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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호갱’ 자처한 세계무기시장의 큰손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호갱’ 자처한 세계무기시장의 큰손

    FBI 수사에 외압을 행사해 정치권에서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팟’을 터트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1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기 수출을 성사시켰고, 향후 10년간 최대 400조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은 돈을 들여 무기를 사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거래를 놓고 벌써부터 이런저런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풀려진 무기 가격 소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합리성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어떤 재화가 자신이 지불하는 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지갑을 연다. 또한 같은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를 찾아 서성인다. 무기 구매도 마찬가지다. 군이 어떤 무기를 구매할 때는 우선 작전요구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제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입찰공고를 낸다. 입찰에 참여한 후보 제품들이 군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한다면 그 다음 평가 기준은 가격이다. 별다른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후보 제품 모두 ROC에 부합한다면 가격이 싼 제품이 선정된다. 거의 모든 국가의 무기체계 획득은 위와 같은 원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ROC를 제시하고 제안서를 받아 최저 성능만 충족하면 가격으로 승자를 결정짓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무기 구매 절차는 일반적인 국가들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지난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서 60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사들였을 때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사우디는 F-15SA 전투기 84대를 새로 구입하고, 이미 가지고 있던 70여 대의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데 294억 달러를 지출했다. F-15SA 전투기와 유사 사양인 우리 공군 F-15K가 대당 1억 달러 선이고, 기존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대당 1억 달러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우디는 이 전투기 사업을 통해 적어도 100~150억 달러를 더 지출했다. 또한 같은 시기 도입한 AH-64E 헬기 70대와 UH-60M 헬기 72대, AH-6i 헬기 36대 등 약 180여 대의 헬기는 아무리 비싸게 구매하더라도 150억 달러 정도면 충분했지만, 사우디는 여기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이 같은 구매 가격은 지난 1985년 토네이도 전투기 도입 사업 때 ‘뻥튀기’한 수준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당시 사우디는 대당 3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토네이도 전투기 72대와 1000만 달러 안팎의 호크 훈련기 30대 등 100여 대의 항공기를 무려 430억 파운드, 당시 환율로 약 330억 달러에 사들였다. 10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전투기를 구매했던 것이다. 이 같은 이상한 가격은 이번 거래에도 적용됐다. 사우디는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군이 도입 중인 최신형 장비들을 대거 구매할 예정이다. 지상군의 M1A2 전차나 M2A3 보병전투장갑차, M109A6 자주포를 비롯해 해군의 LCS 연안전투함, MH-60R 해상작전헬기, 공군의 CH-47F 수송헬기나 S-70 다목적헬기 등이 그것인데, 최신형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정상적이다. 약 35억 달러에 48대를 도입하는 CH-47F 치누크 수송헬기의 경우 대당 7300만 달러 수준으로 미 육군 정상 도입 가격의 2.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19억 달러에 10대를 도입하는 MH-60R 해상작전헬기의 경우도 통상적인 해외 판매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번 무기 거래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은 바로 전투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목적 수상전투함(MMSC·Multi Mission Surface Combatant)이라는 명칭으로 4척의 전투함을 주문했다. 이 전투함은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인 LCS(Littoral Combat Ship) 중 프리덤급(Freedom class)을 개조한 것으로 약 3000톤 규모의 호위함이다. 미 해군이 도입하는 LCS는 무장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사우디는 이 LCS에 Mk.41 수직발사기와 신형 함대공 미사일 ESSM, 하푼 함대함 미사일 등의 무장을 추가했다. 이러한 전투함 4척을 도입하는데 사우디가 지불할 비용은 무려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통상적인 3000톤급 호위함의 건조 비용은 무장과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순 초계용일 경우 1척에 2000억원 안팎이고, 위상배열레이더와 함대공 미사일 등 최고급 옵션을 선택하더라도 1척에 5000억 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미 해군의 LCS의 경우 사업 초기 각종 결함과 사업 지연으로 1척 가격이 7000억원에 육박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4000억원 미만으로 납품되고 있다. 사우디가 주문한 수상전투함은 선체 규모나 무장 수준, 그리고 미 해군 납품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척당 3500억 원 안팎이 적정 가격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러한 군함을 적정 가격의 4배가 훨씬 넘는 금액인 1척당 1조 6500억 원을 주고 계약했다. 이 돈이면 미국과 우리나라, 일본이 도입하고 있는 1만 톤급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1척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처럼 사우디 정부의 무기 구매 사례들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강대국 무기상들의 ‘호갱님’인 것일까? -바가지 뒤에 숨은 왕실의 ‘용돈벌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상 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주고 무기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들이 ‘호갱’이어서가 아니다. 새로 도입하는 무기에 비정상적인 가격표를 붙이는 주체가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재정 지출 규모는 약 2357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국방예산 지출은 546억 달러 규모였다. 국가 재정의 약 1/4을 국방비로 쓰고는 있지만, 이 돈으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 구매에 쓰고 있는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바가지를 써가며 무기를 구매하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이며, 매년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석유 판매로만 약 877억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였다. 문제는 이 석유 수출 대금을 이용한 정부 거래는 재무부를 통한 정식 집행 예산이 아니라 특별회계예산으로 분류되어 별도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눈먼 돈’이라는 것이다. 이 특별회계예산을 통한 사업은 일명 야마마 사업(Al-Yamama project)으로 불리며, 왕실 인사들이 이 사업을 통해 매년 천문학적인 ‘뒷돈’을 챙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우디가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할 때 정상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표를 붙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무기를 구매한 뒤 판매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챙겨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리베이트 수수가 가능한 것은 사우디의 정치체제가 전제왕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방 관련 주요 요직을 왕실 인사들이 모조리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국왕은 곧 국무총리를 겸직하고 있고, 그의 아들이자 올해 불과 33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국방장관 겸 제2부총리를 맡고 있다. 국토방위부 장관은 국왕과 사촌간이며, 알사우드 왕가의 왕족들이 주요부대 지휘관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즉, 모든 무기 구매는 왕실 인사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계약 실무를 맡는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반다르(Bandar bin Sultan) 왕자의 ‘BAE 리베이트 사건’이다. 현 국왕의 친척인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과 사우디 중앙정보국 수장을 맡기도 했는데, 한때 ‘아랍의 키신저’라는 별명으로 무려 20년간 주미대사직을 수행하며 서방세계와의 창구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가 왕세제였던 시절 막강한 막후 권력을 이용해 영국으로부터 토네이도 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성사시켰고, 이 과정에서 10억 파운드의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국가원수 전용기로 쓰일 정도의 대형 여객기인 A340을 전용기를 구입하는가 하면, 미국과 사우디, 유럽 등지를 오가며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지난 2004년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Serious Fraud Office)이 비리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하자 사우디 정부를 움직여 “당장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영국제 전투기 도입 협상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위협해 수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관들이 정부의 수사 중단 지시에 격분해 막대한 양의 조사 자료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를 ‘가디언’지에 제보함으로써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우디 왕실 인사들이 야마마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트럼프 방문 일정에 맞춰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 구매를 발표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트럼프에게 내민 큰 선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이번 무기 거래를 통해 양국 관계는 이스라엘이 우려를 표명할 만큼 크게 개선될 것이지만, 과연 이 400조 원대 무기 거래가 트럼프를 위한 선물일지 사우디 왕실 인사들을 위한 선물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첫 발포 명령자·헬기소사·행불자, 아직도 ‘미궁’

    대법원 판결 등 공식 자료에 발포 명령자는 특정되지 않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7년이 흘렀으나 진상 규명은 현재진행형이다. 헬기 공중사격 등 일부는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최초 발포 명령자와 헬기 기총소사, 행방불명자 등 3대 핵심 의혹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광주시민, 새 정부 진상규명 의지에 희망 광주시민들은 새 정부의 진상 규명 의지에 기대를 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책임자 등을 명확히 가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련법을 개정해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18 정신 훼손 세력을 엄단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최초 발포 명령자가 특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2007년 국방부과거진상규명위원회는 ‘5월 21일자 진종채 2군사령관의 작전지침 문건’에서 ‘전 각하(전두환 지칭):초병에 대해 난동 시 군인 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는 수기 문서를 찾아내 공개했다. 1982년 보안사가 펴낸 ‘제5공화국 전사(前史)’에는 21일 당일 국방장관실에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등 신군부 핵심 지휘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정당방위 자위권 행사’를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주요 지휘관 모임을 주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 때 학살도, 발포 명령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989년 국회 5·18청문회, 1995년 검찰조사, 1997년 대법원 판결 자료 등 공식 문서에도 발포 명령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7·11공수대대가 주둔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5월 21일 오후 1시를 전후해 발생한 집단 발포는 군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헬기 공중 사격도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5·18 당시 옛 전남도청 인근 전일빌딩에 대한 진압군의 헬기 공중 사격 사실을 확인했지만 기총소사인지, 탑승 군인의 소총 집단 사격인지는 가려내지 못했다. 또 5월 21일 오후 전남도청 상공에서 헬기 기총소사가 이뤄졌다는 다수의 목격자 증언은 있지만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행불자 타 지역에 암매장 가능성 열려 행방불명자와 이들의 암매장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광주시가 진행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현황에 따르면 사망자 155명, 상이후 사망자 111명, 행불자 76명 등이다. 행불자의 시체나 흔적 등은 지금껏 미궁에 빠졌다. 한때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 등 주민 제보지를 발굴했으나 행불자를 찾아내진 못했다. 나의갑 광주시 5·18진실규명 자문관은 “그동안 공개 안 된 군 기록이 많은 데다 진압군인 공수부대가 항쟁 기간에 헬기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횟수가 잦았던 만큼 희생자가 다른 지역에 암매장됐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오늘 정오 국회의사당서 취임선서 행사

    문재인 대통령, 오늘 정오 국회의사당서 취임선서 행사

    문재인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가 10일 정오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개최된다. 행사는 선서 위주로 간소하기 이뤄진다.행정자치부는 이날 취임선서 행사 계획을 알리며 “국정 현안을 신속히 타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취임선서 위주로 행사를 대폭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거 대통령 취임식과 달리 보신각 타종행사나 군악·의장대 행진, 예포 발사, 축하공연 등은 하지 않는다. 간소하게 취임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문 대통령이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인수기간 없이 당선 확정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다. 행자부와 인수위가 협의해 취임식을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행자부는 선거 전부터 여러 가지 시나리오별 취임식 형태를 마련해 뒀다. 당선이 확정된 이후 당선인 측에 이를 제시, 새 대통령이 선택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협의 결과 문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위주로 간소한 행사만 치르기로 결정됐다. 이런 취지를 반영해 행사에는 5부 요인과 국회의원, 국무위원(취임행사위원), 군 지휘관 등 300여명만 참석한다.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면 국민의례에 이어 취임선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를 한 뒤 행사가 끝난다. 일반 국민을 위해서는 국회 앞마당에 대형 LED 모니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간소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행자부는 이 행사를 ‘취임식’이 아닌 ‘취임선서 행사’로 명명했다. 추후 해외 귀빈 등을 초청해 별도의 취임식 행사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취임선서 행사로 혼잡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행사 전후로 국회 정문부터 마포대교 남단까지, 광화문 효자로 진입로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등 시내 일부 구간은 교통이 통제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 첫 외교장관의 조건/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 첫 외교장관의 조건/황성기 논설위원

    1987년 민주화 이후 6차례 대통령 선거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1인 1표로 제한된 선거권을 아쉬워했던 적은 없었다. 여러 명의 후보에게 도장을 꾹꾹 누르고 싶은 충동은 생전 처음 느끼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야말로 대통령직에 적합한 후보가 많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다자구도 대선의 장점을 만끽했던 선거였다는 점,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을 것으로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 건네고 싶다. 2012년의 대선 패배를 딛고 지난 4년 반 어느 후보보다도 치밀하고 탄탄한 준비를 해오며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여정, 온 국민의 축하를 받을 만하다. 비록 낙선은 했지만 끝까지 선전하며 다원화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해준 다른 후보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와 함께 격려를 드리고자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격랑을 헤치고 미래를 향한 디딤판에 섰다. 그것이 도약이 될지, 추락의 시작일지, 정체로 이어질지는 오롯이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렸다. 리더십의 첫 행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구성과 청와대 인선이다. 문 대통령에게 인수위라는 2개월짜리 완충지대가 없다. 조각이 완료될 때까지 청와대 비서실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니 국정 철학을 뒷받침해 줄 비서실 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문제는 초대 정부 인선이다. 총리도,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방부 장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것은 외교통상부 장관의 조기 지명과 청문회 통과다. 선거 캠프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외교 관료 출신이 있는가 하면 현직 교수, 정치인도 있다. 모두들 훌륭한 역량을 지닌 인사들이다. 평시라면 그 누구도 외교장관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 위기 상황이다. 새 외교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 사이에서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너무 늦다. 다자회의 특성상 두 정상이 얘기할 시간도 많지 않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알현하러 가듯 미국에 가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는 참모도 있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북핵,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난제를 푸는 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 사드가 어떻게 결론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보복을 계속 중인 중국을 설득하고 대북 제재에도 손발을 착착 맞출 수 있도록 한·중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소녀상 이전 요구로 경색에 빠진 한·일 관계의 매듭도 풀어야 한다. 나아가 한·미·일 3국 공조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시진핑, 아베 신조 같은 미·중·일의 스트롱맨과 북한의 김정은을 상대해야 한다. 대통령과 함께 강단 있고 고도의 전략적 외교를 펼치자면 하마평에 오른 인사로는 부족하다. 정파와 관계없이 초거물급을 모셔야 할 곳이 새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이다. 박근혜 대통령-윤병세 외교장관은 최악의 라인이었다. 장관은 소신과 전략 없이 대통령의 눈치만 살폈다. 새벽까지 외교부 간부들을 붙잡아 놓고 회의를 한 4년의 4강 외교 성적표가 지금의 외교 상황이다. 2017년의 대한민국 외교장관은 미국, 북한도 알고 동아시아까지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눈치를 보지 않을 배짱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북한과 미·중·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불길이 잡히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물러날 각오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미·중·일 3국 외교를 다룰 뚝심 있고 무게 있는 현장 지휘관이 절실한 지금이다. 정부조직법 19조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돼 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외교장관의 부총리급 격상을 검토했으면 한다. 새 정부 초기의 성패, 즉 대한민국의 앞날은 3국 외교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문 대통령에게 강조하고자 한다. marry04@seoul.co.kr
  • 안전처, 도서지역 투표함 안전 수송 만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경비함정 34척을 동원해 전국 112개 도서지역 135개 투표함을 수·호송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해경은 투표가 끝나는 9일 오후 8시부터 투표함을 육지 개표소로 수송할 민간선박과 행정선에 경비함정을 근접 배치해 안전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행정선과 민간선박 운항이 어려운 인천과 군산 지역의 일부 섬에 대해서는 경비함정 9척을 투입해 투표함을 직접 나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투표함 수·호송 함정을 미리 지정해 예정 항로를 답사하고, 수송선박과 경비함정 간 통신망을 점검했다고 안전처는 설명했다. 또 기상불량 시 중·대형 경비함정을 교체 투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투표함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고 안전처는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해경본부는 8일부터 투표함 호송이 끝날 때까지 해상경계근무를 강화해 각급 지휘관과 참모들을 지휘통제선상에 배치해 선거 상황을 관리하고 전 직원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한다. 함정과 항공기를 비롯한 특공대, 구조대 등 현장부서는 긴급출동 태세를 유지하게 할 계획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일선엔 ‘경계 강화’ 지시하고 근무 중에 조문 간 경찰청 간부들

    일선엔 ‘경계 강화’ 지시하고 근무 중에 조문 간 경찰청 간부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찰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경계강화 태세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서장을 비롯한 일선 지휘관들에게 ‘사전투표일(4~5일)에 투표함 회송을 마칠 때까지 근무 위치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정작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고위 간부들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근무 시간 중에 부친상을 당한 동료 직원 상가에 조문을 간 사실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근무 외 시간이 아니라 근무 시간 중에 조문을 가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청장과 경찰청 국장급 간부 12명 등은 전날 근무 시간 중인 낮 2시에 경찰청 건물을 출발해 최근 부친상을 당한 동료 경찰관의 빈소를 방문했다. 방송 화면에는 이 청장과 간부들이 간간이 소줏잔을 기울이고 잠시 머물다 자리를 뜨는 모습이 찍혔다. 이 청장과 경찰청 간부들은 이 곳 장례식장에서 약 30분 동안 머물다가 인근에 세워뒀던 전용버스를 타고 경찰청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경찰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10분으로,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근무 시간 중에 약 2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이다. 앞서 경찰청은 사전투표 첫날인 전날 지휘관과 참모들이 모두 ‘정위치’에 근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시간 중에 단체로 문상을 간 경찰청 간부들의 행동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KBS의 질문에 경찰청 관계자는 “‘정위치’를 지키라는 건 한 시간 안에 근무지에 도착하면 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동료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조문을 간 것은 이해되지만, 근무 외 시간에 가야 하는 조문을 근무 중에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저런 상황이 하위직 경찰관들 사이에서 발생했다면 분명히 징계를 받았을 텐데, 경찰청 수뇌부가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입 의경, 버스에 깔려 중상…‘윗선 보여주기식’ 훈련에 평생 장애 위기

    신입 의경, 버스에 깔려 중상…‘윗선 보여주기식’ 훈련에 평생 장애 위기

    최근 대구에서 시위진압 훈련을 하던 신입 의경이 버스에 깔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24일 YTN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대구에서 열린 경찰의 시위 진압 훈련에서 부대에 온 지 2주밖에 안 된 21살 강모 이경이 버스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 이경에게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않고 무리하게 위험한 훈련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훈련은 실제 쓰일 일이 없는 윗선에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당시 훈련에서 시위 진압복을 입고 뛰어가는 의경들 뒤로 경찰 버스가 차례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버스 옆으로 달려와 차량유도요원 역할을 하던 의경이 버스 밑으로 사라졌다. 강 이경은 그대로 앞바퀴에 깔려 들어갔고, 곧이어 뒷바퀴에도 깔렸다. 보기에도 위험한 훈련이었지만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지휘관의 설명이나 안전 교육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경은 “지휘요원이나 상경이나 위 선임들한테는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라면서 “인수인계할 시간은 없으니 (신입 이경) 둘이 알아서 인수인계를 해라…”라고 말했다. 애초 사고를 일으킨 훈련 자체가 현장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그저 윗선에 보여주기 위한 임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유도요원은 보통 버스 뒤나 사각지대에 서서 주변을 통제하는데, 사고 당일에는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버스 앞을 가로지르라는 지시까지 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보통의 차벽 훈련과는 다르게 지휘검열이라는 건 좀 멋있게 각 나오게 하잖아요. 버스도 그냥 딱 맞춰서 줄 지어서 딱 각 틀어서 움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오른쪽 다리 신경을 크게 다친 강 이경은 앞으로 2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 이경의 아버지는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앞으로 경찰에서 의경에서는 우리 아들과 같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뒤늦게 해당 부대를 상대로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첫 실전 투하된 ‘폭탄의 어머니’는 한발 당 1억 9000만원”

    “첫 실전 투하된 ‘폭탄의 어머니’는 한발 당 1억 9000만원”

    미국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근거지 타격을 위해 실전 투하한 대형폭탄 ‘GBU-43/B’의 가격이 한발 당 1억9천만 원 남짓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GBU-43/B’는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방산업체가 아니라 공군이 자체적으로 제작해 표준구매가격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폭스트롯 알파 등 미언론은 미 공군 관계자를 인용,폭발 시 엄청난 충격파와 버섯구름 등을 발생시켜 적군에게 큰 공포심을 주는 이 ‘모압’(MOAB,공중폭발대형폭탄) 폭탄의 가격은 애초에 알려진 것처럼 한발 당 1천600만 달러(182억3천500만 원)가 아니라 17만 달러(1억9천300만 원)로 밝혀졌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앞서 13일 이 폭탄의 가격이 한발 당 1천600만 달러가량 된다면서,이런 가격 부담 때문에 미 공군도 11발만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뒤늦게 공군 측을 인용,폭탄 한 발 가격이 17만 달러라고 수정했다. 핵무기를 제외하고 미군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GBU-43/B 폭탄은 반경 1㎞ 내의 모든 것을 초토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폭탄에는 TNT보다 훨씬 강력한 H6 고성능 폭약이 사용되며,폭발 시에는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핵폭탄처럼 3㎞ 높이의 버섯구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이 버섯구름은 50㎞ 밖에서도 관측됐다.IS 근거지에 대한 이번 폭격에서도 이 구름이 목격됐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폭격으로 IS 지휘관급 인사 다수를 포함해 모두 94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현지 아프간 군 당국이 전했으나 미군 측은 아직 정확한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의 ‘장난감 열병식’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김정은의 ‘장난감 열병식’

    미국이 항공모함 추가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대북 군사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을 맞아 신형 무기체계들이 총출동한 웅장한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했다. 새로 창설된 ‘특수작전군’ 소속 병력들은 외국 특수부대 버금가는 비주얼의 총기와 장비를 착용하고 나왔고, 지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신형 전차와 최신형 방사포, 그리고 무려 3종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그 위용을 뽐냈다.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 등장한 새로운 무기체계와 특수부대들을 소개하며 “가장 위력한 최첨단 공격수단과 방어수단들은 제국주의자들이 떠드는 군사기술적 우세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군사기술이 미국과 서방 선진국에 못지않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정밀 분석 결과 이날 등장했던 무기체계들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밀리지 않기 위한 허풍이었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린 열병식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장비 가운데 가장 선두에 선 것은 북한군의 최신형 전차 ‘선군호’였다. 2010년대 들어 처음 식별된 이 전차는 북한이 자랑하는 가장 최신의 전차다. 북한군 전차 가운데 가장 대형이며, 우리 군의 구형 대전차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반응장갑 블록이 설치되었고, 일부 차량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대전차 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다. 북한은 이 전차의 이름을 ‘선군호’라고 지을 만큼 이 전차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 전차는 소량 생산되어 북한군 가운데서도 가장 최정예인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에만 배치되어 있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 거행된 열병식에 종종 등장하며 그 위용을 과시해왔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 선군호는 자칫하면 김정은과 수백여 명의 외신기자들이 지켜보는 열병식을 망칠 뻔한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조선중앙통신의 중계 영상을 보면 김성철 육군상장의 지휘차량에 이어 선군호 전차종대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전차종대는 뒤이어 등장한 폭풍호 전차나 장갑차, 화포가 모두 3배수인 6대나 9대로 맞춰져 3열 구성으로 등장한 것과 달리 8대로만 구성됐다.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차 9대로 3X3 대형을 만들어 김일성 광장에 진입하던 선군호 전차 가운데 1대가 광장 진입 직전 갑자기 흰 연기를 뿜으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 전차는 엔진 쪽에서 짙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노동당사 뒤편으로 급하게 빠졌다. 북한이 자랑하는 최정예 부대에서 운용하는 가장 최신의 전차, 그것도 이번 열병식을 위해 특별히 차출된 ‘특A급’ 전차가 김일성과 외신, 수만 명의 군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디젤엔진에서 흰 연기가 발생하는 경우는 엔진 자체의 결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엔진의 노후 또는 유지보수 소홀로 인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는 북한군의 장비 관리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고 영도자 앞에 내놓는 A급 장비조차 이 정도 수준이면 일선 부대의 장비 수준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군의 장비 노후와 관리부실 문제들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당시 북한이 발사한 170여 발의 포탄 가운데 52%가 넘는 90여 발의 포탄은 연평도에 닿지도 못하고 바다에 떨어졌다.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들 역시 제대로 된 탄착군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그들이 표적으로 삼았던 해병대 연평부대 핵심 시설들을 파괴하지 못했다. 당시 포격 도발을 자행했던 인민군 제4군단은 NLL 일대를 담당하는 최전선의 핵심 부대였고, 지휘관은 당시 북한군 내 실세 중의 실세였던 김격식 대장이었다. 군부 실세가 지휘하는 최정예부대의 최전선 화포들이 치밀한 준비 끝에 기습공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0여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의 표적조차 파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과 12월 김정은 참관 하에 원산 일대에서 실시된 대규모 포병사격훈련도 공개된 사진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차량번호와 부대 단대호가 뒤죽박죽인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발사되는 포가 많지 않으니 전후방 각지에서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포들을 최대한 긁어모아 사격훈련에 동원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무력시위 성격으로 공개하는 훈련과 행사들에서 나타나는 위와 같은 허점들은 북한이 그동안 우리나라를 협박할 때 종종 들고 나오던 ‘서울불바다’ 위협이 실제로는 허풍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노틸러스 연구소가 지난 2012년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여다보면 북한이 서울을 향해 날려 보낼 수 있는 포탄의 수는 많아야 시간당 4000여 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상당수가 불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선제공격을 했을 경우 북한 장사정포는 개전 첫 1시간 동안 약 4000여 발의 포탄만 퍼부을 수 있을 것이고, 노틸러스 연구소는 이 경우 약 28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사정포는 몇 시간 내에 우리 군 반격에 모두 제압될 것이고, 우리 군이 예방적 선제타격으로 먼저 공격한다면 불도 뿜어보지 못하고 파괴당할 공산이 크다. 즉, 운이 좋아야 서울에 포탄 몇 발 날릴 수 잇다는 것이다. 특명을 받은 최전선의 정예부대가 여의도 면적보다 작은 연평도에 170여 발을 쏟아 부었지만 절반의 포탄은 바다에 떨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엉뚱한 야산에서 폭발하거나 불발이었던 연평도 포격도발의 사례는 노틸러스 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신뢰감을 실어준다. -열병식에 등장한 장난감총 열병식 투입 직전에 ‘퍼진’ 신형 전차와 더불어 이번 열병식에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북한군의 복장과 장비들이었다. 북한군의 단독군장은 베이지색의 전투복과 발목까지 내려오는 저급한 품질의 전투화, 바가지 모양의 구형 철모에 탄띠를 두르고 AK소총을 휴대하는 것이었지만,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환골탈태한 보병 장비들을 선보였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보병들은 기존의 구형 베이지색 전투복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구형 군복과 유사한 얼룩무늬 위장 패턴을 가진 전투복과 이보다 좀 더 옅은 색의 위장 패턴을 가진 전투복 2종 등 3종류의 신형 전투복을 입고 나왔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육군과 전략군, 그리고 이번에 새로 창설된 특수작전군이 각각 다른 신형 전투복이 지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일부 병력들은 프리츠형 신형 헬멧과 탄입대가 붙어 있는 방탄복, 무릎‧팔꿈치 보호대는 물론 야간투시경까지 착용하고 등장했다. 이들 병력들은 일반 탄창의 2~3배인 75~100발이 들어가는 헬리컬 탄창(Helical magazine)을 채용한 소총은 물론 일반 탄창의 2배인 60여 발이 들어가는 카스켓 탄창(Casket magazine)을 부착한 소총, 심지어 우리 군이 세계최초로 실용화한 복합소총인 K-11과 유사한 복합소총까지 들고 나왔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자면 북한군 보병의 질적 수준이 우리나라는 물론 서방 선진국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들고 나온 장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정은과 북한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열병식에 가짜 무기까지 들고 나왔나 싶어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된다. 우선 특수작전군 소속 병력들이 쓰고 나온 선글라스는 우리 군이나 선진국 군대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전투용 고글이 아닌, 레저용 선글라스였다. 즉, 전투용 고글처럼 파편으로부터 눈을 지켜주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 하니까 비슷하게 흉내만 낸 것이라는 뜻이다. 화제가 되었던 ‘북한판 K-11’ 복합소총의 외형은 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북한군 주력소총인 88식 보총(AK-74) 위에 유탄발사기 모듈을 결합하고, 그 위에 광학조준장비와 사격통제장치를 부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기자가 촬영한 고화질 사진을 통해 이 신형 총기를 면밀하게 뜯어보면 급하게 만든 가짜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우선 총기 상단의 유탄 발사기 총구의 길이가 제각각이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총기에는 2개의 총열이 보이는데, 각각의 병사들이 들고 있는 총기의 위쪽 총열 길이가 일정하지 않고 제각각이다. 즉, 균일한 형태를 가진 공산품이 아니라 급조해서 조립한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총기 구조 역시 의문투성이다. 이 총기의 개머리판 끝단에서 방아쇠까지의 길이는 이 총기를 들고 있는 병사의 팔 길이와 맞먹는다. 즉, 총 자체가 어지간한 북한 병사들의 팔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개머리판을 어깨에 고정(견착)하고 사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유탄 장전을 위한 장전손잡이가 탄창보다 앞에 위치해 노리쇠 위치가 애매하다는 점도 이 복합소총이 가짜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실제로 발사된 적도 없고, 어느 부대에 배치되었는지 실체조차 불분명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제원만 놓고 보자면 미국과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정상급 성능을 가진 번개 5호 지대공 미사일이나, 단 한 차례의 시험발사도 없이 3~4년 만에 뚝딱 만들어져 초강대국의 ICBM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신형 ICBM 3종류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ICBM이라는 무기는 일반적인 국가들이 만들어낼 수 없는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ICBM 개발에 수십 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기술선진국들조차 새로운 이동식 ICBM을 개발하는데 수 조원의 비용과 10년 안팎의 시간을 투자해 적어도 10여 차례 이상 시험 발사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북한은 단 한 차례의 시험발사도 없이 불과 2~3년에 하나씩 새로운 ICBM들을 뚝딱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이라는 무기도 등장과 동시에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들 신형 ICBM은 러시아의 SS-25(RT-2PM, Topol)나 중국의 DF-31A과 유사한 외관을 가지고 있고, 특히 발사관 하단에서는 콜드런칭 방식의 미사일 발사관 특징들이 식별된다. 즉, 이 ICBM들이 고체연료 방식이면서 콜드런칭 기술을 사용하는 강대국의 이동식 ICBM의 특징들을 모두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이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엔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고체로켓 엔진 연소 실험을 실시한 것은 채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로켓 선진국들도 10년 이상 걸린 고출력 고체 로켓 개발을 5년 내에 마무리 짓고 이 기술을 응용한 ICBM을 3년 만에 2종류나 개발하는 것은 물론, 액체연료 로켓으로 개발된 기존의 ICBM을 2~3년 만에 고체연료 방식으로 개조했다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전문인력과 기반시설, 부품을 모두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요컨대 이번 열병식은 병사들의 총기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짜 모형들이 등장한 쇼였다. 이 같은 쇼는 미국의 고강도 군사 압박에 겁먹은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열병식 곳곳에서 어이없는 허점들을 노출했고 이 허점들은 김정은이 자랑하는 ‘불패의 혁명무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사상누각인지 보여준 꼴이 됐다. 이번 열병식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갔을 것이고, 그 돈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가며 총칼을 들고 허세만 부리는 김정은은 언제쯤 총칼보다 민심이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육군, 동성애자 색출 위해 함정수사 등 불법” 추가 증거 공개

    “육군, 동성애자 색출 위해 함정수사 등 불법” 추가 증거 공개

    육군본부가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위해 함정수사 등 기획수사를 벌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추가 증거가 공개됐다. 현행법상 위법인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기 위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수사를 했다는 욕군 측의 해명이 틀렸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은 왜곡으로 점철된 여론 선동으로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육군 중앙수사단의 불법 수사 증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수사단이 동성 간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동성애자 군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는 증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단서 삼아 수사를 개시한 사례가 있었다. 또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여러 건의 함정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수사 대상자를 회유해 다른 군인들에 대한 탐문 수사, 즉 ‘네가 알고 있는 다른 동성애자 군인을 대라’라는 식이다.군인권센터는 “D하사는 E중위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여 얻은 정보에 군인과 연애를 했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수사 대상자가 되었다”면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 없었음에도 동성과 연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식별’ 활동을 금지한 국방부 훈령 제1932호 제254조 1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 군인권센터는 홍모 수사관이 G중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G중사에게 게이 데이팅앱에 접속해서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H중위가 답장을 보내자 홍 수사관은 H중위의 얼굴 사진을 보내주도록 요구하라고 G중사에게 지시했고, 이렇게 확보한 사진을 다른 수사관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즉석만남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해 “성관계까지 유도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H중위는 이 제안을 거부했지만 얼굴 사진으로 이미 신원이 식별된 뒤라서 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군인권센터는 중앙수사단이 H중위 말고도 게이 데이팅앱을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추정 군인들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소속 부대가 군인과의 성관계 여부 등을 알아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여러 피해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모두 휴대전화에 게이 데이팅앱을 설치해두고 있었다”면서 “성관계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게이 데이팅앱에 수사대상자를 잠입시켜 신원을 확보하고 성관계를 유도하여 적발하려 한 것은 명백한 함정수사이며 이는 곧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중수단 홍 수사관과 한 수사대상자 사이의 통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홍 수사관은 “걔는 성향이 뭐야”라는 등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다른 군인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 ‘아웃팅’(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성정체성을 불특정 다수에게 폭로하는 일), 피의사실 공표 등 불법행위도 이뤄졌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고, 외부기관에 진정을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기획수사의 발단이 된 현역 병사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경우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신원을 식별해 ‘색출’에 나선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군인권센터는 육군 측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간부 1명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린 현역병 A씨에 대한 수사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면서 “문제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성애자 군인들을 식별하고 색출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 사건은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18명은 모두 다른 부대 소속이다. 지휘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A씨를 제외하고는) 영상을 게시한 사례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육군이 발표한 반박 자료에는 이와 같은 사건 경과가 모두 생략되어 있다”면서 “(현재 수사 대상자가 된) 이들 피해자를 더 이상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매도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수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사건이 군 검찰로 송치되지도 않았던 시점에 육군 법무실 고등검찰부(고검)가 기소 지침을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이런 기획수사는 통상적으로 중앙수사단장이 육군참모총장에게 가서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다”면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 없이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 소장은 “(육군참모총장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 소장은 “주말 사이에 육군에서 해군으로 수사가 옮겨간 것을 확인했다”면서 “육군 중수단이 해군 중위 한 명을 포착해서 해군 중수단에 사건을 이첩해 중위 한 명이 대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중수단 수사관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룡해 대외입장 발표 ‘2인자’ 입증

    “핵전쟁에는 핵 타격전으로 대응” ‘실세’ 김여정, 김정은 직접 영접외신 기자 200여명 열병식 초청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 나서 김정은 정권의 ‘권력 2인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열병식 주석단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외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이 모두 포진했지만 전 세계가 주목한 이날 열병식에서 북한의 대외 입장을 공식 발표한 건 최룡해였다. 그는 축하 연설에서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전쟁 불사’ 원칙을 재천명했다. 열병식에서는 ‘숙청설’이 제기됐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여전히 대장 계급을 단 채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생중계 영상을 보면 김원홍은 과거보다 수척한 모습으로 주석단에 올랐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월 “김원홍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1월 중순쯤 대장(별 4개)에서 소장(별 1개)으로 강등된 이후 해임됐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지난 13일 여명거리 준공식에 이어 태양절 열병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김여정은 주석단 출입문에 서서 입장하는 김정은을 직접 영접하며 실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석단에 직접 오르지는 않았으며 주석단 뒤쪽 기둥 사이를 오가며 행사 실무를 챙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열병식은 각군 사령관, 군단장 등 고위 간부들이 직접 부대를 인솔하는 등 과거와 다소 달라진 방식이었다. 열병식 시작에 앞서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주석단 뒷문에 도착한 김정은은 육·해·공·노동적위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검은 양복에 흰색 넥타이를 한 김정은이 주석단에 등장하자 광장을 채운 군인들은 ‘김정은 결사옹위’, ‘조국통일’,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열병식은 오전 10시 50분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김정은에게 행사 개시를 보고하며 공식 시작돼 2시간 50분가량 진행됐다. 부대 행진은 최룡해의 연설이 끝난 직후 시작됐으며 여기에는 각군 부대 외에 김일성 항일빨치산 부대를 형상화한 부대, 6·25참전 부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등 군사대학 부대 등도 참가했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열병식 실황을 생중계했으며 인솔 지휘관의 이름과 계급까지 모두 공개했다. 북극성과 북극성 2형, 무수단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마지막에 등장해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고 이어 5대 비행기가 광장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쳤다. 북한은 외신기자 200여명을 초청해 이날 열병식 장면을 공개했다. 외신들은 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 등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열병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상무위원이 참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북·중 관계가 악화됐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중국이 ‘대북 원유 차단’까지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역사속 공무원] 가짜뉴스에 두 번 죽은 정발 장군

    [역사속 공무원] 가짜뉴스에 두 번 죽은 정발 장군

    활약상 65년 만에 재조명돼 부활 5월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논란으로 더욱 정국이 시끄럽다. 조선왕조실록도 임진왜란에서 처음으로 전사한 지휘관 정발에 대한 기록을 65년 만에 정정했다.1592년 5월 23일(양력 환산)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부산진 첨사 정발(鄭撥)은 절영도(영도)에서 사냥을 마치고 군사들과 회포를 풀던 중 적선을 발견하고 서둘러 돌아와 주민들을 성안으로 대피시키고 임전 태세를 갖췄으나 왜적의 조총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임진왜란 첫 전투를 지휘한 장수이자, 첫 희생자인 정발의 공적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종전 후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 정발은 ‘적함과 세견선도 구분하지 못한 실패한 장수’로 기록되었다. 왜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았을까. 선조 12년인 1579년 29세의 나이로 무과에 합격한 정발이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기록된 것은 10년이 흐른 뒤다. 비변사에서 무인을 성적이나 서열에 관계없이 등용하는 ‘불차채용’(不次採用)으로 정발이 추천되었다는 내용이다. 정발은 수시로 국경을 침범하는 여진족을 사살해 국경수비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훌륭한 장수이기도 했다. ‘선조실록’ 1592년 4월 13일(음력)에는 정발이 사냥을 하다가 (적함을) 조공하러 오는 왜라 여기고 대비하지 않았는데, 미처 진(鎭)에 돌아오기도 전에 적이 먼저 성에 올랐다. 정발은 난병(亂兵) 중에 전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효종 8년인 1657년 ‘선조수정실록’에서 “정발은 절영도에 사냥하러 갔다가 급히 돌아와 성에 들어갔다. 적선은 구멍을 뚫어 모두 가라앉히고 군사와 백성은 성곽을 지키게 했다. 이튿날 새벽 적이 성을 백 겹으로 에워싸고 서쪽 높은 곳에 올라가 대포를 비 오듯 쏘았다. 정발이 서문을 지키면서 한참이나 대항하여 싸웠는데, 화살에 맞아 죽은 적이 많았다. 그러나 정발은 화살이 다 떨어져 적의 탄환에 맞아 전사했고 마침내 성이 함락되었다”는 기록으로 재평가받는다. 실록은 ‘승정원일기’, 사초, 공공기록물, 가장사초 등을 기초로 실록청에서 편찬하는데, 임진왜란 초기 임금이 서둘러 몽진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록의 대부분이 소실돼 사관들이 보관했던 가장사초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해 작성하다보니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편찬 초기부터 실록청이 북인 중심으로 꾸려져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1623년 인조반정으로 서인이 집권하자 이수광, 임숙영 등이 실록 수정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인조 19년인 1641년이 되어서야 대제학 이식의 상소를 받아들여 수정 편찬이 시작되었다. 정발이 이미 판서에 추증되었으나 이를 모르고 상소를 올렸다가 꾸중을 듣는 해프닝도 있었다. 동래부사 조세환이 정발 추증 상소를 올렸다. 숙종으로부터 검토를 지시받은 김수항은 “이미 병조판서를 추증하였으나 변방의 백성들이 어리석고 소홀히 하여 잃어버린 것”이라고 아뢴 뒤 “그렇지만 특별히 시호를 내려 기록하여 두도록 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숙종 9년에는 정발의 후손을 거두어 등용하자는 건의도 있었다. 숙종 12년인 1686년 충장(忠壯) 시호가 내려졌으며, 그 이후 조정에서는 정발의 예우에 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후손의 등용에 관한 기록은 고종 5년에 가서야 등장한다. 고종은 권율의 종손 최조와 정발의 종손 학순이 무과에 급제하자 “매우 기특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권최조는 선전관에, 정학순은 사복시 내승에 임명하라”고 했다. 최중기 명예기자(국가기록원 홍보팀장)
  • [내일 세월호 3주기] 대선 후보들 안전 공약… 컨트롤타워 강화·일상안전 확보 초점

    文, 안전관련 직군 정규직 채용 洪, 재해 예측 등 ‘클린 코리아’ 安, 현장 지휘관에게 통제권 劉, 위해우려제품 전수조사 확대 沈, 재난사고 처벌강화 특별법 세월호 참사 3주년에 즈음해 치러지는 5·9 대선의 후보들은 ‘안전’을 주요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재난·위기 관리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한편 일상의 안전을 확보한 방안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개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안전처에서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독립시키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복원해 ‘현장 중심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또 안전 관련 위험직군에 대해 정규직 의무 채용을 추진한다. 문 후보 캠프는 14일 “류희인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조성완 전 소방방재청 차장,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등 ‘안전 전문가 4인방’을 영입했다”고 발표하며 재난 수습 골든타임을 직접 챙기는 대통령상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안전 공약 명칭은 ‘클린세이프(Clean-Safe) 코리아’다. 홍 후보는 ▲지진·홍수 등 자연 재해 예측·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한 원전 해체를 추진하고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석탄발전소 발전방식을 플라스마 가스화 발전으로 전환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먹거리 안전을 위해 단속을 철저히 하고 ▲식수 전용 댐을 건설해 1급수 식수를 공급하는 방안 등 재난 상황부터 일상 상황까지 모두 가정한 대책을 안전 공약으로 묶어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청와대 재난 컨트롤타워 구축을 추진한다. 안 후보 측은 “재난 현장 지휘소를 마련하고 주무 부처와 청와대 재난 컨트롤타워 순으로 지휘 체계를 단순·명료화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라면서 “현장 지휘관에게 재난현장 총통제권을 부여하고 ‘선조치, 후보고’ 원칙을 세워 대응 시점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안전한 일상’을 강조했다. 유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경유차 및 건설기계의 저공해화, 조기 폐차 연간 목표 두 배 이상 상향조정 등을 제시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한·중·일 환경정상회의체 운영, 한·중·일 대기환경개선기금 조성 노력 등을 약속했다. 유 후보는 또 생활용품 중 위해우려 제품의 전수조사를 확대, 정례화하는 내용의 생활화학 제품 대책도 선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격상시키고, 해경과 소방청을 국민안전부 산하 독립외청으로 재편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제안했다. 소방공무원 2만명을 증원하고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소방공무원 처우개선 강화책도 심 후보의 공약이다. 심 후보는 또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 및 위험업무 정규직화, 이른바 ‘기업살인 처벌법’으로 불리는 산재 사망 및 재난사고 처벌 강화 특별법 추진, 화학물질 정보 지역사회 공개 의무화 등도 약속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덴만 영웅’ 이국종, 명예 해군 소령 됐다

    ‘아덴만 영웅’ 이국종, 명예 해군 소령 됐다

    해군 환자 치료·이송 훈련 공로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선박 삼호주얼리호 인질들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해적들의 총격에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수술했던 이국종(49) 아주대 의대 교수가 11일 명예 해군 소령이 됐다. 2015년 7월 해군 홍보대사 위촉과 함께 명예 해군 대위로 임명됐다가 2년여 만에 한 계급 진급한 것이다. 해군 엄현성 참모총장은 이날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이 교수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의 생명을 돌보고 군 의무체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치하했다. 이 교수는 임무수행 중 부상당한 해군·해병대 장병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달려가 수술을 집도하며 생명을 구했다. 일선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해군·해병대 주치의’로 통한다. 그는 해상·해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응급치료 또는 후송하는 훈련을 해군에 제안했고, 정기적으로 직접 참가해 왔다. 구축함 경기함에서 갑판병으로 근무했던 이 교수는 해군 사랑이 각별해 학술 행사에 참가할 때는 항상 해군 정복을 입는다. 이 교수는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해병대 장병의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시리아 화학무기 공습, 전투기 조종사는 아사드 정권 공군장성

    시리아 화학무기 공습, 전투기 조종사는 아사드 정권 공군장성

    시리아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습을 가한 전투기의 조종사가 밝혀졌다. 영국 더 타임스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 사린가스 장치를 떨어뜨린 전투기 조종사는 모하마드 하수리 대장(general)이다. 하수리 대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속한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의 비행단 지휘관이다. 그는 예전에도 한 차례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경력이 있다. 매체는 이 같은 정황을 아사드 정권의 고위 인사이자 알레포 주 의원인 파레스 세하비의 트위터와 시리아 정부군의 교신내용에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세하비의 트위터 사진에 따르면 하수리 대장은 4일 공습으로 알카에다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는 이유로 육군참모총장인 알리 압둘라 아유브 대장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공습을 받은 반군의 창고에서 화학무기가 누출됐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사린가스 재고는 폭격을 받으면 소멸한다며 그런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의 교신내용을 감시하는 이들도 화학무기 공습에 나선 조종사가 하수리 대장이라고 확인했다. 이들은 수호이 22 전투기가 샤이라드 공군기지에서 오전 6시 26분 이륙했고 조종사는 자신을 ‘쿠드스 원’(Quds 1)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교신 내용에는 “전투기가 위험한 뭔가를, 독극물을 탑재하고서 이륙할 것”이라며 “쿠드스 원이 화학무기를 싣고 있다. 그가 라타미네에 화학무기를 떨어뜨린 사람과 같은 조종사”라는 말이 있었다. 쿠드스 원은 실제로 12분 뒤에 칸셰이쿤에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문제의 미사일을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5일 영국 대외정보기관인 MI6가 칸셰이쿤 화학무기 참사와 관련한 시리아 정부군의 개입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화학무기 참사에 대한 응징이라며 7일 지중해 동부에 있는 미 구축함 로스, 포터를 이용해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 59발을 발사해 화학무기를 실은 전투기가 이륙한 곳으로 추정되는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무사 출신 장성·대령 22명, 문재인 지지선언 “안보 책임질 최고의 적임자”

    기무사 출신 장성·대령 22명, 문재인 지지선언 “안보 책임질 최고의 적임자”

    전직 기무사령부 지휘관 20여명이 10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소장)을 비롯한 기무사 출신 장군·대령 22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 후보가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을 책임질 최고의 적임자임을 확인했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군 최고의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군 기무사 지휘관 출신들이 민주진보 진영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 사례일 것”이라면서 “지난 9년간 MB(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안보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보수라는 가짜 탈을 쓰고 ‘안보는 문제없다’는 오만한 행태를 보였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하고 국민 안보불안 심리를 정권유지에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도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은 인사가 국군 통수권자 권한대행을 하는 것이 불안한 대한민국의 안보현실”이라면서 “정상적인 안보관과 국가관을 가진 분들에게,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종북세력’이라고 덧칠하는 정치풍토는 청산돼야 한다. 문 후보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과 대북우위의 튼튼한 국가안보를 이뤄낼 확실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안희정·이재명 만나 “가치·정책 이어받겠다”

    문재인, 안희정·이재명 만나 “가치·정책 이어받겠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7일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잇따라 만나며 화합을 도모했다. 이들에게 향했던 표심을 흡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충남도청에서 안희정 지사와 회동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전날 밤에 이은 연이틀 만남이다. 문 후보는 회동에서 “가치나 정책 중 좋은 부분을 이어받고 싶은데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은 저와 맥락을 거의 같이한다”며 “시도지사들이 함께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탁견이다. 제 공약으로 동의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안 지사의 국방개혁 공약을 수용해 군대 내 폭력문제를 한번이라도 방치·묵인하면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는 ‘원-스트라이크 책임제’를 도입하고 군 입대와 보직의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후보님께서 저의 자치분권에 대한 핵심공약을 수용해주시니 아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단체장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거론하며 “도정에 복귀하면서 경선 참여 후보의 한사람으로 힘을 모으고 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도 사실 단체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문 후보는 이어 오후 성남시청을 방문했다. 이 시장을 만난 문 후보는 “기본소득은 재정 형편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 시행하기 어렵지만 그 기본정신의 취지는 살려 나가야 한다”면서 “기초연금도 인상하고, 아동수당도 도입하고, 청년 구직촉진수당도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취지를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시장의 가치나 정책으로 (외연을) 많이 넓혔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함께 정권교체를 하고 국정에 성공하자”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원래 내부 경선이라는 게 가끔은 전쟁으로 비화해 심한 상처도 나는데 이번 경선 과정은 정말 아름다웠다”면서 “(문 후보는) 집안의 큰 형님 같으시다. 삶이 바뀌는 진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를 잘 충족하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이 시장은 단체장 신분으로 공식지지가 금지된 것과 관련해 “제가 답답하다”며 “말을 잘못하면 큰일 날 수가 있다. 법도 좀 고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함께 노력했던 우리 선대위, 왜소하긴 하지만 많이 챙겨달라”면서 “저희 지지자들이 혹여라도 상처받는 부분에 마음을 써주시면 큰 무리 없이 대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와 이 시장은 이날 차담에 앞서 성남시청 야외뜰의 세월호 상징 조형물과 위안부 소녀상을 함께 둘러봤고, 1시간 30분가량 저녁 식사를 했다. 문 후보는 식사 자리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이 시장에 요청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 시장이 “같은 민주당원으로서 좋은 경쟁을 했다. 현행법상 자치단체장으로서 한계가 있으나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광장] 국민 안전, 현장 지휘관 양성이 답이다/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자치광장] 국민 안전, 현장 지휘관 양성이 답이다/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과 관련해 자주 언급된 용어 중 하나는 ‘컨트롤타워’다. 컨트롤타워 기능을 ‘누가’,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대한 긴 논쟁이 이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그 답을 오래전 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찾았다. 귀마개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소음 속에서 단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초 전달자는 중간 전달자에게 큰 소리로 올바른 단어를 외치지만 최종 전달자는 정답과는 전혀 다른 단어를 말한다. 이는 재난 관리가 실패하는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재난 현장 정보가 전달 과정에서 왜곡되고 결국 컨트롤타워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재난 관리에 실패하곤 하기 때문이다.이런 실패를 방지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려면 컨트롤타워 기능이 재난 현장에 있어야 한다. 재난 현장에는 유능한 현장 지휘관이 필요하며 현장 정보를 전달하고 대응을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를 실현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유능한 현장 지휘관 양성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재난 현장 지휘 역량 강화센터(ICTC)를 구축했다. 3D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대규모 재난 현장 지휘 훈련을 통해 지휘관의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켰고, 이를 실제 재난 현장에 적용했다. 이러한 임무 중심의 가상 재난 훈련 설계로 상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될 수 있게 됐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두고 배우러 오고 있다. 둘째, 정보 전달 및 대응 체계를 간소화했다. 재난 현장에서는 재난 대응에 필수적인 긴급구조지원기관들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스마트 긴급구조통제단 시스템을 구축, 유관기관별로 산재한 정보를 휴대전화로 불러들여 긴급성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시민들의 초동 조치 역량을 강화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170여만명의 시민이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비슷한 패턴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위기 시 상황 판단력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력을 갖춘 ‘10만 시민안전파수꾼 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이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 최근 주민 대피를 돕다 숨진 경비원 이야기로 화제가 된 노원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도 스마트 긴급구조통제단 시스템을 통한 한국전력, 구청 등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신속하게 정전을 복구하고 이재민 대책을 수립하는 등 컨트롤타워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또한 그 과정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해 신뢰를 얻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책임자들은 현장에 귀 기울이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노란리본을 단 장군…그의 백의종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노란리본을 단 장군…그의 백의종군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가 3년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수면 위에 다시 떠올랐다. 3년 전 침몰하는 배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국민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분노로 바뀌었다. 참사의 원인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당시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희생자를 좀 더 줄일 수 있었던 정황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분노한 국민들은 노란색 리본을 달고 촛불을 들었다. 사고 진상규명과 초기 대응에 실패한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거세어졌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관계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처리에 나섰다. 이 같은 불똥은 참사 당시 사고 해역에서 해경을 보조해 구조작전에 나섰던 해군에게도 튀었다. 최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이 방산비리 때문에 구조작전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발표가 난 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수의 전·현직 장교들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그렇게 대한민국 해군은 방산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며 현직 참모총장이 강제 전역 및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끝없는 추락이 시작된 것이다. 구조 총력전…통영함은 왜 안왔나? 참사 당일 서서히 침몰해가는 세월호를 TV 생중계로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던 많은 국민들은 도대체 그 많은 해군과 해경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산 채로 수장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 보고만 있었냐며 분개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해군과 해경이 가라앉아 가는 배 안에 들어가 아이들을 구조해 나오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해군과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 의지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정치적 이유 때문에 고의로 구조작업을 게을리 했다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해군이 통영함과 같은 최신 구조 자산들을 모두 투입하지 않았고, 인근 해역에 훈련 차 들어와 있던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 본 험 리처드함의 현장 투입을 해군에서 막았다는 억측 보도도 쏟아졌다. 과연 해군은 세월호 참사 때 구조작업에 손을 놓고 있었을까? 해군은 해경으로부터 세월호가 침수 중이라는 상황 전파를 받은 직후 즉각 이를 지휘 라인을 통해 전 부대에 전파했다. 보고를 받은 황기철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작전사령부에 “모든 가용 전력을 동원해 구조 작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한편,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해군 함정을 수배했다. 마침 약 40마일 거리에 유도탄고속함인 ‘한문식함’이 있었고, 전속력으로 사고 해역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밖에 경계 작전에 투입되지 않고 출동 가능한 모든 함정에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한국형 구축함(DDH) 1척, 호위함(FF) 2척, 초계함(PCC) 1척, 고속정(PKM) 5개 편대, 구조함 2척, 항만지원정 등 20여 척의 함정이 즉각 사고 해역으로 출동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과 해난구조대(SSU) 대원들도 최초 신고 접수 약 1시간 30여 분 후에 헬기 편으로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사고해역에 도착한 한문식함은 기본적으로 전투함이었기 때문에 해난사고에 대비한 구조용 장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배가 침몰할 때에 대비해 가지고 있는 구명정과 구명조끼 50여 개를 던져 물 위로 나온 생존자들을 구조하는데 온힘을 다했다. 황 총장은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에게 “현재 인수 준비 중인 통영함이 사고 해역에 투입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 놓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사고 현장으로 날아갔다. 당시 통영함은 음파탐지기 성능 미달 문제로 인해 해군이 방사청에 문제를 제기해 놓고 있던 상태였고, 방사청은 이를 근거로 통영함 인수를 거부하고 있었다. 즉, 이때까지만 해도 통영함의 소유권은 해군이 아닌 대우조선해양에 있었기 때문에 해군이 마음대로 배를 출항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해군은 이미 3척의 구조함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보유 척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배에 탑승하는 승조원 숫자 역시 법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만약 통영함을 보내게 된다면 광양함이나 평택함 등 이미 출동한 구조함이 퇴역해야 한다는 법적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당시 기획관리참모부장이던 박 모 제독 등 일부 참모진은 이러한 법적 문제와 구조작전의 효율성 저하 등 여러 이유를 들어 통영함 투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황 총장은 “잠수사들을 위한 감압 챔버가 1대라도 더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즉각 투입 준비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급히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과 만나 통영함 출동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사고 당일 밤 11시 30분의 일이었다. 그동안 통영함은 엄청난 방산비리의 종합선물세트로 알려져 있었지만, 문제가 된 것은 음파탐지기뿐이었다. 이 음파탐지기는 수중에 무엇이 있는지 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장비인데, 세월호 구조작전의 경우에는 조난 선박의 위치를 구조당국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음파탐지기가 사용될 일이 없었다. 사고 현장에 통영함이 투입될 경우 통영함이 가진 장비 가운데 활용될만한 것은 잠수사들을 위한 감압챔버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사고 해역에는 수중 구조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잠수함 구난함 ‘청해진함’을 비롯해 평택함과 다도해함 등 감압챔버를 갖춘 함정들이 다수 출동해 있던 상태였다. 동시에 투입될 수 있는 잠수사들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었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감압챔버의 숫자 역시 충분했기 때문에 통영함은 결국 사고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통영함이 아직 제대로 된 항해조차 해본 적이 없어 출동 중 고장이나 기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통영함이 사고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통영함은 사고 해역에 출동했어야 했다. 이 배가 사고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던 것이 빌미가 되어 해군에 ‘숙청’에 가까운 광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희생양이 된 군인 세월호 참사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황기철 제독은 군복을 입었던 40여 년 동안 상급자는 물론 부하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덕장(德將)으로 유명했다. 휘하에 있었던 장교와 병사들은 그를 “얇은 지갑을 탈탈 털어 부하들을 챙기는 인정 넘치는 상관”으로 기억한다. 그는 “나랏돈 함부로 쓸 수 없다”면서 업무 목적 외에는 관용차나 군 시설을 일절 쓰지 않았고, 주말에 타지에 살던 부인이 부대를 방문할 때도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다. 40여 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해군 최고계급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집 한 칸 겨우 마련했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평소 병사들에게 “우리 해군에 와서 바다를 지켜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할 정도로 인간적인 정이 많았던 그에게 수백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그는 사고 보고를 받고 즉각 사고 해역으로 날아갔다. 수난구호법에 따라 현장 통제는 해경이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해경의 수장은 바다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부족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황 총장은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으로 군 내에서 구조작전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던 김판규 제독(당시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비롯한 구조작전 전문가 11명을 해경에 보내 해경청장을 보좌하게 했다. 현행법과 지휘체계 구조상 해군참모총장이 구조작전에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없었지만, 그는 23일간 현장에서 구조요원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요구를 그때그때 받아들여 해군이 필요한 지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고 해역은 유속이 빠르고 시야가 대단히 나쁜 곳이었다. 지원 나온 미군 구조대원들조차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는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상 구조작업에 나설 수 없다”며 돌아갈 정도였다. 해군 해난구조대 대원들이 아무리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속에 들어가 실종자를 건져오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작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공포를 이겨내야 하는 일이었다. 10cm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오로지 손의 감각에 의지해 선체 안에 들어가 촉각만으로 실종자를 찾아 그 시신을 안고 물 밖으로 나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실종자를 발견하면 한 손으로 시신을 안고 “그동안 차가운 물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형이 왔으니 형만 믿고 여기서 같이 나가자”는 말을 시신에게 걸면서 공포를 이겨야 했다. 황 총장은 사고 해역에 3주 넘게 머무르면서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보살폈다. 시신을 데리고 뭍으로 나온 뒤 넋이 나가 있는 구조대원들, 그리고 유족들을 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그는 팽목항에 머무르는 동안 슬픔과 애도의 표시로 군복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군복에는 규정된 약장이나 훈장 등을 제외하면 다른 부착물을 달 수 없었지만, 군인으로서 국민을 더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노란 리본뿐이었다. 일부 참모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는 군 통수권자의 팽목항 방문 때도 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노란 리본은 통영함 출동 문제와 더불어 어떤 위정자들에게 밉보이는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국민들의 질타를 받던 어떤 위정자들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돌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통영함이 투입되지 못했던 것에 착안해 “해군이 천문학적인 비리를 저질러 구조함이 제때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주장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희생에 슬퍼하던 국민들은 격분했고,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그렇게 별도의 수사단이 꾸려지고 해군에 ‘숙청’의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2014년 말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약 7개월여 기간의 수사를 통해 약 9809억원의 방산비리를 적발했다며 이 가운데 8402억원은 해군의 비리라고 발표했다. 해군은 28명이 구속 또는 기소되었는데 이 가운데는 황 해군참모총장을 비롯, 2명의 참모총장과 고위 장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무리한 수사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정당국은 해군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먼지털기’에 나섰다. 전투전단장 임무를 수행하며 최일선 지휘관으로 근무하던 대령급 장교를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가 하면,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해군의 관련 기관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영관급 장교 몇 명 잡아넣는다고 해서 국민적 분노를 쉽게 잠재울 수는 없었다. ‘거물’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은 해군의 최고수장이었던 참모총장이었다. 현역 참모총장이 검찰에 소환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 전역됐다. 그는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얼마 뒤 구속 수감됐다. 권력자들은 대한민국 해군 최고 수장이었던 4성 장군을 잡아다가 계급장을 떼어내고 일반 ‘잡범’들과 함께 구치소에 가뒀다. 1년 반이 넘는 법정 다툼에서 그는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의 딸 역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퇴직금으로 아버지의 변호사 비용을 대야 했다. 한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한 노장(老將)에게 기나긴 법정 투쟁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너무도 가혹했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그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3심 재판부는 모두 황 총장에게 범행 동기도, 범행을 증명할 증거도 없다“고 판결했다. 8000억원이 넘는다는 해군의 방산비리 사건들은 그 규모가 수십 배로 부풀려졌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 많았다. 황 총장이 연루된 통영함 사건의 경우 정치적 이유로 ‘거물’을 낚기 위해 중령급 장교가 저지른 비리를 해군총장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법조계와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해군작전사령관으로 몇날 며칠 밤을 새며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지휘해 우리 국민을 구해내고, 해군참모총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과 구조대원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눈물 흘렸던 한 장군과 군인들은 누군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400여 년 전, 왜적이 침입하자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던 선조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군복을 벗기고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게 했다. 조선수군의 수장으로 바다를 호령하며 휘하 장졸과 백성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던 이순신은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선조의 희생양이 됐던 역사가 오버랩된다.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 등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으며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시기에 뜬금없이 통영함과 방산비리 이슈가 떠올랐고 평생을 위국헌신(爲國獻身)하며 살아온 한 장수와 장병들이 비리집단으로 몰려 명예가 짓밟혔다. 마치 400년 전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을 보는 듯 한 장면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산다. 그리고 그 명예는 국민들이 지켜주어야 한다. 3년 만에 뭍으로 떠오른 세월호를 통해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진실들이 하나씩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도대체 누가 한 장수와 장병들의 명예를 짓밟고 군의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는지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그 진실 규명을 요구할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역사속 공무원] 체탐인, 조선 ‘태양의 후예’지 말입니다

    [역사속 공무원] 체탐인, 조선 ‘태양의 후예’지 말입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한류를 이끈 선봉장이었다. 대만 국방부도 ‘태양의 후예’와 같은 군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하는 등 드라마의 화제성은 여전하다.드라마의 주인공 특전사는 조선시대 체탐인(體探人), 착호군(捉虎軍), 장용영(壯勇營) 등과 비슷하다. 해외 분쟁지역에 파견되어 재난구조와 대테러작전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적진에 침투하여 첩보활동과 게릴라전을 벌였던 체탐인이 가장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체탐인 또는 정탐자(偵探者)는 신라시대부터 있었지만, 대규모 군사작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첩보부대를 운용한 것은 세종 15년인 1433년이 처음이라는 견해가 많다. 임금이 직접 체탐인 침투를 지시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기 때문이다. 1432년 12월 이만주가 이끄는 여진족이 지금의 평안북도 자성 지역인 여연을 습격하여 재산을 약탈하고 주민을 납치해 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평안도 병마절도사 최윤덕에게 여진 정벌을 명했다. ‘세종실록’ 59권 1433년 1월 19일자에는 임금이 최윤덕과 그의 휘하인 김효성, 최치운을 불러 여진 정벌을 논의한 내용이 있다. 세종은 “옛날부터 오랑캐의 횡포가 있긴 했지만, 이번 파저강(婆猪江)의 도적들(여진족)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지난번 가족들을 이끌고 와 강가에서 먹고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애걸을 하기에 허락했는데, 우리 백성을 죽이고 잡아가다니, 베는 것 외에는 용서가 안 된다. 이번에 정벌하지 않으면, 잘못을 깨닫지 못할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에 최윤덕이 “이만주는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되는 자”라고 아뢰자 임금은 “나도 알고 있지만 적정만 잘 파악되면 하루면 한두 마을은 쳐부술 수 있다”며 정탐을 지시했다. 한 달여가 지난 2월 15일에는 요즘으로 치면 청와대 벙커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회의가 나온다. 이날 임금은 의정부, 육조, 삼군 도진무(都鎭撫, 3품 이상의 군 지휘관 및 참모)가 참석한 가운데 명분부터 보안유지, 전술까지 여진족토벌작전 수립을 위한 끝장 비밀토론을 벌였다.실록의 기록 분량으로 보아 자정을 넘겨 심야까지 계속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날 회의에서 체탐부대 창설의 실마리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 있다. 동지돈녕부사 조뇌는 사람을 보내어 술을 전하고 관대한 은혜를 베푸는 척하면서 내부 사정과 도로 등을 파악한 뒤 경계가 소홀한 틈을 기다려 기병으로 토벌하자고 주장했다. 1433년 4월 10일부터 10여일간 압록강 중하류지역에서 있었던 1차 여진 정벌은 첩보전의 승리였다. 3월 24일에는 공격일자를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작전회의가 열렸다. 절제사 최윤덕이 호군 박원우를 조정에 보내, 애초 기습일자로 정한 4월 10일은 아직 춥고, 여진족들도 20일 이후에나 농사를 짓기 위해 마을로 내려올 것이니, 이때를 노려 기습하자고 건의했다. 이에 긴급회의를 열어 보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미 대군이 준비태세에 있고, 그곳이 추운 지방이지만 4월 말이면 잎이 무성하고 남기(산악지대 안개)가 심해 시야 확보가 어려우며, 황사로 인한 흙비가 있을 수 있으니 계획대로 시행한다는 결정이었다. 작전계획이 대승을 거둔 것은 당연한 결과로 1차 여진정벌은 대성공이었다. 체탐인을 적절하게 활용한 세종은 “예부터 체탐은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고,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상책이었다. 만약 적진에서 적을 만났을 때 세가 불리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임기응변을 다하여 빠져나와야 한다”고 명했다. 최중기 명예기자(국가기록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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