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운영 이대론 안된다/ (2)책임지는 사람 없다
“공적자금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법적 장치가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갑작스레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입니다.” 공적자금 특별감사를 총괄한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부실기업주들이 7조원이란 돈을 빼돌렸는 데도 책임소재를 밝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발표한 공적자금 감사결과를 보면 검찰에 고발또는 수사의뢰한 기업의 임·직원은 60명에 불과했다.
또 재정경제부 등 감독기관의 징계는 67명에 지나지 않았다.
공적자금의 부실을 제공한 책임이 감독기관의 관계자와 부실기업 경영주 및 금융기관의 임·직원에 있음에도 불구,지속적이고 철저한 재산추적과 책임추궁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정책 실패로 인한 공직자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공무원의 책임은 형사상으로는 직무유기·배임 등의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신분상으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니면 잘못을 지적하기 힘들다.
97년 외환위기와 관련,‘실패한 정책은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다’란 판결이 이를 뒷받침한다.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대규모 정책일수록 더하다.
이번 공적자금의 경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간에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문책대상을 정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감사원의 관계자는 “정책결정과 실행에 참여한공무원의 책임문제는 사실상 모호한 것이 많다”고 전제,“징계시효가 2년이며,IMF 당시 참여했던 공직자들이 대부분퇴직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박사는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엄격한 적용이 중요하다”면서 “판단오류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앞으로 부실책임이 있는 은행 및 기업의 경영진은 전면 물갈이를 원칙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의 경우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이 실수 또는 고의로 손실을 입혔을 때는 1년분(우리는 6개월)에 대해 책임을 지우고 있다.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임·직원들은 민·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관의 사후관리도 문제다.공적자금은 그동안 재경부·금융감독위·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이끌어 왔다.그러나 재경부와금융감독위는 서로 관리영역 싸움만 해온 것으로 감사결과밝혀졌다.
연세대 정갑영 교수(경제학)는 “공적자금의 총체적 부실이 1차적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에 있는 만큼 이들 기관의 건전성의 강화가 우선돼야 하고 감독기관의 관리시스템도 일관성 있게 혁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
■공적자금 탕진 실태-훔친 외화로 카지노'제집 드나들듯'.
거액의 재산을 해외에 빼돌린 부실기업 대주주들의 ‘탕진행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의 감정에 허탈감마저 주고 있다.
이들 기업인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해외 현지에서 도박은 물론 귀금속을 사들이는 비상식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다음은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 기업주들의 낭비 사례이다.
J사 등 4개 기업의 전 대표이사 등 8명은 해외에 가공회사등을 차려놓고 수십억달러의 외화를 유출,호화생활을 하고있었다.
이들은 해외투자,수출입거래,해외이주비,용역비 등을 멋대로 산정해 1억1,004억달러를 송금한 뒤 개인돈으로 유용했다.
J사의 전 대표이사는 해외 현지법인에 무선전화기·컨테이너 등을 수출하고도 수출대금 2억1,691만달러를 국내에 회수하지 않고 수출대금 5,950만달러를 불법 상계해 자금을 빼돌렸다.
이들은 현지 부유층이 부러워할 정도로 도박장과 유흥업소를 ‘제집 드나들듯’ 출입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M사의 전 대표이사 2명은 미국소재 현지법인 등에 수출대금 1억3,166만달러 및 일본화 1,024만엔을 회수하지 않았고 수출입 거래를 위장해 1,516만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등으로 1억6,440만달러를 유출했다. 이들의 소재는 검찰 등을 통해 파악중이다.
K사 대표이사 김모씨는 캐나다 소재 현지법인에 해외투자명목으로 36만달러를 송금해 오다가 회사가 부도나자 국내에서 캐나다로 출국,미성년 아들의 이름으로 해외이주비로 36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모두 95만달러를 해외로 유출했다.김씨는 이 돈으로 저택을 구입해 신변을 숨긴 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들은 수출입 거래·해외투자를 위장해 국내재산을 해외로 불법유출했는가 하면 증여 등의 방법으로 보유재산을 해외에 은닉했다”면서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어 도박 등 구체적인 생활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