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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 나이차가 뭔 상관”…코로나 속 피어난 할머니와 소년의 우정

    “97년 나이차가 뭔 상관”…코로나 속 피어난 할머니와 소년의 우정

    코로나19 확산으로 친구는 물론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홀로 집에서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겠지만, 이 전염병이 계기가 돼 전혀 생각지 못한 우정으로 맺어진 할머니와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미국에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최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99세 할머니 메리 오닐과 2세 소년 벤저민 올슨은 언뜻 보면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서로의 집 울타리 너머로 오가며 우정을 키워온지 1년이 지나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37년 전 남편을 잃고 현재 혼자 사는 할머니는 다른 주에 사는 손자와 증손주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집에만 틀어박혀 거의 TV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그런 할머니 옆집에 사는 소년 역시 또래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만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만나게 된 뒤로 삶이 크게 바뀌었다.우선 아이는 외출할 수 없는 동안에도 정원에 나가 노는 일이 많아졌다. 할머니도 처음에는 집안 창문에서 아이를 보고 손만 흔들어줬지만 밖으로 나와 인사를 나누게 됐고 결국 두 사람은 집을 가르는 울타리 너머로 자주 만나게 됐다. 소년의 어머니 새라는 두 사람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벤저민은 정원에서 할머니를 보면 공을 들고 달려간다"면서 "그리고 울타리 너머에 있는 할머니에게 공을 차고 돌려받는 놀이를 즐긴다"고 밝혔다.두 사람은 97세나 나이 차가 있지만, 소년은 그 사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어느 날 할머니는 아이에게 트럭이 들어있는 장난감 상자를 선물했다. 이에 대해 할머니는 “이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내 아들이 가지고 놀던 것이다. 오랫동안 지하실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소년은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색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전염병의 영향이 줄어듦에 따라 소년은 할머니와 자신을 가르는 울타리의 문을 여는 법도 배웠다. “벤저민은 가끔 돌이나 모래를 주워와 내게 선물한다. 기분이 아주 좋다”고 웃는 얼굴로 말하는 할머니. 자택 벽에는 다른 주에 사는 손자와 증손주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벤저민과 이 아이의 동생 노아의 사진을 가장 눈에 띄는 식탁 위에 새로 올려놨다. 할머니는 “이미 벤저민은 손자와 같은 존재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라서 정원에 아이가 나와 있지 않으면 쓸쓸한 기분이 든다”면서 “그럴 때는 아이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이 말을 전해들은 새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런 식으로 우리를 생각해줄 줄은 몰랐다. 메리는 매우 자립적인 사람이라서 약한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벤저민에게 첫 절친한 친구다. 우정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면서 “팬데믹과 관계 없이 두 사람이 이런 우정을 맺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영상] 낚시 장난감 입에 물고 새끼 고양이 놀아주는 견공

    [영상] 낚시 장난감 입에 물고 새끼 고양이 놀아주는 견공

    반려견 한 마리가 쥐 인형이 매달린 낚시 장난감을 입어 물고 어린 고양이를 놀아주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사는 생후 4년 된 저먼 셰퍼드 애니아는 거의 매일 아침 새끼 고양이 먼치와 놀아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에 대해 애니아와 먼치의 주인 로리 노블(55)은 인터뷰에서 “애니아는 먼치와 함께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온라인상에 공개된 영상은 애니아가 낚시 장난감을 입에 물고 주방에 앉아 있는 먼치에게 먼저 다가가 주의를 끌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먼치는 마치 유혹에 저하하듯 애니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몇 초 뒤 본응을 이기지 못하고 쥐 인형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렇게 두 동물은 함께 놀며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사실 먼치는 쓰레기통에서 구조된 유기묘 출신으로, 처음에 노블의 집에 왔을 때 겁에 질려 지하실 계단에만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애니아는 노블이 사둔 장난감을 입에 물고 먼치와 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블은 “그때부터 이들은 매일 함께 놀고 있다. 먼치가 우리와 함께 사는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도록 애니아가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애니아는 본능적으로 먼치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하는 법을 알고 있어 우리는 마음이 놓였다. 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면서 “사랑스럽게 놀고 서로 장난치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한편 애니아는 노블과도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이들은 종종 젠가를 하는데 공개된 영상에서 애니아는 능숙하게 나무 막대를 빼내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코로나로 갇혀 지내지만 어떻게든 훈련은 해야 묘안 백출

    코로나로 갇혀 지내지만 어떻게든 훈련은 해야 묘안 백출

    23일 막을 올리는 2020 도쿄올림픽은 이른바 ‘올림픽 버블’ 속에서 치러진다. 입국할 때부터 엄청 까다로운 검사를 받고, 선수촌에서도 매일 아침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다. 사실상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가는 것 말고는 허용되는 일이 별로 없다. 다른 방에 놀러가는 일도 할 수 없다. 선수촌의 방역 수칙을 총괄하는 플레이북에 따르면 술 판매도 안된다. 사실상 선수촌에 감금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도쿄나 일본까지 왔는데 훈련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참가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왔는데 이왕이면 좋은 성적, 하다못해 개인 기록이라도 끌어올리고 지난 대회나 과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훈련장이나 경기장을 오가며 훈련하려면 까다로운 검사와 방역을 통과해야 한다. 훈련에 쏟는 시간보다 오가는 데 더욱 많은 신경과 시간을 써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 그냥 선수촌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선수촌 안에서 담금질에 비지땀을 쏟는 선수들의 묘안들을 살짝 엿봤다. 먼저 미국 육상 남자 5000m에 출전하는 폴 첼리모다. 트레드밀 대신 욕조 바닥에 세제 같은 것을 뿌리고 수건 등을 걸어놓는 봉을 붙잡은 채 걸어 종아리 근육을 단련시키고 있다. 골판지 침대가 부실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틈틈이 이렇게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배구 대표팀의 아눅 베르게듀프레는 선수촌이 아니라 도쿄의 한 주택에 격리된 모양이다. 자신은 발코니에 있고 마당에 언니를 내려보내 토스 연습을 하고 있다. 필리핀 역도 대표팀의 히딜린 디아스는 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대신 부엌 공간에서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훈련 모습을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하며 기부금을 모아 여러 가정에 먹거리를 전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복싱 대표 기니 푹스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어울려 망치를 들어 마당의 바위를 깨부수며 근력을 단련하고 있다. 쿠바 레슬링 대표 다니엘 그레고리치는 지붕 위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거나 코치를 어깨에 얹은 상태로 스쿼트를 한다. 인도 사격 대표로 여자 10m에 출전하는 디브얀시 싱 판와르는 자신의 집에서는 사거리가 나오지 않아 코치 집에서 방아쇠를 당긴다. 레바논의 사격 대표 레이 바실은 주차장을 찾는다. 원래는 공기소총을 써야 하는데 샷건을 대신 쓴다. 야후! 스포츠는 미국의 여러 선수들이 어떻게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지 지난 17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육상 단거리 스타 앨리슨 펠릭스는 로스앤젤레스 동네를 뛰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아티스틱(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아니타 알바레스는 모든 수영장이 문을 닫아 집 뒷마당에 애들의 물놀이 풀에 들어가 줌 화상회의를 연결해 동료들과의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처음 정식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 출전하는 브룩 라부투는 열살 때 아버지가 기술을 익히라고 만들어준 지하실의 인공암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비지땀을 쏟고 있다. 계단이나 부엌 조리대 등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조그만 여지만 있어도 훈련 공간으로 변신한다.
  • 독일 홍수 106명 사망 1300명 연락 안돼, 벨기에서도 20명 희생

    독일 홍수 106명 사망 1300명 연락 안돼, 벨기에서도 20명 희생

    독일 서부 라인강 변에 쏟아진 폭우와 홍수 때문에 적어도 106명 이상 숨지고 1300명 이상 연락이 두절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20명이 실종된 상태로 확인됐고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에도 물난리 피해가 늘고 있다. 다섯 나라가 맞닿은 지역에 15일(이하 현지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100년 만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고 급류가 발생하면서 건물이 붕괴하고 사람들이 물에 휩쓸려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사망자 중에는 장애인 시설 거주자 9명과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확인된 사망자 외에도 실종자가 많아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16일 현재 라인란트팔츠주에서 63명,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43명이 희생됐다. 라인란트팔츠주 바트노이에나르아르바일러 마을에서 130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다만, 당국자들은 통신 두절 때문에 이렇게 실종자 숫자가 늘어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지원에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르켈 총리는 “홍수 피해지역 사람들에게 끔찍한 날들일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생명을 구하고, 위험을 예방하고 고난을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수피해 지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충격적”이라며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하며 유가족에게 조의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전체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집안 지하실에서, 다른 사람을 구조하다가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독일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우리 교민 3명이 연락이 두절돼 현지에 직원을 파견한 결과,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독일의 한 교민은 인터넷 카페에 “차도 잠기고, 지하실에 둔 짐이 다 잠겼다”면서 “다락으로 대피했는데 인터넷이 됐다 안 됐다 한다. 제발 기도해달라”는 글을 올려 교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공관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교민이 친척 집으로 안전히 대피한 것을 확인했고, 식수와 마스크를 전달했다”면서 “연락이 두절됐던 교민 3명의 안전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리에주에서는 강이 범람해 작은 배가 전복되면서 노인 3명이 실종됐다. 리에주 당국은 강변 지역 주민들을 높은 지대로 대피시켰다. 네덜란드 남부 지역 림뷔르흐에서도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수 주택이 피해를 봤고 몇몇 요양원 주민들이 대피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70여 개 군부대를 동원해 주민 대피와 제방 보수를 지원하도록 했다. 독일 남부와 벨기에 등지에는 16일 밤까지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애도와 지원 약속도 쏟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상자와 실종자, 생계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위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피해 지역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와 자리를 함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가정에 우리의 마음을 보낸다”고 애도했다.
  • 플로리다 붕괴 아파트, 생존자 구조작업 2주만에 종료

    플로리다 붕괴 아파트, 생존자 구조작업 2주만에 종료

    생존자 구출 가능성 없어 복구작업으로 전환팬케이크 붕괴에 사망자 54명, 실종자 86명지난달 24일(현지시간) 붕괴됐던 미국 플로리다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에서 구조작업이 2주만인 7일 사실상 종료됐다. 생존자 구출 가능성이 더 이상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수색 및 구조작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이제 복구작업으로 전환하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향후 실종자 수색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견이나 음파탐지기 투입 등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작업은 중단된다. 현재 시신이 수습된 사망자는 54명이고 86명은 여전히 실종상태다. 지난 2주간의 구조작업에도 생존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건물이 팬케이크처럼 붕괴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붕괴되지 않았던 일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그간 접근이 불가능했던 지하실 등이 열리기도 했지만 역시 생존자는 나오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복구작업에도 수주가 걸릴 것으로 봤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틀 전까지 정리된 잔해가 124t에 달한다. 전날 새벽 허리케인 엘사 때문에 두 시간 정도 구조작업이 중단됐지만, 가장 강력한 비바람은 이 지역을 비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희생자의 장례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지언론인 마이애미뉴스는 전날 한 가족 4명의 장례식이 교회에서 열렸으며, 4살과 11살 딸은 하나의 관에 안치했다고 보도했다. 아파트를 매각하려 내놓았지만 붕괴로 사망한 여성(92)의 장례식도 이날 열렸으며, 가족들은 붕괴현장에 갔다가 잔해 속에서 그가 받았던 생일축하 카드와 사진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 프로당구 LPBA 투어 루키 히다 오리에(45) “일본 당구도 어둠 밖으로 나왔다”

    프로당구 LPBA 투어 루키 히다 오리에(45) “일본 당구도 어둠 밖으로 나왔다”

    “일본도 도박 등의 문제 때문에 당구를 죄악시하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히다 오리에(45)는 출범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새내기’다. 일본 도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뼛속까지 당구인이다. 여섯 살 때 처음 큐를 잡은 뒤 열 살 때 포볼(4구)로 처음 대회에 출전했다. 2004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수차례 세계캐롬연맹(UMB) 여자 3쿠션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아시아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아버지는 당구장을 생업으로 히다를 키웠다. 어머니는 지금도 아마추어 당구선수로 뛰는 등 집안이 당구가족이다. 그는 지난 21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1~22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예선라운드에서 조 3위에 그쳐 64강 본선 티켓을 놓쳤다. ‘아시아 최강’인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남녀 프로당구 PBA-LPBA 투어는 ‘아마추어 최강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난 1월 남자 3쿠션 세계 최강 조재호(41)가 데뷔 두 번째 대회 128강에서 탈락했고 그에 앞서 프로 무대를 밟았던 김민아(31)도 지난해 9월 데뷔전 32강에서 나가떨어졌다. 이번 블루원 대회 챔피언 스롱 피아비(31) 역시 지난 2월 데뷔전 서바이벌 64강 탈락을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야 했다.히다는 “PBA 투어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하면서도 “다음 대회에서는 일단 첫 경기를 잘 통과해야 그다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숱한 화제 속에 LPBA 투어에 데뷔했지만 첫판부터 LPBA 투어의 ‘쓴잔’을 든 히다는 일본 당구의 근황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도 한국처럼 오랜 세월 당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당구 하면 지하실과 침침한 전등, 담배연기, 도박 등이 연상됐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즐기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처럼 프로 투어나 팀 리그는 없지만 15년 전쯤 포켓볼 아마추어 리그가 활성화되면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히다는 “톰 크루즈 주연의 당구영화 ‘컬러 오브 머니’가 일본에 상륙해 포켓볼 붐이 일었는데 그게 3쿠션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여성인 내가 40대에 당구 인생을 지탱해 나가는 것도 그 덕이 아니었을까”라며 웃었다. 글·사진 경주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호주 지하실서 나온 장바구니…그 안에 든 현금 60억원의 정체는

    호주 지하실서 나온 장바구니…그 안에 든 현금 60억원의 정체는

    지난 2일, 호주 시드니 교외의 한 가정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온 집안을 수색하던 경찰은 창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지하로 뚫린 수상한 문 하나를 발견했다. 문을 열자 나온 계단은 지하실로 연결돼 있었는데, 그곳에는 돈가방 수십 개가 보관돼 있었다. 장바구니 여러 개에 나눠 담긴 돈은 모두 700만 호주달러, 한화 60억 원이 넘었다. 집주인 휴고 제이콥스(39)는 그 길로 도주했다. 그러나 도피 행각은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나고 말았다. 호주 9뉴스는 경찰 추적을 피해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려던 그가 10일 밤 시드니국제공항에서 붙잡혔다고 전했다.집 안에 현금 60억 원을 보관하고 있던 그의 정체도 함께 드러났다. 체포된 남성은 거대 마약조직 일원으로 판매 수익을 관리하던 중책이었다. 경찰은 모든 현금을 압수하고 남성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체포는 해당 조직의 마약 공급 정황을 포착한 뉴사우스웨일스주경찰이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인 결과다. 현재까지 시드니 전역에서 13명을 잡아들였으며, 22만 호주달러(약 2억 원)의 범죄수익금과 150만 호주달러(약 13억 원) 상당의 필로폰, 18㎏ 분량의 대마초, 270g의 코카인 등을 압수했다. 수사는 호주 연방경찰의 작전과도 궤를 같이한다. 호주 연방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 FBI와 3년간 글로벌 작전을 전개, 세계 마약 거래에 연루된 호주 마피아와 남미-중동 지역 범죄 조직원 수백 명을 체포했다.여기에는 ‘ANOM’이라는 암호 메신저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해당 앱은 호주 경찰과 FBI가 공동으로 기획한 함정 수사 도구로, 시장에 소개되자마자 100개국 300개 범죄조직에서 1만2000여 명의 선택을 받았다. 앱이 설치된 특수 전화기를 암거래 시장에서 구매해야 했고 6개월 사용료가 2000달러(약 223만 원)에 달했지만, 기존 사용자 추천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보안 요소가 범죄 조직을 사로잡았다. 에콰도르의 참치 회사는 이 앱을 통해 마약 공급을 계획했으며, 또 다른 남미 조직은 마약 밀수를 바나나 수출로 위장했다. 덕분에 합동 수사단은 손쉽게 범죄 조직을 잡아들일 수 있었다. 한 조직원은 프랑스의 외교행낭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가 사법당국에 적발됐고, 벨기에 당국은 1523㎏의 코카인을 압수했다.이번 함정 수사를 통해 합동 수사단은 전 세계적으로 800명이 넘는 조직범죄 관련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나머지 용의자들도 조만간 추가로 체포할 예정이다. 호주 경찰이 이토록 마약 조직 소탕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인당 마약 소비량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이 발표한 2020 세계마약보고서를 보면 호주는 1인당 엑스터시 소비량이 세계 1위다. 특히 14세~29세 청소년 및 젊은층의 마약 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집 나가겠다”는 남편, 잠들자 머리에 불 지른 아내

    “집 나가겠다”는 남편, 잠들자 머리에 불 지른 아내

    3~4개월 전 이혼 얘기, 당일 저녁 말다툼잠든 남편 머리카락에 기름 붓고 불 지펴불 전신 옮겨붙어 머리, 얼굴 등 2~3도 화상아내 “남편이 음식에 독 넣은 줄 알고”법원, 아내 정신 감정 의뢰남편이 집을 나가겠다고 통보하자 잠든 그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중상을 입힌 20대 미국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자다 깬 남편은 방안 침구로 불이 옮겨 붙자 3개월 난 아기를 대피시키느라 정작 자신의 몸에 붙은 불을 끄지 못해 머리를 포함한 전신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11일 미 시사잡지 뉴스위크, 지역방송 CBS58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 경찰은 지난 3일(현지시간) 현지 주민 투혼스키 마리 스미스(29)를 방화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스미스는 전날 남편인 헨리 윌리엄스가 잠든 사이 컵에 라이터 기름을 담아 그의 머리에 붓고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남편은 지난 3∼4개월간 아내의 행동이 이상해졌고, 몇 주 전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뒤 더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아내가 평소 먹는 약의 복용량을 최근 임의로 늘렸고 지하실에서 페인트를 흡입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사건 당일에는 자신에게 말도 걸지 않고 집 안을 서성거렸다고 덧붙였다.남편, 말다툼 뒤 “집 나가겠다”남편 잠들길 기다렸다 머리 불 지펴 윌리엄스는 그날 저녁 아내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말한 후 말다툼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후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의 머리에 불을 지폈다고 밝혔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윌리엄스는 허둥지둥 맨손으로 불을 껐다. 그는 불이 방안 침구들에 옮겨붙는 것을 보고 잠자던 3개월 딸을 안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그는 바로 옆에 사는 부모님 집으로 대피했는데 아기를 구하느라 몸에 계속 불이 붙어있다는 사실도 잊은 상태였다. 윌리엄스는 머리, 가슴, 목, 얼굴을 비롯한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고 즉시 입원했다. 현재 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이 진행하고 있다. 스미스는 경찰에서 자신이 먹는 닭 날개에 남편이 독을 넣은 줄 알았고 남편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은 법원은 그에게 정신감정을 받도록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지하감옥서 17년 쓸개즙만 뽑힌 베트남 반달곰 구조됐지만…

    지하감옥서 17년 쓸개즙만 뽑힌 베트남 반달곰 구조됐지만…

    빛도 들지 않는 베트남 지하 감옥에서 17년간 쓸개즙(담즙)만 뽑힌 반달가슴곰이 구조됐다. 하지만 평생을 갇혀 산 탓에 반달가슴곰이 자연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국제동물복지단체 ‘포 포즈 인터내셔널’(FOUR PAWS International)은 지난 3월 23일 베트남 북부의 한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를 구조했다. 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길 바란다는 베트남 당국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 갇힌 수컷 ‘봄’과 암컷 ‘꿈’이 보였다. 포포즈 관계자는 “지금까지 본 곰 사육장 중 최악이었다. 빛도 들지 않는 지하실 우리에 갇혀 평생 쓸개즙 채취에 동원된 탓에 곰들의 쓸개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고 밝혔다.특히 새끼였던 2004년부터 감옥살이를 시작한 수컷은 중증 정형행동까지 보였다. 정형행동은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포포즈 관계자는 “인공광이나마 하루 중 유일하게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쓸개즙을 채취할 때였으니 정형행동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달곰들은 9시간에 걸친 의학 진단 후 포포즈가 설립한 닌빈 곰 보호구역으로 옮겨졌다. 난빈 곰 보호구역에는 쓸개즙 채취와 불법 밀매 등에 동원됐다가 구조된 다른 곰 40여 마리가 머물고 있다.평생 처음 보는 자연광 앞에 곰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암컷은 그나마 빨리 적응했지만, 수컷은 도통 적응을 못 하고 있다. 포포즈 측은 “보호구역으로 이사한 후에도 여전히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광과 소음 등 여러 자극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잔인하게 박탈당한 신체적, 정신적 권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적응은 둘째치고, 반달가슴곰이 생존할 수 있을지도 사실 불투명하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쓸개즙을 뽑히는 고통 속에 곰의 건강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포포즈 측은 24시간 반달가슴곰을 관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베트남 정부는 1992년 웅담과 쓸개즙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불법화했다. 2005년부터는 곰 사육을 단계적으로 중단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 포획된 곰이 사육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등록 관리했다. 2006년에는 아예 곰 사냥, 사육, 살처분은 물론 곰 제품 광고 및 판매 모두 법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불법 사육은 여전하다. 특히 하노이를 중심으로 쓸개즙 거래가 활발하다. 포포즈 측은 “150개 민간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372마리 정도가 쓸개즙 채취에 불법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양한 루트로 농장주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달가슴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올라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 남아 있는 반달가슴곰은 2만5000여 마리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난민 위장한 채 공항 화장실에 권총 숨긴 독일군 소위 재판 시작

    난민 위장한 채 공항 화장실에 권총 숨긴 독일군 소위 재판 시작

    독일군 장교가 시리아 난민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백색 테러를 꾸민 혐의로 20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 법정에 섰다. 피고인의 성을 공표하지 않도록 한 독일 사생활 법에 따라 프랑코 A(32) 소위라고만 알려진 그는 2017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주둔 프랑스·독일 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공항 화장실에 놔둔 권총을 되찾으려다 청소부에게 들키면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는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체류하던 시리아 기독교도 다비드 벤야민의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 지문을 대조했더니 독일군 장교로 밝혀져 백색 테러를 꾸민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그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며 테러 음모를 꾸미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그를 상대로 모략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는 법정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깨끗한 양심으로” 임할 것이라면서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칠 어떤 일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검찰은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 국회 부의장, 유대인 활동가 등의 공격 목표 명단을 갖고 있었다며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뒤 난민에 책임을 돌려 반무슬림 정서를 촉발할 목적이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부모 집 지하실에 다량의 탄환과 폭탄을 숨겨뒀다가 나중에 친구 집으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압수된 노트와 녹취록에는 그가 히틀러를 찬양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또 이른바 “Day X”에 독일 국가를 붕괴할 목적으로 첩보 장교들을 포섭한 생존주의자 네트워크인 ‘한니발’에 가입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그가 검거되기 전인 2015년부터 이듬해 사이 시리아 뿐만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와 독일군 장병들이 극우파 운동에 가담하는 일이 많았다. 검거된 지 몇주 뒤 그가 근무하던 스트라스부르 일키르치 독일군 기지의 공용실에서는 나치 군 기념물들이 무더기로 간직돼 있었다. 물론 나치 상징을 소장하는 일은 금지돼 있다. 지난해 독일 국방장관은 20명이 극단주의 성향이 의심된다며 KSK 특공대를 부분 해체했다고 밝혔다. 원래 그에 대한 재판은 3년 전에 시작됐어야 했는데 프랑크푸르트 하급법원이 그가 테러를 꾸몄을 “압도적일 만큼 높은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 연방검찰이 항소해 결국 고등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만약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 10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그는 재판 전 여러 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민 신분을 도용한 데 대해 독일 망명 제도의 허점을 폭로하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는 “몸소 밑바닥까지 내려가 독일 당국이 안보를 빙자해 얼마나 망명 개념을 유린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과격 집단에 몸 담은 것이나 부모 집에 무기를 숨긴 것을 자위권이라며 “위급 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빈 공항에 권총을 숨긴 것은 오스트리아 국방장관이 개최한 장교 무도회에 갔다가 친구랑 술에 취해 덤불 속에서 나치 시대 브라우닝 모델 17 권총을 발견해 코트 속에 넣어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중에 스트라스부르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야 권총을 화장실에 감춘 것이 떠올라 당황했으며 몇주 뒤 회수해 경찰에게 넘길 참이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그가 송환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여성 15명 살해…인육까지 먹은 70대 연쇄살인마 검거

    [여기는 남미] 여성 15명 살해…인육까지 먹은 70대 연쇄살인마 검거

    최소한 여성 15명을 살해하고 인육까지 먹은 70대 연쇄살인범이 멕시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경찰은 연쇄살인 혐의로 최근 멕시코주(州) 아티사판에서 안드레스 멘도사(72)를 긴급 체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용의자의 자택에선 최소한 10명의 유골을 포함해 물증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은 최근까지 용의자와 연인관계를 유지했던 30대 여성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레이나 곤살레스라는 이름의 34세 여성은 용의자와 연인으로 지내다 최근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여성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용의자의 집을 찾았다가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 지하실에서 토막 난 피해자의 시신, 피해자의 물건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소름끼치는 연쇄살인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용의자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경찰은 최소한 10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신분증, 옷, 구두, 가방, 목걸이, 팔찌 등을 발견했다. 유골은 해골과, 발목 부분에서 절단한 발 등으로 토막 난 상태였다. 결정적인 증거도 나왔다. 용의자가 범행을 녹화한 비디오 카셋이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범행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묘한 습관을 갖고 있었다. 여성들을 살해하면서 비디오를 촬영한 영상을 보관하고 있었던 건 그런 습관에서였다. 관계자는 "끔찍한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 20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여성들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기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조사에서 용의자의 진술에서 확인됐다. 연쇄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살해한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먹었다"고 시인했다. 용의자는 범행에 대한 기록을 담은 공책과 수첩도 다수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은 "확보한 영상과 수첩의 내용 등을 봤을 때 용의자가 살해한 여성은 최소한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살해한 여성들의 시신 대부분을 자택에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의 자택 내 한 개 방 밑에서 유골이 집중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경찰이 용의자의 자택에서 정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역사상 최악의 연쇄 페미사이드(여성살해)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인권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도 지하실에서 근무시키면 인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지하실에 근무하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근무장소가 지하실로 변경돼 인격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했다는 학교 직원의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이 학교 이사장에게 유사한 사안을 처리할 때 기본권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3월 다른 직원들에게 욕설, 업무 전가 등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 본관 지하 1층에서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5개월 동안 지하실로 출근한 A씨는 전 이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같은 해 8월 최종 해임됐다. 인권위는 A씨의 근무지가 자연 채광과 환기가 안 되고, 제초기 보관 창고가 있어 기름 냄새가 나는 공간이었으며 이 때문에 A씨가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18일의 병가와 8번의 조퇴를 신청한 점 등을 언급하며 학교 측의 조치가 부당했다고 판단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호화로움의 끝판왕 러시아 상트 외곽 여름궁전의 ‘호박 방’

    호화로움의 끝판왕 러시아 상트 외곽 여름궁전의 ‘호박 방’

    영국 BBC가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근교 푸시킨 시에 있는 예카테리나 궁전의 55개 방 가운데 가장 화려한 ‘호박(琥珀) 방’을 5분 28초짜리 동영상으로 소개해 눈길을 끈다. 23년 동안 호박 판 22개를 잇대며 복원해 2000년대 초반에 처음 공개했던 방이다. 호박이란 보석은 13세기 프러시아 제국이 채취를 금하는 법을 만들며 보호할 정도로 귀한 사치품이었다. 동유럽 왕실들은 왕가와 가톨릭의 권위를 상징하는 보석으로 호박을 사랑했다. 보통 에르미타주 여름궁전으로 불리며 세계 여덟 번째 불가사의로 꼽히는 예카테리나 궁전에는 녹색 기둥의 방, 붉은 기둥의 방 등 다양한 특징의 방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호박 방은 무려 6~7t의 호박이 들어가 방안을 장식해 호화로움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처음 이 방을 꾸민 것은 18세기 초였다.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1세가 16㎡ 크기의 방을 만들어 1716년 러시아 차르인 표트르 대제에게 선물했다. 표트르 대제는 이 궁전에 옮겨오면서 방의 크기를 늘리라고 했다.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바르톨로메오 라스트렐리가 초빙돼 55㎡으로 넓히며 더 많은 호박들을 채워넣고 촛불 거치대와 거울, 모자이크 등을 달았다. 나치 독일이 1941년 러시아를 침공, 호박 방을 프러시아 땅이었던 쾨니히스베르크 궁전으로 다시 옮겨갔다. 쾨니히스베르크는 나치가 약탈한 유럽 각국의 예술품들을 독일로 가져가기 전에 들르던 중간기지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볼세비키 적군이 이 도시를 탈환한 뒤 찾아보니 호박 방은 감쪽 같이 사라져 버렸다. 공습 때 불에 타 없어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도 있었지만 불에 탄 호박의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해서 궁전의 지하실 등에 숨겼나 싶어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1946년 쾨니히스베르크는 러시아 땅으로 편입됐고 칼리닌그라드란 새 이름을 얻었다. 그 뒤에도 두 차례나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선 조금 더 과학적인 탐사가 이뤄져 예술품과 보석류를 찾았는데 호박 방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칼리닌그란드 지역 호박박물관의 타탸나 수보로바는 호박 방이 발견됐더라도 쉽게 부서지고 시간이 갈수록 변해가는 복잡한 호박의 특성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증명됐다는 것뿐,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옛소련 당국은 1979년 나치가 약탈해 갈 때 떨어진 파편들과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촬영된 86장의 흑백사진을 토대로 아예 호박 방을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3년의 복원 작업 끝에 이 호화로운 방이 복원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자유롭게 이곳을 찾기 어려우니 ‘눈호강’으로 대신해보자. 웬일인지 방송이 퍼가기 기능을 해놓지 않아 다음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www.bbc.com/travel/story/20210506-russias-eighth-wonder-of-the-world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20년 전 발견된 청동기시대 거대 석판, 유럽 최고(最古) 지도로 밝혀져

    120년 전 발견된 청동기시대 거대 석판, 유럽 최고(最古) 지도로 밝혀져

    약 120년 전 프랑스에서 발굴된 청동기 시대의 거대한 석판 한 점이 최신 과학 기술을 이용한 연구 덕분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로 확인됐다고 고고학자들이 밝혔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생벨레크의 석판’(Saint-Bélec Slab)이라고 불리는 길이 3.8m의 이 유물은 1900년 발견돼 한 세기 이상 잊혀졌지만 프랑스 국립고고학발굴조사연구소(INRAP) 등 국제 연구진이 고해상도 3D 조사와 사진 측량 기술을 사용해 최근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브르타뉴 서부 지역의 한 무덤에서 출토됐던 이 석판은 기원전 1900년에서 1640년 사이의 청동기 시대 시신을 수습한 관의 벽 일부로 재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굴 당시 이미 윗부분이 파손돼 소실된 상태였다.1900년 한 사설 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1990년대까지 생제르맹 앙레성 내 고고학 박물관에서 보관돼온 이 석판은 2014년에 이르러서야 이 박물관의 지하실에서 다시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이 석판을 조사하는 동안 복잡한 선으로 연결된 무늬의 반복이 지도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챘다. 석판의 표면은 계곡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해서 입체적으로 가공됐고 선은 강의 지류를 묘사한 것으로 보여진다.게다가 이렇게 조각된 무늬는 브르타뉴 서부 지역의 경관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석판은 가로 약 30㎞, 세로 약 21㎞의 오데강 지역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 석판이 파손된 원래 이유를 포함해 몇 가지 불명확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구 제1저자인 클레망 니콜라 박사는 “이번 발견은 선사시대 사회의 지도 지식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강조한다”면서 “이 석판은 청동기 시대에 영토를 엄격히 통제했던 강력한 위계 정치 주체의 영역을 묘사하며 이를 깨뜨린 것은 비난과 불복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프랑스 선사시대학회보’(Bulletin de la Société préhistorique française)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시켜만 주시면…” 美 자폐 학생 진심 편지에 아마존, MS도 관심

    “시켜만 주시면…” 美 자폐 학생 진심 편지에 아마존, MS도 관심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자폐 학생이 미래의 고용주에게 띄운 편지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구직에 나선 자폐 학생의 진심 어린 호소가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사는 라이언 로리(20)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자필 편지 한 장을 게재했다. 미래의 고용주에게 쓴 편지에서 로리는 “나는 애니메이션이나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내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이어 “남들처럼은 못해도 한 번만 가르쳐주면 금방 배운다. 나를 고용하고 일을 가르쳐준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 약속한다. 매일 출근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로리의 편지가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한꺼번에 쏟아진 관심에 보안을 우려한 링크드인 측이 계정을 일시 정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일자리 제안도 쇄도했다. 델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채용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기업 전화가 잇따랐다. 신경다양성은 자폐, ADHD, 난독증 등 다양한 발달장애를 정상 범주에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보통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정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비추어, 독특한 신경학적 특성을 지녔을 뿐이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로리의 부모는 실제로 로리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 트레이시 로리는 ”아들은 수학과 음악, 기술에 재능이 있으며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생 아들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독립이 시급하다는 게 부모 입장이다.아버지 롭 로리는 ”목표는 아들의 독립이다. 물론 아들은 우리 집 지하실에서 평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아들은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면서는 단 한 사람만 연결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2000명 이상이 아들과 연결됐다. 이제 아들의 독립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기뻐했다. 졸업 전까지 한시 고용된 카페에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로리는 이제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분주하다.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자신의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로리는 ”네가 인터넷을 휩쓸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안다. 내 편지가 입소문이 났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기회달라” 美 자폐 학생이 미래 고용주에게 띄운 진심어린 편지

    “기회달라” 美 자폐 학생이 미래 고용주에게 띄운 진심어린 편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자폐 학생이 미래의 고용주에게 띄운 편지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구직에 나선 자폐 학생의 진심 어린 호소가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사는 라이언 로리(20)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자필 편지 한 장을 게재했다. 미래의 고용주에게 쓴 편지에서 로리는 “나는 애니메이션이나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내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이어 “나는 영리하지만 의사소통이 조금 어렵다. 그래도 가르쳐주면 빨리 배운다. 나를 고용하고 일을 가르쳐준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약속한다. 매일 출근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로리의 편지가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한꺼번에 쏟아진 관심에 보안을 우려한 링크드인 측이 계정을 일시 정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일자리 제안도 쇄도했다. 델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채용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기업 전화가 잇따랐다. 신경다양성은 자폐, ADHD, 난독증 등 다양한 발달장애를 정상 범주에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보통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정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비추어, 독특한 신경학적 특성을 지녔을 뿐이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로리의 부모는 실제로 로리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 트레이시 로리는 ”아들은 수학과 음악, 기술에 재능이 있으며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생 아들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독립이 시급하다는 게 부모 입장이다.아버지 롭 로리는 ”목표는 아들의 독립이다. 물론 아들은 우리 집 지하실에서 평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아들은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면서는 단 한 사람만 연결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2000명 이상이 아들과 연결됐다. 이제 아들의 독립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기뻐했다. 졸업 전까지 한시 고용된 카페에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로리는 이제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분주하다.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자신의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로리는 ”네가 인터넷을 휩쓸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안다. 내 편지가 입소문이 났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79세 인생 스리쿠션, 후반전이 진짜 승부

    79세 인생 스리쿠션, 후반전이 진짜 승부

    “인생은 성공을 추구하는 전반부 삶과 의미를 찾아가는 후반부 삶으로 나뉘는데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된답니다”.김영수(79) 프로당구협회(PBA) 총재는 세계적인 모험적 사회 기업가이자 작가, 인생 컨설턴트로 1998년 ‘하프타임 인스티튜트’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봅 뷰포드가 자신의 저서 ‘하프타임’(Half Time)에 쓴 문장을 인용했다. 사실 ‘망팔’(望八)을 이미 오래전에 넘기고 이제 내년이면 ‘산수’(傘壽)를 맞게 되는 김 총재는 뷰포드의 이론과 주장에 딱 걸맞은 사람이다. 이른 봄볕이 내리쬐던 지난달 27일. 언 땅을 뚫고 나온 할미꽃 봉우리가 여기저기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던 서울 아차산의 남쪽 자락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만난 김 총재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PBA 투어 출범 두 번째 시즌 최종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사흘째 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대회장에 들른 김 총재는 “어김없이 ‘토요산행’을 마치고 부랴부랴 경기장을 찾았다”고 했다. “1993년 문민정부 초대 민정수석 시절 YS를 따라 나섰던 첫 산행이 벌써 28년째”라는 그는 “세상없어도 가는 토요산행인데 딱 하나 예외는 PBA 경기가 있는 날”이라고 웃었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국정 현안에 대해 질문을 쏟아붓던 기자들에게 그는 “글쎄 그게 궁금하면 토요일에 산에 한번 따라와 보라구~”라며 물귀신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2015년 안나푸르나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트래킹도 세 차례나 마친 그는 “어마어마한 산의 봉우리와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면 흡사 지나온 인생사의 굴곡을 되짚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 총재는 1965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인생의 전반부를 활짝 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였던 그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일어난 대통령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을 송치받아 기소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 합동조사단장으로부터 트럭 몇 대분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3개월을 꼬박 기소 준비에 매달렸다. 김 총재는 “당시 세상은 문세광의 뒤에 조총련과 북한이 있다는 데 집중했지만 나는 담당검사로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총격을 했다는 사실의 규명에만 온 힘을 쏟았다”면서 “호송차 창밖을 내다보는 문세광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돌아봤다. 문세광 사건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지만 김영수의 제5공화국은 수난으로 점철됐다. 그는 “귀족 검사로 낙인이 찍혀 제천으로 제주로 귀양살이하듯 떠돌았다. 검사로서 열심히 일했지만 정권이 바뀌니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했다. 이 일을 겪으면서 김 총재는 “수양을 많이 했다. 비로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고 감사하는 마음까지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유연해지니 인생에 막힘이 없었다. 5공화국이 끝날 무렵 공안부장으로 서울지검에 돌아온 그는 노태우 정권의 첫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을 거쳐 서열 2위인 제1차장까지 올랐다. ‘3당 합당’ 뒤에는 민자당 비례대표와 정세분석위원장 등을 맡으며 YS의 측근이 됐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 YS는 아들과 상도동의 반대에도 김 총재에게 초대 민정수석비서관 자리를 맡겼다. 성공을 추구한 삶의 전반부를 매듭지은 김 총재는 황금기였던 당시를 돌아보며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섣불리 튀지 않았다. 교만과 방종, 탐욕에 휩쓸리지 않았다. 칼을 잡았을 때는 놓을 때도 생각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면서 “칼은 칼집에서 뺄 듯 말 듯할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섣불리 빼다가는 결국 내가 다친다는 진리를 세월과 함께 터득했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후반부는 프로당구(PBA)와 함께 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체육계와 제법 많은 인연을 쌓았다. 문민정부 세 번째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04년부터는 KBL 총재로 대표적인 겨울 프로종목인 프로농구를 4년 동안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2011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세 번째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체육회 고문을 수행하는 등 체육계와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김 총재는 “PBA의 수장이 된 건 내 인생 후반부의 ‘화룡점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19년 2월 출범을 앞둔 PBA의 총재직을 제안받았다. “처음에는 마뜩찮았다”고 했다. 담배 연기와 컴컴한 지하실이 연상되는 당구라는 종목 자체부터 내키지 않았다. 더욱이 벌써 두어 차례 시도했지만 불신과 반목에 휘말려 프로화에 실패했던 ‘전력’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결국엔 PBA가 세 차례나 찾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당구로 먹고살 수 있는 진정한 프로종목을 만들겠다는 PBA의 청사진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해 5월 9일 PBA 투어 출범식을 겸한 자신의 취임식에서 김 총재는 “대한민국 최초의 글로벌 투어 ‘PBA 투어’를 기반으로 ‘당구 한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지금 두 시즌째의 막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김 총재는 “4년 총재 임기 중에 2년을 보냈으니 이 또한 나의 또 다른 후반전”이라고 했다. 소회를 묻자 그는 “지난 2년은 안도감 그리고 자신감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출범 초반 몇 차례 프로화가 좌절됐던 지난 전력 때문에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태까지 덮친 와중에도 PBA 투어는 프로종목 중 거의 유일하게 시즌 일정의 대부분을 차질 없이 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영국의 프로 스누커 기구인 WPBSA의 찬사와 함께 국내 타 프로스포츠 단체에서도 향후 당구가 프로스포츠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덕담을 듣는 것은 아직 생각지 못했던 즐거운 일”이라고 반색했다. “출범 당시 내세웠던 ‘직업인으로서의 당구 선수’라는 목표도 가시권에 도달했다”고 강조한 김 총재는 “아직 다른 종목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현재 50명 남짓의 선수가 팀리그에서 후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프로선수 생활을 하는 점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계에 대한 선수와의 약속, ‘상생해 나가자’고 한 후원사에 대한 약속,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한 팬과의 약속도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부한다. 이제 누구도 PBA 투어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 남은 건 더 넓어진 시장과 후원사의 협력 안에서 당구장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프로당구 선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PBA의 재정 상태를 우려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김 총재는 “출범 준비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 탓이다. 내 4년 임기 내에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것이 재정적 목표였는데 2시즌 만에 이를 일궈냈다. 이는 부총재와 사무총장을 비롯해 PBA 전 직원의 마케팅 노력이 일궈낸 성과”라면서 “세 번째 시즌엔 투어 운영비용을 충당하고 남을 만큼 재정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오는 6일 종료되는 PBA 투어 6차 대회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을 끝으로 ‘전반전’은 끝나지만 하프타임 없이 곧바로 후반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새 시즌에는 특히 PBA 투어의 전 세계 확산을 위해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우선 베트남과 유럽, 남미 등 3쿠션 종목이 강세인 해외 지역에서 의미 있는 PBA 이벤트를 시작하고 당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가입을 위해 스누커 프로투어를 운영하는 WPBSA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PBA 투어는 이미 국제적으로 3쿠션 종목의 대표기구로 인정받고 있으며 스투커, 풀 등의 기구와 협력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히틀러가 실제로 쓴 변기, 경매나와 무려 2000만원 낙찰

    히틀러가 실제로 쓴 변기, 경매나와 무려 2000만원 낙찰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생전에 사용했던 '변기'가 경매에 나와 우리 돈으로 무려 2000만원이 넘는 거액에 낙찰됐다. 최근 미 경매회사인 알렉산더 히스토리컬 옥션 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에서 열린 경매에서 히틀러의 변기가 1만8750달러(약 207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나무로 제작된 이 변기가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것은 역시 히틀러가 사용했다는 역사적 가치 덕이다. 이 변기가 발견된 곳은 히틀러의 은거지였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베르그호프 별장에서였다. 생전 히틀러는 연인 에바 브라운과 1936년부터 이곳 별장에서 동거를 시작해 2차대전 내내 함께 지냈다.    그러나 베르그호프 별장이 연합군에 장악된 후 미군 연락장교인 라그발드 C 보쉬가 프랑스군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당시 그는 '별장에서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져가라'는 상관의 명을 받고 다소 황당하게도 이 변기를 챙겼다. 그리고 이 변기를 뉴저지에 있는 자택으로 보냈고 최근까지 지하실에 보관돼 오다 이번에 보쉬의 아들을 통해 경매에 나왔다. 현지언론은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이 변기에 앉아 세상을 정복할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면서 "처음 5000달러로 시작해 낙찰가가 치솟았으며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주택 공급 대책, 고층·고밀 아닌 거주 여건 향상 방안 찾아야

    주택 공급 대책, 고층·고밀 아닌 거주 여건 향상 방안 찾아야

    옛날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1976년 10월 22일자 동아일보 하단의 광고를 보게 됐다(②).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분양광고였다. 재건축 기대심리로 언제나 뜨거운 존재인 잠실5단지 아파트의 45년 전 광고는 의외로 신선했다. 광고는 3930가구의 대단지임을 강조하면서 10%의 낮은 건폐율, 70m에 이르는 충분한 동간 확보, 138%의 낮은 용적률로 일조와 통풍이 완벽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분양면적과 별개의 널찍한 발코니, 그리고 수영장을 포함한 단지 내 복지시설에 대한 설명에 이르면 최근의 아파트 광고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그 본질은 비슷함을 1976년의 광고는 보여 주고 있었다. 45년이 지난 2021년 우리의 주거환경은 경제 수준만큼 좋아졌다. 1인당 주거면적인 지역 및 소득계층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나타난 주거환경만족도도 지난 15년 동안 개선돼 왔다. 인구 100명당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는 214.5채(1995년)에서 411.6채(2019년)로, 수도권도 같은 기간 191.2채에서 380.11채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지하실, 옥탑방, 고시원과 같은 열악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 부엌과 한 개 이상의 방, 독립된 출입구를 갖추지 못한 ‘주택 이외의 거처’ 비중은 2006년 1.3%에서 2019년 4.9%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 하위계층의 경우 이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7.1%에 이르고 있다. 주택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갈등도 심화한다. 주택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지만 한국은 서울과 대도시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이 지속돼 계층 간 자산격차가 확대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거주 비중은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42%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상 수요 초과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을 우려한 재건축·재개발의 억제로 신규 주택공급이 감소하게 됐고,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의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으로 서울 회귀 현상이 더해지면서 서울의 주택, 그 가운데서도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전체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정부는 2018년부터 3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에 대한 공급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재건축 및 재개발 활성화와 더불어 역세권 지역의 경우 준주거 지역 변경 시 용적률 최대 700%로 상향 및 일조권 높이제한 현행의 2배까지 완화 등을 추진했다(표 1).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역세권 범위를 기존의 250m에서 500m로 확대하고, 준공업지역에서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을 포함한 공급확대 방안을 확정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향후 역세권 주변지역에 대한 고밀도 개발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주택은 항상 부족했다. 역대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거나 혹은 정치적 필요가 대두될 때마다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해 왔다. 1972년 250만호 건설계획을 시작으로 1980년 500만호 건설계획, 1989년 수도권 5개 신도시를 포함한 200만호 건설계획, 그리고 2003년 수도권 10개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통한 40만호 공급까지 이어져 왔다. 주택의 대량 공급은 대규모 신도시 건설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대량의 주택공급은 신도시보다는 기존 시가지에서의 공급 확대가 주를 이루었다. 200만호 건설계획은 수도권에 90만호를 공급하도록 계획됐는데 5대 신도시에서 공급된 물량은 30만호인 반면 서울시내에서 공급된 물량은 40만호였다. 이 물량 가운데 아파트도 있지만 상당수는 다세대 및 다가구 형태였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층고 규제를 완화하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이고, 동간 간격을 좁히는 제도의 변화는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는 벽돌 외장, 반지하와 옥탑방, 그리고 옥외계단으로 대표되는 ‘빌라’이다. 이러한 빌라는 1984년 11월 건축법 개정을 통해 등장하게 됐다. 지하실은 절반만 묻힐 경우 지하실로 인정해 주고 부엌과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인접한 건물과의 거리도 북쪽으로만 건축물 높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리를 띄우도록 하고 나머지는 50㎝ 이상만 띄우도록 했다. 대신 지하실과 옥외계단은 용적률 계산에서 제외해 줬다. ●기반시설 변화 없이 다세대 주택만 급증 제도의 변화에 따라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은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늘어난 가구만큼 전세를 놓아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명 빌라는 8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도로, 녹지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주택 위주였던 주거지역들이 다세대·다가구 주택들로 변화하면서 생활여건은 악화됐다. 반면 자동차의 보급에 따라 일정 수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던 아파트가 선호되기 시작하면서 주거 형태에 따른 양극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조권을 비롯한 주거환경은 많은 곳에서 악화됐다. 충분한 햇볕을 받고 사는 것은 건강한 삶에 있어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실제 법률을 통해 권리가 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이다. 1970년대 들어 고층건물의 증가에 따라 점차 일조권 분쟁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971년 건축법에 일조권 규정이 포함되면서 일조권이 공식화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호보다는 건축 규정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급급하면서 현실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였고 분쟁의 대상이 됐다. 일조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지 경계에서 일정 거리 이상을 띄우도록 한 규정은 층고를 낮추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비스듬한 건물 외양만 만들어 내면서 도시의 경관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기 위해 주택과 관련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반복됐다. 2000년대 중반 정부는 2기 신도시, 그리고 뉴타운으로 주택공급에 나섰지만 아파트 위주의 공급은 신속한 주택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 도심 가까운 곳에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건설기준을 완화하고 공급 절차를 단순화해 단기간 공급 확대를 도모했다. 이에 따라 이격 기준을 적용받지 않으며, 주차장은 가구당 0.5~0.6대로, 층간소음 기준 역시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완화에 따라 단기간에 많은 주택이 공급됐지만 일조권과 층간소음으로 거주민의 불편은 물론 지역 차원의 거주환경 악화 및 안전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2015년 1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사건은 이러한 우려가 과도한 게 아니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 사건 이후 진입도로 규정이 강화되고 당초 면제됐던 관리실 설치 규정이 50가구 이상에 한해 부활됐지만 여전히 기반시설은 부족하다. 기반시설의 확대 없는 용적률 상향, 일조권 완화를 포함한 제도의 급속한 변화는 주거환경의 악화로 이어졌으며, 결국 아파트 가격의 상승과 지역 간 격차 확대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서울에서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상향, 일조권 완화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주택 및 개발 수요가 높은 도시는 토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을 동일한 기준으로 보고 도시지역에 대해 동일한 용적률 등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더 많은 용적률을 보장해 주어 효과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다양한 건축 디자인이 등장할 수 있도록 35층 규제와 같은 일률적인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국회 주변 서여의도, 대법원 인근의 서초동과 같이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층고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낮은 층고가 친환경적이며 자연스럽다는 편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같은 용적률 200%라 하더라도 건폐율 60%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과 고층아파트 단지 가운데 어디가 쾌적한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하다. 그러나 단기간 내의 급작스러운 용적률 상향이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문제는 용적률 자체가 낮은 것보다는 기존에 설정된 용적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종로 등 도심의 경우 오래전부터 용적률 800%인 상업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소규모로 분할된 필지와 다수의 토지소유자 등으로 인해 제대로 용적률을 활용하지 못했다. 강남권의 많은 역세권 지역은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천편일률적인 다세대 주택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①). 용적률만 상향시킨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소규모 개별 필지별로 이루어지는 개발은 억제해야 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계획과 수단들이 같이 마련돼야 한다. 난개발로 이어지는 개별, 필지별 개발은 억제하고 단지형 아파트 또는 최소한 주상복합 형태의 아파트들이 들어서려면 소유주들에 대한 인센티브와 더불어 규제 방안 역시 필요하다. 용적률을 활용하지 않고 저층·저밀도로 유지하는 토지 및 건물 소유주에 대해서는 미활용하고 있는 용적률만큼의 세금 또는 부담금을 징수해 계획적인 개발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주택 수요 충족을 위한 고층·고밀도 개발은 일조권을 비롯한 에너지 사용 등에 있어서 많은 고려를 필요료 한다. 숫자를 통한 일률적 규제 대신 발전한 정보기술(IT)을 통해 일조권, 통풍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허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대표되는 시뮬레이션 기법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서울은 2020년 버추얼 서울(Virtual Seoul)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도시 , 주택·상업·생산·녹지·학교 공존해야 도시의 공간은 주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업과 생산기능이 존재해야 하며 공원과 녹지, 학교가 적절하게 배치돼야 한다. 70층의 최첨단 고층빌딩과 대규모 쇼핑시설, 공원이 존재하지만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는 아파트가 공존하는 여의도는 서울의 도시계획 및 관리에서의 모순과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공급의 확대는 필요하며, 과거 교조적으로 고수했던 규제들은 철폐되거나 완화돼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의 목표 달성을 위한 완화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험했다. 수요층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해당 지역의 거주 여건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고층·고밀이 아닌 미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와 규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범죄자 취급받는 고가 아파트 배달 노동자들

    범죄자 취급받는 고가 아파트 배달 노동자들

    인권위 간 ‘갑질 아파트’ 실태코로나19로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된 시대지만 서울 송파구의 A아파트 단지에선 배달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다. 배달원들은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집 식구 눈에 띄지 않도록 지하실에 숨어 사는 남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오토바이는 단지 밖에 세워 두고 걸어서 이동한다. 이런 규칙을 모르고 오토바이를 끌고 들어갔다간 경비원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떤 주민은 오토바이에 꽂아 둔 열쇠를 뽑아 가서 배달원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테러 위험 있으니 헬멧 벗어라” 강요 서울 영등포구 B쇼핑몰은 음식을 받으러 온 배달원들에게 안전모를 벗으라고 요구한다. 헬멧을 쓴 채 발을 들이면 보안요원이 출입을 막는다. 쇼핑몰 측은 “테러 위험이 있으니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댄다.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고 배달원을 화물용 승강기에 타게 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아파트 단지와 빌딩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의 편리함 뒤에는 노동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배달원들이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이유를 밝혔다. 진정에는 노조 소속 배달원 4명이 참여했고 총 83곳의 관리사무소를 피진정인으로 적시했다.●갑질 76곳 중 절반 이상이 강남3구에 위치 이들은 동료 배달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서울 시내 아파트 76곳과 빌딩 7곳의 갑질 실태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와 빌딩은 ▲아파트 정문에서 오토바이를 내린 후 걸어서 배달 ▲화물용 승강기 이용 ▲헬멧 착용 금지 ▲개인 신상 기재 후 출입 ▲지하주차장으로 출입 등을 강요하고 있다. 노조가 수집한 자료를 살펴보면 아파트 76곳 중 절반 이상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했다. 서울 강남구가 32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서초구(17곳)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는 용산구(6곳), 양천구·마포구(각 4곳), 송파구·성동구(각 3곳), 영등포구·중구·광진구(각 2곳), 강동구(1곳) 순이었다. 빌딩 7곳에는 용산구와 중구에 있는 대기업 본사 빌딩과 여의도와 명동의 복합쇼핑몰·백화점, 강남구·서초구·종로구의 고층빌딩 3곳이 포함됐다. 김영수 배달서비스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름 장마철에는 ‘로비가 물바다가 된다’며 우비를 벗게 하고, 겨울에는 ‘패딩점퍼 안에 흉기를 숨길 수 있다’며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들과 별개로 전날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등 갑질 아파트 103곳을 공개하고 이 가운데 36곳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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