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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욱의 파피루스] 소년의 나라

    [서동욱의 파피루스] 소년의 나라

    딸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처음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을 때의 일이다. ‘소년××’ 식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신문이었다. 신문을 받아서 집에 온 아이가 시무룩해서 말했다. 처음엔 잘못돼서 두 장이 중복으로 배달된 줄 알았다는 것이다. 옆에 앉는 남자 아이에게는 ‘소년××’ 신문, 자기에게는 ‘소녀××’ 신문이 올 줄 알았는데, ‘소년××’만 두 장이 온 것이다.그 실망감에 동참하자니 마음이 아팠다. 아이는 오로지 ‘소년××’만 있는 세상의 문턱에 깜짝 놀라며 첫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국어사전상 소년의 첫 번째 뜻은 ‘어린 사내아이’로 돼 있다. 당연히 ‘소년’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외국어도, 예를 들면 ‘boy’이다. 국어사전에서 소년의 두 번째 뜻은 중성적인데,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이다. 이런 사전을 근거로 들어 ‘소년’에는 어린 남자나 여자 아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위로했어야 할까? 그러자니 아이가 생활 속에서 생생하게 체득한, 소녀와 반대되는 의미의 소년이란 뜻을 무시한 채 무슨 법이라도 지키는 양 사전에만 맹종해서 억지 강요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왜 ‘소녀’라고 표기하고서, 소녀라는 말에 남녀 모두가 포함되는 것으로 쓰면 안 돼?” 이렇게 반문할 게 뻔했다. 말의 역사에는 불평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어쨌든 우리 집 소녀는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을 지닌 소년 신문을 본다. 지불하는 구독료는 소년들이 내는 것과 동일하다. 문화와 역사와 말이라는 것은 지층이나 암석의 결처럼 단단히 형성돼 있는 것이라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더라도 바꾸기 어렵다. 그러니 못생긴 지층의 표면만 슬쩍 가리듯 타협안으로 여기저기 임시 공사를 한다. 예를 들면 소년이란 단어가 소녀라는 말의 반대말인 동시에 슬쩍 중성화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정말 문화와 역사와 말(써 놓고 보니 세 가지의 정체는 사실 ‘일상생활’ 그 하나다) 안에 내재하는 성적 불평등을 아이와 함께 뚫고서 만족스러운 삶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렵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 읽을 만한 동화책을 골라 보려니 정말 못 읽을 것투성이였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이른바 고전 명작일수록 더 그랬다. 기껏 지위가 높아 봐야 아버지 보호를 받는 공주, 왕자로 인해서만 수동적으로 행복해지는 여자, 왕자 구해 주는 조연으로 만족하기, 마녀로 몰아 왕따시키기, 효녀의 아버지 뒷바라지, 현모양처라는 이름의 끝 모를 노동, 식민지 개척자 백인 청년과 토착민 유색인 소녀의 사랑 등등. 동화는 남자의 판타지가 신나게 점령한 식민지인가? 한마디로 모두 아이에게 읽힐 게 못 됐다. 문화가 길이 아니라 꼭 장애물 같았다. 우리가 고전으로 아는 것들 가운데는 지금은 폐기돼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고전이 되기 위한 좁은 관문을 지키는 평가의 시선 역시 다 남자들의 눈으로부터 나왔기에 그러리라. 이와 정반대편의 요즘 작품들도 접했지만, 솔직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성적 불평등의 서사를 너무 잘 알고서 그 대척지에서 제시돼야만 하는 명제에만 마음을 둔 나머지, 빈약해진 도식적인 이야기를 밀고 나가기 급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념을 학습하는 일은 어느 나이에 도달한 인간에게는 매우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정해진 목적지를 두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독서란 아직 인위적인 노력의 성과가 아니라 물고기의 물과 같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곡절 끝에 든 생각은, 성적 불평등의 해소는 현재 입법의 문제(물론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악습을 지우는 문제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성적 불평등의 해소는 신화, 종교, 고전, 명작 등등의 긍정적 이름으로 암석의 결처럼 오래 굳어진 문화 그 자체와 싸우는 일이다. 유전되는 나쁜 형질이 있다면 그것은 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 역사, 말 안에 있다. 인간의 지혜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함께 가져가는 까닭에 문화, 역사, 말 자체가 싸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을 것이다. 이게 싸움이 되냐고? 우리가 니체냐? 모든 가치의 전도 후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기대하는 거냐? 대답은 단순하다. ‘그렇다’이다.
  • [문화마당] 가슴 울리는 연설이 듣고 싶다/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문화마당] 가슴 울리는 연설이 듣고 싶다/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지금의 40대 이상이라면 아마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성문종합영어’라는 교재로 공부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를 치르려면 꼭 알아야 하는 문법이나 구문을 익히고 나면, 늘 그렇듯 고급 편이라 할 수 있는 장문 독해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교재였지만 난 가끔 거기서 지혜와 감동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얻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이나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기 바랍니다”로 유명했던 존 F 케네디의 취임 연설 같은 명연설문들이 독해 문제로 빼곡하게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가슴에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그들의 연설이 그토록 큰 울림을 주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듣기조차 민망한 네거티브 공세가 연단을 장악한 우리네 정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그 해답은 좀처럼 찾기 힘들는지 모른다. 근대 민주주의의 원형은 BC 510년 고대 그리스에서 이미 완성됐다. 참정권을 부여받은 대다수 시민들은 ‘아고라’(광장)에 모여 주요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정과 판단은 충분한 담론을 거친 뒤 투표를 통해 이루어졌다. 희랍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오늘날에도 모든 학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수사학’에서 제반 주제에 관한 설득의 요소를 추출하고 설득하기에 적당한 것을 발견해 내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어떻게 청자의 정신에 영향을 줄 것인가”의 문제를 논하며 청중이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그들을 감동시켜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파토스’, ‘로고스’, ‘에토스’의 세 가지를 적절하게 융합해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설득에서 ‘파토스’란 청중의 내면에 감성을 충전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궁극적으로 즐거운 감정이어야 한다. 슬픈 이야기를 들어도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마음이 정화된다면 그것은 결국 즐거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감정들이 궁극적으로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청중의 정신 작용에 의해 기억돼야 한다. 이 기억은 논리적인 것, 즉 개연성과 필연성을 동반한 구조화된 이야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설득의 ‘로고스’적 측면이다. 하지만 아무리 청중의 내면에 강한 감정적 자극을 주고 그것이 논리적이라 할지라도 그 이야기의 내용이 비양심적·비도덕적일 때 우리는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에토스’의 측면, 즉 휴머니티를 환기하는 설득의 요소다. 그러고 보면 ‘성문종합영어’의 연설문들은 저 세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낸 공감이라는 촘촘한 그물망과도 같았던 것이리라. 녹슨 머리 탓인지 초등 시절 친구들의 웅변 발표라면 양손 번갈아 높이 들며 “이 연사, 여러분께 소리 높여 외칩니다”라고 부르짖던 판에 박힌 수사 말고는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판에서는 그와 흡사한 모양새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것 같다. 큰 목청과 굴곡진 억양만으로 군중의 가슴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도 개연성과 필연성이 없다면 대중의 내면에 기억되지 않는다. 휴머니티가 결여된 비방과 인신 공격은 청중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누군가의 당선 요인 1순위로 가슴 울렸던 명연설이 꼽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 청년 10명 중 3명 입사 4년만에 이직…기업 작을수록 잦아

    청년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첫 입사 이후 4년 만에 이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이직 결정요인 및 임금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노동자(전체 7989명)는 첫 일자리 진입 이후 4년간 28.7%, 6년간 39.9%, 10년간 53.2%가 이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경험자(4770명)의 평균 이직 횟수는 2.13회였고 10년간 최대 이직 횟수는 12회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07~2016년 청년패널조사 자료를 활용, 분석했다. ●10년간 절반이 경험… 평균 2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자의 임금은 비이직자에 비해 6.2% 정도 낮았다. 이직자와 비이직자 그룹의 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첫 일자리에서는 월평균 실질임금 기준으로 41만 2000원, 마지막 일자리에서도 25만 5000원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청년 노동자의 이직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노동자 직무와 전공의 불일치가 클수록 이직 가능성이 높았다. ●전공과 다르거나 저임 때 더 많아 황광훈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노동자가 현재 직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직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정책적 노력과 함께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고용안정성, 복지혜택 등 임금 외 고용환경 개선도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리는 2018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 전문가 논문 33편과 학생 논문 수상작 6편을 발표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남북 불교계 공동발원문 채택… 文 “부처님 자비로 한반도 화합”

    발원문 ‘판문점선언 새 역사 출발’ 부처님오신날인 22일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봉축법요식이 봉행됐다. 조계사 법요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1만여명 참석해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정신을 되새겼다. 진제 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 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흙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혼탁한 세상일수록 부처님의 지혜를 등불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은 봉축사에서 “평화의 실천을 위해 진보와 보수, 계층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자”며 “우리는 지혜와 자비의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의 평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계종은 2015년 부처님오신날 이후 3년 만에 북한 측 조선불교도연맹과 함께 채택한 남북공동발원문을 낭독했다. 남북 불교계는 공동발원문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함께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선포한 신호탄이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라고 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부처님오신날 축사를 통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빈자일등’(貧者一燈·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의 마음으로 축원해 달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오늘 한반도에 화합과 협력, 평화가 실현돼 가는 것도 부처님의 자비에 힘입은 바 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기존 명칭인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겠다는 공언대로 지난해 10월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도 조계사 법요식에 대거 참석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구의 사찰을 방문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불심이 표심… 화합·상생 내세운 與野

    불심이 표심… 화합·상생 내세운 與野

    홍준표 “세상 위해 한결같이 일해” 민주당 “지혜의 눈으로 민생 살펴”여야는 2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총출동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심 잡기에 주력했다. 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대구 동구에 있는 동화사에서 열린 팔공총림 봉축대법회에 참석해 주지인 효광 스님 등 사찰 관계자와 인사하고 축사를 했다. 법회에는 추 대표를 비롯해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 홍의락 의원 등 민주당 인사와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바른미래당 김형기 대구시장 후보 등이 참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서울 조계사를 찾았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등도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치가 반목과 투쟁의 연속”이라면서 “그것을 조정해 주시는 게 큰스님으로 총무원장 스님의 말씀을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페이스북에 “세상이 온통 북핵 환상에 빠져 있는데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세상을 위해 한결같이 일해 왔다”면서 “부처님오신날에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불교용어)라는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고 적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부처님이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살피셨고 지혜의 등불로 어둠을 밝히신 것처럼 민주당 역시 지혜의 눈으로 민생을 살피고 연등과 같이 환한 세상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유 공동대표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다같이 노력하고 불교계에서도 많이 노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대변인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한반도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정의당도 모두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부처님의 참뜻을 몸소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마두로 6년 더… 씁쓸한 압승

    마두로 6년 더… 씁쓸한 압승

    美폼페이오 “부정선거 결과… 추가제재 단행”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야권은 부정선거라며 이번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혀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93%가량 개표한 결과 연합사회당의 마두로 대통령이 67.7%를 득표해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열된 야권 진영에서 출마한 2위 후보 엔리 팔콘(더나은진보당)의 득표율 21.2%를 46.5% 포인트나 앞선 결과다.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임기는 내년 1월부터 6년간이다. 하지만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대선에 대해 야권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마두로 대통령은 지속된 경제난으로 퇴진 요구 시위가 잇따르자 지난해 기존의 여소야대 의회를 해산했다. 새 의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우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자 반(反)정부 시위가 더욱 격렬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125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재신임을 얻어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2월로 예정된 대선을 5월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다.이런 상황에서 마두로의 압승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야권의 유력 경쟁자들은 가택연금 또는 수감 상태여서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고, 지난해 12월 지방선거를 보이콧한 일부 야당에 대해서는 의회가 정당 자격을 문제 삼아 사실상 대선 출마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우파 성향의 야당 국민연합회의(MUD)는 이를 비판하며 이번 대선 불참을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에게 필적할 만한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탓에 투표율은 46.1%에 그쳤다. 팔콘 후보는 “전국 투표소 86%에서 정부가 서민층에게 마두로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이 없어질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수천건의 불만을 접수했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도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엉터리 선거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비합법적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베네수엘라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 제재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베네수엘라와의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단독 제재를 가했다.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재정 적자와 인플레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고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6·13 판세 분석-광진구청장 후보] “구민 공론화위 설치해 새로 도시계획…상업지역 늘려 ‘광진 일류시대’ 열 것”

    [6·13 판세 분석-광진구청장 후보] “구민 공론화위 설치해 새로 도시계획…상업지역 늘려 ‘광진 일류시대’ 열 것”

    “당대표 경제특보와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시의원, 광진구의원으로 국정·서울시정·광진구정 삼정(三政)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광진에서 20여년간 삼정을 모두 경험한 생활정치인은 제가 유일합니다. 삼정 경험을 통해 광진의 발전적 미래상을 설계하고 완성할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광진의 지역 가치를 높여 ‘광진 일류시대’를 열겠습니다.”김선갑 더불어민주당 광진구청장 예비후보는 21일 ‘준비된 구청장’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2·3대 광진구의원, 8·9대 서울시의원, 추미애 민주당 대표 경제특보·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오랜 기간 광진구에서 생활정치를 하다 보니 누구보다 지역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광진의 현안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중도층이나 자유한국당 정서를 가진 분들도 저를 많이 응원합니다. ‘스텝 바이 스텝’, 기초부터 올라온 제가 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진단,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광진구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침체됐다며 그 요인으로 도시계획을 꼽았다. “광진은 주거 환경은 좋은데,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비율이 낮아 주민들께서 변화가 더디다고 느낍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으고 서울시의회 경험을 살려 광진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도시계획을 다시 짜겠습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꼽았다. 그는 “지난 8년간 서울시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8년 연속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민선 7기 구청장이 된다면 김 후보는 ‘구민 공론화위원회’와 ‘아이디어 뱅크’(가칭)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광진 일류시대’를 만들기 위해선 구청장과 공직자들의 지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혜도 다다익선이라는 평소 지론을 바탕으로 전문가,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는 구민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습니다. 아이디어 뱅크도 신설해 광진구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이끄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23년간 지방의원 선거에 7번 출마해 구의원에 두 번, 시의원에 두 번 당선됐습니다. 세 번 낙선했는데 패배의 성찰을 통해 계속 도전해 왔고, 이제 8번째 도전을 합니다. 역사적인 남북 화해 분위기와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가는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광진을 만들겠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단독]문무일 “총장으로서 중심 잡겠다”…전 검찰에 이메일

    [단독]문무일 “총장으로서 중심 잡겠다”…전 검찰에 이메일

    고검장 회의 뒤 항명 파동 본격 수습 나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21일 검찰 직원에게 이메일을 전하는 등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 ‘항명 사태’ 이후 본격적인 내부 수습에 나섰다.문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검찰 내부망 이메일을 통해 검찰 직원들에게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긴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 가족 여러분들께서도 많이 심려하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검찰총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검찰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소통의 방식이 시대변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검찰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정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어 “초심을 되새기겠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당면한 현안과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직원들에게 “지혜를 모아 주시고 진언과 고언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뒤 “앞으로 여러분들과 가까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메일 발송에 앞서 문 총장은 일선 고검장들의 요청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검장들은 ‘이번 일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선 엄정한 대응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5명의 고검장 중 조은석 서울고검장은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회의에 불참했는데, 문 총장과 나머지 고검장들이 의견을 모은 뒤 조 고검장 동의를 얻어 의견을 공개했다고 대검이 전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백승종의 역사 산책] 장현광의 족계

    족계(族契)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것은 한낱 구시대의 유물, 가문 이기주의를 낳은 근본적 원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속단해 버리면 족계의 역사적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족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6세기 초였다. 성리학이 조선사회에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후반이었지만, 깊이 뿌리내리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선비들이 앞다퉈 족계를 조직하기 시작했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조선사회는 위기에 빠졌고, 갓 출범한 족계의 운명도 위태로웠다. 전쟁이 끝나자 선비들은 족계 재건에 나섰다. 족계를 통해 선비들은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친목을 강화했다. 내가 주목한 것은 1601년 영남의 큰선비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이 쓴 ‘인동장씨 족계 서문’이다. 장현광은 대학자였으나, 벼슬을 멀리한 채 향리에 머물렀다. 학문 연구에 잠심했는데, 틈나는 대로 집안 자제들이며 이웃의 젊은 선비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학습공동체였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마다 젊은이들을 소집해 학력을 평가했다. 장현광이 이끈 족계는 배타적 부계혈연집단이 아니었다. 장씨의 외손들도 대거 참여했다. 또 그들과 인척관계에 놓인 타성들도 족계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인동장씨 족계라고 했지만 여러 성씨가 두루 참여했다. 족계의 구성원들은 농업에 힘쓰기를 다짐했다. 선비들이 농업에 힘쓰기로 약속했다니! 17세기의 사회 현실은 우리의 지레짐작과는 달랐다. 장현광은 족계의 지도자로서 구성원들이 행여 농사와 학업을 소홀히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다음은 그의 경고문이다. “(계원이) 농부로서 농사일에 게으르거나, 아이인데도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사(간부)가 잘 살펴보았다가 계모임 날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당사자를 불러다 벌을 주거나, 그 가장(家長)을 꾸짖을 것이다.” 족계는 국가 안의 국가와도 같았다. 또 족계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양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왜란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양반들이 토지와 노비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재판을 벌였다. 사회적 혼란을 틈타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현광의 족계는 이러한 풍조를 강력 비판했다. “어찌하여 남과 재산을 다투는 송사를 벌이고 모질게 싸워 이 난리에 살아남은 외로운 이웃과 화목을 잃겠다는 것인가?” 소송을 걸어서라도 더욱 많은 재산을 차지하려고 서로 아귀다툼하던 시절 족계는 도덕심의 등불이었다. 계원들이 그런 일에 마음을 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선비의 생명은 도덕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족계였다. 족계는 계원들 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주는 기관이 족계였다. 상례와 장례를 비롯한 각종 길흉사에 부조를 아끼지 않았다. 족계는 구성원들에게 평생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했다.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족계의 전통을 재건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족계가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문화 수준을 고양할 학습공동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것이다. 국가의 역할과는 별도로 인정미 넘치는 민간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재건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 [사설] 북·미 비핵화 정상회담, 연착륙 지혜 짜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모델이 리비아가 2003~2004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룬 뒤 수교, 제재 해제의 보상을 받은 것을 가리키는지, 2011년 미국이 리비아를 초토화하고,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전자라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과 생화학무기 폐기와 북핵의 미국 반출 압박에 반발해 북·미 정상회담 무용론을 편 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후자라 하더라도 군사공격 모델을 북한에 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초토화’라는 말을 동원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극함으로써 과거 트럼프식 어르고 때리는 어법이 되살아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비핵화 합의를 이루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보장을 약속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 보장과 관련해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북한과 합의만 이루더라도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언급은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할 것이며 미국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개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 자세를 비판한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반응이 나온 것은 우리의 중재가 작동한 결과로 보고 싶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어느 쪽에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절호의 기회다. 협상에는 일방적인 강요란 있을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인 지금 미국도 협상 상대를 존중하면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비핵화를 이루고 오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과감히 나서는 길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했듯 2차 북·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태도 변화는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과의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뒤에 있다’는 조언이 과연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중국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그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까지 나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시킨 ‘엄중한 사태’의 해결을 촉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중대한 마당에 북한이 우리와 미국에 경고를 쏟아내는 이런 때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 간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어 김 위원장과 속마음을 주고받을 때라고 본다.
  • 미스춘향 진 김진아, 마음씨도 진…뇌성마비 고양이 돌봐

    미스춘향 진 김진아, 마음씨도 진…뇌성마비 고양이 돌봐

    제88회 춘향제 사전행사로 17일 오후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에서 열린 춘향선발대회에서 ‘미스춘향 진’에 김진아(20·경기도 안양시·동아방송예술대)씨가 선정됐다.김씨는 뇌성마비 고양이를 8년째 돌보는 사실이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공이 연극인 만큼 ‘춘향극장’을 만들어 춘향과 남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스춘향 선에는 중국동포 최예령(21·중국 길림성·연변대학), 미에는 김지혜(24·경기도 남양주·인하공업전문대 졸), 정에는 이강은(22·충북 제천시·서경대), 숙에는 서은영(21·서울시·중앙대), 현에는 장희지(22·서울시·추계예술대)씨가 각각 뽑혔다. 우정상은 박나연(24·전남 순천시·중앙대), 해외동포상은 윤주라(24·캐나다·토론토대), 이스타나항공상은 최수인(22·인천시·인하공업전문대)씨에게 돌아갔다. 올해 춘향선발대회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캐나다 등에서 430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32명이 본선에 올라 경합을 벌였다. 춘향선발대회는 제27회 춘향제가 개최된 1957년부터 시작된 춘향제 최대 하이라이트로 그동안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배우 최란(1979년)·박지영(1988년)·오정해(1992년)·윤손하(1994년)와 같은 스타급 연예인들이 미스 춘향 출신이며 근래 들어서는 탤런트 장신영(2001년)·김연아(2005년)·강예솔(2006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너’ ‘우리’가 베스트셀러

    ‘나’ ‘너’ ‘우리’가 베스트셀러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끌려 무언가 가르치려는 책은 ‘외면’ 혼밥, 혼술처럼 책 제목에도 개인주의가 반영되는 것일까. 서점가에 1인칭 ‘나’부터 2인칭 ‘너’까지 인칭대명사가 들어간 제목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지난해부터 100만부 넘게 팔리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말글터)나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 등 기존 에세이와는 확연히 달라진 작명법이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 베스트셀러 20권 중 상위권에 오른 ‘모든 순간이 너였다’(위즈덤하우스) 등 책 제목에 인칭대명사가 포함된 서적은 6권이나 됐다. 대세는 에세이 분야다.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20권 가운데 8권이 해당됐다.‘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비롯해 ‘워너원 포토 에세이: 우리 기억 잃어버리지 않게’(아르테팝),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마음의숲),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허밍버드),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쌤앤파커스), ‘참 소중한 너라서’(알에이치코리아) 등이다. 이 가운데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참 소중한 너라서’,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의 저자들은 모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가 10만명 이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서적 구매 연령층은 20대 여성이 29.75%, 30대 여성이 23.35%로 가장 많았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담당은 “SNS 시대에 ‘나’와 나를 둘러싼 얘기에 관심이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SNS 채널을 통해 ‘내 얘기’를 들려주는 저자들이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춘 책으로 베스트셀러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판계에서는 이제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식의 책이 외면받는다는 말도 나온다. 대개 인생 경험이 풍부한 멘토가 삶의 지혜와 교훈을 주는 내용의 에세이가 전통적으로 관심을 모았다면, 이젠 자신과 주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중시하는 취향의 변화도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짧은 시간에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미래를 뚜렷하게 그려내기 어려운 20대, 30대는 현재의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뚜렷이 보인다. 미래를 이겨내는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1시간 전후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조언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한 저자가 쓴 드라마틱한 이야기나 무언가를 성취한 저자가 쓴 자기계발서보다는 그저 짧은 문장으로 가볍게 엮어내 소비하는 일종의 ‘스낵컬처’가 앞으도 더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0년째 변함없는 ‘달빛동맹’… 5·18에 더 빛난다

    대구 대표단 5·18 6년째 참석 광주 대표단 2·28 참석 화답 SOC 등 30개 공동협력 점검도 ‘달빛동맹’이 영호남 화합을 이끄는 모델로 흔들림 없이 정착하고 있다. 달빛동맹이란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말이다. 2009년 서울에서 열린 두 도시의 의료산업 발전 업무협약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대구시는 김승수 대구시장 권한대행 일행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17일 밝혔다. 6년째 참석하는 것이다. 대구시와 광주시 대표단은 2013년부터 매년 2·28민주운동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교차 참석하며 달빛동맹의 우의를 다져왔다. 2015년엔 ‘대구·광주 달빛동맹 민관 협력 추진 조례’도 제정했다. 영호남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적·사회적 풍파에도 아랑곳없이 꿋꿋하게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2월 28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등 광주 대표단 40명이 참석했다. 이번 5·18 기념식 방문단은 김 권한대행을 비롯해 2·28민주운동 공동의장단,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 위원 등 30명이다. 대구시 대표단은 이번 기념식에 참석한 뒤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SOC, 경제산업, 문화·체육·관광, 환경, 일반 등 5개 분야 30개 공동협력 과제의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달빛동맹은 그동안 다양한 성과를 냈다. 대구~광주 간 고속도로 조기 확장 등 3건의 SOC 분야와 3D 융합산업 육성 등 9건의 경제산업 분야에서 결실을 거뒀다. 또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위한 보고회와 국회포럼 등도 함께 개최했다. 대구 시민숲 조성, 시립예술단 교류 공연, 야구·축구·마라톤 등 문화체육 분야에서도 활발한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달빛오작교를 통한 청년들의 만남과 청소년 역사·문화 교류 체험 등의 사업은 두 지역의 젊은 세대들에게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6년 1월에는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세계기록유산 달빛 학술토론회’를 개최해 광주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의 경험과 지혜를 나눴다. 이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이 201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김 권한대행은 “달빛동맹은 상생 발전은 물론 국민 대통합의 선도 모델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으로 더욱 확대해 공존과 번영의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지역 협력·상생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사이버이메지네이션, 직원 리프레쉬 장려 ‘여행프로그램’ 제공으로 눈길

    사이버이메지네이션, 직원 리프레쉬 장려 ‘여행프로그램’ 제공으로 눈길

    ㈜사이버이메지네이션은 차별화된 직원 복지 제도로 직원들이 쉴 때 제대로 잘 쉴 수 있게 하자는 취지 아래 다양한 여행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이버이메지네이션이 제공하는 직원 여행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5년째 접어들고 있으며, 장기근속자, 연말 이벤트 등의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직원 전체의 단합을 위한 워크샵 등 3가지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지는 국내를 포함해 유럽, 미국,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세계 20여개국이고, 누적 여행 횟수는 총 50회에 이르는 등 직원들의 만족도 높은 복지혜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 여행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7 Imagination은 “장기 근속자 해외로 떠나라!”라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게 만 7년 이상 장기 근속 직원에게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1주일간 성인 2명이 유럽 및 미주기준 해외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경비를 지원하고, Happy Imagination은 “연말을 따뜻하게! 복불복 여행 이벤트”로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위해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자는 의미로 200만원(3명), 100만원(5명)의 여행상품과 백화점상품권 10만원(15명)등의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Together Imagination은 전체 워크샵으로 업계 특성상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이메지네이션은 여행 블로그를 통해 여행후기를 공개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여행지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맛본 음식 등의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스팅을 통해 여행지의 멋진 풍경 및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사이버이메지네이션은 “1996년 설립이래 열정적인 직원들의 노력이 항상 함께 해왔기에 금융권 SI업체로 그 전문성과 수행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열심히 노력해준 직원들을 위해 재충전과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보다 많은 여행기회를 제공해 ‘다니고 싶은, 함께 일하고 싶은, 자랑하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순천금당중, ‘순천금당인 모두愛’ 힐링 음악회 열려

    순천금당중학교가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교내 체육관에서 전교생과 전교직원이 함께한 힐링 음악회를 가져 큰 호응을 얻었다. 전문 음악인을 초청한 ‘순천금당인 모두愛’ 음악회는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과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감성교육 일환으로 마련됐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너희들을 넘 사랑해’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는 광주에 있는 전문 음악인 단체의 협조를 받았다. 테너 3명, 바리톤 2명, 바이올리니스트 1명이 초청돼 응답하라 1988의 수록곡인 ‘걱정말아요, 그대’, 라이온 킹의 수록곡인 ‘지금 이 순간’ 등 중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12곡이 공연됐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음악회로 진행돼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한 지혜정(음악) 교사와 이세진(3년) 학생회장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공연 내내 함께 어우러져서 모두가 기뻐하고 감동하는 모습에서 힐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권순용 교장은 “스승의 날 의미가 퇴색돼 가는 교육 현장이 아쉬워 잠시라도 선생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준비했다”며 “교사들과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권 교장은 “앞으로도 학생들의 바른 인성 함양과 건강한 학교문화 조성 등 스승을 존경하는 분위기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원희룡 예비후보 “피의자 처벌 원치 않아... 쾌유 바란다”

    원희룡 예비후보 “피의자 처벌 원치 않아... 쾌유 바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15일 자신을 폭행한 피의자가 처벌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원 후보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SNS)에 이같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전날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했던 주민으로부터 도지사 후보 토론회 자리에서 폭행당했다. 원 후보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며 가벼운 타박상으로 걱정할 만큼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그 분이 자해로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던 그 분의 마음을 헤아려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원 예비후보는 제2공항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제2공항 문제는 도민의 숙원사업이자 이해와 관심이 큰 사안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제주도민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겸허히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 예비후보는 “이번 일이 제2공항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전화위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도민 여러분의 지혜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원 예비후보의 딸은 SNS에 자신의 속상한 심경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 예비후보 몰래 글을 올렸다는 그는 “아빠가 이렇게까지 해서 욕을 먹고 정치를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정계를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도 “(아빠를) 미워하셔도 좋으니 제발 목숨이나 신체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난 14일 오후 제주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주제로 한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에서 원 예비후보는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했던 주민으로부터 폭행당했다. 토론회 말미에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이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원 예비후보에게 계란을 던지고 얼굴을 폭행한 뒤 자신의 팔목을 그어 자해했다. 경찰은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파원 칼럼] 중·미의 인피니티 워/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미의 인피니티 워/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매주 월요일 주중 한국대사관은 베이징 특파원을 상대로 정례브리핑을 연다. 이 브리핑에 참석하려면 미국대사관을 지나게 된다. 이때마다 사람들이 수백 미터씩 길게 줄 선 모습을 만난다. 미국 비자를 신청하기 위한 중국인들이다. 2008년 한·미 비자 면제협정 체결 전에는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이런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중국에 미국은 흠모의 대상이자 애증의 상대다. 넘볼 수 없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겨뤄 볼 만한 적수가 됐다. 전 세계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내보내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들 중국 유학생이 제일 많이 공부하러 가는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중국인들의 생활에서 미국에 대한 애정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아이들은 미국 피트니스에서 체육 사교육을 받고 공원에서 아메리칸 풋볼을 배운다. 미국식 소비문화의 상징과 같은 아웃렛과 쇼핑몰도 미국 근교에서 접할 수 있는 아웃렛을 똑 떼다 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중국 곳곳에 있다. 쇼핑가를 가득 메운 상표 대부분은 미국에서 온 것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3750억 달러(약 404조원)에 이르는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며 시작된 중·미 무역전쟁은 실은 패권 다툼이다. 지난 3~4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을 대표로 한 미국 무역협상단이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어벤저스’라고 불렸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끝없이 싸우는 인피니티 워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패권 다툼은 어벤저스들이 협상에서 제시한 조건에서 잘 드러나는데 미국 대표단은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제조 2025’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중국의 정책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참조했다. 제조강대국이 되기 위해 정보, 로봇, 항공, 해양, 철도, 자원, 전력, 농업, 신소재, 의료산업 등 10대 핵심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세계 최고 기술의 공장’이 되려 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것은 미국산 식품, 약품, 의료기기 등의 수입을 늘려 얼마든지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육성책을 포기할 순 없다고 강변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중국인의 의식은 한바오장(韓保江) 중앙당교 교수가 최근 외신 기자와 가진 차담 중 한 말에서 잘 드러난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 간부를 키우는 교육기관이다. 한 교수는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와 맞지 않다는 편견을 중국 공산당이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의 ‘완벽한 결혼’을 통해서 깼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자기 소유의 집과 자동차가 있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의 도시인들은 40년 전 잠자고 있던 대륙을 깨운 개혁개방을 통해 미국인과 똑같은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 그는 “무역적자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무역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중국인은 평화를 사랑하지만 외부 압력이 있다면 뭉치므로 미국은 잘못 계산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반격 의지는 통신장비업체 ZTE가 7년간 미국 퀄컴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3000억 위안(약 50조원) 규모의 반도체 발전 펀드를 조성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두 거인의 틈바구니에 낀 신세다. 잘 살고(안보) 잘 먹기(경제) 위해서라도 양대 강국 사이에서 더욱 지혜로운 외교술을 발휘해야 한다. geo@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한반도를 넘어, 외교 지평을 세계로/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월요 정책마당] 한반도를 넘어, 외교 지평을 세계로/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문 대통령은 세계 전역을 외교 무대로 삼았다.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7월 독일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9월 러시아 방문과 유엔총회 참석, 11월 동남아 순방, 12월 중국에 이어 올해 3월 베트남과 UAE 방문까지 그야말로 숨가쁜 행보였다. 이는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외교 다변화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어느 나라든 외교 정책의 방향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국민이 겪은 역사적 경험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 외교는 그동안 한반도 주변 4강에 치우침으로써 좁은 지역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 20세기 들어 한반도가 겪은 전쟁, 분단, 그리고 남북 간 대치 상황이 운신의 폭을 제약해 온 것이다. 과거의 틀에 얽매여서 단선적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외교는 한반도 주변만을 맴돌고 말 것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은 우리의 종합국력 순위를 세계 11위라고 평가한 바 있을 만큼 우리는 과거에 비해 넓은 시야를 갖출 국력이 생겼다. 또한 외교 다변화 자체가 지정학적 제약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외교 다변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외교 다변화는 국제무대에서 협력파트너, 수행방식, 외교수행의 주체 확대라는 3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 주변 4국 외에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ASEAN), 중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생 번영을 위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고 특정 지역 편중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도 완화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섬이나 다름없던 지정학적 제약을 벗어나 해양과 대륙을 잇는 교량국가로서 역내 공동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올해도 EU와의 수교 55주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등 주요 외교 행사를 계기로 유럽, 중남미 지역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3월 이낙연 총리가 1962년 수교 이래 정상급 차원에서는 최초로 카리브 지역 중심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을 찾은 것도 그 일환이다. 둘째, 양자외교를 보완해 다자·소다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사한 입장과 이해를 공유하는 친구를 늘려 나가고 글로벌 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해 중견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지난 9일 도쿄에 모인 한·중ㆍ일 3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지역과 국제무대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가 참여하는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공동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셋째, 세계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SNS의 확산 등으로 인해 외교는 국회, 민간, 기업, 비정부기구(NGO)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영역이 됐다. 이에 발맞춰 외교부는 지난 4일 국민과의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국민외교센터’를 개소했다. 외교는 내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단합된 지지와 성원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외교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의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면 외교 다변화의 큰 축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동북아의 정세가 격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늘처럼 우리가 중심에 서 있었던 적은 없었다. 최근의 남북 관계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는 우리 외교의 자율적 공간을 늘려 나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외교 다변화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상호 추동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을 섬기는 자의 자세에 대해 가르침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멀리 보는 생각과 꿰뚫어 보는 눈”(長慮達觀)을 강조했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동북아를 넘어서 외교 지평의 확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다산 선생의 지혜가 절실하다.
  • 17세기 잡학박사, 현대인을 초대하다

    17세기 잡학박사, 현대인을 초대하다

    쾌락의 정원/이어 지음/김의정 옮김/글항아리/792쪽/3만 8000원잡다한 사물에 대한 사용법과 인테리어 활용법, 좋은 식재료 구별법, 각종 취미 생활에 웰빙 비법까지.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온갖 철학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만물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조목조목 나열한 이 ‘잡학 백과 대사전’의 저자는 17세기 명말 청초 시대의 작가 겸 연극 연출가다. 그런데도 그 시절 정보들은 현대에도 꽤 참고할 만하다. 한 번 뿐인 인생 잘 먹고 잘 살았던 한 남자가 초대하는 쾌락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권력이 바뀐 혼돈의 시기, 명말 청초 이어(李漁·1611~1685)가 쓴 ‘한정우기’를 우리말로 처음 옮겼다. ‘한정’(閑情)은 공적 직무를 벗고 느끼는 여유를, ‘우기’(偶奇)는 즉흥적 감정을 붓 가는 대로 기록했다는 의미다. 그의 잡학적 관심은 문학, 연극, 출판인 등 ‘종합예술인’으로 산 그의 이력이 한몫한 듯싶다. 지금으로 치면 19금 호색소설 ‘육포단’(肉蒲團)도 그의 작품이다. 극단을 운영했던 이어는 수십명의 식솔을 건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금을 융통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눈동냥 귀동냥했으니 넓고 얕은 지식이 풍부해진 건 당연지사. 일생의 경험을 총괄한 이 야심작도 그래서 탄생했다. 전체 8장으로 구성된 ‘한정우기’는 희곡 이론을 제외한 나머지 6장에 미용·패션(성용부), 주거 공간(거실부), 집안 소품(기완부), 음식(음찬부), 식물 재배(종식부), 웰빙(이양부) 등 현대에도 관심 가질 만한 주제들을 할애했다.주목할 만한 부분은 책 앞머리를 차지한 ‘성용부’다. 여성의 외모를 자태, 피부, 눈과 눈썹, 손과 발, 머리 모양, 화장법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다. 저자가 남성인데도 여성의 미적 가치에 대한 식견이 여성의 입장에서 봐도 놀라울 만큼 세세하다. 이어는 머릿기름 때문에 화장이 안 받으니 머리를 감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지 말고, 여러 가지 옷을 받쳐 입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검은색 재킷을 하나쯤 갖추라고 조언한다. 지금으로 치면 웬만한 ‘연예인 코디네이터’ 뺨칠 정도다. 신발을 신을 때 땅 색깔과 같은 색깔을 신으면 신발의 멋을 살릴 수 없다는 깨알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을 그저 남성이 감상하는 미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시각은 고루하고 그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그가 풀어놓는 행복한 삶에 대한 인식은 놀라울 만치 지금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닮아 있다. 이어는 삶이 풍요하려면 재물보다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유한 물건만 잘 활용해도 쾌적하게 살 수 있고, 행복하고 싶다면 스스로 만족하고 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가 평생의 낙으로 꼽은 건 제철 게를 먹고 수선화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건강관리에 소홀한 현대인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도 눈에 띈다. 저자는 잠이 보약이라고 풀었다.그는 “잠은 한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백 가지 병을 치료하고 만민을 구제하는, 시험하여 효험이 없는 곳이 없는 신령한 약”이라고 잠의 가치를 기술했다. 잠자는 침상을 조강지처에 빗댈 만큼 중요한 물건으로 꼽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음식을 탐닉하면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에서부터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라고 한 건 온갖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식습관을 나무라는 듯하다. 시대적 배경이 다른 탓에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건축, 가구, 의복, 음식, 장신구, 성생활 등 전 영역에서 자신만의 ‘소확행’을 추구했던 예술가의 시선은 무척 흥미롭다. 번역서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말미에 한자 원문도 실려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썰전 유시민 “남북정상회담, 평론범위 넘는 ‘무엇’이 있다”

    썰전 유시민 “남북정상회담, 평론범위 넘는 ‘무엇’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는 10일 JBTC ‘썰전’에 출연해 “평론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없이는 이 어려운 합의가 현재 이 단계까지 못 왔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남한과 북한, 미국 3국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시민 작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전환 의사가 있지 않으면 대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이 안전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겠다는 신뢰를 문 대통령이 보여 줬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체 시나리오에서 자기가 얻을 게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일용직 가장과 소년 가장의 만남을 보는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의 경우 국회에서도 집권여당이 소수파이고 정책 이슈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게 많다. 여당 포함해 하루 벌어 하루 먹이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의 지탄을 받는 완전 엉망이 된 가정경제 속에 팔자 때문에 집권한 소년 가장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도보다리 광경을 보면서 따뜻한 광경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두 정상이 앞으로 덜 불안하게, 서로 윈윈 하면서 살아볼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그 광경이 절박해보였다. 안쓰럽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는 일정 전체를 오픈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이 지혜로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전에는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이 미디어의 창을 통해 걸러져 나온 뉴스만 봤다. 이 회담에 대해 이런저런 이념적 혐의를 씌워봤자 안 씌워지는 이유가 시민들이 그걸 다 라이브로 본 거다. 미디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아는 것 같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교수가 ”세상 모든 독재자는 다 똑똑하다. 김정은 보고 멍청할 줄 알았는데 똑똑하다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하자, 유 작가는 ”원래 그 평가는 미디어가 만든 평가다. 우리는 김정은을 모르는데 온갖 고정관념을 뒤집어 씌웠다. 생중계에서 본 김정은이 진짜인지, 그 전에 미디어를 통해 본 김정은이 진짜인지 모른다. 지금 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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