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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부터 바닷가까지… 콘서트, 부르면 갑니다

    길거리부터 바닷가까지… 콘서트, 부르면 갑니다

    지난달 17일 낮 서울 명동 한복판. 거리를 장악하는 범상찮은 가창력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노랫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커피 전문점 2층. 가수 손승연의 미니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 시즌 1에서 우승했던 그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자 매장 안 손님들이 모두 일어나 함께 손뼉을 쳤다. 대낮 커피숍은 스탠딩 콘서트장으로 둔갑했다. 길거리로 향한 스피커, 외부 모니터 덕분에 행인들의 이목도 단박에 공연에 고정됐다. 이날 무대는 국내 한 대형 커피 전문점 업체가 창립 15주년을 기념한 무료 콘서트였다.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장소 파괴형’ 콘서트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가수들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버스킹(busking) 콘서트’가 공연계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전반적으로 높아진 대중의 문화 욕구와 문화계 종사자들의 사고 전환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카페나 클럽은 장소 파괴형 콘서트의 인기 무대. ‘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폴은 지난 4월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공연을 열었다. 70석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관객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에 앉아 색다른 분위기를 즐겼다. 당시 루시드폴은 “색다른 공간감이 주는 감성을 콘서트에 담고 싶어서 독특한 장소를 공연장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첫 내한공연을 했던 프랑스 출신 인기 DJ 제조트로닉은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을 무대로 잡았다.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심야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클래식 연주자들까지 가세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명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는 지난 1일 자신이 이끈 앱설루트 앙상블과 함께 서울 청담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파격’ 공연을 했다. 클래식 선율을 바탕으로 반도네온과 전자악기가 어우러진 콘서트를 선보였고 중간중간 영상쇼까지 곁들여 클래식 공연의 틀을 완전히 깼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콘서트의 정형화된 풍경을 깼다. 이달 초 경남 통영에서 연 ‘섬마을 콘서트’가 그것. 파도가 넘실대는 섬마을에 쇼팽의 ‘야상곡’, 리스트의 ‘베네치아’가 울려 퍼졌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헬스장을 찾아가는 맹렬 가수도 있다.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으로 유명한 밴드 일기예보의 멤버 나들은 지난달 서울 을지로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을 찾을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가수 이승철도 지난 19일 광화문광장으로 나와 새 앨범을 홍보하는 생애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공연계는 젊은 가수들이 주축이 된 버스킹 콘서트가 앞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싱어송 라이터 김거지(28·본명 김정균)는 손수 앨범 재킷을 찍은 마포대교 한강다리 밑에다 자주 ‘공연 자리’를 편다. 다리 밑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울림이 공연의 별미다. 가수의 연습실이 공연장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여성 3인조 그룹 아이 투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연습실로 30여명의 팬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를 연다. 이들은 남산, 서울숲 등지를 돌며 팬들을 직접 만난다. 공연 소식은 주로 트위터나 커뮤니티를 통해 관객들에게 알린다. 기획사 산타뮤직의 고기호 이사는 “TV나 라디오 방송은 신인 가수에겐 문턱이 너무 높다. 색다른 장소에서의 공연은 관객 집중도가 높은 데다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도 빠르게 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무대감독 되려면 순발력과 체력… 악보위원은 영어 잘하면 금상첨화

    무대감독(악기전문위원) 공연 프로그램이 나오면 김양수 감독은 악기 배치도를 만드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곡마다 악기 편성이 다르고 극장마다 규모나 소리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휘자, 연주자, 공연기획팀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종이를 찢거나 와인병을 두드리며 타악기처럼 쓰는 등 특이한 악기를 총동원하는 현대음악 연주회 때는 2~3분 안에 무대를 전환해야 하는 만큼 순발력이 생명이다. 그가 공연 때마다 ‘매의 눈’으로 무대를 굽어보며 비상대기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악기를 들고나고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체력도 필수”라고 했다. 악보계(악보전문위원) 김보람 위원은 “국제악보계협회(MOLA)는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알고, 모든 악보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한 예로, 말러나 브루크너 등 편곡자가 많은 곡은 지휘자, 연주자마다 선호하는 악보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 사항에 맞춘 버전으로 찾아줘야 한다. 때문에 좋은 악보를 판단하는 눈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악보의 오류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김 위원은 “지휘자, 연주자와의 교감이 중요한 만큼 최근에는 외국인 연주자와의 협연이나 단원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영어도 잘하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외부 간섭 배제한 자율 경영 보장할 것”

    “외부 간섭 배제한 자율 경영 보장할 것”

    “농협금융은 자산 250조원의 금융기관이면서 300만명의 농업인을 지원하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조직입니다. 제가 농협금융을 선택한 것도 농협금융이 갖는 이런 가치와 의미 때문입니다. 새로운 각오와 열정을 가지고 임하겠습니다.” 임종룡(54)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금융 본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금융지주사는 합창단의 지휘자와 같다”면서 “지주사의 역할과 기능이 뭔지 성과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부당한 외부의 경영 간섭에는 단호하게 대처해 계열사의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출근길에도 기자들과 만나 “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가진 대주주”라면서 “대주주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농협법에 따라 중앙회가 행사하는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되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계열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힘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사로서의 목표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생산성과 수익성 향상, 정보기술(IT) 체계 구축을 꼽았다. 임 회장은 “건전성이 최우선 가치여야 한다”면서 “위험 관리 체계를 선진화하고 단기 업적보다 수익성과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한 경영 기조를 견지하면서 자본 충실도를 높여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겠다”고 경영 방침을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古음악 프리마돈나 임선혜…英 古음악 오케스트라와 만남

    古음악 프리마돈나 임선혜…英 古음악 오케스트라와 만남

    유럽 고음악계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임선혜(37)와 영국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오브에인션트’(AAM)가 만난다. 오는 18~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AAM 내한 공연에서다. 18일에는 AAM의 비발디의 ‘사계’ 연주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임선혜가 등장해 헨델, 퍼셀의 가곡, 아리아 등을 부른다. 19일에는 고음악계의 신성 바이올리니스트 보얀 치치치가 AAM과의 협주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 바로크·고전주의 음악을 선보인다. 1998년 고음악계의 거장 필립 헤레베헤에 발탁돼 유럽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세계 유수의 지휘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서울대 음대와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를 거친 그는 영민한 곡 해석 능력으로 세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유의 맑고 서정적인 음색이 파블로 베즈노슈크가 이끄는 AAM의 섬세하고 유려한 합주에 녹아든다. 2년 만에 내한한 AAM은 1973년 고음악 붐을 일으킨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세운 합주단으로, 1726년 고음악 연주·연구를 위해 세워졌다 해체된 단체를 부활시킨 것이다. 당시 런던은 처음으로 유료 관객을 위한 연주회가 시작되면서 유럽에서 모여든 작곡가들로 고음악의 메카가 됐다. 현재 리처드 이가가 감독을 맡고 있는 AAM은 케임브리지대 상주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4만원. (02)599-5743.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대낮 육사에서 벌어진 성폭행 다시는 없어야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대낮에 영내에서 하급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1946년 개교한 육사가 1998년 여자 생도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 처음 있는 군기 붕괴 사태다. 현재 육사의 여자 생도가 10%인 점을 감안하면, 유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감찰과 함께 지도교수를 비롯한 지휘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난 22일 ‘육사 생도의 날’ 축제가 한창이던 오후 2시 잔디밭에서 전공 교수와 생도 20여명이 모여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고, 만취한 하급생도가 쉬러 가자 상급생도가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고 한다. 사건 개요만으로도 엽기적이다. 육사 생도는 대학생이나 민간인 신분이 아니라 입학과 동시에 군인의 신분으로, “명예와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예비장교다. 따라서 이들이 교육받는 장소는 자유와 낭만을 허용하는 젊음의 대학 캠퍼스이기 이전에 철저한 규율이 적용되는 병영이다. 이런 기본적 사실조차 망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형적인 군기문란이자 범죄 행위로 봐야 옳다. 이런 장교들이 어떻게 사병들을 지휘하고, 국방을 책임지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는가. 육군은 인성교육을 약속했지만, 차제에 군기 확립과 재발방지를 위해 군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음주, 흡연, 혼인을 금지하는 ‘3금(禁) 제도’를 실시해온 육사 생도들이 관내에서 구토할 정도로 술을 마신 정황도 해명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도교수의 주관 하에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금주(禁酒)원칙을 완화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규정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성폭행 사건을 1주일간 쉬쉬한 것도 석연치 않다. 육사 측은 “피해 여자 생도 보호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혹여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철저히 짚어봐야 한다. 병영 내 동성 간 성폭행 은폐·축소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인 여자 생도에 대한 신상털기 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인 만큼 군 당국도 보안에 주의하고 국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부드럽게 다가온다, 손열음을 누른 선율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연주는 믿을 수 없이 놀랍다. 부드러운 동시에 격정적이다. 그런 연주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피아노의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72)가 2011년 약관의 다닐 트리포노프(22)에게 남긴 말이다. 다음 달 11~12일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울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트리포노프는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손열음(27)과 조성진(19)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피아노 부문 우승뿐 아니라 전 분야 대상을 거머쥐며 ‘러시아의 신성’이 됐다. 이번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은 이틀을 다르게 구성했다. 쇼팽을 절묘하게 재해석하는 그의 특기를 감상하려면 첫째 날을 주목해야 한다. 유명 콩쿠르와 음악 페스티벌에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쇼팽을 비롯해 스크랴빈, 리스트의 소나타 연주를 선보인다. 트리포노프의 테크닉을 확인하려면 둘째 날을 잡아야 한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에 정통 러시아 감성을 보탠다. “극적인 곡들을 주로 골랐다”는 그가 직접 꼽는 추천 곡은 ‘환상 소나타’로 알려진 스크랴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이다. “젊은 시절의 스크랴빈이 작곡한 이 곡은 매우 드라마틱한 작품이에요. 바다의 이미지가 1악장과 2악장을 관통하는데, 고요함에서 성난 폭풍으로, 또 시냇물에서 거대한 바다로 변하면서 작품 안에서도 아주 큰 대조를 이루죠. 이어서 연주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에도 무한한 지평선의 이미지가 스며있어요.” 트리포노프는 “콩쿠르 입상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콩쿠르 입상 이후 발레리 게르기예프, 로린 마젤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선에서 출발한 손열음, 조성진과의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다. “조성진과는 사이가 무척 좋아요. 손열음과는 몇 주 전 모스크바에서 만났는데,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을 연주하는 걸 듣고 제 레퍼토리에도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콩쿠르에서는 사실 연주에 집중하느라 다른 연주자들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지만 기회가 되면 심도 있게 그들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어요.” 뉴욕타임스는 그를 “‘콩쿠르 정복자’답지 않은 부드러운 연주를 들려준다”고 평했다.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4만~8만원. (02)541-3184.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김문이 만난사람]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인문학은 여전히 죽었다? 흔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한다. 아마 태생적으로 권력, 자본주의 사회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일 것이다.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쇼핑해야 하는지에 세상은 관심이 더 많다. 그런데 인문학을 멀리할 만큼 지금 우리는 돈을 잘 벌고 쇼핑을 잘하고 있을까. 성추행, 학교폭력, 실직자, 추락하는 경제, 쓸쓸한 은퇴, 대책 없는 노년의 삶…. 말만 들어도 머리 아픈 일들만 늘어나고 있다. 왜 갈수록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만 많아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철학에 담겨진 삶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의 사회적 현상을 치유라도 하듯 새삼 철학의 중요성을 깨우고 그 온기를 열심히 데우는 사람이 있다. 철학 박사 강신주(47)씨. 흔히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10여년 전 홀연히 강단에서 내려와 전국을 돌며 대중들에게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 인문학의 속살을 한 꺼풀 한 꺼풀 흥미진진하게 벗겨 보여 주고 있다. 흔히 인문학 책은 2000부 이상 팔기도 힘들다는 출판계의 현실에서 2010년 그가 쓴 10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철학vs철학’은 3만부나 팔렸다. 또 2011년 출간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무려 10만부 넘게 팔렸다. 이 두 권 말고도 20권에 가까운 책을 펴내 철학과 삶을 꾸준히 연결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집필 중인 책도 ‘정치철학’, ‘감정수업’ 등 4권이며 올해 안에 전부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하루에 2곳 이상 강의를 소화하고 한 달에 20일 가까이 지방 강연을 나간다. 요즘 들어 그의 철학 강연을 원하는 곳이 점점 더 늘어나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느라 분주하다. 철학 강연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유, 그리고 ‘나의 단독성’과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중들과 직접 마주하면서 단순히 고민을 위로하지 않고, 쾌도난마처럼 본질을 거침없이 건드리고 동강 내며 스스로 꿰매고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한다. 오프라인 매체는 물론 팟캐스트 등을 통해 그가 주창하는 ‘사랑과 자유의 철학’이 계속 번져 나가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문로에 있는 집필실에서 그를 만났다. 간밤에 밤새 글을 쓰고 이제 막 정신을 차렸다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떤 글이냐고 묻자 “새벽에야 드디어 화두가 터졌다”면서 “사찰 선가(禪家)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되는 죽비(竹篦)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죽비라고 해서 안 되고 또 죽비가 아니라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 뭐라고 할래?’라는 화두를 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며 웃는다. 아니, 불교철학까지? 간화선은 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그는 불교에도 심취해 있다. ‘선문답’ 같은 어록으로 생활 속 이야기를 밝혀내고 가끔 스님들을 상대로 강연 시간을 갖기도 한다. 불교와의 인연은 대학원 시절 나가르주나의 ‘중론’을 접하면서 시작됐고 바수반두의 ‘유식’, 원효의 ‘대승기신론소’ 등 논서를 다양하게 읽었다. 그는 임제 선승을 좋아한다. 강연도 임제처럼 직설명료하며 결코 포장하는 일이 없다. 대화의 방향을 인문학 쪽으로 틀었다. 대체적으로 인문학 책이 여전히 잘 안 팔리는데, 정녕 인문학은 죽어 있느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인문학 책은 더 약해지고 있습니다. 개성 없는 표준화된 인문학은 인터넷으로 대부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야 합니다. 저자의 강력한 개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으로 오케스트라처럼 버무려 나가는 강한 지휘자가 돼야 합니다. 니체 또한 ‘나’로 강하게 요리를 해야지요. 독창적이고 강한 ‘저자성’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문학은 고유명사이며 궁극적으로 인문학자의 지향점은 자신의 학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강신주가 철학자라면 ‘강신주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란다. 니체가 니체의 철학을 만들었듯이 말이다.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학 강단에 섰지만 곧 내려와 자신만의 ‘고유철학’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현장 철학자’,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그는 “남들이 뭐라고 불러 주든 그들의 자유가 아니냐”며 웃는다. 그는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5년 동안 젊은이들과 철학으로 만났고 요즘에는 대학로 카페에서 대중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고상한 철학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한 대중의 고민을 듣고 즉석에서 철학적으로 풀어 가는 ‘철학상담’이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저녁 7시 30분쯤 시작하지만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일 만큼 열기가 뜨겁다. 왜 ‘강신주의 철학’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를 물었다. “정직하게 얘기합니다. 고민의 본질을 피해 가지 않고 고상하게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정공법으로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산모다. 고통 없는 산모가 어디 있느냐. 나는 산파역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각자 집에 가서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자극하지요. 사람들이 고민하는 속으로 들어가야 제 강연을 듣습니다. 결국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평화로운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강연 현장에서 5분 안에 그들의 고통을 읽어 내야 한다. 또 이들과는 다시는 안 만나겠다는 처절한 각오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다 쏟아내야 한다는 강연 원칙을 지킨다. 대중이 ‘강신주의 철학’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스스로 밝힌다.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다. 70여명의 학생이 철학 시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3분의1 정도가 잤지만 이들을 2주 안에 모두 깨웠을 때에도 이런 방법을 택했다. 대학 강의를 그만둔 까닭을 묻자 “강신주 식으로 강의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또 교수 사회의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 학교 내의 권력과 권위 등이 싫었다. 아울러 후배들이 학위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대학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 단독 플레이를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때부터 줄곧 현장의 남녀노소들과 철학적 소통을 해 오고 있는 것. 지난해 말에는 시인, 소설가 등 문학가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평소 시나 글이 잘 안 읽히는 이유에 대해 ‘나’(읽는 사람)라는 단독적인 삶이 거의 없고 어머니, 학교,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흉내 내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지난달에는 ‘강신주의 철학 콘서트’를 열어 철학과 음악의 만남 자리를 갖는 등 그의 철학적 활동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화제를 바꿨다. 요즘 어두운 우리 사회현상에 대해 어떤 철학적 안경으로 들여다볼지 궁금했다. “모두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내가 소유하는 것을 주게 됩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를 동사형으로 해석해 ‘없애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소유하는 것을 없애겠다’는 것이지요. 사랑하지 않고 소유하는 것은 동물의 탐욕입니다. 공동체도 자기 탐욕 때문에 무너진 것입니다. 학교에서의 ‘왕따’도 사랑의 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크 데리다가 주창한 환대의 철학도 ‘네 방을 내어 주라’는 것입니다. 병원을 뜻하는 ‘호스피털’(hospital)도 원래 타인에 대한 환대를 뜻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다 유아독존이며 그래야 자유로워지고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단다. 이 당당함이 곧 인문학이며 저마다 글을 쓸 수 있고, 때문에 표절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인문학이 발달하면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사회가 밝아진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사랑에 빠지면 강해지며 자유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이게 공동체의 핵심 논리”라고 외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문학 책을 다독하면서 인문학자가 되려고 했으나 취직이 우선이라는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공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전공과목은 뒷전이고 인문학에 푹 빠지면서 철학으로 다시 돌아섰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연구 끝에 오늘날 ‘강신주 철학’이라는 고유명사를 탄생시켰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 강신주의 철학 방향은 어떻게 전개되느냐고 하자 “최근 2~3년 사이에 (철학적) 판을 벌려 놨다. 그 판을 더 키우는 것”이라며 웃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철학자 강신주는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문학 책을 즐겨 읽었다. 연세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전공했지만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다시 철학을 공부했다.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대학 강단에 섰으나 10년 전부터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강신주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주로 대중이 찾는 카페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한 달에 20일 정도 지방 강연을 나간다. 오프라인 매체에 틈틈이 칼럼을 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 VS 철학’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의 시대’ ‘회남자&황제내경’ 등 20여권에 이른다.
  • 다른 듯… 닮은 듯… 예술의 융합

    다른 듯… 닮은 듯… 예술의 융합

    발레와 현대무용, 클래식과 국악, 사진과 비디오 아트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레플리카: REPLICA’가 17~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첨단영상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해온 리미디어랩의 한희섭·이상건 프로듀서와 미디어 아티스트 하석준이 ‘복제’를 소재로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을 모아 만들었다. 음악인이자 크리에이터인 남궁연이 연출한 1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을 주제로 한 ‘컷, 카피 앤드 페이스트’(Cut, Copy & Paste)다. 뮤지션 물렁곈의 연주에 따라 사진작가 강영호가 춤을 추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장면이 스크린과 모니터에서 상영된다. 동시에 무대에 설치된 카메라로 객석을 촬영하면서 그 이미지를 무대에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삶과 현재의 일부가 잘려나가고 복제되고 있다는 의미다. 남궁연과 국악 타악 연주자 민영치, 현대무용가 이용우가 서로의 소리와 몸짓을 복사하는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합세해 각각의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2부는 글룩의 오페라 ‘에코와 나르시스’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신개념 오페라를 선보인다.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와 하석준, 사운드디자이너 김영선, 현대무용가 정영두·조형준·공영선, 지휘자 이병욱, 소프라노 한상은, 테너 김병오가 뭉쳤다. 자아도취의 상징인 나르시스와 남의 소리만을 낼 수 있는 에코의 이야기를 통해 ‘복제’를 논한다. TIMF 앙상블과 서울대 성악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영상 기술을 첨가해 색다른 느낌의 오페라를 선사한다. ‘복제’라는 하나의 소재를 각각의 아티스트가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낼지가 관람 포인트다. 4만~8만원. (02)2038-304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푸틴, 옛 소련 유물 ‘노동 영웅’ 칭호 부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옛 소련 시절 국가 훈장인 ‘노동 영웅’ 칭호를 부활시켰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티노프스키 궁전에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비롯한 5명에게 ‘노동 영웅’ 칭호와 함께 상장과 메달을 수여했다. 옛 소련 시절인 1927~1991년 수여했던 노동 영웅 칭호는 개혁·개방 이후 사라졌다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제정됐다. 올해 첫 수상자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극장장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게르기예프와 모스크바 부르덴코 신경외과연구소장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서시베리아 쿠즈바스 탄광의 광원 블라디미르 멜닉, 첼랴빈스크주 출신의 선반공 콘스탄틴 추마노프, 38년 경력의 기계공 유리 코노프 등이 선정됐다. 푸틴 대통령은 “노동 영웅 메달이 시대와 세대 간 굳건한 결속과 전통의 계승을 복원하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됐다”면서 “강력하고 풍요로운 러시아 창조는 열심히 일해야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10년째 ‘재즈 아리랑’ 해외공연… 유럽 한류음악 원조 세계적 재즈가수 나윤선

    [김문이 만난사람] 10년째 ‘재즈 아리랑’ 해외공연… 유럽 한류음악 원조 세계적 재즈가수 나윤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영혼을 울린다. 들어도 들어도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리 식이 아닌 ‘재즈’로 풀어내기에 더욱 그렇다. 잠시 ‘재즈’를 얘기해 본다. 아프리카 음악과 미국 흑인, 그리고 백인 유럽인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즉흥 연주와 창조성, 활력이 독특하다.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유럽 등 세계적인 현대 음악의 한 장르로 발전했다. 이러한 재즈의 세계 무대를 한국인이 섭렵하다시피 활동하고 있다. 서양의 재즈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까지 재즈로 편곡해 불러 인기를 모은다. K팝 스타들보다 일찍 유럽에 진출했으니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44살의 나윤선씨가 주인공이다. 그가 잠시 한국에 왔다. 아리랑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재 등록 기념 콘서트,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재즈의 날 기념 공연, 8집 앨범 ‘렌토’(Lento) 발매 기념 등등을 위해서다. 아울러 4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부터 미국 등 세계 17개국 52개 도시 순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1년에 평균 100여 차례 이상 해외 공연을 갖는다. 동양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오라는 곳이 많으며 이미 세계적인 재즈 가수의 반열에 올라 있음을 입증한다.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호원아트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임시로 노래 연습하는 곳 근처이다. 먼저 8집 앨범 타이틀곡 ‘렌토’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렌토’는 음악적으로 느리게 연주하라는 ‘빠르기 표’라고 설명한다. 7집 앨범을 낸 지 2년 반 만에 새 앨범을 냈으며 우리의 아리랑도 삽입곡으로 있단다. 지난 3월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발매됐고 이어 4월 22일에는 유럽 전역에서 발매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6월에는 미국에서도 발매되며 이를 위한 여러 도시의 순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7집 앨범을 냈을 때 280여회 초청 순회 공연을 가질 만큼 많은 팬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재즈 앨범으로는 보기 드물게 10만장 이상 팔렸다. 나머지 1~6집도 10만장 가까이 팔렸다. 유럽 재즈음반 시장에서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8집 앨범 또한 그만큼 기대가 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벨기에, 노르웨이 재즈차트 1위에 올랐으며 프랑스 아마존닷컴 음반 순위는 현재 1·2·3위가 모두 나윤선의 앨범이다. 8집 앨범은 거의 연습 없이 이틀 만에 녹음을 마쳤을 만큼 특유의 순발력으로 이루어졌다. 같이 녹음에 참여한 연주자 울프 바케니우스(기타), 라르스 다니엘손(베이스·첼로), 뱅상 페이라니(아코디언) 등과도 5년 넘게 손발을 맞춘지라 연습 없이 녹음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저 평상시 라이브 공연을 하던 대로 했단다. ‘아리랑’은 7집부터 들어가 있다. 어떻게 해서 ‘아리랑’을 재즈 무대에서 부르게 됐을까. 10년 전 같이 연주하던 스웨덴 출신의 울프 바케니우스가 ‘한국의 아리랑이 감동적이지 않으냐’며 먼저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웨덴 출신 연주자가 직접 아리랑을 편곡한 것이 오히려 특이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그렇게 무대 중간중간에 아리랑을 불렀더니 다들 울었다. ‘참으로 한이 많다’ ‘너무 아름답다’라는 평을 들었다. “제가 아리랑을 안 하더라도 자기네(연주자들)끼리 아리랑을 연주합니다. 왜냐 하면 유럽 현지 팬들이 아리랑을 불러 달라고 요청도 하고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감성이 와닿는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반응을 보고 눈물이 찡하지요. 제가 한국에 있었으면 아리랑의 소중함을 몰랐을 텐데 이제 외국 아티스트들도 서로 좋아 부를 정도가 됐습니다. 7집에는 ‘강원도 아리랑’이 들어가 있고 8집에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일반 ‘아리랑’이 삽입됐어요. 울프 바케니우스 등의 연주자들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 한국에 몇 차례 와서 공연도 했고 한국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는 아리랑의 매력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꼽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가 장점이라는 것. 재즈 아티스트들이 연주를 할 때 기본 재료가 되는 ‘재즈 스탠더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10년째 해외 공연에서 아리랑을 전파하고 있다. 그가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가 된 것은 우연으로 시작됐다. 건국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란 생각에 8개월 만에 그만뒀다. 마침 1994년 ‘지하철 1호선’ 뮤지컬 배우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디션을 봤다. 그가 노래했던 경력은 대학 때 프랑스문화원 주최 ‘샹송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험이 전부였다. 기분 좋게 합격했다. 그런데 노래는 좀 됐지만 연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됐다. 친구한테 ‘프랑스나 가서 노래 공부할까’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친구는 ‘응, 거기 가면 샹송도 있고 유럽 최초의 재즈학교도 있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나윤선은 재즈가 뭔지 몰랐다. 친구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서 1995년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또한 프랑스의 재즈학교 등 네 군데 음악학교에 동시 진학했다. 왜냐 하면 클래식과 성악, 컨서버토리 등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수업을 다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틈틈이 개인교습까지 받으면서 서서히 재즈로 방향을 굳혔다. 그렇게 3년만 공부하려고 했으나 학교(CIM)에서 장학금을 주고 나중에는 교수 제의까지 받았다. 학교 측에서 ‘아시아에서 온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재즈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재즈 명문 CIM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고 그동안 품어온 음악적 이상을 현실로 이루게 된다. 피아노 트리오 편성에 비브라폰과 나윤선의 보컬이 더해진 ‘나윤선 퀸텟’이 결성되면서 프랑스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울러 각종 페스티벌과 레코딩에 참여하면서 많은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나윤선과 퀸텟 멤버들은 첫 데뷔작 ‘러플레’(Reflet)를 발표했고, 국내외 재즈 팬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재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신들린 듯한 나윤선의 음성이 통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를 찾는 공연장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2009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고, 2010년 7집 ‘세임 걸’로 독일 에코 재즈 어워즈 해외 부문 ‘올해의 여가수’로 선정됐다. 유럽에서 ‘소녀시대’ 등 K팝 스타 이상으로 유명한 한국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런 그에게 재즈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인인 저도 할 수 있는 음악입니다. 국적과 종교, 인종을 떠나 전 세계인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세대 간 구분 없이 무대에 같이 설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어느 나라에 가도 그쪽에 있는 뮤지션과 함께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지요. 또 한 가지. 재즈를 하노라면 늙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동안이잖아요(웃음). 살아서 움직이는 음악이죠.” 유네스코에서 재즈페스티벌을 주관하는 것도 바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과 교류의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외국의 재즈 뮤지션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오고 싶어 한다. 한국에 오면 불고기도 먹고 한국의 재즈팬들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재즈팬들이 많다는 것을 유럽 재즈 뮤지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재즈페스티벌이 1년에 200회 정도 열릴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그는 지난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무려 160여 차례 공연을 가졌다. 올해만 해도 벌써 100여회가 넘는다. 주로 프랑스에서 지내고 한국에 들어오는 시간은 1년 중 넉 달이 채 안 된다. 남편인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예술감독도 거의 못 본다고 한다. 가끔 외국 일정이 맞으면 그때 반갑게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바빠서일까. 아이는 아직 갖지 못했다. 이런 궁금증에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하다”며 웃어넘긴다. 그의 아버지 나영수씨는 한양대 명예교수로 음악감독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어머니 김미정씨는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언제 고국팬들과 다시 만나느냐고 했더니 “연말쯤이 될 것 같다. 고국 무대는 항상 떨린다. 가족이랑 친구들이 다들 보러 오기 때문”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꿈이 무엇이냐고 하자 “음악은 내 정신이기 때문에 계속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나윤선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건국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일반 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중 1994년 ‘지하철 1호선’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합격했다. 이듬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재즈 명문학교 CIM에서 공부를 했다. 졸업 후 2000~2001년 이 학교 교수로 몸담았고 줄곧 퀸텟(5인조 밴드 구성)으로 프랑스의 현지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2001년 첫 정규 앨범 ‘러플레’(Reflet)에서 최근 8집 ‘렌토’(Lento)까지 음반을 발표, 왕성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2005년에는 일렉트로닉 재즈밴드와 파격적인 음반을 발표했고, 2007년에는 팝 음반을 내기도 했다. 7집 앨범 ‘세임 걸’(Same Girl)로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재즈 차트 1위, 80주간 스테디셀러, 프랑스 골든디스크 수상, 10만 장 이상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09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고, 2011년 프랑스 재즈 어워드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독일 레코드산업협회가 주는 ‘에코 재즈 2011’ 시상식에서 해외 아티스트 부문 ‘올해의 여가수’에도 뽑혔다. 지금도 유럽 주요 대형 음반매장의 재즈 코너에는 대부분 나윤선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관광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음반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 “성악에는 천재가 없다, 노력만 있을 뿐… 왕의 감정에 오롯이 녹아들도록 최선”

    “성악에는 천재가 없다, 노력만 있을 뿐… 왕의 감정에 오롯이 녹아들도록 최선”

    아버지(필리포·베이스)가 아들(돈 카를로·테너)의 정혼녀(엘리자베타·소프라노)를 정략적 이유에서 왕비로 맞아들인다. 사랑했던 여인을 ‘어머니’로 부르게 된 아들은 고통과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경계하면서 왕가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는 16세기 스페인 왕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비극적 가족관계의 이면에 절대 권력자의 고독, 정치적 이상의 좌절, 중앙정부와 식민지의 갈등, 왕권과 교황권의 반목 등을 버무려낸 심리 드라마다. 주요 배역만 8명, 90여명의 오케스트라와 80여명의 합창단까지 필요하다. 200명에 육박하는 출연진과 3시간 40분의 공연시간 탓에 좀처럼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작 ‘돈 카를로’를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25~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에서 스포트라이트는 테너와 소프라노의 몫. 하지만 ‘돈 카를로’는 베이스(필리포왕)가 주인공이다. 베르디의 ‘아틸라’ ‘오베르토’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여인’ 등 베이스가 주역인 오페라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필리포 왕이 로드리고(바리톤), 종교재판장(베이스)과 각각 펼치는 이중창 등 다른 오페라에서 볼 수 없는 조합의 중창은 ‘돈 카를로’의 매력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선택은 자못 흥미롭다. 198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와 독일의 오페라 극장을 휘저었던 세계적인 베이스 강병운(65) 서울대 교수와 유럽무대에서 막 도약을 시작한 임채준(31)을 필리포 왕에 더블캐스팅한 것. 강 교수는 필리포 왕만 200번을 소화한 반면 임채준은 처음이다. 부담이 클 텐데 임채준은 짐짓 여유가 있었다. 그는 “또래면 붙어 보자는 마음도 있을 텐데 경쟁할 수준이 아니지 않나.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많이 배운다. 가끔 ‘잘한다’, ‘젊을 때 내 모습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 데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그의 고민은 배역 자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제안을 받았을 때 고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2박3일을 고민했다. 이탈리아에서 필리포 왕은 내 또래가 할 역할이 아니다. 최소 마흔은 넘어야 하고, 환갑 넘은 대가들도 많이 한다. 분노를 내지르는 게 아니라 꾹꾹 참고 누르면서 눈빛으로 표현해야 한다. 눈물을 보일 듯 말듯 은근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숙제다. 어떻게 왕의 감정에 오롯이 녹아들지 관건이다. 관객들이 내 나이를 의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오페라 무대 주역 데뷔인 터라 그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대구 대륜고를 다닐 때만 해도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1학년 때 경북예고로 전학을 갔지만, 국악 작곡을 전공했다.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조금만 올려도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겠다는 심산이었다. 성악 전공 친구들이 흥얼대는 걸 흉내 내다가 2학년이 돼서 진로를 틀었다. 영남대를 졸업한 이듬해 중앙콩쿠르 성악부문 1등을 하면서 비로소 주목을 받았다. “선배들은 내가 1등을 하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군대나 가라고 했다. 오기가 생겨 덤볐다. 물론 병역을 해결해야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며 웃었다. 2007년 세계적 오페라극장 라스칼라에서 운영하는 라스칼라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면접을 볼 때만 해도 이탈리아어는커녕 영어도 더듬댔다. 심사위원이 어떤 레퍼토리를 잘 부르냐고 물었는데 이해를 못 하고 ‘이지’(easy)만 반복했다. 자신만만해 보여서 합격시켜 줬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2010년 밀라노의 베르디 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 3위 등 그간 쌓아올린 입상 경력 덕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오페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2011~2012시즌에는 스페인 발렌시아 극장에서 지휘자 주빈 메타와 ‘돈 조반니’를 공연했다. 올해 라스칼라에서 ‘가면무도회’를 공연한다. 그는 “성악에는 천재가 없는 것 같다. 노력해야 한다. 특히 베이스는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 없다. 사회로 치면 허드렛일부터 시작, 차곡차곡 밟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다 갖춰져야 한다. 발성에서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내고 싶다. 연기도 무르익어야 한다. ‘발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이 우러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사나이의 꿈이 궁금했다. “테너는 3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전성기인 반면, 베이스는 50살 전후 전성기가 온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라스칼라에서 ‘돈 카를로’의 필리포 역을 메인 캐스팅으로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시간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시간

    레퀴엠(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한 미사곡)만큼 작곡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곡도 드물다. 교황령 일부였던 이탈리아 파르마 출신인 탓에 태생적으로 반(反)교권주의자였지만, 신앙심은 누구보다 깊었던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레퀴엠’에는 그의 재능과 종교적 진실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동시대에 살았던 독일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교회 복장을 한 오페라’라고 빈정댄 건 베르디의 레퀴엠이 형식적으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에게 마치 아리아를 부르듯 독립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에서 네 파트가 일종의 콰르텟(사중창)처럼 구성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레퀴엠’이 오페라 ‘돈 카를로’, ‘아이다’ 등과 더불어 베르디의 걸작으로 꼽히는 까닭은 특별한 작곡 동기도 한몫했다. 베르디가 존경하던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와 문호 알렉산드로 만초니(1785~1873)의 죽음을 추모하려고 만들었기 때문. ‘레퀴엠’ 중 마지막 곡 ‘리베라 메’(나를 구원하소서)는 애초 로시니를 위한 레퀴엠이었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리베라 메’는 만초니의 죽음을 계기로 빛을 본다. 1874년 5월 만초니의 사망 일주기를 기념, 밀라노의 산마르코 성당에서 완성된 ‘레퀴엠’을 초연했다. 어떤 레퀴엠보다도 강렬한 ‘진노의 날’(Dies Irae) 대목은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베르디의 ‘레퀴엠’ 전곡을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 새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플래티넘시리즈Ⅱ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소프라노), 미쉘 드 영(메조소프라노), 그레고리 쿤드(테너), 그리고 사무엘 윤(바리톤)이 나선다. 특히, 지난해 7월 바그너만 공연하는 유럽의 대표적 음악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역(‘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맡았던 사무엘 윤에게 눈길이 쏠린다. 애초 캐스팅됐던 러시아의 바리톤 예브게니 니키틴이 가슴에 새긴 나치문양(卍) 문신 탓에 출연이 취소되면서 공연 당일 6시간 전에 ‘대타’로 투입돼 스타덤에 올랐던 그다. 1만~12만원. 1588-1210.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적 英지휘자 콜린 데이비스 사망

    영국 출신 세계적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가 14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85세.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성명에서 “콜린경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상 최장기 상임지휘자이자 단원들의 아버지”였다며 애도를 표했다. 데이비스는 영국 대표 교향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가까이 이끈 명지휘자다. 그는 1980년 영국 음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경) 작위를 받았다. 이와 함께 두 차례의 그래미상과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황금메달상, 그래모폰상도 받았다. 1979년 영국 로열오페라단을 이끌고 내한했던 그는 우리나라 차세대 피아니스트 김선욱(25)의 왕립음악원 은사로도 알려져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이번엔 아이·어른 따로 즐기세요

    이번엔 아이·어른 따로 즐기세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새달 4~19일 의정부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수준 높은 국내외 공연을 선보이면서 경기북부·서울 시민들이 찾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주빈국인 캐나다 퀘백과 독일, 호주, 프랑스 등 5개 국가가 참여한 초청작 7개와 자체 제작 3개 작품으로 구성했다. 홍승찬 예술감독은 “이전까지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면 올해는 연령층을 구분하고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작품을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주제는 뒤섞고(Remix) 바꾸고(Reverse) 재생(Refresh & Reborn)시킨다는 의미로, ‘알’(R)로 정했다. 홍 예술감독은 개막작 ‘칼리굴라_리믹스’(왼쪽·4~5일, 캐나다)를 “축제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자신 있게 추천했다. 로마제국의 폭군으로 불리는 칼리굴라가 가진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칼리굴라는 화자이자 연출자, 지휘자 등 1인 3역을 한다. 칼리굴라의 손짓에 따라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형식은 음악극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는 설명이다.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을 그리고 있어 대사와 묘사가 덩달아 다소 과격하다. 19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은 이유다. 폐막작인 ‘인코디드’(오른쪽·17~18일, 호주)에서는 미디어와 무용이 만났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배우들의 몸짓이 감탄을 자아낸다. 36개월~9세 아이들을 위한 ‘바이올린 할머니’(4~5일, 캐나다)는 바이올린이 가진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점점 바흐, 드보르작 등 완성된 클래식 음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내용이다. 음악보다는 소리, 연기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것들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중력의 법칙을 깬 ‘레오’(11~12일, 독일·캐나다)는 매우 흥미롭다. 비디오 영상 프로젝션을 이용해 배우는 마치 위아래가 뒤바뀐 듯한 무대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외로운 남자 레오의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을 터. 실로폰 오케스트라를 도구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노래와 춤으로 바꾸는 야외공연 ‘콩플레 만딩그’(11~12일, 프랑스), 라이브 콘서트를 표방한 ‘뮤지컬 오디션’(17~19일, 한국), 미디어 상상놀이극 ‘거인의 책상’(17~18일, 한국) 등도 볼 만하다. 주최 측은 제작공연으로 ‘이자람의 억척가’(10~11일)를 비롯해 지난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8~9일), 오디션으로 선발한 시민배우 37명이 만드는 합창뮤지컬 ‘11마리 고양이’(12일)를 선보인다. 올해 명예위원장을 맡은 가수 패티김이 사전축하공연(4~5일)을 펼친다. 19일에는 소리꾼 장사익의 ‘소리판’과 홍보대사 팝핀현준·박애리의 콘서트가 나란히 열린다. 이 밖에 자유참가작, 심포지엄과 전시, 찾아가는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했다. (031)828-5894~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800명 하모니 울려퍼지는 벚꽃십리길

    800명 하모니 울려퍼지는 벚꽃십리길

    금천구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구청 인근 벚꽃십리길에서 ‘기차길 옆 벚꽃 하모니’를 테마로 ‘금천 하모니 벚꽃축제’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벚꽃십리길은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총 3.1㎞ 구간에 20여년 된 639그루의 벚꽃나무가 늘어서 있는 지역 명소다. 만개한 벚꽃 옆으로 열차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축제의 백미는 첫날인 13일 오후 4시 금천아트캠프 행사장에서 열리는 ‘구민하모니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공연은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2011년과 지난해 각각 710명, 838명이 참여해 ‘최다 인원 참여 오케스트라’ 한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2월 18일부터 약 한 달간 참가 신청을 받았고, 2100여명의 주민이 신청서를 제출해 또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일부터 행사 당일인 13일까지 리허설만 네 번을 진행할 정도로 주민의 참여도가 높은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탑동초 5학년 박민우(12)군이 지휘자로 나서 주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박군은 바이올린을 비롯해 다양한 악기를 다뤄 음악적 재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뛰어나다고 구는 설명했다. 박군은 첫 곡인 ‘기찻길 옆 오막살이’ 공연에서 지휘를 맡는다. 이어 주민들은 개구쟁이, 도라지타령,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신세계 교향곡, 아리랑 판타지 등 5곡을 더 연주한다. 14일에는 주말 동안 가족과 함께 벚꽃길을 걸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기찻길 옆 벚꽃 대행진 걷기대회’가 열린다. 아울러 금천아트캠프 행사장에서 주민 화합을 기원하는 점화식과 벚꽃 소식지 태우기, 대동제, 초청가수 축하 공연으로 이어지는 ‘캠프파이어 플라워 콘서트’도 열린다. 구 관계자는 “금천 하모니 벚꽃축제는 주민참여형 축제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하다”면서 “특히 구민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행사로, 앞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클래식 + 차 한 잔… 1만원의 여유

    강남구는 4일 오전 11시 강남구민회관에서 여행을 주제로 ‘4월 브런치콘서트’를 개최한다. 브런치콘서트는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008년부터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에 펼치는 연주회로 1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빵이나 쿠키, 차 한 잔의 여유를 곁들이며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이번 콘서트는 강남심포니의 상임지휘자 서현석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박지현과 테너 정의근, 바순 장현성의 협연으로 진행되며, 베를리오즈의 관현악곡 중 하나인 ‘카니발 서곡’을 시작으로 작곡가 조두남의 ‘산촌’ 등이 공연된다. 이어 테너 정의근이 살바토레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을 부르고, 소프라노 박지현 등이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협연한다. 브런치 콘서트에 관심 있는 주민은 강남문화재단(6712-0534)으로 문의하면 된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최고의 성악가와 함께”…29일 은평구 신춘음악회

    서울 은평구가 새 봄을 맞아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참여하는 신춘 음악회를 연다. 구는 오는 29일 오후 7시 30분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남성 성악가 60여명으로 구성된 ‘프리모 깐딴떼’를 초청해 ‘은평 구민을 위한 신춘음악회’를 개최키로 했다. 프리모 깐딴떼는 ‘최고의 남성 성악가’라는 이탈리아어로 1997년 창단 후 매년 국내외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송년음악회에 이은 두 번째 공연으로, 최고의 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고성호 등 정상급 남성 성악인이 총출동한다. 공연에서는 가곡 ‘선구자’를 시작으로 ‘강 건너 봄이 오듯이’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구는 1인당 입장료로 도서나 장난감을 기증받아 은평구립도서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음악회는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cult.ep.go.kr) 등을 통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낸 최창석 명지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 낸 최창석 명지대 교수

    책을 처음 손에 쥔 지난 18일, 4년 만에 피겨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김연아(23)가 기자회견에서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알려졌다. 책을 펼치니 딱 그 얘기였다.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21세기북스 펴냄)를 쓴 최창석(59)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기자와 만나 김연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크게 세 가지, 북방형과 남방형 그리고 중간형으로 나뉜다. 독자들도 아래 기준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가늠해보시라. 그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크게 셋, 북방형과 남방형 그리고 중간형으로 나뉜다. 북방형은 타원형 얼굴에 흐린 눈썹, 작은 눈과 긴 코를 갖고 있어 결단력과 돌파력을 지녔고 활달하고 급한 성격으로 정리된다. 반대로 남방형은 각진 얼굴에 진한 눈썹, 큰 눈과 짧은 코를 지닌다.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을 자랑하며 침착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중간형은 둘이 섞인 것. 얼굴 형태가 재능과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 최 교수가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다. 얼음 위에서 등과 다리 근육을 많이 쓰는 피겨스케이팅은 ‘북방형 얼굴’에 맞는데, 김연아의 얼굴은 두상, 이마, 눈, 눈썹, 광대뼈, 턱의 모습 모두 북방형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이젠 라이벌이라고 하기도 어렵게 된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는 남방형에 가깝다. 최 교수는 인간의 얼굴은 뇌가 결정하는데 이는 진화의 산물이라며 “북방형은 주로 빙하기에 사냥을 했던 사람들이라 등과 다리근육, 또 이들 근육을 지배하는 뇌의 운동영역도 함께 발달했다”며 “김연아의 두정부(머리 꼭대기)가 조금 솟아 있고 아사다는 납작한데 이는 김연아의 운동 영역이 아사다보다 더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빙하기에 열매를 따먹던 사람들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아사다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김연아보다 잘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언뜻 비과학적인 것으로 비칠 주장을 왜 전자공학 전공자가 하는 걸까. 최 교수 이력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88년 일본 가나자와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가 얼굴 영상 처리와 컴퓨터그래픽 연구에 몰두하면서부터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우리 경찰에서 쓰이는 몽타주 작성 기법도 그의 발상이 핵심이다. 대구 개구리소년의 실종 10년이 흐른 시점에서의 얼굴을 유추해내고 숱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스타들의 2세를 추정하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창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국내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등 40개 분야의 유명인 1370여명의 얼굴 특징을 분석해 재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큰 눈을 가진 남방형은 관찰력과 분석력이 뛰어나 경제, 기술, 학문 같은 정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비교적 눈이 작은 북방형은 결단력과 돌파력으로 스포츠 같은 동적 분야에 강하다는 것. 전형적인 남방형으로는 지휘자 정명훈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꼽고, 북방형으로는 김연아와 소프라노 조수미, 축구 선수 박지성을 꼽는다. 그는 얼굴을 연구하는 데 많은 행운이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북방형 재능과 남방형 재능이 확연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첫째라고 했다. 최 교수는 “북방형 재능이 플러스라면, 남방형 재능이 마이너스인 셈인데 양쪽 재능을 스포츠, 전문직,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쉽게 검증할 수 있었던 점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만약 남방형 한쪽으로 치우친 동남아시아나 서양에서 태어났다면 이를 분명하게 확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에게 “낯선 연구를 하려니 힘들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더니 “개념 자체가, 기존 연구가 없으니까 힘들었다. 뭔가 있는 줄은 알겠는데 돌파구가 열리지 않아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2007년 5월 연구년으로 일본에 갔을 때 오키나와의 한 횟집에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영 회맛이 아니어서 왜 이러냐고 요리사에게 묻자 ‘그런 맛을 느끼려면 도쿄나 홋카이도에 가야 한다. 원래 오키나와의 생선은 이 정도’란 답을 들었다. 사람도 동물처럼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면서 얼굴, 체형, 재능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확장돼 북방과 남방은 기후가 반대이므로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도자기, 산수화 등의 성격도 서로 반대일 것이란 식으로 생각의 가지를 쳐나갔다. 기후 적응과 먹이 채집 과정에서 발달한 능력이 오늘날 우리 재능의 근원이라는 가설을 만들었고 계속 사례들을 모아 책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과정에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대기업 CEO 대목이었다. 사냥할 때 사람들을 몰고 다녀야 하는 북방형이 기업 경영에 강할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막상 2010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30대 기업중 내국인 CEO 28명의 얼굴을 살펴보니 북방형이 한 명, 중간형이 4명, 남방형이 23명이었다. 내국인 CEO 중 남방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를 규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 교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예로 들었다. “큰 눈에 전형적인 남방형인 이건희 회장은 영화 한 편을 봐도 주연, 조연, 엑스트라, 배경, 조명 등을 살펴보며 열 번 본다고 한다. 분해한 뒤 종합하니 본질을 꿰뚫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연마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그룹 전체를 꿰뚫고 여기에 상상력까지 더해진다. 약한 결단력을 장점인 관찰력으로 뒤덮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짜릿한 희열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을 뽑았다. 그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가능성을 재지 않았던 펜싱, 사격, 체조를 찍었다. 스포츠를 모르는 전자공학 전공자가 이런 주장을 늘어 놓으면 바보 아니면 똑똑한 놈, 이런 소리 들을 게 뻔했지만 여러 번 살펴봐도 같은 결론이 나와 확신을 가졌다고 돌아 책 제목이 절묘하다고 하자 최 교수는 “전 공학자다 보니 사실에 충실하려고 했는데 출판사에서는 독자를 더 불러모으기 위해 이런 제목을 내놓았다. 나로선 약간 불만이었다. 왜냐하면 재능과 성공을 다루는 것이 목적이고 얼굴이 그 수단, 출입구였는데 전도된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판사를 믿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골상학((骨相學)이란 게 있었다. 최 교수는 “맞다. 18세기에 유행했다. 하지만 골상학은 부정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서양에는 남방형이 지배적이고 북방형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인간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내지 못하니 서양에서 골상학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관상(觀相)과는 선을 제대로 긋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운명론이나 결정론으로 읽힐까 경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인 셈. 최 교수는 “정곡을 찔렀다. 그래서 많은 실증적인 예, 통계 등으로 뒷받침하려고 했다. 그리고 읽어보면 알겠지만 막연히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논증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책을 쓰는 데 5년은 얼추 걸렸는데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이제 서문을 썼다. 각론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분야별로 정말 어떤지, 왜 그런지 등을 짚어야 한다. 내 힘만으로는 벅찬 일이어서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들과 손잡고 해나갈 생각이다” 어느 정도 검증하며 책을 썼는지도 궁금했다. 최 교수는 “솔직히 학자로서의 욕심 때문에라도 내가 발견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니 부러 다른 이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연구년에 일본을 북쪽부터 남쪽까지 훑으며 사람들 얼굴을 관찰하고 태국까지 내 돈 들여 가본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제 책이 나왔으니 내 주장의 허점 같은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채찍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듯 얼굴 연구에 몰두하는 목적은 뭘까. “얼굴을 정확히 분석하면 자신의 재능이 어떤 분야에서 발현될 것인지를 파악해 헛된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보통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객담들이 많지만 사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능이 없는데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은 것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그렇다”고 했다. 앞에 말한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도 이런 차원에서 하는 얘기다. 책의 뒤 커버에는 ‘김연아의 성공,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높았던 스타크래프트, 세계로 뻗어나간 싸이의 인기, 이 세 가지가 모두 달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적혀 있다. 인류가 그 기원부터 환경에 적응하며 쌓아온 능력이 얼굴에 숨어 있는데 이 유형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재능과 특질이 드러난다. 얼굴에 성공 DNA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무채색을 선호하는 북방형 지역에 유채색 자동차를 팔려는 노력 같은 것은 헛된 것이다. 또 아기자기한 게임을 선호하는 남방형 지역에 전투형 게임을 팔려는 노력 역시 허튼 노력만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영역이나 디자인 영역에도 이런 인식을 활용하면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공연리뷰]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공연리뷰]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오페라 ‘팔스타프’(1893)는 주세페 베르디(1813~1901)답지 않은 작품이다. 이탈리아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를 떠올리면 운명, 배신, 사랑, 죽음 같은 열쇳말이 떠오른다. 기본적으로 장엄한 비극이다. 스물여섯에 첫 오페라 ‘오베르토’(1839)를 발표한 이래 50년이 넘도록 비련의 여주인공에게 고통과 눈물의 세월을 보내게 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팔스타프’는 80세가 된 베르디가 마지막으로 남긴 오페라이자 희극이다. ‘나부코’(1842) ‘리골레토’(1851) ‘일트로바토레’(1853) ‘라트라비아타’(1853) ‘아이다’(1871) 등 베르디의 대표작과는 형식적으로도 구분된다. 베르디는 절절한 아리아를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전통에 있다. 말년에 쓴 ‘팔스타프’는 3막이 끝날 때까지 아리아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바그너의 음악극처럼 대화풍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질 뿐. 동갑내기 바그너가 몰고 온 오페라의 새 흐름을 애써 무시하던 베르디조차 말년(바그너는 1883년 먼저 세상을 떴다)에는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국립오페라단이 1995년 이후 18년 만에 ‘팔스타프’를 무대에 올렸다.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다. 베르디 작품치고는 짧은 120분짜리. 줄거리는 간단하다. 늙고 배만 불룩 나온 기사 팔스타프는 돈이 궁해지자 마을의 유한부인 알리체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똑같은 연애편지를 보낸다. 이 사실을 안 두 부인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이 작당을 해 팔스타프를 골탕 먹인다. 지난 19일 프레스리허설에서 본 ‘팔스타프’의 장점은 캐스팅이다. 팔스타프와 리골레토 전문 영국의 바리톤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는 ‘괴물같은 파워’란 별명답게 오케스트라석을 뚫고 객석 맨 뒤쪽까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늙고 초라하지만 예쁜 여자만 보면 추근대고, ‘자뻑’이 남다른 팔스타프의 귀여움(?)을 표현한 연기력도 발군이다. 1막에서 “내 뚱뚱한 배는 나의 왕국, 그걸 늘려 가는 게 나의 과제”라고 노래하던 팔스타프는 3막에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그를 굴리고 짓밟을 때도 “내 배만은 살려줘!”라고 간청해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프레스리허설에서 컨디션이 나쁜 탓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포드 역의 바리톤 이응광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면, 나머지 가수들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했다는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의 능력도 돋보인다. ‘팔스타프’는 현악기 중심의 반주음악에 가까운 베르디의 다른 작품과 달리 오케스트라의 변화무쌍하고 풍부한 음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는 최근들어 손꼽을 만큼 좋았다. 다만, ‘막장드라마’스러운 치정극이나 장엄한 서사극이 아닌 해프닝을 다룬 희극인 터라 서사나 무대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이 노래를 한 곡조 뽑고 청중들은 요란스레 박수치는 이탈리아의 고전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에겐 낯선 경험일수도 있다. 1만~15만원. (02)586-5284.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맑고 깨끗한 울림, 봄을 깨운다

    맑고 깨끗한 울림, 봄을 깨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올해 첫 연주회 ‘청연’을 연다. ‘맑고 깨끗한 인연’이라는 뜻을 둔 ‘청연’ 무대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곡가 4명의 초연곡을 최정상 연주가와 협연한다. 공연은 이강덕(1928~2007) 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의 ‘송춘곡’(1965)으로 막을 올린다. 나른한 아지랑이, 움트는 신록, 간드러진 버들피리 등 짤막한 봄의 풍경을 모은 곡이다. 이어 KBS국악관현악단의 이준호 상임지휘자가 작곡한 피리 협주곡 ‘상령산’을 선보인다. 상령산은 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첫머리에 연주되는 곡이다. 이 지휘자는 표정만방지곡(관악영산회상)과 유초신지곡(평조회상)의 상령산을 모아 화려함과 정적인 느낌을 넘나드는 피리 협주곡으로 창작했다. 강영근 이화여대 교수가 피리 협연에 나선다.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혼불’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혼불 V-시김’을 초연한다. 이 시리즈는 최명희(1947~1998) 작가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 1권부터 각 권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야금과 거문고 협주곡으로 만들어 왔다. 이번 작품은 5권 ‘아소 님하’에서 받은 이미지를 해금 독주곡으로 풀었다. 정수년 한예종 교수가 협연한다. 김성경 추계예술대 교수는 남도소리의 신가악(新歌樂) ‘서녘·바람’을 연주한다. 김남조 시인의 시에 남도소리의 음악 어법과 국악관현악을 접목했다. ‘심청가’ 이수자인 조주선 한양대 교수가 무대에 올라 우리 소리를 싣는다. 조원행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상임지휘자는 2006년 첫선을 보인 25현 가야금 독주곡 ‘비가(歌)’를 새롭게 가야금 협주곡으로 구성했다. 홍주희 수원대 교수가 가야금의 세련된 선율을 덧댄다. 2만 5000~3만 5000원. (02)399-1114~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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