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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고 예산안 내민 트럼프… 국방·장벽만 ‘통큰 인상’

    역대 최고 예산안 내민 트럼프… 국방·장벽만 ‘통큰 인상’

    “北 미사일 방어용 기지 2023년 건립” 샌더스 “서민에게 뺏은 것 부자에 이전” 펠로시 “탄핵 반대… 그럴 가치 없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1일(현지시간) 미 연방정부 사상 역대 최고액인 4조 7000억 달러(약 5330조원) 규모의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에 비해 국방 예산은 5% 늘리고 복지·대외원조 예산 등은 9% 삭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국방과 국경장벽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요청한 새 국방예산안은 직전 회계연도 대비 330억 달러 늘어난 7500억 달러로 우주군 창설과 국경경비 강화, 재향군인 연기금 증액, 주둔군 기금 확충 등이 반영됐다. 백악관은 특히 제안서에서 오는 2023년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 본토를 지키기 위한 지상배치요격 미사일(GBI)을 64기로 늘리는 계획에 따라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 건립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인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장벽 건설에는 86억 달러가 반영됐다. 오는 9월 30일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정국이 또다시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복지, 대외원조, 환경, 인프라, 교육 등 비국방 부문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부처별로 보면 국무부가 23%, 환경보호청 31%, 교통부 22%, 주택도시개발부는 16% 가까이 삭감됐다. 주거지원, 저소득층 영양지원(푸드 스탬프), 의료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에서는 3200억 달러가 삭감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키겠다고 약속한 ‘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자 및 장애인 의료지원) 등 사회보장책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8450억 달러를 줄인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2년간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펼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예산안은 서민들에게 빼앗은 것을 부자와 기업에 이전하려는 수순”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예산안으로 메디케어가 차기 대선을 달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 대부분이 ‘메디케어 포 올’(전 국민 건강보험 정책)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은 나라를 분열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섣부른 탄핵 추진으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우려를 반영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첼리스트 문태국 데뷔음반 ‘첼로의 노래’ 발매

    첼리스트 문태국 데뷔음반 ‘첼로의 노래’ 발매

    파블로 카잘스 헌정 의미 담아...22일 리사이틀도 예정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데뷔 앨범 ‘첼로의 노래‘를 발매했다. 워너클래식 본사 계약을 통한 음반으로, 한국인 첼리스트가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낸 것은 1996년 장한나 이후 23년만의 일이다. 문태국은 12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으로서 메이저 음반사와 작업한 첼로 아티스트가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아티스트로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파블로 카잘스를 추억하며’(Homage to Pablo Casals)라는 부제가 붙은 문태국의 데뷔앨범에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1번과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등을 담았다.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함께 했으며 지난 2월 1일 전세계에서 발매됐다. 한국 라이선스 앨범은 한달 뒤인 3월 소개됐다. 문태국은 이번 앨범에서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생전에 연주했던 ‘새의 노래’ 등을 담아 헌정의 의미를 더했다. 카잘스의 조국 카탈루냐 민요를 바탕으로 한 ‘새의 노래‘는 카잘스 생전에 앙코르로 자주 연주하던 곡이다. 특히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주하기도 해 더욱 유명해졌다. 문태국은 “카잘스 콩쿠르 우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크다”면서 “카잘스의 음악을 들으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도 들고, 여러모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태국은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도 예정돼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법인의 활발발] 붙잡거나 붙들리거나

    [법인의 활발발] 붙잡거나 붙들리거나

    산중 암자를 요새는 유독 직장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많이 찾는다. 큰 절 대흥사에도 은퇴 기념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암자에 올라오면 그분들과 차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눈다. 주로 듣는 편이다. 그들은 지난 삶을 회고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걱정해 지혜를 구한다. 세상 물정 속속들이 모르는 산승이 무얼 조언하겠는가. 그분들 중에는 노년의 삶에 관한 여러 책을 읽고 강좌를 들으며, 나름대로 미래를 계획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차분하게 준비해 온 분들도 있다. 나는 다만 그분들의 구상에 적절한 추임새를 넣는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만난 나이 드신 분들에게 받은 인상과 소견을 덧붙인다.산세 수려하고 공기 좋은 산중 암자의 차담이 마냥 한가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지독한 고역을 넘어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의 차담도 있다. 끝도 없이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 불만과 분노를 무섭도록 쏟아내는 사람, 타인을 폄하하고 험담하며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삶은 말하지 않고 자식과 가문의 영광을 늘어놓으며 인정투쟁에 목말라하는 사람, 이들과 눈을 마주하고 귀를 열고 보면 수십년 수행한 내공도 바닥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럴 때는 이런 주문을 마음에 새긴다. ‘얼굴에는 미소, 가슴은 관세음보살.’ 이런저런 사람들 중 안타까움과 연민이 드는 경우 대개 ‘현재’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이른바 “오늘을 살아라”라는 카르페디엠이 절실한 분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오늘’의 자리에 ‘어제’를 얹고 사시는 분들이 있다. 내가 가끔 만나는 어느 분은 언론계와 정계의 경력을 두루 거친 분이다. 그런 그가 시쳇말로 잘나가다가 어느 날 출세의 날개가 꺾였다. 십 년 넘게 좌절과 절망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옛날에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 늘 과음하며 화려했던 전력을 자랑한다. 본인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대단한 자리에 있었는지를 은근 과시하고자 당시의 인맥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좋은 노래도 매번 들으면 심드렁하고 지겨운 법이다. 지인들은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그를 피한다. 당연히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화려했던 한 시절을 붙들고, 아니 붙잡혀 살아가고 있다. 내 도반 스님이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생로병사의 고통을 말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고통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고통은 다름 아닌 ‘비교분별고’란다. 이웃과 비교하고, 과거와 비교하면서 결핍과 열등감에 자승자박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인 듯하다. 세월이 흐르면 젊은 시절의 피부는 자연스레 탄력을 잃고 목에 주름이 생기는 현상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거울을 보고 속상해한다. 지위에서 물러나면 주변의 시선과 관심도 그에 맞추어 자연스레 변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지위와 인기를 붙들고 살며 자기를 알아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세상사가 무상하다는 단순한 이치를 모르는 큰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무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몸과 감정, 인간관계 등 모든 것들이 불변의 모양으로 영원토록 고정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점검해 보라.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세상사는 어떤 조건들이 관계 맺으며 형성된다. 그리고 새로운 조건에 따라 변한다. 그 변화에 따라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이다. 부처님은 폭력과 착취 등 반윤리적인 행위의 결과로 인간이 고통과 갈등을 일으킨다고 했다. 더불어 악행은 아닐지라도 그 무엇에 집착하면 구속과 불안이 따른다고 했다. 밧줄로 묶여도 속박이고 황금줄로 묶여도 속박인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몸의 건강을 챙기면서 아울러 마음의 건강도 함께 챙길 일이다. 그 마음 건강은 과거를 붙잡지 않는 일에서 시작한다. 옛 스님은 ‘그 무엇으로부터 자유’를 이렇게 노래했다. 나무를 찾아 가지를 잡음은 그리 기특한 일이 아니니/벼랑에 매달렸을 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네/물은 차고 밤은 서늘한데 고기 찾기 어려우니/빈 배에 달빛 싣고 돌아가네.
  • 한·브루나이 정상회담 문 대통령 “신남방정책의 중요 파트너, 평화,번영 위한 지혜 빌려달라“

    브루나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브루나이는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국왕이 지혜를 빌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10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하싸날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밝힌 뒤 “사람 중심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브루나이의 ‘비전 2035 전략’이 조화롭게 추진돼 미래 신기술·신산업 분야까지 협력을 넓히고 공동번영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의 브루나이 방문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국왕을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며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가진) 국왕이 직접 점보비행기를 조종하시면서 한국에 들어오는 모습을 우리 국민이 본다면 더욱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볼키아 국왕은 “앞으로 대통령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이를 통해 양국의 관계를 더 격상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브루나이 ‘비전 2035’ 정책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특히 브루나이는 리파스 교량과 현재 진행 중인 템부롱 교량 건설을 비롯한 현지 인프라 사업에 한국이 참여한 것을 적극 환영했다. 양국은 석유·가스 등 에너비 분야에서도 계속 협력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석탄·화력 발전을 LNG(액화천연가스)로 바꾸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브루나이가 사업을 입찰하면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안정적인 LNG 국내도입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중국·인도 등 아시아 LNG 시장 진출기회 및 인프라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및 대화의 모멘텀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안정 구축에 국제 사회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정상회담 후 양국은 자원·기술혁신 분야 등 투자협력 양해각서(MOU), 특허협력조약 하 국제조사기관 지정 MOU, 과학기술 협력 MOU를 맺었다. 또 직항노선 증편 관련, 로열브루나이 항공이 다음달부터 주 3회에서 4회로 증편된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브루나이 왕실 역사를 상징하는 로열 레갈리아 박물관을 방문한 뒤, 현지 최대 건설공사인 템부롱 대교 건설 현장을 격려 방문한다. 템부롱 대교는 동서로 분리된 현지 국토를 연결하는 해상 12㎞, 육상 10㎞의 교량으로, 4개 공구 중 핵심 구간인 해상교량 2개 공구를 대림산업이 6억 달러에 수주,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우리 기업이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특수장비, 신 공법을 통해 공기를 대폭 단축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주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신남방 지역의 건설 수주액이 해외 건설 최대 시장이었던 중동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저녁에 국왕 주최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비난이 쏟아지면 ‘실수’, ‘오해’라고 둘러댄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유감”이라면서 마지못해 이런저런 군색한 해명을 덧붙인다. 그러나 그 말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그런 뜻’이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지금 우리의 세상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3월 첫 주일의 가톨릭 복음도 그 이야기를 분명하게 해 주었다. ‘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낸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약한 자는 (마음의)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한다.’ 굳이 성서(집회서)를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말은 마음이고, 그 마음에 ‘실수’란 없다. 반대로 마음에 넘쳐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닥칠 불리를 생각해 가슴이 아닌 머리로 계산한 변명과 해명은 말이 아니다.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그칠 줄 모르는 막말에 상처받고, 이어지는 어설픈 해명에 분노하는 이유다. ‘20대는 지난 정권의 잘못된 민주주의 교육을 받아 건강한 판단을 못 하는’ 세대이고, ‘50·60대 퇴직자와 실직자들은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SNS에 험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 가야 할’ 대상이다. 정치권(야당)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으며, ‘5ㆍ18 유공자는 괴물’이다. 그들로서는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 놓고 “젊은 세대를 겨냥해 발언한 게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주어를 갑자기 바꾸고, “신남방정책의 취지”라는 거창한 말로 억지 포장을 한다고 그 마음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말이 진심일지 모른다. 비난을 미리 염두에 두거나 계산하지 않은 마음이 넘쳐 저절로 나온 것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막말은 선(善)에 대한 집착이다. ‘나와 우리는 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악을 숨기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다른 사람을 악으로 몰고, 그 악을 드러내려 한다. 내 눈의 들보는 그대로 두고, 남의 눈의 티만 빼려고 한다. “선을 이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어느 신부는 말했다. 하나는 나 스스로 선해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적으로 내가 조금 더 선해지기 위해 남의 악을 들춰내고 바꾸려는 것이라고.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나는 내가 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변할 필요가 없이 남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는 “진정한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거짓의 나부터 변해야 한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남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했다. 퇴계 선생이 ‘자성록’에서 말한 “기질을 바로잡는 일은 나에게 있지 남에게 있는 게 아니다”와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나는 변하지 않는 그 선이 자기에게만 이롭고 남에게는 해롭다면. 맹자(孟子)는 “순임금과 도척의 차이는 다른 것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느냐, 선을 추구하는가에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줄기차게 사방을 향해 부르짖는 적폐청산, 그것을 내세워 자신들의 적폐까지 ‘선’이라고 우기며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 순임금의 마음인지, 도척의 마음인지 그들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게 되면 결말에 가서 일이 뒤집어지는 것이 어찌 이상하다 하겠는가.” 퇴계 선생의 말이다. 해마다 3월이 돼 강의를 시작할 때, 신입생들에게 설문을 받는다. 나의 꿈, 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해. 그들의 대답에 늘 놀란다. 그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고, 선하고, 아름답고, 깊고, 넓다. 그동안 입시지옥에서 시달렸지만, 학교가 아닌 곳에서의 배움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도 날카롭고 냉정하고 팽팽하다. 그들이야말로 이제 20대를 시작하는 우리나라 보통의 건강한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건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그런 눈과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막말로 쏟아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오로지 자기 욕심에만 사로잡혀 ‘건강한 판단’을 못 하는 도척이란 소리를 들어야 할지 모른다.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 않은 채 자신이 순임금이며, 자신의 악이 선이라고 착각하면서.
  • 백종원, 정계 러브콜 입 열어..

    백종원, 정계 러브콜 입 열어..

    ’대화의 희열2’ 백종원이 국정감사 뒷이야기를 푼다. KBS 2TV ‘대화의 희열2’은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단 한 사람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원나잇 딥토크쇼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1인 게스트의 진솔한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는 중. MC 유희열을 필두로, 소설가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기자 신지혜 등 다채로운 패널 라인업을 갖추며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토크를 펼치고 있다. 시즌2 첫 게스트로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출격해 화제를 모았다. 탁월한 장사 수완과 구수한 입담으로 요식업계는 물론, 방송계까지 열광시킨 백종원. 이런 그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 돌연 출석해, 뛰어난 언변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쳐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한 백종원의 국정감사 뒷이야기가 ‘대화의 희열2’ 방송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백종원은 국정감사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되게 무서워요”라고 말하며, 잔뜩 긴장했던 당시 심경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딱딱했던 처음 분위기와 달리 백종원은 국정감사 현장을 ‘요식업 특강’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백종원은 그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고 수줍게 말해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고. 특히 시즌2에 새로 합류한 신지혜는 기자다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백종원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백종원의 국정감사 참석이 정계 입문의 포석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것. 신지혜는 3당 의원들의 러브콜, 중소 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설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백종원은 거침없이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과연 백종원은 자신을 둘러싼 정계 진출설에 대해 어떤 대답을 들려줬을까. 유희열과 패널들을 놀라게 한 백종원의 솔직한 답변과, 그가 직접 털어놓는 국정감사장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는 ‘대화의 희열2’에서 공개된다. 유일한 당신과 무한한 이야기, ‘대화의 희열2’ 백종원과의 2번째 대화는 3월 9일 밤 10시 45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시진핑 ‘흰머리’로 등장…중국 지도부 전통 ‘까만 머리’ 깼다

    시진핑 ‘흰머리’로 등장…중국 지도부 전통 ‘까만 머리’ 깼다

    시진핑(65)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지도부가 20년간 고수해왔던 ‘까만 머리’ 전통을 깨고 ‘흰 머리’로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자매지 잉크스톤뉴스는 시진핑 주석은 매년 3월 열리는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흰머리로 등장했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그동안 중국 지도부는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기 위해 칠흙같은 머리를 유지해왔다. 흰 머리는 은퇴한 지도자나 비리 문제 등으로 낙마한 당 간부 등의 전유물이었던 점을 보면 시 주석의 변화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경륜과 지혜를 갖춘 나이 든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흰머리를 일부러 노출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지난해 개헌을 통해 종신 집권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정도로 절대권력을 확립한 만큼,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정숙 여사 편지 받은 ‘칠곡 가시나들’이 눈물 흘린 사연?

    김정숙 여사 편지 받은 ‘칠곡 가시나들’이 눈물 흘린 사연?

    김정숙 여사가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에게 책주머니와 편지를 전달했다. ‘칠곡 가시나들’ 제작사 단유필름은 “7일 칠곡 복성2리 배움학교에 김정숙 여사의 선물이 전달됐다”며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프린팅한 책주머니 여덟 개에 할머니들 각자의 ‘서명’이 따로따로 인쇄돼 있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4일 영화를 관람한 김정숙 여사가 보낸 편지에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쓰고, 처음 편지를 쓰고, 처음 우체국에 가고, 아무도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던 세월을 건너, 가수라는 꿈을 찾아 노래자랑에도 나가고…. ‘너무 늦은 처음’, 하지만 이제라도 스스로 찾아내신 ‘그 모든 처음’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이제 ‘가시나들’이라는 말은, 나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패기, 나이에 꺾이지 않고 설렘과 기쁨의 청춘을 살아가는 지혜, 유쾌하고 호탕한 유머와 사려 깊은 통찰…. 그런 말들로 다가옵니다. 과거와 추억 속에 살지 않고, 날마다 두근두근한 기대로 오늘을 사는 칠곡 가시나들의 ‘내 나이 열일곱’이라는 선언에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응원이 담겼다.단유필름은 특히 “‘나는 박금분’, ‘나는 곽두조’, ‘나는 강금연’, ‘나는 안윤선’, ‘나는 박월선’, ‘나는 김두선’, ‘나는 이원순’, ‘나는 박복형’ 당당하게 말하는 그 이름들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라는 대목에서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라는 질곡의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을 통해 나이 듦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한 것에 대해 김정숙 여사는 “‘칠곡 가시나들’의 즐거운 감탄이 더 많은 사람에게 번져가도록 해야겠습니다.”라며 고령화 시대의 정서적 복지에 대한 다짐을 드러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1930년대에 ‘가시나’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박해와 가난 속에서 한글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80줄에 들어 한글을 배우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일상의 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낙연 총리 “차량 2부제 안 지키는 공직자 인사 불이익”

    이낙연 총리 “차량 2부제 안 지키는 공직자 인사 불이익”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일부 공직자는 차량 2부제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정한 대책도 따르지 않는 공직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제도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솔선수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관용차량 운행 제한을 강화하든가 2부제를 적용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직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음에도 일부 공직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또 “환경부는 주무 부처로서 더욱 확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며 “환경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무 부처는 주무 부처다워야 한다”며 환경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지시했다. 그는 “미세먼지를 완화하려면 정부와 국회의 비상한 노력과 함께 국민 여러분의 고통 분담도 불가피하다”며 “국민들께서 분담할 고통은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 그 점을 이해하고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국회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늘부터 열린다”며 “민생과 개혁 관련 법안의 처리를 이제라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13일이면 국회가 미뤄왔던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야당도 과거 정부의 미세먼지 실태와 대처 경험을 생각하며 지혜를 내주는 등 함께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1349달러를 기록했고 실질 경제성장률도 2.7%였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급속한 노령화와 노인 빈곤층의 급격한 증가 등에 따른 저소득층 확대와 빈부격차 심화가 특히 엄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의 중장기적 흐름을 주시하며 효율적으로 대처하되, 당장 생활이 어려운 국민께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어제 민주노총 총파업은 (규모가) 예상보다 많이 축소됐다”며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자제하고 사회적 대화에 동참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세월호 인터뷰 논란’ 홍가혜, 방송 출연 “거짓말쟁이 아냐”

    ‘세월호 인터뷰 논란’ 홍가혜, 방송 출연 “거짓말쟁이 아냐”

    ‘세월호 인터뷰 논란’ 홍가혜씨가 ‘거리의 만찬’에 출연한다. 8일 KBS 1TV ‘거리의 만찬’에서는 대한민국 언론을 파헤쳐 보는 시간을 가진다. 1인 미디어·인터넷 뉴스 등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는 여전히 방송 뉴스다. ‘거리의 만찬’ 세 MC는 뉴스가 얼마나 신중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보기 위해 KBS 보도국을 찾았다. 오랜만의 KBS 방문에 들뜬 박미선은 선거 활동을 방불케 하는 인사 세례를 했다는 후문. 세 MC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뉴스 스튜디오까지 입성했다. 심지어 이지혜는 기자들이 뉴스 영상 리포트를 녹음하는 더빙 룸에서 기자 뺨치는 발음으로 트럼프 성대모사를 해 녹화장을 폭소케 했다. 또한 뉴스 제작 과정을 알려주기 위해 KBS 이경진 기자가 세 MC를 찾아왔는데. 그녀가 들려주는 보도국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는 일반인에게 주홍 글씨와 같다. 이들에 대한 기사는 검증 없이 전파되고, 기정사실화되어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잘못된 보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곤두박질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이 거대한 언론을 상대로 진실을 위해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경험했던 두 사람이 ‘거리의 만찬’을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촉구를 위한 인터뷰에 응했던 홍가혜 씨. 인터뷰 당일 그녀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 수만 663건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실에 대해 사실 검증 시도를 하는 자는 없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허언증 환자, 희대의 사기꾼이 되고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순식간에 구속까지 된 홍가혜 씨.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거짓말쟁이라는 그녀의 허물은 여전히 벗겨지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허위 보도량에 비해 진실 보도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삼성 공장 산재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무려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싸워온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반올림. 그들이 맞선 상대는 삼성만이 아니었다. 협상 때마다 삼성 편에 서서 반올림을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억지 주장을 펼치는 단체‘로 매도했던 언론. 두 사람 모두 허위 보도 피해자들이었다. 홍가혜 씨는 자신을 허위 보도한 언론사 23곳에 승소했다. 특히 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 6천만 원 판결로, 일반인의 언론사 상대 최고 손해배상이라는 결과를 품에 안았다. 황상기 씨가 대표로 있는 반올림 또한 언론사 4군데를 상대로 승소했다. 하지만 언론이 낙인찍은 상처는 낫지 않았다. 故 유미 씨의 죽음 이후 황상기 씨의 아내는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세월의 연속이었다. 가혜 씨는 본인도 자신을 믿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였다는데. 그녀는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야기를 듣던 박미선은 홍가혜 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김지윤은 “언론은 권력으로부터의 워치독(감시견)의 역할 제대로 해야 해”라며 현재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제 자식만큼은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가혜 씨, 그리고 딸과의 약속 때문에 지쳐도 포기할 수 없었다는 상기 씨. 이들이 ‘거리의 만찬’에서 다시 쓰는 그들의 기사는 무엇일까. 사람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주는 언론. 그 창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일까. 또 언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박미선은 기사를 보도할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며 보도에 대한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그 말에 이지혜는 “보도로 인한 피해는 깨진 유리 같아, 무서워”라며 섬세한 감성을 드러냈다. 또한 기사를 접하는 우리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KBS 1TV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파키스탄 넘어 베트남 모델로/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파키스탄 넘어 베트남 모델로/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북한도 핵 보유와 관련, 제2의 파키스탄이 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수용 불가”라는 답변이다.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인도 등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의 실질적 핵보유국들이다. 이들은 핵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다. 이들처럼 핵을 보유한 채 미국과 공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의 오랜 바람이자 목표였다. 1993년 NPT에서 탈퇴한 북한은 NPT 체제 밖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시도했고, 2017년 11월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과 탄도미사일 이외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고, 빅딜 수용을 설득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지난 3일(현지시간) 하노이 회담 관련 이 같은 전언은 미국의 입장을 선명하게 확인시켰다. 하노이에서 미국의 강경 태도에 충격을 받고 합의도 못 얻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이어 자신을 ‘변화를 시도하는 보통국가의 젊은 지도자’로서 지구촌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는 김일성 주석이 1958, 1964년 두 차례 호찌민 등 베트남 지도부와 양국 우의를 과시했던 곳에서 소원해졌던 두 나라 관계를 정상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하노이는 체제 유지 속 경제개발과 국제사회 복귀라는 ‘공산당 일당 통치국가’ 베트남의 성공을 상징한다. ‘반외세 항전 성지’에서 이틀 동안 만감의 교차를 경험했을 36세의 김정은은 베트남식 경제 개발 모델에 호감과 기대를 숨기지 않아 왔다. 그는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도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베트남전(1964∼1975)으로 민간인 200만명, 북베트남 군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베트남은 미국과 공동 번영의 미래를 선택했다. 두 나라 교역 규모는 1994년 4억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00억 달러(약 67조 6620억원)로 133배나 늘었고, 포괄적 동반자 관계 속에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전 종전 43년 만에 지난해 3월 다낭에 들어온 미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과시했다. 평양으로 돌아간 김 위원장이 핵을 가진 파키스탄 모델을 단념하고 상생의 베트남 모델로 나아갈 결심과 준비를 할까. 베트남은 핵을 갖지 않았고, 파키스탄·인도는 지정학적으로나 국제 역학관계 등에서 북한과는 전혀 다른 맥락 속에 있다. 이는 핵 문제 해결 없이 북한이 베트남 모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주민의 70%가 장마당 등 시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할까.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로서 상생하는 베트남 모델을 김 위원장이 의미 있는 미래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조건과 주변 환경 등 생태계 구축에 외교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반도·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을 향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비전 제시를 기대해 본다. jun88@seoul.co.kr
  • [문화마당] 시험을 치르는 자세/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시험을 치르는 자세/강의모 방송작가

    시험 보는 날 아침엔 늘 아팠다. 아니, 아프고 싶었다. 천재지변을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 과정을 끝낼 때 무엇보다 신났던 건 지긋지긋한 시험들과의 작별이었다. 교문 밖에 더욱 고된 시험이 줄줄이 대기 중이란 걸 미처 몰랐으니까. 학교 시험을 벼락치기로 버텼다면, 이후엔 무모함과 배짱으로 통과했다. 해마다 연초에 방송작가협회 회원 건강검진이 진행된다. 이 시험은 벼락치기도, 배짱도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평소 아무리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해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질병을 막을 길은 없다. 게다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약화를 어쩔 것인가. 그저 고분고분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읽은 책 중에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여행 에세이가 있다. 아흔 살 노마 할머니가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자마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암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한다. 이 책은 인생의 마지막 1년 동안 아들 부부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닌 미국 일주 기록이다. 마침 각별하게 지내는 지인의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중이어서 더욱 절실하게 읽혔다. 노마 할머니는 수술과 치료, 재활 과정을 설명하는 의사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외친다. “난 아흔 살이나 먹었어요. 이제 길을 떠날 참이라오. 더이상 병원 진료실에는 1분도 있고 싶지 않아요.” 아들은 어머니에게 치료 대신 여행을 제안하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맥주나 와인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으면 그 정도의 기쁨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유로든 요양원 시설에서 나오고 싶으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로 아침 식사에 나올 메뉴를 먹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고, 맨발로 잔디를 걷고 싶으면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현실에선 심히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과 대면하기 전까지 최소한의 자존감과 품위를 유지하고 싶은 건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그들은 여행기를 올리는 블로그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위도가 변한다. 태도도 변한다.’(Changes in Latitudes, Changes in Attitudes) 최근에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고 저자 엄기호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통의 ‘곁’이라는 위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힘들고 외롭고 고단할 고통의 옆자리. ‘곁’이란 말이 새삼 애잔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고통의 당사자와 그 곁을 지키는 사람 사이에 고통을 매개하는 간극과 시야가 필요하다고, 함께 걷거나 같이 음식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 역할을 해준다고 말한다. ‘드라이빙 미스 노마’를 처음 읽을 때는 노마의 용기에 감탄했다. 그러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만난 후엔 여행이라는 완충지대를 마련해 고통의 곁을 훌륭하게 지켜 낸 아들 부부의 지혜 쪽으로 감동의 무게가 기울었다. 혹여 내가 중병에 걸린다면? 아직은 내가 겪을 고통보다 어쩔 수 없이 내 곁을 지켜야 할 사랑하는 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먼저 눈에 밟히니까. 어쨌든 올해도 조신한 자세로 정기고사를 치렀고, 이제 성적표를 받을 일만 남았다. 결과 메일이 올 때까지 모든 걱정과 두려움은 일시 중단. 시험 끝나자마자 책가방 던지고 놀러 나가던 그 시절처럼 잠시라도 해방감을 만끽하자.
  • [길섶에서] 지공거사/박록삼 논설위원

    ‘지공거사’. 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을 점잖게 일컫는 말이다. 65세가 넘어 지하철을 무료 탑승하니 좋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그리 부실하지 않은데 세상이 자신을 강제로 노인 취급한다는 자조적 느낌도 실려 있다. 한국 사회 노인은 두 가지를 연상시키고 생각이 서로 뒤엉키게 한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을 흘겨보거나 꾸짖는 노인들이 가끔 있다. 미세먼지가 자욱하건 말건 태극기, 성조기 하나씩 손에 들고 시청 주변 휩쓸며 생각 다른 이들과 대거리도 서슴지 않는 노인들 또한 있다. 그 혈기방장한 에너지만 보면 연령으로 노인 여부를 따지면 안 되지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국내외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가난의 멍에를 벗어던지려 몸부림쳤던 치열하고 고단했던 청춘이 떠오른다.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혜로움과 너그러움이야말로 늙음의 특권이다. 많은 이들은 그 특권을 충분히 누리며 다음 세대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수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 무료 승차 대상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려 한다. 적자 탓이다. 자칫하면 노년의 삶을 집 안에만 묶어두게 될 수도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자 해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youngtan@seoul.co.kr
  • [기고] 제주2공항 환경과 안전 잡을 수 있다/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기고] 제주2공항 환경과 안전 잡을 수 있다/예충열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제주공항의 혼잡과 불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600만명이 정원인 제주공항을 지난해 2900만명 이상이 이용했다. 제주공항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한계를 넘었다. 국민 대다수가 제주공항의 혼잡을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짐과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엔 앉을 곳도 없다. 수시로 지연되는 비행기와 항공편을 못 구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제주공항의 포화로 생겨난 풍경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제2공항이 건설되지 않으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제2공항 건설은 현재 제주공항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경제효과도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공항건설은 4만개 일자리와 4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15년 제주공항 확장과 공항 폐쇄 후 신공항 건설, 공항을 유지하며 제2공항을 건설하는 3가지 방안 중 소음피해, 환경훼손 등이 가장 적은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입지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자 유례가 없는 입지 선정 재조사 용역을 진행하면서 2년간 수십 차례 대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제2공항 건설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주민 대화와 기본계획 용역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라면 2025년 개항이 쉽지 않다. 갈등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선 먼저 정부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을 위한 세밀한 이주 계획과 보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소음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제주도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오름 등의 훼손이 발생하지 않게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필수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 시민단체도 제2공항 필요성에 대해 대승적으로 인정하고, 주민 의견이나 환경적 피해가 계획단계에서 간과된 점이 있는지 확인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대립은 국민과 제주도민의 행복을 위해서 좋지 않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사고 우려도 간과해선 안 된다. 참여와 포용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며, 제주의 환경가치를 보존하고, 현 제주공항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씨줄날줄] 솔로몬과 한유총/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솔로몬과 한유총/박록삼 논설위원

    솔로몬은 강한 왕권을 휘두른 이스라엘 왕이었다. 특히 그는 인류사에서 ‘지혜의 상징’과도 같은 이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난처한 상황 속 소송 판례를 보여 주는 과거 어떤 TV 프로그램 제목이 ‘솔로몬의 선택’이었을까. 사실 유대인 입장에서 보면 그는 사후 이스라엘 왕국을 분열시킨 실패한 왕이었다. 1000명의 처첩을 둬 불성실한 지아비로, 금은보화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드러내는 등으로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 그럼에도 지혜로운 판관의 상징을 훼손하지는 못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재판을 남겨 둔 덕이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니 짧게 소개하자면 두 여인이 갓난아이를 들고 와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다툴 때 솔로몬은 칼을 꺼내고서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지라”고 판결한다. 가짜 어미는 “왕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한 반면, 생모는 울면서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해 자연스럽게 생모를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모성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 주된 교훈이다. 3000년 지난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일부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실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각종 지원금 및 세제 혜택을 받는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추진 뜻을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지난 4일 에듀파인 도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개학연기’를 강행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1995년 창립한 한유총은 2002년 공립단설유치원 설립,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2012년 누리과정 도입, 2017년 재정지원 확대 요구 집단휴원 예고 등 각종 집단행동으로 여러 교육정책을 무산시키곤 했다. 한유총의 ‘든든한 빽’은 바로 유치원생들이었다. 학부모들은 혹여 우리 아이가 다칠까 걱정하는 ‘솔로몬 재판 속 생모’의 심정으로 그들 편을 들어줬고, 정부는 이들과 번번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한유총의 홈페이지 소개글을 보면 ‘사랑과 정성으로 교육하여 즐거운 기억만을 갖도록 하겠다’며 사립유치원 연합체로서 믿음직스러운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치건 말건 제 이익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가짜 어미’가 누구인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쏟아지는 비난과 반대 여론,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뒤늦게 확인한 한유총은 부랴부랴 백기를 들었지만 신뢰는 이미 깨지고 말았다. 솔로몬이 한국 땅에 환생한다면 내려줄 지혜가 궁금하다. 유치원생을 등에 업고 학부모와 정부를 협박하며 제 주머니를 채우는 사립유치원장에게 정신이 번쩍 나는 판결을 하지 않을까.
  • [황제의 옥새1]일제 맞서 조선 구하려는 두 명의 서양인

    [황제의 옥새1]일제 맞서 조선 구하려는 두 명의 서양인

    올해는 3·1운동 발발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서울신문은 100주년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인을 위해 기꺼이 모험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다음은 러일전쟁(1904~1905)이 끝난 뒤 ‘조선의 형제’를 자처하며 한반도 침탈에 나선 일본이 벌인 일들에 대한 기록이다. 또 수백년 간 조선의 왕들이 비밀리에 간직해 온 유물이자 종종 왕국에서 위대한 일을 해 낸 옥새에 대한 비화이기도 하다. <제1장> 헝클어진 곱슬머리 중년 여인 한때 명쾌하고 정곡을 찌르는 지혜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얼간이가 된 나(이 소설의 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인 빌리)는 하등 관계도 없는 작은 나라가 위험에 처하자 조상의 지혜가 담긴 격언에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불에 데인 개는 불을 무서워한다”라는 말을 거스르기로 한 것이다. 이 말은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거나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처럼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반대한다. 개도 개 나름이고 불도 불 나름이니까. 내가 아는 ‘해피’(Happy)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 전에 자동차에 치어 눈과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그런데 휘발유로 움직이는 마차가 또 한 번 해피에게 달려간다고 하자. 과연 그 녀석은 괴물을 보고 저 멀리 도망깔까. 아니다. 남은 3개의 다리와 한 쪽 눈으로 다시 한 번 그놈과 맞부딪히려고 할 거다.나와 베델은 그런 부류의 인간이다. 우리는 러일전쟁이 끝난 뒤부터 ‘조선의 형제’를 자처한 일본이 대한제국에 지른 불에 심하게 데였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불 속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또 한 번 크게 다칠테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우둔하지만 행복하고(happy) 유쾌한 개니까. 그 불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가만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번역자주: 소설 속 화자인 빌리가 ‘불에 심하게 데였다’고 말하는 것은 이 소설의 전편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에서 두 주인공 베델과 빌리가 조선의 황제를 중국으로 망명시켜 을사늑약 체결을 막으려다가 실패한 것을 뜻합니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선조들의 지혜를 거스르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오직 우리처럼 바보같고 혈기왕성한 청년들만 이런 짓을 한다. 나는 집(뉴욕 브루클린 소재 고급 아파트)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저 아래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축음기로 ‘겨자가 너무 많아요’(20세기 초 발매된 미국 재즈음악)를 듣고 있을지 가늠해보고 있었다. 이곳은 너무도 평화롭고 무료했다. 문득 내 오랜 친구 베델이 슬픔에 잠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조선)에서 다시 한 번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려고 마음먹은 것 같아 걱정이 됐다. 이제 다시 한 번 그를 도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는 친구니까.흔히 보험업자들은 증서 뒷면에 “신의 행위나 화재, 홍수, 공공의 적의 도발” 등에는 지불 의무가 없다는 면책 조항을 적곤 한다. 과연 이들은 일본에게 점령당한 조선 땅으로 다시 들어가 분란을 일으키려는 우리를 받아줄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 없겠지. 몇 년 전 우리는 조선의 황제(고종)를 중국 상하이로 모셔가려고 했다. 나와 소녀(전편에 등장하는 러시아 스파이), 베델은 황제와 함께 서울 성벽을 넘어 자유를 향해 달아나다가 앞에서 소개한 격언이 말해 주던 일(고종이 일본에 지레 겁을 먹고 조선 탈출 직전 망명을 포기)을 실제로 겪었다. 우리가 기획한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 갔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모험이었다. 일부 아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최근 이 이야기를 잡지에 발표했다. (번역자주: 이 소설의 전편인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1912년 12월 미국의 ‘포퓰러 매거진’에 실렸습니다.) 베델은 조선에서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발간하며 일본을 지독하고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일본은 늘 그를 감시했다. 영국 대사관을 압박해 징역 1년형을 선고받게도 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석방되자마자 서울로 돌아와 신문 되살리기에 열을 올렸다. 끝없이 비틀거리던 제국의 주인(고종)이 한반도를 빠져 나가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을 비난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번역자주: 실제로 베델은 1907~1908년 영국 대사관에서 두 차례 재판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6개월 근신형을, 두 번째 재판에서는 3주간 금고형 뒤 6개월 근신형에 처해졌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영국인 구금시설이 없어 베델은 두 번째 재판 뒤 중국 상하이에서 옥살이를 했습니다.) ‘황제의 옥새’는 2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 술집 심야영업 금지, 오늘 양회 개막

    중국 술집 심야영업 금지, 오늘 양회 개막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 가운데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 3일 개막해 13일까지 이어진다.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도 오는 5일 개막하면서 전국에서 정협의원 2000여명, 전인대 3000여명이 중국 수도 베이징에 모여들었다.올해 양회에서는 각 정부 부처의 업무 보고 및 국가 예산 수립 이외에도 환경 문제, 빈곤 퇴치 등과 관련된 정책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 쟁점은 뭐니 해도 경제 문제로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최저치인 6.6%를 기록했다. 올해는 취업률 하락과 민영기업의 어려움으로 지난해보다 더 낮은 6.0~6.5%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오는 5일 리커창 총리가 정부 업무 보고에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다샤오 잉다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매년 양회의 가장 핵심 이슈는 경제 문제였지만 올해는 내부와 외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경제 정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위원은 “민영 기업을 위한 사업 환경 조성이 이번 양회의 핵심 주제”라며 “지난 몇 년간 민영기업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올해는 취업률부터 국영기업 개혁까지 훨씬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기업의 사업 환경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장과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보복관세 부과가 이어져 온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올 양회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다. 비록 미국이 3월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한 추가관세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 등 양국 간 협의가 진전 국면에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중국은 지방에서부터 개최된 양회를 통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구조적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양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더 나은 발전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각 지방 대표들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금 감면을 통한 기업 부담 해소, 외국 기업에 대한 개방성 강화, 유연한 통화정책을 통한 충분한 유동성 확보,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정책 등이 안정적 성장을 위해 양회에서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지방 대표들이 베이징으로 속속 모여드는 가운데 보안 검색 및 통제도 강화됐다. 중국의 인터넷 만리방화벽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이 이날부터 아예 실행되지 않는 가운데 보름 이상 계속되는 양회 기간에 심야 시간 술집, 클럽 등의 영업도 금지된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금주의 베스트셀러] ‘13주 1위’ 혜민스님… 철학서의 도전

    [금주의 베스트셀러] ‘13주 1위’ 혜민스님… 철학서의 도전

    혜민스님의 신간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상승세가 무섭다. 교보문고가 1일 발표한 2월 4주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13주간 종합 1위에 오르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 철학에 대한 관심을 몰고 온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처음으로 종합 2위에 등극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세계 1위 경영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인 저자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 저작이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다룬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는 18계단이나 올라 어린이 독자들과 부모 독자들에 골고루 인기를 끌었다. 그 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회자된 책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19계단 상승해 종합 24위에 오른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은 대표적인 역주행 베스트셀러다. 그 외에도 ‘연금술사’, ‘그릿’ 등 ‘스타 강사’ 김미경씨가 SNS 채널에서 추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음은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스님·수오서재) 2.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다산초당) 3.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4. 꽃을 보듯 너를 본다(양장본·나태주·지혜) 5.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 (설민석·아이휴먼) 6. 봉제인형 살인사건(다니엘 콜·북플라자) 7.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메이븐) 8. 마력의 태동(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9. 아가씨와 밤(기욤 뮈소·밝은세상) 10.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북플라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선중앙통신 “생산적 대화 이어가기로”…북미회담 결렬 언급 안해

    조선중앙통신 “생산적 대화 이어가기로”…북미회담 결렬 언급 안해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에 서명도 못 한 채 결렬된 점은 언급하지 않고 북미 양측이 새 정상회담을 약속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인 가운데 별다른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났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상기시키지 않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양국 정상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역사적인 노정에서 괄목할만한 전진이 이루어졌다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며 “이를 토대로 북미 관계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6·12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도출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현재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듣고, 실천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북미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전했다.통신은 두 나라 정상이 이번 회담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하여 사의를 표했다”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전한 북미 정상이 추후 만남을 약속했다는 점과 생산적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는 언급,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합의를 앞으로 몇 주간 내로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는 언급에 북한 역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6시 10분쯤 나온 북한의 이러한 보도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약 4시간 전 하노이에서 자청한 기자회견과 달리 대미 비난 목소리가 아예 담겨 있지 않았다. 이 역시 미국과 대화를 지속해 나갈 의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북측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생용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부상도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느낌을 제가 받았다”면서 “다음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혀 북미 간 대화가 당분간 중단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한편 이러한 보도가 북한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결렬을 북한 내부에 알리지 않으려 애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할 때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에도 협상 실무진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보도했는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아무런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에 타격이 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가능성을 남겨 놓으면서도 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3·1운동 100주년 아침에 되새기는 민주주의의 가치

    3·1운동 100주년 아침이다. 100년 전 선대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독립만세의 현재적 의미를 곱씹어 볼 만하다. 더는 식민지가 아니라고 해서, 독립된 나라에서 산다고 해서 그저 3·1운동을 과거의 일로 박제화해 역사 교과서에 가둬서는 안 된다. 정부는 2월 26일 3·1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진 유관순 열사에게 독립유공자 1등급 서훈을 추가했다. 유관순 열사 외에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 영화 ‘암살’의 김원봉 등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의 공훈 및 삶을 재조명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3·1운동 정신의 정수는 평화와 국민 화합, 민주주의에 있다. 이는 21세기에 더 심화해야 할 가치들이다. 100년 전 오늘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전체 인구의 10분의1가량인 200여만명이 참가한 사실 등을 학자들이 새로운 역사적 증거로 찾아냈다. 총칼로 진압한 일본 헌병대에 맞서 비폭력으로 항거했던 탓에 7509명이 숨졌고 1만 5850명이 다치는 등 희생이 컸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받던 여러 나라 민중들에게 민족자주에 대한 깊은 감화를 주었다. 특히 인도의 비폭력 독립운동, 중국의 반제 반봉건 5·4운동 등은 3·1운동에서 비롯된 도미노 효과였다. 한반도는 66년간 ‘전쟁 중단’ 상태지만,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평화 통일은 3·1운동 정신의 정수와 맥이 닿는다. 실제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로 시작하는 100년 전 독립선언문은 인류공영의 지혜를 담은 세계평화 선언문이다. 독립선언문 후반부에서 ‘동양평화로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 평화, 인류 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언했다. 이는 과거 우익세력들이 강조했던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동북아 평화질서의 패러다임 속 한국이 해내야 할 역할을 고스란히 적시한 100년 전 가르침이다. 어제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북미 정상은 기대했던 ‘종전선언’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더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며 평화의 가치를 통해 공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 통합의 과제 또한 3·1운동으로부터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3·1운동에 나선 이들은 남녀노소, 직업, 계급, 지역, 종교의 구분도 없었다. 각자의 처지와 이해관계는 서로 달랐지만, 독립이라는 지상명제 앞에서 화합하고 일치단결했다. 진보와 보수, 종교, 노사, 남녀 등 여러 형태의 갈등과 대립이 얽혀 국가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각자가 가진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범국가적 과제 앞에서는 국민 통합을 이뤄 내야 한다는 당위성은 3·1운동이 우리에게 준 또 다른 교훈이다. 특히 평범한 장삼이사들이 자발적으로 떨쳐 일어났다는 점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를 확인하는 과정으로도 인식된다. 나라의 주인은 왕이나 양반과 같은 특권 계층이 아닌, 바로 국민이라는 인식은 2016년 대통령 탄핵의 촛불집회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듯 3·1운동으로부터 시작한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심화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100년 우리는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왔다. 그 결과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와 문화, 정치 등에서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며 ‘한국식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이 아침 100년 전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화합과 평화,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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