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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 여론조사 (상)] “지지정당 없다” 53.8%… 정치 혐오증 극에 달해

    [신년 여론조사 (상)] “지지정당 없다” 53.8%… 정치 혐오증 극에 달해

    ■박근혜 10.2% 이회창 1.9% 정동영 1.2% 順 이번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실 생각입니까.’라는 항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그 다음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9%,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1.2%,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0.9%,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손학규 전 경기지사 각각 0.4%,김문수 경기지사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각각 0.2%,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0.1% 순으로 나타났다.이같은 결과는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의 대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지지후보 없음’ 33.1%,‘모름·무응답’ 49.9% 등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차기 대선이 자리 잡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다만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경쟁 상대자 없이 독주체제를 구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는 것이다.정치인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구를 지지할지 물어보는 방식이 아니라,이름을 불러 주지 않고 주관적으로 물어본 결과 10% 정도만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것은 아직 국민들의 인지 속에 ‘박근혜는 차기 대통령’이라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40대(11.0%),중도(10.5%),화이트칼라(7.0%),수도권 거주자(9.2%)에서 전국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외연을 확대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50대 이상 고연령층(14.9%)과 영남(15.9%),보수(16.3%)의 지지를 뛰어넘는 포용력을 보이는 것이 박 전 대표의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지지계층이 될 수 있는 여성층에서는 지지도가 9.1%로 남성(11.3%)보다 적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한나라당의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정 최고위원과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는 오 시장,원 의원의 지지도를 모두 합해도 1%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한나라당이 친이·친박의 견고한 계파 구조 속에서 여전히 변화와 개혁에 담을 쌓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은 아닌지 반추해 봐야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정 전 장관,손 전 지사,강 대표,유 전 장관 등을 모두 합쳐도 3%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담함을 넘어 절망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사회에 진보층이 25% 정도 존재하고 있고,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민노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의 지지도를 모두 합치면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형준교수·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한나라 29.7% 민주 9.5% 민노 3.7%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현재의 정당들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8%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혔다.국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인 셈이다.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회가 무법천지로 점철되면서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2007년 12월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45.5%였지만 1년 만에 8.3% 포인트가 늘었다.무당층이 증가한 것은 각 정당의 ‘절대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동일한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해 높은 충성도를 보인 지지층이 대거 무당층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조사결과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지지한 국민의 36.6%가 무당층으로 돌아섰다.정동영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한 국민의 46.4%도 무당층으로 이탈했고 이회창 후보와 자유선진당을 지지한 국민의 61.5%도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이념성향이 뚜렷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예외는 아니었다.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고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국민의 31.3%,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을 지지한 국민의 30.8%도 무당층으로 이탈했다.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라 부를 만한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29.7%로 가장 높았다.이어 민주당(9.5%),민주노동당(3.7%),창조한국당(1.4%),자유선진당(1.3%) 순이었다.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의 승리로 외형적으로는 대승했지만 집권 초기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1년 전 정당지지도 41.8%에 비해 12.1% 포인트나 폭락해 내재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정권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집권 초반 잦은 실정과 여권 내부의 암투,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경기침체 등으로 여당으로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에는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더욱 심각하다.1년 전 조사에 비해 2% 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여전히 9.5%에 그쳐 1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여권이 실정을 거듭함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 무당층이 63.3%로 가장 높게 나온 점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대안정당이냐,선명야당이냐를 놓고 치열한 고민이 예상된다. 충청권의 맹주라고 자처해 온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에서 1.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텃밭에서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자유선진당은 오히려 제주(9.2%)와 인천·경기(2.3%),강원(2.2%) 지역에서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김형준교수·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중도 약진속 보수층 빠르게 감소 “중도 강화 속에서 보수가 침체되고 있다.” 이번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중도가 강화되면서 진보와 보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다.과거에는 진보(40%)와 보수(40%)가 균등한 비율을 보이고 중도(20%)는 미약한 이른바 ‘쌍봉형의 이념 지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보 25%,중도 40%,보수 25% 등 중도층이 두터운 ‘단봉형의 이념 지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이번 조사에서도 진보 25.0%,중도 39.5%,보수 26.2%의 분포를 보였다.특히 30대(54.1%),대재 이상 고학력층(44.3%),중간 소득층(45.3%),전문직(48.8%) 및 화이트칼라(50.2%)층에서 중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국민의 이념적 성향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사항은 보수 세력이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고,총선에서 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지만,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보수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2007년 12월 조사에서는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33.3%로 나타났지만,이번 조사에서는 26.2%로 7.1% 포인트 하락했다.반면 진보층은 같은 기간 24.7%에서 25.0%로 큰 변화가 없었다.중도는 36.1%에서 39.5%로 3.4% 포인트 증가했다. 보수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의 위기’ 때문으로 보인다.보수는 정권교체를 달성한 뒤 추동력과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있다.사회의 다원화,시민 사회의 성장,새로운 안보 환경,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 등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대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일체감의 위기도 보수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보수 세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주요 현안에서 유권자들은 보수보다는 진보의 입장을 더 많이 지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한마디로 일반 국민은 아직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가치에 대해 일체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보수의 심각한 분열이다.대선은 끝났지만 친이·친박 간의 여당내 파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두 세력은 ‘보수 정권 성공’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의 손실(실패)은 자신에게는 이득(성공)이라는 지극히 제로섬(zero-sum)적 시각에서 행동하고 있다.당연히 언제 분열될지 모르는 위기를 안고 있는 것이다.특히 지난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표의 친이 주류세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결과적으로 영남 지역의 ‘이명박 정부 거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런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해 국민들의 ‘보수 이탈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김형준교수·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귀여운 대통령?… ‘20살 오바마’ 사진 공개

    귀여운 대통령?… ‘20살 오바마’ 사진 공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학 새내기 시절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있다. 오바마 당선인을 200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17일 ‘오바마의 대학시절’(Obama: The College Years)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옛 사진들을 게재했다. 타임이 공개한 사진은 오바마 당선인이 옥시덴틀 대학 신입생이던 1980년, 동급생 리사 잭의 요청으로 찍은 것들이다. 당시 리사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쓸 흑백사진을 위해 오바마에게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사진에는 스무 살 오바마의 전문 모델 못지않은 포즈와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고 미소 짓는 모습은 지난 선거운동 당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던 오바마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사진을 찍은 리사는 “오바마는 정말 귀엽고 카리스마 있는 모델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진의 필름들은 리사의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그러나 그녀는 잊고 있던 필름을 발견한 뒤에도 사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염려해 선거가 끝날 때 까지 꺼내지 않았다. 리사는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다.”며 “이 사진들은 이제 역사적인 자료”라고 밝혔다. 한편 타임은 “우울한 시기에 야심찬 미래를 그려 나가는 자신감과 미국인의 희망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보여 줬다.”며 오바마 당선인을 2008년의 인물로 선정했다. 오바마 당선인 외에 이번 올해의 인물 후보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세라 페일린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 등이었다고 타임은 밝혔다. 사진=타임 인터넷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봄이 왔으면 국보법이란 겨울외투 벗어야”

    “봄이 왔으면 국보법이란 겨울외투 벗어야”

     1일로 국가보안법이 생긴 지 60년이 됐다.그동안(1961년~2008년 2월) 1만 40 0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반(反)국가활동’이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에 들어맞는 죄목은 많았다.이들 중에는 체포영장도 없이 끌려나와 죽도록 얻어맞고,불법구금을 당하고,있지도 않은 자백을 강요받은 사람도 있다.‘야생초 편지’의 저자로 유명한 황대권(53)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황씨는 뉴욕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반국가 및 간첩 활동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미국에서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이 된 후 국내에 들어와 극렬 학생에게 공작금을 줬다는 혐의였다.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서 60일간의 고문이 이어진 후,30살 청년이 44살 중년이 될 때까지 13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스스로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인 황씨는 “남·북의 집권자들이 정권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국보법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된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고 했다.  황씨는 “세계 어디나 돌아다닐 수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 특정 국가에 대해서만은 접근도 안되고 얘기를 해서도 안 된다는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미 폐지 시기가 한참 지난 국보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이 체제에 기대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이기 때문이다.국가보안법 아래서 60년을 산 것은 마치 겨울에 외투를 입고 있다가 그 속에서 따뜻하고 안전했던 기억 때문에 봄이 와도 벗기 싫어하는 심리와 같다.”고 말하며 국보법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황씨는 현재 생태운동을 하고 있다.생사를 넘나드는 독방 생활에서 맞닥뜨린 야생초,사마귀,파리,개미 등을 보며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그가 2001년 생태공동체운동센터 소장이 되고 2002년 ‘야생초 편지’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다.그런 그가 말하는 국보법 폐지의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국보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같은 이유를 들 거다.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국보법은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경우가 더 많았다.진짜로 국민의 생명이 걱정된다면 형법 제8조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황씨와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많다.지난 11월30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6278명의 서명이 담긴 성명서를 내고 ‘이제 야만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반공이란 명분 앞에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에 인간의 양심,자유,민주주의는 유린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유엔으로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거듭 받아왔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국가보안법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같은날 성명을 내 ‘반국가행위와 간첩행위가 구체적으로 정의되지도 않고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임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혹은 근본적 개정을 권고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말뿐인 사법부 과거 반성] “팔순 노모 눈 감으시기 전에 간첩 누명 제발 벗고 싶어요”

    [말뿐인 사법부 과거 반성] “팔순 노모 눈 감으시기 전에 간첩 누명 제발 벗고 싶어요”

    ‘나는 형사법정에 서는 날을 학수고대한다.27년 전 고문이 두려워 거짓 자백을 했다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귀를 막았던 법원이지만, 그래도 그곳만이 간첩 누명을 벗겨줄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심을 청구했는데도 1년 반이나 대답 없는 법원을 지켜보니 자꾸 두려움이 밀려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무죄래요.’라고 말씀 드려야 하는데 혹시 그때 그 법원처럼 또 우리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면 어쩌나 하고.’ 81년 3월7일 새벽 6시 박동운(당시 36세)씨는 안기부 수사관 3명에 끌려 남산 지하실로 갔다. 그들은 6·25 전쟁 때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남파간첩으로 돌아와 간첩 지령을 했다고 자백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얼굴도 모른다고 하자 끔찍한 고문이 시작됐다. 발가벗겨 공중에 매달아 때리고 얼굴에 고춧가루 물을 부어댔다. 실토하지 않으면 어머니와 아내도 똑같은 고문을 받을 것이라 협박했다. 결국 71년 10월 월북해 조선노동당에 입당했다는 허위 진술서를 작성했다. 농협 진도군지부 예금계장이 24년간 암약한 간첩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 이수례(당시 57세)씨와 동생 근홍(당시 34세)씨, 숙부 경준(당시 48세)씨, 고모부 허현(당시 43세)씨도 그곳에서 박씨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법정에 섰다. 박씨 가족은 법원만이 희망이라 믿었다. 첫 재판부터 몸에 남은 상처와 멍 자국을 보여주며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신체감정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류로 법대를 두드리며 “안기부에서 시인해 놓고 왜 여기서 부인하느냐.”고 오히려 야단쳤다. 그는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94년 광주교도소 교도관을 통해 ‘재심´이란 절차를 처음 알게 된 뒤 그는 법전을 읽으며 다시 희망을 키웠다.98년 8월15일 18년 만에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월북했다고 인정된 71년 10월3~24일, 그가 남한에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다녔다.10월14일 직장을 대구에서 진도로 옮기며 박씨가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표를 퇴거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안기부의 협박 때문에 법정에서 위증했다.”는 동료들의 진술도 나왔다. 지난해 4월 새로운 증언과 증거를 첨부해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해 10월 국가정보원(옛 안기부) 진실위에서도 안기부가 박씨 가족을 간첩으로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법원은 오늘까지 묵묵부답이다. 박씨의 기다림이 간절한 것은, 스물여덟에 남편을 잃고 삼형제를 키우다 고문까지 받은 어머니,4년간 옥살이한 뒤 두 아들의 옥바라지까지 한 어머니, 손가락질하는 동네 사람을 피해 절에 숨어 사신 그 여든 네살 노인이, 이제 혼자서 일어설 수도 없을 만큼 쇠약해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서다. “병원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재판은 어찌 돼가냐?’ 묻는데….” 그는 끝내 목이 멨다.“어머니 가슴에 얹혀져 있는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고 저 세상에 가실 수 있도록 간첩 누명을 풀어주길 부탁한다.” 그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바라며 어머니의 건강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특주라고 마신술 알고보니 양잿물

    E = 동대문구 제기동 판자촌의 대규모 밀주 적발사건은 주당들에 「쇼킹」한 「뉴스」였지. 밀주를 만들때 밀가루에 공업용 색소를 썼고 심지어 양잿물과 횟가루까지 섞었다니. C = 이날 압수한 밀주만도 50섬이나 된다니 엄청난 양의 유해밀주를 애주가들이 마신셈이야. 이들은 겉으로 보기엔 초라한 팟잣집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비밀 통로를 거쳐 집밑에 대규모 지하실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외부사람이 쉽사리 알수없게 된거야. D=제기천에 「펌프」관을 묻어 막걸리 만들때 쓰는 물을 거기서 끌어다 썼다니 특주마시면 배탈이 난다는 말을 이제 알수있겠지. B = 10년동안이나 버젓이 밀주를 만들었다니 누가 봐주지 않고서야 이렇게 해먹을 수 있을지 의문스런 사건이야. 특히 양잿물은 방부제로,횟가루는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쓴맛을 내게하는 약품을 섞고, 색소는 누른 색깔을 내게했다니 극형에 처해야지. [선데이서울 71년 12월 12일호 제4권 49호 통권 제 166호]
  • 반지하방人生 늘고 있다

    반지하방人生 늘고 있다

    “아무리 햇볕이 강해도 이 방으로는 볕이 들지 않아. 여름 내내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살지….” 송선옥(67·여)씨가 살고 있는 서울 강동구 천호시장 뒤 반지하방을 찾은 1일 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러 기침부터 나왔다. 대낮이었지만 10평(33㎡) 남짓한 집은 컴컴했다. 불볕 더위와 습기가 어우려져 옷이 금방 몸에 달라 붙었다. 송씨는 “비만 오면 벽으로 물이 스며들어 전기가 끊기고, 화장실 냄새가 거꾸로 올라온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집 바로 밑의 하수구 냄새로 코를 틀어 막고 산다. 그는 “덥고 눅눅한 방에 있다보면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야. 집앞 쓰레기 냄새와 자동차 매연이 집으로 들어와서 숨쉬기도 힘들어”라고 말했다. 송씨의 남편은 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떴다. 송씨는 남편이 반지하방에 살면서 건강이 나빠졌다고 믿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는 집을 나갔고, 무가지신문을 배포하고 받는 월 50만원으로 중학생 손자(16)와 단둘이 살고 있다. 송씨는 “손자가 몸에서 지하실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집에 친구도 데려오지 않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경기침체와 뉴타운 개발 등으로 반지하방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고 있고, 폭염과 폭우로 힘겹게 여름을 나는 이도 그만큼 많다. 천호동 N부동산 중개사는 “반지하층을 찾는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30% 늘었다.”면서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는데 요즘은 내국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어진 다세대주택에는 반지하방이 딸려 있지 않아 반지하방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반지하방이 딸린 주택은 대부분 1990년 이전에 지어졌다. 이후에는 세대당 주차공간 보유가 의무화되면서 반지하방을 만들 공간이 줄었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여전히 서울시 전체 일반가구(1인 이상 가족으로 이루어진 가구·330만가구) 중 약 10%인 35만 5000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반지하 생활은 건강에 치명적이고, 범죄에도 취약하다. 시민단체 환경정의가 2006년 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상거주자 중 천식진단자는 10.2%였지만 지하거주자는 14.3%였다. 아토피질환은 지상 24.1%, 지하 33.1%였다. 한 경찰은 “도둑들도 가져갈 게 많지 않지만 출입이 쉬운 반지하 집을 많이 노린다.”고 말했다.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최지현 간사는 “주택이 상품화되면서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인 ‘주거권’이 무색해졌다.”면서 “서울시의 ‘주거환경개선정책’도 재개발을 통해 반지하 거주자를 다른 동네 반지하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해양부에서 정한 최저주거기준만 있을 뿐 이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한 대책은 없다.”면서 “정부는 이 기준을 제도화하고 지자체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주 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용산구 넷째주 水 ‘모기박멸의 날’

    1970년대 ‘쥐잡기 날’을 연상케 하는 ‘모기 박멸의 날’이 용산구에서 운영된다. 2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매월 넷째주 수요일을 ‘모기 박멸의 날’로 지정해 골목길과 하수구, 아파트 지하실 등 모기 발생지에 대한 집중 방역소독을 실시한다. 모기 박멸의 날엔 보건소 방역요원과 각 동의 자율방역봉사대원 등 70여명이 동별로 흩어져 동시다발적으로 모기 퇴치에 나선다. 인체 유해성 논란을 빚어온 연막소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오염 피해가 적은 연무·분무소독을 실시한다. 일제 소독은 오는 9월까지 실시되며, 구는 서울시가 펼치는 ‘클린데이’와 연계해 방역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모기 퇴치를 위해서는 서식지에 대한 일제 소독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면서 “모기 박멸의 날에 맞춰 가정에서도 하수구나 지하실, 웅덩이 등에 집중 방제작업을 벌인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할 경우 추가로 날짜를 지정할 계획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어느 고양이’의 무상 행위

    ‘어느 고양이’의 무상 행위

    노년의 렘브란트가 늙고 병들자,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한 친구가 돈을 건네며 말했다. 이 돈으로 몸을 보할 음식이라도 사 먹게나. 그러나 렘브란트는 ‘헛되고 헛되니 헛되도다’라는 성경구절을 되뇌며 그림물감을 사는 데 그 돈을 몽땅 써버린다.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이 홈페이지 인사말에 이 일화를 인용한 속뜻은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가 가장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인문학관, 문인들의 영혼과 숨결이 느껴지는 곳 2001년에 개관한 영인문학관의 시발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남편인 이어령 선생이 《문학사상》을 창간하면서 문인들의 초상화를 표지에 실은 게 첫 걸음이었다. 문인 초상화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기, 그러나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 화가들의 동참으로 생소한 그 작업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화가들은 수록 대상이 된 작가의 작품 내용과 주제를 반영해 특색 있는 초상화를 그려냈을 뿐 아니라, ‘화가의 말’도 직접 썼다. 현재 전시 중인 100여 점의 초상화가 그 시절에 그려진 작품들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의 문학관은 대부분 기념관 형태였다. 영인문학관은 현대문학관에 이어 박물관의 면모를 갖춘 두 번째 문학관인 셈이다. 개관 당시 강인숙 관장은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병원에서 인후암 판정을 받던 날, 그는 그동안 수집해둔 자료 정리에 들어갔다. 암 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이 문학관 개관을 서두르는 것이었다니,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명감’이라고 대답했다. 외국과 달리 박물관의 성격을 띠는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문단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속상한 일이라며. 담담한 그의 얼굴 위로 늙고 병약한 렘브란트의 얼굴이 겹쳐졌다. 홈페이지에서 읽은 <나는 왜 문학관을 하게 되었는가>라는 글 가운데 ‘김동인의 낡아빠진 명함이나 글씨도 판독하기 어려운 이상의 초고를 누가 나만큼 사랑하랴’는 문장도 떠올랐다. 병든 몸이 아니라도 버겁고 힘겨운 그 일을, 강인숙 관장은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해냈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영인문학관은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고 말하기 힘들다.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하니 무심히 길 가다 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약도가 그려진 쪽지를 들고 길을 물어 찾아오는 사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흠뻑 젖어서 들어오는 사람, 부산이나 제주도 같은 원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오는 사람, 그들이 있어 강인숙 관장은 보람을 느낀다. 그렇게 찾아오는 관람객이 하루에 한 명만 있어도 영인문학관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는 강 관장의 말. 이곳을 찾아 발품을 판 사람들이 문학과 예술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장면과 그런 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강인숙 관장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연을 통해 본 성찰의 기록, 어느 고양이의 꿈 “딸 많은 집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말이 있죠? 제가 바로 그 딸 많은 집 셋째 딸이에요.” 신작 에세이를 보여주며 강인숙 관장이 말했다. 교육열이 대단했던 그의 어머니는 열 살 된 아들을 폐렴으로 잃은 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공부만 하고 읽고 싶은 책만 읽으며 중학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철이 들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부를 시작했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스스로가 자유롭다고 느꼈다. 남과 겨뤄서 이기기보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살았다고. 그 딸 많은 집 셋째 딸이 최근에 낸 수필집 제목이 《어느 고양이의 꿈》이다. 고양이는 사람 좋아하고 북적대는 분위기를 즐기던 그의 어머니가 내성적인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기도 하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인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인컬렉션1’이라는 제목이 붙은 1장은 문인들과의 만남과 그 관계에 얽힌 예술품을, 다음 장인 ‘영인컬렉션2’는 한국 민속품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3장 ‘만남의 11가지 패턴’에서는 넓게 관계 맺지 않는 고양잇과의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몇몇 사람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과 예술에 관한 조예가 엿보이는 저작이다. 그는 책을 출간할 때마다 판매부수에 연연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수필은 대중 앞에 발가벗고 서 있는 느낌이라 많이 안 팔렸으면,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어느 고양이의 꿈》을 통해 대중들이 문인을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면 좋겠다고, 그래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주기 바란다는 그의 말에서, 동료와 선후배 문인을 생각하는 살뜰한 마음이 다시 한번 느껴졌다. 문인 초상화전, 상상력과 현실 사이 최근 영인문학관은 이사를 하면서 문인 초상화전 ‘상상력과 현실 사이’를 기획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다양성’이었다. 김삿갓과 신사임당부터 2000년대 들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는 권지예, 정미경에 이르기까지, 대상 문인을 선정하는 데 있어 활동시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은 듯 보였다. 화풍도 전통기법을 답습한 작품부터 간소화된 선만으로 표현된 추상적인 작품까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초상화뿐 아니라 자화상, 캐리커처, 마스크, 흉상, 사진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100점이 넘는다. 화가별로 전시하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초상화는 눈을 그리는 게 가장 까다로운 것 같아요. 특히 작가들의 눈은 더 그렇죠. 눈은 그 사람 내면의 진정성을 드러내요.” 그렇게 말하는 강인숙 관장의 눈도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형형하다. 천생 작가의 눈이구나,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닐 만큼 사진이 보편화된 시기에 초상화전을 하는 의미에 대해 물었더니, ‘진실과의 닮음’이라고 말한다. 사진이 리얼리즘(realism)이라면 초상화는 그리는 이의 상상력이 가미되는 데 변별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상이 가진 개성을 포착하여 창작자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그러면서 대상과의 닮음이 확보되는 것이 창작자가 부여하는 예술혼일 것이다. 시간을 정지시켜 얻어낸 영원. 초상화와 사진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초상화뿐 아니다. 문인서화, 육필원고, 삽화, 지필묵, 작고한 문인의 유품 등은 물론이고 작가들이 기증한 애장품이 수저집에서 장바구니에 이르기까지 전시관을 가득 메웠다. 그중에서도 부채는 강인숙 관장이 유난히 자부심을 가지는 부문이다. 문인부채와 화가부채를 가지고 예전에 전시회를 한 적도 있단다. 그의 긍지를 입증하듯, 영인문학관이 소장한 부채들은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부채를 비롯해 소장 물품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강인숙 관장은 문인들이 죽은 뒤 자녀들이 유품을 나눠가지는 과정에서 전시 가치 있는 물건들이 사라지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전시를 하면 도록이라도 남잖아요.” 그 말에, 누군가는 나서서 문학 관련 자료를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개인 소장일 경우 자료가 온전하게 관리, 보관되기 힘들다는 것도 그의 안타까움을 더 절박하게 한다. 그토록 지극한 애정이고 보니 기증 받은 자료를 전시하지 않고 사장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찍이 앙드레 지드는 ‘무상의 행위’에 관해 설파했다. 《교황청의 지하실》이라는 작품에서 도덕을 초월한 절대적 자유를 실험하기 위해 무동기의 살인, 이른바 ‘무상의 행위’로서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 라프카디오를 등장시킨다. 만약 인간에게 순수한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무동기의 무상 행위이리라. 영인문학관은 강인숙 관장에게 문인과 독자에 대한 사랑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일 뿐 어떤 목적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상의 행위’라 할 수 있다. 글·사진 하재영 소설가     월간 <삶과꿈> 2008년 7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서장님과 도둑의 정중한 회견

    나이 20살에 도둑질은 처음이라는 정길동(鄭吉東)이라는 친구가 봉천동 최(崔)모씨집에 숨어들다가 주인에게 발각되자 급한김에 뛰어든게 지하실. 독안에 갇힌 쥐꼴이 되었는데 목에 칼을 대고, 들어오면 자살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경찰관이 15명이나 출동,「나와라」「못나간다」로 무려 6시간을 대치하다가 노량진서장과 형사과장이 들어가 범인과 마주 서게되었는데 서장과 주고 받은 말이 걸작이야. 범인=『어느서에서 나왔읍니까?』 서장=『노량진에서 나왔다』 범인=『아 이번에 진급하셨지요? 축하합니다』 서장=『나 진급못했다』 범인=『아니 서대문서장 중부서장도 다 되었는데 서장님은 왜 진급을?』 서장=『임마, 중부서장도 진급못했어』 범인=『아 그래요? 잘 몰라 미안합니다』 이러다가 범인이 유서를 쓰겠다고 해서 내가 만년필과 종이를 주었더니 형수에게 원망조의 유서와 서장에게「소란피워 미안하다. 앞으로 진급이 속히 되길 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칼로 목을 그어 약간 상처가 났지. 그래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해주고 잡았지. 나중에 서장말이「그친구 비록 도둑이긴 하지만 내 진급에 관심이 많아 고맙더군」.(웃음) [선데이서울 71년 7월 11일호 제4권 27호 통권 제 144호]
  • 서울 학원 24시간 교습 허용 불투명

    서울시 의회가 서울 시내 학원의 24시간 교습을 허용하는 조례개정안을 12일 통과시키자 청와대, 서울시 교육청, 학부모단체·교원단체 등이 13일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에따라 오는 18일 시의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학원 운영시간 산정은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학원의 24시간 운영은)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교조, 서울자유교원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도 일제히 반대성명을 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새벽에도 학원을 운영하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이청수 전문위원은 “상임위를 통과됐다고 쉽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반대여론이 많은 만큼 수정안이 발의돼 현재의 개정안(24시간 학원운영 허용)과 함께 표결에 부쳐지거나 아니면 아예 이번에는 보류하고, 총선이 끝난 직후 열리는 다음 회기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정연희 교육문화위원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강제로 규제해서는 안된다.”면서 “규제를 강화하면 단속원과 밀착관계가 생기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자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한편 서울시의회가 통과한 조례에서는 서울시내 학원들은 앞으로 지하실에서의 교습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도청사 방재시스템 ‘극과 극’

    시·도청사 방재시스템 ‘극과 극’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소방방재 체계는 방재 수준 편차가 심했다.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면피용으로 소화기 정도나 비치한 지자체도 적지 않아 또 다른 공공기관 화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주·대전은 ‘좋은 점수´ 광주시청은 2004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어져 화재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18층인 청사 곳곳에 스프링클러 1만 1556개가 설치돼 연기·열 감지시설이 작동하면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분사된다. 또 화재에 대비해 지하실에 600㎾급 비상 발전기를 보유하고 전기가 차단되더라도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다.10층 이상 고층 근무자를 위해서는 층별 유도장치와 고가 사다리 등을 비치했다. 청사관리팀 직원 9명과 시설관리 용역팀 22명이 시설 점검을 펴고 있다. 1998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어진 부산시청은 방재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지하 주차장에서 난 크지 않은 불로 자부심을 구겼다. ●화재감지기 복도 설치… 초기 진화 어려워 2005년 1600억원을 들여 완공된 전남도청은 23층 전 층에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감지기의 화재 신호는 곧바로 중앙통제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화재 감지기가 사무실에는 없고 복도 천장에만 있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2006년 들어 전북도청은 모든 재난상황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기계실, 전기실, 상황실 등에도 24시간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1999년 준공된 대전시청은 스프링클러 9278개가 실별로 설치돼 있고 소화기 577개, 소화전 72개가 갖춰져 있다.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방화셔터도 33개나 있다. 전산실과 중앙제어실에는 가스를 뿜어서 실내 산소를 제거하는 이너젠 소화설비 18개를 설치, 특별관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은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반면 오래된 청사들은 ‘시스템’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의 방재시설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 강점기인 1931년에 지어진 충남도청은 본관이 등록문화재 18호로 지정됐음에도 소화전과 소화기만 있을 뿐 초동 진화에 긴요한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1926년에 지어진 서울시청 본관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있으나 소방장비는 소화전·소화기 등이 고작이다. 소방법상 바닥면적 1000㎡ 이하,10층 이하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970년 건립된 울산시청은 스프링클러와 방화문 시설 없이 비상계단에만 수동으로 열고 닫는 차단문이 설치돼 있다. 대신 문서고·전산본부·통신실 등 고가장비와 중요문서를 보관하는 곳에는 산소를 없애 불을 끄는 할론가스 소화시설을 갖추었다. 올해 말 준공되는 제2청사는 최첨단 소방시설을 갖추고, 현 청사는 리모델링을 통해 소방시설을 기준 이상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규정 따랐을 뿐” 뒷짐 1960년대에 지어진 경기도청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최근 신축한 3별관 4층 건물에만 스크링클러가 있다. 경북도청은 10여년 전인 1996년 준공됐음에도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소방법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조항이 없었고, 건물 구조상 방화셔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방재시설을 점검한 결과 소화전 불량, 연기 감지기 및 유도등 미설치, 발신기 불량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났다. 지자체 청사의 소방시설 안전관리는 민간업체에 위탁, 소방법에 따라 월 1차례 시설 점검을, 연간 1차례 정밀점검을 하고 있다. 경남도청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코리아소방은 올 상반기에 방화셔터,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작동 기능을 점검하고 하반기에는 종합적인 정밀점검을 한다. 아울러 도는 월 1회 자체 소방점검을 펴고 있다. 전국종합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시·도청사 방재시스템 ‘극과 극’

    시·도청사 방재시스템 ‘극과 극’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소방방재 체계는 방재 수준의 편차가 심했다.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면피용으로 소화기 정도나 비치한 지자체도 적지 않아 또 다른 공공기관 화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주·대전은 ‘좋은 점수´ 광주시청은 2004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어져 화재방지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18층인 청사 곳곳에 스프링클러 1만 1556개가 설치돼 연기·열 감지시설이 작동하면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분사된다. 또 화재에 대비해 지하실에 600㎾급 비상 발전기를 보유하고 전기가 차단되더라도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다.10층 이상 고층 근무자를 위해서는 층별 유도장치와 고가 사다리 등을 비치했다. 청사관리팀 직원 9명과 시설관리 용역팀 22명이 시설 점검을 펴고 있다. 1998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어진 부산시청은 방재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지하 주차장에서 난 크지 않은 불로 자부심을 구겼다. ●화재감지기 복도 설치… 초기 진화 어려워 2005년 1600억원을 들여 완공된 전남도청은 23층 전 층에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감지기의 화재 신호는 곧바로 중앙통제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화재 감지기가 사무실에는 없고 복도 천장에만 있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2006년 들어 전북도청은 모든 재난상황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기계실, 전기실, 상황실 등에도 24시간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1999년 준공된 대전시청은 스프링클러 9278개가 실별로 설치돼 있고 소화기 577개, 소화전 72개가 갖춰져 있다.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방화셔터도 33개나 있다. 전산실과 중앙제어실에는 가스를 뿜어서 실내 산소를 제거하는 이너젠 소화설비 18개를 설치, 특별관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은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반면 오래된 청사들은 ‘시스템’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의 방재시설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 강점기인 1931년에 지어진 충남도청은 본관이 등록문화재 18호로 지정됐음에도 소화전과 소화기만 있을 뿐 초동 진화에 긴요한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1926년에 지어진 서울시청 본관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있으나 소방장비는 소화전·소화기 등이 고작이다. 소방법상 바닥면적 1000㎡ 이하,10층 이하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970년 건립된 울산시청은 스프링클러와 방화문 시설 없이 비상계단에만 수동으로 열고 닫는 차단문이 설치돼 있다. 대신 문서고·전산본부·통신실 등 고가장비와 중요문서를 보관하는 곳에는 산소를 없애 불을 끄는 할론가스 소화시설을 갖추었다. 올해 말 준공되는 제2청사는 최첨단 소방시설을 갖추고, 현 청사는 리모델링을 통해 소방시설을 기준 이상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규정 따랐을 뿐” 뒷짐 1960년대에 지어진 경기도청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최근 신축한 3별관 4층 건물에만 스크링클러가 있다. 경북도청은 10여년 전인 1996년 준공됐음에도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소방법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조항이 없었고, 건물 구조상 방화셔터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방재시설을 점검한 결과 소화전 불량, 연기 감지기 및 유도등 미설치, 발신기 불량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났다. 지자체 청사의 소방시설 안전관리는 민간업체에 위탁, 소방법에 따라 월 1차례 시설 점검을, 연간 1차례 정밀점검을 하고 있다. 경남도청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코리아소방은 올 상반기에 방화셔터, 화재 감지기, 스프링클러 작동 기능을 점검하고 하반기에는 종합적인 정밀점검을 한다. 아울러 도는 월 1회 자체 소방점검을 펴고 있다. 전국종합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음식 쓰레기 손 안대고 버린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친환경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술이 아파트 단지에 실제로 적용돼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영비용과 처리공간도 적게 들어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KAIST 생명공학과 장호남 교수팀은 이른바 ‘손 안 대고 버리는’ 음식물 처리 기술을 개발, 아파트 실증실험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헤로스’(HEROS)로 이름 붙은 이 처리 기술은 주방에서 음식물을 1차 분쇄한 뒤 지하실에 설치된 소규모 처리조에서 다시 정화해 생활하수에 함께 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주방에서 음식물을 수거해 집 밖의 쓰레기장에 일일이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장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90가구)에서 이 기술을 시범운용한 결과, 하수의 음식물 쓰레기가 수분 함량 70% 이하의 고형분말로 처리됐다. 하수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180㎎/L 이하, 부유물질(SS)은 50㎎/L 이하의 수질로 도시 하수관로를 통해 배출됐다.장 교수는 “헤로스가 하수를 전혀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특히 이 기술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종전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 비용과 큰 차이가 없으며, 단지내 처리 공간 역시 16㎡(5평 안팎)까지 축소할 수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다만 설치비 및 운영비용, 공간 등을 감안할 때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KAIST측은 밝혔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강도가「님」되니 “더 놀다 가시라”

    강도가「님」되니 “더 놀다 가시라”

    <제1화> 탐라「비바리」울린 얘기 F=파렴치 백수건달 얘기를 하나 할까? 있지도 않은 매부를 팔아서 순진한 「탐라 아가씨」를 울린 친구가 있어. D=재주 좋은 아저씨군. F=충남 대전에 산다는 정재성(鄭在誠·27)이 그 주인공인데, 직업도 없이 빌빌 떠돌이 생활을 하는 친구야. 며칠전 서울역에 나갔다가 예의 탐라 아가씨 송(宋)모양(18)과 인연을 맺은 거지. 올봄에 제주에서 여고를 나오고 취직차 상경했던 아가씬데 취직에 실패, 실의를 안고 귀향하던 길이었어. 정에게 『목포가는 완행열차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어본게 탈이었어. G=눈물의 목포행 완행열찬가?(웃음) F=같이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동행하면서 각본을 짠거지. 자기 매부가 한국은행 계장인데 까짓 취직쯤이야 하고 큰소리 친거야. 집에 가있으면 자기가 전보로 부를테니 그때 사진·이력서 지참코 급히 상경하라고 「고마운 분」행세를 그럴 듯하게 했어. E=물론 매부 비슷한 사람도 한국은행엔 없었겠지. F=2일 후에 「취직 결정 급상경」전보를 받고 단숨에 온 그 아가씨를, 서울역 앞 무허가 하숙에 잡아두고는…. D=그 다음엔 얘기 안해도 알겠다. F=이 친구 그 아가씨 손가락에 낀 금반지까지 빼먹었는데 19일 동안 꿩도 먹고 알도 먹다가 쇠고랑찼지. 그런데 이친구 하는 얘기가 『그 아가씨가 삼삼해서 그랬다. 출옥한 뒤에 정식으로 구혼하겠다』야. A=의리는 있다 이거지?(웃음) <제2화> 밤에 쌓아올린 만리장성 E=하수구로 사라진 신출귀몰 강도 얘기를 할까? 얼마전 성동서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강도 피해 신고가 들어왔어. 출동을 해보니 20만원을 갖고 집앞 하수구로 강도가 튀었다는 거야. 독안에 든 쥐지. 그 하수구는 어찌나 「메탄·개스」가 많은지 「개스·마스크」를 해야 들어갈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분명히 강도는 20만원을 품에 안은채 기절해 있으리라고 믿었지. 그런데 웬걸? 하수구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간곳이 없어. H=「메탄·개스」와 함께 사라지다군. E=결국 수사를 단념하고 말았는데, 그로부터 얼마뒤 이 녀석이 용산서에 걸렸어요. 역시 강도짓을 하다 잡혔는데 전과를 캐다보니까 예의 하수구 증발 사건을 불더래. 그런데 전혀 엉뚱한 비밀이 숨어 있었지 뭐야? I=말 못할 사연인가? E=그렇지. 그친구가 고백한 「그날밤에 있었던 일」을 들어보면-먼저 도심(盜心)을 품고 담을 넘어가 지하실로 스며들었어.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다 보니 아차! 깜박 잠이 들고 말았어. 그때 공교롭게도 주인여자가 물건을 가지러 지하실에 내려왔는데 문소리에 그 친구가 깨어나고 말았어. 얼결에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위협, 안방까지 끌고 갔지. 때마침 남편은 출장 중이고 그집엔 부인과 식모 단 두사람뿐이었어. 별수 없이 요구하는 대로 돈(20만원)을 내주었지. 그런데 그때 시간이 너무 일렀어요. 통금 해제가 되려면 아직 멀었고. 한밤중 한 방에 「여와 남」이 같이 있으니…. D=막간 이용한 「게임」을? E=결국 일이 벌어졌는데 그게 참 묘하지. 모두 세차례의 관계를 했다는데, 그중 첫번째는 이 친구가 강제로 덮친 것이지만 나머지 두번은 여자 쪽의 간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나. E=그래 강도로 들어갔다 「님」이되어 나오게 된건데, 통금 해제가 되고 막 방문을 나서는데 식모에게 들키고 말았지 뭐야. 다급한 김에 마나님이 외치는 소리가 『강도야!』 A=『강도님을 고이 보내드리오리다』가 망했군.(웃음) <제3화> 3살박이 소녀심청 A=지난 주의 「빅·이벤트」는 역시 청평호 「버스」추락사고였지. B=80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버스」사고 신기록을 수립한 사건이었어. A=처음 그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갈 때는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뒹구는 아비규환을 연상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더군. E=이윽고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 특히 물속에 잠긴 「버스」를 끌어 올릴때는 유가족, 인근 주민, 기자… 천여명이 모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A=물결이 일면 「버스」를 끌어올리는데 지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체를 흘릴 염려가 있어서 조심 조심 작업을 하고 있는 판인데, 「모터·보트」한대가 윙윙거리면서 마구 헤집고 다니는 거야. 청평유원지에 놀러온 족속이었지. E=잠수부들이 몽둥이를 들고 올라가서 죽인다고, 한동안 소동이 벌어졌었지. B=이번 사고 중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이 얘기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가 살았다는게 불가사의야. 어머니가 창 밖으로 던져서 살아 났다고 짐작되는데, 「버스」가 낭떠러지에서 물에까지 떨어지는 시간이 2초 정도였어.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아이를 밖으로 던질 수 있었겠느냐는 거지. A=「올림픽」 선수라도 그렇게는 못할거야. C=그런데 어쨌든 아이는 살아났고, 그 아이 때문에 감옥에 있던 아버지도 풀려나오게 됐고. B=아버지가 석방된 건 순전히 기자들의 덕이라 할 수 있지. 기자들이 담당 판사에게 석방시키도록 간청했으니까…. A=그래서 명숙(明淑·아이이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효녀심청이」가 된 셈이지. [선데이서울 71년 5월 23일호 제4권 20호 통권 제 137호]
  • [씨줄날줄] 乙의 추억/육철수 논설위원

    “이 사람, 이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얕은 수를 쓰려는 거야. 말을 하기 전에는 이 지하실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거야?” “이 새끼가 갈수록 더 건방지게 나오네. 너의 위치에서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가능성만 얘기하면 되지, 딱 잡아떼? 우리를 무슨 바지저고리로 알고 하는 소리 아냐? 당신 고생 좀 해봐야겠어.” 살벌했던 1980년 신군부 시절, 정보기관 수사관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당시 현대건설 사장)한테 던진 위협적 언사들이다. 결례인 줄 알지만, 생동감을 위해 그가 자서전(신화는 없다)에 써놓은 대로 욕설까지 그대로 옮겨 보았다. 당시 신군부는 3김씨(김영삼·김대중·김종필)에 대한 재벌 정치자금을 조사한답시고 이명박 사장을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고갔다. 수사관들은 아무리 으름장을 놓고, 고문 위협을 해도 이 사장이 흔들리지 않자 이렇게 막말을 해댔단다. 이 일로 현대와 신군부는 사이가 나빴다고 한다. 그후 이 사장은 국보위의 강제적 ‘중화학공업 투자조정’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게 얼마나 힘겨웠는지 나중에 진짜 피눈물을 쏟고 말았다고 적었다. 그는 35세에 사장이 돼서 10·26, 신군부,5공·6공으로 이어지는 동안 기업의 대표로서 권력의 광풍 앞에 그대로 노출되곤 했다고 회고했다. 새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어느 신문은 이 당선인이 개편을 서두르는 이유가 평생동안 관료들에게 당했던 ‘을(乙)의 추억’ 때문이 아닌가 추측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참 그럴듯하고 흥미로운 접근이다. 이 당선인은 기업 CEO를 오래 했으니, 힘의 열세로 인해 갑(甲)의 위치에 있던 관료들과 맞닥뜨리며 숱하게 좌절감을 맛봤을 터. 그래서 이젠 갑이 됐으니 이참에 공직사회에 손을 세게 볼 거란 얘기다. 하지만 묵은 감정 탓에 그렇게 할 리는 없을 걸로 믿는다. 국사(國事)를 대통령 혼자 주무르는 시대도 아니고, 갑중갑(甲中甲)인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이 당선인과 집권세력은 기업·야당시절 ‘을의 설움’일랑 이제 잊어야 한다. 갑으로 폼 잡으려 하지 말고 ‘국민의 을’로서 소임을 다하란 뜻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오늘 선택의 날] 후보들 마지막 득표 행보

    ■李, 청계천서 ‘국민성공’ 선포 “직선제 도입 후 최초로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8일 오후 청계천 광장에서 ‘국민성공시대 비전선포식’을 열고 선거유세의 대미를 장식했다.1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이재오·권오을 의원, 박찬모·배은희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총출동했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 “이 정권이 저질러 놓은 일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이번에는 세상 없어도 투표부터 먼저 하고 다른 일을 보기 바란다.”면서 “어떻게 되겠지 이런 생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세현장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실 분들은 다 손을 들어 달라.”면서 “이쪽도 들어 주시고, 저쪽도 들어 주시고, 저기 건너편에 계신 분들도 들어 달라.”고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날 유세는 화상을 통해 전국의 각지역 유세차량으로 전송됐다. 이 후보는 유세 도중 제주에서부터 수원까지 전 지역을 일일이 부르며 “하나되고 능력있는 지도자와 함께 하면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다.”고 외쳤다. 지원 유세에 나선 정몽준 의원은 이회창 후보에 대해 “박 전 대표 만나려 밤에 집 앞에 가지 말고 낮에 당당하게 한나라당사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이어 유세에 나선 강재섭 대표는 “이회창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구걸하고 있다.”면서 “정 의원은 돌아오라고 했는데 때가 늦었으니 은퇴하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신촌·은평·송파·신림으로 이어지는 막판 유세전을 펼쳤다. 그는 또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천사원’을 방문해 아동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고 시설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昌, 도심서 젊은층 표심잡기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18일 최대 승부처인 서울 곳곳에서 유세를 하며 막판 역전을 기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세 번째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자택을 찾았지만, 박 전 대표가 집을 비워 만나지 못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지지여부에 관계없이 집권하면 그에게 총리와 여당 당권을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강남역·신촌 등 도심 12곳을 순회하며 젊은층 표심잡기에 나섰다. 오후 9시45분 명동 유세에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홀로 묵묵히 지방 재래시장 등을 돌며 지원해 온 부인 한인옥 여사가 함께 나섰다. 12곳을 다니고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오후 10시부터 마이크 사용 유세를 제한하자, 이 후보는 건대앞으로 가 시민들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노력에 발맞춰 젊은 유권자들도 휴대전화 카메라를 터뜨리며 호응했다. 강남역 유세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등장했다. 출마선언 때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순신불사(배가 12척이 남았고, 이순신이 살아있다)’를 외쳐 온 이 후보의 뒤를 이순신으로 분한 지지자가 따랐다. 이 후보는 유세에서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특검정국 범죄 피의자”라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여야가 싸움박질하는 혼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의 목표는 두말할 것 없이 정권교체”라며 여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미아삼거리역 유세에서는 경찰 수사권 독립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무소속이어서 집권 뒤 국정운영에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대통령이 되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분들과 함께 주도 세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대선 후 창당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밤늦게 명동 유세를 마친 뒤 이 후보는 근처 카페에서 기자들과 차를 마시며 잠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서 저를 안쓰러워하시고 관대한 눈으로 봐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두차례 대선 때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후보는 ‘내일 감이 어떻느냐.’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아주 좋다.”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한인옥 여사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가 이 후보 지지와 연대를 선언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鄭, 재래시장 돌며 “진실 승리”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공식선거전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곳곳을 누비며 숨가쁜 유세전을 펼쳤다. 정 후보의 일정은 새벽 7시 서울 가락시장 유세로 시작해 밤 12시 MBC TV방송 연설로 끝났다. 공식선거전 내내 정체된 지지율로 고심했던 그다. 최근에는 피로한 기색도 자주 내비쳤다. 그러나 대선일 전날 정 후보는 역전을 자신했다. 표정이 밝았다. 그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언했다.“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걸 느낀다.”고도 했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BBK동영상 공개 이후 시시각각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후보도 뚜렷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정 후보는 재래시장을 찾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마감했다. 그는 이번 선거전 내내 자신이 재래시장 출신임을 강조해 왔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후보되고 첫날 동대문 평화시장을 갔는데, 오늘 피날레를 가락시장에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청과·수산·농산물 시장을 차례로 돌며 상인들과 인사했다. 일일이 껴안고 어깨를 두드렸다. 상인들이 격려 인사를 하자 “가락시장의 기를 받아 민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상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거짓말쟁이 하나 못잡겠느냐.”며 웃기도 했다.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은 정 후보는 서울 효창공원 백범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참배한 뒤 “이 순간부터 엄중한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실상 단일후보임을 국민 앞에 말씀드린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흩어진 표는 사표가 돼서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유인태 의원은 이날 밤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을 위해)나와 한명숙·김원기 의원이 창조한국당에 입당이라도 하겠다고 했지만 문국현 후보는 끝내 단일화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정 후보는 백범기념관에 이어 서울 금남시장·경동시장·대학로 등으로 유세전을 이어갔다.“역사는 항상 거짓이 패배하고 진실이 승리하는 걸 증명했다. 승리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 거리유세장은 서울 명동거리였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명동은 5년전 노무현 후보와 함께 승리를 일궈낸 마지막 유세현장”이라고 했다. 유세차에 오른 정 후보의 얼굴은 상기됐다. 예전 생각이 떠오른 듯 잠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5년 전 이맘 때처럼 대역전의 드라마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文 “경제대통령 될 사람은 나 뿐” 權 “무상 의료·교육의 꿈 이루자” 濟 “민주당 표는 세상 바꾸는 힘” 17대 대선 유세 마지막날인 18일 군소후보는 막판 부동층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전략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이인제 후보 사퇴론’이 제기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이날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 서울역 앞 등 전국을 발빠르게 훑었다. 문 후보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패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거나 무능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정권을 연장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실질적인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동대구역 앞 유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깨끗하고 군대에도 갔다 왔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부패하고 군대에 안갔다.”고 발언해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날 서울 14곳을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권 후보는 오전 구로공단역 유세를 시작으로 영등포시장 네거리와 연세대 정문 앞, 남대문 시장 등을 거치며 서울을 횡단한 뒤 세종문화회관과 대학로, 명동 등으로 옮겨가며 유세 일정을 마무리했다. 권 후보는 “권영길에게 보내주는 한 표는 미래를 위한 한 표이자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나라로 가는 한 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이날 당내에서 후보 사퇴 권고론이 불거진 가운데 마무리 유세에 진력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천 역곡 남부역과 충남 천안 버스터미널 앞,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옆 등 자신의 연고지역인 경기와 충청에서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경기지역 유세에서 “노무현 정권이 이인제와 민주당을 말살하려고 했고 탄압했다.”면서 “이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진정한 야당인 민주당과 이인제가 그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날 당내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이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선거 하루 전까지 내홍에 시달렸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발터 벤야민 선집

    독일 문예이론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의 글쓰기는 특정 장르의 경계에 안주하지 않는다. 문학, 철학, 정치학, 미학, 신학, 영화를 가로지르고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신학과 유물론을 넘나든다.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사상적 자양분을 섭취했고, 저명한 유대신비주의학자 게르솜 숄렘을 통해 신학적 깊이를 더했으며, 죄르지 루카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소통한다. 장르를 종횡으로 꿰고 뒤섞는 그의 글쓰기는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분과별 학문체계에 익숙한 ‘범인(凡人)’들에게 벤야민의 통합적 글쓰기는 손쉬운 독해를 허락하지 않는다. 벤야민 번역에 오역이 많았던 데는 그의 난공불락 텍스트에도 원인이 있다. 독일에서 벤야민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전공자들의 선집 번역작업이 반가운 것도 이런 까닭이다. 국내의 첫 벤야민 선집 출간이란 점도 의미 있지만, 벤야민 전공자들이 10년간 독해모임을 통해 생산한 결과물이란 점도 평가할 만하다. 총 10권 가운데 1차로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김영옥·윤미애·최성만 옮김, 길 펴냄),‘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최성만 옮김),‘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연대기’(윤미애 옮김) 등 3권이 먼저 출간됐다. ‘일방통행로’는 벤야민의 미완성 대작 ‘파사젠베르크’(일명 ‘아케이드프로젝트’)의 시초로 평가된다. 아케이드, 신유행품점, 패션, 권태, 광고, 수집, 산책자, 도박 등 단편적인 개념들에서 자본주의에 관한 독창적인 사유를 끌어낸 ‘파사젠베르크’처럼,‘일방통행로’ 또한 주유소, 아침식당, 지하실 등의 이미지를 통해 현재성을 포착한다.‘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벤야민의 글 중 가장 잘 알려진 텍스트로 ‘아우라’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와 사진 등 시각예술에 누구보다 먼저 주목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동시에, 현 시대의 유효한 인식틀로 활발하게 재조명되는 글이다.1판,2판,3판 등 세 개의 판본 중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벤야민 스스로 ‘정본’이라고 말한 2판을 완역했다. 각권 1만 5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작품집 내다보니 물레방아 된 느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품집을 묶어내다 보니 마치 내 자신이 물레방아가 된 느낌입니다. 이번 작품집을 묶기에 한편이 모자라 한편을 더 쓰고 있는데, 병원에서 부르는 바람에…, 허허. 중단했다가 마무리짓게 돼 기분이 홀가분합니다.” 신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를 펴낸 소설가 이청준(68)씨가 27일 기자들과 만났다. 창작생활 42년 결산의 의미도 담고 있는 이 작품집엔 표제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 중편 3편,‘지하실’등 단편 4편,‘귀항지 없는 항로’등 에세이소설 4편이 실렸다. 작품집은 다양한 형식과 분량만큼이나 작가가 복원하고 추구해온 폭넓은 세계를 담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는 출판기념회가 싫다는 작가는 이런 가치관 때문인지 숱한 작품집을 내면서도 책머리에 서문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는 서문을 썼다.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서문을 쓰지 않다 보니 계속 쓰지 않게 됐다.”며 “이번에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표시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문단생활 중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역사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소치 허유가 만나 다회(茶會)를 여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는데….‘목민심서’등 다산 책을 읽어 보니 이 소설을 쓰게 위해서는 가톨릭과 유·불·선 등 사상체계가 너무나 광범위해 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뒀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부터 드려요. 될 수 있는 대로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하루 일과를 털어놓은 그는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모임을 끝냈다.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역사가 당시 재판장 심판할 것”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입니다. 역사가 당시 나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재판장을 심판할 것입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가 12일 조작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린 ‘간첩조작 의혹사건’의 피해자인 김양기(57)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고문과 감옥살이, 그후 이어진 보안관찰로 인해 내가 겪었던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운수업을 하던 숙부의 초청으로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숙부 일을 도와준 뒤 국내로 돌아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1986년 갑작스레 보안사 수사관에게 연행됐다. 당시 그는 설을 쇠기 위해 잠시 귀국했던 숙부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에 들렀다가 ‘재일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탐지해 보고했다.’는 혐의로 보안사에 끌려갔다. 그는 “당시 중풍으로 몸이 불편했던 숙부도 연행돼 한달 동안이나 보안사 지하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영장도 없이 보안사에 43일간 불법 감금된 상태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온갖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간첩 행위를 자백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이후 간첩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5년을 복역했고,1991년 5월 정부의 특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보안관찰은 1999년까지 계속됐다. 그는 “명예회복을 해야겠다는 일념이 없었다면 이미 미치광이가 됐을 것”이라면서 “요즘도 고문 후유증에 따른 당뇨 등으로 약봉지를 달고 살고, 잠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고 하소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Seoul In] 겨울철 모기방역 실시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지구 온난화와 난방시설 개선에 따라 겨울철 모기가 계속 늘고 있다. 모기는 암컷만 월동과 산란을 한다.1월 말부터 2월 사이에 영양분을 모두 소모함에 따라 방역이 쉽다. 암모기와 유충을 동시에 구제하는 게 효과적이다. 지하실, 정화조, 보일러실, 폐수저장탱크, 웅덩이 등 월동 모기와 유충 서식지의 신고를 받는다. 보건행정과 2289-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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