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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지방분권형 개헌의 성공 조건

    [서울광장] 지방분권형 개헌의 성공 조건

    12·3 비상계엄 이후 개헌론이 재부상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4년 중임제, 책임총리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개헌 논의의 주체 변화이다. 기존 중앙 정치인 중심의 개헌 논의에 자치단체장들이 가세하면서 논의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4일 시도지사협의회는 기초단체장협의회, 기초의회 의장협의회와 함께 헌법 전문에 우리나라를 ‘지방분권 국가’로 명시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 도입, 지방정부 권한 강화 등을 담은 자체 개헌안을 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자체 개헌안을 낸 이후 두 번째다. 지자체가 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데서 벗어나, 주민 삶의 틀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시도지사협의회가 주최한 지방분권형 개헌 토론회는 아쉬움을 남겼다. 17명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협의회장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만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여당 소속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략적 개헌론’이라는 비판도 했다. 정파를 떠나 단체장들의 이해관계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개헌 논의는 번번이 무산됐다.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헌안을 냈으나 정치적 반목과 불신 속에 좌초됐다. 이번 개헌론도 논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내란 종식과 국정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 중심의 개헌 논의에 지방이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정치개혁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권력 주체 간 이해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지방은 오히려 입법부의 횡포를 견제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2006년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국회는 강행했다. 민선 자치 30주년을 맞이했으나 중앙정치 중심의 입법이 민심과 괴리되면서 지방자치는 여전히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만약 자치단체장도 중앙 정치인처럼 개헌을 권력 쟁취 수단으로 삼는다면 분권형 개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분권형 개헌은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국민 중심형’일 때 속도를 낼 수 있다. 87년 직선제 개헌은 1000만명의 서명이 밑거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계엄 사유가 아닌데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상이 멈춰지는 공포를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분권형 개헌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아닌 내 삶에 어떤 도움을 줄지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지방분권이 비수도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지, 재정자립도는 높일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개헌은 우리 사회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개헌하더라도 정치 풍토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개헌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국회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을 제때 보완하지 않아 ‘입법 공백’을 초래하면서도 지자체의 주민 생활에 필요한 조례 제정은 통제한다. 대통령의 형식적인 법 준수도 문제다. 헌법상 국무위원 제청권은 총리에게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1969년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달 탐사에 성공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항공우주국(NASA)을 만들고 10차례 아폴로 발사를 시도하는 등 끈기 있게 달 탐사에 도전한 결과였다. 분권형 개헌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일지라도 장기적인 관심에서 꾸준히 추진해야 해낼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더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중앙정부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한 지방자치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로 구현할 필수 요건이다. 지방분권을 원한다면 주민이 권리를 주장하며 정치 참여를 확대할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보 비대칭성과 정치 불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분권형 개헌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권력 도구가 아닌 국민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반영할 때, 진정한 주권재민을 실현할 것이다. 박현갑 논설위원
  • 내일 새마을금고 1101곳 이사장 선거… 534곳은 첫 직선제로 격돌

    내일 새마을금고 1101곳 이사장 선거… 534곳은 첫 직선제로 격돌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5일 사상 처음으로 전국 동시 직선제로 치러진다. 그동안 이뤄졌던 간선제 방식을 통한 이사장 선출을 두고 부정과 비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이를 타파하겠다는 취지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5일 1101개 금고 중 534개 금고에서 직선으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2021년 새마을금고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전국 동시 직접 선거다. 총 1541명의 후보자가 1101개의 금고 이사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각 지역 금고의 최고경영책임자로서 금고 운영과 조합원 관리 등 주요 업무를 관리·감독한다.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2000억원 이상의 지역금고는 이사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도록 의무화했고 2000억원 이하인 곳은 기존대로 직·간선제 중 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 등 잡음에 시달려 왔다. 대부분 금고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선거관리 없이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하다 보니 금품 수수를 비롯한 부정 의혹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한편 2022년만 해도 1조 5573억원 수준이었던 새마을금고의 순이익은 2023년 860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지난해엔 상반기까지 1조 20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 연임 꼼수 의혹 순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72) 5선 등극하나?

    연임 꼼수 의혹 순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72) 5선 등극하나?

    전남 순천시 풍덕동에 위치한 ‘순천중부새마을금고’는 지난 2023년 3월 김모(당시 92세) 씨가 전국 최고령 나이로 이사장 보궐 선거에 나와 당선된 곳이다. 당시 지역에서는 자산 1600억원을 관리하는 이사장 선거에 90대 후보가 등록하면서 노익장이냐, 전임 이사장의 대리인이냐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 금고는 2012년 첫 당선 후 2020년 선거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한 전임 강모(72) 이사장이 한달 전인 2023년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렀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도 지방자치법의 3선 연임 제한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많은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3선에 성공한 후 도중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리인을 보궐선거에 출마시켜 남은 기간을 맡게 한 뒤 또다시 4년 임기를 3번 연임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1931년생인 김씨는 이사장으로 당선된 후 6개월만에 돌연히 사퇴했다. 건강을 자신했던 김씨는 “관절이 좋지 않아 걸음을 잘 못 걷고, 몸이 많이 안좋다”며 “6개월도 겨우 참았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10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건강상 이유로 사퇴했던 강 전 이사장은 다시 6개월만에 단독출마해 무투표당선됐다. 강 이사장이 12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후 김씨를 이사장으로 앉힌 후 몇개월 후 다시 이사장으로 취임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순천중부새마을금고는 회원 1만여명으로 대의원은 118명이다. 이사장은 직원 인사권과 법인 카드, 연봉 1억 5000여만원 등을 받는다. 새마을금고도 오는 3월 5일 전국 동시 선거를 치른다. 자산 2000억원 이상은 직접 선거를 하지만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새마을금고는 직선제와 간선제를 택할 수 있다. 중부새마을금고는 기존 처럼 대의원들이 투표해 결정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이사장은 과반수 이상만 득표하면 당선되기 때문에 자기 사람 중심으로 대의원 60% 이상을 채우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있다. 중부새마을금고는 강 이사장과 김성채(55) 이사의 2파전이다.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사장 업무를 계속 보고 있는 강 이사장의 5선 등극은 거의 확정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92세 고령자를 잠시 앉혔다가 본인이 다시 이사장이 되고, 새마을금고가 개인 금고냐”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회원들은 “아무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해도 시민들 보기가 너무나 민망해 부끄럽다”고 질타하고 있다. 김 후보는 “꼼수로 5선에 도전하는 현 이사장의 경영을 심판해야한다”며 “참신과 정직, 성실함으로 시민들이 기억하고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새마을금고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강 이사장은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등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 [전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진술

    [전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진술

    존경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이 재판을 관심가지고 지켜봐주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84일이 지났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들께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몇 시간 후 해제했을 때는 많은 분들께서 이해를 못하셨습니다. 지금도 어리둥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계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과거의 부정적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이런 트라우마를 악용하여 국민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입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은, 힘들고 위험한 일을 굳이 벌이지 않고 사회 여러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임기 5년을 안온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일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치열하게 싸울 일도 없고 어려운 선택을 할 일도 없어집니다. 그렇게 적당히 일하면서 5년을 지내면, 퇴임 대통령의 예우를 누리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저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저는 비상계엄을 결심했을 때 제게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을 당연히 예감했습니다.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입니다.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고작 280명의 실무장도 하지 않은 병력만 투입하도록 했겠습니까? 주말 아닌 평일에 계엄 선포를 하고 계엄을 선포한 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도록 했겠습니까? 심판정 증거 조사에 의하면, 그나마 계엄 해제 요구 결의 이전에 국회에 들어간 병력은 106명에 불과하고, 본관까지 들어간 병력은 겨우 15명입니다. 15명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이유도, 자신들의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입니다. 또한, 해제 요구 결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즉시 모든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 투입된 군 병력이 워낙 소수이다 보니, 국회 외곽 경비와 질서 유지는 경찰에 요청했습니다.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사전에 군 지휘관들에게 그대로 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병력을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함으로써, 군의 임무를 경비와 질서 유지로 확실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많은 병력이 무장 상태로 투입되면, 아무리 조심하고 자제하라고 해도 군중과 충돌하기 쉽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고, 실제 결과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 이 세 가지를 국방부장관에게 명확히 지시한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이것을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력 투입 2시간이 불과 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방송으로 전 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내란을 보셨습니까?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입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인 계엄 선포에 따라 계엄 사무를 하고 질서 유지 업무를 담당한 공직자들이, 이러한 내란 몰이 공작에 의해 지금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이 분들이 대통령의 장기독재를 위해 일을 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장기독재를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분들이고,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 더 바랄 것도 없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대통령의 법적 권한 행사에 따라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국정을 살피다 보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얼마 뒤면 큰 위기로 닥칠 일들이 대통령의 시야에는 들어옵니다. 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눈앞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습니다. 언제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위기가 돌발 현안 수준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국가 존립의 위기, 총체적 시스템의 위기라는 점에서 그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했습니다. 미국이 국가비상사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와 마약 카르텔, 그리고 에너지 부족 등 미국이 당면한 위기에 맞서, 미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하여,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여 직접 지령을 받고, 군사시설 정보 등을 북한에 넘겼습니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총파업을 하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반대, 한미 연합훈련 반대, 이태원 참사 반정부 시위 등 활동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면서 구체적인 행동 지령까지 내려왔습니다. 실제로 2022년3월26일 ‘윤석열 선제 탄핵’ 집회가 열렸고, 2024년 12월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집회에는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닙니까?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첩 활동을 막는 우리 사회의 방어막은 오히려 약해지고 곳곳에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지난 민주당 정권의 입법 강행으로 2024년 1월 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박탈되고 말았습니다. 간첩단 사건은 노하우를 가진 기관에서 장기간 치밀하게 내사 수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에 대공수사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게다가 애써 잡아도 재판이 장기간 방치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간첩 사건이 민노총 간첩단, 창원 간첩단, 청주 간첩단, 제주 간첩단 등 4건이나 됩니다. 그런데, 청주 간첩단 사건은 1심 판결까지 29개월이 넘게 걸렸고, 민노총 간첩단 사건도 1심 판결에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들은 구속 기간 만료 후 석방되어, 1심 판결로 법정구속이 될 때까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현재 창원 간첩단 사건은 2년 가까이 재판이 중단되어 있고, 제주 간첩단 사건도 1년 10개월 째 재판이 파행 중입니다. 이들도 모두 석방된 상태입니다. 간첩을 잡지도 못하고, 잡아도 제대로 처벌도 못하는데, 이런 상황이 과연 정상입니까?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민노총을 옹호하기 바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대공수사에 쓰이는 특활비마저 전액 삭감해서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연이어 적발됐습니다. 이들을 간첩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도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됩니다. 중국은 사진 한 장만 잘못 찍어도 우리 국민을 마음대로 구금하는 강력한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거대 야당은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한 간첩죄 법률 개정조차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한, 거대 야당은 방산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산 비밀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방산물자 수출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국회에 제출된 방산 비밀 자료들이 제대로 보안 유지가 되며, 적대 세력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방산 기밀 자료가 이렇게 유출되면 상대국에서 우리 방산 물자를 수입하겠습니까? 북한, 중국, 러시아가 원치 않는 자유세계에 방산 수출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방산 수출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닙니다. 수출 상대국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자유세계 많은 국가들과 국방협력을 이뤄서,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산 수출을 권장하기는커녕 방해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거대 야당은 우리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군을 무력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병하며, 러시아와 군사 밀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안보 위협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살피기 위해 참관단을 보내려하자 거대 야당은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 탄핵까지 겁박하며 이를 결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심지어 거대 야당은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 대북 확성기와 오물 풍선 대응 검토 등, 우리 군의 정당한 안보 활동까지 외환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대통령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 라고 매도했습니다. 1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한 것이 탄핵 사유라고 명기하기까지 했습니다.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이뿐이 아닙니다.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하여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전체 예산 가운데 겨우 0.65%를 깎았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0.65%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마치 사람의 두 눈을 빼놓고, 몸 전체에서 겨우 눈알 두 개 뺐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거대 야당이 삭감한 국방예산은 우리 군의 눈알과 같은 예산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인 정찰자산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핵심 전력인 지위정찰사업 예산을 2024년 대비 4852억원 감액했고,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 성능 개량 사업은 무려 78%를 삭감했습니다. 우리 국민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 즉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도 예산 삭감으로 개발이 중단될 위기입니다.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 사업을 위해 예산 119억 5900만 원을 책정했지만, 96%를 삭감하고 5억원만 남겼습니다. 정밀유도포탄 연구개발 사업은 84%를 삭감했습니다. 아무리 주먹이 세도 앞이 보이지 않으면 싸울 수 없듯이, 감시정찰 자산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도 무용지물입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드론 공격이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드론 방어 예산 100억원 가운데 무려 99억 5400만원을 깎아서, 사업을 아예 중단시켰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이렇게 핵심 예산만 딱딱 골라 삭감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지난 민주당 정권은 국군 방첩사령부의 수사요원을 2분의 가1 량 대폭 감축하여, 군과 방산에 대한 정보활동과 방첩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또, 과거 간첩사건과 연루된 인물을 국정원의 주요 핵심 간부로 발령내서, 방첩 기관인지 정보 유출 기관인지 모를 조직으로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정부 시절 이런 일들을 주도한 인물들이, 여전히 거대 야당의 핵심 세력으로서 국가 안보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였고, 국군 방첩사의 역량 보강을 위해 힘썼습니다만, 아직 문제의 뿌리를 제대로 다 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부수고 깨뜨리기는 쉬워도, 세우고 만들기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탓하기 전에, 공당으로서 국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신뢰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이런 세력과 타협하고 흥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교역도 할 수 있고, 국제협력, 상호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 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국방안보만큼 중요한 정치안보입니다.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당이라면 이런 세력을 옹호하고 이런 세력과 손잡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습니다. 거대 야당은 이러한 폭주까지도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국회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거대 야당은 제가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며 내란 몰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정부의 권능을 마비시켜 왔습니다. 마치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국회의 권한을 마구 휘둘러 왔습니다.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도 막지 않았고 국회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은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입니까? 거대 야당은 국무위원은 물론이고, 방통위원장, 검사 감사 , 원장에 이르기까지 탄핵하고, 탄핵하고, 또 탄핵했습니다. 탄핵 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거대 야당 대표를 노려봤다고 장관을 탄핵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탄핵해서 직무를 정지시켜놓고, 정작 헌재 탄핵심판에서는 탄핵 사유를 변경하는 황당한 일도 반복해 왔습니다. 얼마 전 중앙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심판을 재판관 여러분께서 직접 진행하시지 않았습니까? 기자회견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데 실제로는 그 기자회견에 나오지도 않았고, 국정감사에서 허위증언을 했다는데 정작 국정감사에 출석하지도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탄핵사유조차 틀렸는데도, 일단 직무부터 정지시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입니까?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습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민노총 간첩단에게 보낸 지령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입니다. 이야말로 사회의 ,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입니다. 거대 야당은 자신들의 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도 줄줄이 탄핵하고,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탄핵했습니다. 검사 탄핵은 그 자체로도 수사 방해지만, 검사 탄핵을 지켜보는 판사들에 대한 겁박이 되기 마련입니다.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인 것입니다. 급기야 거대 야당은 지난 정부의 이적행위를 감사하던 감사원장까지 탄핵했습니다. 거대 야당은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에 ‘사드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를 탄핵 사유로 포함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민주당 정부의 안보 라인 고위직 인사 4명이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에게 사드 배치, 작전명,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 국가 기밀 정보를 넘겨준 간첩 사건입니다. 감사원은 이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감사 조치를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탄핵 사유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간첩 행위를 무마하기 위한 ‘이적 탄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지만, 이적 행위까지 탄핵으로 덮는 것을 보며 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망국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한편 정부 각 부처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사용 집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산하기관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처의 수장들을 탄핵소추로 직무정지시켜 그 부처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심각하게 저해한다면, 기회비용과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막대한 피해와 손해를 입히는 것이 되겠습니까? 거대 야당은 공직자를 무차별 탄핵소추하고 소추인단 변호사 비용도 국민 세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탄핵소추된 공직자들은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자기 개인 자금으로 변호사 비용까지 조달해야 합니다. 정부 공직자들은 거대 야당의 이러한 폭거에 한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거대 야당은 ‘선동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거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기간도 가장 길고 국민적 관심도 가장 큽니다. 그만큼 직선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다른 선출직 공직자에 비해 그 무게가 다릅니다. 과거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은 한마디로 대통령 직선제 확보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동조세력과 연대하여,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선제 탄핵, 퇴진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지난 2년 반 동안 오로지 대통령 끌어내리기를 목표로 한 정부 공직자 줄탄핵, 입법과 예산 폭거를 계속해 왔습니다. 헌법이 정한 정당한 견제와 균형이 아닌, 민주적 정당성의 상징인 직선 대통령 끌어내리기 공작을 쉼 없이 해온 것입니다. 이것이 국헌문란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것이 국헌문란 행위이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거대 야당의 이런 지속적인 국헌문란 행위는, 국가 정체성과 대외 관계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과 동떨어진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는 어느 면에서 보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대통령 중심제 권력구조를 가지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제왕적 거대 야당의 폭주가 대한민국 존립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계엄 이후 벌어진 일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정말 제왕적 대통령이라면, 공수처, 경찰, 검찰이 앞 다퉈서 저를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영장 쇼핑, 공문서 위조까지 해가면서 저를 체포할 수 있었겠습니까? 비상 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이 총 570명에 불과한데,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0 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습니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을 결단한 이유는, 이 나라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자 했습니다. 국정 마비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가 위기 상황과 비상사태에 처해있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께서 비상사태의 극복에 직접 나서주십사 하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제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계엄을 해제한 그날부터 탄핵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행사입니다. 저는 긴급 국무회의를 거쳐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최소한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를 하자 즉각 병력을 철수하고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계엄을 해제했습니다. 다 알고 계시다시피,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입니다. 선거의 공정과 직결되는 중앙선관위의 전산시스템 보안 문제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공공재이자 공공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런 조치들의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비상계엄 자체가 불법이라면 계엄법은 왜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는 왜 존재합니까?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2021년 6월 29일 처음으로 정치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영광의 길이 아니라 형극의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직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어떤 분은, 우리나라 대통령직은 저주의 길이라면서, 저를 만류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라는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민께 드린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 산업화에 일생을 바친 분들, 민주화에 헌신하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분들, 이런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을 드렸습니다.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는 데 맞서,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드리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이 약속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된 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인한 대외 환경의 어려움이 계속 됐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부의 잘못된 소주성 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우리 경제와 민생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계속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라도 노력하면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우리 기업, 우리 국민과 함께 뛰면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기쁘고 보람있는 일도 많았고, 부족하고 아쉬운 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지키는 제복 입은 공직자에 대한 처우 개선 추진이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권은 반일 선동에만 열을 올렸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질렀고, 우리 인구의 두배 반이 넘는 경제강국 일본과 수출액 차이가 이제 불과 수십억 불 규모로 좁혀졌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100분의 1, 지난 민주당 정부에 비해 수십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또, 작년에 서른 번이나 열었던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 기억이 많이 납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많은 일을 현장에서 해결해 드리면서, 국민과 같이 웃기도 했고 같이 울기도 했습니다.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 강원, 제주까지, 전국 모든 지역을 다니면서, 지역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우리 국민들께서 전국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서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다시 그렇게 일할 기회가 있을까, 마음이 아립니다. 1박 4일의 살인적 일정으로 미국에 가서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했을 때는 정말 보람이 컸고 마음도 든든했습니다. 방산 수출의 물꼬를 트고,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아쉬웠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기업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안들은 하염없이 뒤로 미뤄놓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위헌적 법안, 핵심 국익에 반하는 법안들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될 때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국방, 치안, 민생을 위해 꼭 필요한 아킬레스건 예산들이 삭감됐을 때는 막막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시는 우리 국민,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나중에 또 다시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계신데, 계엄을 또 선포할 이유가 있습니까?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동안 심판정에서 다뤄진 쟁점들 가운데,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세세한 사실관계를 언급하기보다 상식의 선에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국회의 , 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계엄 당일 국회의장의 발언대로, 국회는 어디서든 본회의를 열어서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는 나오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일을 하려면 군으로 국가를 완전 장악하는 계획과 정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이 그랬습니까? 계엄 사무를 담당할 주요 지휘관들이 비상계엄 직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심판정 증거 조사에서 다 드러났습니다. 장관 재가를 받아 지방 휴가를 가거나, 부부 동반 만찬, 간부 만찬 회식을 하다가 계엄이 선포된 직후에야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습니다. 준비된 치밀한 작전 계획이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혼선과 허술함도 있었습니다. 국방부장관이나 지휘관들이나 경험이 풍부한 군사 전문가들인데 왜 이랬겠습니까? 12.3 계엄 선포는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이고 과거 계엄과 다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주주의를 수십 년 경험하고 몸에 밴 우리 50만 군이, 임기 5년 단임 대통령의 사병 역할을 할 리가 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국회의 망국적 독재로 나라가 위기에 졌으니, 이를 인식하시고 감시와 비판의 견제를 직접 해주십사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화국의 대의제 위기에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가 직접 나서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고 했다는 주장은, 국회에 280명의 질서 유지 병력만 계획한 상태에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국회가 비어있는 주말도 아니고, 회기 중인 평일에 이런 병력으로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국회의원만 300명이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을 합치면 몇 천 명이 넘습니다. TV 생중계를 보더라도, 계엄 선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국회 경내와 본관에는 수천 명의 국회 관계자와 민간인들이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계엄 선포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질서유지 병력이 도착하였고, 국회 경내에 진입한 병력이 106명, 본관에 들어간 병력이 겨우 15명인데,이렇게 극소수 병력을 투입해 놓고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끌어내라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게다가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데,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끌어낸다는 것은 상식에 반합니다. 본관에 진입한 군인들은 본회의장이 어딘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무엇 하나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도 끌려 나오거나 체포된 일이 없었으며, 군인이 민간인에게 폭행당한 일은 있어도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입니다. 거대 야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기해서 선포된 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둔갑시켜 탄핵소추를 성공시켰습니다. 그리고는 헌법재판소 심판에서는 탄핵 사유에서 내란을 삭제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기탄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긴 시간의 복잡한 심리를 통해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판례에서 보듯이 실제 일어난 일과 진행된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고, 누가 봐도 쉽게 바로 알 수 있어야 내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거대 야당과 소추단이 헌재 심판 대상에서 내란을 삭제한 이유는, 심리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내란의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12.3 계엄은 발령부터 해제까지 역사상 가장 빨리 종결된 계엄입니다. 그러다보니 계엄사령부 조직도 구성되지 못했고, 예하 수사 본부 조직도 만들어지지 못한 채, 그냥 계엄이 종료되었습니다. 겨우 몇 시간 평화적으로 진행된 계엄을 내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서, 비상계엄 국무회의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입니까? 국무회의가 아니라 간담회 정도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그날 상황이 간담회 할 상황입니까? 간담회는 의사정족수도 없는데, 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찰 때까지 기다렸겠습니까? 당일 저녁 8시 30분부터 국무위원들이 차례로 오기 시작했고, 저는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부장관이 계엄의 개요가 기재된 비상계엄선포문을 나눠주었습니다. 국무위원들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각 부처를 관장하는 국무위원들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가 비상상황이고 비상조치가 필요함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각 부처 장관의 우려 사항, 예를 들어 경제부총리의 금융시장 혼란 우려와 외교부장관의 우방국 관계 우려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국무위원들이 과거의 계엄을 연상하고 있어서, 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의사정족수 충족 이후 국무회의 시간은 5분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충분히 논의를 한 것입니다. 다음날 새벽 계엄 해제 국무회의는 소요시간이 단 1분이었습니다. 실제 정례, 주례 국무회의의 경우에도, 모두 발언 마무리 , 발언 등을 하고 많은 안건을 다루기 때문에 1시간 가량 걸리지만, 개별 안건의 심의 시간은 극히 짧습니다. 또한 비상계엄을 위한 국무회의를, 정례, 주례 국무회의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보안 유지가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 혼란도 줄이고 질서유지 병력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지난 심판정에서 “국무회의를 100 여 차례 참석했지만,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 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국무회의 배석을 위해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을 대통령실로 나오도록 했고, 국가안보의 문제이기도 해서 국정원장도 참석시켰습니다. 1993년 8월 13일 김영삼 대통령께서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국무위원들은 소집 직전까지 발표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국무회의록도 사후에 작성됐습니다. 그때 상황은 이인제 당시 노동부장관께서 이미 자세히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두고 국무회의가 없었다고 하지 않았고, 당시 헌법재판소는 긴급명령 발동을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밖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는 변호인단의 변론으로 갈음하겠습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언젠가 해야 하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지금 제가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임기 전반부 동안 역대 정부들이 표를 잃을까봐 하지 못했던 교육, 노동, 연금의 3대 개혁을 중심으로 국정개혁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했습니다. 3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유보통합의 첫걸음을 떼었고, 늘봄학교와 융복합 고등교육, 그리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과감한 권한 이전 등 교육개혁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노사법치의 틀을 새롭게 세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동 유연화와 노동보호의 노동개혁 물꼬도 텄습니다. 국가적 난제였던 연금개혁도, 역대 정부 최초로 방대한 수리 분석과 심층 여론 조사를 진행하였고, 수용성이 높은 방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국민과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과 국정과제의 실천, 민생에 영향이 큰 사회개혁의 추진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러한 스케줄에 맞춰 일해 온 것입니다. 어느 정권이나 임기 초기에는 선거 공약과 국정과제 이행이 우선이므로,정치개혁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전직 대통령들의 5년 임기가 금방 다 지나갔고,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와 행정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합니다.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는 여러 전직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 공약하고도 이행하지 못한 청와대 국민 반환도 당선 직후 바로 추진하고 이행한 바 있습니다.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하여,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결국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입니다. 우리 경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의 급변과 글로벌 경제 안보의 , 불확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국가노선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 먼저, 촉박한 일정의 탄핵심판이었지만, 충실한 심리에 애써주신 헌법재판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심리는, 내란 탄핵에서 내란 삭제를 주도한 소추단 측이 제시한 쟁점 위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 제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드릴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서면으로 성실하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으니, 대통령으로서 고뇌의 결단을 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많은 국가 기밀정보를 다루는 대통령으로서 재판관님들께 모두 설명드릴 수 없는 부분에까지 재판관님들의 지혜와 혜안이 미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재판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저는 대통령에 출마할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습니다. 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꾸짖는 국민의 질책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尹 “직무 복귀하면 또 계엄? ‘개헌’ 집중하겠다”

    尹 “직무 복귀하면 또 계엄? ‘개헌’ 집중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탄핵심판 최종 의견 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1차 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 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해 직무에 복귀하면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를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자신의 임기 종료 전이라도 개정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은 외치에 집중하며 내치는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는 대목은 개헌에 앞서 ‘책임총리제’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향후 국정 운영 청사진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계엄을 또 선포할 일은 결코 없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내가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나중에 또 다시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만으로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계신데, 계엄을 또 선포할 이유가 있느냐.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대표 빼곤 전부 하자는 개헌, 이번엔 다를까[윤태곤의 판]

    이재명 대표 빼곤 전부 하자는 개헌, 이번엔 다를까[윤태곤의 판]

    87년 개헌 직후부터 개헌 논의전직 대통령·국회의장 ‘적극적’영토 조항·경제민주화 등 ‘간극’ 권력구조 개편 상당한 공감대야당 총선 압승 후 개헌론 분출비상계엄 파국이 되레 ‘원동력’정치권 권력 분산 목소리 커져이재명 미온적… 입장 변화 주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다음달 중순 쯤에는 심리가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탄핵심판의 결과는 기각 아니면 인용 둘 중의 하나다. 제3의 길은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여당 다수 의원들은 “탄핵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탄핵 기각은 윤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대통령의 직에 복귀하고 권한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된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방부 장관 등의 빈자리를 채우고 국무총리 후보자도 뽑아야 한다.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국회 인준 투표도 진행될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군과 경찰의 충성을 이끌어 내는 것도 난제다. 무엇보다 탄핵을 기대했던 다수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다시 계엄을 시도, 아니 ‘성공’시킬 자신이 없는 다음에야 거대 야당과 대화해서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중국의 하이브리드 전쟁 음모를 분쇄하고 부정선거의 전모를 밝히는 동시에 좌파 세력을 일거에 척결할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참으로 거리가 먼 과제들이다. ●개헌 반대하면 손가락질받는 분위기 탄핵 인용은 조기 대선이다. 지난달 ‘윤태곤의 판’에서도 “탄핵 반대 여론의 증가, 보수 결집, 정권 교체 측과 정권 연장 측의 대립, 지리멸렬한 여당의 지지율 상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 표출 등은 기실 조기 대선 국면의 반영이라고 봐야 한다”고 짚어 본 바 있다. 그런데 조기 대선판보다 이미 먼저 닥친 것은 개헌 논의다. 사실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이후부터 개헌론은 분출됐었다.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하고, 사법 리스크라는 큰 족쇄에 묶인 이 대표 입장에서도 호응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그림이었다. 총선 당시 “3년은 길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반윤 드라이브를 걸었던 조국혁신당이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먼저 치고 나왔다. 정치권 취재 경력이 수십년인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작년 6월 칼럼에서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의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라고 주장했다. 여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조차 그즈음 한 토론회에 나가 “4년 중임제를 논의하면서 대통령 임기 단축 얘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먼저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개헌을 논의할 땐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소야대의 압박, 탄핵의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한 돌파구로 임기 단축을 감수한 개헌이라는 선택지가 제시됐지만 윤 대통령은 정반대 시나리오인 ‘계엄’을 선택했다.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 국민의 호응 도출, 기득권 포기(임기 단축) 수순 대신 일방적인 물리적 수단을 사용했고 파국적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파국이 오히려 현재 개헌 논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선 개헌을 반대하면 손가락질을 받는 분위기다. 조기 대선 언급을 금기시하는 여당에서도 개헌론에 대해선 아주 적극적이다. 야당에서도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 숫자가 많다. 조기 대선이 열리기 전까지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국회의장 자문위 개헌 시안 많아 전 국민적 민주화 투쟁과 권위주의 정부의 굴복 내지는 수용, 그리고 정치력이 뛰어난 여야 중진들의 ‘8인 밀실 협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단행됐다(헌법재판소 역시 1987년 개헌의 산물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직후부터 또 개헌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는 내각제 개헌을 축으로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과 JP(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을 끌어들여 3당 합당을 성사시켰다. DJP연합 역시 내각제 개헌을 고리 삼아 성사됐다. 탄핵소추 경험을 겪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개헌안을 띄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리자 직접 국회에 나와서 개헌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후임자부터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이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집권 후반기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재 직무정지 중인 윤 대통령만이 개헌을 언급하지 못했다. 만약 직에 복귀한다면 윤 대통령 역시 정국 돌파구로 개헌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십수년간은 국회의장들도 개헌에 적극적이었다. 2009년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 자문위원회 의견부터 해서 정의화 국회의장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정세균 국회의장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김진표 국회의장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쌓여 있다. 모든 헌법 조문에 대한 대안이 다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쟁점 사안은 국민적 합의 쉽지 않아 이렇듯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을 바꾸자는 논의는 오래된 것이다. 근거와 대안도 많이 축적돼 있다. 통일 준비 혹은 분단 체제에 걸맞은 영토 조항 정비, 경제민주화 조항 개정, 국민 기본권 정비, 행정부와 의회 관계 재정립, 검찰권과 헌법재판소의 지위, 사회권 등 여러 사안을 전반적으로 손볼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충분하다. 권력구조 개편의 경우에도 ‘4년 중임제’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고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이 제시돼 있다. 대체로 대통령 권한을 줄이자는 쪽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이렇게나 넓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는 공감대는 극히 협소하다. 예컨대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규정, 대한민국 권력의 실효 범위에 대해 통일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남북 분단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반대 방향이다. 7·4남북공동선언 이래 동상이몽 격이지만 통일을 함께 이야기했던 북한은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남남이다”라면서 자기들 헌법을 먼저 싹 뜯어고쳤다. 1987년 개헌 당시 김종인의 소신 혹은 고집으로 들어간 ‘경제민주화 조항’이나 제헌 헌법에서 채택돼 현행 헌법 제121조에 명기된 ‘경자유전’ 조항 등에 대한 의견도 대립적이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삭제 등 야당이 주장하는 ‘사법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또 어떤가. 헌법 전문의 경우 여야가 모두 5·18민주화운동을 헌법에 담자고 하는데 조국혁신당은 부마항쟁과 6·10민주항쟁도 넣자는 입장이다. 촛불혁명, 동학농민운동, 제주 4·3항쟁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이런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쟁점마다 A안, B안, C안이 나와 있다. 그런데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토론이 제대로 진행된 적도 없고 국민적 공감대는 당연히 없다. 최근의 정치 양극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더 극심해진 이념 대립 등을 감안하면 이런 이슈들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비하면 그래도 권력구조 개편 쪽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논의 진도도 빠르고 공감대도 상당하다. 특히 계엄 이후엔 더 그렇다. 어떻게든 대통령 권력을 줄이자는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권력 분산 주장을 ‘나눠 먹기’로 받아들였던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도 상당히 줄어든 느낌이다. ●이재명, 권력구조 청사진 내놓을까 현재로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장이 가장 구체적이다.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 ▲결선투표제 도입 ▲거대 양당 기득권 해소와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등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2년 단축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 더하기 빼기를 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 여당 지도부도 연일 개헌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대선 주자군도 우호적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 후보는 거대 야당과의 공존, 협치의 그림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개헌론 제시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단 한 사람, 이 대표는 미온적이다. 그런데 이재명이 특별히 욕심쟁이라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원래 권력을 쥘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는 사람은 현상 변경을 꺼리고 낮은 사람은 판을 흔들려 하기 마련이다. 김동연과 이재명의 입장 차는 현실의 차이를 반영한다. “개헌 논의가 탄핵 전선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친명(친이재명)계의 반론도 영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탄핵 전선이 사라진 이후엔 1위 주자인 이 대표도 어떤 식으로든 미래 권력구조에 대한 그림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윤석열의 제도적 권력을 내가 그대로 이어받아 잘 써 보겠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게다가 탄핵 판단과 시차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은 선거법 2심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개헌 말고 다른 돌파구가 있겠나…. 이런 이유로 본다면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개헌 논의는 과거보다는 훨씬 더 뜨거워질 것이다. 60일(탄핵 인용 시 대선 실시까지의 기간) 안에 합의안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잘 하면 공통 공약 정도로까지는 진도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윤태곤 공공전략 컨설턴트
  • 후보자 기부행위 금지… 지위 이용한 선거운동도 허용 안 돼

    후보자 기부행위 금지… 지위 이용한 선거운동도 허용 안 돼

    다음달 5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기부행위와 선거운동 방식이 철저하게 제한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감시하에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만큼 과거처럼 깜깜이 돈 선거로 치르려 했다간 최대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후보 등록 18일부터… 선거인 430만명 16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다음달 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치러지며 선거인 수만 430만여명에 달한다. 자산 규모 2000억원 이상 금고는 직선제로, 2000억원 미만 금고는 회원 직접 투표, 총회 선출, 대의원회 선출 중 금고의 정관으로 정해 치러진다. 이사장 후보 등록은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선거운동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3일간이다. 새로운 이사장의 임기는 다음달 21일부터 2029년 3월 20일까지 4년이다. ●어깨띠·명함 등 세세하게 규정 마련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다음달 5일 선거일까지 제한된다. 선거인이나 그 가족, 선거인이나 그 가족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을 대상으로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새마을금고 임직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운동 방식도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이사장 직선제 선출 시 선거공보물과 벽보, 윗옷, 소품, 어깨띠, 명함 제작 등의 선거운동이 허용된다. 다만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금지된다.
  • 설 자리 잃은 재야·시민사회… 한국 정치는 거대 여야만 남았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설 자리 잃은 재야·시민사회… 한국 정치는 거대 여야만 남았다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재야 원로를 비롯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이 제도화되면서 이제는 여야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이 정당과 의회 중심으로 이뤄지며 역설적으로 재야·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시민사회의 관심 분야가 민주화에서 기후, 인권, 이주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만큼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야권과도 이념적 차이 민주화 후 기후·인권 등 영역 세분화2000년대 낙선운동 등 영향력 발휘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때는 독재정권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민주화로 가는 과정의 시민운동 초창기였다”며 “군사독재 쪽하고는 선을 긋고 민주 진영에서 같이 활동했던 야권 사람들과 함께했지만 지금은 시민운동 쪽에서도 이념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과 함께 ‘재야 3인방’으로 불린 이 고문은 1970·1980년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별세한 장 원장은 한평생 노동·시민운동에 헌신한 인사로 제도권 정계로는 진출하지 못해 ‘영원한 재야’라는 별명도 얻었다. 장 원장의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졌다. 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는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은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권의 탄압을 받으며 비제도권에서 저항했던 재야 인사, 재야 시민사회가 있었다”면서 “한국의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명동성당에 진입하려던 경찰의 시위대 연행 시도를 단호히 막아 내며 성당을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만들었다. 당시 김 추기경은 “성당 안으로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라며 “그 뒤에 신부들,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우리를 다 넘어뜨리고 난 후에야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야권이 협력해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냈고, 2000년에는 부적격 후보자들의 낙천과 낙선을 위한 운동을 펼쳐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원로들이 하나둘씩 별세하면서 독립적인 시민사회 리더십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장 원장의 장례식에서 호상을 맡았던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통화에서 “앞에 나섰던 재야 원로들도 이젠 많이 돌아가셨다”며 “장 원장이 계셨다면 현 시국에 대해 많이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정치의 독점적 구조는 시민사회나 재야 원로들이 개입할 여지를 더욱 줄여 갔다. 정당들이 정책과 정치적 담론을 독점하게 됐고, 특히 양당 구조가 강화되면서 정당 외부의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국청년연합(KYC)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후 4선 중진이 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명 과거에 비해 제도 정치의 비중이 더 커졌다”며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민사회의 의제나 방식은 훨씬 더 다양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정치의 제도화나 시민운동의 성숙과 연결되면서 재야 시민운동가들이 정당과 연관된 사람들로 바뀌는 시대 현상”이라고 짚었다. 시민사회 내부의 입장 차도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갖게 돼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민주화운동 당시와 달리 시민들이 정치보다는 경제적 안정과 개인적인 삶을 더 중시하는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의 대중 동원력이 감소하고 정치권에 대한 압박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정당들의 정책·담론 독점적 구조 민주화운동 주도했던 원로들 별세정책 결정 과정 의견 반영 어려워져제 원장은 “시민사회는 ‘반민주 투쟁’의 단일대오에서 기후환경, 장애인 인권, 경제개혁, 이주민 보호 등으로 다양한 관심사를 대변하게 됐다”며 “정치권의 과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관심과 요구가 정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 등을 이루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거대 양당 체제 공고화와 정치권의 폐쇄성 강화, 시민사회의 변화 등과 맞물려 재야 시민사회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극한 갈등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오히려 국민 여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9일 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범국민 항쟁기구’ 결성을 제안했다. 이 고문은 “아무리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정당들이 민주 헌정 체제를 지키자는 쪽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무관용 원칙·과태료 50배… 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뿌리 뽑는다

    무관용 원칙·과태료 50배… 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뿌리 뽑는다

    선관위 ‘금고선거 지킴이’ 운영이사장 후보자·측근 등 활동 파악145명 40팀 우범 후보지 상주 감시위반 행위 신고자 최고 3억 포상금금고법 개정 후 선관위 첫 관리금품 매수·비리 심각 ‘깜깜이 선거’ 올 전국 1103개 중 48% 직접 투표부산·대구 등 위법행위 조치 21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달 5일 예정된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 수수 행위 등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선다. 선관위 위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것은 처음이다. 16일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련 위법행위 조치 건수는 21건으로 집계됐다. 고발 10건, 수사 의뢰 2건, 경고 등 9건이다. 부산선관위는 입후보예정자 A씨가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새마을금고 회원과 대의원 등에게 5만원 상당의 상품권 26장을 돌렸고 지난 추석 명절 때도 같은 방식으로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해 A씨를 지난해 10월 29일 부산경찰청에 고발했다. 대구선관위는 지역 금고 이사장 B씨를 지난해 10월 29일 대구경찰청에 고발 조치했다. 대구선관위에 따르면 B씨는 이번 선거에서 입후보할 것으로 보이는 C씨에게 입후보하지 못하도록 상근 이사직을 제안하는 등 매수한 혐의를 받았다. 선관위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에 사활을 건 데는 이 선거가 그동안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금품 제공 및 비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서다. 선관위는 “중대 위탁선거범죄 중 특히 ‘돈 선거’ 척결에 단속 역량을 집중해 정보수집 채널을 확보하고, 금품선거 특별관리지역(금고)을 지정하며 금고 회원에 준법 선거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정보수집과 단속, 신고·제보 활성화 등의 방식으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대비했다. 금고 실정을 잘 아는 대의원과 회원 등으로 구성된 ‘금고선거 지킴이’를 만들어 단속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 920명의 공정선거지원단을 운영해 이사장 후보자와 측근의 활동 정황을 파악하는 한편, ‘돈 선거’ 발생 우려가 있는 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모두 145명 40팀으로 구성된 광역조사팀을 상주시켜 감시하고 있다. 금품 제공 행위자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게 선관위의 방침이다. 선거 관련 금품을 받으면 제공받은 금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선관위가 알기 전에 위반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위법 행위의 경중과 규모, 신고 내용의 구체성 및 증거 자료의 신빙성 여부 등에 따라 최고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2011년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은 이사장 선출 방식을 각 금고의 정관으로 정해 선출하도록 했고 구·시·군선관위에 임의로 선거 관리를 위탁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80%가량의 금고에서 대의원을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을 선택했고 이사장 후보자는 대의원을 금품 매수하는 등 ‘검은 돈’ 선거로 치러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처럼 문제가 누적되자 이사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바꾸고 선관위가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2021년 새마을금고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선출 방식에 따라 새마을금고가 이사장 선출 시 선관위에 의무 위탁을 해야 하며 금고 회원이 직접 투표하도록 했다. 다만 자산 규모 2000억원 미만인 금고는 정관으로 이사장 선출 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기준 전국 1103개 새마을금고 중 535개(48.5%)가 이번에 직선제로 임기 4년의 이사장을 선출한다. 서울신문·중앙선관위 공동기획
  • ‘국민동의 청원’ 채택 0건… 국회 독립기관 신설해 ‘민의’ 들어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국민동의 청원’ 채택 0건… 국회 독립기관 신설해 ‘민의’ 들어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청원권관련 법안은 1961년 돼서야 시행까다로운 절차·오랜 시간에 외면‘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인식 팽배정권 바뀔 때마다 사라지는 시스템文, 정부 주도 온라인 청원으로 인기접근성 낮췄지만 ‘20만 동의’ 한계尹, 대통령실 주도로 지속성 떨어져청원委 등 청원권 강화 제도화 시급英·獨 등 청원 충족 인원비율 낮아권력 지형서 벗어날 독립기구 필요개헌 통해 美 국민발안제 도입 주장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당시 뜨거웠던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직선제 하나만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은 애초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특히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쌓이는 국민들의 불만과 요구를 입법에 반영하는 ‘청원권’은 87년 체제에서도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국민과 정치권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선 청원권 강화 제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청구권적 기본권의 하나인 청원권은 제헌 헌법에서부터 규정됐다. 현행 헌법 26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청원권 관련법은 1961년 9월이 돼서야 시행됐다. 그나마도 그렇게 마련된 청원 시스템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여러 경로로 청원 신청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수 이상 국민 동의를 받거나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도입한 ‘청와대 국민 청원’은 말 그대로 ‘히트’를 쳤다. 온라인 방식을 통해 접근성을 낮추고 정부가 민원을 직접 검토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20만 건 이상 동의받은 청원에만 선별적으로 답하는 등 인기영합적 성격 탓에 ‘한풀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국민 제안’을 통해 누구나 민원 신청 시 법정 처리 기한 내 정부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설 2년 만에 13만 4000여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민원 검토와 답변을 주도하면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진 못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청원권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는 정당이나 의회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국회는 2020년부터 ‘국민 동의 청원’을 시행 중이다. 청원인이 전자시스템에 청원서를 등록하고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민 동의 청원으로 접수돼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로 보내 심의토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 후 지난 21대 국회에 접수된 청원은 총 194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본회의 불부의(32건), 철회(1건) 또는 폐기(161건)됐고 채택된 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 22대에서도 현재까지 접수된 안은 93건이 전부다. 청원 중 철회 1건(낙동강 녹조 오염 관련 청문회 요구 청원)을 제외한 나머지 안들은 모두 소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원 방법은 다양하게 제도화돼 있지만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시스템이 사라지는 지속성 문제가 있는 데다 ‘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효용성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자 청원의 성립 요건이 까다로운 탓도 그 이유로 꼽힌다. 영국 의회는 청원사이트에 청원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5인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되고, 6개월간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정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또 1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의회는 해당 청원을 대상으로 공개 토론을 진행한다. 대한민국 국회보다는 훨씬 문턱이 낮은 셈이다. 독일의 경우 청원인 단독이라도 청원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청원 등록이 가능하다. 전자 청원의 성립 요건은 6주간 3만 명 이상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인구수 대비로 따지면 청원 충족 인원 비율은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6.8배가량, 독일보다 2.7배가량 높다. 청원이 어렵사리 상임위에 회부돼도 국회는 국회법 제125조(청원 심사·보고 등) 6항에 따라 심사를 무기한 미룰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국회 내 청원위원회 등 독립기관을 세워 청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생활에 필요한 입법 도입은 속도를 높이고, 인기영합적 주제의 청원에만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막아 청원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대립이 첨예한 정치 상황에서 국민 청원이 빛을 보려면 국회 내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권력 지형에 좌우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을 통해 미국처럼 ‘국민발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발안제는 유권자들이 연대 서명을 통해 중요 법률의 제·개정 등을 행정부나 입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제도로, 미국에서는 일정 비율 이상 국민 서명을 받은 법률안을 바로 국민 투표에 붙이는 ‘직접 발의’와 입법부에 법률안을 청원하는 ‘간접 발의’로 구분하고 있다. 직접 발의만 도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국민 서명 기간은 법안 제안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3개월이며 서명 기준은 주지사 선거 투표자 수의 5% 이상을 규정으로 둔다. 주의회는 국민발의안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투표 상정을 반대할 권리가 없다. 손우정 성공회대 연구위원은 “청원은 그 자체의 효과보다는 청원 과정이 캠페인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개헌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직접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정치와 국민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백골단’ 이름 유지한다…자랑스러운 백골정신 계승”

    “‘백골단’ 이름 유지한다…자랑스러운 백골정신 계승”

    윤석열 대통령 관저 사수 집회를 벌이는 ‘반공청년단’이 예하 조직 ‘백골단’의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은 13일 성명을 통해 “고심 끝에 반공청년단 예하 조직인 백골단의 이름을 유지한 채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백골의 정신은 감추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하고 계승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 반공청년단(백골단) 지도부의 결론”이라며 “계승하고자 하는 것은 백골단의 폭력성이 아닌 백골의 정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명칭 논란에 대해서는 “백골단 이름이 등장한 시점은 1952년”이라며 “대통령을 국회의원이 뽑는 의원내각제 세력과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 대통령직선제 개헌 세력 간의 충돌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김 단장은 주장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국민투표제(대통령직선제)를 반대하는 의원내각제 세력과 대립하다 비상계엄 조처를 내렸다”며 “‘부산정치파동’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문제로 삼는 80~90년대 ‘백골단’은 정식 명칭이 아닌 경찰 기동대 사복 체포조에게 폭력 시위를 이끈 대학생들이 붙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부 시절 타칭 ‘백골단’의 폭력성은 지양해야겠지만, 사회주의 혁명운동에 심취해 있던 학생들을 선도하고 폭력 시위대로부터 시민을 지켜야 할 의무를 수행한 사복 경찰들을 덮어두고 비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승만 정권 땐 ‘정치깡패’…군사정권 ‘국가폭력’ 상징도 백골단은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당이 조직한 정치깡패 집단을 지칭한다. 아울러 군사독재 시절 당시 백골단은 1980~90년대 사복 경찰관으로 구성돼 시위 진압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부대를 일컫는 별칭이기도 하다. 백골단이 크게 질타받게 된 계기는 ‘강경대 치사 사건’이다. 명지대 경제학과 1학년이던 강경대 열사는 지난 1991년 4월 26일 노태우 정권 타도, 총학생회장 석방, 학원 자율화 완전 승리를 외치던 중 백골단 소속 경찰에게 집단 구타당해 사망했다.
  • 폭설에도 주말 10만명 쏟아져… 집회지옥·교통지옥 된 한남동

    폭설에도 주말 10만명 쏟아져… 집회지옥·교통지옥 된 한남동

    반윤단체 “부정한 대통령 처벌”3일 영장집행 불발에 2박3일 농성은박 담요·핫팩 등 방한용품 무장주말 내내 집회 인파로 도로 마비친윤단체 “尹, 거룩한 사고 친 것” 전광훈 신도 중심 인근 교회 집결“우리가 뽑은 대통령 무시가 내란” 길 하나 사이 두고 찬반 욕설·고성 “대통령은 거룩한 사고를 친 것.”(탄핵 반대 측 전광훈 목사) “한시라도 빨리 범죄자를 끌어내고 체포, 구속해야 한다.”(탄핵 찬성 측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 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이후 주말인 4~5일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5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폭설이 내렸지만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는 계속됐다. “영장 무효”(탄핵 반대)와 “즉각 체포”(탄핵 찬성)를 외치는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선 욕설과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주말 내내 양측이 대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고, 사실상 차나 사람이 오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교통이 마비됐다. 한남동 일대가 ‘집회지옥’, ‘교통지옥’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노동·시민단체들과 윤 대통령 지지 단체들이 관저 인근에서 지난 3일부터 2박 3일간 철야 농성을 이어 가면서 한남동 일대는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의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대통령을 지키자”는 구호가 뒤섞였다. 전날 저녁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만 8000명, 탄핵 반대 집회에는 4만 5000명 등 1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 이날 폭설에도 오후 7시 기준 탄핵 찬성 집회에 1만 1000명, 반대 집회에 8000명이 집결해 밤새워 농성을 이어 갔다. 17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 관계자와 시민들은 눈발이 강하게 날린 이날 오전에도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핫팩과 은박 담요 등 방한용품과 우비로 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박보영(27)씨는 “체포영장 시일이 6일까지인데 지금까지 입장 발표도 없어 이대로 무산시키려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부정한 대통령을 처벌하는 것은 우리 사회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관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민주노총 측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광화문에서 모였던 윤 대통령 지지단체도 지난 4일 한남동으로 이동한 뒤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 갔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신자유연대 측은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근처에 집결해 “체포영장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탄핵무효”,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이모(65)씨는 “윤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모(57)씨는 “나라가 망하고 공산화될 것 같아서 나왔다”며 “우리가 직선제로 뽑은 대통령을 무시하는 게 내란”이라고 했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과 국제루터교회 사이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주신 경호처 감사합니다’, ‘경호원은 대통령을 지키고 국민은 경호원을 지킨다!’, ‘부정질서를 행동으로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윤 대통령 지지 화환도 수십 개 놓였다. 전 목사는 이날 한강진역 인근에서 ‘전국주일 연합예배’를 열고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넘어가게 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에 갔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이 예배에 참석했다. 주말 내내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던 한남동 일대의 교통은 마비됐다. 이날 용산구 삼일대로와 한남대로 일부는 도로 점거 집회로 통제됐고, 서울 전역에 많은 양의 눈까지 내리면서 차량들은 사실상 도로에 갇혔다. 시내버스는 경찰 교통통제에 따라 임시 우회 운행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전날에는 집회에 참가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한강진역에 서는 6호선 열차가 20분 정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 尹관저 인근 폭설 속 밤샘 집회…“거룩한 사고친 것” vs “즉각 체포해야”

    尹관저 인근 폭설 속 밤샘 집회…“거룩한 사고친 것” vs “즉각 체포해야”

    “대통령은 거룩한 사고를 친 것.”(탄핵 반대 측 전광훈 목사) “한시라도 빨리 범죄자를 끌어내고 체포, 구속해야 한다.”(탄핵 찬성 측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난 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이후 주말인 4~5일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5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폭설이 내렸지만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는 계속됐다. “영장 무효”(탄핵 반대)와 “즉각 체포”(탄핵 찬성)를 외치는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선 욕설과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주말 내내 양측이 대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고, 사실상 차나 사람이 오가기 어려운 수준으로 교통이 마비됐다. 한남동 일대가 ‘집회지옥’, ‘교통지옥’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노동·시민단체들과 윤 대통령 지지 단체들이 관저 인근에서 지난 3일부터 2박 3일간 철야 농성을 이어 가면서 한남동 일대는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의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대통령을 지키자”는 구호가 뒤섞였다. 전날 저녁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만 8000명, 탄핵 반대 집회에는 4만 5000명 등 1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 이날 폭설에도 탄핵 찬성 집회에 6000명, 반대 집회에 1만명이 집결해 목소리를 높였다. 17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 관계자와 시민들은 눈발이 강하게 날린 이날 오전에도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핫팩과 은박 담요 등 방한용품과 우비로 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박보영(27)씨는 “체포영장 시일이 6일까지인데 지금까지 입장 발표도 없어 이대로 무산시키려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부정한 대통령을 처벌하는 것은 우리 사회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며 관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민주노총 측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광화문에서 모였던 윤 대통령 지지단체도 지난 4일 한남동으로 이동한 뒤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 갔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신자유연대 측은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근처에 집결해 “체포영장은 불법이며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탄핵무효”,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이모(65)씨는 “윤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모(57)씨는 “나라가 망하고 공산화될 것 같아서 나왔다”며 “우리가 직선제로 뽑은 대통령을 무시하는 게 내란”이라고 했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과 국제루터교회 사이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 주신 경호처 감사합니다’, ‘경호원은 대통령을 지키고 국민은 경호원을 지킨다!’, ‘부정질서를 행동으로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윤 대통령 지지 화환도 수십 개 놓였다. 전 목사는 이날 한강진역 인근에서 ‘전국주일 연합예배’를 열고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넘어가게 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에 갔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이 예배에 참석했다. 주말 내내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던 한남동 일대의 교통은 마비됐다. 이날 용산구 삼일대로와 한남대로 일부는 도로 점거 집회로 통제됐고, 눈까지 내리면서 차량들은 사실상 도로에 갇혔다. 전날에는 집회에 참가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한강진역에 서는 6호선 열차가 20분 정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 ‘보수 심장’ 대구 서문시장 상인도 “대통령 중간평가 필요하다”[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보수 심장’ 대구 서문시장 상인도 “대통령 중간평가 필요하다”[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37년 전엔 대통령 직선제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젠 중간 평가도 할 수 있어야 안되겠어예?”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남희철(63)씨는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제기된 ‘개헌 논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개헌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이었다는 그는 대구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기억했다. 남씨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었고, 세상이 바뀌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 이후에 나타날 크고 작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고칠 기회도 없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남씨는 수십 년째 서문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소회도 밝혔다. 그는 “누구든 여기에 오면 우리 같은 일반 국민에게 ‘살림살이 나아지게 하겠다’, ‘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국민을 위해 일해달라고 뽑아본들 보수든 진보든 임기 5년 동안 자기 식구들만 배를 불리는 모습에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이어 “누구든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끌어내리려고 용쓰는 모습을 보면 ‘이게 과연 37년 전 우리가 바랬던 모습인가’라는 회의감도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는 대통령 중임제 등 ‘87년 체제’를 보완할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씨는 “5년 동안 승자가 다 먹으려다 탄핵되는 정치가 되다 보니 이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대화하고 조율하는 모습조차 없어져 버린 것 같다”면서 “3년 중임제든, 4년 중임제든 이제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중간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 “한국 정치는 모 아니면 도… 새 헌법 만들어야”

    “한국 정치는 모 아니면 도… 새 헌법 만들어야”

    1987년 6월 전북대 교정은 다른 대학보다 유난히 더 뜨거웠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자욱했고, ‘사과탄’이라 불린 M25 최루 수류탄 파편이 잔디밭에 나뒹굴었다. 학교 건물은 성한 유리창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당시 새내기였던 육현수(56) 기획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캠퍼스가 전쟁터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임시 휴강이 많았는데 대학이 원래 이런 곳인가 어리둥절했다”면서 “전투 경찰이 학내에 진입하는 건 예삿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육 과장은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가 점점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막 진학해 현실 인식의 깊이나 폭이 넓지 않았다”면서 “학회 활동을 하고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사회와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6·10 민주항쟁 현장에서 했던 고민에 대해 육 과장은 “국민 주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식했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민주주의 좌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육 과장은 ‘87년 체제’ 출범에 따른 긍정적 변화로 “정치적으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것, 경제적으론 경제 활동의 자유가 더 확대된 것, 사회적으론 국민 인권이 신장한 것”을 꼽았다. 하지만 이후 민주주의가 형식에 갇혀 내실을 다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봤다. 그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건 미숙했던 것 같다”면서 “현행 헌법 아래에서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당했다는 건 국가 통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8년이 흐르는 동안 과학기술과 경제가 발달하고, 중요하게 인식되는 국민의 기본권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경제·사회 부분별 실질적인 변화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새 헌법을 만들 때가 됐다”면서 “정치 세력 간 대립을 줄이고, 선거 결과에 따라 모 아니면 도(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1969년 전북 장수 출생 ▲상산고-전북대 경영학과 ▲행시 45회 ▲기획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장·재무경영과장
  • [김형오 칼럼] 대통령제를 끝장내자

    [김형오 칼럼] 대통령제를 끝장내자

    일본 도쿄에서 접한 12·3 계엄령 소식은 진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인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맑은 도쿄 하늘이 온통 노랗게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걱정스레 물어볼 때마다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민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반 위에서 정보기술(IT) 선진화를 위해 국회에서 진력했던 지난날이 번개같이 지나간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진보하고 발전했다. 식민지 수탈 없이 오로지 평화적 자력갱생으로 세계 10대 대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아니던가. 한국인은 그 자부심 하나로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그런데 난데없는 계엄령이라, 그것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 더 말문이 막힌다. 혼란과 위기의 근본, 87년 헌법해프닝 아닌 해프닝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혼란을 수습하려는 쪽은 힘이 없고,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은 기승을 부린다. 외교, 안보, 경제, 민생 전반에 걸쳐 심각한 피해가 불 보듯 하다. 위기 수습 능력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척도라는데 우리는 이런 면에서 영 서툴다. 이런 식으로 나라가 가라앉는단 말인가. 혼란과 위기의 근본적 문제는 87년 체제의 현행 헌법에 있음을 이제는 숨기지 말자. 87년 체제는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의 결과로 태어난 헌법이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다. 이 헌법으로 우리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 냈고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러나 37년이 지나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강력한 권한으로 인해 그 위험성과 부작용이 나라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원자력 산업 포기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87년 체제는 불행한 대통령제의 연대기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8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세 명은 감옥에 가고, 한 명은 목숨을 끊고, 두 명은 자식들이 곤욕을 치렀다. 또한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경험했다. 검투사막장정치로 민생 난망승자독식 시스템과 황제적 권한의 대통령제는 속성상 정권투쟁•권력투쟁을 부추긴다. 정치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검투사 경기’ 같은 막장 정치를 펼친다. 혐오와 적대의 정치는 개선될 조짐은커녕 세월이 흐를수록 격화된다. 국회의원들의 양심과 정의는 정파적 이익으로 변질되고, 국민과 나라보다 권력 게임의 전사로서 소모품 역할을 한다. 여대야소 상황이면 국회는 행정부(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하고 반면에 여소야대가 되면 입법 폭주와 전횡으로 정부는 일을 하지 못한다. ‘닥치고 탄핵’과 ‘닥치고 예산삭감’은 그 일례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철칙은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 정권을 잡는 일이라면 양심과 염치도, 상식과 원칙도 없다. 정파적 이익과 다수의 힘만이 정치의 실존으로 작용한다.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우리 산업의 상징인 반도체산업마저 정쟁의 도구가 되는 마당에 민생경제를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죽음의 키스’ 제왕적 대통령제황제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이 나라의 모든 분야에 간섭하고 영향을 미친다. 모두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정권 탄생에 기여하면 자리 보상이 주어진다. 전임 정부 추진 정책은 사실상 폐기되고 5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를 찾는다. 국민 혈세와 나라 곳간만 축내는 이런 작태가 5년마다 되풀이된다. 중장기 목표와 전략은 실종되고 공무원은 일손을 놓는다. 힘들게 쌓아 왔던 국가 경쟁력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는 SNS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들도 한몫한다.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콘텐츠를 물어다 주니 확증편향 코드만 판을 친다. 여기에 팬덤이 가세하니 기교와 눈치 보기, 아첨이 설쳐댄다. 정치는 증발되고 감정과 증오만 남는다. 나라 밖이나 세계정세는 관심 없고 오직 내부 정치에만 열을 올린다. 한국 정치인의 시야가 쪼그라들고 왜소화되는 이유다. 나는 개헌이 지난한 과정인 줄 알면서도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2008년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개헌자문특위를 만들어 개헌안까지 마련한 바 있다. 이 안은 지금도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중요한 뼈대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다시 개헌을 주장하면서 현재 헌법으로서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개헌 거부하면 불행해질 것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기에는 권력에 심취해 개헌의 ‘개’자도 못 꺼내게 하다가 위기 상황에 몰리거나 정권 후반기 힘이 빠지면 개헌론을 제기한다. 국가 최고의 기본법을 정파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취급하니 개헌이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먼저 국회에 개헌특위를 상설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헌법이 적절할지 공론의 장을 펼치는 것이다. 합의가 된다면 시기 결정은 어렵지 않다. 개헌의 핵심은 현행 대통령제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대통령이 실패했고 그들의 불행은 나라의 불운과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대통령제가 미국 국경을 넘으면 왜 ‘죽음의 키스’가 돼 단 한 나라도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또 제왕적 대통령이 갖는 권한을 보유한 채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나라를 망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개헌을 하지 않거나 현행 대통령제와 비슷한 개헌을 한다면 그가 누구든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뛰어나고 국민 지지가 높았던 인물들도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았나. 더구나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한 사람이 국가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어리석은 망상은 걷어치워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이제 대통령제를 끝장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갓 스무 살 성인이 된 87학번들에게 ‘87년 체제’는 환희이자 희망이었다. 이들은 38년 전 그때를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캠퍼스와 거리에서는 날마다 대학생, 넥타이 부대, 노동자들이 어울려 시위를 했다. 87년 체제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결실이었다. 스무 살의 87학번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때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87학번들이 겪은 1987년과 2025년 그리고 새롭게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빠져든 학생 운동이한열·박종철 열사 사망이 계기전공보다 이념 학습·시위가 일상“돌·최루탄 난무… 캠퍼스가 전쟁터”상당수 87학번들은 대학 새내기 때 자연스럽게 학생 운동에 빠져들었다. 87학번들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속하지만 선배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86세대의 주축인 8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그들에게 “너흰 한 것도 없이 민주화된 세상을 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에서 대학 생활을 해 온 선배들의 ‘도발’이었다.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연세대 화학과에 입학해 대학 1년 선배인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1990년 27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권 전 부시장은 “선배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접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형기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의 1987년은 서울대 선배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했다. 정 대변인은 “1987년 봄은 광장 집회, 시험 거부, 돌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하늘로 기억된다”며 “전공과목보다 이념 학습과 토론, 시위와 뒤풀이가 일상이자 대학 문화였다”고 말했다. 육현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도 “전북대 교정은 다른 대학보다 유난히 더 뜨거웠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사과탄’이라 불린 M25 최루 수류탄 파편이 잔디밭에 나뒹굴었다”며 “캠퍼스가 전쟁터 같았다”고 기억했다. #군부독재 종결과 시대적 한계당시 군부독재 종식이 유일한 목적정치·경제·사회적 변화 못 담아내“그 이상을 꿈꾸는 건 사치 같았다”87년 체제의 성과는 단연 대통령 직선제다. 6월 항쟁을 통해 기나긴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대중의 바람과 달리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군부독재 종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외에는 바라는 게 없었다”며 “죽거나 사라지는 동지들을 보면서 그 이상의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인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대학생 봉사단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당선되던 날 노 후보가 ‘군부독재를 끝내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나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며 군부독재 종식이 당시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권 전 부시장은 “87년 체제는 군부독재 청산과 평화적 정권교체에만 목적이 있었다”며 “1990년대 이후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적인 설계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원포인트 군부독재 종결, 장기 집권을 하지 못하도록 5년 단임제로 타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 과장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당했다는 건 국가 통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 주는 건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태동하던 그때, 저마다 이상향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들은 87년 체제가 38년째 지배해 온 2025년 현재의 한국 사회를 승자 독식, 기득권 독점, 부의 양극화, 86운동권 권력화·세속화, 적대적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꿈꿨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경제 모두 승자 독식 사회”라며 “그래도 정치에서는 1인 1표가 평등하지만, 경제에서는 돈 많은 1인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는 말처럼 순리를 따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모두가 공정하고 부강한 나라,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민주적인 나라를 꿈꿨다”며 “갈등 이면에는 부의 양극화와 함께 각종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헌법과 법률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 왔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부를 스스로 선택할 힘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짚었다. #승자 독식 사회소수 권력 독점·부의 양극화 심화경제 분야선 사실상 ‘1인 1표’ 아냐“운동권의 권력·세속화에도 실망”익명을 요구한 87학번 대기업 임원 A씨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자본주의 경제 모델, 중도와 협치가 살아나는 정치를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사회가 최소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사회민주주의가 가미된 체제가 되기를 원했지만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 등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면서 사회주의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86세대 운동권이 권력화·세속화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면서 엄청난 좌절을 느꼈지만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에 몰두하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이라고 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생존을 향한 발걸음에서 완성됐다면, 이제 공존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는 후배 세대에 대한 부채 의식을 토로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해법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87년 체제의 결과물인 5년 단임제에 대해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개혁’탄핵 등 중요 현안은 국민 투표를소선거구제 ‘민의 왜곡’ 결함 있어“정치가 경제 동력 깎아 먹는 구조”권 전 부시장은 “내가 스스로 투표해서 대통령을 뽑은 만큼 탄핵도 국민 투표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국민 개인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 대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 변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민’의 탄생”이라며 “과거 헌법체제가 통치받는 수동적인 국민을 상정했다면 이제는 국민 주권의 비약적인 증진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 현안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게끔 헌법상 국민투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는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산 표’보다 ‘죽은 표’가 많아 민의를 왜곡하는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이런 선거 방식에서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과 횡포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생존에서 공존으로기후·농촌 위기, 자본주의로 못 풀어‘기득권 독점’ K콘텐츠 시스템 해결“경제 민주화로 산업 대전환 대비를”소설가 김탁환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전남 곡성에서 농사를 짓고,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지방이나 농촌의 상황은 수도권의 열 배는 안 좋다”며 “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했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기후위기, 지방 및 농촌 소멸 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는데, 도시에서는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뀐다”고 아쉬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저력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문화예술계도 권력의 독점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상업화로 인해 콘텐츠의 문제의식이 줄어들고 ‘팔리는 콘텐츠와 코드’를 활용한 작품만 양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 배우와 감독 등 소수의 기득권이 다 가져가는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권력층 및 부유층이 기득권을 독점하면서 사회가 붕괴되는 것처럼, 콘텐츠 시스템 구조를 해결하는 게 K콘텐츠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부의 양극화, 시장 경제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많았다. 소설가 박현욱은 “87년 당시 꿈꾼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을 극복한 나라였고 그 꿈은 120% 이뤄졌다”며 “그러나 경제적·세대적 양극화가 확대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절대적 빈곤을 극복해 냈다면 상대적 빈곤도 극복해 내는 세상을 바란다”며 “부디 절대 다수의 우리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경제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노동자 재교육과 정년 연장, 일자리 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A씨도 “결국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시장 경제가 잘 작동하는 선진화된 자본주의인데 정치가 경제 동력을 깎아 먹는 점이 안타깝다”며 “경제가 돌아야 국민이 먹고산다.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치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 87년 체제 ‘대한민국’ 빼고 다 뜯어고치자

    87년 체제 ‘대한민국’ 빼고 다 뜯어고치자

    1987년 여름은 뜨거웠다. 6월 항쟁의 결과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한 개헌이 이뤄졌고, ‘87년 체제’가 개막했다. 이후 8명의 대통령 배출, 4차례 수평적 정권 교체를 낳으면서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완성된 듯 보였다. 그러나 정권마다 예외없이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벌어졌고, 이 고질병은 급기야 12·3 비상계엄이라는 기형아를 탄생시켰다. 87년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는 사실이 명약관화해진 지금 서울신문은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깊게 뿌리박힌 고질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답을 찾고자 한다. 그 서막은 38년 전 대학에 입학해 87년 체제의 탄생을 목도했던 ‘87학번’들이 연다.
  • [서울광장] 탄핵, 尹이 마지막일까

    [서울광장] 탄핵, 尹이 마지막일까

    # 1.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석달 만인 2003년 5월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말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자주 토로하곤 했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과반을 얻었다가 재보선 참패로 다시 여소야대가 되자 2005년 8월에는 야당에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일부 구성권을 넘겨주는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거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의 반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 2.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이렇게 말했다. “거대 야당은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대통령 퇴진과 탄핵 선동을 반복하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여 왔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많은 쟁점 법안들을 다수결로 밀어붙이고 20여명의 검사, 장관 등을 탄핵소추했다. 특히 대장동·백현동 비리, 대북송금 등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무더기로 탄핵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민주당이 일방 삭감해 단독처리한 예산 중엔 검찰, 경찰의 대공수사에 필수적인 특수활동비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 해도 정치적 ‘피포위 상태’를 여론과 선거가 아닌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일거에 뒤집어 보겠다는 발상은 2024년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너무나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다. 이런 부조리한 행동을 정신건강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고 충동적, 독단적 성정 탓으로 돌리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의 ‘좌절과 분노’ 저변에 ‘정치의 실패’를 부르는 구조적 요인도 깔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11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했지만, 위헌·불법적 계엄의 강행을 막는 데는 한없이 무기력했다. 측근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가까운 인사에게 “윤 대통령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저 정도 격한 상태면 아무도 못 막는다 생각했다”고 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장치가 사실상 없는 현행 헌법의 한계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출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강조한 ‘제도적 자제’와 ‘관용’이 언제든 실종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민낯이다. 1987년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이 들어선 이후 8명의 대통령 중 3명이 감옥에 가고 1명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탄핵으로 쫓겨나는 대통령을 벌써 두 번째 맞게 된 지경이 된 것도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와 무관치 않다. 여소야대일 경우엔 다수파 야당이 어떻게든 대통령을 쓰러뜨리기 위해 국회 폭주를 일삼는 통에 국정이 마비되기 일쑤다. 여대야소일 때는 다수파 여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에 그치고 국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까. 민주당은 이미 4·10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대박’으로 견제세력의 싹을 잘랐다. ‘민주당 아버지는 이재명’, ‘신의 사제’ 등 칭송으로도 부족한 일극체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 집권하면 대통령과 다수 여당이 지배하는 국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정권이 반쯤은 손에 들어왔다고 여길 법한 이대표나 민주당으로선 개헌론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해 다음 대선일에 새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되 시행은 차기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는 시점으로 한다면 이 대표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87년 직선제 개헌작업을 시작해 대선까지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6개월이었다. 대선일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시간은 충분하다. 역대 국회를 거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 방안도 거의 다 나와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대안으로 제시된 권력구조의 공통 방향은 권력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 원리의 회복이다. 소를 몇 번이고 잃었으면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2번 외치고도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훼손하는 자충수에 빠져 버린 대통령이 다시는 안 나오도록. 박성원 논설위원
  • [서울광장] 6시간 계엄 속 민주주의 지킨 ‘시민의 힘’

    [서울광장] 6시간 계엄 속 민주주의 지킨 ‘시민의 힘’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에 나온 계엄령 선포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6시간 계엄령에 여야를 막론하고 위헌적 행위라는 비판을 쏟아 냈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와 적대적 정치 문화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민주주의 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번 12·3 사태의 배경에는 여야 간 이념 대립과 극단적 진영 논리가 있다.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는 입법부와 행정부 간 끝없는 충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성을 잃은 윤석열 대통령의 극단적 분노는 계엄 선포로 나타났다. 야당의 장관, 감사원장, 검사로 이어지는 탄핵 공세와 끝없는 특검법안 발의에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서면서 적대적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오기의 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적대적 정치 양극화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주권자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한다. 탄핵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자기 뜻을 밝혀야 마땅하다. 하지만 105명의 여당 의원은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아예 거부했다. 당론을 핑계로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꼼수였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도긴개긴이다. 민주당은 과거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불참론을 제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한 무책임한 행태는 대의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며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정치권이 드러낸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결함에 국민은 정치의 관찰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서게 됐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탄핵의 부당함만 주장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일관성 없는 행보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계엄령 해제에는 결단력을 보였다. 하지만 1차 탄핵에 대해서는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며 반대했고, 2차 탄핵안 표결에는 당론 찬성을 외치는 등 오락가락한다. 이 대표는 탄핵 정국을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또 대중주의적 접근으로 자신을 ‘한국의 트럼프’로 포장하려 한다. 하지만 진보적 정책과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 속에 ‘한국의 차베스’라는 평가도 거세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위기에 빠진 대의민주주의에 그나마 희망을 준 건 다름 아닌 시민들이다. 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끌어낸 1987년 6월 민주항쟁, 박근혜 탄핵을 끌어낸 2016년 촛불집회에 나섰던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시위가 다시 펼쳐지고 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으로, 민중가요 대신 아이돌 노래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민의 힘을 보여 준다. 특정한 정파적 주장에는 야유를 보내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비판한다. 국회 앞 탄핵 집회장 근처 카페에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500만원어치의 커피를 선결제해 뒀다는 등 시민들의 선결제 릴레이 사례가 소셜미디어에 줄줄이 올라왔다. 이념과 관계없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2차 탄핵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탄핵안 통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확인한 만큼 제도 보완으로 이어져야 한다. 4년, 5년마다 선거를 통한 심판 외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당론을 초월한 소신 투표 보장 등 기술적 보완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 강화, 지방분권 등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혁신적 개혁이 필요하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권력의 횡포에 맞선 시민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정치인이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임기 중이라도 심판해야 주권재민이 실현된다. 정치인의 책임과 시민의 관심 속에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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