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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봐라 세상아!

    해양경찰의 20대 여성 간부가 최신예 경비정의 지휘관인 정장에 부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8일 민꽃별(28·여) 경위를 새로 건조한 최신예 경비정 P-30호(50t) 정장에 임명했다. 해양경찰이 창설된 지 51년이 지났지만 여성 경비정장이 부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 경위는 올 초 정기 승진시험에 합격해 20대 첫 여성간부가 되면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에 여성 첫 정장으로 발령받아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인명구조와 해상치안을 담당하게 될 P-30호 정장으로 부임한 민 경위는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해 2000년 12월 해경에 특채,1500t급 경비구난함 1503함에서 근무하는 등 다채로운 근무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해경에 들어오기 이전에 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승선경력과 3급 항해사 자격을 갖고 있어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해경함장들의 실력에 뒤지지 않는다고 부산해경은 설명했다. 민 경위는 “승조원들을 단합시키고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 해상범죄 예방과 단속이라는 기본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남편· 두 오빠 이어 소방관 된 김령아씨

    다섯살 난 자녀를 둔 가정주부가 남편과 두명의 오빠에 이어 새로이 소방공무원으로 발을 내디뎌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충남 천안에 있는 소방방재청 중앙소방학교에서 9일 열리는 제13기 소방간부후보생 교육을 마치고 소방위로 임용되는 김령아(31·여)씨. 경기도 송탄소방서에 근무하는 남편과 평택소방서에서 활동 중인 두명의 오빠에 이어 소방공무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단국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병원 응급실 간호사와 보건교사 생활을 하다 소방공무원이 된 김씨는 “응급실 근무시절 좀더 세심한 주의만 있어도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던 점을 지켜볼 때 아쉬움이 많았다.”며 ‘소방가족’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또 “평소 활발하고 활동적인 성격이 다양한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현장 지휘관으로 뛰어야 하는 소방직과 어울린다는 남편의 권유 또한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김씨는 “교육을 받으려고 지난 1년간 다섯살 난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아이에게 가장 미안했다.”며 “다행히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맡아주어 교육을 무사히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공부한 간호학의 전공을 살려 인명구조와 구호활동에 힘쓰겠다.”며 “국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국방부 “부패와의 전쟁” 선언

    국방부 “부패와의 전쟁” 선언

    앞으로 국방부가 추진하는 5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사업은 반드시 ‘사업별 부패방지 계획서’를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징계 기준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국방부는 7일 창군 이래 처음으로 전군의 사정 관계관 회의를 열어 지난 해 반부패대책 활동 실적을 분석·평가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추진 지침을 채택, 전군에 하달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500억원 이상 주요 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전과정에 걸쳐 부패 유발요인이 걸러질 수 있도록 ‘사업별 부패방지 계획서’를 수립하는 등 부패 취약분야에 대한 감사·감찰활동이 크게 강화된다. 이와 함께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징계기준을 준수하고 부패 행위시 온정주의와 제식구 감싸기식 처벌 관행을 지양하며 지휘 감독자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실명의 민원과 내부 공익신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신분을 보호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행위 등도 금지하도록 했다. 대신 익명·차명·가명으로 이뤄지는 중상·비방·모략성 신고에 대해서는 감사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 불필요한 비용 낭비와 군 내부 기강 문란행위를 방지토록 했다. 또 군내 사정 관계기관 간의 정보 공유와 공조 체제를 긴밀히 유지해 자체 감사·감찰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부패와 관련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우수기관과 유공자에 대해서는 포상을 신설하는 등 신상필벌을 강화하겠다.“면서 “내부 공익 신고자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보복이 없도록 지휘관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날 전군 사정 관계관 회의에는 감사·법무·기무·감찰·헌병 등 전군 사정관계 기관장과 국방부 직할기관, 산하기관장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사회 환원, 윤리 경영, 노사 공동체….’ 요즘 들어 기업마다 부르짖는 ‘모토’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이를 충족시켜 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의 양심과 경영 이념은 곧잘 눈앞의 이익에 밀려 뒷전인 탓이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80년간 이를 고지식하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출이 3000억원대에 불과한데도 수십조원 매출의 거대 재벌 못지않게 많은 관심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또 대(代)를 이어가며 경영권을 세습하는 국내 기업 문화 현실에서 36년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해 소유구조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남들은 더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큰(Big) 회사보다 좋은(Good)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임직원과 손잡고 한발 한발 전진하는 것이 기업 발전의 지름길입니다.” 유한양행만의 독특한 전통을 이어가는 차중근(59) 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부문에서 43위를 차지했다. 차 사장은 1974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2003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집안의 ‘복덩이’ 차 사장은 1945년 8월20일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 덕분에 가족은 친가인 평양에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서 터전을 잡았다. 이후 38선이 그어지고 한국전쟁이 터졌다. 그가 집안의 ‘복덩이’로 불린 연유다. “부모님이 갓난이인 저 때문에 객지인 횡성을 떠나지 못했어요. 당시 친가인 평양으로 돌아갔더라면 아마도 북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겠지요.”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군입대 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 당시 군 보직은 항공 통제 업무. “근무가 4교대로 이뤄지다 보니 점점 안일함과 나약함에 빠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계속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래서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베트남전 지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패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가 베트남에서 경험한 것은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었다. 교수의 꿈을 접고 유한양행에 입사한 계기가 됐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부대원들은 지휘관의 통제를 철저히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티 한 점 없이 순진무구해 보이는 베트남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 힘이 없지만 훗날에는 반드시 남을 돕는 일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회사의 ‘기둥’으로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CEO에 오르기까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1974년 영업 사원으로 입사해 경남 마산에 배치를 받았다. 그의 성실과 정직함이 통했는지 당시에 생소했던 인센티브를 받고, 지점장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또 그를 눈여겨본 연만희 전 사장은 1988년 그를 본사 공장으로 발령냈다. 공장 업무는 특성상 물품을 제조하고, 납기일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도 잔업이 적지 않았다. 특히 늘 납기일에 쫓기고, 직원들을 설득해 잔업을 진행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1989년 유한양행은 당시 소련에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컨테이너 10대 분량으로 금액으로는 30억원대 규모. 다만 4개월이라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유한양행의 신용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시간이 촉박한 데다 공장설비가 자동화되지 않은 탓에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기일을 못 맞추면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신용의 상징’인 유한양행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었죠. 덕분에 납기일을 겨우 맞출 수 있었습니다.” ●CEO로서의 첫 발 그가 사장 취임 직후 가진 첫 행보는 현장속으로였다. 이를 위해 종업원 중시, 현장 중시, 실천 중시를 강조하는 ‘100일 작전’을 진행했다. “현장을 모르고는 전략을 세울 수 없으며,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또 실천 경영을 위해 ‘균형성과 관리제’를 도입,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수치로 사원들을 평가토록 했다. 이와 함께 분기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1100여명 직원의 ‘고민 해결사’로 나섰다. “‘유한’이라는 울타리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이 사장으로서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도태되기 쉬울 뿐 아니라 생존조차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CEO 혼자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이 일치단결해 각자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합니다.CEO는 직원들에게 개인과 기업의 입장, 앞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유한양행은 노노(勞勞) 기업” 차 사장은 1주일에 한차례씩 노조위원장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다. 각종 경영 현황과 목표에 대한 정보 등을 보고회에서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 직원들의 의사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사원운영위원회’를 가동, 공동운명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노사합동연수회’와 성과급 분배 등은 유한양행이 ‘노사 기업’이 아닌 ‘노노 기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직한 기업활동, 건전한 기업 윤리,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등 유한양행만의 전통은 노사 화합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사안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기업 문화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차 사장이 올해 힘을 쏟는 사업은 신약개발과 R&D(연구개발) 부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상당 부문 잠식하는 상황에서 토종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한은 현재 궤양 치료제인 신약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화성궤양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4000억원 규모로 신약인 ‘레바넥스’가 출시되면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매출액 대비 5∼6% 수준인 연구개발비를 앞으로는 10%까지 늘릴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2010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해 80년간 외길을 달려온 유한양행. 그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차 사장은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원과 주주, 소비자, 언론 등 모든 관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 운명체 관계로 ‘윈-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유한양행은 어떤 회사 유한양행은 고 유일한 박사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 설립한 국내 대표적인 제약회사다. 전통에 걸맞게 ‘삐콤씨’,‘안티푸라민’ 등 국내 대표 의약품을 생산해 지금은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설립자인 고 유 박사는 기업 경영권을 자식이 아닌 사내 직원에게 넘겨 국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도했다. 전 재산을 공익법인(유한재단)에 넘겨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에도 앞장섰다. 내년에 창사 80돌을 맞는 유한양행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충북 오창산업단지의 신공장은 모든 공정이 국제적 품질기준인 ‘CGMP(의약품 제조 관리기준)’에 적합한 시설로 건설되고 있다. 경기도 기흥에는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인 연구소가 올 하반기에 문을 연다. 또 자체개발 신약인 소화성 궤양치료제 ‘레바넥스’는 이르면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에이즈 치료제 원료인 ‘FTC(항바이러스제)’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앞선 기술력과 견실한 경영,80년간 지켜온 설립자의 기업이념을 기반으로 향후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원료의약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종합보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3831억원, 영업이익은 1.2% 증가한 490억원으로 잡았다. ■ 차중근 사장은 ▲1946년 8월20일 출생 ▲64년 2월 숭문고등학교 졸업 ▲68년 2월 동국대 상학과 졸업 ▲74년 10월 유한양행 입사 ▲93년 1월 기획실 부장 ▲95년 1월 기획관리실 이사 ▲95년 3월 기획관리실장 겸 재정담당 이사 ▲96년 1월 총무담당 상무 ▲97년 3월 전무(기획관리본부장) ▲2002년 7월 부사장 ▲2003년 3월 유한양행 사장
  • [사설] 이해 못할 국방차관 재검증 소동

    청와대가 유효일 국방차관을 재검증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 대대장을 지낸 경력이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다.6개월전 임명 당시 언론 프로필에까지 나온 사항을 “몰랐다.”면서 다시 조사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상부 명령대로 움직인 군 중간지휘관의 책임한계가 어디까지냐는 근본 질문도 던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행태는 허점투성이다. 지난해 8월 유 국방차관 임명때 5·18관련이 걸러지지 않은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에 커다란 빈틈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방부가 그에 대한 인사자료를 청와대 보고시 누락했다면 책임져야 한다. 그렇더라도 언론이 아는 사항을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이 몰랐다면 그 또한 문책할 일이다. 국방부가 최근 군과거사 진상규명의 책임자로 유 차관을 검토함으로써 물의를 빚은 점도 신중하지 못했다. 유 차관의 전력 논란은 법적·정치적으로 이미 걸러진 것이다. 중간지휘관으로서 명령을 이행했을 뿐 과잉진압에 특별히 간여하지는 않았다고 국회 청문회와 검찰 조사에서 결론났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재조사를 공언했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눈치보기일 수도 있다.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로 인한 몸사리기라면 큰 일이다. 일각에서는 군검찰과 마찰을 빚은 유 차관을 몰아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를 그런 식으로 쫓아낸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앞뒤가 하도 안 맞으니 오해를 사고 있다. 이왕 문제가 불거졌으니 깨끗한 마무리가 필요하다. 일부 단체의 주장처럼 유 차관의 5·18 행적이 불분명하다면 차제에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잘못이 새롭게 드러나면 내용을 공개하고, 경중에 따라 인사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없는데 여론몰이식으로 유 차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모종의 음모가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살 것이다. 유 차관 거취와는 별개로 청와대와 국방부 인사검증라인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 “사람 쏴 죽이는 게 재미있었다”

    “사람들을 쏴죽이는 게 재미있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한 뒤 현재 미 해병대 전투개발사령부 지휘관으로 근무 중인 제임스 매티스 중장이 3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테러전략과 관련한 공개 포럼에 패널로 참석, 이같은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사실 싸우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당신도 알겠지만 (전장은) 아비규환이지 않으냐. 사람들을 쏘는 것은 재미있으며 솔직히 나는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가보면 베일(‘히잡’을 지칭)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5년동안이나 여자를 때리는 남자들을 보게 된다.”며 “그런 놈들은 더 이상 인간성이 남아있지 않으며 그들을 쏘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하기 해병대 사령관은 “매티스 중장은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이라면서 “아마 전쟁이라는 불행하고도 가혹한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전쟁을 스포츠 정도로 여기는 장군은 필요없다.”고 비난하며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병대 대변인은 매티스 중장에 대한 징계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뇌물 기무사 대령 수사

    국방부 검찰단이 17일 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A대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 검찰이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업체 관계자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A대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일선 부대 기무부대장이던 A대령에 대해 자체 감찰을 실시, 지휘관으로서의 처신 등을 문제삼아 보직 해임했다. 기무사는 자체 조사 결과, 금품수수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금품을 제공했다는 업체 관계자와 A대령의 진술이 엇갈리자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사건을 군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또 다른 군 관계자는 “A대령이 군 공사와 관련해 수천만원대의 향응과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대령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日, 현장지휘관에 미사일 요격권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열도를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을 현장지휘관 판단으로 요격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자위대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요구되는 현재의 각료회의를 생략하겠다는 것으로 전후 일본이 유지해온 ‘문민통제’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방위청은 자위대법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의 ‘미사일방어(MD) 대응조치’ 관련 규정을 넣어 이달 열리는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대응조치’는 적대국가의 명확한 선전포고나 미사일 연료주입 등의 공격 조짐없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를 말한다. 이 때 현장지휘관에게는 미사일요격 권한이 부여된다. 실제 상황에서는 항공자위대의 항공총대 사령관이 ‘탄도미사일 방위부대’ 지휘관을 겸해 요격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휘관은 해상ㆍ지상 레이더를 통해 탄도미사일의 낙하 지점이 일본 영토나 영해인 것을 확인한 뒤 이지스함 탑재 SM3미사일 또는 지상배치 패트리엇미사일로 요격하게 된다. 반면 미리 발사 조짐을 포착했을 경우에는 각료회의와 안전보장회의를 거쳐 무력공격사태로 판단되면 ‘방위출동’을 명령한다. 방위출동이 이뤄지면 미사일 요격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무력행사가 가능하다. 언론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가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발사 10분 안에 일본 영토에 떨어질 수 있는 북한 노동미사일의 요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위청은 이번 자위대법 개정이 문민통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법에서도 ‘긴급피난’ 등의 경우에는 요격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로스쿨에 바라는 것/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하버드 법대가 회계학과 통계학 전임 석좌교수를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요즘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각 학교마다 그 준비를 위해 부산한 와중에 신선한 뉴스이다. 미국의 법대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여기가 법대인지 경제학과인지 경영대학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의 법학교육과 연구, 심지어는 실무도 철저한 실증적 연구와 자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미국의 로스쿨이 우리 식의 법대에 실무교육을 가미한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큰 오해이다. 오히려 철저한 이론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으면 일급 로스쿨의 교수가 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 중에도 경제학 박사들이 수두룩하다.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면 논문작성 요령에 관한 작은 책자를 하나 받게 된다. 남의 지적재산을 활용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자료인데 이 책자의 서두에 인상적인 말이 쓰여있다. 오래 전에 학교의 교수진은 학교가 실무교육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길고도 깊은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학교는 이론교육에 치중해야 하고 따라서, 학술논문의 작성이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다. 교수들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론에 강하고 창의적인 졸업생이 실무에서도 크게 성공하더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법연수원 교육의 일부를 로스쿨에서 한다는 개념으로는 서구의 로스쿨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열린 장을 만드는 데서도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하버드 법대의 현 학장은 여성이며, 스탠퍼드 법대는 그보다 먼저 여학장을 배출했다. 클린턴 부부와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도 참석하는 동창회를 주재하는 예일 법대의 학장은 코리아에서 온 망명객의 2세인 소수민족 출신 학자이다. 세계 40개국에서 온 외국학생들, 의학박사, 컴퓨터엔지니어, 걸프전 참전 해병대 장교, 전미 태권도챔피언, 야전 지휘관으로 200명 가까운 군인들의 생명을 책임지던 예비역 여군 대위, 목사, 아프리카와 남미의 20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전직 유엔공무원…. 이런 급우들과 함께하는 수업에서는 책과 교수님으로부터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또, 톰 크루즈가 ‘어 퓨 굿맨’에서 학교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해서 학장의 감사패를 받으러 오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장관이 경기관총을 코트 안에 감춘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모교를 방문하고 자신이 은사와 함께 설계해서 창설한 OPEC에 관해 특강을 한다. 우리에게는 언제 이런 것들이 가능해질까. 예일 법대의 고홍주 학장은 지난 7월1일의 학장 취임사에서 세계화에의 부응, 법조에의 지원과 기여, 공익활동의 강조, 교수진의 혁신 등 네 가지를 미래의 역점 사업으로 제시하였다. 하버드 법대의 로버트 클락 전 학장도 학장으로서의 가장 어려운 임무는 세계화와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내외의 수요에 맞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그를 담당할 교수요원을 양성, 물색해서 영입하는 일이라고 한 적이 있다. 우리의 로스쿨 준비에도 유념해야 할 말들이다. 우리가 미국의 로스쿨과 같은 곳을 조만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은 전임교원의 수나 시설, 실무경험을 가진 교수의 비중 같은 지표들로만 발전될 수 있는 곳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의 로스쿨 논의는 양적인 측면에 편중되어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들이 영입되는 것은 좋으나 학술논문 작성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도외시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로스쿨은 세계화를 전신으로 느끼면서, 생각하고, 다양성의 문화를 흡수해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이해하고 창조적인 해법을 고안해 낼 줄 아는 인재들을 배출해 내는 곳이어야 한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3)하멜의 여정-­제주서 나가사키까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3)하멜의 여정-­제주서 나가사키까지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해양을 통한 제국 건설에 몰두하면서 서세동점의 기세로 밀어닥친 그 때 우리가 좀 더 잘 했더라면, 조금만 생각을 고쳐 먹었더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지금도 남는다. 하멜표류의 교훈도 그 중의 하나이다. 1628년, 일본 나가사키(長岐)로 향하던 네덜란드인 벨테브레 일행 3명이 부산 근처에 표착했으니, 이 중 1명이 훗날 조선인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고 살던 박연이다. 박연 표착 25년 뒤, 같은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도에 표착한다.1653년(효종 3년)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스페르웨르호가 바타비아와 타이완을 거쳐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폭풍에 밀려 이 해 8월15일 제주도에서 파선한 것. ●조선에 표류한 하멜일행 탈출 성공 선원 64명 중 28명이 익사하고 36명이 표류한다. 이듬해 이들은 서울로 호송되었다가 2년 뒤인 1654년에 다시 전라도로 분리, 이송된다. 그동안 사망자가 14인이었으며 생존자는 22인이었다.1666년 9월에 전라좌수영 소속의 하멜 이하 8인이 읍성을 탈출하여 작은 배를 타고서 극적으로 ‘조선 탈출’에 성공한다. 나가사키를 경유한 이들은 1688년 7월 네덜란드로 귀국함으로써 13년의 조선생활을 끝낸다. 바로 이들에 의해 하멜표류기가 출간되면서 ‘금단의 땅 조선’이 서구에 널리 알려진다. 이 하멜 표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까. 이들 집단을 통하여 어떤 구체적인 서양 과학기술을 알려고 했거나 이들의 정보를 역추적하여 세계정세를 탐구하려 했다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군부대에 배속된 하멜 일행이 약간의 전투술 전수에 참여한 것으로 짐작되나 세계정세 판단을 위한 조선 조정의 관심은 확인되지 않는다. 서양인 대집단을 13년간이나 데리고 있었으나 그들로부터 세계동향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세계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하멜은 조사 과정에서 조선 조정이 파견한 박연을 만나며, 이후에 여수 좌수영 등으로 분산되기 전까지 계속 박연이 통역을 담당했다. 이로 미뤄 박연을 통해 충분히 서양의 지식정보를 빼낼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시도는 아예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중국 사신이 하멜 일행을 접하는 일은 극도로 경계하였으며, 이들을 훈련도감 소속 군인으로 배치한 것으로 미뤄 북벌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으로 활용하려 한 인상은 준다. 박연과 하멜은 암스테르담에서 바타이유를 거쳐서 나가사키로 향하다 표류하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멜 일행은 조선 체류 중 끊임없이 일본행을 꿈꾼다. 결국은 배를 구하여 규슈의 히라도(平戶)를 거쳐 나카사키로 들어가는데 일본인들은 그들이 네덜란드인임을 금세 알아차리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들을 체포해 13년간이나 하릴없이 억류했던 조선과는 대비되는 조치였다. 이들이 나가사키에 당도했을 무렵 만에는 네덜란드배 다섯척이 정박해 있었다. 이들은 곧장 네덜란드 상관(商館)에 당도, 지휘관 빌렘 볼거에게 안내된다. 그리하여 꼭 13년 28일 만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당시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서방을 향해 열려진 창구였다. 하멜의 조선표착 시점보다 훨씬 이른 1543년에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도착했으며,1549년에는 선교사 프란시스코 사비엘이 가고시마(鹿兒島)에 발을 내딛는다. 이후 100여년 간 무역과 가톨릭 포교가 이루어지나,17세기 중엽 도쿠가와 바쿠후(德川 幕府)에 의하여 기독교가 탄압받는 쇄국이 단행된다. 주목할 것은 쇄국은 쇄국이되, 바늘 구멍은 열어놓은 쇄국이었으니 서방과의 대화는 어떤 식으로든지 계속 하고 있던 셈. ●日 바쿠후, 포교 금지하고 무역만 허용 오직 장사에만 종사하며 포교활동을 하지 않은 네덜란드인들만 일본 거류가 허용되어, 이른바 난학(蘭學)을 꽃피웠다. 서양 의술을 비롯하여 천문, 지리, 생물, 지리학 등 다양한 근대 학문체계들이 이 즈음 난학으로 정리된다. 젊은이들이 오늘날의 도쿄인 에도(江戶), 심지어는 머나먼 동북지역에서도 몰려들어 ‘난학의 길’이 활짝 열린 것. 하멜이 일본에 거류하는 상관을 찾아 귀국할 수 있었음은 또한 이같은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적어도 하멜을 통하여 서세동점의 긴급한 상황을 재빨리 읽었어야 옳았다. ‘하멜표류기’는 조선 땅에 남긴 서양인 최초의 족적이자, 조선을 세계에 알린 ‘스테디 셀러’였다. 표류인 하멜과 조선의 첫 만남, 첫 거래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얻은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음에 반해, 조선을 탈출한 하멜의 기록은 수백년간 서양인의 인구에 회자되면서 열강들이 입맛을 다시게 하는 근거자료로 보급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많은 하멜들이 찾아들었던 나가사키는 당시 어떤 여건이었을까. 예쁜 전차가 오가는 나가사키 중심통에 데지마(出島)가 있다. 말이 섬이지 도심에 포위되어 있다. 유심히 보면 바다 수로가 데지마 옆으로 흐르고 있으며 그 수로는 가까운 바다로 연결된다. 데지마는 1636년 그리스도교의 포교 금지를 목적으로 만든 인공섬. 서방을 통하여 무역 등의 이득은 취해야겠고, 문을 열자니 기독교 포교가 두려워 궁여지책으로 만든 출구였다. 나가사키라고 쉽게 말하지만 고작 손바닥 크기만 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장 규모의 땅에 상관 건물을 짓고나서 다리를 놓았다. 바쿠후는 외국배가 들어올 때마다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네덜란드와 중국 상인에게 풍문보고서(風說書)를 내게 하고, 번역 내용을 바쿠후 중심 인물들이 돌려보았으니 세계 정세의 변화를 개괄적이나마 시시각각 첩보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어두운 동굴 속의 불빛처럼 창구 하나만큼은 분명히 열어놓았던 셈. 어쩌면 일본이 서방을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닫지 않았던 그 ‘바늘구멍’이 일본이 아시아에서 선두 주자로 나서게 하는 결정적 기반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꽃피운 난학, 메이지유신 토대 돼 네덜란드인들의 종교와 무역의 분리는 바쿠후의 정책과 일치하였다. 오로지 무역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바쿠후로부터 독점권을 얻게 된다. 이후 200여년 동안 이곳은 일본 유일의 해외무역 창구가 된다. 나가사키를 둘러보면 주변에 국제도시다운 면모를 지닌 도시들이 즐비함을 알 수 있다. 히라도는 일본이 대륙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견수사(遣隋使)를 파견했을 때부터 중심지였으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거점항이었다. 히라도 남동쪽의 도자기로 유명한 아리타(有田) 북쪽에는 도자기 수출입항으로 명성을 얻었던 이마리가 있다. 이곳 도자기는 19세기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명성을 얻어 유럽 도자기문화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해탄이 보이는 가라쓰(唐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명이 말해주듯 중국과의 교역으로 번영한 항구도시다. 나가사키현의 사세보는 일찍이 1886년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래 군항도시로 번창했다. 지금도 일본 자위대와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으니 이래저래 외국과의 관계를 떼놓을 수 없는 곳.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을 복원해 놓은 100만평 규모의 하우스보텐스로 아시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일본이 이미 많은 양의 정보를 직수입하여 서양을 이해하고 있었던 시절에도 우리의 서양을 향한 입장은 여전히 폐쇄적이었다. 훗날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개화문명을 부르짖었음은, 비단 외국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난학’같이 장기간 축적된 서양문명의 이해에 기초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해상 문물교류로 갈린 두 나라 명암 나가사키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확인할수 있는 유적은 무수히 많다. 흡사 서양인 거리로 들어가는 것 같은 그라비엔, 영국 무기상인 토머스 글러버의 자택, 고색창연한 돌길인 오란자자카, 포르투갈인의 기술로 완성된 아름다운 다리인 메가네바시(眼鏡橋), 무역상사의 의사로 일본 여인과 결혼한 독일의사 시볼트기념관, 일본 최초의 무역상사를 세운 료마의 흔적, 일본 최초의 사진가인 우에노 히코마의 묘소, 그리고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나가사키 가스테라 등이 그것이다. 중국 무역항답게 중국의 흔적도 숱하게 흩어져 있으니, 나가사키짬뽕이나 푸젠성(福建城) 사람들이 세운 소후쿠지(崇福寺), 중국의 국부 손문의 유허지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15세기부터 규슈 일대를 드나들던 포르투갈인에게 입수한 조총을 자체적으로 모방, 개발해 엄청난 무기체계로 발전시킨다. 그 조총을 손에 쥐고 자신만만하게 임진왜란을 일으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7년전쟁을 통하여 조선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조총을 미워하기 전에 그 조총이 어떤 바닷길을 통하여 입수, 개발됐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옳았다. 서방의 급격한 이입을 두려워한 바쿠후의 폐쇄정책은 1868년까지 계속된다. 그러면서도 데지마는 바늘구멍 같은 숨통으로 역사의 소명을 다하였다. 일본은 미국 페리의 강요에 의해 전면 개방되지만, 적어도 데지마 같은 바늘구멍을 오랫동안 열어두었고, 수백년 전통의 난학으로 대비해 왔기 때문에 서방문명에 대한 일정한 저항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흡사 숫처녀가 백주 대낮에 겁간 당하는 식의 급격한 개항을 강요당했던 우리와는 여러 모로 대비된다. 옛 데지마를 복원시켜 놓은 건물 앞에서 지난 수백년을 돌이켜보자니 느껴지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은 정교한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왜 선조들이 바다를 통한 문물교류에 집착했던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역사에 흔적을 남긴 숱한 ‘하멜’들이 바로 데지마와 연관을 맺고 있음을 고려할 때, 바다를 통해 세계로 열린 천혜의 출구를 완벽하게 닫아버렸던 지난날 우리의 해양관을 어찌 비판하지 않을 것인가. 취재협조 학술진흥재단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무대)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301호와 401호 (등장인물) 남:소리감별사 여:빨간 구두의 여인 의뢰인1:50대 초반 의뢰인2:30대 중반 의뢰인3:30대 초반 할머니:꿈속의 환영 딸:중학생 (소리에 대해) 소리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연기한다.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극적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측정하는 청진기는 ‘호른’의 유려한 곡선 음관을 부착한 특별한 도구이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영호야- 영호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인 301호와 401호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탠드만 침침하게 켜져 있는 아래층 301호는 실내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위층 401호는 아직 어둠 속에 싸여있다. “우웅 우웅-”하는 진동음이 들리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귀마개를 벗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이어 아파트의 여러 생활소음들이 와글와글 들려온다. 다시 귀마개를 하고 눕는 남자. 이때 다급한 뾰족구두 소리. 쫓기듯 달려와 위층 401호로 올라간다. 문을 닫고 구두를 벗고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 외투를 벗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아래층 침대에 누웠던 남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킨다. 플래시를 켜서 천장을 비춰본다. 위층 여인의 숨소리가 평정을 되찾는다.“끼리리리-”하며 냉장고 가동 소음이 시작된다. 냉장고를 비추는 플래시. 새벽 4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의 실내가 드러난다. 침대와 평범한 실내가구들. 구석 쓰레기통에는 호른 나팔과 야구방망이가 처박혀 있다. 탁자에서 남자에게 소리 감별을 받고 있는 의뢰인들. 호른을 닮은 청진기로 손목시계들을 검진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손목시계) “째각 째각 째각 째각-” 남자:이게 불량입니다. 태엽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군요. 의뢰인1:계측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남자:0.5데시벨의 소음이군요. 계측기는 보통 플러스 마이너스 1데시벨의 오차를 가지고 있지요. 다음 분. 의뢰인2:(믹서기 3개를 탁자에 놓고) 동방가전에서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모델별 소음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주는 청각적 영향 말이죠.(뚜껑을 살피는 남자에게) 저... 뚜껑이 아니라 작동시의 소음만 분석해 주시면. 남자:모든 소리를 다 분석해야죠. 의뢰인2:우리가 필요한 건. 남자:다시 말하지만, 소리는 복합적입니다. 의뢰인1:감별사님을 믿고 따르세요. 남자:G-1800, Q-300, A-7, 이 세가지 모델의 소리 중에서 A-7이 가장 우수합니다. 의뢰인2:그럴리가요.A-7이 가장 구형인데. 남자:신제품이 G-1800이죠? 이건 실패작입니다.110데시벨의 고주파 파동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고객만족도가 어찌 될까요? 다음 분이오. 의뢰인3:역시 탁월한 분석이십니다.(포도주 2병을 내밀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입니다. 소리:(뾰족구두)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포도주 병을 살펴보다가, 뾰족구두 소리에 눈길을 돌리는 남자. 초인종 소리. 남자가 청진기를 벗고 문을 연다. 복숭아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이층 여자) 여자: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위층 401호 분이시죠? 여자:어머나, 어떻게 아셨죠? 남자:(여인의 빨간색 뾰족구두를 보며) 내 추측이 맞았군요.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죠. 어젯밤에 구두 소리를 들었어요. 여자:어머나,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남자:새벽엔 더 잘 들리죠. 여자:한데 색깔까지 어떻게 아셨나요? 남자:검은색 구두였다면 소리가 더 낮게 깔리거든요. 낡은 가죽이라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던데요.15년 된 캥거루 가죽입니다! 여자:호호호- 점쟁이신가봐! 어제 이사왔어요. 인사도 드릴 겸 복숭아 좀 드시라고요.(남자에게 복숭아 접시를 건네며) 어머나, 손님들이 많이 계시군요. 남자:제 의뢰인들입니다. 여자:무얼 의뢰 받으시는데요? 남자:소리요. 의뢰인1:제품의 소리를 감별해 주시는 거죠. 의뢰인2:그 느낌까지요. 의뢰인3:감별사님은 기계보다 정확하시죠. 여자:우리 아파트에 대단한 명인이 살고 계시는군요. 저…이것도 감별이 되나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남자:(휴대전화를 검진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리가 작게 설정된 거 외엔.(진동음을 조정하고) 들어보세요. 소리:(휴대전화 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남자:커졌죠?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주며) 이웃사촌이니 감별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여자:아유, 고마워요. 남자:소리를 놓치면 후회가 크답니다. 여자:맞아요. 일년 전에 정말 중요한 연락을 놓친 적이 있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제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였는데….30분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바이 바이! 근데 감별사님은 소리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남자:기억되어 있는 소리들 때문에 분석이 되는 겁니다. 여자:이 세상 소리를 전부 기억하고 계세요? 남자:한 번 들으면. 의뢰인2:스리쿠션 때린 당구공처럼요? 의뢰인3:구구 팔십일 구구단처럼요? 여자: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자:망각이 안돼요. 모두:오!…. (다시 포도주 병을 검진하는 남자. 가만히 주시하는 사람들) 소리:(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아르마냑 17년산이군요. 의뢰인3:네! 맞습니다. 남자:색깔도 소리를 냅니다.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0.3데시벨 정도 고음을 지닙니다. 잔에 따를 때, 잔을 부딪칠 때, 적포도주는 유혹의 소리를 발산하지요. 좋은 술은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우와!…. 의뢰인2:선생님. 그 차이를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나요? 남자:그들도 분명 듣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진 않지만, 마켓에서 돈으로 표현하죠. 의뢰인들:(박수치며)니즈는 욕망이다! 여자:전 들을 수 없거든요! 색깔이 소리를 낸다고요? 그런 황당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왜들 무조건 믿는다고만 하시죠? 남자:이걸 쓰고 한번 들어보세요. (여자에게 청진기를 건네는 남자) 여자:이건 호른의 음관이잖아요! 남자:제가 특별히 제작한 청진기입니다. 여자:(쓰레기통에 처박힌 호른의 나팔부분을 발견하고) 저기서 떼어내 만드셨나요? 남자:네. 난 새로운 악기가 필요하거든요. 여자:이 청진기가 악기라고요? 남자:그럼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악기죠. 여자:혼자만 듣는 게 어떻게 악기가 되죠? (청진기를 던지며) 이건 장난감에 불과해요. 남자:진정하세요.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소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이리 오셔서 들어보세요. 호른 소리를 음미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호른 주자가 될 수 있듯이, 이 청진기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청진기를 여자에게 씌워주고 백포도주를 흔든다.) 들리나요?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소리:(백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여자:들려요. 남자:이번엔 적포도주입니다. 소리:(적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안단테 칸타빌레로 사라지는 아련한 고음의 잔상이 왼쪽 귓전을 스치죠? 여자:(청진기를 벗으며) 들려요…. 하지만 차이는 모르겠어요. 의뢰인1:허허허- 소리 감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의뢰인2:그래서 우린 의뢰를 하러 오고요. 의뢰인3:기계보다 정확하시니까요. 여자:흥, 정말로 듣지 못하는 소리가 하나도 없어요? 남자:듣지 못하는 소리라…. 있죠. 잠들었을 때. 여자:밤에도 안 자고 전부 듣는다면서요. 새벽 4시에 제 구두소리도 듣고. 남자:낮에 자나보죠? 여자:농담하세요? 어째 좋은 이웃이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휭하니 나가버리는 여자. 의뢰인들도 일어선다.) 의뢰인1:허허허. 성질도 급하시네. 오늘도 좋은 감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인2,3:최상의 분석이었어요.(박수치며) 엑설런트! (모두 나가면 하품하는 남자. 위층 402호로 들어서는 여자. 소리를 읊조린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남자, 위층의 소리를 의식하며 침대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낸다. 박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스케이트 신발의 줄을 풀렀다가 다시 매더니 하품하며 드러눕는다. 조명 분위기가 바뀐다.) (탁자 위에서 남자의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코를 고는 남자. 이어 부르는 소리) 소리:“우웅 우웅 우웅- 영호야. 영호야-” 남자:(몸을 뒤채며) 순이니…. 인라인 스케이트 사놨다. 어여 신어봐….(부스스 얼굴을 들고) 엥! 내가 자고 있었나. 순이니? 순이 왔니? 날 저물었는데 얘는 뭐하고 안 들어오나. 어휴, 말을 말아야지. 세상 좋아졌다. 맨땅에서 스케이트를 다 타고.(보호장구와 헬멧을 착용해보며) 돈 쓰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가지여. 앉아서 이런 거만 연구하는 놈들 천지니. 어뗘. 순이야. 아빠도 멋져 보이냐? 아빠도 소싯적에 얼음지치기 한가닥 했다. 외날 썰매 모르지? 우선 중심을 잘 잡고…. 긴 꼬챙이 하나를 다리 사이로 넣고 얼음을 팍팍 찍으면서 달리는 거여. 대가미 방죽에선 아빠가 일등했다. 니 이렇게 차려입고 씽씽 달리면 동네 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 순이야, 얼른 들어온나. 인제 호른을 필요로 하는 나이트클럽은 없다. 그러니 아빠는 내일이면 배 타러 가야헌다. 한동안 못 보니까 얼른 와. (시계를 흘낏 보다) 아니 근데 이누무 지지배가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여. 내 이년을….(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래, 이게 뭐여.“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려 근데.“아빠. 로데오광장 빨리….” 20분전에 온 거네. 로데오 광장? 하하- 요것이 눈치 하난 빨라요. 거기서 스케이트 타고 싶다 이거지? 다른 애들처럼. 오냐. 아빠가 가마. 근데 얘가 스케이트 사논 걸 어떻게 알았지? 돈 없다고 등짝을 후려패서 학교 보내 놨더니…. 하여튼 귀신이여 귀신.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가는 남자. 그 열린 문으로 여자가 은밀하게 들어와, 가구들 뒤에 무엇인가를 붙여 놓는다. 감별사의 청진기를 보고 자기 심장에 대본다.) 소리:(심장박동) “쿵 쿵 쿵 쿵-” (남자가 돌아오는 기척. 얼른 복숭아 가져왔던 접시를 드는 여자. 남자가 힘없이 들어선다.) 여자:어머! 오셨네요. 문이 열려 있기에 접시를 가져가려고요. 아깐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요.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남자:근처 로데오 광장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웬 처녀가 글쎄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자:어머나, 그래서요. 남자:후후후. 당황스러워 혼났습니다. 여자:그 아가씨 아빠가 감별사님과 비슷한가 보죠. 남자:하긴…. 그 아가씨도 우리 딸애와 비슷하긴 했어요. 여자:따님이 있으세요? 남자:……. 여자:참, 그거 잘 타세요? 스케이트요. 남자:내 스케이트가 아닙니다. 여자:누구한테 선물하시려나 보죠? 남자:……. 여자:호호- 말씀하기 싫으신가 봐요.(문으로 가며) 그럼 또 뵙겠습니다. 남자:일년 전,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죠? 소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금방 사라지거든요. 여자:감별사님.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자 나가면, 남자는 박스를 옆에 낀 채 홀로 서성인다. 조명 분위기 다시 바뀐다.) 남자:어휴! 몇 분 차이로 이게 뭐여. 속 터져. 쬐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선.(박스를 놓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며) 이누무 기지배는 대체 어딜 간 거여. 소리:“삐- 삐- 새 메시지는 없습니다.” 남자:아! 눈부시다. 눈부셔. 왜 이리 눈이 부시지? 불을 끌 수도 없고. 순이야, 어여 연락 좀 해라. 아빠 이러다가 죽는다잉. 일주일째 이러고 잠 한숨 못 잤다.(침대에 드러누우며) 이러다 아빠 죽겠다. 순이야. 순이야…. 소리:(진동소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남자:(벌떡 일어나 휴대전화 확인하며) 아니잖아. 어디지? 아래층 201호여! 죽겠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뛰어가는 남자.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남자(E):여보세요,201호 아저씨! 전화 왔어요- 얼른 휴대전화 좀 받아 봐요. 201호(E):돌겠네! 안 받으려던 건데. 알았다니까- (휴대전화 진동소리 겨우 멈춘다. 다시 들어오는 남자) 남자:싸가지 없는 놈. 끝까지 안 받네. 매너들 없어. 소리:(TV 끝나는 소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치이-” 남자:302호 미친놈. 오늘도 저 모양이야. 꺼라. 제발 좀 꺼라. 바로 옆방에서 이러면 어떡하냐.(앞쪽 베란다로 나와서) 302호- 텔레비전 좀 끄쇼. 시끄러워 살 수가 있나. 이웃들(E):조용히 좀 해요. 남자:302호, 조용히 하라잖아요∼ 이웃들(E):301호, 당신이 조용히 해∼ 당신 때문에 못자. 아저씨 날마다 이게 뭐예요. 남자:이런 우라질. 귓구멍이 거꾸로 뚫렸나. 나는 니들 때문에 못자- 아! 눈이 터질 것 같네. 그래도 안 끈다 이거지. 니기미! 대한사람 살아야 길이 보전도 된다. (야구방망이 들고 나가는 남자.302호 문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순찰차 사이렌 소리) (위층 401호 여자는 나지막이 뭔가를 읊조린다.) 여자:“쓱쓱 만져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궁글궁글 쓸어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제2장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남자.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귀마개를 하고 있다. 말씨가 점차로 사투리 운율로 변해간다. 남자:백두산이 다 닳기 전에, 대한사람 살고 보자는데 웬 말들이 많은 겨.(수건을 풀며) 돌아와 보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거여. 그냥 빈집이여. 빈집.(귀마개를 벗으며) 기껏해야 한 삼일이면 됐지. 왜 삼일이 열흘 되고 달포 되고 한달 되느냔 말이여. 왜 삼일이 석달 되고 석삼년 되느냔 말이지. 이상타. 참말 이상한 일이다. 어무이는 금가락지 끼워주면 훨훨 날아간다 허지, 딸년은 스케이트 있어야 씽씽 달려간다 하지. 아! 나도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부산으로 가서 외항선 탔다 했지? 석달 열흘만 꾹 참고 다녀오자.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허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거여, 시방 이것이. 태평양 넘어 동지나해 건너 알류산 열도 거쳐 부산항에 도착, 광복동 시장에서 딸년 인라인스케이트하고 어무이 서돈짜리 금가락지 서둘러 해가지고 와보이, 종적이 묘연한 것이여. 여편네 줄려고 야들야들한 속곳 둘둘 말아 끼고 왔는디, 입을 사람이 없는 거여. 세상 참 얄궂네. 인생 허망타.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소리:(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얼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 실망하는 남자. 이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남자가 문을 여니 의뢰인들이 의뢰품들을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들:좋은 아침입니다. 의뢰인1:(전자레인지를 탁자에 놓고) 부품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청진기로 검진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흠… 소리:(전자레인지) “위이이잉-” 남자 : 모터가 낡았으니 교체하세요. 다음. 의뢰인2:(책들을 놓으며) 신나라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견본품인데요. 남자:(책장 넘기며) 책도 소리를 가집니다. 종이 지질에 따라서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소리:(종이) “펄렁 펄렁… 팔랑 팔랑… 풀렁 풀렁…” 남자:이건 모조지, 이건 아트지, 이건 하드보드에 코팅까지. 아트지는 반짝 반짝! 모조지는 서글 서글! 3데시벨의 편차가 있네요.(표지를 보며) “세계의 미스터리”라…. 이 제목에는 모조지보단 아트지가 어울립니다. 미스터리는 반짝반짝해야죠.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몰래 엿본다.) 의뢰인3:(돌멩이 2개를 놓으며) 심산인테리어에서 의뢰한 겁니다. 남자:(돌을 살피며) 흥미 있는 소재이군요. 돌의 소리는 가장 심원한 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질이니까요. 돌의 소리는 음악의 근본입니다. 돌로 만든 악기인 편경의 소리는 국악의 표준 음정이죠.(돌을 부딪쳐 본다.) 오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리입니다. 소리:(돌) “딱 딱 딱 딱-” 의뢰인들:정말 탁견이십니다. 남자:저 전자레인지는 전에도 감별해 드린 건데요. 저를 시험하시나요? 의뢰인1:예? 오해십니다. 남자:칠일 전에도 해드렸고, 한 달 전에도 했습니다. 의뢰인1:청진기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기계든 인간이든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죠. 청진기는 거짓을 모릅니다. 여자:(앞으로 나서며) 감별사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나요? 의뢰인1: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인가 봅니다. 확인해 보죠. 여자:(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어머나! 안녕하세요. 호호호- 문이 열려있지 뭐예요. 의뢰인1:소리 감별은 회사의 일급 기밀입니다. 여자:한심한 출고담당 재교육도 중요하죠. 의뢰인1:(전자레인지 들고 나가며) 성질도 급하시고 변덕도 심하시군요. 흠, 흠. 여자:오늘의 분석은 어땠나요? 의뢰인2: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의뢰인2,3도 나간다. 남자가 문을 잠그더니, 얼른 여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다.) 남자:혹시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나요? 여자:글쎄요? 남자:이사 온 뒤로 다른 주민들 보신 적 있나요? 여자:네… 봤죠. 남자:이상하지 않던가요? 여자:네. 남자:언제부터인가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잠만 자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중지된 겁니다.201호는 휴대전화를 안 받는 버릇이 있고,302호는 지가 무슨 애국시민이라고 날마다 애국가를 시청하더니 모두 조용해 진 겁니다. 여자:에이, 고급 아파트는 원래 조용하잖아요. 남자:(눈치를 보더니 말소리를 죽이며) 나는 저 의뢰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자:(놀라며)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뭔가 수상쩍은 음모가 있어요. 의뢰 물품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여자:날마다 똑같아요? 남자:일주일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요. 예전엔 한달 주기였죠.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나는 새로운 소리를 원합니다. 여자:좋아하는 음악은 자꾸 듣기도 하잖아요. 가령 호른 연주는 어때요? 남자: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2악장 로만자… 호른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날마다 다릅니다.(청진기 곡선음관을 어루만지며) 호른을 통해서 들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누가 날마다 같은 구름을 보고 싶겠소. 누가 날마다 같은 바람을 맞고 싶겠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라고 둘러대지만 실수가 아닙니다. 치밀하게 반복되는 순환시스템이죠.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 세상이 죽어가는 것처럼. 저들이 소리를 뺐어가는 겁니다. 아…. 이러다가는 당신의 잠꼬대마저 뺐어갈지도 몰라요. 여자:어젯밤에 제가 잠꼬대했나요? 남자:(흉내 낸다.) “쓱쓱 만져 주면… 궁글궁글 쓸어 주면…” 여자:어머, 어머! 저를 너무 속속들이 아시네.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가야겠어요. 남자:어젯밤에 당신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여자:네? 남자:잠꼬대 소린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봤어요. 지금 이 아파트에서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가버린다면 당신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여기 계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여자:(남자를 경계하며)감별사님은 소리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사실은 소리가 무서워요. 여자:왜요? 남자:너무 진실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고조되는 온갖 소리들. 서로 뒤섞여 아비규환의 아우성처럼 난무한다.) 소리:“찌르르르… 출렁출렁… 저벅저벅… 쿵쾅쿵쾅… 우웅우웅… 영호야∼영호야∼” 여자:이게 뭐야?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남자:(귀를 막으며) 아! 아! 저리가. 듣기 싫어. 씨끄러. 듣기 싫어. 아아악- (남자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나가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야구방망이로 치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발광하다가 쓰러진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소리들이 그친다.) 여자:여보… 여보! (병원 가운을 입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침대에 뉘고 벨트로 사지를 결박한다. 남자를 청진기로 진단하는 의뢰인1) 여자:아… 어떻게 된 거죠. 무서워요. 무슨 소리였죠? 그이는 괜찮은가요? 의뢰인2:안심하세요. 본 특병동의 소리치료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죠. 의뢰인1:상태가 좋지 않아.2단계 프로그램도 실패야. 발작 증세가 멎지를 않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내일 수술 일정 잡도록 해. 의뢰인3:근데 보호자께서 동의서에 아직 서명을…. 의뢰인1:그깟 동의서 하나를 여태 못 받아? (여자에게) 똑바로 들으세요. 내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겁니다.(의뢰인2에게) 자네 수련의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럴 거면 딴 병원으로 가. 내가 이젠 환자한테 훈계까지 받아야 돼? 내가 저를 시험한다고? 미친놈이 입만 살아서. 한데… 어떻게 알았지? 의뢰인2:환자는 지각능력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주의력 증가 기제가 너무 왕성해서 그렇습니다. 환자의 소리 분석은 정상입니다. 의뢰인1:믹서기 회사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의뢰인2:그건 생산부장의 말이고요. 오늘 아침에 마케팅팀장과 통화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반기더군요.2차 분석도 의뢰하겠답니다. 일시적인 “해리성 황홀경”입니다. 의뢰인1:속단하지 말라고 했지? 자네의 진단은 정서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어. 의뢰인2:“뇌손상에 의한 퇴행성 기억장애”란 과장님의 진단은 측두엽의 손상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거 아닙니까? (쓰레기통에서 부서진 호른 나팔을 꺼내서 안고 있던 여자가 나선다.) 여자:선생님, 우리 그이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1:미치겠네 정말. 아까 발작하는 거 못 봤어요? 가족도 몰라보잖아요. 여자:예전에 연주하던 곡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냈단 말이에요. 의뢰인1:단편적인 기억 정도는 모든 환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부적뭉치를 던지며)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맘대로 행동하면 퇴거조치시킬 겁니다. 여자:이 부적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세요? 미신에 불과하다면서요? 의뢰인1:그게 아니고…. 의사의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 아닙니까. 협조요. 협조! 여자:협조했잖아요. 가구며 소지품들 가져다가 집안처럼 꾸며놓고… 순이더러 로데오 광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근데 별 이상도 없는 이가 왜 딸을 몰라보나요? 왜 아내도 몰라보나요? 그저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집에 가서 잘 요양하면… 고요한 호숫가를 찾아서 호른도 불면서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의뢰인1:흥, 호른 분다고 치료가 되면 병원이 뭐하러 있어요! 도대체 의사를 뭘로 보는 거요? 기물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힌 환자는 완치되기 전엔 퇴원할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의뢰인3에게) 진정제 5밀리그램…. 아니 7밀리그램 준비하고, 면회는 금지시켜. (의뢰인1,3 나간다. 흐느끼며 부적을 줍는 여자. 창문으로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의뢰인1이 보인다.) 여자:흑흑흑…. 날더러 어떡하라고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벌써 세 달이 됐어요. 의뢰인2:왜 그토록 소리에 집착하는지 그 압제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억 과잉이 문제입니다. 뇌의 측두엽에 너무 많은 소리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듯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치의께선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발작이 계속된다고 보십니다. 삭제키를 눌러야 리소스 부족에서 해방되니까요. 여자:그러면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서요. 의뢰인2:대신 새 기억은 지킬 수 있습니다. 여자:그토록 찾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도 못 알아보는데, 앞으론 영원히 그렇게 되겠죠? 이 빨간 구두요… 15년 된 캥거루가죽 맞아요. 저이가 나이트밴드 아르바이트 뛰어서 첫 월급으로 사준 우리 결혼 선물이죠. 이거 신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어요. 이 호른은 방직공장 월급 일년을 꼬박 모아서 제가 사준 거예요.(호른을 쓰다듬는 여자. 창가에서 귀 기울이는 의뢰인1) 서귀포 밤바다는 그날 따라 왜 그렇게 고요했는지, 저이가 부는 호른 소리가 수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어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 알레그로. 그게 저이가 아는 유일한 연주곡이죠. 순이를 낳게 되어서 사범대학을 그만뒀으니… 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죠? 의뢰인2:아마 그렇게 되겠죠. 여자:그렇게 되면, 우린 이 세상 안 산 거나 같네요. 시골 고등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부는 호른 소리에 바람나 쫓아다니다가…. 외아들 사범학교 나와 선상님이 평생소원이던 홀어머니 가슴에 못질하고, 남자 앞길 망쳤다고 원망들은 촌년이… 저승 가서 어머니까지 못 알아보는 산송장 만들어 놨다는 소린 죽어두 들을 순 없네유. 차라리 청진기 쓰고 세상의 소리에 미쳐서 사는 게 나아요. 저인 소리를 사랑했으니까. 저이 어머니도 소리를 벗삼아 사셨으니 하늘나라에선 서로 알아보겠지요. 의뢰인2:사모님…. 여자:선생님도 저이가 미쳤다고 보세요? 의뢰인2: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지요. 알 수 없습니다…. (의뢰인3이 주사기 가지고 들어온다. 의뢰인2가 여자를 부축해 나간다. 의뢰인3이 주사할 준비를 하는데, 창문에서 지켜보던 의뢰인1이 들어와서 부서진 호른을 들어본다.) 의뢰인1:아까 몇 밀리그램이라 했지? (쳐다보는 의뢰인3) 3밀리그램만 투여해. 의뢰인3:3밀리요? 네…. (주사기 용량을 조절해서 남자의 팔에 주사 놓고 나가는 의뢰인3) 의뢰인1:길영호씨. 지금 혼자서 호숫가를 거닐고 있소? (입으로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을 불며 빠져든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이층 401호로 힘없이 들어서는 여자. 부적 뭉치를 탁자에 놓다가 세어본다.) 여자:하나, 둘, 셋, 넷…. 분명 다섯장을 붙였는데. 한 장이 살아있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병실 분위기가 나는 아래층 301호. 환자복이 입혀진 남자가 침대 벨트에 묶여있고, 의뢰인2를 따라 여자와 딸이 들어선다.) 의뢰인2:휴, 제가 미친 거 같네요. 주치의가 회진오시기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여자:고맙습니다. 순이야, 어서. 딸:아빠! 제가 왔어요. 어째 잠만 자는 거야. 흑흑흑…. 아빠 일어나세요. 눈떠- 아빠- 여자:여보! 순이가 돌아왔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다 잘되었어요. 저도 직장 잡아 돈벌이해요. 지난 일은 잊고, 정신 좀 차리세요. (여자와 딸이 벨트를 풀고, 사력을 다해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하고 무너져 태아처럼 웅크리는 남자) 딸:흑흑흑…. 엄만 대체 무얼 한 거야! 아빠가 저리 되도록. 여자:엄만 안 해본 거 없다. 귀신 쫓는다는 복숭아도 들이고, 부적도 붙여보고, 약손으로 아픈 데 쓸어주시던 할머니 소리도 해보고…. 너는 뭘 하고 있었어. 이년아, 니 아빠 이리된 것 다 너 때문이다. 나가버릴 거면 그냥 나가지 메시지는 왜 남겨! 딸:난 그냥…. 아빠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자:그걸 아는 년이 세 달이나 안 들어와! 니 메시지 못 들었다고, 또 올지도 모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휴대전화에서 눈도 못 떼고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셨다. 그러다 결국 쓰러지신 겨. 산송장 되신 겨. 집으로 가요, 여보. (남자의 환자복 윗도리를 벗기고 몸을 쓸어주며 사복으로 갈아입히는 여자와 딸.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소리를 하게 된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소리를 받아 부르는 할머니의 환영. 문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할머니:어여 일어나거라. 영호야.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어여 핵교 가야지. 온나 온나. 어여…(미소 짓는 남자) 우리 외동이, 온나 온나. 딸:엄마! 아빠가 웃어. 여자:어디? 정말! 여보, 어디 좋은 곳 유람이라두 하는 게유? 할머니:아유, 찌린내. 요 녀석 바짝 섰네. 쯧쯧쯧. 이부자리는 한강이구.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곤했던 게여. 그려 됐다. 옷 갈아입자. 아부지 모르시게 저리 치워놨다. 인나렴. (여자와 딸이 남자의 아랫도리도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할머니는 싱크대로 가서 도마를 꺼내 칼자루 끝동으로 마늘을 다진다.) 소리:(마늘 다지는) “쫑 쫑 쫑 쫑-” 여자: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눈을 떠요. 딸:아빠. 눈 떠.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아빠. 제발! 남자:불…. 불이여…. 딸:뭔 불이 나? 남자:집에 불났다. 어쪄 어무이. 할머니:간밤에 어매가 호롱불 꺼놨다. 걱정 말그라, 불 안 났으니. 밥 다됐다. 소리:(찌개 끓는)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마침내 힘없이 눈 뜨는 남자) 할머니:됐다. 눈 떴다! 딸:아빠! 여자:여보! 할머니:어매는 좀 쉴란다. (이젠 할머니가 기력이 다한 듯 눕는다. 중얼거리며 그 옆으로 다시 무너지는 남자) 남자:왜 이리 자꾸 졸리지. 어무이 괜찮으셔유? 주무시는가베. 순이야, 엄마는 일 나갔니? 밥은 먹었니? 그래 아빠 잠깐 눈 좀 붙였다 일어날 테니 뭔 일 있으면 깨우렴. 아주 잠깐이다…. 아빠가 일어나서 떡볶이 해줄게. 설탕도 넣고 달달하게…. (모로 쓰러진 남자 어느새 코를 곤다.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나 아들과 손녀를 보더니 천천히 문으로 걸어 나가며 아들을 부른다.) 할머니: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남자) 남자:어무이! 딸:아빠. 꿈에 할머니 봤어? 남자:순이야. 혹시 할머니가 뭐라 하셨니? 딸:언제요? 남자:돌아가시기 전에. 딸:(할머니 목소리로) “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남자:그래… 맞았어. 어무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어.(딸을 안으며) 순이야. 할머니가 아빠를 불러주셨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가신 줄 알았다. 여보, 어무이가 나를 불러 주셨대. 날 용서하신 거여. 여자:여보, 흑흑흑…. 딸:내가 아빠를 얼마나 깨웠는 줄 알어? 남자:기특한 것. 아빠가 잘못했다. 어무이, 지가 죽일 놈입니다. 여자:아니에요. 지가 죽일 년이에요. 남자:어무이 손은 약손이여. 암…. 그렇구 말구. 딸:할머니 손이 약손? 남자:니 여섯 살 때, 맹장염을 앓았단다. 할머니가 밤새 순이 배를 문질러 주셨대. 할머니 약손으로. 니가 잠이 들어서 새벽이 됐는데, 아빠가 나이트 일 마치고 와보니 이미 혼수상태인 거라. 그래 아빠가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거여. 딸:애게, 약손이면 맹장도 고쳐야지. 남자:아픈 걸 잊게 해주셨잖니. 그러니 약손이지. 이렇게 배를 쓸어주시면서…. (약손 소리를 함께 부르는 가족. 할머니가 밖에서 창문을 열고 함께 부른다.) 가족:“우리 아기 예쁜 배, 엄마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가족:“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궁글 궁글 쓸어 주면…” (노래하다가 침울하게 그치는 할머니) 할머니:인자 이 손 약발도 다 떨어졌는가부다. 이 손으로 아범 뺐어가려던 저승사자들 다 쫓아 버렸는데 이젠 안 되는가부다. 내 다시는 약손 안 할란다. 남자:어무이, 이참에 그 달랑무 소리도 그만 두세요. 동네 애들이 벌써 순이를 놀린대요. 할머니:내 그리하마…. 달랑무 소리두 안 할란다. (창문을 닫는 할머니. 의뢰인1이 방으로 들어선다. 긴장하는 의뢰인2) 의뢰인2: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제 2단계 프로그램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옷은 환자가 갈아입고 싶다고 해서…. 의뢰인1:음…. 잘했구만. 길영호씨. 이제 환청이 들리지 않습니까? 남자:네, 사라졌습니다. 의뢰인님. 의뢰인1:허허허…. 잊으세요. 불필요한 소리들을. 불필요한 기억들을. (의뢰인3이 호른 케이스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3:지금 도착했습니다. 의뢰인1:(케이스를 남자에게 주며) 퇴원하게 되면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여자:호른이잖아요? 의뢰인1:제가 30년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한적한 호숫가를 찾게 되거든 연락 한번 주세요.(나가며) 한번 들으러 가고 싶군요. 의뢰인2:선생님! 의뢰인1:자네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는 순간, 나도 알 수 없어 졌다네. 의사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남자:선생님. 신은 이 수많은 세상의 소리를 어찌 다 들을까요. 의뢰인1:허허허- 다 듣다간 신도 입원해야지요. (마주보고 씩 웃는 그들. 의뢰인들 나간다.) 남자:어머니더러 달랑무 못 파시게 한 그것이 내내 걸리는 거여. 바깥출입도 안 하시구 말수도 적어지더니 그냥 가신 거여. 여자:제 잘못이에요. 동네 푼수들 말만 듣고…. 남자:어무이는 소리 힘으로 사신 겨. 그게 어무이 약손이여. (문이 열린 채다. 그 문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어머니가 다시 들어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뭔가 바람에 날려 쿵- 엎어지는 소리) 할머니:영호니? 영호야- 야가 삼일씩이나 어딜 간 거여. 저게 누구여. 영호지. 어여 어여 온나. 세상에! 야가 못 먹어서 눈이 십리는 들어갔네. 집 놔두구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겨. 들어가 밥 묵자. 엄매가 된장국 끓여놨다.(흰 고무신을 주며) 봐라. 흰 고무신 사놨다. 따습지? 어여 신어봐. (흰 고무신을 받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웅크리는 남자) 소리:(소년) 흰 고무신 때 타면 어쩐대유. 소리:(할머니) 영호야 자니? 엄매는 그깟 금가락지 없어도 된다. 영호만 있으면 된다. 소리:(소년) 어무이. 흰 고무신… 내 눈 내리면 신을란다. 소리:(눈 밟는) “뽀작 뽀작 뽀작 뽀작” 할머니:멋지다. 헌헌장부 났다. 남자: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잉. 손이 얼은 것 좀 봐. 요리로 들어와. 어여. (어느새 인라인 스케이트 신고 헬멧 쓰고 서있는 딸. 아빠 엄마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문가에서 고개 끄덕이던 할머니, 달랑무 팔러 가신다.) 할머니:달랑무∼ 있어. 푸성귀나∼ 달랑무∼ 있어.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 희곡 당선소감 게으른 며느리에게 시켜야 할 일은 두부 만드는 일이랍니다. 느긋하게 일해야 맛있는 두부가 만들어진다죠. 군대 지휘관도 게으른 사람이 좋답니다. 게으른 천재여야지 괜히 아랫사람 생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건데…. 요건 사실 게으른 아랫사람들의 소망이죠. 부지런한 천재 즉 이순신 같은 양반 만났다간 그저 죽었구나 하고 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지요. 안 뛰면 바로 곤장 맞지요. 난중일기 쬐금 보니까, 임진왜란 발발 전에 이 어른 매일 하는 일이 순찰 나가서 하급지휘관 곤장 치는 게 주업무이시더군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으니 백전백승의 신화를 창조하셨던 게죠. 선친께서 제 원래 이름자에 늦을 만(晩)자 하나를 넣어주신 덕택에 이렇게 느즈막히 입문하게 되었나 봅니다. 작은 상 하나를 펴놓으시고 늘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던 아버님께서는 교단 은퇴 후에 스스로 책 몇 권을 출간하셨죠. 그러곤 집안잔치가 있으면 친구 분들께 그 책을 선물하던 낙으로 사셨습니다. 평생 글을 쓰시던 열정은 정말 프로작가 못지않으셨지요. 이제부턴 저도 작심하고 자세 가다듬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은 상 앞이 아니라 PC 앞이 되겠네요. 축하해주는 벗님들, 사랑하는 영두와 영소, 그리고 가족들. 더불어 삶의 위안과 기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울러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중앙대 교육대학원 무용 석사과정 ■ 심사평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지 응모작들 중에서도 투신자살, 노숙자, 입시부정, 로또복권 등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담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각종 드라마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인지 대화체의 이야기 구사에는 능숙해졌으나 막상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희곡들은 박만호의 ‘청진기’, 김성제의 ‘바다로 가는 성북행’, 그리고 류세균의 ‘달 속의 그늘’이었다. 공사판의 살인사건을 그린 ‘달 속의 그늘’은 밑바닥 인생들의 성격설정이나 대사구사에 능숙했으나 극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결말 부분을 배영감의 감상적인 인생고백으로 가져간 점이 지적되었다. 지하철 승강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성적으로 상처받고 억압된 두 모자의 아픈 일상을 포착해낸 ‘바다로 가는 성북행’은 살아있는 독특한 정서가 심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식당 파출부인 엄마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돈벌러 가는 여성적 아들의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 대사 속에 담아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극적 상황과 행동을 충분히 연극적으로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극이 아직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있다. 현대생활을 지배하는 각종 소음과 어린 날에 듣던 정겨운 소리들을 대비시킨 ‘청진기’는 ‘소리’를 극적으로 전경화시킨다는 아이디어나, 신경증환자인 남편을 아내가 의료진과 공모해서 연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 등이 충분히 연극적이며 대사나 극 전개 기법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비인간성/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는 대비가 도식적이며, 극전개의 생략과 비약이 과도한 점에서 어느 기성작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다소 걸렸다. 결국 각각 장단점을 갖춘 ‘청진기’와 ‘바다‘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 나름의 완성도와 무대적 상상력을 높이 사 ‘청진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철리(연출가)·김방옥(평론가)
  • 귀신잡는 해병 만드는 여성조련사

    “강인한 해병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귀신 잡는 해병’을 조련하는 여성 교관들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해병대는 포항 해병대교육단 소속인 이미희(사진 오른쪽·25·사관후보 97기) 중위와 이지애(사진 왼쪽·24·부사관후보 283기) 하사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실시된 훈련과정을 모두 소화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대장·훈련 교관(DI)반 교육과정을 완벽하게 수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중위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대한 남녀 사관후보생을 지도하는 소대장 임무를, 이 하사는 부사관 후보생들을 교육하는 훈련교관 임무를 각각 수행하게 된다. 두 사람은 4주간의 제식동작, 총검술, 침투훈련, 사격, 유격훈련 등 혹독한 훈련을 거쳐 실습평가와 천자봉 행군을 무사히 통과해 ‘해병 조련사’ 자격을 얻게 됐다. 해병 연평부대에 근무중인 이명기 원사의 딸인 이 중위는 “내가 곧 해병의 표본이라는 사명감으로 지옥훈련을 견뎌냈다.”면서 “사관후보생들을 해병 최고의 지휘관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또 해병대 첫 여성 부사관으로 임관해 첫 여성 분대장을 거쳐 이제는 첫 ‘여성 DI’라는 호칭까지 얻게된 이 하사는 “교육과정이 견디기 힘든 극한 상황의 연속이었으나 이를 악물고 견뎠다.”면서 “강인한 예비 부사관 양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사설] 軍 더이상 흔들려선 안된다

    육군장성 진급비리 의혹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는 그 전개 과정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육군의 인사비리가 얼마나 심각했기에 창군사상 처음으로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했는가. 괴문서와 첩보의 신빙성은 밝혀졌는가. 군 검찰은 수사 3주가 넘도록 기껏 실무자인 중령 2명만 구속하고 더이상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는가. 육군은 떳떳하다면 무엇 때문에 반발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왜 새삼스럽게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적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은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을 책임지는 특수집단이다. 그래서 이런 일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진 국군통수권자이고, 군은 통수권자에게 충성할 의무가 있다. 비리가 있다면 군 검찰이 그 진상을 밝히면 되는 것이고, 육군은 수사에 협조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런데 마치 한 라인에 있는 군통수권자와 육군, 국방부와 군 검찰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최근 국방부차관을 만나 군 검찰 수사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장으로서 의견을 표시한 것은 이해는 되지만 앞서 전역지원서를 냈고 반려받은 것으로 육군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본다. 장성들의 지휘권에 대한 권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럴수록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어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방장관을 통해 “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더욱이 여론몰이식 수사가 되지 않도록 당부했다는 말은 파문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한 뜻으로 이해된다. 이제 갈등의 소지를 없애는 것은 국방부와 군 검찰의 몫이다. 질질 끌어서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파헤치면 나오겠지 식이 아니라 증거에 입각한 비리사실, 괴문서의 사실관계 입증 등 정교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 남총장 ‘부하 구속’에 심기 불편

    최근 군 검찰의 수사가 육군 수뇌부쪽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내 검찰 고위 관계자가 극비리에 회동한 사실이 밝혀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남 총장은 육군회관에서 열린 주한 외국 무관단 초청 송년행사 참석차 지난 13일 상경했다가 밤늦게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방문한 유효일 국방차관·박주범(육군 준장)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만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남 총장은 육본 인사참모부 소속의 영관급 장교 2명이 특정인의 진급을 돕기 위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사참모부 소속 차 중령이 ‘유력 경쟁자 현황 자료’를 준비한 것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진급자 사전 내정 의혹과는 무관하며 음주 측정 거부 기록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군 검찰의 발표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법무관리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 수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육군 수뇌부에 대한 계좌추적 방침이나 수사 확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 대해 군 주변에서는 최근 수사가 진행되면서 군 검찰과 육군간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그에 따라 국방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중간에서 중재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육군 관계자는 “육군 인사참모부의 한 장성은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스스로 국방부 검찰단에 출두해 참고인 진술을 했지만, 언론에는 범죄 혐의가 있어 강제 소환돼 조사받은 것처럼 보도됐더라.”며 군 검찰을 비난했고, 군 검찰측은 육군측이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범죄혐의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군 안팎에서는 이날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앞서 이례적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수사 상황을 공개하여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윤광웅 국방장관을 통해 전달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라도 국방부 법무책임자가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육군의 인사 총책임자인 남 총장을 만나 수사진행 상황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유 차관과 박 법무관리관이 남 총장을 찾아간 것은 육군과 군 검찰간의 갈등이 국민들에게 나쁜 모습으로 비춰져 우려가 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서 남 총장이 군 검찰의 수사에 반발했다는 것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수사 주체인 군 검찰과 이에 반발하는 양상을 보여온 육군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사실상 동시적인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노 대통령이 14,15일 이틀에 걸쳐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중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수사가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방부 신청사에서 김종환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군단장급 이상 핵심간부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을 잘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신 공보관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군이 스스로 개혁하려는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군 검찰 수사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한 소문이 전해졌으나, 국방부측은 이날 이를 일단 부인했다.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은 “남 총장이 주한미군 초청 만찬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상경했다가 유효일 국방차관의 요청으로 회동을 갖고 군 검찰의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군 소식통은 남 총장이 인사참모부 소속의 중령 2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군 검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영관 장교와 장성을 잇따라 소환했음에도 조직적인 범죄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채 비리 의혹만 난무한 데 따른 경고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적법한 수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최근 육사 40,41기생들이 구속된 동기생 중령 2명의 변호사비를 모금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데 대한 경고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육본 준장 이틀째 소환

    장성진급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국방부 검찰단은 14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인사관리처장 이모 준장을 이틀째 불러 이미 구속된 영관 장교들에게 인사관련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와 관련,15일 국방부에서 윤광웅 국방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등 군 장성 110여명이 참석하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비판적인 육군 장성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윤 장관은 군 검찰에 구속된 영관급 장교들의 육군사관학교 동기생들이 이들의 변호사 선임료를 모금하는 등 ‘구명운동’에 나선 것과 관련,“동기애로 봐달라. 동기들 간에는 그런 게 있지 않으냐.”며 군 검찰의 수사에 대한 반발이라는 일각의 시각을 부인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심층진단 軍사법개혁] 군사법개혁위 개선안 내용

    [심층진단 軍사법개혁] 군사법개혁위 개선안 내용

    ■ 대법 “군검찰, 국방부 직속으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군 사법제도 개혁 최종안은 군검찰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선 국방부 의견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군검찰, 헌병·기무사 수사지휘 사개위 군 사법소위원회(위원장 신동운 서울대 교수)와 국방부는 우여곡절 끝에 군사재판에 일반 장교가 참여하는 심판관제, 부대 지휘관의 형량 감경권(관할관 확인제)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군검찰에 헌병·기무사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하는 데도 합의했다. 그러나 군사법원·군검찰·징계영창제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소위는 1심은 군사법원,2심은 민간법원에서 맡고 군검찰을 군판사처럼 국방부 소속으로 독립시켜야 군 사법체계의 독립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항명죄, 군용물에 관한 죄 등 특수한 사건을 민간법원이 맡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군사법원이 2심을 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위계질서가 중요한 군조직의 특성을 고려, 군검찰을 각 부대에 소속시키되 개별사건에 대한 부대장의 지휘권은 배제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또 정직·감봉 등 마땅한 사병 통제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영창제도까지 폐지하면 군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개위원 18명은 국방부 개선안에 대부분 동의했지만, 군검찰을 각 부대 소속으로 유지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군 검찰관이 사단 단위로 배치되는 한 부대장의 지휘·감독권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관의 영장신청, 법무참모의 구속영장 결재는 사실상 ‘통과의례’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부대장이 모든 결정권을 행사해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심 민간법원 담당안엔 반대 표결 결과 위원 12명이 군사법원이 1,2심을 맡는 국방부 개선안에 찬성, 단일안으로 채택했다. 군검찰을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하는 사개위안에 위원 15명이 동의했다. 징계영창제도에 대해서는 ▲법무관에게 심사권한을 주는 데 10명이 ▲제도를 폐지하는 데 8명이 표를 던져 각각 다수안, 소수안으로 결정됐다. 사개위가 내년 초에 최종영 대법원장에게 최종 합의안을 담은 건의안을 제출하면, 최 대법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법무부를 거쳐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마련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반대’ 송영선 한나라의원 “군 검찰이 언제든 육군참모총장실에 뛰어들어가 마구 뒤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군의 명령·지휘체계가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12일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지난 1일 제출한 ‘군 사법제도개선안’에 대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국방연구원 출신인 그는 “개혁안이 장병들의 인권을 신장하고 군 검찰의 독립을 꾀한다는 취지엔 공감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전시 체제에 대비한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그는 먼저 “사단급 부대에 존재하는 검찰과 군단에 배치된 판사들을 국방부 산하의 별도 기구로 통합하면 그 기구 자체가 또 하나의 ‘최고 권력기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군의 개혁을 내부가 아닌 사개위라는 외부단체가 주도한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군의 수뇌부를 장악하고 길들이려는 의혹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군검찰 독립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장관이 산하의 별도기구를 통해 군을 견제하거나 뒤흔드는 상황이 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사개위의 개선안에 대해 ‘소탐대실’로 정리한 송 의원은 대안도 들려줬다.“국회 등에서 논의 과정을 거쳐 별도 기구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선결돼야 한다.”라고.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찬성’ 임종인 우리당의원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무엇보다도 군 사법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국회 정보위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12일 사법개혁추진위의 ‘군 사법제도 개선안’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군 법무관 출신은 그는 “현재 사단급 부대 검찰의 기소권·사면권 등이 지휘관에 의해 무분별하게 행사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군 검찰의 “수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독립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들어 “말도 안되는 단순폭행과 같은 반의사불벌죄를 기소하라고 했을 때 제도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소회를 밝히면서 “전시에 주어져야 하는 사면권 등이 평시에도 작위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 검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인사비리 척결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휘권 손상 논란과 관련해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은 단순폭행, 교통사고 등 군사범죄와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면서 사단장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이 “지휘권 확보와는 관계없는 일들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개위의 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최소한의 개선안”이라면서 “부작용이 있다면 사법제도 개선이 불러일으킬 불편함에 대한 군의 내부 반발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심층진단 軍사법개혁] 軍사법개혁 “지휘권 약화-軍인권 강화” 논란

    [심층진단 軍사법개혁] 軍사법개혁 “지휘권 약화-軍인권 강화” 논란

    최근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내놓은 군 사법제도 개혁안을 놓고 군내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군 지휘권과 위계 질서 등 군의 기본적인 특성이 무시됐다며, 일반 장교들을 중심으로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개인 의견 표출을 꺼리는 군 조직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법무장교(법무관)들은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 장병들의 인권 신장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군 검찰의 소속과 인사권을 해당 부대나 각군 총장에서 국방부로 넘긴 점이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종전의 군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던 각군 총장도 앞으로는 군 검찰의 사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일각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휘관들 우려, 예상보다 심각 일선 군 지휘관들이 개혁안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군 검찰의 위상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일반 장교가 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의 폐지와 징계영창제도 개선 등 여러 사항이 들어 있지만, 이는 오래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터라 받아들일 만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검찰의 위상 변경 문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지휘권 문제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지휘관들은 ‘군이 전시를 대비한 특수조직이라는 점이 간과됐다.’며 개혁안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합동참모본부의 소장급 장성은 “군 사법제도는 전투력 증강을 통해 유사시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기능 중 하나”라며 “군 검찰이 부대 운영에 필요한 법무참모 역할을 중단하고 대신 사정기관 노릇만 한다면 유사시 전투력 약화나 지휘권의 ‘누수’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휘관이 형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양형감경권을 없애기로 한 방안도 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간첩작전 등 임무수행 도중 발생한 사고 등과 관련해서는 지휘관이 형에 대한 감경조치를 해 줌으로써 추후 작전의 효율성이 보장되는 순기능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헌병·기무부대 수사 지휘권을 군 검찰에 부여하는 방안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창군 이래 최초로 육군 대장을 구속하고, 육군본부 인사참모부를 압수수색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군 검찰에 과도한 ‘권력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는 것. 일선 사단장인 한 장성은 “민간 검찰도 권력 집중의 폐단을 보완하고 있는 마당에, 군 검찰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것 아니냐.”며 “군의 기본인 지휘권에 대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데 윗분들은 왜 제 목소리를 안 내는지 모르겠다.”며 수뇌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지휘권 약화는 기우” 하지만 법무장교들의 입장은 이와 상반된다. 군의 특수성과 지휘권 보장을 이유로 그동안 수사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일선 부대에서의 뇌물수수 사건이나 각종 이권개입 등 부조리와 관련, 지휘관의 입김이 수사 단계는 물론 재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한 법무장교는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장성들의 비리사건이 군 검찰 독립의 당위성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선 사단급 부대에서 검찰부장으로 근무하는 한 법무 장교(소령)는 “지휘관은 별도의 징계권이 있기 때문에 군 검찰의 독립성 강화로 지휘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군사법원이라는 장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완책 필요 우리 군의 기본 체제가 바뀌는 중요 사안인 만큼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관련 법률 개정이나 시행에 앞서 부작용 해소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제기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일정 부대에서 일정 기간 실험적으로 운영해 보자는 제안도 나온다. 특정 조직의 지나친 권력 집중은 또 다른 형태의 부조리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군 검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담당할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견해도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軍검찰·법원 국방부 산하로

    軍검찰·법원 국방부 산하로

    군사법원·군검찰이 국방부 산하로 독립하고, 헌병·기무부대의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방향으로 군사법제도가 전면 개선된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 29일 열린 제25차 전체회의에서 군판사·검찰관의 독립성과 위상을 강화하는 군사법제도 개혁 방안에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사단급 이상 부대나 각군 본부에 속한 군검찰관·판사를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 부대장 등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군법무관뿐 아니라 군대를 마친 사법연수생 중에서도 군판사·검찰관을 선발, 전문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군검찰, 헌병·기무부대 지휘 사개위는 군검찰이 헌병과 기무부대 등 군사법경찰이 수사하는 구체적 사건을 지휘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군검찰은 헌병 등이 사건을 입건할 때 통보는 받지만, 실질적인 지휘권은 없다. 그러나 사개위는 군조직의 위계질서를 고려해 군검찰이 ‘근무일탈 사병을 엄중 단속하라.’ 등 일반적인 수사지침은 내리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일반장교의 재판 참여 ‘폐지’ 군판사가 아닌 일반장교들이 군사 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와 부대 지휘관이 재판 결과를 확인하면서 형량을 깎아주는 ‘관할관’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다만 군사법원도 배심·참심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군사법원 재판부는 군판사 2명과 주로 재판장을 맡는 장교 출신 심판관 1명으로 구성된다. 또 지휘관은 1심에서 무죄, 공소기각, 선고·집행유예 등이 나오면 간섭할 수 없지만 징역형이면 형량을 줄일 권한을 갖는다. 이 제도로 지난해 전체사건의 28%가 형량을 감경받았다. ●군법무관, 징계영창제 심의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내리는 징계영창제도에 대해서 사개위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개선안을 제시했다. 다수의견은 각군 본부에 ‘인권담당 법무관’을 둬 징계영창의 적정성을 심사, 영창처분을 취소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또 징계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영창 집행을 정지하도록 했다. 현재는 이의를 제기해도 영창이 바로 집행돼 실익이 없다. 영창제도가 인신구속을 할 때 판사의 영장을 발부받도록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폐지하자는 것이 소수의견이다. ●군, 사개위 안에 반대 군은 군검찰이 헌병·기무부대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 등 사개위의 일부 개선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하고 대장급 장성을 구속하는 등 군검찰이 현재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위상 강화로 ‘권력집중’이란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수사권을 독점하면 새로운 형태의 부조리가 싹트고, 군 지휘체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군검찰이 헌병과 기무부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철책 구멍’ 경징계로 봉합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에서 발생한 3중 철책선 절단사건과 관련, 해당 부대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가 최고 ‘감봉’으로 결정됐다. 육군은 이달 2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 해당 부대 사단장 박모(육사 31기) 소장에게 견책, 연대장 이모(육사 36기) 대령에게 근신 7일의 징계를 각각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관할부대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최전방 철책선이 뚫리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육군은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또 당시 사건 직후 보직 해임된 해당부대 대대장 송모(학군 22기) 중령은 감봉 3개월(월급의 10%), 중대장과 소대장에게는 각각 견책조치가 내려졌다. 직접 경계근무를 선 병사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으나, 구멍이 뚫린 철책을 발견한 병사 2명에 대해서는 4박5일간의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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