은 보스 기질과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늘 주위를 압도하는 그는 문화계 최고의 마당발이다. 문화 쪽뿐 아니라 정·관계, 재계, 종교계까지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역사를 알기에 절대로 발을 담그지 않은” 곳이 있다. 정치다. “나는 아마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사업가 아닌 유일한’ 친구였을 겁니다. 정 회장이 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갈 때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그렇게 간청했는데, 나는 출마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으니…. 한운사 선생을 비롯해 당시 한 가락 하는 극작가들이 모두 국민당 발기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요. 나는 그것도 거부했습니다. 그 대신 내가 추천한 탤런트 K씨, C씨 등은 나중에 국회의원이 됐지요.” “남의 밭에서 노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변함없는 소신이다. ●“친구여, 심려치 말게…” 희수(喜壽)의 나이임에도 여전히 몸도 마음도 강건한 노()작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그는 지금도 한달에 10여차례 대중강연에 나서고, 추계예술대 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나이에 내가 강의하면 나 때문에 강의를 맡지 못하는 젊은이가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전에 대학 강의를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학교측에서 오히려 ‘석좌’라는 타이틀까지 주며 부탁해 아직 선생 노릇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날로 이악해져 가는 세상이기에 그 따뜻한 배려의 마음씨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작가는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얼마 전에 쓴 것이라며 ‘요즘 형편’이란 시 한 구절을 들려줬다. “친구여, 심려치 말게/목조이듯 밀려드는/숨가쁜 약속은/미움을 받더라도 거절하기로 했네/설혹, 어쩌다가 가게 된/호화로운 연석이라도/사진 찍히는 헤드 테이블 근처에는/얼씬거리지 않기로 했다네”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극작가 신봉승 약력 ▲1933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릉사범·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대종상심사위원장,공연윤리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한국방송대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 수상 ▲저서:‘조선왕조 5백년’‘한명회’‘왕건’‘이동인의 나라’등 소설과 ‘직언’‘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국보가 된 조선 막사발’‘조선의 마음’등 역사에세이 외 다수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추계예술대 영상문예대학원 석좌교수,한국역사문학연구소장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의 대하(大河)에 빠져 지내는 신봉승씨. 그는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용산 특검’ 與 당당히 수용해야/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용산 특검’ 與 당당히 수용해야/박찬구 정치부 차장

    그날, 무너진 건 망루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답게 살고, 또 그렇게 죽을 수 있다는 빈자(貧者)의 믿음과 최소한의 권리가 외면당했다. 국가가 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이 사그라졌다. 망루의 절박한 사투는 공권력과 용역이 합작한 몰상식한 진압 작전에 사위어갔다. 그날 이후, ‘실용’과 ‘경제’의 구호로 포장된 정부를 향한 신뢰와 기대도 무너졌다. “이런 나라에 정말 살기 싫어요.” 유족의 외침에는 메아리가 없다. 오히려 참사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려는 시도와 징후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그들이 왜 망루에 올랐는지 고민하기보다, 망루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만 놓고 되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본질이 가려진 시대에 다시 정치의 본연을 생각한다. 격랑과 비바람에 시달리는 뱃사람에게 365일 일관되게 직선의 불빛을 비춰주는 등대의 희생과 헌신에서 정치의 역할을 떠올린다. 그날 이후, 권력의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여권이 참사의 본질과 진상을 제대로 짚어나갔다면 시위대가 도심 거리에서 겨울밤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집권 여당의 지도자들이 제 몸을 사리지 않고 권력 핵심과 공권력에 직언하고 잘잘못을 따졌다면, 스스로 그토록 중요하다고 되뇌던 2월 입법국회가 지금처럼 ‘용산 국회’로 점철되지 않았을 것이다. 되레 여권은 정권의 안정을 얘기한다. 야당이 용산 참사를 빌미로 위기를 부추긴다고 강변한다. 집권 2년차의 속도전과 효율을 강조한다. ‘실용’이 대북 정책에서 빛이 바래고, 믿음을 잃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참화를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빗발쳐도, 여권은 마이동풍이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가치가 무엇이고, 권리가 무엇이냐며 일상(日常)을 좇는 무감각한 행태와 다르지 않다. 유한한 정권의 위기보다 더 치명적인 건 신뢰 상실의 위기이며, 5년간의 권력보다 더 준엄한 건 국민과 생명의 가치라는 이성적인 판단을 현 여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홍보지침 이메일 파문에서 정부는 “모른다.”, “사실무근이다.”, “공문이 아니다.”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국민을 우습게 알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메일을 보낸 청와대 행정관 한 사람의 사퇴로, 정부는 5공(共)식 여론 조작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사안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 온당치 않다.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개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공조직인 경찰에 홍보지침을 내려보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기 위해 말맞추기가 자행됐다는 의혹과 제보가 야당에 쏟아지고 있다. 이마저 반(反)이명박 세력의 정치 공세로 몰아붙일 것인가. 귀를 닫고 눈을 감는다고 진실이 영원히 묻히는 건 아니다. 불신과 의혹은 고스란히 현 정부에 ‘성난 민심’이라는 재앙으로 부메랑처럼 돌아갈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여권이 지금이라도 야당의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익명의 다수도 엄연히 여권이 안고 가야 할 국민이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피할수록 의혹은 쌓여가고 불신은 깊어진다. 털어서 문제가 없다면, 도려낼 건 도려낸다면, 여권의 정책 행보가 한결 가뿐해질 것이다. 굳이 의혹 덩어리를 안고 위험한 질주를 감행할 이유가 있는가. 70, 80년대 개발의 속도전은 90년대를 붕괴의 시대로 만들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동강나고, 건물이 내려앉았다. 죽어간 사람의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망루의 붕괴는 신뢰와 가치를 상실한 21세기형 속도전의 결말을 예고하는 불길한 단초일 수 있다. 무엇을, 왜 망설이는가.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선종] “부디 하늘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을…”

    ■ 시민·네티즌·천주교회 반응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애도했다. 특히 1970~1980년대 소용돌이의 한국 현대사에서 언제나 직언을 마다하지 않고 올곧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인 김 추기경의 생전 행보에 시민들은 교파를 떠나 안타까워했다. ●종파 초월한 포용정신 기려 오승균(27·학생)씨는 “우리나라 천주교에서 오랫동안 가장 높은 자리에 계셨던 분이 선종하셨다는 소식이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존경할 만한 분이셨는데 아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지은(24·여)씨는 “정진석 추기경 이전 우리나라 유일한 추기경으로서 그분은 거목 같았다. 병환에 오래 계셔서 곧 선종하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소식을 들으니 당황스러울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종교가 없거나 다른 시민들도 김 추기경이 생전 보여줬던 포용의 정신을 기렸다. 직장인 최모(54)씨는 “종교인이 보여야 할 표상을 평생 온몸으로 실천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인터넷에는 김 추기경을 기리는 추모사이트가 마련됐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고 김수환 추기경 편히 잠드소서’라는 추모사이트(http://web.pbc.co.kr/legacy/event/cardinal_ksh/)에는 추기경의 약력과 영상모음, 추모게시판 등으로 꾸며졌다. 아이디 ‘성요셉’이 “서민들 마음 속 빛이 되셨던 추기경님 편히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이라고 올리는 등 수백편의 글이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ID ‘술래잡기’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시고 우리의 희망이 되어 주셨던 추기경님. 이렇게 가시다니…. 부디 하늘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소서….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석해 했다. 네이버에도 그의 선종을 알리는 게시판에 순식간에 추모 리본이 수천개씩 달리며 추모의 물결이 계속됐다. ●전국 천주교회 슬픔에 잠기다 김 추기경이 태어난 곳이자 사제 서품을 받은 대구대교구 등 전국의 천주교회에서는 이날 밤 곧바로 추모 미사를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대교구는 선종 소식을 접하자마자 ‘주교평의회’를 소집해 1951년 9월 김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계산성당에서 17일 오전 11시 공식 분향소를 설치, 신도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대구대교구 관계자는 “추기경님은 격동의 한국사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신 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1966년 김 추기경이 주교로 임명된 마산교구도 17일 교구 차원에서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마산교구 관계자는 “추기경님이 주교로 처음 임명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내일 마산교구 차원에서도 빈소가 차려지고 각 성당별로 추모 미사와 기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당시 주간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재임하던 중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주교로 임명됐다. 부산과 광주대교구 역시 17일 오전 사제평의회를 열어 추모 미사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재학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은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면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 봉사했던 가톨릭의 큰 어른을 잃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 이재연·대구 김상화기자 oscal@seoul.co.kr
  • “MB,포용 인사·통합능력 발휘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포용 인사’와 ‘통합 능력’을 우선 발휘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청와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참모진의 역량 강화’이며,특히 ‘정책·정무기능’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0일 대통령리더십연구소(소장 최진)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각계 전문가 1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를 공개했다.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반가량인 48명이 ‘포용인사’를 꼽았다.이어 국정쇄신(24명)과 여론지지(16명),박근혜의 협력(12명) 순이었다.최 소장은 “국정쇄신이나 여론지지와 같은 추상적 대안보다 당장 실천 가능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포용인사를 중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으로 ‘통합능력’(43명)을 꼽았다.소통능력(34명),안정감(13명),정치력(7명)이 뒤를 이었다.  ‘현 청와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48명이 ‘참모진의 역량강화’를 지적했다.다음으로 33명이 ‘대통령에 대한 직언’이라고 답했다.이 대통령에 대한 건의사항으로 “남북관계에서 포용력을 보여달라.”는 내용 등 통합능력을 발휘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고,서민을 배려하는 정책을 펴달라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고 최 소장은 밝혔다.설문에는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한나라당 원희룡·이정현 의원 등 여야 정치인,교수,언론인,CEO 등이 참가했다고 연구소 쪽은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오바마 경제팀’ 해부] ‘루빈사단’의 귀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차기 경제팀의 코드는 한마디로 ‘루빈’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과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이른바 ‘루빈 사단’이 대거 발탁됐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신문들은 ‘루비노믹스(Rubinomics·루빈의 경제학)’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비롯해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피터 오스자그 백악관 예산실장 내정자 등이 모두 두 말이 필요없는 루빈 사단.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루빈 재무장관 아래서 자유무역, 균형예산, 금융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루비노믹스 체제로 경제호황을 이끌었던 멤버들이다.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으로 합류하는 제이슨 퍼먼도 루빈사단의 ‘무서운 막내’로 꼽힌다. 로런스 서머스는 클린턴 정부 때 이미 루빈의 뒤를 이어 재무장관을 맡은 이력도 있다. 루빈이 재무장관이던 시절 서머스, 가이트너는 그의 직계 라인이었다. 서머스가 재무차관, 가이트너가 차관보로 호흡을 맞췄다. 가이트너는 재무부에 재직하던 90년대 후반 한국의 위환 위기 해결에도 깊이 관여했고, 뉴욕연방은행 총재에 올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AIG 구제 금융 등을 진두지휘해온 루빈의 애제자다. 백악관 예산실장을 맡을 피터 오스자그도 루빈의 재무장관 시절 루빈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측근 중의 측근. 제이슨 퍼먼은 브루킹스 연구소 안에 루빈이 설립한 경제정책 조사기관 ‘해밀턴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데스크시각]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집안 어른 한 분은 오래 전부터 이명박(MB)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MB의 당선이 유력해졌을 무렵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도 “MB는 경솔한 측면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성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MB의 반대자 중에서도 비슷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추진력 속에 담겨진 조급성이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국정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MB정권 출범 이후 현실화되고 있다. 국정 전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난맥상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마음만 앞선 아마추어리즘의 소산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성과를 빨리 내려는 성급함이 빚어낸 결과를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국민들은 박하지 않다.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벼랑으로 내몰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행착오 차원이 아닌, 보수세력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부조리와 좋지 못한 의도가 담긴 행위까지 관대할 수는 없다. 청소년들은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정책에 절망한다.0교시와 우열반이 부활되는 등 숨막히는 현실이 촛불의 배후가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 여론에 대한 규제책도 지나친 처방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네티즌들이 해외 사이트로 활동공간을 옮겨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현실이 좌절감을 대변한다. 대부분 가장인 중년들은 계속 강조되는 ‘경제위기론’에 불편해 한다. 경제는 심리다. 자꾸 안좋다고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경제논리를 알 만한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공약을 잊어 달라는 주문이겠지만, 그 수법의 야비함에 더 배신감이 든다. 대통령은 연신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지만 실제 행보는 거리가 멀다. 참모들은 대폭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대통령의 지혜를 돕는 책사(策士)도, 직언을 하는 지사(志士)도 보이지 않는다. 노년층은 북한과 일본에 대한 대응력 부재에 허탈감을 느낀다. 금강산 피격사건과 독도문제 등 외교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일관성 없고 매끄럽지 못한 대처가 되풀이돼 한나라당 지지세력 내에서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20%대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 이후 느껴보지 못했던 음습한 기운의 소생이다. 검찰과 경찰이 뭔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 공영 언론매체에 대한 장악 시도, 심각한 수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이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공적인 시스템은 정권 분위기를 타게끔 돼 있다. 서울경찰청이 시위대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성과급을 주려 했던 데서 그것을 본다. 비난 여론 때문에 없던 일로 됐지만, 참여정부 때 같으면 가능한 발상이었겠는가. 권력기관들이 동원돼 KBS 사장에 대한 초법적인 해임처리를 강행한 것도 어두웠던 시절의 기억을 추스르게 한다. 일국의 정치문화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권력기관의 심리상태다. 이것이 또다시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날을 기억하는 소시민들은 불안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실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가치와 대립되는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용이라는 명목 아래 시대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것을 정상적인 실용으로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실용이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리는 마법의 상자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李대통령에 바란다] 전·현정권 실세들의 조언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李대통령에 바란다] 전·현정권 실세들의 조언

    국민의 압도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초기 혼란상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떠해야며,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서울신문은 창간 104주년을 맞아 전·현 정권에서 대통령을 근접 보좌한 인사들의 경험을 통해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덕목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과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민주당 의원,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받은 설문 결과를 지상좌담 형식으로 싣는다. ■ “CEO와 대통령은 다르다…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적 성장과정에서 체감한 사회 변혁 욕구를 대통령이 된 뒤에 실현하려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시대상황과의 괴리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과거사 청산과 국가보안법 철폐 등은 1980년대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화투쟁을 할 당시에는 절박한 과제였을지 몰라도 그의 집권기에는 국민의 절대 관심사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생회복을 여망하는 국민의 염원보다는 정치에 과잉욕구를 보인 측면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본인이 개발독재 시대에 기업인으로서 꿈꿨던 정치적 리더십을 지금 실현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빈 사무실에 불을 끄라고 독촉한다든지, 현장으로 달려가 공사감독관 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박정희식 리더십’을 연상시킨다. 이런 ‘계몽형 리더십’은 민주의식이 급성장한 지금의 국민 수준과 충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임태희 의원 청와대 회의 때 이 대통령이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는 장면이 가끔 텔레비전에 비친다. 모두가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게 된다면, 그것은 계몽형이라기보다는 솔선수범형이 아닌가 싶다. 이 대통령이 과거의 프레임에 얽매여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청계천 복원을 위해 주민들을 4000번이나 찾아다닌 일화는 유명하지 않은가. 대통령께서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시는 분이다. 미래를 언제나 꿈꿔 왔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병헌 의원 자신의 오랜 정치적 비전을 시대정신에 맞게 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정치지도자의 핵심 덕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보화시대를 겪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앨빈 토플러의 저서를 통해 정보화 시대의 가치와 흐름을 예측하고 자신의 비전으로 만들었다. 자문기구를 활성화하고 국내외 석학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대통령의 비전을 진화시켜야 한다. ●이광재 의원 역사를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의 관점에서 크게 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정경유착을 척결했고,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을 청산했을 뿐 아니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시대변화에 따라 동맹의 성격규정도 달라져야 한다. 한·미동맹만 하더라도 안보와 경제 일변도에서 환경, 보건 등으로 이슈가 다양해지고 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환경오염 논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은 그동안 곁가지로 여겨져온 이슈들이 동맹관계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변화된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 대통령이 시대변화를 입체적으로 읽는 안목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임 의원 국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 의식수준이 높아질수록 관심분야가 국방, 외교와 같은 거시 담론에서 환경, 안전과 같은 민생 이슈로까지 확산되는 게 당연하다. 정부로서도 이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미·중·러·일의 4강 외교를 강화해 이전 정권에서 왜곡된 외교관계를 회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동맹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전 의원 이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칭했다. 그러나 외교적 관계는 단순히 경제적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문화, 환경,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총체적 평가를 통해 진전되거나 후퇴한다. 한·미관계에서 쇠고기 수입문제는 경제교역 측면에서는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검역주권포기, 국민 건강권 위협 등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이번 사안을 경제교역의 한쪽 측면에서 한정 짓는 잘못된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자세가 오히려 한·미 국민간의 불신까지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의원 미국한테 잘 보이려다가 국민도 잃고, 미국에도 못 보이고 있다. 이전 정권 때는 ‘대북 퍼주기’라고 비판하더니 지금은 옥수수를 준대도 북한이 안받는다고 하고 있다. 새로운 한·일관계 역설하고 귀국하자마자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로 시끄러웠다. 바삐 다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섬세함과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이때가 되면 대통령은 보통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가. 또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까. ●임 의원 제대로 일 한번 못해보고 금쪽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 차분한 마음으로 일할 시간과 기회를 국민들이 주셨으면 한다. ●전 의원 취임 후 4개월이 지나면, 내각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추진하려는 국가 정책의 큰 가닥들이 잡히게 된다. 언론과의 허니문 관계도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정부 비판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선거 당시 자신을 당선시켰던 국민의 지지율을 지속시키고 싶은 욕심이 들게 된다. 그래서 충분한 검토 없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발표하거나,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와 관계 없이 자신의 신념 체계에 기반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나친 자신감과 조바심으로 충분한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절제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의원 정권은 유한한 것이고 5년은 짧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핵심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공직사회를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집단으로 다듬어야 한다. 대통령은 큰 것만 결정하고 총리와 내각에 권한을 확실히 줘야 한다. 국무조정실과 국정홍보처를 부활하고, 경제부총리를 신설해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취임 초 몇가지 실책으로 큰 위기에 몰렸으나 과감한 자기교정으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임 의원 정치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루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 개각 등은 여론에 따라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한 노력의 결과로 봐달라. ●전 의원 이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두 번씩이나 했다. 문제는 교정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충분히 그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국정의 전면 쇄신을 얘기하다가 슬그머니 소폭개각에 그친 것도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을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4년 반의 임기가 남아 있는 최고 권력자라는 교만한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민심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의원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처음엔 어려웠는데 나중엔 시민들 지지가 높았다. 이를 기억해 자신감을 갖는 건 좋은 일이나 현재 국면은 매우 심각하다.CEO와 대통령은 다르다. 반쪽 또는 그들만의 나라와 인맥이 아니라 국민전체를 보고 나아가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편중인사, 코드인사 논란이 나오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개선책은 없을까. ●임 의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인물을 뽑더라도 잡음이 일고 문제가 지적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공평무사한 인사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지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단기적으로는 인재풀을 넓히고 인사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자 유일한 해법이다. ●전 의원 대통령이 자신과 비전을 공유하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상식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균형에 집착해 정무직 공직자나 공공기관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형식에 대한 필요성을 일부에서 보고했지만 묵살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이나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한 보은인사를 위해 법에 명시된 임기를 무시한 채 공개적으로 점령군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또 대통령의 합리적 인사를 보좌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는 인사위원회를 신설했고 참여정부는 이를 활성화시켰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폐지했다. ●이 의원 청와대가 인사를 주도하는 폭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주요 장·차관과 9개의 ‘공룡 공기업’ 사장만 임명하고 나머지 공기업은 내부승진을 원칙으로 하면서 평가를 철저히 해 나가는 방향이 좋다.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독점욕이 강해진다는데 개선책은 없나. ●임 의원 다원화된 사회에서 대통령 1인의 의사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면, 결국 얼마나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여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 같다. ●전 의원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쉬운 시절은 선거운동기간이다.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다 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닥치게 된다. 재정 수요와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조급함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조급함이 더 센 권력, 더 큰 권력을 지향하게 만들고, 자칫 제왕적 통치스타일을 가져올 수 있다. ■ “다양한 참모진 견해 청취하면 실세 부작용 막을 것” ●이 의원 권력은 권력자가 자제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의회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 내각에 ‘정무 차관직’을 신설해서 여당 상임위 간사 등이 차관을 맡아 일해 나가면 정부와 국회 간 협조가 좋아지고 국회의원들은 국정경험을 축적해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정권 실세의 전횡에 대한 논란 역시 정권에 따라 끊이지 않는데. ●전 의원 대통령 주변에는 두 부류의 참모가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과대포장해 실세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과 자신이 하는 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특정인이나 기관만의 보고와 견해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참모진의 견해를 청취하는 태도가 실세의 부작용을 막는 근본 해결책이다.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의 보고는 때론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도 가능했다. ●이 의원 시스템으로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참여정부에서는 민정, 인사, 비서실장 등이 각기 서로 다른 자료를 기초로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대통령은 업무의 태반이 정당과 의회에 대한 설득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들은 정치권에 장악 욕구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친노(親盧)인사들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18대 총선을 앞두고 빚어진 한나라당 공천 내홍은 특히 대통령의 여당 장악 욕구로 해석되기도 한다. 수평적 당·청관계는 한국적 현실에서 요원한 과제인가. ●임 의원 대통령은 한 정당의 후보에서 출발하지만 일단 선출이 되고 나면 행정부의 수반이 되고, 정당은 의회에서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대통령과 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를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는 기준으로 보기보다는 협력 관계의 강화, 건전한 긴장관계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전 의원 본질적으로 정치문화의 전근대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회와의 정당한 관계 설정보다 여당이라면 무조건 대통령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편의적 관계 설정을 선호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과 의회에 대한 설득 대신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공천권에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비전과 철학 있는 지도자라면 오히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의원 정부와 국회의 활발한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장관 보좌관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무 차관제를 만들어 당과 정부가 협력하도록 만들고, 대통령이 상임위 별로 주요 법안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여당내 차기 대권주자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도 불편한 느낌이다. 당·청분리를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정동영·김근태 두 유력 주자를 내각으로 불러들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영남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대통령이 여당의 대권주자를 인위적으로 견제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임 의원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가 될 정치인들을 견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정당의 책임 정치를 실현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폭넓게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치인 입각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당의 책임 정치를 실현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폭넓게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치인 입각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전 의원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정운영보다 최선의 방책은 없을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여권 내 대권주자들 때문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방해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주자들 역시 차기를 위해서 현직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불안해질수록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쏠리는 힘은 커지고 그만큼 권력누수가 빨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여권 내 차기주자들에 대한 관리와 견제에 일정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 의원 과거 대통령들은 레임덕이 온다는 이유로 당내 대선 주자들의 활동을 극도로 자제시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 대선 후보감이 되는 사람들을 총리와 장관에 기용해서 함께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농단 논란 역시 정권이 바뀌어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여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처신이 논란이 됐다. 이런 정치문화를 개선할 방도는 없을까. ●임 의원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들과 이상득 의원을 병렬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의원이 무슨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전 의원 정치문화적 측면에서 친인척이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히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어느 정도는 사적 관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불순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영광 뒤에서 알게 모르게 불편함을 겪는 친인척들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보다는 세심한 관심과 배려로 친인척에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차단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이 의원 떠나는 길이 최선이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대선주자 시절부터 누려온 압도적 지지율로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게 오히려 집권 초 국정난맥상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대통령의 심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또 지지율이 추락했을 때 대통령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임 의원 국가 지도자들이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흔하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가 발달할수록 국민들은 다양한 욕구를 표출하는 데 반해 이를 즉각즉각 제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만층이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지지율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그 등락만으로 정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지지율이 하락하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전 의원 이 대통령은 압도적 당선으로 자신감이 지나쳐 상당히 교만한 수준까지 가 있었음을 어법과 표정에서부터 읽을 수 있었다. 지지율이 높을 땐 국정운영의 자신이 생기고 청와대 안의 분위기 전체도 좋아진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치면 교만해지고 교만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런 전철을 밟았다. 우리 국민은 착하고 용서를 잘하는 국민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 어린 반성으로 통치 스타일을 과감하게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 민심을 얻어야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는다. 바른 말 하는 참모가 필요하다. 만약 촛불이 장마철이고 방학이라 꺼질 것이라고 보고하는 참모가 있다면 즉시 파면해야 한다. 거리의 촛불시위대를 구속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보는 수백만을 볼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직언과 교언(巧言)을 구분하는 일이 무척 힘들 것 같다. 인(人)의 장막을 뿌리치고 정확한 민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 의원 ‘크로스체크’이다. 대통령이 되면 수많은 정보가 올라온다. 비서진이 됐건 비선 조직이 됐건 아부와 조언, 직언도 많이 올라온다. 직언과 교언을 구분하는 일은 힘들지만 다양한 참모, 기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골라낼 수 있다. 인의 장막에 갇히지 않으려면 대통령 스스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측근들보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측근들에 의한 인의 장막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구중궁궐 청와대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외부인사와 현장의 숨소리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이 의원 얼핏 보면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는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모두 그 나름의 힘이 있고, 감각이 있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의견이 잘 조화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광삼 김상연 나길회기자 carlos@seoul.co.kr
  • 마음의 벽 허물고 ‘NO’라고 말하라

    관료와 정치인이 다수를 이룬 청와대 새 참모진은 국정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40대 후반 대학교수가 주축이었던 1기 참모진보다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1기 참모진의 ‘실패’가 국정 운영의 미숙함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2기 참모진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1기 참모진의 실패 요인은 곧 2기 참모진의 성공 조건인 셈이다. ●수석·비서관끼리 의사소통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일성 가운데 하나는 “칸막이를 없애라.”였다. 소통하라,‘딴짓’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주문이었다. 칸막이는 바로 사라졌다. 수석비서관실 벽은 투명유리로 대체됐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정작 참모들의 마음 속 칸막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아지고 단단해졌다. 그 속에다 자신을 숨기고 타인을 관찰했다.A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솔직히 내 부하라도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다. 그러니 그들에게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겠나. 당분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지난 넉 달 많은 참모들이 그랬다.‘복지안동(伏地眼動)’, 납작 엎으린 채 ‘어찌 돌아가나’ 하며 눈만 굴렸다. 어쩌다 내부 사정이라도 물으면 청와대 사람 대다수는 “내가 뭘 알겠나. 알아도 지금은 말 못한다. 우선 (내)자리부터 잡고 얘기하자.”고 답했다. 인사전횡이나 검증 부실 논란이 터졌을 때도, 이번 쇠고기 부실협상 파동에서도 참모진은 칸막이 너머로 네탓 공방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일로 경쟁하라고 당부했을지 몰라도, 참모들은 쉼 없이 ‘힘’을 겨뤘다. ●대통령 자주 만나 고언 아끼지 말라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첫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서관들에게도 몇번씩 전화하겠다. 비서관들도 직접 내게 보고하라.”며 활발한 소통을 강조했다. 이후 일부 비서관들은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기도 했고,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서관은 소수에 그쳤다. 시간이 갈수록 이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를 꺼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갔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20일 물러난 B수석은 소관부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를 보고해 달라.’고 요청하면,“직접 청와대에 들어와서 보고하시라.”며 대면보고를 피하기까지 했다. 요점만 간략히 보고받기를 좋아하는 이 대통령과 달리 B수석의 경우 장황하게 보고하는 스타일이어서 몇차례 이 대통령의 지적을 받았고, 이 때문에 나중에는 이 대통령과 마주 서는 것조차 꺼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엔 이 대통령 주문대로 회의에서 활발히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이 대통령이 면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몇차례 보면서 점점 입이 굳어져 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언을 하려 해도 다른 쪽으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몰라 입을 닫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면서 “이러니 그 누가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민심과 눈높이를 맞춰라 이 대통령의 실용 코드가 성과지상주의로 변질되는 일이 잦다.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거나,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이다. 청와대 수석 재산 공개가 대표적 사례다. 재산 형성과정을 놓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청와대 내부 반응은 “그게 일과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었다.C수석은 변변한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은 채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런 강심장의 배경은 물론 성과를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CEO마인드다. 대통령실장 직속의 위기종합상황팀 관계자는 “촛불 동향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여러차례 얼러트(alert)를 울렸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거들떠보려 하지 않더라.”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청와대의 둔감성을 안타까워했다. 진경호 윤설영기자 jade@seoul.co.kr
  • 각계 전문가 ‘인적 쇄신’ 조언

    각계 전문가 ‘인적 쇄신’ 조언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인적쇄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쇄신의 바구니에는 어떤 내용물이 담겨야 할까. 김영삼 정부의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노무현 정부의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 시민운동가인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이 11일 조언에 참여했다. ●“책임·상징성 결합하는 인적쇄신을”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할 인적쇄신의 폭과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김용태 전 실장 대폭 쇄신이 돼야 한다. 일부 교체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위화감을 줄 정도의 재산가는 배제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대통령실장)을 포함해 내각과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쇄신이 돼야 한다. 박남춘 전 수석 왜 민심이 돌아섰는지는 인사권자가 제일 잘 안다. 원인부터 살피고 책임질 사람을 따져야 한다. 도덕성이나 전문성은 차후의 문제다. 손혁재 교수 국면전환용으로 수석, 장관 몇 사람 바꾸는 쇄신이라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의 잘못을 거울 삼아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김형준 교수 청와대에서 국정을 총괄했던 사람과 쇠고기 협상 관련 부처 장관을 포함해 대폭 쇄신이 돼야 한다.‘강부자’,‘고소영’ 내각 이미지를 씻기 위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입지전적 인물이 포함돼야 한다.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씨,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씨 처럼 상징적 인물을 찾아야 한다. ●“국정공백 운운할 단계 넘었다” ▶쇄신 폭이 너무 크면 국정공백이나 인재 구인난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김 전 실장 지금 일신하지 않으면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할 것이다. 제2의 촛불집회가 생길 수도 있다. 윤 전 장관 국정공백은 걱정할 게 없다. 지금까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나. 자기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사람을 쓰니 인재풀이 좁아지는 것이다. 박 전 수석 능력이 안 되고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을 계속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손 교수 인사 폭이 중요한 게 아니다. 민주적 합의절차를 무시한 대통령의 독단으로 쇠고기 문제가 일어난 만큼 국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를 먼저 정하는 게 중요하다. 김 교수 국정공백 운운할 단계를 넘었다. 중폭이나 소폭 쇄신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큰 폭으로 해서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효율성이 아니라 상징성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정치인들의 대거 입각 요구가 나오는데. 김 전 실장 능력 있는 의원이라면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낙천·낙선자들을 내각에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도 못됐는데, 국민을 다스리는 내각에 임명하는 것은 좀 모순이다. 윤 전 장관 정치인이 들어간다고 반드시 정치력이 발휘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들이 정치력이 있었다면 정당에서 역할을 발휘했어야 했다. 박 전 수석 정치인의 장점은 민심 파악과 국정 조정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특히 정권 초기 복잡한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는 정치인이 유리하다. 손 교수 정치인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정치인과 비정치인 간 권력다툼이 나타나면 좋지 않다. 김 교수 특수 상황에서 소관부처를 완벽히 통제, 조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정치인이 들어갈 필요성은 있다. 행정안전부나 보건복지부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학습하는 자리 아니다 ▶대통령실장을 교체해야 할까. 바꾼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김 전 실장 대통령실장은 정무를 아우르고 도덕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윤 전 장관 대통령실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실장은 훈련된 사람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누구나 처음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배워가면서 하지만, 대통령실장은 배우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 손 교수 대통령이 집사 같은 실장을 원한다면, 교체한다 하더라도 계속 류우익 실장 같은 스타일밖에 안 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하려는 ‘토털 리더십’을 버리고 방향만 제시해 주고 나머지는 위임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 김 교수 류 실장은 전반적 국정조정에서 빈약했다. 책임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실장은 ‘컨트롤타워’ 기능이 가능한 정치적 역량과 행정경험을 겸비해야 한다. ●총리는 정치·행정 아우를 수 있어야 ▶국무총리도 인적쇄신 대상에 포함해야 할까. 김 전 실장 인사라는 게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교체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심수습책으로 대두되면 경질할 수 있는 것이다. 윤 전 장관 주요 언론 논조대로 교체해야 한다고 본다. 손 교수 전부 다 쇄신 대상이 돼야 한다. 김 교수 포함되는 게 좋다.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는데. 김 전 실장 박 전 대표의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정치형 총리를 두기보다는 대통령이 정치를 해야 하고, 총리는 정치와 행정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윤 전 장관 당이 안정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 손 교수 박 전 대표의 능력 때문이라면 모를까 당내 화합용 카드라면 좋지 않다. 지금 사태는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다. 김 교수 지나치게 정치적인 생각이다. 두 사람이 여러 면에서 갈등관계를 갖지 않았나.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뭐냐. 대통령은 미래가 없는 사람이고 박 전 대표는 미래가 있는 사람이다. 당연히 갈등이 있을 것이다. 효율성 있겠나.DJP가 성공했나. 내각도 친이, 친박으로 나뉠 것이다. 둘다 죽는다. 행정에 몰입해야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 해선 안된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팀 쇄신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김 전 실장 갈아야 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소영 내각으로 지목됐다. 아무리 세계 경제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민생을 놓쳤다. 경제팀을 안 건드리면 민심이 인적쇄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윤 전 장관 강만수 장관의 환율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총생산(GNP) 성장에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물가상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손 교수 환율 등 현 경제팀이 한 게 하나도 없다. 기본적 경제 밑그림도 없다. 문제가 많다. 김 교수 국정기획수석과 장관, 경제수석 등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강만수 장관 이름만 들린다. 전체의 흐름이 안 보인다. ●“대통령 친형은 직언하는 역할해야”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누구와 인적쇄신을 논의해야 하나. 윤 전 장관 종교지도자, 사회지도자 등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면 된다. 손 교수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국회가 국민 대표기관이니 그 의견을 듣고 국민 의견도 당당하게 들어야 한다. 김 교수 특정인이 인사를 주무를 게 아니라 미국처럼 국세청, 국정원 등에서 경쟁적으로 검증해 대통령에게 직보하게 해야 한다. ▶인적쇄신과 별개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월권 논란도 있는데, 그의 역할과 처신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김 전 실장 내가 그의 입장이면 국회의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신중을 기해도 말이 난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나라를 위해 가만히 있었으면 한다. 윤 전 장관 그 자리가 딱 오해받기 좋은 자리다. 한번 그렇다고 인식되면 아무리 본인이 오해라고 해도 소용없다. 김현철씨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영삼 대통령이 내게 납득할 수 없다고 하길래 “그게 진실이 아닐지라도, 국민이 믿고 있는 게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수습책을 내야 한다.”고 진언했다. 박 전 수석 노무현 대통령은 아들, 딸을 미국으로 보냈었다. 왜 그랬을까. 손 교수 정치 원로, 대통령 친형으로서 대통령의 잘못에 쓴소리 하는 역할을 해야지 자기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안 좋다. 김 교수 이 전 부의장의 역할은 철저히 친이와 친박의 교량으로 가야 한다. 이종락 김상연 김미경 홍희경 김지훈기자 carlos@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자문역 발레리 재럿

    [피플 인 포커스] 오바마 자문역 발레리 재럿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자문역인 발레리 재럿(51)이다. 오바마가 직접 “그녀와 먼저 얘기하지 않고는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재럿에 대한 오바마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재럿은 오바마와 아내 미셸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누이와 같은 존재”이며, 오바마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하게 직언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재럿은 오바마와 함께 유세에 나서지 않을 때면 하루 두세 차례 오바마와 통화를 하며 상황을 점검한다. 그는 오바마가 대선 주자로 출마할 것인지에서부터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 이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컴백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 고비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조언한 측근 중 최측근이다. 재럿은 시카고의 성공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시카고대 생물학과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정교수로 임명됐고, 어머니는 아동심리학자이다. 시카고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과 2016년 시카고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시카고의 주택 문제에 20여년간 관여해 오고 있다. 그는 평생동안 인종간·사회계층간 가교역할을 해왔다. 재럿과 오바마의 인연은 재럿이 1991년 시카고의 계획·개발 부서를 이끌 때 하버드 법대 출신의 미셸 로빈슨(오바마의 부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kmkim@seoul.co.kr
  • ‘민심’ 경청하는 MB

    “언론은 너무 가까이 해도, 너무 멀리해도 곤란하다.”“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과 관련해서 여론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의 ‘쓴소리’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을 도운 언론인 출신모임인 ‘세종로 포럼’ 회원 등 40여명의 외부인사를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가(安家)’로 초청해 만찬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 언론 정책이나 청와대 인적쇄신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의 ‘프레스 프렌드리(press friendly·언론에 우호적인)언급과 관련,“프레스 프랭크리(press frankly·언론에 정직한)가 돼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또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좀더 잘해야 한다. 대운하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추진하는 게 좋겠다.”라고 직언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요즘 어렵지만,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비큐에 ‘소주 폭탄주’를 곁들여 가든파티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찬에는 박희태 의원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도 배석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회 대정부질의 첫날 공방

    국회 대정부질의 첫날 공방

    ■ 美쇠고기 수입 강기갑 “광우병 99.9% 30개월 이상 소에서 발생” 한총리 “GATT가 상위법… 수입중단할 수 있다”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룬 8일 국회 대정부질문 내내 국회와 정부는 평행선을 그었다. 여야가 수입 위생조건 협정의 부적절함을 지적했지만, 정부는 “현 단계에서 협정 재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15일의 쇠고기 협상 장관고시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통합민주당 장영달 의원은 “졸속 협상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국가신인도 하락을 감수하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경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은 우리측 협상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장관에게 수입 위생조건 협정 보고를 받고는 ‘잠결에 합의한 것 같다.’라며 웃고,‘검역 어떻게 됐어요.’라는 질문에 누군가가 ‘조금 챙겼어요’라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한승수 총리는 “지난 정부 때부터 한·미간 과제였던 쇠고기 협상에 참여한 양국 전문가의 노고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수술하면서 칼도 넣고 가위도 넣어 봉합했는데, 이제 재수술해서 꺼내야 한다.”며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발언시간이 끝나 마이크가 꺼지자 맨목소리로 5분 동안 연설했다. 그는 “광우병의 99.9%가 30개월 이상 소에서 발생하는데, 그런 고기가 들어와도 표시도 안 한다.”면서 “국민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전날 정부가 밝힌 수입중지 조치의 실효성 논란은 대정부질문 내내 이어졌다. 한 총리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규정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우리가 수입중단을 할 수 있다.”라고 하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GATT 규정은 일반법과 같고, 한·미 쇠고기 협정은 특별법과 같은데 어떻게 GATT 규정이 우선하느냐.”라고 추궁했다. 이에 한 총리는 “국제 무역에서 GATT 규정이 가장 상위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한·미 FTA 한총리 “쇠고기 타결 FTA에 영향 줄 것” 한나라 “경제 살리려면 회기내 처리해야”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와 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안을 17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쇠고기 문제’에 주력해 정부와 여당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국회에서 FTA 비준 동의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 경제를 살리고, 선진화를 위해 이번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충환 의원은 “쇠고기 문제 해결 없이 미국 의회의 비준 동의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승수 국무총리는 “사실 쇠고기 문제와 FTA는 다른 문제다. 다행히 (쇠고기)협상이 완결됐고 협정이 체결돼 미국 의회에 약간의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 의회의 FTA 비준 가능성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미국이 선거가 있는 해라 필요 이상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양국이 의회를 적극 설득해서 금년 회기 내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은 “17대 국회에서 비준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이번 국회에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광우병괴담 한총리 “인터넷 괴담유포자 엄중처리” 野 “국민이 괴담에 속을 만큼 어리석냐” 여야는 8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인터넷 괴담’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수돗물과 공기를 통한 광우병 전염과 같은 ‘근거 없는 소문’의 진원지로 인터넷을 지목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측은 국민적 ‘분노’의 원인은 괴담이 아니라 쇠고기 협상의 내용과 과정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개인이 피해를 입어도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데 더 큰 악영향을 미쳤는데 그냥 넘어갈 것이냐.”며 ‘인터넷 괴담’ 유포자 처벌을 주장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번 일은) 위기라기보다는 헛소문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면서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미연에 차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해와 왜곡을 조성하는 사람에 대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민이 괴담에나 속는 무식한 존재냐.”면서 “네티즌도 국민이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영달 의원 역시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분노한 여론을 정치공세로 매도하고 국민의 입을 막을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국정인사시스템 野 “강부자 내각은 국민 무시한 오만” 與도 “국민, 새정부에 화 많이 나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8일 개최된 정치·통일·외교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국정 인사 시스템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통합민주당 장영달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 기준에 맞다고 강조했던 대통령 비서실 및 초대 내각 인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며 “‘고소영 청와대’에 이어 초대 내각마저 ‘강부자 내각’으로 꾸린 것은 여론과 국민들을 무시하는 오만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고 국정 인사 시스템의 부실을 꼬집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도 “지금 청와대 내각으로 국정 운영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대통령 옆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식 발표 이전에 대통령 발언이 적절치 않다고 직언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국정 인사 시스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야당 못지않게 정부를 질타했다. 김정권 의원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국민이 새 정부에 화가 많이 나 있다.”며 “민심이 돌아서고 있는 것은 정부와 공직사회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김용갑 “MB, 의욕만 앞서 민심과 따로 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29일 펴낸 ‘굿바이 여의도’란 제목의 에세이집에서다. 책에서 그는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의욕만 앞설 뿐 민심과 따로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5000명을 놓고 인선작업을 했다는데, 하나같이 비리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라고 인사 문제를 질타했다. 청와대가 기업과 핫라인을 설치한 데 대해서는 “어설픈 대중주의의 전형”이라고, 숭례문 복원 성금 논란에 “비판이나 직언없이 이 대통령 행보에 보조나 맞추는 주변”이라고 일갈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불리해도 원칙을 지킨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친박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발언만 하고 반응을 자제한 처신에 대해서는 안타까워 했다. 그는 “파워를 발휘할 수 없는 원칙은 공허하다.”면서 “필요 이상의 원리 원칙에 스스로를 옥죄면 안 된다.”고 박 전 대표를 향해 당부했다. 김 의원은 책에서 요즘 유럽여행을 위해 몸이 불편한 부인의 휠체어를 고르는 재미에 빠져 있다며 부인을 향한 애뜻함을 드러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1634년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정은 강학년(姜鶴年) 발언의 파장 때문에 뒤숭숭했다.‘포악함으로써 포악함을 제거했다.’며 인조반정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했던 강학년의 직격탄은 인조와 조정 신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조와 반정공신들의 실정(失政)을 문제 삼았던 신료들조차 강학년의 발언에 격분했다.1635년 1월 홍문관 신료들은 ‘강학년의 죄는 목을 베어야 할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관 자리에 있던 신료들이 동료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목을 베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강학년과 이기안, 인조에게 도전하다 강학년의 발언을 계기로 신료들은 자신들이 인조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조정에 나아가 벼슬을 하고 권세를 누리게 된 출발점은 인조반정이었다. 그들이 반정을 성공시킨 순간부터 광해군은 ‘극악무도한 패륜아(悖倫兒)’이자 ‘걸(桀) 임금이나 주왕(紂王)보다도 더한 폭군’으로 치부되었고, 광해군을 쫓아낸 반정이야말로 ‘천명(天命)과 인심의 호응 속에 무너진 윤리와 기강을 바로잡은 거사’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강학년이 홀연 백이(伯夷) 숙제(叔齊)처럼 ‘이폭역폭(以暴易暴)’ 운운하면서 인조반정의 정당성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신료들은 강학년을 엄벌하지 않으면 신인(神人)의 공분(公憤)을 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조판서로 있으면서 강학년을 조정에 추천했던 최명길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관직에서 물러났다. 인조반정과 인조의 권위를 허무는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1635년 2월 전라감사 원두표가 보내온 보고는 다시 조정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고 내용은 삼례(三禮)에 사는 생원 이기안(李基安)이 인조에 대해 무도한 말을 퍼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기안이 사근찰방(沙近察訪) 김경(金坰)과 이야기를 하면서 ‘능양군은 믿을 수 없다. 그가 오래갈 수 있을까?’라고 불경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기안은 서울로 끌려왔고, 그를 심문하기 위해 추국청(推鞫廳)이 설치되었다. 추국 과정에서 ‘일본인들을 끌어들여 난을 일으키려 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남인과 과거 대북파의 잔당들과 연결하여 역모를 꾀하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기안은 처형되었지만 ‘역모 사건’의 파장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능양군은 인조의 잠저(潛邸) 시절 군호(君號)였다. 이미 강학년의 발언 때문에 조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기안이 ‘능양군’ 운운한 것은 충격을 배가했다. ●‘천변’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 강학년의 충격적인 발언과 이기안의 역모 기도 사건을 계기로 인조에 대한 신료들의 비판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강학년이 인조가 저지른 3대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은 ‘부묘(廟)기도’에 대한 비판도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인조는 ‘강학년을 죽여야 한다.’는 신료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엄벌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말 때문에 죄를 얻은 자를 죽이는 군주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흘리는 등 ‘강학년 문제’로 빚어진 신료들의 격앙된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서인들의 집권이 오래되고, 그들이 사사건건 왕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에 궁극에는 강학년의 발언이 나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조와 신료들은 다시 충돌하고 말았다.1635년 3월 14일 선조의 능(穆陵)에서 능침(陵寢)과 석물(石物)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간밤에 번개와 천둥이 요란한 상태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이튿날 선조와 왕비의 능침 일부가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보고를 받은 예조는 서둘러 위안제(慰安祭)를 지내고 대신을 보내 봉심(奉審·무너진 능침을 살피는 것)한 다음 개수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목릉이 무너진 원인에 대한 진단을 놓고 긴장이 다시 촉발되었다. 사헌부 신료들은 인조에게 목릉이 무너지는 변고가 부묘를 시행하려는 즈음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중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대(先代)의 혼령(魂靈)을 위로하기 위해 부묘를 연기하라고 건의했다. 인조는 부묘를 연기하라는 건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신들이 목릉이 무너진 것을 ‘하늘이 내린 변고(天變)’라고 규정하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봉분을 만든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비가 미친 듯이 퍼부어 스며든 물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며 대신들의 ‘천변’ 주장을 일축했다. 또 원인을 정확하게 구명하지도 않은 채 ‘천변’으로 몰아가려는 대신들의 저의가 불순하다고 질타했다. 부묘를 둘러싼 논란, 강학년의 ‘폭탄 발언’, 이기안의 역모 사건 등이 중첩되어 일어나면서 인조와 신료들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인조는 특히 목릉 붕괴의 원인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천변’ 운운하는 신료들을 계속 파직하는가 하면, 능에서 무너져 내린 사토(莎土)를 다른 곳으로 실어 옮긴 선공감(繕工監) 제조(提調) 신경진(申景 )을 나문(拿問·잡아다가 취조함)하라고 지시했다.‘무너진 흙에 벼락이 내리친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었는데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고의로 흙을 옮겼다.’는 것이다. 인조는 신료들이 목릉의 붕괴를, 국왕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경고 때문에 빚어진 ‘천재’로 몰아가면서 자신을 압박하려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홍타이지 “조선 신료들 탐욕·부패” 직격탄 목릉 붕괴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수그러들 무렵인 1635년 8월 후금 사신 동덕귀(董德貴)가 평양에 도착하여 국서를 올려보냈다. 홍타이지는 먼저 조선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 후금 영내로 진입하다가 체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항의했다. 그는 법을 어기고 월경하는 백성들이 많은 것은 ‘조선 신료들이 탐욕스럽고 부패하여 임금의 총명을 가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로부터 신하가 국권을 쥐고, 사실(私室)을 강하게 하고 군주를 업신여기면 나라의 정사가 망가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후금은 형제국이므로 직언으로써 충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의 국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권세가 강한 신료들은 조심하라.’며 조선의 내정을 걱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서인들의 권세가 너무 커졌다.’고 인조가 푸념했던 것이 어느새 홍타이지의 귀에까지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금은 이제 조선 내정에 ‘충고’까지 하려고 덤비고 있었다. 사실 이 무렵 홍타이지는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차하르(察哈爾) 몽골 원정에 나섰던 도르곤(多爾袞) 등이 차하르의 릭단한(林丹汗)이 가지고 있던 원(元)의 옥새(玉璽)를 노획해 왔던 것이다. 릭단한은 몽골에서 칭기즈칸의 정통성을 잇는 권위를 지닌 인물이었다. 일찍이 원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는 주원장(朱元璋)의 명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죽었고 그 와중에 원의 옥새는 행방이 묘연했다. 옥새는 200년이 지난 뒤에야 양치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어 우여곡절 끝에 릭단한의 손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그 옥새가 홍타이지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다. ‘제고지보(制誥之寶)’라는 글자가 새겨진 옥새를 얻었을 때 홍타이지는 향불을 피우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면서 ‘하늘이 역대 제왕들이 사용하던 옥새를 짐(朕)에게 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감격해했다. 마치 자신에게 천명(天命)이 돌아왔다고 여길 법도 한 일이었다. 실제로 홍타이지는 사람을 시켜 조선에도 자신이 옥새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 사연에서 얻어진 자신감 때문일까? 홍타이지의 국서 내용은 조선의 신경을 더욱 거스르게 만들었다. 거듭되는 천재지변을 둘러싼 논란,‘충고’ 운운하는 후금의 국서에 대한 찜찜함을 뒤로하고 1636년 병자년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이석연 법제처장 “기관장 사퇴 본인에 맡겨야”

    이석연 법제처장 “기관장 사퇴 본인에 맡겨야”

    “기관장 사퇴, 국민과 당사자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석연 신임 법제처장이 최근 참여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과 관련,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새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특정 현안을 놓고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한 셈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처장은 2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임기제 보장 취지가 있고, 법리와 현실 사이에 상충되는 문제다. 가타부타 입장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만 ‘사기’ 육가의 신서편에 보면 ‘말 위에서 나라를 얻었다고 계속 말 위에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즉 어떤 논리로 집권했다고 그 논리가 계속될 수 없다는 뜻이다. 송태조, 조광윤은 무력으로 집권했지만 문치주의를 펼쳤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이어갔다. 이 처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386과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고, 그 논리로 가다가 국민과 멀어졌다.”면서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 여권의 사퇴압박에 대해 부정적임을 내비쳤다. 특히 “국회에서 (안상수)원내대표가 말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당사자 판단에 맡겼어야 한다. 임기제가 보장됐기 때문에 각자 맡고 있는 사람이 현명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어떤 권력자라도 가다 보면 처음과 달리 판단이 흐려진다. 그때는 직언을 들어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도 어려웠을 때의 초심으로 끝까지 가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저도 소신에 따라 (직언)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위헌소송에 대해 “기자실이 복원된다고 해 각하하면 헌재 스스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고, 공신력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압박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 참모에겐 시간이 필요하다/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 참모에겐 시간이 필요하다/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새정부 출범으로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삶의 현장에도 직접 가보고, 발 빠른 외교를 진행시키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활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가의 앞날에 기대를 가지게 한다. 대통령의 바쁜 행보에 따라 수석비서관 등 참모 진영도 이른 아침 소집되는 회의를 준비하거나 기본 일정 챙기기로 집에도 들르지 못하는가 하면 휴일에도 쉴 틈이 없다. 그런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이런 바쁜 모습에 대해서는 청와대 운영을 아는 사람들이나 이에 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참모는 해당 분야의 지식·경험에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대통령을 잘 보좌하여야 하는 한편 대통령의 판단에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가장 지근의 거리에서 직언도 하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 대통령제 정부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참모들이 잠 잘 시간도 없이 대통령 일정에 매달리게 되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참모라고 할지라도 지식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체력에도 한계가 있다. 우선 대통령실의 각 수석실에서는 각 부문으로 진행되는 대통령의 공식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챙기는 일이 바쁘다. 일정을 조정하고 안건을 준비하고 이를 위하여 각 기관과 조정·협의하는 일은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이다. 그런데 참모들은 국정운영의 장기적인 전망도 가지고 대통령에게 최상의 지식과 최고급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런 정보의 수집과 가공 그리고 지식 제공은 참모의 두뇌에서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참모들의 일 중에서도 중요한 일은 국내외적으로 이런 전문가들을 부지런히 만나 고급 정보와 지식을 얻고 이를 분석하여 대통령에게 가장 합당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과도 빈번하게 접촉해야 하고 여론주도층의 의견도 잘 수렴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이 이러하다면 참모는 대통령의 일정에 매달려 있으면 안 된다. 특히 현장을 챙기는 일은 해당 부서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하고, 참모가 이에 일일이 따라다녀서는 도저히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대통령이 바쁠수록 참모는 차분하게 침착함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고급 정보와 지식은 참모의 두뇌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관한 전문가들에 의하여 생산되는 것임을 직시한다면, 참모가 비록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정보와 지식을 직접 생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참모는 수집한 정보와 지식을 잘 분석하고 정돈하고 판단하여 대통령에게 최상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이다. 참모가 정책을 직접 수행하다 보면 틀려도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계속 밀어붙이기 쉽고, 그러면 국정운영은 파행으로 치닫게 되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최고 품질의 정보와 지식의 생산에는 그에 필요한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참모들에게는 그 활동에 합당한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 이래 ‘깨끗한 정부’를 표방하면서 역대 정부는 참모들의 활동비용을 현격하게 줄여 결국 참모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고, 이 비용 마련 때문에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게 신세를 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참모들에게 시간과 예산이 충분히 주어질 때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대통령의 참모 시스템을 바로 정비하여야 한다. 참모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하는가는 대통령의 성공 여부에 매우 중요하므로 정부출범 초기에 이를 올바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종섭 서울대 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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