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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수학자대회] 첫 여성 시상자 첫 여성 수상자

    [세계수학자대회] 첫 여성 시상자 첫 여성 수상자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마리암 미르자카니(37·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필즈메달을 건네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1936년 제정된 이래 지난 대회까지 모두 52명에게 수여된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메달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다. 필즈메달은 개최국 원수가 수상자에게 직접 수여하는 것이 전통인데 대회 개최자 잉그리드 도비시 세계수학연맹회장까지 개최자와 시상자, 수상자 모두 여성인 최초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서울 ICM은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라는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인 120여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한 가운데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열렸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수학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학문이자 전 인류가 공유하는 위대한 유산”이라며 “이번 대회가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로 수학의 학문적 지평을 확대하고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모두 4명에게 수여된 필즈메달은 미르자카니 교수 외에 아르투르 아빌라(35) 프랑스 파리6대학 교수, 만줄 바르가바(40) 미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38) 영국 워릭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함께 1만 5000 캐나다 달러(약 14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 밖에 네반리나상(수리정보과학 부문)은 수브하시 코트 미 뉴욕대 교수, 가우스상(응용수학 부문)은 스탠리 오셔 미 UCLA 교수, 천상(기하학 부문)은 필립 그리피스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교수에게 각각 돌아갔다. 서울 ICM에선 필즈상 등 주요 상 수상자 강연(10회), 국내외 수학자의 기조 강연(21회), 초청 강연(179회) 등이 대회 기간 진행되고 논문 1182편이 발표된다. 대중 강연과 바둑 다면기 등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이어진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미디어아트와 학교의 창의예술교육” 특강

    “미디어아트와 학교의 창의예술교육” 특강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인 미야지마 타츠오 교수가 오는 7일 건국대에서 “미디어아트와 감각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한다. 이번 강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재은)이 주관하는 “2014 학교문화예술교육 미디어아트분야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원장 황용석)이 2013년에 이어 2년째 시범교육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교토조형예술대학교 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미야지마 타츠오 교수는 1957년 도쿄에서 출생해 도쿄국립미술음악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90년대부터 10여년 정도를 미국, 베를린, 파리, 런던 등에 머물며 수학과 창작 및 전시 경력을 쌓았다. 2006년부터 도호쿠예술공과대학과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현재 교토조형예술대학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97년부터 수 십 차례에 걸쳐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작품 갤러리 http://www.lissongallery.com/artists/tatsuo-miyajima) 미야지마 교수는 이날 “미디어아트와 감각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강연을 펼치며, 미디어아트 시범교육을 진행할 아티스트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토론을 벌인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전문적인 기술 예술이 아닌 대중화된 미디어를 통해 일상의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체험되고 확장되는 인간의 감각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참여자들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미디어아트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예술 영역이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쉽게 떠올리지만 미디어아트가 우리의 실생활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경험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신기술과 미디어가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지만 미디어아트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또한 그리 크지 않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미디어아트의 낯설음과 난해함을 깨고 미디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커뮤니케이션과 예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구상의 일환으로 지난 2013년부터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에 미디어아트 부문을 포함시키고 올해 2년째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디어아트를 중․고등학교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미디어아트가 가진 예술교육의 풍부한 잠재성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미디어아트교육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은 미디어아트가 소수 예술가들의 세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실험적이고 소통적인 일상예술의 기회를 창조하는 측면에 주목하여 국내 최고의 미디어아티스트를 강사로 선정해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 10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시행에 맞춰 새로운 대안 교육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우리 민족이 사랑해 온 山의 문화사

    우리 민족이 사랑해 온 山의 문화사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최원석 지음/한길사/639쪽/2만원 우리 겨레는 산의 정기를 타고나서 산기슭에 살다가 산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살았다. 그만큼 우리는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 산을 좋아하다 보니 산에 대한 여행서나 등산 잡지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산의 동식물이나 자연 자원 등을 소개한 글이나 산촌, 산악신앙 등의 역사·문화 요소를 분야별로 연구한 것도 적지 않다. 신간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은 우리 산의 문화사를 인문학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쓴 책이다. 바다의 인문학, 길의 인문학, 강의 인문학, 숲의 인문학 등 다방면으로 해석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마당에 산의 인문학을 새롭게 들고 나온 것이다. 저자는 ‘과연 우리에게 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써 나간다. 그러면서 우리 산은 ‘어머니 산’이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산은 어머니로 상징화되고 인격화된 곳이라고 말한다. 서양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산을 어머니로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사람은 산을 닮고, 산은 사람을 닮아 한 몸이 되었다는 논리가 흥미롭다.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가장 사랑한 취미 생활의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도 어느 시대에서나 등산이 우선 순위권 안에 들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 한국의 등산인구는 1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등산복이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평상복으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됐다. 말 그대로 한국인에게 산은 애정의 대상인 것이다. 책은 ‘산의 전통지리학’인 풍수와 근대적 학문인 지리학의 연구방법론을 통해 한민족과 산의 오랜 관계를 밝혀낸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산은 사람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의 산’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산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산의 역사와 문화가 독특하게 빚어져, 그 결과 우리의 산은 자연과 생태의 산보다 역사의 산, 문화의 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했다는 것이다. 한민족이 산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확장적 재정정책 ‘쌍둥이’… 경제 맷집은 ‘천양지차’

    확장적 재정정책 ‘쌍둥이’… 경제 맷집은 ‘천양지차’

    “경기가 살아나고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사에서 내놓은 포부다. 나라 곳간을 활짝 열어 경기 회복에 힘쓰겠다는 뜻이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걸었던 ‘아베노믹스’와 상당 부분 겹친다. 아베노믹스 역시 대규모 양적완화(돈 풀기) 등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일본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이 목표다. 소비 여력의 확대를 통해 내수 부양을 꾀한다는 점도 같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초 체력만 놓고 보면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둔 거시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칫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 부총리가 취임사 등을 통해 밝힌 경기 활성화 방안은 재정지출 확대와 가계소득 증대, 경제체질 개선 등 세 가지다.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축인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팽창 ▲공공부문 등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 ▲신성장동력 강화 등과 상당히 겹친다. 최 부총리와 아베 총리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얼어붙은 경제 심리를 살리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경제 주체들의 무기력을 걷어치워야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을 되찾자” 등의 일관된 성장지향 메시지를 내놨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인 2013년부터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60조∼70조엔(약 600조∼700조원) 규모의 국채를 사들여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 최 부총리 역시 이날 “하반기 문제는 재정보강으로 해결하고 (재정보강 정도는) 추경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준의 양적완화는 아니지만 과거 균형재정을 강조하던 기재부 입장에서 벗어나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여력 회복을 중시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 부총리는 재계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내유보금 과세와 최저임금 상향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 역시 임금 인상을 위해 직접 재계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기초체력은 다르다. 국가 부채만 보면 우리가 낫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40%다. 우리나라는 36.2%에 불과하다. 반면 ‘와타나베 부인’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막대한 해외투자와 제조 기술력 등은 우리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본의 순대외채권은 2013년 말 3조 100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밑천 삼아 전 세계에 투자한 결과다. 1~2년 뒤에야 다른 나라에서 받을 돈이 줄 돈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이 되는 우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하면 우리는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확대 재정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 경기조절용으로 재정을 무작정 확대하는 대신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지출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차이나메리카 꿈꾸는 시진핑… 러시아메리카 기회보는 푸틴

    차이나메리카 꿈꾸는 시진핑… 러시아메리카 기회보는 푸틴

    시진핑(習近平·왼쪽 얼굴)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라틴아메리카에 동시에 떴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두 정상이 미국의 턱밑에서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은 14일 그리스를 경유해 브라질에 도착했다. 15~16일에 열리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오는 23일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를 국빈 방문한다. 중국 관영 인민망은 이날 시 주석의 순방 목적을 두 가지로 꼽았는데, 첫째가 ‘신개발은행’ 설립이고, 둘째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지평 확대다. 인민망은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아르헨티나는 우리에게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수출하고, 쿠바는 영원한 사회주의 형제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여하는 것은 신개발은행 설립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라면서 “특히 시 주석이 제안할 ‘차이나-라틴아메리카 포럼’은 이 지역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미국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는 ‘신개발은행’은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의 대항마로 꼽힌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돌며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11일에는 옛소련 시절 쿠바에 빌려줬던 350억 달러를 탕감해 줬다.이튿날엔 아르헨티나가 추진 중인 원자력 발전소 ‘아투차 3’를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3일에는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했다. BBC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라틴아메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정치·외교적 세력 확대’와 ‘성장에 필요한 자원 확보’를 꼽았다. 현재 많은 중남미 국가들에는 미국에 비우호적인 좌파 정권이 들어서 있다. 이 국가들은 자원은 풍부하지만 한결같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미국의 벌처펀드가 채무 유예를 해주지 않아 또다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처럼 대다수 국가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시진핑과 푸틴이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시민들이 세월호 기억해야 한국 사회가 바뀝니다”

    “시민들이 세월호 기억해야 한국 사회가 바뀝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베크 독일 뮌헨대 교수가 내한 강연에서 청중들의 질문을 받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 주제는 세월호가 아닌 ‘기후변화와 위험사회’였다. 언뜻 두 주제 사이에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베크 교수는 ‘탈바꿈’이라는 개념을 던지며 기후변화와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위험사회의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베크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등이 주최한 학술대회에 강연자로 나서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온실가스 감축 등 기술적·경제적으로 해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있어 ‘근대화’는 이제 잘못된 대안일 뿐”이라며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기후변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법, 경제, 정치 등 사회적 조건들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베크 교수는 “위험 같은 나쁜 것에 관한 논의가 (역설적으로) 공동에게 좋은 것을 만든다”면서 이를 ‘해방적 부작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위험을 겪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방적 부작용이 드러난 대표적 예로 2005년 8월 말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들었으며, 세월호 참사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당시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시에 커다란 피해를 안겼다. 특히 시 전체 주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흑인 주민의 피해가 컸다. 흑인 주민 대부분은 빈곤층이었다. 여기에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미 언론은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고,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는 시가 요청한 재해복구·예방사업 예산을 대폭 깎았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은 피해가 적은 백인계 마을이었다. 베크 교수는 “카트리나 참사는 그전까지 관련성이 없어 보였던 도시의 홍수와 인종적 불평등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인식하는 성찰과 변화의 필요성을 이끌어 냈고, 정의(正義)라는 규범적 지평을 전 지구적 범위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재난 앞에 무기력하고 관리·감독 업무에 부실한 정부, 선박 소유주의 불법행위 및 도덕적 해이,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조명됐다. 최근에는 정쟁에 몰두한 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소홀한 정치인들의 무능을 또다시 마주했다. 이에 베크 교수는 “시민들의 ‘기억’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탈바꿈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면서 “탈바꿈을 통해 전 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한·중 관계 증진 넘어 북핵 공조 더 힘써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경제 분야에 국한됐던 양국 협력의 범위를 정치·안보와 인문교류 등 전방위로 대폭 확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정랭경열(政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에서 정열경열(政熱經熱)로의 변화다.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더 내실화, 성숙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양국의 밀월은 오랫동안 교류해 온 두 정상 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된 것이 분명하지만 북핵 위기의 고조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양측은 어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등 동북아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과 일본을 콕 찍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역내 안정을 해치는 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양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 대화 체제 신설 등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와 관련된 합의 사항을 다양하게 쏟아냈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좀 더 명확한 북핵 메시지가 아쉽다. 지난해보다 한 발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는 했지만 이번에도 공동 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표현이 명기됐다. 북핵 공조 의지를 다졌으면서도 실질적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에 북한이 콧방귀를 뀌며 또다시 안하무인격 도발에 나서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된다. 게다가 북한은 납북자 문제 조사에 상응하는 조치로 일본으로부터 일부 제재를 풀어 준다는 약속을 받아 낸 상황이다. 오늘 일본 각의가 인적 왕래 규제, 송금 규제, 인도적 선박 왕래 규제 등 3가지 제재를 해제하기로 결정하면 대북 제재에는 상당한 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앞서서 한국을 방문하는 데 대한 반발로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인 북한이 보라는 듯 4차 핵실험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 마련 등 애매모호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단호하고도 직접적인 경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중국은 명심해야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중국이 여전히 대미 관계의 전략적 ‘지렛대’로 여기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경제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나왔다. 연내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다면 양국 간 무역 교류는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의미도 크다. 국내에서 일일 단위로 위안화 청산 결제가 이뤄져 시간 및 비용이 대폭 축소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 허브’ 선점 효과도 작지 않다. 시 주석은 방한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의지를 밝혔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확고한 북핵 공조다.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핵 공조에 힘을 보탤 때 양국 간 신뢰는 한층 깊어질 것이다.
  • [사설] 시진핑 주석에 한류 차단 정책 시정 요구해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늘 청와대에서 열린다.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의제 역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대로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외교적 해답을 만들어가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양국 사이의 경제적·문화적인 현안을 직설적인 대화로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경제 분야에서 당면한 다양한 현안을 놓고 어느 때보다 진지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중 사이에는 정치·외교·경제는 물론 문화 부문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갈수록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중국의 정책적 장벽을 해소하는 문제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에 대한 장벽을 갈수록 높게 쌓아올리고 있다. 최근에도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지만, 외국 드라마 방영 쿼터로 한류 드라마의 지상파 TV 방송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중국 전역의 지역 방송이 외국 드라마를 한 해 한 편밖에 방영할 수 없다는 규정을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역시 해외 제작물은 중국 국내 상영을 1년에 54편으로 제한하는 스크린 쿼터를 시행하고 있다. 유통기간이 짧은 가요도 중국에서는 심의기간이 워낙 길어 노래가 나오고 두 달이 넘어야 공연할 수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규제에 따라 중국의 문화소비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정부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최근 ‘인터넷 미디어 통제 강화 지침’을 내고 공중파에서 가로막힌 한류 드라마가 인터넷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방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규제인 것은 물론 자국민의 자발적 콘텐츠 선호를 정책적으로 막는 조치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금 우리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간의 역량이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물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역시 이 분야로 모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미래에는 더욱 규모가 커질 중국의 인식 변화는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 정부에 콘텐츠 분야의 규제 해소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깊이 각인시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가 될 것이다.
  • 서울아산병원, 글로벌 암치료 협력체 ‘WIN’ 가입

    서울아산병원, 글로벌 암치료 협력체 ‘WIN’ 가입

    서울아산병원(원장 박성욱)이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윈(WIN·Worldwide Innovative Network) 컨소시엄 총회 가입했다. 윈 컨소시엄은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와 프랑스 구스타브 로시 암 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센터와 연구소, 제약회사들이 공동으로 결성한 ‘맞춤형 암 치료’ 협력체다. 이와 함꼐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유창식 소장(사진)이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지역 디렉터로 위촉돼 향후 2년 동안 전 세계 ‘맞춤형 암 치료’ 관련 최고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창식 소장은 “암 치료의 미래는 맞춤형 암 치료에 있다”면서 “WIN컨소시엄 가입은 서울아산병원은 물론 국내 의료계가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WIN은 “세계 5개 대륙에 걸친 대규모 임상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3년 안에 전 세계 암환자들의 생존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계획”이라면서 “풍부한 임상 경험과 우수한 연구 역량을 갖춘 서울아산병원에 기대가 크다”고 가입 배경을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하버드의대와 공동으로 맞춤형 암 치료 시스템인 ‘한국형 온코맵’과 차세대 유전체 해독기술을 이용한 ‘온코패널’을 구축해 아시아권에서 맞춤형 암 치료의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으며, 2011년 아산-다나파버 암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2012년에는 국내 첫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하나님의 뜻과 역사해석의 문제

    [김일수 樂山樂水] 하나님의 뜻과 역사해석의 문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몇 가지 말과 글이 국회의 총리인준 절차를 앞두고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물론 문제된 말들은 기독교 신앙체계 안에서 신학적 논쟁 내지 신앙의 색깔논쟁에 충분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식인의 역사인식과 책임의식, 지성과 세계개방성,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도 흥미있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일제식민지배와 한국전쟁과 같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난제들을 하나님의 뜻과 섭리라는 시각에서 뭉뚱그려 이해하려 했다는 점이다. 우선 이 같은 섭리신앙은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믿지 않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것이어서 그것에 입각한 역사해석 자체가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창조사역과 창조세계에 대한 그분의 주권적인 통치를 부인하면 자연과 인간세계의 모든 역사적인 사건진행은 결국 우연이나 운명 또는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에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라 해서 의견충돌이 없을 수 없다. 하나님의 뜻과 일하심은 신묘막측(神妙莫測)해서 사람의 지식이나 지혜로 단정할 수 없는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나 일본의 난징대학살을 섣불리 하나님의 뜻으로 돌린다든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하나님의 성전(聖戰)으로 해석한다면, 민족갈등이나 종교 간 갈등 내지 문화충돌을 자초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았느뇨, 누가 그의 모사(謀士)가 되었느뇨. 누가 주께 먼저 드려서 갚으심을 받겠느뇨.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 11:33~36).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의 비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하물며 존재보다 더 심원한 곳에 계신 하나님의 뜻을 역사이해에 경솔하게 끌어다 쓴다면 화를 자초하기가 쉽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 민족의 결점으로 첫째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시(詩 )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 되었고, 그 결과 착함과 날쌤과 조심성 있고 너그러운 옛 기상들이 시들었으며, 역사 발전이 중간에 변경되어 고난의 역사로 치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 고난을 우리 민족의 병을 고쳐 주려고 든 사랑의 매로 이해했다. 모든 역사적 사실은 해석된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해석작업은 어느 초인(超人)이나 소수의 천재들의 독단적인 주관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호소통과 공감의 눈높이,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좇아가는 정신들의 상호주관적인 대화 마당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하나님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주시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겸손히 묻고 또 조심스럽게 깨달아 가야 한다. 그리고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고난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동시대의 아픈 이웃들을 포용하며, 희망의 지평으로 함께 걸어가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이런 류의 역사해석에는 부득불 하나님의 의(義 )와 참사랑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비극들 속으로 찾아오신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의 손길처럼, 총리 후보자 개인에게도 개입하시는 깊은 뜻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지식은 지역적, 시대적, 문화적, 민족적, 당파적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한계를 보편적인 인간존중 및 하나님 앞과 역사 앞에서 져야 할 예언자적, 도덕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뛰어넘으려는 치열한 정신적 노력을 우리는 지성이라 부른다. 시련들을 지혜롭게 뛰어넘어 훌륭한 지성적 국무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만 5000품종… 北선 요리법만 150가지

    전 세계에는 1만 5000여개의 감자품종이 개발돼 있다. 흔히 프렌치프라이나 감자칩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품종만큼이나 다양한 음식과 이용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감자칩은 약 20조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스낵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이 어려울 때는 밀가루나 옥수수로 만든 스낵을 주로 먹지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고급 스낵인 생감자칩의 소비가 증가한다. 또 전 세계 감자 생산량 3억여t 중 30%가 프렌치프라이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페루 안데스 산지 인디오들의 주식인 ‘츄노’는 밤낮의 온도 차를 이용하여 감자를 탈수·건조시킨 인류 최초의 동결·건조식품이다. 고산지대의 식량난 해결에 기여했다. 이탈리아의 ‘뇨키’는 우리나라 수제비와 비슷한 별미요리이고, 프랑스의 ‘폼므파르망티에’는 감자범벅과 비슷하다. ‘매시포테이토’는 으깬 감자요리로 첨가물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는 ‘감자와 명태는 썩어도 버릴 것이 없다’는 속담처럼 쌀이 부족한 북한의 경우 150가지 이상의 요리법이 있다고 전해진다. 세계적인 장수마을인 불가리아의 ‘훈자’나 에콰도르의 ‘비루카밤바’의 주식도 감자다. 감자의 주성분은 전분인데 감자 전분은 쌀에 비하여 소화가 어려운 형태로 돼 있고 열량이 쌀의 절반인 72㎉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의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우유 한 잔과 감자 2알이면 영양공급 측면에서도 완벽한 식사다. 한방에서도 감자는 ‘양우’(洋芋)라고 해서 기운을 돋우고 위장의 소화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갈거나 얇게 저며 환부에 붙이면 염증을 제거한다는 기록도 있다. 감자는 피부를 진정시키고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억제해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는 기능도 있어 좋은 화장품 재료가 된다. 감자는 다양한 문화·축제의 재료이기도 하다. 캐나다 대서양 연안에 있는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는 ‘빨간머리 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캐나다의 대표적인 감자 산지로 매년 유기농감자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파르망티에역’은 프랑스에 감자를 보급한 ‘파르망티에’를 기려 만든 역이다. 국내에서도 대관령감자큰잔치를 비롯해 충남 서산 팔봉산감자축제, 전북 김제의 지평선감자축제 등 여러 지역에서 감자 수확기에 맞춰 특색 있는 감자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 ‘사대’와 ‘자주’사이… 조선 지식인 지배한 중화관

    ‘사대’와 ‘자주’사이… 조선 지식인 지배한 중화관

    조선과 중화/배우성 지음/돌베개/616쪽/4만원 조선 왕조를 지탱한 사상 체계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리학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성리학 못지않게 조선 지식인들을 지배했던 세계관인 중화(中華)에 천착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을 세계문명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중화는 엄연히 조선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그럼에도 그저 문화의 범주에서만 이해됐던 중화는 과연 조선 지식인들에게 어떤 것이었을까. ‘조선과 중화’는 조선의 지식인들이 추구한 핵심의 세계관이자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지성사로 중화를 파헤친 책으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지난 20세기 한국사 연구에서 고착돼 왔던 중화의 이분법적 구분을 허문 게 큰 특징이다. ‘사대‘와 ‘자주’의 범주에 머문 논란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세계관 자체를 그대로 바라보자는 시도가 신선하다. 저자는 한국 역사학의 ‘중화 오류’는 역사란 민족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20세기 초 민족주의 사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신채호의 조선 후기 인물 이종휘에 대한 평가로 도드라진다. 신채호는 이종휘를 단군과 고대사를 자주적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높이 평가했지만 실제는 영 딴판이었음이 드러난다. 이종휘의 이른바 요동회복론은 오랑캐의 침략 위기로부터 중화문화의 계승자인 조선을 지키고 중화를 보존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자면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한족이 대륙에 세운 국가만을 중화로 인정하는 시각은 미미했다고 한다. 오랑캐가 세운 원나라를 중화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병자호란으로 조선 왕이 능욕당하고 삼전도비가 세워진 이후 조선 지식인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당시 김수홍이 그린 지도 ‘천하고금대총편람도’와 ‘조선팔도고금총람도’는 그 조선 지식인들의 바뀐 중화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명과 관련된 역사상 인물을 지도에 기입하면서 한족의 중화문명에 관련된 이들만 명기했던 것이다. 결국 조선의 지식인들은 우리 역사학이 또렷하게 구분짓는 ‘식민사관’이나 ‘민족사관’에 한정되지 않은 채 다양한 궤적을 그려나간 셈이다. 그 역사적 변수와 맥락을 따라 중화의 변화를 건져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주장이 자칫 중화세계관의 본질을 옹호하는 인상을 부를까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역사적 정당성이나 부당성을 입증하려는 게 아니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중화세계관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그것이 그려낸 궤적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10대 로펌에 경제 관료 출신 177명 재취업

    10대 로펌에 경제 관료 출신 177명 재취업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공공기관, 협회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10대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재취업한 전직 경제 부처 관료가 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직에서 받았던 연봉의 3배에 가까운 수억원의 연봉을 받고 로펌의 고객인 기업 및 금융권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퇴직 공무원의 로펌 취업 제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정부 부처와 대형 로펌에 따르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율촌, 바른, 충정, 로고스, 지평 등 10대 로펌에서 일하는 경제 부처 출신 관료가 177명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외교부, 감사원, 안전행정부 등 비경제 부처 출신 관료도 16명이나 로펌에서 일하고 있어 로펌에 재취업한 관피아는 총 193명에 달한다. 부처별로는 국세청 출신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37명, 공정거래위원회 34명, 관세청 19명, 기획재정부 15명, 금융위원회 3명, 국토교통부 1명 등의 순이다. 특히 국세청, 관세청 출신인 ‘세피아’(세무관료+마피아)가 87명으로 전체의 49.2%를 차지했다.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수백억원 이상의 세금을 맞을 수 있는 등 경영상 큰 타격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국세청, 관세청 출신 관료가 있는 로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세피아’ 다음으로는 금감원, 금융위, 공정위 출신들이 많은데 금융 분야의 각종 인허가 규제와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에 대응하려는 은행과 기업들이 많아 대형 로펌에서 관련 부처 출신 관료를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펌 별로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이 가장 많은 66명의 경제 부처 출신 관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태평양 31명, 광장 24명, 율촌 17명, 세종 11명, 화우 10명, 충정 8명, 바른 6명, 지평 4명 등의 순이다. 로고스는 경제 부처 출신 관료를 영입하지 않았다. 로펌에 간 관료들의 직급은 실무자에서부터 과장, 국장 등으로 다양했고 전직 국세청장, 관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금융위원장), 장관까지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각종 규제를 우회하려고 하니까 로펌은 전직 관료를 영입해 정부에 로비스트로 동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로펌 등 민간부문에 대한 공무원 재취업 규제도 강화하고, 전관예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한인 2세들에 거는 기대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한인 2세들에 거는 기대

    캐서린 문(한국이름 문형선·50) 미국 웰슬리대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1986년이다. 당시 스미스대 졸업을 앞두고 있던 문 교수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 선배와 함께 모임에 나왔는데 굉장히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하며 자신감이 넘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일곱 살 때까지 서울의 외가에서 자라고 꾸준히 한국말을 익혀 문 교수는 한국말을 꽤 했다.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93년부터 웰슬리대에서 국제정치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전문가로 특히 한·미 동맹과 민주화, 불법 이민, 양성 평등 문제를 연구해왔다. 한국의 기지촌에서 벌어져 온 성 착취 문제를 한국·미국의 군사 동맹이라는 국제정치학적 지평에서 분석한 책 ‘동맹 속의 섹스’는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교수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연구활동을 했다. 서울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 당시 서울에 있으면서 거리응원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체득했고, 나이 든 정부 관료와 외교관, 정치인, 학자들과 만나면서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와 관료문화를 접했다. 한국의 사회·정치적 이슈들과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문 교수가 안보와 북한 핵 문제에만 함몰돼 있는 일부 한국 외교관들에게 낯선 건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문 교수를 알고 지내온 입장에서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미국 주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 교수만큼 한·미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 듯싶다. 이런 문 교수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대 코리아 체어(한국 석좌연구직)에 임명됐다. 브루킹스연구소는 5년째 세계 싱크탱크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진보 성향의 연구소다. 1927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미국기업연구소(AEI),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미국 정부의 정책 입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3대 연구소로 꼽히며 민주당의 두뇌집단 역할을 해왔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이 연구소 출신 인사들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오바마 1기 한반도 정책에 직접 관여했던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NSC 아시아 선임보좌관도 이곳 출신이다. 민주당의 본류 격인 브루킹스연구소에 코리아 체어가 신설된 것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문 교수는 앞으로 격월로 한국과 관련된 행사를 주재하고 다양한 한·미 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게 된다. 한·미 정책결정자, 학자들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브루킹스에 앞서 2009년 코리아 체어를 신설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코리아 체어를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한인 2세로 학생 때부터 잘 아는 사이다. 캐서린 문과 빅터 차, 데이비드 강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인 2세 그룹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우리 사회로 치면 386세대에 속하는 이들 세대에 성김 주한미국대사도 포함된다. 한인 2세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핵심 요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민 초기 의사와 변호사 등 특정 전문직에 집중됐던 한국계 미국인들의 진로는 공직과 관계, 금융계, IT,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재미 한인 2세들의 네트워크와 역할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우리 식의 애국심에 기대 호소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이들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해줘야 한다. 그것이 서로 윈윈하는 길이다.
  •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영화

    세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9일 개막했다. 새달 5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는 30개국에서 출품된 99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개막작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저질러진 만행이 남긴 상처를 다룬 야스니바 주바니치 감독의 신작 ‘그녀들을 위하여’(2013)다. 주바니치 감독은 ‘그르바비차’(2005)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바 있다. 유명 여성 감독들의 신작들을 통해 최신 여성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믹의 지름길’(2010), ‘웬디와 루시’(2008)로 주목받은 미국 독립영화 감독 켈리 레이차트의 신작 ‘어둠 속에서’(2013), 카트린 브레야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가 만난 ‘어뷰즈 오브 위크니스’(2013), 배우에서 감독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추상미의 ‘영향 아래의 여자’(2013) 등이 상영된다. 오즈 야스지로·구로사와 아키라·미조구치 겐지·나루세 미키오 등 일본 거장 감독들과 많이 작업한 여배우 가가와 교코를 조명한 회고전도 눈길을 끈다. ‘동경 이야기’(1953)부터 ‘마다다요’(1993)까지 8편을 준비했다. 새달 1일 배우 문소리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도 개최할 예정이다. 변영주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1~3편(1995~1999)도 특별 상영된다. 아시아 독립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3편을 조명하는 ‘아시아 스펙트럼: 카메라는 나의 심장’ 부문, 6편의 영화를 통해 사랑과 돈의 문제를 조명한 ‘쟁점:사랑과 전쟁’ 부문, 11편의 퀴어 영화를 상영하는 ‘퀴어 레인보:열망과 매혹, 포비아를 넘어’ 부문 등에서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난다. 또한 ‘경쟁부문:아시아 단편 경선’에서는 역대 최대인 406편 중 예심을 통과한 27편도 상영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먹을 수 있어요!…과일 찍어내는 3D프린터

    먹을 수 있어요!…과일 찍어내는 3D프린터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회사가 과일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를 개발해 주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인터넷 매체 데일리메일은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회사가 개발한 3D프린터가 스페리피케이션(spherification)이라 불리우는 구체화 기술을 이용하여 라즈베리와 블랙베리를 몇 초만에 만들어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프린터의 원리는 겔로 된 과일즙을 한 방울씩 접시에 떨어뜨려 다양한 과일의 색과 모양을 본뜨는 방식이다. 영상을 보면 과일즙과 분말로 된 알긴산나트륨을 혼합하여 차가운 염화칼슘이 든 접시에 떨어뜨려 과일의 형태를 본뜬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일은 신기하게도 바로 식용이 가능하다. 이 3D프린터는 요리사와 미식가들을 겨냥해 개발한 것이다. 3D프린터 개발자는 “우리가 제작한 3D 과일 프린터는 전문 요리사 뿐만 아니라 각 가정의 식탁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면서 “우리는 맛, 질감, 크기, 모양 등을 모두 맞춤 제작하여 새롭고 신선한 과일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회사는 라즈베리와 블랙베리 뿐만 아니라 사과와 배 같이 더 부피가 큰 과일을 만드는 3D프린터도 개발 중에 있다. 사진·영상=student/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통일, 비용보다 정치적 부담 더 고민해야”

    “통일, 비용보다 정치적 부담 더 고민해야”

    “북한 문제, 특히 북핵 문제는 한·미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환갑을 넘긴 한·미 동맹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막는 측면도 있다. 양국 간 이슈를 다양화하고 중장기적인 문제들을 다룸으로써 한·미 관계의 지평과 폭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대 코리아 체어(한국 석좌연구직)라는 중책을 맡은 캐슬린 문(50) 웰즐리대 정치학 교수가 밝힌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코리아 체어를 발표한 당일인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만나 한·미, 한·미·일 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문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학자로는 드물게 의사소통뿐 아니라 한글 자료 읽기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생후 3개월부터 7살 때까지 서울의 외가에서 자라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에도 이해가 깊은 것이 장점이다. →초대 코리아 체어로서 향후 활동 계획은.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대 코리아 체어직을 수락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학문적 교류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한·미 관계 발전에 학문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대로 된 대(對)한국정책은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에 기초하고 여기에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현재 한·미 관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재 워싱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편협하다. 한·미 관계는 지나칠 정도로 북한에 편향됐고 북한 문제 중에서도 특히 북핵 문제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동반자경제협정(TPP) 등의 경제 현안들이 있다. 이런 경제 문제마저도 안보 문제에 밀려나 있다. 이 같은 경향은 한·미 양국 정책 당국자와 연구자, 언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미 관계는 안보와 경제, 이 두 가지 현안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광범위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에 끌려다니거나 독점당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핵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미 관계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북핵 문제는 한·미 관계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본다. →한·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나. -한·미 동맹뿐 아니라 한·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현안과 관심사들을 확장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국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민주주의, 정치·경제·문화·에너지 정책 등의 변화에 대해 정확하게 알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국제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끌어 갈 이슈들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양국 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제고하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설정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와 같은 주제도 깊이 있게 연구해 봐야 할 때다. →통일 문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인가. -그렇다. 통일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에서는 주로 통일의 경제적 비용 측면만 부각돼 왔다. 정치학자로서 통일의 정치적 부담, 즉 통일이 한국이 어렵게 이룩한 정치적·사회적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관심이 많아 연구하고 있다. 통일이 돼서 한국과 교육 정도, 영양 상태, 기술 숙련도, 민주주의 등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는 북한 주민 2500만명이 급작스럽게 유입 내지 동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한국 사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통일이 이미 골이 깊은 정치적·사회적 양극화와 지역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북한의 급변 사태나 난민들의 대량 유입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정치 사회적 후폭풍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한국 문화·정서에 대한 이해가 활동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미국 사회는 역사, 과거의 일들을 오래 끌고 가지 않는다. 반면 한국과 아시아의 경우 과거사가 현재까지 계속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치인이나 일반인들은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왜 계속 이슈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한다. 이산가족의 아픔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에 잘 안다. 이런 한국 문화와 정서에 대한 이해가 미국의 정책 담당자와 학자들이 한국 사회와 정부의 정책 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이 미국 정치와 의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배신한 것 아니냐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후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한·미·일 3국 관계 및 일본 아베 신조 정부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는 어떤가. -워싱턴의 분위기를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본다. 미 의회와 행정부 모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한·일 모두에 서로 관계가 악화될수록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리더 국가로서 지정학적으로 접근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어떻게 보나. -신선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대박이라는 용어의 기저에는 도박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 국민들이 도박이라는 점에 합의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평자들은 그동안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돈과 체면을 모두 잃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계산법의 추가 잃은 것에서 얻을 것으로 이동한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문 교수는 빅터 차, 데이비드 강 등과 함께 한국계 미국인 1세대를 대표하는 정치학자다. 글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사진 이종원 기자 jongwon@seoul.co.kr
  • 동양 미래학자 소재학 박사, 카이스트서 특별강연

    동양 미래학자 소재학 박사, 카이스트서 특별강연

    지난 5월 19일, 카이스트 도곡동 캠퍼스에서는 동양 미래예측학박사 1호이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석좌교수인 석하 소재학 박사의 특별 강의가 있었다. 이날 특강은 카이스트 컨버젼스 최고위과정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동양 미래학으로 보는 성공리듬과 자연건강’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소재학 박사는 동•서양 미래학의 접목을 통해 동양 미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동양 미래학자로 현대인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특강 명강사로 유명하다. 2012년 명강사 대상 및 2013년 대한민국 대표강사에 선정된 것은 물론 각종 TV, 최고위 과정, 경제인 협회 등에 특강을 진행하며 특강 명강사 및 동양 미래학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의 특강은 크게 ‘동양 미래학’, ‘서양 미래학’, ‘자연건강’ 등의 세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이 중 동양 미래학에 관한 특강은 동양 역학으로 불리는 동양 미래예측학에 관한 내용으로, ‘삼재’, ‘아홉수’, ‘손 없는 날’ 등 ‘사주팔자’, ‘사주명리학’ 관련 속설의 미신적 요소를 벗겨내고 허실을 밝히는 내용과 성공과 실패의 10년주기 인생 4계절 ‘석하리듬’을 통해 자신만의 때를 찾는 방법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분된다. ‘석하리듬’은 소재학 박사가 개발한 미래예측 방법론 중 하나로, 대자연에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변화가 반복되듯이 인간의 삶 역시 일정 주기를 갖고 반복을 거듭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성공리듬이 있고, 이 10년 안에 4계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2년의 봄, 3년의 여름, 2년의 가을, 3년의 겨울이 일정하게 반복되는데, 봄에는 겨울의 어려움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하고 여름은 주변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며 가을은 큰 성취와 결실을 이루고 겨울은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치는 때여서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서양 미래학을 주제로 한 특강은 ‘미래 유망 직종과 소멸되는 직종’, ‘빅데이터(Big dater)’, ‘3D 프린터’, ‘MOOC(대중 온라인 무료공개교육)’ 등 급변하는 미래 세상을 미리 알고 현명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세 번째, 자연건강을 주제로 하는 특강에서는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며, 이 행복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건강이고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인위보다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특히 인생 4계절 ‘석하리듬’을 통해 때에 맞는 생활을 하고 ‘골드실버(Gold-Silve) 체질요법’을 통해 꾸준한 관리를 해주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골드실버 체질요법’은 누구나 쉽게 알고 실천 할 수 있는 체질요법이다.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누어지듯 체질도 골드체질과 실버체질 둘로 나누어져 있어 각자 체질에 맞는 옷, 양말, 반지, 목걸이, 먹는 음식 등이 정해져 있기에 체질에 맞는 물건을 사용하거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게 될 때 신체에 기(氣)의 균형이 바로 잡히고, 좋은 기가 형성되어 자연치유력이나 건강도 좋아지게 되고 나아가 일도 잘 풀리게 된다고 한다. 반면, 체질에 맞지 않는 물건을 장기간 몸에 접촉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장기간 섭취하게 되면 신체에 기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자연치유력이나 건강도 약해지고 나아가 일도 덜 풀리게 될 수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체질 판별법이 애매하여 명확한 체질을 구분하기 어려웠고, 또 확인된다 하더라도 주로 의사나 시술자만 구분할 수 있을 뿐 환자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와 달리 ‘골드실버 체질요법’은 간략한 오링테스트나 완력 측정방법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자신의 체질을 알 수 있으며, 가족이나 다른 사람 체질도 구분 해 줄 수 있다.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실천하여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체질요법인 셈이다. 소재학 박사는 이렇게 3가지 주제를 가지고 특강 대상자에 따라 적절한 내용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RTN 부동산•경제TV에서 ‘동양 미래학, 석하리듬’, ‘사주명리학의 허와 실’, ‘보통사람 팔자 바꿔 부자되고 성공하는 법’ 등을 주제로 토크특강을 진행한다. 또한 최근에는 청주대에서 ‘미래세상과 취업진로’, 동국대 최고위과정에서 ‘동양 미래학으로 보는 성공과 건강, 행복’ 등의 특강을 진행하였으며, 오는 25일에는 경기도 오산고등학교에서 ‘동서양 미래학, 미래세상과 꿈의 실현’ 이라는 주제의 미래특강을 진행하는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특강 명강사 및 멘토로 각계각층을 종횡무진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령 前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 노래…‘생명 그리고 동행’展 연 김병종 화백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령 前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 노래…‘생명 그리고 동행’展 연 김병종 화백

    생명의 그리움, 생명의 존귀함이 새삼 가슴 저미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는 흔치 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이 ‘생명 그리고 동행’(6월 30일까지)이다. 얼마 전 ‘생명의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 ‘생명’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30년 동안 ‘생명’을 노래해 온 김병종(61) 화백(서울대 교수)이 만나 ‘생명과 동행’이라는 메시지를 버무리고 있다. 이 전 장관의 시를 김 화백이 묵필로 썼고 ‘생명’을 주제로 한 대작만도 20여점을 내걸었다. 지난 14일 영인문학관에서 김 화백을 만났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자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생명의 노래-숲에서’라는 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다. 길이만 따져도 족히 8m는 된다. 김 화백의 대표작이자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바보예수’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이 전 장관의 시가 보인다.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로 시작된다. 또 ‘미친 금붕어’라는 시도 있다. ‘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미쳤으면 합니다/날치처럼 어항에서 튀어나와 일제히/(중략)어머니 저는 금붕어들이 지느러미 세우고/하늘을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화백이 화선지에 직필로 휘갈겨 쓰고 여백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시와 묵필이 어우러져 생명의 고귀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벽에 걸린 김 화백의 그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뭔가 얘기하는 표정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 전달을 하지만 다른 생명체들은 눈빛으로 얘기합니다. 꽃에도 눈이 있어 옆에 있는 꽃을 바라보고 찾아오는 벌, 나비와도 눈빛을 마주치지요. 이 그림(카리스 소년)에서는 금붕어와 소년이 서로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사람의 동행도 둘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윤상훈 미술평론가는 “그의 ‘생명의 노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때로는 거칠고 격렬하며 때로는 잔잔하고 화사한 그의 생명 연작들은 수십년을 두고 다양한 울림과 변주를 이어 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가 ‘바보예수’였다면 1990년대에는 ‘생명의 노래’ 시리즈가 이어진다. 유토피아적인 전경 속에서 모든 대상을 화평하게 어울리도록 한다. 그러면서 ‘바보예수’와 ‘생명의 노래’의 두 주제를 같은 뿌리에 두고 작업해 왔다. 그는 “세계는 생명의 기미로 가득 차 있다. 생명의 정령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생명의 노래를 통해 비로소 인간 이외의 다른 지평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화백은 지난 2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저예산 전시를 열었다. 개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개인 작가의 전관 전시에서 생명 연작을 펼쳐 보인 것이다. 관람객 3만 3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개막식 때 이 전 장관이 강연을 했는데 김 화백의 그림에 대해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바다를 모른다. 오직 가끔씩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날치만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생명의 날치’라고 표현했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씨는 김 화백이 직접 작사한 것에 곡을 붙인 ‘사랑가’를 불렀다. 안 명창과는 같은 전북 남원 출신이다. 이 전 장관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제 아내가 이어령 선생의 딸과 대학교를 같이 다닌 사이였지요. 당시 아내가 이대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이 선생이 ‘문학사상사’ 주간을 맡고 있었는데 선생이 제 아내에게 ‘너는 결혼에 신경 쓰지 말고 평생 글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인연의 첫 단추가 된 셈입니다.” 김 화백의 부인은 소설가 정미경씨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2002년 오늘의 작가상과 2006년 이상문학상을 받았으며 그동안 창작집을 7권이나 펴낸 중견 작가다. 김 화백은 부인보다 7년 앞서 중앙일보(1980년)와 동아일보(1981년)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대한민국문학상과 삼성문화재단 저작상 등을 수상한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김 화백은 13세 때 이 전 장관의 책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를 읽고 감명받은 인연도 있으며 부인이 이 전 장관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와 틈틈이 만나면서 오늘날까지 이 전 장관과 동행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김 화백은 ‘문학사상’에 삽화를 그렸고 이 전 장관은 김 화백이 전시할 때마다 전시장을 찾아 강연을 해 줄 정도록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김 화백은 1953년 남원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문자 선생님에게서 ‘너는 화가가 돼라’는 말을 들은 후 화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환쟁이가 나오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그 때문에 그림을 그려 상장을 받아도 집에 갖고 가지 못하고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보리밭에 날려 버리는 일이 숱하게 있었다. 그래도 늘 그림을 그렸다. 억눌림과 쫓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땅에다 그리고 허공에다 그렸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그는 남원 시내 다방에서 ‘유혹’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 마을 어른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리 없었다. 그럴수록 혹시 그림을 못 그리게 될까 봐 조바심이 커졌다. 그 무렵 책을 많이 읽은 것도 강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였다. 사르트르, 카뮈, 레마르크, 모파상, 앙드레 지드 그리고 ‘금병매’와 ‘벽 속의 여자’까지 빌려 온 책을 방 안 여기저기 쌓아 놓고 죄다 읽었다. 그뿐만 아니다. 소설도 몇 편 썼다. 외국의 기성 문인들을 흉내 내 제법 난해한 시들을 쓰기도 했다. 또한 흰 종이만 보면 허기진 듯 그림을 그려 댔고 늦은 밤이면 시내로 나가 총천연색의 극장 벽보를 몰래 떼어다 벽에 붙여 놓고 며칠씩 들여다보곤 했다. 결국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좋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각오로 서울 용산역에 내리게 됐다. 이어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미대에 진학하면서 그의 숨은 재능이 제대로 빛을 보게 된다. 전국대학미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시와 소설로 서울대문학상을 휩쓸었다. 그 무렵 ‘대학입시’라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월간지의 기자가 찾아와 서울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김 화백은 ‘바람일기’라는 소설을 썼다. 잡지사에서 기획한 ‘캠퍼스 소설’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두 번째 소설은 이화여대 영문과 학생이 쓴 ‘바람의 초상’이다. 그 여학생이 지금의 부인이다. 김 화백은 ‘화첩기행’이라는 책으로 대중과 가깝다. 1998년 시작해 지금까지 5권을 냈다. 그는 이에 대해 “대체로 한달이면 보름쯤은 그림을 그리고 열흘쯤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화실과 서재를 왕래하다 보면 이 두 가지 일은 둘이 아닌 하나로 섞이고 만나게 된다. 문장은 수채화 같은 빛깔을 띠고 그림은 글 기운 비슷한 무엇을 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예컨대 서로 데면데면하게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뒤섞이고 풀리면서 제3의 그 어떤 모양과 빛깔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화첩기행’은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다. 오늘날 동행의 느낌을 재현한 것도 미술과 문학이 함께 섞이는 일이라고 한다. 밥과 반찬이 뒤섞이는 작업이란다. 앞으로도 이 같은 동행이 계속 이뤄질 것임은 물론이다. “살다가 배터리가 방전돼 간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는 가방을 꾸리곤 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때마다 충전이 조금 되지요. ‘화첩기행’을 위해 낯선 공간 속으로 들어가 기록하는 순간의 설렘과 흥분은 저를 새롭게 일어서게 했습니다. 여행은 그런 점에서 진실로 스승을 찾아 떠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올해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요즘 들판의 잡초처럼 뒷심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직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그림에 대한 사랑과 깊이가 더욱 느껴진다”면서 열정의 가속도가 생기는 만큼 계속 그림에 미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독일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개인전만 8회를 열었는데 올해도 유럽과 미국에서 개인전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주는 무표정하고 비정한 것이 아닌 문인화의 발묵, 발색 같은 여백의 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생명의 노래’에 대해 자신의 시 한 수를 읊는다. ‘산들아/아직도 청정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느냐/물들아/여전히 그 한 자락을 휘감아 흐르고 있느냐/풀들아 숲들아/고요히 눕고 힘차게 일어서느냐/어린 생명부치들을/아직도 땅 위에 네 품을 거느리고 있느냐/아아 조선의 땅아, 바람아, 물들아, 애잔하게 스러져 가는 것들아/오늘 서툰 붓 한 자루에 실어/내 너희 안부를 묻노니.’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병종은 195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성균관대에서 동양예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독일 베를린에서 ‘바보예수’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프랑스 파리, 미국 시카고, 벨기에 브뤼셀, 일본 도쿄, 스위스 바젤 등지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문학 청년이던 시절 중앙일보(1980년)와 동아일보(1981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81년), 미술기자상(1989년), 한국미술작가상(1991년), 선 미술상(1995년),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2004년)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화첩기행’(전 5권), ‘중국회화연구’ 등이 있다.
  • ‘내 꿈’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 이미지화 ‘드림 머신’ 개발

    ‘내 꿈’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 이미지화 ‘드림 머신’ 개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지난 1899년 발간한 대표 저서 ‘꿈의 해석’에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불안이 꿈에 숨겨져 있다는 가정 아래 이를 자유연상(自由聯想)법으로 찾아내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이렇듯 매일 꾸는 꿈이지만 정작 우리는 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그 신비는 오랜 기간 연구대상이었다. 꿈은 영화 소재로도 매력적이라 여러 번 영상화 되었는데 지난 2010년 개봉된 화제를 모은 ‘인셉션’은 급기야 꿈을 조작하는 전문가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잡힐 듯, 안 잡힐 듯 지평선 같던 ‘꿈’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영국 판 보도에 따르면 우리의 뇌를 스캔해 어떤 꿈을 꾸었고 그 내용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내주는 ‘드림 머신’이 미국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예일 대학, 뉴욕 대학 신경과학과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이 드림머신은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와 같은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자기장이 발생되는 커다란 자석 원통에 사람을 들어가게 한 뒤, 고주파를 발생시키면 신체부위에 있는 수소원자핵이 공명하게 된다. 이때 각 조직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호를 되받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최종적으로 영상화시키는 것인데 여기서 드림머신은 ‘뇌’ 부분에 집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자원봉사자 6명의 머리, 얼굴 부분의 화학변화를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집대성하는 방식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이 가지고 있는 이론은 인간 뇌신경 속의 복잡한 인체 화학 반응이 바로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꿈을 나타내주는 일종의 패턴일 것이라는 점에 기반하며 해당 기계는 이를 조합해 이미지화 해내는 원리로 구동된다. 연구진은 뇌 스캔으로 각각 추출된 화학반응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비교분석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참가자 6명의 꿈과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300컷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발달된 독심술(마음을 읽는) 기계일 수도 있는 이 장치는 사라진 기억을 재구성하거나 목격자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범죄자의 몽타주를 가장 완벽하게 복원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신경 과학자 앨런 코웬 박사는 “현재 해당 기계는 뇌의 활성 부분만 감지하지만 이후 연구가 더 진척되면 비활성영역까지 고해상도로 이미지화 해낼 날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포토리아/Alan Cowen(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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