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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무는 ‘토지 의혹’… 李측선 “적법”

    꼬리무는 ‘토지 의혹’… 李측선 “적법”

    끊임없는 ‘의혹, 의혹, 의혹’.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전국 47곳에 걸쳐 224만㎡에 달하는 땅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이 후보 일가가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내 땅을 소유했던 사실과 이 후보 소유의 빌딩 2채가 포함된 서초동 법조단지에 고도제한이 해제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시장퇴임 5일 만에 고도제한 완화 3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법조단지 내 1709의4(지상 5층)와 1717의1(지상 2층)에 있는 이 후보 소유의 건물 두 채는 80년대 초반 법조단지 건설이 예정돼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됐다. 그래서 5층·18m 이하로 건물 높이가 제한돼 왔다. 그러나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3년 5월 서울시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이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결국 이 후보가 서울시장을 퇴임한 지 5일 만인 2006년 7월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고도 7층·28m 이하로 완화됐다. 이 후보측의 박형준 대변인은 “30년간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민원해소 차원이었다.”면서 “전문기관의 용역결과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적법하게 추진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 내 토지 소유 은평구 진관외동 287의3(538㎡)과 288의12(205㎡)에 있는 이 후보 일가의 땅이 은평뉴타운 사업지구에 포함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 시행사인 SH공사가 수용하기 전 이 후보의 큰형 상은(74)씨, 큰누나(77), 여동생(62), 조카(41·이상득 국회부의장 아들)가 땅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 이 땅은 지난 71년부터 3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지 석달 만에 ‘신시가지형 시범뉴타운’ 대상지로 발표됐다. 뉴타운 사업 발표 후 땅값이 크게 올라 이 후보측 일가가 SH공사로부터 최소 11억여원의 보상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땅은 이 후보와 작은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지난 93년 국회의원 재산신고 직전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99년 8월 이 후보의 조카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이 부의장이 재산신고를 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소유권을 임시로 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 후보측의 박 대변인은 “이 땅은 이 후보의 부친이 30년 전 매입해 25년 전 가족들이 공동으로 상속한 것이다. 너무 오래돼 잊어 버리고 있었던 것”이라며 “은평뉴타운 선정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의 지분은 약 43평”이라며 “공동상속 절차에 따라 장남 상은씨가 관리하고 93년 6월 상은씨의 요청으로 매매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 줬다. 이후의 소유권 이전 문제는 이 후보가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親盧주자들 갈라서나

    친노 진영이 범여권 ‘통합로’(路)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후보 중심으로 양분 기류가 감지된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은 대통합신당에 기울어 있다. 반면 유시민·김두관 전 장관과 신기남·김원웅 의원은 당 사수쪽에 가깝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첫 대선주자 연석회의가 열리는 새달 4일 부산지역 전·현직 당원협의회장들 모임인 ‘희망부산21’ 주최 강연회에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당 골간 조직인 당원협의회장들이 나서서 유 전 장관을 초청한 것은 당 재건 운동의 전초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들은 지난 2·14전당대회에서 대통합에 동의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통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민주당까지 포함한 대통합 원칙이다. 현재 친노진영이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시민사회세력의 연대를 일컫는 중통합에 찬성하냐, 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역설이 된다. 대통합 과정에서 이들의 합류를 놓고 통합민주당의 반대와 탈당파 일부의 반대가 온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언제든지 당 사수로 회군할 수 있다. 대통합파들이 ‘참여정부·열린우리당 계승론’을 강경 친노 고립화 전략으로 몰아붙이게 되면 당 잔류 후보들의 연대도 예측 가능하다. 이들이 단 한 사람의 잔류도 없이 대통합호에 몸을 실을 경우, 범여권 지형은 ‘대통합신당 VS 통합민주당’으로 양분된다. 하지만 당 잔류를 선언하면 ‘대통합신당 VS 통합민주당 VS 열린우리당’의 3각구도가 형성된다. 단순한 3각구도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강1약이 될 수도 있고,3강으로 굳어질 수 있다. 이 전 총리의 행보가 관건이다. 그는 친노진영과 함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 사수 의지를 밝힌 다른 친노 후보들이 당에 남을 경우 이 전 총리는 곤혹스러워진다. 친노의 대표성도, 유력 범여권 주자로서의 입지도 흔들리게 된다. 특히 유 전 장관이 거부하고 당에 잔류하면 친노진영은 뚜렷하게 양분된다. 민병두 의원은 “범여권 내부가 대통합 노정에서 (친노진영에 대해)단계 흡수론과 동시 흡수론으로 엇갈려 있다.”고 할 정도다. 이래저래 친노의 선택은 범여권 새판짜기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애끊는 母情 애틋한 父情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서울 임일영기자|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하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27일 오후 1시40분(이하 현지시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프놈펜의 칼멧병원을 찾은 19명의 유가족들은 가족의 영정사진을 부여잡고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시신 신원 확인이 지연된 데다 크메르-소비에트프렌드십 병원에서 냉동시설이 갖춰진 칼멧병원으로 옮기는 바람에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에야 분향소를 찾았다.●“엄마도 데려가야지…” 영정 앞 통곡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분향소 내부에는 사망자 13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었다. 고 이명옥씨의 어머니 서만숙씨는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떻게 사나. 얼마나 산 속에서 무서웠을까.”라면서 “엄마가 대신 가야지. 네가 왜 가냐. 얼마나 착했는데….”라고 울먹이다 쓰러졌다. 고 조종옥(KBS 기자)씨의 어머니인 박정숙씨도 “아이고∼ 종옥아, 왜 휴가를 여기로 왔어.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라며 목놓아 울었다. 아들과 며느리, 금쪽 같은 두 손자를 모두 잃은 박씨는 조종옥·윤현숙 부부 등 4개의 영정을 끌어안고 이름을 외쳐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 황미혜씨의 동생인 황재욱씨도 할 말을 잊은 듯 “누나∼”만을 외치며 오열했다. 오후 2시쯤부터 신현석·오갑렬 대사와 님반다 국가재난관리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통콘 관광부장관 등 캄보디아측 관계자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잠시 뒤 육경건 이사 등 하나투어 직원들이 분향하려 하자 일부 유가족들이 “하지마. 니네가 죽였잖아.”라며 제지하는 소동을 빚었지만 다른 유족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분향을 마쳤다. 유족 대표들은 분향소 뒤편에 마련된 시신 안치소에서 희생자들을 확인했다. 안치소는 화물용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들었으며, 드라이아이스 400㎏을 넣어 시신을 냉동보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팔로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 덕분에 아기 시신이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락사고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시체 수습 작업에 참여했던 현지 교민 문치현(57·용역회사 직원)씨는 “조종석 바로 뒤를 파보니 아이의 발이 보였고 어른 허벅지가 나왔다.”면서 “조종옥씨가 두 팔로 아들 윤민(1)이를 꼭 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그 팔을 펴고 아기 시신을 꺼내는 데 애를 먹은 걸 보면 조씨가 끝까지 아이를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문씨는 교민 의료진과 함께 보코르산으로 달려가 마지막까지 시체를 수습한 뒤 이날 칼멧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신의 염까지 맡았다. 24년 전 캄보디아에 이민 온 문씨는 1997년 9월3일 프놈펜 포첸통 공항에서 베트남 항공기가 떨어져 한국인 21명이 숨졌을 때에도 현장으로 뛰어갔다.“당시엔 불이 나서 시체 수습 작업이 너무 참혹했다.”면서 “거의 10년 만에 이런 사고가 또 나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 당한 일이다 보니 어떤 계기랄 것도 없이 바로 뛰어갔다.”고 털어놓았다.●“항로이탈해 육안식별 비행하다 사고” 사고 원인은 추락 여객기의 조종사가 정기항로를 벗어나 육안식별비행을 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항공당국은 이날 정확한 추락 원인을 찾기 위한 블랙박스 판독작업에 착수했다.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사고기의 조종사가 비록 관제탑의 사전 승인을 받았지만 정기 항로를 벗어나 육안으로 지형을 식별하면서 우회 비행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리는 “바다에서 보코르산 정상 쪽으로 비스듬히 바람이 자주 불기 때문에 항공기가 산에 충돌할 위험을 느껴 조종사들이 자주 산 정상 북쪽으로 항로를 이동한다.”면서 “사고 당일 악천후로 계기비행을 하지 않고 육안식별 비행을 한 것이 확실해 보이며 사고 원인은 악천후와 조종사 과실을 반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현석 주 캄보디아대사에 따르면 조종사와 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 사이에는 25일 오전 10시30분부터 10시50분까지 4차례의 교신이 있었다.‘고도를 2000피트(600m) 정도로 낮추도록 해달라.’는 기장의 거듭된 요청에 관제탑은 ‘산악지방이라 허가할 수 없다. 고도를 내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관제탑 지시 무시한 조종사 이해 못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조종사가 임의로 고도를 강하하거나 자신이 잘 안다고 우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공항 활주로 앞 50㎞ 지점에 해발 1080m의 보코르산이 있었는데도 관제탑에서 ‘당장 고도를 높여라.’라고 하지 않고 ‘너무 고도가 낮지 않나.’란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의문점은 목적지까지 50㎞가 남은 지점에서 조종사가 굳이 2000피트로 고도를 낮추려고 했던 점이다.AN-24기와 같은 소형 민간항공기의 경우 활주로를 20㎞ 남겨 놓고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파이널 어프로치(최종접근단계)’에 돌입한다.그 이전에는 고도를 낮출 이유가 없고 악천후로 위험이 다분한데도 기장은 4차례나 고도를 강하하도록 요청했고, 결국 관제탑의 제지를 무시한 채 고도를 낮췄다. 지난 27일 추락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의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판독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린다.그러나 기장과 부기장간의 대화, 기장과 관제탑 간의 교신이 담겨 있어 원인 분석의 실마리를 제공할 CVR의 데이터를 출력하는 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nomad@seoul.co.kr
  • 초경량항공기 ULM 체험

    초경량항공기 ULM 체험

    # ‘항공레포츠 원조´ 단양 두산 활공장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은 이카루스의 꿈만은 아닐 게다. 누군들 파란 하늘을 바람처럼 날고 싶지 않을까. 행글라이더와 같은 날개에 엔진과 프로펠러를 장착한 초경량항공기 ULM(Ultra Light Motor)을 만나러 단양으로 달려갔다. 국내 최초로 항공레포츠의 시대를 연 곳이다. 단양읍 외곽의 두산 활공장.ULM이 천천히 잔디밭 이륙장에 들어섰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이런 간단한 장비로도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체험 비행의 조종을 담당한 단심무궁협회 김성수씨가 오른발로 힘차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프로펠러가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그리고 잠깐 사이 582㏄ 60마력짜리 엔진이 기체를 힘차게 하늘로 밀어올렸다. 언제 떠올랐는지 모를 정도로 가뿐히 난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발 아래 세상을 조망하는 것이 짜릿하다 못해 전율을 느낄 지경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상단의 컨트롤 바를 왼쪽으로 기울이면서 앞으로 밀자 기체가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그때의 느낌이란. 내 발 아래로 세상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남한강이 굽이돌아 나가더니, 한순간 소백의 준령들이 춤을 춘다. 운 비명이 절로 나온다. 단양이 국내 최고의 활공장으로 평가받는 데는 지형적인 구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 같은 양의 햇볕을 받았어도 산악지역보다 남한강 주변의 자갈이나 인근의 석회암 지역에서 더 많은 열이 발생하면서, 온도차로 인한 상승기류가 생기는 것. 이 상승기류가 패러글라이더나 ULM 등이 더 오래 체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김성수씨의 설명이다. 두산 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도현(46)사장은 “패러글라이딩의 경우 상승기류를 만나면 클라우드 베이스(Cloud Base), 즉 비행 당일 구름의 최고점까지 다가갈 수 있어요. 구름을 징검다리 삼아 수백㎞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죠. 강원도 영월까지는 수시로 가고, 간혹 삼척까지 ‘다녀오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항공레포츠 자랑에 열을 올렸다. ULM 등 항공레포츠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여름과 겨울. 밤낮의 온도차가 일정해 가스트(상승기류와 바람이 만나 형성되는 난기류) 등 악조건이 형성될 소지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정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양에서 ULM 텐덤비행(전문 조종사와 함께 비행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입회비는 10만원, 월회비는 1만원이다.1회 체험비용은 3만원(보험료 포함).10분 정도 단양의 하늘을 돌아볼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도 마찬가지. 단, 텐덤비행의 경우 7만원을 받는다. 단독비행을 위해서는 두달 동안 주말에만 8일교육을 받아야 한다. 단심무궁협회 장성민 총무 (019)423-1169. 글 사진 단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 항공레포츠 관련 단체 국내에는 한국활공협회(www.khpga.org,031-321-2078) 등에서 공인한 패러스쿨 20여 개가 운영 중이다.‘저렴함과 당일비행 가능’을 내걸고 영업하는 일부 사설 업체에 비해 강습비는 다소 비싼 편. 반면 전문성과 안전성이 뛰어나다.ULM 등 초경량 항공기는 한국초경량항공협회(www.kulaa.or.kr/asapro,031-475-2676)에서 공인한 25개 클럽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 ‘나들섬 구상’ 환경공방

    ‘나들섬 구상’ 환경공방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놓은 ‘나들섬 구상’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인천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 등은 나들섬 조성시 발생할 환경 및 경제적 측면의 문제점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서 한반도 대운하 논란에 이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들섬 구상은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북동측 한강 하구 퇴적지 일대에 여의도의 10배 규모인 900만평 규모의 섬을 만들어 남북한 근로자들이 드나들며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경제협력단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즉, 남한의 기술·자본을 북한의 노동력과 결합시켜 북한의 개방을 돕고 통일로 가는 광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리적으로도 나들섬은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유입되는 곳이며 한반도 대운하의 길목이라는 게 이 전 시장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강화군이 지역구여서 지역사정에 밝은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나들섬 대상지는 썰물 시 잠깐 나타나는 갯벌에 불과하다.”면서 “이 일대는 한강 상류에서 흘러온 토사가 쌓이는 곳으로 여의도의 10배에 달하는 인공섬을 만들면 강물의 흐름을 막아 장마철에 한강과 임진강 주변에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비무장지대에 인공섬을 만드는 것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며, 섬을 만드는 데 2조원이나 소요돼 경제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도 나들섬 대상지의 환경 생태학적 중요성을 들어 반대하고 나섰다. 해당지역 갯벌은 세계 5개 갯벌 가운데 하나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희귀한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나들섬이 조성되면 조류가 바뀌어 갯벌 지형이 변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강조한다. 또 나들섬이 조성되면 한강 하구의 3분의2가 막히게 돼 여름철 홍수시 한강 주변의 빗물이 빠지지 않아 심각한 도심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대형 개발사업을 발표하기 전에 면밀한 검토와 조사가 이뤄져야 함에도 정치적 목적에 의해 급조됨으로써 제2의 새만금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나들섬 조성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인공섬을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강화 북쪽에 있는 교동도(1400만평)를 남북협력자유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시는 오래 전부터 북한과 인접한 교동도를 남북교류 전진기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펼쳐왔다. 이 차원에서 강화도∼교동도를 잇는 연륙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고 북한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2000만평 규모로 확장 중인 개성공단은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2.3㎞의 다리만 놓으면 개성과 인천을 잇는 물류단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비행로봇 내년 6월 ‘첫 비상’

    비행로봇 내년 6월 ‘첫 비상’

    조종사 없이 이·착륙을 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 비행기’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인기는 무선통신으로 조종하는 취미용 모형비행기 원리와 항공기 기능을 결합한 비행체이다. 조종사가 임무를 수행하기 힘든 전쟁이나 테러 등의 극한 환경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감시해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무인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공연)의 ‘스마트 무인기’는 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군작전용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넓다. ●헬기와 항공기를 결합한 신개념 항공연이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무인기’는 전장 5m, 전폭 7m에 최대중량 950㎏, 탑재중량 40∼100㎏이다. 보잉 747기의 10분의1 정도 크기다. 최고 속도는 시속 500㎞로 헬리콥터의 비행속도에 비해 약 2배 빠르고 한번 이륙한 뒤 5시간 정도 비행한다. 스마트 무인기는 두 개의 회전날개가 있어 헬리콥터처럼 이·착륙할 수 있다. 전진 비행시에는 프로펠러 비행기가 되는 틸트로터형 항공기다. 우리나라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기술 보유국이 된다. 산악지형과 높은 인구밀도로 활주로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인비행기는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3D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적지 정찰과 전투용은 물론 화산·태풍연구, 통신중계와 국경감시, 산불감시와 오염지역에서의 운용 등 활용 범위가 넓다. 날아다니는 똑똑한 ‘비행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내년 첫 비행 나서 무인기는 유인기에 비해 사고율과 운용단가가 높고 하늘에서 유인기와 충돌위험이 있는 등 문제점도 있다. 여객기가 100만 비행시간당 1회, 경비행기와 헬기가 10만 비행시간당 1회의 사고율인데 비해 무인기는 1000시간당 1회로 헬기보다 100배나 높다. 현 수준에서 유인기와 무인기가 같은 공역에서 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단계기간에 비행체 형태를 확정지었고 공기역학과 시뮬레이션, 풍동시험 등을 거쳐 기본설계를 마쳤다.2009년까지인 2단계에서는 비행체와 부품 및 시스템, 시제기 제작 등이 이뤄진다.2012년까지는 스마트기술과 비행체 기술을 결합해 무인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최종 비행시험을 실시한다. 특히 올해는 무인기 조립과 지상시험을 거쳐 2008년 6월쯤 첫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임철호 항공연 스마트무인기 사업단장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무인비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우주기술의 도약 기대 무인기는 연구개발 역사가 20년인 신생기술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첨단 정보통신 및 정밀기계·전자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집중 연구시 기술선진국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무인시스템에는 무인기 외에 통신과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 무인기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수반된다. 비행제어 컴퓨터 등 관련장비 개발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킨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확정될듯

    ‘화산섬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비상한다.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5일부터 7월2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총회에서 국내 첫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성산일출봉·거문오름 등 묶어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한라산국립공원 등을 한데 묶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등을 모두 보유한 국가가 된다. 총회 일정상 제주는 27일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될 전망이다. 앞서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CUN)은 1여년간의 현지 실사 등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세계 유산 등재기준인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에 있어 세계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며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는 제주를 비롯해 ‘남중국 카르스트 지형’(중국) ‘돌로미테 산맥’(이탈리아),‘프린스 에드워드 군도’(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모두 11건이 자연유산 후보로 올라와 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세계유산위원회는 ICUN의 등재 권고를 수용하는게 일반적인 관례”라며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제주는 이번에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관광지를 꿈꾸는 제주 제주는 한해 500여만의 관광객이 찾아오지만 외국인은 50여만명 10%수준에 불과하고 인접 국가인 중국, 일본, 타이완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일약 세계적인 명소로 떠 오르게 된다. 베트남 하롱베이는 1994년 등재이후 2년뒤인 1996년 관광객 23만6000여명에서 2000년 85만명,2005년에는 15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세계자연유산 등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KSA 프로토너먼트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KSA 프로토너먼트

    지난 3월의 토너먼트 1전을 시작으로 국제대회, 프로암 대회, 정규전 등 10여차례의 토너먼트가 요즘 안동호에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무동력선들이 참가하는 챌린저 리그를 포함해 약 200여대의 모터보트가 참가하는 KSA 프로토너먼트는 시즌 중반을 돌아서면서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회마다 우승권은 5마리 토털 9㎏대를 넘기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종합성적은 정규전만을 종합해 집계하는데, 최근 4전까지 마친 결과를 종합하면 강시원 프로가 박혁순 프로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강 프로는 “올해는 배스의 이동경로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피네스 피싱 위주의 섬세하고 예민한 채비 위주로 포인트 낚시보다는 패턴 낚시를 구사했다.”고 밝혔다. 노출되는 포인트 낚시보다는 가벼운 채비로 꼼꼼하게 공략하는 방법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까지 줄곧 1위를 달리던 박혁순 프로의 공략방법은 프레셔를 덜 받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탐색하면서 배스를 공략했다. 수많은 선수들의 손을 탈 것 같은 그럴싸한 포인트를 제외하고, 평범한 지역을 탐색해 큰 사이즈의 배스를 쉽게 낚아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앞으로 프로 토너먼트 정규 3전을 남긴 현재, 선두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아 관전자들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지금 안동호 배스들은 산란이 거의 끝나 있는 상태. 표층수온도 한낮엔 24∼25℃까지 올라가는 여름패턴 상황을 보이고 있다. 심한 물부족으로 인해 물속에 잠긴 수몰나무가 대부분 드러나 있어 좋은 공략 포인트 역할을 한다. 지류권 얕은 곳에서는 배스가 거의 빠져 있다.. 일찍 산란을 끝내고 휴식기를 거쳐 영양보충을 하려는 배스들이 이른 아침 본류권 4∼6m 수심의 직벽이나 곶부리 등에서 먹이를 쫓아 다니는 장면들이 많이 목격된다. 이런 배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롱 캐스팅이 가능한 톱워터 계열의 루어 사용이 필수적이다. 산란을 끝낸 배스는 루어에 대한 반응이 무척 둔하다. 먹을 기미가 없는 배스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리액션 바이트가 효과적이다. 길게 늘어진 능선과 그 주변에 있는 고사목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배스의 눈앞에 되도록 가깝게 루어를 통과시켜야 한다. 텍사스 리그나 다운 샷 리그 등의 웜 낚시가 효과적이지만, 장애물에 부딪혀 불규칙한 액션이 있어야만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산란하는 데 많은 체력을 소모한 배스는 먹이활동보다는 휴식을 통해 체력을 회복한다. 따라서 낚시하기가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시기다. 적절한 루어를 사용한다고 무조건 입질이 들어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바닥 지형에 따라 루어의 움직임을 고려하며 액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한국스포츠피싱협회
  • [서울광장] 2002년 반미, 2007년 반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2002년 반미, 2007년 반일?/황성기 논설위원

    도쿄에서 일본 정부와 언론에 있는 ‘코리안 스쿨’(한국 전문가) 몇 사람을 만났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대통령 선거와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게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한다. 북·미관계가 2·13합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평양의 판단은 ‘노’일 것이라는 얘기다. 대선에 이르러서는 한결같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선을 뛸 말이 어느 진영에서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2002년 학습효과’가 전문가답지 않게 신중한 태도를 갖게 한 듯 보인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힘을 발휘하던 당시 대선 막판까지 상부에 잘못된 당선 유력자 보고를 올렸을 이들이다.5년 전의 실수는 그들에겐 뼈아픈 트라우마일 것이다.“경마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쉽사리 대선 전망을 점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외무성의 지인은 재미난 얘기를 꺼낸다.“반미로 재미를 본 현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반일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외교부에 ‘재팬 스쿨’(대일 외교 전문가)을 모아서 요직에 앉혀 놓은 것도 반일 사태에 대비한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이다. 반일 카드론은 이렇다. 반미 분위기가 대세론을 뒤집어 엎은 선거가 2002년 대선이었다. 같은 논리로 반일이 이슈가 되어 반일 감정이 달아오르면 친노든, 비노든 중도든 진보든 반 한나라, 비 한나라 후보가 반일을 선점하게 돼 있다. 반일 어젠다는 한나라 후보에 비해 상대적인 열세를 감추고 냉정히 따져야 할 대선의 본질적인 쟁점을 흐리는 환경을 조성한다. 상대 후보를 친일로 몰아세우기는 어렵더라도 반 한나라 후보는 반일 감정에 업혀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 반일의 재료는 독도일 공산이 크다. 양국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았던 독도 인근 해역의 해양조사 같은 ‘사고’를 일본이 쳐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독도와 해양조사 문제는 일본도 물러설 수 없는 일이어서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반 한나라를 위해서는 어떤 ‘외교적 협력’도 지금의 정권이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한국 대선 시나리오 중 하나다. 다만 싸움을 한국에서 걸어서야 효과가 적을 테니 일본에서 걸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따라서 반일 카드는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럴듯하다. 놀라운 일은 한반도를 20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한국 전문가 눈에 현 정권이 선거에 개입하려 들고 개입의 한 수단으로 외교를 이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대선 주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현 정권이다. 선거중립을 요구한 선관위마저 무시하며 전선을 확대하는 중이다. 언론과도 격렬히 대치하고 있다. 전선이 여기저기 구축되면서 색깔도 존재감도, 전선을 펼치려는 목적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내정이 이어진다면 외치도 전선을 펴는 지형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반일 비용이 반미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특정국가에 대한 안티가 국가적 소모란 것은 지난 몇년간 충분히 겪었다. 국정을 놓고 다퉈야 할 대통령 선거판을 북풍이나 태평양바람이 흔들어서는 곤란하다.“외교를 정쟁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될 일”이라며 말을 맺는 지인의 다소 뜬금없는 얘기가 정말 시나리오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사회플러스] ‘비밀누설’ 前검찰총장 유죄확정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4일 검찰의 수사·내사 정보를 누설한 공무상 비밀 누설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승남 전 검찰총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내사 정보를 누설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에게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심리분석실. 행동분석 담당 김재홍 분석관의 눈빛이 번뜩였다. 건너편에 앉은 안모(35·여)씨의 몸짓이 이상했다. 안씨는 2005년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독극물을 먹고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유가족. 하지만 딸의 죽음을 되짚는 안씨의 얼굴에선 분노나 슬픔이 표현되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김 분석관을 경멸하는 표정이나 미소도 지었다. 아무 이유없이 신체의 일부를 만졌고, 입술에 주기적으로 침을 발랐다. 말을 더듬었고 속도도 일정치 않았다. 평소 안씨가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과학수사로 풀 수 없는 범죄 해결 김 분석관은 분석 결과 안씨가 딸을 숨지게 한 범인임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이를 창원지검에 알렸다. 법원은 종합적인 판단 끝에 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안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형기 검사관, 강민국 검사관, 이상현 검사관, 김미영 분석관, 김재홍 분석관, 정재영 실장.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증거도 동기도 없어 과학수사로도 풀 수 없는 범죄. 유일한 단서는 사건 관련자들뿐.‘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실제로 존재하는 행동분석팀(BAU)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다. 범인의 행동과 심리 상태에서 미궁에 빠진 범죄의 열쇠를 찾는 프로파일링을 소재로 한 수사물이다.14일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관들을 만나봤다. 충남 보령에 사는 간호사 윤모(22·여)씨는 퇴근길에 직장 동료 유모(37)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애원도 해보고 고함도 처봤으며 급기야 손에 잡힌 유씨의 흉기로 자해까지 했지만 유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윤씨는 결국 유씨의 어깨를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과 정당방위의 갈림길에서 물적 증거는 없었다. 열쇠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반응뿐이었다. 윤씨는 사건 관련 질문에 답하며 호흡이나 맥박, 혈압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진실 반응을 나타내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윤씨는 석달 뒤 결혼할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3개월 된 새 생명을 잉태한 상태여서 성폭행에 대한 저항이 더욱 격렬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심리·뇌파·행동·진술 등 4가지 동원 심리분석실에서 다루는 분석검사는 심리·생리검사와 뇌파분석, 행동분석과 진술분석 등 모두 네 가지다. 심리·생리검사는 거짓말탐지기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배와 가슴의 호흡 변화, 혈압과 맥박의 변화, 동공의 크기 변화, 피부에 땀이나 닭살 등이 생기는 전류 저항 등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뇌파 분석은 두피에 뇌파 변화를 탐지하는 32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사건 관련자에게 사건 관련 물품을 보여주고 뇌파 변화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용의자 5명에게 피해자의 옷을 보여 줬을 때 범인이라면 이 옷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면서 특이한 뇌파가 생기지만 관련 없는 용의자는 정보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보통 거짓말탐지기를 써도 심리·생리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반응들은 자율 신경계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해 거짓말탐지기는 97∼98%, 뇌파분석은 100%의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로 행동 경향 파악 행동분석은 분석관과 사건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 관련자들이 하는 말실수, 목소리 톤 변화, 응답시간 지연, 말더듬기, 진술의 일관성, 얼굴 미세표정, 눈의 움직임, 응시회피, 자세 변화와 몸 각 부위의 위치 등과 같은 행동 특징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심리분석실에는 6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에 찍힌 개인마다의 고유한 행동 경향을 파악하고 특정 진술이나 질문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한다. 진술분석 담당 김미영 분석관은 “정말 겪은 사건에 대한 진술은 감각 정보가 풍부하고 사건 전후와 중간 가운데 중간상황에 대한 진술을 길게 적는다. 반면 거짓 진술에는 감각 정보가 부족하고 하나의 대상을 부르는 명칭이 자주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0.25초 순간 온갖 표정 나타나 ‘당신의 표정엔 만감(萬感)이 숨어 있다.’ 행동분석은 사람의 수많은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수사기법이다. 국내 최고의 행동분석 전문가인 대검 심리분석실 김재홍 분석관의 설명을 통해 행동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얼굴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봤다. 사람의 얼굴은 수천개의 미세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이 근육 중에는 통제가 가능한 수의근(隨意筋)이 있는 반면 통제할 수 없는 불수의근도 있다. 김 수사관은 약 0.25초의 짧은 순간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미세 표정을 통해 인간의 온갖 감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먼저 눈썹이 팔(八)자 모양이 되고 입술 양끝이 아래로 내려가는 건 ‘슬픔’을 뜻한다.‘분노’를 나타낼 땐 미간이 안쪽으로 몰리고 아래로 내려가며 바깥쪽 눈썹이 위로 올라간다.‘분노’땐 턱을 아래로 내리고 치아를 약간 내보이며 공격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눈이 커지고 눈썹과 눈꺼풀이 들어올려지면 ‘두려움’을 뜻하고 여기서 입이 함께 벌어지면 ‘놀라움’이라는 뜻이 된다. 코에 주름이 생기고 눈이 가늘어지면 ‘혐오’라는 뜻이고 입술에 힘을 주는 건 ‘결의·분노’를 뜻한다. 범죄와 관련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사람이 ‘행복’할 땐 양쪽 입가가 뺨 근육을 통해 살짝 들어올려져 미소 짓는 표정이 된다. 미소에도 진짜와 거짓이 있다. 진짜 미소는 자연스런 긍정 정서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눈 양쪽에 주름이 생기는 반면 거짓 미소는 눈가 주름이 형성되지 않는다. 김 수사관은 “얼굴 미세표정 변화로 인한 감정 표현은 심리상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면서 “이를 고성능 카메라로 찍어 수천 가지 표정에 일일이 번호를 매기며 분석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심리수사 軍에서 시작됐다…1961년 국내 첫 거짓말탐지기 도입 우리나라 심리수사의 역사는 군대에서 시작됐다. 1961년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해 사용한 곳이 군대다. 이후 79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양성교육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8월 대검찰청이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업무를 시작했다.2004년 대검에 뇌파분석이 도입됐고 2005년 행동 및 진술 분석이 추가로 도입되면서 세계 최초로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현재 검찰에는 대검찰청을 포함해 전국 13개 지검에 19명의 심리·생리검사관이 있다. 국내 유일의 행동분석관과 진술분석관인 김재홍 분석관과 김미영 분석관 등 모두 21명이 심리수사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지검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밖에 할 수 없고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만 이뤄진다. 분석검사는 사건 관련자의 동의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요청 외에 사건 관련자도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석을 요청할 수 있다. 심리·생리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졸 이상 학력에 수사 실무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고 검찰 수사관 양성교육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진술과 행동분석관이 되려면 범죄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아직 대법원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수사 증거로 채택되지 않지만 하급심에서는 종종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검사 결과와 판결문이 94% 정도의 수준으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6%도 거짓말탐지기의 오류라기보다는 범죄의 추가 증거가 모자라 판결이 검사 결과와 엇갈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심리수사가 범죄 관련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11) 대학문화의 변천

    ‘6월 민주항쟁’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군사문화가 해체된 캠퍼스에는 그 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채웠다. 당시 자신의 삶보다는 사회 문제에 더 고민이 컸던 ‘386세대’들은 민중 가요와 사회과학 서적, 공동체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서클(동아리) 활동과 총학생회, 전대협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문화에 익숙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기성 세대가 된 ‘386세대’의 눈총을 받을 만큼 다양해졌다. 학문·창작의 자유가 꽃을 피우면서 신세대 문화는 ‘한류(韓流)’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됐다.6월 항쟁 이후 변화를 겪어 온 젊은 세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재조명해 보았다. ●80년대 대학 ‘개인´ 없는 ‘공동체´ 지향 “학생운동 열심히 했던 사람이 회사에 취직하면 적응을 잘 못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직 생활에 익숙하고 조직의 결정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죠. 인적 네트워크도 강하고요.”(대기업 간부 A씨) “싸우면서 닮아간다고나 할까요. 당시에는 대학 문화도 군사주의가 아주 강했지요. 학번에 따라 선배와 후배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선배는 ‘아버지’가 되고 후배는 ‘아들 딸’이 되는 가부장적인 문화였지요. 성차별도 심했습니다.”(회사원 김모씨) 6월 항쟁을 겪은 ‘386세대’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군사문화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당시에 비해 현재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오히려 뜨거웠던 열정이 넘쳐나던 공동체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90년대 이후 공동체 무너지기 시작 1980년대 대학 문화는 저항문화이자 대안문화로서 공동체를 지향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 ‘개인’은 없었다. 황모(39)씨는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릴 때 개인은 항상 맨 뒤였다.”면서 “제일 앞자리는 언제나 통일이나 민중 같은 거대 담론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학생회 조직을 만든 것은 6월 항쟁의 성과였지만 그런 조직구축이 대학 문화가 역동성을 잃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6월 항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과, 단과대, 대학으로 이어지는 학생회 조직, 그리고 각 학교 총학생회를 연결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생겨났다.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위계 구조가 탄생하면서 전대협과 그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학생운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그와 다른 목소리는 소수의 메아리로 전락했다. “전대협이라는 정형화된 틀이 없을 때가 오히려 훨씬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위계 조직의 구심력이 강해질수록 학우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긴 쉬워졌지만 지적인 다양성은 사라졌지요.” 공무원 정모(38)씨는 “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주류가 된 민족해방계(NL)가 ‘공부를 안 한다.’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꼬집는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80년대식 대학 문화는 한계에 부닥쳤다. 새롭게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은 선배들의 문화를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다.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한총련은 사실상 해체됐고 학과 학생회조차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 없는 학생회’로 전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대학생들은 학생회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회원 활동이나 제도권 정당 당원 활동 등을 통해 사회참여 욕구를 발산한다. ●지금 대학생들 “하고 싶은 일 즐겨” “80년대는 대학 문화라는 게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세상에 무관심하지요. 신문도 안 보고 인터넷 포털에 있는 단편적인 뉴스만 봅니다.” 대학 강사 강모씨는 “예전엔 숫자는 많아도 고민은 단순했고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담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소명감과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대학·지식사회 위기… 답이 안보여” “1980년대 진보적 학문공동체 활동을 했던 이들이 90년대 들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대학의 비민주적 관행과 불합리한 체제를 부분적으로라도 변화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 목소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김원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4일 “지식인 사회가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지배적 권력과 투쟁해야 하는 자신의 존재 기반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원인으로 “87년 이후 지식담론은 화폐와 이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지식담론 생산자들도 이를 중심으로 포섭되거나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적 학문공동체가 대학 사회와 기존 학회 등 제도권 지식사회 자체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더 나아가 진보적 학문공동체조차 제도화된 학회와 유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에 대한 정치·인류학적 현장 조사로 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신진학자다.‘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여공 1970, 그녀들의 반(反)역사(2006)’ 등에서 엘리트가 아닌 언저리에 있던 이들을 통해 작은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답이 잘 안보인다.”면서 “한 가지 분명한 건 ‘6월 항쟁 계승’이나 ‘미완의 87년 체제’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87년 직후 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98년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진 한국 지식사회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뿐”이라고 비판하고 “젊은 지식 생산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존재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문학동네 펴냄

    젊은 작가 12명의 육성을 읽는다.66년생부터 75년생까지,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출생연도다.‘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문학동네 펴냄)’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마련한‘금요일의 문학이야기’현장을 그대로 옮겨 놨다. 소설가 박범신이 묻고 젊은 소설가가 답했다. 등단한 지 5년 안팎인 작가들은 유명 문예지들의 추천순으로 정했다. 작품은 박범신이 읽어 보고 작가와 함께 골랐다.‘(함께 웃음)’과 말줄임표 사이에서 젊은 소설가들의 각오·떨림·설렘이 읽힌다. “소설은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보는 방식과 진지한 것을 하찮게 보는 방식이 있어요. 저는 진지한 것을 하찮은 것으로 끌어 내려서 이야기하고 싶어요.”‘최순덕 성령충만기’의 작가 이기호는 읽는 소설보다 들려 주는 소설이 옳다고 믿는다. ‘세이렌’을 쓴 오현종은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아’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작가들은 직무유기라고 잘라 말한다. 문학은 이제 내부 경쟁이 아니라 다른 장르와의 외부 경쟁임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의 신화’로 등단한 손홍규는 글을 쓰면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글을 써보니 더 쓸쓸하고 외롭더란다. 신춘문예에 십년을 내리 낙방한 작가 김도연의 고백에서는 뭉클함과 실소가 뒤섞인다. 습작을 남에게 보여 주기가 창피해 가방에만 넣어 다니기 두세달째. 작가는 술을 들이부었다. 그리곤 아무도 반겨 주지 않는 자신을 반기는 개에게 감격해 끙끙대는 개를 끌어안고 그날밤 소설 한 편을 다 읽어줬다. 작가는 결국 그 소설로 데뷔했다. 젊은 작가들의 말에 조심스러운 진정성이 배어 있다면 박범신의 입담은 쫀득쫀득하다. 후배 작가들에게 농을 건네며 다독이는 솜씨나 의표를 찌르는 화법이 노련하다. 격식과 엄숙함을 벗은 대화는 독자를 주춤거리게 하지 않는다. 박범신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방백이거나 마스터베이션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그래서 문학의 소외는 더 깊어지겠구나, 하고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그들의 고백과 발언이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갈지 쫓아가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소설 문학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수십년 뒤 문단의 지형을 가늠해볼 기록 하나를 얻은 셈이다.1만 3000원.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씨앗의 귀향/함혜리 논설위원

    20세기 초 한국에 온 프랑스인 신부 에밀 타케는 식물학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목포에 정착한 그는 선교활동 틈틈이 한국의 여러 섬들을 다니며 식물 연구에 전념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을 찾아내면 이름도 붙여줬다. 고사리 종류인 ‘드뤼옵트리 타케티’, 찔레꽃 종류인 ‘로자 타케티’ 등이다. 타케 신부는 제주도 한라산을 다녀온 뒤 파리 선교회에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시냇물에서부터 제일 높은 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거리는 약 8㎞인데 이 일대 전체에 걸쳐 다양한 식물군이 펼쳐져 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이토록 많은 식물들을 수집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식물학자로 꽤 명성을 얻었던 벽안의 신부에게 당시의 한반도는 신천지였을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 바다, 들, 하천으로 이뤄진 다채로운 지형은 다양한 식물종이 자라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다양했던 토종 종자들 중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1970∼80년대의 국토개발 등을 겪으면서 사라졌다. 품종 보존이나 유전자원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데다, 수확량이 많고 맛이 좋은 개량 품종을 집중 재배한 탓이다. 국외로 유출된 종자도 수천종에 이른다. 특히 광복 이후 미국의 식물학자들은 한국 재래종자 수천점을 채취해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렇게 확보한 농업 유전 자원을 이용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수집해 간 토종종자 가운데 34종(씨앗 1679점)을 반환키로 했다. 코끼리 마늘, 산부추, 콩, 팥, 녹두, 강낭콩, 배추, 호박 등 국내에서는 멸종돼 찾아볼 수 없는 것 들이다. 반세기 만에 이뤄질 씨앗의 귀향을 바라보는 심정은 솔직히 착잡하다. 우리가 보존했어야 마땅한 것을 남의 나라에서 나눠받는다고 하니 부끄럽고, 그래도 미국의 종자은행 덕분에 이들 종자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불행을 면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부터라도 토종 품종이 가진 유용한 유전자를 종자로 제대로 보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익점이 붓대에 감춰 가져온 목화씨가 우리 조상들을 추위에서 구했던 것처럼 씨앗 한줌이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발언대] 등산객 보호할 산림항공구조대 창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우리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는 최고의 ‘국민스포츠’는 단연코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산림청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산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1회 이상 산을 찾는 등산객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 매주 한 번 이상 찾는 마니아도 20%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산 사랑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등산사고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최근 3년간 1만 2915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해 20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안전장비 없이 산에 오르거나 금지된 등산로,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험한 산길을 오르거나 밤늦게까지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는 등 대부분 부주의한 산행의 결과였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등산객들이 안전 산행을 하도록 계도활동도 펼쳐야 하겠지만, 정부차원의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관리본부에서 ‘항공전문 산악구조조직’인 산림항공구조대를 창설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산불진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국내 산악지형을 숙지한 헬기조종사와 공중 산불진화대원, 구조장비를 갖춘 대형헬기 29대 등을 이용해 연중 전국 산악지역을 대상으로 실족이나 실종, 추락 등의 안전사고자 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등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2005년 제정된 ‘산림·문화 휴양에 대한 법률’에 근거해 산림 안에서 조난, 실종 및 추락사고 발생시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김포의 본부 이외에 익산, 양산, 원주, 영암, 안동, 강릉, 진천 등 전국 7개 지방관리소에 각각 설치된다. 특히 대전 산림청 청사에 마련될 ‘산악구조 상황실’은 전국의 산악사고를 접수해 구조대의 현장출동을 지시·지휘하는 한편 의료기관, 지자체, 경찰 및 소방관서 등 관계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사고자의 안전과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 연수원생에게 전하는 공공기관·기업 변호사의 조언

    연수원생에게 전하는 공공기관·기업 변호사의 조언

    ● 외교통상부 이지형 사무관 “이제 3년차인데 국가적인 관심이 쏠려 있는 일을 전담하다니, 신기하고 뿌듯하죠.”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단 FTA 이행과에 근무하고 있는 이지형(32·여·34기) 사무관은 지난 2005년 2월 입사한 외교부 1기(일반직) 변호사. 연수원에 들어가면서 판·검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능동적인 일을 원해서 처음부터 변호사를 염두에 뒀다. 이 사무관은 “4학기 11월에 외교부의 설명회를 듣고 통상교섭이 나한테 잘 맞는 것 같았고, 결국 교섭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 법이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적당한 일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연수원생 가운데 50여명이 외교부에 지원해 3명이 관문을 통과했다. 이 사무관은 “면접에서는 지원동기와 비전 등을 중점적으로 물었고, 기본적인 법률지식도 물었지만 비중은 많지 않았다.”면서 “영어 면접은 어렵지 않았고, 한국어로 대답한 내용을 영어로 다시 해보라는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수원에서 국제통상법학회 활동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합격자 3명 모두 공교롭게도 통상법학회 출신”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관은 연수원 후배들에게 취업 정보 취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수원에서는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특강의 강사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선택과목이나 학회 세미나 초청 강연 등에는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이 오고, 공무원의 경우 보통 과장급 실무자가 오는데 궁금한 사항도 많이 묻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라.”고 조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LG필립스 법무팀 주범석 과장 “아무리 변호사라고 해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법률을 들고 와 자문해 달라고 할 때는 난감하죠. 회사 변호사는 기업법무에 대한 ‘스페셜리스트(전문가)’인 동시에 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알아야 하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사법연수원 36기의 LG필립스 법무팀 주범석(30) 변호사는 올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입사한 ‘새내기 과장’이다. 그는 “일반 송무는 단순해 보이고 지엽적인 것 같아 처음부터 큰 흥미가 없었고 회사 변호사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기업에 들어가서 일하면 규모 자체가 다르고 일도 역동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입사 과정은 서류지원과 면접으로 이뤄지는데, 법률적인 지식보다는 열의를 중시한다고 한다. 주 변호사는 “연봉을 낮춰도 일하겠는지, 할당 영업량이 있는데 그런 것도 잘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고 약간 난감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무난히 넘어갔다.”고 소개했다. 법무팀의 역할은 계약서 검토 업무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회사에 손해가 날 만한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등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주로 살펴야 한다. 문제 발생시 자문 등이 업무의 3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중요한 사건의 경우 외부 로펌에 아웃소싱을 준 뒤 회사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법무팀이 한다. 그는 “아무래도 조직 생활 경험이 없고 고시 준비하던 사람들은 고집도, 자존심도 세서 회사 문화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반적으로 사내변호사들은 경력직이다 보니 다른 직원들과 화합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금속산업노조 정현우 변호사 “일단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모두 사회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하죠.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 법률원에 근무하고 있는 연수원 35기의 정현우(32) 변호사는 사시를 준비할 때부터 진보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가를 꿈꿔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자원 만큼 분배가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영역도 없다.”면서 “연수원 1년차 때부터 추상적인 꿈을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금속노조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연수원에서 노동법학회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금속노조 법률원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법률학교에 참여했다가 면접을 보게 됐다.”면서 “법률원 직원 전원이 면접관으로 나섰고,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의지가 꺾이지 않겠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물었다.”고 말했다. 노조 법률원에서는 주로 해고, 임금, 산업재해 관련 소송을 맡고, 노동법에 대한 자문도 해주고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산재 사건. 그래서 의뢰인이 “이길 수 있어요?”라고 절박하게 물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한다. 그는 “법을 다루는 이들이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고려하는 노동법적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재산상의 관계나 계약을 규율하는 민법적 시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권고사직의 경우 사실상 강제에 의해 사인을 한 피고용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사인을 하지 않아도 됐을 상황을 원고에게 입증하라고 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HAPPY KOREA] 해외편 유럽(상) 독일 과학도시 울름

    [HAPPY KOREA] 해외편 유럽(상) 독일 과학도시 울름

    |울름(독일) 글 장세훈특파원|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울름은 천재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출생지로,‘과학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인구는 12만명에 불과하지만, 최근 수십만평 규모의 과학기술단지 및 배후주거단지를 조성해 노키아·지멘스·벤츠 등 첨단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했다. 고용 창출 효과만 1만명에 이른다. 단지 조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쯤 되면 ‘부동산 투기 바람’이 휩쓸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땅투기를 잠재우는 ‘큰손’ 역할을 지방정부가 하고 있다. ●도심은 자동차 통행금지… 보행자 천국으로 알렉산더 베치히 도시계획·환경 담당 부시장은 “농지 등이 매물로 나오면 시에서 우선적으로 사들인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이렇게 땅을 매입해 왔으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때는 이중 일부를 팔아 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울름은 전체 3600만평(118㎢)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1210만평(4000㏊)을 보유하고 있다. 과학기술단지도 시 소유 땅에 조성됐다. 개인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치히 부시장은 “과학기술단지 입주 기업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땅은 시가 소유하고,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을 취했다.”면서 “물론 기업이 원하면 분양하며, 이는 시의 재정수익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녹지대 역시 모두 시 소유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도시 북쪽으로만 개발을 유도하며, 나머지 지역은 난개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개발계획 자체가 없다. 공장 신설 등으로 자연을 훼손하면 개발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면적만큼 보존지역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특히 녹지에 대한 보존은 철저히 지형을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 도시의 ‘바람길’ 역할을 하는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는 보존 ‘1순위’이다. 베치히 부시장은 “바람길은 도심내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인 만큼 지역별 기온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울름이 성공한 원인은 개발 못지않게 환경 훼손을 최소화한 균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주민 의견부터 수렴하게 된다.‘밀실 행정’‘깜짝 발표’ 등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도심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커뮤니티센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주민 위한 최고의 선물은 ‘소통과 조화´ 시 심장부에는 160m가 넘는 탑과 전통 고딕 양식을 자랑하는 600년 된 울름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대성당 앞마당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바로 커뮤니티센터이다. 건축 양식에 있어서도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대성당과 커뮤니티센터 사이의 너른 공간은 큰 장터가 선다. 당초 이곳은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하지만 울름은 도심을 ‘보행자 천국’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과감히 자동차 통행을 금지시키고,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꾸몄다. 대성당과 채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시청 주변 주차장 역시 카페와 노천광장 등으로 탈바꿈했다. 베치히 부시장은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도심을 관통하는 왕복 6차선 도로를 뚫었다.”면서 “주민간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이 도로를 통해 새로운 인식이 싹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축소됐다. 빈 공간으로 남게 된 길 중앙부는 지하주차장과 박물관 등으로 채웠다.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 각종 공공시설을 짓기 위해 들어간 부동산 매입비용은 ‘제로’다. ‘소통과 조화’가 울름의 내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울름은 도나우강 왼편에 자리잡고 있으며, 강 반대편에는 바이에른에 속한 노이울름이 있다. 두 도시에 자동차·생명공학·이동통신 관련 1만여개 기업이 몰려 있어 인근 35만명의 생활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두 도시는 구조적·경제적·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얽혀 있지만, 서로 다른 법규와 제도 등으로 수많은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베치히 부시장은 “두 도시가 연관된 문제는 양측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면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shjang@seoul.co.kr ■ “눈을 즐겁게”… 공공디자인의 파격 |빈·잘츠부르크·빈하우젠 장세훈특파원|양은냄비에 담겨진 구수한 설렁탕은 상상하기 힘들다. 공공디자인은 바로 음식의 맛을 배가시키는 그릇과 같다. ●빈 임대주택 기피시설서 관광명소로 서로 다른 화려한 색채와 모양의 창,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으로 이뤄진 내·외부 구조, 널찍한 놀이터와 카페, 건물을 덮고 있는 푸른 옥상정원.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케겔가 3번지에 자리잡은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언뜻 봐서는 값나가는 상업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서민층을 위해 시가 제공한 임대아파트다. 건축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적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가 설계한 곳으로 1985년 완공됐다. 바서는 이곳 외에도 쓰레기소각장 등 이른바 ‘기피·혐오시설’에 대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곳 임대아파트는 10∼15평 규모로 빈에서도 소규모에 속한다. 임대료도 일반아파트에 비해 30∼40% 이상 저렴하다. 자칫 슬럼화가 우려되는 곳이지만, 넘쳐나는 관람객들로 건물 앞은 늘 ‘만원’을 이룬다. 양광식 순천향대 교수는 “이상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시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잘츠부르크 ‘간판거리´ 관광객 북적 소금 광산이 유명했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현재 전체 인구 15만명 가운데 전통적인 임·축산업 종사자는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관광·서비스업 등 3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잘츠부르크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연간 3만 5000달러 이상으로, 오스트리아 전체 2만 8000달러를 웃돌고 있다. 관광의 힘이다. 잘츠부르크가 관광객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음악만은 아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온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 역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모차르트의 생가를 중심으로 많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는 상점마다 독특한 모양의 간판이 내걸려 있다. 불법 간판에 신음하는 우리나라 거리와는 그야말로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문맹자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빵과 가위 등을 상형문자처럼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과 예술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표 상품’이 됐다. ●빈하우젠 자연훼손 최소화한 택지개발 독일 북부의 한적한 소도시인 빈하우젠은 국제적인 상업도시인 하노버와 차로 30분 거리다. 때문에 하노버로 출퇴근하는 도시근로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시 당국은 최근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친환경 생태주거단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에서 택지를 개발한 뒤 주변 땅값의 절반 수준으로 분양하고 있다. 택지개발은 물론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면 주변 땅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상황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총 20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입주를 마친 생태주거단지는 새롭게 조성된 마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다. 건물 터는 기존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렸으며, 마을 진입로는 콘크리트포장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헬프리트 폰도르프 시장은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대신 자연 소재 건축재료를 활용하고, 지열·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토록 하는 등 환경 분야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높다.”면서 “나무 한 그루도 마음대로 베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hjang@seoul.co.kr
  • [부고]

    ●유지형(전 대생개발 사장)지현(전 LG유통 부사장)지영(GS건설 상무이사)씨 모친상 10일 서울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2072-2011●이재락(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장)광락(한강기업 대표)은경(경찰청 청사서점 〃)승락(삼성카드)씨 모친상 박기원(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실장)씨 빙모상 10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2)2650-2742●조주연(순천향대 의대 교수)승연(핵융합연구센터 재료연구팀장)충연(하이닉스반도체 전략기획실 부장)씨 부친상 김길수(미국 해군연구소 연구원)추선엽(전 현대건설 부장)씨 빙부상 10일 서울 순천향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5시30분 (02)798-1421●박영주(전 강원은행 테헤란로지점장)씨 별세 창화(호텔롯데 과장)씨 부친상 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2)392-2099●허용석(고려의원 원장)씨 부친상 신규호(연세의료원 사무처장)이성구(울산대 교수)씨 빙부상 10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30분 (02)392-0499●전영훈(경기실업 상무이사)영숙(유진메트로콤 전무이사)씨 부친상 강대훈(모던스퀘어 대표)씨 빙부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10시 (02)3010-2292●최규철(전 동명중공업 사장)씨 별세 승준(미국 인텔 근무)씨 부친상 박하진(Hjin Lab Korea 대표)씨 빙부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0●성경희(한국화가)씨 부친상 박영진(한국유니세프)유진수(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씨 빙부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6시 (02)3010-2252●조광래(한국오존 대표)일래(뷰티플데이 〃)득래(아프로데이타 〃)씨 부친상 박광덕(세명대 교수)이창영(정부중앙청사경비대 전경대장)씨 빙부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4시 (02)3010-2237●윤준홍(전 부산매일신문 편집국장)대성(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씨 모친상 9일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발인 12일 오전 10시 (051)990-6645●나성수(전 동해펄프 관리이사)화수(비전케미테크 사장)남수(지앤씨월드 〃)씨 부친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3시30분 (02)3410-6917●양승훈(DSH화물운송 대표)씨 부친상 홍재성(의전클럽 대표)이병일(이온피티)씨 빙부상 10일 건국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2030-7905●김성돈(건국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실장)씨 부친상 10일 건국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30분 (02)2030-7901●염기현(자영업)기범(〃)기석(KBS 제주방송총국 기자)씨 부친상 문무창(전주 현대방사선과 원장)씨 빙부상 10일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62)231-8901●김태웅(전 경북상호신용금고 회장)씨 별세 정훈(전 한남체인 대표)정민(제이엠코퍼레이션 〃)민지(민스키친 〃)씨 부친상 구본원(변호사)민홍기(제너럴리 보험회사 소장)이창우(동아석유 전무)씨 빙부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6시 (02)3010-2295●박찬덕(한아물산 대표)찬혁(전 기술신용보증기금 차장)찬엽(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장)찬욱(자영업)찬휘(하나교육 대표)씨 모친상 홍충선(자영업)이규하(〃)정종원(〃)씨 빙모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2)3010-2293
  • [맑은 물 밝은 세상] (7) ‘홍수 파수꾼’ 다목적댐

    [맑은 물 밝은 세상] (7) ‘홍수 파수꾼’ 다목적댐

    기상청은 이달 중순쯤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예보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물난리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인한 돌발·집중호우는 물관리(治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15개 다목적댐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다목적댐의 홍수조절능력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홍수 피해 예방은 다목적댐의 효율적인 물관리에 달려 있다. ●하천유량계수 400대1… 홍수·가뭄 되풀이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만 놓고 보면 홍수나 가뭄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인 데다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수자원관리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전체 강수량의 3분의2 이상이 6∼9월 홍수기에 집중해 내린다. 특히 기상이변에 따른 돌발강우와 특정 지역에 편중된 집중호우로 엄청난 홍수피해를 입고 있다. 하루 강수량이 80㎜이상 되는 호우가 연평균 25회,150㎜이상 내리는 비도 7회가량 된다. 홍수 때 넘쳐나는 물을 관리하는 데 진땀을 빼는 이유다. 국토의 3분의2 이상이 산지이고 대부분의 중소 하천은 급류가 많다. 대부분의 하천 흐름 방향도 남서쪽으로 몰린다. 흙으로 덮인 층이 얇아 가둘 수 있는 물의 양도 한정돼 있다. 때문에 호우 때는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겪는다. 비가 그치고 나면 전국이 가물어 대지가 타들어가는 가뭄 피해에 시달린다. 우리나라 하천의 물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유량변동계수(최대유량과 최소유량의 비율)로 증명된다. 영국 템스강은 유량변동계수가 8대1이다. 미국 미시시피강은 3대1, 이집트 나일강은 30대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 하천의 유량계수(댐 수량조절 이전)는 300∼400대1이나 된다. 문태완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실장은 “기상예측의 불확실성, 수량의 계절적 편차와 하천 유량 변동폭이 커 수자원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강우·홍수 피해↑… 다목적댐 중요성↑ 홍수피해도 엄청나다.2002년 8월 집중호우와 태풍 루사의 위력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강릉에는 하루 870.5㎜가 내렸다. 피해는 사망 209명, 실종 37명,6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었고 8조원이 넘는 복구비를 쏟아부었다.2003년 태풍 매미도 큰 피해를 입혔다.1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도 4조 2000억원이나 됐고 복구에 6조 55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7월 태풍 에위니아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62명 사망,1조 8000억원의 재산피해를 가져왔고 피해복구에만 3조 5125억원을 들여야 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증가한다는 데 있다.100년에 한번 내릴 수 있는 시간당 최다 강우량을 최근 10년 동안 6번이나 넘겼다. 피해액도 4.5배 증가했다. 최근의 기후 변화를 감안, 강우확률모델을 변경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도 물관리는 엉망이다. 예방 사업보다 복구비가 많은 비효율적인 투자를 되풀이하고 있다. 치수 관련 예산은 ‘치수사업비)홍수피해(감소추세))복구비’로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산은 ‘치수사업비(홍수피해(증가추세)(복구비’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상강우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정확한 기후 예측과 사전 예방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홍수 피해를 막는 효자는 뭐니뭐니해도 다목적댐이다.4대강 유역에는 15개의 다목적댐이 건설돼 있다. 하지만 다목적댐 건설은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 수몰지역 재산권 행사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벽에 부딪치고 있다. 전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치수사업에는 게을리하고 엉뚱하게 피해 복구에만 예산을 쏟아붓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우(愚)를 범하고 있다.”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만약 충주댐이 없었더라면… 만약 충주댐이 없었더라면…. 지난해 7월 한강수계 다목적댐(소양강댐, 충주댐, 횡성댐)유역의 평균 강우량은 898.8㎜로 예년(322.3㎜)에 비해 3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7월10∼22일에 내린 비만 충주댐의 경우 619㎜로 예년대비 3.3배나 많았다.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강우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강 유역은 국가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남한강 여주지역과 한강하류의 범람이 우려됐다. 특히 남한강 충주댐(저수용량 27억 5000만㎥)은 계획홍수위(145m)를 불과 0.1m 남겨두고 있었지만 비는 그칠 줄 몰랐다. 건설교통부 홍수통제소와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직원들 역시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24시간 15개 댐 수위를 분석하고 기상을 예측하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댐 상류인 충북 단양 주민들은 마을이 물에 잠긴다며 빨리 수문을 열라고 아우성쳤다. 반면 댐 하류인 경기 여주 주민들로부터는 시내가 잠긴다며 수문을 닫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물관리센터는 그러나 수문을 모두 열지 않았다. 댐 운영 이후 최대인 2만 2650㎥/s가 유입됐지만 40%수준인 9050㎥/s만 조절 방류했다. 결국 충주댐이 여주 시내 범람을 막고 서울 지역 홍수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계속 수문을 닫아둘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댐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류지역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센터는 잠수교 수위가 점차 내려가고 여주지역도 물이 빠진 것을 확인한 뒤 비로소 댐방류량을 3000㎥/s로 늘렸다. 댐은 곧 계획홍수위에서 0.9m의 여유를 보이면서 위급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충주댐으로 유입된 28억㎥의 물 가운데 13억㎥를 하류로 흘려 보내고,15억㎥를 가둠에 따라 하류 여주지점의 홍수위를 3.05m 낮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충주댐 하류 하천변 378ha(100만평)의 침수를 막아 2조 1000억원의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정확한 홍수 조절은 수공이 자체 개발한 ‘K-water홍수분석모형’덕분에 가능했다. 댐 방류에 따른 하류 하천 수위와 홍수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자동 분석하는 첨단 기계다. 물관리센터 황필선 팀장은 “댐관리 전문가와 기상전문가, 전산·통계요원 50여명이 24시간 전국 15개 다목적댐과 용수댐을 지켜줘 홍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다목적댐 홍수관리 어떻게 우리나라 홍수관리는 원칙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이뤄진다. 전국 하천의 홍수관리를 총괄하는 곳은 4대강을 중심으로 설립·운영 중인 홍수통제소(Flood control office)다. 다목적댐은 대부분 하천의 상류에 건설되고 담수 용량이 커 홍수조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목적댐의 효과적인 홍수조절을 위해서는 댐 상·하류를 연계한 댐간, 댐∼하천간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에는 모두 15개의 다목적댐과 12개 용수전용댐이 있다. 댐 수량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리센터다. 홍수 때 수문을 여닫는 의사 결정은 건설교통부 홍수통제소가 지휘한다. 홍수통제소의 의사결정은 그러나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의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를 둔다. 물관리센터는 국내외 기상전문기관으로부터 각종 예보 기초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 자체적으로 댐유역 국지 기상을 분석, 강우를 예측한다. 자동으로 지역별 댐별 홍수정보를 수집하고, 댐 상·하류 수위를 예측한 뒤 댐 방류 시기와 양을 정한다. 이를 홍수통제소에 보내면 수문을 열게 된다. 모든 자료는 1분 간격으로 생산된다. 주요 하천에 설치된 유량 측정기를 통해 수위 변화가 자동으로 센터로 들어온다. 운영자료는 무궁화2호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수신 처리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Seoul In] 버스승강장 주변에 새주소 안내지도

    은평구(구청장 노재동) 연서로, 은평로, 통일로 등 통행이 많은 11개 지역 버스승강장 주변에 새 주소 안내지도를 설치했다. 거리를 잘 알지 못하는 방문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새 주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접지형 지역 지도와 새 주소 지도 250부를 무료로 배포했다.6월 말에는 새 주소를 보다 쉽게 알리는 안내지도를 새로 제작해 제공할 계획이다. 지적과 350-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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