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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온라인 탈선/(하)전문가 좌담

    생활에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는 한편으로는 탈선을 부추기는 방편이 되고 있다.특히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음란물을 접하거나 불건전한 만남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대한매일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완 박사와 경희사이버대 사이버NGO학과 민경배 교수,시민사회단체인 미디어교육프로젝트 ‘해모’의 김태황 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 사이버 문화의 현주소와 대책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정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김태황 시민단체 '해모'팀장 ●정완 박사 사이버 공간에서 청소년 일탈의 공통점은 익명성과 비대면성입니다.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얼굴을 직접 대하지 않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표현을 하려고 합니다.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로 집 밖에서 인터넷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릅니다.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60%를 넘고 있습니다.가정에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민경배 교수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탈은 청소년에게만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인터넷에는 일탈의 욕구가 내재돼 있습니다.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요.그러나 인터넷이 없어지면 일탈이 사라지나요.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일본에서는 이미 10대 성매매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10대 성매매의 원인을 배금주의나 성 문제로 접근해야지 인터넷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인터넷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청소년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이것은 교육의 문제입니다. ●김태황 팀장 청소년들이 사이버 문화에 빠져드는 것은 인터넷이 편리성과 익명성을 갖추고 해방구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이 모델로 삼을 만한 사이버 문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 박사 청소년들이 인터넷 때문에 탈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인터넷에도 순기능이 많습니다.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그러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요.역기능의 하나가 성매매의 확산입니다.음란물은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음란물 유통을 금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소수입니다.현재 우리는 인터넷상의 음란물을 규제하는 데만 촉각이 곤두서 있어요.이제 형법상 규제도 국제 수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김 팀장 내가 만난 가출학생들은 찜질방 같은 곳에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가출해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도 합니다.이 과정에서 평소에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일탈로 접어듭니다. ●정 박사 역기능 중에 게임아이템을 사고파는 문제가 있습니다.몇년 전부터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둘러싼 형법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게임아이템을 재산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지요.최근에는 게임아이템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자는 입법 움직임이 있습니다.미국처럼 ‘전자절도죄’와 같은 항목을 입법화하자는 주장입니다. ●민 교수 온라인 일탈이라고 하면 사회에서는 가해자로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인기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아이템 거래는 이미 지하경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요즘에는 조직폭력배들까지 아이템 거래시장을 통해 자금 강탈과 돈세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피해자는 물론 청소년이지요.하지만 피해자인 청소년에 대한 법·제도적인 보호장치는 미약합니다.이 부분이 사각지대입니다. 대한매일에서 ‘여고생의 51%가 성매매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이를 뒤집어보면 결국 문제 있는 성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청소년들의 온라인 일탈 문제를 바라볼 때 이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정 박사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인 ‘아바타’도 문제입니다.게임아이템을 사거나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부모 카드로 몰래 가상 물품을 사는 문제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부모들은 잘 모르지만 민법상 청소년들이 부모의 허락없이 부모의 재산을 이용한 경우 카드 결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온라인 결제인 060서비스도 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결제되지 않습니다.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합니다. ●민 교수 사이버중독,인터넷중독이라는 말을 하는데 ‘중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치유해야 할 병으로 합의돼 있지 않습니다.의학적 근거없이 대중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입니다.현재 인터넷중독은 ‘하루 몇 시간 하느냐.’는 양적 기준으로만 따집니다.이 때문에 최근 TV프로그램에서 프로게이머가 중독자 취급을 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과 인터넷 때문에 장애를 겪는 사람은 구분해야 합니다. ●김 팀장 인터넷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평소 의존경향이 강한 아이들이 인터넷에 많이 빠져듭니다.그런 아이들은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습니다.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중독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민 교수 중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니까 청소년 스스로 중독 수준이 아닌데도 죄책감을 느낍니다.그리고 스스로 중독자라고 진단하고,중독자의 통계는 그만큼 높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중독이라고 규정하기에 앞서 청소년들이 적절하게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정 박사 인터넷 중독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습니다.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독됐다고 하지 않습니다.행동패턴으로 판단해야 합니다.인터넷으로 도박이나 음란물을 자주 경험한다면 이는 인터넷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도박·음란물에 중독된 것이죠. ●민 교수 청소년들의 사이버 일탈은 탈규범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즉 돈과 관련된 문제와 연관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성매매나 해킹,게임아이템을 훔치는 등의 행위도 결국 금전적 이해관계를 위한 도구로 인터넷을 활용합니다.이는 결국 온라인을 이용한 범죄로 이어집니다.사회적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해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우리나라 해커는 외국과는 달리 대부분 10대인 데다 폐쇄적이며,해커의 세계는 거대한 지하세계로 통합니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죠.프로그래밍 기술의 양성화·활성화 등을 통해 정보기술(IT) 발전이라는 양지로 끌어내려면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정 박사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와 유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합니다.온라인상의 개인정보저장공간인 웹하드 등을 통한 불법복제는 매우심각합니다.이를 규제할 제도는 완비돼 있습니다.그러나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사실상 규제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수사기관이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에서 비영리 민간단체나 업체들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김 팀장 청소년들은 사이버 문화에서 소통의 불균형 현상을 보입니다.온라인에 익숙해지면서 정작 얼굴을 마주보는 대면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습니다.요즘 아이들은 대화 중에 조금이라도 자기 코드에서 벗어나면 휴대전화를 열어 다른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다른 의사소통으로 빠져나가는 셈이죠.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디지털 기술교육이 아닌 디지털 문화교육을 시켜야 합니다.현재 디지털 교육이라고 하면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 등 온통 기술적인 것들뿐입니다. ●민 교수 일부 학교에서는 인터넷상의 에티켓인 ‘네티켓’을 가르치지만 계몽적이고 훈육적·일방향적입니다.자발적이고 적극적이고 쌍방향적인 인터넷과는 정반대입니다.이런 식으로 네티켓을 주입시키는 것이야말로 아날로그적입니다.이런식의 교육이라면 안 하느니 못합니다. ●김 팀장 성인들이 사이버 문화를 따로 생각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합니다.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겹쳐 있습니다.학교에서 윤리나 사회 시간에 배우는 것들이 인터넷에도 적용됩니다.청소년들이 오프라인에서 배운 것을 온라인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민 교수 청소년들의 자생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얼굴이 잘생겼다,예쁘다.’는 뜻의 ‘얼짱’이 대표적이지요.이는 ‘왕따’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아이들끼리 서로를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뜻이 있습니다.그러나 성인들은 얼짱 사이트를 만들어 얼짱의 순위를 매길 것을 강요하며 경쟁의 논리를 도입합니다.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정 박사 눈에 보이는 잘못된 부분은 일부 통제해야 합니다.게시판에 음란물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합니다.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음란물 접근의 주원인인 스팸메일도 보내는 쪽에서 미리 허락을 받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미국에서는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문제 있는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하자는 것입니다. 정리 김재천 이유종기자 patrick@
  • 오일달러 철철 이젠 러시아로

    광활한 러시아 시장이 활짝 열렸다.러시아 경제가 풍부한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달 한·러 경협차관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면서 차세대 시장으로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상품 수출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이어 초대형 플랜트 수출계약이 속속 성사되고 있다. ●올 수출액 10억弗… 전년보다 43% 껑충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수출액은 10억 8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 늘었다.지난해 증가율(13.6%)의 세 배가 넘고 올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증가율(23%)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에 달한다.석유화학,자동차,전자,섬유·의류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원유,금속,임산물 등 1차 산업을 중심으로 전년동기 대비 9.4% 늘어난 17억 2000만달러에 달했다.올들어 삼성·LG·현대 등 국내기업들의 대 러시아 수출계약은 29억달러(7건)에 이른다.최근 무역협회 주관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국내 20개 중소기업 대표단은 상담회를통해 단박에 상담액 1400만달러에 실제 계약 480만달러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 상품의 러시아 수출이 활발해지자 수출입은행은 10년만에 러시아 전대(轉貸)차관을 재개했다.이미 2개 은행에 8000만달러를 제공한 데 이어 곧 추가로 8000만달러를 빌려준다.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현지 기업에 한해서만 대출한다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돈이다. ●수출계약 30억弗 육박… 플랜트 수주 활기 그동안 저조했던 국내기업의 대형 플랜트 건설사업에도 날개가 돋쳤다.러시아는 총 사업비 100억달러 규모의 사할린 룬스코예 원유·가스전(田) 개발,하바로프스크 원유 정제공장 건설,나홋카 공단 건설 등 초대형 국책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이미 삼성중공업이 5억달러 규모의 사할린 해상 원유가스 시추설비를 수주했다.삼성물산과 LG건설도 하바로프스크 정제공장 건설사업을 부분 수주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방콕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TKR(한반도종단철도)-TS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수출입은행 신동규 행장은 “옛 소련에 빌려줬던 14억 7000만달러의 경협차관 채무재조정이 지난 9월 마무리된 게 우리나라의 러시아 진출에 결정적인 청신호가 되고 있다.”면서 “플랜트 수출을 중심으로 30억달러 규모의 수출금융 지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 현재 러시아에서 1998년 8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유예) 선언 당시의 암울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모든 경제지표가 수직 상승세를 타고 있다.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 3·4분기 하루 평균 867만배럴의 원유를 생산,사우디아라비아(830만배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이를 기반으로 러시아 경제는 1999∼2002년 4년간 연 평균 6.4%씩 성장했다.올 상반기에는 더 높은 7.2% 성장을 기록했다.지하경제 만연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 등으로 만년 적자였던 재정수지도 최근 3년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8일 풍부한 외환보유고(올 7월말 644억달러) 등을 감안,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Baa3’로 높였다.한국은행 구미경제팀 최항규 팀장은 ▲경제위기 이후 단행된 루블화 평가절하 ▲국제유가 상승 및 산유량 증대 ▲정치안정에 기반한 경제구조개혁 등을 러시아 고성장의 배경으로 들고 “경제의 지나친 원유수출 의존도 등 불안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의 고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프리랜서 기자천국 日

    “여자에게 금단(禁斷)의 세계라 할 수 있는 스모(일본 씨름)를 취재하다 보면 승부에 전력투구하는 ‘남자’를 가까이서 실감할 수 있어 매력을 느낀다.”사토(35·여)는 스모 전문기자이다.신문사나 방송국,잡지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 라이터’(프리랜서 기자의 일본식 표기)이다.프리 라이터의 길을 택한 것은 9년 전.대학을 졸업한 24살 때 사진 주간지인 ‘프라이데이’에 입사,스모를 맡게 된 것이 “평생의 운명을 결정한” 스모와의 만남이었다.2년 뒤 안정된 월급,이름있는 주간지의 명함을 버리고 사토는 ‘프리 선언’을 했다.“명령받고,쫓기는 생활이 싫었다.”는 것이 이유다.신문·방송의 스모 담당기자를 제외하고 스모계를 취재하는 프리 라이터는 10여명으로 그 가운데 여자는 2명이다.거물 스모선수를 연속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는 그녀는 “주위에서 ‘몸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시샘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그만큼 벽이 높고 보수적인 스모계에서 여성이 10년 가까이 프리 라이터로 ‘생존’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에는 득실거린다고 할 정도로 유난히 프리 라이터가 많다.숫자를 헤아릴 만큼 희소한 한국과는 딴판이다.어떤 프리 라이터는 “2만명 정도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자격이 필요없는 것이 프리 라이터인지라 그 숫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본 다나카 가쿠에이’란 책을 쓴 바 있는 쓰루(59)는 그 이유를 “뭔가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하는 활자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뿐만 아니라 웬만큼 글을 쓰면 글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 점도 프리 라이터를 다량 배출하는 환경의 하나다.일단 글을 실어줄 매체가 많다. 수천종의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일본은 프리랜서가 활동할 공간이 넓은 편이다.뭔가 쓰고 싶은 사람,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신문이나 방송사를 택하지 않아도 일정한 실력을 갖추면 프리 라이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출판·잡지사는 사원을 고용하는 부담보다는 프리 라이터를 그때그때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양한 전력의 소유자들프리 라이터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 뭔가를 쓰고 싶었던 사람들이다.그래서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도 오랜 시간에 걸쳐 꿈을 이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간노(40·여)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 들어가 “평범한 OL 생활을 하다,이게 아니다 싶어” 박차고 나와 A신문사 광고국에 계약직 사원으로 재입사했다.“기자로 가는 길에 가깝기 때문”이었다.신문사에 들어갔으나 광고국인 탓에 글을 쓸 수 없었던 그녀는 다시 경제전문 주간지로 옮겨 편집자의 길을 걷는다.결국은 2000년 한국 젊은이들의 반일 감정에 관한 책을 써 프리 라이터의 직함을 갖게 된다.14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재일교포 2세인 이택수(35·가명)씨는 조총련계 기관지에서 7년간 기자로 일하다 2001년 프리로 독립했다.기관지 기자 생활은 “프리 라이터를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지난 7월 ‘한국은 드라마틱-엔터테인먼트로 보는 한국 스타일’이라는 책을 쓴 다시로(37·여)는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게이오대 국문과를 나온 그녀는 대졸 여성들이 선망하는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홍콩 유학을 거쳐 4년 전부터 한국 연예계에 관한 기사를 취재하는 프리 라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프리여서 좋지만 수입은 불안정 자기가 취재하고 싶은 분야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매력에 빠져 프리 라이터의 길에 들어섰지만 수입이 적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시로는 “아나운서 시절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아슬아슬한 생활”이라고 털어놓는다.세무소에 신고한 2002년도 수입은 월 평균 20만엔을 넘지 않았다.올해는 좀 넉넉한 편이다.한국 드라마 ‘겨울 소나타’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를 친 덕분에 한국 연예계에 갖는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책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을 드나드는 취재경비나 집 월세,생활비 등을 빼면 여유로운 생활은 꿈꾸기 힘들다. 이택수씨는 “작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과 조총련 사정에 관한 원고 의뢰가 많이 들어와 올해 700만엔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지만 프리로 전업한 첫해에는 월 5만엔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힘겨웠다.”고 말한다.우익계 잡지건 좌익계이건 “거절하지 않고” 원고를 쓰고 있는 그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택수씨의 경우만 해도 행복한 편이다.상당수 프리 라이터는 살인적인 일본의 고물가 속에서 월 20만엔에도 못미치는 불안정한 원고 수입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그래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프리에서 조직의 룰이 지배하는 신문사나 공무원의 세계로 역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활고로 프리에서 재취업 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 이름을 얻어 작년 프리 선언을 했던 마쓰모토(36·가명)는 얼마전 신문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중학생을 포함,세 아이를 둔 가장인 그는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변신했다.쓰루는 지방의 조그만 지방자치단체의 촉탁직원으로 일한다.도쿄의 출판사,잡지사의 인맥 관리가 힘든 지방에서 프리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만큼 고정적 벌이를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뒤늦게 공무원이 된 것이다. 이씨는 다른 이유에서 전업을 궁리하고 있다.그는 “일본의 지방경제를 취재하고싶지만 프리 라이터의 신분이나 불안정한 수입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몇년간 신문사의 지방 지국에 입사해 취재를 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이름만으로도 통하는 초일류 프리 라이터가 되지 않는 한 ‘프리 라이터’라는 명함 한 장으로는 취재 장벽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이다.간노는 “○○잡지의 기획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 간노라고 소개하지 않으면 프리 라이터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전한다. ●어둠의 세계 취재하다 봉변 지난 12일 도쿄항 해상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사체의 신원은 프리 라이터 소메야(38).조직폭력배 취재를 하고 있던 그는 “살해당할지 모르겠다.”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말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그는 옴 진리교의 관련시설에 신자를 가장해 잠입취재를 하는 등 평소 접근이 힘든 조직폭력배,중국인 범죄조직,고리업 세계 등을 취재,기사를 쓰고 책도 펴냈다. 이처럼 프리 라이터 가운데는 신문·방송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분야에 목숨을 걸고 취재 활동을 펼치는 사람도 더러 있어,언론의 영역을 넓히는 데 언론사의 기자 못지않은 활약을 하기도 한다. marry01@ ■프리 라이터 스즈키 아키라 |도쿄 황성기특파원|스즈키 아키라(사진·57)는 이색 경력을 지닌 프리 라이터이다.거품경제 시절 일본 증권가인 가부토초에서 ‘시테카부(주가 조작)’로 이름을 떨친 마법의 손이었다. 일본 경제에 거품이 한창이던 1980년대 수천억엔대를 주물렀던 장본인.많았을 때에는 130억엔의 개인수익도 올려봤다는 그는 1990년 거품의 종언을 알리는 일본 정부의 ‘총량규제(總量規制)’ 발표와 함께 가부토초에서 바람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그는 수개월 뒤 프리 라이터로서 재기에 나선다.“마이니치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로부터 주가 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4쪽짜리 원고를 15만엔에 써주었던 것이 출발이었다.” 그는 모두 15권의 책을 써냈다.올 3월에는 ‘뒷골목 비즈니스,어둠의 연금술’이라는 경제의 추한 이면에 관한 문고본을 출판했다.지금은 2차대전 패전 직후 일본 지하경제에 관한 문고본 출간을 같은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자료를 수집 중이다. “국회도서관 같은 큰 도서관과 신문사를 돌며 몇십년 전 자료를 모으는 외에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증언해 줄 옛날 사람을 만나는 게 큰 일”이라는 그는 “이 나이에 다리품 팔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것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말한다. 컴퓨터로도 집에서 자료 검색을 할 수 있으나 워낙 검색료가 비싸 엄두를 못낸다.“경기가 좋았을 때 같으면 출판사에서 경비를 다발로 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그가 작년도 세무소에 신고한 수입총액은 500만엔쯤.“잘 나갈 때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거지’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 자료수집 중인 책을 쓰게 되면 150만엔쯤의 인세 수입을 올려 “당분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빙긋 웃는다. “우리처럼 400자 원고지에 글을 써서 1장당 얼마에 팔아 살아가는 프리 라이터를 자학적으로 ‘100엔 라이터’라고 부른다.”는 스즈키는 “이 직업은 50살 넘으면 힘들어서사실상 생명이 끝난다.”고 손을 저었다.
  • ‘골드뱅킹’ 삐걱/은행 준비 미흡·고객 인식부족 도입 1주일… 한곳도 취급안해

    은행창구에서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골드뱅킹’이 은행측의 준비미흡과 일반인들의 인식부족으로 시작도 못한 채 겉돌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재경부가 골드뱅킹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했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현재 관련업무를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신한은행이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제도정비에 나서고 있을 뿐 국민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경쟁사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골드뱅킹’이란 은행창구를 통해 금이나 금관련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당초 은행에선 지금형주화(금화 등 기념주화 및 금화모양의 메달)의 수탁판매,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와 금가루)의 판매대행 정도만 허용됐지만 정부의 업무범위 확대로 골드뱅킹에 대한 규제는 거의 풀린 셈이 됐다. 지난해 12월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이달부터 2005년 6월까지 은행의 금 수입·매매·대여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그럼에도 골드뱅킹 도입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금이라는 자산의 지하경제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세금이나 자금추적 등을 피해 상속,상납하려는 음성적 수요가 뿌리깊어 은행에 단순히 허가를 내주는 것만으로는 금거래 양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골드뱅킹에 소극적인 것은 업무지식,경험,인프라 부족 외에도 금수요층이 기피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금거래의 상업성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우량자산을 다수 보유한 선물거래소도 금선물에서만은 큰 재미를 못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시론] 접대비축소 기업에 맡겨라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국세행정 혁신방안에서 사업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향락적 접대비를 세금계산상 손비(損費)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안(案)이 제시되자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우리 정부는 상당히 오랫동안 접대비를 기업이 성장하는 데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이를 손금(損金)으로 인정해 왔다.그러나 이처럼 접대비에 대해 관대하게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정책은 기업들로 하여금 상품의 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로비를 통해 영업하려는 경향을 부추겼다.그리고 이런 관행은 기업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룸살롱과 같은 향락문화와 지하경제를 급성장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러던 차에 1996년의 과소비 현상과 비자금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사회 전체의 투명성 제고와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해정부는 접대비의 손비 인정 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2년 현재 접대비 한도액은 1995년에 비해 70∼80% 정도나 줄었다.그래도 기업의 접대비 지출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1995년 이후 기업의 접대비는 IMF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곤 연간 10% 가까이 증가했다.총매출액에서 접대비가 차지하는 접대비 지출 비율은 1995년 0.25%에서 2001년 0.19%로 줄어들었을 뿐이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도를 초과한 접대비 지출에 대해 손금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계속 접대비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있어 접대문화와 제살 깎아먹기식의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영업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이 사업과 직접 관련이 적은 향락적 접대비는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러한 접대비의 예로 룸살롱 같은 향락 유흥업소 등의 접대비와 골프장,수렵·요트·승마장 사용료,헬스장,스포츠 클럽 등의 고액 접대비를 지정했다.지금까지는 접대비 한도내에서 영수증만 첨부하면 용도에 관계없이 손비로 인정해 주던 관행이 바뀌는 것이다. 접대비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거나 인정해 주더라도 사업에 직접 관련된 접대비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그리고 작은 액수로 인정해 주는 선진국들에 비해 이 정도나마 인정해 주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감지덕지해야 할지 모른다.그리고 공정경쟁을 위해,그것도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더욱 강화된 접대비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분명히 맞는 것이다.다만 문제는 아직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접대비를 쓸 수밖에 없는 관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의 불황이 바로 경제침체와 저소득층의 생활고로 직결되는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접대비 규정의 강화가 초래할 경제적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경쟁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접대비,특히 향락적 접대비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문제는 명분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당분간 접대비의 용도에 대해 제한을 가하기보다는 접대비 한도를 점차 축소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1997년 IMF경제위기 때나 최근의경제침체에 대비해 기업들이 향략적 접대비를 스스로 줄이려 노력하는 데서 보듯이 총체적 한도만 줄여 나가고,나머지는 기업들에 맡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과 우리 사회가 선진 스탠더드에 스스로를 적응해나가도록 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나 성 린 한양대교수 경제금융학부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5.향락 환각의 탈피를 위하여

    “어딘가 포주와 폭력배가 서 있을 것 같아 붉은 불빛만 봐도 소름이 끼칩니다.” 지난 10여년간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던 박혜숙(29·가명)씨는 “매일밤 조직폭력배와 연결돼 있는 ‘삼촌’(포주)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며 몸서리쳤다. 2001년 여름 전남 흑산도의 한 업소에서 일하던 그녀는 매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한달간 광주 서부경찰서 여자기동대와 연락을 취하면서 ‘작전일’만 손꼽아 기다렸다.박씨는 경찰에 “내일 당장 팔려나가게 생겼으니 구해달라.”고 요청했다.경찰은 새벽 첫 배를 타고 도착해 그녀를 탈출시켰다. 그러나 탈출은 성공하지 못했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더니 업주가 조직폭력배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것.박씨는 경찰서 바로 앞에서 2000만원짜리 ‘강제 차용증’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박씨의 어머니는 보증인으로 도장을 찍었다.경찰은 “차용관계는 민사상의 문제”라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빚 독촉에 시달리던 박씨는 결국 흑산도에서 나온 지 채 보름도 못 돼 다시 포항 바닷가 어느 업소에서 일하게 됐다.그러다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연락이 닿아 탈출,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씨는 매춘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가 “믿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특히 선불금에 대해 경찰이 “당신이 쓴 돈이니 알아서 갚아라.”고 말하기 때문에 윤락여성들이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것.1분 지각하면 벌금으로 10만원씩 내고 하루 결근하면 50만원을 내야 하는 ‘착취’ 구조에서 빚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을 할수록 빚은 늘기만 했다.박씨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매춘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그녀는 아직도 “결혼하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는 업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초조한 마음에 손톱만 깨물어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 서울의 한 ‘쉼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박씨는 현재 모 산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대학 사회복지과에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는 것이 그녀의 소중한 꿈이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anne02@kdaily.com ◆'공창제' 도입 찬반 논란향락산업이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정지역내 매매춘을 합법화하는 ‘공창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론자는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실효성이 없다며 특정지역에 한해 매매춘을 합법화하고 매매춘 종사여성을 국가가 직업인으로 인정,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속과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가 매매춘에 개입하면 매매춘 여성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특히 윤락여성 지원센터인 ‘새움터’가 지난해 성매매 종사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7%가 포주의 착취 등 인권유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공창제에 반대했다. 강남대 지광준(池光準·58·법학과) 교수는 “이미 주택가 주변에도 사창가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공창제를 반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수요자가 존재하는데 성매매를 무조건 막으면 성범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曺永淑·43) 정책실장은 “공창제 도입론은 물질 만능주의와 가부장제에 바탕한 지배심리를 합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구혜영기자 koohy@kdaily.com ◆대안을 찾아 “향락산업은 일종의 ‘풍선’이다.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팽창하기 마련이다.” 향락산업이 여성인권을 유린하고 건강한 근로정신을 퇴락시킨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법률적·도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향락산업은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향락의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들이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룸살롱·단란주점 등 대표적 향락업소의 부가가치율은 60% 이상으로 추정된다.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에 비해 2∼4배가량 높다.값비싼 생산재나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회전도 빠르기 때문이다. 향락산업의 일반적 특성과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총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미래는 어둡다. ●법률적·제도적 대책 향락산업을 규제하는 전통적 수단은 법률적 금지와 도덕적 단죄다.관련법령만도 ‘윤락행위방지법’‘식품위생법’ 등 10여개에 이른다.하지만 단속의 일관성이 없고 처벌의 강도도 약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현재의 단속 체계는 여성들의 인권침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매매춘 종사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공창’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그러나 아직까지 여성계의 중론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성매매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움터 전수경 사무국장은 “정부와 사법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성매매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와 ‘성착취’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형사정책연구원의 김은경 청소년범죄연구실장은 “성매매 자체를 금지한 현행 정책은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실효성이 적다.”면서 “관련자 모두를 일괄적으로 처벌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를 알선해 이득을 취하는 중개업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단속의 타깃을 성의 판매자와 구매자보다는 알선업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자금유입 차단해야 단속과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향락산업의 음성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미아리를 치니 용주골이 뜨더라.’는 이른바 ‘김강자 효과’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조세를 통해 향락산업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철저한 세금추징으로 순이익을 감소시키면 자금유입 요인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세연구원의 현진권 박사는 “향락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지하경제의 주요 자금원”이라면서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해 업소에는 주류구매 전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대비·접대문화 개선 향락업소의 주수입원인 기업의 접대비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연간 5조원대에 육박하는 접대비만 규제해도 향락업소 이용자가 상당부분 줄 것”이라면서 “접대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거나 접대비 지출이 많은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도적·행정적 노력도 사회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려는 장기적 대책이 병행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의 김찬호 박사는 “향락산업을 존속시키는 것은 ‘돈과 여자 없이는 거래가 안 된다.’는 기형적 접대문화와 향락의 주소비자인 남성 직장인들의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꼬집었다.김 박사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도구화하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직장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체적인 향락산업방지책 마련을 정부는 여성부를 중심으로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을 마련,관련업소 처벌과 함께 성매매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피해여성 보호활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여성부는 특히 향락업소 출신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새움터 등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생계·의료비 지원,일자리 제공 사업 등을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다. 국회에서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 제정도 여성계의 큰 관심거리다.성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현행 ‘윤방법’과 달리 성매매의 중간착취 고리인 알선행위를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향락산업의 폐해는 사회의 존립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수위에 달했다.”면서 “여성·조세·보건·교육·법무·복지 등 여러 부처가 협조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향락산업 지하경제 머니게임

    “3000여평 남짓한 이 동네에서는 매일 밤 쏟아지는 2억여원을 둘러싸고 생존게임을 벌입니다.돈을 놓고 다투는 정글이라고 할까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588’에서 10년 남짓 포주 생활을 하고 있는 김지만(가명·55)씨는 지난달 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김씨가 데리고 있는 윤락여성은 모두 4명.화대 6만원 가운데 3만원은 윤락여성의 몫이다.절반은 김씨에게 떨어진다.그러나 새로 ‘영입’한 윤락여성의 소개비 300만원과 집세 150만원,전기세·수도세 등 관리비 100만원을 빼면 김씨의 이달 순수입은 1550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연수입 2억원이면 괜찮은 편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잘 나가는 ‘기술자’(윤락여성) 한 명 연수입이 3억원인데 뭐가 괜찮냐.”며 화난 듯 말했다.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조직폭력배의 노골적인 갈취는 다소 줄었지만 집단 윤락촌의 먹이 사슬은 여전히 복잡하다.윤락여성과 포주 말고도 윤락여성을 공급해주는 소개소,‘자금줄’인 사채업자,카드깡(신용카드할인)업자,건물 실소유자들이 윤락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공생하고 있다. 소개소는 윤락여성 한 사람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300만원을 챙긴다.3개월이 지나 재계약을 하려면 포주는 200만원을 다시 지불해야 한다.147개 업소가 밀집한 ‘청량리 588’에는 한달 200여명의 여성이 들고 나는 탓에 업주들이 소개소에 지불하는 돈만 해도 매월 6억원에 이른다.재계약 비용을 빼더라도 연간 72억원이 소개비조로 나가는 탓에 소개소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사채업자는 윤락여성의 빚 때문에 돈을 번다.포주는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려 윤락녀가 이전 업주에게 진 빚을 대신 갚는다.포주 이모(40)씨는 “여성 대부분이 2000만원 이상 빚을 안고 들어온다.”면서 “강남과 달리 이곳 업주들은 큰 돈이 없기 때문에 사채업자에게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세무서 관계자는 “윤락녀의 빚과 포주의 보증금·권리금 등을 감안하면 청량리의 사채 규모는 연간 1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최근들어 카드를 이용하는 손님이 늘면서 카드할인업자까지 공생의 한 축에 끼어들었다.대부분 개인사업자로등록한 ‘카드깡’ 업자는 카드 업무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뗀다. 서울의 ‘향락 특구’ 강남 유흥가의 돈 흐름은 강북과 비교할 때 단순하지만 규모는 훨씬 크다.강남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고객들로부터 끌어모으는 돈만도 연간 수조원대”라고 말했다.이렇게 모인 자금의 상당량은 다시 유흥업소 종사자들에 의해 소비된다.유흥업소 주변에는 고가의 명품의류점과 미용업체,숙박업소,성형외과 등의 ‘유관업소’가 몰려 거대한 ‘향락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업주들은 ‘노다지’ 돈으로 업소를 더욱 확장하는 데 쓴다.유흥업소에 모인 돈이 새로운 향락을 창출하는 셈이다. 강남구 삼성동 K비즈니스클럽 L양의 한달 수입은 3000만원이나 된다.이 가운데 업주로부터 받은 선금을 갚는 데 지출되는 300만원을 뺀 나머지는 L양 몫이다.수입 중에서 외모를 가꾸거나 취미생활에 많이 쓴다.도곡동 T룸살롱 마담 한모(32)씨는 “수입이 많은 만큼 아가씨들 씀씀이도 크다.”면서 “주변의 명품 가게,미용업소,성형외과,호스트바들이 덩달아 배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룸살롱 6개를 소유한 박모(41)씨는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나이트클럽을 개장할 예정이다.업종을 다각화해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자는 생각에서다.일종의 ‘문어발식’ 확장전략인 셈이다.그는 “기업가형 향락재벌이 강남에만 수십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업주들은 5,6명씩 ‘순환출자’를 해 ‘트러스트’를 형성한다.이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키운 업주들은 ‘잘 나가는’ 마담과 여종업원들을 공유하거나 자금을 조달한다.Y룸살롱 업주 김모(38)씨는 “업소간 ‘물 좋은’ 아가씨 모시기 경쟁이 심해져,아가씨들에게 빌려줄 선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업소간 짝짓기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강남 유흥업계의 대세”라고 했다.강남세무서 관계자는 “상권의 규모가 워낙 비대해져 정확한 소득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누락 소득의 상당액이 부동산이나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 이세영기자 whoami@
  • [사설]매매춘에 24조원을 쓰는 사회

    그동안 막연하게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우리나라에서 성매매로 오가는 화대가 연간 24조원대에 이른다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GDP의 4.1%로 농림어업 분야 총생산액과 맞먹는다.매매춘에 전업(專業)으로 종사하는 여성도 최소 33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나마 이는 사창가와 유흥주점,이발소 등 ‘소속’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10∼20명씩 여성을 확보해 놓고 공급하는 전국 1만개 이상의 ‘보도방’은 대상에서 제외됐다.인터넷 채팅을 통한 ‘부업’ 형태의 직접적인 성매매도 조사에서 빠졌다.이같은 성매매까지 포함하면 매춘 여성은 20∼30대 여성 800만명 중 최소한 5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형사정책연구원은 추정한다.15명에 1명꼴이다.매춘여성에 대한 통계는 다른 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그러나 우리 매춘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큰 것은 틀림없다고 한다. 매춘시장이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 우리의 접대 문화를 꼽는다.현재 우리 기업의 접대비는 연간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제 돈을 내고서는 이렇듯 성을 구입할 수는 없다.특히 우리는 한번을 접대하더라도 화끈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폭탄주'를 먹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음성적인 뒷거래로 해결하는 경제구조와 정경유착도 문제다.이를테면 주가조작이나 불법적인 기업 인수·합병에는 거액의 검은 돈이 오갈 수밖에 없다.이같은 돈이 향락산업 등에 흘러들어 흥청망청 쓰이고 있는 것이다.착취 구조도 해결해야 한다.윤락업계에 일단 빠져들면,업자들은 법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교묘한 채권 채무관계를 만들어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크게 보면 무감각해진 성윤리와 물신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내 몸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상관하느냐는 식의 태도와 ‘명품’ 구입 열풍과 같은 사치풍조가 맞물려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 문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성 매매 범람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한 분야에 대한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부정부패 척결,지하경제 발본색원,한탕주의 배격,투명성 확산 등 개혁작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매춘 여성 모두가 우리의 딸이요,누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盧 당선자 경제브레인 인터뷰/강봉균 경제특보.유종일 경제정책자문위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20일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경제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공언했다.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노 당선자의 경제브레인들에게 쏠리는 관심이 높다. 대선기간중 노 당선자의 경제특보였던 강봉균(康奉均) 민주당 국회의원(전북 군산·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자문단일원으로 핵심 역할을 한 유종일(柳鍾一)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성장과 분배,조흥은행·하이닉스반도체 등의 현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강봉균 경제특보 ◆노 당선자가 강조한 ‘성장과 분배의 동시추구’는 가능한가. 성장을 하면서 그 범위에서 분배도 이루자는 뜻이다.7%란 숫자는 꼭 경제성장률을 그만큼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성장동력을 이끌어 내다보면 그렇게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분배에 신경쓰다보면 아무래도 재정지출이 늘게 되고,그렇게 되면 적자재정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적자재정을 감내하면서까지 분배를 하자는 게 아니다.재정을 살펴보면 넘치는 부분이 있다.그것을 빼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된다. ◆성장 쪽에 무게를 더 두는 발언으로 들린다.어떤 이는 분배를 더 강조하기도 하는데 (노 당선자의)경제브레인들 간에 이견은 없나. (웃으며)이견이 있다면 경제브레인이 아니다. ◆DJ(김대중 대통령)정권의 구조조정은 새 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구조조정이 빈부격차를 확대,오히려 복지를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구조조정을 한꺼번에 추진하다보니 그런 부작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들고 나온 게 생산적 복지였다.하지만 이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새 정권에서는 복지를 챙길 수 있다고 본다. ◆노 당선자는 재벌과 대기업을 구분지었다.그런데도 기업들의 우려가 높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르게 대처한다.재벌이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선단식 경영을 하는 것이 문제다.DJ정권에서도 계속 그 점을 문제삼았던 것인데 재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따라오지 못했다.재벌의 연계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자총액제한제는 계속 유지돼야 하고,금융사 계열분리청구제나 집단소송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집단소송제의 경우 소송 남발 방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하지 않나. 그건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도입했을 때의 얘기다.노 당선자가 제시한 것은모든 분야에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미국식 제도가 아니라 특정부문에 국한하는 제한적 제도다.예컨대 분식회계나 허위공시 등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줄 수 있는 부문에 관해 허용하자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경제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하다는 우려도 있는데. 전문 경제지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여백이 큰 분이다.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다.여백이 잘못 채워지고 있는지,즉 큰 방향을 판단할 역량은 당선자에게 충분히 있다. ◆조흥은행,하이닉스반도체 처리는. 독자생존이 어렵다면 빨리 팔아야 한다.정치논리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일원화 등 금융감독기구 재편은. 정부조직 재편과 맞물려 있어 섣불리 말할 사안이 못된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독립성이 보장되는 완전 자율규제기관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미현기자 hyun@ ***유종일 경제정책자문위원 ◆노 당선자는 연간 7%의 고(高)성장과 분배정의를 동시에 실현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우리나라의 분배정책은 재분배(차등과세·복지혜택 등) 중심이었다.물론 재분배 정책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성장지향적인 정책으로 분배구조를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세금포탈,부동산투기,증권시장 조작 등 경제를 좀먹는 세력들을 몰아내는 것도 분배구조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방안이다. ◆성장지향적 분배정책에는 어떤 게 있나.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대표적이다.성과배분,종업원지주제 등 생산성향상에 도움을 주는 노사정책들도 생각할 수 있다.우리가 강조하는 7% 성장은 과거 우리경제가 이뤄냈던 수준이다.지금 그 수준이 안되는 것은 노동력이 줄었기 때문이다.보육지원 등을 통해 여성 취업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노동력 공급을 늘릴 것이다. ◆높은 재정부담이 요구되는 공약이 많다.재원 확보방안은. 가장 중요한 재정확보 방안은 성장정책이다.성장이잘 되면 세금이 늘어나고 국가재정이 튼튼해진다.가령 여성들을 위한 보육비 지원의 경우,예상경비가 1조 4000억원인데 보육비를 통해 여성고용이 늘면 세금이 늘어 비용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또 하나는 지하경제 양성화다.납세자를 투명하게 노출시키면 경제정의는 물론이고 나라살림도 크게 풍족해 질 것이다. ◆노 당선자가 증세(增稅)정책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 증세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우리는 결코 과도한 재정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대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재벌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음주운전을 막는다고 운전이 위축되나.재벌들이 공정경쟁과 투명경영,책임경영을 하기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상속·증여세에 대한 완전포괄주의 적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데. 결코 위헌이 아니다.이게 위헌이라면 사기죄의 경우도 특정유형에 해당할때에만 처벌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소리다.조세법률주의만큼이나 조세형평도 중요한 가치다. ◆첫 기자회견에서 노 당선자가물가와 부동산값 안정을 강조했다.어떤 대책이 있나. 당장의 최대 현안은 아니지만 노 당선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일시적인 응급처방이 아닌,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행정수도 이전이그런 차원에서 나온 방안이다.무리한 경기부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조흥은행·하이닉스 등 산적한 구조조정 현안 처리는. 아직 국정을 완전히 인수한 게 아니어서 뚜렷한 방침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민적 합의와 확고한 시장원칙,채권은행단 등 의사결정 주체들의 의견등을 존중하는 선에서 원만히 처리할 것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강남특구 대해부] (4)전문가 좌담/“경제이득 노린 재건축 막아야”

    대한매일은 아파트 값 폭등과 교육과열로 대변되는 서울 강남지역을 집중 조명하는 ‘강남특구 대해부’시리즈를 내보냈다.4회 중 마지막으로 재정경제부 박병원(朴炳元) 경제정책국장,교육인적자원부 정기오(鄭冀五) 인적자원정책국장,서울시 배경동(裵慶東) 주택국장과 함께 강남과열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좌담회를 가졌다.권혁찬(權赫燦) 경제에디터가 사회를 봤다. ◇사회- 부동산 가격급등과 교육열로 상징되는 ‘강남과열’현상의 원인을 무어라고 보십니까. ◇박병원 국장-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은 교육,아파트 공급의 한계,생활 여건,재건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재개발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예전에 강남을 떠나 분당 신도시 등으로 이사했던 사람들이 강남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이는 교육적인 여건 외에 용인지역의 난(亂)개발로 교통 등 생활여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정기오 국장- 강남의 집값 상승에 여러 요인이 있고,그 중 한 요인이 교육문제라는 점을 인정합니다.올해 초 분당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해 평준화 조치를 취했습니다.학생들이 학교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거주지에 따라 배정받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지요.이 때문에 분당과 경기도 남부 지역 주민들이 강남으로 U턴했고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있습니다.그러나 학생들의 학업 성취수준에 미치는 변수인 가정적인 배경과 부모 학력수준,거주지,학교 가운데 학교의 영향이 가장 작다는 국내외 연구결과에 주목해야 합니다. ◇배경동 국장- 서울시는 전후 50년 동안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무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의도대로 물량 위주의 공급정책을 펴왔습니다.인구 46%가 몰려 있는 수도권엔 지금 저금리 정책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투기성 자본이 몰리고 있습니다.IMF이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장의 자율성을 믿고 분양가 자율화 등 사회적 규제를 풀다보니 공급자 가격이 시장을 지배하게 됐어요.미등기 전매를 공공연하게 허용해 투기를 부추긴 측면이 있습니다.문제는 이것이 저소득층의 주거형태인 전·월세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서울시는 재건축에 따른 이익추구 및 기대심리가 주택가격을 상승시켰다고 보고 재건축을 제한하고 분양가격에 대한 간접규제와 안전진단을 강화했습니다.하지만 항구적인 대책은 아니에요.강남을 대체할 만한 도시를 만들어도 7∼8년 후에는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재산세와 보유세 강화로 조세형평을 이뤄야 주택가격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좋은 학교가 많다는 것도 주택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집니다.강남 송파 서초 강동 등 4개 구청에 서울시내 중·고등학교의 20∼25%가 몰려있고 학원은 30% 이상이 집중돼 있어요. 강남의 매력은 문화적인 인프라로 볼 수 있는 만큼 서울의 주택 정책이 아닌 수도권의 주택정책으로 균형개발을 도모해야 합니다. ◇사회- 제가 아는 분 중에 최근 네분이 모두 교육때문에 강남으로 이사했습니다.강북에 있던 집을 팔고 강남의 낡은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간 경우도 있습니다.이런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교육이 강남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주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박국장- 강남의 모든 주택이 매매된 것은 아닙니다.몇백가구만 오른 값에 매매돼도 강남 전체의 집값이 오른 것으로 간주됩니다.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전입자가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가격 상승에 충분한 요인이 되는 것이지요.전부터 강남에 살고 있던 사람은 기본적으로 부유하기 때문에 옮길 필요성을 못느낍니다.자녀 교육에 목을 맨 사람들은 무리해서라도 강남으로 갑니다.강남만이 제공하는 교육여건 때문입니다. ◇정국장- 무리는 없는 설명이라 생각합니다.나가려는 사람은 없고 강남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만 있으니 들어오려는 소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지요. ◇배국장- 서울에 나대지가 없다 보니 아파트보다는 다세대 다가구위주로 공급체계가 바뀌었습니다.그러나 주택공급이 늘어도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줄어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이런 식이라면 또다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학자들은 정보가 공유돼 수요공급 메커니즘에 의해 가격결정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의 주택시장은 불투명하며 지하경제의 특성이 있어 담합하면 먹혀들어가는 게 현실입니다.보유세 누진 등이 현실화되지 않고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인프라가 충분한 곳에 사는 주민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조세정의가 서있지 않습니다. ◇박국장-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데는 동의합니다.그러나 공급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형평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수요가 있다면 당연히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가구 건설 이후 90년대 내내 서울의 집값은 강남을 포함하여 오르지 않았습니다.10년 이내에 이러한 정책을 한번 더 실시했어야 했는데 IMF때문에 오히려 주택건설이 한동안 부진했습니다.지금이라도 수요에 맞는 공급을 위해 강남의 대체지 개발이나 다른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배국장- 서울에서의 대체지 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대체지 개발은 수도권의 개발을 의미합니다.그린벨트를 풀어야 합니다.공급논리로 풀어나간다면 환경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자명해요.후손들에게 물려줄 것도 더이상 없게 되는 것이지요.대체 도시를 만들어도 또 하나의 강남이 될 뿐입니다.삶의 질과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세정책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박국장- 보유과세 강화는 오래된 숙원이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조세저항이 엄청나기 때문이지요.공급확대와 조세정책이 병행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합니다.말한 대로 대안도시의 개발이 가져오는 효과는 실례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사회- 아파트 재건축 문제가 강남 부동산 가격을 촉발시킨 원인이라는 지적들이 많은데요. ◇배국장- 왜 재건축을 하는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경제적 이득을 취하기위한 재건축은 막아야 합니다.극단적인 처방으로 재건축이 완료돼 등기될 때까지 소유권 이전을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서울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시입니다.재건축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경제적입니다.20∼30년 쓸 수 있는 주택을 아파트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박국장- 재건축은 양날의 칼입니다.단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줄이고 가격상승과 투기의 빌미를 제공합니다.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더 큰 집,더 좋은 집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수요를 충족시켜 가격안정에 도움을 줍니다.낡은 아파트의 재건축을 제한한다고 해서 옆의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국장- 강남 과열현상을 정책적으로 풀어야 한다면 정책의 순서를 우선 정해야 합니다.순서대로 취해야 될 조치 가운데 교육정책이 언제 끼어들어야 하는가가 문제입니다.강남 열풍을 아파트나 학교 건물 등 시설만으로 접근하는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특정 지역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은 그 지역이 정보화가 잘 됐다거나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잘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물론 강남의 메리트인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성장하는데 학교나 학원이 큰 기여를 한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회- ‘사회적 자본’을 분산시킬 방안은 있습니까. ◇정국장- 강남이 갖추고 있는 거주자로서의 만족도가 다른 지역에서도 제공돼야 합니다.학교 자체로만 보면 점수관리 면에서 강남이 오히려 타지역보다 불리합니다.그러나 강남에는 ‘사회적 자본’의 총량이 크기 때문에 강남으로 몰려듭니다.우선 화폐적,경제적 처방이 선행돼야 합니다.그 다음에 부동산의 수요·공급이 고려되고 교육은 맨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합니다.왜냐하면 교육에 대한 단기 처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때문이지요. ◇박국장- 수급의 차질이나 과다한 유동성 등 경제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대책이 필요합니다.그러나 교육이 맨 마지막 대책이 돼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배국장- 서울시가 70년대 후반부터는 강북개발을 억제하고 강남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행정을 펴왔습니다.강남이 개발 논리로 본다면 여러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췄습니다.그러나 환경친화적인 잠재력으로 따진다면 강북이 더 발전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강북 교육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강남수요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국장- 교육복지에 대한 투자도 중요합니다.지금까지는 도서벽지나 농어촌을 빼놓고는 지역간 교육재정의 편차가 없었습니다.학부모들이 기피하는 강북의 일부 지역을 투자우선지역으로 설정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박국장- 금년초 화약에 불을 붙인 것은 수도권 6개 신도시의 평준화입니다.일산,평촌,분당 등의 신도시는 교육에 관한한 비평준화 지역이므로 자기가 원하는 학교를 골라서 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습니다.그러나 평준화 정책으로 모든 것이 사라져 학부모들이 다시 강남으로 U턴하고 있습니다.강남의 집값을 올리는 데에는 몇백가구의 전입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다시 지적하고 싶습니다.강남 이외의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어 학교때문에 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이 강남집중,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키는, 가장 신속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국장- 교육문제는 결국 부모가 얼마나 자녀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느냐에 달렸습니다.그러나 강남으로의 전입만이 자녀들에 대한 배려는 아닙니다.강남 학부모의 교육열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진정한 관심과 배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배국장- 조세정의가 바로 서야 합니다.주택이 도시의 구성요소가 된 이상 자본시장에만 맡겨서는 안됩니다.사회적 자산인 주택을 집주인과 투기세력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박국장- 주택이 사회적 자산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인 측면은 저소득층의 주택문제에 한정돼야 합니다.중산층 이상은 자신의 주택을 최대한 스스로 결정하게 놔두어야 합니다.투기자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공급적인 측면에서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 개발이 절실해요.기존 지역도 좋고 신도시라도 상관없습니다. 정리 이창구 김유영기자 window2@
  • [사설]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해야

    얼마전 신용카드 소득공제 기한을 3년 연장하자는 내용의 청원이 한나라당 의원 21명에 의해 국회에 제출됐다.지난 2000년부터 올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기로 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2005년까지로 늘리자는 것이다.정부는 이달말 사업자의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가 끝나면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기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와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3년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파악한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투명 사회·신용 사회로 가는 길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신용카드를 정착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제도가 연장돼야 한다고 본다.세제전문가와시민단체 등에서는 연장기한을 3년이 아니라 더 길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3년간 신용카드의 확산에 큰 도움을 주었다.특히 근로자는 세(稅)테크의 차원에서이 제도에 관심을 기울였다.현재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한도를 총 500만원으로 하되,신용카드 사용금액에서 연봉의10%를 뺀 금액의 20%이다.이같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통해 지난해 납세자들이 돌려받은 금액은 무려 4000억원에이른다.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도입되기 전과 제도 도입 이후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비교해 보면 제도의 순기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제도 도입 이전인 1998년 신용카드 사용액은 68조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480조원에 이르렀다.올해 정부예산 112조원의 4배가 넘는다.신용카드 사용액이이처럼 급증하면서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르고 있다.국가투명성지수가 1999년 50위에서 2000년 48위,2001년 42위로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신용카드가 여기에 한몫을 한것은 확실하다.또 상거래가 투명해지면서,조세저항 없이세금이 지난해 3조원이나 더 걷혔다.신용카드 소득공제 기간이 연장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신용카드소득공제 기간 연장 문제가 지하경제를 투명하게 만들고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서다뤄지기를 당부한다.
  • [사설] ‘카드거부 처벌’ 보완해야

    신용카드 가맹점이 고객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오는 6월부터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에 따라 카드 거부업자들은 1000만원이하의 벌금이나 1년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다. 벌칙의취지는 고질적으로 카드를 기피해온 병·의원,변호사 사무실과 학원 등의 카드 결제를 종용해 탈세와 지하경제를 막으려는 것이다.그러나 과연 이 벌칙이 큰 효과를 거둘 수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벌칙은 카드가맹점 업체에만 적용되는 법상 한계 때문이다.예컨대 카드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나 특정카드만 받으면서 나머지 카드를 거부하는 업체들을 처벌할 길은 없다.둘째,카드가맹점 가입은 업체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다.처벌조항이 카드 결제를 유도하지 않고거꾸로 가맹점에서 탈퇴하거나 가맹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럴 경우 현재 10%안팎인 서비스업이나 병·의원 등의 카드 결제율은 더 하락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신용카드 영수증복권제를 시행하면서자영업자들과 전문직의 소득을 크게 노출시켜 세금을 더 징수하는 성공을 거뒀다.앞으로 ‘카드의 사각지대’를 추가로 해소하려면 이런 법상 벌칙만으로는 부족하다.무엇보다세무당국은 카드가맹점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업체들에는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적어도 카드 가맹점과 달리 비가맹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강도를 더 높여 정확한 소득파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 표면상 카드를 받는다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1개의 카드만 받는 대형 할인점 등도 사실상의 ‘카드 기피업체’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세무당국은 법의 벌칙 조항 신설에 만족하지 말고 업체들이 카드 결제를 수용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개발해 시행하길 촉구한다.
  • 한국 지하경제 GNP의 14∼19%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국민총생산(GNP)의 최소 14∼1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노기성(盧基星)연구위원 등은 31일 ‘지하경제 규모의 추정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부가가치세 탈루비율로 산출해낸 80∼95년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 추정치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 부가가치의 총합인 GNP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을 만든뒤 이를 실제로 납부된 세금액수와 비교해 차액을 산출하는 방식을 썼다. 그 결과,부가가치세 탈루비율은 80년 14.9%,85년 19.2%,90년 13.9%,95년 14.3%로 나타났다.이를 해당년도 GNP 기준으로 환산하면 80년 5조 3765억원,85년 15조 317억원,90년 23조 7467억원,95년 52조 1118억원이 된다.노 연구위원은 “보수적으로 계산한 최소치이며 실제 지하경제 규모는 이보다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90∼93년 국내총생산(GDP)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30∼50%로 추정됐다.미국과 스위스는 8∼10%,이탈리아·스페인은 24∼30%,싱가포르 13%,필리핀 70% 등 경제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지하경제의 규모가 작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유럽은 돈세탁중”

    [파리 연합] 유로 지폐와 동전 통용 개시를 앞두고 유로랜드 12개국에서 돈세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프랑스의 르몽드가 27일 보도했다. 르몽드는 유로를 사용하는 12개국의 지하경제 규모가 공식 경제의 16%인 1조3,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중 상당 부분이 지난 몇달 동안 돈세탁 과정을 거쳐 공식 경제부문으로 흡수됐다고 말했다. 유로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아직까지 금융거래 비밀이 지켜지고 있는 스위스,룩셈부르크가 주요 돈세탁 경로가 되고 있으며 대형금고로 개조되다시피 한 리무진들이 이 두국가들로 줄을 잇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유로랜드는 이같은 대규모 지하자금의유입으로 인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받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휴양지가몰려 있는 국가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급저택,별장 등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40%나 뛰었으며다른 유로 국가들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 승용차나 평소에는 주인을 찾기어려웠던 고가 미술품,보석,사치품 등의 판매가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 유로화폐 전환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스위스 프랑에 대한 수요도 대폭 늘었다.스위스 지폐의유통량은 지난 7월 현재 전년도에 비해 5.7% 늘었으며 특히 고액권인 1,000 스위스프랑의 유통량은 7.2% 증가했다. 이때문에 유로랜드 국가들은 검은 돈이 몰리는 이 국가들로의 자금 유출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 집중취재/ ‘100兆’지하자금 움직인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5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비실명 채권쪽으로 들락거리는 자금도 일단은 ‘지하경제권’ 자금으로 봐야 한다. 금융실명제를 사실상 유보시키면서 지하자금을 끌어내기위해 도입된 비실명 채권은 워낙 은밀하게 거래돼 최근 거래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다.금융·사채업계 관계자들은지난 98년 발행된 총 3조8,735억원 가운데 상당 규모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선 등을 앞두고 만기(2003년) 전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한다. 말 그대로 누가 샀는지,자금출처가 어딘지를 묻지 않는 채권을 일컫는다.외환위기 직후 정부가금융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려고 판매한 금융상품들이다.5∼7%의 표면금리로 ‘고용안정채권’ ‘증권금융채권’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등의 이름으로 발행됐다.미성년자라도 만기상환 증표를 갖고 있으면 최고 50%에 이르는 상속·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때문에 비실명으로 사도 만기상환시에는 실명으로 해야 한다.비실명 채권은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98년 12월 이후에는 발행할 수 없다.따라서 최근 국회에서 거론되는 비실명채권 발행은 금융실명제법을개정해야만 가능하다. 98년 10월 한남투신 정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이 발행한 증권금융채권은 연리 6. 5%로 2조원어치가 발행됐고,만기는 5년이다.만기인 2003년 10월31일까지는 2년여가 남았다.근로복지공단도 이에 앞서 같은 해 6월 말 고용안정채권 8,735억원어치를 발행,시장에서 연 7.5%의 이자로 모두 소화됐다.중소기업진흥공단이 그 해 12월 발행한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1조원어치도모두 팔렸다. 비실명 채권은 발행 당시에는 인기가시들했다.증권금융채권은 처음에는 일반인에게 7,963억원어치가 팔렸다.나머지 1조2,000억여원어치는 투신사 등에떠넘겨졌다.비실명 채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이 채권을 각 증권사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년 뒤인 99년 말부터 비실명 채권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금융소득종합과세를2001년부터 다시 시행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이미 구입한 사람들 중에서 매도를 원하는 사람도 생겼다.비실명채 1만원권의 만기(2003년) 상환가격은 1만3,750원.그런데도 현재 가격은 1만6,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증권사 채권운용자는 “60% 정도의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있지만 물량이 없어 못팔고 있다”며“매수 희망자에 대해 예매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금세탁방지법이 이달 말 시행되는 등 불법자금 거래를단속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전에 ‘검은 돈’을 세탁하려는 ‘신규’ 수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은그만큼 적당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과,합법적인 자금으로바꾸려는 검은 돈이 아직도 많다는 얘기”라며 “시장의투명성 확보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현갑 문소영기자 eagleduo@. ■'경제포도청' FIU 출범. 검은 돈의 세탁을 막기 위한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이 오는 28일 공식 발족한다. FIU는 마약자금·조직범죄·뇌물범죄 등의 자금을 추적해 징역 또는 벌금을 매기고,범죄수익을 모두 몰수·추징하는 막강한 파워를 행사한다.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자금세탁 규모는 연간 48조∼148조원,자금의 불법유출 규모는 25조∼50조원으로 추정된다.FIU는 이런 엄청난 자금을 추적하는 ‘금융포도청’이다. FIU는 마약 등 36개 범죄에 대해 자금세탁행위 정보를 수집,분석한다.금융기관은 35개의 특정범죄와 관련해 자금세탁 혐의가 있거나,외환거래를 이용한탈세혐의가 있으면 FIU에 보고해야 한다.보고의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FIU에 보고해야 하는기준 금액은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5,000만원 이상 원화거래(수신·대출·보증·보험 등) 또는 미화 1만달러 이상외환거래다. FIU는 금융기관에서 받은 정보 외에 외국의 금융정보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등을 정밀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범죄연루 여부를 확인한 뒤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수사기관과행정기관에 통보한다. 재정경제부는 환전상이나 강원랜드·호텔카지노 등 도박장에서 미화 1만달러,한화 5,000만원 이상을 환전하면 거래내용과 거래자의 인적사항도 FIU에 보고하도록 시행령을만들 계획이다.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법 시행으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세탁이 불가능해질 경우 불법자금이 다른 종류의 세탁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박장 등의 환전거래도 보고의무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1급 원장 아래 기획행정실과 심사분석실 등2개 실이 놓이고 그 밑에 4개 과가 설치된다.정원은 46명. 2국 7과 80여명으로 하려던 당초 계획이 행정자치부와 협의과정에서 축소됐다.사무실은 정부 과천청사에 마련된다. 기획행정실(실장 3∼4급) 산하에는 제도운영과와 조세정보과가 설치된다.주로 재경부 직원들로 채워지며,금융기관과 연계해 불법거래 자금을 포착하는 업무를 맡는다.심사분석실(실장 부장검사) 밑에는 심사분석 1·2과가 설치된다.법무부·금융감독위원회·국세청·관세청·경찰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수집된 정보를 정밀분석해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일을 하게된다. 박정현기자 jhpark@. ■FIU가 안고있는 문제점-정치자금 세탁엔 속수무책.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족되기는 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되는 정치권의 ‘검은돈’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감시가어려울 전망이다.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처벌규정은 강화됐지만 정작 불법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막혔기 때문이다. FIU의 설치근거는 범죄수익규제법과 특정금융거래보고법 등 2개의 자금세탁방지법. 정부는 지난 9월 범죄수익규제법안을 국회에 올릴 때 정치자금 세탁에 대한 처벌조항은 포함시키지 않았다.외국의비슷한 법에도 정치자금 관련 규정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를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결국 국회는 이를 수용했다.이에따라 정치인이 알선·수재 등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영수증 발급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돈을 받으면 모두 자금세탁으로 간주,처벌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안에 포함돼 있던 국내계좌 추적권.당초 정부는 법안에 FIU의 국내외 계좌추적권을 명시했었다.그러나 야당은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어 FIU에까지 법원의 영장 없는 계좌추적권을 줄 경우,계좌추적이 남발될 수 있다”고반대하면서 국내는 빼고 해외거래에 대해서만 계좌추적을허용하자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여당은 “해외계좌에 대해서만 추적권을 주는 것은 국내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은닉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맞섰다.여당은 “국내계좌에 대해서는 의심가는 자금의 직전·직후 유출입에 한해 추적권을 부여하자”고 절충안을 냈지만 표결처리 끝에 야당의안대로 통과됐다.이와함께 정치권은 국내외 거래를 막론하고 FIU가 정치자금 관련 조사를 할 경우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반드시 사전통보를 하고 선관위는 정치인에게 소명기회를 주도록 했다.정치권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학계 등은 ‘자금세탁방조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참여연대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패방지입법 시민연대는 “정치권이세탁자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억지논리로 만들어낸 졸작”이라며 “국내에서 발생한 자금세탁에 대한 규제를 포기함으로써 신설 FIU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안태범(安泰範) 교수는 “부패의 핵심은 큰 돈을주고받는 정치인과 기업인인데도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서정치자금 추적 부분이 빠졌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 집중취재/ 비실명 채권 ‘부르는게 값’

    “정체가 불투명한 200억원의 돈을 세탁해달라는 부탁을받았습니다.” 금융계 한 인사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최근 서울여의도의 금융시장과 명동 사채시장에서 상속·증여세가면제되는 비실명 채권을 중심으로 ‘검은 돈’의 움직임이감지되고 있다. 이들 ‘검은 돈’은 100조원 내외에 이르는 지하경제와 무관치 않다. A증권사 채권업무 관계자는 25일 “요즘 비실명 채권을사달라는 고객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증권사가 확보한 ‘물건’은 없고,팔겠다고 의뢰한 고객의 매물도 없어 사채시장에 알아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운용자는 “얼마전 1만원짜리 채권을 1만5,900원에 모두 10억원어치를 중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실명 채권을 시가보다 59%나 높은 값에 팔아준 것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다르지 않다.명동의 C사채업자는 “최근 매수 문의가 두배 이상 늘었다”면서 “비실명 채권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한번에 수십억∼수백억원대씩 거래된다”고 전했다. 가격동향과 상속·증여세 등을 감안할 경우 보통5억원어치 이상을 구매해야 비실명 채권의 경제성이 확보되지만 5,000만원,1억원어치씩 사가려는 사람도 적지 않아 ‘뇌물용’이거나,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앞두고 만기(2003년) 전에 미리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되고있다. 정부가 지난 98년 금융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비실명 채권 총 3조8,735억원 가운데 대부분은 개인투자자들이 사갔다.하지만 비실명 채권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조사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비싼 값에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명동에서는 자금노출에 민감한 ‘큰 손’들과 사채업자간에 ‘간첩 접선하듯’ 거래되고 있다. 명동에서 10년째 활동해온 사채업자 E씨도 “비실명 채권은 주로 회사 오너들이나 재정담당 이사, 임원 등과 잘 알고 있는 사채업자간에 거래되고 있다”며 “국공채 성격이라 안정적이고 ‘거물’들 사이에서 돈을 숨기는 최고의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자치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때늦은 비실명 채권의 인기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F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치자금으로 보이는 거액의 자금을 세탁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돈을 얼마든지줄테니 비실명 채권을 사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소영 김미경기자 symun@
  • [씨줄날줄] 테러계좌

    ‘테러계좌’라면 밀수·뇌물·마약 등 지하경제나 암거래, 즉 어두운 곳을 연상하기 십상이다.그러나 이는 오산이다.거래는 대부분 대명(大明)천지에 이루어진다.공개를 꺼리는 은밀성 때문에 그렇게 불릴 뿐이다. 영국에서 테러를 주도한 아일랜드공화군(IRA)은 ‘테러 스승’격인 리비아에서 ‘용돈’을 타다 썼다.우선 리비아는파운드 등으로 현금을 준비한다.그리고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서 IRA 전령이 갖고 온 가방을 똑같은 모양의 현금가방으로 바꿔치기한다.그러나 이런 현금 거래는 예외적이다.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하면 금융기관들이 ‘비정상적인 거래’로 수상하게 보기 때문이다.거액 현금은 또 운반이 어렵다. 지하경제 거래자들도 은행 계좌에서 수표를 발행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테러범이나 배후세력들이 금융기관의 전자 시스템을 이용해 자금을 움직였을 경우 그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비행기 납치범들은 1등석 표를 사는 데직불카드를 이용했다고 한다.이 돈도 어디선가 송금되고 인출됐을 것이다.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테러 직전 그들이 투기적인 옵션거래에서 거액을 벌었다면 금융기관에거래 실적이 남아 있다. 테러의 가장 유력한 배후세력인 오사마 빈 라덴의 보유 자금 가운데 최소 3억달러가 어느 금융기관에 예금형태로 있을 것이다.그가 아프리카 등지에서 경영한다는 염소가죽 가공공장,건설회사,해바라기 농장과 무역회사 등도 금융기관을 끼고 자금을 이동시켰을 것이다.테러 동조세력이 보낸지원금이나 기업 기부금 등으로부터 흘러들어 왔다고 해도역시 금융기관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미국 테러범들의 자금이 과연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테러계좌를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영국 고든 브라운재무장관은 “테러범들은 은행계좌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금공급을 차단할 국제적 합동조치가 필요하며 스위스도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스위스는 그러나 “은행비밀법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도 범죄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돈세탁수사에 비협조적인 나라는 영국이었다”고 맞받아쳤다.미국은테러 자금의 돈세탁을 막을 전략을 짠다고 한다.흥미로운 것은 영국과 스위스 간의 입씨름이다.실제 국가나 금융기관이 장삿속으로 지하자금을 감춰주어 온 점에서 앞으로얼마나 보호막을 거둘지 두고볼 일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中자본 해외로 샌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중국의 외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서부대개발 등 ‘21세기 중국의 대역사(大役事)’를 성공시키기 위해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대륙에 오히려중국내 자본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홍콩의 경보(勁報)에 따르면 2000년 중국의 자본유출액은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80억달러(약 62조4,000억원)에이른다.이 수치는 지난해 외국인의 직접투자액 407억달러를크게 웃도는 수준이다.더욱이 자본유출액이 해마다 증가하고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에서 자본유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GDP(국내총생산·2000년 1,100억달러)의 30%선에 해당하는 엄청난 중국지하경제의 자금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hkim@
  • 사채시장등 지하경제규모 59兆원

    지난해 사채시장 등 우리나라의 지하경제규모는 59조원,국내총생산(GDP)의 11.3%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지하경제의 비중은 외환위기와 새 정부 출범후 감소해 왔으나 최근 경기불황을 틈탄 사채시장의 극성으로 그 규모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됐다. LG경제연구원은 19일 지하경제 규모에 대한 분석에서 현금수요함수를 이용해 지난 70년이후 30년간 지하경제규모를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GDP의 10%이하인 스위스,미국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나 일본,영국,캐나다 등과 비슷하며 13%선인 홍콩,싱가포르 등에 비해 낮은 것이다. 지난 70년대 사채시장,자영업자의 허위소득신고 등으로구성된 지하경제비중은 평균 27.7%수준에서,80년대에는 18.3%,90년대에는 평균 15%선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90년대 들어 지하경제규모가 급속히 축소된 것은 93년 금융실명제의 실시와 97년말 외환위기이후 진행된 사회경제의 투명성 제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3년 금융실명제 도입당시 18.4%까지 높아진 지하경제비중은 96년 15.5%선으로,98년∼2000년평균 12%선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1.3%까지 축소됐다. 이우성 연구원은 “지하경제는 건전 경제성장을 저해할뿐 아니라 세수기반을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이를 막기 위해 기업과 금융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자영업자의 세원노출 확대와 불필요한 규제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 [사설] 탈루소득 과세가 먼저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에 세금을 더 걷는 데 주력키로 한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환란이후 긴급 경제상황에서 초래된 재정적자를 빨리 없애려면 세수 확대는 불가피하다.정부계획대로라면 오는 2003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다만에너지세 인상보다는 탈루소득 과세의 강화를 통해 세금을 더 거두는것이 필요하다. 세제개편안은 세수기반 확충의 두 기둥으로 조세감면 축소와 에너지세 인상을 들었다.조세감면 축소의 경우 그동안 세금감면의 특혜 분야를 과감히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국회의 세법 개정단계에서 각종이해집단과 정치적 고려가 또다시 끼어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세 인상으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발상에는 문제가있다.현재 휘발유값의 47%에 불과한 경유와 26%인 수송용 액화석유가스(LPG)가격을 3단계에 걸쳐 각각 75%와 6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은 비(非)산유국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다.고유가 시대에 그렇지 않아도 비싼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려는 것은안이한 발상이다.자칫 조세저항을 유발하기 십상이다.도리어 휘발유에 매기는 과중한 세금을 줄여 가격을 내리는 게 옳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은 그동안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탈루소득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우선이다.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이나 재산가들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의 탈루소득에 철저히 과세하는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정부는 지난 1년간 국세청의 조직개편과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 등을 통해 거의 ‘혁명적’일 정도의 세정개혁을 이루어낸 것이사실이다. 이런 개혁의 결과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돼 탈루소득 과세가 올해 3조5,000억원으로 2년전보다 2배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앞으로도 가짜 세금계산서 등의 지하경제와탈루소득에 적극 과세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또 정부가 이번세제개편안에서 도입키로 한 ‘유형별 포괄주의’를 반드시 법개정때관철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세법에 구체적으로 열거된 변칙 상속·증여수단이 아니면 과세를 못하게 규정해 교묘한 신종 탈세수법에는 손을 쓰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앞으로 포괄주의는 신종 변칙 상속과 증여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탈루·음성 소득에서 더 세금을 거두어 재정적자를 메우는 한편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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