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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밖에서 배운다] (5) 문화예술진흥원 가족 나들이 오케스트라

    [학교 밖에서 배운다] (5) 문화예술진흥원 가족 나들이 오케스트라

    “자, 어려운 부분입니다. 탁탁, 딱딱딱. 박자 잘 맞추세요.” 주말인 지난 7일 경기 광명시 시민문화회관 지하 1층 연습실. 스틱으로 연습용 드럼 패드를 두드리던 이상민(11·하안북초교 5년)군이 옆자리에 앉은 엄마를 툭 치며 “박자가 틀렸잖아” 하고는 킥킥거린다. 박자를 놓친 엄마 신경희씨가 부끄러운 듯 웃는다. 신씨와 아들 상민군은 지난달 1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광명시민회관에서 함께 드럼을 배우고 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수업이다. “드럼 연습이 처음이라 어렵지만 아주 재밌다”고 한 신씨는 “무엇보다 토요일 오전을 아이와 함께해 더 즐겁다”고 말했다. 아빠와 엄마, 아이들 12명으로 구성된 드럼반은 한 달째 기초 리듬을 배우고 있다. 대부분 드럼 스틱을 잡아본 적이 없는 초보들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윤명준(32·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는 “가족반은 처음 가르치는데 아이들이나 성인들로만 구성된 반과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며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즐겁게 배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신씨와 상민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족오케스트라’의 ‘가족 나들이 행복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9일까지 15주 동안 진행되며, 광명시를 비롯해 전국 18개 기관에서 가족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악기를 배우고 마지막 16주차에 오케스트라 합주를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배우는 이들은 모두 20가족 47명이다. 엄마는 13명, 아빠는 7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OST를 비롯해 뽀로로, 태권브이 등 만화영화 OST, 사랑의 인사,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 곡을 배우느라 주말 오전을 바쁘게 보낸다. 온 가족이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최현우(20·호서대 수학과 2년)씨와 동생 현경(10·하일초교 4년)양은 호른을 배운다. 아빠 최철웅씨는 색소폰을 배우고 엄마 강희경씨는 첼로를 배운다. 가족이 함께 배우다 보니 대화 주제도 바뀐다. 현우씨는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가족들이 오전에 배웠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서 “솔직히 처음엔 온 가족이 함께 배운다는 게 쑥스럽고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주 즐겁다”고 했다. 혼자서 더블베이스를 배우고 있는 지효섭씨는 소문난 ‘연습벌레’다. 자기 키보다 큰 더블베이스를 빌려 매일 40분씩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한다. 한 달 가까이 연습을 하다 보니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지씨를 가르치는 이준일(36·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는 “물집이 생겼다 터지는 것을 세 번 정도 반복해야 익숙해진다”며 웃는다. 지씨는 “딸인 경현이가 다른 교실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다”면서 “아이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 엄마가 함께 배우면 학습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오히려 반대라는 게 가르치는 이들의 말이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52) 상임지휘자는 “3개월 동안 초보자들을 가르쳐 어떻게 오케스트라 합주를 할지 처음엔 단원 모두가 회의적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분위기가 아주 좋고 기술도 생각보다 빨리 늘고 있다. 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향해 가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강사들 역시 “색다른 경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빠 3명으로 구성된 색소폰반을 이끄는 김설(33·광명오케스트라 단원)씨는 “다른 성인반과 달리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고, 쉬는 시간에도 악기 연주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가족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16일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발표회를 연다. 지금은 미숙하지만 멋진 ‘피날레’를 위해 가족들은 토요일마다 구슬땀을 흘린다. 이들을 지휘할 김 상임지휘자는 “감동적인 과정을 거친 이들의 소리가 모여 어떤 음색을 만들지 벌써부터 설렌다”며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생각나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논란

    [생각나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논란

    광주에서 ‘체 게바라 티셔츠 공연’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디자인비엔날레 전시에서 ‘인공기 문양 작품’ 철거 해프닝이 벌어졌다. 표현의 자유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예술에 ‘색깔론’을 덧씌워야 하느냐는 구태의연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6일 “전날 개막한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 동시입장 기원 국기 디자인전’에 출품된 인공기 문양의 작품 11점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시는 민감한 시국에 자칫 오해를 살 우려가 있고, 다음 번 행사 때 국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는 작품을 철거한 지 하루도 안 돼 다시 전시하기로 했다. 이영혜(60)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이날 “작가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다시 작품을 전시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철거와 재전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강철 디자이너는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는 데 상징적 역할을 하는 국기를 디자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싶었다”며 “뒤늦게나마 전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자 A씨를 징계하겠다고 그다음 날 발표했다. 시는 보수 언론의 질타를 받자 기다렸다는 듯 중징계 방침을 세웠다가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 4일 결국 사임했다. A씨는 사임사에서 자신이 당했던 고통, 예술에 대한 회의, 문화수도 광주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했다. A씨는 “기분 좋게 공연 잘하고 내려왔는데 눈 깜짝할 새 나라를 팔아먹은 중죄인이 돼 있었다”면서 “광주시가 징계방침을 철회한 이후에도 수차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시 산하 시립미술관은 지난해 6월 개관 20돌 특별전에 홍성담씨가 출품한 작품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집권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를 들어 철거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눈치 보기와 보수 여론에 떠밀리면서 광주시의 문화예술행정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인권·평화’와 ‘창조 도시’를 지향하는 시정 목표마저 흔들리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포토] 노래 잘하는 ‘실력파’ 아이돌 양요섭 이번엔 조수미와…

    [포토] 노래 잘하는 ‘실력파’ 아이돌 양요섭 이번엔 조수미와…

    비스트 양요섭 조수미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수미 파크콘서트 ‘라 판타지아(La Fantasi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성그룹 비스트 멤버인 양요섭, 성악가 조수미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성악가들로 이루어진 보컬 앙상블 로티니(박지민, 허종훈, 임경택), 지휘자 아드리엘 김(Adriel Kim)이 참석해 진행되었다. 조수미 파크콘서트는 오는 14,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홍명보호 중원 꿰차라…기성용 돌아오기 전에

    축구팀에서 공격수만큼이나 뜨거운 자리는 중앙 미드필더다.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이 있겠냐마는 4-2-3-1포메이션의 ‘2’에 해당하는 ‘더블 볼란테’는 팀의 중심축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허리다. 포르투갈어로 ‘조종대’(핸들)를 뜻하는 볼란테(Volante)는 플레이어 10명의 필드 지휘자 격이다. 포백 수비라인에 앞서 상대 창을 봉쇄하는 동시에 적진에 질 좋은 패스를 시원하게 뿌려 주는 포지션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네 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캡틴’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하대성(서울)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살림꾼 이명주(포항)가 일단 우위에 서 있다. 홍명보호의 앞선 네 경기에서 마무리가 안 되는 공격이 질타를 받았던 반면 이들이 섰던 중앙 미드필더는 합격점을 받았다.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소집 첫날 대표 인터뷰에 나선 하대성은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홍명보 감독님의 축구 스타일과 전술, 압박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최강희 감독(전북)이 지휘하던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명주 역시 “크로아티아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치며 내 수준을 가늠할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도전자는 박종우(부산)와 한국영(쇼난 벨마레).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홍명보의 아이들’로 자란 둘은 사령탑의 축구 철학과 플레이를 잘 아는 ‘젊은 피’다. 박종우는 기성용(선덜랜드)과 균형을 잡으며 지난해 올림픽 동메달을 일궜고, 한국영은 런던올림픽 직전에 낙마한 뒤 부쩍 성장해서 돌아왔다. 둘의 각오는 하대성, 이명주와 달리 사뭇 비장했다. 박종우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왔다. 지난해 런던에서 펼쳤던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눈을 빛냈다. 한국영은 “경기장은 물론 생활에서도 경쟁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벤치에 있더라도 팀을 먼저 생각하고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이 절박한 이유는 또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이 포지션에서 터줏대감으로 활약해 온 잠재적 경쟁자 기성용이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이번 명단을 발표하면서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찾는 게 우선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 때문은 아니다”라며 향후 기성용을 호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스쿼드에 있는 넷 중 한 명은 아이티(6일)-크로아티아(10일) 2연전에서 홍 감독의 마음을 빼앗지 않으면 탈락할 수 있다. 이래저래 살얼음판 중원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포토] 양요섭 조수미 두 사람의 하모니 기대돼

    [포토] 양요섭 조수미 두 사람의 하모니 기대돼

    비스트 양요섭 조수미 비스트 양요섭·성악가 조수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수미 파크콘서트 ‘라 판타지아(La Fantasi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성그룹 비스트 멤버인 양요섭, 성악가 조수미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성악가들로 이루어진 보컬 앙상블 로티니(박지민, 허종훈, 임경택), 지휘자 아드리엘 김(Adriel Kim)이 참석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클래식 오디세이(KBS1 오전 11시) 국립합창단 이상훈 지휘자와 세계적인 소프라노 서선영, 젊은 유망주 바리톤 김주택이 출연한다. 이상훈 지휘자가 성악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여성의 고음부를 노래하는 소프라노로 파워풀하고 화려한 기교가 인상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에 대해 알아보고, 소프라노 서선영의 무대를 만나 본다.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KBS1 밤 10시 50분) 배우 한정수가 몽골 초원 유목민의 삶에 뛰어든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초원의 게르(몽골의 전통가옥).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지만 한정수와 함께 유목민으로 살아갈 뭉크씨 가족들은 그를 자신들의 일원으로 기꺼이 맞아 준다. 그는 과연 물도 전기도 없는 유목민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MBC 밤 11시 20분) 9월 컴백을 앞둔 가수 박진영과 카라가 색다른 조합으로 출연한다. ‘박진영 대 카라 특집’에서는 한류스타 카라가 직접 공개하는 일본 활동 이야기, 박진영의 연기 도전 및 두 사라의 화끈한 클럽댄스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특히 박진영은 타이틀곡 ‘놀 만큼 놀아봤어’를 방송 최초로 공개해 기대감을 높인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고속도로에서 발견한 의문의 다리 하나로 산과 산을 잇는 특이한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다리로 자연보호는 물론 야생동물들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탐구대장 진지희, 궁금증 해결사 이혜인, 사차원 소년 김유빈. 척척박사 최한솔, 명랑소녀 윤선정 꾸러기 탐구 대원들이 생명의 다리인 생태통로에 대해 탐구해 본다. ■세계의 눈(EBS 밤 11시 15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는 지하벙커나 최첨단 경보장치가 설치된 건물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 1’, 일명 비스트다. 비스트는 겉모습만 자동차일 뿐 실상은 탱크와 맞먹는 강도를 자랑하며 유사시에는 병원 기능까지 함께 수행하는 막강한 다용도 장비다. 비스트의 문에는 두께 20㎝의 특수 강판이 들어 있는데…. ■리얼대탐험-인류 최초의 신전, 터키 괴베클리 테페 편(OBS 밤 9시 50분) 터키 ‘괴베클리 테페’는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 건축 구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개의 거대한 돌기둥들이 겹겹이 원을 이루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신전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이와 비교할 만한 규모의 건축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 [화보] 조수미와 함께 무대 서게 될 ‘실력파 아이돌’ 양요섭

    [화보] 조수미와 함께 무대 서게 될 ‘실력파 아이돌’ 양요섭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수미 파크콘서트 ‘라 판타지아(La Fantasi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성그룹 비스트 멤버인 양요섭, 성악가 조수미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성악가들로 이루어진 보컬 앙상블 로티니(박지민, 허종훈, 임경택), 지휘자 아드리엘 김(Adriel Kim)이 참석해 진행되었다. 조수미 파크콘서트는 오는 14,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포토] 조수미 ‘비스트 양요섭과의 듀엣 원했다’

    [포토] 조수미 ‘비스트 양요섭과의 듀엣 원했다’

    비스트 양요섭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수미 파크콘서트 ‘라 판타지아(La Fantasi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남성그룹 비스트 멤버인 양요섭, 성악가 조수미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성악가들로 이루어진 보컬 앙상블 로티니(박지민, 허종훈, 임경택), 지휘자 아드리엘 김(Adriel Kim)이 참석했다. 장고봉PD goboy@seoul.co.kr
  • MBC ‘가을맞이 가곡의 밤’

    제42회 MBC ‘가을맞이 가곡의 밤’이 27~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매년 가을마다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가곡의 밤’은 올해 ‘세대공감…희망으로’를 주제로 가곡의 과거와 미래를 노래한다. 서희태 지휘자와 국내 1세대 싱어송라이터 이장희가 함께 무대에 올라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을 오케스트라 반주로 선보인다. 또 바리톤 고성현, 베이스 양희준, 테너 박기천, 김재형 등도 무대에 오른다.
  • 순수한 동요, 배 속 아기와 함께 불렀죠

    순수한 동요, 배 속 아기와 함께 불렀죠

    “제 음악이 잘 전해져서 우리 음악인들이 ECM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재즈·클래식계의 명품 레이블 독일 ECM에서 음반을 낸 첫 한국인 가수, 2011년 제12회 라틴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른 첫 한국인 가수. 재즈 보컬리스트 신예원(32)은 이렇게 새로운 터전을 개척해 온 사람답지 않게 ‘야심’이 없었다. 지난 23일 ECM에서 앨범 ‘루아야’가 나온 데 대한 소감도 “(지난해 8월 태어난) 아기 젖 먹이느라 바빠 설렐 겨를도 없었다”였다. 음반을 들으니 그의 성정(性情)이 헤아려졌다. 섬세하면서도 여유롭고 자연을 닮은 순수한 음성이 차분하게 넘실댔다. 욕심 없는 투명한 목소리였다. ECM이 신예원을 ‘간택’하게 된 데는 지난해 9월 ECM 프로듀서로 영입된 남편 정선(31)씨의 공이 컸다. 지휘자 정명훈의 차남인 그가 녹음해 뒀던 아내의 노래를 ECM 대표인 만프레트 아이허에게 들려줬던 것. “남편이 ‘만프레트가 듣고 너무 좋아하더라. 곧 앨범이 나올 거야’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아기를 가진 느낌을 담아내려던 녹음이라 앨범 출시 계획도 없었는데 얼떨떨하면서도 정말 영광이었죠.” 새 앨범을 만든 건 우연이었다. 2011년 11월 친구 에런 파크스(피아니스트)가 미국 보스턴 메카닉스홀에서 피아노 앨범을 녹음할 때였다. 노래를 한번 얹어 보라는 남편의 말에 신예원은 마음을 비우고 입을 벌렸다. 뜬금없이 ‘섬집아기’가 흘러나왔다. “녹음한 게 너무 좋길래 기회가 되면 나중에 듀엣을 하자고 뜻을 모았는데 몇 주 뒤에 제가 임신한 걸 알았어요. 그때 모성이 담긴 ‘섬집아기’를 불렀던 게 우연이 아니었던 거죠.” 외국 레이블에서 줄곧 음반을 냈지만 그의 우리 음악 사랑은 각별하다. 2010년 앨범 ‘예원’에서는 ‘새야 새야’를, 이번에는 ‘구슬비’ ‘과수원길’ ‘구름’ 등 13곡 가운데 8곡을 동요로 채웠다. 국악, 아프리카 원주민 음악, 인도 음악 등 경계 없이 음악과 어울려 온 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음악을 찾다 보니 만들어진 결과”라며 “뉴욕의 음악 동료들에게 황병기 선생님의 가야금 연주를 들려주면 좋아서 기절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사실 그는 대중음악 가수로 첫발을 뗐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이던 2002년 가요 음반 ‘러블리’를 냈고 김진표, 이승환, 윤상 등과 작업했다. 그러다 2006년 뉴욕의 재즈 명문 뉴스쿨대로 유학을 떠났다. 브라질 음악에 매료돼서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을 들려주셨는데 깜짝 놀랐어요. 항상 제 머릿속에서 흐르던 음악이었거든요. 그렇게 브라질 음악을 탐험하면서 저 자신과 저의 음악을 찾았죠.” 그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ECM 뮤직 페스티벌’ 첫 무대에 선다. 남편이 기획하고 시아버지 정명훈은 지휘자로 나서는 ‘정명훈의 가족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시아버지는 ‘함께 요리하고 아들 부부의 이사도 도와주는 보통 아버지’다. “하지만 그렇게 보통 사람의 모습을 뵙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워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주무실 때까지 늘 음악 공부에 매진하시거든요. 음악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는 아버님의 마음과 음악적 깊이를 닮고 싶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대계 거장 지휘자 요엘 레비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유대계 거장 지휘자 요엘 레비 KBS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KBS교향악단이 지난해 9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지 1년 만에 루마니아 출신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63)를 음악감독으로 낙점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유대계 지휘자의 전통을 잇는 거장이다. 러시아 지휘자인 키릴 콘드라신(1914~1981)의 제자로 1978년 브장송 국제 젊은지휘자 콩쿠르에서 1위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미국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1978~1984년), 애틀랜타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1988~2000년) 등을 지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용·배려심 품어야 좋은 리더 되죠”

    “포용·배려심 품어야 좋은 리더 되죠”

    재미교포 2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50)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는 15년째 변함없다. ‘세계 정상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꿰찬 첫 한국계 연주자’라는 말이다. 1999년 미국의 ‘빅5’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인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의 악장에 뽑힌 그는 현재까지 악단을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악장 자리에서 유태계 바이올리니스트를 밀어낸 것은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역사 100여년 만에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PBS방송이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들을 선발해 만든 올스타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마스터피스 시리즈 Ⅱ’ 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미리 만났다.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군림하는 시간은 늘 꽃다발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그 자신, 밑바닥까지 가라앉았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악장으로 첫발을 내딛은 처음 7년간은 ‘나는 터프가이가 되어야 한다’, ‘보스가 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어요. 단원들과 의견 충돌이 잦았고 불편한 순간들, 어색한 관계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한마디로 최악의 시기였어요. 매일 아침 연습실에 들어갈 때마다 명치 끝이 아파올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동료, 가족들의 도움으로 좋은 리더란 포용력과 배려심을 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젠 청중과 다양한 협연자, 지휘자, 동료들이 제게 불어넣어주는 용기 덕분에 끊임없이 감동받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경험이 저를 더 현명하고 겸손하게 만들어준 셈이죠.” 1963년 미국 일리노이주 카본데일에서 태어나 3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그는 8살 때 장영주, 이자크 펄먼 등을 키운 ‘바이올린계의 대모’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1986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솔리스트(독주자)로서도 탄탄한 입지를 쌓았다. 15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린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따금 ‘세계를 여행하는 독주자의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유서 깊고 위대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사실상 미국인으로 살아왔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는 각별한 감정에 젖는다. 1996년에는 연세대에서 교환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뿌리를 느끼곤 해요.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한국에서 연주하는 게 좋습니다. 한국 젊은 음악가들과의 작업이나 동대문 쇼핑도 즐겁고요(웃음).” 최근 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는 플루트 수석인 최나경씨가 단원 투표에서 하차하는 일이 있었다. 최씨는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데이비드 김은 이에 대해 “내 경우에는 악단 내에서 인종 차별을 겪지 않았지만, 최나경의 오랜 친구로서 그가 이런 곤경을 겪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번 경험으로 더 강해질 거라 믿는다”고 했다. 명문 교향악단에 몸담고자 하는 국내 연주자들에게 선배로서 그가 건네는 조언에는 진심이 어려 있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무리하게 만들어 내느라 힘을 주기보단 기본에 충실하세요. 아름답고 따뜻한 소리, 견고한 리듬,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면 충분히 앞설 수 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슴 깊이 품고 있던 후배 양성의 꿈… 이제야 이뤘다”

    “가슴 깊이 품고 있던 후배 양성의 꿈… 이제야 이뤘다”

    “차세대 지휘자를 키워 내려던 오랜 꿈을 이뤘네요.”정명훈(60)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후배 양성에 직접 나선다. 다음 달 2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리는 ‘지휘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다. 서울시향이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 중인 전문 음악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감독은 “지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재능 있는 후배를 찾아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 신진 지휘자 6명에게 지휘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다. 서울시향과 공연한 적이 있거나 해외 객원 지휘자의 추천을 받은 이들로 선정됐다. 그는 이번 지휘자 교육이 ‘오디션’의 성격도 띤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 감독은 “좋은 지휘자가 되려면 음악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게 아무리 출중해도 리더십과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를 두루 갖춘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만든 것도 그가 젊은 시절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거친 마스터 클래스였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지휘자로 자리 잡기는 결코 녹록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휘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땐 쉽습니다. 팔만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되니 다른 악기와 비교도 안 되는 것 같죠? 하지만 계속할수록 어려운 게 지휘예요. 지휘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저는 늘 ‘1분 안에 완벽한 지휘 테크닉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걸 30년은 반복해야 완벽한 경지에 이릅니다. 저 역시 최근까지도 스스로 ‘진짜 지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꿈이 뭐냐는 물음에 정 감독은 늘 “없다”고 답해 왔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며 꿈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 어떻게 꿈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반문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이제는 꿈이 생겼다.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합동공연을 지휘한 후 자라난 꿈이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막혀 있지만 남북한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서는 날을 고대합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국악으로 이스탄불 홀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인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계인들을 홀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는 국악계 거장들이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엑스포 개막 다음 날인 9월 1일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70분 동안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인 아야소피아박물관 앞에서 ‘한국의 소리 길’ 개막 축하 공연을 펼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선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지휘자 박범훈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이어 판소리의 국보급 명창 안숙선, 사물놀이를 대한민국 대표 전통음악 반열에 올려놓은 명인 김덕수가 세계인들에게 우리 소리의 진수를 들려준다. 또 가야금 연주의 경지에 오른 예인 김일륜,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속 연희의 대명사 서경욱 등 국가 대표급 예술가들이 총출동해 공연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특별 순서로 터키 민요인 ‘우스크달라’를 터키 전통악기 바을라마와 협연으로 꾸미는 무대도 마련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국립극장의 전속 예술단체로 창단됐으며 창단 초부터 현재까지 국악을 현대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창작음악 연주 등의 음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휘자 박범훈은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개막 축하 연주회를 맡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엑스포의 성공 개최는 물론 실크로드의 동서 종착지인 터키와 한국을 1500여 년 만에 소리로 다시 연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은 경북도와 경주시, 이스탄불시가 공동 개최하고 세계 40개국이 참가한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란 주제로 전시·공연·영상·체험·특별행사 등 8개 분야에서 40여 개의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베를린필 오케스트라 입단이 꿈”

    “으… 피가 말랐어요.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져들었죠.”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오보이스트 함경(20). 그는 지난 5월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에 입성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래 1, 2차 실기로만 한 명을 뽑는 거였어요. 1차에서 40명이었다가 2차에서 4명까지 걸러져서 당연히 그게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한참 회의하다 나오더니 3차도 하겠다는 거예요. 경합곡도 전혀 준비가 안 된 곡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죠.” 예정에도 없던 3차에 올라간 후보자는 그와 중국인 연주자 2명. 경쟁자에게 악보까지 빌린 끝에 함경은 국내 관악기 연주자로는 2008년 플루티스트 김세현 이후 두 번째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베를린필하모닉아카데미는 1972년 당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만든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 2년간 베를린필의 각 파트 수석 연주자들에게 교육을 받고 객원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현재 베를린필 단원 가운데 6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좋은 오케스트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기회라 당연히 시험을 봐야겠다 싶었죠. 베를린필에 들어가는 게 꿈이냐고요? 당연하죠. 보통 베를린필에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나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그는 지난 5월 말 이미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아래 베를린필에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했다. 오는 11월 베를린필 내한 공연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기에 눌리는 느낌이랄까요. 첫 리허설을 하는데 음반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사람들이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적응을 못한대요. 귀가 너무 고급이 돼 버려서요(웃음).” 함경은 서울예고 1학년 재학 중에 독일로 유학, 15세의 나이로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에 입학했다. 현재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인 그는 2009~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4월 제1회 스위스 무리 국제 바순·오보에 콩쿠르에서는 1위뿐 아니라, 스위스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가 선정한 작품 최고 해석상, 청중상 등 3개 상을 휩쓸었다. 콩쿠르 제패의 비결을 묻자 난처한 표정이 떠올랐다. “콩쿠르를 생각하면 저도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고 떠올리기도 싫어요. 하지만 참가할 때만큼은 그 도시로 여행간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떠나요. 내 위치를 평가받고 다른 참가자들의 기량을 배울 기회라 여기면 심사위원들이 악평을 하든 호평을 하든 큰 부담이 없어요.” 11살 때부터 그가 쥐어 온 오보에는 극도로 까다로운 악기다. 매번 악기를 불 때마다 소리를 내는 부분인 리드를 깎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오보이스트가 뇌수술하는 의사 다음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대요.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이스트가 가장 스트레스가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리드 10개를 깎아도 쓸 수 있는 건 하나 정도거든요. 참 예민하고 솔직한 악기죠.” 이 솔직한 악기로 함경은 관객을 매료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한·중수교 21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중국 피아니스트 자란과 한 무대에 선다. 3만원. (02)6303-197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립소년소녀합창단 8·15 ‘체 게바라 의상’ 논란 재연

    시립소년소녀합창단 8·15 ‘체 게바라 의상’ 논란 재연

    지난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기념식 ‘체 게바라’ 의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이 지어진 듯했지만 광주시가 관련자를 징계 도마에 올리면서 재연된 것이다. 광주시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쿠바 출신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옷을 입고 축하공연을 벌여 물의를 일으킨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인 지휘자 A씨를 징계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광복절 기념식 행사에서 사회주의 혁명가 복장으로 공연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이적표현물이나 법규에 위반된 것은 아니지만 행사 취지나 지역 정서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연출자의 별다른 의도가 없었던 단순 해프닝이라는 점이 광주시 자체 조사에 의해 밝혀졌는데도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제상품이 된 체 게바라 얼굴 티셔츠를 입은 게 무슨 문제냐는 반론이다. A씨는 앞서 예산부족으로 지난 6월 학부모가 구입해 준 ‘체 게바라 의상’을 별 의미 없이 합창단에 입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가 징계 절차에 나선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의 한 예술계 인사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이 정도의 해프닝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공연을 지켜본 보훈청장이 광주시에 항의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광주시 관계자는 “연출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더군다나 공연 내용은 광복절 기념행사에 걸맞은 훌륭한 수준이었다”고 강조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작품 해설까지 곁들여서… 친절해진 오페라

    작품 해설까지 곁들여서… 친절해진 오페라

    “오페라, 어렵지 않아요~.” 유럽 귀족들이 신분제도의 고착화를 노려 평민들에게 ‘과시용’ 카드로도 활용했던 오페라.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란 뿌리 깊은 인식은 아직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가 40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과 죽음, 질투와 그리움, 배신과 화해 등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오페라 무대들은 자막은 물론 충실하게 작품 해설까지 곁들여 주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오페라 초심자들도 긴장할 필요가 없는, 문턱이 유난히 낮춰진 친절한 오페라 두 작품을 소개한다. 예술의전당이 3년 만에 선보이는 가족 오페라 ‘투란도트’는 등장인물인 중국 관리 핑, 팡, 퐁이 공연 10분 전 무대에 먼저 등장한다. 작품 해설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이끌기 위한 장치다. 중국 공주 투란도트는 줄지어 청혼하는 이국의 왕자들에게 수수께끼 세 개를 던진다. 맞히지 못하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 왕자들의 시체가 무대에 쌓여 가지만 사랑에 눈먼 칼라프 왕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전에 나선다. 핏빛 죽음, 처형돼 잘려 나간 머리처럼 창백한 달빛이 가득한 1막에서 투란도트가 사랑의 치유력으로 칼라프 왕자에게 마음을 여는 3막까지. 비장미 속에 끼어드는 중국 관리 핑, 팡, 퐁의 익살이 돋보인다. 소프라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음역대를 낼 수 있어야 하는 투란도트는 이승은과 김상희가 맡았다. 아우구스부르크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인 테너 김지운과 테너 윤병길이 칼라프 왕자로 활약한다. 독일 트리어 시립오페라극장 수석 상임지휘자인 지중배가 지휘한다. 2010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정영아가 극을 쌓아 올렸다. 17일까지. CJ토월극장. 3만~7만원. (02)580-1300. 올해 오페라 공연계에선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르디의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베르디…나의 오페라’도 색다른 시도에 나선다. 베르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 속으로 들여보내는 것. ‘천하장사 마돈나’ ‘과속스캔들’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 박영서가 베르디를 맡아 1인칭 시점으로 그의 대표작 3편을 소개한다. 오페라 천재 베르디에 대한 친밀감은 물론 작품에 대한 이해력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리골레토’ ‘아이다’ ‘일 트로바토레’ 속 주요 아리아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한 마에스트로 마르코 발데리가 지휘한다. 3만~17만원. (02)2279-5312.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명훈 앞에서 지휘봉 잡은 회장님

    정명훈 앞에서 지휘봉 잡은 회장님

    신창재(61) 교보생명 회장이 노래 지휘자로 깜짝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9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고객 초청 ‘정명훈과 친구들’ 실내악 콘서트에서 회사 임직원 중창단의 앙코르 공연 때 갑자기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자 지휘자 정명훈씨는 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피아노 앞으로 물러나 앉았다. 신 회장은 회사 TV광고 ‘평생든든 서비스’에 맞게 개사한 비틀스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중창을 지휘했다. 그는 행사를 마친 뒤 “우리 인생에도 일, 건강,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악기가 있다”면서 “고객 여러분 모두가 이런 악기들을 균형 있게 지휘해 인생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각종 행사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기타 치는 회장님’, ‘막춤 추는 회장님’ 등 다양한 별칭을 갖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9월 카타르필하모닉 음악감독 맡는 첼리스트 장한나

    9월 카타르필하모닉 음악감독 맡는 첼리스트 장한나

    “지휘자로서의 삶이요? 우주로 나가서 날마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그 많은 레퍼토리의 음표 하나하나 개수를 생각하면 은하계보다 더 많겠죠? 그걸 생각하면 너무도 행복해요.”(웃음) 지휘자로서의 삶이 이토록 벅차다는 장한나(31)가 오케스트라의 수장이 된다. 오는 9월 카타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2007년 제1회 국제관현악축제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지 6년 만이다. 취임에 앞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한나는 “오케스트라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음악적 가능성을 발휘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창단 5년째인 카타르필하모닉은 카타르 왕실이 국가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든 신생 오케스트라다. “창단 당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10대 도시에서 단원 106명을 뽑았는데 수천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률이 대단했더라고요. 실력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이집트, 그리스 출신 지휘자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장한나는 내후년 프로그램까지 다 짜 놨을 정도로 열심이다. “이제 1년에 110여일을 카타르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는 그는 “앞으론 첼리스트보다 지휘자에 비중을 더 많이 둘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휘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고 연주할 수 있는 곡도 훨씬 많으니까요. 7대3이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죠.”(웃음) 그에게 롤 모델은 차고 넘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귀도 칸텔리 이 3인의 지휘자는 롤 모델로 삼지 않을 수가 없죠. 특히 36살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칸텔리의 몇 장 안 되는 실황 음반을 들어 보면 ‘음악은 나이나 몸이 아니라 영혼으로 하는 것’이라는 전율이 느껴져요.” 장한나가 지휘자로서 발판을 다진 것은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성남아트센터의 ‘앱솔루트 클래식’(오는 17~31일)에서다. 음악감독으로 매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그는 후배 음악인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드러냈다. “‘앱솔루트 클래식’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우리 단원들이에요. 여름마다 한달간 매일 8~10시간씩, 밤 12시까지 남아 치열하게 연습해 온 단원들의 열정과 패기가 있었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죠.” 5년간의 경험이 지휘자로 비상 중인 그에게 새겨준 교훈은 ‘진심은 통한다’는 것. “지휘자 데뷔 무대 때나 지금이나 제가 믿는 게 있다면 음악에서만큼은 ‘진심이 통한다’는 거예요. 한달을 함께한 단원들과 진한 여운으로 울면서 헤어지는 건 ‘음악의 힘’ 때문이죠. 음악을 통한 영혼과 영혼의 대화가 있다면 허물지 못할 장벽은 없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역경 딛고 ‘희망을 부르는 소프라노’ 이지연

    [김문이 만난사람] 역경 딛고 ‘희망을 부르는 소프라노’ 이지연

    어느 시인이 그랬다. 음악은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이라고. 인생살이에서 듣는 즐거움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그립거나 보고 싶을 때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한층 좋아지고 쌓인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풀린다. 지친 귀를 즐겁게 해 주고 가라앉았던 에너지를 되살아나게 하는 것도 음악의 매력이다. 흔히 천상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영혼을 건드린다. 가슴속까지 후벼 파는 전율과 벅찬 감동이 있다. 소프라노, 여성(女聲)의 최고 성역이다. 그래서 잠자는 사물도 깨우는 최상의 악기라고 한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타고난 음악성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프라노 이지연(51)씨는 그동안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 와 국내 무대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 줄리아드음대(석사 과정)를 거쳐 제롬 하인스의 OMTI(오페라 전문과정)에서 오페라 수업을 받았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서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한 것을 계기로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툴리홀 무대에 섰으며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주최 오디션에서의 1위 수상을 계기로 1996년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이때 보기 드물게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청중들로부터 많은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아 미국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호평받았다.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지연은 몽세라 카바예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미성과 테크닉을 가졌다”고 극찬했다. 뉴저지주 오페라 컴페티션에서 1위를 차지한 그를 가리켜 지휘자 알프레도 실리피니는 “벨칸토를 제대로 알고 노래하는 가수”라고 말했으며 미국의 대표적 오페라 전문지인 ‘오페라뉴스’는 ‘이지연의 나비부인은 깊은 이해와 저음부터 고음까지 균형 잡힌 소리와 연기력이 잘 조화돼 관중들의 영혼을 사로잡는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미국 리치아 알바네세 주최 푸치니 콩쿠르 1위, 세르조 프란키 스칼라십 연속 4회 수상, 이탈리아 알타무라 카루소 국제 콩쿠르 금메달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스페인의 알리칸테에서 ‘라트라비아타’에 출연하는 등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도 진출했다. 그동안 독창회만 100회가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오페라의 경우 ‘나비부인’ ‘춘희’ ‘리골레토’ ‘라보엠’ ‘안드레아 셰니에’ ‘투란도트’ ‘오델로’ ‘돈조반니’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이러한 국제 무대를 뒤로하고 2009년에 귀국한 그는 2011년 국내에서 첫 독창회를 가졌다. 이후 서울오페라단이 주최한 오페라 갈라콘서트와 대한민국 음악제, W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KBS교향악단과 말러 8번 교향곡 협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피가로의 결혼’ 백작부인 역할 등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과거 줄리아드음대 재학 때부터 잠깐식 귀국해 ‘라보엠’ ‘카르멘’ ‘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에겐 남다르고 빛나는 이력이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명여대 입학과 졸업 때 수석을 차지했으며 음대 진학의 필수로 여기는 개인 레슨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거친 뒤 어렵게 독학으로 줄리아드음대에까지 진출했다. 또한 세 살 아이를 둔 엄마가 된 뒤 미국으로 떠나 어릴 적 꿈을 이뤄냈으니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삶의 변화와 고통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않고 음악의 길로 혼자 외롭게 떠났던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노래 연습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오는 9월 24일 서초동 IBK홀에서 열릴 자신의 독창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공연 얘기부터 나왔다. 1부는 가곡, 2부에서는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부를 예정이다. 아울러 “그동안 외국 무대에서의 큰 음악회를 주로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 작은 음악회도 자주 열겠다”면서 올해에는 두 번 정도 무대에 더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다가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인연을 잠시 떠올렸다. “줄리아드 마지막 학기 때 처음 만났는데 음악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친해졌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코치 등 유명한 사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준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또한 이씨에 대해 “음력이 풍부하고 밑에 깔려 있는 내면의 소리를 잘 표현해낼 만큼 흠잡을 데가 없다. 벨칸토 창법을 잘 구사한다”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음악 하는 사람에겐 어떤 정신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오로지 독학으로 음악을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줄리아드음대는 초등학생 때부터의 꿈이었습니다.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큰오빠가 대구에 있는 경북대 사대부고에 다닐 때 하루는 ‘지연아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오빠는 줄리아드음대를 가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후 줄리아드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반드시 줄리아드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대구에서 살았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에게 가야금을 선물받아 일찍 국악에 눈을 떴다. 중학생 시절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다시피 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다. 중학교 입학 당시 선화여중에 합격했으나 아버지가 종교재단 학교보다 일반 중학교를 선택하도록 해 대구에 있는 신명여중에 들어갔다. 그러다 중2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서울로 집을 옮겼다. 고생은 이때부터였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먹고사는 일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가야금을 계속하려면 레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가야금을 그만두고 대신 레슨이 필요없는 성악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무렵 라디오를 통해 성악을 자주 들었다. 또한 수소문 끝에 남산 근처의 한 음악원을 찾아가 성악을 배우겠다면서 레슨비가 없으니 대신 청소나 심부름 일을 하겠다고 자청했다. 여기에서 만난 노래 선생의 주선으로 검정고시학원에 다녔다. 열심히 공부했다. 3개월 만에 중학 과정을 통과했다. 이어 서울예고에 진학하려고 면접시험을 봤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검정고시로 입학한 학생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합격한다 해도 집안 형편 때문에 다닐 처지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1년을 더 독학으로 공부했다. 이때 그는 결핵을 앓아 고생을 많이 했다. 또 영등포와 해방촌 등지로 1년에 10번 이상 이사를 다닐 정도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했다. 당시는 대학에 복수 지원을 할 수 있었으나 원서 비용을 아끼려고 숙명여대 한 곳에만 원서를 내고 수석으로 입학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학비를 제 스스로 벌어야 했거든요. 때로는 장학금으로도 충당하고, 그렇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대학 4학년 2학기 때는 윤학원 선생님이 지휘하는 대우합창단에 들어가 솔리스트로 활동했는데 그제야 비로소 조금 여유가 생기더군요.” 이때 동아일보 주최 동아 콩쿠르 2위 입상과 조선일보 주최 신인음악회 출연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89년 대우합창단이 해체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주춤했던 음악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1993년 12월 세 살 된 아이를 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줄리아드음대 교수의 레슨 없이는 쉽게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에 빠졌다. 또 레슨을 받아도 1~2년은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작정 응시해도 2회 이상 탈락하면 응시 자격마저 없어진다는 말에 더욱 그랬다. 포기하기는 억울한 일, 줄리아드음대 교수에게 일단 테스트나 받아 보기로 했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너는 톱(Top)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다시 얻었다. 9월 학기를 앞두고 남녀 한명씩 선발하는 1994년 5월 입학시험에 응시했고 과제로 준 10곡을 부르자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박수를 받으며 당당히 합격했다. 재학 중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하는 등 학교 밖의 활동으로 교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집이 아무리 추워도, 먹을 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더라도 항상 최고의 성악가가 되는 것을 생각하며 견뎌냈습니다. 이런 꿈을 갖고 자라던 시절의 유일한 음악 선생을 꼽으라면 FM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소리는 끊임없이 배고파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할 만큼 완벽할 때까지 노래하는 것이며 좋은 소리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성악가 이지연은 196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숙명여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줄리아드음악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제롬 하인스의 OMTI(오페라 전문과정)에서 오페라 수업을 받았다. 줄리아드음대 재학 시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국제 콩쿠르에서의 뉴욕 지역과 동부 지역 1위를 계기로 뉴욕의 링컨센터 앨리스툴리홀 무대에 섰다. 이어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주최 오디션에서 1위를 해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가졌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독창회를 100여회 했으며 수십편의 오페라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동아일보 주최 동아 콩쿠르 2위, 미국 퀸스 오페라 컴페티션 1위, 미국 뉴저지주 오페라 국제 콩쿠르 1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컴페티션 동부 1위, 알타무라 카루소 국제 콩쿠르 에베스티냐니 금메달, 리치아 알바네세 주최 푸치니 콩쿠르 1위, 베르지모 오페라 컴페티션 2위, 세르조 프란키 스칼라십 연속 4회 수상 등이다. 오페라 ‘나비부인’ ‘춘희’ ‘리골레토’ ‘라보엠’ ‘투란도트’ ‘오델로’ ‘피가로의 결혼’ ‘돈조반니’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했다. 경희대와 선화예고에 출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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